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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 팔짝!

뭐 해 먹고 살지? 대학 입학 후 반년이 지났을 무렵, 투박한 질문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변호사, 회계사, 공무원, 방송 기자… 저마다 삐까뻔쩍한 꿈 하나씩 품은 선배·동기들 틈에서 나 혼자만 길을 헤매고 있었다. 이제껏 남들보다 앞서진 못해도 묵묵히 발맞춰 왔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한 바퀴는 족히 뒤처진 기분이었다. 오래도록 내게 가장 부러운 사람은 꿈을 이룬 자가 아닌 꿈을 가진 자였다. 꿈이 없어 멈춰 서있는 나를 질책하고 또 동정했다. 정확히 말하면 나는 꿈을 잃어버린 사람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방과 후 수업으로 미술을 배웠다. 학교 수업과 달리 지루하지 않았다. 선을 그을 때 4B연필이 사각사각 갈리는 소리가 좋았고, 붓이 머금은 물의 양에 따라 때론 짙고, 때론 투명해지는 물감이 아름다웠다. 무엇보다 당시 내 눈에 비친 미술 선생님은 항상 행복해 보였다. 중학교 입학 후에도 미술에 대한 흥미는 여전했다. 그러나 입시 위주의 미술 학원을 다닐 열정은 없었다. 누구를 가르칠 만큼 남다른 소질이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렇게 ‘미술 교사’라는 첫 번째 꿈을 잃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제일 좋아했던 과목은 국어였다. 하나의 시가 기분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게 재미있었다. 누구나 느껴본 감정을 누구도 생각지 못한 문장으로 담아낸 소설이 경이로웠다. 한 줌의 말과 글이 깊은 상처를 낼 수도, 뜨거운 위로가 될 수도 있음에 놀랐다. 사람 냄새가 가장 짙은 학문이라고 생각했다. 존경하는 국어 선생님을 만났고, 나도 꼭 그와 같은 ‘국어 교사’가 되리라 다짐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진짜 교사가 되고 싶은 걸까? 나의 됨됨이로 아이들을 교육해도 될까? 학교라는 우물에 빠져 다른 직업을 등한시한 건 아닐까? 그날 이후 두 번째 꿈을 잃었다. 고등학교 2학년 봄, 침대에 누워 내가 언제 가장 행복한지 곰곰이 생각했다. 잠잘 때와 TV 볼 때. 머리를 아무리 쥐어짜도 이를 능가할 다른 경우는 떠오르지 않았다. 자면서 돈을 벌 재주는 없었기에 ‘방송 PD’가 되고자 했다. 그중에서도 평소 즐겨보는 다큐멘터리나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다. 원론적으로 단순하게 찾아낸 꿈이었지만 꽤 마음에 들었고, 계획대로 미디어학부에 진학했다. 당연하게도 마냥 즐기는 것과 직접 만드는 것은 천지 차이였다. 게다가 살인적인 업무 강도로 인해 또 다른 행복인 ‘잠’을 사수하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그렇게 세 번째 꿈을 잃었다. ‘꿈 분실자’로 살아온 지 만 4년. 문득 가구를 제작하고 공방을 운영하는 ‘소목장(小木匠)’에 관심이 생겼다. 홀로 열중하고 고뇌하는 업무 방식이 내향적인 내 성격에 어울린다. 미적 호기심과 가르침에 대한 욕구를 충족하기에도 알맞다.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다며 동네방네 호들갑을 떨어댔다. 그도 그럴 것이 여름 볕에 끈적하게 녹아내린 아스팔트에 신발이 눌어붙어 옴짝달싹 못하던 내 앞에 짱짱한 새 신발이 주어진 기분이다. 천천히 다시 나아갈 수 있겠구나. 잘하면 그늘 밑에서 숨도 고르고, 냇가에서 물도 마실 수 있겠구나. 내 안에 무한한 가능성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물론 또 무슨 핑계를 대고 이 네 번째 꿈마저 잃어버릴지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세상은 넓고, 꿈은 많다. 또 다른 새 신발을 찾아 나서면 그만이다. 그러니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지금 내 꿈은 ‘젊은 나이에 성공한 목공방 사장님’이다! /이민주 고려대 미디어학부 4학년 △이민주 씨는 2018년 고려대 미디어학부에 입학해 꿈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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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7.17 14:09

우리는 조각 속에 살고 있어요

작년 2월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회사 미국 크리스티에서 비플(Beeple)의 <매일: 첫 5000일>이라는 작품이 6천 930만 달러에 낙찰되었다.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 무대에 처음 오른 NFT 작품. 5,000개의 디지털 이미지 파일이 하나로 합쳐진 ‘조각 콜라주’ 하나로 비플은 현존 작가 중 최고 경매가 3위를 갱신했다. 코로나-19가 가속화시킨 디지털 세상을 접한지 벌써 3년차에 접어들면서 나 역시도 낯설었던 비대면 일상에 어느덧 익숙해졌다. 출근 후 자연스럽게 줌(ZOOM)에 접속하고, 16분할된 화면으로 사람들과 화상 미팅을 진행하며 바야흐로 조각의 시대가 찾아왔음을 느낀다. 본격적으로 조각 생활에 익숙해진 건 바이러스 대유행에 따라 대학을 필두로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면서부터가 아닐까 싶다. 내가 작년부터 담당하고 있는 문화예술 교육사업인 ‘팔복예술대학’ 역시 올해부터는 온-오프라인 교육과정을 대폭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 이제는 20대부터 60대의 예술인과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줌에 접속해 고대 민주주의와 예술에 대한 의견울 나누고, 포트폴리오를 공유한다. 요즘은 거리두기가 완화됐지만, 독서실이나 스터디카페를 찾는 대신 자연스럽게 노트북을 켜고 화면공유를 하며 서로가 공부하는 모습을 감시하는, 이른바 ‘유비쿼터스 감옥’과 같은 새로운 문화도 등장했다. 조각의 유행은 미술시장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미술시장 전문 컨설팅 기관인 아트 이코노믹스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고액 컬렉터의 약 65%를 밀레니얼 세대가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과거 자산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아트테크의 연령층이 낮아진 배경에는 공동구매. 즉 ‘조각 투자’가 있다. 플랫폼이 소유한 작품의 지분을 구매하고, 조각 자체를 거래하거나 작품이 향후 경매를 통해 매각되면 수수료를 제외한 차익을 지분에 따라 나눠 받는 구조이다. 온라인 쇼핑을 하듯이 커피 한 잔 값으로 내 취향의 ‘앤디 워홀’‘김환기’와 같은 거장들의 조각 작품 갤러리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정방형의 사진 조각이 빼곡하게 담긴 인스타그램의 사용 방식도 몇 년 전과는 살짝 달라진 모습이다. 줍다와 조깅의 합성어인 줍깅이라는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면장갑, 집게, 비닐봉지를 들고 등하굣길과 출퇴근길을 자발적으로 청소하는 거리의 미화원들이 등장한다. 환경을 생각하는 채식과 제로 웨이스트 인증샷이 수없이 올라오고, 상품을 구매하면 후원으로 연결되는 기부 굿즈, 후원금을 내고 마라톤에 참여한 후 SNS에 인증샷을 올리는 기부 마라톤도 유행이다. 이런 활동들은 단순한 취미에서 끝나지 않고 #해시태그를 달아 불특정 다수를 독려하는 선한 오지랖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SNS는 이제 단순히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적는 공간이 아닌 내 일상과 소비에서 드러나는 가치관의 ‘미닝 아웃(Meaning Out)’ 전시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때로는 타인의 관심을 끌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전시한다며 소위 ‘관종’이라 손가락질 받는 디지털 시대의 우리는 이처럼 조각의 생산자가 되기도 소비자가 되기도 하면서 거리낌 없이 나의 가치관을 드러내고 있다. 예측 불가능한 뉴노멀의 시대에서 뚜렷한 색깔, 개성 가득한 조각들을 모아 각자만의 <매일: 첫 5000일>과 같은 거대한 작품을 완성시키는 것은 어떨까? /이수진 전주문화재단 팔복기획운영팀 주임 △이수진 주임은 사단법인 무형문화연구원에서 전주문화재단 팔복예술공장 기획운영팀으로 자리를 옮겨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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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7.10 14:10

