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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향사랑기부제 체험기

차를 타고 라디오를 듣다 보면 심심찮게 유명인사들의 고향사랑기부제 관련 광고를 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일본의 고향세를 모티브로 만든 기부제도다. 우리나라에서 시행하는 고향사랑기부제는 주민등록상의 거주지를 제외한 지역에 기부를 하게 되면 기부자는 해당 기부금의 30% 범위 내의 답례품을 받을 수 있고, 연말 정산시 세액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는 기부제다. 아직은 활성화 되지 않았기에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지는 잘 모르지만 고향사랑기부제가 지역경제에 좋은 영향을 주기를 바라고 있다. 나 또한 좋은 제도라고 생각을 하며, 고향사랑기부를 하기 위해 고향사랑기부제 홈페이지 고향사랑e음에 들어갔다. 기부도 기부지만 아마 기부자 최대의 관심사는 답례품목일 것이다. 지자체마다 어떤 답례품을 제공하고 있는지 검색해보았다. 이것저것 살펴본 후에 그래도 전라북도 내에 기부하자는 마음으로 전라북도 시·군 중 한 곳에 기부를 했다. 지자체들이 제공하는 답례품에는 체험권도 있고 지역상품권도 있지만 매우 적은 숫자였고, 가장 많은 분야는 농축산물과 가공식품 종류였다. 나는 고향사랑기부 답례품목들을 살펴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우리 지역만큼 농축산물과 가공식품에 특화 되어있는 지역은 없다’고 생각했다. 특히 지역 내에 국가식품클러스터가 있다는 것이 큰 강점이다. 국가식품클러스터에 입주한 기업에서 다양한 식품 관련 상품들이 개발되고 있다. 그리고 국가식품클러스터에 입주한 청년 기업들도 있기 때문에, 입주기업 상품들을 지역에서 답례품으로 이용한다면 일석이조의 효과라고 생각을 했다. 실제로 익산의 경우 입주기업 상품이 답례품으로 선정이 되어 납품되고 있다. 국가식품클러스터 입주 기업들의 활성화를 위해서 지금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겠지만 각 지자체와 특히,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입주업체들이 기부자들의 욕구에 맞는 답례품 개발을 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고향사랑기부제로 모인 기부금을 사용할 수 있는 분야가 정해져 있는데 사회적 취약계층의 지원 및 청소년의 육성·보호와 지역 주민의 문화·예술·보건 등의 증진과 시민참여, 자원봉사 등 지역공동체 활성화 지원, 그 밖에 주민의 복리 증진에 필요한 사업의 추진을 위해서 사용할 수 있다. 지금은 아직 채 1년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기부금을 어디에 사용해야할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향후 지자체에서 기부금을 사용했을 때 기부한 기부자들에게 어디에 사용이 되었는지 결과를 회신하는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 지금의 기부자들은 자신의 기부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어떤 결과를 내었는지 궁금해 하고 확인하고 싶어 한다. 이는 기부금의 투명성과도 연결이 되어있으며, 투명성은 지속적인 기부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한다. 나도 고향사랑기부를 할 때 막연히 좋은 곳에 쓰이겠지 하고 기부를 했지만 후에 내 기부금이 어떤 좋은 결과를 냈지는 알게 된다면 더 큰 보람과 지속적인 기부지역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아직 고향사랑기부제가 헤쳐나가야 할 일이 많다. 홈페이지 기부시스템의 불편함을 해결해야하고, 답례품으로 인한 지역 쏠림현상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으니 서로 머리를 맞대어 해결해나가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의 견인역할을 하는 고향사랑기부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최준호 원광대 사회적경제연구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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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01 17:29

도시농업으로 일궈가는 마을 공동체

다양한 가치 창출과 발전·성장을 위해 6차 산업이 강조되고 있는 현재, 농업은 농촌지역뿐만 아니라 도시에서도 곳곳의 공간을 활용하여 농사를 지으며 건강과 더욱 안전한 먹거리를 원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토대로 변화하고 있다. 6차 산업의 일환인 도시농업은 도시와 농업의 합성어이다. 도시에서 1차 산업인 농산물 재배를 시작으로 가공과 유통 그리고 서비스, 체험 등을 개발하며 이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한다. 도시에서 능동적으로 기존 휴식 공간을 공동 텃밭 등으로 만들어 공동의 작물을 재배하고, 아파트·사무실 자투리 공간을 가꾸며 과거 대부분 농촌에서만 이뤄졌던 농업이 이제는 도심 속에서 다채롭게 진행되고 있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신복마을도 주민들과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매입한 마을의 공간을 활용하여 도시농업을 진행하고 있다. 주민들과 서로 소통함을 기반으로 공동의 공간을 디자인하고 텃밭을 조성하였다. 궁극적으로는 정서적 안정과 공동체 문화 형성을 통해 마을경쟁력 재생을 하고자 한다. 2021년, 농업에서 가장 기본적인 작물 심기를 시작으로 2022년에는 작물 외에 미래먹거리로 부상한 곤충 사육을 경험해 보았다. 주민들이 직접 관리하는 방법을 배워 전문가와 함께 마을에서 직접 기르고 가공하는 과정을 진행하였다. 올해는 농업에 필요한 물품들을 직접 제작하고, 그 물품들을 활용하여 조별로 텃밭을 개간·재배하는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마을잔치를 통해 재배되는 작물을 음식으로 만들어 주민들과 나누려고 한다. 이러한 시간을 통해 현재 도시농업을 함께하고 있는 주민을 시작으로 더 많은 마을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홍보하고 소통의 장을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그 전에 주민들간의 함께 할 수 있는 게 없었는데, 옆 집에 누가 사는지 몰랐었는데 이런 활동을 통해 친밀감도 생기고 함께 가꾸는 즐거움이 있어”, “마을에서 모르는 사람과 새롭게 대화도 해 볼 수 있고, 당번이 있어서 일거리도 생기고, 책임감도 생기는 것 같아” 평소 집 앞마당에 하나씩 작은 텃밭을 가꾸어 농업이라는 콘텐츠가 일상 중 하나로 어색함이 없는 주민들은 마을 공동의 공간에서 함께 키우는 작물들 덕분에 책임감과 일궈내는 재미가 생겨 공간을 더욱 자주 방문하게 된다고 했다. 물론 진행하는 과정에는 이상과 현실 사이, 어려움도 있지만 연차별 과정이 마을에 테스트 베드가 되어 우리 마을만의 도시농업 콘텐츠를 만드는데 자양분이 될 것이다. “이 많은 걸 어떻게 혼자 먹어, 동네 사람들이랑 같이 나눠먹어야지” 키우는 수고로움에도 자연스레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이 움트는 걸 보며, 이런 따뜻한 마음이 신복마을 도시농업이 주는 긍정적인 영향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였다. 우리는 앞으로 마을에 지어질 도시농업 발전소을 염두하고 마을에서 주민들이 향후 자생할 수 있는 콘텐츠를 찾기 위해 준비하고 실행하고 있다. 마을을 가꾸어 나가는 과정의 아름다움과 나누는 정을 시작으로 서로가 서로를 이끌어주며 시작은 미미할 수 있으나 조화로운 마을 공동체로 성장 되기를 바란다. /박주연 팔복도시재생지원센터 선임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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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25 16:52

사회적농업의 현장, “모두 다 꽃이야!”

한적한 시골길, 하얀 데이지꽃이 바람결을 따라 하늘거리며 반겨주고 너른 잔디밭이 펼쳐진 곳, 간혹 들려오는 풍경소리와 산새 소리를 듣고 있다 보면 복잡한 마음이 평온해지고 그저 가만히 서 있는 스스로를 볼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 있다. 익산시 낭산면에 위치한 연화산방이라는 교육농장이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머리를 정갈하게 쪽지어 올리신 모습의 대표님은 자신을 머슴이라 지칭하신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호칭이라 의아스러웠으나 이내 곧 왜 그런지 알게 되었다. 익산의 청년농촌활동가로 활동 중인 필자는 장애인이나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사회적농업 활성화지원사업을 운영 중인 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연화산방을 드나들기 시작했는데 첫 만남에서의 대표님은 말 그대로 차 교육을 하시는 원장님으로 차분하고 조용한 어투에 조금만 대화하면 저절로 집중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으신 분이었다. 도시 사람과 시골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꿈꾸며 지난 20여 년간 10월 초만 되면 향기로운 가을 찻자리라는 행사를 운영해오셨으며 2021년 익산시특수교육지원청과 연계하여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더 많은 장애인이나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사회적농업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본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여기서 사회적농업이란 농업의 공익적인 역할을 바탕으로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며 돌봄이나 교육, 일자리를 통해 사회 참여기회를 제공하여 정서적인 안정을 도모해주기 위한 활동을 말한다. 발달장애 시설 이용자 대상으로 프로그램 운영하는 날. 야외 교육장에서 장화와 펑퍼짐한 일바지, 챙 넓은 모자를 쓰고 땀을 뻘뻘 흘리시며 교육장 정리하다가 해맑게 반겨주시는 모습에 왜 자신을 머슴이라 하셨는지 이해가 되었다. 곧 시설에서 차량이 도착했고 각기 다른 장애를 가지신 분들께서 인솔자에 의해 교육장으로 들어오셨다. 더러는 소리도 지르시고 걸음이 어색한 분도 계셨으며 전동휠체어를 타고 있는 분도 계셨다. 10여 명 되는 장애인들과 서로 공손히 인사를 하고 기분을 물어보자 너나 할 것 없이 너무 좋다고 한다. 농장 주변을 찬찬히 산책하며 피어있는 꽃을 만나고 나무들을 만나면서 걸으니 활동하기 위한 텃밭이 나온다. 장애인분들이 앞으로 직접 가꾸어갈 텃밭이다. 느리지만 안내에 따라 풀도 뽑고 다음에 와서 작물을 심을 준비를 하기 위해 새로운 흙도 채워 넣는다. 앞으로 이곳에 심을 작물이 무엇이 좋을지 같이 고민도 하며 대화하는데 이미 수확이라도 한 듯 넉넉한 표정에 필자는 왠지 모르게 순간 뭉클해지기도 했다. 다음 교육 진행을 위해 이동하다 보니 향긋한 꽃향기가 바람을 따라 코끝을 스치는데 그 순간 이동 중이던 분들을 멈춰 세우고 눈을 감도록 했다. 눈을 감자 장애인분들은 동시에 탄성을 부르며 아카시아 향기에 집중하게 되었고 이내 더욱 집중하자 새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장애인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이러한 꿈같은 순간이 필요하리라 생각해봤다.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화려하고 소란스러운 이 시대에 이렇게 잠깐이나마 눈감고 차분히 돌아볼 시간을 얼마나 갖고 살아갈까. 마지막은 어버이날을 맞아 카네이션 화분도 만들며 작은 팻말에 마음을 담는 시간을 가졌는데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건강하세요” 등등 사랑으로 넘쳐났다.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이곳에 함께 있는 순간. 산에 피나 들에 피나, 이 순간 우린 모두 다 꽃이었다. /박넝쿨 농촌기업브랜드 신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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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18 16:41

