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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축제, 우리에겐 상상력이 필요하다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이다. 코로나로 그간 멈춰있던 행사들이 재개한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답답함과 지루함을 스트레스와 함께 저 멀리 던져버리는 것처럼 보인다. 전북에서도 많은 축제가 개최되었다. 임실N치즈축제, 김제 지평선축제, 전주비빔밥축제, 정읍구절초축제, 완주와일드앤로컬푸드축제...... 주말마다 어디를 가야할지 고민해야 할 정도로 지역 곳곳은 축제로 물들었다. 공교롭게도 필자는 축제 조사 과업으로 주말마다 축제에 가야 했다. 좋겠다고 부러워하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누가 축제는 즐거운 것이라고 했는가. 필자가 겪은 축제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참상에 가까웠다. 축제는 지역의 문화자원을 활용하여 문화적 정체성을 구축하고, 경제적 효과를 창출한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그 모든 것이 철저히 ’인간‘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비인간동물은 인간을 위한 축제에서 상품이나 서비스가 되어 돈을 벌어다 줬지만, 그들은 이익은커녕 보상조차 받지 못했다. 하나의 생명체로 존중되지 못하고 도구로 전락해 물건으로 매매되며, 이리저리 이용되다가 축제가 끝나면 같이 ’끝‘이 난다. 완주와일드앤로컬푸드축제를 들여다보자. 시랑천에서 맨손 물고기 잡기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완주에서 ’물살이‘(물고기를 식용의 대상이 아닌 생명체로 부르기 위함)를 자체적으로 공급하지 못해 외부에서 양식용 송어 5,000마리를 데려왔다. 대량의 인간들이 송어를 잡아 죽이기 위해 물 속을 헤집자면, 송어는 더 이상 나아갈 곳도, 숨을 곳도 없는데 물가의 가장 경계 부분으로 피가 나도록 파고든다. 화천 산천어 축제와 진배없다. 동물 학대로 뭇매를 맞았던 축제이다. 한 쪽에서는 ’송어‘가 ’메뚜기‘로 이름만 바뀌어서 진행된다. 인간에게 잡힌 메뚜기는 강아지풀로 몸통을 관통 당하고 산채로 불에 달궈진다. 죽음의 참상 앞에서 사람들은 웃는다. 생명을 경시하고 전리품처럼 취하여 죽이는 방식이 진정한 ‘와일드’일까? 우리는 관습을 깨고, 서로 공생하는 새로운 방식으로의 ‘와일드’를 상상할 수는 없는 것일까? 임실N치즈축제에서는 홀스타인 소를 옴짝달싹 못하게 가두어놓고 젖을 짜는 체험이 진행됐다. 상상해 보시라. 내가 만약 소라면, 다른 종들에게 전시되어 자유의지를 박탈당한 채 신체 일부를 내어줘야 한다면, 모아름드리라는 고유의 이름도 잊힌 채 ‘젖인간‘이라는 기능으로만 불리게 된다면. 김제 지평선 축제 말타기 체험 역시 마찬가지다. 부족한 상상력은 지평선의 아름다움을 즐기는데 뜬금없는 말타기 체험을 탄생시켰고 누군가를 착취해서 남는 즐거움이 얼마나 오래갈지 물음을 남기게 된다. 동물 학대를 자행하는 축제는 추켜올릴 만하지 않다.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가 없다는 반증이며, 감수성이 부족한 기획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끌어내지 못하고 결국 지속가능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생명을 무차별적으로 잡고 죽여도 된다고 허용하는 어른들의 관점은 그대로 미래세대까지 답습된다. 무서운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축제에서 어떤 상상을 해야 할까? 최근 정읍시는 내년부터 소싸움 행사를 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간 전통이란 미명하에 이루어진 동물 착취 행사를 이제라도 중단하겠단 정읍시의 결단을 지지한다. 그 자리엔 비인간동물을 소비하지 않는 적절한 콘텐츠가 채워질 것이다. 아마 그 작업은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늘 보고 겪은 것은 동물 착취뿐이니까. 그럴수록 더욱 상상은 계속되어야 한다. 어떤 축제가 윤리적이고 지속가능할지 상상할 때, 축제는 새로 쓰일 수 있다. 생명들의 피로 쓰인 축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모아름드리 환경단체 프리데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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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26 16:34

너덜너덜 종잇장 발목

연례행사로 행하는 신년 다짐에 '운동하기'라는 다짐은 매년 빠지지 않고 올해 1월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당시에 나는 국가고시를 준비하고 있어 집 근처에서 어떤 운동을 해야 할지 고민하다 친구들과 함께 배드민턴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지금도 그 친구들과 함께 꾸준히 배드민턴을 치고 있고 체력과 실력도 그때에 비해 많이 늘었다. 약 10개월을 꾸준히 쳤고 그 사이에 우리가 흔히 '삐었다'라고 표현하는 발목 염좌를 두 번 경험했다. 그중 한 번을 최근에 경험했는데, 나는 발목염좌가 있을 때마다 항상 고등학교 2학년 때 일어난 일이 상기되곤 한다. 18살 가을 즈음 체육시간이었다. 당시 '음악줄넘기'로 수업을 진행했었는데 나는 이미 중학교 3학년 때 '블락비'의 'Very Good'라는 노래로 조를 만들어 안무를 완성시켰었다. 평소에 지금과는 다르게 슈퍼 외향적이었던 나는 또 마음속에서 깊이 까불거리기 시작했다. 같은 반 친구에게 "야, 나 이거 할 줄 알아. 나 중학교 때 해봤어. 한 번 봐봐"라며 안무를 선보였다. 안무를 선보이던 중에 노래의 가장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줄넘기를 뛰어넘으려던 그 순간, 친구는 본인의 시야에서 내가 사라졌다고 표현했고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발목을 부여잡고 쓰러져있었다고 말했다. 그렇다. 나는 발목을 접질린 것이다. 문제는 발목이 꺾여있던 상태에서 고등학생을 이유로 한껏 불어있던 내 몸이 발목 위로 앉아버려 발목 문제만이 아닌 근육이나 인대 손상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때를 생각해 보면 그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어 소리도 못 내고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난다. 체육 선생님은 한 번 일어나 보라고 하셨지만 나는 일어날 수조차 없었고 그저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발목을 부여잡고 있었다. 반 실장에게 부축을 받으며 양호실로 갔고 양호선생님께서는 병원을 바로 가보는 게 좋겠다며 간단한 치료와 함께 돌려보내셨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엄마가 나를 당장 데리러 올 수가 없다고 하셔서 엄마가 오기를 기다려야만 했다. 나는 발을 디디는 것조차 어려워 원기둥 모양의 돌돌이 청소기에 무릎을 대고 움직여야 했다. 아마 이날 우리 반 친구들은 저런 모습을 하고 돌아다니는 나의 모습이 뇌리에 박혀있을 것이다. 엄마가 오고 병원에 함께 가서 발을 확인하는데 엄마는 매우 놀라시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했고 나도 생전 이런 발의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복숭아뼈를 중심으로 발가락까지 보라색이었고, 퉁퉁 부어 코끼리 발 같았다. 나는 속상한 마음에 엉엉 울기만을 반복했고, 엄마는 괜찮다며 나를 달래주었다. 그 이후로 병원에서 여러 차례 치료를 받으며 재활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나는 발목 자체도 원체 가늘고 발목은 한 번 삐끗하면 그 이후로는 쉽게 삐끗하기 때문에 발목염좌는 그 이후로도 나에게 연중행사가 되곤 했다. 돌이켜보면 나는 내 발목이 가늘고 잘 접질리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운동하기 전후로 스트레칭을 잘 하지 않았고, 테이핑이나 보호대를 착용하지 않았다. 이번에 염좌를 경험했을 때는 생각보다 통증이 오래갔고 부기도 잘 가라앉지 않아 고등학교 때 겪었던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게 해주었다. 모든 질병과 사고에서 예방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테이핑을 주문하러 가며 글을 마친다. /유세현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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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19 15:31

