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2-21 07:24 (Su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입덧

천자문(千字文)엔 봄 ‘春(춘)’자가 없다. 천자문 달달 외워도 ‘立春大吉(입춘대길)’을 못 쓴다. 그렇다고 봄이 오지 않는가? 봄은 기다려도 오고, 기다리지 않아도 온다. 입춘(4일)이 코앞이다. 하지만 봄은 이미 내 몸 깊숙이 똬리를 튼 지 오래다. 봄은 입맛으로부터 온다. 혓바닥은 요물이다. 겨우내 입안이 온통 헛헛하고 텁텁하다. 찌든 ‘군둥내’에 진저리친다. 시큼한 김치찌개 냄새, 퀴퀴한 청국장 냄새, 에~취! 코를 찌르는 찬장의 눅눅한 고춧가루 냄새…. 풋것이 미치도록 먹고 싶다. 하마, 남녘 바닷가에선 무시로 봄 쑥국이 밥상에 오르리라. 바닷바람에 연하고 순해진 해쑥들. 그 여릿여릿 생명의 풋것들! 그 수선거림과 흥성거림. 온몸이 달뜬다. 도리질에 안달복달, 발을 동동 구른다. 잇몸이 근질근질, 혀끝이 간질간질, 방안을 왔다 갔다, 의자에 앉았다 섰다, 책을 폈다 덮었다…. 에라, 전주에 달려가 ‘파 강회’나 실컷 먹어볼까? 단골 막걸릿집에 퍼질러 앉아, 파강회 한 접시에 막걸리 한 주전자 시켜놓고, 주모가 부르는 ‘봄날은 간다’나 들어볼까? 우두둑! 정갈하게 돌돌 말린, 세모시 옥색치마의 쪽파 허리 ‘즈려’ 씹으며, 젓가락 장단이나 두드려볼까? 어금니 잇몸 위아래로 ‘슴베 나오는’ 데친 쪽파의 새콤한 연녹즙. 쪽파 보늬 껍질의 풋 냄새와 매옴 시큼한 초고추장의 환장할 어우러짐. 씹으면 씹을수록 아련하고,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살찐 농어가 풍덩! 뛴다. 파릇파릇 미나리 강회는 또 어떨까. 살찐 생미나리의 상큼한 새물내. 너부데데한 놋그릇에 김 펄펄 하얀 쌀밥과 살짝 데친 미나리 숭숭 썰어 넣고, 고추장 참기름으로 쓱쓱 비벼 먹고 싶어라. 오호라, 입속에 다발로 피어나는 재스민 향기. 콧숨 뿌리에 알큰하게 차오르는 봄 향기. 한순간 온몸의 실핏줄이 우우우 부풀어 오른다. 얼씨구나 절씨구! 남이야 혁명을 하든 말든, 미나리 파란 싹이 입안 가득 돋아난다. 새록새록 감칠맛이 우러난다. 전주 어르신들 말로 ‘개~미’가 있다. 아뿔싸, 또 있다. 봄동이다. 이거 빼면 새봄이 허전하다. 요즘 봄동은 발가락으로 무쳐도 맛있다. 봄동은 역시 ‘봄~똥!’으로 읽어야 제격이다. ‘봄의 똥’인가? 그렇다. ‘봄 강아지가 쪼르르 길 가다가 눈 연둣빛 똥’이다. 겨우내 징게밍게 논두렁밭두렁에서 한뎃잠을 잔 ‘노숙 배추’를 그렇게 부른다. 한마디로 ‘납작배추’ ‘떡배추’다. 엄동설한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한다. 그래서 더욱 깨소금 맛이다. 입에 넣으면 사각사각! 사과 깨무는 소리가 난다. 씹을수록 들척지근하고 꼬소름하다. 맛이 둥글다. 그렇다. 봄똥 속엔 전주 기린봉 귀때기를 후려치는 칼바람 한 줌, 꽁꽁 얼어붙은 전주천의 얼음 한 조각, 경기전 앞마당에 퍼붓는 함박눈 한 줌, 전주한옥마을 각시방 영창에 매달린 수정고드름 하나, 섣달 밤 다가산 너머 눈썹달 비껴가는 기러기 한 마리, 북풍한설 완산칠봉 산비탈에 맨살로 서 있는 신갈나무 한 그루, 하늘나라 어머니의 자나 깨나 자식 걱정 한소끔, 그리고 “밥은 잘 챙겨 먹고 댕기냐?” 앞서가신 아버지의 낮고 뭉툭한 목소리가 들어 있다. 시부저기 “봄~똥!”하고 소리 내어 읽어본다. 눈꺼풀에 햇살 부스러기가 간질간질 내려앉는다. 귓가에 투욱~ 툭! 생강나무 꽃망울 터지는 소리. 얼음장 밑 쫄! 쫄! 쫄! 물 흐르는 소리. 공기가 참 달다. “보옴~똥!” /김화성 전 동아일보 전문기자