한 끼의 가치

밖에서 사먹는 밥 한 끼의 가격이 만원을 넘는 것이 놀랍지 않은 요즘이다. 월급 빼고 다 오르는 고물가 시대에 밥값이라고 안 오를리 없다지만 사회생활을 하며 매일 한 끼는 꼭 밖에서 사먹어야 하는 입장에서는 부담이 아닐 수가 없다. 그렇다고 마냥 끼니를 거르기에는 남은 하루, 해야할 일들이 걱정이다. 식사는 단지 밥 한 공기, 국밥 한 그릇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냥 ‘먹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오늘 하루, 이번 달, 올해를 힘차게 살아갈 동력이 된다. 얼마전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전국의 대학교를 대상으로 ‘천원의 아침밥’이라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2017년 처음 시행된 이 사업은 학생들이 천원으로 학생식당에서 아침을 사먹을 수 있도록 정부와 대학이 나머지 비용을 부담해 준다고 한다.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학생들은 편의점 삼각김밥 한 개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양질의 식사를 할 수 있고, 농식품부에서는 쌀 소비를 촉진한다는 장점이 있는 여러모로 공감이 가는 사업이다. 그런데 기사를 보다보니 의문이 생겼다. 의미가 있는 사업이고, 학생들의 호응도 높은 사업이라 하는데 여기에 참여하는 대학은 전국에 41곳이 전부였다. 그리고 올해 두 배로 확대했다는 예산은 15억8800만원으로 정부에서 전국단위로 공모하는 사업임을 감안했을 때 예상보다 크지 않아 보였다. 그리고 그 이유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대학에서 짊어져야 할 부담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학생과 정부가 각각 천 원씩을 부담하고, 나머지 비용은 대학에서 부담을 한다. 요즘 물가를 고려했을 때 대학은 학생 1인당 천원 이상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대학 학생식당은 외주로 운영되기 때문에 대학과 외주업체 간의 협의도 이루어져야 한다. 결국은 사업에 참여 신청해야 하는 주체인 대학의 적극적인 의지가 없이는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에서는 이 사업에 대해 MZ세대의 표심을 사기 위한 ‘값싼 포퓰리즘 정책’이라고도 말한다. 필자 역시 이 사업의 가성비와 한계에 대해 이해한다. 하지만 고학하는 청년들의 값진 한 끼를 천원짜리 선심성 사업의 산물이라고 치부해 버린다면 너무 슬픈 일이다. 비슷하지만 다른 예로 ‘십시일밥’이라는 비영리민간단체가 있다. 2014년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이 단체는 청년빈곤문제 해결을 위해 ‘식사지원사업’ 및 ‘생필품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의 사업은 아주 간단한 구조로 시작됐다. 공강시간 한 시간 동안 학생식당에서 봉사를 하고 그 값 만큼 식권을 받는다. 그리고 그 식권을 필요한 학우에게 기부한다. 운영구조는 간단하지만 문제의 당사자들이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은 무척 특별하다. 위의 두 가지 사례를 보며 한 끼의 가치에 대해 고민했다. 어떤 한 끼는 값싼 포퓰리즘 정책의 산물로 폄하 되고, 또 어떤 한 끼는 지속적이고 확산되어야 할 사회적 활동의 결과물로 인정받는걸까. 결국은 당사자로서의 고민과 실천 여부가 중요할 것이다. 누군가 선심쓰듯 베푸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우리가 실천을 통해 내놓는 해답. 누구도 폄하하지 못할 가치는 여기서 나오는 것일 것이다. 이것은 밥 먹는 것 외에도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던 똑같다. ‘당사자’라는 말이 익숙치 않은 필자는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생각했다. 당사자로서 나서는 것을 망설이지 말자고. /장보람 전 완주문화도시지원센터 공유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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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11 15:22

뽀로로와 펭수는 과연 남극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까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 초등학생 때 학교에서 선생님이 방학숙제로 독후감 써오기를 내주셨다. 숙제를 하기 위해서 집 책장을 뒤적이다가 책 한권을 집어 들었다. 책 제목이 ‘지구가 아파요’ 그런 비슷한 제목 이였다. 내용은 이랬다. 우리들이 무분별하게 오염된 물과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려서 지구가 아프게 되고 결국 인간에게도 위험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그 책을 읽으면서 어린나이에 크게 깨 닫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면 안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30년이 지난 현재 많이 듣는 단어 중에 하나가 기후위기다. 어릴 적 읽었던 책 내용처럼 인간의 탐욕이 지구를 병들게 했고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전 세계에 일어나고 있는 홍수와 가뭄, 그리고 극단적인 기후변화는 어느덧 남의 일이 아닌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이 되었다. 이처럼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제로웨이스트 운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전라북도 내에도 제로웨이스트 관련 가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청년들 사이에 플로깅처럼 운동을 하며 자연환경을 돌보는 모임과 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겨났다. 청년들이 나서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있는 것은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친한 지인 중에도 제로웨이스트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청년대표가 있다. 올해 제로웨이스트를 기반으로 해서 전라북도에서 행정안전부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에 유일하게 이 청년대표가 선정되었다. 나 또한 올해 하반기에 청년들과 함께 제로웨이스트 교육 프로그램과 체험 프로그램 등을 기획을 하고 있었기에 자주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이야기를 하면서 공감대가 이뤄지는 것이 있는데 ‘내가 편할수록 지구는 불편하다’는 사실이다. 제로웨이스트 운동이 반짝하다 어느 순간에 사라지는 캠페인이 아니라 우리 삶에 녹아들어 습관이 되고 문화가 되기를 바란다. 사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한 번에 모든 것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것저것 노력을 하고 있는데 가능한 한 텀블러를 이용하고 목욕제품을 비누로 이용하고 식사 시 잔반을 최대한 남기지 않는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지 모른다.’는 속담이 있듯이 당연한 일일지 모르겠지만 조금씩 하나하나 삶의 방식을 바꿔나가고 있다. 지난 25일이 세계 펭귄의 날이었다. 미국 맥머도 남극관측기지에서 지구온난화와 서식지 파괴로 점점 사라져가는 펭귄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한 기념일이라고 한다. 새끼 펭귄의 털은 방수기능이 없다고 한다. 기후이상으로 기온이 올라간 남극에 비가 내리고 빙하가 녹으면서 새끼 펭귄의 털이 물에 젖게 되어 저체온 증으로 동사해서 죽게 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뽀로로와 펭수는 과연 몇 십 년 뒤에 남극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까. 이대로 간다면 뽀로로와 펭수는 고향 남극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 인간의 고향인 지구도 잃어버릴 것이다. 고향을 잃고 서식지를 잃게 되는 동·식물은 결국에는 사라지고 만다. 이제부터라도 뽀로로와 펭수가 몇 십 년 뒤에도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는 고향을 우리가 지켜주어야 하지 않을까. 더 나아가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살아갈 고향인 지구가 아프지 않도록 우리 스스로가 노력해야지 않을까. /최준호 원광대 사회적경제연구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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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27 17:26

