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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공정을 근거로 발전해 가는 정치제도다.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말은 공정이 담보되기 때문에 가능하다. 원래 심판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지 않고 선수와 함께 뛴다면 더 기울어질 수 밖에 없다. 공정이 생명인 경선판에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후보 한테는 관대하고 그렇지 않은 후보에게는 기다렸다는 듯이 가차없이 원칙 운운하며 제명 처분한 것은 언어도단이다. 원칙과 상식을 정하는 잣대는 그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해야 옳다. 최근 민주당이 전북지사 경선 때 취한 일련의 조치는 안하무인격으로 오만함의 극치를 보여줬다. 30여년간 도민들이 민주당을 일방적으로 지지해준 결과가 예쁜놈은 떡 하나 더 주고 미운놈은 가차없이 제명시키는 이중잣대를 그대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상당수 도민들은 강선우 국회의원과 김경 서울시의원 1억 공천헌금 사건을 차단하려고 김관영 지사 대리운전비 사건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같은 맥락에서 즉각 처리해 도민들의 자존심을 짓밟아 버렸다. 민주당이 전광석화처럼 지난 1일 한밤중에 최고위원회를 소집해서 김 지사한테 제대로 소명기회도 안주고 만장일치로 제명 의결해 김지사 정치생명을 끊었다. 그 이면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로 있던 시기에 영입인재 1호로 복당된 김 지사가 지난해 당대표선거 때 정청래 보다 박찬대 쪽을 지지하고 올해 익산으로 이사온 김민석총리쪽을 감싸고 돌아 알게 모르게 눈 밖에 났던 것. 이와 반대로 도당위원장인 이원택의원은 당대표경선 때 정청래 쪽에 붙어 승리를 안겨줘 충성심을 보여줬다. 이 의원은 그 공로로 정 대표의 암묵적인 지원을 받아 지난해 추석 무렵 지사경선에 나서겠다고 출마의지를 밝혔다. 당시 도민들은 이의원 출마에 경륜이 부족하다며 부정적으로 봤고 차기정도나 출마해야 할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정 대표가 오는 8월 당 대표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전북지사를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과 이 의원측의 이해가 맞아 떨어져 출마를 강행했던 것. 이 의원은 그간 전북발전전략과 비전제시 보다는 오직 김 지사를 컷오프시키는데만 혈안이 된채 김 지사가 12.3계엄에 협조했다는 허위사실을 갖고 김 지사 지지기반을 흔들었다.당 공관위원회에서 김 지사가 컷 오프되지 않고 결국 안호영 이원택 3파전으로 가자 마침내 음모론이 풍기는 전주 효자동 한 음식점에서 김 지사가 청년당원들에게 대리운전비로 지원한 67만원을 사건발생 4개월만에 터뜨렸다. 문제는 김 지사가 한 여론조사에서 46%까지 치솟자 이의원측이 당황한 나머지 정치공학적으로 대리운전비를 문제 삼아 김 지사를 제명시켰지만 절차가 일방적이고 처벌이 과중했다는 것. 반면 이의원측이 지난해 11월 정읍 한 고깃집에서 같은청년당원을 대상으로 72만원 어치의 술 밥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고발된 사건을 당 윤리감찰단에서 봐주기식 조사로 면죄부를 준 게 문제의 핵심이다. 이 의원이 자신과 보좌관 밥값을 본인이 내고 자신이 요청한 모임이 아니라고 발뺌했지만 건배사와 함께 찍은 사진 등이 동영상과 카톡으로 남아 있고 부안 출신 비례대표인 김슬지의원이 도의회 상임위원장 카드로 45만원 그리고 자신카드로 결제한 사실이 결국 빼박이 되었다. 경선이 끝난후 안호영의원이 재감찰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기 때문에 당이 이를 무시하면 후폭풍이 훨씬 클 것이다. 민주당이 4년전에도 송하진 전지사를 뚜렷한 이유없이 컷오프시키는 등 자기들 맘대로 경선판을 쥐락펴락하면서 공깃돌 가지고 놀듯이 했기 때문에 도민들의 자존감 회복을 위해 총궐기해야 한다. 특히 이의원측이 끈덕지게 김지사를 내란동조 혐의로 물고 늘어져 이게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지면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전북도지사 경선이 막을 내렸으나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다. 한 마디로 망신만 떨고 끝났다. 덩달아 전북도민 또한 우스운 꼴이 되었다. 세 후보 간의 경선으로 출발했으나 한 후보는 제명당했고 또 한 후보는 경선 결과에 불복하고 있다. 박빙의 차이로 당선된 후보 역시 식비 대납 의혹과 계파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여기에 중심을 잡아야 할 전북도당위원장의 돌발 행동까지 겹쳐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또 다른 지역구 국회의원들 역시 공정하지 못한 행보로 구설수에 올랐다. 전북 정치권의 총체적인 허약성과 각자도생이 민낯을 드러냈다. 이번 사태의 첫 단추는 이원택 의원이 김관영 지사의 내란방조 혐의를 들고나오면서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이를 지지하는 도민들도 있지만 네거티브로 보고 뜬금없이 생각하는 도민들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김 지사가 지난해 11월 30일 술자리에서 청년당원과 기초의원 등에게 현금으로 대리 운전비를 건넨 게 화근이었다. 민주당 중앙당은 감찰과 함께 빛의 속도로 김 지사를 제명해 버렸다. 하지만 곧이어 이원택 의원 역시 비슷한 행위가 드러났다. 이번에 중앙당의 태도는 달랐다. 즉시 ‘혐의 없음’으로 결론을 내리고 경선을 진행시켰다. 안호영 의원은 이에 불복해 경선 무효와 ‘제3자 식비 대납’ 재감찰을 주장하며 중앙당 앞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평소 완주·전주 행정 통합 등 느린 행동을 보일 때와는 사뭇 다른 태도다. 안 의원의 농성장에는 비정청래계 의원들의 발걸음이 차례로 이어졌다.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명·청 대결’의 대리전이 벌어진 셈이다. 여기에 윤준병 전북도당위원장이 경솔한 행동을 했다. 윤 위원장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 의원의 단식 농성 소식을 공유하며 ‘49.5 : 50.5 통합이 걱정된다’는 문구를 게시했다. 이는 이번 경선의 최종 득표율이 1%의 초박빙이라는 뜻으로, 당규상 비공개가 원칙인데 이를 어겼다. 결국 이번 경선은 중앙당의 석연치 않은 개입과 전북의 인물 빈곤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경선은 끝났지만 재감찰 결과와 수사 진행, 무소속 출마 가능성 등 복합적인 변수가 얽혀있다. 민심도 둘로 쪼개졌다. 이렇게 될 경우 누가 돼도 영(令)이 서지 않고 정당성 시비도 끊이지 않을 개연성이 높다. 정치권과 도민들이 한발씩 물러나 이를 수습해 나가는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
