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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감 2022 시민기자가 뛴다] 전주, 책의 도시로 제대로 브랜딩

 

‘문화&공감 2022 시민기자가 뛴다’는 전북지역 문화·예술계 전문가들이 문화 담론을 이끌어 나가는 공간입니다. 올해는 이지선 잘 익은 언어들 대표, 강석훈 국립무형유산원 학예사, 최지영 작가가 참여해 동네 책방 이야기, 무형문화유산 및 무형유산 전승자들의 살아온 삶,지역 작가 및 미술 전시 등의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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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늑하게 변신한 전주 금암도서관.

지금 이 글을 쓰는 곳은 아늑한 스탠드 조명과 편안한 원목의자, 얼마든지 쓸 수 있는 콘센트가 있는 금암도서관이다. 전망 좋은 카페 부럽지 않게 계단만 올라가면 전주시가 한눈에 보이는 옥상 뷰도 끝내준다. 책을 보다가, 공부를 하다가 잠시 허리를 펴기 위해 올라가서 탁 트인 하늘을 보면 울적한 기분도 사라질 듯하다. 어릴 적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올라와 자리싸움이 치열했던 답답한 도서관에서 공부했던 시절이 이제는 아득한 추억이 됐다. 

이렇듯 전주 도서관들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새롭게 리모델링을 통해 재탄생 된 도서관들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감탄사가 나온다. 전주 중심의 꽃심도서관부터 시청 로비를 도서관으로 바꾼 책기둥도서관, 그리고 삼천도서관, 완산도서관, 송천도서관, 금암도서관의 변신을 시작으로 학산시집도서관, 첫마중길여행자도서관, 다가여행자도서관까지 각기 다른 색을 가진 도서관들이 전주시 곳곳에 다채롭게 펼쳐진다. 곧 덕진공원 한가운데에는 한옥기둥이 멋스러운 검이불루도서관이 개관을 기다리고 있으며, 한옥도서관, 혁명도서관, 예술도서관들도 한옥마을 일대에 문을 열기 위해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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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한 전주 금암도서관 내부 전경.

전주시는 책이 삶이 되는 ‘책의 도시, 전주’를 슬로건으로 도서관 정비사업 외에 해마다 지역단독으로 ‘전주독서대전’을 진행하며 책의 도시로 가는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 지역서점들과의 상생을 위해 지난해 8월 17일부터는 도서관 회원인 전주시민들에게 책값의 20%를 할인해주는 ‘전주책사랑포인트 책쿵20’ 사업을 시행해 코로나 한파에도 지역의 동네서점을 찾는 발길을 이어지게 만들었다. 이는 지역의 책 생태계를 살리고 시민들의 만족도도 높은 정책이어서 지역서점들이 반색을 표하는 중이다. 

알고 보면 전주는 오래 전부터 이미 책의 도시였다. 책의 원재료인 한지를 만들고, 출판의 기틀을 마련한 완판본 서적들을 찍어낸 곳이 전주다. 또한 임진왜란 당시에도 조선왕조실록을 끝까지 지켜냈다. 전주혁신도시로 이전한 한국출판문화진흥원과 함께 더 나은 출판의 미래도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책의 도시로 가는 길을 좀 더 구체화하기 위해 ‘책의 도시 인문교육본부’를 만들고 ‘책의 도시 여행과’도 신설했다. 올해부터는 아마 전국 최초로 ‘도서관투어’를 기획하여 올 연말까지 매주 토요일 도서관해설사와 함께 △전주시청 책기둥도서관(전주시 책 생태계를 상징하는 큐레이션 도서관) △팔복예술공장 이팝나무그림책도서관(그림책 전문도서관) △학산숲속시집도서관(다양한 시를 접할 수 있는 시전문 도서관) △전주시립도서관‘꽃심’(책의도시 전주를 상징하는 전주시 대표도서관) △첫마중길여행자도서관(첫마중길을 지나는 여행자들의 쉼터가 되는 도서관)을 순회하고 있다. 책 공간이 살아있는 여행지로 바뀌는 순간이다. 

또한, 오는 5월에는 한 달간 제 1회 전주국제그림책도서전이 금암도서관을 기점으로 전주시립 도서관 곳곳에서 진행된다.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를 초청하고 원화를 전시하며, 동네책방들과도 협업을 통해 그림책 관련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책의 도시에서 펼쳐지는 도서전이 반갑고도 설렌다. 전주국제영화제팀과도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행사가 있을지 고민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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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가 한눈에 보이는 금암도서관 옥상 뷰.

앞으로 더 많은 출판인과 작가, 다양한 문화인들이 전주를 방문할 일이 잦아질 것이다. 

한옥마을 관광과 맛의 고장으로만 전주를 인식한 많은 이들에게 전주의 문화적인 면을 강조하고 책의 도시로써 갖는 위상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러기 위해선 전주를 ‘책의 도시’로 제대로 브랜딩하는 일이 중요하다. 도서관과 책방을 관광여행 상품으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책의 거리를 조성한다든지, 책 축제를 좀 더 다채롭게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모색한다든지 해서 다른 도시와는 질적으로 다른 차별화된 정책이 필요하다. 좀 더 확장된 문화인문도시의 개념으로 본다면 라이프스타일과 접목한 전주의 문화컨텐츠를 발굴하여 숙박부터 컨퍼런스시설 작게는 음식까지 책의 도시다운 재미난 조합을 생각해볼 수 있겠다. 

전주는 타지역에 비해 개성 있는 동네책방들이 꾸준히 버티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동네책방들이 개성을 잃지 않고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상생정책도 꾸준히 이어가야 할 것이다. 

혹자는 자본이 생성되는 산업이 아닌 도서관에 돈을 쓴다고 비판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책 읽는 성숙한 문화가 자리 잡은 도시들에는 외국관광객도 많다. 한옥마을만 보고 가는 관광객이 아니라 책방과 도서관을 둘러보기 위해 전주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코로나 팬데믹이 엔데믹이 되면서 곧 종식을 선언할 날도 기다려보며, 다시 여행을 맘껏 다닐 날을 손꼽아본다. 전주라는 작은 도시로 책 여행을 오고, 어딜 가든 책 관련 행사를 만날 수 있는 도시. 영국서점투어나 일본서점투어가 아닌 전주서점투어가 일상이 되는 그 시절을 상상해본다. 

백범 김구선생은 ‘나는 우리나라가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지 않으며,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라고 말했다.

전주시가 책을 통해 ‘높은 문화의 힘’을 지닌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 한 걸음을 뗐다면, 이를 지속하고 더욱 성장시키기 위한 뾰족한 정책과 브랜딩이 필요할 시점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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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잘 익은 언어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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