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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표의 가치

아직도 농업이 근간을 이루는 전북은 타 시도에 비해 경제상황이 안 좋다. 1인당 국민평균소득이 지난해 기준으로 2만4000불인데 전북은 이에 훨씬 못 미친다. 왜 전북이 이렇게 됐을까. 그 이유는 국가산업화 전략에서 소외된 탓이 크다. 일할 만한 기업이 타 지역에 비해 적기 때문이다. 청년 일꾼들이 일자리가 없어 정든 고향을 떠나가야 하는 딱한 현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 여기다 우리 탓도 있다. 30년을 특정 정당 위주로 투표해온 게 낙후를 가져왔다. 세상살이는 경쟁 없이 발전해 갈 수 없다. 하지만 전북정치는 경쟁구도가 만들어지지 않은 무풍지대였다. 타 지역은 전략적 투표를 통해 발 빠르게 이익을 도모해왔지만 전북은 지역감정의 덫에 갇혀 묻지마식 투표만 해왔다.전북에도 세월호 마냥 적폐가 너무 많이 쌓였다. 이를 방치했다가는 더 지역이 피폐해진다. 정치를 필두로 경제 사회 문화 체육 언론 등 모든 부분을 리모델링해야 한다. 그간 묻지마식 투표 덕에 능력도 없는 사람들이 끼리끼리 편을 짜서 해먹다 보니까 지역이 피폐해졌다. 진영논리에 갇혀 한 발짝도 못 나간 것도 문제다. 지난 30년간 외로운 섬 속에 갇혀 살았다. 한 발짝만 떼어 바깥세상을 내다보면 참으로 세상 많이 변했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모두가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면치 못했다. 이 책임은 일차적으로 지역정서를 근간 삼아 정치를 해온 사람들이 져야 한다. 그러나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고향을 떠나 서울서 호의호식하며 살고 있다. 선거 때나 자신의 이익을 챙길 일이 있으면 고향 팔아 목청을 돋구지만 참으로 가소롭기 그지없다.오늘은 전북 발전을 가르는 중요한 투표날이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뽑아야 한다. 자신의 귀중한 주권을 포기해선 안 되는 이유가 여럿 있지만 자신이 기권함으로써 안 뽑혀야 할 후보가 당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선5기 내내 전북은 전반적으로 무력증에 빠져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었다. 더 이상 이 상태로 머무를 순 없다. 오늘 소중한 한 표를 잘 행사해서 능력 있는 일꾼을 뽑으면 전북을 바꿀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국가개조론을 주창했지만 전북도 개조할 게 많다. 정치를 비롯 각 분야에서 경쟁원리가 제대로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 오늘 전북을 리모델링 한다는 맘으로 투표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공정한 게임룰이 적용되는 세상이 만들어 진다. 자신의 한 표가 낡은 전북을 개조할 수 있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4.06.04 23:02

지방선거 포인트

지방선거 사전투표에서 호남 투표율이 수위(首位)를 나타냈다. 전남은 18.05%, 전북은 16.07%로 각각 전국 1·2위로 나타났고 광주는 13.28%로 서울과 6개 광역시 가운데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 전국 평균은 11.5%다. 새정치연합과 경쟁력 있는 무소속 후보들의 경합이 치열하다는 방증이다. 새정치연합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호남의 기초단체장 35명 중 13명을 교체했다. 3분의 1 가량이 물갈이된 탓에 무소속 후보가 많다. 특히 현역 단체장 경력이 있는 무소속 후보의 경쟁력이 높은 편이다. 전북지역도 정당 공천후보와 무소속 후보 간 접전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 지가 관전 포인트다. 사전투표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접전지역이다. 어제 보도된 본지의 막판 판세 분석도 이 분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무소속 연대 바람이 불지 어떨 지, 고창 같은 후보단일화 지역의 표심이 어떻게 작용할 지, 무소속이 난립한 임실지역의 민심이 어떻게 결과될 지 등이 관심을 끌고 있다. 정책과 접근방법을 놓고 곳곳에서 투닥거려야 흥미로운 선거판이 될 터인데 이번 선거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새누리당이 사상 첫 지역구 의회진출자를 낼 것인 지 여부도 관심을 끄는 포인트다. 1995년 첫 지방선거부터 2010년 제5회 선거까지 전북에서 배출된 단체장과 지방의원은 1366명이다. 정당별로는 민주당 410명, 열린우리당 123명, 진보신당 1명, 민주노동당 19명, 국민참여당 5명이었고 무소속이 874명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한나라당 시절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각각 2명씩 비례대표 4명을 배출했을뿐 지역구에선 단 한명도 선출되지 못했다. 총선뿐 아니라 지방선거 역시 새누리당에게 전북은 ‘동토(凍土)지대’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만큼은 지역구 당선자를 내겠다는 새누리당의 의욕이 강하다. 2∼3인을 뽑는 기초의원 선거에 기대를 걸고 있다. 윤상현 사무총장이 후보들한테 직접 전화를 걸어 독려하고 있고, 정운천 선대위원장도 기초선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방선거 투표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사전투표 성향이 본 투표에서도 재연될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전북지역에서도 지역별, 연령별 사전투표 성향을 놓고 정당과 후보 진영의 분석이 분주하다. 유권자로선 관전포인트가 어떻게 결과될 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거리다. 뚜껑이 열리기 전 선거의 묘미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4.06.03 23:02

시골 작은 음악회

지난 5월 23일, 완주 비봉의 난곡마을에 정말 작은 음악회가 마련되었다. 세월호 때문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요즘 아무리 특별한 날이라도 차마 어떤 행사를 기획할 수 없다. 그것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면. 노무현대통령 서거일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자칫 고인을 욕 뵐 수도 있는 참으로 엄혹한 시절. 그러나 그 둘을 겸할 수 있다면? 국가권력에 의해 희생당한 상황이 흡사하니 잘만 엮으면 의미있는 행사가 되지 않을까? 음악회는 그런 취지로 마련되었다. 억울한 죽음 잊지 않겠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에 젖어있지만 않고 잘못을 바로잡기위해 나서겠다,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겸한 추모의 장으로 꾸려진 것이다. 지리산 흙피리 소년(청년) 한태주군 부자의 오카리나와 기타 연주, 도립 위은영 수석의 거문고 산조, 청아한 대금 반주를 곁들인 박영순 명창의 판소리 춘향가 한 대목도 그런 취지로 마련된 것.오래 참지 못하는 어린이들의 방해로 처음 분위기가 어수선했지만 마을 어른들은 물론 멀리에서 찾아온 손님들의 뜨거운 호응으로 봄밤의 신명은 깊어만 갔다. 잠시 주인장이 마련한 풍성한 음식(너무 다양하게 장만하여 오히려 흠이 될 수도 있는)으로 허기를 달래고 바로 2부 순서로 넘어갔는데 음식과 함께 나눈 술로 인해 분위기는 훨씬 무르익어 갔을 것이다.처음 문을 연 도립 박상후의 대금산조는 다시 숙연한 분위기를 되살려 주었으며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선곡했다는 소리꾼 이용선의 국악가요 쑥대머리와 하얀 나비(김정호 곡 노래)의 가사는 숨죽여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이어지는 소프라노 고은영의 청산에 살리라. 이 노래는 노무현대통령 퇴임행사에서 전북도립국악관현악단 반주로 고은영씨가 불렀던 것. 앵콜 곡 「넬라판타지」를 마지막으로 시골 작은 음악회는 마무리되었다. 애이불비(哀而不悲), 슬퍼하되 비탄에 잠기지는 않는, 딱 그런 정도의 추모음악회!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뒷풀이가 남아 있었던 것이다! 재능나눔으로 참여한 연주자들이 손수 음식상까지 치우고 다시 방안에 차린 조촐한 술자리. 명분은 연주자들을 위한다는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다시 그들의 재능기부를 강요하는. 그 곳에 이 음악회의 백미요 절정이 있었다. 이용선 명창의 판소리 쑥대머리와 고은영 소프라노의 고엽 등! 그냥 탄식의 환호만이 이어졌다. 그렇게 오지(奧地) 시골의 작은 음악회는 큰 울림으로 오지게 마감되었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 오피니언
  • 기고
  • 2014.06.02 23:02