우리나라는 남북 대치라는 특수한 안보 환경 속에서 매년 GDP의 약 2.5~2.8%를 국방비로 지출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성장한 방위산업은 최근 폴란드 수출 대박 등을 터뜨리며 ‘K-방산’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국가 수출동력이 되었다. 방산은 단순한 무기 제조를 넘어 첨단기술이 응집된 고난도 산업으로, 타 산업으로의 기술 파급효과가 막대하다. 그러나, 미래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방위산업의 이면에는 소수 대기업 중심의 폐쇄적 구조라는 해묵은 과제가 놓여 있다. 지난 10일 전북대학교에서 열린 ‘전북 지역 방산기업 간담회’에서 분출된 도내 기업들의 목소리는 이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도 복잡한 인증 절차와 과도한 행정 부담, 장기간 소요되는 사업 구조 탓에 중소기업의 진입 문턱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는 것이다. 현대 무기체계는 수만 개의 부품과 수천 개의 첨단 기술이 결합된 복합 시스템이다. 이러한 구조에서 특정 소수 기업에 공급망을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국가 안보 측면에서도 위험한 일이다. 특정 대기업의 생산 라인에 문제가 생기거나 공급망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무기 공급 체계 전체가 마비되어 전력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중소기업의 참여 확대는 산업육성을 넘어 국가 안보의 안정성을 높이는 필수 전략이다. 중소기업의 참여가 활발해질 때 핵심 부품의 국산화가 가속화되고, 대기업 중심의 경직된 납품 구조에서 오는 비효율과 불안 요소를 제거할 수 있다. 전북은 비록 방산 집적지로서 초기 단계이나, 탄소소재와 정밀기계, 농기계 등에서는 이미 탄탄한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어 방산으로의 확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의견수렴이 아니라 과감한 실행이다. 시제품 단계부터 중소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평가 기준을 유연하게 개선하고, 인증 절차의 합리화와 초기 실증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방위산업을 일부 대기업의 독점적 영역이 아닌, 혁신적 중소기업들이 공정하게 경쟁하고 공존하는 개방형 생태계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방위산업은 국가의 안전과 미래를 지탱하는 보루다. 더 많은 중소기업을 포용하는 것은 산업의 외연 확장을 넘어 국가적 책무다. 이번 전북에서의 논의가 낡은 방산 구조를 깨고, 진정한 의미의 ‘K-방산’ 경쟁력을 완성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선거의 계절이다. 그런데 정작 유권자는 보이지 않는다. 투표일이 다가오는데, 선택은 이미 다른 곳에서 끝나버렸다. ‘꾼의 시대’다. 세상은 선량한 대중이 아니라, 소수의 꾼에 의해 움직인다. 원래 ‘꾼’은 어떤 일을 자주 하거나 매우 능숙하게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부정적 뉘앙스가 짙어지고 있다. 능숙함보다는 교묘함, 상식과 정의보다는 전략과 술수가 먼저 떠오른다. 특정 분야에서 이 꾼들은 우리 사회 최상의 가치여야 할 ‘정의(正義)’마저 도구처럼 다룬다. 그들이 내세우는 정의는 보편적 기준이 아니다. ‘우리 편만의 정의’, 즉 ‘선택적 정의’다. 그래서 우리가 의심 없이 믿고 외쳐온 구호들마저 어쩌면 꾼들의 책상 위에서 치밀하게 짜인 ‘기획된 정의’였을지도 모른다. 선거판도 꾼들의 손에 넘어간 지 오래다. 패거리정치·계파정치가 고착된 우리 정치판에서 ‘꾼들의 선거’는 오히려 자연스럽다. 공천권을 무기로 세력을 키우려는 계파 수장과 판을 짜고 굴리는 꾼들, 또 그 판에 올라타 연명하려는 후보자들, 그리고 특정 후보에 빌붙어 ‘승리의 배당금’을 얻어내려는 지역 패거리들까지⋯. 이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선거판은 톱니바퀴처럼 돌아간다. 이렇게 판을 기획한 꾼들은 후보의 철학이나 정책에 집중하지 않는다. 주민의 목소리도 고려 대상이 아니다. 상식과 정의·진실과 같은 보편적 가치조차 쳐다보지 않는다. 오직 ‘어느 편인가’만이 중요하다. 그 결과는 선거 이후 선명하게 드러난다. 공조직 인사는 능력이 아니라 ‘누구 사람인가’에 따라 결정되고, 승자의 편에 선 패거리들에게는 ‘배당금’처럼 자리가 배분된다. 이번 선거에서도 이런 꾼들의 그림자가 곳곳서 포착된다. 임실과 무주·부안 등 전북지역 8개 시·군에서 민주당 기초단체장 예비후보들이 제기한 ‘경선 여론조사 조작’ 의혹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사안은 고발과 경찰 수사로 이어져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그래도 선거판의 주인은 유권자다. 한국 민주주의의 굴곡마다 변화와 진전을 만들어낸 주체는 언제나 시민, 곧 유권자였다. 그들도 이미 선거판에서 노련한 꾼이 돼 있다. ‘구경꾼’ 말이다. 판은 이미 짜여 있고, 유권자는 박수로 그 결과를 확인해주는 구경꾼 역할에 익숙해져 있다. 치밀하게 설계된 그들의 ‘판’에서 다수의 유권자는 주인이 아니다. 그저 결과를 확인하고 승인하는 수동적 존재에 불과하다. 후보를 고르는 과정에서 배제된 채, 이미 짜여진 선택지 앞에서 ‘최선’이 아닌 ‘차선’을 강요받는다. ‘선거 시계’가 더 빨라지고 있다. 유권자들에게 다시 묻고 싶다. 그들이 짜놓은 판을 졸졸 따라다니며 박수 치는 구경꾼으로 남을 텐가, 아니면 선거의 주인임을 자각해 소중한 권리를 되찾을 텐가. 정당의 경선과 공천은 결코 선거의 종착점이 아니다. 진정한 유권자의 시간은 이제부터다. / 김종표 논설위원
국립전주박물관에는 서예가 석전(石田) 황욱(黃旭, 1898-1993) 선생의 전시실이 있다. 박물관에 기증하신 선생의 유품을 전시한다. 전통 문화유산의 한 갈래로 ‘서예’라는 분야가 엄연하고 우리 문화를 이해하는 데 소홀히 할 수 없는 역사적 성취가 시대별로 있건만, 지필묵과 한문에서 멀어진 관람객들이 옛 글씨의 멋과 맛을 누리는 것은 쉽지 않다. 이해에 앞서 무언가 보이고 느껴져야 알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겠는가 싶은데, 서예는 유난히 낯설다. 눈앞에 벽이 있는 것 같다. 한데, 황욱 선생의 글씨는 좀 다르다. 석전 전시실은 어린이박물관과 함께 있어 가족 관람객의 발길이 가끔 닿는다. 젊은 부모와 아이가 선생의 글씨 앞으로 자연스럽게 걸어가 ‘신기하게’ 작품을 보며 글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대부분 글씨의 형태를 이야기하는데, 그만큼 개성 있는 글씨인 건가 싶어 눈여겨보곤 한다. 황욱 선생의 글씨는 ‘악필(握筆)’이라고 부르는, 흔하지 않은 붓 잡는 법에서 완성되었다. 네 손가락으로 붓대를 움켜쥐고 엄지로 위를 꾹 눌러 힘을 주고 팔을 움직여서 글씨를 쓴다. 힘 있는 서체를 위해 일부러 이렇게 쓴다고도 하나, 석전 선생의 악필법은 환갑 넘어 얻은 수전증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전북 고창에서 이재(頤齋) 황윤석(黃胤錫, 1729-1791)의 7세손으로 태어난 선생은 어려서부터 한학을 배우고 서예를 익혔다. 일찍이 뛰어난 필력을 인정받기도 했으나, 손떨림으로 점차 글씨 쓰는 것이 어려워지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악필법(握筆法)을 시도했다. 68세 무렵이었는데, 글씨와 시, 음률로 자오(自娛)했던 선생의 삶이 ‘서예가’의 일로(一路)에 들어선 것도 이때부터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오른손으로 악필법을 구사했으나, 이조차 어려워지자 87세 무렵부터는 왼손 악필법으로 마침내 자신의 서예 세계를 일구었다. 선생의 글씨는 수전증이 오기 전은 물론, 오른손 악필의 시기가 다르고 왼손 악필의 시기가 또 다르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붓 잡는 힘이 약해져 가는 노년의 세월, 매 순간 그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도전하고 도전했던 놀라운 시간이 글씨에 그대로 나타난다. ‘여든 살 밭 가는 늙은이 석전[八十畊叟 石田]’이라고 낙관을 쓴 팔십 대의 작품이 여러 점 있다. 수십 년 악필법의 시간이야말로 석전 선생 그 자신이었음을 드러내는 낙관이다. 하루하루 묵묵히 밭을 갈며 수확에 이르는 고된 시간을 기어이 내것으로 만드는, 서예가로서의 오직 한 길이 거기에 있다. 서론(書論)에 의하면 붓을 움켜쥐는 악필은 힘이 있어서 강직함을 보여야 하는 글이나 큰 글씨 등에 강점이 있다고 한다. 전북의 명소 곳곳에는 선생의 글씨로 된 현판이 많다. 만년에도 현판 크기 그대로의 큰 글씨를 쓰셨기에, 몇 시간 동안 팔이 아프도록 먹을 갈아드렸다는 기증자 가족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적당한 크기로 쓴 글씨를 확대하는 요령을 용납하지 않은 선생의 기개 또한 악필의 오묘한 법을 체득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서예의 매체인 붓을 쥐는 손이 떨린다는 것, 그것도 육십 노년에 이르러 만난 벽 앞에서 시작한 선생의 길은 아흔이 넘은 나이에 이르러, 타고난 재능을 칭송받던 젊은 날의 글씨보다도 더 또렷한 자신만의 세계를 이루었다. 어린이박물관에 온 아이들의 눈에도 그것이 보이나 보다.
