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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시 공직사회에 바라는 당부

▲ 엄철호 익산본부장

속칭 ‘철밥통’이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풀어보면 철로 만들어 깨지지 않는 밥통이다. 제대로 일을 하지 않아도 직장 잃을 걱정 없는 공무원을 빗대는 비아냥이다.

 

이런 낱말은 또 있다. 복지부동, 무사안일 등과 같은 것들이다.

 

당연히 비하하는 말이지만 너무 흔히 쓰이다 보니 이젠 비하보다는 그냥 평범한 일반 명사처럼 다가온다.

 

자주 쓰이진 않지만 한서(漢書)에 나오는 시위소찬(尸位素餐)이란 말도 이와 비슷하다. 시(尸)는 시동(尸童)으로 제사 때 신을 대신해 앉아 있는 아이를 말한다. 이 아이가 하는 일은 그냥 가만히 앉아 있다가 제사가 끝나면 공짜밥(素餐)을 먹는 것이다.

 

그래서 시위소찬은 아무런 공도 없이 녹만 먹는 것을 비유한다. 정말 성실하게 일하는 공직자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이런 말이 오히려 과분할 정도인 공직자가 아직도 우리 주변에 많은 것 또한 현실이다.

 

지난 26일자 전북일보 1면에 ‘전주, 평생학습도시 우뚝’이란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전주시가 독일의 유네스코 평생학습원으로 부터 유네스코 글로벌 학습도시 네트워크 회원 가입 증서를 받아 국제적인 평생학습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내용이다.

 

전주를 비롯한 수원, 통영, 군포, 의정부, 부천, 오산 등 국내 7개 도시가 이번에 회원으로 가입됐다.

 

전주시가 명실상부한 세계적 평생학습도시로 우뚝 설수 있는 초석을 다진 셈이다. 오는 2017년으로 예정된 ‘유네스코 학습도시상’ 수상에도 도전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익산 시민의 입장에서 무척 부러운 기사다.

 

지난 2004년 정부의 평생학습도시 지정에 멈추지 않고 세계적인 글로벌 학습도시로의 성장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아끼지 않은 전주시 공무원들의 그동안 열정이 무엇보다도 부럽게 다가왔다. 이 대목에서 전주시보다 1년 늦은 지난 2005년 평생학습도시로 지정을 받은 익산시는 그간에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무척 궁금했다.

 

비록 이번엔 익산시 이름이 없어 아쉬움도 없지 않으나 다음에는 가능하겠지라는 기대감을 내심 가졌다.

 

“그런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줄 몰랐다. 오늘 아침 신문을 보고 알았다. 전주시는 인력과 예산이 익산보다 많아서…”

 

전혀 예상치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매년 수억원의 혈세 투입을 통해 시민 모두가 행복한 지속가능발전 선진 평생학습도시 건설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수시로 보도자료를 내고 자랑했던 익산시의 해명(?)치고는 너무 실망스럽다.

 

결국, 익산시는 전주에 비해 도시 규모 등이 열약해 세계 회원 도시 가입 계획조차 꿈꾸지 않고 있다는 얘기인데 익산시 보다 시세가 다소 약한 통영시(인구 13만9000명)나 오산시(인구 20만명) 등은 무슨 특별한 로비라도 벌여 가입 성과를 거뒀다는 말인가.

 

물론 익산시가 전주시와 같은 성과를 꼭 일궈냈어야 한다는 주장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평생학습도시로 정부 지정을 받은 전국 각 지자체마다 도시 브랜드 가치 향상 및 이미지 제고 등을 위해 세계 회원 도시 가입에 혈안이 되어 있는 마당에 익산시는 시대적 흐름이나 변화에 발맞추려는 그 어떤 수고나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우물안 개구리 신세에 급급해 하고 있다는 것이 기가 찬다는 지적이다. 전형적인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으로 그냥 가만히 앉아 있다가 제사가 끝나면 공짜 밥을 먹는 ‘시동’이나 다름없다.

 

제발 귀담아 들어라. 안일한 의식과 나만의 울타리 안주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스스로 철밥통 깨기에 나서 달라는 것이 익산시 공직사회에 바라는 시민의 준엄한 뜻이자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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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철호 eomch@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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