창조도시와 시민

21세기를 창조의 시대로 규정한 학자들의 주장을 증명이라도 하듯 ‘창조론’이 대세다. 창조경제 창조문화 창조도시 등 창조의 영역은 경계를 넘나들며 시대적 화두가 됐다. 전라북도 도시들 중에도 ‘창조도시’를 지향하고 있는 도시가 여럿이다. 사실 새로운 지식정보산업 시대에서 도시를 발전시키는 엔진은 더 이상 공장과 같은 대단위 산업기지가 아니다. 창조활동이 가능한 ‘크리에이티브(Creative)’가 도시의 엔진이다. 몇 해 전 창조도시 연구자인 사사키 마사유키 교수를 인터뷰했다. 창조도시를 희망하는 전주의 선택이 궁금했다. “창조적 도시는 새로운 예술 활동과 새로운 경제 활동을 손쉽게 할 수 있는 새로운 도시상이다. 전주는 전통과 미래를 조화시켜가는, 창조도시의 가장 바람직한 모습을 보인다.” 사사키 교수의 답은 명쾌했다. 그가 전주를 주목하는 이유는 또 있었다. 다양한 역사가 응축되어 있는 도시의 정체성과 시민들의 활발한 참여가 돋보이는 시민거버넌스였다. 그의 주장은 이렇다. ‘창조도시를 만드는 가장 큰 힘은 시민으로부터 나온다. 수직형 조직의 행정이 앞장서면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창조도시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그만큼 문화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세계가 주목한 창조도시 ‘볼로냐’나 ‘가나자와’의 사례는 창조도시의 동력이 바로 이들 시민들에 있음을 보여준다. 이 도시들은 작은 도시의 장점을 살린 고유한 특성과 전통적 문화유산을 창조적으로 지켜가려는 시민들의 의지로 창조도시가 됐다. 창조도시의 관점으로 보자면 도시가 쇠퇴하고 있다는 것은 창조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뜻하고, 창조력을 잃고 있다는 것은 시민들이 도시 발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창조도시의 가능성을 두루 주목받았던 전주가 갈수록 시민거버넌스의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허투루 들을 수 없는 아픈 지적이다. 6월 4일, 지방선거를 다시 치른다. 정책공약을 보니 예외 없이 ‘창조’를 내세운 후보들이 적지 않다. 반가운 일이긴 한데 꼼꼼히 들여다보면 정책과 정책 사이의 모순이 크다. 구체적이지도 않고 실현가능성 없어 보이는 정책으로 인구를 늘린다거나 돈을 벌겠다는 허장성세 공약이 여전하다. 경제 패러다임이 새롭게 형성된 지금도 ‘창조’를 구색 맞추기 공약으로나 이용하는 현실은 안타깝다. 좋은 후보를 잘 가려 뽑아야 하는 이유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4.05.30 23:02

썩은 사회

세월호 사건 후 안전불감증, 국가 개조, 관피아, 해양경찰청 해체 등 키워드가 대한민국 사회를 잔뜩 긴장시키고 있다. 대통령은 국민 앞에 사과하고, 한 때 진정한 검객으로 알려졌던 안대희 전 대법관을 국무총리 후보로 내정하며 국가 개조의 신호탄을 올렸다. 그러나 안대희 후보도 돈과 명예를 지향하는 일개 필부필부일 뿐이었다. 현직에 있을 때는 정의의 사도처럼 검을 휘둘렀지만, 변호사가 된 뒤 전관예우 아래 황금의 바닷속을 헤엄친 의혹을 받았다. 총리 내정 후 그는 기자회견에서 세상의 온갖 부조리를 척결, 국가를 바로세우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그는 변호사로 재임한 5개월 사이에 무려 16억 원을 벌었다는 사실이 공개됐고, 총리 후보 내정 사실이 밝혀지기 전에 3억 원을 세월호 참사 기부금으로 낸 사실도 알려졌다. 여론이 좋지 않게 흐르자 그는 다시 국민 앞에 서서 11억 원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상 인심은 우호적이지 않았다. 야당은 안 후보자가 14억 원으로 총리직을 사려한다, 총리 퇴임 후 전관예우를 받아 더 큰 돈을 벌 것 아니냐며 후보 사퇴 공세를 폈다. 결국 안 후보가 28일 전격 사퇴했지만, 뭔가 기대가 자꾸 허물어지는 요즘 대한민국은 우울하다. 능력 있고, 흠결없다는 인사들도 막상 양파 껍질 벗겨보면 실망스런 속살이 드러난다. 고위공직자 임명을 앞두고 이런 일들이 매번 반복되다보니 이제 이 핑계 저 핑계 내세워 사양하는 인물도 많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쯤되면 세상이 우스워진다. 500년 고려가 망한 것은 무능한 왕과 관피아 폐해가 결정적이었다. 최영이 ‘황금 보기를 돌 같이 하라’고 했지만, 대부분 관료들은 비웃으며 돈과 권력에 집착했다. 황금은 육신을 화려하게 치장하지만 결국 영혼을 죽인다. 정몽주가 목숨을 내걸고 버텼지만 썩은 고려를 지탱할 수는 없었다. 그로부터 500년 후 조선도 같은 길을 걸었다. 그 역사가 지금 대한민국에 경고하고 있다. 6·4지방선거전이 치열하다. 후보들은‘저요, 저요’를 외치며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 20년을 뒤돌아볼 때 정신 넋 떨어진 당선자들이 많았다. 자신과 측근 배만 채운 정피아(정치 마피아)였다. 임실과 부안 등 특정 지자체는 대표적 사례일 뿐이다. 누가 저 여인에게 돌을 던질 것인가. 그래 돌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산다. 가만히 가슴에 손을 얹어 보라.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4.05.29 23:02

