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내부승진을 통해 33대 농촌진흥청장으로 취임한 이승돈 청장은 2026년을 ‘혁신과 성과의 해’로 규정했다. 기후위기와 고령화, 농촌소멸이라는 복합 위기 속에서 농업을 더 이상 보호의 대상이 아닌 국가전략 산업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이승돈 청장의 구상은 분명하다. 기술은 현장으로, 성과는 숫자로 증명하겠다는 것이다. 농업의 위기를 전환의 기회로 바꾸겠다는 그의 실험이 2026년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신년사에는 그가 그리고 있는 농업의 방향, 그리고 농촌진흥청의 역할이 비교적 선명하게 담겼다. 이 청장을 만나 2026년 농정 구상과 농업의 미래를 물었다.
-취임 이후 첫 신년을 맞았습니다. 2026년을 어떤 해로 규정했나요.
“2026년은 농촌진흥청에게 ‘혁신과 성과의 해’입니다. 농업·농촌은 이미 기후위기, 고령화, 인력 부족이라는 구조적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선언이나 계획만으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습니다. 현장에서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변화, 숫자로 증명되는 성과를 만들어야 할 시점입니다. 기술 혁신을 통해 농가소득을 높이고, 농작업 위험을 낮추며, 기술 보급 속도를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신년사에서 ‘현장 중심’을 여러 차례 강조했는데 그 이유는.
“농업 정책과 기술은 결국 현장에서 평가받습니다. 폭염이나 집중호우가 닥쳤을 때, 병해충이 확산될 때 농업인이 실제로 도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농촌진흥청의 역할은 연구실 성과를 쌓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농업인 안전, 생산비 절감, 수급 안정 같은 가장 절실한 과제를 우선순위에 두었습니다.”
-농업인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구체적인 변화가 있습니까.
“농작업 사고와 온열질환은 더 이상 개인의 부주의로 치부할 문제가 아닙니다. 데이터에 기반한 예방 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농작업 사고 원인을 분석해 맞춤형 대책을 마련하고, 웨어러블 근력보조장치 같은 안전·편이 장비를 현장에 보급합니다. 올해는 농작업안전관리자를 확대 배치하고, 폭염 취약계층을 위한 현장 밀착 안전 활동도 강화합니다. 농업이 위험한 직업이라는 인식을 바꾸는 것이 목표입니다.”
-고령화로 인한 일손 부족도 심각합니다. 해법이 있다면.
“밭농업 기계화가 핵심입니다. 마늘과 양파 등 주요 밭작물은 여전히 노동 강도가 높습니다. 파종부터 수확까지 전 과정을 기계화할 수 있도록 2027년까지 20종의 농기계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여성농업인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소형·경량 농기계 개발도 병행합니다. 기계화는 단순히 편의를 넘어 생산비 절감과 농업 지속가능성의 문제입니다.”
- 반복되고 있는 병해충과 농산물 수급 불안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기후변화로 병해충 발생 양상이 훨씬 복잡해졌습니다. 그래서 지역·상황별 선제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과수화상병은 발생 유형별로 관리하고, 벼멸구 같은 돌발 병해충은 주산지 중심 점검을 강화합니다. 여름 배추 수급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장기 저장 기술을 고도화하고, 재배지와 출하시기를 분산하는 기술도 현장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AI와 로봇을 농업에 접목하겠다고 했는데.
“AI와 로봇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농업 AI 에이전트를 고도화해 농업인의 의사결정을 돕고, 농림위성과 영상 정보를 활용해 재배면적과 출하량을 예측합니다. 과실 위치를 인식하는 기술, 돼지 도축 로봇 같은 농업로봇 원천기술도 확보해 나가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기술들이 현장에서 바로 쓰일 수 있도록 데이터 플랫폼과 서비스로 연결하는 것입니다.”
-기후적응형 농업과 탄소중립도 강조했는데.
“식량안보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상기상에 대응하는 품종 개발, 재해 조기경보 고도화는 기본입니다. 여기에 저메탄 벼 ‘감탄’ 확산, 질소비료 사용을 줄이는 기술, 가축 메탄 저감 사료 등 탄소중립 기술을 현장에 안착시키고자 합니다. 친환경 농업은 환경을 지키는 동시에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입니다.”
-청년농업인 육성에 대한 구상은.
“농업의 미래는 결국 사람입니다. 청년농업인이 정착하지 못하면 어떤 기술도 지속될 수 없습니다. 기초 영농부터 전문 기술까지 단계별 교육을 강화하고, 현장 연수와 기술창업 지원을 확대합니다. 청년농업인이 직접 참여하는 현장 자문단을 운영하고, 맞춤형 AI 서비스도 도입합니다. 농업이 ‘할 수밖에 없는 선택’이 아니라 ‘하고 싶은 직업’이 되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해외로 눈을 돌리는 K-농업 전략도 제시했는데.
“우리 농업기술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습니다. KOICA와 협업해 기후변화 대응 농촌공동체 사업을 추진하고, K-라이스 벨트 사업을 통해 종자와 재배 기술을 함께 수출합니다. 농기자재 패키지 수출, 프리미엄 신품종 중심 수출단지 육성도 병행합니다. 농업기술 수출은 농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끝으로 농업인과 국민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농업은 이제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떠받치는 전략 산업입니다. 농촌진흥청은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드는 데 모든 역량을 쏟겠습니다. 농업인과 국민의 목소리를 정책과 기술에 충실히 반영해, 위기 속에서도 희망을 말할 수 있는 농업을 만들어가겠습니다.”
△이승돈 청장은=연구현장서 행정 수장까지
이승돈 청장은 1967년 제주 출신으로, 서울대 농생물학과와 동 대학원 식물병리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5년 농촌진흥청 연구사로 임용된 이후 식물병리와 유해생물 분야 연구는 물론 연구정책·기획 업무를 두루 거쳤다.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생물부장과 원장을 역임하며 연구현장과 행정을 연결해 온 정통 ‘연구관료’로 평가받는다. 2025년 8월 제33대 농촌진흥청장으로 취임했다.
이승돈 청장은 “농업은 나라의 근간이자 생명산업이며 기후변화와 식량안보 위기 속에서 농업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 ”농촌진흥청은 AI 등 첨단기술을 농업과학기술에 전격적으로 융합해 농업을 미래 첨단산업으로 도약시키고, 농촌을 살고 싶은 공간으로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러면서 “전북 도민 여러분의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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