관광객은 늘었다지만 지역은 여전히 쉽지않다. 외국인 관광객 2,000만 시대에도 한국 관광의 구조적 한계는 분명하다. 무엇보다 방한 관광객의 80% 이상이 수도권에 머무르면서 지역은 ‘경유지’에 머물고, 연관된 소비와 일자리도 수도권에 집중된다. 관광객을 유치하고도 소득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가 반복되는 이유다. 방문객 수 확대에 집중해온 정책은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 이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관광객이 아니라, 더 오래 머무르고 더 깊이 소비하는 구조로의 전환이다. 이러한 전환의 해법으로 ‘로코노미(loconomy)’가 주목된다. 로코노미는 지역의 문화와 생활 자산을 데이터와 플랫폼 기술로 연결해 경제적 가치로 전환하고, 소비와 소득이 지역 내부에서 순환하도록 만드는 구조다. 그러나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관광의 기획과 운영에 지역 주민과 로컬 사업자가 주체로 참여하고, 생산·소비·재투자가 지역 안에서 반복되는 구조가 함께 설계돼야 한다. 결국 문제는 관광객 수가 아니라 돈이 머무르지 않는 구조에 있다. AI 추천 시스템과 위치 기반 서비스는 관광객의 이동과 소비를 분석해 골목 상권으로 확산시키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개인 맞춤형 동선 설계와 실시간 혼잡도 관리, 재방문을 유도하는 콘텐츠 전략이 결합되면 관광은 단순 소비를 넘어 체류형 경험으로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민이 직접 만든 체험과 상품이 연결될 때 관광객은 소비자를 넘어 지역과 관계를 맺는 참여자로 바뀐다. 이 변화는 방문을 체류로, 체류를 정착으로 이어지게 한다. 전북은 이러한 전환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역이다. 전주 한옥마을과 군산 근대문화유산은 스토리 기반 체험으로 확장 가능한 자산이며, 김제 평야의 농촌체험은 관광과 생활을 연결하는 사례다. 특히 주민과 청년 창업자가 협업해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관광으로 확장하는 방식은 수익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고 지역 안에서 순환하는 구조를 만든다. ‘보는 관광’에서 ‘살아보는 경험’으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다. 지역 관광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이 방문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머물고, 어떻게 연결되느냐다. 주민과 지역 조직이 주도하는 구조가 형성될 때 청년 창업과 로컬 브랜드, 체험 콘텐츠가 유기적으로 결합하며 이는 인구 유입과 정착으로 이어진다. 관광은 더 이상 소비 산업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을 재생하는 기반이 된다. 물론 과제도 분명하다. 바가지 요금과 서비스 품질, 젠트리피케이션은 관광 신뢰를 훼손하는 요소다. AI 기반 가격 모니터링과 리뷰 분석, 다국어 안내와 디지털 결제 인프라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 동시에 관광 데이터와 수익이 외부 플랫폼에 집중되지 않고 지역으로 환류되는 구조 설계가 중요하다. 답은 분명하다. 기술과 지역성, 그리고 사람이 결합될 때 관광은 비로소 지속 가능한 산업이 된다. 골목의 이야기를 데이터와 플랫폼으로 연결하고 이를 주민이 주도하는 구조로 확장시킬 때 지역 경제는 다시 살아날 수 있다. 3,000만 관광 시대를 앞둔 지금, 골목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 AI와 로컬 생태계의 결합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전북은 지금 소멸의 벼랑 끝에 서 있다. 그런데도 정치는 움직이지 않는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들 간 경쟁은 치열하지만, 정작 정치의 본질이 무엇인지, 지금 전북에 필요한 리더십이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은 보이지 않는다. 완주–전주 통합은 또다시 무산됐다. 30년 전 전국이 도농통합을 통해 모두 행정 비효율을 정리했지만, 전주•완주만이 유일하게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생활권도, 경제권, 교육권도 이미 하나인 지역을 행정의 벽으로 갈라놓고 있는 현실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비정상이다. 더 답답한 것은 그 비정상을 바로잡아야 할 정치가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호남고속철도 노선 결정도 마찬가지다. 더 효율적인 대안이 있었음에도 결과는 절충과 타협의 산물에 머물렀다. 누구도 최선의 선택을 끝까지 밀어붙이지 않았고, 그 결과 전북은 백년대계를 놓쳤다. 결과는 이미 드러났다. 기대했던 역세권 개발은 지지부진하고, 전북 전체를 견인할 성장축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익산시 자체도 발전이 더디기만 하고 인구는 매년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KTX 노선이 논산~익산동부~김제동부를 잇는 직선축으로 결정됐다면, 익산역은 전주·완주·익산·김제의 중심 거점이 되어 전북 발전의 핵심축으로 기능했을 것이다. 역세권 개발과 광역생활권 형성을 통해 ‘4통8달’의 통합도시 기반을 만들고, 나아가 이재명정부의 ‘5극3특’ 국가균형발전 전략의 선도적 역할도 가능했을지 모른다. 그래서 더 아쉽다. 전북은 결정의 순간마다 미래를 향한 최선보다 현재의 이해관계에 발목이 잡혀왔다. 김제공항은 또 어떤가. 백산면에 부지까지 확보해 놓고도 20년째 방치되어 있다. 외부의 반대 때문이 아니었다. 내부의 분열이 발목을 잡았다. 지역 정치가 스스로 성장의 가능성을 접어버린 대표적 사례다. 지금 새만금공항 또한 진척되지 못한 채 소송전에 휘말려 있다. 이 역시 전북이 또 한 번 백년대계를 놓치고 있는 장면은 아닌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전북 정치는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지금 전북 정치가 보여주는 모습은 명확하다. 미래보다 현재에 매달리고, 도민 전체의 공익보다 특정 집단의 이익을 앞세운다. 갈등을 해결해야 할 정치가 오히려 갈등 뒤에 숨고, 결단해야 할 순간에는 침묵한다. 책임져야 할 자리에 있는 이들이 책임을 미루는 사이, 전북은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웃 전남•광주와는 너무 대비된다. 미래를 위한 결단과 단결하는 모습이 부럽기만 하다. 통합애기가 나온지 불과 몇달 안되었는데 벌써 통합시장 선출이 눈앞이고, 매년 5조씩 20조원이 지원될 예정이다. 국방부는 최근 광주 군공항 이전을 위한 법적 절차를 발표하였다. 일사천리다. 정치의 본질은 선택이다. 누군가는 양보가 필요하지만, 그 손해는 최소화해야 하며 모두의 포용성장을 추구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그 선택이 공동체 전체를 살리는 길이라면, 정치인은 과감히 결단해야 한다. 던질줄도 알아야 한다. 그것이 리더싶이다. 지금 전북 정치에는 그 최소한의 용기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전북의 미래는 없다. 소멸위기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정치는 소수 기득권의 방패가 아니다. 정치는 도민 전체의 삶을 위한 도구다. 이제 전북 정치는 답해야 한다. ‘누가 손해를 보지 않을 것인가’를 따질 것이 아니라, ‘전북 전체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그 질문에 끝내 답하지 못한다면, 지금의 전북 정치는 이미 존재 이유를 잃은 것이다.