아빠는 안심할 때마다 할아버지가 된다

며칠 전 엄마가 왕홍합을 왕창 사와서는 솥에 모조리 넣고 삶아버렸다. 얼마나 지났으려나 다수의 홍합들이 꺼내달라며 하나 둘 입을 벌렸다. 오이를 썰고 있던 엄마는 홍합의 성화에 거실에서 자산어보를 보던 아빠와 나를 불렀다. 나는 보던 영화를 멈추고 아빠와 꼼짝없이 부엌 바닥에 앉아 홍합을 까기 시작했다. 갓 삶아진 홍합은 무지 뜨거웠는데 아빠가 홍합 껍데기로 홍합을 긁어내면 된다면서 간단한 노하우를 선보였다. 나는 창대와 정약전의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식을 줄 모르는 홍합의 열기가 식을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는 없던 터라 아빠의 노하우를 빌려 홍합을 까댔다. 아빠는 홍합을 까는 내 모습에 “오늘도 하나 배웠지!” 하고 몹시 뿌듯해했다. 다음 날 나는 “그게 그렇게 뿌듯할 일이야?” 마당에 자란 상추를 따며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는 “너 어릴 때 우리말 겨루기 보면서 아빠한테 물어보고 정답이면 대단하다고 했잖아, 아빠는 계속 그런 존재이고 싶은가 봐.” 라면서 “니가 보는 세상이 커질수록 아빠는 아쉬운 거야.“라고 말했다. 나는 ’아니 그건 아쉬운 게 아니라 대견한 건데‘라고 말하고 싶었다. 대신 “아빠가 점점 할아버지 같아"라고 말했다. 내가 11살 때 방과 후까지 마치고 집에 온 나를 조용히 부르던 할아버지는 뒷마당에서 은행 꼬치를 토치로 구워주면서 말했다. “자랑스러운 자식이 되어야 해. 네 아빠처럼.” 장남인 아빠는 그런 자식이었다. 자랑스러운 효자. 우리 집안에서 자랑스러움이란, 혼자만 잘 나는 것이 아니라 가족들을 끔찍이 생각하는 마음, 가족에 대한 책임감 하나로 희생하는 마음이다. 할아버지 역시도 그런 증조할아버지의 자랑스러운 자식이었다. 할아버지는 내 나이 때 고향에서 부모를 여의고 타향살이를 시작했다. 자신의 가족과 여동생의 가족까지. 두 가족을 군산으로 끌고 와 무작정 돈을 벌었다. 토요일 새벽이 되면 시장에 나가 자신의 일주일 치 노동 급여를 두 가족에게 먹일 식량이 담긴 검은 봉지와 맞바꿨다. 일 년 후에는 처남 가족까지 세 봉지. 고모들이 시집을 갈 때도, 엄마가 가족이 되었을 땐 외가댁까지. 가족이 늘어갈수록 할아버지가 들고 오는 봉지도 늘어갔다. 할아버지는 그렇게 46년을 가족들에게 검은 봉지로 존재를 표현했다. 그런 탓에 할아버지는 73세라는 나이가 되어서야 노동에서 은퇴를 했다. 그리고 은퇴한지 일주일 만에 농약을 드셨다. 농약을 게워낸 할아버지는 응급실 침대에서 눈을 떴을 때 느꼈을 것이다. 자기 밑에 딸려있다고 생각한 자식들 밑에 어느새 자신이 딸려 있노라고. 죽지 못해 살아난 할아버지는 퇴원 후에 동네를 돌며 빈 병을 모으기 시작했다. 병을 모아 일주일에 한 번씩 슈퍼에 가서 빈 병과 맞바꾼 하드를 검은 봉지에 가족 수만큼 담아왔다. 내가 네 번째 하드를 먹었을 때쯤 할아버지는 해가 쨍쨍했던 초여름 날 뒷마당에서 예고 없이 숨을 거둔 채 발견되었다. 일평생 여름에는 땡볕 아래 온몸으로 더위를 맞고, 겨울에는 비와 눈을 맞아가면서 얻은 노동의 결실이 검은 봉지로 바뀔 땐 뭐가 그렇게 좋아서 발걸음까지 가볍게 만들었나요. 하드로 채워진 희생으로는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기엔 부족했었나요. 아빠는 내가 새로운 장애물에 부딪힐 때마다 아직은 그늘이 되어줄 수 있음에 안심한다. 나는 안심하는 아빠의 얼굴에서 할아버지를 본다. 나는 커질수록 햇빛 아래 땅바닥에 누워 보라색을 띠고 있던 할아버지를 본다. /백지은 우석대 미디어영상학과 조교 * 백지은 조교는 지난 2017년에 우석대 미디어영상학과 입학했으며, 현재 조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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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7.03 14:11

물축제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

코로나 규제가 완화되고 여름이 다가오며 곧 공연계도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부풀어오르고 있다. 올해 5월에는 제법 많은 대학이 대동제를 열며 3년만에 축제의 장을 열었다. 뿐만 아니라 국내 곳곳에서는 페스티벌이 개최되었다. 점차 공연계가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함께 ‘싸이의 흠뻑쇼’ 역시 올 여름 돌아올 것임을 알렸다. 며칠 전 필자 지인들의 SNS에는 ‘흠뻑쇼’ 티켓팅과 관련된 글이 많이 올라오기도 했다. 많은 이의 기대와 함께, 싸이 역시 열심히 준비 중이라고 언급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흠뻑쇼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했다. 싸이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한 발언 때문이다. 싸이의 말에 따르면, 흠뻑쇼에서 회당 대략 300톤의 식수가 사용된다고 한다. 마셔도 되는 식용물을 구입하여 공연장의 수도와 살수차를 이용하여 관객들을 향해 물을 뿌린다고 설명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갑론을박을 벌였다. ‘유례없는 가뭄 상황에서 식수 300톤은 지나친 낭비가 아니냐’는 의견과 ‘직접 구입해서 사용하는데 낭비일게 뭐가 있냐’라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 이에 한 배우는 SNS에 “워터밤 콘서트 물 300톤 소양강에 뿌려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이에 사람들은 물을 사용하는 워터파크나 골프장과 같은 시설은 두고 공연계만 비판한다는 반론을 들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가뭄이 심각한 상황임은 분명하다. 기상청에 따르면 5월 강수량이 전국 평균 5.8mm로 평년의 6.1%에 그쳤다고 한다. 관측 이래 가장 비가 적게 온 달로 기록되며, 올해 누적 강수량은 지난해 대비 57% 수준에 불과하다. 소양강은 바짝 말라 바닥이 갈라졌고, 저수지는 바닥을 드러낼 정도이다. 논에서는 물이 부족해 모내기에 비상이 걸렸다. 일부 섬에서는 주민들이 사용할 물이 부족해 3달째 제한 급수 중이라고 한다. 최근 비가 잦아지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평년에 비해 강수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다행히 비가 계속되면, 6월 하순부터는 가뭄이 완화되어 장마가 시작한 7월부터는 대부분의 지역의 가뭄이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사실 흠뻑쇼에서 사용되는 300톤의 물은 생각보다 적은 양이다. 300톤의 물을 관객 수인 25,000명으로 나누면, 인당 12L 정도로 한 사람이 1분 동안 샤워할 수 있는 수준의 양에 불과하다. 18홀 기준으로 골프장에서 사용하는 물은 200~800톤에 달하고, 워터파크에서는 하루 평균 약 4500톤의 물을 소모한다. 또한, 흠뻑쇼에 사용되는 식수는 애초에 농업용수와 그 사용 목적이 달라 농민들의 가뭄에 큰 도움이 되기는 어렵다. 오히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농업용수 확보를 위한 항구적 차원의 대책 마련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물론 현 시국을 생각해보았을 때 흠뻑쇼나 워터밤 등과 같은 물축제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례없는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물 300톤은 결코 작은 양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에게는 각자의 사정이 있듯 공연 나름의 사정과 물을 이용한 콘서트라는 상품 가치, 콘서트를 기다리는 스태프와 관객 등을 생각하면 콘서트를 취소하라는 등의 비난은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 현 상황에 심각성을 느낀다면, 콘서트에 가지 않는 방식으로, 샤워 시간을 단축하는 방식으로, 각자의 소신을 표현하고 물 절약을 독려하는 것이 어떨까? 단순한 비난보다는 나의 실천을 통해 정의를 지킬 수 있기를 바란다. /서하나 전북대 졸업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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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6.26 12:27

