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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 정신

사람이 태어나 걷게 되는 순간부터 꼭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신발이다. 조선시대에는 양반 등 상류층이 신던 태사혜, 남성들이 관복을 입을 때 신던 흑혜, 녹피혜, 반가의 규수 등이 신던 꽃신인 궁혜와 운혜, 일반 민초들이 신던 짚신과 미투리 등 신분과 남녀를 구분하는 신발들이 있었다. 비오는 날에 신는 나막신이 있었고, 산간지방에서는 눈오는 날에 설피를 신었다. 하지만 조선시대에 신발 장인 갖바치는 천민 대접을 받았다. 유교와 양반 중심의 조선 사회에서 기술자, 기능인은 푸대접을 받았고, 글 읽는 양반 사대부 등 계층만 인간 대접을 받았다. 대한제국 말에 일본이 조선을 침략, 한반도를 점령하는 즈음에 일본 경제인들이 조선 강토 각지에 자리를 잡았다. 일본 고베항에서 출항한 상선은 전북 군산항을 빈번하게 오갔고, 쌀과 면, 금융 관련 산업들이 군산항을 중심으로 번창했다. 고베에서 군산에 온 것 중의 하나가 신발산업이었다. 1920년대 무렵, 서울에서 친척 찾아 군산에 내려온 이만수는 고무신 장사를 해서 큰 돈을 벌었다. 조선의 산물인 가죽신, 나막신, 짚신에 비해 고무신은 획기적인 제품이었다. 비올 때나 눈올 때도 상관없이 신을 수 있었고, 잘 헤어지지도 않았다. 장사가 잘되니, 이만수의 신발가게는 날로 번창했다. 해방되면서 미군정청은 일제 기업을 한국인들에게 불하했다. 이만수는 미군정의 적산불하(敵産拂下) 당시 군산의 신발공장을 확보하게 되는 데, 바로 경성고무다. 경성고무는 만월표 신발을 생산, 크게 성장해 갔다. 하지만 경성고무는 화재 등으로 흔들렸고, 경영주의 의지 부족으로 표류했다. 결국 SK에 넘겨진 경성고무는 1985년 해체되고 말았다. 현재 경성고무가 자리잡았던 옛 군산역 앞 부지에는 아파트 등이 들어서 있다. 뒤돌아 보면 아쉬운 일이다. 일제시대부터 군산과 함께 신발산업 중심지였던 부산과 경남에서는 아직도 신발기업들이 살아 지역 경제의 한 축을 이루고 있고, 신발 산업은 무한히 번창할 수 있는 생활 필수품이기 때문이다. 쌍방울, BYC, 태창 등을 낳은 섬유산업은 그나마 유지, 다행스럽다.지난 24일 전북도민의 날을 맞아 자랑스런 전북인대상을 수상한 해피상사 강영진 사장은 아동복에 주력하며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지역 섬유산업을 이끌고 있는 인물이다. 당장 큰 돈이 되지 않아도 꾸준히 밀고 나가는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4.10.27 23:02

축제의 힘과 수명

가을 축제가 한창이다. 축제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도시 마케팅의 상징적 통로가 되었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부터 지역축제의 봇물이 터지기 시작했다. 그 사이 수도 없는 축제가 만들어지고 사라졌지만 산업화의 통로로 기능하는 축제를 성공시키는 일은 자치단체의 열망이 됐다. 실제로 축제는 문화시장의 한축으로 자리 잡았다. 유럽 도시 중에는 축제를 통해 얻어진 관광 수익으로 재정의 상당부분을 충당하는 예가 허다하다. 과거의 축제가 일상에서 엄격히 지켜져왔던 질서와 권위, 사회적 위계질서의 효력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공간과 시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틀이었다면 오늘의 축제는 창조적 상상력을 꽃피우는 공간과 시간의 의미를 부여한다. 축제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그 뿌리는 보다 원시적인 형태로 존재하겠지만 오늘날 문화시장으로 기능을 하고 있는 축제의 모습은 역시 유럽의 축제에서 찾아진다. 중세기를 거치면서 더욱 세련되고 지적인 형식으로 발전된 유럽의 축제는 20세기 들어서면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엄청난 위력의 문화적 힘을 과시하는 시장을 형성했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 펼쳐지는 국제적인 규모의 축제만도 수백여 종. 1년 사시사철 열리지 않는 때가 없을 만큼 축제는 양산되어 그 이름을 정리하기에도 어려울 정도다. 유럽 축제의 중심은 대개 음악이다. 자신들의 문화적 전통과 무관하지 않다. 날이 갈수록 장르의 융합이 빠른 속도로 가세되고 있지만 음악, 특히 오페라에 주목하는 유럽 여러 도시가 지향하는 축제의 정체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오히려 보편적 가치를 방패삼은 유럽의 축제들은 상업주의로의 변질을 경계하며 자신들의 독창성과 보편성을 확보하는 기획으로 세계를 좁혀가고 있다. 물론 이들이 언제까지나 이런 성격을 지켜 나가리라는 확신은 없다. 장르의 혼합은 더욱 저돌적인 기세로 문화 환경을 포섭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징조는 이미 곳곳의 축제들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태리 베로나 축제나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축제 처럼 100년 전통을 가진 축제 역시 중심 행사와는 별개로 다양한 기획들이 배치되면서 그 다양성이 주는 흥미로움과 예술적 에너지가 관광객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새로운 창구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성공한 유럽의 축제를 들여다보면 가장 큰 힘은 역시 그들이 지켜낸 문화적 전통에 있다.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는 우리나라 지역 축제에게는 시사 하는 바가 크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4.10.24 23:02

비서실장

비서는 입이 없다지난 2001년 11월 8일 박지원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이 청와대를 떠나면서 남긴 한마디의 말이다. 당시 민주당 개혁모임에서 당내 인적쇄신 요구가 분출하면서 그가 주 표적이 됐다. 언제라도 대통령을 독대할 수 있는 최측근으로서 왕특보 부통령으로까지 불리면서 비난의 화살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할 말이야 많았겠지만 말을 아꼈던 그는 5개월 만에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영전하면서 DJ정부의 명실상부한 2인자로 자리매김했다.그가 남긴 이 한마디는 이후 청와대 비서진들에겐 금과옥조처럼 됐다. 민감한 현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공세를 피해 나가는데는 이처럼 적절한 말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렸던 이정현 전 정무수석은 비서는 귀는 있어도 입이 없다고 첨언하기도 했다.며칠 전 장수군 전 비서실장이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비서실장으로 근무하면서 군 금고 협력사업비 3억8700만원을 빼돌린 혐의다. 그는 앞서 건설업자로부터 금품을 수뢰한 혐의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군청 인사와 사업 등도 떡 주무르듯 주물렀다는게 군청 공무원의 전언이다. 비서실장의 비위행각은 민선자치이후 곳곳에서 드러났다. 임실 무주 진안 등지에서 비서실장이 뇌물수수나 선거법위반 등으로 사법처리 됐었다. 부안에서는 비서실장이 승진 인사에 관여하려다 부군수가 저지하자 밤에 건강 조심하쇼라며 겁박하는 사례도 있었다. 일부 본분을 일탈한 비서실장의 호가호위(狐假虎威)는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도청에서도 한 때 비서실장이 제2 지사라고 불릴 정도로 위세가 대단했다. 직급은 4급에 불과하지만 국실장 뿐 만아니라 부지사까지도 비서실장 눈치를 살펴야 할 정도였다는게 당시의 이구동성이다.사정이 이렇다보니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한 임실군수 후보는 비서실 청정부서화를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그는 비서실이 군수와 업자의 거간꾼 역할을 하며 인사개입은 물론 뇌물수수 청탁 등 온갖 불법에 노출됐던 것이 사실이라며 철저한 검증을 통과한 공무원을 비서실에 두겠다고 약속했다.민선 6기 들어 도지사와 교육감을 비롯 14곳 단체장이 선거캠프 출신이나 공직 내부에서 비서실장을 발탁했다. 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처신하느냐에 따라 인사권자인 단체장 뿐만 아니라 자신의 명운도 좌우된다는 사실을 뼈에 새겨야 한다. 자기를 낮추고 겸손한 자세로 공의롭게 처신한다면 명망을 얻을 뿐 아니라 입신의 길도 열린다. 김승수 전주시장이 그 선례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4.10.23 23:02