  • 오피니언
  • 기고
  • 2023.02.01 15:34

국민속으로, 전북 앞으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전라북도를 찾은 지 일주일이 지났다. 소환조사 하루를 앞두고 정치검찰의 칼끝이 턱밑까지 들이닥친 와중에도 이재명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의 두 눈이 향한 곳은 오직 국민과 전북도민의 민생이었다. 이미 작년 대선 기간 전북을 찾아 도민이 느끼는 삼중 소외를 이해하고 있다며 우리를 보듬었던 그다. 이번 ‘국민속으로, 경청투어’ 전북 일정은 이 대표의 진심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민주당이 찾은 첫 민생현장은 정읍이었다. 도내 한우사육두수는 지난해 11월말 기준 45만 1,556두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전북도 ‘소가 소를 먹는다’는 심각한 소값 폭락의 직접적 피해자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그중에서도 산외면을 중심으로 10만두에 육박하는 한우를 사육하고 있는 정읍은 더욱 타격이 컸다. 간담회에 참석한 축산농업인들은 사료값과 난방비 등은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치솟는 반면 한우값은 폭락했다며 절규했다. 축산농가와 가축시장을 방문해 현장의 애로사항을 보고 들은 이 대표는 농가의 고통에 공감한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과 행정 지도관리 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윤석열 정부는 올해 예산안에서 지역화폐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하려 들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3,525억원의 예산을 지켜냈고, 결국 8조 8천억 원에 달하는 지역화폐 발행이 가능해졌다. 그래서일까, 이튿날 군산 공설시장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시장 상인과 지지자로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찼다. 엄동설한에도 민주당에 힘을 주겠다고 모인 군산시민께 이재명 대표는 도리어 “제가 여러분께 힘을 드리겠다”며 민주주의의 수호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약속했다. 야당 대표가 전국 팔도를 누비며 민생을 이야기하는 동안 정부는 대체 어디에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난방비 급등으로 국민의 생명과 생계가 위협받고 있는데 대통령실은 “난방비 급등에 특별한 대책이 없다”라며 전 정부 탓을 일삼는다. 에너지 복지 예산 400억 원에 경로당 난방비까지 삭감한 채 국민에게 난방비 폭탄을 던진 것은 정작 자신들이 아니던가. 오죽하면 민생포기대통령, ‘민포대’라는 조롱이 등장했을까.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가 국민에 각자도생을 강요하는 사이, 민주당은 7조 2000억 원 규모의 에너지·물가 지원금과 추경 편성이란 대책을 제시했다. 정부 실종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백여 명의 국민이 목숨을 잃었던 이태원 참사의 순간에도, 북한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맘껏 휘젓고 다닐 때도 정부는 없었다. 지금이 당권 경쟁에 개입해 공당을 사유화하고, 검찰을 앞세운 야당탄압에나 골몰할 때인가. 지난달 28일 제1야당 대표에 대한 검찰조사는 정권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했던 말을 하고 또 하고, 같은 자료를 몇 번이고 반복해 제시하며 시간을 끌다가 막판에서야 추가 소환을 언급했다. 수용 불가인 카드를 내밀어 이 대표를 기소하고 구속영장을 발부받겠다는 ‘답정기소’에 다름없다. 정권이 기소권을 통치수단 삼아 검찰 통치를 자행하는 한편, 일부 언론은 이에 기생하며 ‘죄형보도주의’에 입각해 의혹을 사실인 양 내보내며 헌법의 근본정신을 파괴하고 있다. 다행히 우리에겐 엄지손가락이라는 더 강력한 언론이 있다. 전북의 미래, 대한민국의 앞날을 지킬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 전북도민의 엄지손가락이다. 작은 실천들을 모아 역사를 만드는 일에 앞장서주시라. /안호영 국회의원(민주당 수석대변인, 완주진무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3.02.01 15:33

호남 물갈이, 영남 물갈이

2월 첫날, 국내 증권가에서는 안랩이 뜨는 테마주로 확 부각됐다. 작년 대선 때 한창 성가를 날릴 때 1주당 13만5700원에 달했던 안랩은 이후 6만원 아래로까지 떨어졌으나 최근 들어 점차 치고 올라오더니 1일엔 거래대금이 2천억원을 넘어서며 주가는 10만원 턱 밑에까지 다가섰다. 안랩은 1995년 설립된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가 그 모태로 순수 국산 백신 프로그램 ‘V3’를 개발한 곳이다.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로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김기현-안철수' 양강 구도로 좁혀진 가운데 일부 여론조사 결과 안철수 후보가 크게 앞서면서 안랩도 크게 각광받고 있다. 민주당 일색인 전북에서는 국민의힘 경선이 언제인지조차 관심이 없는데 소위 보수 한복판에 있는 경상도에서는 최대 화두다. 그런데 며칠전 홍준표 대구시장이 페이스북을 통해 또 장외홈런을 날렸다. 그는 "국민의힘 본산 대구·경북에선 인물이 없다"며 "내년 총선에서 TK 의원은 모두 물갈이해야 한다"는 'TK 전원 물갈이론'을 주장했다. 혹여 국회의원 눈밖에 날까봐 삽살개처럼 굽신거리는 단체장의 익숙한 모습들과는 전혀 딴판인 홍준표 대구시장의 진면목이다. 홍 시장은 "(대구와 경북에는) 당 대표 후보자도 없고, 청년 최고위원 후보자도 없고, 여성 최고위원 후보자도 없고, 중심이 될 최고위원 후보자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뒤 "이참에 싹 물갈이하자"고 한발 더 나갔다. 그는 "나라 국회의원이 아닌 동네 국회의원들은 모두 시의원, 구의원으로 보내자"며 "TK지역에서는 최근 인재를 키우지 못하고 눈치만 늘어가는 정치인들만 양산하고 국회의원다운 국회의원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고 비판했다. “멀리 영남에서 미쓰터 쓴소리가 또 헛소리 한마디 했나 보다” 하고 그냥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좀 거칠기는 하지만 가히 폐부를 찌르는 정문일침이라고나 할까. 전북의 현주소가 바로 TK의 형국이기 때문이다. 최고위원 선거 등 당내 지도부 선출과정에서도 서로 눈치만 보고 출마예정자도 찾아보기 힘든 전북의 모습과 너무나 똑같다. 이미 한물간 정치낭인들만 설치는 형국 또한 데칼코마니다. 전북은 어느 순간부터 변방이자 비주류의 한복판에 있다. 여러 상황이 맞물린 결과이기는 하지만 전북이 이렇게 된 것은 도민들이 선택한 측면도 없지 않다. 특히 정치영역에서 경쟁이 아닌 과점을 허용했고, 더 나아가 독점을 용인한 죄값을 톡톡히 치르는 것으로 보면 틀림없다. 정부가 제4이동통신을 추진하면서 박윤규 과기정통부 2차관은 이런 말을 했다. “현재 통신시장은 통신3사 중심 체계로 고착화돼 사업자간 품질, 요금 등의 경쟁은 정체된 상황”이라며 “신규 사업자 진입이 차별화된 5G 서비스를 선보이고 경쟁이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고 밝혔다. 전북 역시 정치권의 과감한 물갈이와 치열한 경쟁시스템 도입만이 살길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3.02.01 14:42

