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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옴시티와 대한민국 신도시

사우디아라비아의 초대형 미래 스마트 신도시 사업인 ‘네옴시티(NEOM CITY) 프로젝트’가 다시 관심을 끈다. 지구촌을 술렁이게 한 이 초대형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최근 방한하면서 나라가 들썩였다. 그리스어와 아랍어로 ‘새로운 미래’라는 뜻의 네옴시티는 서울 면적의 44배에 달하는 거대한 친환경 미래도시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총 사업비가 무려 5000억달러(약 670조원)에 달하는 이 미래 신도시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그 거대한 스케일 때문만이 아니다. 우선 세계 굴지의 산유국에서 ‘탄소제로 도시’를 추구했다는 점이 놀랍다. 또 고정관념을 깨고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새로운 미래도시를 그렸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마저 든다. 실제 ‘무모한 계획이다’‧‘허상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지만 그럴수록 관심은 더 커진다. 머나먼 중동 사막에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되는 이 첨단 신도시에 관심이 쏠릴 무렵 국내에서도 신도시 착공식이 열렸다. ‘인천계양 테크노밸리 공공주택지구 조성공사’다. 수도권 서남부에 조성될 인천 계양지구는 지난 2019년 정부가 지정한 제3기 신도시 5개 지구 가운데 가장 먼저 첫 삽을 떴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국토교통부는 인천 계양지구를 시작으로 다른 3기 신도시들도 내년 상반기부터 순차적으로 공사를 시작할 방침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제3기 신도시가 첫 삽을 뜨기도 전에 발표된 제4기 신도시도 속속 공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허허벌판 사막 위를 일직선으로 가로지르는 태양열 자급자족 도시로 계획된 네옴시티에는 석유부국 이상의 국가를 꿈꾸는 사우디의 야심이 담겨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신도시 사업의 일부인 ‘더 라인’의 조감도를 공개하면서 “이 도시는 인류가 도시생활에서 직면한 난제를 해결하고 대안적 생활방식을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새삼 우리나라의 신도시 정책을 돌아보게 한다. 국내에서도 이제 스마트시티, 미래형 도시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이에앞서 철저하게 수도권만을 대상으로 디자인해온 국내 신도시 정책이 과연 그 취지에 맞는 성과를 거뒀는지, 부작용은 없었는지부터 짚어봐야 한다. 지난 1989년 분당 신도시를 시작으로 추진된 수도권 신도시 개발은 서울의 주거 및 교통문제 해소를 목적으로 했다. 인류가 도시생활에서 직면한 난제가 아닌 수도권 인구 집중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리고 획기적인 대안이 아닌 단순히 기존 수도권의 공간적 범위를 확장해 놓은 게 대한민국의 신도시다. 서울지역 주택난 해소에 중점을 두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 위주로 조성된 수도권 신도시는 자족기능을 갖추지 못하고 베드타운이 돼 버렸다. 서울 인근에 대규모 주거지구를 조성한 뒤 광역교통망을 통해 서울의 기반시설과 연계하는 방안으로 설계된 신도시는 결국 수도권 과밀화를 부추길 뿐이었다. 신도시에 다시 인구가 몰리면서 똑같은 도시문제가 되풀이됐고, 이를 풀어내는 방안은 3기, 4기로 이어지는 신도시였다. 결과적으로 신도시는 지방의 인구 이탈을 부추기고 인구와 산업의 수도권 집중을 가속화했다. 인구절벽 시대, 수도권으로의 인구 이탈까지 겹쳐 말라죽어가는 지방도시의 소울음을 외면한 채, 서울행 광역교통망 등 주거여건을 강조하며 도시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국토부의 신도시 홍보 문구가 거슬린다. 수도권은 신도시 정책에도 불구하고 인구 과밀에 따른 부동산 가격 상승, 교통혼잡 등으로 도시 성장에 한계를 맞았다. 수도권공화국 대한민국이 맞닥뜨린 이 같은 난제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새롭고 획기적인 도시정책을 고민해야 할 때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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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2.11.22 07:09

반드시 넘어야 할 새만금 하이퍼튜브 예타

국토교통부와 전북도는 지난 10월 말 예비타당성조사에서 탈락한 새만금 하이퍼튜브 사업을 축소해 재신청키로 했다. 이번에는 철저한 준비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당초 하이퍼튜브 종합시험센터 사업은 새만금 농생명용지 1~3공구에 2024년부터 2032년까지 9046억원을 투입해 시험선로 12km와 연구동, 차량기지 등을 건설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전북도는 시험센터 구축과 실증, 연구와 연계된 관련기업 유치를 통해 앞으로 20년간 9조8000억원의 경제효과를 기대했다. 그러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예타에서 탈락함으로써 자칫 이러한 기대가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컸다. 이번 재신청에서는 탈락 사유로 꼽히는 시험센터 건립 이후 불분명한 상용화 계획과 시속 1200km 이상의 빠른 주행으로 인한 안전 대응 미흡 부분을 대폭 보완해 제출키로 했다고 한다. 또한 사업 기간도 기존 9년에서 6년으로 단축하고 예산 규모도 축소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등에서 하이퍼루프로 불리는 하이퍼튜브는 꿈의 5세대 이동수단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드론과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UAM(도심형 항공모빌리티)에 이은 첨단 교통수단으로 아직 미국과 일본 등에서도 성공하지 못한 분야다. 진공과학기술, 진공밀봉, 자기부상기술 등을 실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자기부상열차가 진공 터널을 달리는 형태인 이 기술이 개발되면 빠른 이동에 비해 건설 비용이 훨씬 적게 들고 소음 문제도 거의 없다는 게 장점이다. 새만금지역에 하이퍼튜브가 계획대로 성공하면 세상이 바뀌는 대변혁이 기대된다. 국가적으로 서울에서 부산이 20분에 주행이 가능해져 전국이 1일 생활권에 들며, 수도권 집중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나아가 미래 수출산업으로 성장 가능성도 크다. 새만금지역에도 커다란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새만금은 그동안 신재생에너지 이외에는 투자가 부진했으나 첨단 산업과 연구 인력이 들어옴으로써 하이퍼튜브의 메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국토교통부와 전북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적한 탈락사유를 면밀히 검토해 연구뿐 아니라 상용화와 안전 문제에 대한 구체적 대안을 제시했으면 한다. 또한 전북 정치권도 긴밀히 협조해 도민들을 실망시키지 않길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11.21 18:39

