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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병 피해 최소화 위한 우리의 자세

▲ 김기수 농촌진흥청 재해대응과 지도관
고대 그리스 민주정에 종말을 가져온 것이 장티푸스라면 중세 유럽을 무너뜨린 것은 흑사병(페스트)이다. 질병은 때로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놓는다. 한국사도 예외가 아니다. ‘일통삼한(一統三韓)’의 위업을 달성한 문무왕(文武王)도 역병으로 중대한 고비를 맞는다. 설인귀(薛仁貴)에게 보낸 답서에 “신라에는 많은 역병이 돌아 군사와 말을 징발할 수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요청하는 것을 어기기 어려워 드디어 군사를 일으켜 주류성을 포위하러 갔습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복신(福信)이 지휘한 백제 부흥군과의 전투에서 당군(唐軍)은 고전하고 있었다. 이때 그들을 지원해야하는 신라 상황이 역병으로 어려움에 처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질병은 생존을 향한 인류 열망의 대척점에 있다. 언젠가 인류가 지구상에서 그 위치를 잃는다면 아마 질병에 의해서일지 모른다. 질병의 역사는 곧 역병의 세분화 기록이기도 하다.

 

장티푸스, 콜레라 그리고 페스트까지 처음엔 모두 역병이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그 대상이 사람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전의 수많은 질병이 역병이란 이름으로 역사에 남아있듯 메르스(MERS-CoV)와 화상병(火傷病·Fire blight)도 그랬을지 모른다. 하나는 사람에게, 다른 하나는 과수나무에서 치명적이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것들이 인류사의 변혁과 항상 함께 한다는 사실이다. 해외 여행객이 늘어나고 FTA 등으로 농산물 교역이 증가함에 따라 사탕무씨스트선충 이라는 토양 선충과 바나나 좀나방 등과 같이 외래 병해충 유입이 증가하고 있으며 방제해야 할 대상이 54종이나 된다.

 

농작물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세균병과 바이러스는 농업인과 전문가가 수시로 예찰하고 초기 대응하는 것이 최선이다. 식물방역법에서 금지급병인 화상병은 세균병으로 미국과 뉴질랜드 등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상병 특징은 줄기나 새순 등이 불에 타서 화상을 입은 것처럼 검게 변해서 말라 죽는 증상을 보이며 국내에서는 금년에 처음으로 발생하였다.

 

사과나무와 배나무에 화상병이 발생하면 그 전파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발생한 나무를 뿌리까지 파내어 생석회 처리 후 땅속에 매몰(埋沒) 처리하고 5년 이상 화상병균이 침입할 수 없는 다른 작물을 재배해야 한다.

 

그리고 세균병 예방을 위해서 과수원을 청결하게 관리하며 과수원 출입 시 작업복이나 전정가위 등을 70% 알코올로 수시 소독하여 병의 전파 막아야 한다. 화상병은 식물에만 피해를 주는 병으로 감염된 나무에서는 과일이 정상적으로 익을 수가 없는 상태가 되므로 완숙과일이 생산될 수 없으며 사람에게 끼치는 영향은 전혀 없다.

 

따라서, 앞으로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관리해야하는 검역병해충(檢疫病害蟲)의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해 국민들은 해외여행 시, 검역병해충이 발생한 나라에서 과실, 묘목, 접수 등을 국내로 반입하지 않아야 하고 수입이 허용된 나라에서 수입하는 식물이라 할지라도 공항과 항만의 식물검역기관에 반드시 신고해 검역을 받아야 한다.

 

위기 상황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특히, 사람과 식물 그리고 동물에 발생하지 말아야 할 병해가 생기고 있는 만큼 농업인과 전문가들이 협력해서 차단 방역에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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