전북의 리더

어느 때부턴가 전북이 무력증에 빠져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주말에는 전주한옥마을과 신도청 앞이 불야성을 이루지만 계속된 경기 침체로 전주가 활력을 잃어 가고 있다. 사람이나 도시나 기가 빠지면 생기를 잃는 법이다. 왜 전주가 이렇게 됐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적 소외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보수정권이 두 차례 들어서면서 전북 출신 인재를 등용치 않고 국가재원 배분이 제대로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산업화 과정 때 소외되면서 큰 기업체가 들어서지 않아 일자리가 없고 돈이 없어 더 도시가 생동감이 없다.전북은 1인당 GRDP가 꼴찌권이다. 각 자치단체들의 재정자립도가 낮아 자체수입으로는 인건비조차 건지기 힘들다. 전북이 밑바닥을 헤매는 것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에 확실하게 지역발전을 챙기지 못한 탓이 크다. 그 당시 장차관을 지냈거나 국회의원을 해먹은 사람들의 책임이 크다. 조금만 신경을 썼어도 전북이 이런 상태까지는 안갔을 것이다. 그 좋은 시절에 자신들의 안위만 챙겼지 지역을 챙기는 일은 등한시 한 탓이 크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이 전북발전을 위한 목소리를 못냈다. 혹시나 광주 전남 출신 정치인들 비위를 거슬렀다가는 자신들의 안위에도 문제가 생길까봐서 더 그랬던 것이다.DJ와 노무현 대통령 때 전북발전을 챙기는 리더가 없었다. 소석 이철승과 같은 정치 지도자가 있었더라면 전북이 이렇게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정치적 고도(孤島)로 전락, 존재감마저 희미해졌다. 돌이켜보면 DJ때가 전북발전을 위한 절호의 찬스였다. 그 때 김제에다가 공항 정도는 건설했어야 옳았다. 유종근 전지사가 김제 시민들한테 계란세례를 받았지만 반대를 무릅쓰고 어떻게든 공항을 건설했어야 했다. 그 당시 주민들의 여론을 업은 최규성의원은 공항건설에 반대했지만 이 문제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전주 완주를 통합시키자는 여론이 거세게 일 때도 그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만을 노리고 통합을 반대했다. 결국 최의원은 지역발전의 디딤돌이 아니라 걸림돌이 됐다.도민들이 무력증에 빠져 실의에 잠긴 것은 LH를 경남으로 빼앗기면서부터다. 당시 김완주 전 지사는 도민들이 힘을 몰아주면 LH를 뺐기지 않을 것처럼 장담했지만 결과는 그 반대였다. 보이지 않게 도민들 사이에 패배주의만 싹트게 했다. 전북은행이 이 같은 지역적인 분위기를 극복하고 광주은행을 인수해서 JB금융지주에 편입시킨 건 박수 받을만하다. 김한 행장이 모처럼만에 전북인의 자존심을 되찾아줬다. 이를 계기로 도민들도 패배주의를 극복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바란다.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4.10.22 23:02

'송하진 도정'의 평판

“요즘엔 일할만 해요. 살맛 납니다.” ‘송하진 도정’이 들어선 뒤 어느 퇴직 공무원이 후배한테 안부를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실제로 도청 공무원들이 이전에 비해 여유롭고 느긋한 분위기로 달라진 건 확연하다. 대개 권력을 새로 쥐게 되면 맨 처음 하는 일이 과거부정과 군기잡기다. 과거부정을 통해 집권 세력의 정통성을 확립하고, 조직의 군기를 매섭게 잡아 영을 세운다. 조선의 이성계 이래 어느 정권이나 그랬고 민선 이후 자치단체장도 마찬가지였다. ‘송하진 도정’은 뻔하디 뻔한 이런 전철을 아직 밟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도청 전입 희망자들이 봇물을 이뤘다. 특히 전주시청 공무원들이 유별났다. 들리는 얘기로는, 김완주 전 도지사 밑에서 수업을 쌓은 김승수 전주시장이 김완주 전 지사의 행정스타일을 답습하고 있다는 것인데 전시행정과 현장행정이 그것이다.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머리와 육체를 풀가동해야 할 실정이라면 공무원들이 죽을 맛이겠다. 자전거 페달을 밟지 않으면 넘어지는 이치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도청 전입 희망자가 많은 건 승진 자리가 많은 이유도 있지만 스트레스 안 받고 일하려는 분위기 때문이다. 강현욱 김완주 두 도지사를 보필했던 이경옥 전 안전행정부 제2차관의 언급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무원이 편하면 시민이 불편하고, 공무원이 불편하면 시민이 편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더라.” 부하 공무원을 존중하면서 큰 흐름만 잡고 일을 조직에 맡기는 스타일과, 업무를 수시로 챙기고 호통치며 조직을 장악해 끌고 가는 스타일의 두 전직 도지사를 비교한 언급이다. 어느 유형이 더 효율적인 지에 대한 분석은 없다. 하지만 공무원이 살맛 나는 분위기로 느낀다면 뭔가 잘못돼 있다. 도민도 불편해 할 것 같다. ‘송하진 도정’이 조직개편에 이은 첫 대규모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간부급에선 전주시청과 고려대 출신이 두각을 나타냈다. 코드인사는 불가피하지만 성과를 내는 게 문제다. 도청엔 손쉬운 일도 쥐어주지 않으면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는 공무원들이 너무 많다고 한다. 지시-이행만 따랐을 뿐 오랜 세월 ‘생각하는 행정’을 하지 않은 탓이겠다. 이젠 ‘창의 도정’으로 바뀌어야 한다. 남 따라서 하는 행정으론 경쟁하지 못한다. ‘열심히 일하는 창의적인 도정’ 평판을 듣는다면 성공이겠다.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4.10.21 23:02