전북학생의회, 학생자치 모델로 자리잡기를

전북교육청이 ‘전북학생의회’ 출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례에 따라 최근 50명의 학생의원 구성을 완료했다. 이달 중순 의원 역량강화 워크숍을 거쳐 3월 공식 출범한다는 계획이다. 전북학생의회는 ‘학생중심 미래교육’을 기치로 내건 서거석 교육감의 핵심공약 중 하나다. 학생들이 자치역량을 키워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돕자는 취지로, 학생의회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정책을 제안·검토·심의하게 된다. 학생은 교육의 대상이자, 교사·학부모와 함께 ‘교육의 3주체’로 꼽힌다. 학생들이 스스로 교육정책을 제안하면서 자치역량을 기를 수 있다는 점에서 출범을 앞둔 전북학생의회의 활동에 기대가 크다. 사실 이전부터 익산시의회와 군산시의회 등 전북지역 몇몇 지방의회에서 어린이의회·청소년의회를 운영했다. 건전한 토론문화를 형성하고,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체험하도록 지원해 지역의 어린이·청소년들이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전북학생의회와 그 취지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전북학생의회는 교육정책에 집중하고, 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비교가 된다. 특히 학생자치활동 내실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 2019년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만 18세 고교생들이 선거권을 얻게 됐다. 학생들은 이제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들을 인식하면서 자신의 생각이나 요구를 적절히 표현하고 조정함으로써 자신과 공동체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는 존재로 거듭나야 한다. 학생자치 역량이 강조되는 이유다. 학생자치의 핵심은 ‘자율’과 ‘참여’다. 전북학생의회를 통한 학생자치활동이 민주시민의 자질을 키운다는 교육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 물론 첫 출범하는 조직인 만큼 일정 부분 교육청의 간섭과 지도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지나친 개입은 학생들의 자율성을 훼손할 수 있는 만큼 경계해야 할 것이다. 학생들이 주도하는 학생의회가 될 수 있도록 교육기관은 자리를 깔아주고 유심히 지켜보면 될 일이다. 행여 전북교육의 새로운 성과물로 홍보하려는 목적으로 결과를 과대 포장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아무쪼록 전북학생의회가 학생자치 내실화의 전국적 모델로 자리잡기를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2.01 11:43

가난한 '기부 선진국'

영국의 자선구호단체 CAF(Charities Aid Foundation)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22 세계기부지수’ 1위는 68% 지수를 기록한 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는 5년 연속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국가다. 우리나라보다 경제규모가 훨씬 작은 인도네시아가 세계에서 기부지수가 가장 높다는 사실은 놀랍다. 2021년 조사에서는 인도네시아 성인 10명 중 8명이 돈을 기부했고 6명 이상이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했다는 결과가 있다. 인도네시아가 1위에 올라서기 전 기부지수가 가장 높은 국가는 미얀마였다. 미얀마도 여러해 동안 연속 1위를 지켰으나 2017년 인도네시아에 자리를 내주었다. 미얀마 역시 저소득 국가인데다 세계에서 가난한 나라 중 하나로 꼽히는 국가다. 이들의 ‘기부문화’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되는 이유다. 소득도 낮고 가난한 미얀마나 인도네시아의 기부지수가 높은 이유로는 종교적 배경이 꼽힌다. 최근 몇 년 동안 세계기부지수 1위를 이어가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기부 문화도 이슬람의 의무인 ‘빈민구제(자카트)’가 바탕이다. 그러나 나눔을 실천하고 봉사하며 기부가 일상인 국민성을 종교적 배경만으로 규정하는 것은 아쉽다. 세계기부지수는 CAF가 2010년부터 해마다 발표해온 지수다. 매년 120여 개국 200만여 명을 대상으로 기부, 봉사, 사람돕기 등을 조사하고 종합적으로 수치화해 나라별 기부지수를 발표한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올해 119개 국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한국은 88위. 기부지수는 35%에 그쳐 두말할 것 없이 ‘기부 후진국’이 됐다. 실제 우리나라의 기부지수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2011년에는 57위였으나 10년 사이 31개 국가를 앞세웠다. 2021년 코로나의 위기에서는 지수가 반등한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110위로 추락하기도 했다.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다. 코로나 위기에서도 큰 폭으로 오른 지수다. CAF가 기부지수를 발표하기 시작한 후 10년 동안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던 기부지수는 팬데믹을 거치면서 훌쩍 뛰어올랐다. 더구나 경제적으로 부유한 국가보다 저소득 국가들이 이 시기에 더 적극적으로 나눔과 기부를 실천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위기의 상황에서 오히려 자선 활동이 늘었다는 증거일터. 어려운 환경에서 나눔의 실천이 더 강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반갑기만 하다. CAF가 미얀마가 기부지수 연속 1위를 이어갈 때 덧붙인 말이 있다. “저소득 국가인 미얀마가 1위를 한 것은 부와 관용의 관계에 관한 그동안의 추정이 틀렸음을 입증한다.” 가난한 ‘기부 선진국’ 미얀마나 인도네시아의 나눔 문화가 전하는 울림이 크다. /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3.01.31 18:09

