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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은 했지만, 설마설마 했는데’...차선 도색 엉터리

비오거나 밤에 차선이 보이지 않던 이유…불법 차선도색 업자 덜미
전북경찰청, 남원서 불법 차선 도색 관련 업자 13명·감독 부실한 공무원 입건
하도급 불법이지만 원청이 수수료 떼고 불법 하도급, 시공업체는 이익 남기려 부실 공사
업체들, 차선도색 시공능력 없지만 도장 면허만으로 입찰 가능한 점 노려

 

차선 도색 현장에서 안전을 도외시한 채 부당 이득을 챙기려던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자치단체의 차선도색 사업을 따내 수수료만 챙기고 낮은 사업비용을 책정해 하도급을 준 원청업체들과 공사에 대해 관리·감독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담당 공무원이다.

수수료를 떼인 하도급업자들은 적은 돈에서도 이윤을 남기기 위해 부실공사를 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전북지방경찰청(청장 강인철)은 18일 남원시에서 발주한 차선도색 공사 21건에 대해 불법하도급을 준 혐의(건설산업기본법 위반)로 A씨(36) 등 업자 12명과 남은 자재를 횡령한 혐의(횡령)로 업자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고 허위로 공문서를 작성한 혐의(허위 공문서 작성 및 동행사)로 남원시청 공무원 B씨(41) 역시 불구속 입건했다.

건설산업기본법 제29조에 따르면 단일 공사에서는 원청업체가 동종 업체에게 재하도급을 주는 것은 불법이다. 연속성과 전문성을 갖는 동시에 부실공사를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번에 적발된 도장업체들은 전문 도색 기술과 장비 없이 도장 면허만 있으면 입찰이 가능한 점을 이용해 공사 낙찰을 받았고, 기술과 장비를 갖춘 업체에 몰래 재하도급을 줘 시공을 하게 했다. 최근 5년간 12곳 원청업체가 불법 하도급을 준 공사만 21건, 17억 원 규모에 달했다.

원청업체들은 그 과정에서 30~40%의 수수료를 챙겼다. 불법으로 얻은 이익만 5억 7000여만 원으로 조사됐다.

2014년부터 이어진 이들의 불법 하도급·부실공사는 시민들의 잇따른 민원에 의해 드러났다. 일부 운전자들이 “차선도색 공사를 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잘 보이지 않는다”는 민원을 넣은 것이다. 특히 비가 오거나 밤에는 운전이 매우 위험하다는 의견들이 접수됐다.

경찰과 시청감독관, 공사관계자가 최근 도색을 마친 남원지역 6곳의 횡단보도·차선을 점검한 결과, 6곳 모두 휘도·차선 두께가 기준치를 미달했다. 결국 빛의 반사를 막아 운전자들의 시야를 가리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도색한 차선의 두께가 최소 1.5mm 이상이 돼야 하는데 경찰이 조사한 차선의 도막(물체의 표면에 칠한 도료의 층)은 1mm에 불과했다. 도막 두께가 얇다보니 빛을 반사해 잘 보이게 하는 유리알 가루가 빠져나가 휘도가 낮을 수밖에 없었다. 도로와 도료 사이를 잘 붙게 하는 프라이머(도막층을 만들 때 일반적으로 내식성과 부착성을 증가시키기 위해 칠하는 도료)를 쓰지 않아 도료가 떨어져 나가 지워진 곳도 있었다.

김형식 전북경찰청 교통조사계장은 “차선도색 공사 부실은 주민의 혈세를 편취하는 것도 부족해 차선이 잘 보이지 않아 교통사고를 유발, 시민의 생명과 안전과도 직결되는 중한 범죄”라며 “도내 타 시·군과 타 업체 등까지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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