오랜만에 맥주 한 잔 하려고 만난 친구는 잔뜩 화난 표정이었다. 퇴근길에 교차로 직진 우회전 차선에서 직진하려고 기다리는데, 뒤차가 ‘빵빵’거려 사이드미러로 보니 우회전 깜빡이를 켜고 있었다는 것이다. 미안한 마음에 우회전할 수 있도록 비켜줬는데, 하필 교차로에 있던 경찰에게 단속되어 범칙금을 물게 됐다고 한다. 친구는 자리에 앉자마자 맥주를 들이키며 “뒤차가 재촉해서 비켜준 건데 왜 나만 딱지를 끊어야 하느냐, 너무한 거 아니냐”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친구가 선의로 뒤차의 우회전을 돕고자 양보했을지라도, 경찰 입장에서는 명백한 법규 위반을 방치하기 어렵다. 즉, 아무리 좋은 의도였다 하더라도 정지선을 침범하는 행위는 도로교통법 제25조(교차로 통행방법 위반)에 해당하며, 이에 따라 4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될 수 있다. 만약 정지선을 넘어 횡단보도까지 침범한다면 도로교통법 제27조에 의거해 벌점 10점과 범칙금 6만 원이 부과될 수 있어 더욱 주의해야 한다. 벌점 40점 이상부터는 1점을 1일로 환산하여(예: 40점 시 40일 정지) 면허 정지 처분이 내려지며, 누적 벌점이 1년간 121점, 2년간 201점, 3년간 271점 이상일 경우 면허 취소 처분까지 가능하다. 반대로 뒤차가 급한 상황에서 우회전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경적을 한두 번 울리는 것은 허용될 수 있으나, 무분별하게 경적을 울려 양보를 강요하는 행위는 도로교통법 제49조 제1항 제8호에 따라 4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될 수 있다. 사안이 심각할 경우 난폭운전으로 간주되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도로교통법 제151조의2, 제46조의3). 이처럼 선의에서 비롯된 행동일지라도 교통법규를 위반했다면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특히 “앞차도 위반했는데 왜 나만 단속하느냐”는 식의 이른바 ‘불법의 평등’ 주장은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성숙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교통법규를 철저히 준수함으로써, 운전자 본인은 물론, 우리 모두의 안전을 지켜나가길 당부한다.
4년 전에 이어 이번에도 경쟁 없이 공천된 더불어민주당의 도의원 후보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지역의 정치 정서상 공천 자체가 사실상 당선을 보장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전북자치도당은 6.3지방선거 지방의원 후보자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명단을 전북도당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도의원 선거구는 단수 추천 12곳, 경선 지역 23곳 등 모두 35곳이 확정됐다. 시군의원 선거구는 총 68개 선거구에서 경선이 치러진다. 눈에 띄는 대목은 도의원 단수 추천이 12곳에 이른다는 점이다. 지역구 의석의 33%다. 전주 6명, 군산 2명, 완주 2명, 무주 고창 각각 1명 등 모두 12명이 경쟁 없이 공천장을 거머쥔 것이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도 도의원 22명(61%)이 무투표 당선돼 비판이 많았다. 선거의 핵심은 경쟁을 통한 선택이다. 그런데 당내 공천에 이같은 경쟁원리가 작동되지 않는다면 겉만 공천일뿐 실제로는 사천이다. 이런 독점적 구도 탓에 ‘들러리 서지 않겠다’며 아예 공천 신청 자체를 포기하는 분위기도 있다. 왜 이같은 단수 공천이 횡행하는가. 민주당의 독점적 정치질서가 형성돼 있는 데다, 특정인에 대한 일부 당협위원장의 묵시적 동조 때문일 것이다. 이런 행태라면 공천 거래 의혹을 살 수 있다. 1억원 수수사건의 당사자인 ‘강선우 국회의원-김경 서울시의원 공천거래설’은 현실로 드러났지 않은가. 전북에서 더불어민주당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이면에는 역기능과 부작용이 크다. 무투표 당선은 선거운동과 공약을 제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당원과 유권자 판단이 원천 봉쇄되는 것이다. 후보들의 역량과 도덕성, 공약과 정책을 판단하고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선거의 본령이다. 경쟁을 통한 차별적 판별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당원들의 선택권을 빼앗는 것이며 정치 소비자인 유권자들의 알권리를 차단하는 것이다. 공사 입찰도 단수 응찰이면 유찰시키지 않던가. 민주당은 경쟁원리가 차단된 공천의 역기능을 성찰하고 공정과 민주적 가치 실현을 위한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하길 바란다.
6‧3지방선거가 5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선거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 곳곳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이 잇따르며 공정선거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특히 ‘민주당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선거공식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전북에서는 민주당 경선 단계에서부터 혼탁‧과열양상이 빚어지면서 선거법 위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도민들의 관심을 모은 전북지사 경선에서는 김관영 현 지사와 이원택 의원이 잇따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되면서 선거판이 막판까지 요동쳤다. 또 민주당 기초단체장 후보 경선 과정에서는 임실과 무주‧부안 등 모두 8개 시·군에서 후보들이 경선 여론조사 조작 의혹을 제기했고, 이는 고발로 이어졌다. 그리고 경찰이 통신사 압수수색 등 본격 수사에 나서면서 이 문제가 경선을 넘어 지방선거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이밖에도 기부행위 등 선거법 위반 혐의 고발 사건이 곳곳에서 발생했다. 수사결과에 따라 추후 당선 무효 사유가 될 수도 있다. 수사기관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선거에서 과정의 공정성은 결과 못지않게 중요하다. 최근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을 바라보는 전북도민의 심정은 그야말로 참담하다. 지역정치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과정이 공정성 논란에 휘말리면서, 실망과 불신이 극에 달했다. 이는 특정 후보 개인이나 캠프의 문제를 넘어, 정당과 정치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실관계에 대한 철저한 규명이다. 동시에 정치권의 책임 있는 자세도 요구된다. 경선 과정에서 발생한 논란이 사실관계와 무관하게 확대·재생산되는 것을 경계해야 하겠지만, 반대로 문제 제기 자체를 외면하거나 축소해서도 안 된다. 선거 관련 사건은 무엇보다 사법기관의 신속한 대응이 요구된다. 수사가 늦어질 경우 이미 선거는 끝나버리고 유권자의 선택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남는다. 결국 사법 판단이 내려진 이후에도 정치적 혼란과 불신만 남게 될 수도 있다. 동시에 수사는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 객관적 증거 확보와 엄정한 법리 적용이 전제되지 않으면, 수사 결과 자체가 또 다른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에는 다른 나라에 없는 독특한 직접민주주의가 있다. 스위스 직접민주주의의 꽃은 ‘란츠게마인데’라고 불리는 정치축제인데, 이는 유권자 전원이 어떤 사안을 두고 직접 광장에 모여 손을 들어 찬반을 결정하는 주민총회다. 물론 이 광장의 직접민주주의는 실효성이 부족하고 비밀투표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으며 지금은 단 두 곳의 칸톤에서만 상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그렇다해도 스위스는 여전히 직접민주주의가 가장 강력하게 유지되고 있는 정치 선진국이다. 스위스는 현재 약 9백만명의 인구를 갖고 있는데, 중앙정부인 연방과 우리의 광역도 단위인 칸톤이 공동으로 매년 4차례 정도의 국민투표를 통해 연간 10~15개 내외의 주요 정책을 결정한다. 특히 직접민주주의를 실시하는 칸톤은 이 제도를 통해 불요불급한 재정지출과 채무를 억제하여 타 칸톤에 비해 5~15% 가량 생산성이 높고 공공지출도 획기적으로 감소했다고 한다. 국가적으로도 이 시스템은 강하게 작동하여 불필요한 재정지출을 최소화하고 있고, 그에 영향을 받아 스위스의 1인당 국민소득은 현재 약 12만달러 한화로 약 1억6천만원 정도에 이른다. 정치적으로는 시민사회와 지방분권을 강화하면서 정치적 다양성이 확대되어 군소정당의 성장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다. 