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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을 무공천 이후가 문제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4월 5일 국회의원 재선거가 치러지는 전주을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한 것은 일단 환영할 만한 결단이다. 실리만 놓고 보면 아깝게 보일 수 있겠으나 대외적으로 명분이 없는 상태에서 공천을 감행한다면 떠나가는 민심을 잡을 길이 없기에 내린 고육지책이다. 서울시장이나 부산시장 같은 정치적 비중이 있는 자리도 아니고 어차피 내후년 총선 때까지 1년짜리에 불과한 국회의원 한 석일 뿐이다. 구태여 민주당이 무리할 필요가 없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로서는 내심 상당한 고민이 있었을 터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이 최고위 직후 “(전주을 무공천과 관련한) 당헌·당규 적용 여부와 관련해 여러 의견이 있었다”고 한 발언만 봐도 공천 여부에 대한 찬반양론이 제기됐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벌써부터 지역정가에서는 여러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10명 가까운 후보군 중 정운천 국민의힘 전북도당위원장, 김경민 전 국민의힘 전주시장 후보, 진보당 강성희 전북도당 민생특위 위원장 등은 소속 정당의 공천을 받아 출마할 태세다. 그런데 민주당 후보군의 향배는 매우 예측불허다. 민주당 후보군 중 과연 누가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 후보로 나설지 최대 관심사다. 민주당에서 공식적으로 공천을 하지 않기로 한 마당에 특정 후보를 간접적으로라도 지원하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전주을 재선거에서 당선되는 사람이 1년 뒤 총선 때 아무런 감점 없이 민주당 복권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당명에 따라서 탈당을 하지 않은 사람들 입장에서는 만일 탈당한 인사의 복당이 진행된다면 좌시할 리가 만무하다. 하지만 정치는 현실인지라 민주당 후보 중 탈당 인사가 단 한 명으로 좁혀질 경우 친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원 여부가 핵심이다.특히 친 민주당 후보와 다른 정당 후보 간에 경합을 보일 경우, 중요한 것은 바로 민주당의 실제 행보다. 겉으로만 무공천을 표명했을 뿐 실제로는 특정 탈당 인사에 대한 조직적인 지원이 이뤄질 경우 그 후폭풍은 가늠하기도 어렵다. 무공천이라는 의미가 어차피 민주당 당선자는 없다는 것을 감내하겠다는 조치이기 때문에 적어도 국회 제1정당으로서 이번 전주완산을 선거에서만큼은 민주당이 꼼수를 부렸다는 말을 듣지 않게끔 제대로 정치행보를 보여줘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12.13 13:42

한빛 4호기의 불안한 재가동…안전대책 있나

전남 영광에 있는 한빛원전 4호기가 11일 재가동됐다. 이번 재가동은 원자로 격납건물 결함으로 가동을 멈춘 지 5년 7개월 만의 일이다. 이와 관련해 한빛핵발전소대응호남권공동행동과 전북도의회, 고창·부안군의회, 정읍시의회 등은 영광 한빛원전 앞에서 재가동 중단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원전의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한빛4호기는 1996년 1월 상업운전을 개시한 지 26년이 지난 1000MW급 원자로다. 2017년 5월부터 실시한 격납건물 정기검사 도중 콘크리트 공극이 157cm짜리를 포함해 140곳, 외벽 철근 노출 23곳 등이 발견돼 안전확인을 위해 가동이 멈췄었다. 당시 엄청난 공극으로 '벌집 원전'이라는 부끄러운 이름으로 불리웠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9일 발견됐던 공극과 외벽 철근 노출의 보수가 완료됐고 또 격납건물 종합누설률 시험 결과 모두 만족함에 따라 재가동 결정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원전의 재가동 여부는 정권의 향배에 따라 출렁거리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문재인 정부는 신재생에너지에 중점을 둬 탈원전 정책을 표방했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원전을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의 중추로 삼고 있다. 원전에 대한 세계적 추세도 아전인수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정권의 원전을 보는 시각이 무엇이든 원전의 안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원전 재가동 승인 이후 정지 현황’에 따르면 지난 1984년 이후 원전 재가동 승인 뒤 3개월 내 발생한 정지 사고가 국내 원전 21기에서 150건에 이르고 있다. 한빛원전 1~6호기 중 1·2호기에서만 30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또 재가동 후 정지하는 기간도 짧아지고 있다. 한빛 4호기의 경우 2002∼2008년 사이에 5번의 사고가 발생했다. 원자로가 세 차례 정지되었고 비상디젤발전기 가동, 배수관 붕산석출사고 등이 이어졌다. 원전은 생산비용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으나 안전성은 담보하기가 어렵다. 또한 사용후 처리비용도 만만치 않다. 특히 원전은 단 한번의 사고만으로도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초래한다. 지역주민이 불안해하면 그것부터 해소하는 게 먼저다. 정부는 주민들이 떼를 쓴다고 생각하지 말고 원전 인근 주민들의 의견을 겸허히 경청해주기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12.12 18:38

전북에서 다시 뜨는 이성계

경기도에 있는 의정부시(議政府市)에 가면 조선을 창건한 태조 이성계의 기마상이 있다. 태종때 함흥에 칩거하다 다시 한양으로 환궁하던중, 오늘날 의정부를 지나게 됐는데 최고 의결기관(의정부)에서 잠시 국정을 논의한데서 지명이 유래했다고 한다. 의정부시에서 2009년말 태조상을 건립한 것은 의정부라는 지명 유래와 연관이 있고, 특히 태조 이성계의 용맹, 진취, 개혁성을 되새기자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작은 인연도 얼마든지 긴요하게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전주와 전북이 조선왕조의 발상지라고 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조선왕조실록(태조실록) 첫 대목을 보면 “태조∼의 성은 이씨요, 휘는 단이요∼. 전주의 대성이다.”라고 돼 있다. 이성계에 대한 연고권이 차고 넘치고 있으나 그동안 도내에서는 이를 하나로 엮어 마케팅 하거나 그의 리더십을 시대정신으로 승화시키는데는 부족했다는 평가가 제기돼 눈길을 끈다. ‘이성계 역사유적에 대한 활용방안 세미나’가 지난 7일 전주완판본문화관에서 이성계리더십센터(센터장 정세량) 주최로 열렸는데 눈길 끄는 제안이 많았다. 최근 전북도가 진행한 용역보고에 따르면 이성계 역사유적은 전국 67곳에 산재하고 있는데 이중 무려 51개 역사유적이 전북에 있고 전북 외 지역의 유적은 주로 박물관 등에 소장돼 있기에 실질적으로 지역과 연계해서 유적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은 전북이 유일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이덕일 소장은 “전주에서 출발한 이성계 가문의 ‘노마드(nomad)’ 정신은 가문의 시련을 이겨내고 새로운 국가를 세운 큰 역사로 이어졌다”며 “이성계가 보여준 융합정신, 상무정신 등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신정일 위원은 “전주, 진안, 장수, 임실, 남원, 순창 등 전북에는 태조 이성계와 얽힌 스토리가 많이 남아 있고, 전북인들이 이성계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다는 증거가 되고 있다”며 “전북에 남아 있는 이성계 역사자원을 잘 보존하고 현대에 맞는 시대자산으로 활용하면, 전북의 역사 정체성을 지켜내는 동시에 관광객 유치에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형석 단장은 “전북은 이성계를 중심으로 한 조선왕조 역사유산에 대해 특화 브랜딩하는 ‘킹스토리 특화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황산대첩으로 이성계는 변방을 지키던 일개 장수에서 일약 고려 백성의 영웅으로 떠올랐고, 정도전과의 만남을 통해 조선 창업에 성공한다. 600년전 이성계가 보여준 혁신과 돌파의 리더십, 상황적 리더십, 섬김의 리더십은 극단적인 분열과 증오로 점철된 요즘 상황에서 부쩍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새로운 세상을 꿈꿨던 태조 이성계의 시대정신을 되새기고 문화유산을 활용한 킹스토리 특화 프로젝트가 전북에서 어떻게 꽃피울지 주목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2.12.12 16:21