공공산후조리원 확대하고 정부도 지원해야

전북도는 2023∼2025년 남원과 정읍에 120억원을 들여 공공산후조리원을 건립키로 했다. 민간산후조리원만 있는 전북에 처음 들어서는 것이다. 잘한 일이다. 값싸고 서비스 좋은 공공산후조리원이 건립되면 모성 보호와 저출산 문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다. 남원과 정읍뿐 아니라 공공산후조리원이 없는 전주 군산 익산 등 전 지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했으면 한다. 또한 국비 지원도 추진했으면 한다. 산후조리원은 전국적으로 500여곳이 운영중이며 전북에는 전주 7곳, 군산과 익산 각각 2곳 등 모두 11곳이 있다. 14개 시군 중 11개 시군에는 산후조리원이 없어 집에서 산후조리를 하거나 원정 산후조리를 해야 할 형편이다. 산후조리원 중 공공으로 운영되는 곳은 전국적으로 15곳 가량이다. 이중 전남이 가장 선구적이다. 2015년 해남종합병원에 전국 최초로 1호점을 선보인 이후 5곳이 운영 중이며 3곳을 추가 설립키로 했다. 보건복지부의 ‘2021 산후조리 실태조사’에 따르면 산모들이 선호하는 산후조리 장소는 산후조리원이 78.1%로 본인 집 16.9%, 친정 4.6%, 시가 0.1%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3년마다 실시하는 이 조사에서 산모들은 만족스러운 산후조리를 위해 가장 필요한 정부정책으로 75.6%가 경비지원을 꼽았다. 이제 산후조리원은 산모들의 필수코스가 되었다. 특히 공공산후조리원은 민간에 비해 비용이 60∼70% 수준인데다 시설이 좋아 서울과 경기도의 경우 예약이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공공산후조리원을 늘리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하나는 지자체가 시설비 전액을 부담해야 하고 운영비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현행 모자보건법에는 공공산후조리원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가 설치·운영토록 규정하고 있다. 남원과 정읍의 경우도 도비와 시비를 5대 5로 분담키로 했다. 또 대부분의 공공산후조리원의 운영이 적자다. 가뜩이나 어려운 지자체 살림으로 이를 감당하기가 어려운 구조다. 따라서 정부는 ‘출산 국가책임제’ 차원에서 이를 지원해야 마땅하다. 또 하나는 민간산후조리원의 반발이다. 대개 분만병원이 자구책으로 연계해서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저출산 절벽에 직면한 우리 현실에서 공공성을 높이는 일에 소홀하지 않았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1.31 15:43

경찰을 경찰답게!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에서 혼신의 경기로 국민에게 위로가 되었던 축구선수 손흥민. 그에 못지않게 유명한 그의 아버지(손웅정)가 모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했던 말이 마음에 남는다. 손흥민이 레버쿠젠 구단에서 토트넘 구단으로 이적할 때 레버쿠젠 측이 아들을 놓아주지 않아서 협상이 원활치 않아 희망하던 토트넘 구단으로 이적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3번째 협상이 결렬되자 손웅정 씨는 퇴장하던 레버쿠젠 감독을 쫓아가 설득하여 재협상 자리를 만들어 결국 아들이 원하던 토트넘으로 이적하게 된 일화를 전하면서 했던 말이다. 손웅정 씨는 당시 레버쿠젠 감독은 손흥민을 불신하고 있어 경기에서 자꾸 아들을 교체하고 있었다며 “내 자식을 인정 안 하는 감독하고 있을 이유가 없잖아요.”라고 말했다. 방송 중 여러 감동적인 말 중에서 유독 나에게 와닿았던 부분은 “내 자식을 인정 안 하는”이라는 표현이다. 감독이 손흥민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에서는 기량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어 필사적으로 이적을 추진했던 것이고, 결국 그의 선택과 노력은 “세계급 손흥민”으로 성장시키는 또 하나의 발판이 되었다. 대한민국 경찰은 고통의 늪에 빠져있다. 여기서 치이고 저기서 치이고, 경찰은 도대체 뭐 하는 것인가라며 온통 비난의 화살을 쏟아댄다. 제대로 일 처리 못 하는 경찰이 답답하고 미울 수 있다. 분명히 잘못 처신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억울함도 있다. 억울함을 호소할 곳은 없다. 그저 묵언의 상태에서 늘 두들겨 맞고, 맞는 것에 이골이 나서 각자의 동굴로 들어가 버린다. 동굴 속에서 웅크린 시간이 길어질수록 스스로가 버거워 이제 조직을 생각할 힘도 없다. 경찰도 다시 일어날 재기의 힘이 필요하다. 현재의 상태는 도려내야 할 곪아 터진 종기 때문에 통증을 호소하며 메스를 가해 수술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 아니다. 온몸과 마음에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전신 화상을 입은 상태다. 화상입은 살갗에 소금을 뿌려대면 견뎌낼 도리가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상처가 빨리 아물어 새 살을 돋게 하기 위한 환부 치료와 회복해서 전보다 더한 에너지를 발휘할 거라고 믿고 기다려주는 시간의 힘이다. 잠시 비난을 멈추고 “경찰대개혁”이라는 변신의 노력을 시도하는 경찰의 의지를 믿어주었으면 좋겠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경찰의 노력을 사랑하는 일이다. 사랑은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경찰이 새 역사를 쓰고 새 발걸음을 걸어갈 수 있도록 한눈 지그시 감고 기다려주면 좋겠다. 경찰이 좌초하길 바라는 국민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내 자식을 인정 안 하는 감독 밑에서 더 이상 발전을 기대할 수 없어 새 길을 찾아 떠나듯이, 경찰에 대한 불신을 거두고 경찰을 믿고 기다려주면 좋겠다. 경찰이 경찰답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경찰 역시 간절하다. 함명선 경찰인재개발원 공공안전교육센터 경감