속인대서 속을까? 내 아이는 죽었어도 봄은 다시 올 텐데

조선시대 시인 홍세태(洪世泰1653~1725)의 「유감(有感)」이라는 시에는 자식을 잃어버린 후에 맞은 어느 봄날의 허전함이 절절하게 배어 있다. “전에는 우리 아이와 옆집 아이가 함께 놀았었는데, 오늘은 옆집 애만 홀로 왔구나. 봄바람에 꽃다운 풀, 고운 꽃들, 어느새 또 못가에 가득건만(昔與隣兒戲, 隣兒今獨來. 東風芳草色, 忽復滿池臺).” 세월은 가고 산 사람이라서 살다보면 이태원에서 죽은 자식도 더러 한두 시간 씩은 잊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풀과 꽃이 새 생명으로 다시 피어나는 어느 봄날 불현듯 ‘내 자식은?…’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부모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참사를 막지 못해서 내 자식이 죽었다’는 사실을 다시 절감해야 하는 부모는 그 원통함을 어떻게 삭일 수 있을까? 이태원 참사는 주최 측이 없는 자발적 집회에 대한 통제 매뉴얼이 없어서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크게 터지고 말았다는 점을 설령 인정한다 하더라도 ‘정부 윗선’사람들의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주최 측’, ‘매뉴얼’ 이런 거 따지기 전에 “정부는 어떠한 경우에라도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해야한다.”는 큰 전제가 있기 때문이다. 10만 이상의 인파가 몰리리라는 점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행정안전부도, 서울시도, 서울시 지방경찰청도 아무런 예방조치를 안 했다는 점에서 유가족들은 가슴이 찢어질 만큼 억울하고, 국민들은 머리가 쭈뼛거릴 만큼 화가 치미는 것이다. 그럼에도 총체적 책임을 져야할 ‘윗선’은 여전히 ‘주최 측이 없는 자발적 집회’라는 점을 면책의 구실로 삼으면서 참사가 터진 후에 대응을 제대로 못한 사람들에게만 엄정수사와 과학수사의 자를 들이대고 있다.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다. 중국 송나라 때의 학자인 사마광은 “울부짖으며 눈물을 흘린다 해서 다 진정으로 슬퍼하는 것은 아니다.… 감동은 진실에서 나온다. 남을 속이려 들면 발꿈치를 돌리기도 전에 상대방이 먼저 알아차린다.”라고 했다. 국가 애도기간에 슬픔에 겨워 매일같이 조문한 사람도 있을 테고, 지금도 이태원 현장을 찾아 헌화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진심어린 조문은 유가족에게 큰 위로가 된다. 그런데 사람은 왼손으로는 네모를 그리면서 오른손으로는 동그라미를 그리기가 쉽지 않다(人莫能左書方而右書圓也-한비자). 동그라미든 네모든 하나를 택해 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그려야 감동을 주는 그림이 나온다. 누구라도 책임을 면하고자 이중의 마음으로 그저 조문을 위한 조문을 한 사람이 없었기를 바란다. 중국 당나라 때 시인 이상은(李商隱)은 “보는 사람이 없다 해서 하나라도 속이려 들지 말라. 다른 날, 곁에 있었던 돌이 말을 할까봐 걱정하게 될 테니(莫爲無人欺一物, 他時須慮石能言).”라고 했다. 우리가 한 거짓말을 돌(石)이 들어뒀다가 나중에 폭로할 수도 있으니 아예 거짓말 할 생각을 말라는 뜻이다. 참사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말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솔직함이 민심을 달랠 수 있는 유일한 처방이다. 정직한 사과가 용서받는 최선의 길이다. 엄청난 참사의 근본 원인을 꼬리자르기로 속인대서 국민이 과연 속을까? 내 아이 죽은 자리에 봄이 오면 그 분노, 그 한이 다시 살아날 텐데…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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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21 18:39

만경강 프로젝트

전북을 대표하는 하천인 만경강이 최근 지역개발의 화두로 떠올랐다. 민선 8기에 들어서면서 강 유역 지자체들이 앞다퉈 친환경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나서면서다. 완주군이 가장 적극적이다. 유희태 완주군수는 후보 시절 제1호 공약으로 ‘만경강 기적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그리고 지금 만경강 기적 프로젝트는 지역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완주군의 핵심 정책이 됐다. 천혜의 생태관광자원인 만경강과 지역의 고유자원을 연결해 관광객 1000만 명이 몰리는 생태도시·문화관광도시를 실현하겠다는 청사진이다. 익산시는 ‘만경강 친환경 명품 수변도시 조성사업’을 추진한다. 만경강 일원 120만㎡에 청년층과 은퇴자를 위한 공동주택과 의료 및 문화시설, 학교, 공원 등 친환경 주거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또 만경강 둔치에 파크골프장을 설치·운영해 논란을 빚은 전주시도 조만간 ‘하천 종합정비계획’용역을 통해 지역 하천 정책의 방향을 정하기로 해 관심을 모은다. 만경강은 전북의 대동맥인 완주~전주~익산~김제·군산을 휘감아 돌아 서해로 흘러든다. 전북 인구의 절반 이상이 이 강에 기대어 살고 있다. 고산천과 소양천·전주천·삼천·익산천·탑천·부용천 등 전북도민의 추억이 담긴 하천이 모두 만경강의 지류다. 동진강과 함께 곡창 호남평야의 젖줄 역할을 해 온 만경강은 고대부터 한반도 농경사의 중심에 있었다. 이후 20세기 말 새만금 개발사업이 추진되면서 환경문제의 중심에 섰다. 정부와 지자체가 새만금호 수질 개선을 위해 수십년에 걸쳐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고도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만경강 유역 오염시설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전북 5개 시·군 주민들의 삶터를 만들어 낸 만경강이 21세기 도시의 생태·힐링 공간으로 주목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천의 생태적 가치를 보전하면서 주민밀착형 친수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한 개발이 요구된다. 전북도와 해당 시·군, 그리고 환경단체·지역주민이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통해 친환경 하천 개발의 방향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각 지자체가 하천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난개발과 환경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면서 만경강의 대표적 생태공간인 신천습지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만경강 중류 전주시와 완주군의 경계지점 약 2.4km 구간에 형성된 신천습지는 멸종위기종과 희귀식물 등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공간으로, 지역 환경단체가 수년 전부터 생태조사와 토론회 등을 통해 습지보호지역 지정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이에 따라 전북도에서 수년 전부터 신천습지의 ‘국가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껏 성과는 없다. 우선 강 유역 지자체가 함께 나서 신천습지 국가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성과를 이뤄낸다면 만경강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고, 친환경개발을 통한 ‘만경강의 기적’도 성큼 다가오지 않을까.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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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2.11.21 16:52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의뢰인의 자녀는 같은 반 학생과 물리적 신체 접촉이 있었고, 가해 학생이 되었다. 의뢰인은 아이에 대한 학교폭력대책 심의위원회가 열린다고 했다. 의뢰인은 학폭위 결정이 학생부에 기재가 된다고 알고 있는데, 그 내용에 관해 물어왔다. 2011년 말 학교폭력이 큰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교육부는 학교폭력을 학생부에 기재한다고 했다. 찬ㆍ반 양측의 의견이 첨예했지만,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한 학생부 기재에 대한 우호 여론은 높았고,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는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는 교육부 훈령인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을 그 근거로 한다. 동 지침 제8조 제4항은 특기사항에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에 따른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사항을 입력하도록 되어 있다.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는 학폭위 결정으로 가해학생에 대해 조치하도록 되어 있는데, 그 종류는 ‘1호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2호 피해학생 및 신고ㆍ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 ‘3호 학교에서의 봉사’, ‘4호 사회봉사’, ‘5호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특별 교육이수 또는 심리치료’, ‘6호 출석정지’, ‘7호 학급교체’, ‘8호 전학’, ‘9호 퇴학처분’이 있다. 애초에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사항은 5년 동안 보존한다고 했고, 여러 논란이 있었다. 현재는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사항에 대해서는 조치사항을 이행하고 1회인 경우에 한해 기재 유보를 한다. 제1호부터 제3호 및 제7호는 졸업과 동시에 삭제하며, 제4호부터 제8호까지는 졸업 후 2년 후 삭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졸업 직전 전담기구의 심의를 거쳐 졸업과 동시에 삭제할 수 있다. 비교적 가벼운 학교 폭력으로 아이에게 긴 시간 낙인을 찍을 필요는 없다는 취지였다. 필자는 학교폭력에 대한 응분의 조치는 필요하다. 하지만 미성년자 아이들의 행동에 대해 학부모와 학교가 자유로울 수 없다. 요즘 미성숙한 아이들의 분쟁에 훈육과 교육은 사라지고, 절차와 책임만 남은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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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21 14:03