전북 탄소산업 선도주자 역할 확실히 해라

산업혁명의 조류가 전 세계를 휘몰아치던 시절, 석탄과 석유, 철강 등으로 대표되는 주력 산업은 이후 국가의 명운을 가르는 분수령이 됐다. 철강의 전략적 육성이 자동차·조선 등 주력산업 발전의 토대가 됐듯, 반도체와 함께 '미래산업의 쌀'로 불리는 탄소 복합재의 육성 여부는 생사가 달린 중대한 과제다. 때마침 탄소산업의 기반이 나름대로 갖춰진 전북의 경우 제2 철강산업으로 일컬어지는 탄소 복합재 개발과정에서 얼마나 주도적으로 참여하느냐가 관건이다. 철을 대체할 신소재로 꼽히는 탄소 복합재 세계 시장 규모는 2030년이면 지금의 4배 수준인 100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정부는 이 시장에서 현재 3% 수준인 한국의 점유율을 1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관련 기술개발에 185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지난 10월 효성첨단소재가 고강도 탄소섬유(H3065) 원천기술을 확보했는데 이는 일본, 미국에 이어 세계 3번째로 만든 T-1000급 탄소섬유이다. 효성첨단소재는 2025년까지 고강도 탄소섬유 양산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전북의 우주항공분야 관련기업은 효성첨단소재, 에이엔에이치스트럭처, 하이즈복합재산업, 데크카본, 데카머티리얼, 케이지에프 등 모두 6곳이 있는데 고성능 탄소 복합재 기술 자립화, 상용화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 발표된 만큼 전북도나 전주시 등이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그래야 국내 우주항공·방산산업 발전에 전북의 탄소산업 관련 기관, 기업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 말로만 국내 탄소산업의 종가 운운해서는 어렵게 확보한 전북의 주도권을 쉽게 잃을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제4차 산업전략 원탁회의를 열고 '우주 항공·방산 시대에 대응한 탄소 복합재 경쟁력 강화 전략'을 발표했다. 골자는 고성능 탄소 복합재 기술 자립화와 반값 탄소섬유 개발을 위해 2030년까지 1850억원을 투입한다는 것이다. 탄소 복합재는 철과 비교할 때 무게는 4분의 1, 강도는 10배 이상에 이르는 특징을 지니고 있어 철강의 뒤를 잇는 ‘미래산업의 쌀’로 일컬어지고 있다. 다만 동일한 강도에서 철보다 2배 가량 비싼 가격 탓에 그동안 수요가 많지 않았으나 탄소 복합재 수요가 점점 커지는 만큼 전북이 보다 발 빠르게 대응해서 타 시도보다 확실하게 앞서 나가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12.12 14:49

고객의 고객인 최종 고객의 Needs를 파악하라

지난 11월 전세계 1위 AGV 제조 회사인 다이후쿠 본사에 출장을 다녀왔다. 연 매출 5조를 올리고 있는 세계적인 물류시스템 제조사이며, 올해초부터 당사의 슈퍼커패시터 모듈을 공급받고 있는 고객사이기도 하다. 그곳에서 개발되는 다양한 물류 운반 로봇(AGV, Rack-Master, OHT, CSC등)들은 기존의 동력전달용 파워 케이블 대신 리튬 배터리를 장착하여 운행의 제한을 없애고자 다양한 형태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고객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공장에서는 리튬 배터리의 화재 위험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고자 출력은 만족시키면서 화재의 위험이 없는 배터리를 찾고 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물류용 운반로봇 제조사에서는 저위험군의 배터리를 적용한 제품을 개발했어야 했고, 그러한 사유로 비나텍의 슈퍼커패시터를 적용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다이후쿠는 자체 개발하여 판매중인 물류 자동화 라인과 물류 운반 로봇을 일반인들과 해외 바이어들에게 상시 개방하여 관람을 시켜주는 전시관이 있는데 그 규모가 상당히 크고, 평소에도 많은 관람이 이루어지는 곳이기도 했다. 전시관 안내를 해주신 분이 다행히도 한국분이셨고, 그들의 고객사가 원하는 Needs가 무엇이며, 어떻게 슈퍼커패시터를 적용하게 되었는지 설명해 주었다. 바로 처음에 언급한 최종 고객사의 Needs였으며 그러한 정보들은 우리가 개발하는 제품의 방향성이나 향후 우리가 선점해야 하는 시장이 어디인지를 가름하게 해주는 아주 중요한 정보였다. 화석연료 사용 제로화를 위한 우리의 목적과 최종 고객은 누구인가. 우리의 최종 고객은 지금의 우리가 아닌 우리 후손들일 것이다. 탄소배출 제로화는 그동안 화석연료를 과다 사용함으로 인해 발생한 공해, 오염 등을 없애 후손들에게 깨끗한 지구를 남겨주기 위함이다. 2050 탄소배출 제로를 위해 우리는 최종 고객인 후손들에게 깨끗한 지구를 물려주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 비나텍에서는 친환경 배터리 개발과 그것을 적용한 제품들을 개발하여 탄소배출 제로를 앞당길 것이다. 최근, 적용대상에서 제외 되었던 당사의 제품에 대한 사양검토와 견적을 재요청받아 제출하였다. 작년까지만 해도 가망이 없어 보이던 고객사였는데 다시 슈퍼커패시터를 적용하기로 결정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바로 그들의 고객으로 인해 사양이 변경된 것이다. 오늘 유럽 영업 담당으로부터 중국의 전기버스에 이미 적용하고 있는 슈퍼커패시터 팩과 관련하여 제품 개발 가능 여부에 대한 문의가 왔다. 유럽시장에도 슈퍼커패시터를 활용한 무가선 전기 버스를 도입하고 싶다는 문의였고, 당연히 할 수 있다는 의견을 회신하였다. 우리가 만드는 친환경 배터리 모듈과 팩이 화석연료 사용 제로화를 앞당길 수 있다면 어떠한 제품이라도 개발할 의지와 실력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소형 어플리케이션의 백업 보조 배터리로 사용되던 슈퍼커패시터가 이제는 전기자동차, 트램, 드론, 골프카트 등의 메인 시동 장치용으로 그 활용 가치가 높아졌으며, 전력계통에서는 주파수조정용, Voltage Sag용, 신재생 에너지 UPS 용도로 확대 개발되고 있다. 친환경 배터리 대표기업 비나텍은 2030년 1조 매출 달성을 위해 오늘도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화석연료 사용 제로화를 위한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다. /송경의 비나텍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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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12 14:12

