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댁의 자녀는 안녕하십니까

▲ 고미희 아동문학가·전주시의회 의원
“철수야! 이리와 나하고 놀자! 바둑아! 이리와 너도 같이 놀자!”

 

예전에는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처음 배우는 국어책의 첫 구절이 이렇게 시작되어 있었다. 학교에서 처음 배우는 게 “같이 놀자!”라는 말이라 조금 이상하지만 참 의미심장하다.

 

그 당시 가지고 놀았던 도구는 거의 자연에서 얻은 것으로 풀이나 곤충 등 대부분이 생물로 요즘 아이들의 놀이기구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놀이도구가 그러하여 혼자 놀기보다는 여럿이 같이 놀 수밖에 없었다.

 

여럿이 모여 놀다보니 서로 생각이 달라 다투기도 하고 부딪치기도 하며 노는 사이 상호작용에 의해 인성이라는 것이 자연스럽게 체득되었다. 협동이 뭔지, 배려가 뭔지는 몰랐지만 서로 나눠먹고 같이 가지고 노는 와중에 정이라는 것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그 정이란 것이 우리민족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요, 다른 민족과 극명하게 다른 의식이다. 서양의 의식이 건조하고 메마른 틀에 갇혀있다면 우리 민족의 내면에는 지극히 촉촉하고 따뜻한 휴머니즘이 흐르고 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어떤가? 서구문명의 산물인 인스턴트 식품을 섭취하는 게 생활화되어 있고,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반도체 기술의 공습으로 인해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의 포로가 되어가고 있다.

 

그 뿐만 아니다. 음식문화와 생활습관의 변화로 아이들의 체형이나 의식이 점점 서구화 되어가고 있어 우리민족의 고유성까지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컴퓨터에서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아이들, 스마트폰에서 잠깐도 손을 뗄 수 없는 아이들, 이런 아이가 바로 우리의 자녀들이다.

 

시대적 흐름에 따라 첨단기기를 즐겨 쓰는 것을 어떻게 나무라겠는가! 다만 부모로서 그것에 따르는 아이들의 폐해가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땅거미처럼 스멀스멀 기어든 인스턴트 식품으로 인해 우리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소아암’ ‘소아당뇨’이런 해괴한 병을 두려워하고 있다.

 

또 자석에 끌려가듯 컴퓨터 화면에 점점 다가가는 아이들의 눈이 나빠져 하나같이 안경을 쓰고 있고, 이어폰의 과다사용으로 인해 청력이 망가져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자신을 고립시켜가며 좀처럼 남의 얘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 뿐인가! 우리나라 중고등학생 대다수가 척추 측만증에 걸려 고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신의 자세가 삐뚤어진 줄도 모르고 장시간 컴퓨터 화면에 빠져 있는 게 화근이다. 이처럼 요즘 아이들은 심각한 현대병에 노출되어있다.

 

그러니 ‘댁의 자녀는 안녕하십니까?’하고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세상이 어수선하고 사는 게 폭폭해도 자녀에게 조금만 더 관심을 갖자. 내 아이의 눈은 어떤지? 귀는 어떤지? 척추는 또 어떠한지?

 

그리고 가끔은, 정말 가끔씩은 자녀와 같이 놀자. 자녀에게 큰 선심이나 쓰듯 놀아주려 하지 말고 진정으로 같이 놀자. 내 아이는 나에게 가장 큰 재산이고 이 나라에 남기고 갈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유산이니까! /고미희 아동문학가·전주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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