금리 2% 시대

요즘 주유소에 가면 떨어진 기름값에 기분이 괜찮다. 같은 가격을 지불하고 종전보다 1리터 정도의 기름을 더 넣을 수 있다. 장거리 운행이 잦은 운전자에게는 짭짤한 효과다.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가 많이 수입하는 두바이유가 배럴당 87달러 선, 세계 원유시장의 기준이 되는 북해산 브랜트유도 85달러선까지 하락하는 등 세계 원유시장이 심상치 않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중동 정세는 유가와 관련이 컸다. 그동안 분석대로라면 이슬람 무장단체 IS 활동 등 최근의 몇가지 중동 긴장 분위기는 생산량 감소, 유가 상승으로 이어져야 맞다. 중동의 산유국들은 요즘 비상이다. 국제에너지기구 IEA에 따르면 2014년들어 하루 원유 수요가 9240만 배럴이며, 감소 추세에 있다. 세계 경제 침체로 인해 원유 수요가 줄고 있다. 그런데도 중동 산유국들은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원유를 많이 팔아야 적자 재정을 면할 수 있는 중동국가들의 경기 하락기 생존 전략으로 보인다. 한국경제는 어떤가. 달러화 강세와 엔화 약세, 중국 제조업 경쟁력 향상 등 여파로 불안하다. 초가을인데 엄동설한이 닥친 듯 한파가 엄습해 있다. 정부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통해 내수경기 촉진을 도모하려고 온갖 방안을 내놓으며 부산을 떤다. 하지만 이렇다 할 효과가 눈에 띄지 않는다. 오히려 주가는 폭락하고, 외국자본 이탈 조짐이 뚜렷하다. 2008년 금융위기 후 휘청거리던 미국이 양적완화를 정리하고 서서히 금리를 올릴 기세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국내 외국인 투자자금이 상당히 빠져나갈 것이고, 국내 증시는 그 여파에 크게 흔들릴 것이다. 달러 강세, 엔 약세도 우리 경제에 독약이다. 아베 총리의 엔화 약세 전략을 두고 국내 전문가들의 시각이 엇갈렸지만, 어쨌든 한국경제가 일본의 수출 경쟁력에 밀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 중저가 휴대폰 샤오미로 대변할 수 있는 중국 제조업 능력 향상도 한국에게는 기회이자 심각한 위기다.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의 능력을 믿는 분위기다. 긴장 속에서도, 한국경제의 기초 체력이 요즘 정도의 충격은 견딜 수 있다고 낙관하는 분위기가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지난 15일 기준금리를 0.25%P 추가 인하한 것을 보면 긴장해야 할 것 같다. 정부의 압력 여부를 떠나 사상 최저 기준금리(2%)는 한국경제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증거다. 요즘 주유소에서 느끼는 것은 행복이 아니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4.10.20 23:02

신석정 시인 재조명

신석정 시인(1907~1974)의 유해가 고향 부안 땅에 안긴 것은 작고한지 20여년이나 지나서였다. 1974년 7월 6일 작고했을 당시 석정은 고향 선산이 아니라 생전에 휴양지로 삼았던 임실군 관촌면 신월리에 안장됐다. 석정이 작고 한 이후 고향 사람들과 문학인들은 변산반도 입구 해창공원에 석정 시비를 세우고 부안읍 선은리의 고택 ‘청구원’을 정비해 옛집의 모습을 다시 찾는 등 그의 문학세계를 기리는 사업을 벌였다. 그러나 다른 지역에 안장된 묘지는 고향에 오지 못한 채 오랜 시간을 보냈다. 묘지 이장을 추진하고 나선 것은 신 씨 문중이었다. 2000년 3월 29일 비로소 석정의 유해가 부안군 행안면 영리의 선영 가족묘지로 옮겨졌다. 석정이 고향땅에 돌아온 이후 석정문학의 향취를 북돋는 사업은 보다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석정 문학관이 건립되고 그의 문학과 생애를 재조명하는 사업은 탄력을 받았다. 시인의 시편들에 대한 진지한 분석과 성찰이 이어지면서 그의 이름 앞에 어김없이 놓였던 ‘전원시인’이나 ‘목가시인’이란 호칭이 무색해지고 시세계가 지닌 서정적 깊이와 치열한 역사의식, 현실참여의 시정신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난 9월에는 그의 미발표 시가 공개됐다. 제자인 허소라 시인이 공개한 13편이다. 1946년부터 49년 사이, 해방기에 집중적으로 쓴 시편들은 시인의 현실인식과 역사에 대한 깊은 고뇌를 보여주는 것들이다. 석정에 대한 우리 문학사의 평가가 수정되어야 할 명분은 더 단호해졌다. 문학평론가 유성호 교수는 ‘신석정 시의 저항정신과 지사의식을 반복하거나 순수 참여 같은 미학적 진영 논리에 가두지 않고 먼나라와 새나라를 통합하려했던 큰 시인으로 기억하게 할 자료’라고 평가했다. 타계 40주년을 맞은 올해, 석정을 기리는 추모의 열기가 더 뜨겁다. 신석정기념사업회(이사장 윤석정)가 출범하고 신석정문학상(운영위원장 허소라)이 제정됐다. 문학상 첫 수상자로 도종환 시인이 선정됐다. 〈세시에서 다섯 시 사이〉가 수상시집이다. ‘삶의 문제와 밀착해있는 시세계’‘민중적 정서에 맞닿아 있는 시정신’‘사회성과 서정성의 결합‘이라는 심사위원들의 평가 역시 석정의 시정신과 맞물려 의미 있게 다가온다. 오는 25일, 부안에 있는 석정문학관에서는 신석정문학상 첫 시상식이 석정문학제와 함께 열린다. 석정의 시 정신을 새롭게 잇는 의미가 더해지는 자리. 그래서 더 각별해진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4.10.17 23:02

