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동학, 예술과 다시 만나다-2025 동학농민혁명 연구·창작자 워크숍을 다녀와서
 지난 6월 26일과 27일, 정읍 황토현에서 열린 ‘2025 동학농민혁명 연구·창작자 워크숍’에 참가했다. 소설 《바이마르에서 무슨 일이》(솔출판사, 2024)로 동학을 주제로 삼았다는 이유로 창작자 자격으로 초청받은 나는, 솔직히 말해 동학에 대해 다시 처음부터 배운다는 마음으로 워크숍에 참석했다. 그런 겸허함이 오히려 이번 여정에서 많은 것을 얻는 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이번 워크숍은 동학을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이들과 예술로 재해석하는 이들을 한데 모은 자리였다. 연구자와 시인, 소설가, 동화작가, 음악가, 무용가, 화가, 만화가, 애니메이션 작가, 판소리꾼 등이 분야를 넘나들며 함께 머리를 맞댔다. 학문적 지식과 예술적 상상이 소통하는 그 자리야말로 동학이라는 역사의 씨앗이 문화로 다시 피어나는 가능성의 마당이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발표는 고석규 목포대 명예교수의 강연이었다. “동학농민혁명과 대립하는 두 개의 기억”이라는 제목으로, 그는 동학농민혁명이 해방 전후로 ‘반란’과 ‘혁명’이라는 상반된 기억으로 나뉘어졌다고 말했다. 성리학적 정치 인식의 두 원형인 ‘충성’과 ‘역성혁명’이라는 틀로 이를 설명하는 깊이 있는 통찰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어 박흥규 화백은 “그림으로 보는 동학농민혁명” 발표를 통해 예술이 어떻게 역사 인식을 확장하는지를 보여주었다. 저녁에는 ‘소통의 마당’이라는 이름의 문화 행사가 열렸다. 음악가 주상균(브랙홀 리더)의 '녹두꽃 필 때에'를 함께 감상하고, 송지용 무용가의 창작춤 ‘결(結)’을 보며 동학이 오늘의 예술에서 어떤 방식으로 재해석될 수 있는지를 실감했다. 김연 명창의 동초제 판소리 무대도 큰 감동이었다. 동학이 단순히 교과서에 머물지 않고,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호흡하고 있다는 걸 몸소 느낀 순간이었다. 공식 프로그램 외에도 의미 있는 만남이 이어졌다. 구양근 작가의 동학소설 《칼춤》을 처음 알게 되었고, 이병렬 선생의 책 《하늘의 길, 고인돌에 새기다》를 통해 고창 고인돌과 천문학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도 얻을 수 있었다. 나뿐 아니라 참가자 각자가 이런 지적·예술적 자극을 통해 앞으로의 창작이나 연구에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되리라 기대된다. 이번 워크숍을 통해 다시금 확인한 것은, 동학이 단지 과거의 운동이 아니라, 오늘의 문화와 미래의 비전으로 확장될 수 있는 힘을 지닌 ‘살아 있는 역사’라는 점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동학을 연구하고 표현하는 이들의 노력이 모인다면, 우리는 언젠가 갑오동학농민혁명을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뿌리로 온전히 자리매김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뜻 깊은 자리를 기획하고 마련해주신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신순철 이사장님과 동학농민혁명연구소 김양식 소장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특히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유적지를 정성껏 설명해 주신 이병규 박사님과 행사를 성실히 뒷받침해 주신 오진경, 정유리 두 분을 비롯한 모든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 어린 고마움을 전한다. 동학의 ‘사람이 하늘이다’라는 정신이 예술을 통해 다시 살아나기를, 그리고 그것이 오늘의 우리가 마주한 공동체적 과제를 풀어내는 힘으로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안삼환 서울대 독문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