짝퉁 일꾼

선거라는 게 묘한 대목이 많다. 1등만 있을 뿐 2등 이하는 필요 없다. 입찰과 똑같다. 유권자의 맘을 사로잡으려고 있는 말 없는 말 다 써가며 자기 PR에 열 올리는 걸 보면 별별 생각이 다 든다. 후보자들이 내건 캐치플레이즈는 가히 말의 성찬을 이룬다. 최상급 용어를 써가며 치장한 모습을 보면 역겨움이 난다. 깜도 안 된다고 손가락질 받는 사람이 자신을 큰 일꾼이라고 소개한 걸 보면 용감하다기 보다는 측은해 보인다. 저 정도나 됐으니까 뻔뻔하게 표 달라고 출마했구나 싶다.큰 일꾼이라고 자화자찬한 후보들은 먼저 아니다는 거부감이 생긴다. 그 정도 능력이 있었으면 일찍 주변서 챙겨줬을 터인데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 자신을 과대평가해서 출마한 경우가 많다.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은 것처럼 돈좀 벌었다 싶으면 명예를 얻고 싶어 출마한 경우도 꽤 있다. 세상 사는 게 그리 간단치 않다. 평소 덕도 쌓지 않은 사람이 출마한 걸 보면 뭘 믿고 나왔는지 모르겠다. 배우고 못 배우고를 떠나 주위로부터 손가락질 당하는 사람은 지금이라도 접도록 말려야 한다.의정활동 실적이 별로인 사람이 운 좋게 다시 새정치민주연합으로 공천 받아 출마한 경우가 많다. 의정비나 타 먹으면서 자신의 사업 방패나 명예만을 쫓은 현역도 있다.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본연의 역할은 고사하고 단체장 장학생 역할을 한 사람도 있다. 비리를 제보하면 은근슬쩍 집행부에 흘려줘 유야무야 시킨 사람도 있다. 지역 일은 차치하고 4년간 목에다 잔뜩 힘이나 준 사람이 일 많이 했다고 너스레를 떠는 걸 보면 가관이다. 의원이 뭘 하는 줄도 모르고 배지에 눈멀어 출마한 사람도 있다.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잘 선택해야 그 지역이 산다. 능력 있는 일꾼을 뽑아야 혈세 낭비를 막을 수 있다. 국회의원한테 온갖 교태 부려가며 공천장을 받아든 후보는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모두가 자신을 참 일꾼이라고 소개하지만 짝퉁일꾼이 널려 있다. 짝퉁은 소리부터 요란해 속빈강정과 같다. 일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지역발전에 관해 많은 고민을 해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를 뽑으면 그만이다. 매번 선거가 중요했지만 이번 선거는 전북을 살릴 수 있는 선거라서 더 그렇다. 새정치 공천이 썩어 문드러졌다고 마냥 흥분만 할 게 아니라 광주시민들처럼 아닌 것은 아니라고 행동하는 양심을 보여줄 때 전북인이 대접 받을 수 있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4.05.28 23:02

그 놈이 그 놈 아니다

6·4지방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우리 지역에 누가 나왔는지, 누가 누구인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사람이 많다. 아예 선거에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도 부지기수이다. ‘그 ×이 그 ×이고, 다 도둑×들’이라는 힐난도 있다. 후보에 관한 정보가 극히 제한돼 있는 데다 세월호 참사 이후 선거일정 중단과 ‘조용한 선거’도 무관심을 거들고 있다. 또 특정 정당의 독점적 지배현상도 ‘깜깜이 선거’와 ‘묻지마 투표’를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겉으론 민주적 절차를 밟더라도 속내론 국회의원이나 당의 영향력이 지배하는 경선, 정의롭지 못한 공천 등은 정치 혐오감과 선거 무관심을 촉발하는 원인이 된다. 역대 지방선거마다 국민 관심이 적었다. 1995년 첫 지방선거 때 투표율은 68.4%(전북은 73.7%)였지만 그 뒤 선거는 50%대에 불과했다. 1998년 52.7%, 2002년 48.9%, 2006년 51.6%, 2010년 54.5%였다. 겨우 유권자의 절반이 약간 넘는 정도만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선거에 대한 주민 관심과 투표율이 낮다면 민의의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 지방정치의 민주화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경계해야 할 일이다.지방선거는 지방정부의 기관을 구성하는 선거다. 지방정부의 기관은 단체장과 의회다. 민의를 잘 반영할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선출하는 것이 지방선거다. 전북에선 도지사와 교육감, 시장 군수(14명), 도의원(38명), 시군의원(197명) 등 모두 251명을 선출하게 된다. 후보들의 성향과 정책을 비교·검증할 유력한 수단이 선거공보다. 선거공보에는 직업, 학력, 경력, 재산 및 병역사항, 세금납부 내용과 체납내역, 전과기록 등이 표기돼 있다. 정견과 공약도 들어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님이 못다한 전북사랑을 실천하겠습니다‘(새누리당 박철곤) ‘사람과 돈이 모이는 300만 시대 전북의 자존심을 다시 세우겠습니다’(새정치연합 송하진) ‘박근혜 정권, 무능한 야당 심판! 노동자 농민 서민이 잘사는 전북을 만들겠습니다‘(통합진보당 이광석) 슬로건만 훑어보아도 후보의 성향을 알 수 있다. 선거공보물이 25일부터 유권자 가정에 배송되고 있다. 후보가 어떤 인물인지, 누가 민의를 대변할 적임자인지 꼼꼼히 살펴보자. 이런 노력도 없이 ‘그 ×이 그×’이라거나 ‘다 도둑×들’이라고 싸잡아 비판하는 건 후보 모독이자 유권자의 의무 방기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4.05.27 23:02

