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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감] 군산 동국사길

개항후 일본인 거주지…신도심 개발로 쇠락 / 문화공간 여인숙 주도 마을가꾸기 사업 전개 / 예술인·주민 협업 이야기 있는 골목길로 단장

▲ 동국사길에 들어선 공간들.‘이것저것연구소’와 60대 부부가 운영하는 ‘브라운 카펫’, 농부가 직접 생산한 농산물로 먹거리를 만드는 ‘THE 미들러, 꽃집과 카페를 겸하는 ‘월명 플라워&카페’, ‘공방’ 등이 잇따라 들어서 있다.

이 도시에선 ‘근대문화’라 쓰고 ‘예술’ 이라 부른다.

 

지금 군산은 아스러지는 옛 근대역사문화 가치를 인정받고 생기를 얻고 있다. 흉물스러운 건물이 사람의 온기로 채워지는가 하면 역사의 뒤안길로 홀연히 사라져 버릴 건물이 문화재로 당당히 거듭나고 있다. 원도심 한복판을 거닐다 보면 마치 시간여행 하듯, 세월이 켜켜이 쌓인 빛바랜 근대문화와 마주하게 된다.

 

국내 유일의 일본식 사찰인 동국사를 비롯해 신흥동 일본식가옥(구 히로쓰가옥), 구 군산세관 본관, 근대미술관(구 일본 제 18은행 군산지점), 근대건축관(구 조선은행 군산지점)등 20여 곳의 근대문화 흔적들이 마천루 사이에서 보석처럼 빛난다.

 

△ 역사 간직한 낡고 허술한 골목길

 

잰걸음으로 둘러본 근대문화투어는 월명동 골목에서 한없이 느려진다. 군산 개항후 일본인들이 살았던 동네로, 부자 동네로 알려졌으며, 해방 직후 군산 유지들이 일찍이 터를 잡고 살았던 곳이다. 한때 이곳도 다른 지역처럼 신도시 개발과 공공기관 이전으로 거리에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긴 낯선 거리로 변화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후미진 뒷골목에선 알록달록한 벽화와 함께 최신 K팝의 노래가 귓전으로 울린다. 그 옛날 거리의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보는 순간 낯선 장소에 대한 경계심은 무장해제된다. 칙칙하고 흉물스러운 분위기는 온데간데없고 컬러풀하게 단장한 동국사길 골목은 호기심을 무한 자극한다. 이곳 동국사길 골목골목의 이런 과감한 변화는 2010년부터 시작되었다.

 

△ 문화공간이 변화 단초

 

“여러 이웃이 모여 뜻을 이루다”라는 그윽한 뜻이 있는 ‘창작문화공간여인숙’이 원동력이 되었다. 1960년에 지어져 2006년까지 실제로 ‘상봉 여인숙’으로 운영됐던 곳이지만 영업을 하지 않아 흉물스럽게 방치되었던 건물을 ‘문화공동체 감’ 이상훈 대표가 새롭게 재생해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창작문화공간여인숙은 복합문화 전시 공간이자, 레지던시 공간이다. 하지만 이곳에선 주민과의 교류사업도 활발히 펼쳐진다. 그 대표적인 것이 ‘마을 가꾸기-동국사길’사업이다. 2010년부터 여인숙 레지던시 입주 작가, 지역작가, 지역주민들이 낡고 허름하고 제각각이던 간판들을 특색을 갖춘 멋진 간판으로 바꾸었다. 동네 벽은 스토리텔링을 입힌 멋진 벽으로 바뀌었다. 빨래터, 아기 업은 소녀 등 박수근 화백의 그림을 모티브로, 옛 군산의 마을을 상상해 그려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거리엔 조그마한 이동식 화단도 조성돼 눈이 즐겁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창작문화공간여인숙은 군산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지난 2012년에는 문화관광부와 (사)한국건축가협회가 제정한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으로 선정돼 국무총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공간문화대상은 일상생활 공간을 사람과 문화가 주인이 되는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 제정한 것으로, 전통문화와 유산을 문화공간으로 구체화해 지역사회의 정체성과 역사성을 새롭게 확립한 활동과 장소, 그리고 한국문화의 특성과 한국인의 정체성을 일상생활 속의 시민공간으로 재창조한 활동과 장소를 선정하고 있다. 창작문화공간여인숙의 활동이 지역의 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지역주민들에게 쉼터를 제공하며, 지역사회의 역사와 문화자원을 보존·활용해 주민들의 공간 환경을 개선한 사례로 인정받은 것이다.

▲ 동국사길 변화의 단초가 된 창작문화공간 여인숙.

△ 예술가와 일촌 맺은 주민들

 

동국사길은 주말이면 수백 명의 관광객과 시민들이 다녀간다. 마을에는 안내 게시판도 생겨났고, 예술창작으로 정비된 깔끔함이 돋보이는 입간판과 빨강우체통도 시선을 끈다. 그리고 동국사길 의 다양의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이것저것연구소’는 동국사길의 쉼터이자 햇살 좋은 소통의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커뮤니티 공간으로 마련돼 젊은이들의 발길이 오고가고 있으며 지역 문화예술을 다양한 방향으로 토론해 볼 수 있는 대화의 창으로 활용되고 있다.

 

호락호락 문을 열지 않을 것 같은 콧대 높은 작가들의 공방은 찾아볼 수 없다. 동국사길의 작가 갤러리와 공방들은 주민들에게 마치 사랑방 오가듯 장 보러 왔다가 방문하도록 문턱을 낮췄다. 일반인 대상으로 3D 프린팅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는데, 상인들은 손님의 발길이 잦아지니 즐겁고 예술가들은 그들과의 소통으로 창작의욕이 불끈 솟는다.

 

몰라보게 달라진 동국사길 골목골목을 둘러보노라면 우리네 할머니 같은 상인들을 만날 수 있고 개성 넘치는 예술가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도 있다. 예술가들은 칙칙한 후미진 골목에 색색의 그림으로 활기를 주었고, 상인들은 제 살던 공간을 기꺼이 내주었다. 상인과 예술가의 협업을 여실히 보여주는 동국사길은 지역문화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미묘한 공생관계로 엮인 동국사길 주민들과 예술가들은 대중과의 소통을 꿈꾸며 상생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 서진옥 창작문화공간 여인숙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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