기록을 통해 생동(生動)하는 우리 마을

“지금 많이 깨끗해지고 좋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길도 좀 깨끗해지고요. 제가 여기 1993년도에 이사 왔는데 그 뒤로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쓰레기 문제가 제일 마음에 걸리는데 그 문제도 많이 완화되고, 어르신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도로가 정비되면 좋겠습니다. 조금씩 변화해서 활기가 넘치는 동네가 되면 좋겠어요.”,“보기 좋게 꽃길이나 가꾸면 어찔까 싶어. 단순히 한 번 심어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사계절 내내. 여름 끝나면 가을 꽃 피고, 가을 끝나면 겨울 꽃 피고. 운치 있는 걸로. 사계절 꽃길이 되면 외부 사람들도 놀러 오고, 입소문 나서 북적대고. 그래야 살맛도 나고 하는 거지.” 신복마을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2022). “이곳, 신복마을”. 70, 177쪽 위 내용은 신복마을 도시재생 아카이빙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된 <이곳, 신복마을> 이라는 기록집 내용 중 일부이다. 인터뷰를 하고자 마을 모정, 경로당에 방문할 때면 그곳에는 언제나 살갑게 맞아주시는 주민들이 계신다. 질문마다 정성껏 답변해 주시는 말씀을 듣다 보면 마을에 대한 애정어린 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아카이빙 사업은 마을에 대한 관심과 애착심에서부터 시작된다.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할 때 작가의 언어로 정돈하여 작성할 수도 있지만 한 분, 한 분의 말투 그대로 글을 정리할 때, 그 따듯한 마음이 고스란히 글에 배어든다. 아카이빙은 사전적 의미로 기록의 보관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신복마을 도시재생 아카이빙을 통해 주민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마을에 도시재생이 시작된 시점부터 현재까지 마을이 변화되고 있는 과정, 전경, 사람 등의 이야기를 담아 주제별 사진, 영상, 인터뷰, 책자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하여 제작하고 있다. 제작물들은 외부기관과 마을주민들이 마을에서 진행되는 도시재생사업에 대해 보다 쉽게 이해하고, 살펴볼 수 있도록 공유하고 있다. 2021년에는 영상·사진 촬영을 통해 사업 대상 구역을 기록하고, 소식지로 제작하였다. 2022년도에는 주민, 사업 담당자, 활동 주체를 대상으로 각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사업에 대해 주제별 인터뷰를 진행하여 분기별 소식지에 그 내용을 담았다. 그 외에도 계절별 마을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집, 연간 기록화집 등을 발간하였다. 올해는 기존의 소식지, 사진집, 기록화집뿐만 아니라 지역의 작가, 디자인 전문가들과 협업하여 우리 마을의 도시재생사업 현황과 주민들의 소소한 소식을 전하는 월간지를 제작할 예정이다. 매달, 월간지를 통해 마을 내 곳곳의 소식을 알리는 알리미와 같은 역할을 하고자 한다. 사업이 진행되는 4년, 짧은 시간일 수도 있지만 다양한 기록의 보관이 신복마을 도시재생사업만의 정체성과 일련의 과정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고, 마을에 대한 기록들이 모여 사업 이후에도 기억되고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마을 콘텐츠로 자리 잡아 주민간 소통의 매개가 되었으면 한다. 마을 안에 있는 다양한 사람·공간·시간이 기록을 통해 생동할 수 있도록, 그 때의 좋았던 감정·기억이 가치 있는 기록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사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그려나가고자 한다. /박주연 팔복도시재생지원센터 선임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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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20 16:49

또다시 봄, 아빠가 되어가는 중...

2023년, 어김없이 또다시 봄! 차갑게만 느껴지던 공기가 포근하게 느껴지는 4월, 봄기운이 완연하다. 그 덕에 올해의 벚꽃은 유독 빠르게 만개했고 청년꿀벌농부의 꿀벌들도 정신을 차릴 새 없이 분주하다. 꽃향기가 가득하고 화사한 색감이 여기저기 만발하니, 어디로든 꽃놀이 가라고 등을 떠미는 것 같다. 그 덕에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익산시 성당포구의 벚꽃길을 거닐며 봄맞이를 했다. 귀농하고서 결혼을 했고, 그 이듬해에 딸아이가 태어난 뒤 어느덧 18개월이 지났다. 그 작았던 아이가 이제는 뛰어다니며 온갖 이쁜 짓을 다 하는 요즘, 아빠가 되고 나서 최고 난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듯하다. 그 작은아이와의 신경전이랄까? 아이와 아빠인 내가 다투는 것 같기도 하고 나 혼자 서운해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이게 기 싸움인 건지 뭔지. 육아용어로 “재접근기”라 하여 생후 16~18개월, 길게는 24개월까지 아이의 정신 성장 발달 단계로써 양육자로부터 정신적 독립을 취하고 싶은 욕구와 더불어 자신의 신체 제어가 숙달되지 못함으로 인한 불안함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시기이기에 주 양육자의 역할을 하는 엄마의 품으로 파고드는 시기가 있다고 한다. 쉬운 말로 풀어보면 엄마 껌딱지 시기이다. 엄마 뒤만 따라다니고 가능하면 엄마를 자기 옆에 붙잡아두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아빠는 언제나 뒷전이다. 안아주려고 하면 싫다고 떼쓰고 울면서도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진다. 정말 속을 모를 일이다. 이해가 안 되지만 그게 이 시기에 흔히 일어나는 일이라 한다. 아이 엄마는 지쳐가지만, 딱히 아빠로서 아이를 돌봐줄 수가 없다. 왜냐하면 내 손길은 아이가 원치 않기 때문에. 이게 나에겐 오히려 다행인 걸까? 허허 그러다가 이번 달부터 아내가 파트로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아이를 온전히 봐야 하는 날이 생겼다. 꿀벌이 한창 바쁠 때 이긴 하지만 농장의 일은 오전이면 마무리되기 때문에 작업을 마치고 딸아이를 어린이집에서 하원 시키는데 엄마가 없으니 꿩 대신 닭이라 생각했는지 아빠인 나에게 “쏙”하고 안긴다. 처음엔 너무 이쁘게 안겨서 그저 좋았는데, 그러고서 안 떨어진다. 물을 먹고 싶다고 해서 떠주려 해도 안겨서 안 떨어지고, 과일을 먹고 싶다고 해서 깎아주려 하는데도 꼭 안겨있어야겠다고 한다. 아, 재접근기! 그제야 아내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던 재작년 9월의 가을은 정말 전쟁이 따로 없었다. 한창 말벌과의 전쟁에서 꿀벌들을 지켜내야 했기에 양봉장에서 떠날 수가 없었고 하필 딸아이가 태어나는 날 전라북도농식품인력개발원 귀농·귀촌 사례 강의가 예정되어있었기에 태어난 아이를 보자마자 강의하러 출발해야했었고 또, 익산시로컬푸드직매장이 개장하는 날이어서 유튜브 영상 촬영이 예정되어있었다. 말 그대로 일복이 터지던 시점이었다. 그런데도 새벽에 농장일을 하고 낮에 외부일정을 소화하고 산후조리원으로 가 쪽잠을 자면서도 그저 행복했다. 자그마한 우리의 아기가 꼬물거리고 있고 안아주고 토닥여주고 쌔근쌔근 잠자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다른 어떤 것도 필요 없을 정도로 행복했다. 잠잠히 그때를 생각해보면 또 한 번의 전쟁이 지나가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아빠가 처음인지라 잘 모르고 어색하지만, 전쟁을 치르는 동안 힘든 것보다는 아이를 보며 행복하기에 두 번째 봄을 맞이하며 좀 더 부모로서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는 게 아닐까? /박넝쿨 농촌기업브랜드 신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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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13 17:37

MZ는 피로하다

정부가 발표한 ‘69시간 근무제’에 대한 논쟁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사무실에서도 해당 정책은 아직까지 뜨거운 감자이다.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에 대한 내용 등 긍정적인 부분도 포함되어 있으나 주요 골자인 최대 주69시간까지 근로시간을 확대하겠다는 연장근로유연화에 대한 부분은 무척 염려스럽다. 단순히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면된다는 논리는 근로현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이야기인 것이다. 69시간 근무제에 대한 발표가 난 직후 필자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당장에 작년에 사용하지 못했던 연차가 며칠이나 있었는지 헤아려보았다. 대부분 절반을 다 쓰지 못하고 해를 넘겼더랬다. 일이란 몰아서 끝낸다고 남는 시간만큼의 여유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내가 쉬는 만큼 내 빈자리를 다른 누군가가 대체해주어야 한다. 더군다나 단순 업무가 아닌 이상 남이 하던 일을 대신 맡아 공백 없이 처리한다는 것도 간단치 않은 일이다. 결국은 가벼운 마음으로 내 권리니까 쉬고 오겠다고 나서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더군다나 69시간 근무제는 ‘연장근로’ 시간을 유연화 하겠다는 내용이다. 법정 근로시간인 주40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아니다. 월요일에서부터 금요일까지 5일간 8시간씩 근무를 하고도 최대 29시간을 더 ‘초과근무’ 하는 것을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주말을 포함한 7일을 기준으로 산정했을 때에는 최대 80.5시간까지 연장근무를 하는 것도 가능해질 수 있다. 물론 돈도 더 벌고 좋지 않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애초에 우리는 왜 그렇게까지 소모되어야 하는 걸까? 아침 9시에 출근하여 8시간을 근무하고 퇴근하면 저녁 6시가 된다. 저녁 6시가 지나서야 비로소 근로자가 아니라 ‘나’로서 지낼 수 있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돈을 버는 이유도 ‘나’로서 지내는 시간을 오롯이 즐기기 위함이다. 근로시간이 길어지고 격무에 시달릴수록 ‘나’는 지워지고, 일과 회사가 자리를 채운다. 그 이후 주어지는 휴식은 어떨까? 피로에 파묻혀 여행이나 취미는 남의 이야기가 되기 쉽다. 기본적인 건강을 챙기기에도 빠듯하다. 각종 비정규직 등 불안정한 고용형태는 개선되지 않고 근로시간만 확대하려는 현재의 상황은 내가, 우리가 단순히 어떤 조직의 소모품으로 쓰이고 용도를 다하면 그대로 버려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마저 들게 한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은 MZ세대의 의견을 경청하라는 주문을 했다. 그리고 연장근로시간유연화 제도에 대해 제기된 문제점을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해야할 고용노동부장관은 MZ세대는 ‘권리의식’이 뛰어나다며 제도의 불합리성을 MZ세대의 당돌함으로 무마하려 했다. MZ세대인 필자는 문득 궁금해졌다. 근로자는 MZ세대만 있는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일은 생계와 직결된다.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일이 갖는 무게는 같다. 모두에게 공평해야할 정부의 정책이 왜 특정 세대만을 언급하는 걸까? 다른 세대에게 불합리한 제도가 MZ세대에게 만큼은 통용될 수 있다는 걸까? MZ세대로서 책임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는 한 명의 직장인으로서 고용노동부장관이 말한 ‘권리의식’이 내포한 의미를 생각해보며 씁쓸함을 느낀다. 동시에 근로현장과 괴리가 있는 제도를 포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우리 세대가 사용됨에 깊은 피로감과 불쾌감을 느낀다. 그리고 정중히 여쭙고 싶다. 대통령님과 장관님은 주당 몇 시간을 일하고 계시는지. /장보람 완주 문화도시지원센터 공유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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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06 16:08

