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는 북방의 유목민족 흉노의 패악에서 유래된 말이다. 광활한 초원에서 봄부터 여름까지 풀을 뜯어 먹은 말들이 가을에 포동포동 살이 찌면 흉노들이 그 말을 타고 중국 변방으로 쳐들어와 곡식과 가축을 노략질해갔다. 그때 흉노의 노략질에 대한 변방 백성들 삶의 처절한 고통과 절박한 심정을 비유한 말이 바로 ‘천고마비’다. 어쩌면 그렇게 전주시의 아파트 분양가 정책이 ‘천고마비’의 격언 속을 절묘하게 파고들고 있을까?
현실의 전주시 아파트 분양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그 여파로 실수요자인 전주시민은 허리가 휘고 건설사들만 봄여름 풀을 뜯어 먹은 가을날 말처럼 푸등푸등 살이 찌게 생겼다.
전주에코시티는 35사단이 이전한 덕진구 송천동 일대 총면적 199만㎡ 부지에 인구 3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주거특화 신도시로 전주지역 최대 규모의 공공주택지 개발지구다. 아파트 17개단지 1만 2000세대가 들어설 에코시티에 이달 들어 3개 건설사 2700여세대를 분양할 예정이다.
지난달 첫 분양이 시작된 만성지구 아파트 1070세대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810만원으로 전주시 공공택지 아파트 분양가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2013~14년 기준 혁신도시 아파트 720만원, 하가지구 740만원 보다 80만원이나 상승한 금액으로 불과 1년 사이에 전주시 아파트 분양가의 최고치를 단숨에 갈아치운 것이다.
자칫 만성지구 아파트의 분양가 810만원이 에코시티 아파트 분양가를 책정하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다음주 26일 분양가심의위원회에서 에코시티 4개단지 아파트의 분양가를 심의할 예정이다.
에코시티의 택지비 감정가 3.3㎡당 평균 360만원이나 용적률 210%를 적용하면 한 세대 당 택지비는 170만원이다. 에코시티 아파트 분양가를 산정해보면 택지비 170만원과 건축비 560만원(건축비 상한가)을 더하면 분양가 730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분양가심의위원회는 이 객관적인 산출금액을 절대로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물론 건설사들은 초기투입비와 사업지연에 따른 손실을 운운하며 분양가를 높이기 위해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하지만 실거래가격을 적용한 감정평가액과 2~3년 사이 불쑥 오른 분양가를 고려한다면 건설사들에게 충분한 이윤이 보장되었다고 볼 수 있다.
사업이 지연되었다는 이유로 그 손실금을 전주시민에게 떠넘겨서는 안될 것이다 분양가심의위원회는 이점을 고려하여 에코시티 아파트 분양가를 철저한 검증을 통해 전주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금액으로 결정해 주기 바란다. 전주에코시티 아파트 분양가가 차후 전주시 아파트 분양시장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전주시 또한 700만 원 대의 적정한 아파트 분양가를 지켜내 무주택 서민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주고 전주시 주택시장의 안정과 에코시티 개발사업의 성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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