새만금 MOU

지난 2010년 4월 27일, 역사적인 새만금방조제 준공식이 열린 날이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치사를 통해 한-네덜란드 새만금 개발 및 투자협력 양해각서(MOU) 체결 사실을 깜짝 발표했다. 애초 치사 원고 초안에는 이 같은 내용이 없었던 터라 새만금사업 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와 전북도는 금시초문이었다. 다음 날 롯데호텔에서 정운찬 총리와 얀 페데르 발커넨드 네덜란드 총리가 새만금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청와대에서 열린 한-네덜란드 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국토의 지도를 바꾸는 새만금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세계 최고의 국토 개발 노하우를 가진 네덜란드는 최적의 협력 파트너라고 생각한다” 고 들고 “앞으로 정부차원의 협력 뿐만 아니라 양국 민간 기업들간 실질적인 협력도 크게 확대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에 앞서 대선 후보시절인 2007년 10월 25일 전주의 한 예식장에서 열린 ‘국민성공 대장정 전북대회’에서 두바이 개발을 총 책임지는 데이비드 앨든 HSBC 회장을 만나 새만금에 자금 투자를 요청했고 앨든 회장이 국제 투자자 미팅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도록 네덜란드나 국제 투자자의 새만금 투자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대통령이 200만 도민들을 상대로 공수표를 날린 것이다. 민선 도지사도 묻지마식 새만금 투자 협약은 남발했다. 치적홍보용으로는 최고의 이벤트였기 때문. 민선 1·2기 유종근 지사는 1999년 4월 새만금유역 환경기초시설사업에 미국 SNC 나발론사와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총 3800억원의 민자가 투자되는 환경시설사업은 3년 넘게 타당성 논란만 벌이다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민선 3기 강현욱 지사 시절엔 세계적인 설계개발투자 전문회사인 미국 존 포트먼그룹과 새만금 내부개발 투자협약을 체결했지만 물거품이 되었고 캐나다 리나마사의 자동차관련 투자협약도 무산됐다. 민선 4·5기 김완주 지사 때는 투자협약이 천문학적 단위로 껑충 뛰었다. 미국 옴니홀딩스 3조5000억원, 윈저캐피탈-무사그룹 1조5000억원, 페더럴디벨롭먼투사 9200억원, 부산저축은행-미국 스타우트캐피탈 1조원, JY중공업 등의 메가리조트 3조4550억원 등 잇따라 투자협약을 체결했지만 모두 휴지조각이 되고 말았다. 여기에 LH 유치 무산에 따른 도민반발 해소차원에서 삼성과 23조 원대 투자협약을 체결했지만 다시 ‘대도민 사기극’ 논란이 일고 있다. “한 번 속이면 속인 사람이 나쁘지만 두 번 속이면 속은 사람이 나쁘다” 한 여성 정치인이 자서전에서 적시한 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4.10.16 23:02

로또 총장

오는 11월 4일 치러질 전북대 총장 선거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예전과 달리 간선제로 총장을 선출하므로 다소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그래도 전북대가 갖고 있는 위상 때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총장임용추천위원 48명은 당일 무작위 추첨으로 결정되는데 교수 가운데 31명 직원 4명 학생 1명 그리고 외부인사 12명으로 구성된다. 그간에는 교수들이 직접 총장을 뽑아 선출이 간편했지만 이번에는 학내구성원 36명과 외부위원 12명을 무작위 추첨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임용추천위원 선출부터 복잡하다. 이 때문에 로또총장이 나오는 걸 배제할 수 없다는 말도 나온다.그간 전북대는 지난 8년 동안 자구노력을 벌여 위상이 많이 달라졌다. 외형적으로 성장했다는 것이 각종 평가결과에서 잘 드러나 있다. 잘 가르치는 대학 1위라는 평가를 받는 등 각종 평가에서 6관왕을 차지한 전북대는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그간 외형적인 성장을 바탕삼아 질적인 성장으로 바꿔 놓기 위해선 그에 걸맞은 역량 있는 총장을 선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작업은 말처럼 쉽지 않다. 서거석총장이 개혁드라이브를 걸어 학교위상을 올려놓았지만 이 방식 갖고서는 더 이상 질적인 성장을 가져올 수 없기 때문에 더 그렇다. 그간 직선제 총장들은 내치와 외치에 중점을 둬가며 총장직을 수행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외부의 환경변화로 내외치 양쪽 모두에 신경 써야 할 사람이 총장이 되어야 맞다. 내치만 신경 써도 안 되고 그렇다고 밖으로만 돌아다니는 스타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조직장악력이 뛰어나며 정부를 상대로 국가예산을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 그래야 전북대가 거점국립대학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상한 학자스타일이나 인격을 우선시해서 총장을 뽑은 때는 지났다. 지금은 경영마인드를 지니면서 내부적 발전요인을 한데 끌어 모을 수 있는 통합리더십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 학교를 기업처럼 경영할 수 있는 사람이면 더 좋다. 각 후보들이 학교경영에 대한 청사진을 펼쳐 보이지만 몇몇은 현실성이 떨어져 실망스럽다. 두세명 후보 이외에는 저 후보가 왜 출마했는지 자질이 의심 갈 정도다. 총장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덕목도 갖추지 못한 후보가 용감하게 출마한 것은 안타깝다. 전북대 총장은 의욕만 있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학내 판단이 옳으면 외부인사에 대한 걱정은 안 해도 될 것이다. 깊어가는 가을밤에 교수들이 진정으로 학교발전을 위해 고민했으면 한다. 상무이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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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4.10.15 23:02

삼성의 새만금 투자

“지금까지 경제학을 공부해 왔지만 이익공유제라는 말은 듣도 보도 못했다. 공산주의에서 나오는 말이냐” 이명박(MB) 정부 때 정운찬 총리가 이슈화시킨 이익공유제에 대해 이건희 삼성 회장이 쏟은 날선 비판이다. 이 회장은 “(MB정부) 경제정책은 낙제점”이란 말도 했다. ‘이익공유제’는 대기업들이 목표 이익을 달성하면 추가 이익에 대해서는 협력업체들에게 나눠주자는 개념이다. 재계 대표 격인 이 회장이 이를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나섰으니 정부가 곱게 생각했을 리 없다. 이 시점이 2011년 3월 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남이전 확정(5월16일) 두달 전이다. 전북에선 LH 경남이전 반대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났던 무렵이다. 길거리는 LH 경남이전 반대 플래카드로 뒤덮였고, 정치권은 삭발과 청와대 앞 농성을 벌이며 MB정부를 맹렬히 성토했다. 삼성과 전북이 처한 이같은 미묘한 시점인 4월27일 삼성의 새만금 투자 MOU(양해각서)가 탄생했다. 이 회장의 발언으로 입장이 난처해진 삼성, LH 무산에 따른 전북도민의 반발. 삼성의 새만금 투자는 두 사안의 절묘한 조합에서 기획됐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전북의 전략산업인 신재생에너지에 삼성을 끌어들였고, 정부와의 관계 개선이 필요했던 삼성이 이에 호응했을 것이다. 정부는 삼성투자로 전북의 성난 민심을 무마하려 했고 LH 수렁에서 빠져나올 명분이 필요한 전북 역시 ‘훌륭한 거래’로 인식했을 법 하다. 이른바 LH빅딜이다. 실제로 이 발표가 나오자 전북도는 LH 관련 현수막을 삼성 새만금투자 환영 현수막으로 갈아치웠다. 이런 배경이 깔린 ‘삼성 새만금 투자’가 또 논란을 빚고 있다. 9월25일 변경된 새만금 기본계획에 삼성의 투자 근거인 신재생에너지 용지가 삭제됐기 때문이다. 애초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급조됐다는 의혹이 이는 터에 아예 투자대상 용지마저 삭제돼 삼성에 면죄부를 준 게 아니냐는 비판이 그것이다. 전북도의 어정쩡한 태도도 도마에 올라 있다. 앵무새처럼 삼성의 말만 옮기거나, MOU를 공개하면 신뢰를 깨 투자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등의 언급은 유치하다. MOU의 진정성과 유효성, 삼성의 투자의지를 확인해서 공식적으로 도민에게 밝혀야 맞다. 새만금 삼성투자가 물타기 돼선 안된다. 구속력이 없는 MOU로 장난치는 정치인도 많다. 이 기회에 쐐기를 박아야 한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4.10.14 23:02