항만과 지역경제

항만은 선박의 출입, 사람의 승선·하선, 화물의 하역·보관 및 처리, 해양친수활동 등을 위한 시설과 화물의 조립·포장·제조 등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시설이 갖추어진 곳으로 선박, 사람과 화물, 물류·운송 등이 공존하며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돌아가는 종합물류 공간이라 할 수 있다. 항만은 선박 접안과 하역 작업 뿐만 아니라 수많은 관련 업종이 부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톱니바퀴처럼 연계되어 돌아가고 있는 곳이다. 항만 산업은 선박 입출항, 수출입 화물의 통관수속 등 본선의 요구사항을 처리하는 해운대리점에서부터 예·도선, 항만하역업, 검수·감정·검량사업, 통선·줄잡이·청소·급수업 등의 항만용역업, 선용품공급업, 선박연료공급업 등 어림잡아 20여 가지가 넘는다. 군산항에 상시적으로 출입이 허용된 사람이 3000여명, 차량이 2700여대 정도로, 항만 관련 사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모두가 항만을 움직이는 숨은 주역들이며, 항만의 부가가치는 대부분 이들을 통해서 창출된다. 이렇듯 항만을 중심으로 화물의 제조·조립·가공 등 생산활동은 물론 물류·운송 서비스 제공 등 관련 산업들이 끈끈히 연결되어 수많은 종사자와 그 가족이 항만을 통해 삶을 영위하고 있어 항만이 지역경제와 함께 성장하여야 하는 이유이다. 부산항 및 인천항 등 국내 대규모 항만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항만을 끼고 성장해 온 도시는 다양한 종류의 산업과 기업체, 물류와 교통의 입지우위를 점하고 있어 어느 도시보다 경제성장의 잠재력이 크고,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효과도 매우 크다. 1899년 개항한 군산항은 일제 강점기에 일본으로 쌀을 운송하기 위하여 부두시설(부잔교)을 갖추었고, 군산임해공단 조성에 맞춰 1979년에 군산외항 1부두 완공을 시작으로 1990년대부터 서해안시대에 대비하여 군장신항만 개발계획이 추진됨에 따라 국제항으로 급성장하였다. 군산항은 5만톤급 2선석 등 39선석 3천만톤의 하역능력을 보유한 전북 유일의 무역항이다. 현재 건설 중인 새만금신항과 상생 발전하며 서해안권 물류중심항만으로 커나가야 한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17년)과 한국GM 군산공장 폐쇄(’18) 등 지역산업의 위기와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 속에서도 지난 2021년에는 개항 이후 처음으로 물동량 2천만톤을 초과 달성하였다. 금년 물동량도 전년수준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로 지금이 군산항이 재도약 해야 할 시기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취약한 지역 산업기반을 배후로 타 항만과 경쟁을 치러야 하며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물동량 감소에 맞서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특히 군산항은 금강하구에 위치하여 해마다 약 300만㎥의 토사가 밀려와 퇴적되고 있어 군산항 활성화에 최대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군산해수청은 군장항의 퇴적 양상을 고려하여 항로의 적정 수심을 산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준설을 추진할 계획이며, 올 연초부터 준설사업의 비관리청 사업의 확대를 추진하였으며, 수요자 및 도선사 등 항만전문가와 충분한 사전 협의를 통해 준설사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약 215만㎡(65만평) 규모의 제2준설토 투기장을 조성하여 군산항의 적기 준설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군산항은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지역경제를 성장시키는 동력이 될 수 있다. 군산항의 활성화가 필요한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군산항이 정말 지역사회와 함께 활짝 웃는 날이 하루속히 왔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김해기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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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21 14:00

반려동물 동물등록은 선택이 아닌 필수

반려동물(Companion animal)이 과거 장난감·물건이라는 의미의 애완동물(Pet animal)이라는 표현으로 주로 사용되어왔다면, 지금은 정서적으로 사람과 함께 교감을 나누고 더불어 살아가는 하나의 생명체의 의미로서 정의되고 있다. 반려동물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 조사(출처 : 반려동물 보유현황 및 국민인식조사 보고서(2017), 한국펫사료협회)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 외로움 감소, 대화 및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증가, 스트레스 감소, 정서안정, 운동량증가, 긍정적 사고 등 반려동물 양육을 통해 신체적·정서적 건강이 향상되는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가구는 전국 638만 가구로 해마다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출처 : 농식품부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2020)) 반려동물이 늘어나는 만큼 유기동물 발생이 사회적 문제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동물복지와 함께 체계적인 관리에 대한 국민 인식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2014년 1월 1일부터 반려견을 대상으로 동물등록제가 전국 의무 시행되고 있다. 동물등록은 반려목적으로 기르는 월령 2개월 이상의 개를 대상으로 내장형 무선식별장치 개체를 삽입하거나, 외장형 무선식별장치를 부착하는 방식으로 할 수 있다. 전주시는 실질적인 유실·유기동물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신규로 내장형 동물등록 시 2만원, 외장형에서 내장형으로 변경 시 3만원을 지원하여 내장형 동물등록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전주시의 반려견은 3만3천여 가구가 4만 1천여 마리를 기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 2022년 10월 말 기준 31,959마리가 동물등록이 되어있다. 동물등록제는 유실·유기되는 동물의 수를 줄이고자 시행되는 법적 의무이기도 하지만 적극적인 동물등록을 통해 유실·유기되는 동물 발생을 미연에 방지함으로써 소중한 반려견을 지키기 위한 안전장치이자 사랑의 끈이다. 수많은 유실·유기동물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동물을 쉽게 사고, 쉽게 팔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하기 전 가족 구성원 모두는 반려동물이 영양적·신체적·정신적·환경적·자연스러운 본능을 발현하며 살 수 있는 자유를 누리며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지고 관리할 마음의 준비가 충분히 되어있어야 한다. 개와 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약 15년으로 시간적·경제적 고려를 해야 하며, 다양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을 충분히 숙지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대표 강아지 행동교정 프로그램 EBS ‘세상에 나쁜개는 없다’를 통해 반려견의 긍정행동 치유프로그램을 누구나 한 번쯤 시청해봤을 것이다. 전국의 모든 말썽쟁이 개들을 만나볼 수 있고, 실제로 솔루션이 진행될 때 사실은 개가 아니라 분양 전 각자의 사정으로 또는 보호자의 일상적인 행동 속에 어떠한 잘못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면, 평생의 책임감으로 건강하게 돌봐줘야 하고, 앞으로 반려동물과 함께 살 계획이 있다면 부족한 게 없도록 충분히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 사랑스러운 반려동물이 언제나 따뜻하고 행복한 품에서 지낼 수 있는 첫 걸음! 동물등록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김종성 전주시 농업기술센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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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21 14:00

