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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사랑은 생명수

▲ 신이봉 명성화학 대표

귀소본능(歸巢本能)이란 말이 있다. 본능적으로 태어난 곳을 찾는다는 뜻이다. 연어는 맑고 깨끗한 조그마한 계곡 하천에서 알을 낳고 생을 마감한다. 우리나라에서 연어의 주요 서식지는 강원도 양양 남대천이다. 여기서 약 60일간 자라서 동해안과 일본 연안, 북태평양 베링해 수역을 거쳐 3~5년 성장한 뒤 어미가 되어 처음 태어난 곳으로 모천회귀(母川回歸)를 한다고 한다.

 

산란을 위해 고향을 찾는 길은 멀고도 험난한 여정이다. 바위언덕을 넘고 계곡 위 장애물을 만나 온몸은 상처투성이다. 물총새, 왜가리, 곰, 수달 등의 먹잇감이 될 수십 번의 고비를 넘겨 자기가 태어난 곳에 다다르는 비율이 1%도 채 안 된다고 한다. 연어는 자갈 속에 400~500개의 둥지를 만들어 3000개의 알을 낳고 그곳에서 죽을 때까지 둥지를 보호하다 일주일 이내에 죽는다. 죽어서도 어미는 어린 치어들의 먹이로 자기 살을 뜯어먹도록 해 마지막 먹잇감으로 자신을 희생한다. 자기가 죽어야 새끼를 살릴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인간도 귀소본능이 강하다. 고향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봄바람과 개나리가 피고 아지랑이 속에서 맞이하는 5월에는 어버이의 사랑이 깃들어 있다. 5월이면 동심에서 어머니 품의 고향을 생각한다. 우리는 어머니의 사랑을 먹고 살아 왔다. 나의 어머니는 이제 고인이 되셨다. 고향에는 그 흔적들 밖에 없다. 오글오글 살았던 초가집은 없어지고 부모님이 정성으로 쌓아 놓은 돌담만이 고향집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그 돌담을 세우기 위해 아버님은 손이 다 닳았다.

 

우리 부모님들은 산전수전 다 겪은 세대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배고픈 보릿고개를 겪으며 살아왔다. 그런 가난한 농경문화 속에서도 가족사랑은 참으로 깊었다. 어머님은 밭에서 들에서 일을 하신다. 아침 일찍 일어나 해가 질 때까지 종일 일을 하신다. 허기지고 배가 고프거나 힘들 때마다 허리띠를 졸라 맸다. 우리 부모님은 5남1녀를 두셨다. 어머니는 아침밥을 지어 제일 먼저 아버지 밥을 푸신 뒤 차례대로 6남매가 먹을 밥을 그릇에 담는다. 그러고 나면 자기 먹을 것이 없다. 밥 그릇 수에 어머님의 몫은 보이지 않는다. 혼자 드실 때도 있다. 우리 형제들은 그런 일도 모르고 살아왔다. 후에 어머님께서 말씀하시고 주위에서 들은 이야기다. 일더미에 묻혀 사신 어머님은 허리가 굽혀져서 돌아가셨다.

 

어머님의 사랑은 영원하다. 우리가 사는 동안 그 사랑은 변치 않는다. 그 사랑은 옹달샘과 같다. 내가 살던 집 밑에 옹달샘이 있었다. 그 샘물이 있기에 외딴 곳 산속 깊은 곳에 집을 짓고 살 수 있었다. 농번기가 되고 여름이 되면 샘가에서 쉬기도 하고 샘물을 길어가기도 했다. 그 샘물이 없으면 살 수 없었을 것이다. 하루 몇 번이고 샘물에 가서 고개 한 번 숙이고 물 한 모금 먹기를 반복했다. 먹어도 먹어도 시원한 생명수였다.

 

어머님의 사랑은 바로 생명수다. 남에게 나누어주는 나눔이다.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어머님의 사랑은 샘물에서 물이 솟아나듯이 항상 우리 곁에서 흐르고 있다. 우리를 이끄는 문화가 되고 생활이 되었다.

 

어머님의 사랑은 영원하다. 우리들 가슴 속에 솟아나는 샘물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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