한국의 재벌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지난 8일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재벌가의 새롭지 않은 치부를 들춰냈다. 자신이 경기교육청을 통해 확인한 것을 토대로 재벌가 자녀들이 외국인학교인 서울아카데미국제학교와 서울국제학교에 불법편법으로 입학했다고 주장했다.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겸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와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 박 회장의 차남과 정몽석 현대종합금속 회장의 두 딸, 정일선 BNG스틸 사장의 차녀 등 5명이 그 장본인들이다.구본능 회장과 박정원 회장 등은 싱기포르 현지에서의 기업활동 중에 취득한 영주권을 빌미로 외국인학교에 입학했다. 정몽석 회장의 두 딸은 에콰도르 영주권을 획득해, 정일선 사장의 차녀는 캄보디아 시민권을 취득해 외국인학교에 입학했다. 싱가포르, 에콰드로 등은 기업활동을 통해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다. 겉으로는 합법으로 비춰지지만, 세상 비웃음 살 일이다.재벌가의 부도덕함은 이 뿐만이 아니다. 얼마전 KBS 보도에 따르면 국내 10대 재벌일가의 상당수가 미국에서 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재벌일가 921명 가운데 628명의 출생지를 확인했더니, 삼성 이재용 부회장 등 모두 119명이 미국에서 출생했다. 또 현재 미국 국적자는 씨제이 이미경 부회장과 현대차 정몽구 회장 딸인 정윤이 전무 등 95명으로 10%에 달했다. 이들 중에서 46명은 각 기업 주요 주주로 해마다 배당금을 받고 있다. 1980년 이후 한국 국적을 포기한 재벌가 남성 35명 가운데 23명이 외국 국적을 이유로 병역을 면제받았다.물론 이런 행태는 재벌가 뿐 아니다. 과거로부터 유명 정치인, 공직자 자녀들이 이중국적 취득 등 사유로 병적 제적된 경우가 많았다. 공직자 청문회 단골 메뉴다.재벌들이 경제인들에 대해 우호적인 국내 환경을 이용해 치부하면서 기본 의무 조차 외면하는 것은 인간의 도리가 아니다. 세계적 부호가 된 빌게이츠 부부가 기부왕이 됐다는 기사가 매년 되풀이되지만, 대한민국 재벌 중에서 기부왕이 됐다는 소식도 없다. 그 대신 대한민국 최고의 재벌 오너들이 추악한 경제범죄의 주범이 돼 줄줄이 기소되는 기사가 신문지상을 도배할 뿐이다. 그들은 징역살이를 피하기 위해 권력과 우울한 거래도 불사한다. 당연히 내놓아야 할 범죄수익금을 토하면서도 사재 사회 환원이라는 타이틀을 좋아 한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4.10.13 23:02

전주 한지 살리기

한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 쓰임이 일상용품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환경이 그것을 증명한다. 한지가 우리 곁에 온지는 아주 오래다. 종이의 역사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왔듯이 한지의 역사 또한 찬란하다. 과학이 안겨준 온갖 편리한 기계문명의 도도한 흐름 속에서 빛을 잃었던 한지의 가치가 다시 우리의 삶속에서 되살아나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지천년 견오백(紙千年 絹五百). 비단은 500년을 간다지만 한지는 천년을 간다고 했다. 비단 보다도 그 가치를 더 인정받았던 한지의 역사 속에서 전주한지는 이름을 널리 알렸다. 한지는 그 자체로 중국의 선지나 일본의 화지에 비해 빼어난 품질을 인정받았지만 특히 조선 초 전주의 조지소(造紙所)에서 생산된 전주 한지는 왕실에 진상되거나 명나라와 청나라에 보내는 공물로 쓰일 정도로 명품 중에서도 명품으로 꼽혔다.사실 사양길에 놓였던 전통한지의 부상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시작됐다. 한지의 쓰임이 다양해지면서 이어진 결실이다. 전통한지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한지의 산업화로 모아졌다. 그런데 현실을 돌아보면 성과는 아주 미미하다. 전주한지도 다르지 않다. 전주에서조차 수입산 종이가 즐비한 전시대에서 전주한지의 이름은 무색하다. 중국에서부터 값싸게 들여온 무더기 수입종이들이 백지부터 색지까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한지라는 이름으로 팔려나가고 있기 때문이다.한지는 부상하고 있는데 전주한지 산업화의 길이 좀체 트이지 않는 국면은 안타깝다. 들여다보면 분명한 이유가 있을 터다.예부터 전주한지가 명품으로 이름을 알렸던 바탕은 문서와 책을 만드는 순지로서의 기능이다. 그러나 한지가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전주한지는 순지(닥 100%)를 만들어내는 대신 화선지로 그 명맥을 이었다. 그마저도 값싼 수입산 화선지가 들어오면서부터는 뒤로 밀려났다. 더 이상 가격경쟁력을 갖지 못하게 된 때문이다.다행히 2008년 조선왕조실록 복본화 사업이 시작되면서 순지로서의 전주한지 전통을 되살릴 수 있게 되었다. 전주한지 생산자들이 순지 생산에 주목하게 된 덕분이다. 5-6년이 지난 지금은 품질도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전주한지 명품화의 가능성이 보인다. 절실한 과제는 또 있다. 한지의 본래 쓰임, 종이로서 기능을 되찾게 해주는 일이다. 일상을 돌아보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4.10.10 23:02

구절초의 힘

지난 주말 찾은 정읍 산내면 옥정호 구절초테마공원은 밀려드는 차량과 인파로 인해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행사장으로 진입하려는 차량들이 꼬리를 물면서 극심한 정체현상이 빚어지자 일부는 차를 되돌릴 정도로 대성황이었다. 안행부가 꼽은 전국 오지 중에 오지인 정읍 산내면이 이렇게 개벽할 줄은 누구도 상상 못할 일대 사건이다. 지난 2005년부터 시작된 정읍 구절초 축제는 쇠락을 거듭하는 산골 주민들의 자구책에서 비롯됐다. 첩첩산중인데다 옥정호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이면서 각종 개발행위가 제한됨에 따라 갈수록 피폐해지는 삶의 터전을 바꿔보기 위해 주민들이 의기투합했다. 당시 유성엽 정읍시장을 만나 사람 구경하기도 힘든 산촌인 만큼 꽃 축제라도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유 시장도 도청 보건환경국장 재직 당시 불가피하게 상수원보호구역 지정을 추진했던 부담감이 컸던 터라 지역주민들의 활로 마련차원에서 이를 흔쾌히 수용하고 적극 지원에 나섰다. 일본 미야자키현을 비롯 국내·외 선진지를 찾아 벤치마킹하면서 꽃 축제를 구상했다. 처음엔 3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정읍 산내면 구복리 구절재 인근 농경지에 구절초를 비롯 야생화를 심고 제1회 들꽃축제를 열었다. 하지만 논밭에 행사장을 마련한 탓에 사람과 차량이 수렁에 빠지는 등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발생했다. 그래서 한 해를 쉰 뒤 2007년 산내면 매죽리 망경대 일대 지금의 행사장으로 옮기고 축제 이름도 옥정호 구절초축제로 바꾸었다.올해로 9회째를 맞는 옥정호 구절초축제는 매년 진화를 거듭하면서 이제 전국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옥정호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울창한 솔 숲, 그 아래 흐드러진 연보랏빛 구절초가 환상의 조화를 이뤄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당기게 만든다. 여기에 인공으로 조성된 구절폭포와 벼를 이용한 유색벼 아트경관, 3km에 달하는 숲속 산책로, 75000㎡에 조성된 코스모스와 해바라기 메밀꽃밭이 절로 탄성을 자아낸다. 또 입장권으로 시골 아주머니들이 직접 만든 청국장과 손두부 구절초수재비 등을 사먹는 재미도 쏠쏠하다.처음 시작은 미약했었지만 지난해 50만 여명이 구절초 축제장을 다녀갔다. 올해는 한국관광공사에서 주관한 ‘2014 대한민국 베스트 그곳’에 선정되면서 지난해보다 관광객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읍시도 구절초 테마공원이 있는 산내면 일대를 구절초 산업특구로 추진할 계획이다.이번 주말에는 정읍 구절초 향기에 푹 빠져 보면 어떨까.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4.10.09 23:02

