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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아동문학의 미래

2000년 이전만 해도 전북의 아동문학가 수는 다른 문학 장르보다 많지 않았다. 그러나 발전기(2001년 이후)부터 최근까지 출판사의 공모전, 신문사의 신춘문예, 잡지의 신인문학상이 많아지고 아동⸱청소년에 관한 관심 또한 증폭되면서 전북의 아동문학가 수는 몇 배로 늘어났고 비중 있는 작품집 출간도 이어지고 있다. 동화 부분에서는 인터넷 게임을 활용한 판타지, 꿈, 지역의 역사, 전통, 자존감 회복, 가난의 문제, 음식, 장애아, 추리 등의 작품이 많고 동시 부분에서는 역사, 자연, 가족의 사랑과 생태, 전통 놀이 등 다양한 소재가 다뤄지고 있다. 비중 있는 시인들의 동시집 발간, 해마다 치르는 전주의 책에도 김자연, 문신, 박서진, 임미성, 장은영 등이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올 3월에는 전국 최초의 동화 잡지 ≪동화마중≫이 지역에서 창간되어 전북 아동문학의 앞날을 한층 밝게 한다. 2010년 이후 전북 아동문학 작가들의 작품 활동은 활기가 넘쳤다. 동화에서는 김근혜, 김영주, 김양오, 김자연, 박서진, 박월선, 서성자, 이경옥, 오복이, 유수경, 윤미숙, 윤일호, 이라야, 이희숙, 장은영, 전은희 등이 동시에서는 경종호. 김유석, 문신, 신재순, 박예분, 송창우, 임미성, 유강희, 윤형주, 정성수, 하미경, 동시조 부분에서는 유응교, 정광덕이 저마다 활발한 작품 활동을 벌이고 있다. 최기우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동극집을 발간하여 아동극을 선도하고 있다. 비중 있는 시인들의 동시집 출간도 전북 아동문학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김남곤, 김유석, 김용택, 복효근, 박성우, 안도현, 유강희 시인들이 의미 있는 동시집을 선보였다. 이들의 동시집은 전북 동시 문단뿐만 아니라 한국 동시 문단을 풍요롭게 하는 자극제가 되었다. 특히 박성우의 청소년 시집 『난 빨강』과 유강희의 『손바닥 동시』는 한국 동시의 새로운 장을 선도했다는 점에서 커다란 성과물로 평가된다. 아동문학 작가의 가치 척도는 작가의 등단 시기와 실제 작품 생산 활동 시기상의 차이, 동화와 동시를 교차 생산하는 아동문학가들의 특성상 조금씩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동문학 작가의 문학적 특성은 작품이 많고 적음, 특정 단체 가입 여부, 작품과 별개의 화려한 약력으로 조명되는 것이 아니라, 시기적으로 그 작품이 가지는 고유성과 가치에 의해 평가된다. 따라서 전⸱북 아동문학가들이 시대적⸱ 특성을 잘 살피고 한국 아동문학이라는 큰 물줄기 속에 창작에 임했으면 한다. 전북 아동문학 작품이 한국 아동문학 작품이 되도록 시야를 조금 더 확대해 나갔으면 좋겠다. 이미 기존 작가들이 충분히 다루었던 소재나 인물을 새로운 관점 없이 작품집으로 엮어내는 일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 아이들이 처한 현실, 공부⸱상처, 외로움. 지구환경, 인터넷 등 시대성을 반영한 차별화된 작품, 실험성을 내포한 추리, 모험심을 다룬 작품에 대한 과감한 도전, 청소년을 위한 작품, 100세 시대를 사는 어른의 동심을 어루만지는 데도 보다 관심을 기울여 줬으면 좋겠다. 아울러 연구와 평론이 활발하지 않으면 애써 발표한 훌륭한 작품이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전북 아동문학 발전을 위해서라도 연구와 평론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길 소망해 본다. /김자연 전북작가회의 회장·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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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05 14:10

‘희망 2023’ 이웃사랑 나눔의 온도 함께 높이자

전국에 추적추적 가을비가 내린 뒤 기온이 뚝 떨어졌다. 코로나19를 속 시원하게 떨쳐내지 못한 채 다시 겨울을 맞았다. 올 겨울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등 호흡기 감염병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 우려가 현실이 되면서 계절의 문턱을 넘어서는 발걸음이 가볍지 않다. 그래도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는 이맘때쯤이면 잊지 말아야할 게 있다. 우리 사회 소외된 이웃을 배려하는 사랑의 손길이다. 사랑의열매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난 1일 전주 오거리문화광장에서 ‘희망 2023 나눔 캠페인’ 출범식을 갖고 연말연시 사랑나눔 성금 모금에 들어갔다. 캠페인은 ‘함께하는 나눔 지속가능한 전북’이라는 슬로건으로 내년 1월말까지 진행되며, 목표금액은 84억5000만원이다.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함께 행복한 지역사회를 만들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도민의 소중한 성금을 온도로 표현해 모금 현황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사랑의 온도탑’은 목표액의 1%가 모일 때마다 1도씩 올라간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리 사회는 경제‧문화‧교육 등의 분야에서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소외계층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단계적 일상 회복이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의 많은 사람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특히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이 겪는 고통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취약계층은 생계를 유지하고 생활을 존속시키는 것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본격적인 추위와 함께 연말연시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신빈곤층의 일상 회복과 위기가정 긴급 지원 등에 우리 사회가 더 관심을 쏟아야 할 때다. 우리 사회가 전례 없는 고난을 함께 이겨내 완전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소외된 이웃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그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제가 어려운 와중에도 지역사회 소외된 이웃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은 식지 않았다. 전북지역 사랑의열매 온도탑은 전년에도 100도를 훌쩍 넘어섰다. 올해도 나눔의 온도 100도를 꼭 달성해서 어려운 이웃에게 희망을 전할 수 있도록 도민 모두의 관심과 사랑의 손길이 필요하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12.04 17:53

수사 중인 자료 유출한 군산시의원

지방의원이 수사와 관련된 행정사무감사 자료를 민간에 유출한 의혹이 불거져, 물의를 빚고 있다. 이러한 행위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취득한 기밀을 누설한 것으로 명백한 윤리위반이다. 나아가 사안에 따라 경찰 수사를 통해 위법 여부가 밝혀져야 한다. 군산시와 경찰에 따르면 군산시와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는 민원인이 공무원과 시민 등에게 자신과 관련된 경찰 수사자료를 퍼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자료는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군산시에 발송한 공문으로, 수사업무 협조요청 파일이다. 민원인은 사건과 관련해 군산시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해 왔고, 군산시는 이 민원인을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고발한 바 있다. 이 공문은 군산시의원이 행정사무감사 과정에서 군산시에 요청한 것으로, 전달받고 며칠 지나지 않아 유출시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군산시는 '해당 자료는 전라북도경찰청에서 수사 진행 중인 사항임을 참고해 달라'는 문구도 함께 첨부해 전달했다고 한다. 이처럼 지방의원이 행정사무감사나 조사를 통해 요구한 자료를 빼돌려 이해관계 있는 민간인에게 넘기는 것은 범죄행위일 수 있다. 이러한 일이 계속된다면 어느 행정기관이 민감한 자료를 지방의회에 제출하겠는가. 이는 스스로 지방의회의 기능을 위축시키는 일로 자질이 크게 의심된다. 더 문제는 이러한 자료유출에 대해 지방의원들이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의회 윤리강령 및 윤리실천규범 등에 관한 조례에는 '의원은 행정사무감사 및 조사 등 각종 직무를 통하여 알게 된 사회의 안녕질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밀을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적시돼 있다.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자체 징계도 솜방망이 수준이다. 만약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와 관련해 기밀을 유출했다면 당연히 징계에 해당하지만 의원들은 이를 비켜가가고 있는 셈이다. 흔히 도시계획이나 건설 관련 정보를 이용해 이익을 챙기는 경우가 그렇다. 이번 사안도 경찰 수사관련 공문을 취득해 어떻게 활용했는지, 금품수수 등은 없었는지 확인해 봐야 할 것이다. 유출이 확실하다면 시의회는 엄하게 자체 징계를 하고 경찰은 수사를 통해 전모를 밝히는 게 마땅하다. 지방의원이라고 윤리나 법 위에 있는 자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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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12.04 17:51