건전한 선거문화 정착 위해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평소 정치에 무관심하던 사람들도 후보자들에 대한 평가나 지지도에 입과 귀를 모으고 있다. 세월호로 인한 기나긴 절망과 분노의 침묵터널을 벗어나 서서히 입지자들에 대한 지지와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신문과 방송도 마찬가지. 선거 관련 기사가 거의 모든 면을 장식하고 후보 검증을 위한 토론회 중계로 정규방송프로그램들도 자주 문을 내려야 할 형편이다. 국가재난으로 선거열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그야말로 기우가 되고 말았다.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의 분위기는 늦었지만 제대로 잡혀가고 있다.하지만 염려되는 바가 없지 않다. 막말 토론과 언론의 불공정한 보도 때문이다. 정책 토론은 뒷전으로 밀리고 후보자들의 개인 신상에 대한 비방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공정한 정보를 제공해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을 유도해야 할 언론은 드러내놓고 편향적 보도를 일삼고 있다. 몇몇 칼럼 필자들은 후보자들의 실명을 들어가면서까지 비난과 지지를 서슴지 않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신문사 논설위원이나 시민단체의 임원들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도 유권자인 이상 지지하는 후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들은 공인이다. 그들의 글은 개인의견으로도 읽히지만 신문사나 시민단체의 입장으로 해석될 수 있다. 객관성 유지에 최선을 다해야 하며 사사로운 감정개입은 당연 피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개인의 선호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것을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있다. 지지하는 후보에 대한 세세한 깨알칭찬은 그래도 봐줄만하다. 반대하는 후보나 세력에 대한 저주에 가까운 악담은 분명 언론이 지켜야할 최소한의 도마저 저버린 행태다. 글은 인격이라 했는데 같은 지면에 칼럼이 실려 있다는 게 민망할 정도다.선거는 승자 독식의 처절한 싸움이다. 그래서 토론은 뜨거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욱 예의와 금도(襟度)가 필요하다. 이를 여론주도층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앞서서 깨고 있다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다. 자칫 막말 토론이나 편향보도가 정치에 대한 혐오를 넘어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회의로 이어지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막말은 막말로 이어지며 언론의 사유화(私有化)는 곧 민주주의의 위기로 계승된다. 건전한 선거문화가 정착되어야 그 후유증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래야 정치와 민주주의의 공멸을 피해갈 수 있는 것이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 오피니언
  • 기고
  • 2014.05.26 23:02

할머니의 '늦복'

우울한 시절, 귀한 책 한권을 선물 받았다. 올해 86세, 박덕성 할머니와 며느리 이은영씨가 주고받은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순창에서 태어나 열여덟 살에 임실 진메마을로 시집온 할머니는 평생 농사를 지으며 4남 2녀를 낳아 길렀다. ‘부지런하기로 말하자면 이 세상 따라갈 사람 그 어디에도 없을 만큼’ 일만하고 살았던 할머니는 몸이 아파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고향집을 떠나 전주로 왔다. 아들집과 병원을 오가는 일상은 당연히 고통스럽고 괴로웠다. 병원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할머니의 신세한탄과 푸념이 늘어 갔다.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젊은 시절 바느질을 좋아했다는 것을 떠올렸다. 어느날 천과 실이 담긴 반짇고리를 사들고 가 조각보를 만들어보시라고 권했다. ‘여기서 이것을 어떻게 한다냐’며 실만 뒤적였던 할머니는 며칠 지나 며느리 앞에 다섯 개의 조각보를 내놓았다. 그렇게 시작된 할머니의 바느질은 하루가 멀다 하고 작은 들꽃과 예쁜 문양이 새겨진 생활용품들을 쏟아냈다. 며느리는 한글 낱자 정도 더듬더듬 읽을 줄 아는 할머니에게 다시 글쓰기를 권했다. 바느질만 하겠다며 밀어냈던 할머니는 며느리의 강권에 글쓰기도 시작했다. 하루에 하나씩 짧은 문장을 만들어 쓰시게 하기 위해 며느리는 할머니의 지난 삶을 이야기로 들어가며 기록하고 녹음을 했다. 책은 새로운 세상을 만난 할머니와 그 세상을 만나게 해준 며느리가 이루어낸 결실이다. ‘바느질, 글쓰기를 하니까 맘이 좋다. 한 가지 하면 또 한 가지 생각나고 해놓고 봉게 더 좋다. 어치게 니가 그렇게 생각을 잘해서 나를 풀어지게 해놨냐’는 할머니 말은 괜한 공치사가 아니다. 할머니가 지난 삶을 돌아보며 며느리를 향해 보내는 화해이자 지극한 사랑과 고마움의 표현일터다. 여든을 넘어셔야 만난 이 눈부신 세상은 할머니에게 ‘늦복’이다. 이시형 박사는 이러한 할머니의 새로운 일상이 ‘보통의 노인이 보낼 수 있는 가장 풍성한 노년의 모습’이라고 전한다. 책의 저자인 할머니의 아들은 김용택 시인이고 이은영은 시인의 아내다. 나는 이들 고부간의 이야기를 1년 전 쯤에 들었다. 그 과정이 흥미로워서 결실이 어찌될지 궁금했었다. 주위를 돌아보니 100세 인생을 살아가는 시대,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신 지인들이 적지 않다. 부모님께 ‘늦복’안겨드리는 일을 아직은 먼 이야기로만 생각하는 그들에게 할머니의 늦복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4.05.23 23:02

덧셈과 뺄셈

6·4지방선거의 승패를 가를 선거운동이 오늘부터 13일간 계속된다. 지방선거도 총선과 대선처럼 주민 대표를 뽑는 중요한 행사다. 논란이 컸던 기초단체장 정당공천 폐지 문제는 우여곡절 끝에 없던 일이 됐다. 정당이 후보를 내지 않으면 무엇보다 향후 총선과 대선까지 미칠 세력 약화가 우려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새정치민주연합이 양당통합의 명분으로까지 내세웠던 약속을 번복한 가장 큰 이유가 선거 패배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정치권의 줄세우기 등 온갖 폐해가 우려돼도 결국 정당의 세력 약화를 초래하는 결정을 내릴 수 없었을 것이다. 정당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정당간 세력 균형이다. 개별 정당 입장에서는 세력 우위를 점하는 것이다. 특정 정당의 세력이 너무 성하면 독과점 폐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은 매우 위험하다.하지만 전북은 특정 정당 독점 상황이 30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6.4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는 모두 594명이다. 정당과 상관없는 교육감 후보 4명을 뺀 590명 가운데 정당별 등록 후보수는 새정치민주연합 249명, 새누리당 21명, 통합진보당 18명, 정의당 12명, 노동당 7명이다. 나머지 283명은 무소속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세력이 주류인 전북에서 무소속 후보가 가장 많은 상황이 된 것이다. 이 때문에 무소속 후보들이 연합, 새정연 후보들과 양강 대결구도를 형성하는 움직임이 심상찮다. 이같은 현상은 새정연의 공천 과정이 혼탁했기 때문에 빚어졌다. 민주당과 안철수 양 세력이 합쳐 공천을 진행하면서 패거리 정치가 재연됐고, 결국 공천에 불만을 품은 후보들의 무소속 출마를 양산했다. 여당이자 집권당인 새누리당 후보는 도지사 등 21명에 불과하고, 무소속이 283명에 달하는 전북의 지방선거판은 확실히 문제 있다. 전북에서 대의민주주의는 반신불수가 된지 오래다. 중국 통일 일등공신인 진나라 재상 이사는 외국인 축객령이 내려졌을 때 “태산은 한줌의 흙도 사양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크기를 이룰 수 있고, 왕은 어떠한 사람도 거부하지 않아야 그 덕을 밝힐 수 있다”고 왕을 설득했다. 진나라 왕 정은 이사의 간을 받아들여 외국인 추방령을 거둬들였고, 결국 중국 통일을 이뤘다. 이사는 원래 초나라 사람이었다.곪은 곳이야 가차없이 도려내야 하겠지만, 무릇 정치란 덧셈이 돼야 한다. 버리는 정치가 고착화된 전북에 무슨 희망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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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4.05.22 23:02