전주 42층 아파트

통상 기존 시가지는 기능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소방도로를 내주거나 주차장을 확보해서 그 기능을 회복시켜 주면 그만이다. 전주시는 그래서 기존 시가지는 기능회복에 중점을 둬 정비하고 신시가지는 계획도시로 만들어 간다. 신시가지는 한마디로 계획도시다. 미래를 내다보고 수용인구에 따라 용도지역을 배분하므로 그 만큼 계획을 주도면밀하게 수립해야 맞다. 신시가지는 백지상태에서 개발계획이란 그림을 그리므로 개발 주체인 시의 의지가 무척 중요하다.서부신시가지는 여러 면에서 실패작이다. 수용인구를 잘못 계산했다. 1만3000명이 살 것으로 생각하고 만든 신시가지가 현재는 2만5000명이 살고 있어 문제가 생긴 것. 중저밀도를 고밀도로 바꿔줘서 주상복합건물이 속속 들어서게 한 것이 잘못이다. 교통혼잡은 물론 주차장을 제대로 확보 하지 않아 몸살을 앓고 있다. 상가마다 아우성이다. 건물마다 주차장을 법정기준대수만 확보해 놓아 주차난이 의외로 심각하다. 신시가지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엉터리 신시가지가 됐다. 획일화된 원룸촌 건설은 무지의 소치 아니고서는 이렇게 만들 수가 없다.더 아이러니는 42층 초고층아파트를 짓도록 허가해준 것이다. 도대체 행정하는 사람들이 제정신이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도청 앞에다 42층짜리 주상복합건물을 들어서도록 한 것은 자랑이 아니라 조롱거리다. 전주시가 대구보다 여름철 무더운 도시가 된 것은 전주천과 삼천 주변에 대단위 아파트가 들어서 바람통을 막아버렸기 때문에 생긴 것. 이 같은 상황을 잘 아는 시가 아무 생각 없는 사람들처럼 또 초고층 아파트를 허가 해준 것은 두고두고 지탄 받아야 맞다.시는 도청 앞 체비지 2775평을 160억2000만원에 매각했다. 평당 581만원 꼴이다. 이 땅은 3차례나 지구단위계획을 변경시켜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서도록 했다. 이 땅은 원래 시에서 호텔을 지었으면 하는 땅이다. 시는 체비지가 안 팔려 재정 압박을 받는다는 이유로 결국 이 땅을 업체에 매각한 것. 지금 5개동 513세대 아파트가 신축 중에 있다. 입주가 시작되면 이 일대는 교통대란을 겪을 것이다. 특히 조망권 침해로 인접 아파트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부산 해운대나 인천 송도도 아닌 이곳에다 시가 볼썽사납게 초고층아파트를 허가해준 것은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이런 고층아파트 짓자고 서부신시가지를 만든 건 아니다. 10년도 못 내다보는 전주시의 단견에 실망스럽다. 시의회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 마냥 침묵만 할 것인가. 벌써부터 시에서 대한방직을 또 어떻게 요리할지 걱정스럽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4.10.08 23:02

막말과 아집

막말은 나오는 대로 함부로 하거나 속되게 하는 말이다. 막돼 먹은 말의 줄임말이다. 막말은 이제 하나의 언어현상으로 등재될 정도로 공공영역에서 자주 목격된다. 특히 법조인, 교수, 연예인 등 지도층의 막말은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여자가 왜 이렇게 말이 많냐”(2013년 부장판사) “늙으면 죽어야 해요”(2012년 부장판사) “넌 아르바이트로 술집 나갔다며? 내가 호스티스 × 가르치게 생겼어”(2013년 서울 모 대학교수) “복받은 ×은 살이 쪄도 유방에 찐다”(방송인 김구라) 등이 그런 예다.“참, 저런 것이 시장이냐” 조규대 익산시의회 의장이 지난달 27일 줌마페스티벌 행사장에서 박경철 익산시장을 두고 한 막말이다. 애초 예정된 축사 기회가 주어지지 않자 화가 난 조 의장이 단하에 함께 있던 시의원들에게 내뱉은 말이다. 조 의장의 막말 때문에 지금 박 시장과 시의회 사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박 시장은 의회 불출석과 공무원 단도리를 쳤고 어제는 기자회견을 열어 조 의장이 사과하지 않으면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시의회를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세력으로 보는 것 같다. 반면 익산시의회는 박 시장 규탄 성명을 내고 “시장과 간부공무원들이 시정질의에 불참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직권남용과 지방자치법 위반 등으로 고발할 태세다. 언어의 힘은 언어가 부각시키는 이미지에서 나온다. 대중의 마음 속에 과대하고 모호한 이미지를 심어줄 수도 있다. 조 의장의 막말은 상대방의 명예를 상하게 할 개연성이 있다. 그러나 혼잣말처럼 한 막말을 누군가 옮겨 일이 커진 것인데 민감하게 반응할 일도 아니다. 면전이 아니면 대통령도 욕 하지 않던가. 제일 원인은 박 시장의 소통부재에 있다. 박 시장은 취임 이후 모현 우남아파트 주민 대피명령, 광역상수도 전환, 9개 부서 함열 청사 이전 등 현안을 의회와 협의 없이 일방 추진했다. 의회는 집행부 들러리가 아니다. 제동이 걸릴 수 밖에. “독불장군” “저런 것이 시장이냐”는 막말에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집행부와 의회가 충돌하고 서로 흰 눈을 들이대면 지역이 시끄럽다. 조 의장은 박 시장을 만나러 시장실(2일)과 집(4일)을 찾아갔지만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둘은 친구 사이다. 이젠 박 시장이 화답할 차례다. 고개 숙이는 자가 승자다. 지나친 아집은 자신을 베는 칼이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4.10.07 23:02

오월동주(吳越同舟)