  • 오피니언
  • 기고
  • 2023.01.31 15:10

사회적 고립

70여 년 전 미국의 사회학자 데이비드 리스먼은 두 동료와 함께 『고독한 군중: 미국인의 성격 변동 연구』(1950)라는 책을 출판하였다. 대중사회에서 개인은 타인에 둘러싸여 살아가면서도,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외로움을 느낀다고 분석했다. 현대사회의 개인은, 타인에게 격리되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내면적 고립감으로 번민한다는 것이다. 고독 또는 외로움은 단지 ‘혼자 있는 상태’가 아니라 ‘개인 내면의 주관적 감정’을 가리키는 것이므로, 개인은 주위에 아무리 사람이 많이 있어도 정서적 교류가 없으면 외로움을 느끼게 마련이다. 리스먼은 현대인의 외로움은 ‘사회적 고립’, 즉 타인과의 연결이 단절된 상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명쾌하게 밝혔다. 미국의 사회신경과학자 존 카시오포는 외로움을, 사회집단에 속하지 않으면 생존에 위협을 느꼈던 수렵채취인 시절 인류의 삶의 조건에서 살아남기 위한 ‘마음의 진화’의 결과로 설명한다. 개인이 홀로 남았을 때 두렵고 초조한 마음이 들어야 사회집단을 찾는 데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카시오포는 『외로움: 인간 본성과 사회적 연결의 욕구』(2008)에서 현대사회가 ‘외로운 개인’을 더 깊은 수렁에 빠뜨리는 조건을 갖추고 있음을 강조한다. 외로운 개인은 타인과 사회적 관계를 맺으려 노력하기보다는, ‘거절’을 당할 염려가 없는 인터넷이나 TV 또는 반려동물에서 대안을 찾는다. 그러다 보니 외로운 개인이, 정서적 교류를 동반하는 사회적 관계를 맺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영국의 경제학자 노리나 허츠는 『외로운 세기: 찢긴 세계에서 인간적 연결을 복원하는 방법』(2020)에서 초연결 세계에서 고립된 현대인을 분석하였다. 그는 한국의 ‘먹방’(먹는 방송)을 외로움 때문에 번창하는 채널이라 소개했다. 사람들은 혼자 저녁을 먹을 때 가장 외로워하는데, 그것을 상품화한 것이다. 렌터카뿐 아니라 ‘렌터 친구’ 사업도 유망 업종이 되고 있다고 알려준다. 또한, 그는 인터넷을 통한 연결이 허상일 수 있음을 강조한다. 개인은 스마트폰을 통해 타인과 피상적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정서적 교류는 사실상 차단되어 있다. 개인이 SNS 게시물을 읽고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다는 등 ‘얕은 대화’를 오래 해도 충족감이 들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개인의 소통 능력을 퇴화시켜, 외로움을 증폭시킨다는 것이다 사회적 고립은 개인뿐 아니라 정치·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SNS는 인공지능이 추천하는 알고리즘 탓에 이용자의 확증편향을 계속 증폭시킨다. 즉, 사회적 고립은 개인 간 소통 단절, 시민성 수준 저하, 정치적 양극화를 추동한다. 또한 그것은 사회의 신뢰 수준에 영향을 미쳐, 경제의 혁신성을 떨어뜨린다. 사회적 고립은 다른 나라의 일이 아니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는 가족·친구·이웃 등으로 통칭하는 ‘공동체’가 해체되었거나 그 성격이 크게 변모하였다. 2021년 기준 한국 전체 가구의 33.4%가 1인 가구였다. 일터나 삶터에서 ‘사회적 연결’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자연스레 만나서 소통하며 사회적으로 연결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정부 정책 수단으로 강요한 코로나19 팬데믹은, 개인의 사회적 고립을 더욱 심화시켰다. 비대면 환경에 익숙해져 대면을 꺼리는 현상도 발견된다. 심지어 전화 통화조차 두려워하는 ‘전화 공포증’까지 확산하고 있다. 사회현상으로서의 외로움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