'더글로리' 그리고 강제동원 배상안

무척 추웠던 2015년 12월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의 의견은 무시된 한일 위안부 문제 협상 합의같타결되었다. 이후 많은 대학생들이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이 철거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추운 겨울 살을 에는 듯 한 바람을 맞으며 밤낮없이 소녀상을 지켰다. 나 또한 연대하고자 일본대사관 앞에서 그들과 둥그러니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하룻밤을 그들과 함께 지낸 적이 있었다. 시민들이 힘내라고 보내주신 빵과 음료가 산처럼 쌓여있는 모습을 보며 나는 비록 하룻밤 이였지만 큰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해 8월 나는 일본대사관 앞 정기 수요 집회에서 최현열 선생이 분신했던 그 집회 장소에 있었다. 그 때의 기억은 너무나 선명하고 뚜렷했고 내 가치관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2023년 3월 정부는 한국 정부 산하 지원 재단이 일본 전범기업 대신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는 ‘제3자 변제’ 강제동원 배상안을 내놓았다. 한일 위안부 문제 협상 합의 그리고 제3자 변제 강제동원 배상안을 내놓으며 했던 정부는 말은 하나같이 똑같았다. “국익을 위한 어쩔수 없는 선택이였다.”, “언제까지 일본에게 사과를 하라고 하냐.” 나는 이 기사를 보면서 최근 종영한 인기 드라마 ‘더글로리’가 생각났다. 문동은이 학교폭력을 당했을 때, 학교담임선생 심지어 엄마조차 문동은을 감싸주지 않고 문동은의 입을 막고 오히려 가해자의 편에 섰다. 그들은 끝까지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오히려 문동은에게 더 큰 가해를 끼치려고 했다. 그들은 문동은에게 “너는 잘못이 없느냐”, “너에게도 문제가 있지 않냐”며 윽박질렀다. 상식적인 담임이고 부모였다면 가해자들이 처벌받고 그들이 죄를 뉘우칠 수 있도록 했어야 했다. 현실에서도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학교에서 “학교에 큰 피해가 간다”, “너도 맞을 짓을 하지 않았냐”는 등 오히려 피해자를 설득하고 입막음을 하여 쉬쉬하고 덮은 경우들이 있다. 이것 모두 피해자에게 행해지는 2차 가해다. 국익을 위한 어쩔 수 없었다는 이유로 이해해달라는 한국 정부와 문동은의 담임선생과 문동은의 엄마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한일 위안부 문제협상 합의와 이번 강제동원 배상안도 다 발표를 하고 난 이후에 피해자들을 설득하겠다고 한다. 이것이 진정 국익을 위하고 피해자들을 위한 방법인가. 왜 피해자들에게 이해를 해달라고 강요하는가. 이것은 피해자들에게 행해지는 제2차 폭력, 피해자들에게 행해지는 국가폭력이다. 그들은 나라를 잃었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꽃다운 어린 나이에 일본의 강제동원으로 신체적·정신적으로 많은 피해를 입었다. 그들이 무슨 잘못이 있어서 강제동원을 당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있음에도 보호를 받지를 못하고 있다. 일본의 역사인식을 보면서 항상 비교되는 나라가 독일이다. 독일은 유태인 학살의 책임을 깊게 통감하며 그들에게 지금까지도 사죄를 빌고 있으며, 전범에 대해서도 엄격하게 처리하고 있다. 사과는 피해자가 납득할 때까지 해야는게 사과다. 드라마 “더글로리”가 일본에서도 큰 인기가 있다고 한다. 그동안 사과를 해왔다고 주장하는 일본정부와 기시다 일본총리에게 문동은이 학교를 그만두면서 박연진의 딸 하예솔에게 했던 이 대사를 전해주고 싶다. "하예솔, 네가 하라고 하면 죽는 그 순간까지 계속 사과할 거야. 너한텐 진심으로 미안하거든" /최준호 원광대 사회적경제연구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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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30 17:52

청년 예술인, 주민들과 예술을 통해 마을에 활력을 더하다.

세월이 흐르면서 도시가 쇠퇴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신도시가 건설되고 그에 따라 주요 기관들이 이전되며 중심지도 이동한다. 내가 근무하는 현장지원센터가 위치한 마을, 지역도 한 때는 교통의 요지였으며, 산업단지가 조성되어 많은 인구가 살았던 지역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업들이 차츰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였고, 그에 따라 사람들도 더 나은 환경으로 이주하였다. 자연스레 인구가 감소 되었고 마을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주민이 70~80대인 고령화 마을로 접어들었다. 그렇게 찾아오는 사람보다 떠나가는 사람이 많은 마을이 되었다. 2021년, 마을에 도시재생사업이 시작되었다. 사업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이 유입되며,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현재 진행 중에 있다. 그 중 <살롱기획단>은 마을 문화환경 개선을 주제로 청년 예술인들이 각 분야의 예술을 마을에 접목하여 주민들과 함께 진행하는 사업이다. 자문회의, 연계 프로젝트 기획·진행 등 체계적인 구성을 통해 3년째 각 분야의 예술인들이 참여하여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예술이라는 장르가 생소한 마을의 어르신, 주민들에게 청년 예술인들은 예술을 경험하고 표현해 볼 수 있도록 각자의 프로젝트를 통해 펼쳐나가고 있다. 작년에는 문학, 미술, 음악, 무용, 사진 등의 분야별 청년 예술인들이 참여하여 진행하였다. 진행한 프로젝트 중 ‘장수사진 프로젝트’가 기억에 남는다. 현재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담아 이를 매개로 마을 주민들이 함께 모여 공유·소통하고자 하는 취지로 진행되었다. 프로그램 특성상 한 번에 많은 인원을 진행하지 못해서 사전 예약을 받았었는데 “부끄러워서 나는 못해”라고 하시며 진행 초기 예약자는 몇 명 되지 않았다. 하지만 1회차 이후 다녀가신 분들이 평소 애정하는 소장품, 소중한 친구와 같이 촬영하고 싶으시다며, 경로당에서는 여기서 같이 지내는 친구들과 단체 사진을 남기고 싶으시다며 찾아오셨다. 서로의 모습을 정돈해 주며 오순도순 돌보는 모습에서 주민간의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과거와 같은 사진관이 많이 사라진 요즘, 마을에서 친구들과 사진도 찍고 이렇게 액자로 간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좋다고 하신 한 어르신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그렇게 자연스레 수요일은 사진 찍는 날이 되었다. 그 날 그 시간이 되면 도시재생살롱에는 사진을 찍기 위해 삼삼오오 주민들이 모였고, 순서를 기다리는동안 예전 자신의 모습을 회상하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는동안 소문을 따라 예상했던 인원보다 훨씬 더 많은 분들이 오셔서 성황리에 프로젝트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마을 주민들의 연령대가 높은 편이라 걷거나 이동하는 부분에 어려움이 많은데 어떻게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낼까 하는 고민도 있었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홍보하기 위해 자주 만나 뵙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예술인들과 함께 어우러져 활동하는 모습에서 그 고민은 자연스레 사라졌다. 때로는 꺄르르 웃으며, 때로는 집중해서 열심히 배우고자 하는 순간들에서 소녀같은 감성과 배움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끝나고 가실 때는“오늘도 즐거웠어~고마워, 고맙다!”라고 연신 말씀하시며 집으로 돌아가셨는데 그런 따듯한 말들이 진행하는동안 예술인들, 사업을 진행하는 나에게 보람과 감동을 주었다. 행복하게 참여해 주시는 주민들과 예술인들의 예술, 열정, 젊음이 더해지며 자연스레 마을은 활기를 띠었다. 올해도 우리는 4개 분야 예술인들과 마을에 활력을 더하기 위해 연간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작년의 감흥을 이어 예술을 통해 마을 곳곳에서 ‘문화예술 꽃’을 피울 수 있도록 가꾸어 나갈 것이다. /박주연 팔복도시재생지원센터 선임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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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23 17:49

“이러다가는 다 죽어!”