밀림의 왕 사자

본인을 한 문장으로 소개해 보라고 한다면, “안녕하세요. ‘밀림’의 왕 사자입니다.”로 하고 싶다. 원래 ‘밀림’은 큰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깊은 숲을 의미하지만, 위에서 사용된 ‘밀림’은 처리하지 못한 일이나 물건이 쌓인다를 뜻한다. 나에게 시험공부, 과제 제출, 건강검진 등 마감 기간이 정해진 일이 주어지면 항상 마감 시간이 임박하여 쫓기듯 일을 처리한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제출 기간이 돌아오면 항상 하는 후회지만 이런 루틴이 매번 반복된다. 그렇다고 할 일을 미루는 속 또한 마냥 편했던 것도 아니다. 해야 할 일의 마감 시간이 다가오면 심적 부담감은 항상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왔고,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보고 있으면 내가 게으름뱅이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을 주변인들에게 토로하다 어느 날 한 지인이 던진 “넌 왜 하지도 않으면서 스트레스받아?”라는 돌직구에 한 방 맞아 버렸다. 처음엔 그저 하기 싫은 마음에 그 일을 회피한다고 생각했지만, 나의 벼락치기엔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것치곤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그렇게 더 고민해보니 그 이유가 짐작이 갔다. 난 더 잘하고 싶었고, 그 일을 완벽하게 끝내고 싶었던 것이다. 난 게으름이라는 그늘에서 완벽하게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길 때까지 준비 중이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사람들에게 죄책감을 심어주는 ‘게으름’을 나쁘다고만 할 수 있을까? 일주일 뒤까지 제출해야 하는 과제를 마감 날짜보다 일찍 제출했다고 성실한 사람이고 마감 당일 제출했다고 불성실한 사람이라 할 수 있을까? 하루를 부지런하게 보내기 위해 하루 일정을 용의 머리처럼 거창하게 세웠지만, 결과가 뱀의 꼬리라면 부지런은 했지만 성실하지 못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반대로 하루 안에 끝내야 할 일을 미루고 미루다가 자정에 맞춰서 끝냈다면 게으르지만 성실한 사람이 된다. 이에 본인은 적절한 빈둥거림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침 7시에 일어나 청소와 빨래를 하고 오후에 할 일을 하는 사람과 낮 12시에 일어나, 할 일을 하는 사람 중 누가 더 일의 효율성이 좋을까? 오전 7시에 일어난 사람에겐 부지런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일의 효율은 오전에 일어나 많은 일을 처리하면서 체력을 써버린 사람보다 오후에 일어나 체력을 비축한 사람이 더 높을 수 있는 일이다. 또한, 누군가에게 벼락치기는 작업 수행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미룰 때까지 미루다가 ‘지금 하지 않으면 정말 끝이다.’라는 생각에 엄청난 집중력으로 일을 처리하기 때문이다. 실제 죽어도 못할 것 같았던 일을 이러한 방식으로 처리하고 나면“어라? 나 또 해냈네?”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마저 들기도 한다. 어차피 미룰 거 본인의 게으름에 죄책감을 느끼지 말고, 처음부터 나 자신을 게으른 사람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기왕 정해져 있는 마감 날짜, 할 일을 미루는 시간 만큼은 결과에 대해 걱정을 하지 말고 마음 편히 보내기로 했다. 이렇게 게으르게 살겠다고 다짐했지만, 마음 한구석에선 ‘미리미리 해둘걸’이라는 후회는 항상 품고 살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미 알고 있다. 한 달 전에 미리 했거나 지금 하거나 결과는 내가 만드니 비슷할 것이다. 그러니 주말에 할 일을 끝내지 못했다고 괴로워하지 말고 더 여유를 부려보자. /전현아 전북일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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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6.19 13:45

사람과 자연이 조화 이루는 삶을 꿈꾸며

날이 벌써 덥다. 해가 지면 선선하긴 하지만, 한낮 기온은 30도 안팎을 웃돈다. ‘벌써 이렇게 더우면 한여름에는 어떡하지’라는 걱정과 이제는 봄, 가을이 점점 더 짧게 느껴져 아쉬움이 든다. 올해 인도와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폭염을 겪을 확률이 30배 더 높아졌다는 가능성이 점쳐지는가 하면, 미국과 아프리카 국가들은 지속적인 가뭄으로 식량난 또는 경제난이 우려된다. 온난화 때문이다. 꽤 오래전부터 온난화의 심각성을 알렸고 여러 해결방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여전히 온난화는 가속화되고 있다. 스위스 로잔대, 바젤대 등의 구성원으로 이뤄진 공동연구팀이 발표한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1984년부터 2021년까지 고해상도 위성 영상을 분석한 결과, 알프스 전 지역의 77% 이상에서 초목 면적이 증가하는 ‘녹화’ 현상이 관찰됐다”고 한다. 해당 논문 저자 로잔대 그레고아르 마리에토 교수는 “몇 년 동안 지상 관측을 통해 낮은 고도에서 적설 깊이가 줄어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눈이 사라지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또한, 바젤대 사빈 룸프 교수는 “식물이 새로운 지역을 점령해 식생의 밀도가 점점 더 치밀해지고, 수목의 키가 커지면서 알프스는 점점 더 푸르러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제환경단체인 기후행동추적(CAT)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자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신규 가스 채굴에 나서면서 지구온난화가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자국에 대한 제제에 맞서 가스 공급을 중단하자 미국과 캐나다는 유럽연합(EU)에 천연가스 수출을 확대했으며, 독일과 이탈리아는 카타르와 이집트로부터 천연가스를 공급받는다는 계약을 맺었다. 여기에 나이지리아, 세네갈 등 개발도상국도 가스 개발을 추진하며 천연가스 채굴 경쟁에 뛰어들었다. 산유국들은 코로나19로부터의 경제 회복 추세와 더불어, 러-우 전쟁까지 겹친 결과로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그로 인해 계속해서 이산화탄소, 메탄 등이 발생하고 온실가스층은 두터워져만 가는 실정이다. 우리가 사는 지구가 온난화라는 병으로 시름시름 앓고 있다. 사람이 아프면 체온도 오르고 몸이 아파져 오는 것처럼, 지구도 점점 뜨거워지고 하나둘씩 망가지고 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하루빨리 치료해야 하고, 우리는 그 방법을 잘 알고 있다. 지난 5일 ‘세계 환경의 날’이 50주년을 맞았다. 매년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은 과거 1972년 6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엔인간환경회의’에서 국제사회가 지구 환경 보전을 위해 공동노력을 다짐하며 제정한 날이다. 올해 스웨덴에서 개최된 세계 환경의 날은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지속 가능한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단 하나의 지구(Only One Earth)’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이에 맞춰 우리나라에서도 세계 환경의 날을 기념한 활동 및 캠페인이 진행했다. 환경·수질 정화 봉사 활동, 친환경 관련 광고 및 제품 제작, 환경보호를 주제로 한 각종 공모전과 교육을 실시하는 등 지구를 위한 선행을 보였다. 우리는 멈추지 말고 이러한 선행을 지속해야 한다. 지구는 이미 오래전부터 경고했고 우리는 그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당장 와닿지 않아서인지 뒤돌면 귀찮아하는 태도를 보이곤 한다. 그럴 때마다 인간환경선언에 명시된 ‘적절한 환경에서 살아갈 인간의 권리와 다음 세대를 위해 환경을 보전해야 할 책임이 있다’라는 문구를 되새기길 바란다. 사람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지속 가능한 삶의 필요성을 느끼고 ‘친환경’이란 단어가 우리 곁에 더 자주, 더 자연스럽게 보이길 희망한다. /임지환 원광대 신문방송사 조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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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6.12 14:36

청춘이 더 이상 아프지 않도록

필자가 막 대학에 입학했을 무렵 ‘88만 원 세대’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당시 88년생이 막 성인이 되었는데, 비정규직 평균 임금인 119만 원에서 20대 가 벌어들이는 비율이 73% 즉, 88만 원이라는 점을 두고 나온 말이다. 대학 졸업을 앞두었을 때 이 말은 현실로 다가왔다. 높은 학점과 토익, 각종 자격증, 어학연수 경험 등을 가지고도 취업 서류 전형조차 통과하기 쉽지 않은 분위기였다. 2008년 시작된 글로벌 금융 위기의 영향도 있었다. 새내기 대학생 때 캠퍼스에서 보았던 운동권 선배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학생 운동은 구시대의 유물로 여겨졌다. 학생 운동을 할 시간에 스펙을 하나라도 더 쌓는 것이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청년들의 어려움은 장기화 되어 ‘3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 포기)’, ‘5포 세대(3포 세대 + 내 집 마련, 인간관계)’, ‘7포 세대(5포 세대 + 꿈, 희망)’ 급기야 ‘N포 세대’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포기해야 할 것을 굳이 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 청년은 사회적 취약 계층으로 분류되지 않았고 이들을 지원하는 정책을 찾기 어려웠다. ‘아프니까 청춘’이고, 젊어서는 사서 고생하기도 하는데 그러다보면 분명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더 이상 그러한 희망을 가질 수 없는 현실임을 청년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란 말 듣기도 싫어’라는 어느 청춘의 에세이에 더 공감한다. 국회와 정부도 청년 문제를 더 이상 개인의 일로 치부하지 않고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게 되었고, 2020년 2월 청년기본법이 제정, 8월부터 시행되었다. 국무총리 소속 청년정책조정위원회가 설치됐고 국무총리는 5년마다 청년정책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제1차 청년정책 기본계획(2021년부터 2025년까지)이 수립되었는데, 2025년까지 128만 청년구직자 지원, 일하는 모든 청년 고용보험 가입, 청년주택 27만 호 공급, 43만 청년 가구 주거비 지원, 희망저축계좌 10만 명 지원, 저소득층 대학등록금 부담 제로화, 정부위원회 청년 위원 20% 위촉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체감 실업률이 20%대에 머무는 등 가야할 길이 멀다. 변화하는 시대 상황에 맞는 수요를 파악하여 다양한 정책을 수립·추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장기화 된 구직난과 코로나 여파 등으로 취업이 아닌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는바 취업뿐만 아니라 창업에도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 청년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에서의 창업을 위한 컨설팅 등의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국회가 제정한 법령, 정부의 정책이 보다 실효성 있게 적용되려면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6월 1일 실시되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후보자들이 저마다 청년을 위한 공약을 내놓고 있다. 출마 연령이 만 18세로 하향된 영향인지 청년 정치인들의 출마 또한 많아졌다. 당선자들이 부디 청년들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청년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청년이 더 이상 아프지 않은 세상이 오는 데 일조해주었으면 한다. /김은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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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29 14:11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