연결된 세상, 단절된 우리

‘멕시칸치킨 금암점’. 초등학생 시절 단골이었던 동네 치킨집이다. 당시 내가 혼자 치킨 한 마리를 시켜먹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 있었다. “..양념 반 후라이드 반 한 마리주세요! 주소는... 아, 아니다. 주소 먼저 말해야 되나.. 여기 전주시 덕진구...” 그렇게 두세 차례 전화 주문 연습을 끝낸 뒤에야 가까스로 수화기를 들 수 있었다. 떨리는 맘으로 주문을 마치고 나면, 아주 가끔은 가게에서 메뉴나 주소를 다시 불러달라는 전화가 오기도 했다. 2~30분 후 대문 앞에 도착한 사장님께 현금을 건네면, 사장님은 맛있게 먹으라며 치킨 봉투를 쥐어주셨다. ‘굽네치킨 녹번점’. 현재 한 달에 한 번꼴로 돈을 쓰는 동네 치킨집이다. 내가 혼자 치킨 한 마리를 시켜먹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 있다. 핸드폰 잠금 화면을 풀고, 배달앱을 켠 뒤, ‘주문내역’ 창에서 ‘재주문’ 버튼을 누르기. 그렇게 서너 차례 손가락을 놀리고 나면 치킨 주문은 끝이 난다. 주문 정보가 상세히 기록된 앱 덕분에 가게에서 내게 메뉴나 주소를 다시 물을 일은 없다. 3~40분 후 핸드폰에 ‘배달 완료’ 알람이 뜨면, 뛰쳐나가 현관 밖에 덩그러니 놓인 치킨 봉투를 가져온다. ‘초연결’, ‘초지능’, ‘초융합’으로 표상되는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 오늘날 우리는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무제한적 소통이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 누구든 스마트폰 하나만 손에 쥐면 이메일, SNS, 유튜브, 블로그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타인과 교류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음식을 주문하고, 옷을 사며, 미용실을 예약하고, 강의를 듣는다. 또 길을 찾고, 의사의 진료를 받으며, 택배를 부치고, 영화를 본다. 즉, 일상의 거의 모든 부분이 ‘스마트폰’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매듭지어 지고 있다. 그저 똑똑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잽싸고 힘세며 야무지기까지 한 스마트폰은 그렇게 우리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산소가 되었다. 하루 종일 입 밖으로 꺼내는 말보다 카카오톡 채팅창에 입력하는 단어 수가 더 많다. 친구들에게 맛집을 수소문하기보다 네이버의 리뷰와 별점을 신뢰한다. 부모님의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보다 스마트폰 스크린타임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길다. 얼굴 표정으로 감정을 드러내기보다 이를 대변할 이모티콘을 골라내는 데 열을 올린다. 지금껏 우리는 스마트폰으로부터 편리성, 안전성, 정확성, 효율성을 얻었다. 그리고 그 대가로 인간성을 잃었다. 서로 간 눈과 눈이 마주치고, 손과 손이 맞닿으며, 말과 말이 교차했던 숱한 순간들이 이제는 ‘데이터화’, ‘디지털화’라는 미명 하에 점차 흐려지고 있다. 맺고 끊음이 쉽고 빨라진 인간관계는 그 무게가 한없이 가벼워지고 있다. 우리 일상을 채웠던 미지근한 온기와 색채가 그렇게 한 줌씩 사그라지고 있다. 가끔은 내 삶이 손바닥 위의 자그마한 스마트폰에 갇힌 듯한 기분이 든다. 네모반듯하고, 뭉툭하고, 새까맣고, 차갑고, 딱딱하고, 피로한. 그토록 못나고 재미없는 모양이 과연 내 인생의 생김새인가-하는 생각에 나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고 처량해진다. ‘등잔’과 바로 그 밑의 ‘그림자’처럼, 오늘날 온 세상에 만연한 ‘연결’의 뒤편에는 그보다 몸집이 큰 ‘단절’이 도사리고 있다. 2022년 현재는 과연 ‘연결의 시대’인가, ‘단절의 시대’인가? /이민주 고려대 미디어학부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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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04 17:51

일상에서 지구 지키는 습관, 탄소포인트제

인간 활동이 대규모로 기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은 산업 혁명 초기인 18세기 중엽부터이다. 탄소가 다량 함유된 화석연료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지구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1.1℃ 높아졌다. 추세대로라면 205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유지한다는 2015년 파리기후협약의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최근 유엔에서도 세기말 지구 온도가 2.9℃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심각한 ‘기후 위기’ 상황에 돌입했음을 공식화했다. 또한, 세계기상기구(WMO)는 2010년대 기후관련 재난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1970년대보다 7.8배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세계 최대인 재보험사 독일 뮌헨재보험에서 분석한 바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가 자연재해로 입은 손실은 약 85조원이다. 기후 위기로 인해 이상기후가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그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우리 정부는 그간 온실가스 목표관리제, 배출권거래제 등 산업부문에만 크게 치중되어 있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가정과 상업 시설 등으로 확대하기 위해 ‘탄소포인트제도’를 도입하였다. 탄소포인트제도는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하여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도록 국민들이 배출량 감축을 위해 노력하면, 국가에서 감축한 실적만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이다. 제도 도입으로 개개인이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여 지구를 지키고 경제적인 인센티브도 받음으로써 많은 사람이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하게 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탄소포인트제도는 인터넷 홈페이지 가입 등을 통해 쉽게 시작할 수 있고, 세 가지의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다. 먼저 ‘탄소포인트제’이다. 전기, 도시가스, 수도 등의 에너지 사용량 감축률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법이다. 전자제품 플러그 뽑아두기, 계절별 실내 온도 유지하기, 물 받아서 쓰기 등을 실천하고 가정에서는 연간 최대 10만원, 상업시설은 40만원까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두 번째로 ‘자동차 탄소포인트제’이다. 자동차 운전자가 과거의 운행 거리보다 제도 참여 기간의 운행 거리를 감축하면, 그 실적에 따라 연간 최대 10만원의 인센티브를 지급 받는다. 마지막으로는 ‘탄소중립 실천포인트제’이다. 마트에서 종이 영수증 대신 전자영수증을 받고, 여행할 때 무공해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 등만으로도 연간 최대 7만원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도민들은 얼마나 탄소포인트제에 참여하고 있을까? 현재 탄소포인트제의 경우 전체 세대수의 27%인 23만세대(전국 12%, 약 1,800만세대), 자동차 탄소포인트제의 경우 2,937대(전국 43,158대)가 참여하고 있다. 전국 평균 대비 높은 참여율이지만 지구를 지키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보다 더 많은 개인의 의식 전환과 자발적 참여가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자원을 덜 소모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이 되었다. 교육이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면 환경은 ‘만년지대계(萬年之大計)’라 할 만큼 철저한 준비와 대비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쉽게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첫걸음인 탄소포인트제에 우리 도민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지구를 더욱 아껴주고 사랑하기를 소망한다. 나아가 도민의 움직임이 모여 모두가 고대하는 기후 위기 극복이라는 나비효과의 시작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강해원 전북도 환경녹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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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04 17:50