온라인동영상 서비스(OTT)를 통해 선보였던 콘텐츠 '오징어게임'에서 등장인물 오일남(노인)이 외친 대사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 자세한 내용을 언급하는 것은 스포일러의 우려가 있어서 생략하지만, 결론은 자신들의 생존이나 눈앞의 이익을 위한 행동이 결국 구성원 모두가 파국에 치닫는 위기 상황으로 이어지자 노인이 두려움에 떨며 외치는 한 줄의 절규였다. “이러다가는 다 죽어!” 나는 농촌으로 귀농한 지 5년이 되었다. 강산의 반절쯤은 변했을 시간일까? 문제는 강산이 어떤 한 공익광고처럼 푸르게 푸르게 변해왔다면 30대 청년이 농촌으로 들어와 그저 잘 정착해 가고 있노라 말할 수 있겠지만 우리의 강산은, 사회는, 환경은 그렇게 푸르게 변한 것만은 아닌듯싶다. 양봉을 시작하여 매해 위기가 찾아왔고 그때마다 극복해나가고 있었지만 2022년부터 심상치 않게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청년꿀벌농부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필자의 모골을 서늘하게 하고 있다. 2022년 봄, 월동에 들어갔던 꿀벌들을 입춘을 기점으로 깨워 본격적인 꿀 농사를 준비하는데 벌통 안에 있어야 할 꿀벌들이 사라지는 이상한 현상이 일어났었다. 그 당시 언론사는 꿀벌 집단실종사건, 72억 마리의 꿀벌이 사라졌다는 등의 타이틀로 연일 꿀벌 군집 붕괴 현상에 대해 보도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러한 현상이 거기서 멈추지 않고 우려했던 대로 올해 또다시 발생한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작년 가을부터 양봉농가들로부터 꿀벌이 빠진다는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고 그러한 현상은 올해 봄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지난 2023년 2월 22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전국적으로 약 40~50만 봉 군(약 100억 마리)가 사라졌지만, 양봉산업과 자연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제한적이라 발표하였고 또한 폐사의 원인이 꿀벌의 기생충인 응애의 방제 실패, 즉 양봉농가의 관리부실을 주원인으로 단정 지으며 기후변화는 꿀벌피해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봉업에 종사하며 매일매일 일기예보와 날씨 앱을 끼고 사는 입장에서 월동준비를 해야 했던 2022년 가을에 평년보다 2도나 높았기에 활동을 멈추지 않았던 꿀벌들, 2023년 초봄에 따뜻해지다 갑자기 영하권으로 떨어지는 한파의 영향 등 이전과는 다른 이상기후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산에 헬기를 이용해 살포하는 항공방제와 논에 드론을 이용한 방제, 꽃이 피는 시기에 과수농가에서 뿌리는 유독성 살충제 등 꿀벌을 위협하는 위험요인까지 수많은 가능성이 묵과된 발표이기에 안타깝다. 꽃을 수없이 옮겨 다니며 수술의 꽃가루가 암술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꿀벌. 전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주요 작물 중 70여 개의 작물은 꿀벌 없이는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분석처럼 꿀벌의 역할은 가히 어마어마하다. 식물의 수정을 돕는 역할의 부재는 결국 초식동물, 육식동물, 인간에게 도미노처럼 연쇄반응을 보일 것이고 꿀벌이 사라진다면 인류는 4년 내로 멸종할 것이라는 아인슈타인의 예언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 농부의 입장뿐만 아니라 18개월 딸아이를 두고 있는 아빠로서 꿀벌이 사라지는 문제는 단순하게 넘어갈 사항은 아니다. 우리의 단순한 문제의식과 원인 규명이 다음 세대의 생존에 크나큰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다 같이 살기 위해!”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지 않을까? /박넝쿨(농촌기업브랜드 신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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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16 17:08

챗GPT, 우리는 사용할 준비가 되어있나?

약 한 달 전 필자는 유튜브에서 믿기지 않는 영상 하나를 보았다. 미국 교육계가 어떤 AI(인공지능)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는 것이다. 영상에서 말하는 바로는 미국 학생들이 레포트나 시험 답안을 AI로 작성해 가는 통에 숙제가 사라지고 학교는 AI가 대필한 답지를 걸러내는데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이다. AI가 레포트에 담아야 할 주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걸 완결된 문단, 한 편의 글로 쓸 수 있다고? 더군다나 이게 미국 내에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정도로 보편적인 현상이 되었다고? 믿을 수 없는 말이었다. ‘챗GPT’ 이게 그 AI의 이름이었다. 사용자와의 대화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전달해주는 일종의 검색엔진. 단순히 검색한 정보를 나열하기만 하는 구글이나 네이버와 같은 포털사이트의 검색엔진과 달리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들을 나름대로 조합하고 걸러내어 완결된 문장과 문단으로 정리해준다는 AI. 당혹스러웠다. 필자가 AI에 대해 알지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AI 알파고가 인간 이세돌을 이긴지 오래고, AI가 고흐나 렘브란트 같은 거장의 화풍을 따라 그리는 것이 놀랍지 않은 시대이다. 필자가 당혹스러웠던 지점은 AI가 가진 말도 안 되는 연산능력이나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보력 같은 것이 아니었다. 필자를 당혹스럽게 했던 것은 AI가 ‘그럴듯한’ 정보를 새롭게 생산해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문제는 이 정보들이 AI가 주는 인상만큼 정확성을 담보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그토록 핫한 챗GPT 역시 스스로 제공하는 정보가 일부 부정확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당연한 얘기다. 당장에 챗GPT만 해도 2021년도까지 정보만을 학습한 채 22년 11월 대중에게 공개되었으므로 23년도 현재의 최신 정보에는 취약하다. 그리고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인 만큼 온라인상에서 유통되는 데이터, 사용자와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기도 한다. 이는 AI가 습득한 정보가 항상 공신력 있고 검증된 내용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미 정보의 파도 속에 휩쓸리며 살고 있다. 온갖 인터넷 매체를 통해 수많은 정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쏟아져 들어온다. 우리는 그 안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고, 검색한다. 하지만 우리가 보고, 듣고 있는 정보가 확실한 정보인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판단을 할 때 한 가지 정보만 보는 것이 아니라 몇 개의 정보를 비교하고 거기서 나름대로 맞다고 생각되는 것을 ‘선별’해낸다. 그 선별의 과정이 정교할수록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 챗GPT는 이러한 선별의 과정을 무색하게 만들어버릴 수 있다.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방대한 데이터를 가진 AI가 제안한 검색 결과물을 우리가 의심하는 것이 쉬울까? 압도적으로 똑똑한 AI가 내놓는 결과물은 대체로 맞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 숨어 있을지 모르는 쌀 한 톨 만큼의 오차는 눈 감고 넘어가도 되는 것일까?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훨씬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우리는 정확한 정보를 선별해내는 과정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AI는 우리의 일상을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일종의 도구일 뿐이다. 대신 답을 찾아주는 정답지나 해결사가 아니다. 눈 깜짝할 새 이미 와버린 인공지능의 시대. 온전히 누리기 위해 우리는 의심하고 판단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장보람 완주 문화도시지원센터 공유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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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09 18:20

은둔형 외톨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

“코로나 양성입니다. 바로 집에 들어가셔서 일주일 동안 격리하셔야 합니다.” 기침과 인후통이 심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에서 검사를 했는데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 처음 코로나에 걸렸을 때가 작년 2월 달 이였으니 딱 1년 만에 두 번째 확진이다. 실내 마스크 착용도 의무에서 권고사항으로 바뀐 시기에 느닷없는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고 격리생활이 시작되었다. 당장 모레 연구실에 필자가 담당인 큰 행사가 있는데 가지 못하게 되었다. 어떻게든 해결을 해야 했다. 부랴부랴 동료 연구원 선생님에게 전화를 해서 사정을 말하고 행사 관련 준비는 다 했으니 모레 행사를 맡아달라고 했다. 다행히 흔쾌히 알겠다고 해서 한시름 놓고 집에 들어갔다. 작년에 처음 코로나19에 확진되었을 때 필자는 서울에 일정이 있어서 3달 정도 친한 형이 살고 있는 서울 반지하 집에 얹혀살고 있었다. 필자가 코로나19 확진이 되면서 본이 아니게 집주인 형을 본가로 쫓아내게 되면서 필자 혼자 집에서 그나마 자유로운 활동을 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부모님과 남동생이 함께 살고 있었기에 2평 남짓한 방에서 방문을 닫고 일주일의 격리생활을 시작했다. 식사시간이 되면 부모님이 음식이 담긴 상을 방문 앞에 놓고 방문을 똑똑하고 두드리면 문을 열고 음식을 받았다. 이 웃지 못 할 상황을 겪으면서 영화 ‘올드보이’에서 주인공인 최민식이 이유도 모른채 15여 년 동안 감금되어 군만두를 받아먹는 장면이 떠오르기도 하고, 영화 ‘김씨 표류기’에서 은둔형 외톨이로 나오는 정려원이 부모님이 문 앞에 차려놓은 음식을 받아가는 장면이 생각나기도 했다. 처음에는 방안에만 있는 게 갑갑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방에만 있는 시간이 점점 늘어날수록 먹고 자고 핸드폰 보고, 다시 먹고 자고 핸드폰 보는 단조로운 삶의 방식에 어느 순간 몸이 적응하기 시작했다.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고 무기력감과 고립감이 들었다. 비록 필자의 경우는 코로나19로 인한 짧은 기간의 격리였지만 격리를 마치고 생각이 난 단어가 ‘은둔형 외톨이’였다. 격리기간 느꼈던 무기력감과 고립감은 강도는 다르겠지만 은둔형 외톨이가 경험하는 감정과 비슷할 것이다. 경제적 또는 정서적인 이유로 인해 고립·은둔 청년과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서울에 사는 청년 중 고립·은둔 청년이 12만 명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으로 보자면 61만여 명의 고립·은둔 청년들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전라북도를 비롯해서 기타 지역에서 이런 은둔형 외톨이를 지원하기 위한 조례들을 만들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고립·은둔 청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인식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일본에서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여러 가지 방안 등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 광주광역시 경우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를 운영하여 은둔형 외톨이의 회복력 강화를 위한 사회안정망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전라북도도 조례가 제정 된 만큼 실태조사를 진행해서 전라북도의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통해 관련 사업들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이제 고립·은둔 청년과 청소년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용기와 힘을 불어넣어줄 때다. /최준호 원광대 사회적경제연구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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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02 18:01