최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제작된 공익광고가 논란이 되고 있다. 공익광고는 오은영 박사님이 출연하며 “당신은 애티켓이 있나요?”라는 말로 시작한다. 공원편, 식당편, 직장편, 총 세편으로 제작되었고, 각각의 내용은 아이들로 인해 불편한 상황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이에 오은영 박사님은 너그럽게 배려하는 것을 권유하며 아이들에게 먼저 괜찮은지 물어보기, 부모님들에게 괜찮다고 말해주기, 직장에서는 육아 중인 직원을 배려하여 퇴근해도 괜찮다고 말해주기를 권하고 있다. 하지만 캠페인의 취지와 달리, 캠페인 영상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일부 누리꾼들은 “배려를 강요한다”, “부모님들의 인식 개선이 우선이다”, “아이를 용서하는 것보다 적절히 훈육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캠페인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캠페인을 옹호하는 댓글도 존재했다. “현시대의 삭막함을 보여준다”, “아이들은 보호받아야하는 약자이다”라며 캠페인을 지지했다. 우선 필자의 입장을 밝히자면, 필자는 본 캠페인을 지지하는 바이다. 어린 아이는 보호받아야하는 존재이며, 미성숙한 존재임을 이해해야하기 때문이다. “어린이”는 기호가 아니며, 우리는 모두가 지나온 시기이다. 아프리카 속담 중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아이의 성장은 한 가정만의 책임이 아니며, 사회 또한 함께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최근 어린이에 대한 차별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필자는 그중에서도 노키즈존에 주목하고자 한다. 필자가 올해 제주도로 여행을 갔을 때 제법 많은 가게에서 “노키즈존”을 명시해두었었다. 맘카페에서는 아이들을 데리고 갈 수 있는 맛집, 여행지 목록을 공유하는 글도 심심치않게 볼 수 있었다. 노키즈존이란 어린이, 아동과 영유아의 출입을 제한하는 곳을 말하며, 식당과 카페 등 가게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다수의 사람들은 어린아이가 있으면 시끄럽고, 위험하며, 타인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다고 한다. 노키즈존은 이렇듯 어린아이가 있을 때의 단점을 방지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가게 이용자들 중 노키즈존에 동의하는 사람도 많이 존재한다. 가게의 주인 역시 매출을 포기하고, 전반적인 가게 사정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기에 존중해 주어야한다는 입장도 있다. 하지만 어린아이라는 이유로 배제시키기 쉽기 때문에, 공간에서 그 사람의 존재자체를 배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차별에 해당한다. 한국다양성연구소의 영상에 따르면, 우리의 목적이 조용하고 안전한 공간을 원하는 것이라면 그 규칙을 정하는 것이 우선되어야한다고 설명한다. 생각해보면, 굳이 어린아이가 아니더라도 가게에 피해를 입히는 사람은 존재하지만 우리가 그들을 출입금지 시키진 않는다. 노키즈존은 단순히 아이뿐만 아니라 아이의 보호자들도 배제되는 장소이다. 단순히 불편하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배제하기 시작한다면 과연 그 장소에는 어느 누구도 남을 수 없게 된다. 그렇다고 불편함을 당연히 감내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 장소의 규칙을 어긴다면 연령과 상관없이 점주가 거부할 수 있어야한다. 연령에 따른 차별이 아닌 규칙에 의한 관리가 사회적으로 용인되어야한다. 또한, 위험한 장소에서는 보호자의 적절한 훈육과 책임도 필요하다. 이렇게 사회의 인식 개선이 함께 이루어진다면, 아이들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좋은 환경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하나 전북대 졸업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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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22 14:11

어른이 되어가는 중

카페에서 음료를 기다리거나 버스를 기다릴 때면 연락처 목록을 뒤적인다. 평소 문자보다 전화를 좋아하는 탓에 시간과 시간 사이에 틈이 생기면 어딘가로 전화를 걸곤 한다. 그렇게 3분도 안 되는 짧은 통화를 하곤 다시 일상에 집중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해 꽤나 고요함을 즐긴다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허세는 거짓말이었나보다. 그 날도 어김없이 전화를 걸기 위해 연락처를 뒤적이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지금 일하려나?’, ‘지금 수업중이려나?’라는 생각으로 머리가 채워지면서 음악 어플로 손이 향했다. 예전 같으면 아무생각없이 눌렀을 번호들이었지만 갑자기 망설여졌다. 어릴 적 미디어에서만 본 현대인의 거짓말 1위 “언제 밥 한번 먹자.”유형이 내 현실에도 등장한 것이다. 해가 가면 갈수록 늘어가는 전화번호 속 정작 마음 놓고 전화 걸 사람들이 줄어가는 게 느껴진다. 딱히 그들과 껄끄러운 관계가 된 것도 아닌데 말이다. 고등학생 시절 같은 드라마를 본다는 이유 하나로 친구가 된 짝꿍은 아침 9시부터 저녁 10시까지 붙어있다가 보니 저절로 ‘제일 친한’이라는 수식어를 갖게 되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로 우린 서로 술이 먹고 싶거나, 가고 싶은 카페가 있거나, 심심할 때 바로바로 서로에게 전화해 불러낼 수 있는 존재였다. 그러다 다른 대학에 입학한 후 각자 일이 생기고, 애인이 생기고, 다른 친구들을 챙기다 보니 저절로 만남의 빈도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통화를 끊으며 나누었던 “내일 봐.”는“나중에 한번 보자.”로 바뀌었고, 쓸데없는 대화로 시끄러웠던 내 핸드폰도 점점 조용해졌다. 우리는 특별한 이유 없이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그 뒤로 서로의 학업, 취업 등으로 인해 나와 친구들 사이에 희미한 벽이 생긴 것이다. 지금 당장 내가 심심하니까 전화를 걸었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전화가 가능한 상황인지를 묻는 문자를 먼저 보내게 되었고, “지금 내가 속이 상하니 나와.”가 아닌 “몇월 며칠 몇 시가 괜찮아?”를 물어보게 된다. 처음엔 친구와 만나지 않는 삶이 상상되지도 않았지만 지금 친구가 빠진 내 일상은 너무나도 평온하게 흘러가고 있다. 미래에 대한 방안이 성적뿐이던 고등학생 시절과 비교하면 지금 우리는 사회인으로 현실을 유지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것과 해야 할 일들이 태산이다. 그렇게 저절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서로에게 더 소홀해질 것이고 서로에게 ‘제일 친한’ 사람도 ‘제일 잘 아는’ 사람도 아닐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희미한 존재가 되어가고, 서운한 감정은 생기지도 않을 것이다. 연락하는 사람이 정해져 있는 지금, 이 글을 쓰는 나조차도 끊어진 인연을 먼저 이어 붙일 용기가 없다. 만약 이 사람이 내 연락이 불편하면 어떡하지? 인사 뒤엔 무슨 얘기를 해야 하는 거지? 라는 고민이 먼저 들고 내 순수한 안부 인사가 다른 꿍꿍이로 보일까 걱정하기도 한다. 그렇게 나 혼자 잘 지내겠거니. 그러려니. 하며 단정 짓고 포기해 버린다. 아직 부모님 손을 잡고 걷는게 좋고, 언니들의 챙김을 받는게 당연한 ‘우리집 막둥이’인 나는 버스를 탈때 성인 요금은 지불하고,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고 해서 나 자신을 어른이라 생각해 본적이 없다. 하지만 넘쳐나는 전화번호 속 가벼운 안부를 물어보기 어려운 관계가 늘어갈수록 진정한 어른이 되어가나 보다. 오늘도 버스정류장에서 그냥 노래나 들어야겠다. /전현아 전북일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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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15 10:01