소통으로 성공을 디자인하다

2022년 한해를 정리하는 연말, 어느 해보다 나라가 어렵다. 경기침체를 알리는 경고등이 곳곳에서 켜지고 코로나19 재유행으로 방역에도 비상이 걸렸다. 말 그대로 총체적인 위기다. 이럴 때일수록 도정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갈수록 팍팍해지는 도민의 삶에 온기를 불어넣어야 한다. 무엇보다 위기에 처한 사회적 약자와 미래 세대를 위한 버팀목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다. 어려운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일, 진정한 소통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민선8기 도정 비전을 ‘함께 혁신, 함께 성공, 새로운 전북’ 으로 설정한 배경이다. 도민 여러분과 함께 희망찬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이러한 비전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도민과의 소통이다. 도정의 모든 해답은 현장에 있다는 믿음으로 현장 방문을 통해 도민 여러분의 의견을 직접 듣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가장 먼저‘ 도지사와 함께 가는 정책소풍’은 청년들을 직접 만나 고민을 나누며 문제해결 방안을 찾는 소통의 현장이다. 지역 청년들은 일자리와 창업, 주거 지원 등 실질적인 고민에 관해 생생한 의견을 제안하며 도지사와 함께 소통한다. 도정 내부 비판과 대안 제시 역할을 맡게 될 ‘선비팀’도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선의의 비판자’ 를 의미하는 선비팀은 더 좋은 도정을 위해 소신껏 문제를 제기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정책 대안을 제시하게 된다. ‘내가 도지사라면’ 을 통한 정책 아이디어 공모도 소통의 일환이다. 도청 공무원들이 직접 도지사 입장에서 도민을 위해 추진하고 싶은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사무관으로부터 직접 업무보고를 받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굴해 정책화하는 노력은 지금까지의 관습을 과감하게 깨뜨린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창의성을 가로막는 직급과 부서의 경계를 허물고 경직된 공직 문화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도 교육계와의 소통을 전방위적으로 강화하고 나선 것은 지역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큰 그림이다. 미래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협력 활성화가 대표적인 분야로 꼽힌다. 대학 산학관 커플링사업 등 도내 대학과의 협력을 통한 지역인재 양성 사업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청소년과 여성, 외국인 유학생과 다문화 가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을 아우르기 위해 세밀한 부분까지 챙기고 있다. 국회와 정당 등 정치권과의 소통 및 협치를 강화하는 일도 중요하다. 도의회 의정활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자원봉사 활동을 활성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도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현안사업 적기 홍보와 소통영역의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서울·수도권과 도내 거점에 대한 홍보와 SNS 등을 활용한 쌍방향 소통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각계각층 도민의 생생한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노력은 온라인과 직접 상담 등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우리의 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함께’‘함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우선시 되어야 한다. 전북이 가는 길이 대한민국의 미래가 되도록 도민 여러분과 함께해야 한다. 도민과의 원활한 소통이 비바람을 막아내는 버팀목, 희망으로 나아가는 디딤돌의 역할을 해낼 것으로 믿는다. 전북에서 대한민국의 변화와 성공스토리를 만들어 낼 것이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도정의 혁신, 도민의 협력, 전북의 자신감이 어우러진다면 우리는 반드시 더 큰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2023년 우리는 기회의 땅 새로운 전북을 만들어내는 그 꿈을 전북 도민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이뤄낼 것이다. 변화를 향해 함께 혁신하고 함께 성공하는 새로운 전북이 이제 시작되었다. /김종훈 전라북도 경제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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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04 17:50

힘에 따라 움직이는 전북정치권

21대 전북 정치권을 가장 약체로 꼽는다. 초·재선들로 구성돼 전북정치를 아우를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정치인이 없는 게 약점으로 꼽힌다. 재선인 안호영 김성주의원이 도당위원장을 맡아 운영했고 지금은 친문인 한병도 의원이 맡았지만 정치력이 돋보이지 않아 전북정치권이 원팀으로 실력 발휘를 못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김원기 정동영·정세균·장영달 등이 있어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전북정치의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지금은 선수와 연령대가 같으면서 각개약진 해 전북 몫 찾기가 잘 안된다. 지금 전북정치를 이끌 마땅한 리더가 없어 지리멸렬해졌다. 대선 후보 경선전만해도 이재명·정세균·이낙연계로 나눠졌지만 전북경선에서 정세균이 사퇴하고 이재명 후보가 지역순회경선에서 계속 1위를 하면서 후보로 확정되자 모두가 이재명 당선을 위해 원팀으로 협력해 전북에서 82.98%를 얻었다. 국힘 윤석열 후보는 전북에서 14.4%를 얻어 호남권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윤 후보는 전북발전을 앞당겨 놓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각 가정에 발송하는 등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선거운동을 했지만 20% 득표에 미치지 못했다. 예나 지금이나 함께하는 계파정치는 존재하는 법이다. 여권은 대통령이 공천권을 매개로 자파세력들을 옴싹달싹 못하게 하지만 야권은 각 계파가 나름대로 존재감을 과시하면서 당내에서 목소리를 낸다. 이재명 후보가 대선에서 패배한 후 인천 송영길 지역구인 계양에서 셀프공천해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후 그 여세를 몰아 당 대표가 되었다. 그 당시부터 국힘쪽에서는 이 대표가 대장동 수사를 피하려고 몇겹의 방탄조끼를 입었다면서 검찰수사를 받으라고 공세를 강화했다.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김용이 구속되면서 검찰의 칼끝이 이 대표를 향한다. 민주당 친명파들은 윤석열 정권이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피하려고 민주당을 탄압하고 있어 이를 막아내야 한다면서 결사적으로 방어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영길 전 대표는 체포동의안이 상정되면 부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설훈 의원은 이 대표가 국민에게 사과하고 당대표직을 그만두고 혼자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도내 국회의원들은 이 대표가 공천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특히 당지도부에 있는 핵심운동권 출신들이 하나씩 정계은퇴를 선언하는 것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지역에서는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누구나 국회의원이 되기 때문에 재선 이상 한 사람은 전북을 떠나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과거 정세균의원이 무진장 완주 지역구를 포기하고 서울 종로에서 출마한 것처럼 영향력 있는 정치인으로 성장하려면 험지 출마를 당연시 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무튼 이재명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앞으로 자신의 공천에 더 신경을 쓰는 눈치들이다. 일각에서는 전북정치권이 소신 없이 바람부는대로 물결치는대로 움직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차라리 아픔을 감내하고서라도 다시 물갈이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2.12.04 17:26

환경부의 어불성설

“새벽에 악취 신고가 들어오면 어떻게 할 겁니까? 바로 현장 확인 가능합니까? “민원이 접수되면 최대한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익산지역 주요 악취배출사업장의 관리권한을 넘겨받은 전북지방환경청 담당자와의 대화다. 악취 단속은 상황이 종료되기 전에 현장에 출동해 시료 채취를 하는 게 급선무다. 이 때문에 익산시는 24시간 가동되는 악취 상황실을 가동 중이다. 연중 쉼 없이 이뤄지는 교대 근무는 그야말로 불철주야 개고생이다. 그럼에도 익산시 악취해소계 직원들이 꿋꿋이 버티는 이유는 시민 때문이다. 오랫동안 계속돼 왔던 고질적인 악취 문제를 해소해 악취도시라는 오명을 떨쳐 버리기 위해서다. 수년간의 피나는 노력 끝에 이제 비로소 그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올해 민원은 전년 대비 30% 이상 줄었고 시민 설문조사에서도 10명 중 8명 이상이 긍정적 평가를 했다. 이런 와중에 환경부가 통합관리를 이유로 민원 다발 사업장에 대한 관리권을 가져가면서, 수년간에 걸쳐 구축한 악취 저감 시스템이 무력화될 상황에 처했다. 환경부 직원 동행 없이 시 공무원이 단독으로 사업장 출입을 하거나 시료를 채취할 수 없다는 입장만 고집하고 있는 환경부의 탁상행정 탓에 시 악취해소계는 민원이나 신고를 받아도 전북지방환경청에 통보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게다가 통합관리를 하겠다며 관리권한을 가져간 환경부는 새벽시간대 민원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봐도 환경부가 일선 자치단체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환경부는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 심지어 몇몇 다른 자치단체는 골치 아픈 일거리가 줄어 얼씨구 하며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다는 후문마저 들린다. 하지만 익산은 아니다. 오랫동안 말로 할 수 없는 정도의 악취로 극심한 고통을 겪어 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끊임없이 해 왔다. 사무실 책상이 아니라 새벽에 현장에서 악취 포집을 단 한 번이라도 해봤다면, 제발 시료 채취만이라도 하게 해 달라는 호소를 외면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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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승욱
  • 2022.12.01 18:11

