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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감] 고창 심원면 담바우마을

'위로하는 숲' '치유하는 바다'에서 희망을 긷는 사람들

▲ 담바우 마을공방에 참여하는 주민들이 공방에 모여 회의를 하고 있다.

△인류에게 첫 안식처 숲, 다시 문명의 대안으로

 

“계절이 변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내 삶은 행복하다.” 고향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살았던 미국 현대 사상가 데이비드 소로우의 말이다. 지켜보는 것만으로 행복한 이 계절의 변화가, 순간순간 저미듯 밀려오는 곳. 더없는 ‘숲’이다.

 

숲은 인류에게 첫 안식처였다. 숲에서 걸어 나오는 순간, 인류는 비로소 홀로 설 수 있었다. 대신 벌거숭이로 자연과 마주해 온갖 시련을 헤쳐가야 했다. 땅을 일구는 모습으로부터 현재의 사무용 전자기기에 이르기까지, 눈코 뜰 새 없는 노동에 겨워 삶을 영위해야 했다. 그 고단한 삶에 지쳤을 때, 숲은 다시 우리에게 위안이 되었다. 위로의 숲이, 이제 이 문명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본주의의 대안을 모색하는 하나의 방법으로서 숲, 이른바 산촌자본주의(〈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동아시아)〉)이다. 인류가 그동안 믿어온 ‘성장제일’이라는 상식을 깨고 ‘느림’, ‘자급’과 ‘자족’을 바탕에 둔 삶의 전환을 통해서다. 산촌자본주의의 시작은 숲을 통해 얻는 에너지의 자립으로부터이다. 최근에는 ‘바다에서 자본주의 대안을 찾다’를 부제로 한 〈어촌자본주의(동아시아)〉가 번역 출간되었다. 잊고 살았던 생명의 근원 숲과 화해하는 것처럼 욕망의 최종 목적지였던 바다와 속속들이 화해하며 생명의 순환 원칙을 바로잡고 그 안에서 이 문명의 대안과 마주하자는 것이다.

 

△마을공방으로 다시 주목받는 숲과 바다, 갯벌과 너른 청정한 들녘

▲ 마을공방으로 주목받고 있는 고창군 심원면 담바우마을 입구.

그래서 우리에게 다시, 숲이고 바다다. 고창군 심원면 담바우가 그런 곳이다. 도솔산, 선운산의 뒤꼍 담바우는 첩첩첩 산이다. 그 첩첩첩을 한거풀씩 서편으로 구비지면, 머지않아 바다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고창의 청정 갯벌이다. 우리 문명의 대안으로 다시 호명하는 숲과 바다, 담바우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지역재생의 키워드이다.

 

담바우마을(이장 유행오)은 최근 고창군 민생경제과(팀장 이남례)와 심원면(면장 김형순)과 함께 마을재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행정자치부가 추진하는 마을공방사업이다.

 

담바우마을은 총 40세대 89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그 가운데 원 거주민이 25세대 58명, 비율로는 65%이고 귀농인은 15세대 31명, 비율로는 35%에 이른다. 귀농귀촌일번지라는 고창군 다른 마을들도, 귀농인 비율이 15%인 것을 보면 담바우마을 귀농인 비중이 꽤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숲과 바다가 천혜의 배경이라면 그 안에 깃들어 ‘문제’를 풀어가는 사람의 편에서 이 현상은 주목할 점이다.

 

숲의 복판에서 나무를 매개로 한 담바우마을 공방은 목공예품 생산과 판매를 키워드로 한다. 공방사업의 핵심은 마을 주민들이 공방에서 만들어내는 목공예품을 지속적으로 기술이전 관리하고 판매로 연계하는 지역기업의 존재다. 마을에는 귀농인이 운영하며 연매출 1억원을 올리는 기업, ‘담바우목공예(대표 공성일)’가 있다. 거기 더불어 귀농인들이 운영하는 크고작은 농원과 팬션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매출을 높이고 일자리를 만들어, 다시 마을활성화로

▲ 담바우 마을공방을 이끌고 있는 공성일 대표.