물론 스위스 직접민주주의의 발전은 당연히 민주주의를 위한 부단한 투쟁의 결과다. 한국에서도 지난 수년 동안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다양한 토론이 시작되고 있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배경이 있는데 첫째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참여의지다. 특히 농촌지역의 군이나 면 단위에서 주민들이 직접 지역발전계획을 세우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또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광주시민들이 교육감 시민후보를 뽑기 위해 시민공천위원에 무려 3만5천명의 시민들이 참가비 5천원을 내고 참여한 사례는 우리 사회에 이제 직접민주주의의 조건과 상황이 무르익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두 번째는 지방자치제도와 행정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과 관련된다. 전북의 경우 대부분의 군지역들이 인구 3만명 내외의 인구과소지역이 된 상황에서 지금의 지방자치와 행정체제의 효율성을 한번 따져볼 때가 된 것은 아닐까. 세계적인 인터넷 강국이자 시민들의 디지털 리터러시가 높고 정치참여의 수준이 높은 나라에서 시민들이 지역의 주요 현안과 정책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기도 하고 방법도 얼마든지 있다. 지금까지 우리의 지방정치와 행정의 기본구조는 인구비례에 의한 대의민주주의로 한정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달라져있다. 지역의 인구는 감소하고 있지만 사회의 구성은 매우 다양하며 선진적이다. 특히 지금 막 은퇴를 시작하고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높은 교육수준과 사회참여의 열정, 적당한 경제력까지 갖춘 세대들이다. 이들을 비롯하여 지금 시민들의 관심사는 단순히 먹고 사는 문제에 머무르지 않는다. 지역의 위기를 경제와 인구 뿐만 아니라 기후환경과 생태, 에너지, 토지자원 등 다양한 영역으로 발전하고 있다. 시민들 개개인이 갖고 있는 에너지와 참여의 열정을 지역발전의 새로운 동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지방정치의 구조와 방식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인구 3만 내외의 작은 기초단체부터 부분적으로 직접민주주의의 방식을 도입하여 지역의 주요 현안을 스위스 칸톤에서처럼 주민투표로 결정하는 방식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물론 스위스 역시 모든 사안을 직접민주주의로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직접민주주의가 중앙정부와 정당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낮추고 지방자치와 분권으로 이어지는 것은 분명하다. 스위스 시스템의 핵심은 “의회는 초안을 작성할 뿐, 최종 승인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점이다.
임실군 오수면에는 천년의 시간을 넘어 오늘날까지 깊은 울림을 전하는 ‘주인을 구하고 죽은 개’ 이야기가 전해진다. 고려시대 문인 최자의 문집 <보한집(補閑集)>에 기록된 ‘오수의 견(獒樹犬)’ 설화가 바로 그것이다. 술에 취해 잠든 주인을 구하기 위해 불길에 자신의 몸을 던진 충견의 이야기는 단순한 미담을 넘어 생명과 생명 사이의 숭고한 유대감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주인 김개인은 반려견 앞에서 통곡하며 장례를 치렀고, 무덤에 꽂은 지팡이가 싹을 틔워 거목으로 자라나 ‘개 오(獒)’와 ‘나무 수(樹)’를 따 ‘오수(獒樹)’라는 지명이 탄생했다. 오수는 단순한 지역명이 아니라, 반려견의 의로움과 인간의 깊은 예우가 결합된 살아있는 역사이자 정신적 유산이다. 오수의견 설화는 오늘날에도 반려동물과 인간이 어떤 관계를 지향해야 하는지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오는 5월 1일부터 3일간 전북 임실군 오수면에서는 40여 년 전통의 의견문화제를 계승한 ‘2026 임실 N펫스타’가 열린다. 특히 이번 축제는 장소를 오수의견 관광지로 옮겨 진행함으로써 설화와 현실을 잇는 상징적 의미를 한층 강화했다. 오늘날 반려동물은 ‘애완’의 개념을 넘어 가족이자 삶의 동반자로 자리했고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2026 임실N 펫스타’는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함께 공감하는 복합문화축제로 확장되고 있다. 행사 기간에는 반려동물 토크쇼와 패션쇼를 비롯 펫박람회와 어질리티 경기대회는 물론 반려동물 한방센터와 행동교정 프로그램 등 다양한 체험이 마련됐다. 여기에 문화공연과 펫 산업 박람회 등 전시가 어우러지고 생명 존중과 책임 있는 반려문화 확산이라는 메시지도 함께 전달할 예정이다. 특히 오수의견 설화가 숨 쉬는 공간에서 열리는 이번 축제는 단순한 즐길 거리를 넘어 ‘왜 함께 살아야 하는가’의 의미를 되새기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오수는 ‘2026 임실 N 펫스타’를 기점으로 단순한 축제 공간을 넘어 반려동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계적 반려동물 문화의 중심지로 도약코자 한다. 2023년부터 2028년까지 추진되는‘세계 명견 테마랜드 조성사업’은 오수를 글로벌 반려 문화 관광지로 끌어올리는 핵심 사업이다. 세계명견 아트뮤지엄과 펫케이션 숙박시설 등이 조성돼 단순 방문을 넘어 체류형 관광이 가능한 기반이 마련된다. 또 올해부터 추진되는 ‘펫토피아 파크 명소화’ 사업은 교감과 체험관, 명견 돌봄관 등을 통해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함께 어우러지는 힐링공간으로 확장된다. ‘오수 반려누리’로 대표되는 반려동물지원센터와 학습센터·기숙사 건립은 교육과 복지를 동시에 강화하는 기반이다. 반려동물 문화 교육과 전문 인력 양성, 체험 프로그램이 결합되면서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반려 문화 교육 허브’로 자리하게 될 것이다. 산업적 기반 측면에서도 반려산업 특화형으로 조성된 오수 제2농공단지는 기업유치와 일자리 창출을 견인하고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반려스쿨과 반려하우스, 특화거리 조성 등으로 지역 전체가 하나의 ‘펫시티’로 변화되고 있다. 이와 함께, 오수개연구소 이전 신축과 동물보호센터 건립, 펫 추모공원 운영 등은 반려동물의 생애 전체 주기를 아우르는 복지시스템을 완성해 나가고 있다. 결국 오수의 미래는 천년 전 오수의 견 설화가 전한 ‘의로움과 사랑’의 가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 이를 산업과 관광, 교육 및 복지로 확장한 세계 유일의 반려동물 특화도시로 성장하는 것이다.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눈앞에 다가왔다. 후보들은 저마다 지역 발전을 약속하며 방송, 신문, 유튜브, SNS를 통해 자신을 알리며 시민의 선택을 앞두고 있다. 어지러운 선거 시장에서 시민은 어떤 기준으로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행정가 출신인가 정치인 출신인가. 하지만 중요한 것은 “누가 시대의 전환을 읽고 지역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가”이다. 전북과 전주는 조선 시대 전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문화와 경제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산업화 시대에 수도권과 경부 축 동남해안 공업지대 육성, 지역 차별 정치에 밀려, 오랜 시간 소외와 정체를 겪어왔다. 김대중 정부 이래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이름의 정책은 반복되었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도약할 기회는 제한적이었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 이재명 정부의 실사구시적 지역 정책 속에 다시 기회의 장이 열리고 있다. 이 중요한 전환기에 어떤 리더를 선택하느냐는 지역의 미래를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이다. 앞이 잘 안 보일 때 우리는 역사 속에서 답을 찾을 필요가 있다. 전북, 전주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는 단순한 무장이 아니었다. 그는 혼란한 고려 말 국제질서 변화와 내부 붕괴를 정확히 읽은 전략가였다. 원·명 교체라는 거대한 질서 변화 속에서 무모한 전쟁을 거부하고 위화도에서 회군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는 단순한 군사적 선택이 아니라 시대의 방향을 읽은 정치적 결단이었다. 