알바레스와 모지스의 도전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s)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빌보드 뮤직 어워드와 함께 미국의 3대 대중음악 시상식이다. 그중에서도 미국 음반 업계 최고 권위의 상으로 꼽히는 그래미는 본상 외에도 특별히 또 다른 버전의 상을 만들었는데 2000년부터 시작된 ‘라틴 그래미’가 그것이다. 지난달 열린 23회 라틴 그래미 시상식에서 세계적인 관심을 모은 가수가 있다. 올해 신인상을 받은 쿠바계 미국인 가수 앙헬라 알바레스다. 놀랍게도 그의 나이는 95세. 역대 최고령 신인상 수상자다. 어린 시절부터 작곡을 했던 그는 가수가 되고 싶었으나 아버지의 반대로 꿈을 접었다. 결혼해 네 명의 아이를 둔 그는 쿠바 혁명으로 미국으로 이주했으나 남편이 세상을 먼저 떠나자 아이들을 혼자 키워야 하는 고단한 삶을 살았다. 그러나 그는 음악을 끝내 놓지 않았다. 90세에 첫 콘서트를 열고 데뷔한 그는 1년 전, 작곡가이자 제작자인 손자의 도움을 받아 첫 앨범도 냈다.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고 싸웠다. 삶은 고되지만 꿈을 이룰 방법은 항상 있다.” 그가 전한 수상소감이다. 유튜브가 전하는 그의 노래와 일상을 보니 평생 꿈을 잃지 않고 살아온 노년의 아름다운 시간이 빛난다. 100세 넘어서까지 그림을 그렸던 세계적인 화가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1860년~1961년). 그도 일흔다섯, 늦은 나이에 그림을 시작해 꿈을 이루었다. ‘그랜마 모지스’란 닉네임으로 더 널리 알려진 그는 88세에 ‘올해의 젊은 여성’으로 선정되었고, 93세에는 <타임>지 표지 주인공이 되었으며, 100세 되던 생일에는 뉴욕시가 ‘모지스 할머니의 날’을 선포할 정도로 미국인들이 사랑했던 화가다. 그림을 배워본 적 없는 그는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엄마를 위해 딸이 사다 준 그림 도구로 소일거리 삼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듯 그려낸 그의 그림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그의 아름다운 풍경화를 우연히 발견한 한 수집가 덕분이다. <농부 부인이 그린 그림>을 주제로 첫 전시회를 가진 이후 그는 화단과 대중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작가가 되었다. 그러나 그는 오로지 그림 그리는 일을 즐겼을 뿐, 자신에게 쏟아지는 인기에 마음 두지 않았다. 그가 남긴 그림은 1,600여 점. 100세 이후에 그린 그림만 250점이다. “삶이 내게 준 것들로 나는 최고의 삶을 만들었다”는 모지스와 “늦은 때란 결코 없다”고 일러주는 알바레스. 인생의 끝을 더욱 빛나게 만든 이들이 주는 선물이 있다. ‘결국 삶이란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임을 일깨워 주는 아름다운 도전과 용기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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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2.12.01 17:59

<금요수필> 마스크 깃발

노년에 조용히 살고파 찾은 산 속, 불청객 코로나로 적막이 절정이다. 두어 달 웅크리며 살다 보니 생병이 날 것 같다. 봄이 되자 코로나가 주춤하고 확진자가 줄어들자 사회적 거리 두기를 준수하며 사회활동도 부분적으로 완화되어 나는 남쪽 통영, 사량도를 혼자 종주 등반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험난키로 악명 높은 코스라 내 나이에 한나절 종주가 무리라 짐작했지만 체력을 시험하고 몸무게도 줄이고 싶었다. 2시간 동안 아침 안개를 뚫고 삼천포로 달렸다. 내비게이션 안내 방송 아줌마가 잠에서 덜 깼는지 옛 여객터미널, 수협공판장으로 안내를 하며 나를 골탕 먹인다. 몇 번 왔던 낯익은 항구건만 오랜만이라 그런지 낯설다. 현장 확인을 하니 내가 찾는 연안여객선 터미널은 신항으로 이전했으며 사량도 가는 선착장도 세 곳이나 있었다. 정오가 넘어서 해무 가득한 섬에 도착하여 등반을 시작했다. 계절은 성큼 여름철로 접어든 듯 25℃를 웃돈다. 내가 오르는 코스는 나 포함하여 세 명으로 한적했다. 다른 코스는 멀고 험해 모두 짧고 쉬운 코스를 택한 것 같다. 그나마 동행하던 부자(父子)가 중간에서 하산했다. 선착장→복개 마을→면 소재지 금평에 이르는 산행이다. 남쪽이라 그런지 계절은 2주 이상 빠른 것 같다. 해발 365m인 첫 봉우리 옥암봉에서 한숨 고르고 산행을 계속했다. 수우도를 비롯한 작은 섬들이 올망졸망 모여 빛난다. 지리산이 보인다 해서 지리망산(智異望山)이 본명인데 요샌 아예 '398m, 지리산' 표지석이 있는데 지리산에게 혼쭐날까 봐 한글 표지석이었다. 지리산의 바위들은 독특했다. 시루떡을 반듯하게 잘라 놓은 듯 비스름하고 날카고운 것들이 한 두 곳이 아니어서 지질학도들의 학습장으로 적격일 듯 싶다. 월암봉을 오르내리니 숨이 찼다. 길을 잃을 만한 바윗길 싸리나무 끝에서 하얀 손수건이 펄럭인다. 등산로 안내 리본이려니 하며 지나치다 보니 코로나 필수품 하얀 마스크다. 등산로 길들이 만나는 삼거리 휴게소는 개장 휴업 상태로 파라솔과 쓰레기 봉투들만 나 뒹굴고 을씨년스럽다. 등산 때 마셨던 페트병들이 여기저기 수북하다. 지금 지구촌은 코로나로 신음 중이어서 남한 100대 명산인 이 산도 중병을 앓고 있다. 등산로도 마다 야생화들이 소박한 미소로 반기며 산새들 노래소리로 조분하다. 바다새도 해풍을 타고 비상한다. 불모산 가마봉-구름다리-옥녀봉을 오르내린다. 상도와 하도를 연결한 사랑대교가 희뿌옇다. 육지와 바다 사이 수 많은 섬들이 장관이다. 대항마을과 해수욕장이 백합껍질처럼 앙증맞고 예쁘다. 숨이 차고 허벅지와 장딴지가 알이배겨 쑤시며 힘이부치지만 나이와 체력을 가늠해 본다. '세월엔 장사 없다.'는 말이 해풍에 날린다. 지난 세월 30~40대 때 전국명산들을 누비던 날들이 씁쓸하다. 이젠 아련한 추억일 뿐이다. 잠자리를 예약치않고 왔기에 하산을 서두른다. 보이지 않는 죽음의 저승사자, 바이러스를 차단했던 마스크가 나뭇가지에 걸쳐 펄럭이며 등산로에도 나뒹군다. 벌써 다섯 개째다. 얼마나 무겁기에 버리고 갔을까? 5시간 동안 스쳐 간 사람들은 20명 남 짓한데…. 마음이 무겁다. 실체도 없는 바이러스를 찾아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며 목숨을 걸고 장기간 거룩한 싸움을 하는 의료진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이럴 순 없다. 코로나바이러스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나 또한 자가근신을 못하고 일상을 탈출한 죄일까? 못볼 걸 많이 본 탓인지 내내 마음이 무겁고 언짢다. 이튿날 풍경 몇 컷을 남기려 콜 밴을 불러 타고 상, 하도를 두루 살핀 뒤 섬을 떠났다. 오월을 짝사랑한 죄로 다시 찾은 사량도, 아니 옴만 아니봄만 못했다. 아니다 때를 잘 못 맞췄나 보다. 지금은 집 콕을 해야 할 때다. 김재환 수필가는 <수필과비평>으로 등단하여 진안문인협회 회장, 전북수필과비평작가회의 회장 역임을 역임했으며 수필과비평문학상, 향촌수필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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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01 17:22