경계할 묻지마 투표

혹시 이번에는 도민들의 투표 행태가 달라질까. 그간 선거 때마다 도민들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막상 결과를 보면 그게 아니었다. 일부 오피니언 리더들을 중심으로 지역주의 선거를 끝내야 한다는 이야기만 난무했을 뿐 항상 찻잔속의 태풍으로 그쳤다. 이번 새정치민주연합이 한 공천을 보면 “이게 새정치가 맞아”라는 말이 그냥 나온다. 원칙과 기준은 오간데 없고 후보에 따라 공천룰이 뒤바뀌는 상황이 속출했다. 차라리 처음부터 개혁공천을 하겠다는 말이라도 안했으면 이렇게 실망은 덜 했을 것이다.도민들은 새정치를 하겠다는 사람들한테 팽 당한 꼴이 됐다. 그 이유는 처음부터 그들의 안중에 도민들이 없었다는 증거가 속속 드러났다. 공천룰이 일관성 없이 오락가락했고 심사기준도 들쭉날쭉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기초선거 공천을 하겠다고 발표한 순간 새정치는 날아갔다. 새누리가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기초공천을 강행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책임이 덜하다고 생각했다면 그건 오판이다. 새정치의 요체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었다. 새누리가 공약을 파기했어도 새정치민주연합이 수권정당을 자임했다면 상대를 탓하지 말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갔어야 옳았다.새정연이 기초공천작업을 하면서부터 지역정치가 뒤죽박죽이 됐다. 후보등록을 마치고 선거운동에 돌입할 시간이지만 영 뒷맛이 개운치 않다. 이제 공은 유권자인 도민들 한테 넘어왔다. 도민들이 예전처럼 묻지마 투표를 하면 끝장이다. 그렇게 되면 전북은 예전과 똑같게 된다. 뭔가 유권자들이 깨어 있다는 걸 표로 심판해야 한다. 그래야만 무시 안당하고 지역을 바로 세울 수 있다. 이래도 흥 저래도 흥 하는 식으로 가면 곤란하다.새정연의 공천이 잘못됐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또 표를 준다면 그건 배알도 없는 짓이다. 지금 전북은 존재감도 없는 국회의원들한테 지역을 맡겨봤자 비전이 없다. 분명 이번 선거를 통해 잘못된 것을 아니라고 하면서 바로 잡을 때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죽도 밥도 안 된다. 항상 회자되는 이야기지만 도민들의 근성이 광주 전남사람들처럼 딱 부러진 맛이 없어 이같이 푸대접을 받고 있다. 이번에 공천 잘못을 저지른 새정연에게 본때를 보여줘야 전북이 무력증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 아직도 정책과 공약은 저버리고 지역정서에 기대 프리미엄만 누리려는 후보한테 표를 줘선 곤란하다. 어차피 유권자가 새정치를 이끌어야 할 상황이어서 묻지마식 투표 보다는 인물본위 선거로 맞서야 한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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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4.05.21 23:02

임실군수 선거

4년 전 얘기. 임실에선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다시 선거를 치러야 할 것 같다는 얘기가 나왔다. 임실의 박정우 전북일보 기자는 당시 “선거자금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며 그런 얘기가 나돈다는 정보 내용을 전했다. 이른바 ‘오적(五敵)’이니 뭐니 하는 일당들이 민주당 강완묵 후보에게 돈을 댔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강완묵 군수 당선자는 부인과 함께 아침방송에 출연하는 등 당선자로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던 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강 군수는 취임 이후 비서실장 인사도 마음대로 하지 못했다. 도움을 받았던 여러 세력이 각기 자기 세력의 인사를 추천하는 바람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인사를 미룰 수 밖에 없었다. 선거자금을 지원했던 세력들은 자기 사람을 비서실장에 앉혀 놓고 인사와 계약업무를 관장하려 했을 것이다. 이 세력, 저 세력한테 돈을 얻어 쓴 강 군수는 이미 발목이 잡혀 비서실장 하나 마음대로 쓸 수 없었던 것이다. 강 군수는 결국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 8월 군수직을 잃었다. 지인으로부터 8400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된 강 군수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대법원이 확정했다. 항소-상고-재상고-재재상고 등 7번씩이나 재판을 벌였지만 강 군수는 한번 조여진 숨통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농민회 활동을 하던 순수한 인물이었지만, 정치 입문 이후엔 ‘악마의 사슬’에 갇혀 명예와 양심마저 잃은 불운한 인간이 되고 말았다. 그는 또 다른 사건에 연루돼 지금 도피중이다. 임실은 이형노(대법원 무죄)-이철규-김진억씨에 이어 강완묵 전 군수까지 4명의 역대 군수들이 연거푸 불명예 퇴진했다. 진기록이다. 뇌물, 인사 및 공사비리, 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이 사유다. 후보도 문제지만 공천권을 행사한 정당에게도 책임이 있다. 하지만 한마디 사과도 없이 또 공천권을 행사했다. 지방선거의 막이 올랐다. 임실군수 선거에 7명이나 등록했다. 누구 누구가 되면 선거를 또 치러야 할지 모른다는 얘기가 나돈다. 이젠 임실 유권자들이 눈을 부릅 떠야 한다. 유권자는 2만6111명(인구는 2만9995명)이다. 사사로운 연(緣)에 얽매여 자질과 도덕성 검증을 게을리 한다면 실제로 선거를 또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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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4.05.20 23:02

