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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선운사, 동백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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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식 국가유산청 자연유산위원

“선운사에 가본 적이 있는지, 바람 불어 설운 날이 있나요. 동백꽃을 보신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 말이예요.”

나의 고향 고창 선운사의 동백나무는 1986년 송창식의 노래로 발표된 이래 동백꽃이 질 무렵이면 어김없이 생각난다. 한반도에서 동백나무의 북방한계는 대청도이지만, 내륙에서는 선운사가 가장 북쪽 자생지라는 점에서 식물지리학적 가치가 크다. 이러한 중요성을 인정하여 현재 국가유산청으로 개명한 당시의 문화재청은 1967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였다.

선운사 동백나무는 과거 사찰 보호를 위한 산불 방지나 요리 또는 어둠을 밝히기 위한 기름 채취를 목적으로 조성한 것으로 추정한다. 이와 함께 대청도, 강진 백련사, 서천 마량리, 거제 학동리, 광양 옥룡사 등의 동백나무숲도 모두 천연기념물로, 이들은 모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소로 꼽힌다.

선운사의 동백나무는 생육 형태에서도 특징을 보인다. 한 줄기로 곧게 자라기보다 여러 줄기로 갈라지는 관목형이 많아 낮고 빽빽한 숲을 이룬다. 꽃잎의 갈래 수도 다양성이 나타나 다섯 갈래와 여섯 갈래 형태가 주를 이루는 생태적 및 형태적 다양성을 나타낸다. 무엇보다 동백나무의 가장 큰 특징은 꽃이 지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꽃처럼 꽃잎이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꽃 전체가 통째로 떨어지는 낙화 방식은 매우 강렬하면서도 비장한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다.

동백나무는 만병초, 목련, 호랑가시나무와 함께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관상수로, 18세기 이후 서구에서도 널리 사랑받아 왔다. 또한 겨울에도 꽃을 피우는 생명력은 절개와 인내의 상징으로 문학과 예술에서 중요한 소재이기도 하다. 동백나무는 우리나라와 일본에 주로 분포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와 남·서해안 및 섬 지역을 중심으로 자생하며, 울릉도와 울산 춘도까지 분포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한국 동백나무는 특히 추위에 강하고 지역별 유전적 차이와 형태적 변이가 매우 뚜렷하다.

우리나라의 동백나무는 줄기 형태와 개화 시기에 따라 특징이 나뉜다. 거제의 지심도처럼 외줄기로 자라는 것이 있는가 하면 고창 선운사처럼 여러 줄기로 자라는 경우가 있다. 꽃 피는 계절도 여수의 오동도처럼 11월부터 피는 동백과 선운사처럼 봄에 피는 춘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동백나무의 숲으로는 동백나무로 가득 찬 거제 앞바다의 지심도이다. 울산 춘도의 동백나무 숲은 동해안에서 가장 북쪽에 자리 잡은 곳으로 유명하다. 한편, 고창 선운사처럼 여러 목적에 따라 인위적으로 심었다고 생각하는 서천 마량리, 광양 옥룡사지, 강진 백련사 또는 화엄사의 동백나무 숲도 매우 유명하다.

고창 선운사의 동백나무는 단순한 관상식물을 넘어 생태적·문화적 가치를 지닌 소중한 자연유산이다. 겨울에도 짙은 녹색 잎을 유지하며 꽃을 피우는 난온대 상록활엽수로서, 드문 계절 속에서 더욱 돋보이는 존재이다. 올봄에는 처연하면서도 낭만적인 정서를 간직한 고창 선운사 동백숲을 찾아, “나를 두고 가시려는 님아, 선운사 동백꽃 숲으로 와요”라는 노랫말처럼 그 아름다움을 직접 느껴보기를 권한다.

김용식 국가유산청 자연유산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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