왜 너의 인생을 그런 방법으로 결정해?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매체(플랫폼)들은 나에게 다양한 간접적인 경험을 선사해 주었고, 많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좋은 참고서 역할을 해주고 있다. 무언가를 직접 겪어보기 전에 유의할 사항을 알아둬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한다. 영상을 기반으로, 이미지를 기반으로, 텍스트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매체가 존재하고 이러한 매체들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수없이 노출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졸업한 학과에서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재학 중인 학과 후배들에게 취업, 창업, 진로 등 선배로써 전해줄 수 있는 내용으로 강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필자는 IT응용시스템공학과를 다녔지만, 학교를 다니면서 배웠던 것들은 IT 관련 학과임에도 컴퓨터 프로그래밍뿐만 아니라 전기, 통신 등의 분야도 전공으로 선택해서 배울 수 있던 재미있는 과였다. 따라서 졸업자들이 취업한 업무 직렬도 다양하다. 다만 후배들은 대다수의 선배들이 걷고 있는 길 외에 정보를 습득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대다수가 아닌, 소수지만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걷는 선배로써 진로의 다양성과 다양성 속에서 선택한 낯선 길에 대해서도 전했다. 올해는 어떤 주제로 후배들의 귀한 시간을 함께 보내볼까 고민하며, 연락이 닿는 대학생 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나눈 이야기가 오늘 필자가 말하고자 마음먹게 된 출발점이 되었다. 대학생 후배들과 오고 가는 대화 속에서 다소 충격적인 내용을 들었기 때문이다. 요점은 인생사에 있어서 본인들 나름의 중요한 선택들을 필자가 말한 다양한 온라인 매체들을 통해서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선택을 온라인 매체를 통해서 한다? 예를 들어 취업을 희망하는 이들 사이에서 사기업을 배제하고 공기업만 파는 경우, 공기업을 배제하고 사기업만 파는 경우가 있다. 당연히 각자 사람마다 업무적인 성향이 다르고, 안정적으로 오래가느냐, 안정적이지는 않아도 더 큰 수당을 받으며 이직, 창업 등의 경로를 찾느냐 등의 가치관도 다르기에 이해는 된다. 하지만 배제를 하는 이유가 단순히 다양한 SNS, 구인구직 플랫폼 등의 매체에서 좋지 않은 얘기만 했기 때문이라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이렇다고 하더라, 저렇다고 하더라 같은 흔한 카더라의 얘기들을 필터 없이 받아들이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직접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온라인 속의 타인의 얘기가 솔깃하게 들릴 수 있고, 마치 스스로가 원래 그런 생각과 가치관으로 사는 사람처럼 만들기도 한다. 정보의 바다라고 불리는 지금 사회에서 크게 잘못된 현상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만 필자가 우려하는 부분은 객관적인 팩트가 아닌 누군가의 주관적인 주장을 팩트로 받아들이고, 그로 인해 경험의 폭을 스스로 좁혀버리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겪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이미 세상에 만연해진 확실한 팩트들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세상은 경험해 봐야 터득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필자 역시도 직접 부딪혀보는 것을 추구하지만, 이건 개인의 성향에 따른 영향도 있기에 무조건적으로 부딪혀보라고 하지는 않는다. 다만, 아직 살아온 날이 앞으로 살 날보다 적은 이 시대의 젊은 청년들이 무한히 흘러넘치는 정보의 바다에서 그저 허우적대며 눈앞의 것만 보며 급급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수영하며, 이곳저곳 살펴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길을 걷기를 바랄 뿐이다. / 박지석 온라인 창업전문 하보HaBo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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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12 15:09

축제와 관광, 이대로 괜찮을까?

봄‧가을은 대표적인 축제의 계절이다. 특히 코로나가 끝난 후 지역마다 크고 작은 축제들이 연이어 열리고 있다. TV나 입소문을 통해 축제의 인지도가 있는 지역이라면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년 통계에 따르면 올해 개최 예정인 지역축제는 총 1,129개다. 하루에 3개 이상의 축제가 열리는 셈이다. 그리고 대부분 계절성 지역특산물이나 명소 중심으로 셋팅 된다. 잘 만든 축제가 지역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크다. 대표 먹거리를 내세운 축제들은 방문자 수와 판매수익으로 대변되는 관광 효과를 보여준다. 하지만 축제의 관광효과, 지역을 살리는 ‘돈’과 ‘실용’이라는 명목하에 이에 대한 비판이 종종 묵살된다. 몇 년 사이 지역 축제마다 트로트 가수 팬클럽 버스를 보는 일이 익숙한 풍경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어쨌든 방문객이 늘어 좋은 줄만 알았는데, ‘실익이 없다’ 는 푸념이 들린다. 타지역에서 가수의 팬들이 몰려와서 좋아했는데, 막상 공연이 끝나고 축제는 둘러보지도 않은 채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담당자들의 마음은 알겠지만, 그렇다고 이러한 현상을 몇몇 팬들의 이기심이나, 축제의 부작용으로만 치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지금은 비슷비슷한 지역축제에 대해 스스로 물음을 던져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애초부터 지역과, 지역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지역축제가 단순히 특정 농수산물이나 먹거리로 대표되는 것이 너무 안일한 전략은 아니었는지 뒤돌아봐야 한다. 사실 많은 지역의 축제가 먹거리 중심, 명소 중심 일색인 데는 이유가 있다. 지역이 가진 한계 때문이다. 재정자립도가 받쳐주지 않으니 단발성 행사로 단기간에라도 성과를 내야 한다. 비슷비슷한 농산물이어도 경쟁적으로 선점해서 방문객 수든 경제적 효과든 입증해내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한 자극적인 콘텐츠나 유인책이 우선이 된다. 그리고 이런 구조 속에서 지역이 가진 이야기는 더욱 빈곤해진다. 축제가 가진 관광 효과 측면에서, 코펜하겐의 사례를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코펜하겐은 인어공주동상으로 유명한 덴마크의 작은 도시다. 코펜하겐 역시 몇몇 관광지로 인해 교통체증이 불거지고 ‘머무는 도시’가 아닌, ‘거쳐가는 도시’였다. 여기까지는 우리나라의 많은 소도시와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2017년, 코펜하겐은 ‘(기존)관광의 종말’을 선언하고 관광객 수에 목매는 양적 팽창 정책을 포기하기로 했다. 코펜하겐의 진짜 매력은 인어공주 상이 아닌 덴마크 사람과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것. 그래서 관광객을 ‘일시적 주민’으로 만드는 전략을 짰다. 덴마크의 문화를 경험하고 도시를 보여줄 수 있도록 관광정책을 주민이 주도하게 했다. 또한 우리처럼 방문객 수나 관광 인프라에 얼마나 많은 돈을 썼는지가 아니라 관광객의 재방문율, 혁신관광프로그램개발 등 평가지표를 혁신적으로 바꾸었다. 주민과 관광객의 만족도가 올라갔고, 목표가 아니었지만 관광객 수도 오히려 늘었다. 양적 관광에서 질적 관광으로 전환한 성공적인 사례다. 각자 다른 매력을 가진 도시의 축제와 관광을 위한 천편일률적인 해법은 없다. 하지만 가을과 함께 깊어가는 축제의 계절, 이제는 축제와 관광을 통해 지역을 활성화하려는 목적과 이유를 돌이켜보고 각자의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오민정 완주문화도시지원센터 공생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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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05 17:08

청춘의 빛과 터널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청춘의 끓는 피가 아니더면, 인간이 얼마나 쓸쓸하랴? 얼음에 싸인 만물은 죽음이 있을 뿐이다.’ 민태원 작가의 청춘예찬의 일부이다. 작가는 청춘의 정열과 이상을 화려하게 예찬한다. 본 칼럼의 코너 이름 역시 제목과 같다. 지역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의 생생한 이야기와 깊은 고민들을 담으려는 것일 테고, 그 굴곡들은 필히 빛나리라. 그러나 어느샌가 나의 청춘이 빛을 잃기 시작했다. 빛은 기운을 잃더니 지난달 24일, 마침내 꺼졌다. 오랜 기간 논란이 되어왔던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되는 날이었다. 오지 않기를 바라고 와서는 안 되는 시간이었다. 그동안 여러 차례 토론과 거센 반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도쿄전력은 오염수를 처리할 여러 방법 중 투기를 선택하였고, 결국 오염수 약 460톤을 바닷물로 희석해 연내 3만 1,200톤을 방류하였다. 다핵종 제거설비로 세슘 등의 방사성 물질을 걸러내었다고 하지만 삼중수소는 거를 수가 없다. 안전한 농도로 희석했다고 하는 방사성 핵종 삼중수소는 정말로 ‘안전’할까? 필자는 원자력 또는 오염수의 전문가는 아니다. 하지만 제한적이고 불완전한 도쿄 전력의 자료와 삼중수소가 인간에게 미칠 영향에 관련된 연구가 부족하다는 전문가들의 말은 안전하지 않다는 방향으로 필자의 화살표를 돌려놓는다. 학교에서 환경 교육을 할 때 오염수 투기에 대해 물어오는 청소년들의 물음에 아무런 답을 하지 못했다. 나의 청춘뿐만 아니라 미래세대의 청춘을 지켜주지 못해 무기력이 밀려왔다. 그래서 청춘으로 살아갈, 청춘을 지켜내고 싶은 청년 한 명으로서 적어 내려간다.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하기 위해 투기 반대 서명을 하고, 온⸳오프라인으로 공론화하는 것으로도 턱없이 부족해 집회에 참가했다. 저녁에 광장에 앉아 다 같이 촛불을 켜고 뜨겁게 대회사를 낭독하고 한 목소리로 외치는데 지나가는 누군가 말하더라. 이렇게 빨갱이가 가득이라니, 말세네. 빨갱이. 나의 빛나야 할 청춘과, 생태와 지구를 걱정하는 일이 빨갱이라면 나는 기꺼이 빨갱이가 되겠다. 그러나 우리의 청춘과 청춘을 보낼 터전인 지구를 지키는 일은 정치와 이념, 진영의 개념이 아니다. 파를 가르고 세력을 계산하는 속셈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인간이 100살까지 산다고 하면 앞으로 70년은 더 살아야 한다. 나는 환경을 사랑하는 사람이고, 남은 생애를 오염되지 않은 지구에서 살고 싶다. 우리의 목소리는 그렇게 오염되지 않은 마음에서부터 출발하였다. 그런 깨끗한 마음에 정치색을 입힌다면 절대 사양이다. 나의 청춘과 청춘의 터를 지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에 본질은 원자력 발전이다. 원자력이 계속 존재하는 한, 오염수는 필수불가결하게 발생할 것이고 앞으로도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다. 원전 사고와 방사능 물질로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새겨야 한다. 아이러니하게 민태원 작가의 청춘예찬의 시대적 배경은 일제강점기이다. 고군분투하며 견딘 일제강점기 끝에 광복이 찾아온 것처럼, 지금의 캄캄한 터널을 다 지날 때쯤, 청춘을 다시 예찬할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를 향한 관심이 사그라질 때 우리 청춘의 불빛도 함께 사그라든다는 것을, 모두가 기억하길 간절히 바란다. /모아름드리 환경단체 프리데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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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9.21 16:28