  • 오피니언
  • 기고
  • 2023.01.31 15:10

김관영과 우범기의 반년

김관영 전북지사와 우범기 전주시장이 취임한지 7개월이 지났다. 임기 4년의 8분의 1 이상이 지난 셈이다. 짧게 보일지 몰라도 이 기간은 전북 도정과 전주 시정의 방향을 제시하고 기틀을 다지는 황금 같은 시기였다. 이들은 이 기간 동안 거침없이 질주했다. 선거공약을 새로 다듬고 첫 인사를 단행했다. 외부로부터 큰 충격이 없는 한 이들의 밑그림은 3년 반 동안 계속될 것이다. 이들은 두 가지 공통점을 지녔다. 하나는 관운이 좋다는 점이다. 김 지사나 우 시장 모두 자리를 줍다시피 했다. 김 지사는 송하진 전 지사, 우 시장은 임정엽 전 군수가 민주당 경선에서 컷오프 되는 등 행운이 따랐다. 짧은 기간에 어렵지 않게 오늘의 자리를 차지했다. 밑져야 본전이고 잘하면 돋보이는 위치에 오른 것이다. 또 하나는 두 사람 모두 경제와 성장을 중요시하는 개발론자라는 점이다. 전북은 계속된 인구 격감과 경제적 낙후로 상실감이 큰 지역이다. 따라서 변화에 대한 욕구가 분출하면서 큰 표 차로 승리했다. 이러한 시대정신과 변화의 열망을 담아 기대감 속에 출범했다. 우선 김 지사부터 보자. 53세의 젊은 나이와 82.11%라는 압도적 지지에 걸맞게 순항하고 있다. 김 지사는 ‘오직 경제, 오직 민생’을 앞세운다. 또 여야 협치를 통해 ‘전북특별자치도법’을 통과시켰다. 지금은 여기에 담을 규제 철폐와 특례 발굴 등에 힘을 쏟고 있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재가동, 기업 유치와 정부 공모사업, 새만금 개발 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제부터 김 지사는 그의 공약인 5대 대기업 계열사 유치와 탄소·수소 등 에너지산업, 농생명산업, 문화관광산업 등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 구호가 아닌 도민들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윤석열 정부 들어 도지사에게 지역대학의 학과조정 등 대학지원 권한까지 주고 있어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반면 김 지사는 인수위 시절부터 매끄럽지 못한 인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정무 및 홍보라인에서 잡음이 나왔다. 민주당 현역 국회의원들이 도의원들을 앞세워 견제하는 측면도 없지 않으나 아직 그의 입지가 탄탄하지 못함을 엿볼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의 최대 장점으로 꼽히는 ‘고시 3관왕’이라는 타이틀이다. 약(藥)보다는 독(毒)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 대권 도전의 꿈은 스스로나 주변에서 거론하기 보다는 성공적인 지사로 우뚝 설 때 드러나는 게 자연스럽다. 대권에 가까이 가본 고시 3관왕이 있었던가를 반추해 보라. 다음으로 우 시장을 보자. 우 시장 역시 전주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강한 경제, 전라도의 수도로’를 내세우며 공격적인 투자 유치와 탄소·수소·드론 등 미래 먹거리,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 등에 앞장서고 있다.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었던 대한방직 터와 종합경기장 개발에 첫걸음을 뗀 것은 그가 개발론자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전주역 명품환승센터 착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 시장은 설화(舌禍)가 잦은 편이다. 또한 그림을 너무 크게 그리는 경향이 있다. 취임 전부터 전주시의원에게 폭언을 하고 주사(酒邪)를 부려 구설수에 올랐다. 천안-전주간 KTX 직선노선, 1조원 규모의 ‘왕의 궁원 프로젝트’ 등은 시원한 사이다 정책 같으나 실행력이 뒤따르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어쨌든 두 사람의 행보는 전북의 미래를 위해 더 빨라져야 한다. 이들이 선두에 서서 성장을 멈춘 전주와 전북에 활력을 불어넣었으면 좋겠다. 전북 성공시대의 쌍끌이선이기를 기대한다. /조상진 논설고문