전북자원봉사센터 선거개입 사례, 민주당 경선제도 변화 없으면 재발

전북자원봉사센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횡령 의혹’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당원 명부가 발견되어 시작되었다. 지난달 30일, 전주지검은 경찰로부터 송치된 30여 명의 피의자들을 수사하여 최종적으로 송하진 전 지사의 부인 및 측근, 자원봉사센터장 등 1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송하진 지사의 정치 인생 16년을 돌아보며 유종의 미를 거두려는 상황에서 핵심 관계자들 다수가 입건되어 안타까움을 주었다. 최근 들어 더불어민주당 당내 경선에 활용하기 위한 권리 당원 모집과 여론조사 응대를 위한 각종 불법 사실이 경찰과 검찰 수사로 속속 밝혀지고 있다. ‘경선 브로커 사건’도 당내 경선에 불법적 여론 조작 및 권리당원 모집, 물질적 지원을 기반으로 해서 발생한 사건이다. 장수 사례에서 보듯이 여론조사 대리 응대, 핸드폰 주소지 변경, 유령, 동원, 대납 당원 등 수법도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사건 대부분의 피의자들은 “왜 자신들만 문제 되느냐?” 고 반문할 것이다. 전북지역은 더불어 민주당의 텃밭으로 수십 년을 지내오며 경선 과정에 대한 불법적 개입이 이미 도를 넘은 지 오래되었다. 일부 농촌 지역의 여론조사 응답률이 40%를 넘는데서 알 수 있듯이 경선 승리로 공천을 받기 위한 입지자들의 조직적 대응은 초고도화되었다. 과거에는 셀프(?) 여론조사를 통해 문항이나 직책, 시간대를 교묘하게 조작하여 여론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거나 특정 사무실에 다량의 전화를 설치하였다면 현재는 수법을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불법 경선 방법이 진화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당내 문제라며 소극적이던 수사당국이 적극적인 수사로 전환하여 당내 경선 과정의 문제로 수사받는 일이 비일비재해졌다는 것이다. 선의의 경쟁과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할 민주당 내부 경선이 경선 승리는 곧 당선이기에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불법의 놀이터가 되었다. ‘일단 되고 보자. 공천이 우선이다. 패배하면 모든 것을 잃는다.’라며 불법을 서슴없이 행한다. 대부분의 경선 후보들도 거의 비슷한 권리당원 모집 방식을 하고 있어 교도소 담장 위에 서 있다고 자위하며 진흙탕 싸움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지방 선거 전후의 전북지역에서 불법 선거의 내용들을 보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도민의 심판 전에 정당 스스로 즉각 불법을 방어할 경선방식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더불어 민주당은 이처럼 왜곡된 경선 방법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공정한 경쟁을 위한 방법들을 모색하며 변화를 이끌어내어야 경선 과정의 수많은 불법 행위를 막아내고 당내 경선이 사법처리로 얼룩지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번 전북자원봉사센터 사건은 아무것도 아니다. 행정의 보조금을 받는 단체나 위탁기관 등은 신분상의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서나 재계약, 재위탁을 위해 대부분 암암리에 당원 모집을 강요받아 왔고 어떤 기관은 스스로 알아서 준비하여 무기화하거나 충성 경쟁하는 모습을 보인 지 오래이다. 드러난 사건을 일벌백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행정이 정치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안전장치를 더욱 구체화하여 힘없는 단체 구성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선거 개입에 휘말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민주당의 안일한 자세가 애꿎은 단체 구성원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는 것이다. 경선꾼들의 놀이터가 되고 애꿎은 전과자를 양산하는 민주당 경선 방법을 더 이상 방관해서는 전북 지역 전체가 왜곡된 민주당 경선에 의해 오염될 것이다. 아니 이미 대다수가 오염되었다. 경선 왜곡으로 건전한 정치 발전을 가로막고 새로운 정치 신인의 접근을 제한하는 경선 제도를 획기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민주당 경선의 대대적인 수술을 통해 민주당 경선에 많은 정치 신인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결국 민주당 경선제도의 변화가 답이다. /김영기 객원논설위원(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지방자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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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01 14:27