국립무형유산원에 대한 기대

2006년 2월, 노무현정부의 핵심정책인 혁신도시사업의 출범식이 있던 날 전주한옥마을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대통령과 문화관광부장관 문화재청장 등과 전주 문화 관련 인사들의 오찬모임이 예정돼 있었다. 출범식을 마치고 각부 장관과 시도지사들이 다른 곳에서 리셉션을 하고 있는데 이들은 그 자리 대신 지금의 전통문화관 경업당을 찾은 것이다. 전주전통문화도시조성사업이 무르익어가고 있을 무렵 중요한 사업의 매듭을 짓기 위해 전주시와 추진단이 어렵게 노력한 끝에 마련된 자리였다. 오찬 전략을 마지막으로 점검하는 자리, 소외론 낙후론 등으로 징징거리지 말 것을 원로들에게 주문하고 대통령에게 드릴 건의 형태의 질문도 가다듬었다. 그 중에 국립무형문화의 전당과 아태무형문화센터에 관한 것이 포함돼 있다. 두 기관이 전주에 자리를 잡는 것은 전통문화도시사업의 화룡점정(畵龍點睛)과 같은 일, 매우 조심스럽게 질문을 했는데 문화재청장의 답은 간명했다. 우리나라 무형문화가 가장 잘 보전 계승되고 있는 곳이 전주이니 당연 그 본부도 전주에 있어야 한다. 아태무형문화센터도 함께 있어야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그렇게 국립기관 하나와 국제기구 하나가 전주에 자리를 잡게 된다. 답은 간단했지만 그 자초지종은 참 복잡했다. 그 정책이 성안돼 건물이 들어서고 인력과 예산이 배정되는 데에는 또 다른 우여곡절이 더해져야 했다. 공식 개관은 아직도 준비 중이고.그런데 그 위치가 묘하다. 마치 한옥마을과 남고산성을 가로막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건물 모양도 그렇고. 실제로 한옥마을을 찾는 많은 이들이 저건 뭐여? 시비조 질문을 던지곤 한다. 그러나 다르게 보면 매우 의미심장한 장소성을 지니고 있다. 한옥마을의 한계를 뛰어 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한옥마을은 진즉 장소적 한계에 다다랐다. 자생력을 갖추기엔 너무 좁다. 중바위 후백제 전주성, 풍남문과 전라감영, 동문을 넘어 전통문화진흥원, 그리고 전주천을 건너 남고산성과 연결 확장할 수밖에 없다. 이 마지막 임무를 국립무형유산원이 떠맡고 있는 모습이다. 더구나 한옥마을의 급속한 상업화로 전통문화도시의 정체성이 급격하게 퇴색하고 있는 마당에 유산원에 거는 기대는 참으로 절실하다. 하루 속히 건물 자체가 주는 이질감을 극복, 명실상부 전통문화도시의 중심으로 우뚝 서야 한다. 그렇게 2006년을 설렘이 실현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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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5.19 23:02

이 기업의 핵심 가치

‘Free Hand, Open Eyes’. 한 기업의 사내 캠페인이다. ‘손은 비우고 눈을 뜨고’ 정도로 해석 될 터이니 독자들은 어느 작업장 안전을 위한 캠페인이 아닐까 짐작하실 것이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캠페인의 주체는 다국적기업인 듀폰이다. 회사 직원들과 함께 실천하는 일상 속 캠페인 내용도 그렇지만 이 회사가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정해놓은 원칙이나 실천 방식을 들여다보면 지나치게 꼼꼼한, 그래서 ‘이런 것 까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본적이고 철저한 내용이 흥미롭다. 듀폰은 1802년 미국의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화약공장으로 시작한 오래된 기업이다. 다양한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화학회사를 거쳐 지금은 생명을 접목한 다국적기업으로 성공했다. 이미 많은 기업들에게 모범이 된 듀폰의 경영철학이 최근 더욱 주목 받고 있다. ‘안전과 윤리, 직원존중, 환경보호’ 등 듀폰이 역사적 유산이자 존재이유로 지켜온 ‘핵심가치’다. 이중에서도 듀폰이 가장 중요한 가치로 내세우는 것은 ‘안전’. 화약을 제조하는 공장으로 시작한 기업의 태생적 특성으로 볼 때 당연한 선택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겠으나 인간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기본으로 듀폰이 지켜낸 가치는 상식적 수준을 뛰어 넘는다. 며칠 전 한 포럼에서 듀폰의 핵심가치가 화제로 올랐다. 안전을 위해 회사가 실천하고 있는 여러 원칙들은 특히 흥미로웠다. 내용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볼펜을 책상 위 필통에 꽂아 놓을 때에는 심있는 부분을 아래로 향하게 꽂아놓아야 한다든지 차를 탈 때는 앞 뒷자리 모두 안전벨트를 매야 한다든지 하는,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고 있는 일상적 요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관심을 끄는 것은 사소하게 보이는 이런 원칙을 직원들이 철저하게 생활화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포럼에 참여한 한스컨설팅 한근태 대표가 들려준 경험담이 있다. 듀폰의 직원과 함께 했던 중국 출장길에서의 일. 동행이 3명이어서 택시 한대면 충분했다. 그런데 중국의 택시는 뒷자리에 안전벨트가 없었다. 어떤 방법으로 택시를 탔겠는지 상상해보시라. 이들 3명은 각각 다른 택시를 타고 앞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맸다. 듀폰이 지켜온 ‘가치’를 들여다보니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일터’라는 명성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다. 그 바탕에는 인간 존중 정신으로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안전의 가치를 지키고 실천하게 했던 리더의 강력한 의지와 책임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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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4.05.16 23:02

스승의 날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이 있다. 임금과 스승을 부모와 동일시한 말이다. 스승의 은혜에 감사하는 뜻이 담긴 노래 가사도 스승을 부모처럼 소중한 존경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 만지네/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스승은 마음에 어버이시다’예나 지금이나 부모는 자식 교육에 모든 것을 건다. 교육백년대계 정신이다. 안중근 의사도 황금백만냥불여일교자(黃金百萬兩不如一敎子)라며 교육을 중시했다. 교육은 예부터 학교 교육을 말한다. 가정 교육은 소위 ’밥상머리 교육’이다. 인사 잘하거라. 싸움질 하지 말거라. 남의 물건을 훔치지 말라. 선생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거라. 고운 말을 써라 등 끝이 없다. 이제 갓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 때부터 밥상머리 교육은 끊임없이 계속된다. 자녀가 싫은 표정을 지어도 아랑곳없다. 그것이 어버이 마음이다. 밥상머리 교육의 핵심은 인성이다. 학교 교육은 부모가 주로 맡고 있는 인성교육과 더불어 아이들이 장차 사회에 진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지적 성장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이다. 학교 선생님들은 성장기, 반항기에 속해 있는 아이들이 자칫 어긋난 길로 빠지지 않도록 선도하는 역할도 한다. 교사는 단지 지식 주입자가 아니다.학원 교육은 지식 쌓는 프로그램이 중심이다. 물론 상당수 학원은 주입식 프로그램을 지양한다. 역사 탐방 등을 통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지식을 쌓으면서 인성도 키울 수있도록 특성화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학원도 많다. 하지만 대부분 학원은 학교 성적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존재한다. 그곳에서는 아이의 인성을 살필 여지가 거의 없다. 중국 한나라 ‘예기’에 교학상장이란 말이 나온다. 스승은 제자에게 가르침으로써 미처 깨닫지 못하거나 알지 못한 것을 발견하며 성장하고, 제자는 스승의 가르침으로 인해 성장하는 것을 이른다. 근래 우리사회는 스승과 제자간 다툼과 추태로 얼룩지는 사례가 많아졌다. 학생 잘못이다, 교사 잘못이다하고 시비가 벌어지면 학부모가 개입하는 경우가 생기고, 급기야 법에서 판결을 내리는 일이 많아졌다. 교육현장에서 교사들의 불만과 불안, 의기 소침이 심각한 수준이다. 제대로 된 학교 교육이 난망하다는 우려도 있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란 가사가 부끄러운 사회가 돼버렸다. 군사부일체를 되새겨보는 스승의 날이 되기 바란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4.05.15 23:02