Dear. Hugo

때는 2019년, 내 나이 21세(만 20세)에 나는 캐나다의 토론토라는 도시로 어학연수를 가게 되었다. 내가 다녔던 어학원에서 나는 대한민국을 포함한 프랑스, 스페인, 멕시코, 일본 등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내가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프랑스에서 나고 자란 'Hugo, 휴고'라는 한 남자친구에 대한 이야기이다. 독자들은 '아무런 조건 없이 사람을 좋아할 수 있다'라는 말을 믿는가? 나는 휴고 덕분인지, 때문인지 그 말의 의미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2019년 3월에 도착해 이미 적응을 마쳐 학교생활을 즐기는 상황이었고, 휴고는 4월인 나보다 한 달 늦게 토론토 생활을 시작하였다. 새로운 한 주 그리고 달을 시작할 때마다 우리 어학원은 정들었던 어학생들과 이별의 시간을 갖기도 하기도 하고 또한 새로운 학생들을 환영할 시간을 갖기도 한다. 반에서 휴고를 처음 마주했을 때 나는 별생각 없이 '옷을 참 형형색색으로 입는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휴고의 생각은 달랐나 보다. 우리 반은 ㄱ자 모양으로 학생들이 앉았었는데, 휴고와 나는 항상 다른 줄에 앉아 서로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구조였다. 당시에 휴고와 나는 아이 콘택트를 자주 했었는데 나는 당연히 자리 때문에 자꾸 눈이 마주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확하게 기억이 나진 않지만 휴고가 반에 들어온 지 1-2주 정도 지났었던 때 같다. 여느 때와 같이 나를 포함한 우리 반 학생들은 활발하게 소통도 하고 선생님에 집중하며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갑자기 반대편에 있던 휴고가 나에게 손짓하더니 아니 글쎄, 냅다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 설렐 틈도 없이 나는 '쟤가 미쳤나?'라는 생각과 함께 손을 당장 내리라는 제스처를 취해 보였다. 내가 이렇게 반응할 수밖에 없던 이유는 첫 번째, 선생님이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하여 모두가 선생님에게 집중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두 번째, 얘는 나에게 냅다 하트를 날릴 만큼 나에 대해 조금도 알지 못할뿐더러 나조차도 휴고에 대해 이름과 국적을 제외한 아무런 정보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로 아주 미묘하게 나는 휴고의 시선이 나에게, 그리고 그가 나의 행동반경에 머무르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어쩌다 교양수업에서 휴고와 둘이 팀이 짜져 팀 프로젝트를 해야 하는 날이었다. 나는 팀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고자 선생님에게 질문도 하고 열심히 자료도 찾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휴고도 최선을 다한 듯 보였다. 물론 팀 프로젝트가 아니라 '나를 알아보기' 프로젝트를 말이다. 프로젝트에 하나도 집중하지 않고 나랑 놀기 위해 어떻게든 장난을 치려는 모습에 당시에 나는 화가 났다. 그 이후로도 휴고와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는 생각보다 되려 그가 부담스럽던 스물하나의 나는 휴고와 친해져서 그 애를 알아보기보다 스리슬쩍 피해 다니기 시작했다. 반에서도 휴고 쪽으로 시선을 두지 않으려고 했고 수업이 없을 때 복도에서 만나면 인사만 하고 지나갔다. 그 부분이 서운했을까, 어느 날 계단으로 내려오던 나의 어깨를 부여잡고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프랑스어로 뭐라고 한두 마디 말하고 계단을 올라갔다. 아직까지도 이 말의 뜻을 나는 알지 못하고 알고 싶다. 그 이후로 휴고와 나는 점점 멀어져 갔다. 기회가 있다면 휴고에게 허심탄회하게 '내가 너무 어려서 마음을 전하는 방법을 몰랐다'라며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다. 또한 지금의 내가 스물하나의 나에게 가서 휴고와 대화를 많이 해보라고, 너의 마음을 정확하게 전달하되 그런 방식으로 상처 주지는 말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가끔은 생각난다. 잘 살고 있을까, 나한테 말했던 그 한마디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리고 미안해. /유세현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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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9.14 15:56

틀린 줄 알았는데, 정답이라 하더라

며칠 전, 온라인 사업으로 월 1,000만 원 안팎의 수익을 내다가 온라인은 레드오션이라고 생각하며, 오프라인 사업으로 진입하겠다는 지인을 만났다. 총 두 개의 매장을 진행했고, 정리 후 현재 3번째 도전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업종을 바꿔가며 시도해온 지인은 그 사이 경험적인 측면에서 많은 성장을 했다는 것이 눈에 보였다. 비록 나이는 나보다 어리지만 존경심을 표하고 싶었다. 그런데 지인은 지금의 내가 예상하지 못 했지만 확신을 주는 의미 있는 말을 전했다. 말하기를, 온라인에서의 미래가 어떻게 될 지 몰라서 오프라인으로 서서히 이동하려고 했는데 결국 오프라인 사업을 하면서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순간에 나의 삶을 지켜주고 있던 것은 기존에 하고 있던 온라인이었다, 그래서 소홀했던 기존의 온라인 사업에도 시선을 주고 확장하려고 한다는 말이었다. 이 말이 확신을 주고 의미가 있다고 말한 이유가 있다. 1년이 채 되지 않았던 과거에도 미팅을 가졌었다. 당시는 지인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도전하고자 했던 시기와 내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도전하고자 했던 시기가 맞물렸다. 서로 정반대의 생각으로 각자의 길을 향해 수많은 노력을 했고, 다시 만났다. 서로가 경험하지 못한 영역에서 서로가 경험했던 영역으로 나아갔던 것이다. 그리고 물론 지인도 계속해서 오프라인 사업을 위해 배우고 도전하고 있기에 실패했다고 할 수 없다. 나 역시 긍정적인 결과물들이 하나 둘씩 나오고 있지만 성공이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고, 때문에 멈추지 않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배우고 도전하고 있다. 때문에 그 한 마디의 말은 완성되지 않았기에 완성을 위해서 쏟아 붓고 있던 열정에 불을 지펴 준 것이었다. 0.1%정도 부족한 나의 확신을 채운 그 말을 듣고, 내가 생각한 온라인 사업의 계획과 목표를 다시 한 번 떠올리며, 지금까지의 경험들을 토대로 메타인지를 해봤다. 계획의 첫 번째는 2018년 30조 원에서 2021년 82조 원, 그리고 작년에 150조 원을 초과하면서 해가 갈수록 커져가는 온라인 쇼핑 시장규모를 파악하고, 온라인 유통의 구조를 익히기 위해서 오픈마켓으로 첫 발을 딛었다. 두 번째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두드러진 SNS 또는 온라인 매체를 통해 수익실현을 하고, 온라인 광고 마케팅을 깨우치기 위한 배움을 시작했다. 텍스트 기반의 블로그, 영상 기반의 유튜브, 사진 및 이미지 기반의 인스타그램으로 추렸다. 이를 통해 나에 대한 퍼스널 브랜딩과 내가 공급하고자 하는 무언가에 대한 마케팅을 시도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긍정의 결과물을 만들어낸 과정을 PDF 전자책을 만들어 온라인에서 펀딩을 통해 또 다른 수익구조를 창출하는 것이다. 나아가 전자책을 기반으로 VOD강의를 만들고, 온라인 교육 사업에 또 진출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며, 지속적인 수익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전에 말했던 여러 장점이 녹아 있는 온라인 사업을 위한 기초라고 생각한다. 혹자들은 어렵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정보화 시대와 AI 인공지능이 나날이 발전하는 현재는 못할 것이 없다. 지금 당장의 급여로도 충분하다면 기존의 삶에 충실하게 만족하며 살면 된다. 하지만 나는 돈이 흘러 들어오는 파이프 라인을 가능한 많이 생성하고 싶다. 그 길은 초반에 힘에 부치더라도, 훗날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박지석 온라인 창업전문 하보HaBo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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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9.07 18:10