특별함이 아닌, 평범함을 꿈꾸고 있을 아동들

언제 그랬냐는 듯 추위는 지나가고 따뜻한 날이 찾아왔다. 코로나19 확진 추세도 점차 감소하고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로 3년 만에 되찾은 일상생활과 함께, 5월 가정의 달과 시기도 맞물려 야외로 나온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이 여럿 보인다. 가정의 달의 대표적인 날인 어린이날이 올해로 100주년을 맞았다. 미성숙하다는 이유로 탄압받던 어린이 인권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1922년부터 시작된 어린이날은 일제강점기 이후에도 꾸준히 이어졌으며, 1975년에 법정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오늘날에는 다 함께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날이 됐다. 어린이를 위해 앞으로도 맞이할 어린이날과 어린이 관련 많은 행사 및 이벤트가 마련될 것이지만, 이를 모든 어린이가 누릴 수 있는 건 아니다. 하루 이틀, 하물며 어린이날조차도 힘들고 고통 속에서 보내게 하는 ‘아동학대’가 여전히 극성이기 때문이다. 2010년대 계속해서 증가한 아동학대는 보건복지부(2020년 기준)에 따르면 코로나19 발발 이후 전체 3만 건을 돌파했으며, 아동학대 신고 접수는 4만 2천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결국 2020년 10월 참혹한 아동학대 살인 사건 ‘정인이 사건’이 발생했다. 입양 당시 8개월의 여자아이를 장기간 학대해 사망하게 한 사건으로 국민의 분노를 일으켰다. 정인이 사건 이후 지난해 3월 아동학대가 발견되는 즉시 피해 아동을 가해자로부터 분리하는 ‘즉각분리제도’가 도입됐으나,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도입 첫해 만에 즉각 분리가 1천43건이 시행됐고 이 중 94%(982건)가 실제 아동학대 사례로 판정되는 등 아동학대를 근절시키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했다. 피해 아동에 대한 조치도 문제다. 피해 아동 상황이나 지자체 여건에 따라 학대 피해 아동 쉼터, 일시 보호 시설, 위탁 가정 등으로 보내지는데, 대표적인 보호 시설인 쉼터의 보육교사는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는 등 낮은 처우 때문에 인력 확보조차 어려운 형편이다. 이직률이 높고 채용이 원활하지 않은 데다 지자체별로 인력과 재정도 제각각으로 운영되고, 그로 인해 나타나는 피해는 온전히 피해 아동들에게 돌아간다. 또한 아동학대의 심각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단순히 구타나 폭력에 의해 신체적 손상을 유발하는 신체적 학대를 비롯해, 인격이나 감정을 손상하는 정서적 학대, 유사 성행위이나 성매매를 강요시키는 성적 학대, 무책임한 방임 등이 동반되는 정신적 피해도 크기 때문이다. 아직 인격체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아동이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겪는다면 더욱더 치명적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해당 아동이 시간이 흘러 청소년이 된 이후 비행을 일삼을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간과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기에 아동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함과 동시에, 존엄성을 가진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해 함부로 대해선 안 된다. 더불어 아동학대 처벌 수위를 높이는 등 아동학대 전체 건수를 감소시키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하고, 피해 아동이 가정과 분리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이후 조치의 부족한 점을 메꿀 수 있도록 면밀한 지원이 필요하다. 여러분은 어떤 어린 시절을 보내왔는가. 특별하진 않았지만 따뜻하고 즐거웠다면, 주위 아동들에게 온정을 나눠주는 건 어떨까. 학대 피해 아동들은 특별함이 아닌 관심과 보살핌으로 평범함을 꿈꾸고 있을지도 모른다. /임지환 원광대 신문방송사 조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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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08 13:50

계속되는 악플로 인한 피해, 최소화 하려면

인터넷으로 유명인들의 기사를 접하고 소통한 이래로 ‘악플’은 끊임없는 사회적 문제였다. 2019년 말, 악플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겪던 가수 설리와 구하라가 연이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였고,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 특히 설리는 2016년 6월부터 10월까지 ‘악플의 밤’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본인에 대한 악플에 당당하게 대처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프로그램이 방영 중이던 시기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악플의 밤은 JTBC2에서 방영하였던 프로그램으로, 스타들이 자신을 따라다니는 악플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면서 올바른 댓글 매너 및 문화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해본다는 취지로 기획된 것인데, 이 프로그램에서 본인에 대한 악플을 직접 읽고 평가하면서 평소 누적되어있던 정신적 고통이 심해져 결국 안타까운 선택으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 10월 다음은 연예 뉴스의 댓글 기능을 없앴고 네이버도 2020년 3월 관련 서비스를 종료했다. 연예 기사에 대해서는 ‘좋아요’, ‘훈훈해요’, ‘화나요’ 등의 이모티콘을 통한 감정 표현만 할 수 있고 직접 구체적인 의견을 담은 글을 쓰지는 못한다. 이를 통해 어느 정도의 성과는 거두었지만, 최근 유튜브 등 동영상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소통이 점점 증가하고 있고 이러한 콘텐츠의 댓글 창은 여전히 열려있기 때문에 악플 근절은 어려운 상황이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것으로, 제70조 제2항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형법에도 명예훼손죄가 있지만 형법상 명예훼손죄는 ‘사실 적시’의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 ‘허위 사실 적시’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그 법정형이 정보통신망법에 비해 낮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명예훼손 피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정보통신망법이 제정된 것인데, 실제 처벌 수위는 법정형의 상한이 더 높게 규정된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낮은 편이다.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그 벌금의 액수도 낮다. 또한 수사관의 주관적인 기준에 따라 비슷한 정도의 사안이라 하더라도 불송치 또는 불기소 처분으로 종결되는 경우도 많아 피해자들이 혼란스러워 하기도 한다. 정보통신망법의 실효성 있는 적용을 통해 사이버 공간에서의 명예훼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수사기관의 기준 확립, 보다 강한 처벌을 통한 사회적 경각심 고취가 필요할 것이다. /김은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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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01 14:15

인구 절벽과  '정해진 미래'

'정해진 미래'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한국은 “저출산”을 넘어서 “초저출산”, 그야말로 인구 절벽을 눈 앞에 두고 있다. 2021년 기준으로 합계출산율이 0.81명으로 부부 2명이서 채 1명의 아이도 낳지 않는다. 심지어 세계 1위의 초저출산율을 해마다 갱신하고 있다. 전체 인구를 연령 순서로 나열할 때 한 가운데에 있는 사람의 연령인 중위연령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2022년 현재의 중위연령은 44세지만, 30년 뒤인 2052년엔 무려 58.6세가 된다. 60세 이상의 인구가 절반에 가깝단 이야기이다. 하지만 우리가 저출산을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여전히 출퇴근 시간에는 대중교통이 붐비고, 휴일 시내에는 사람들이 바글거리며, 하교시간 버스에는 학생들이 가득하다. 이쯤 되니 ‘인구 조금 줄어도 괜찮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인구는 우리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변수이다. 미래를 계획할 때 인구 구조에 대한 이해 없이는 불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 10년 후 한국사회가 현재랑 똑같을 거라는 보장이 없고, 오히려 현재 우리는 인구 절벽으로 인한 격변 속에 있다. 인구절벽을 감안하며 미래계획을 세운 적이 있는가? 올해 2월 서울 초등교사 임용시험에 합격한 216명 전원이 발령을 받지 못했다. 인천지역 합격자 207명 중 100명, 경기지역 합격자 1407명 중 567명도 미발령 상태이다. 또한, 지방대학은 신입생을 채우지 못해 위기에 빠졌다. 현재 대학 신입생 정원은 약 50만 명이지만, 2026년 대학 진학 예정인 학생 수는 32만명에 불과하다. 군대는 어떤가? 징집제로는 현재의 국방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기에 징집 방식에도 큰 변화가 발생할 것이다. 인구가 감소하니 구직은 더욱 쉬워질까? 그것도 아니다. 내수가 감소함에 따라 인구 감소보다 일자리 감소가 더욱 가파를 것이고, 오히려 정규직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과거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비정규직으로 현실에 안주하는 청년층이 증가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개인에 그치지 않고, 조세, 복지, 행정, 교육, 산업 등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2055년에는 고갈된다고 전망한다. 1990년생은 국민연금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이 OECD 국가 중 1위로 40.4%에 달하기에 국민연금으로 노인빈곤을 채우고 있지만, 약 30년 후엔 이마저도 어렵게 된다. 안타깝게도 고성장시대로 다시 돌아가는 길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인구변화를 극복하기 위해선 단순히 표를 더 받기 위한 복지정책의 확대보단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 노령인구가 많다는 이유로, 대책 없이 복지를 확대하다보면, 국고의 소진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고, 곧 젊은 층의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또한, 저출산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임신과 출산에 따른 비용, 보육 환경도 저출산 원인 중 하나이지만 근본적인 원인으로 보긴 어렵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사회 자원의 집중으로 인한 불평등과 결핍이다. 수도권에 집중된 자원으로 인해 청년층을 비롯한 인구가 수도권에 몰리게 되고, 한정된 자원에 사람이 밀집되어있으니 자연스럽게 사회자원은 불평등하게 분배된다. 이로 인해 갈등과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가 조장되며, 혼자 살아남기도 버겁기에 자연스레 포기하는 것이 많아진다. 출산 역시 이 과정에서 포기하게 되는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인구 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되지 않는다. 미래는 정해져있기에 이를 준비하고, 예견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대비책을 마련해야한다. 사회적 혼란을 줄이고, 정해진 미래가 더욱 악화되지 않도록 정부와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서하나 전북대 졸업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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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4.24 10:39

