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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시아현대미술전 2016-아시아 청년36' ① 별처럼 빛난 아시아 청년 작가들

▲ 장석원 전북도립미술관장

전북도립미술관의 ‘아시아현대미술전 2016-아시아 청년 36’이 오는 11월 27일까지 열린다. 이 기획전은 현대미술을 매개로 아시아의 화두를 들여다보는 자리다. 장석원 도립미술관장이 아시아현대미술전의 의미와 배경, 초청 작가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세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포스터를 제작하기 위해 남자의 몸을 샀다. 벗은 남자의 몸 상체에 물감을 덕지덕지 바르고 붓질과 손으로 터치의 흔적을 강렬히 남기기 위해서였다. 밥을 먹다가 앞에 앉은 윤성필 작가에게 몸을 빌려 주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1초의 망설임 없이 승낙했다.

 

상관면의 창작 공간에서 그의 얼굴을 흰 수건으로 가리고 온갖 색깔의 아크릴 물감으로 뒤범벅을 만들었다. 아시아 청년 작가들의 열기를 표현하기 위하여…. 이상조 교수가 고성능 카메라로 기록을 도왔다.

 

지난 9월 2일 개막식에는 14개국 36명의 청년 작가들이 별처럼 운집했다. 무대 위에서는 위재량의 사회적 시를 힙합 가수들이 노래로 불렀고, 무대 아래에서는 중국의 여성 작가 루양의 의도대로 광배를 등에 진 근육질의 남자 셋이 움직였다. 전시장 로비에는 조혜진 작가의 2층 가짜 집이 세워져 있었고 그 맞은편에는 필리핀 에이즈 옹의 거대한 섬유 작품이 화려하게 날개를 펼치고 있었다.

 

3월 하순 베트남 호치민 시티를 방문했을 때, 한 갤러리 공간에서 마인 흥 응우옌의 설치 작품 ‘바리케이드’의 사진을 볼 수 있었다. 직감적으로 나는 그를 알아보았다. 그는 아시아 현장을 누비면서 만난 가장 돋보이는 작가였다. 섭외를 통해 ‘바리케이드’ 실제 설치 작품이 전시되었다. 전쟁의 시기 2~3 세대가 한 아파트 공간에서 주방, 거실 등을 나눠쓰던 기억을 바리케이드 형태로 접목시킨 작품으로 디테일 하나하나를 미니어처로 재현 시킨 점이 특이하다. 그것은 어려웠던 시절 한국인의 뇌리에 박힌 모습과 유사하다.

 

작년 10월 말경,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비엔날레를 보러 족자를 방문했을 때에 감동적인 것은 곳곳에 예술적인 낙서가 있었다는 것이고 그곳의 시장이 예술적 환경을 위하여 낙서를 허용했다는 것이다. 족자카르타는 인구 300만 정도 규모에 예술가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족자카르타비엔날레의 오프닝 장면도 비권위적으로 감독의 짤막한 인사말 이외에는 축제 분위기의 열린 모습이었다. 그곳에서 종이를 잘라 호랑이의 모습을 매단 루디 아체 다르마완을 봤고, 미술 도구와 바려진 조각 작품으로 악기를 만들어 관객으로 하여금 마음껏 두들기게 한 우키르 수르야디도 봤다. 이곳에서의 예술은 뭔가 숙연하고 고상한 종류의 것이 아니라 개방과 즐거움을 촉진시키기 위한 도구였다. 예술에 대한 고정 관념 같은 것을 두들겨서 던져버린다.

 

한 사람 더, 족자에서 필리핀 작가 덱스터 페르난데스의 낙서를 보았다. 하얀 벽면에 검정색 선으로 만 그려진 심플하고 세련된 그림, 알고 보면 어릴적 기르던 개의 몸에 붙어살며 온 가족을 가렵게 하던 진드기를 주인공으로 그린 것이다. 미술관 기둥에 낙서를 하기 위해 개막 수일 전부터 작업을 벌였다. 기둥의 보라색 바탕이 좋아서 그 위에 발이 여러 개 달리고 부유하는 진드기들을 가득 흑백으로 그려 넣은 그는 하루 만에 작업을 마쳤다. 7미터 높이의 명품 기둥이 탄생했다. 미술관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그 앞에서 사진 찍기를 좋아한다.

 

시간 여유가 있어 보이는 그에게 말을 걸었다. 내 사무실 벽면이 하얗게 비어 있는데 진드기 몇 마리 그려줄 수 있느냐고. 그는 빙그레 웃으면서 오케이. 그 댓가로 도청 앞 밥스터에 가서 알래스카 커피를 사겠다고 말했다. 그는 딜! 말하면서 악수를 했다. 그날 저녁 그는 몇 시간의 작업 끝에 깜짝 놀랄 만한 멋진 벽화를 그려냈다. 그 무렵 너무 피곤해서 그와 멋진 커피숍에 갈 기회를 놓쳤다. 4박 5일간 진행 되던 워크 숍 중간에 그는 일정 때문에 귀국해야 한다고 일어섰다. 우리는 아쉬운 악수를 나눴다. 그에게 사줄 알래스카 커피를 남긴 채 그는 가방 하나만 끌고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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