담바우마을공방의 구조는, 기존 주민들과 귀농인들의 협업으로 짜여진다. 연계기업인(담바우목공예)이 기존주민과 귀농인에게 목공예품 제작 기술을 전수해 제작기반을 다지고, 그 위에 외부 방문객을 대상으로 의자, 책상, 화분걸이, 선반, 침대와 서랍장 같은 목공예품 만드는 체험과 복분자 블루베리 같은 농산물 체험, 숙박, 농특산물 전시판매가 자리한다. 더불어 가까운 만돌갯벌체험장의 인프라를 활용해 바지락캐기, 어망체험을 진행하는 것이다.

 

담바우마을공방은 가까운 미래에 어떤 결과를 빚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예상한대로라면 마을공방을 차리고 2년 뒤부터는 공방운영과 제품 판매를 통해 2억여 원 가까운 매출이 생긴다. 매출과 더불어 더 중요한 결과, 일자리다. 목공예품 생산과 판매, 지역 특산품 판매와 관리에 약 26명(상시 6명 시간제 20명)의 일자리가 생겨난다. 이렇게 만들어낸 연간 3000만 원의 순수익으로 한편으로 취약계층 일자리를 만드는 데, 한편으로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기금으로 활용하려 한다.

 

△돈보다 관계의 힘! 마을공방의 바탕이 되는 사람들

 

담바우마을공방은 숲과 바다(갯벌), 농업 농촌의 다양한 색깔이 총체적으로 만나는 차분한 용광로이다. 그 용광로 한복판에 3년차 귀농인으로 공성일(54세) 대표 가족이 있다. 인천 송도에서 나고 자란 공 대표가 이곳 담바우에 드나들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3년이다. 대학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가구공장에서 일한 것이 기회가 되어 평생 가구장인의 길에 들어선 그가 서울에서 전주에서 이웃 중국의 청도에서, 인도네시아에서 거센 세계화의 파고를 악전고투로 넘나들다 문득, 몸과 마음에 심한 병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와 가족이 수소문 끝에 만난 ‘치유의 공간’이 바로 고창, 심원면 담바우(담암)마을이다.

 

2013년부터 마을을 오가며 살집과 소일할 공방을 지어내고 마을사람들과 새로운 인연을 쌓아가기 시작한다. 몸과 마음은 담바우 숲의 기운으로, 그 풍요로운 흙과 가까운 만돌의 바다, 갯벌에서 철마다 길어올린 건강한 먹을거리로 이내 회복되었다. 마을사람들의 부서진 장롱문짝이며 손때 묻어 버릴 수 없는 가구를 손봐주는 일부터, 소일거리로 시작한 목공예 일이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혼자서 연매출 1억 원을 올리는 작은 기업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고창에 자리 잡으면서 ‘돈’의 문제는 둘째가 되었어요. 더 중요한 것이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그에게 더 중요한 것은 ‘관계’다. 조부모와 지내는 아이들, 형편이 좀체 나아지지 않는 가정의 아이들에게 멋진 원목책상을 선물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지역 교육청과는 교육기부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공방과 마을, 사람들을 건강하게 연결시키고 있다.

 

△문명의 대전환 속에서 우리가 찾은 대안은?

 

세계는 바야흐로 문명의 대안찾기에 골몰하는 중이다. 이웃 일본에서는 사토미(里海, 어촌, SATOUMI)라는 개념을 세계가 통용하는 어휘로 자리잡게 했다. 사토미는 우리의 정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는 개념이다. 바다를 정복의 대상, 단순히 무언가를 획득하는 공간이 아니라, 생명을 나누는 어떤 힘으로 여겨왔던 우리 정서가 그렇다. 이러한 접근이 문명의 힘을 회복하자는 대안체계로 세계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나아가 세계 언어로 확장하고 있다. 더불어 숲과 바다(연해)를 통해 한계가 드러난 자본주의 체계의 질적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일본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담바우마을에서 숲과 바다, 그 안에 깃든 사람들(선주민과 이주민의 협업) 사이 조화로운 한권의 ‘대안교과서’가 태어나고 있다.

▲ 이대건 책마을 해리 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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