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잔재 이유로 사업비 1600만 원 들여 교체 작업
"조선시대 현판도 음각 많아" 도의회 업무처리 비판
일각선 "시급한 사안 아닌 것 같은데" 예산낭비 지적
"음각이 일제 잔재라고요? 조선시대 현판도 음각이 많았습니다."
제12대 전북도의회가 의회마크를 음각이라는 이유로 교체작업을 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전북도의회에 따르면 도의회는 이날 사업비 1600만 원을 투입해 청사 정면 외벽과 본회의장의 마크를 뜯어내고 새 마크로 교체한다. 이외에도 단상도 의회 마크를 바꾼다는 계획이다.
도의회는 이날 자료배포를 통해 "의회마크가 음각형태로 제작되어 있어 타 시도의 의회마크와 다르다"며 "일제 잔재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라며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의회마크 교체는 운영위원장인 김정수 의원(익산2)의 제안으로 추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도의회 내부에서는 2015년 제작된 현 마크를 계속 사용하자는 의견이 적지 않았으나 당시 김 의원이 교체를 제안했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김 의원은 "일본 의원들이 음각으로 된 배지를 사용하는 등 음각이 일제 잔재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대다수 의회 마크는 양각이다"면서 "우리가 일본을 따라할 필요가 있느냐. 그래서 교체를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음각이라고 해서 모두 일제 잔재는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단순한 마크 교체에 1000만 원대의 예산을 들이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전북대 모 교수는 "음각이면 모두 일제 잔재라는 발상 자체가 웃을 일이다. 조선시대 현판도 음각으로 되어 있는 게 많다"며 "의회가 오히려 국민의 입장에서 세금을 아껴써야 하는 것 아니냐"며 도의회의 업무처리를 비판했다. 그는 일례로 "과거 전북도의회에서 부안에 있는 김상만 가옥이 일제 잔재라고 해서 문화재 지정을 해제하자고 주장한 적이 있었다"며 "하지만 인촌 김성수와 김상만 가옥과는 관계가 없다. 오히려 인촌 김성수가 그 곳에서 우리나라 육영사업을 하겠다고 부친에게 지원을 해달라고 단식한 곳이다. 도의회가 자세히 알아보고 일을 처리해야 하는데 왜 그렇게 하는지 의아스럽다"고 꼬집었다.
교체작업을 지켜보던 한 시민은 "정부가 긴축재정을 하고 코로나19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에서 명분없이 혈세만 낭비하고 있다"며"시급한 사안도 아닌 것 같은 데 일제 잔재라는 이유로 교체작업을 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도의회 관계자는 "의회 마크가 낡고 오래됐고 조례상의 이미지와도 맞지 않아 교체하는 것" 이라며 "예산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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