올바른 이해를 통한 주민참여가 마을의 변화를 만든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마을의 모습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마을에 오래전부터 살아온 주민일 것이다. 또한 생활 속에서 불편하고 필요한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도 마을의 주민일 것이다. 도시재생사업은 사업 대상지 주민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며 사업을 계획하고 실행한다. 그렇기에 지역, 마을의 모습과 현안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주민들과 회의, 워크숍, 인터뷰 등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소통·공유하며 사업을 진행한다. 도시재생사업에서 주민의 관심과 참여는 중요한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민이 마을의 주체로서 참여할 때 잘못된 이해로 인해 공동, 공공을 위한 것이 아닌 개인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러한 의견은 자칫 잘못된 관습이나 이해관계로 사업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어려움을 줄일 수 있을까? 도시재생사업에 참여하는 주민의 올바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교육을 통해 그들의 의견과 참여가 가벼운 것이 아닌 우리 마을이 변화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그린신복마을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에서는 주민교육사업으로 도시재생대학을 매년 진행하고 있다. 고령인구가 많은 우리 마을의 특성상 정형화된 이론학습형 교육이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서 우리 마을은 단계별 프로그램(기본교육-우리동네디자인-주민공모사업)을 통해 기본적인 이해를 도울 수 있는 학습과 더불어 문제점을 도출하고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실행해 볼 수 있는 과정으로 진행하고 있다. 작년 도시재생대학은 기본과정 '도시재생 사례 들여다보기', 워크숍 '우리동네 현황 파악하기', 우리동네디자이너 '마을문제 인식과 주민의식 조사', 주민공모사업 '주민참여 여가교실'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워크숍 '우리동네 현황 파악하기'에서는 우리 마을의 문제점 등에 대해 주민들과 함께 이야기하였다. 그 중 골목길 환경개선, 쓰레기 문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먼저 우리 마을 쓰레기 정거장을 직접 청소해 보았다. 또한 진행하는 과정을 공유하기 위해 영상으로 제작하였다. 이후 결과공유회 때 주민들과 함께 영상을 시청하며 소감과 평소 생각했던 지점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고, 직접 실천해 보고 피드백하는 과정을 통해 평소에 자칫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 부분들이 함께 가꾸어 나갈 때 변화한다는 걸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주민공모사업의 일환으로는 '주민참여 여가교실'을 진행하였다. 주민들이 모여 평소 일과시간 중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해 보자! 라는 니즈로 시작하게 되었다. 마을 내 단순한 여가 프로그램이 될 수도 있었지만 “우리 다음에 볼 때까지 잘 지내고, 다시 만나자”라며 무료한 생활 속에 안부를 물으며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소통·만남의 장이 되었다. 이렇듯 다양한 형태의 교육들은 주민들에게 올바른 이해와 의식을 싹트게 해 점진적으로 마을에 좋은 영향력과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도시재생은 주민의 관심과 책임감, 성숙한 참여가 있을 때 우리 지역, 마을의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최선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을 갖게 된다. 그렇기에 오늘도 나는 현장에서 주민들과 함께 고민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동행할 것이다. /박주연 팔복도시재생지원센터 선임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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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2.23 15:19

청년농촌활동가들이 뭉치면 생기는 일!

“내난마을로 내가 시집와서 50년 만에 이렇게 즐겁고 행복하고, ⋯⋯ 앞으로도 모든 마을 사람들이 더욱 행복하기를 바라면서 마칩니다.” 잔잔한 배경음악이 깔리며 마이크를 잡은 할머니의 멘트가 나오고 잠시 후 마을 주민분들의 흥겨운 노랫소리로 가득 찬다. 지난해 익산시의 성당면에 소재한 내난마을이라는 곳에서 열린 작은 마을 축제 “주민 재능잔치 노래자랑” 기록영상의 한 장면이다. 2022년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 사회적 경제공급기반 조성을 위한 공모사업에 선정된 익산시는 농촌에 거주하고 있는 청년 9명을 선발하여 청년농촌활동가로 위촉하고 역할을 부여하였다. 사회적경제 관련 서비스의 혜택을 받기에는 도심지와의 떨어진 거리와 비례하듯 농촌의 주민분들, 특히 어르신들에게는 그 수혜 가능성이 꽤 희박하다. 마을공동체 사업이나 체험‧휴양마을과 같은 사업을 운영하는 특출한 이장님이나 위원장님이 있거나 그 마을에 유능한 청년농업인, 혹은 오지랖이 넓은 지역주민이 있지 않고서야 일반적인 마을에는 사회적 서비스나 문화 혜택을 받기에 참으로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한 농촌 마을의 현장을 찾아가 주민들의 소리를 직접 듣고 도움이 필요한 사항들에 대해 자체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서비스는 제공하거나 지역자원 연계가 필요한 곳에는 관련 기관 및 단체와 연계하여 사회적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바로 농촌청년활동가들의 역할이다. 내난마을의 행사 또한 그러한 차원에서 활동가들이 지원하러 갔었고 행사 준비과정에서 영상 촬영과 편집, 유튜브에 업로드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 했는데 할머니가 신나게 노래한 뒤 마이크를 놓지 않으시고 하신 그 말씀의 여운이 아직도 내 안에 진하게 남아있는 모양이다. 농촌모니터링, 농외소득, 청년인큐베이팅분야로 활동가들을 나누어 각 영역에 특화된 서비스를 지난해 7월부터 공급하고 있는데 농촌모니터링 활동은 농촌의 가장 중심소득원인 농산물 생산 농가들을 위한 서비스로 익산시의 마을전자상거래지원사업과 연계하여 직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홍보마케팅 지원이 가장 큰 임무이다. 또한 농외소득 활동은 농촌의 농산물 이외에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는 농경문화자원, 자연생태자원, 전통문화자원 등 공동체의 가치와 역사적 흐름이 담겨있는 자원들을 발굴하고 개발하여 농외소득 창출을 위한 활동을 지원하고 있으며 특히 체험‧휴양마을의 활동을 돕고 있다. 현장의 부족한 부분을 보강하기 위해 체험프로그램 업그레이드 및 신규개발을 위한 아이디어 브레인스토밍 작업을 하거나 고객 서비스 개선 활동을 지원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담당하고 있는 청년인큐베이팅활동은 먼저 농촌 현장에 절실히 필요한 청년 인적자원들의 네트워크 구축과 활성화를 위한 활동과 관련 거버넌스 구축을 바탕으로 관계기관들의 협조체계를 마련하여 유기적인 연계를 통해 농촌에 필요한 인적, 물적자원을 공급하는 일이다. 단순하게는 청년들의 귀농·귀촌을 돕기 위한 상담 활동부터 지원사업 신청을 위한 사업기획 컨설팅은 물론 단독으로 할 수 없는 분야에 대해 관련 기관들을 연계해주는 매칭 서비스까지, 생각보다 농촌 현장에 필요한 요청들이 많아 오히려 당황스러울 지경이다. 그렇다고 겉으로 보기에 농촌에 청년들이 꼭 도움만 주는 건 절대 아니다. 할머니의 고백이 나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 것처럼 많은 것을 배울 기회가 되고 우리는 그만큼 더 자랄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게 아닐까? /박넝쿨 농촌기업브랜드 신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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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2.16 15:04

‘기부’ 말고 ‘공유’할까요?

