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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팝나무 꽃과 5·18민주화운동

김현숙 전주보훈지청 보훈과장

이팝나무 꽃은 5·18민주화운동 기념일 즈음 항상 피는데 올해는 날씨가 따뜻해서 그런지 10일 이상 일찍 핀 것 같다.

 

매년 5·18기념일에 행사를 지원하기 위해 국립 5·18민주묘지를 방문하는데,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은 양쪽 도로에 하얗게 핀 이팝나무 꽃이 예쁘면서도 가슴이 찡하도록 슬퍼 보인다. 마치 독재의 총칼에 쓰러진 수많은 영혼들을 위로하는 소복 입은 여인처럼 하얗게 피어있어, 이팝나무 꽃이 5·18 민주화운동의 상징적인 꽃처럼 보인다.

 

이팝나무 꽃가지에 걸린 5·18희생자에 대한 메시지가 담긴 검은 리본은 34년 전 역사의 비극 앞에 절규의 통곡소리를 들려주는 듯하다.

 

우리나라 전 국민의 가슴을 오려내는 듯한 아픔의 잔인한 4월이 가고, 하루하루 신록이 푸르러지고 불어오는 바람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5월이 왔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의 가슴은 시리도록 춥기만 하다. 세월호의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가 아닌 우리들의 가슴이 지금까지도 그 충격으로 슬픔과 분노가 가득한데, 사고 당자자의 가족의 마음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아픔이 크다.

 

이번 참사에 응급구조 활동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해운사의 비인도적이고 총체적인 문제점과 함께, 정부에서도 적절한 대응이 부족했다는 국민적 질책을 받는 요즘 나 또한 공무원 한사람으로서 부끄럽기만 하다.

 

며칠 있으면 34년 전 군부독재의 억압에 맞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싸웠던 5·18희생자를 기리는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이다.

 

5·18 광주민주화 운동은 1980년 5월 18일부터 5월 27일까지 광주시민과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조속한 민주 정부 수립, 신군부 세력의 퇴진 및 계엄령 철폐 등을 요구하며 전개한 대한민국의 민주화 운동이다.

 

그 당시 1980년 5월 17일 24시를 기해 비상계엄령 선포로 시위에 참가한 수많은 시민과 학생들이 신군부세력의 총부리 앞에 힘없이 쓰러졌다.

 

이중 5·18 첫 희생자로 알려진 고 이세종 열사가 우리 지역 사람이다. 이세종 열사는 그 당시 1980년 5월 17일 전북대학교 농학과 2학년(당시 21세)이었다. 이 열사는 호남대학총연합회 소속 연락책임자로 전북대 학생회관에서 다음날 5·18일 집회에서 나눠줄 유인물 등사를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가려던 자정께 진압군에 의해 무참하게 희생되었다.

 

이런 5·18 민주화 운동은 안타깝게도 과거 상당한 기간 동안 불순분자·용공세력들의 폭동으로 왜곡되거나 단순히 지역적인 광주사태로 저평가되어 왔으나, 다행히 5·18민주화 운동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1997년부터 국가기념일로 제정되었다. 늦게나마 역사적 가치의 재조명 및 명예회복이 이루어졌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에 올해 ‘제34주년 5·18민주화 운동 기념식’이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정부행사로 거행되고, 우리지역 전북대학교에서도 이세종 열사의 의로운 죽음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이세종 열사 묘비 앞에서 5월 17일 오후 5시에 추모행사가 조촐하게 거행될 예정이다. 이번 5·18기념일은 일요일다. 이번 휴일에는 우리 지역 시민들도 우리 지역 출신의 이열사의 추모비를 찾아 5·18 희생자들의 고귀한 희생과 숭고한 헌신을 생각하며 열사의 행적을 찾아보는 귀한 시간을 갖는 것도 의미 있는 휴일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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