최저 주거 기준의 완화가 필요하다

필자의 고향은 두메산골이다. 70년대 우리나라 대부분의 산골 마을이 그러했듯이 필자가 어린 시절을 보낸 집도 여덟에서 아홉 자 정도 되는 두 칸의 방에서 아홉 식구가 부대끼며 살았는데 그나마 봄과 가을 일 년에 두 차례 누에를 치는 시기에는 잠밥을 올려놓기 위해 방을 가로질러 만든 선반 밑이나 선반 사이의 통로에서 잠을 자고 누에를 섶에 올려 누에고치가 만들어지는 동안에는 마루나 마당에 멍석을 깔고 별을 보며 낭만적인(?) 노숙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그 시절엔 그냥 그러려니 했다. 집이란 사람이나 동물이 추위, 더위, 비바람 따위를 막고 그 속에 들어 살기 위하여 지은 건물이라는 사전적 의미처럼 비를 피하고 바람을 막을 공간에서 잠을 잘 수 있다는 그 자체로 만족했던 것 같다. 물론 그 시절 도시의 판잣집에 비하면 그 정도는 매우 양호한 주거환경이었을지도 모른다. 이후 경제발전으로 국민소득과 생활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2004년 정부에서는 주택법에 최저 주거기준을 규정하였고 본 기준에서 1인 가구의 최소 주거면적을 12㎡로 정하고, 필수적인 설비기준으로 상수도 또는 수질이 양호한 지하수 이용시설이 완비된 전용 입식 부엌, 전용 수세식 화장실 및 목욕시설을 갖추도록 하고, 구조·성능 및 환경기준으로 영구 건물로서 구조 강도가 확보되고 주요 구조부의 재질은 내열·내화·방열 및 방습에 양호한 재질이어야 하며, 적절한 방음·환기·채광 및 난방설비를 갖추어야 하고, 소음·진동·악취 및 대기오염 등 환경요소가 법정 기준에 적합하여야 하며 해일·홍수·산사태 및 절벽의 붕괴 등 자연재해로 인한 위험이 현저한 지역에 위치하여서는 안 된다고 정하였다. 이후 2011년 일부개정을 통하여 1인 가구 최소 주거면적을 14㎡로 상향하고, 구조·성능 환경기준에 안전한 전기시설과 화재 발생 때 안전하게 피난할 수 있는 구조와 설비를 갖추어야 한다는 내용이 추가되었다. 그러나 현행 기준이 최소 주거 면적이 너무 작고 주거 주택의 구조·성능 및 환경기준이 정성적으로 되어있어 최저기준을 충족하는지에 관한 판단이 어렵고 사회·경제적 여건 변화가 반영되지 않아 주거 취약계층의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미비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고 지난 7월 1일 최저 주거기준 면적을 지금의 두 배 수준인 30㎡(약 9평)로 넓히는 내용이 담긴 주거 기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기도 하였다. 최저주거기준은 정부가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 세대별 규모와 구조·성능 및 환경의 기준이 되며 정부와 지자체에서 주거복지 지원대상의 선정 기준이 되기 때문에 그 중요성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제 주택은 단순히 잠을 자는 공간이 아닌 여러 가지 기능을 가진 복합공간으로 변모하고 있으며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그 중요성이 더해 가고 있다. 정부의 대규모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더불어 전주시에서도 △저소득층 주거급여 지원 △전주형 사회주택 및 청년 매입임대주택 공급 △해피하우스 지원사업 등을 통해 주거 취약계층과 대학생 및 청년층의 주거환경 개선과 주거 안정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더 많은 국민이 정부의 더 나은 주거복지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최저 주거기준의 상향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모쪼록 하루빨리 관련 법 개정이 이루어져 더 많은 국민이 더 나은 주거복지 혜택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배희곤 전주시 도시건설안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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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12 13:59

추임새, 공감의 힘

판소리와 한국의 전통음악 공연에서 빠질 수 없는 특징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단연코 ‘추임새’ 일 것이다. 추임새란 ‘추어준다’, ‘칭찬하다’에서 그 어원을 찾을 수 있다. 창자 혹은 연주자가 공연할 때 장단을 맞추는 고수와 공연의 관객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형태 중 하나가 바로 이 ‘추임새’이다. 많은 소리꾼이 자신의 소리를 펼쳐 보이기에 앞서 그 날의 관객과 하는 대화에서 가장 먼저 주제로 삼는 것이 추임새이다. 자신의 소리판을 관객들이 함께 만들어주길 바라며, 추임새 그득한 풍성한 공연으로 채워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소리꾼은 추임새에 공을 들인다. 추임새에 어떤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보편적으로는 ‘얼씨구’, ‘절씨구’, ‘좋다’와 같은 표현을 사용한다. 또한 보통은 고수가 주도적으로 행위를 하는데 엄연히 따지자면 고수의 추임새와 관객의 추임새는 그 쓰임이나 역할이 미묘하게 다르다. 고수는 소리꾼 노래에 소리북으로 장단을 연주하는 사람이다. 고수는 추임새로 소리꾼이 하는 장면의 상대역으로 호흡을 맞추기도 하고, 북가락을 대신해 소리 장단을 맞추기도 한다. 관객의 추임새는 그야말로 그날의 판을 만들어내는 힘을 갖는다. 판이라는 장소적 혹은 행위적 개념의 비중이 큰 판소리라는 공연 장르 안에서 판을 이끄는 힘은 소리꾼뿐만 아니라 관객에게서도 나온다. 우렁찬 박수와 총총한 눈빛으로도 관객의 만족도를 가늠할 수 있지만 시종 터져 나오는 소리판의 추임새야말로 가장 직접적인 관객의 호응이 아닐 수 없다. 관객의 추임새는 소리꾼에게도 힘을 싣지만, 함께 관람하는 다른 청중에게도 흥미로운 공연 중 일부가 된다. 그들 눈에는 호흡과 호흡, 장단과 장단 사이 알맞은 구석에 맞추어 추임새 하는 관객이 더 신기해 보이기도 한다. 소리판의 가장 ‘이상적인’ 관객을 ‘귀명창’이라고 하는데 특히나 전주의 소리판에는 귀명창이 많다. 이러한 전주의 소리판은 내로라하는 명창에게도 수준 높은 공연을 원하는 관객들에게도 참 매력적인 도시가 아닐 수 없다. 이렇듯 추임새는 공연장의 분위기를 만들고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 넣는다. 공연을 앞두고 소리꾼이 품었던 긴장과 두려움은 설렘과 흥분됨으로 바뀐다. 무엇인가 부족한 것은 채우고 차고 넘치는 것은 나눠 균형을 맞춘다. 절절한 춘향가 쑥대머리 안에서는 슬픔에 공감하며 함께 울고 금은보화가 넘쳐나는 흥보가 박 타는 대목에서는 온갖 부귀와 행운을 나눈다. 추임새를 뱉어내는 찰나의 어느 순간 당사자성을 갖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의 판소리가 아닌 나의 이야기이며 내가 주인공이 되는 무대. 우리는 그곳에서 공감의 힘을 느낀다. 추임새의 기본 전제는 공감이다. 흥과 한이라는 단순한 단어 속에 명료하게 정리되지 않는 무수한 감정이 담겼다. 흥과 한으로 대표되는 한국 전통음악은 마치 인생과 같다. 그건 판소리뿐만 아니라 모든 음악이 그렇다. 삶을 노래하고 감정을 연주한다. 작용에 대해 호응하는 것. 참 단순하지만, 행동이 어렵다. 누군가 아프다고 이야기하는데 위로가 쉽지 않고, 누군가 기뻐하는데 함께 웃어주기 어렵다. 소리판 안에서는 꽤 쉽다. 칭찬하고 호응해주는 추임새가 넘친다. 한마디 던지는 추임새라는 호응에 여러 작용이, 많은 상대가 반응한다. 우리 사회도 이러한 단순하지만 확실한 효과를 지닌 추임새가 필요하다. 서로의 작용에 칭찬하며 호응하는 것. 그것은 대화이자 표현이다. 우리는 종종 그 단순한 논리를 잊고 사는 듯하다. 서로를 격려하고 칭찬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 그것이 추임새의 가장 큰 힘이자 가치일 것이다. 서로를 격려하고 칭찬해주는 추임새 그득한 한해를 꿈꿔본다. /송봉금 소리꾼․동문창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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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12 13:48