관선 단체장 시절, 단체장들에게 국회의원은 하늘같은 존재였다. 그들에게 자칫 잘못 보였다가는 어떤 불이익을 당할지 몰랐다. 국회의원에게 깎듯이 할 수 밖에 없는 먹이사슬 구조 아래서 단체장은 확실한 ‘을’이었다. 1995년 기초·광역단체장을 모두 선거로 선출하면서 정치적 지형이 변했다. 그러나 선출직 단체장 시대에 들어와서도 전북지역 단체장들의 처지는 크게 변한 것이 없었다. 지방선거 공천권을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온통 장악하고 있는 전북지역 정치 특성 때문에 선출직 후보들은 민주당 공천에 사활을 걸었다. 당연히 공천권을 쥐고 있는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밉보인 후보들은 탈락하고, 뭔가 탁월한 능력(?)을 보인 인물 대부분이 당의 공천권을 확보했다. 그들의 당선은 100%에 가까웠다. 오죽하면 지팡이만 꽂아도 당선이라는 말이 나왔을까.전북지역 역대 단체장 중에서 고창 이호종, 김제 이건식, 정읍 강광 등 무소속 몇사람을 제외하면 대부분 민주당 쪽 공천자가 당선됐다. 무소속 출마했다가 곧바로 당에 복귀하는 단체장도 많았다. 그런데 지난 6·4지방선거에서 무소속 후보들이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익산 박경철, 김제 이건식, 완주 박성일, 진안 이항로, 장수 최용득, 임실 심민, 부안 김종규 등 7명의 무소속 후보가 당선했다. 역대 지방선거 최다 무소속 단체장이 탄생했다. 민선 6기가 출범한 지 3개월이 지났다. 무소속 단체장이 대거 포진하면서 지역 국회의원들의 심기가 상당히 불편한 모양이다. 1년 중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국가예산철이 됐는데 기초·광역단체장들의 국회와 중앙부처 상경활동 등 움직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도지사 움직임에도 불만인 듯한 분위기다. 국가예산 문제라면 국회의원이나 단체장이나 똑같은 마음자세로 임할 일이다. 서로 배려해야 한다. 정보를 교류하고, 도와가면서 한 푼이라도 더 확보해야 한다.하지만 오월동주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다. 과거로 보면 최규성 의원과 이건식 시장, 이강래 의원과 최진영 시장, 강동원 의원과 이환주 시장, 김춘진 의원과 이강수 군수 등이 제대로 협조하지 않으면서 긴장감이 돌았다. 요즘도 그런가.어쨌든, 국회의원들이 협조가 잘 안된다며 단체장들을 비난하거나 서운해 하는 것은 곤란하다. 국회의원은 더 이상 단체장의 갑이 아니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4.10.06 23:02

입소문의 효과

‘다양성 영화’란 이름을 달고 개봉한 영화 한편이 놀라운 흥행성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존 카니 감독의 음악영화 ‘비긴 어게인’이다. 이 영화는 8월 중순 국내 개봉 된 이후 한 달 만에 250만 명 관객을 돌파했고, 지난 1일엔 누적 관객 수 300만 명을 넘어섰다. ‘다양성 영화’로 국내 흥행 1위를 지키고 있던 다큐멘터리 ‘워낭소리’의 관객 수 293만 4000명(2009년)을 뛰어 넘은 기록이다. 게다가 이 영화의 OST는 국내음원 순위까지 석권한 상황이다. ‘다양성영화’는 저예산을 투입한 소규모 실험·예술 영화를 이른다. 대규모의 제작비를 들여 만드는 상업영화와 달리 소규모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특성 때문에 상업영화와 대비되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런 기준으로만 본다면 ‘비긴 어게인’은 다양성 영화로 분류되기에는 투자한 제작비가 너무 많다. 제작비 2500만 달러(253억 원)에 개봉관 수만도 185개나 된다. 출연배우들도 ‘캐러비안의 해적’의 키이라 나이틀리, ‘어벤져스’의 마크 러팔로, 그리고 ‘마룬5’의 보컬인 팝스타 애덤 러빈 등 할리우드의 주류스타들이다. 이 때문에 ‘다양성 영화’로서의 정체성을 의심(?) 받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러한 요소가 성공요인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비긴 어게인’은 스타로서 명성을 잃은 음반프로듀서와 스타가수 남자친구를 잃은 싱어송라이터가 뉴욕에서 만나 함께 노래로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다. 영화를 끌어가는 힘은 음악이다. 뉴욕을 배경으로 감각을 돋보이는 영상과 세련된 음악의 조화는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하며 영화 속으로 끌어들인다. 존 카니 감독은 이미 전작 ‘원스’를 통해 음악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원스’는 제작비 15만 달러(한화 1억 5000만 원)로 제작한 저예산 영화였음에도 불구하고 2006년 당시 국내에서 독립영화 사상 처음으로 20만 명 관객을 모았다. ‘원스’에 이어지는 ‘비긴 어게인’은 특히 한국에서 압도적인 흥행성과를 올리고 있다. 알려지기로는 이 영화의 해외 매출 절반 이상이 한국에서 거둬들인 액수라고 한다. 주목되는 것이 있다. 흥행 공신으로 꼽히는 ‘입소문’ 효과다. 전문가들은 ‘비긴 어게인’을 본 관객들이 SNS와 블로그를 통해 올린 홍보 효과가 매스미디어가 쏟아내는 광고 효과에 결코 밀리지 않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대중들이 만들어내는 마케팅의 새로운 힘이 확인된 셈이다. ‘입소문’의 효과가 흥미롭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4.10.03 23:02

김병조와 명심보감

김병조는 1980대 인기 코미디언이었다. 배추머리를 한 그는 ‘지구를 떠나거라’ 등 숱한 유행어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그는 지금‘명심보감’을 강의하며 대중의 또 다른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김병조에게는 ‘6·10’의 아픔이 있다. ‘6월 10일’은 1926년 6·10만세운동과 1987년 6·10민주화운동이 일어난 날이다. 1987년 이날, 군사 독재 장기 집권을 반대하며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하던 민주 세력이 성난 파도처럼 일어났다. 공권력에 의해 박종철(87년 1월)·이한열(6월) 학생이 사망한 사건이 결정적이었다. 분노한 대중은 6월10일 집회, 정권 퇴진을 요구했다. 결국 노태우의 6·29선언을 받아냈다. 이런 상황에서 인기 절정의 코미디언 김병조는 노태우를 대선후보로 선출하는 6·10 민정당 전당대회에서 코미디 한토막을 하는 영광(?)을 얻었다. 그리고 민정당 고위 인사가 요구한 원고를 코미디 말미에 읽었다. “민정당은 국민에게 정을 주는 당이고, 통일민주당은 고통을 주는 당이다.”그의 7년 인기는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김병조는 담장 위에서 선택을 강요받았다. 서슬퍼런 독재 상황에서 그는 민정당 간부의 말을 듣든, 듣지 않든 TV스크린에서 사라질 위기였다. 얼마전 전북을 찾아 명심보감을 강연한 그는 “단지 대중을 웃겨 먹고 사는 사람이 실내 정당행사에서 개그 한 토막하고, 그들의 입맛에 맞도록 짜여진 원고 한 줄 읽는 것이 뭐 그리 대수일까 싶었다”며 어리석었음을 후회했다. 그의 집은 찢어지게 가난했다. 홀어머니가 군산 구시장통에서 길거리 장사하며 자식을 키웠다. 그의 누나는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다. 겨우 인기를 얻어 효도하는 상황을 접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의 입장을 너그럽게 봐 줄 상황이 아니었다. 그로부터 27년. 김병조는 행복해 보인다. 예상치 못한 인생의 반전이었지만, 부친에게 배운 ‘명심보감’798구절을 학생·대중에게 전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우리 앞에는 많은 길이 있다. 그 길을 어떤 자세로 걸어 가느냐가 문제다. 김병조는 오늘도 명심보감을 강의한다. 지족상족 종신불욕(知足常足 終身不辱·만족할 줄 알면 욕됨이 없다), 안분신무욕 지기심자한.(安分身無辱 知機心自閒·분수를 알면 욕됨이 없고, 일의 실마리를 알면 마음이 여유롭다). 분수에 넘치는 욕심을 내지 말라고, 남을 배려하며 범사에 감사하라고 충고한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4.10.02 23:02

