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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뜨다

▲ 이형구 (사)생활법률문화연구소 이사장
참 어렵다. 그런데 어렵지 않게 바닷물 위로 떠오른다. 2014년 4월 16일이 무슨 날이었는지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아무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가슴이 터지는 타는 목마름으로 바닷물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꽃 봉우리들을 바라보고만 있었고, 서서히 흔적을 지우고 있는 뱃머리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진물이 나도록 눈을 비비며 궤적을 찾고 있었다.

 

어느 누구는 이런 말을 하며 힐난을 했다. ‘1년에 교통사고로 죽은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줄 아느냐’고, 더욱 기가 막히는 내용은 ‘학생들이 개인적으로 돈을 내고 배타고 가다가 재수 없어서 죽은 것이 이 나라가 무슨 책임이 있느냐’고, 더 나아가 ‘여객선 하나 침몰했는데 나라 국론을 분열하는 빨갱이들이 아직도 널려 있다’고 세치의 혀로 자식 잃은 부모의 가슴에 비수를 던지며 나팔을 불고 다녔다.

 

세상 곳곳에서 평화를 핏빛으로 물들이고 있는 테러 주동자들이 공개적으로 자기네들의 행위라고 떠들어대는 후안무치한 파렴치범들이 영국의 빅뱅을 끔찍하게 만들었다. 그 와중에 한 정부 관리는 흉탄에 쓰러진 국민의 한 생명을 건지기 위해 온 몸을 던진 동영상이 우연히 세월호가 바다 위로 뜨는 날과 같아서 부끄럽기 그지없다. 아무리 생각을 고쳐먹어도 우리는 이해할 수가 없다. 수백명의 자국민 어린 아이들이 서서히 물속으로 잠기는 그 시간에 우리의 대통령은 도대체 무엇을 하였고, 측근의 관리들은 무슨 짓을 하였는지 말이다.

 

인륜이 허접하다 하여 천륜을 저버릴 수는 없는 것이 세상사 아닌가 싶다. 미물의 개 한 마리가 국정농단의 단초를 제공했고, 그간 말 못하고 응얼진 나약한 촛불들은 하나 둘 모여 거대한 횃불이 되어 타올랐다. 그리고 국정의 중차대한 사안이어서였는지 아니면 순간의 시간을 쪼개어 쓰면서 헤어롤 자체를 잊었는지는 모르나 국민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킨 헌법재판관은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라는 탄액 인용의 준엄한 심판 앞에 오히려 침묵이 흘렀다. 때맞추어 가로수 마다에 애처롭게 매달린 노오란 리본의 염원이 통했는지 팽목항 앞바다에서 304명의 영혼들이 숭숭 구멍 뚫린 세월호 갑판위에서 3년여 멈춘 숨결을 토하고 있어 또 다시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제는 진실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여전히 일부에서는 우연히 일어나는 해상사고라고 치부하고 있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절대 안 된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국민들은 세월호의 선적 내용을 알지 못한다. 소형이던 대형이던 배가 출항을 하게 되면 해경은 반드시 출항하는 배의 선적 내용을 정확히 파악을 하고 있어야 한다. 세월호가 그 바로미터이다. 당시의 해경은 세월호에 어떤 화물이 선적되었는지에 대하여 정확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당시의 국가 통수권자는 국민의 생명 수호에 제대로 대처를 하였는지가 소상하고 모든 국민이 인정할 수 있도록 소명이 아닌 증명이 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팽목항 앞바다가 3년 가까운 세월동안 오늘같이 조용한 소조기라는 기간이 한 번도 없었는지를 묻고 싶다.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 지 3년 정도가 흐른 2017년 3월 23일이 인양 적기였는지에 대해 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들은 꼭 알아야 하고, 그에 대해 응분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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