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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다시 듣는 신관용류 산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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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연말, 서울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귀한 연주회가 열렸다. 가야금 연주자 김일륜의 ‘작은 판’이라 이름 붙인 무대였다. 여섯 바탕 가야금 산조를 짧게 구성해 한자리에서 펼쳐 보인 이 연주회는 특별했다. 최옥삼류, 정남희제 황병기류, 성금연류, 김병호류, 김죽파류, 그리고 신관용류 가야금 산조까지. 이들 여섯 바탕 짧은 산조는 김일륜의 숙련된 해석으로 섞이지도, 겨루지도 않으면서 서로 다른 개성을 품은 기승전결의 묘미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김일륜은 이미 이들 여섯 산조를 모두 완주한 연주자다. 누구나 가질 수 없는 완주의 기록이 빛나지만, 한 무대에서 다시 해석한 짧은 산조들은 그가 걸어온 음악적 궤적을 다시 비추는 계기가 됐다.

산조는 느린 가락으로 시작해 점차 빠른 장단으로 나아가는 공통의 틀을 지닌다. 그러나 연주자에 따라 서로 다른 기교로 다양한 가락을 만들어냈으니, 여섯 바탕 산조도 그 결실이다.

이날 연주된 산조 가운데 유독 관심을 모은 것은 전북에서 태동한 신관용류 산조였다. 신관용류는 김창조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이영채 명인에게서 비롯됐다. 그 가락을 이은 사람이 김제 출신 신관용이다. 열여섯 살에 이영채 문하에서 산조를 익힌 그는 스승의 가락에 머무르지 않고 복잡한 기교와 강한 즉흥성을 즐기며 독창적인 산조를 완성했다. 그러나 아편에 빠져 온전한 삶을 살지 못했던 그에게 가야금을 배우려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다른 산조에 비해 전승의 맥이 탄탄하지 못한 배경이기도 하다.  

신관용류 산조는 화려한 기교로 청중을 압도하는 음악이 아니다. 빠른 장단으로 기교를 과시하기보다는 진양에서 중모리·중중모리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호흡과 농현의 결을 차분히 쌓아 올린다. 소리는 크지 않지만 깊고, 장식은 많지 않지만 여운이 길다. 그래서 이 산조가 품고 있는 음악 세계는 윤기 있다. 그럼에도 신관용류는 국악사 서술 속에서 다른 산조에 비해 충분한 조명을 받지 못했다. 

여섯 바탕 산조가 한 무대에 놓였던 김일륜의 ‘작은 판’에서 신관용류 산조는 결코 주변부의 음악이 아니었다. 오히려 산조가 태어난 땅의 숨결과 그 음악이 지켜온 태도를 가장 또렷하게 증언하는 음악이었다. 

신관용류를 가야금 산조의 계보 위에 온전히 올려놓는 일은 단순히 과거를 복원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산조가 어떤 경로로 오늘에 이르렀는지를 다시 묻고, 지역에서 태어난 음악이 어떻게 살아남아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신관용류 산조는 지금 전북이 아닌 경남의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남원 출신 가야금 연주자 강순영이 진주로 옮겨 활동하며 그 맥을 이어온 덕분이다. 이렇게라도 전승이 이어지고 있으니 다행이지만, 지역의 경계를 넘지 못한 보존과 계승의 환경은 여전히 척박하다. 신관용류 산조의 부흥이 절실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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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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