지자체-교육청-대학 협치 기대크다

전북도가 ‘창의·협치 교육 실현’을 표방한 가운데 전북도와 교육청, 대학이 함께 초중고 교육지원과 대학교육협력, 평생교육 등 교육사업 전반에 걸쳐 고민하고 종합적인 전북 교육정책 방향을 정립하는 기회를 가져 향후 큰 기대감을 갖게 한다. 지난 18일 전북대에서 열린 교육협력 활성화 토론회는 김관영 지사, 서거석 교육감, 김동원 전북대 총장 등이 한자리에 모여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열린 소통체계를 구성하고 유아교육부터 성인학습으로 이어지는 평생교육체계를 구축하자는데 공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북도, 도교육청, 대학이 지역교육 활성화를 위한 협치의 첫 행보를 보였다는 점에서 향후 교육협력 통합모델을 구축하고 취업·창업·정주로 이어지는 교육환경 조성 여부가 주목된다. 거버넌스 구축 등을 통해 교육복지를 실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도 시급한 과제다. 시민대학을 통한 평생교육의 재구조화, 청소년 성장 지원을 위한 지역사회의 역할 등도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시대는 지금 급변하고 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교육부가 가진 대학 관련 예산과 규제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대폭 넘기겠다는 뜻을 밝힌 것도 이젠 더 이상 교육부가 권한을 틀어쥐고 있어서는 경쟁에서 뒤떨어진다는 인식의 발로로 해석된다. 지자체와 지역대학이 논의해 지역교육과 산업 발전을 위해 예산을 쓸 수 있도록 해야만 가장 적정하고 효율성을 기할 수 있다. 중앙 정부가 만든 전략에 따라가는 게 아니라, 지자체와 협력해 대학이 지역 신산업 발전의 ‘허브(hub)’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저출산, 고령화, 지방소멸, 수도권 집중, 4차산업혁명이라는 5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런 위기가 가장 대표적이면서도 강하게 닥쳐온 곳이 전북이다.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사실 전북도와 교육청, 도내 대학 간 이해관계나 관점은 상당부분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교육의 목표 달성과 지역의 발전을 통한 도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지향점은 큰 틀에서 볼 때 대동소이하다는 점에서 첫걸음을 뗀 지자체, 교육청, 대학 간 협치가 더욱 공고히 진행돼 가시적인 결과로 연결되기를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11.21 11:31

공공비축미 수매현장, 안전대책 강구하라

공공비축미 수매현장이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수매현장의 혼잡으로 인해 해마다 안전사고가 발생하는데도 안전요원이 없거나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2022년산 전북지역 공공비축미는 지난해 5만1743톤보다 37.5% 늘어난 7만1149톤이다. 이 같은 물량은 전국 배정물량 45만톤의 15.8%를 차지하며 지난 9월7일부터 12월31일까지 실시하고 있다. 이중 포대벼는 농가로부터 직접 매입하고 산물벼는 농가 편의를 위해 RPC 등 산지 유통시설을 통해 매입하고 있다. 문제는 구슬땀을 흘려 힘들게 수확한 벼를 수매하는 과정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북도는 지난 9월 2022년산 공공비축미 매입 계획을 발표하면서 "안전사고 전담공무원을 배치해 '매입검사장 안전사고 예방수칙'을 마련하고 안전사고와 코로나19 예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발표는 수매현장에서 겉돌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포대벼를 운반하는 화물차와 경운기 등이 한꺼번에 몰리는데다 톤백 포대를 지게차가 옮기는 과정에서 안전사고가 잇달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 15일 개정면 수매현장에서 지게차가 후진하다 근로자와 충돌해 근로자의 발목이 골절되는 사고가 났다. 또 다음날 옥구읍 수매현장에서 한 직원이 트럭 적재함에 실려 있는 톤백 포대를 지게차에 걸기 위해 올라가 작업하던 중 트럭이 급출발하면서 화물칸 밖으로 추락, 머리와 다리에 부상을 입었다. 수매현장에서는 농민들이 오전‧오후로 나눠 수매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읍‧면 직원 1∼2명을 배치하고 있지만 안전사고를 예방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수매하러 나온 농민과 근로자, 각종 운반차량 및 설비 등으로 혼잡을 이루고 있는데다 좁은 공간에 지게차 등이 수시로 오가면서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서다. 또 수매현장이 워낙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안전요원이 자리를 비거나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힘들여 1년 농사를 짓고 나서 수매를 하는 과정에서 안전사고가 나면 1년 농사를 헛지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행정기관과 경찰, 농협. 운송업체, 창고주 등은 아무리 바빠도 수매현장의 안전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안전이 최고의 가치임을 잊지 말길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11.20 18:16

국회는 전북특별자치도법 연내 처리하라

전북도와 지역 정치권이 전북특별자치도법 연내 처리를 위해 막판 총력전에 나섰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17일 국회를 찾아 전북특별자치도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역설하면서 연내 법안 처리를 강력 촉구했다. 최근 남원 공공의전원법의 국회 상임위 상정이 무산되면서 연내 처리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서 전북특별자치도법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다면 민선8기 전북도정 운영 전반에 동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전북도와 지역 정치권이 사활을 걸고 나선 이유다.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안’은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데 이어 8월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국민의힘 정운천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해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초광역 다극체제 개편 전략과 맞물려 추진됐다. 문재인 정부는 정권 말기에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특단의 균형발전 전략이 필요하다’며 초광역권 협력 모델을 내놓았다. 그리고 권역별 초광역 메가시티 정책은 윤석열 정부로 이어졌다. 광역과 기초지자체의 경계를 뛰어넘어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는 단일한 경제생활권을 만들어 대한민국을 다극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부울경 메가시티를 비롯해서 대구·경북, 충청권, 광주·전남 등에서 속속 초광역 메가시티 구축에 나섰고, 제주와 세종에 이어 강원도 특별자치도가 됐다. 하지만 전북은 지역이 주도하는 초광역권 전략에서 철저하게 소외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벗어나 미래 전북 도약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여야가 원팀으로 추진한 전략이 전북특별자치도다. 지방소멸 위기의 시대, 전북의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전북특별자치도 법안부터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 정치권의 정쟁에 밀려 이번 정기국회 내 처리가 무산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우선 국회 소관 상임위(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법안을 상정해 논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북도와 지역 정치권이 사활을 걸고 나섰다. 여야 의원들은 전북의 절박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전북 차원의 지역 문제가 아니다. 국가균형발전을 강조한 현 정부가 국정목표로 제시한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기 위해 시급한 현안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11.20 18:16

얼어붙은 전북 민심

도민들은 그간 국회의원들을 바꿔보기도하고 다시 보내기도 하는 등 그 때 그 때 상황에 따라 선거를 해왔다. 큰 맥락에서는 줄곧 지역정서에 따라 민주당 후보 일변도로 선거를 했다. 대선이나 총선을 치를 때마다 후보들이 지역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주겠다고 사자후를 토해냈지만 결과는 아니올씨다로 끝났다. 지선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지자제가 부활된 1991년부터 30년이 지난 전북의 현주소는 낙후라는 꼬리표를 못 떼고 모든 면에서 전국 최하위라는 불명예만 안았다. 윤석열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을 기치로 내걸고 들어섰지만 전북득표율이 14.4%밖에 안돼서 인지 공약이 제대로 이행이 안되고 있다. 오죽했으면 국힘 정운천 의원이 지난주 윤석열정부를 상대로 국회 예결위에서 30페이지에 달하는 전북현안을 조목조목 따졌겠는가. 대선 때 윤석열 후보가 전북발전을 시켜 놓겠다는 내용이 담긴 손편지를 가가호호에 보냈지만 그 공약사항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열거했다. 특히 긴축재정을 명분삼아 새만금사업 관련 예산이 지난해에 비해 25.5%나 감소되었다고 지적했다. 전북정치권의 존재감이 약화된 상황에서 정권교체로 우군은 거의 없고 야당인 민주당마저 힘이 못되고 있어 진퇴양난에 빠졌다. 역대 정치권 중 21대 전북정치권이 가장 약체로 꼽혀 김관영 도지사가 내년도 국가예산 확보를 위해 여야를 넘나들면서 전력을 다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그 이유는 임실 푸르밀 사태에서 전북의원들이 얼마나 무기력 했는지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전북 의원들이 농축해수위에 3명이나 배치돼 있지만 국감 때 장관을 상대로 질의 한번 하지 않고 전남 고흥이 지역구인 김승남 의원이 이 문제를 대변했던 것. 의원숫자도 적은데 농해수위에 3명이나 대거 배치된들 나락으로 떨어진 낙농가나 실업자로 내몰릴 직원들을 구해낼 수 있다는 말인가. 현역들은 오직 22대 총선 때 민주당 공천을 다시 받아 국회에 나설 준비만 한다. 사법 리스크에 휩싸인 이재명 당 대표 보호막이 역할에 충실하려고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서명부 작성에 열을 올린다. 여야 정쟁속에 전북의원들은 김관영 지사를 도와 내년도 전북관련 국가예산이 삭감되지 않도록 뛰어야 할 때다. 국회의원은 입법활동이 주임무이지만 지역관련 국가예산을 확보하는 것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지금 정치권의 활약상이 워낙 기대에 못 미치고 미진하자 지역에서 이춘석·유성엽 등 올드보이 등을 다시 소환해서 국회로 보내자는 여론까지 나돈다. 여기다가 내년 4월 5일 전주을 재선거 때 민주당이 공천자를 내지 않아야 되는데 민심과 동떨어지게 공천할 경우 22대 총선 때 망칠 수 있다고 경고한 사람도 있다. 공천을 노리는 후보들이 많지만 자칫 당이 민심과 달리 역행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 그간 도민들은 전북정치권에 애정 어린 관심 때문에 때로는 기대와 실망을 가졌지만 경제적 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지자 무관심으로 변해 가고 있다. 누구를 보낸들 전북을 발전시켜 놓겠냐는 등 냉소적인 반응만 엿보인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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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2.11.20 17:37