불안한 여름이 지나간다

아마도 2023년 여름은 잔인한 계절로 기억될 것 같다. 하루 걸러 하루 꼴로 뉴스에는 지금껏 들어보지도 못한 범죄들, 자극적인 이슈로 떠들썩 했다.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7월부터 8월까지 이어진 ‘묻지마 범죄’들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온라인 상으로 무차별 살인 예고가 돌았고, 뉴스가 퍼지자 각종 커뮤니티 게시판과 단톡방에서도 난리가 났다. 한편으로 그날 내가 있는 곳이 예고 지역이 아니라는 데에 약간 안도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다음 순간에 뭔가가 굉장히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가 치안 강국이라고 그렇게 떠들지 않았나. 대체 무엇이,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묻지마 범죄’는 대상을 특정하지 않고, 구체적인 동기 없이 저질러지는 범죄다. 정확히 말하자면 ‘무동기 범죄’, ‘이상동기 범죄’라고도 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묻지마 범죄’를 보며 불안을 느꼈던 건, 마치 폭력성이 전염이라도 되는 양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진 모방 범죄 예고, 그리고 ‘장갑차’가 등장한 거리의 풍경 때문이었다. 정부는 일련의 사건들을 ‘테러’로 규정하며 ‘특별치안강화’ 및 ‘머그샷 강제 공개’를 대응책으로 내세웠다. 법무부는 사법입원제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검토하고 있다. 대통령은 경찰에게 ‘저위험 권총’ 보급을 확대하고 흉기대응 장비를 지급하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이러한 대응책이 정말 ‘묻지마 범죄’를 과연 예방하는데 얼마나 유효할까? 전문가들은 ‘묻지마 범죄’라는 용어를 쓰는 것부터 잘못됐다고 말한다. 범죄 발생동기가 없는 것이 아니라, 찾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범죄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원인을 ‘사이코패스’, ‘조현병’같은 정신장애나 질환으로, 정확한 인과관계를 찾을 수 없는 개인의 특성을 마치 윤리적인 문제로 몰아가고 배제와 차별의 담론을 재생산한다. 그런데 이게 정말 범죄의 근본 원인일까? 그것은 확실하지 않다. 정부가 내놓은 대응책들이 효과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들은 위력을 통해 범죄 발생을 억누르려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는 또 다른 불안감을 조성한다. 인권을 침해하고 공권력이 남용되지 않는다는, 내가 그 무고한 피해자가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범죄를 막는 데 치한 강화는 필요하다. 아마 당장 범죄가 발생하는 시점에서,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시점에서 형량과 징벌적 대책들은 당장 사람들의 동의를 얻기는 쉬울 것이다. 하지만 억누르기만 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위기에 직면했을 때, 치안강화와 두 가지 대책이 같이 추진되어야 한다. ‘묻지마 범죄’들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대응하려는 노력, 그리고 시민들의 불안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는 노력이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고립’이 ‘묻지마 범죄’, 그리고 이를 모방한 유사 모방범죄의 근본 원인이라고 말한다. 특히 이 유사 모방범죄들이 실제 범죄로 이어지기보다 대부분 익명성에 기대 관심을 끌기 위한 범죄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사회적 고립’이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라는 점에서 들여다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이번 사태를 통해 공일랩(01ab)의 사례에 주목해볼 수 있다. 대학생 네 명이 만든 사이트 ‘테러리스’는 온라인에 올라온 범죄 예고 지역을 표기하고 검거현황 및 허위정보인지 진위를 알려준다. ‘묻지마 범죄’를 막을 수는 없지만, 사전에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시민들의 불안을 덜어준 사례다. 어쩌면 위기에 빠진 우리의 불안을 덜어주는 건 경찰의 ‘저위험 권총’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무엇보다 이런 대응매뉴얼, 정보에 대한 공유일지도 모른다. /오민정 완주문화도시지원센터 공생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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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8.31 15:30

세상에 던져진 한 여성의 단상

'커트 남성 20,000원 / 여성 23,000원' "원장님, 왜 여자 커트가 더 비싸나요?" "아, 보통 여자 손님들 머리를 감겨드리거나 고데기를 해드리는데 시간이 더 많이 걸리거든요. 아무래도 샴푸 양도 더 많이 들고요. 모발 길이의 차이죠." 끄덕끄덕. 머리 길이의 차이 때문이라던 대답에 수긍하던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머리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짧은 투블럭이던 나에게 여자 요금을 청구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여성 손님의 커트 비용이 비싼 이유는 그만큼 시간과 제품이 많이 들어서이고, 보통 남성보다 머리 길이가 길기 때문인데 남성의 머리 길이와 같은 경우에도 여성의 요금을 부과한다. 결국 기준은 ‘머리 길이’가 아니라 ‘성별’인가.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요금 기준에 대해 다시 물었다. 그러자 짧은 머리여도 여성은 남성보다 많이 스타일링을 해야 해서 그렇다고 했다. 여성은 더 예뻐야 하고 더 꾸며야 한다. 나는 스타일링에 관심이 없다. 싼 가격으로 서비스를 받고 싶은 것도 아니다. 단지 일관적인 기준과 논리적인 근거에 설득 당하고 납득 당하길 바랐다. 머리 길이가 아니라 성별에 따라 비용이 달라지는 곳은 의외로 많다. 핑크 택스(Pink tax)가 부과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 곳을 찾기 위해 검색을 하면 핑크 택스 없는 미용실 지도가 나오기는 하지만 서울⸳경기 수도권 중심이라 지역에서는 미용실 한 곳 한 곳을 직접 찾아보는 수밖에 없다. 내가 지금 말하는 문제는 원장님 개인만의 문제 또는 미용 한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다. 핑크택스는 꾸밈노동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데, 여성들에게 꾸밈노동을 부추기는 것은 이 구조와 사회이다. 여성들은 일상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얼마나 기능을 다하며 편하고 안전한지가 아닌 ‘아름다움’, ‘치장’과 같은 사회가 제시하는 성차별적 기준에 맞춰진다. 예컨대 속옷이 그렇다. 삼각팬티가 불편하여 여성 트렁크를 검색한다. 기능이 같고 원단도 조금 들어갔는데 남성 트렁크보다 배로 비싸다. 추가되는 거라면 바지 입을 때 걸리적거리게 하는 ‘예쁜’ 리본 정도. 동생은 할 수 없이 남성용 트렁크를 사 입는다. 같은 기능의 면도기라면 ‘여성용’이라는 단어가 붙는 순간 가격이 높아진다. 스킨로션, 데오드란트, 화장품이 역시 성차별적 비용이 부과된다. 여성들은 꾸밈 노동을 위해 화장품을 사야한다. 지금껏 산 화장품 가격을 다 합치면 얼마더라? 여성들은 사회가 내건 기준에 맞춰 성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우리에겐 여성성을 강요받지 않고 정당한 비용을 지불할 합리적인 선택지가 없다. 핑크 택스와 꾸밈노동 시장은 여성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작동하며 아주 오랫동안 견고히 유지되어 왔다. 그 안에서 여성은 죽을 때까지 관리하고 꾸며야하는 존재가 된다. 그래서 '도시'에 사는 '비장애인' '인간 동물'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으로 태어난 게 억울하다. 여자라서 가지는 (것처럼 보이는) 장점은 오히려 여성의 발목을 잡고 차별을 심화시킨다. 우리는 여성을 선택하지 않았다. 성별이 선택가능하다면 차라리 남성을 택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성으로 태어났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여성으로서 살아갈 앞으로의 길을 바꾸는 것이다. 과거 많은 사람들의 투쟁이 모여 현재를 만들었듯 어차피 세상에 던져진 존재라면 미래를 향해 던져지고 싶다. 먼지 같은 차별들을 인식하고, 깨어 있으려 부단히 노력하고 싶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다고 발화할 수 있는 용기와 불편함이 불편함으로 인식될 수 있는 논리, 그리고 함께 나누고 해쳐갈 동료. 우리에겐 그것이 필요하다. / 모아름드리 환경단체 프리데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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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8.24 15:22

마음은 먹기 나름, 냠

우리 아빠는 엄마, 두 명의 이모, 나의 친언니와 한 명의 사촌 언니의 운전 연수를 맡아 현재 그들이 분노의 질주의 빈 디젤의 심장을 가지고 도로에 나와 운전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전적이 있다. 훌륭한 운전 연수 선생님과 함께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남들이 수능 보고 바로 다 딴다는 그 운전면허를 여태껏 나의 권태로움을 이유로 스물다섯인 지금까지 손을 놓고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권태로움뿐만 아니라, 면허증을 따놓고 일명 '장롱면허'가 되는 게 싫어 굳이 운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거나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을 때 그때 따야지라며 외면했던 것 같기도 하다. 지난 6월, 아빠가 새 차를 뽑으면서 아빠의 옛 차는 주인 없이 방치될 위기에 놓여 있었다. 이를 본 나의 친 언니는 "너, 빨리 면허증 따고 아빠한테 혼자 하면 외로우니 사촌 언니랑 같이 연수 시켜달라고 해"라고 말하였고, 이는 시내버스 출퇴근으로 지쳐있던 나에게 꽤나 흥미로운 제안이었다. 언젠가는 따야 했고, 내가 직접 운전을 할 수 있을 시기가 바로 지금인 것 같았다. 마음먹기는 참 어렵고도 쉬운 것이 5년 동안 딸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따야지 따야지'라고 생각만 했었는데, 언니가 던진 말 한마디에 그 자리에서 당장 운전면허 학원에 연락하게 되었다. 도로주행 시험을 연수 받을 때부터 느꼈지만 나는 꽤나 운전하는 것을 즐기는 것 같았다. 연수해 주시는 선생님조차도 '학생은 감이 있다'라며 '연습한 대로만 시험 보면 만점이다'라고 하시면서 나에게 칭찬을 쏟아주셨다. 나와 같이 받은 사람은 덜덜덜 떨면서 운전이 너무 무섭다고 하며 어떻게 그렇게 강심장이시냐고 물어보셨다. 나는 '운전학원 자동차를 타고 도로 위에 나가면 지나가는 차들이 귀엽게 생각하며 천천히 지나가도, 어려움이 있어 보여도 너그럽게 이해해 주실 것이다'라고 생각하라고 했고 '두려워하면 안 하던 실수도 하게 되니 게임을 한다고 생각해라'라는 의견을 전했다. 실제로 나는 운전을 하면서 무서움보다는 '카트라이더' 게임을 실현하는 느낌이었고 빨리 면허증을 받아 내 차로 직접 운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운 때문인지 나의 탁월한 감각 때문인지 필기, 장내시험, 도로주행 시험을 한 번에 다 합격하고 기쁜 마음으로 면허증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면허증이 나오고 나서 곧바로 사촌 언니와 함께 아빠로부터 연수를 받기 시작했다. 평소 겁이 많아 운전도 무서워할 것 같았다는 부모님의 생각과는 다르게 운전대를 잡은 지 약 2개월이 되어가는 나는 지금 지킬 것은 너무나도 잘 지키는 빈 디젤이 되었다. 이번 일을 통해서 '마음이란 정말 내가 먹기 나름이구나'라는 생각을 뼈저리게 했다. 마음먹은 결과에 상관없이 내가 마음을 먹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뿌듯해질 수 있고, 그 결과 또한 잘 따라와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여전히 '집을 떠날 때 코드를 뽑고 가기' 등 나와의 약속에서 마음먹기 어려울 때가 있지만, 이 글을 작성하면서 다시 다짐한다. 마음은 먹기 나름이야, 냠! /유세현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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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8.17 17:34

돈 벌고 싶은데 일자리가 없네! 그럼 만들어 볼까?

