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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매의 역사와 금메달

스켈레톤은 봅슬레이, 루지와 함께 3대 썰매 종목을 이룬다. 머리를 아래로 두고 엎드린 자세로 썰매를 조정해 빠른 속도로 1200미터 이상의 트랙을 내려오는 방식이어서 위험성이 적지 않다. 1928년 생모리츠 동계 올림픽 때 정식 종목으로 지정되었지만 두 차례나 중단되었다가 20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 올림픽 때 비로소 영구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설날 아침, 평창올림픽에서 안겼던 윤성빈의 금메달이 바로 이 경기다. 올림픽에서의 스켈레톤 금메달은 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 선수로도 처음이이다. 그만큼 의미가 더 크다.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열악한 여건에서도 오늘의 한국 썰매 종목 역사를 있게 한 주인공 이야기다.

 

올림픽에서 빛나는 메달을 얻지 못하고도 이름을 널리 알린 스타. 강광배 국제 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부회장이다. ‘대한민국 썰매의 역사’로 불리는 그는 1998년 나가노를 시작으로 2010 밴쿠버까지 루지와 스켈레톤, 봅슬레이 등으로 동계올림픽에 출전했다. 썰매 3개 종목 전 경기 출전은 그가 세계 최초이자 유일하다. 스위스 IOC박물관에는 그가 2006 토리노동계올림픽에 입고 출전했던 운동복과 모든 장비가 전시되어 있을 정도다.

 

이쯤 되면 그의 성장 과정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그는 전주 토박이다. 고등학교 시절 유도를 했던 그는 전주대 체육학과 1학년 때 무주리조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스키를 만나 선수가 됐다. 각종 스키대회를 휩쓸었으며 최연소로 스키강사 자격증을 땄다. 그가 가르쳤던 ‘코흘리개’ 무주 산골 아이들은 스키점프 국가대표 선수가 됐다. 그 역시 스키로 성장하고 싶었지만 무릎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얻고 포기했다. 절망하지 않고 루지 국가대표선수 선발에 도전했다. 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 루지 국가대표 선수로 첫 출전할 수 있었지만 고난의 과정을 거쳐 루지 대신 스켈레톤으로 종목을 다시 바꾸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동계스포츠 역사가 일천한 한국의 여건상 국가대표로 자격을 얻지 못하고 개인자격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해야 했던 그는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이 국제연맹에 가입한 후에서야 비로소 국가대표로 국제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에는 스켈레톤으로,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는 봅슬레이로 출전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썰매 전 종목에 출전한 선수가 됐다.

 

밴쿠버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한 이후 그는 우수한 선수를 키워내는 지도자로 헌신해왔다. 윤성빈도 그가 발굴한 선수 중 한명이다. 우리도 이제 썰매의 빛나는 역사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외로운 길을 개척해온 그의 도전 정신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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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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