  • 오피니언
  • 조상진
  • 2023.01.31 15:09

2030 전북 엑소더스 해법 찾아라

전북 엑소더스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20대와 30대 젊은이들의 이탈현상은 매우 심각하고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한계상황에 이르렀다. 좋은 일자리와 빼어난 교육환경을 핵심으로 한 주거환경이 조금이라도 개선되지 않는 한 제 아무리 발버둥을 쳐봐도 전북의 미래는 기대하기 힘들다. 어둡고 비관적인 이슈는 누구나 거론하기 불편하고 특히 뚜렷한 해법이 없다는 점에서 답답하지만 작은 희망이라도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전북도와 도내 시군을 비롯한 지방정부는 물론, 교육당국, 지역사회 전반적으로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만 한다. 엊그제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국내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전입신고 기준 지난해 전북의 전입자 수는 19만 9432명, 전출자 수는 20만 4547명으로 5115명이 순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대 이후 2011년 단 한해만 1721명의 순유입이 이뤄졌다. 그리고는 2001년부터 2022년까지 해마다 최소 1911명(2001년)에서 많게는 5만 6735명(2002년)이 전북을 빠져나갔다. 이처럼 지역사회의 인구 유출은 전국적인 현상이기는 하지만 전북으로선 2030 젊은세대의 이탈이 더욱 뼈아프다. 지난해의 경우 20∼24세 인구 4521명이 전북을 빠져나갔다. 25∼29세는 2997명, 30∼34세 711명이 전북 엑소더스 행렬에 가세했다. 20대부터 30대 중반까지 젊은층 인구가 이처럼 급격하게 유출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일자리와 교육 때문이다. 시도별 3대 전입·전출지로는 동일하게 경기(25.4%, 23.8%), 서울(18.4%, 20.8%), 충남(8.9%, 9.2%)였다. 전입신고 기준으로 보년 전북 인구 정책의 지향점이 분명히 드러난다. 지난해 전북을 직업 때문에 떠난 사람이 5만888명인데 전북으로는 4만2907명으로 유입됐다. 결국 7981명이 순이동했다. 직업 이외에 가장 많은 수치는 교육으로, 전입(1만1518명)보다 전출(1만3474명)이 많아 1956명이 전북을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유치와 일자리 창출은 전북뿐 아니라 전국 17개 시도가 당면한 시대적 화두다. 심지어 서울, 인천, 경기 등 여건이 탁월한 지역 조차도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는 점에서 전북도나 전북교육청은 모든 역량을 매력있는 지역으로 전북을 만드는데 제1순위로 둬야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1.31 14:03

전북도-대학 손잡고 지역에 활력 불어넣어야

전북도가 지역대학과 연계·협력을 통해 대학 경쟁력을 높이고 지역발전을 견인하기로 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시범사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지자체-대학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RIS)에도 적극 참여키로 한 것이다. 이러한 대응은 위기에 몰린 지역대학과 지자체를 동시에 살릴 수 있어 전북도와 도내 대학들이 손잡고 서둘러 머리를 맞댔으면 한다. 지금 지역은 쌍끌이 위기에 직면해 있다. 급격한 인구 감소로 도내 14개 시군 가운데 10개가 소멸 위기에 처해 아기 울음소리가 그친 지 오래다. 고령의 노인들만 남아 복지비용만 폭증하고 있다. 더불어 도내 대학은 4년제 10개와 전문대 8개 등 20여 개에 이르지만 대부분이 2023년도 수시 및 정시 모집에서 미달사태를 빚었다. 내년부터는 학령인구 급감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나아가 이미 2개 대학이 문을 닫았고 폐교도 속출할 것이다. 이처럼 대학이나 지자체가 위기에 처한 것은 저출산 고령화와 함께 지역청년들이 지역을 등지기 때문이다. 지역에 좋은 일자리가 없는 데다 ‘인 서울’ 대학에 진학해야 그나마 괜찮은 일자리를 잡을 수 있어서다. ‘일자리’와 ‘교육’이 핵심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고육지책이 RIS와 RISE 모델이다. 윤석열 정부는 종래 대학이 중심이 된 RIS보다 지자체 주도의 RISE에 방점을 찍고 있다. 지자체가 중심이 돼 대학 학과를 조정하고 재정지원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전북은 김관영 지사가 취임과 함께 교육협력추진단을 만들어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곧 RISE 사업의 시범지역으로 선정되고 RIS 신규 플랫폼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이들 사업이 자칫 지자체 간 부익부 빈익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모든 사업비를 정부가 지원하면 좋겠으나 지역에서 일정 부분 매칭펀드를 부담해야 할 경우 재정력이 약한 전북은 난감할 수 있다. 또 지자체가 교육부문에 대한 전문 역량이 있느냐와 갈등 요소도 검토해야 할 부분이다. 지자체는 대학 학사구조 개편이나 연구개발 지원, 학과나 학생 정원 조정 등에 깊이 개입하기보다는 조정과 지원에 역점을 둬야 할 것이다. 지자체와 대학 간 협력을 통해 지역이 활기를 찾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1.30 18:18

이건, 법도 아니다

지난 27일 전주지법은 진안군의료원 부정채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진안군청 공무원 A씨(당시 팀장 6급)와 B씨(주무관 7급)에게 1심판결에서 나란히 징역 10월형을 선고했다. 이 재판은 지난 2018년 4월 군민 한 명이 전북경찰청에 고발한 게 단초가 됐다. 군수, 비서실장, 보건행정팀장, 주무관, 민간 면접관 등 여러 명이 함께 고발돼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선출직 군수가 자칫 낙마할 수도 있어 엄청난 파장의 소지도 안고 있었다. 지역과 공직사회의 술렁임은 극에 달했다. 2년 가까운 검경 수사를 거쳐 2020년 3월 초 법원에 접수된 이 사건은, 당시 이항로 군수가 다른 건(선거법 위반 건)으로 낙마해 재선거가 실시되고 2년 뒤인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거쳐, 기소 후 3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난 27일에서야 겨우 1심 판결이 나왔다. 그런데 이 건은 이보다 앞서 사법판단 결과를 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지난 2015년 전북경찰청 조사, 2017년 감사원 감사가 그것. 두 건은 각각 무혐의와 경징계에 그쳤다. 지름길을 못 찾고 ‘기나긴 여정’을 거쳐 사법심판대 오른 이 건은 팀장과 주무관만 기소되고 '윗선'이 빠져 사법당국의 불신지수를 한층 상승시켰다. 힘없는 하위직만 '애꿎은 희생양'이 되는 것 아니냐는 안타까운 탄식이 나왔다. ‘꼬리 자르기’란 비판도 일었다. 이 건으로, 2019년 2월 이항로 전 군수가 선거법 위반혐의 재판 도중 법정구속이 결정되고 영어의 몸이 되면서 토해 낸 한 마디 말이 회자된다. “이건 법도 아니다.” 그때와 맥락은 다르지만 이번 사법심판에 딱 들어맞는 말일 듯싶다. 힘 있는 자만 살아남는 이 나라의 사법심판을 누가 신뢰하겠는가. 팀장과 주무관에게 죄가 있다면 ‘윗선’의 말을 잘 들은 죄, 그것밖에 없을 것이다. 징역, 이 두 글자 뒤에 ‘윗사람을 너무 믿은 공무원’이라는 주홍글씨가 아른거린다는 주변 평이 안타까운 밤이다.