“이직하고 싶어” 또는 “돈 더 많이 주는 곳으로 가고 싶은데, 타지로 가기는 싫다”라거나, “전북에 있고 싶은데, 전북에서 취업하기엔 원하는 직무나 기업이 없어요” 등의 얘기들은 현재 94년생인 나에게 빈번하게 들려오는 말이다. 특히 전라북도에서 나고 자라거나 대학교를 다닌 지인들의 입에서 많이 듣는다. 이 말 뜻은 이곳에서의 삶이 현재, 나아가서는 미래에 만족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서울∙수도권 지역에서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은 집값을 제외하고는 이미 상당히 만족하며 살고 있다. 물론 이제 내 또래라고 해봐야 사회 초년생이다. 때문에 지방에서의 삶을 살다가 세계 7대 도시인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문화를 겪어보면 새롭고 짜릿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업무적으로는 지방에서는 할 수 없거나 기회가 적은 직무도 보다 쉽게 접할 수 있으니, 내 집 마련에 대한 걱정을 제외하고는 당장은 만족하는 이들이 많다. 만족과 불만족의 차이가 변화의 유무를 고민하게 만든다. 언급한 내용들은 관점에 따라 다른 생각을 도출할 수 있다. 나는 이곳 전라북도에서의 생활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왜 그럴까? 나도 흔히 말하는 MZ 세대이고, 오늘날의 취업 준비생, 사회 초년생과 동일한 시대에 같은 것을 보고 듣고 겪고 자랐는데 말이다. 이유는 관점의 차이다. 서울∙수도권에 있는 것들을 전북으로 옮길 수 없거나 옮기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가려고 한다. 지하철, 뮤지컬 및 연극 등의 문화생활, 놀이동산 등 인구의 차이로 인해 지방에 존재하더라도 규모, 빈도의 차이가 극명하다. 또한 원하는 직무를 수행하는 회사, 연봉이 높은 기업들은 결국 서울∙수도권에 밀집되어 있다. 이곳에 오지 않으니 본인들이 가는 것이다. 그런데 나의 관점은 ‘옮길 수 없으면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였다. 허무맹랑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로 들릴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사업을 시작하라는 소리로 들릴 수 있다. 상대적으로 인구수가 적은 지방에서 자영업을 하라는 얘기로 들리는가? 상가를 임대하고, 음식이나 물품 등을 만들거나 구매 후 재판매하여 이윤을 얻어내라는 뻔한 얘기가 아니다. 내가 생각한 돌파구는 ‘온라인’이다. 돌파구라고 칭하는 이유가 있다. 첫째, 서울∙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인구는 수요의 차이를 불러온다. 하지만 온라인은 대한민국 거의 모든 국민, 나아가서는 해외에 있는 외국인들의 수요에 맞는 공급이 가능하다. 둘째, 진입장벽이 비교적 낮기에 누구라도 시도할 수 있다. 물론 그만큼 두각을 나타내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애초에 무언가를 시작할 때 어중간한 각오로 임할 생각이라면 시작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셋째, 위에 언급한 낮은 진입장벽에 관계가 깊은 부분이다. 바로 무자본 또는 저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군가에겐 친근하고 쉬울 것이고 반대로 건들기도 어려운 것일 수 있다. 어렵다는 생각과 지금의 삶에 만족한다면 굳이 시도할 필요는 없다. 배우고 실천하는 것은 자유다. 누군가에겐 까마득하게 어린 필자다. 하지만 자신 있게 말한다. 도전하지 않으면 달라지는 것이 없다라고. 그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냐고? 조급할 필요 없다. 나와 여러분이 여기서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아직 4번이나 남았다. /박지석 온라인 창업전문 하보HaBo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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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8.10 17:38

카르텔과 피로

얼마 전, 전국적으로 유례없는 홍수를 겪었다. 궁평 지하차도 참사를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발생했다. 어릴 적 겪었던 한 철 ‘장마’가 아니라 ‘도시 재난’으로서 홍수를 맞닥뜨린 기분이었다. 이른바 ‘물의 재난’이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그 기분을 더 심란하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정부의 대응이었던 것 같다. 홍수 직후 해외 순방에서 돌아온 대통령은 “이권 카르텔, 부패 카르텔에 대한 보조금을 전부 폐지하고 그 지원으로 수해복구와 피해 보전에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최근 들어 ‘이권 카르텔’에 대한 언급을 마주하면 피로감이 밀려온다. 노조·시민사회에 이어 입시까지 ‘카르텔과의 전쟁’에 휘말렸다. 가뜩이나 경제도 어려운데 ‘국민의 혈세’가 기득권 혹은 특정 세력에게 ‘남용’된다는 정부의 언급은 언론을 통해 자극적으로 소비됐다. 정부, 여당, 야당 가릴 것 없이 모두 마찬가지다. 그런 것을 보면 한편으로 ‘카르텔’이라는 의미를 대체 제대로 알고 쓰는 것일까 의문도 든다. ‘카르텔’의 사전적 의미는 이윤 극대화를 위해 경쟁을 제한하는 담합을 맺고 독점하는 형태를 말한다. 분야에 따라 특수한 카르텔이 있을 수 있지만, 지금 논란이 되는 정치 현안에서 카르텔을 운운하는 것이 적확한 표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자극적인 표현으로 서로를 공격하는 정치적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들이 지금까지 해왔던 것을 인정하지 않고, 비난하고 공격하기 위한 자극적인 말. 물론 이러한 문제는 비단 지금 벌어지고 있는 몇 가지 정치 사안이나 바뀌고 있는 운영방침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는 국가든 지자체든 정권이 바뀌면 모든 곳에서 규모는 다르지만 비슷하게 겪는 문제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데 있어서 원색적인 비난과 단호한 결단력만이 답일까? 과거 한때는 무조건 리더의 의지와 뜻을 관철하는 강력한 리더십과 추진력이 덕목일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어떠했나? 대부분 성장, 개발, 발전이라는 목표에 가려져 많은 갈등을 등한시했고 그때 해결되지 못한 것들은 상처로 곪아 첨예한 갈등, 불신과 같은 더 크고 새로운 문제를 야기했다. 결국 우리가 문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진짜 필요한 것은 느리더라도 효과적인 해결책이다. 의사결정에서 배제되었다고 느끼는 주체들은 억울함과 불안함을 느낀다. 설문조사나 단발성으로 진행되는 형식적인 공청회는 이런 불안과 불만을 잠재우지 못한다. 지금까지 주민이나 주체를 단순히 어떤 정책의 수혜자, 결정에 필요한 숫자로 파악하는 형식적인 거버넌스는 해결 방법이 되지 못했다. 제시된 과학적 증거, 전문가의 견해, 계량화된 수치를 믿지 못하는 사람들을 탓하는 게 옳은 방법이었을까? 상호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아무리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해도 무력할 수밖에 없다. 첨예한 갈등일수록, 충분한 토론과 합의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이유다. 우리의 과제는 명확하다. 의사결정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 아닌, 민주적인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이다. 그리고 그 방법은 시민, 이해관계자들이 충분한 토론과 숙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기다려 주는 일이기도 하다. 이제는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일수록 한 사람의 단호한 결단력, 자극적인 수단보다는 충분한 토론과 숙의, 느리더라도 효과적인 해결책을 선택해야 한다. /오민정 완주문화도시지원센터 공생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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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8.03 16:19

