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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가 세계화로 가는 길

▲ 김형중 前 전북여고 교장
10월은 의미 있는 기념일이 많은 상달이다. 한글은 1446년 음력 9월 상순에 반포된 이래 올해로 569주년을 맞는다. 한글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다른 문자들과는 달리 ‘만들어낸 사람과 만든 시기’를 확실하게 알고 있는 유일한 문자(文字)다. 세계 언어목록 ‘에스놀로그(Ethnologue)에 따르면 지구촌 사람들은 2000년 현재 6,912개 어를사용하고 있다. 그 중 문자화할 수 있는 언어는 체 10%도 안 된다고 한다.

 

한국어는 남북한 인구와 해외동포 등 약 7500만여 명이 사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언어의 국제적인 위상은 그 언어를 사용하는 숫자에 의해서 좌우된다.” 고 하는데, 한국어는 13위로 ‘메이저급 언어’수준이라고 언어학자들은 평가한다.(사용자 숫자로 보면 중국어·영어·스페인어·아랍어의 순이다.) 유엔 산하 ‘세계 지식재산권 기구’는 한국어를 ‘국제 특허협력 조약’의 국제공개어로 채택한 바 있다.

 

일본의 고등학교에서는 제 2외국어로 선택하는 학교가 늘어 독일어와 프랑스어를 넘어섰다고 하며,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중국 내 대학에서도 ‘한국어과’ 개설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어 수강생들이 세계 각지에서 계속해 늘어나는데, 특히 한류문화를 좋아하는 세계의 젊은 층들이 증가하는 현상은 매우 고무적인 추세다.

 

1997년 유네스코가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한 우리문자인 한글을 우리들은 당당하고 자랑스럽게 받아 들여야 한다. 한글이 갈수록 국제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제작과정에서 독창성과 과학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펄벅(1892~1973)은 그의 작품 ‘살아있는 갈대’에서 “한글은 24개의 알파벳으로 이뤄진 세계에서 가장 단순한 문자 체계지만 자음과 모음을 조합하면 어떤 음성도 표기할 수 있다.”라고 극찬 했다.

 

한 나라가 일등국이 되기 위해서는 군사력, 경제력, 문화력 등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다. 문화적 우위를 선점하는 국가가 경제 강국이 될 수 있다는데, 지적 재산인 문화를 널리 알리는 본질적인 수단이자 매체가 바로 ‘언어’다. 국제교류를 할 때 언어가 상품이나 또 다른 서비스보다 먼저 그 나라에 진출해 있어야 경제적 부가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즉 대상국의 국민들이 한국어에 친숙해져 있어야만 영화나 패션, 또 다른 콘텐츠에도 쉽게 접근해 갈 수 있는 것이다.

 

한민족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문화를 담고 있는 한글이 다른 민족에게 자기네 언어를 표기하는 공식문자로 채택되어 ‘한글수출 1호’를 기록한 것(인도네시아의 부퉁섬 바우바우 시에 사는 소수민족인 찌아찌아족)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역사적인 사건이다.

 

세계시장을 넓혀가는 한류문화가 더욱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한국어 보급에 대한 세심한 정책과 다방면의 전략이 필요하다. 내부 반성도 치열하게 해야 한다. 대화나 강연을 할 때, 영어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이 지성인처럼 보이는 현상은 어디에서 온 병폐였을까? 더군다나 국어국문학과가 취업에 약하다고 해서 일부의 대학들이 폐과(廢科)를 서두르고 있다는 소식은 영혼을 포기하고 물질만능으로 가는 각박한 사회 풍조가 아닐 수 없다. 한글은 우리의 자랑이고, 경쟁력임을 되새기는 10월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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