급변하는 국제질서와 국가 현실을 무시하고 전쟁으로 자국민의 몰아넣은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반면교사이다. 그의 리더십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시대 변화를 읽는 통찰이다. 기존 질서에 매달리는 대신 새로운 질서를 준비했다. 둘째, 결단의 용기다. 리더는 결단하는 사람이다. 위화도 회군은 개인의 안위가 아닌 국가의 미래를 위한 선택이었다. 셋째, 적재 적소의 인재 등용이다. 그는 정도전, 조준, 윤소종 등 신진사대부 인재와 손을 잡고 새로운 국가 체제를 설계하고, 당대 최고 최대의 민생이었던 토지제도를 혁명적으로 개혁했다. 이는 단순한 권력 교체를 넘어 민본주의라는 새 나라 조선의 건국 이념의 정치, 경제, 문화적 실천이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그의 ‘공론정치’다. 태조는 건국 이후에도 다양한 의견을 수렴, 국정에 반영했다. 이는 오늘날 지역 정치와 행정에 요구되는 ‘참여와 소통의 리더십’과도 맞닿아 있다. 지금 전북과 전주에 필요한 리더 역시 다르지 않다. 단순히 예산을 따오는 행정형 인물이나 정치적 구호에 능한 인물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읽고 지역의 미래 산업과 문화 전략을 설계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AI 대전환, 인구감소, 수도권 집중, 청년 유출이라는 현실을 이겨낼 새로운 길을 만드는 리더가 필요하다. 선거는 인기 경쟁이 아니라 미래 선택이다. 태조 이성계가 그러했듯, 위기와 전환의 시대에는 과감한 결단과 새로운 질서를 설계할 수 있는 리더가 지역을 살린다. 전북과 전주의 미래 100년을 고민하고 실천할 리더가 절실하다.
민주당 전북도지사 경선 결과가 발표되었으나 공정성 문제로 승복하지 않아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경선에 나선 안호영 의원측은 9일부터 시작한 경선을 연기해 줄것을 요청했지만 당에서 들어주지 않았다면서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급기야 안 의원은 11일 경선이 불공정하게 진행되었다는 취지로 기자회견을 갖고 동시에 당 윤리심판원에 재조사와 당 선거관리위원회에 재심신청한 후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이처럼 도지사 경선을 놓고 민심이 뒤숭숭하게 된 배경은 민주당이 일관성 있게 공정한 잣대로 처리 않고 이중잣대로 차별적으로 처리한 탓이 결정적이다. 일각에서는 당 지도부가 자신의 입맛에 맞는 후보를 일찍부터 편들고 지원해 공정 경선을 기대하기 어려웠다면서 민주당의 오만이 낳은 결과라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 1일 밤 최고위원회를 긴급 소집해서 계속 여론조사상 40% 이상으로 1위를 달리던 김관영 지사를 청년당원들에게 전주시내 음식점에서 67만원의 대리운전비를 지원했다는 이유로 제명조치했다. 김 지사한테는 제대로 소명 기회도 안주고 기다렸다는 듯이 전광석화처럼 사형선고나 다름 없는 극단의 제명조치를 내렸다. 상당수 도민들은 경천동지할 극악무도한 일이 벌어졌다면서 그간 민주당을 지지해서 당을 오늘에 이르게 한 전북도민들을 깡그리 무시하고 자존심을 짓밟아 버렸다고 맹비난했다. 도민들은 6•3 지방선거에 나설 청년 당원들한테 김 지사가 음주운전을 하지 말라는 차원에서 준 돈을 마치 불법선거운동을 한 것처럼 터뜨린 것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는 것. 특히 지난해 11월 말로 4개월이나 지난 사건을 경선을 코앞에 두고 터뜨려 유력주자인 김 지 사를 낙마토록 한 것은 정치공작적 냄새가 다분하다면서 경찰이 납득이 갈 정도의 신속한 수사결과를 내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주권정부로 태어난 이재명 정부나 민주당이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받는 것도 공정에 대한 기대감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청래 대표가 당 윤리심판원을 통해 최고위원회에서 내린 결론을 보면 너무 상반되었다는 것이다. 김 지사 대리운전비 지원건은 즉각 당원권 제명이란 초강수를 둔 반면 이원택측이 거의 같은 시기에 같은 청년당원을 대상으로 정읍고깃집에서 음식값 술값 72만원을 대리지급한 것은 명백한 불법이지만 어물쩍 넘어갔다. 김슬지 도의원이 나중에 도의회 상임위원장 법인카드로 45만원을 결제하고 이 의원과 함께 찍은 사진이 증거로 남아 있는데도 경선을 연기 않고 강행한 것이 잘못이다. 동학의 후예인 도민들은 이런 식으로 자존심을 짓밟힐 수는 없다면서 처음부터 김 지사를 내란으로 몰아간 이 의원측을 당 지도부가 알게 모르게 두둔한 인상이 짙다고 지적했다. 아무튼 김 지사가 이원택 주장대로 특검 수사를 자진해서 받겠다고 하므로, 그 결과에 따라 강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아무 일도 없다 하여 내가 나에게서 너무 멀리 왔다는 느낌 내게서 멀어진 기억들이 떠오르는 저녁 아무렇지 않게 발을 떼지만 자신마저 숨길 수는 없고 아무렇지 않고 아무렇지 않아서 파고드는 기억들 내가 나에게서 너무 멀리 왔다는 느낌 지나온 날들이 뼈아픈 저녁 꽃그늘 아래서 씁니다. 와락, 피었다 지는 꽃처럼 올해 봄은 부고가 유난히 많습니다. 바람이 불면 꽃나무 가지는 몸을 떨며 하늘에 꽃잎을 날려 보냅니다. 꽃잎은 떨어지면 그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일상이 되풀이되겠지요. 시인은 ‘너무 멀리 떠난’ 기억의 자리를 떠올립니다. ‘파고드는 기억’은 사랑하던 사람과 함께한 시간의 자리가 아닐까요? 시인은 얼마 전 아버지를 여의었습니다. 전북문학의 큰어른이었던 이보영 문학평론가입니다. 꽃나무 아래서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발을 떼겠지만’, 문득 너무 멀리 떠나왔다는 생각에 주저앉는 날도 있겠지요. 봄날 저녁에 ‘아무렇지 않게 파고드는 기억으로 뼈 아파’할 시인에게 꽃자리가 있었음을 생각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박태건 시인
도민들이 혼란에 빠졌다. 전북지사 경선에 나섰던 김관영 현 지사를 비상징계라는 이름으로 초고속 제명했던 민주당 지도부가 식비 대납 의혹에 휩싸인 이원택 의원에 대해서는 무혐의 판단을 내리면서 공정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의 이 같은 ‘이중잣대’가 결국 ‘계파정치’와 ‘기획공천’에 대한 세간의 의혹을 스스로 확인한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민주당에 대한 도민들의 신뢰도 무너져 내리고 있다. 게다가 민주당의 판단과 별개로 이원택 의원은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다. 경찰이 공직선거법(제3자 기부행위) 위반 혐의로 고발된 이 의원과 그 측근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면서 향후 그 결과에 따라 경선 효력 논란 등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안호영 의원은 이 의원에 대한 재감찰을 요구하며 경선 불참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거듭된 파행과 혼란으로 경선이 깊은 수렁에 빠졌는데도 민주당은 경선 일정을 그대로 진행하고 있다. 도민들을 무시한 처사다. ‘민주당 공천은 곧 당선’인 선거 구도에서 민주당의 후보 경선은 사실상 전북의 선택,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일이다. 공직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것은 절차적 정당성과 도덕적 설득력이다. 지금의 경선은 이 두 가지 모두에서 의문을 사고 있다. 경선에 대한 신뢰가 크게 흔들렸고, 유권자들은 길을 잃었다. 이런 상황에서 경선을 그대로 강행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누가 도지사 후보로 선출되든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나온 결과’라는 의심을 피하기 힘들다. 이는 특정 후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당의 공천시스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공천을 받은 민주당 후보가 도지사로 당선되더라도 그 정당성과 권위를 인정받기 힘들 게 뻔하다. 또 경선과정에서 쌓인 앙금은 지역발전과 화합에 발목을 잡을 것이다. 이는 개인과 정당의 문제가 아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전북, 그리고 도민의 몫이 될 것이다.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신뢰다. 너무 늦은 것도 아니다. 아직 기회가 있다. 일단 경선 일정을 연기하고,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면서 절차의 공정성과 기준의 일관성을 회복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충분한 검증과 납득 가능한 룰이 마련된 이후에야 비로소 경쟁은 의미를 갖는다.