한파(寒波)를 마주하는 방법

한파(寒波)는 글자 그대로 차가운(寒:cold) 파도(波:wave)다. 겨울철 시베리아 고기압의 영향으로 급격하게 기온이 떨어져 갑작스러운 매서운 겨울 추위가 파도처럼 몰려올 때 한파 주의보나 한파 경보를 발령한다. 시골에서 한파에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수도꼭지를 조금 열어 수도관이 얼지 않게 하는 일이다. 계량기가 동파되지 않도록 이불로 싸고, 여기저기 바람 들어오는 구멍도 막아야 한다. 그런데 막상 영하 10도의 한파를 맞이해 보면 그냥저냥 견딜 만하다. 미리 준비를 철저히 해서인지, 아니면 매서운 추위가 올 것이라 마음의 채비를 단단히 해서인지 생각했던 만큼 차가운 파도가 아니다. 위기는 미리 알고 맞이하면 위기가 아니다. 아무런 준비와 예측 없이 맞이한 위기가 진짜 위기다. 위기는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것이고, 예상하지 못했을 때 그 피해가 커진다. 아열대 지역인 대만에서 영상 4도에 한파를 이기지 못하고 90명이 숨졌다는 소식도 있고, 인도나 홍콩에서 영상 기온의 추위에 많은 사상자가 나왔다는 뉴스도 들린다. 경험도 없고, 준비도 하지 않으면 작은 파도에도 쉽게 무너진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인생의 여정에도 한파가 있다. 그러나 예측한 대부분의 한파는 잘 견뎌낸다. 건강이나 재정적 어려움이 예측이 되었다면 이미 대비도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에 부지런히 건강을 체크하고 조심하면 그만큼 다가올 위기의 강도는 낮아진다. 불확실한 경제상황에 대비하여 비용을 줄이고 대비하면 경제 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다. 그러나 예측하지 못하고,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시련의 파도를 아무런 대비 없이 마주하면 쉽게 넘어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설마 이 정도에 내가 무너지겠어?’라는 자만과 안도가 파도의 크기를 더욱 키운다. 아무런 준비 없이 호언장담하며 맞이한 시련이기에 순식간에 붕괴를 만나게 된다. ‘조직이 혼란(亂)에 빠지는 것은 안정(治)되었다고 안심할 때 시작된다(亂生於治, 난생어치). 용기(勇)를 자랑하는 사람이 순간 겁쟁이(怯)로 변한다(怯生於勇, 겁생어용). 강(强)하다고 자만하는 사람이 약(弱)자로 변하는 것은 시간문제다(弱生於强, 약생어강).’ <손자병법>의 저자 손무(孫武)는 군대 조직이 무너지고, 병사들이 겁쟁이가 되어 나약해지는 위기를 맞이하는 이유를 자만이라고 정의한다. 완전하다고 생각했던 조직이 순식간에 혼란에 빠져 몰락하는 것은 호언(豪言)과 장담(壯談)이다. 호탕하게 자신의 강함을 떠들어 댔기 때문에 아무런 대비도 없었고, 준비 없이 맞은 펀치 한 방에 손쓸 틈도 없이 무너지는 것이다. 어떤 위기에도 끄떡없다고 자신했던 조직의 몰락을 보면 허탈하기까지 하다. 그토록 강하고 용감했던 사람이 한 순간 겁쟁이가 되고 나약해 지는 것을 보면 강한 게 영원히 강한 것이 아니고, 센 게 영원히 센 것이 아니다. 치란(治亂)과 용겁(勇怯)과 강약(强弱)은 영원한 것이 아니며, 잠깐의 방심과 자만 때문에 역전되고 뒤집어진다. 그것이 우주가 운동하는 반(反)의 방식이다. 그토록 강해 보였던 사람이 무너지면 한 순간에 나약한 겁쟁이도 될 수 있고, 그토록 강했던 조직이 한 순간 모래알처럼 부숴 질 수 있고, 그토록 정돈 되었던 조직이 한순간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이야기는 우리의 가슴을 섬뜩하게 한다. 잘 나가던 사람, 안정된 가정, 권력을 쥔 정당, 승승장구하던 기업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망하는 것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잘나갈 때 더욱 조심해야 한다. 강할 때 더욱 경계해야 한다. 편안할 때 더욱 두려워해야 한다. 지금의 승리에 도취되면 영원히 승리를 유지하지 못할 것이다, 강한 자는 무너지고, 안정된 조직도 하루아침에 몰락할 것이다. 차가운 파도, 겨울 한파를 맞이하여 이길 수 있는 방법은 확실하다. 겸손하고, 준비하고, 대비하고, 경계하고, 조심해야 한다. 그래야 한파(寒波)가 평범한 파도, 평파(平波)가 된다. /박재희 석천학당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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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01 13:56

전주 리싸이클링타운 안정적 운영체계를

민자투자 방식으로 건설·운영되고 있는 전주 종합리싸이클링타운에 대한 안정적인 운영체계 확립이 시급하다. 각 가정과 상가 등에서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와 각종 재활용쓰레기, 하수슬러지 등을 한 곳에서 재처리해 자원화하는 이 시설은 가동 초기부터 숱한 파열음을 냈다. 우선 주민지원협의체 구성과 주민 지원 방식 등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주민협의체가 반입 쓰레기에 대한 성상 검사를 강화하면서 쓰레기 수거와 반입·처리가 지연돼 전주시내 곳곳에 쓰레기가 방치되는 쓰레기 대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 시설의 기계 고장이 잇따라 발생했고 노사갈등으로 인한 파업도 이어졌다. 게다가 재활용품 선별시설은 지난 8월 초 화재가 발생해 4개월째 가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전주 종합리싸이클링타운은 국비와 민간투자금 등 총 1100억여원이 투입돼 지난 2016년 11월부터 가동된 공공시설이다. 수익형 민자사업(BTO) 방식으로 건립된 이 시설물은 전주시로 귀속되는 대신 ㈜전주리싸이클링에너지가 20년간 관리·운영권을 갖고 전주시에서 매년 처리비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시설이 가동되면서 보다 쾌적한 도시환경을 조성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시민들의 기대와 달리 잦은 기계·설비 고장과 악취, 산재, 노사갈등이 끊이지 않으면서 이 공공시설은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전주시민에게 돌아갔다. 전주시가 시설을 운영하는 기업에 시민세금으로 막대한 관리·운영비를 지급하면서도 항상 쓰레기 대란과 악취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주 종합리싸이클링타운은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안정적인 생활 유지에 필요한 사회기반시설이다. 민간자본에 맡긴 이 시설이 안정적인 운영에 대한 믿음을 주지 못한다면 시민들은 일상생활에 대한 불안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전주시는 사회기반시설인 종합리싸이클링타운이 더 이상 사고나 고장·환경 문제 등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안정적인 운영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시민의 쾌적한 일상을 책임져야 하는 지자체가 시설을 직영하는 방안도 심도있게 검토해 볼 일이다. 또 시민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주민지원협의체와의 갈등과 마찰도 더 이상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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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12.01 13:27

공모 따낸 수산물유통센터 무산이라니

치열한 경쟁 끝에 따낸 국비사업을 이런 저런 이유로 마무리하지 못하고 무산시킨다면 행정의 신뢰성이 무너질 뿐 아니라 지역주민의 실망 또한 클 수밖에 없다. 중앙부처에서 볼 때 전북의 자치단체는 신뢰를 상실, 결과적으로 제3의 공모사업 확보가 훨씬 어려워짐은 물론이다. 군산시가 지난해 해수부 공모사업에 선정된 ‘수산물산지거점유통센터(FPC : Fisheries Products Processing & Marketing Center)’ 사업이 대표적 사례다. 민간사업자가 폐기물 처리비용 및 건축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자부담 확보는 물론 운영자금 조달이 어렵다며 사업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국비도 반납됐다. 이로 인해 수산물산지 거점유통센터는 어민들의 숙원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유일하게 전북에만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국비보조금 사업을 추진하면서 민간사업자의 자금력이나 추진의지 등을 꼼꼼히 점검하지 못해 일어난 일로 향후 정부가 추진하는 또 다른 공모사업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수산물산지거점유통센터는 산지에서 수산물 매입·위탁, 물량을 집적화해 전처리·가공 등을 거친 뒤 상품화하거나 대형 소비처에 공급하는 곳을 말한다.해수부는 지난 2012년부터 추진해왔으며 현재 9곳이 운영 또는 건립 중이다. 전국 3개 지자체가 경합을 벌여 군산시가 따낸 이 사업이 계획대로 됐더라면 산지에서 매입한 해삼(700t), 꽃새우(700t) 등을 전처리·가공해 부가가치를 높여 수출하거나, 학교급식이나 로컬푸드시스템을 통해 공급할 것으로 기대됐다. 공모 선정에 따라 민간사업자 ㈜해진은 내년까지 자부담 18억원 등 총 60억원을 들여 해삼·꽃새우 수산물산지거점유통센터 등을 신축할 계획이었다.하지만 민간사업자는 지난 7월 사업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이 사업이 끝내 좌절됐고, 결국 국비도 반납됐다. 허망한 일이다. 민간사업자의 경우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경제불황의 여파로 인해 부득이하게 공모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충분히 있겠으나 전북도나 군산시는 도대체 어떻게 사업자를 선정했기에 이러한 우를 범했는지 선뜻 이해하기가 어렵다.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마인드로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는 점에서 유사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고 이번 사안에 대한 책임 소재도 분명히 가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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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12.01 13:16