전주 사람 양반

전주한옥마을에 국내외 관광객이 많이 다녀가면서 전주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서울 등 외지에서는 전주를 갔다 오지 않으면 마치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 정도로 인식하는 사람이 많다. 막걸리 한 주전자를 더 시킬 때마다 안주가 더 나오는 그 푸짐한 매력 때문에 관광객들 어깨춤이 절로 난다고 한다. 값도 별로 비싸지 않은데 평소 맛볼 수 없는 안주까지 배부르게 맛볼 수 있다고 칭찬이 자자하다. 한옥마을 구경을 마치고 돌아 갈 때는 풍년제과에 들러 초코파이 한두상자는 손에 들고 간다.보통 관광지에 가면 그 지방 특색 음식을 맛보게 돼 있다. 예로부터 맛의 고장으로 알려진 전주서는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비빔밥과 콩나물국밥을 맛본다. 값이 좀 비싸다는 점도 들지만 그래도 향토색 짙은 음식을 맛봤다고 그런대로 만족해 한다. 예전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전주의 인심까지 맛볼 수 있었다고 후한 점수를 매긴다. 전주시민들은 일상화 되었기에 느낄 수 없는 점을 외지 관광객들이 쉽게 느끼는 게 있다. 다름 아닌 ‘가맥’이다. 가게서 북어 계란말이 갑오징어 등 안주를 시켜놓고 맥주를 실컷 마시는 게 다른 지역에서는 없다. 가맥이 하나의 관광문화상품으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전주시민들은 관광객들이 한옥마을을 많이 찾지만 걱정도 많이 한다. 이대로 계속해서 관광객이 찾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외국인도 더 늘어 날 것인가에 대한 걱정이다. 한번은 몰라도 두번 이상은 찾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 이유는 전주한옥마을만이 갖는 정체성이 차츰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비싼 땅값이 비싼 상가 임대료를 가져와 음식 값은 물론 모든 물가가 비싸졌다는 것이다. 체험할 것도 별로 없는데 굳이 전주를 두번 다시 찾을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하는 관광객도 늘고 있다.특히 전주사람들에 대한 외지인들의 평가를 한번쯤은 잘 새겨 들어야 할 것 같다. 외지인들이 전주사람들을 흔히 양반이라고 한다.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쉬는 고도라서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외부인의 평가를 액면 그대로 받아 들이기에는 부담스러운 대목이 있다. 그들 가운데는 전주사람들이 이 정권서 장차관 한명 안시켜줘도 불평 한마디 안할 정도로 주민들이 순해 빠져서 양반이란 단어를 써 준다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장·차관 안시켜 준다고 난리법석을 떨었지만 사는 게 나아지고 권력에 대해 아예 체념을 해버려서인지 최근에는 이런 불만의 소리마저 없다고 꼬집는다. 주민들의 의식이 이 정도니까 존재감 없는 정치인이 국회의원 해먹는 건 아닐까.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4.10.01 23:02

가인(街人) 정신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街人) 김병로(1887∼1964)는 절제와 청빈의 표상이었다. 유명한 일화가 많다. 1950년대 어느 날 박봉을 참다 못한 한 판사가 사표를 들고 대법원장을 찾았다. 그에게 돌아온 대법원장의 말. “나도 죽을 먹고 있소. 조금만 참고 고생합시다.” 그 판사는 부끄러워 사표를 집어 넣어야 했다. 다른 관청은 외제차를 쓰는데 우리만 나쁜 국산을 쓰니 누가 알아주느냐는 불만에는 “나라 찾은지 얼마나 됐다고…국록을 먹는 우리 아니면 누가 우리산업을 키워주느냐”는 호통이 떨어졌다. 비싼 양복 대신 두루마기를 입었고 점심 도시락을 싸 가지고 다녔다. 손잡이가 부러져 반 토막이 난 도장을 대법원장 재임 9년3개월 동안이나 사용했다. 가인은 또 불의에 대항하는 상징이었다. 이승만 정부의 사사오입 개헌을 비판했고 눈엣가시로 여긴 이 대통령이 사표를 요구하자 “이의 있으면 항소하시오”라고 대차게 응수했다. 독립운동과 무료변론, 서슬 퍼런 독재권력에 맞서 사법부 기틀을 세운 이가 바로 순창 출신의 가인 김병로다. 전북은 가인 김병로와 ‘검찰의 양심’ 최대교(익산) 전 서울고검장, ‘사도 법관’ 김홍섭(김제) 전 서울고법원장 등 ‘법조 3성’을 배출했다. YS-고건 총리 시절, 전주지방법원장에 부임한 경북 봉화출신의 강철구 법원장이 “전북은 법조 성지로 알려져 있는데 비석 하나 없더라”고 가시돋힌 지적을 했다. 그러자 고건 총리한테 편지를 보내 3억 지원을 요청했고 고 총리는 내무부에 지시해 당시 이승우 교부세 과장(군장대 총장)이 지역개발비 명목으로 이 돈을 전주시에 보냈다. 각 분야 인사로 동상건립추진위가 구성되고, 언론인 이치백 전북향토문화연구회 회장이 공동 상임대표를 맡아 추진했다. 전주 덕진공원에 세워진 ‘법조 3성’의 동상은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마침내 ‘가인 기념관’이 건립된다. 전북 법조인들이 ‘법조 3성’을 기리기 위해 전주 만성지구 법조타운에 세우기로 했다. 한데 더 중요한 건 법조인들의 ‘가인 정신’ 실천이다. 벤츠 검사, 막말 판사, 정권 눈치보기 등으로 국민신뢰가 떨어져 있다. “정의를 위해 굶어 죽는 것이 부정을 범하는 것보다 수만 배 명예롭다. 법관은 최후까지 오직 정의의 변호사가 되어야 한다.”(1957년 12월 퇴임사). 가인의 꾸짖는 소리는 쩌렁쩌렁한데 현실은 화답할 줄을 모른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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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4.09.30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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