보통의 어려움

어릴 적 기억에 남는 나의 별명 중에는 ‘핑크공주’가 있었다. 옷도 신발도 머리 장신구도 분홍색이 아니면 쳐다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엄마에게 조르고 졸라서 발라본 립스틱도 피 빨간색만을 고집했었다. 초등학교 숙제로 장래희망을 적어가는 칸에는 연예인, 외교관, 디자이너 등 나의 적성에 맞지 않지만 화려해 보이는 직업이 항상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 옷장에서 색깔이라곤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무채색의 옷을 선호한다. 검은색 상의만 가지고 있는 것이 지겨워 쇼핑을 나가면 다시 검은색 상의를 고르는 나를 발견할 때가 100이면 90이다. 남들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성격 탓에 누군가에게 민폐를 끼치기 싫어한다. 그래서 항상 기본만 하자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나에겐 더 특출날 재주도, 튀고 싶은 간절함도 부족했기 때문에 뒤처지지만 말자고 생각하며 생활을 해왔다. 하지만 어느 날 친구가 ‘자신의 꿈은 보통만큼 사는 것’이라고 하는 순간 ‘보통’이라는 단어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매사에 꼼꼼하고 열심히 했던 그 친구가 자신이 지향하는 삶이 ‘보통’이라는 것에 보통이라는 단어가 더욱 까다롭게 느껴졌다. 보편적으로 사람들은 카페 메뉴 중 어떤 음료가 가장 기본적인 메뉴라고 생각할까? 저자는 한때 아메리카노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아르바이트할 때 손님들의 주문을 받으며 계속 머릿속으로 되뇌는 생각은 ‘제발 아메리카노 시켰으면.’ 이었다. 물과 에스프레소만이 있으면 완성이기 때문에 제일 쉬웠고 빠르게 조리할 수 있고, 설거짓거리도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글을 쓰며 생각해보면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제일 만들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음료는 계량을 통해 정확한 양의 재료를 넣어 만들면 항상 같은 맛을 구현할 수 있지만, 아메리카노는 그날의 원두 상태, 추출 온도, 추출 시간, 탬핑 실력 정도의 차이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기본과 보통’이라는 단어가 더욱 고단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길바닥에서 마주친 불특정 다수 중 하루를 마무리할 때쯤 강렬하게 떠오르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렇게 우리는 그 정도로 서로에게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의 평범함이 있기까지는 나름의 고됨도 포함되었다. 강남 8학군까지는 아니더라도 사교육의 매콤함도 맛보았고, 고등학생 땐 졸음을 참기 위해 복도에 나가 문제를 풀 정도의 열정을 가지고 야간자율 학습에도 참여하였다. 보통 사람들보다 뚱뚱하지 않으려고 운동을 시작했고, 보통 사람들처럼 내 맘대로 소비하고 싶어 주말을 반납해 가며 아르바이트도 했었다. 그리고 보통의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상대에게 큰 노력을 기울인다. 한자로 普通(보통) 넓을 보에 통할 통 자를 사용한 이 점에서 보이듯 보통이라는 기준에 들어가기 위해선 우리는 ‘넓게 통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덜 평범하다고 느껴지면 아무리 넓은 기준이라도 속하지 못하게 된다. 우리는 넓게 퍼져있는 많은 사람의 보통이라는 기준에 ‘통’하기 위해서 아침 일찍 일어나 학교에 가고, 직장에 가고, 수많은 경쟁을 하고, 속 시끄러운 감정을 소모한다. 그렇게 오늘도 보통 사람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을 알기에 당신의 평범함에 감히 “보통이 아니다.”라고 말해본다. /전현아 전북일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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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4.17 14:10

다들 열심히들 산다, 정말 열심히 살아

레트로 열풍이 식지 않는다. 90-00년대 인기 노래들이 하나 둘씩 리메이크 되며 들리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영화나 드라마 등 미디어 산업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그 시절을 다시 마주친 반가움으로, “너도 알아?”라며 느끼는 공감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도 이러한 ‘추억’을 키워드로 잡고, 한때를 풍미했던 상품과 서비스를 재출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중 가장 돋보이는 건 ‘포켓몬빵’이다. 지난 2월 24일 16년 만에 재출시된 포켓몬빵은 누적 판매량 1천만 개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빵과 함께 동봉된 스티커가 인기 요소인데, 단순히 재미로 스티커를 모으는 취미가 과거와 달리 오늘날에는 논란이 일고 있다. 포켓몬빵은 하루 평균 약 23만개가 팔리며 수요가 급증하자 공급이 따라잡지 못하는 실정이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포켓몬빵을 구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데, 이를 이용한 판매자의 도넘은 상술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숨겨놓고 단골손님에게만 몰래 판매하거나, 억지로 일정 금액을 채우게 하고 다른 고가의 물건이랑 끼워 강매하는 등의 행위들이 실제로 판을 치고 있다. 각종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포켓몬빵이 정가에 서너 배 뻥튀기 된 가격으로 웃돈이 붙은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포켓몬빵 품귀 현상은 판매자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소유욕도 한몫했다. 판매하려고 진열해둔 포켓몬빵이 망가지는 사례들이 발생하는데, 바로 스티커 때문이다. 빵을 먹는 것보단 함께 동봉된 스티커의 종류를 확인하기 위해 흔들거나 밀어서 상품 가치를 훼손시키는 것이다. 빵을 살펴본 소비자는 구매하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빵을 판매할 수 없는 판매자는 억울한 손해를 입게 된다. 또한 명품관에서만 볼 수 있었던 오픈런 현상이 포켓몬빵을 구매하기 위한 활용되기도 한다. 편의점 물류 차량 시간에 맞춰 입고된 제품을 대기했다가 즉시 구매하거나, 대형매장 오픈 시간 전부터 오랜 시간을 기다려 번호표를 받는 모습 등이 백화점 명품관을 방불케 한다. 심지어 포켓몬빵을 악용한 여러 사건도 일어났다. 포켓몬빵을 찾던 소비자가 제품 품절로 구매하지 못하자 “거짓말 아니냐”며, “진짜 포켓몬 빵 없냐”고 행패를 부리는가 하면, 편의점 직원이 포켓몬빵으로 여아를 유인해 성추행하는 범죄가 발생했다. 필자는 다시 마주한 포켓몬빵이 오늘날에는 그다지 반갑지 않다. 본인도 어릴 때 포켓몬빵을 많이 사 먹고 스티커 모으며 소소한 재미를 즐겼지만, 앞선 소식들을 접할 때마다 ‘그깟 빵이 뭐라고 이렇게까지...’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마치 8년 전 허니버터칩 대란이 재연된 듯하다. 2014년에 출시된 허니버터칩도 판매에 대한 여러 논란과 현재의 포켓몬빵과 비슷한 행보를 보였지만, 결국 지금은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게 됐다. ‘추억’, ‘동심’ 등의 단어를 앞세워 소비자의 향수병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일부러 물량을 공급하지 않고 ‘다른 사람은 다 있는데 나만 없네’라는 구매심리는 이용한 자극적인 마케팅이라는 의심의 여지가 남는다. 제품을 만드는 기업, 그것을 파는 판매자, 사고 싶은 소비자까지 특정지어 누가 잘못했다고 시시비비를 가리고 싶지 않다. 수요와 공급이 흘러가는 상황에서 생기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씁쓸한 소식을 들으면 이런 생각이 든다. ‘다들 열심히들 산다, 정말 열심히들 살아’ /임지환 원광대 신문방송사 조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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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4.10 14:33

사람의 마음을 낚는 범죄, 보이스피싱

2년 전 순창군의 한 20대 취업 준비생이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전화를 받고 거액의 돈을 건넨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있었다. 위 조직원은 피해자에게, 피해자의 계좌가 대규모 금융사기에 연루돼 일단 돈을 찾아 자신에게 건네주어야 하고, 수사가 끝나면 돌려주겠다고 기망하여 금원을 편취하였다. 피해자는 돈을 건네고 난 후 조직원과 연락이 되지 않자 죄책감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었다. 이 사건은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고, 전라북도 내에서 일어난 일이어서 더 관심 있게 보았던 기억이 있다. 보이스피싱은 생각보다 더 우리 가까이에 있다. 보이스피싱을 근절하기 위한 단속과 수사가 강화되고 있지만 그만큼 범죄 수법도 진화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거래 및 언택트 환경 또한 영향을 미치는 듯하다. 필자도 변호사로 일하면서 실무에서 보이스피싱 사건을 자주 접하고 있다. 보이스피싱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불안한 마음, 절박한 마음 을 이용한다. 자녀와 부모의 전화번호 등을 사전에 알고 있는 사기범이 마치 자녀가 납치 상태인 것처럼 가장하거나, 타인의 인터넷 메신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해킹하여 로그인한 후 이미 등록되어 있는 가족, 친구들에게 교통사고 합의금 등을 요청하거나, 경찰 및 검찰 수사관을 사칭하여 피해자가 범죄에 연루되어 있다고 기망하거나, 금융기관 직원 등을 사칭하여 대출을 해주겠다고 유인하고 대출을 실행할 경우 기존 카드론 대출 약관에 위반되므로 기존 대출금 상환 명목으로 돈을 지급해야 한다고 기망하는 것 등이 전형적인 수법이다. 가족이 위험하거나 본인이 범죄에 연루되었다고 생각하면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 등으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대출금이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피해자를 사실상 심리적으로 항거 불능한 상태로 만들어 금원을 편취한다. 사람의 마음을 낚는 것이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사기 범행을 계획, 지시하는 총책, 범죄에 필요한 통장 및 체크카드 등을 모집하는 모집책, 이를 전달하는 전달책, 피해자들이 송금한 금원의 인출을 지시하는 관리책, 피해금을 받아 송금하거나 피해금을 인출하여 전달하는 수거책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수의 사람들이 점조직 형태로 범죄를 수행하는데 각 조직원들끼리도 그 정체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들 사이의 연락 또한 비대면 방식으로 이루어지곤 한다. 범행이 적발된다 하더라도 총책이 아닌 수거책이나 전달, 관리책 등이 검거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실제 범죄 수익을 보유하지 않고 수고비 명목으로 한 건 당 소액의 이득만 얻으며, 경제적 능력이 없어 피해자가 이들로부터 피해금액을 전액 변제받거나 높은 금액으로 합의하여 피해 회복을 하기 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대표적인 보이스피싱 수법 및 사례를 숙지하고 해당 사례와 비슷한 연락 등을 받았을 때 보이스피싱을 적극적으로 의심할 필요가 있다. 만약 이미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은 상황이라면 경찰에 신고하고, 가해자에 대한 재판 진행 과정에서 피해자배상명령신청을 통해 별도의 민사 소송 없이 가해자의 재산에 강제집행을 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김은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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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4.03 14:09