고기 권하는 사회

‘복날 맞이 치킨 최대 4천원 할인’, ‘황금올리브치킨 23,500원’, ‘후라이드반양념반 21,000원’....... 아침에 눈을 떠 핸드폰을 켜니 카카오톡 선물하기 채널에서 광고메세지가 와있다. 중복이구나. 반사적으로 미간이 찌푸려진다. 초복이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중복이라니. 하루 동안 또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혓바닥의 쾌락을 위해 죽을까. 한국에서 2022년 한 해 동안 도살된 동물은 1,104,494,340명(命)이다. 한국 인구의 21배이다. 11억 명의 사람들이 죽었다고 한다면 온 세상이 발칵 뒤집어 졌을텐데 동물이란 이유로 그렇지 못하다. 소는 온실효과를 유발하는 메테인을 내뿜는 죄로 메탄을 없애는 마스크를 평생 동안 쓰게 되었고, 인간들은 어떻게든 소를 먹겠다는 일념 하에 수상축산농장을 지었다, 병균과 피로 얼룩진 그들의 삶과 달리 음식점 간판에 그려진 소는 우리를 향해 방긋방긋 웃고 있다. 퍽 기괴한 모습이다. 나는 비건지향이다. 4년 전, 유튜브의 알 수 없는 알고리즘에 의해 암소의 질에 인간의 팔뚝을 집어넣어 수소에게서 채취한 정액을 삽입하고 있는 영상을 보았다. 일종의 강간이었다. 좁은 스툴에 갇힌 암소는 어찌할 도리 없이 당하고만 있었다. 정지된 생각의 회로가 다시 작동할 때쯤 나는 숨 가쁘게 고기가 사육당하고, 도축당하며, 조각조각 나뉘어 팔리는 과정을 찾았고 그 날로 비건을 선언했다. 단백질 신화에 빠진 사회는 끊임없이 내게 묻는다. 단백질 없이 과연 건강할 수 있겠냐고. 모든 동물은 기본적으로 식물에서 단백질을 얻는다. 식물에서 얻은 단백질을 섭취한 동물을 잡아먹는 한 단계를 생략한 것뿐이다. 그러나 이 한 단계를 ‘빠트린’ 비건은 예민한 약골로 치부되곤 한다. 삼겹살집에선 상추를, 치킨집에서는 무를 씹어 먹으며 회식자리를 견디고 있노라면 왜 안 먹냐고 친절히 고기를 앞에 놓아준다. 고기를 안 먹는다 말하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듯 코웃음치는 사람과 그렇게 먹으면 병에 걸려서 큰일 난다며 딴에는 진심어린 걱정을 해주기도 한다. 너 비건이야? 어디까지 먹어? 닭알(달걀)은? 절대 안 먹는거야? 만약 고기가 환경파괴를 안 시킨다면 그 땐 고기 먹을거야? 만약 세상에 먹을 게 아무것도 없고 고기만 있다면? 나는 고기 먹을건데? 우리 아버지 축산업 하시는데 그럼 나쁜 사람이야? 친절한 말투를 가장한, 그러나 무례한 질문 세례를 받는 날이면 그 날 밤 어김없이 칼에 찔리는 꿈을 꾼다. 욱신거리는 통증에 깨어나면 침대가 흠뻑 젖어있다. 나에겐 깨면 그만인 꿈이지만 그것이 수많은 동물들이 직접 겪는 마지막 순간이다. 언제 어디서나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자 당연한 권리이다. 비건에게 메뉴를 보지 않고 음식점에 들어가거나 설명을 덧붙이지 않고 주문할 수 있는 음식들이 거의 없다. 기후위기로 채소는 고기보다 비싸질 지경이다. 손재주가 없는 편이라 굶기 일쑤였고, 답답한 마음에 지역에서 ‘무해한 아울 식탁’이라는 비건 요리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여 사람들과 한 끼를 비건으로 만들어 먹고 있다. 당신이 이 글을 읽고 불편했다면 당연하고 올바른 현상이라고 말해두고 싶다. 불편함은 언제나 무언가를 바꿀 새로운 계기가 되곤 하니깐. 곧 있으면 말복(末伏)이 다가온다. 팥죽, 들깨 수제비, 채개장....... 고기 권하는 사회에서 우리에겐 몸을 보신할 여러 선택지들이 있다. 이슬아 작가의 말을 인용하며 마무리한다. ‘더 이상 죽인 힘으로 살고 싶지 않다. 살린 힘으로 살고 싶다.’ /모아름드리 환경단체 프리데코 대표 △모아름드리 대표는 전북지속가능발전협의회 ESD 위원, 전북여성문화예술인연대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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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7.27 15:36

나에겐 계절음식이 되어버린,

아주 최근에 일어난 일이다, 아니? 아직도 겪고 있는 나의 상황이다. 퇴근하고 저녁을 대충 때우고자 근처 편의점에서 참치마요 삼각김밥을 하나 사서 먹었다. 그게 화근이었다. 그날 밤부터 37.8도부터 시작해서 새벽을 넘기니 38.8도까지 열이 펄펄 오르기 시작하며 나의 몸과의 위태로운 전쟁이 시작되었다. 새벽 4시, 가까스로 잠에 든 내가 모기의 '위잉~' 소리에 잠이 깨어 '잠도 깬 마당에 약이나 찾아보고 자야겠다'라는 생각에 약을 찾아보았다. 타이레놀은 이미 없다고 생각하여 약을 찾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는데, 웬걸! 수 일 전에 몸살로 처방받아온 약에 소염진통제와 해열제가 있었다. 약을 꼴딱 삼킨 후 방으로 가서 모기와의 전쟁에서도 승리하며 뿌듯한 마음으로 잠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승리자의 모습과는 다소 다르게 오한으로 발발 떨며 하루를 시작하는 바람에 당장 집 근처 의원으로 향했다. 코로나, 독감은 당연히 아니었다. 감기 증상은 하나도 없었거든. 감기 증상뿐만 아닌 소화기관이나 신경계의 증상도 하나 없었다. 그저 고열로 인한 두통, 현기증, 오한, 식욕부진 만이 나를 힘들게 했다. 원인도 모른 채 약만 타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은 그렇게 약으로 다른 증상을 감춘 채 보냈을 지도 모른다. 다음 날 밤, 슬슬 배가 아프더니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밀려왔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집 근처 응급실로 향했다. 피검사 결과, WBC(백혈구 수치, 정상 : 5,000-10,000uL)은 18,000uL까지 올랐고 CRP(염증 수치, 정상 : 0.5mg/dL)는 23mg/dL 만큼 올라 있었다. 피검사 결과를 듣자마자 나도 참 바보같이 차라리 장염이었으면 좋겠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하면서 혹여 췌장이나 맹장, 담낭이나 간 등 큰 장기들에 문제가 있을까 무섭고 속상한 마음에 눈물만 흘렀다. CT 결과, 상행결장과 횡행결장에 전체적으로 염증이 껴있었고 염증수치로 미뤄보아 심각한 장염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여기서 상행결장은 대장이 맹장과 이어지는 부위이며 우측 하복부에 위치해 있고 횡행결장은 상행결장과 하행결장을 이어주는 부위로 우상복부로부터 좌상복부를 향해 뻗어 있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은 참 간사한게 차라리 장염이었으면 했던 내가 진짜 장염이라는 진단을 들으니 또 '무슨 장염이 이렇게까지 날 힘들게 해?'라고 생각하며 원망스러웠다. 평소에도 자극적인 음식이나 과식으로 장염이 자주 걸렸었는데 내 한 손에 들어올까 말까 하는 그 '삼각김밥' 때문에 이렇게나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사실이 무섭기도 하고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김밥으로 식중독을 사람들은 뉴스를 통해 보긴 했지만 '삼각'김밥으로 장염에 걸린 사례는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입원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다는 의사선생님 말씀에 그 날로 바로 입원을 하게 되었고 치료를 시작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는 병실이고 여전히 금식 중에 있다. 사실 삼각김밥이 나에게 아픔을 주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그전 날 먹었던 빵과 우유가, 삼각김밥과 함께 먹었던 천하장사 소시지가 또는 엄마가 해주신 된장찌개 이 모든 게 화근이었을지 모른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독자들 또한 평소 좋아하는 음식이 계절음식이 되지 않도록 여름이니 만큼 삼각김밥을 포함한 모든 음식에게 당하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유세현 간호사 △유세현 간호사는 전주 출신으로 예수대학교 간호학과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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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7.20 15:48

‘떠나는 전북 청년들’이라는데 안 떠나?

제목과 같은 맥락의 질문을 여러 차례 받는다. 그럼 나는 질문을 받기 시작한 때부터 지금까지 떠나지 않겠다고 답을 한다. 그리고 100% 확률로 떠나지 않으려는 이유를 묻는다. 후반부에 나오겠지만 답은 간단하다. 이후 나는 반대로 묻는다. 떠나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돌아오는 답 역시도 너무나도 간단하다. 물론 다양한 답변들이 돌아오지만 종합하면 일자리가 없다는 내용으로 결론이 난다. 나는 아직 만으로 30년도 채우지 못했다. 따라서 경우에 따라 다를 순 있어도, 일반적으로 사회의 막내나 다름없다. 사회에 나온 시간은 고작 인생의 10분의 1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위의 문답을 나눈 이들도 필자와 정말 많아봐야 위아래로 3살에서 4살 정도 터울인 또래들이다. 이러한 내 또래들은 취업시장의 최전선에서 누구보다 고군분투하며 셀 수도 없는 양의 정보를 조사하고 정리함과 동시에 그 자료를 토대로 수십, 수백 곳에 지원하기 위해 자기소개서를 쓰고, 면접을 보고 있는 이들이다. 그런데 이렇게 정보의 최신화가 거의 완성된 청년들을 다른 지역에 모두 뺏기는 것이 나는 너무 안타깝다. 내가 평생을 살기로 마음먹은 이곳 전북의 청년정책이 이렇다 할 결과물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결국에는 떠나는 전북 청년들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전북에서 양성된 인재가 다른 지역에서 일을 하며 터전을 잡는 상황이 반복되는 안타까운 상황을 계속해서 지켜봐야만 하는 것인가? 4년 전 전북대학교 총학생회장의 직책을 맡고 있을 때 정치, 언론, 시민단체, 공직에 계신 분들과 함께 떠나는 전북 청년을 주제로 토론회를 가진 적이 있다. 4년이 지난 지금, 아니 4년간 결과는 달라진 것 없이 꾸준하게 전북의 인구, 특히 청년인구는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억지가 아니다. 이미 통계·데이터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물론 다양한 정책들이 나오고 있음은 분명하다. 결국 이러나저러나 유출을 막아내고 있는 상태는 아니다. 유입이 되지는 않더라도 유지라도 해야 하는 실정이지만 그조차도 되지 않는다. 초반에 떠나지 않는 이유에 간단한 답변은 이미 살고 있고, 지내면서 느낀 전북의 정이 좋고, 부모님이 계시고, 나와 함께한 추억이 있는 지인들이 있고, 먹고 살 수 있는 방안들이 충분해서다. 그럼 여기서 떠나는 전북 청년들과 나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초반부에 언급했던 일자리 문제? 쉽게 말해서 돈 버는 문제다. 떠나기 전인 전북 청년들의 궁극적인 수요는 결국 돈을 버는 수단이 필요한 것이다. 다양한 해결책들이 존재하겠지만 전북을 떠나지 않아도 될 이유를 만들어줘야 한다. 나는 이에 대한 해답을 온라인에서 찾았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디지털노마드가 되어서 소득을 발생시키고 주 생활공간인 전북에서 소비를 함과 동시에, 나와 같은 이들을 만들어보고 싶다. 나아가 전북을 대표하는 온라인 사업가 육성기업이 되어 지역에 이바지하고 싶다. 디지털노마드임과 동시에 로컬 크리에이터로의 삶을 함께 살고 싶은 게 내 목표다. 새만금에 이차전지 관련 기업들이 상당수 입주한다는 새 소식이 전해진다. 하지만 경력이 없어서, 전공이 아니라 또는 출산·육아로 경력이 단절되어 기회가 되지 않는 청년들과 새만금과 관련 없이 아직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20대에게 떠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 1달에 1번의 나의 얘기가 도움이 되리라고. /박지석 온라인 창업전문 하보HaBo 대표 △박지석 대표는 전북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온라인 창업과 블로그 마케팅 교육 등 온라인 사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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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7.13 15:14