무능한 사람을 뽑아준 게 잘못

전북은 30년 이상 특정 정당을 일방적으로 지지해왔다. 민주당을 지지해서 얻은 게 뭔가. 개인이나 지역이나 얻은 게 거의 없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시켜주는 구조가 지역을 어렵게 만들었다. 솔직히 경상도 보다 전북의 지역주의가 더 견고하다. 각종 선거 때마다 민주당 아니면 표를 주지 않은 게 이를 증명한다. 민주주의는 경쟁의 정치체제다. 세상사가 경쟁없이 발전할 수 없다. 세밑에서 전북의 현실정치를 볼 때 이런 식으로 계속 가다 가는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정치는 재화를 나누고 인재를 등용하는 힘을 갖고 있다. 전북에서 줄곧 여당 역할을 해온 민주당은 선거 때나 유권자에게 손을 내밀면서 지지를 호소했지 선거가 끝나면 그 누구 하나 지역발전을 제대로 챙기는 사람이 없었다. 국회의원들이라고 해야 중앙 정치무대에서 말발이 서지 않아 당 대표 방탄조끼를 입혀주거나 거수기 노릇하기에 바빴다. 국민의힘은 예전 보단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전북이 동토의 왕국이라면서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전북을 외면하고 방치한 탓에 전북 몫을 지금껏 찾지 못하고 있다. 국힘은 표가 적게 나왔다는 핑계로 대선 공약까지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깔아 뭉갠다. 민주당이나 국힘이나 전북 이익을 제대로 대변해 주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50대 젊은 김관영 지사가 전북발전을 위해 백방으로 뛰지만 정치권이 제대로 뒷받침해주지 않아 헛심만 팽긴다. 대기업 5개 유치 공약을 실현하려고 자신의 인맥을 총동원 시키고 있지만 정치권에서 적극 나서지 않아 혼자만 뛰는 형국이 되버렸다. 전북 국회의원들은 말로만 원팀 운운하지 속내를 들여다 보면 각자 도생하는 방식이다. 복당파인 김관영지사도 운 좋게 지사가 되었는데 나라고 못할 게 없다는 생각들이다. 지사 경선 때 한판 붙은 선거전력 때문에 앙금이 가시지 않고 모래알판이 돼 버렸다. 전북정치권은 수적으로 열세인데다 특정상임위에 3명씩이나 배치된 게 잘못이다. 법사위 문턱을 못 넘은 전북특별자치도법만해도 지역구 출신이 법사위에 없어 방어를 못해서 그렇게 됐다. 민주당 비례대표 최강욱·김의겸 의원이 적극 나서주지 않았지만 국힘 조수진 의원이 혼자서 고군분투했다. 도당 차원에서 국힘 정운천과 민주 한병도 위원장이 힘을 합쳐 통과시키기로 했지만 강원도 유상범 의원 반대에 부딪쳐 결국 통과되지 못했다. 문제는 양당 지도부가 관심을 갖고 오더를 내렸더라면 이 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번 일을 볼 때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국힘은 국힘대로 전북에 소홀하다는 게 입증됐다. 결국 정치권의 무능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4월 5일 치러질 전주을 재선거를 놓고 민주당의 공천여부가 주목된다. 민주당은 지금 의석 한석 늘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민주당이 수권정당의 면모를 보여주려면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서울·부산시장선거에 당규를 고쳐 당 후보를 냈다가 참패를 당한 꼴을 잊어 선 안된다. 이재명 사법리스크 때문에 눈치만 살피는 지역구 의원들이 한심해 보인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2.12.11 18:08

라돈 침대 소각, 군산이 봉인가

1급 발암물질이 함유된 이른바 '라돈 침대'가 군산에서 소각돼 반발이 일고 있다. 환경부는 5년 동안 처리할 곳을 찾지 못해 보관 중이던 라돈 매트리스 560톤(11만5000개) 중 일부를 군산 지정폐기물공공처리장에서 시범소각했다. 이어 나머지 전량도 이곳에서 처리할 계획이었으나 지역주민의 반발로 일단 중단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가 군산에서 처리한 것은 군산이 전국에서 유일한 환경부 소유의 폐기물처리장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독성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군산시 및 주민들과 미리 협의해야 마땅하다. 나아가 충분한 인센티브를 줘도 쉽지 않을텐데 어물쩍 넘기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은 군산시민을 봉으로 취급하는 처사다. 3년 전 음성·원주 등에서 하역을 거부당한 대규모 폐유가 군산에 반입됐던 일을 상기하면 더욱 그렇다. 라돈 침대사태는 2018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생활방사선법은 일반인 기준 연간 1mSv(밀리시버트, 방사선 피폭량)를 초과하지 않아야 하는데, 원자력안전위원회 조사 결과 대진침대 7개 제품이 연간 피폭선량 1mSv를 초과(1.59~9.35mSV)했다. 이후 26개 업체의 매트리스가 기준치를 초과해 회수했고 해당 사업장에서 보관해 왔다. 그러다 2021년 3월 폐기물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방사능 농도가 1g당 10㏃(베크렐, 방사능 세기) 미만인 폐기물은 지정폐기물의 하나인 천연방사성제품 폐기물로 처리토록 했다. 이중 가연성 폐기물의 경우 1일 총소각량의 15% 이내로 다른 폐기물과 혼합 소각한 뒤 소각재를 매립해야 한다. 그만큼 위험하다는 증거다. 실제 세계보건기구는 라돈을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으며 전체 폐암 환자의 3∼14%가 라돈이 원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한국산업폐기물매립협회 회원사 52곳에 라돈 제품 폐기작업 참여를 독려했으나 단 1곳도 신청하지 않았다. 문제는 쌓여있는 라돈 침대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군산처리장이 국가 소유라 하여 무조건 군산시민에게 환경오염을 감수하라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 환경부는 전국적으로 분산처리하든지 아니면 안전성 보장과 함께 군산시민의 동의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다. 충분한 보상을 제공해야 함은 물론이다. 환경부의 앞으로 행보를 지켜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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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12.11 17:19

행복 만들어 갈 수 있는 기회

어떤 이는 살아가면서 무엇을 이루기 위해 꿈을 꾸고, 또 어떤 이는 행복을 잡기 위해 자신의 자리에서 애써 노력하며 살아간다. 우리가 살면서 느끼는 행복은 서로 다르다. 친구와 여행을 떠나거나, 가지고 싶었던 것을 얻었을 때의 기쁨, 그리던 이상형을 만났을 때의 설렘, 일을 통해 얻어지는 성취 등 각자 자신이 상황에서 느끼는 행복의 모습은 다양한 모양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하지만 행복이란, 연을 통해 주어진 기회나 내 노력이 아닌 다른 사람의 도움을 통해 얻는 것보다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 노력을 통해 얻는 행복이 정말 값지고 귀하다. 또 우리가 느끼는 행복은 나를 통해 얻어지는 것 보다는 다른 사람의 삶에 기여하고 다른 이에게 도움을 줘서 얻는 행복이 더 크고 의미가 있는 것이다. 로타리 회원들은 이렇게 더 큰 행복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며 로타리의 목적인 ‘직업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건강한 사업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명품이나 좋은 차, 좋은 집을 가지고 있다면 주변사람들로부터 부러움을 받을 수 있지만, 그보다 더 좋은 것은 다른 사람의 행복에 기여하고, 이웃과 지역사회의 소외된 이웃에게 친구가 되어주고, 주어진 사회적 책임을 다했을 때가 아닌가 싶다. 로타리 안에서 제 역할을 다했을 때 얻는 주변 사람들의 존중과 존경, 바로 로타리 회원들만이 느낄 수 있는 행복이다. 로타리는 행복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사람들의 모둠이라고 생각한다. 로타리는 지난 117년의 역사 속에서 소아마비 박멸을 이루어 냈으며 그 외에도 지역사회와 지구촌에 수많은 일들을 통해 헌신해 왔고, 앞으로도 이러한 책임과 노력을 다하는데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세대의 변화 속에서 새로운 사업을 연구하고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우리는 주위에서 어릴 적부터 뛰어난 재능과 지혜로 성공할 만한 능력을 갖춘 사람들을 많이 봐 왔다. 그러나 정작 이 사람들 중 성공을 이룬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자신감이 부족하거나 실패가 두려워서 실천하지 못하면 아무리 타고난 재능이 있다고 해도 자신의 능력을 다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자신감의 비결 가운데 한 가지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며, 끊임없이 실패하고 도전하고, 넘어지면서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실패하였던 경험을 토대로 우뚝 설 수 있는 지혜를 통해, 다른 사람과 함께 더 높고, 더 먼 곳으로 나아갈 수 있는것이라 생각한다. 경쟁에서 등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강인한 정신력이다. 바로 다른 사람과의 경쟁이 아닌 나와의 약속을 철저하게 지키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이다. 많은 사람들이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신념이 부족해서 성공의 가장 기본이 되는 자신감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세상에서 가장 긴 것은 시간이고, 세상에서 가장 짧은 것도 시간이다. 길게 느껴지면 한도 없이 길 것이며 짧다고 하면 정말 부족하고 짧은 것이 시간일 것이다. 우리는 소리 없이 흘러가 버리는 시간 앞에서 ‘과연 내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내가 그때 그 일을 했어야 하는데 이제 다시 그 일을 하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난 것 아닌가’하는 후회와 고민 속에서 속절없이 시간을 보내 버리곤 한다. 그리고는 너무나 어리석게도 두 번이나 저지르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늦은 시간이라는 것은 없으며 나이가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그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시간이 부족하다거나 늦었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또한 누구 때문이라고 핑계 대지 마십시오. 당신이 후회하고 핑계를 만들어 내는 시간이면 당신은 그때 하지 못했던 것을 할 수 있습니다. 단언컨대, 당신이 진정으로 하고자 하는 열정과 진심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당신은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인생을 사랑할 권리가 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을 값어치 있게 지내고 싶다면 지금 당장 계획하고 준비하고 실천을 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로타리 활동에 참여해서 뚜벅 뚜벅 행복한 여정에 함께 해주길 기대한다. /국승일 국제로타리 3670지구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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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11 14:15

구내식당에 비가 새요!