해양 오염의 민낯 ‘씨스피라시’

해변을 걷다 해안가 곳곳에 쓰레기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빨간 초장통, 초록 그물더미, 하얀 부표 부스러기, 그 외에도 알 수 없는 물건들이 있었다. 한 조사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의 해양쓰레기 수거량은 약 100만톤에 다다른다. 이렇게 많은 쓰레기들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우리나라에서 플라스틱은 3년 동안 평균적으로 해양쓰레기의 83%를 차지하며 가장 많은 쓰레기에 해당했다. 수년 전 거북이의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박혀 고통스러워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충격적인 영상과 함께 플라스틱 빨대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강조되어왔고, 현재 많은 카페에서 친환경 빨대 혹은 종이 빨대를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큰 문제라고 생각해왔던 플라스틱 빨대가 해양쓰레기에서 차지하는 양은 0.03%밖에 되지 않는다. 플라스틱은 섬유형, 발포형, 경질형, 필름형으로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해안에서 3년동안 발견된 플라스틱 쓰레기의 11.3%는 어업용 밧줄, 10.9%는 부서진 부표에서 나온 발포형 파편이 차지했다. 이렇게 항목을 정리해보면 어업용 쓰레기가 27.6%, 생활 쓰레기가 37.6%에 해당했다. 하지만 섬을 대상으로 조사하면 결과는 달라진다. 사람이 적다는 특징때문에 스티로폼 부표와 어업용 밧줄이 55.8%를 차지했다. 해양쓰레기의 원인이 플라스틱 빨대가 아닌, 상업적 어업용 쓰레기라는 사실을 세상에 알린 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를 소개하려고 한다. ‘씨스피라시’란 ‘sea’와 ‘conspiracy’를 합친 말로 ‘바다에 관한 음모’라는 뜻을 가진다. ‘씨스피라시’는 해양쓰레기의 44.6%가 그물이었다고 설명한다. 지금도 매일 하루에 지구 500바퀴를 감을 수 있는 양의 낚시줄이 바다에 설치되고 있다. 바다생물들이 사라지고 있는 진짜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다. 상업적 어업으로 인한 해양쓰레기와 부수 어획으로 인한 남획으로 인해 수많은 해양생물들이 죽고 있다. 부수 어획이란 어획 대상이 아닌 어종을 잡는 일을 뜻한다. 어획 대상이 아니기에 바다에 돌려보내지만 이미 손상을 입어 죽는 경우도 많고, 어획되더라도 폐기하는 경우가 많다. 한 단체에서는 플라스틱때문에 죽는 바다거북은 1천마리로 계산한다. 하지만 부수어획으로 죽는 바다거북은 연간 25만 마리이다. 심지어 가장 극심한 바다오염 사고로 유명한 딥워터 호라이호의 기름 유출 사고로 인해 3달간 죽은 물고기의 숫자보다 단 하루의 어업으로 죽은 물고기의 숫자가 더 많다고 한다. 전세계에서는 하루에 2조 7천억마리의 물고기가 잡히고 있다. 부수 어획을 통해 상어, 고래, 바다 거북 등 멸종 위기종도 잡히고 있고, 먹이사슬의 최상층에 위치한 고래와 상어와 같은 종들이 사라지면 하위 생물들이 최상층이 되며 바다생물의 멸종을 앞당기게 된다. 이 속도로 남획이 지속된다면 2048년에는 바다가 텅 비어버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 단체에서는 상업적 어업이 해양오염의 원인이라 지적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환경 단체의 후원 단체가 상업적 어업을 하는 회사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속가능한 어업’이라는 말로 소비자들을 관심을 돌리고 현혹시키지만 ‘씨스피라시’는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지속가능한 어업’의 정의가 없을 뿐더러 소비자가 현재 어류가 지속가능한지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생선 소비량을 줄이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상업적 어업으로 인한 해양 오염에 관심을 가지고, 생선 소비량을 줄이려고 노력한다면 위의 행태들은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해양생태계는 인간의 생존과도 직결된다. 해양 오염의 심각성을 깨닫고 해양생태계의 소중함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 지금부터 실천한다면, 조금 더 나은 미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위의 설명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씨스피라시’를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서하나 전북대 졸업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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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27 14:03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

장기전으로 접어든 코로나 19로 모두가 지쳐있는 것은 모두가 다 알고 있는 당연한 사실이다. 초반에는 2주 자가격리도 해본 적이 없어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걸리는지 궁금해지는 동시에 끝까지 살아남을 근거 없는 자신감까지 갖게 되었다. 하지만 일일 확진자가 10만이 넘어가며 번호표를 뽑아놓고 순서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코로나를 생각하며 지내게 되었다. 그러다 저번 주, 저자의 집에도 코로나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갔다. 모두가 알다시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게 되면 판정일로부터 일주일간 자가격리에 들어가게 된다. 일주일간 꼼짝없이 가족끼리 동시에 격리에 들어갔다. 아침마다 아버지가 버려주신 덕분에 하루에 발생하는 쓰레기에 대해 큰 생각을 갖지 않았다. 하지만 쓰레기를 버리러 나갈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 쓰레기는 저절로 현관 앞에 쌓이기 시작했다. 평소 쓰레기 문제에 신경을 쓴다고 자신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라스틱, 비닐봉지, 종이, 음식물 할 것 없이 가족 구성원들이 배출해내는 쓰레기양은 어마어마했다. 일회용품으로 인한 환경오염의 문제는 날이 갈수록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코로나 19에 대비한 개인위생 강화로 라이프 스타일이 비대면으로 변화되며, 배달음식의 수요가 증가하게 되었고 플라스틱 배달 용기 사용량도 증가하여 쓰레기가 쌓여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음식 배달 앱의 배달음식 플라스틱 용기를 조사한 결과 메뉴 1개당 평균 18.3개의 플라스틱 용기가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주일에 평균 2.8회 배달음식을 주문한다고 가정할 경우 1인당 연간 10.8kg의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는 셈이다. 내가 분리 배출한 재활용 폐기물이 100% 재활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소비자원이 조사한 플라스틱 배달 용기 중 재활용이 불가능한 재질 등 일부를 제외하면 전체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폐기물의 비율은 45.5%밖에 안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재활용되지 않은 플라스틱 용기는 매립 또는 소각된다. 평소 개인 컵을 애용하는 편이다. 처음 개인 컵을 사용했던 이유는 환경보호에 큰 뜻이 있어서가 아닌, 그저 멋있어 보여서였다. 그러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버려지는 쓰레기양을 보고 심각성을 직면한 이후 외출 필수품이 되었다. 처음엔 짐이 늘었다는 사실에 귀찮았지만, 점점 적응하니 장점이 하나둘씩 보였고 나 자신이 장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문제로 오는 6월부터 전국 주요 커피 판매점, 패스트푸드점 등을 대상으로 일회용 컵에 음료를 구매하면 자연순환보증금 300원이 추가되는 보증금제가 시행된다. 이 일회용 컵에는 플라스틱 컵과 종이컵이 모두 포함된다. 컵을 해당 매장에 가져다주면 돌려받는 돈이고, 일부는 고작 300원으로 효과를 기대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반응도 있지만, 처음부터 개인 컵 할인을 받아보는 것은 어떨까? 모두가 영웅이 되어주기를 바라진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의병은 될 수 있다. 우리가 의병이 될 방법은 생각보다 너무 간단하다. 개인 컵 사용, 장바구니 챙기기, 안 쓰는 코드 뽑기, 재활용 폐기물 세척 해서 분리수거 하기 등이 있다. 번거롭고 어색하겠지만 음료를 주문할 때 용기를 내 말 해보자.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개인 컵 사용할게요!” /전현아 우석대 미디어영상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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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20 14:30

