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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질 겹쳐 우려낸 ‘색의 깊은 맛’...유휴열 화백의 ‘중첩미학’

유휴열의 生·놀이-線과 色(선과색) 31일까지 유휴열미술관 
매년 12월 창작 현장 공개하는 소통전시로 수장고·제작과정 한눈에

22일 유휴열미술관에서 만난 유휴열 화백이 작품 ‘生·놀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은 기자

한 가지 재료만으로는 깊은 맛을 낼 수 없다. 밥과 나물, 각종 양념이 입안에서 어우러지고 씹힐 때 비로소 맛이 완성된다. 22일 전시장에서 만난 화가 유휴열의 캔버스도 마찬가지다. 물감으로 표면을 덮는 것이 아니라 수없는 붓질이 더해져 바닥에서부터 색을 우러나오게 한다. 그는 이것을 중첩의 미학이라고 부른다.

2025년을 마무리하며 준비한 전시 ‘유휴열의 生·놀이-線과 色(선과 색)’이 유휴열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매년 12월 한 해의 작업을 결산하며 작업실을 개방하는 오픈하우스 형식의 이번 전시는 한국적 미의식의 원형인 선과 깊이 있는 색을 탐구한 평면회화 20여 점을 선보인다.

‘유휴열의 生·놀이-線과 色(선과색)’ 전시장 모습/사진=박은 기자

전시 작품들은 작가의 인생관과 예술관이 집약된 결과물이다. 칠순을 넘긴 그는 자신의 작업 방향을 ‘단순화’로 정의했다. 구구절절한 설명 대신 기사의 핵심을 담는 첫 문장처럼 불필요한 장식은 걷어내고 그림의 본질만 남기겠다는 의도다. 단순함 속에서 작가가 찾아낸 한국의 정체성은 바로 ‘선(線)’이다. 대륙의 기질로 덩어리를 중시하는 중국이나 화려한 색채를 뽐내는 일본과 다르게 숱한 외세 침략 속에서도 끊어질 듯 이어져온 한국의 끈질긴 생명력을 선으로 형상화했다.

22일 유휴열미술관에서 만난 유휴열 화백이 작업 중인 작품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 사진=박은 기자
유휴열 ‘生·놀이’ /사진=박은 기자

실제 전시장 벽면에 걸린 작품들은 다랑논을 연상시키는 유기적인 선들이 주를 이룬다. 작가는 이에 대해 “자유롭게 흩어진 것 같지만 끈끈하게 연결되어 화면 안에서 조화를 이루는 관계를 표현했다”고 말했다. 특히 선만으로는 시각적으로 약해 보일 수 있어 캔버스 자체를 두껍게 제작해 부피감을 주거나 그림을 옆면까지 확장하는 등 입체적인 시도를 더했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난해한 현대미술을 대하는 관람객들에게 유휴열 작가는 “그냥 즐기라”는 명쾌한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가사를 모르는 팝송도 리듬을 타며 즐길 수 있듯이 미술도 작가의 의도를 분석하기보다는 시각적인 리듬과 색의 어울림을 느끼면 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갤러리 전시와 다르게 작가가 상주하며 창작의 현장을 공유한다는 점도 이번 전시의 묘미다. 관람객은 작가의 안내를 받아 수장고를 둘러보거나 색이 중첩되어 완성되는 생생한 제작 과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오는 31일까지 계속된다.

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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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휴열 #유휴열미술관 #생놀이 #선과색 #오픈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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