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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통제수단 된 주민세

지난달 부과된 주민세를 보고 일부 시·군 주민들은 깜짝 놀랐다. 지난해보다 개인 균등분 주민세가 터무니없이 인상됐기 때문이다. 임실군은 3000원이던 주민세가 1만원으로 무려 333%나 올랐고 남원시는 읍면 지역 2000원, 동 지역 3600원이었던 주민세가 7000원으로 대폭 인상됐다. 부안군 역시 2500원에서 5000원으로 배나 증액됐다. 내년부터는 전주시를 비롯 익산시 남원시 등이 1만원으로 인상되는 것을 비롯 도내 13개 자치단체가 줄줄이 주민세를 대폭 올린다. 정읍시는 이미 2012년에 9000원으로 올렸다.

 

주민세는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73년부터 부과됐다. 마을 청소나 교량 설치, 도로 포장 등을 위해 주민들도 부담을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주민세가 도입됐다. 당시 부과됐던 주민세는 인구 500만명 이상 대도시는 1세대당 400원, 50만명 이상 시 지역은 200원, 군 지역은 60원이었다. 이후 물가 상승에 따라 주민세도 인구 50만명 이상 시 지역의 경우 1977년과 1980년 1995년 각각 800원, 1500원, 1800원으로 세 차례 올렸다. 그러다 1999년 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가 1만원 이내에서 알아서 조례를 제정해 부과하도록 주민세 기준을 변경했고 그 결과 시·군·구마다 주민세가 1인당 2000원~1만원까지 다양하게 부과되고 있다.

 

문제는 중앙 정부가 주민세를 지방자치단체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데 있다. 주민세를 올리지 않을 경우 중앙 정부에서 지원하는 교부세를 삭감하는 재정상 불이익을 주고 있기 때문. 현행 중앙 정부의 교부세 제도는 주민세가 최고 세액 1만원과 차액이 클수록 재정 페널티 규정을 두고 있다. 그동안 주민세 과세차액의 150%를 지방교부세 지원금에서 삭감했지만 올해부터는 200%를 삭감하게 된다. 때문에 주민세 인상에 소극적이었던 도내 14개 시·군의 교부세 지원금이 지난해 78억 원이 줄어들었고 올해는 105억 원이나 감소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부의 자율 인상 방침은 허울뿐이고 시·군마다 지역 주민의 의견수렴 절차도 없이 주민세를 대폭 인상하고 있다. 주민들의 반발과 조세 저항에 따른 손익보다는 정부의 교부세 페널티가 자치단체장에게는 더 큰 파이이기 때문이다. 결국 재정여건이 열악한 자치단체를 상대로 중앙 정부가 교부세를 무기로 줄 세우고 경쟁시키고 통제하는 수단이 되고 만 것이다.

 

행정자치부는 올해 초 주민세 상한선 기준을 현행 1만원에서 2만원으로 올리려다 여론이 악화되자 슬그머니 철회했다. 증세없는 복지는 결국 빈 말에 불과하다는 반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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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택 kwon@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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