꺼진 불도 다시 보자

“더운 게 좋아, 아니면 추운 게 좋아?”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필자는 후자를 선택한다. 더위를 잘 타서 땀이 나는 걸 싫어하기도 하고, 어릴 때 가족들과 여행을 다니거나 재밌게 보냈었던 시간들은 대부분 눈 내리던 추운 날이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여름보단 겨울을 더 좋아하게 됐다. 하얀 눈, 크리스마스, 새해맞이 등 겨울에만 만날 수 있는 즐거운 요소도 있지만, 안타까운 소식도 들리곤 한다. 언제나 들어도 안타까운 산불 피해 소식이다. 잊을 만 하면 들려오는 산불 피해 소식은 올해 겨울에도 발생했다. 지난 4일 경북 울진에서 시작된 산불은 강풍의 영향으로 강원도 삼척까지 번졌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11일)까지도 완전히 진화되지 않았고, 최근 10년간 겪은 산불 중 가장 큰 피해 규모를 발생했다는 예측도 뒤따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번 울진·삼척 산불로 인해 2만 3천993ha의(11일 오전 6시 기준) 산림 피해가 추정된다고 밝혔으며, 역대 최대 규모인 2000년 동해안 지역 산불의 피해 면적인 2만 3천794ha을 넘어섰다. 축구장 면적(0.714㏊)과 비교하면 3만 3천604배 가량이다. 지난달 26일 대구 달성군 일대에서 난 산불은 14일 만에 주불이 진화됐다. 피해 면적은 약 25ha로 울진·삼척 산불 피해보다 규모는 작지만, 지난 5일 발화 지점 인근에서 재발화하며 완전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뿐만 아니라, 부산 금정구, 경북 경주, 충남 서산과 공주, 경기 용인과 여주까지 전국 곳곳 산불 피해에 비상이 걸렸다. 매년 끊이지 않는 산불에 예방하긴 위해선 그 원인과 이후 조치에 신경 써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난 7일 산림청은 지난해 발생한 산불 620건의 원인자 검거 실태를 분석한 결과, 검거율은 39.7%(246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산속 CCTV는 많지 않고 목격자 확보도 어려워 산불 원인 규명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산불을 일으킨 실화자나 방화범에 대한 이후 처벌 조치도 경미하다는 의견이다. 산림보호법 53조에 따르면 △산림보호구역 또는 보호수에 불을 지른 자는 7년 이상 15년 △타인 소유의 산림에 불을 지른 자는 5년 이상 15년 이하 △자기 소유의 산림에 불을 지른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 △과실로 산림을 태운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등의 명확한 처벌 기준이 있지만, 실정은 솜방망이 수준이다. 지난해 1월 쓰레기 소각 도중 0.01㏊의 산림을 태운 사람에게는 벌금 300만 원, 같은 해 3월 농산폐기물 소각 도중 4.42㏊의 산림을 태운 사람에게는 징역 8월이 선고된 바 있다. 어떤 이유든지 화재가 가져오는 피해는 참담하다. 실화 또는 방화 구분 없이 규정대로 처벌하는 사례로 경각심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이 부는 겨울에는 작은 불씨라도 빠르게 퍼져 산불이 나기 십상이다. 더군다나 많은 산이 이어져 있는 우리나라는 산불에 매위 취약한 환경이기 때문에 우리의 주의가 각별히 필요하다. 산림청에서는 산불의 주된 원인을 입산자 실화, 논·밭두렁 및 쓰레기 불법 소각, 무심코 버리는 담뱃불 등 개인의 부주위로 꼽았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안일함을 버리고, ‘꺼진 불도 다시 보자’라는 불조심 표어를 되새길 때이다. /임지환 원광대 신문방송사 조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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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13 14:14

방역패스와 국민의 기본권 제한

코로나 19가 발생한 지 벌써 2년 이상 경과하였다. 처음에는 마스크를 착용이 어색하고 답답했지만, 이제는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할 정도가 되었다. 코로나 초기 사람들은 백신 개발을 손꼽아 기다렸고, 백신이 개발되자 코로나의 공포에서 조금은 해방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러한 기대와 기쁨도 잠시, 백신의 부작용 사례를 접하고, 백신을 맞아야 하는 것인지, 맞는다면 어떠한 백신을 맞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방역’을 위해, ‘공공의 이익’을 위해 국가에서 정한 시기에, 정해진 종류의 백신을 접종해야 했다. 2021년 11월부터는 ‘방역패스’ 제도가 시행되어 백신 접종을 하지 않고는 식당, 카페 등의 출입이 제한되었고,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여전했다.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고통보다 백신 부작용으로 인한 고통이 더 클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1, 2차 접종과 달리 3차 접종은, 방역패스 기한이 끝날 때까지 최대한 늦추겠다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그런데 지난 3월 1일부터 방역패스 시행이 중단되었다. 감염자의 대부분이 확산율은 높고, 치명률은 낮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인 달라진 현실이 고려되었고, 방역패스 적용 효력정지에 대한 법원의 결정 또한 고려되었다. 서울, 대구, 경기도 등 각 지역의 법원에서 방역패스 적용 일부에 대한 효력정지 결정을 한 것이다. 서울행정법원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된 헌법 제10조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은 개인의 자기운명결정권을 전제하는 것이고, 자기운명결정권에는 자기의 신체에 관한 결정을 스스로 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모든 국민은 자의에 따라 질병에 의한 의료적 치료나 그에 대한 예방조치를 받을지 여부와 그 내용 등을 결정할 수 있다.”라고 판시하였다. 국가는 각종 재난으로부터 국토를 보존하고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할 의무가 있고, 국민의 기본권은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지만 그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는 없고 그러한 제한은 수단의 적합성, 최소 침해성, 비례성 등의 한계를 지키는 범위 내에서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위 판례는 현 시점에서 예방조치의 필요성과 그에 따른 기본권 제한의 정도를 비교·형량 하였을 때, ‘방역패스’는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그 효력을 정지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생활필수시설에도 일률적으로 방역패스를 적용시켜 백신 미접종자들이 기본생활 영위에 필수적인 이용시설에 출입하는 것 자체를 통제하는 불이익을 준 것은 지나치게 과도한 제한에 해당한다는 것이 그 구체적인 이유이다(서울행정법원 2021아13539 결정).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에 비하여 각 기관 및 시설 통제 출입 통제가 더 엄격한 편이었는데, 이 때문에 방역에 어느 정도 성공하였다는 평을 듣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국민의 기본권이 크게 제한되고 있었다. 이러한 기본권 제한으로 인해 더욱 심해지는 국민들의 ‘코로나 블루’가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려하여 대처해야할 때이다. /김은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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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06 13:29

모든 선수들의 노력과 꿈은 똑같이 소중하다

2022년 2월 4일 시작된 제24회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지난 2월 20일 막을 내렸다. 이번 동계올림픽은 국민에게 즐거움을 주기도 하였지만, 억울함과 분노를 일으키기도 하였다. 판정 논란이 있었던 쇼트트랙 황대헌, 이준서 선수의 실격은 물론, 갑작스러운 IOC의 불허로 인해 기존 헬멧 이용이 불가했던 스켈레톤, 도핑 양성반응임에도 출전이 허용된 피겨 등 “스포츠 정신”이 위배된 상황을 볼 수 있었다. 보다 못한 공중파 방송사에서는 “눈뜨고 코베이징”이라는 이름으로 반칙 상황들을 엮어 영상을 제작하기도 하였다. 가장 공정하고 정정당당해야 할 올림픽에서 이러한 모습이 보여서 실망스럽기도 하다. 논란이 되었던 판정 모두 안타깝지만 이 중 도핑 양성반응을 보였음에도 경기 출전이 허용되었던 피겨 종목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러시아 카밀라 발리예바의 선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발리예바 선수는 총 3가지의 약물에 양성반응을 보였으며 이 중 “트리메타지딘”은 협심증 치료제로 금지약물에 해당한다. 3번 검사 중 3번 모두 양성 반응을 보였지만, IOC에서는 프리 경기 출전을 허용하였다. 이에 김연아 선수는 “도핑을 위반한 운동선수는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이 원리는 예외 없이 지켜져야 한다. 모든 선수들의 노력과 꿈은 똑같이 소중하다.”며 일침을 가하는 글을 SNS에 업로드 하였다. 폭발적인 힘으로 승부하는 경기도 아니고, 스피드가 중요한 경기도 아닌데 피겨 종목에서 도핑한 이유는 무엇일까? 피겨는 점프의 안정화를 통해 부상 없이 최상의 컨디션을 가지고 고난도 점프의 감각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큰 부상 혹은 점프의 감각을 잃는 순간, 점프에 실패하게 되고 이는 점수와 직결된다. 또한, 프로그램에서의 체력도 중요하다. 쇼트 프로그램의 경우 약 2분 정도의 프로그램을 수행하지만, 프리에서는 약 4분으로 꽤 긴 시간동안 프로그램을 수행하기에 체력이 필요하다. 오죽하면 프리에서는 후반부에 뛰는 점프에 가산점을 주기도 한다. 특히 고난도 점프를 해내기 위해선 체력이 필수이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주고, 체력을 향상하는 것이 도핑의 효과인 것이다. 도핑은 “스포츠 정신”뿐만 아니라 “선수 보호”를 위해서도 옳지 않다. 합성 의약품의 시대가 열리면서 본격적인 도핑이 시작되었고, 1960년 로마 올림픽에서는 사이클 선수가 약물 복용으로 인해 경기 중 사망하였다. 이에 위험성을 인지한 올림픽 위원회에서는 도핑을 금지하였고,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서 본격적으로 도핑검사를 시행하기 시작하였다. 모든 도핑 약물은 부작용을 동반하며, 심하면 사망까지 이르게 될 정도로 치명적이기도 하다. 도핑한 선수가 프로그램 내내 동일한 힘으로, 후반부에도 고난도 점프를 완벽하게 해내는 모습을 보고 타 선수들은 악착같이 연습하고 또 연습하였을 것이다. 고난도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연습하다 점프 안정화에 실패하고 부상을 입으 선수도 더러 있다. 결국 선수 본인과 다른 모든 선수를 위해서 반도핑은 필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스포츠 정신, 즉 공정성에도 직결되며 바른 사회를 위해서 반도핑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스포츠 정신을 바탕으로 정정당당한 경기기 이루어지도록 힘쓰고, 반도핑을 통해 모든 선수가 보호되는 스포츠가 되길 응원한다. /서하나 전북대 간호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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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2.27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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