정부·여당, 청소년시설 두고 갈등 조장 말라

전북과 광주가 청소년 시설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정부 공모에서 전북 익산이 선정되자 탈락한 광주가 이름만 다른 유사한 시설을 짓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것은 정부 공모사업의 정당성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이웃간에도 도리가 아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국민의 힘 광주시당이 앞장서고, 여성가족부가 맞장구를 치는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정부·여당이 나서 지역간 갈등을 부추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8월 국립호남권청소년디딤센터 공모에서 전북 익산을 최종 선정했다. 이 사업은 청소년보호법 제35조를 근거로 정서·행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소년(9-18세)을 돕기 위해 거주형 시설로 지어 운영토록 하는 것이다.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가 2012년 경기도 용인에 개원했고, 2021년 국립대구청소년디딤센터가 영남권에 개원했다. 이어 지역균형 차원에서 호남권에도 시설을 짓기로 하고 정부가 공모에 나서 익산시 함열읍 와리 일대를 낙점한 것이다. 이 시설은 정서·행동 장애를 겪거나 인터넷 과의존으로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상담·치료·보호·자립·교육' 등의 전문적이고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다. 이를 위해 상담실과 심리검사실, 음악치료실, 직업교육실, 공연장, 체육관, 기숙사 등이 들어선다. 현재 용인과 대구 디딤센터에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나 우울, 불안, 학교 부적응, 대인관계 등에 문제가 있는 청소년 60명씩이 12주 과정으로 입교해 교육을 받고 있다. 이 시설 유치를 위해 전북도와 익산시는 도내 대학과 도교육청, 농촌진흥청, 병원, 청소년단체 등이 대거 나서 민간추진위원회를 꾸리고 릴레이 챌린지 등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광주시 역시 학교와 아동청소년시설, 시민단체, 사회복지기관 등 174개 기관이 유치준비위원회를 만들어 범시민 서명운동을 벌인 바 있다. 어쨌든 결과가 나온 만큼 광주시는 이에 승복해야 한다. 정치권을 동원해 유사기관을 만드는 것은 편법이요 꼼수에 불과하다. 역으로 생각해 광주지역 국가공모사업에 전북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다면 어쩔 것인가. 더욱이 정부·여당이 나서 이를 추진하는 것은 국민을 분열시키고 갈등을 증폭시키는 행위가 아니고 무엇인가. 정부·여당은 이 문제가 더 곪아 터지기 전에 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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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11.30 16:52

섬티아고와 새만금수변도시

천사섬 신안에는 물이 빠져 열린 노두길을 잇는 순례의 길이 있다. 세계적 순례길인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빗대 섬티아고 라고 부른다. 12사도 순례길인데 요즘 실버 세대는 물론, 젊은이들에게도 매우 인기몰이를 하는 곳이다. 병풍도에 딸린 대기점도·소기점도·소악도·진섬 그리고 딴 섬을 잇는 길이다. 신안군 증도면에 있는 이 작은 섬들에 국내외 작가 10명이 예수의 제자 12사도의 이름을 딴 12개의 작은 교회를 만들었다. 베드로의 집, 안드레아의 집, 야고보의 집, 가롯 유다의 집…하는 식이다. 신안의 풍광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교회 건물이 마치 그리스 산토리니섬을 보는 것 같다. 이 길을 더욱 신비롭게 하는 것은 물이 차면 사라졌다가 약 3~4시간 뒤에 하루 두 번 물이 빠지면 길이 열리는 노두길이다. 신비스런 풍경을 가졌다 하여 기적의 순례길로도 불린다. 12사도 성지들은 글로벌 예술가들이 만든 건축-조각-회화-아르누보 작품들이다. 번쩍하고 스치는 아이디어 하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섬티아고에서 새삼 발견하게 된다. 남의 떡이 커 보여서 그렇지 전북에도 기가 막힌 풍경과 사연을 담은 섬들이 많다. 부안 위도가 그렇고 선유도. 신시도를 비롯한 고군산열도가 그렇다. 핵심은 얼마나 빼어난 자원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것 못지않게 어떻게 상품화하고 마케팅하는가에 달려있다. 며칠 전 군산 출신 강태창 도의원이 다소 생소해 보이는 ‘전라북도 섬발전기본조례안’을 발의했다. 지속가능한 섬 발전과 섬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섬 관련 종합계획 수립과 섬의 날 기념행사 추진, 섬 발전 자문위 설치 등을 담고 있다. 그는 “시의원 때부터 섬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막상 살펴보니 다른 시도와 달리 전북은 섬 관련 조례가 없었다”며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섬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지속 가능하고 개별 섬 지역의 특성이 반영된 발전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안 위도와 더불어 고군산열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빼어난 풍광과 역사를 자랑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가족 성당)는 가우디라고 하는 천재 건축가의 손에 의해 세계적인 명소로 거듭났다. 새만금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조성할 것인지는 순전히 우리 세대의 몫이다. 새만금수변도시는 방향과 함께 속도가 매우 중요하다. 새만금수변도시개발을 총괄하는 한 책임자는 2020년 말 통합계획이 수립되면서 자신의 집무실 책상에서 사르라다 파밀리아 사진을 치웠다고 한다. 깊은 고민 끝에 디자인이 끝난 만큼 이젠 속도전이 관건이라고 본거다. 숙고를 거듭하며 도출된 결론이라면 그때부터는 논쟁은 중단하고 서둘러야만 한다. 그게 바로 로마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말한 ‘천천히 서둘러라’라는 경구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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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2.11.30 14:59

내년 3월 조합장 선거, 이번엔 달라져야 한다

내년 3월 8일 치러지는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의 열기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조합장선거는 선관위에서 관리한다. 과거 조합별 자체 규정이나 정관으로 각각 선거를 치르면서 과열·혼탁선거로 얼룩지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2015년부터 선관위 위탁선거로 바뀌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기대와 달리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금품수수와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얼룩진 혼탁선거 양상이 단번에 척결되지는 않았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도 어김없이 전국 곳곳에서 불법 및 비리 의혹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산림청이 지난 9월 전국 1353개 농·수협 및 산림조합의 조합장을 선출하는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의 선거업무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하면서 공식 선거일정은 이미 시작됐다. 선관위가 일찌감치 금품수수 등 불법행위에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며 공명선거 의지를 밝혔지만, 이번에도 불법·혼탁선거에 대한 우려는 떨치기 어렵다. 총선이나 지방선거에 비해 선거인수가 적은 조합장선거에서는 그 속성상 서로 잘 아는 마을 조합원 간에 오래전부터 은밀하게, 또는 관행적으로 각종 불법행위가 이뤄지는 사례가 많은 게 사실이다. 내년 3월 조합장 선거는 지난 2015년 선관위가 위탁받아 관리한 이후 세 번째 치르는 선거다. 이제 채 100일도 남지 않았다. 이번에는 달라져야 한다. 선거가 끝난 후 불법·부정선거 논란과 함께 사법처리가 이어지면서 지역사회가 극심한 홍역을 앓는 일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관련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다시 나온다. 물론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입후보자와 조합원들의 공명선거 실천 의지가 중요하다. 얼굴 알리기에 나선 입지자들과 유권자인 조합원들이 공명선거 실천 의지를 다시 한 번 새겨야 한다. 우선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를 치러내 금품선거·혼탁선거의 오명을 떨쳐내야 한다. 유권자들의 의식변화도 요구된다. 개인적 친분이나 손익계산을 떠나 ‘어느 후보가 조합을 잘 이끌어갈 경영 전문가인지’, 냉철하게 판단하고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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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11.30 14:13