누구나 한두 개 정도의 취미나 관심사는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일상 속에서 나름대로 각자의 관심사를 풀어갈 것이다. 예를 들어 책에서 정보를 찾거나 인터넷을 활용하거나 아니면 좀 더 적극적으로 학원이나 공방에 등록할 수도 있겠다. 어찌 되었든 개인의 취미, 관심사인 만큼 이를 해소하는 방법 역시 개인적인 범위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 필자가 근무하는 완주군은 여건 상 개인이 적극적으로 취미활동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무래도 완주군 읍면마다 가진 문화적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완주라도 어떤 지역은 도시 중심가이고, 어떤 지역은 대한민국 8대 오지 중 한곳이라 불린다. 그래서 일부 지역의 주민들은 취미활동을 위해 전주, 대전 등 완주군 이외의 지역까지 움직이는 수고를 겪어야만 한다. 필자가 2018년 처음 완주로 출근해 주민들을 만났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도 바로 이와 같은 하소연이었다. 문화도시 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지역의 문제의식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허투루 넘길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문화강좌 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 그치는 것은 일시적인 방편이지 효과적인 대응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고심 끝에 나온 대안은 ‘재능’을 ‘공유’할 수 있게 해보자는 것이었다. 누구나 관심사를 가지고 있듯이, 누구나 하나쯤 잘하는 부분이 있다. 개중에는 나만의 노하우라고 할 만한 부분도 있기 마련이다. 개인이 지닌 노하우를 원데이 클래스로 꾸려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면 자연스럽게 주민 주체 문화 향유기반이 조성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다. 이 사업의 내용은 간단했다. 내가 가진 재능(취미, 관심사, 노하우)를 원데이 클래스로 기획하고, 내가 클래스의 강사가 되어 이웃에게 재능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때 문화도시지원센터에서 지원하는 것은 약간의 재료비와 수강생 모집에 필요한 온라인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뿐이었다. 이 사업은 원데이 클래스 지원이라는 형식을 가지고 있지만 핵심은 강좌가 아니라 사람들 간의 만남과 교류 과정에 있다. 하지만 초반에는 주민들의 ‘재능기부’를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기부가 아니라 ‘공유’라고 안내를 해도 무엇이 다르냐는 반문이 돌아왔다. 처음에는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필자가 다시 질문을 하게 되었다. ‘이 활동을 베풀기 위해 하시는 건가요?’ 그럼 백이면 백 ‘아니, 내가 즐거워서 한다’라고 답을 한다. 그러면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가 없어진다. ‘기부’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나의 희생과 헌신을 전제로 한다. 희생과 헌신을 담보로 한 기부는 널리 확산되거나 지속되기 어렵다. 하지만 대등한 관계 안에서 서로가 필요로 하는 재능이라고 하는 자원을 ‘공유’하는 것은 즐겁다. 즐거운 일은 널리 퍼지고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는다. 오늘은 내가 재능공유의 수혜자이지만 내일은 내가 재능을 나눠주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일종의 순환고리가 형성되는 것이다. 올해로 5년차를 맞는 이 사업을 통해 많은 변화를 느낀다. 많은 주민들이 더 이상 취미활동을 위해 멀리 갈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완주는 일상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반이 탄탄하다고 자부심에 차 말을 한다. 재능공유를 통해 완주군민 스스로 자급자족할 수 있는 문화향유기반이 조성된 것이다. 지속, 자립 가능한 힘. 공유가 가진 가능성을 믿는다. /장보람 완주 문화도시지원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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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2.09 16:27

용산역 기차선로에 앉아있던 남자

오래전 일이다. 필자가 일주일에 한 번씩 서울로 교육을 받으러 간 적이 있다. 그 날도 교육을 마치고 익산으로 내려가기 위해 용산역에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음료수를 마시며 의자에 앉아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디선가 멀지 않은 곳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누가 좀 도와주세요!” 도와달라는 말에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 현장에는 연인처럼 보이는 남녀가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고, 기차선로에 어느 남성이 앉아 있었다. 필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기차선로에 내려가 그의 옆에 앉았다. 그는 몸에서 술 냄새와 땀 냄새가 났었고 흙먼지가 잔뜩 뒤덮여있는 복장을 하고 있었다. 마치 현장일을 방금 마친 일용직 노동자의 모습과도 같았다. “선생님, 여기에 왜 이러고 계세요?” “어. 여기서 죽을려고.” “오늘 무슨 힘든 일이 있으셨어요?” “어 힘든 일이 있었지” 그의 목소리에서 깊은 인생의 고뇌가 느껴졌다. 조용히 앉아서 그와 몇 마디 이야기를 더 나누고 있던 찰라 저 멀리에서 기차가 들어오는 소리와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필자는 이야기를 멈추고 재빨리 그의 뒤에서 허리를 붙잡고 플랫폼 위로 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삶의 의지를 포기한 그의 몸은 물먹은 스펀지 마냥 축 늘어져 쉽게 플랫폼 위로 올리지를 못했다. “도와주세요. 누가 좀 같이 도와주세요!” 필자의 소리를 듣고 두 명의 시민이 달려왔다. “저기 선생님은 역무원을 빨리 찾아서 여기로 와주시라고 해주세요. 여기 선생님은 저랑 같이 이분을 끌어올려주세요.” 다행히 기차는 우리가 있던 선로로 오지 않고 다른 선로를 이용하는 기차였고, 그 남성도 무사히 플랫폼 위로 끌어올려졌다. 잠시 후에 역무원이 도착을 했다. “선생님 여기서 뭐하세요. 저 따라오세요”라며 그 남성을 데려갔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터벅터벅 역무원 뒤를 걸어가던 그의 뒷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선명하다. 그 남성 또한 분명 한때 삶의 의지를 불태우고 꿈과 희망을 품고 열심히 살았을 것이다. 그 선로에 앉기까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었을까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남성 주변에 도움의 손길이 있었다면 과연 그 자리에 앉아 있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일이 마무리 된 후에 극도의 긴장감으로 심장이 터질 듯이 쿵쾅거렸다. 남은 음료수를 벌컥벌컥 마시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필자는 ‘이 많은 사람들 중에서 나를 도우러 온 사람이 두 명 밖에 없구나’ 생각하며 이해는 했지만 씁쓸함을 지우기는 어려웠다. 최근 언론을 통해 2030대 자살률이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과 고독사하는 청년들의 안타까운 소식을 듣는다. 지자체에서 청년들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는 있지만 아직은 청년들이 다가가기 어려운 현실이다. 청년들이 경제적으로 또는 정서적 어려움 때문에 상담을 받고 싶지만 기관에 방문하기까지가 문턱이 참 어렵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청년들이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마음 편히 상담을 받고 위로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환경과 원스톱 시스템이 필요하다 또한 우리의 역할도 중요하다. 용산역 선로에 앉아있는 남자를 구하기 위해 생면부지의 시민들이 달려왔던 것처럼, 우리 주변의 청년들을 살펴보며 청년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와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친구가 되고 어른이 되어주자. /최준호 원광대 사회적경제연구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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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2.02 16:16

고유한 문화를 통한 도시재생

지역에는 고유한 문화가 있다. 지역과 마을에는 고유한 문화가 있고, 사람들은 그 문화 안에서 자연스럽게 질서를 지키며 살아간다.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새로운 도시가 부상하고 반대로 쇠퇴하는 지역도 늘어간다. 인구감소, 주거환경 노후화 등으로 낙후된 지역이 생성되며 그 마을의 문화 또한 변화하게 된다. 이러한 지역이 도시재생의 대상이 된다. 도시재생은 도시의 물리적인 환경 개선뿐만 아니라 문화, 사회, 경제적 측면까지 고려하여 지역이 지속가능성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대부분의 도시재생 지역은 문화재생 지역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이 지역들은 낙후된 건물이나 시설들을 더 나은 환경으로 정비·개선하는 것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문화적 향유 프로그램 운영과 마을, 지역의 고유한 문화를 이어 나갈 수 있는 문화기반 조성을 필요로 한다. 그렇기에 외부의 잘된 사례를 그대로 모방하는 것이 아닌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며 이를 바탕으로 지역에 영양분을 공급하여 도시재생을 통한 선순환 구조를 이루어야 한다. 문화로 도시재생의 활력을 더하다. 도시재생이라는 방대한 범주에는 수치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문화의 힘이 존재한다. 문화적 사업을 통해 주민들의 마음을 열고 함께 활동하면서 마을과 지역에 활력을 더하게 된다. 이러한 부분이 처음 필자가 도시재생에 호기심을 가지고 시작하게 된 이유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장소 기반의 문화를 생성하고, 문화적 활성화를 통해 그 장소의 가치를 바탕으로 마을, 지역의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사람들이 모여 가꾸어 나가는 전주의 원도심 하나의 사례로 2016년~2021년까지 진행된 전주시 원도심 도시재생 사업이 있다. 전북도청 이전과 함께 다양한 이유로 쇠퇴하고 있는 지역을 활성화 시키고자 전통문화를 중심으로 진행한 도시재생사업이었다. 물리적, 문화적 재생의 종합적인 관점을 가지고 시민 활동을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가 공존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함으로써 자연스러운 활성화 장을 마련하고자 하였다. 이는 주체 발굴을 통해 도시재생 사업이 종료된 이후에도 각 분야별 주체들이 지속가능성을 기반으로 도시를 가꾸어 나가는 재생을 위한 것이었다. 원도심 도시재생 대상 구역에는 상권의 중심지가 이동하며 쇠퇴하게 된 고물자골목이 있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며 그들의 가치와 문화가 잊혀져가고 있는 골목이었다. 이 지역에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둥근숲이라는 거점시설이 마련되었다. 그리고 이 공간을 활용하여 청년들이 과거의 문화를 통해 골목의 활력을 되찾고자 주민들과 함께 <둥근숲 숲이 될 마켓>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문화콘텐츠를 통해 고물자골목과 둥근숲에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유입되었고 현재도 그들은 공간을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처럼 쇠퇴지역에 공공의 이용이 가능한 장소를 구축하고, 문화적 활성화 프로그램을 지원함으로써 물리적 재개발에 따른 부작용을 예방하고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지역과 주민공동체의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이 도시재생이다. 문화로 잇는 도시재생 문화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 힘이 있다. 그 마을, 지역의 고유한 문화자원을 통한 재생이 있을 때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이 있는 문화적 도시재생이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다. /박주연 팔복도시재생지원센터 선임코디 △박주연 선임코디는 전북대학교를 졸업한 뒤 전북청년정책포럼단 전주지역대표 등을 역임했으며, 전북청년정책포럼단 위원∙야호학교추진위원단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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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26 14:07

어떤 농사를 짓고 계십니까?