진안군 용담댐 주변 수변구역 일부가 20여 년 만에 해제되면서 지역사회에 새로운 활로가 열렸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최근 진안군 7개 읍·면, 32개 마을(1.251㎢)에 대한 수변구역 해제를 확정한 것은 장기간 재산권 침해를 견뎌온 주민들에게 가뭄의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 2001년 준공된 용담댐은 전북과 충청권에 하루 135만 톤의 용수를 공급하는 생명줄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수질 보전을 위해 설정된 광범위한 규제는 주민들에게 족쇄가 되었다. 진안군 전체 면적의 14.2%가 수변구역으로 묶이면서, 주민들은 건물 하나 마음대로 짓지 못하고 자기 땅조차 마음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아픔을 겪어 왔다. 음식점, 숙박시설, 공동주택 건립 등 기본적인 경제활동조차 막히면서 인구 유출과 지역 소멸 위기를 가속화하는 원인이 되었다. 이번 수변구역 해제로 마을에서는 이제 카페나 식당 등 생활밀착형 서비스업은 물론, 지역 특산물 가공시설 유치와 생태관광 사업 등을 추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는 단순히 규제가 풀린 것을 넘어, 침체했던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주민 소득 증대와 인구 유입을 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규제 완화가 자칫 수질 오염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용담호는 수백만 명의 식수원을 책임지는 예민한 공간이다. 개발이 확대될수록 오염 부하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해제의 전제 조건인 ‘하수처리 시스템의 완벽한 가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행정기관은 오염원 관리 기준을 더욱 정교하게 수립하고, 실시간 수질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해 하수처리 시설이 한 치의 오차 없이 운영되도록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 또한 행정기관은 개발 인허가 등의 과정에서부터 난개발을 지양하고 용담호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보존하면서도 가치를 창출하는 친환경 설계와 저영향 개발 기법 도입을 적극 유도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주민들 역시 수질 보전이 곧 지역의 경쟁력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을 위해 주체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 수변구역 해제는 끝이 아니라 ‘상생 발전’을 위한 새로운 시작이다. 수질 보전이라는 공익적 가치와 지역 개발이라는 생존권적 가치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전북도와 진안군이 몸소 증명해 보여야 한다. 이번 사례가 규제 합리화를 통한 지역 발전의 성공적인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
“역대 지방선거에서 이런 선거는 없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행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다. 특히 전북도지사 경선을 둘러싸고 터져나온 의혹들이 유권자들에게 혼란과 실망을 안기고 있다. 선거이후 지역사회의 갈등과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민주당 경선이 본선거 당락을 좌우하고, 중앙 권력 다툼의 손아귀에 놓인 지역 정치여건이 가져온 결과물이다. “김관영은 제명하고, 이원택은 감싸고? 민주당스럽습니다.” 청년 당원들에 대한 대리운전비 지급과 식사비용 제3자 대납 의혹으로 긴급감찰을 받은 김관영 지사와 이원택 의원에 대한 처분 결과를 평가한 국민의힘 전북도당의 논평 제목이다. 6.3 지방선거에 도지사 후보조차 내지 못할 정도인데다, 당내 분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국민의힘으로 부터 ‘민주당스럽다’는 말을 듣게됐다. 국민의힘의 논평은 차치하더라도 전북도지사 경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민주당의 처리 과정은 형평성과 공정성 논란을 부를 만하다. 이 의원의 ‘술·식사비 3자 대납 의혹’에 개인 혐의는 없다고 결론 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당권파와 비당권파 친명(친이재명)계인 이언주·강득구·황명선 최고위원간의 형평성을 둘러싼 설전이 있었다고 한다. 사실 지금까지 드러난 의혹과 논란, 그것들이 제기된 과정과 배경에 대한 궁금증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김관영 지사는 왜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식사 자리에서 대리운전비라고는 하지만 지갑이 아닌 비서가 가져온 돈봉투에서 현금을 꺼내줬을까, 돈봉투는 왜 가지고 다녔을까. 왜 청년 당원들에게 대리운전비를 준 뒤 4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그것도 경선을 코 앞에 둔 시점에서 그 현장이 폭로됐을까, CCTV 영상은 어떻게 세상에 공개됐을까. 식사 자리가 끝나기 전 식당을 나왔다는 이원택 의원과 청년 당원들의 기념사진은 언제 찍은 것일까, 비서관은 식사비 15만 원을 왜 현금으로 계산했을까, 음식값을 계산하는 장면은 CCTV에 남아있을까. 자리를 주선했다는 김슬지 도의원이 참석자들에게 음식값을 거뒀다는 장면은 CCTV에 남아있을까. 언론보도는 왜 경선 막바지에 나왔을까. 김 지사와의 식사 자리에 참석했던 청년 당원들은 대리운전비 지급과 반환 여부에 대해, 이 의원과의 식사 자리에 참석했던 청년 당원들은 단체 기념사진을 언제 찍은 것인지 왜 당당하게 밝히지 못하는 것일까. 김 지사와 이 의원은 제기된 의혹을 흑색선전과 정치공작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누가 흑색선전과 정치공작으로 김 지사와 이 의원을 주저앉히려 하는 것일까. 질문의 중요성을 강조한 아인슈타인은 “만약 나에게 세상을 구할 1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55분 동안 어떤 질문을 던질지 고민하고 나머지 5분 동안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겠다”는 말을 남겼다. 혼탁한 선거도 유권자들이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이 선명해지면 투표해야 할 후보의 얼굴도 선명해 질지 모른다.