“저, 우리 청 4층 구내식당에 빗물이 들이찼습니다.” 지난 8월 초 군산에 장대비가 내려 피해가 속출할 때, 새만금개발청에서도 청장과 직원들이 연일 철야하면서 비상사태에 대비한 터였다. 비가 완전히 물러간 아침, 피해상황 점검회의에서 새만금 권역 내에서는 별 피해가 없어 안심하던 차에, 운영지원과장이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막상 우리가 난민이 되었네요. 우리가 복구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거고, 건물주인 농어촌공사가 수리해주나요?” “오늘은 어렵고 내일이나 되어야 수리할 사람이 온다고 합니다. 당분간 구내식당 이용이 어렵습니다.” 새만금개발청사는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있고 군산 국가 산업단지와 마주하고 있다. 지난 2018년에 부랴부랴 세종시에서 조직을 이전하느라 당시 농어촌공사 새만금 산업단지 사업단에서 사용하던 건물을 임차하여 사용하고 있는데, 사실 등기도 되어있지 않고 건축물대장에도 없는 가건물을 빌려 쓰고 있는 형국이다. 더구나 청사 주변에는 제대로 된 편의시설이 없어 직원들이 시내까지 차로 20여 분을 이동해야 하는 실정이다. 새만금개발청에 연일 고언을 아끼지 않는 A일보 B기자는 최근 기사에서 지난해 새만금개발청 인력 운영이 파견자 중심이고, 타 부처 전출도 심각한 수준이라는 내용을 꼬집었다. 대체로 동의한다. 다만 이러한 상황에 대한 원인분석과 개선대책이 함께 언급되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러한 문제의 해결은 결국 새만금개발청의 몫이 맞다. 필자는 국토교통부에 재직할 당시에 신행정수도, 행정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의 사업을 총괄해 본 경험이 있다. 이때 새로운 도시의 초기 성패를 좌우하는 것 중 하나가 이전・정주대책의 합리적 수립과 원활한 집행이었다. 혁신도시의 예를 들면 2005년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 수립 시, 중앙부처 외에도 이전지역 지자체가 앞다퉈 이전기관 지원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했으며, 아직도 지원대책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한 면에서 새만금개발청의 이전과정은 아쉬움이 있다. 예를 들어 지역에서는 통근버스 운행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새만금개발청 앞에는 군산시내는 고사하고 군산대앞까지 가는 버스만 1시간에 한 번 설 정도다. 즉, 대중교통으로는 출퇴근이 곤란하다는 얘기다. 아마 이곳은 수도권과 세종‧충청권을 제외하면 중앙행정기관이 입지한 유일한 지역일 것이다. 그것도 산업단지 한 가운데. 오죽하면 기재부와 행안부도 새만금개발청의 입지와 근무환경에 대해서 안타깝게 보고 있을까! 필자가 청장으로 부임한 이후 직원들이 가능한한 생활에 불편함이 없고 현지에 정을 붙이도록 여러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초임 부임자들이 장기근무 할 수 있도록 여건을 개선하고 있다. 실제 전북지역 거주 직원이 청사 이전 당시보다 3배 이상 늘어난 상황이다. 지역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 노력하는 새만금개발청 직원들에게 따뜻한 눈길로 격려해주시면 감사하겠다. 사실 새로 부임한 청장이 예전에 비해 무척 일을 많이 시켜 직원들에게 미안한 건 별도이다. 참, 그나저나 그날 점심 식사는 어떻게 했냐고요? 모두 빗물섞인 도시락을 먹었습니다.” /김규현 새만금개발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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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11 14:10

영화 다시 보기, 되풀이하며 새롭게 바라보기

몇 년 전에 봤던 영화를 다시 볼 때면 ‘이런 장면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새롭고, 어떤 장면은 볼 때마다 매번 나를 설레게 한다. 이렇듯 같은 사람이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보는 시점에 따라 그 영화가 다르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지난 시간 동안 내가 겪은 경험과 감정들로 인해 시각이 달라지고 초점이 바뀌는 것 같다. 말 그대로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이다. △ 다르게 본 영화 2016년 나의 대학생 4학년 시절, 당시 나의 최대 관심사는 ‘페미니즘’이었다. 어느덧 졸업반이 된 나는 그제서야 학과 수업이 재밌어지기 시작했던 터였다. 당시 전북대학교 교수이자 여성학자인 김혜경 교수의 ‘젠더와 역사’, ‘여성과 일’ 등의 여성학 수업을 들었다. 또 우연한 기회로 전주여성의전화에서 주관하는 ‘가정폭력 전문상담원 양성교육’을 수료하게 되었다. 여러 회차의 교육 중 한번은 지역에서 활동 중인 영화감독과 함께 영화의 몇 장면들을 다시 보는 시간이 있었다. 그때 본 영화는 이미 봤던 영화인 ‘건축학개론’이었다. 이 영화는 대학생들의 풋풋한 첫사랑 이야기로 각인되어있었는데 이를 젠더 관점(성인지적 관점)으로 다시 보니 이야기의 전개가 달리 보였다. 이전에는 승민 역할을 맡은 이제훈이 그저 짝사랑에 실패한 어수룩한 청년으로 보였지만 이날은 찌질하고 이기적인 남자로 보였다. 영화 속 남자 주인공 승민이 짝사랑하던 서연의 등을 돌리는 순간은 다름 아닌 본인의 오해에서 비롯되었다. 영화 속에서 승민은 밤늦게 학과 선배인 재욱이 술에 취한 서연을 집으로 이끌고 가는 모습을 목격하곤 다음 날 “이제 좀 꺼져줄래”라며 차갑게 돌아선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끌려가는 서연을 방관한 그는 이를 배신으로 정당화시키고 서연을 ‘쌍년’이라고 기억한다. 첫눈에 반한 첫사랑의 상대가 ‘쌍년’이 되는 과정은 너무나도 남성(승민) 중심적인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 콜미바이유어네임 영화를 자주 보는 편은 아니지만 한번 영화를 볼 때면 금세 몰입하는 편이다. 새로운 영화를 보는 것도 좋지만 봤던 영화를 다시 보는 것 또한 좋아한다.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은 최소 세 번 이상 봤는데 볼 때마다 새로운 지점이 발견됐다.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1980년대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둔 청량하고 아름다운 영화 속 분위기와 영상미에 빠져들었고, 두 번째 봤을 때는 열일곱 소년의 뜨거운 여름날과도 같은 첫사랑 이야기와 퀴어 로맨스에 집중했다. 영화를 세 번째 봤을 땐 다름 아닌 주인공 엘리오의 아버지가 보였다. 그는 성소수자의 부모로서, 어쩌면 가장 이상적인 태도로 엘리오를 대한다. 그는 엘리오가 사랑한 ‘여름 손님’ 올리버가 떠나고 상심한 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와 나누고 싶지 않은 얘기일지도 모르지만 네가 가졌던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어. 보통 부모들이면 없던 일로 하고 아들이 제자리로 돌아오길 빌겠지만 난 그런 부모가 아니야.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하려고 마음을 잔뜩 떼어내다간 서른쯤 되었을 땐 남는 게 없단다. … (중략) 지금의 그 슬픔, 그 괴로움, 모두 간직하렴. 네가 느꼈던 기쁨과 함께.” 그렇게 영화를 세 번 보고 나서 곧바로 원작인 책을 주문했고 이 대목을 노트에 필사했다. 같은 영화를 반복해서 보는 매력을 제대로 느꼈던 순간이었다. 비슷한 이유로 요즘엔 다른 이들의 시각으로 바라본 영화를 찾아보는 취미가 생겼다. 여성학자 정희진의 책 『혼자서 본 영화』, 유튜브 채널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범죄심리학자 박지선이 영화를 리뷰하는 ‘지선씨네마인드’,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유튜브 ‘B tv 파이아키아’를 시간내어 보는 것을 추천해본다. /강소은 미디어공동체완두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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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11 14:01