전기차 시대의 주인공, 전북

“우리에게 남은 건 공동 대응 또는 집단 자살뿐입니다.” ‘2022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에서 안토니오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이 각국에 던진 경고다. 올해 세계를 휩쓴 기후위기 현상들이 그의 말에 무게를 더했다. 유럽의 기록적인 폭염, 전 세계적인 가뭄, 호주의 산불,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녹고 있는 극지방의 빙하, 이 모든 것이 ‘기후위기’라는 한 곳을 가리키고 있다. 올여름 우리나라의 역대급 폭우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기후변화는 이제 시작에 불과할 뿐이다. 해가 갈수록 폭염과 폭우, 태풍, 가뭄은 빈도와 강도를 더할 것이다. 우리 삶터인 지구는 이제 더 이상 화석연료의 사용을 용납하지 않는다. 배출되는 탄소는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 시키고 ‘지구 생태 용량 초과의 날’은 매년 앞당겨지고 있다. 전기차는 화석연료의 무분별한 사용에 대한 반성의 결과물이다. 세계 각국은 2030년을 기점으로 내연기관차 퇴출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은 2030년부터 내연기관차 신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고, 미국 최대의 자동차 시장인 캘리포니아주도 전기차 신차 비율을 2035년까지 100% 도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2030년 글로벌 전기차 생산량은 5,400만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투자액이 무려 1,730조로 전 세계 자동차 생산량의 50%에 해당하는 규모다. 전기차 생산량 증가는 배터리 생산 확대를 전제로 한다. 다행히 우리나라의 LG 에너지솔루션, 삼성 SDI, SK On등이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수위를 달리고 있고, 정부는 반도체, 디스플레이와 더불어 2차전지를 국가 첨단전략산업으로 선정했다. 전라북도 역시 전기차 시대를 맞아 대도약의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 전북은 지난해 2차전지 개발 관련 120억 원대 전국 공모 과제에 선정된 이래, 지난해와 올해 새만금 산단에 2차전지 관련 기업들의 투자협약이 줄을 잇고 있다. 덕산테코피아, 성일하이텍, 천보비엘에스, 이피캠텍, 배터리솔루션, 동명기업, 이엔드디, 테이팩스 그리고 최근 대주전자재료 역시 전기자동차용 2차전지 부품공장을 위해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총 2,045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배터리 사용은 그 처리에 있어서 또 다른 환경오염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게다가 배터리의 원자재인 리튬 채굴 과정에서 물 소비량이 많고 생태계를 훼손시킨다는 이유로 광산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따라서 폐배터리 재활용 역시 전기차 시대에 필수적이다. 군산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성일하이텍은 배터리 전처리 공정(방전·해체·파쇄)과 후처리 공정(소재 추출) 기술을 모두 보유한 국내 유일 업체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SNE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폐배터리 시장 규모는 올해 16만 대를 시작으로 2040년에는 4,636만 대까지 향후 290배 정도의 천문학적인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2차전지와 같은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기 위해 지역마다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전북은 지난 산업화 시대의 성장 열차에 올라타지 못하는 바람에 반세기 동안 낙후의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제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대적 대전환기를 맞이한 만큼, 전기차가 전북 부활의 한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새만금 2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에도 적극 힘써야 한다. ‘전기차 시대의 주인공, 전북’은 이룰 수 없는 꿈이 아니다. /전정희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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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20 13:59

디지털 다이어트

한 달 전 카카오 중단 사태가 일어났다. 트위터에서 본 500여 개의 하트를 받은 트윗의 내용은 “기왕이면 평일 회사에 있을 때 불나지”라는 뉘앙스로 쓰인 글이었다. 나도 평일이 되면 일자리에 나가는 직장인이라 하트로 슬쩍 공감을 실었다. 내용은 근무 시간에 카카오톡이 중단되면 업무도 마비가 된다는 뜻으로 생활 전반에 디지털이 많이 관여되어 있다는 의미였다. 나를 포함한 사람들의 일상에 결제 연락, 예약 등 디지털이 깊게 관여하고 있었고 카카오 중단 사태는 많은 사람은 불편함을 호소했다. 그때 나는 우리가 디지털에 과의존하고 있는 건 아닌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디지털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종일 컴퓨터 앞에 눈을 두고 어딜 가든 손에 핸드폰을 쥐고 다니다 보니 집에 있어도 오는 연락에 일일이 대응하다 보면 집에 있어도 밖에 있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핸드폰과 컴퓨터를 안 만지면 되겠지 하고 가볍게 생각했지만, 손에 놓은 지 5분 만에 핸드폰을 찾았다. 다짐이 무색해질 정도였다. 핸드폰만 있으면 모든 것이 쉬웠다. 이미 맛본 편리함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은 것은 당연했다. 자율적으로 제한할 수 없다면 강제성을 부여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방법을 찾기 위해 애플리케이션도 깔아보고 다양한 시도를 해봤는데 마땅한 방법을 찾을 수 없었고 결국 제일 무식하고도 돈이 많이 드는 해결법을 택해야 했다. ‘핸드폰 감옥’ 편리하지만 복잡한 디지털과는 정반대의 조치였다. 핸드폰 감옥이 무엇이냐면 감옥이라 칭하는 상자 안에 핸드폰을 넣고 시간을 지정하면 지정 시간이 다소요 될 때까지 상자가 열리지 않아 핸드폰을 하고 싶어도 강제로 하지 못하게 하는 단순한 조치였다. 그래서 핸드폰 몸통만 멀리 두고 계속 할지 말지 고민을 하는 것보단 상자에 넣어버리면 갈등의 여지 없이 핸드폰을 할 수 없다. 그렇게 이주를 보내니 어느 순간 핸드폰이 감옥에 들어가는 일은 일과가 되었고 그 시간 동안 다른 활동으로 시간을 채웠다. 디지털을 대체하기 위해 보내는 시간은 꽤 만족스러웠다. 책도 읽고 밀린 집안일도 하고 효율적이게 시간을 보내는 날이 늘었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핸드폰을 감옥에 보내기가 쉽지 않았기에 시간을 높게 잡았다. 그래서 자기 직전에야 핸드폰을 할 수 있었다. 또한 핸드폰이 필요 할 때 쓸 수 없어 곤란한 일도 많았다. 언제 한번은 새벽에 책을 읽다 속이 허해져 간식거리를 사러 편의점에 가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타이머를 보니 감옥이 열리려면 두 시간이 지나야 했다. 당시엔 핸드폰 없이 야심한 밤에 혼자 편의점을 다녀오기가 나로서는 쉽지 않았기에 사람 일은 혹시 모른다는 마음으로 핸드폰 감옥을 통째로 들고 편의점에 다녀오기도 했다. 그냥 깨부술까 하는 마음도 수백 번을 겪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핸드폰을 감옥에 가두기가 쉬워졌다. 어느 날은 핸드폰이 직접 제 발로 감옥에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든 날도 있었다. 매일 핸드폰을 감옥에 가두다 보니 적절하게 시간도 설정할 수 있게 되었고 할 일이 없으면 당연하게 핸드폰을 드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때울 방법을 자연스레 찾게 되었다. 온전하게 나만의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되찾은 것 같아 어느 정도는 디지털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 디지털이 만연한 시대다. 핸드폰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누군가는 휴식이라 할 수 있지만 자기 직전까지 타인과 교류한다고 생각하면 더 이상 휴식이라 할 수 없지 않은가. 주말내내 집에 있어도 쉬어도 쉬는 거 같지 않다면 디지털 다이어트를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백지은 우석대 미디어영상학과 조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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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20 13:56