언제까지 청년일 수 있을까

나는 대체 언제까지 청년일 수 있을까. 만 29세부터 만 45세까지, 청년을 정하는 기준은 기관과 지역에 따라 제각각이다. 인구에 대한 걱정이 많은 지역으로 갈수록 청년 기준 연령이 높아진다. 그래서 누군가는 내게 인근지역으로 이주해 몇 년간 ‘청년’을 더 ‘해먹으라고’ 농담을 하기도, 우리 지역도 현실에 맞게 ‘청년’의 기준을 더 높여야 한다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두 경우 다 웃어넘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대체 청년이, 그깟 나이가 뭐길래. 청년에 대한 연령기준이 필요한 이유는 지원정책 때문이다. 청년기본법에 따르면 현재 청년은 만 19세 이상 34세 이하이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통해 기준연령을 별도로 정하면 그 지역에서는 법적 효력이 있다. 실제로 올해 초 조례를 통해 40대를 청년으로 규정한 지자체는 총 48곳에 달한다. 지자체들은 경쟁적으로 조례변경을 통해 청년정책의 수혜자를 늘리고자 한다. 물론 지역적 특징, 현황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인구소멸 위기에 마주하여 청년 이탈을 방지하고, 정착을 유치하고 싶기 때문이다. 지역의 성장동력이자, 지역소멸을 막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돌이켜보면, 2014년부터 2016년 즈음까지 내가 문제를 제기하고 청년정책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 했던 것은 이런 목적이 아니었다. 경쟁사회에서 청년들의 사회 진입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지, 그 자체로 특혜 또는 수단으로 대우받고자 했던 것은 아니다. 내게 주어진 ‘청년’이 거의 다 끝나가고 있는 시점에서, 많이 늘어난 국가와 지자체 청년정책을 바라보며 아쉬움과 만감이 교차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지원정책은 언젠가는 끝난다. 아무리 나이 기준을 늘린다고 해도 청년이라는 정체성이 영원할 수 없는 것처럼, 청년정책을 통한 지원도 마찬가지다. 돌이켜보면 나는 청년 정책의 수혜를 그다지 많이 받은 것 같지는 않다.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원대상이 아니라는 점이 솔직히 아쉽다. 청년 이후의 삶을 준비하고 있지만 솔직히 어떻게 펼쳐질지 잘 그려지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오히려 곧 도래할 고령화 사회를 바라보며,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 대한민국에서의 노년의 삶을 바라보며 슬쩍 걱정도 앞선다. 자발적으로 ‘인구’가 되고 싶은 사람은 없다. ‘인구’라는 단어는 마치 지역을 위한 ‘수단’이라는 단어처럼 들린다. 많은 경우 지역이 바라는 청년은 다양한 삶의 주체이자 다양한 정체성을 갖는 주체보다는 지역소멸을 막는 출산 및 육아의 주체, 노동력으로만 상정된다. 과거에는 마치 그러한 관점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것이 정말 당연한 것일까? 시대와 관점이 바뀌어 간다. 그리고 청년은 기성세대가 그리는 것처럼 그렇게 전형적이지 않다. 전형적이지 않은 세대의 문제를 자꾸 기존의, 전형적인 지원정책의 관점으로 보고 한정 지으니 불일치가 일어난다. 여전히 청년을 지원하는 정책과 목적이 청년에 있지 않고 지자체에 있기 때문에. 여전히 우리를 지역을 유지하기 위한 ‘인구’로 접근하기 때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은 안다. 그리고 정책으로서 청년을 ‘인구’바라보는 관점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한계도 알고 있다. 하지만 지역에서의 삶을 꿈꾸는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청년과 청년정책의 불일치를 좁혀갈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는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오민정 완주문화도시지원센터 공생문화팀장 △오민정 팀장은 전주시 청년다울마당 위원장을 지냈으며, 완주문화재단 정책기획팀을 거쳐 현재 완주문화도시지원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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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7.06 17:02

우연이 좋은 인연이 되기까지

얼마 전 전주에 학술대회가 있어 갈 일이 있었다. 대회 장소에 가던 중에 어느 가게의 홍보 현수막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우연이라도 오세요. 인연처럼 여기겠습니다.” 사장님의 마음이 느껴지는 이 문구를 보면서 우연과 인연에 대해서 여러 생각을 했다. 우연이 저절로 좋은 인연이 되지는 않는다. 우연이 좋은 인연이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때로는 선물과 같은 것이 필요하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상대방에 대한 좋은 이미지와 공감대가 필요하다. 관계 인구란 말이 있다. 간단히 말해서 지역에 속해 있는 인구는 아니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과 관계를 맺고 있는 인구를 뜻한다. 그러기 때문에 관계 인구는 정주 인구가 될 가능성도 크다. 많은 지자체에서 인구감소로 인해서 정주 인구 확보를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고, 특히 청년들을 지역으로 끌어오기 위해 큰 노력을 하고 있다. 해당 지역으로 주민등록을 이전하거나 사업장을 열면 지원금이나 다른 혜택 등을 주는 방식으로 지자체 대부분의 정책 방향성이 정주 인구 만드는 데 중점이 되어있다. 하지만 지역에 연고가 없는 사람을 정주 인구로 유인하기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그래서 먼저 관계 인구를 형성할 수 있는 정책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서 점점 여러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사업 중의 하나가 일주일 살기, 한 달 살기가 있다. 전입하지 않아도 되고, 그 지역에서 일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 다른 지역의 인구가 일주일 또는 한 달 등을 살며 지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가지게 되고, 지역 사람들과 교류하며 지역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지역과 연을 맺어가게 되고 관계 인구가 되어가는 것이다. 지역과 연을 맺는 방법의 하나가 지역 축제다. 코로나19로 인해 그동안 지역 축제들이 열리지 못하다가 이제 점점 지역 축제들이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지역마다 대표적인 지역 축제들이 있는데, 그때 많은 다른 지역 사람들이 오게 된다. 최근 강원도의 모 지자체 축제 먹거리 바가지 문제로 지역 축제 바가지요금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또, 우리 지역에서도 유명 연예인의 행사로 인해 숙박시설의 바가지요금 문제도 지적되었다. 또한 귀농, 귀촌한 인구가 점점 늘어가고 있는데 귀농, 귀촌 인구와 원주민들과의 갈등 문제도 심심치 않게 언론에 나오고 있다. 특히 농촌이 많은 우리 전라북도는 세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행정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성숙한 시민의 자세도 필요하다. 내가 사는 지역에 정착한 지 얼마 안 된 지인이 있다. 연고도 전혀 없는 지인이어서 어떻게 여기에 정착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물어본 적이 있다. 그 지인이 하는 말이 우연한 계기로 여기 지역을 오게 됐는데 지역과 사람이 마음에 들어서 정착하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짧은 순간이었겠지만 그 지인이 만났던 사람들과 환경이 그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것이다. 신중현의 ‘미인’이라는 노래에 ‘한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 아름다운 그 모습을 자꾸만 보고 싶네’라는 가사가 있다. 이 노래 가사처럼 우리가 사는 지역이 누군가에게 한번 가고 두 번 가고 자꾸만 가고 싶은 지역이 되도록 지자체뿐만 아니라 우리 스스로도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최준호 원광대 사회적경제연구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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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29 16:39