안전한 폐의약품 처리 관심 가져야 한다

폐의약품을 하수구에 버리거나 일반쓰레기와 함께 버려 토양이나 수질 오염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결국은 생태계 교란과 함께 사람들의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먹다 남은 의약품은 지정된 곳에 마련된 폐의약품 수거함에 넣으면 되는데, 현실을 보면 이게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 폐의약품 수거함은 약국을 비롯해 주민센터, 그리고 보건소와 종합병원에 설치돼 있다고 하나 없는 곳이 많다. 심지어 상당수 약국은 폐의약품 수거를 꺼리고 있다. 폐의약품 수거체계가 각 자치단체별로 중구난방인 가운데 전북도가 수거체계 개선에 나선 것도 그 때문이다. 매년 도내에서 쏟아지는 폐의약품 발생량은 7톤 가량 된다. 분량 자체는 많지 않지만, 약국을 통한 정식 배출 비율은 8%에 불과하고 대부분 종량제 봉투에 버리고 있다.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의 경우 종량제 봉투에 버려도 추후 소각 등의 절차를 통해 처리되지만, 주택의 경우 배출과정에서 봉투 자체가 손상돼 토양이나 하천으로 폐의약품이 흘러들어가 심각한 환경오염이 우려된다. 전북도는 지난 5월부터 시·군별 폐의약품 수거·처리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시·군 약사회의 의견을 수렴해 표준관리안을 마련했다. 현재는 시민들이 약국과 보건소에 들러서 폐의약품을 반납하면, 약사회가 만든 배출전용봉투나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나 안정적인 처리를 담보할 수 없고, 일반쓰레기와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 표준관리안 신설에 따라 앞으로는 읍·면·동 주민센터에도 폐의약품을 반납할 수 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수거기관을 확대한 것이다. 전주시에서 시범운영을 거친 후 14개 시·군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핵심은 약국의 자율적인 참여 분위기를 높이고, 배출장소를 더 늘려야 한다. 주민들이 올바른 분리배출 방안을 숙지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와 계도 역시 필요하다. 약국에서 폐의약품을 수거한다는 자율협약이 체결된 지 1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고 또 한편으론 귀찮아서 쓰레기통에 약을 마구 버리는 상황이 더 이상 지속돼선 안 된다. 주민들이 폐의약품 수거의 필요성에 공감할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일상생활에서 폐의약품 처리를 실천하도록 행정기관이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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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12.09 11:06

영화 '그녀가 말했다'

2012년 미국 타임지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한 사람으로 선정했던 인물.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비롯해 <굿 윌 헌팅> <갱스 오브 뉴욕> <시카고> <세익스피어 인 러브> 등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인기 할리우드 영화들을 기획하고 제작한 인물. 수많은 오스카상과 엄청난 흥행 수입으로 30년 동안 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최고의 영향력을 발휘하던 더 와인스타인 컴퍼니 창업자이자 공동회장 하비 와인스타인이 그다. 권력과 돈, 명성까지 거머쥔 그는 사실 할리우드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영향력을 과시해온 인물이다. 그러나 지금 그는 추악한 성범죄자가 되어 감옥에 수감 중이다. 형량도 자그마치 23년. 올해 70세가 된 그가 말년을 온전히 감옥에서 보내게 된 셈이다. 그의 성범죄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2017년이다. 뉴욕타임스는 그해 10월 5일 자 신문에 그가 30년 동안 자신의 회사 여직원과 여배우들을 지속적으로 성추행해온 사실을 보도했다. 탐사보도팀의 조디 캔터와 메건 투히, 이들 두 기자의 치열한 취재와 설득, 피해 여성들의 용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메건 투히는 그에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폭력을 폭로했었던 기자이기도 하다. 2013년부터 직장 내 여성 처우를 취재해온 캔터와 투히가 추적한 와인스타인의 성추문 보도는 미국 영화계는 물론 미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애슐리 쥬드, 로즈 맥고완, 우마 서먼, 안젤리나 졸리, 기네스 팰트로 등 할리우드 여배우들과 그와 함께 일한 여직원들의 폭로가 쏟아지면서 추악한 그의 민낯이 드러나고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 등 저명인사들이 그를 규탄하고 나섰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미투운동의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미투운동을 촉발한 와인스타인의 성추문이 세상에 알려지기까지 진실을 밝히기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결국 여성들의 연대를 이어낸 조디 캔터와 메건 투히 기자의 취재기. 최근 개봉된 <그녀가 말했다(She said)>는 두 기자의 치열한 취재현장을 객관적으로 담아낸 영화다.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을 추적한 과정은 다큐로 제작되기도 했지만 기자들의 취재 과정을 온전히 담아낸 영화는 다시 새롭다. 영화는 섬세한 시각으로 여성 문제를 조명하면서도 피해를 당한 여성들이 용기를 내고 서로에게 감응하는 순간을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성폭력을 당했던 여성들이 실낱같은 희망에 기대어 증언하며 연대의 힘을 보여주는 이 영화의 중심은 저널리즘의 진정한 힘과 가치. '진실을 폭로하고 문제를 알린다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될 수 있다'고 믿는 기자 캔터와 투히가 그것을 증명해준다. 우리가 처한 환경을 돌아보니 이 영화에 쏟아지는 호평의 이유가 더 확연해진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2.12.08 17:54