세상 바꾸는 스포츠, 전북 바꾸는 아태마스터스대회

“스포츠는 세상을 바꾸는 힘이 있다.” (Sports has the power to change the world) 흑인 인권운동가이자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넬슨 만델라가 남긴 말로, 스포츠를 바라보는 그의 철학이 담겨있다. 스포츠는 전 세계의 공통 언어로 공정하고 통일된 규칙을 통해 사람들을 하나로 통합시키는 힘이 있다. 스포츠는 평화와 연대, 상호 존중의 가치를 보여줌으로써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원동력으로 작용하며 세상을 바꾸어 간다. 전세계 생활체육인의 축제인 ‘2023 전북 아시아·태평양 마스터즈대회’(Asia- Pacific Masters Games 2023 Jeonbuk Korea)가 2023년 5월 12일부터 20일까지 전라북도 14개 시·군 일원에서 열린다. 은퇴선수와 아마추어 체육동호인 등 스포츠를 좋아하는 전 세계인 모두가 경기성적에 상관없이 스포츠를 통해 건강과 행복을 추구한다. ‘하나된 스포츠! 즐거운 어울림!’이란 슬로건으로, 자발적인 스포츠 활동을 통해 경쟁보다는 인생의 가치와 자아를 실현함으로써 참된 화합과 즐거움을 추구하는 축제의 장으로 승화시켜 나갈 계획이다. 또한 아태마스터스대회를 전라북도가 한 단계 발전하는 성장의 장으로 만들고자 한다. 먼저, 아태마스터즈대회를 ‘지역경제활성화’의 발판으로 삼고자 한다. 우리 대회는 도내 14개 시군의 주요 경기장과 대학의 기존 체육시설을 그대로 활용하기 때문에 대규모 신규시설 투자가 없는 경제적인 대회로, 1만 명의 선수단과 함께 입국하는 대회 관계자, 동반인의 전북 방문으로 관광산업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전라북도는 국내 최초 생활체육 국제대회 개최 지역이라는 경험으로 ‘월드마스터즈대회’에도 도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다음으로, ‘전북 브랜드의 세계화’를 추진한다. 이번 대회는 전라북도가 품고 있는 문화유산과 관광자원을 전 세계에 홍보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세계 최장 방조제인 새만금과 각종 축제, 문화행사 등을 연계한 체험 관광을 통해 전라북도의 맛과 멋, 우수한 문화유산을 전 세계인에게 알려 전라북도 브랜드의 세계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100세 시대에 걸맞은 생활체육 활성화로 도민 건강증진에 기여 할 것이다. 또 이번 대회를 통해 지역의 체육시설 확보 및 활용 증대로 도민 삶의 질 향상과 대한민국 생활체육 대표지역으로 거듭날 것이다. 생활체육 활동에 1달러를 지출하면 3.43달러의 의료비가 절감된다는 유네스코의 통계가 있다. 생활체육의 올림픽이라 할 수 있는 2023년 전북 아태마스터스 대회는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현재, 전 국민의 건강 증진을 위한 최고의 대회임이 틀림없다. 스포츠가 세상을 바꾸는 것처럼 전북 아시아·태평양마스터스대회가 지구촌의 화합과 공동번영의 희망을 전파하는 대회가 되는 동시에, 전라북도가 한 단계 도약하는 마중물이 되는 대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김유철 전북도 국제관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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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20 13:54

용평마을 할머니들의 그림

2019년 봄, 화제를 모았던 그림책이 있다. 작은 도시 할머니 스무명의 그림일기를 모은 책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 이 그림책은 그해 다양한 매체의 관심을 모으며 ‘순천의 글쓰고 그림 그리는 할머니들’을 세상에 알렸다. ‘여든 앞에 글과 그림을 배운 순천 할머니들의 그림일기’는 먹고 살기 바빠 ‘하루하루 온 힘을 다해 살아온 할머니들이 뒤늦게 글과 그림을 배워 엮어낸 눈물과 감동의 인생 일기’였다. 가난 때문에, 딸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글을 배우지 못했던 할머니들은 글을 배워 중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자격까지 얻었다. 함께 배운 그림 그리기 실력은 전문가들이 보기에도 놀라웠다. 그림을 지도한 작가 김중석은 감동을 주는 할머니들의 그림을 SNS에 올리기 시작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내친김에 서울의 한 갤러리에서 할머니들의 첫 전시회를 열었다. 그림일기 책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도 출간됐다. 이후 할머니들의 활동은 더 활발해져 전국 책방에서 전시회가 이어지고 미국에서도 초청을 받아 전시회를 열었다. 한동안 잊고 있던 할머니들의 새로운 활동이 전해진 것은 지난 10월. 할머니들의 글과 그림이 부산의 중학교에서 순회 전시된다는 소식이 반갑다. 김제에서도 눈길을 모으는 할머니들의 전시회가 있다. 죽산면 소재지의 ‘마을 오픈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어르신들을 위한 나라>다. 전시실을 지키는 사람이 따로 없는 낡은 공간. 할머니들의 그림과 글, 손자수 솜씨가 담긴 기획상품이 놓인 전시실은 낯설지 않고 정겹다. 전시회 주인공은 광활면 용평마을에 사는 평균 나이 85세의 여섯 명 할머니. 전시는 할머니들이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3년 만의 결실이다. 할머니들의 그림그리기를 이끌며(?) 동행해온 것은 김제에 둥지를 튼 예비사회적기업 <이랑고랑>이다. 조각을 전공한 대표 황유진과 동료 정소라 전은진. 예술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이들은 2020년, 용평마을 할머니들과 만났다. 코로나의 위기로 사회적 소통이 통제된 상황에서 가뜩이나 더 외로워진 할머니들과 슬기로운 방식으로 소통하며 그림그리기를 지도하고 그들의 귀한 인생을 배운 지 3년. 선 하나 긋기도 어려워했던 할머니들은 이제 스스로 그림의 소재를 찾고 이야기를 담아낸다. 아름다운 도전으로 얻어낸 힘이다. 낡고 작은 전시실 안, 할머니들의 그림은 소박하고 아름답다. 고단한 시간을 건너온 할머니들의 인생이 보이는 그림이 주는 울림이 크고 깊은 덕분이다. 살아오면서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는 할머니들이 주는 이 귀한 선물을 많은 사람이 만났으면 좋겠다. /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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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2.11.17 18:08

