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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흘러야 한다

▲ 고재찬 전북도 건설교통국장
지리산은 어머니산이라고 한다. 설악산처럼 외양이 빼어난 바위산이 아니라 어머니 품처럼 포근한 산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먼발치에서 보고 감탄하는 산이 아니라 품 안에 들어 안온함을 느끼는 산이다. 3도 5군에 걸쳐있는 1억 3000만 평의 거대한 지괴에 수많은 역사와 문화, 전설을 간직한 남한 반도 최고봉이다.

 

국립공원 1호, 아고산대 지형을 이룬 생태계의 보고, 백두산에서 흘러온 우리민족의 자존심 백두대간의 기착지…. 수식어를 찾아내자면 한도 끝도 없다. 정부에서는 이곳에 지리산댐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른바 문정댐이다. 물론 어제 오늘 결정된 일은 아니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에서 거론되기 시작하였으니 역사도 유구하다.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환경보전에 대한 의식이 개발논리보다 약했던 1984년 지리산댐 기본계획이라는 이름이었다. 당시가 노고단을 관통하는 성삼재와 후백제 전설이 깃든 정령치에 도로를 뚫던 시절이었으니 국가정책이 성장 우선이었던 당시로써는 상당히 진보적인 계획이었다.

 

이후 영남지방의 젖줄이었던 낙동강이 1991년 페놀사건이 터지면서 식수오염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고, 부산과 서부경남지역의 대체 상수원 개발이 현안으로 대두되었다. 이에 따라 지리산댐건설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건 1996년이었고, 이후 사업실행을 위한 계획이 중앙정부와 자치단체에서 모두 꾸준히 진행되었다. 하지만 동강댐 실패가 말해주듯 지역주민과 환경단체, 종교인들의 수많은 반대에 부딪혀 있다. 경상남도에서 추진하고자했던 다목적댐 계획은 경제성분석 결과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홍수조절용댐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거론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물을 가두지 않으니 하천은 상시 유지되며, 폭우 등에 대한 재해예방시설로만 활용한다는 얘기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 도는 직접적인 혜택이 없으니 반대한다는 원론적인 얘기를 하자는 건 아니다.

 

또한 일부에서 제기하는 홍수조절용으로 사업 결정하고 댐 건설 후 정치적 논리에 밀려 다목적댐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다소 비약된 논리를 주장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국립공원 1호인 지리산을 지리산답게 보존하는 것이 맞는다는 생각이다. 남한반도의 최고봉인 천왕봉 아래에 제방 높이 141m의 거대한 인공 구조물을 만들어 놓고 상시 물을 가두지 않으니 생태계에 영향이 없다는 자체가 넌센스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바위 하나 풀 한 포기 밟는 것조차도 미안해 해야 하는 지리산 자락에 그 큰 인공시설은 흉물이나 다름없다. 1967년 국립공원 정책을 시작하면서 보전의 상징처럼 지정했던 국립공원1호의 의미를 다시 되새기며 적어도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은 지리산, 외국인들에게는 이 땅에서 제대로 보전하고 있는 자랑스런 지리산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용유담’은 왜 수많은 시인 묵객들이 기록을 남겨놓았을까? 고을 군수는 민의를 받들어 기우제 지내는 장소를 택하였는지 한 번 가 볼일이다.

 

남한의 3대 계곡이자 골짜기가 험해 도벌의 손길이 미치지 못했던 ‘칠선계곡’은 왜 생태계 보고인지,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는 대대손손 주민의 생존수단이었던 이 골짜기를 뭇매를 맞으면서까지 보호라는 이름으로 막아놓았는지 가서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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