<금요수필> 눈먼 욕심

"따 먹지 마세요 약 줬어요." 빨갛게 익은 앵두가 반가워, 얼른 하나 따서 입에 넣었는데, 뒤에서 소리가 난다. 그래도 탱글탱글한 것 몇 개를 더 따서 챙긴다. 가져가서 예쁜 그릇에 담아두고 봐야지. 약간은 시고 조금은 달콤한, 그닥 별맛이 아닌 싱거운 열매지만, 그 안에 어린 내가 들어있다. 앵두나무를 다시 길러보고 싶었다. 그래서 몇 해 전에는 묘목을 사다가 심은 적도 있는데, 잔디 깎는 아저씨가 모르고, 싹둑 베어버렸다. 앵두나무 잎은 거치가 있고 잎살이 우둘투둘해 쉽게 구별되는데, 더 이상 인연이 안 되려고 그랬나? 그래도 주말마다 오는 이곳에 한 그루 있어, 자주 그 곁에서 얼쩡거리곤 한다. 열린 것을 본 지 얼마 안 되었는데, 그새 빨갛게 익었구나. 어린 시절, 우리 집 앞마당에는 앵두나무가 있었다. 봄이면 가지마다 작고 하얀 꽃을 피우고, 여름이면 빨갛고 반들반들한 열매를 주었지. 하지만 참 이상하지. 간식거리가 없던 시절에, 한주먹 따서 볼이 미어지게 몰아넣고 씨를 뱉어내며 먹던 재미도 있었는데, 그 왜소한 몸치의 추레했던 모습이, 먼저 생각나는 걸까. 해묵은 가지는 껍질이 벗겨져 버짐 난 아이처럼 지저분하고, 털북숭이 쐐기벌레가 붙어있어 무서웠지. 둥치는 굵어지지 않고 비실거렸어. 그래도 어김없이 디리 디리 앵두를 맺어줬는데. 왜일까. 그래, 바로 그 참새 녀석 때문이야. 시골집 넓은 앞마당에는 늘 곡식을 널고 털어서 그랬는지, 새들이 종종 놀러 왔어. 콩닥거리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웠다고, 함께 놀고 싶어 안달이 났는데, 가까이 다가가기만 하면 우르르 날아가 버리는 거야. 저걸 어째, 번번이 약이 올랐지. 그래서 삼태기에 부지깽이를 괴고, 쌀을 뿌려놓고, 기다렸지 뭐야. 덜컥 걸려들었지. 앵두나무는 가지가 땅에서 많이 나와. 뿌리 옆으로 나온 그 곁가지들을 짱짱하게 엮어서, 잡은 녀석들을 가둬뒀지. 훨훨 날아가 버리지 못하게 말이야. 종지에 물을 담아주고, 파리도 잡아다 넣어 줬지. 밥도 한 숟갈 남겨 나눠 먹었고, 자다가도 나가서 귀를 대보곤 했어. 도망가버리면 어쩌나 마음 졸이면서 그런데 날이 갈수록 그 녀석들이 즐거워 보이지 않는 거야. 기운을 잃고 시들시들하더니, 결국 죽고 말았어. 눈먼 욕심을 내려다 잃어버렸으면서, 그랬으면서, 왜 그리 끈질기게 내 것으로 하고 싶었을까. 쓰라린 기억은 참 오래갔어. 나무 밑동을 바라볼 때마다 그만 가슴이 먹먹해지곤 했지. 산에서 캐온 할미꽃도, 몇 번이나 앵두나무 곁에 심었지만, 뿌리를 내리지 못했잖아. 어쩌자고 기어이 울안에 갖고 싶었을꼬.그런데 있잖아.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 하나 있어. 꺼벙이를 잡아다가 앵두나무 둥치에 발을 묶어둔 것을, 오빠 몰래 실을 끊어줘 도망가게 했거든, 어렴풋이 짐작하게 되었으니까. 그 무엇도 진짜 내 것이 아니라는 허망을, 그런데도 어른이 되면서 너무 많은 것을 갖게 됐어. 사랑이라는 명목으로 더욱 타자를 억압하고 자기화했어. 왜 이리 무거운가 붙잡힌 영혼이여!. 그러다가 얼마나 많은 것을 아주 잃어버렸던가. 모든 숨 탄 것들은 그저 나그네일 뿐이지. 삶은 흘러가는 거니까. 이 지상에는 영원한 거처란 없어. 하물며 자식도 내 것이 아닌 것을. 그저 마주친 그 순간에 최선을 바치는 게야. 마음을 온통 빼앗겼다가도 얽매이지 않는 거지. 그런데 왜, 앵두나무에 발이 묶인 것처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걸까. 소선녀 수필가는 시와 산문으로 등단했으며 전북문인협회, 김제문인협회, 전북수필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수필집 '봄이면 밑둥에서 새순을 낸다.'등을 펴냈고 지평선문학상을 수상했다,

  • 오피니언
  • 이강모
  • 2022.12.08 17:23

새만금신항 진입로 4차선으로 개설해야

새만금 신항은 새만금 내부개발에 따른 물동량 처리와 대중국 교역 활성화에 대비한 환황해권 거점항만이다. 지난 8월, 2026년 차질 없이 개장할 수 있도록 부두개발을 위한 첫 삽을 떴다. 접안시설 축조공사를 착공한 것이다. 그런데 거점항만에 맞지 않게 새만금 신항 내부 진입도로가 2차선으로 계획돼 말썽이다. 장차 신항 일대에서 발생하는 교통량을 소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 거점항만의 진입도로와 비교해도 규모가 너무 협소하다. 군산지방해양수산청에 따르면 2026년 5만톤급 2개 선석의 개항에 대비, 새만금 방조제에서 신항만으로 연결되는 1.127km 내부 진입도로를 4차로로 개설하기로 하고 기획재정부와 협의에 나섰다고 한다. 하지만 기재부는 2차선이면 충분하다면서 총사업비 협의에 난색을 표했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해수부가 2019년 마련한 신항만건설 기본계획을 근거로 내밀었다. 해수부의 기본계획에는 5만톤급 2개 선석 18만8000㎡(5만6000평)의 부두에서 발생하는 교통량만 계산했을뿐 배후부지 118만㎡(36만평)에서 발생하는 교통량이 빠져 있다. 그러나 군산지방해양수산청이 최근 진입도로의 발주를 앞두고 새로 산정한 결과 배후부지 발생 예상 교통량은 새만금 신항 1단계사업이 완료되는 2030년 하루 3만6916대로, 전체 교통량 4만3751대의 84%를 차지한다. 당초 해수부가 산정한 교통량 1만8654대의 2.35배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항만의 교통량은 부두에서 화물을 운반하는 차량, 일하는 근로자들의 차량, 배후부지에서 선사, 화주, 공공기관에 의해 발생하는 교통량 등을 합해서 계산한다. 이에 비춰 해수부의 자료는 배후부지의 교통량이 빠져 있다. 잘못 산정한 교통량은 수정해야 옳다. 타지역 진입도로를 봐도 확연하다. 인천 신항의 경우 8차로, 평택당진항과 부산항 신항 및 목포신항은 6차로, 광양항은 10차로다. 이에 비해 새만금 신항 진입도로 2차선이 말이 되는가. 한 푼이라도 예산을 아끼려는 기재부의 뜻은 알겠으나 2차선으로 개설했다 나중에 물동량 증가로 4차선으로 증설할 경우 오히려 더 큰 예산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한다. 기재부는 새만금 신항 4차선 개설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주길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12.08 17:23

옥정호 전북의 보물섬을 대한민국의 블루오션으로

민선 6기 임실군수로 취임하면서 ‘작은 물방울이라도 끊임없이 떨어지면 결국엔 돌에 구멍을 뚫는다는 ’수적천석(水適穿石)’의 다짐으로 시작했다. 민선 8기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섬진강 르네상스 시대를 반드시 열겠다는 각오로 쉼없이 노력하며 달려왔다. 그리고 올해 옥정호 붕어섬을 잇는 출렁다리 임시개통을 시작으로 수년 간의 노력들이 하나둘씩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지난 10월에 개통된 옥정호 출렁다리는 지난 4일 기준 전국에서 43만여명의 방문객으로 전북을 대표하는 인기관광지로 부상했다. 돌이켜 보면, 옥정호는 그동안 임실군민에 일방적인 희생과 아픔을 비롯 고달픈 삶이 서린 애환의 호수로 존재해 왔다. 당초 1965년 국내 최초의 다목적댐으로 건설된 섬진강댐은 농업용수와 홍수조절, 에너지생산 등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이면에는 정부의 강제이주로 터전을 잃고 고향을 등져야 하는 2000여세대 1만5000여 주민들의 희생이 뒤따랐다. 1999년에는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이며 개발 제한과 지역 상권의 쇠퇴, 경제적 낙후라는 이•삼중고를 겪는 고통의 세월이었다. 그러나 이제 옥정호는 임실군민의 애환의 호수가 아닌 기쁨과 환희, 미래를 밝혀줄 희망의 호수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전북도 동부권발전사업으로 시작한 섬진강 에코뮤지엄 조성사업은 출렁다리와 붕어섬 개장으로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전장 420m의 옥정호 출렁다리와 신비의 붕어섬이 사계절 관광공원으로 조성되면서 임실군을 관광중심지로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래의 호반관광도시를 꿈꾸는 ‘섬진강 르네상스’를 완성하기까지는 갖가지 풀어야 할 난제도 산적한 실정이다. 옥정호 순환도로는 섬진강댐 건설 58년이 지났지만, 강진면-하운암간 3km는 미개설 상태고 운암면 사양리-청운리 7.8km도 미개설 상태다. 전국 대규모 댐 중 유일하게 양안 순환도로가 개설되지 않고 주민들의 교통불편과 재산권 행사 등 생활권 고충이 쌓여만 가고 있다. 때문에 관광도로의 완성을 위해서는 옥정호 수변도로(순환) 건설이 필수적으로 요구는 시점이다. 특히 2025년까지 수변테크와 생태공원, 모노레일과 케이블카 등이 민자유치로 들어서면 옥정호는 전북의 보물섬을 넘어 대한민국의 관광 블루오션(미개척시장)으로 거듭날 것이다. 그럴 경우 호수를 품은 세계적 휴양지로 잘 알려진 오스트리아 할슈타트처럼 옥정호 역시 세계적 호반관광도시 명성에 큰 기대를 품어본다. 인구소멸을 막는 방법은 굴뚝 없는 공장인 관광산업이며 관광산업이 활성화되면 일자리 증가와 함께 지역경제가 되살아나고 덩달아 갈수록 심각해지는 인구절벽 현상도 극복할 것이다. 참으로 고무적인 것은, 지난 10월 현재까지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 통계에서 임실군을 방문한 관광객 수가 689만명으로 집계됐다는 점이다. 이후 11월부터 옥정호 출렁다리와 임실치즈테마파크 등의 관광객과 23일의 산타축제 등을 감안하면 12월까지는 최소 700만명에서 800만명에 달하는 관광객 유치 가능성도 점쳐진다. 곧 다가올 2023년 새해를 앞두고 그동안 꿈처럼 여겨졌던 ‘천만관광 임실시대’가 진짜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나고 있다. 민선 8기 마지막 3선 군수로서, 수적천석의 끈질긴 신념으로 인구 2만7000여명의 작은 농촌지역에 천만 관광객이 찾아오는 그날을 위해 오로지 임실군 발전과 군민만을 바라보며 남은 열정을 쏟을 것을 다짐해 본다. /심민 임실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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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08 14:09