<금요수필> 금계국의 파노라마

요즘 산하(山河)는 금계국의 잔치다. 산에도 들에도 고속도로변에도 전국 어느 곳엘 가도 금계국의 화려함을 쉽게 볼 수 있다. 설한(雪寒)에 정(情)을 품은 매화가 지나가면서 벚꽃이 산천을 뒤덮더니 행여 덤벼들 꽃들에 앞서 금계국은 5월의 녹음과 연인 삼아 노랗게 하얗게 파노라마의 진수를 보인다. 금계국은 식용이 가능한 국화과에 속하며 크기는 30~60cm 정도다. 개체에 따라서는 90cm까지도 자란다. ‘금계국(金鷄菊)’이라는 이름은 꽃이 황금색 계란처럼 생겼다고 하여 붙여졌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꽃은 화사한 노란색이며, 잎은 길쭉한 편이나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흔히 '들국화'라고 부른다. 금계국꽃은 신록이 우거진 초여름에 노랗고 하얀 향연의 연출은 마치 자연을 대변하는 5월의 주인공처럼 느껴진다. 나는 요즘 바깥에 나가 금계국을 보면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어쩐지 잃어버린 연인을 마주하는 느낌마저 든다. 옆을 멀리하고 떠나버린 얄미운 정의 흔적을 보는 마음은 몇십 년 전으로 돌아가 자칫 우울할 까 봐 내심 마음을 가다듬기도 한다. 내 고향 새만금의 섬 야미도 고향 죽마고우요 뜻을 함께해온 오직 하나였던 진정한 친구 고 김정웅의 모습을 떠올리곤 한다. 내 마음을 찌빽거리는 금계국의 정확한 이름을 잘 몰라 확인하기 위해 국어사전을 떠들어 보기도 했다. 근년에 접어들면서 군산 월명공원 설립산의 남쪽엔 금계국이 활짝 피어 붐비는 인파의 눈길을 사로 잡는다. 그런가 하면 군데군데 노랗고 하얀색의 꽃' 하면 금계국이라고 할 만큼 인기 절정이다. 보고 또 보고 싶은 금계국꽃이다. 또한 금계국 꽃에 대해 노란 꽃잎 속에 짙은 밤색 무늬의 꽃이 들어있어 화사한 치장이라 하여 기생초라 부르기도 한다. 그만큼 화사함을 지닌 꽃이라는 데서 더욱 보는 이들의 마음을 술렁대게 한다. 마음에 새겨둔 연인을 보는 마음이라면 어떠할까? 금강물 따라 서해바다로 가면서 정만 뿌릴라나 상념을 스친다. 원산지는 북아메리카가 이지만 우리나라에도 전국의 산하는 물론, 시골길 가로에도 모습을 드러낼 만큼 널리 퍼져있어 국민들의 마음을 아름답게 공헌(?)을 하는 새로운 각광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주말 모처럼 만에 승용차편으로 친구와 함께 남해지역으로 여행을 떠났다. 남해와 서해안의 고속도로, 국도, 지방도, 심지어 마을 길을 다니면서 금계국 꽃이 자태를 보이는 모습을 볼 때마다 다정한 도로의 친구로만 여겨졌다. 나만의 감정인지는 몰라도 금년 들어 처음 느껴보는 마음으로 마치 다정한 친구 하나가 생겨난 마음 같아 더욱 금계국에 대한 친밀감이 돋았다. 그러나 일행들도 대체적으로 다감한 느낌들을 주며 "언젠가는 우리나라 꽃이 되겠다"고 까지 한다. 내 마음을 사로잡은 금계국은 1년에 한 번씩 보게 될 친구가 될 것 같다. 시각의 아름다움은 마음의 아름다움이니까. 금계국 피우기 위해 쉬지 않고 걸어도 짧은 가을, 바람의 날개를 달고 노란 향주머니 열기에 바빠 하루해 짧다지만 스산한 가슴으로 지고(至高)의 푸름 아래 홀로 삶이 힘들까 봐 마지막 들꽃 되어 찬 바람 불기 전 가을의 노랑향기 온몸으로 담아내는 금계국(金鷄菊)의 하루가 예스럽기만하다. 김철규 수필가는 전북일보 편집부국장과 논설위원을 거쳐 전북도의회 의장과 군산신문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전북수필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수필집 '인연 외 10권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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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17 17:13

지자체의 상생 협력, 전북이 살 길이다

최근 전북 지자체들의 활동이 과거와는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전북도가 앞장서서 지자체 사이의 갈등과 분열, 반목을 뒤로하고 통 크게 단결하여 상생·협력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새롭게 임기를 시작한 단체장들도 낙후 전북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서로 양보하며 함께 고통을 헤쳐 나가려는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 과거에는 전혀 이러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사사건건 자기 지역의 입장만을 강변하여 인접 지자체와 수시로 갈등하는 일이 빈번했고 ‘가깝고도 먼 이웃’처럼 경쟁하며 서로 으르렁거리기 일쑤였다. 전북도와 전주시의 갈등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민선시대 이후 전북도와 전주시는 지속적으로 갈등이 증폭되어 계획된 사업이 성사되기는커녕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았다. 당연히 정부 예산 확보나 사업 추진에 악영향을 미쳤다. 청주공항보다 앞서 1998년부터 추진된 김제공항은 토지 보상을 끝내고 삽을 뜨기 직전 연기되다가 없던 일이 되었다. 수백억이 투여된 김제공항 부지는 10년 넘게 방치되어 잡풀과 쓰레기로 넘쳐나고 있다.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전면 백지화된 것이다. KTX 익산역사 문제도 뜨거운 감자였다. 당시 신역사가 김제, 전주와 근접한 장소로 이전했다면 익산시의 새로운 신시가지로서 유통과 상업, 교통, 사람이 어우러지는 역세권으로 익산시의 확장, 발전을 선도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근시안적인 행정과 일부 소지역주의는 결국 현재의 역사를 고수하여 역세권은 고사하고 익산 시민 이외의 이용객이 적어 과거의 모습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전주·완주 통합 문제는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전국의 통합 추진 도시 중에서 유일하게 수십 년 동안 통합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청주와 청원의 통합과 이후의 모습을 보면서 천불(?)이 난다. 소지역주의는 꼭 극복되어야 한다. 물론 통합이라는 양적 팽창에 치중하면 한 곳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할 수 있다. 소지역에 대한 배려와 지원은 필수적 요소이며 통합의 전제이다. 다시금 서서히 되살아나고 있는 통합 추진은 철저히 완주군민의 입장에서 진행되고 단순한 행정 통합이 아니라 두 지역이 온전히 하나 되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 조급하면 실패한다. 다시는 실패를 반복하는 일이 없도록 나서는 문제들을 하나하나 확실하게 해결해나가며 추진되어야 한다. 정치논리에 의해 찬반이 갈리는 우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얼마 전 진안군민 대다수가 용담댐 물을 먹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기가 막혔다. 용담댐 건설로 진안군은 수개의 면이 수몰되어 현지인들이 정든 고향을 등졌다. 현재 진안군의 상당 지역은 상수원 보호구역에 묶여 많은 피해를 감수하고 있다. 이중으로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전북도만이라도 대의에 입각하여 전북 전체를 위해 피해를 당하는 진안군민에 대한 지원 조례를 만들고 오직 일방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 용담댐이 있어 전북의 주요 도시가 만성적인 물 부족 문제를 해결했다. 임실군 옥정호 관련 사안도 마찬가지의 방법으로 해결해나가야 한다. 임실과 정읍의 소모적인 갈등은 무의미하다. 피해 지역 지자체와 주민이 보상과 배려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이를 근거로 조례도 만들고 일방의 피해와 희생이 아니라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제도화해야 한다. 지역 소멸의 위기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전북은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지역 갈등을 최소화하며 충분한 토론과 소통, 양보와 합의를 통해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최근 통합과 관련하여 전북도. 전주시. 완주군의 만남이나 상관댐 관련 전주시. 진안군의 협력에 대해 박수를 보낸다. ‘십리 길도 첫걸음부터’라고 했다. 시작이 반이다. 전북도가 앞장서고 지역의 모든 지자체가 이해 충돌 사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며 갈등과 분열이 아니라 상생과 협력의 길에 적극 나서야 한다. /김영기 객원논설위원(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지방자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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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17 14:08