남원몫 정원 활용한 국립공공의전원 조속히 추진하라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통상 공공의대법이라 불렀으나 남원지역에 추진하는 것은 4년제 의학전문대학원 이므로 본 지면에서는 타시도가 주장하는 6년제 공공의대와 차별을 기하기 위해 남원국립공공의전원법(이하 남원공공의전원)이라 칭하기로 한다. 1995년 지리산 권역의 의료취약지구를 개선하기 위해 서남의대정원이 배정되었다. 2018년 4월 당정은 기존 서남의대정원 49명을 활용하여 남원에 공공의전원을 만들기로 합의하였으나 코로나 사태와 의협의 반대 등으로 진행되지 못하였다. 지난 9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폐교된 서남의대 정원을 활용하는 것이므로 의료계가 반대할 이유가 없으니 신속한 법안처리를 약속하였다. 그러나 지난 11월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2법안심사소위 간사인 국민의힘 강기윤의원을 중심으로 반대가 심해 법안 상정이 무산되었다. 강의원은 국립창원대 의과대학 설치에 관한 특별법을 2020년 8월 발의한 상태다. 법안상정의 불발은 형식적으로는 국민의힘과 의협의 반대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의대신설법안만 11개에 달할 정도로 지역이기주의에 빠진 정치권의 이해관계와 의대유치를 통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함 때문이다. 남원공공의전원은 기존 서남의대정원을 활용한 4년제 의학전문대학원이고 기타지역의 법안들은 의사정원의 확대를 전제로 한 6년제 의과대학이므로 이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추가로 의대정원을 늘리는 것이 아닌 기존 의대정원 3058명 이내에서 의전원이 설치되는 것이므로 의협에서 반대할 이유도 없고 국민의힘이 반대할 사안은 더 더욱 아니다. 국민의힘이 의정협의를 핑계로 소극적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정원과 관련된 협의는 당연히 필요하지 않다. 이미 교육부 소속의 「국가·특수법인 대학설립심의위원회」에서는 서남의대정원 49명을 활용한 남원공공의전원 설립의 타당성도 심의·완료하였다. 의협은 남원공공의전원 설립을 기화로 추가적인 의대정원확대를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법률안의 부대의견으로 “정부는 이 법에 따른 공공의대를 설립할 때 그 소재지는 전북 남원시로 하며 한 학년의 입학정원은 49명으로 한다”는 규정을 둔다면 의협은 정원확대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남원공공의전원법안 제30조에 따르면 10년간의 의무복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면 의사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이 조항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공공보건의료의 강화를 통한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는 목적으로 설립하는 것이므로 목적이 정당하며, 의사면허의 취소는 의료법과 다른 법제도에도 존재하므로 수단의 적절성도 있다. 또한 의료취약지구를 해결하기 위한 공익이 보다 크기 때문에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고 있다. 따라서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아 합헌이다. 다시한번 주장한다. 남원에 추진하는 공공의전원은 폐교된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을 활용하는 것이므로, 그 본적지는 남원이라는 점을 타 시도는 분명히 인식하기 바란다. 따라서 그 어떠한 명분과 이유로도 타 지역으로 본 정원을 이전할 수 없고 이전해서도 아니 된다. 또한 의대정원 증원과 무관하고 의사의 기득권을 침해하지 않으므로 의협은 남원공공의전원의 추진에 발목 잡지 마라. 국회는 의대정원을 확대하여 6년제 의대를 신설하려는 다른 공공의대법안과 절대로 연계해서는 아니 되며 남원공공의전원법안을 최우선적으로 처리하라. 민주당은 집권 당시 이 법을 제정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고 즉시 제정에 필요한 모든 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 국민의힘과 합의해서 법안을 조속히 처리하도록 하되, 국민의힘이 끝까지 반대하면 다수결원칙과 신속안건처리규정 등을 적용해서 조속히 국회 의결을 이끌어내야 한다. 남원시민은 참을 만큼 참았다. 서남대 폐교와 남원공공의전원 추진 불발에 따른 어려움으로 고통 속에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더 이상 명분 없는 정쟁을 중지하고 남원몫인 남원공공의전원을 조속히 추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김대규 남원공공의대추진 시민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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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30 13:48

김관영지사가 소(牛)를 키우지 않으려면…

우리는 평소에 ‘특별(特別)’이라는 단어를 자주 즐겨 사용한다. ‘특별시’,‘특검’,‘특위’,‘특별손님’,‘특곰탕’ 등등 쓰임새도 다양하다. ‘특(特)’이라는 단어에는 ‘나는 남과 다르다’는, 원초적으로 우월적 지위를 갈망하는 인간 내면의 본성이 반영되어 있다. 중국 최초의 자전을 집필한 후한 허신(許愼, AD 58~ 148)의 ‘설문해자’에 따르면 ‘특(特)’이라는 한자어는 ‘소(牛)를 기르던 관청(寺)’이라는 뜻이다. 고대 농경사회에서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거나 희생제물로 쓰이는 소는 매우 귀한 짐승이었고 관청에서 특별하게 관리된 것에서 유래되었다. ‘별(別)’이라는 한자어 역시 중국 상(商)나라 시절 갑골 상형문자를 만들 때 칼로 뼈에서 살을 발라내어 분리하라는 뜻에서 나왔다. ‘특별’이라는 단어는 이미 사용될 때부터 이미 구별되는 ‘귀한’ 대접을 받아왔다. 전북도민의 숙원사업이라는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이 지난 2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통과했다고 한다. 실질적 자치권을 가진 특별자치도로 승격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됐다며 도내 정치권은 여야 가릴 것 없이 환영 일색이다. ‘특별자치도’란 대한민국의 행정구역으로, 관련 특별법에 근거해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받는 구역을 말한다. 행정과 재정 부문에서 중앙정부가 갖고 있던 권한과 기능 중 일부를 부여받으며, 재정 특례를 통해 중앙정부로부터 다양한 재정 지원을 받는다. 우리나라에서 ‘특별자치’ 지위를 부여받아 운영되고 있는 지역으로는 제주특별자치도와 세종특별자치시가 있으며 강원도는 2023년 6월께부터 세 번째 광역 행정단위 특별자치도가 된다. 만약 바람대로 연내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전북이 네 번째가 되는 셈이다. 전라북도에 ‘특별’이 붙는다면 당장 위상이 달라질까? 솔직히 말하면 의문부호가 붙는다. 2006년 출범한 제주특별자치도가 16년이 넘었지만 제주도민들의 반응은 여전히 엇갈린다. 국제자유도시 조기 실현을 위해 외교·국방·사법 등 국가존립사무를 제외한 모든 사무를 이양받기로 했으나 여전히 타 지자체와의 형평성 논리 등에 발목 잡혀 주요 권한 이양과 예산 지원은 요원하다는 불만이 상존한다. 특별한 지역이 갖는 ‘특별함’이 이미 사라졌기 때문에 준연방제적 분권 국가를 위한 헌법적 지위를 확보해야 한다는 소리를 제주도민들이 내는 것을 보면 훨씬 불리한 위치에서 출발할지도 모르는 ‘전북특별자치도’는 앞으로 많은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특별자치도의 진정한 완성을 위해서는 자기 결정권이 보장되는 중앙행정권한의 과감한 이양과 함께 무엇보다도 재정적 확보가 필요하다. 연방제 국가로 지방 자치권을 전폭적으로 보장하는 미국의 경우 디트로이트시가 2013년 180억달러 부채를 갚지 못해 파산하고,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의 유바리(夕張) 시가 파산을 경험한 것은 지자체의 독립은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큰 의미가 없다는 교훈을 준다. 강원도의 레고랜드 보증채무 미이행 사태로 지자체는 물론 국가 경제 전체가 흔들리는 여파를 겪으면서 ‘특별’이라는 수식어가 ‘특별한 삶’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를 위해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에 앞서 김관영 도지사를 비롯한 도내 공직사회의 자질과 경쟁력은 어느 정도의 위치에 서 있는지, 마스터플랜 수립은 적절한지, 도민들의 여론은 제대로 수렴되고 있는지 지금부터 꼼꼼하게 반문해봐야 한다. 잘못하면 ‘특(特)’이 갖는 어원처럼 소나 키우던 관청의 시대로 돌아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민경중 한국외대 초빙교수·전 방송통신심의위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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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30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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