주택이란 무엇인가?

1세대1주택 비과세를 판단하는 데 있어 주택의 정의에 대해 소득세법과 주택법에서 각각 정의하고 있으나, 대법원의 판례가 가장 의미 있은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최근 대법원의 판결을 보면 “주택이란 공부상의 용도 구분이나 용도변경에 대한 허가나 등기 유무와는 관계없이 사실상 주거에 공하는 건물을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오늘은 우리가 평소 알고 있던 주택을 세법에서는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세대주택과 다가구주택 실생활에서 다세대와 다가구주택은 혼용되어 인식되고 있으나, 다세대주택은 층수가 4개층 이하이고 한 개 동의 면적이 660㎡ 이하로 아파트와 구분되는 공동주택으로서 각각을 1주택으로 판단합니다. 반면에 다가구주택은 3개층 이하이고 19세대 이하가 거주 할 수 있는 주택을 말하며 단독주택으로 구분되나 세법에서는 원칙적으로 각각의 세대를 1주택으로 판단합니다. 다만 다가구주택 전체를 하나의 매매단위로 양도하는 경우에는 그 전체가 하나의 주택이 됩니다. 또한 고가주택의 적용기준 시 그 전체를 하나로 보아 12억 초과여부를 판단하게 됩니다. △겸용주택 주택과 상가가 복합된 경우 주택부분이 주택 외의 부분보다 큰 경우에는 전부를 주택으로 보아 비과세를 적용하며, 주택과 상가의 면적이 같거나 적은 경우에는 주택부분만 주택으로 보아 비과세를 적용합니다. 그러나 고가주택의 경우 비록 주택이 상가보다 큰 경우라도 주택부분만 주택으로 보아 비과세가 가능합니다. △일시전용주택 주택을 일시적으로 음식점이나 상가 등의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 주택 외의 용도로 사용하는 기간 동안에는 주택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러나 일시적으로 주택 외의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하더라도 그 구조나 기능, 시설 등이 주거가 가능한 상태로 유지되거나 관리되고 있어 언제든지 주택용으로 사용이 가능한 상태인 경우에는 주택으로 보게 됩니다. 따라서 1주택인 경우에는 비과세가 가능하나, 거주 및 보유기간 계산 시 다른 용도로 사용된 기간만큼은 제외하고 적용하게 됩니다. /노인환 한국·미국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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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08 14:08

여야의 리더십을 주목한다

최근 여야 리더십이 주목받는다. 여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과 인식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며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의 자격기준과 선출방식 등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제1야당 민주당에서는 이번 주 취임 100일을 넘긴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파장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3월 초순이 유력해 보인다.정진석 비대위 임기가 3월 13일까지라는 게 일단 기준 시점이다. 그 전이냐 그 후냐 정도가 쟁점인데 비대위 체제를 가능한 빨리 정상화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맞다. 문제는 누가 차기 당 대표로 적합 하느냐는 것이다.“수도권에서 대처가 가능하며 (상식·공정·정의의 미래) MZ세대에 인기가 있어야 하고 안정적으로 공천을 할 수 있는 대표”여야 한다고 하자, 한 쪽에셔는 “수도권 출신 당 대표론은 지역감정을 부추긴다.”고 비판한다. “거론되는 당권주자 중에서 당 대표를 뽑느냐,좀 늦더라도 새로 사람을 찾아서 하느냐 이런 문제도 정리가 안 됐다.”는 언급은 “한동훈 차출설”에 다시 불을 붙였다.“ 대통령이 그런 말씀을 하셨을 리 없다.”고 반박하고 한 장관 본인이 직접 “중요한 일 많아 장관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한다. “한동훈 차출설”은 결국 대통령에게 부담이다.물론 대통령은 한동훈 논란에 불쾌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윤심이 한동훈에게 있다는 것을 띄워서 국민과 당원의 반응을 보려했다.”는 해석은 지나친 상상력의 산물일 수 있지만,“관저 갔다 와야지 (당 대표에) 낙점이 된다.”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의도하지 않은 메시지를 남겼다. 많은 사람들이 7:3 당원투표와 여론조사 비율을 9:1로 바꾸자는 주장은 “수양버들 당 대표”를 향한 구체적 실행수단이라고 해석한다. “당 대표는 우리 당원들이 뽑는 것”이라고 하자 “특정후보를 배제하거나 지지하기 위한 룰 변경 오해”를 받는다고 한다. 정당들이 국민세금 받는 만큼 가능한 민심을 반영해야 하고 당원만으로 하려면 정당의 국고보조는 반납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국민의힘 차기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2024년 총선승리다.“의회 권력교체 없이는 진정한 정권교체의 완성이라 볼 수 없다.”는 말이 정답이다. 총선승리를 향한 베스트 리더십 조합의 창출이 정진석 비대위의 역할이다. 윤 대통령은 집권당의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 그래야 짧게는 총선승리를 통한 윤석열 권력 임기후반의 안정과 보장이 가능하고 길게는 보수가치의 연속성과 지속성을 위한 토대확보가 가능하다. 그게 윤 대통령의 역사적 역할이다. “77.77%”의 역대 최고 득표율로 당선된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위상이 위협받고 있다. 대표취임 전인 8월 4주차와 12월 첫 주차의 민주당 지지율을 비교하면 3% 포인트 떨어졌다. 국민의힘 지지율에 큰 변화가 없었고 무당파가 같은 기간에 3% 포인트 늘어난 것을 보면 민주당 지지율 하락이 뚜렷하다. 8월 중순 대통령 취임 100일 이후 지속되고 있는 ‘30% 대통령 지지와 60% 대통령 반대’라는 최근 여론흐름에 따른 민주당 반사이익조차 없었다는 말이다. 특히 핵심 지지층에서의 지지율 하락은 민주당으로서 아쉬운 대목이다.20대와 40대는 지난 100일 동안 민주당 지지율이 9% 포인트 하락했다.30대에서도 7% 포인트 하락했다. 진보층에서도 7% 포인트 지지가 빠진 것을 보면 결국 민주당 지지율 하락은 40대와 진보층의 이탈이 결정적이다. 여야 리더십 논란은 2024 총선을 향한 승부의 시작이다. 국민의힘은 “여의도 출장소”나 “체질적 충성여당”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힘으로 권력을 선도하는 집권당이 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다. 민주당은 “이재명 방탄”과 “분당 가능성”의 우려에서 벗어나 “유능한 대안야당”으로 거듭 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다. 여야의 리더십을 주목하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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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08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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