청년을 둘러싼 담론은 오랫동안 개인의 노력과 선택을 중심에 놓아왔다. 스스로 길을 찾고, 경쟁력을 갖추고, 실패를 감당하라는 요구는 이제 너무 익숙하다. 그런데 이 구조 안에서 청년은 언제부터인가 혼자 버텨야 하는 존재로 설정되기 시작하였다. 실패는 개인의 책임이 되고, 고립은 개인의 성격이나 의지의 문제로 해석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우리는 언제부터 혼자가 되었을까. 청년들은 혼자가 되기를 선택한 경우보다, 혼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경우가 훨씬 많다. 관계는 느슨해졌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구조는 줄어들었다. 가족, 학교, 지역사회가 담당하던 역할은 점점 개인에게 이전되었고, 그 빈자리는 자기관리라는 것으로 채워졌다. 한국청소년연구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청년 10명 중 1명 이상(12.4%)이 고립감을 경험하고 있으며, 한국 청소년들의 사회적 고립 수준은 OECD 평균을 크게 웃돈다. 보건복지부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2023)에 따르면 청년 인구의 약 5%, 54만 명이 고립·은둔 상태에 있다. 이들 4명 중 1명은 10대 시절부터 고립을 경험하기 시작해 성인이 되어서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더 주목할 만한 수치는 은둔에서 벗어나려 했던 청년 중 58.8%가 재은둔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검찰청에서 조사 업무를 지원하며 목격했던 한 20대 초반 청년의 사례가 지금도 떠오른다.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 없었고, 연결될 수 있는 통로는 익명 앱뿐이었다. 그 앱을 통해 만난 남성으로부터 마약을 접했고, 중독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쳤지만 결국 그는 검찰청을 반복해서 드나들었다. 그에게 없었던 것은 의지가 아니었다. 중독 이전에 먼저 닿을 수 있는 공동체, 정체성의 숨기지 않아도 되는 연결의 공간이 없었던 것이다. 마약이 유일한 연결이었던 사람에게 그 연결을 끊으라고만 하는 것은 문을 막으면서 다른 문을 알려주지 않는 것과 같다. 많은 청년들이 그렇게 혼자 마약을 하다가 죽는다. 수사 기관을 반복해서 드나들다가, 어느 날 과다복용으로 끝나는 것이다. 청년 혼자 감당하는 대신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경로가 많아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한가. 나는 두 가지 방향을 생각한다. 하나는 법적 테두리 밖에서 작동하는 청년 자조모임이다. 마약 문제를 가진 청년에게 기존 제도는 처벌로 먼저 다가온다. 치료와 회복을 원하더라도 신분 노출의 두려움이 앞선다. 익명성이 보장되고, 판단 없이 경험을 나눌 수 있는 또래 공동체는 제도가 닿지 못하는 곳에서 연결을 만들 수 있다. 이미 알코올·도박 영역에서 자조모임의 효과는 충분히 검증되어 있다. 다른 하나는 디지털 치료제(DTx, Digital Therapeutics)다. 전통적인 치료 모델은 상담소에 직접 찾아가고, 이름을 밝히고, 시간을 정해 예약해야 한다. 고립된 청년에게 이 과정은 너무 높은 문턱이다. 반면 디지털 치료제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익명으로 각자의 속도로 접근할 수 있다. 공감형 AI를 활용한 심리 상담 모델은 이미 은둔 청년 지원 분야에서 실험되고 있다. 혼자가 된다는 것은 어려움이 생겼을 때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연결 통로가 사라졌다는 의미이다. 마약으로 고립된 청년에게 실패했을 때 필요한 것은 처벌 이전에 돌아올 것이다. 판단 없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이다. /전 마약수사관·우석대 약학도
“대학은 정답을 외우는 곳이 아니라 ‘왜’를 묻는 곳입니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에 의문을 품고 나만의 질문을 붙잡고 끝까지 파고들 때 여러분은 비로소 진짜 성장의 문을 열게 될 것입니다.” 지난달 3일 열렸던 목원대 2026학년도 입학식에서 신입생들에게 전한 당부다. 이 말은 질문하는 힘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조언인 동시에 인공지능(AI)이 일상이 된 시대에 대학이 끝까지 붙들어야 할 교육의 본질을 보여주는 메시지였다. 현재 정보를 얻고 해답에 이르는 속도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졌다. AI는 방대한 데이터에 접근해 이를 분석하고 필요한 답을 빠르게 내놓는다. 그러나 이런 시대일수록 더 중요한 것은 질문하는 힘이다. 무엇이 옳고 더 중요한지, 무엇을 위해 기술을 써야 하는지 스스로 묻지 못한다면 많은 정보를 쥐고도 방향을 잃게 된다. 그래서 대학은 답을 찾는 방법을 전달하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세우고 끝까지 탐구하는 힘을 길러주는 곳이어야 한다. 이 점을 깊이 새기게 한 것은 독일 유학 시절의 경험이었다. 1990년대 독일 베를린훔볼트대학교에서 공부하던 시절 베를린은 장벽 붕괴 이후 큰 변화를 온몸으로 겪고 있었다. 익숙한 질서는 무너졌고, 사회는 새로운 기준을 세우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먼저 질문했다. ‘왜 이 체제가 무너졌는가’, ‘어떤 사회를 다시 세워야 하는가’, ‘자유와 책임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이런 물음들은 강의실 안에만 머물지 않았다. 사회를 이해하는 틀이 됐고, 공동체의 미래를 설계하는 출발점이 됐다. 그 현장은 학문의 본질도 다시 보여줬다. 학문은 이미 정리된 결론을 따라가는 일이 아니라 당연하다고 믿어온 전제를 다시 묻는 데서 시작했다. 질문이 깊어질수록 토론은 치열했고, 서로 다른 생각은 갈등이 아니라 더 나은 기준을 찾아가는 과정이 됐다. AI 시대의 대학도 다르지 않다. 이제 중요한 것은 정보를 얼마나 많이 아느냐가 아니다. 그 정보가 맞는지 가려내고 맥락 속에서 해석하며 사회를 위해 책임 있게 쓸 수 있느냐다. 기술은 더 빨라지고 정교해질 것이다. 하지만 그 기술에 방향을 부여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다른 전공과 협력하며 인간의 존엄과 공동체의 가치를 놓지 않는 힘은 그래서 더 중요하다. 이제 대학은 기존 교육의 성과를 토대로 배움의 지평을 더 넓혀야 한다. 학생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질문을 끝까지 밀고 갈 수 있는 탐구 문화를 만들어줘야 한다. 정해진 답을 빨리 찾는 능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낯선 문제 앞에서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법을 탐색하고, 마침내 실행해 보는 태도가 중요하다. 미래 인재를 가르는 기준도 여기에 있다. 목원대가 추진하는 변화도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 현재 AI와 SW를 대학 교육의 중심축으로 삼아 체질 개선에 나서면서 오랫동안 강점으로 키워온 문화·예술 역량을 ‘실감형 콘텐츠’라는 미래 산업의 언어로 다시 번역했다. 또 AI 융합 교육의 컨트롤타워인 ‘AISW융합대학’을 신설해 전문적인 기술교육 체계를 구축했다. 공학계열뿐 아니라 인문·사회·예술전공 학생들에게도 각자의 분야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배움의 문을 넓혔다. 목원대는 AI·SW 교육을 넓혀가면서도 목표를 기술 습득 자체에만 두지 않고, 강의실에서 배운 내용을 스스로 지역사회의 문제와 연결하고 해법을 찾아가는 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좋은 대학은 정답을 대신 말해주는 대학이 아니라 더 깊은 질문을 품게 하는 대학이다. ‘무엇이 옳은가’, ‘무엇에 더 큰 가치를 둬야 하는가’, ‘무엇을 위해 기술을 써야 하는가’. 이 질문을 끝까지 붙들 때 배움은 단순한 지식의 축적을 넘어 삶의 힘이 된다. AI 시대에 정답은 기술이 더 빨리 찾아줄 수 있다. 그러나 미래의 방향은 끝내 질문하는 사람이 결정한다.
민주당 압승, 전북 대전환 계기 만들어야
실버들 아래로 - 김영춘
농어촌 살리는 기본소득 추가 선정, ‘준비된 지역’이 되어야
‘수기(修己)’의 서화로 본말이 바로 서는 시대 구현
유튜버 사회문제, 벗어나는 길
막 오른 민주당 전대
선거사범 수사·재판, 신속하고 엄정하게
장항선-백연숙
전북은행장, 지역이해도 높은 내부 발탁을
김장의 문화적 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