반 새정치연합 정서

시중에서 새정치가 썩어 헌정치가 되었다고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유권자가 많아졌다. 도민들은 새정치민주연합에 어느정도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결과는 아니올씨다다. 그간 30년간 민주당이 해왔던 공천 때보다 더 썩어 문드러졌다는 것. 자기 사람 챙기기가 극에 달할 정도로 구태정치만 난무했다. 애초부터 새정치를 하겠다는 말이라도 안했으면 이렇게 실망이 크지 안했을 것이라고 혀끝을 찬다. 원칙과 기준은 오간데 없고 깜도 안되는 사람을 인재라고 챙기는 모습을 보면 역겨울 지경이다. 결국 합의를 밥먹듯이 번복해가며 이현령비현령식 공천으로 끝났다.합당 당시부터 예견은 했지만 이토록 엉터리 공천을 할 줄은 미처 몰랐다. 옥석구분이 안됐다. “과거 민주당처럼 우리가 공천하면 찍을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자만심이 이같은 나쁜 결과를 가져왔다. 유권자는 처음부터 안중에 없었다. 공천이라는 말이 오히려 사치스러울 뿐이다. 등록일에 쫓겨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공천작업을 일방적으로 끝냈다. 그간 꼬박 당비를 낸 당원들을 챙기기는 커녕 홀대하는 참 이상한 일이 생겼다. 새정치민주연합이 하는 행태는 막장정치나 다름 없다. 이건 정치 패거리들이나 할 수 있는 사기극이다.새정치민주연합이 정치신인들이 끼어들 수 없을 정도로 진입장벽을 높게 쳐버렸다. 중앙에서 공천 한답시고 감놔라 배놔라 하는 바람에 지방의 정치질서가 무너졌다. 지금 도민들은 정치 혐오를 떠나 새정치에 대한 불신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도민들을 핫바지로 보고 자기들 입맛대로 공천한 것에 몹시 분개하고 있다. 지금이 어느 세상인데 자기네들이 공천하면 예전처럼 찍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오만함부터가 잘못됐다는 것이다.그간 새정연이 공천 과정 때 상당수 도민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기 때문에 그에 걸맞는 응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예전처럼 묻지마식 투표는 절대 안할 것이라고 다짐하는 유권자가 의외로 많다.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심지어 유력후보를 공천심사과정에서 아웃시키려고 이중잣대를 써가며 공천자격을 임의적으로 박탈한 것이 더 민심이반을 촉발시켰다. 상당수 유권자들은“이대로 놔뒀다가는 지역이 피폐해진다”면서“어차피 잘못된 공천을 바로 잡으려면 인물 본위의 선거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권자들은 또“전북정신이 동학정신인 만큼 동학 2주갑 때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서 행동하는 양심을 보여 줄 것이다”면서 “썩고 낡은 정치를 기필코 심판하겠다”는 분위기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4.05.14 23:02

여론조사 정치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의 단일화를 계기로 여론조사는 막강한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선거전략을 좌지우지하고 대통령 후보까지 결정 짓는다. 정책적 입장이나 정치적 주장의 강력한 근거로 인용되고, 크고 작은 선거의 후보공천을 결정하는 것 역시 여론조사다. 여론조사는 이제 우리 정치에서 하나의 ‘제도’로 뿌리 내리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숫자가 갖는 매력이 있다. 여론조사 결과는 숫자로 나타나고 객관적 사실처럼 근사하게 포장하는 역할을 한다. 엄밀한 과학이라는 인상마저 풍긴다. 또 여론조사 시장의 참여자들, 이를테면 여론조사 업체와 언론, 국민 사이의 이해 일치도 한 몫 거든다. 영리추구와 보도, 정치정보 등의 수요가 여론조사를 힘 있게 만든다. 그러나 여론조사에는 오류라는 지뢰밭이 쫙 깔려있다. 여론조사는 기본적으로 표본(sample)조사다. 모집단(population)을 대표하는 표본추출이 제대로 됐는지, 응답률은 몇 %에 이르는지에 따라 신뢰성에 큰 차이가 난다. 전화조사가 20% 정도의 응답률을 보이는 반면 ARS(automatic response system)의 응답률은 10% 밖에 안된다는게 정설이다. 전화기를 든 사람의 90% 정도는 도중에 전화를 끊어버리는 셈이다. 1000명을 조사할 경우 1만 가구와 통화를 해야 하고 이런 조사를 다섯차례 하면 5만 가구와 통화를 하게 된다는 뜻이다. 인구 10만명도 채 안되는 시군지역에서 샘플링이 제대로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질문내용과 질문순서, 조사시점, 조사주체 등 비표본 추출의 오류도 상당하다. 여론조사는 6·4지방선거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되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시장 군수 공천과 시군의회 의원 공천이 여론조사로 진행됐고 도의원 역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여론조사 결과로 공천자를 결정지었다. 심지어는 표본오차 안에서도 1·2위를 가르고 있다. 시장, 군수, 도의원, 시군의원의 명줄이 여론조사에 따라 왔다 갔다 하는 건 문제다. 여론조사는 앞으로도 정치인과 정치집단, 정책 등에 호가를 매기면서 권력 중개인 역할을 왕성하게 수행할 것이다. 하지만 함정이 많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여론조사는 ‘만능 키’가 아니다. 그런데도 하루가 멀다 하고 여론조사가 판치고 있다. 우리 정치가 자꾸만 ‘여론조사 정치’로 흐르는 것 같아 걱정이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4.05.13 23:02

여자는 군자가 될 수 없다?