요즘 농촌에서의 새로운 꿈을 찾아 귀농·귀촌을 알아보는 분들이 많이 있다. 특히 청년층에서도 귀농에 관한 관심이 그야말로 “핫”하다. 2023년부터 대폭 확대된 “청년창업형후계농 영농정착지원사업!” 기존보다 파격적인 지원확대, 예를 들면 정책자금의 대출한도를 최대 5억까지 늘렸으며 상환조건 또한 대출금리 연 1.5%(고정금리) 기준으로 5년 거치 20년 원금 균등 분할 상환! 거기에 영농초기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영농정착지원금 월 110만 원까지. (물론 2년 차와 3년 차에는 100만 원, 90만 원으로 차등지급) 그만큼 농업·농촌 분야에 청년의 역할론이 강조되고 있으며 정부의 지원 속에서 많은 청년 농부들이 육성되고 정착해 나가고 있다. 필자 또한 2018년도 청년창업형 후계농 1기로 선정되어 귀농한 경우로 농촌에 정착한 지 벌써 6년 차에 접어들었다. 그 옛날 할아버지께서 꿀 농사를 지으셨고 아버지 또한 젊었을 때 그 밑에서 양봉을 하셨던 걸 알았기에 품목을 정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사실 상담학과 사회복지학을 전공했고 10여 년 동안 상담만 해왔던 내게 농업과의 연관성이라고는 단 1도 없었다. 농업이라 하면 그저 학창시절 수업시간에 흘려들었던 앨빈 토플러 할아버지의 제3 물결 중 가장 첫 번째 물결이 농경시대였음을 일컬었던 정도? 하지만 청소년법인기관에서 사직하고 귀농을 결심하며 품목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끊겼던 가업을 잇는 청년 농부”, “3대째 꿀벌 농사를 짓는 청년꿀벌농부”라는 마케팅 활용에 아주 탁월한 타이틀이 그저 달콤하기만 했기에 호기롭게 양봉을 선택했고 벌통 30군으로 꿀벌 농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해에 이상기후로 아카시아꿀을 구경도 하지 못했다. 대한민국에서 생산되는 꿀의 75%를 차지하는 아카시아꿀을 한 방울도 수확하지 못했다는 말은, 그냥 그해 꿀 농사가 망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두 번째 해는 꿀벌의 최대 숙적인 진드기 방제를 위해 처리한 약품처리를 너무 적게 해서 꿀벌이 많이 죽어 나왔고 2021년에는 양봉장 인근의 과수원에서 살포한 농약으로 인해 꿀 수확 직전에 가장 왕성한 세력의 벌통들이 피해를 보았다. 그리고 대망의 다섯 번째 해였던 작년 봄, 전국적인 꿀벌 연쇄 실종사건으로 78억 마리가 일제히 사라졌을 때 필자의 꿀벌들 또한 피해를 보았다. 그 짧은 기간에 참, 기구하기도 하다. 그런데도 이 농사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단순히 먹고 살기만을 위함이 아니다. 꿀벌을 지켜야 우리가 살아가는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신념과 더불어, 농촌에 청년들이 있어야 우리의 농촌 또한 지켜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농업은 1차 농산물 생산을 통해 우리의 먹거리, 즉 식량자원을 책임지는 아주 막중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지만, 그뿐만 아니라 농촌의 생태환경자원과 농경문화만이 가지고 있는 전통적 가치와 공동체의 기능, 그 안에 숨겨있는 공익적 가치를 계승 발전하기 위해서는 청년들의 역할이 절실하다. 필자를 향해 어떤 농사를 짓고 있냐는 질문을 한다면 꿀벌 농사를 짓는 것과 함께 청년농촌활동가로 활동하며 사람이 농촌에 머물고 정취를 누리며 언제든 다시금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사람을 남기는 농사”를 짓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앞으로 본 기고를 통해 농촌에 정착하는 지역 청년들의 좌충우돌 농촌 생활과 더불어 다양한 농촌 활동들을 포장도 가감도 없이 전해드릴 예정이니 기대하시길! /박넝쿨 농촌기업브랜드 신비 대표 △박넝쿨 대표는 현재 익산시희망농정위원회 심의위원, 익산시농촌활력지원센터 청년농촌활동가 대표, 익산시문화도시지원센터 이리랑익산(유튜브채널) CP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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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19 16:17

농한기에 ‘문화’합니다!

최근 들어 ‘옛드(옛날 드라마)’가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다시 공개되고 소비되고 있다. 그 가운데 국내 최장수 드라마 <전원일기>는 방송평론과 언론의 분석기사 등이 나올 만큼 인기를 끌었다. 필자 또한 직장 동료들과 ‘옛드’ 이야기를 하자면, <전원일기> 이야기를 빼놓지 않는다. 드라마가 주는 ‘무공해’와 ‘힐링’ 감성이 있는데다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는 배우들이 낯설지 않고, 특히 완주에 일터를 잡고 있는 우리들에게 <전원일기>는 ‘옛날 드라마’ 이상의 감상을 주고 있다. 필자의 눈으로 본 농촌의 ‘문화현장’은 50년 전 그 당시와 현재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시민의 주체적인 문화활동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지역 문화환경을 새롭게 변화시켜 나가는 문화도시 사업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더욱 안타까운 부분이다. 초등학교 때 TV에 나오던 그 시골, 농촌과 지금의 현실이 어쩌면 이렇게 비슷할까. 마을회관의 모습도, 동네 작은 가게를 중심으로 옹기종기 모여드는 주민들의 모습도, 혼자 사는 노인, 농촌 노총각 등 지금으로 말하면 1인 가구의 문제까지도 말이다. 하지만 유독 초점이 맞춰지는 장면은 <전원일기>의 겨울이었다. 바로 농촌의 농한기. 많이 다양화됐지만, 대개 농촌은 추수가 끝나는 11월부터 이듬해 농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3월까지 농한기를 맞는다. 농한기가 되면 주민들은 여유가 생겨나지만 이 여유를 채워줄 여가와 문화는 턱 없이 부족하다. 아니 전무한 수준이다. 문제는 바로 현실과 맞지 않는 지원시기. 특히 완주 같은 도농복합도시는 더욱 그렇다. 정작 주민들이 문화활동을 필요로 하는 이 시기에는 모든 지원사업들이 올스톱, 그야말로 ‘한기’를 맞고 있는 것이었다. 지자체부터 여러 기관, 단체들까지 주민들을 지원하는 공모사업, 참여사업 모두가 봄, 가을에 집중돼 있다. 공적 영역 사업의 회계연도 문제 때문이다. 내가 일하고 있는 완주문화도시지원센터 또한 사정은 똑같지만,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문화도시 정책이고, 완주문화도시조성사업이기에 ‘꼼수’라도 부려봐야 할 판이었다. 지난해부터 우리는 마을 문화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주민들, 이장님들, 부녀회장님들, 촌장님들과 함께 고민을 시작했다. 할 일은 없고 시간은 남아도니 이때야 말로 ‘문화’하기 좋은 때라 한다. 또한 농한기는 종종 마을의 크고 작은 사건이 일어나는 때이기도 했다. 잦은 음주와 내기 화투 등으로 일어난 다툼은 공들인 마을 관계를 해치고, 이로 인해 발생한 사고와 건강상 문제는 여전히 품앗이 문화가 이어지는 마을 농사일에도 피해를 주고 있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어르신들이 외출을 꺼리시니 소통과 교류도 단절되고 있어 큰 문제가 되고 있었다. 완주에서는 지원방식의 다양화와 행정기관 협의, 주민들의 적극적인 제안과 참여로 크고 작은 농한기 문화 프로그램이 지금 완주에서는 벌어지고 있다. 사실 수요를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폭발적이다. 1년 365일 문화로 풍요로운 도시, 생각만으로도 기쁘고 희망적인 일이지만 한 편으로는 생각이 많아진다. 이것은 완주군, 한 지역만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보조금법이 그래서, 다들 그렇게 지원하니까, 현장을 우리는 끊임없이 외치지만, ‘본래’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현장이 달라졌다면, 우리의 욕구와 수요가 달라졌다면 제도도, 관습적인 방식도 다 변화해야 하고 그런 노력들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랬을 때 문화활동가도, 중간지원조직도, 시민도, 이 도시에서 행복할 수 있다. 지역과 시민의식의 변화를 모른 척 하지 말자. 우리는 20년 전 드라마를 보며 ‘어머!’ 해야 맞다! /장보람 완주문화도시지원센터 공유문화팀장 △장보람 팀장은 서울문화재단 생활문화사업팀과 전주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 기획팀 등에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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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1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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