군대 가면 가족 생계유지가 어려워지는데 면제받을 수 있나요

병역의무자 본인이 아니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경우 가족의 부양비, 재산액, 월 수입액이 법령에서 정한 기준에 모두 해당되면 병역을 감면해 주는 생계유지곤란 병역감면제도가 있습니다. 첫째, 부양비는 가족 중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을 초과하는 경우에 부양비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보게 됩니다. 부양비는 부양의무자가 남자인 경우 1명당 피부양자 3명 이상, 여자인 경우는 1명당 피부양자 2명 이상일 때 부양의무자의 부양 능력을 초과하는 것으로 봅니다. 둘째, 재산액 기준은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여 결정하는데 2022년 기준은 8,630만원 이하입니다. 셋째, 월수입액 기준은 보건복지부 고시 의료급여 선정기준을 적용하여 결정하고, 병역의무자 가족 수에 따라 기준금액이 달라집니다. 2022년에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할 경우 2,048,432원 이하입니다. 따라서, 본인이 병역의무를 하게 되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경우 위의 세 가지 병역감면기준인 부양비, 재산액, 수입액이 모두 해당된다면 생계유지곤란사유 병역감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생계유지곤란사유 병역감면 제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병무청홈페이지→병역이행안내→병역감면→생계유지곤란사유 병역감면’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사전에 자가진단을 받고자 할 경우에는 ‘병무청홈페이지→병무민원→민원안내→생계유지곤란사유 병역감면원(자가진단)’에서 가능합니다. 생계유지곤란사유 병역감면과 관련하여 세부적인 기준과 신청 등에 대한 상담은 전북지방병무청 병역판정검사과 생계처리계(063-281-3233, 3186)로 문의하면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전북지방병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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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17 14:05

일상의 붕괴

“한낮에 아이에게서 전화가 온거예요. 점심시간이길래, 뭘 놓고 갔나 했어요.” 우리는 함께 커피를 마시며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우리에겐 이런 종류의 일화들이 아주 많았는데, 아무리 들어도 새로이 귀를 기울이게 하는 힘이 있었다. “그런데 엄마, 하더니 우는 거예요. 난 너무 놀랐어요. 왜? 왜? 무슨 일이야? 하고 물으면서, 혹시 피싱인가 하고 의심했어요. 그런데, 아무리 들어도 어설픈 구석이 없는 거예요. 말투도 그렇고, 분명히 oo이 목소리였어요.” 결국 그것은 흔하다면 흔한 피싱 이야기였다. 그녀는 놀랐지만 끝까지 주의력을 잃지 않았고, 아이가 학교에 안전하게 있음을 확인하는 것으로 좋은 마무리에 도달했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는 이전과 다른 한가지 디테일이 더해져 우리를 좀 더 무섭게 했다. 듣는 이가 이미 피싱을 짐작하고 유심히 듣는데도 도무지 의심할 수 없이 똑같았던 ‘아이의 말투와 목소리’였다. 이전에도 이와 비슷한 버전의 많은 ‘철렁한 보이스피싱 이야기’들을 들어왔지만, 듣는 사람이 너무 놀라서 지레 정신줄을 놓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이것이 사기임을 짐작 가능한 힌트들이 있었다. 협박하는 사람이 특정 지역의 말투를 쓰거나 주변 잡음이 몹시 심할 때가 많았고, 무엇보다도, 목소리가 숨길 수 없이 달랐다. 울거나 비명을 지르는 식으로 듣는 사람을 놀래켜서 목소리가 다르다는 것을 숨기려 애쓰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힌트를 찾을 수 없었다. 아이가 울음이 섞이기는 했어도 또박또박 말했고 그 목소리는 엄마가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 들어도 분명 내 아이의 목소리였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이전에 들었던 ‘목소리’에 관한 또다른 일화가 떠올랐다. “나 김정은한테서 축하 전화 받았어요. 들어보실래요?” 한 지인이 자랑스럽게 넘겨준 전화기에서는 북한의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그의 유투브 채널 개업을 인민의 온마음을 다해 축하한다며 유투브 채널의 번영과 발전을 기원하고 있었다. 의심할 길 없이 걸걸한 총비서의 목소리였다. 물론, 동해에 미사일이 오가는 판에 그가 한국 유투버에게 축하전화를 할 리 없다. AI의 작품이라고 했다. AI에게 특정인의 목소리를 오래 들려주면 그의 말투와 목소리를 똑같이 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사례를 엮으면 피싱단은 이제 AI를 통한 음성 재현 기술을 범죄에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내 손안의 발칙한 물건은 내 개인적인 통화를 귀기울여 듣고, 녹음하고, 그 정보를 유출해 AI가 내 목소리와 말투를 똑같이 흉내낼 수 있도록 도왔다는 뜻이 아닌가? 우리는 피싱보다도 휴대폰에게 더욱 분노했다. 우리의 목소리는 어디에서 새어나가 범죄집단의 손에 들어간 것인가? 우리를 지켜주지 못한 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사에는 얼만큼의 책임이 있을 것인가? 그것은 무능일까 악의일까? 공원에서 과자 부스러기를 주워먹던 새 떼가 무리지어 인간을 공격하고, 아이를 돌보러 온 순한 얼굴의 보모가 내 가족을 살해하려 한다는 식의 뻔한 공포 서사에 우리가 질리지 않고 몸서리를 치는 이유는 평범한 외양을 가진 어떤 사악함이 우리의 일상에 집요하게 스며들어 마침내 균열을 내는 순간을 징그럽도록 치밀하게 묘사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누리는 소소한 일상의 배신, 일상의 붕괴는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에게 진정하고도 유일한 공포다. 불평 많은 배우자, 속없는 자식들, 직원복지가 형편없는 우리의 직장은 사실 우리가 가진 전부다. 그 보잘 것 없는 것들에 실금이라도 가는 순간 그것들이 얼마나 중요한 기둥이었는지 비로소 깨닫고, 그것이 손상된 이후 우리 인생은 이전과 결코 같을 수 없음을 절감한다. 소중한 젊은이들이 너무나 많이 다치고 생명을 잃은 그 사고 이후 마음아픔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디 앞으로는 더 이상 이런 비극이 없도록, 우리 사회가 무언가 나은 방법들을 배우길 바랄 뿐이다. 피싱 전화 한통으로도 쉽사리 흔들리는 우리 연약한 일상의 안위를 생각할 때 희생자와 부상자, 유족과 가족들의 고통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온 마음을 다한 위로와 기도만을 드릴 수 있을 뿐이다. /심윤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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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17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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