봄이 가고 있는데도 꽃구경 한번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한번 피워보지도 못하고 바다물속에서 차갑게 죽어간 젊은 넋들 때문이다. 이를 지켜보고 있어야만 했던 부모 형제들의 가슴에 차오르는 피고름 생각하면 차마 화사한 꽃에 눈길 줄 수가 없다. 그렇게 온 국민이 집단 우울증에 걸려 잔인한 사월을 넘어 계절의 여왕이라는 오월도 견디고 있다.그런데도 국정 책임자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은 책임회피에 연연하고 있다. 그럴듯한 희생양 골라 국면을 전환시키려고만 할 뿐 유가족이나 실종자 가족들에 대한 진정어린 사과조차 피해가고 있다. 남 탓만 해대는 소인배들의 후안무치(厚顔無恥)가 이 계절은 물론 대한민국의 국격마저 훼손시키고 있는 것이다. 군자는 자기에게서 구하고(君子求諸己) 소인은 남에게서 구한다(小人求諸人) 했다. 제대로 된 사람은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남을 탓하기보다 자기 잘못을 먼저 점검한다. 소인배들은 항상 남 혹은 다른 것에서 그 잘못의 원인을 찾아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 국가재난 시 구조의 궁극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이번 재난의 경우에는 발생 원인의 상당 부분도 이름만 안전행정부로 바꾸었을 뿐 국민 안전을 위한 응분의 체제를 구축하지 못한, 아니 오히려 각종 규제를 풀어 불안전을 조장한, 현 정부에 있다. 그런데도 전 정부와 청해진, 구원파 등 남 탓만 해대고 있다. 제대로 된 사람은 일에 대한 평가기준도 자기에게서 구한다. 남들의 평가에 일희일비(一喜一悲) 하지 않는다. 남들의 입방아에 놀아나지 않고 스스로 최선을 다했는지 그러지 못했는지를 묻는다. 이번처럼 세상의 평가가 두려워 언론을 동원하거나 이를 위한 연출을 하지는 않는다. 사과도 마찬가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언론이나 여론을 의식한, 말뿐인 사과는 군자라면 응당 부끄럽게 여겨 피한다. 자기진정성이 있어야 하며 그 잘못에 대한 구체적 진단과 처방이 전제되어야 한다. 막연히 책임을 통감한다는 발언(읽기)은 면피용 변명이기 십상이다. 역시 군자답지 못한 굴신(屈身)이다. 그러니 위로는커녕 화만 북돋울 수밖에.흔히 군자는 제대로 된 사람을 가리키지만 치자(治者)를 뜻하기도 한다. 제대로 된 사람만이 치자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리라. 이 계절을 흐느끼며, 혹 여자는 군자가 될 수 없다! 미리 자포자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을 떨칠 수 없다. 참으로 수상하고 참담한 계절이다!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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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5.12 23:02

중산층

우리나라 중산층이 줄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증거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울프슨(Wolfson) 지수’가 2011년에서 2012년 사이 소폭 상승했다. 울프슨 지수는 중위소득으로부터 소득의 분산 정도가 양극화될수록 중산층의 규모가 감소한다는 설정을 통해 중산층의 몰락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중산층’을 분류하는데 있어 세계적으로 통일된 기준은 없다. 다만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경우, 전체 가구를 소득 순으로 나열했을 때 가운데 소득에 해당하는 중위소득의 50∼150%인 가구를 중산층으로 분류한다. 그러나 ‘중산층’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경제적 수준이나 사회문화적 수준이 중간 정도 되면서 스스로 중산층 의식이 있는 사회 집단’으로 나와 있다. 며칠 전 지인으로부터 국가별 중산층 기준을 소개하는 문자를 받았다. 인터넷에 이미 오래전부터 나돌고 있는 것이지만, 세월호 참사를 겪고 보니 중산층을 가르는 기준의 다름이 부끄럽게 느껴진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우리나라는 △부채 없이 30평 이상의 아파트에 월급은 500만 원 이상, 2000CC급 중형차와 1억 원 이상의 예금을 갖고 있으며 해외여행을 1년에 한차례 이상 다니는 계층을 중산층으로 분류한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른 기준이다. 프랑스는 퐁피두 대통령이 ‘삶의 질’에서 정한 중산층의 기준. △외국어를 하나 정도는 할 수 있고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있어야 하며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어야 하고 남들과는 다른 맛을 낼 수 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공분’ 에 의연히 참여할 것과 약자를 도우며 봉사활동을 꾸준히 할 것이 제시되어 있다. 옥스포드대학에서 제시한 영국의 중산층 기준도 프랑스와 닮아 있다. △페어플레이를 할 것, 자신의 주장과 신념을 가질 것, 독선적으로 행동하지 말 것, 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 대응할 것, 불의, 불평, 불법에 의연히 대처할 것 등이다. 공립학교에서 가르치는 미국의 중산층 역시 △자신의 주장에 떳떳하고, 사회적인 약자를 도와야 하며, 부정과 불법에 저항하는 것, 그리고 그 외, 테이블 위에 정기적으로 받아보는 비평지가 놓여있을 것 등을 들고 있다. 국가마다 범주가 서로 다른 중산층 기준이지만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크다. 그들의 범주로 우리사회의 중산층은 어디쯤에 있을까 돌아보면 더 그렇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4.05.09 23:02

계파 정치

박정희 군사정권의 반사이익을 누린 인물은 단연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양김’으로 불리는 두 전직 대통령은 박정희 생전에는 야당 대표 주자로 국민적 관심을 받았고, 박정희 사후에도 민주화 투사 등 지도자 이미지를 유지하다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박 전 대통령은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후 민주를 외치는 세력을 탄압했다. 그가 이룬 경제성장의 업적을 논외로 하면, 그는 집권 기간 동안 민주주의를 탄압하고 장기 독재 체제를 고착하기 위해 노력한 독재자였다. 실제로 그는 18년간 집권했다.양김의 존재감은 박정희 대통령이 1979년 김재규의 총탄에 쓰러진 후 정권을 장악한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도 단연 빛났다. 그들은 정권의 민주화 탄압에 맞서는 상징성을 갖고 있었고, 반민주 반독재의 간판 스타였다.김영삼과 김대중이 1970년대 이후 30년간 대한민국 정치판을 이끌고, 대통령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던 이면에는 강력한 계파정치도 있었다. 김영삼의 상도동계, 김대중의 동교동계는 야당 정치세력의 쌍두마차였다. 양김이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보좌했고, 또 한편으로는 강력한 권력을 휘둘렀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양김 시대의 계파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 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있었다. 당시 정 상임고문은 동교동계의 좌장 권노갑을 향해 ‘인사 전횡’ 등을 문제삼으며 물러날 것을 요구했고, 민주화운동시대 고행을 하며 겨우 정권을 잡은 동교동계의 좌장 권노갑은 결국 후선으로 물러나야 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정치권에 수혈된 ‘젊은 피’들이 상도동계와 동교동계식 계파정치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계파정치의 상징인 권노갑을 내친 것은 한국정치사에서 큰 파란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에도 계파정치는 여전했다. 이해득실을 먼저 따지고, 상대를 공격해 그 위에 올라서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양김 이후 민주당은 노무현과 구민주계가 대립했고, 한나라당은 이명박-박근혜계가 대립했다. 요즘 6·4선거 공천작업에 들어간 새정치민주연합은 구 민주계와 안철수계가 극한 대립을 하고 있다. 정치권이 계파정치를 청산해야 할 구태로 말해왔지만, 정작 계파정치를 하지 않은 적은 한번도 없었다. 정치판에는 어제의 적도, 어제의 아군도 없다. 경쟁은 없고 공격과 장악만 있다. 상향식은 사라지고, 수뇌부의 판단과 이해관계에 따라 좌지우지된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4.05.08 23:02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