도시재생사업이 종료된 이후

어떻게 동네가 깔끔하니 될까 하는 기대가 되고요. 깔끔하고 아름답게 꾸며주면 또 나이 드신 분들이 편하게 사실 수 있을 정도는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어요. 오래된 집들이 많아서 폐가가 된 집들도 정화되면 좋겠고. 그래서 좀 더 발전하고 좋은 신복리가 되면 저도 좋고, 또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갈 때마다 좋지 않겠어요? 신복마을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2022). “이곳, 신복마을”. 124쪽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대상지의 주민들은 깨끗한 환경, 발전하는 주변 여건 등 사업이 진행됨에 따라 더 나아지는 우리 마을을 꿈꾼다. 그렇기에 사업을 통해 변화되었으면 하는 바램과 기대를 담아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인 제시하기도 하고, 사업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참여·실행을 위해 교육 등 다양한 사업 프로그램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다. 사업은 주민들의 의견과 대상지 계획 및 상황에 따라 예산과 시간을 투여하여 거점공간 마련, 외관 정비 등 그 외에 다양한 사업의 진행을 통해 완료된다. 사업이 완료된 대상지의 변화된 모습은 정비된 외관을 통해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다. 이전보다 좋아진 여건이 갖춰지고 사업이 종료되면 주민들은 도시재생지원센터와 관련 주무과 행정의 도움 없이 공간 등을 스스로 운영하며 홀로서야 하는 시간을 맞이한다. 그렇기에 사업이 진행되는 기간동안 주민들은 현장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함께 계획하고 기반을 마련해 나간다. 또한 센터에서도 앞으로 주민이 공간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어떻게 자생할 것인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필요한 부분을 채워 연결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참여 의지와 올바른 관점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작은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사업종료 이후를 생각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시하는 의견이 필요하다. 도시재생사업이 도화지라면 색을 정하고, 그 위에 색칠하는 건 참여하는 주민의 몫이기 때문이다. 물론 사업이 마무리되는 시점부터 바로 주민이 스스로 운영해 나가는 건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일정 기간 행정 등 기관의 지원 및 사후관리가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지원은 스스로 지역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주민들의 힘을 지속시키고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게 도울 것이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신복마을도 내년 사업 종료를 앞두고 있다. 올해는 본격적으로 앞으로 만들어질 거점시설을 염두에 주민들이 변화의 과정을 체감하고 그에 따라 교육, 협동조합 설립 등의 과정을 통해 준비해 나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의 과정은 주민들이 사업이 완료된 이후 마을의 거점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관리해 나갈지에 대해 적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4~5년정도의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는 기간동안 모든 것을 한순간에 새것처럼, 더 좋은 것으로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사업이 종료된 이후, 지속적인 고민을 통한 활용과 관리가 있을 때 대상지는 재생사업을 시작으로 더욱 더 나아질 것이고 그 때, 재생사업의 의미가 더욱 선명해질 것이다.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환경이 정비되어 개선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만들어진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운영해 나갈 때, 그곳을 찾는 사람과 공간의 쓰임이 지속되고, 활용을 통해 나아가는 곳이 될 것이다. /박주연 팔복도시재생지원센터 선임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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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22 16:08

청년농부들의 울퉁불퉁한 발걸음

정부와 각 지자체에서는 청년들의 귀농을 권장하며 여러 우대사항과 수많은 정책을 쏟아내고 있고 여러 청년은 인생의 선택지 중에서 농촌에 방점을 찍고 귀농을 결정하기도 한다. 2018년도에 청년창업농 1기로 선정된 이후 청년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귀농 상담과 컨설팅을 해오고 있는 필자는 그러한 정책의 흐름이 바람직하다고 느끼고 있었으며 이를 토대로 더욱 많은 청년에게 정책을 알리고 홍보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는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농촌에 청년들의 역할들이 정말 많이 필요하다고 느꼈기에 해온 재능기부였다. 헌데 갈수록 귀농한 청년들이 볼멘소리와 힘들다는 하소연에 마음 한구석이 씁쓸하다. 귀농한 여성청년농업인은 몸이 부서지라 농사를 지어 집에 있던 빚도 갚고 착실히 일해왔다. 그러다가 올해 5월, 무슨 이유에서인지 농사를 지었던 하우스에 무슨 문제가 생겨 다른 농가들에 비해 수확이 늦었고 크기도 작아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다. 직거래를 통해 판매했었지만, 작년에 택배사고가 많아 개인 택배 보내는 것도 무섭다고 하고, 공판장으로 납품을 하기엔 도저히 가격이 맞지 않아 여러모로 골머리를 앓았다. 또한 농촌지도사업에 선정되어 하우스를 신축하기로 했지만, 시공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견적서를 받아본 결과 오히려 더욱 심란해졌다고 한다. 다른 지역 업체의 설비단가와 해당 지역의 업체 단가가 엄청나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생각을 하면 다른 지역의 저렴한 업체를 선정하는 게 당연하지만, 지방비가 투입되는 지원사업의 특성상 특정한 사유가 없이는 관내 업체를 이용해야 한다는 방침으로 계속 고민을 하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는 사연이었다. 그리고 또 한 청년 부부는 다른 지역에서 귀농한 경우인데 인연이 닿아 청년창업형후계농 영농정착지원사업 컨설팅을 했고 다행히 선정되어 곧바로 토지구매와 함께 하우스 건축을 시작하였다. 헌데 한참 공사 중 정책자금 대출업무를 위해 은행에 방문했다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청년창업형후계농 사업에 선정되면 저 이자로 최대 5억까지 대출된다고 했으나 사실상 1.5% 저이자 기준은 이전의 정책이었던 3억만 해당하며 추가되는 2억의 경우는 별도의 담보대출 형태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지자체와 은행을 왔다 갔다 하며 애끓는 심정으로 알아보고 다니는 모습에 참, 씁쓸해졌다. 농촌에 청년이 필요하다고 귀농을 권장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만큼 녹록하지만은 않다. 다행히 농사에 실패한 것 같지만 가을에 다시 농사를 다시 짓기로 마음을 다잡기도 하고 지자체와 충분히 상의 후 다른 지역의 업체를 선정하기로 협의를 보기도 하며 대출 문제로 힘들어하던 청년 또한 다른 지역의 농협을 통해 대안이 마련하여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필자는 올해 여름, 익산시문화관광재단과 함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농활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농생명 분야에서 진로를 결정할 청년들을 대상으로 익산시의 농업 현장을 직접 체험하고 경험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런칭할 예정으로 다원적 농업 현실을 보여주며 농촌의 과소화 현상을 직접 느끼고 청년농업인들과 교류할 수 있는 현장들을 섭외하고 코스를 구성 중이다. 농촌에 터를 잡는 것이 쉽지만은 않지만 이를 소개하고 그곳에서의 길을 발견하도록 안내를 하는 이유는 울퉁불퉁한 발걸음일 지라고 도전을 통해야만 얻을 수 있는 그 이상의 가치가 농촌에 숨어있기 때문이다! 이들처럼! /박넝쿨 농촌기업브랜드 신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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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15 15:06

직장인 아닌 직업인으로 살기

며칠 전 나는 대학교 학과 후배들을 만났다. 학생들의 취업에 도움을 주고자 학교 차원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 때문이었는데, 졸업 후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선배들이 그동안에 쌓은 경험이나 노하우를 재학생들에게 공유해주는 특강 같은 것이었다. 사실 한 달 전 직장을 그만둔 입장이라 부담스러웠지만, 후배들에게 이것도 하나의 경험(?)으로 이야기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뻔뻔스럽게’ 요청을 받아드렸다. 후배들이니,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의 ‘현실세상’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강의실에는 스무명 정도의 학생들이 앉아 있었다. 나는 지역에서 문화기획자로 일한 경험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했고, 후배들이 꽤나 재미있게 들어주어 다행이었다. 여전히 바늘구멍 같은 취업난관, 자격증 따위 없는 문화기획자로서의 직업 또는 직장인에 대해 설명하기란 10년 가까이 현장을 뛴 나 또한 쉽지 않았다. 예상대로 후배들은 취업에 도움이 되는 자격증과 어떤 종류의 대외활동을 하면 취업에 도움이 되는지를 물어왔다. 순간 나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그럴싸하게 포장을 해서 말해줄까? 하지만 나는 기왕에 한 걸음, 문화기획자의 현실세상을 이야기해주러 온 김에 ‘현타’가 될지언정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직장 말고 직업’을 갖기. 이것이 결국은 여러분들에게 최고의 자격증이 된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교과서적인 이야기 같지만, 학과의 특성상, 문화기획, 기획자라는 길을 걷기 위해서는 명심해야 할 생각이다. 그래서 나는 ‘경험’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며 내 이야기를 풀어놨고, 특히 기획자는 책상에 앉아서, 머리로만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 하나는 꼭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것이 차곡차곡 쌓이면 직장을 잃어도 ‘직업’은 남는 경험의 가치를 나누고 싶었다. 말미에 한 친구가 손을 들고 질문을 했다. 본인은 학교를 다니는 동안 전공 이외에도 여러 분야를 경험해보고 싶은데 이것이 시간낭비가 아닐지, 나중에 취업을 하는데 문제가 되지 않을지 걱정이 된다는 것이었다. 어떤 직장 하나만을 목표로 살아간다면 그 외의 경험들은 정말로 시간낭비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십대 초반 대학에서 보내는 시간은 우리 인생에서 자유롭게 실패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시기이다. 이때 겪은 시행착오를 통해 조금씩 성장하기도 한다. 작은 시행착오조차 큰 실수가 될까 염려하는 모습에서 그 시절 진로에 대해 고민하며 전전긍긍하던 내가 떠올랐다. 짧은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음에도 이 친구들이 얼마나 불안하고 초조한지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장담해 줄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직장마다 필요로 하는 인재상이 다르고 요구하는 자격증과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평생직장은 옛말이 된 시대에 취업을 한다고 해도 한 직장을 정년까지 다니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더욱 말해주고 싶었다. 내가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는 이유는 직업인을 찾는 직장은 꼭 있다는 것을 이제 알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정년의 나이가 무색하고 수명은 길어졌다. 나의 인생을 누군가 대신 살아주지 않기 때문에, 결정권을 위탁하지 않고 내가 나를 위한 시간을 토대로 경험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수직이 아닌 수평의 형태로서 기준도 결과값도 스스로에게 거짓이나 꾸밈없이 당당하게. 직장은 우리가 그만두면 잃게 되지만 직업은 내가 그만둔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장보람 전 완주문화도시지원센터 공유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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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0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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