  • 오피니언
  • 국승호
  • 2023.01.30 18:18

‘메타’와 ‘멀티’에 빠져있는 우리 유니버스

필자는 대학에서 실감미디어로 메타버스(Metaverse)를 구현하는 기술과 콘텐츠를 연구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실제 현실과 대비되는 세계는 메타버스가 아니라 가상, 증강, 혼합, 확장 현실 중 하나거나 경계 혹은 혼합이었다. 그렇다면 메타버스는 무엇일까? 전문가를 제외한, 대다수 평범한 ‘우리’는 정부나 지자체, 기업들이 메타버스를 도입한다며 분주할 때 ‘이런 애들 장난 같은, 유치한 게임 같은 것이 진짜 메타버스야?’라고 생각하면서도 감히 입 밖으로 내지 못하고 위축된다. 정말 메타버스는 지금 시대의 중요한 화두인가? 인터넷처럼 중요한 미래 기술을 나만 놓치고 있는 걸까? 그저 마케팅 용어 아닐까? 가치 판단 전에 일단 메타버스의 개념을 한번 살펴보자. 메타버스는 초월(Meta)과 세계(Universe)의 합성어다. 지금 세계를 ‘초월한’ 시공간을 의미한다. ‘새로운’도 아니고 ‘복제된’도 아니며, ‘더 나은’도 아니다. 닐 스티븐슨의 SF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서 등장한 메타버스는 현실 주체가 ‘아바타’가 되어 현실과 얽혀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가상 세계를 의미한다. 메타버스는 현실 세계 혹은 현실의 문제와 긴밀히 연결된 세계이자 해결 방식이었던 것이다.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메타버스는 격리된 우리에게 따뜻한 소통 채널로, 일하는 나-아바타의 업무공간으로,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과 작품을 생생하게 체험하는 경험으로 구체화되었다. 결국 메타버스를 이해하려면 가장 중요한 키워드인 ‘초월’을 중심에 두고, 우리가 지금 현실에서 무엇을 어떻게 초월하고 싶은지를 자문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우리는 현실의 부조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하려고 하는 것인가? 그 해결의 실마리가 메타버스에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내가 꿈꾸는 어떤 평행 세계 메타버스와 더불어 우리 유니버스를 다채롭게 하는 개념은 멀티버스(Multiverse)이다. 미디어에서 묘사되는 멀티버스는 우리 우주와 무관한, 서로 연결되지 않은 우주가 무한히 존재할 수 있다는 다중 우주론에 평행 우주 개념을 혼합해서 사용한다. 즉, 지금 우리와 같은 우주가 무한히 존재하는데 그 각각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설정이다. 문학에서 영화(주로 수퍼 히어로 장르)까지 많은 콘텐츠에서 캐릭터나 세계관을 다층적으로 재해석하고 확장하는, 창의적인 도구이자 규칙으로 사용한다. ‘멀티버스? 애들 오락거리 아냐?’ 라는 의심이 들 때쯤 2022년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개봉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낯설었다가, 충격적이었다가, 감동했다가, 웃었다가, 슬펐다가, 허탈해지며 멍해지는 느낌을 호소했다. 영화의 주인공처럼 갑자기 등장한 멀티 유니버스를 받아들이지 못하다가 점차 익숙한 감정과 마주한다. ‘그때 내가 그 선택을 했다면,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영화가 그려내는 세계는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멀티 실험이다. 다양한 내가 멀티 유니버스의 메타버스에서 충실히 살고 있고, 지금 현실의 내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쩌면 우리는 메타와 멀티를 섞은 세계를 만들어 놓고, 현실 도피의 방식이 아니라, 지금의 현실을 극복하고 조금 더 나아진 우리의 삶을 영위하고 싶다는 의지를 절절히 드러내고 있는 것만 같다. /박형웅 전주대 실감미디어혁신공유대학 교수 △박형웅 교수는 전북디지털사회혁신센터 센터장∙전북콘텐츠코리아랩 디렉터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소임포굿연구소 대표∙전주대학교 연구교수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3.01.30 18:17

“이제는 혁신적인 협력과 선택, 집중이 필요한 때”

“우리 전북의 미래는 밝은가?”, “전북의 경제는 차별성이 있고 지속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면 대부분 침체에 접어든 경제 시장 상황에 말문이 막히곤 한다. 지난 3년간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계 경제는 물론 우리나라 경제 또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접어든 게 사실이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험한 힘든 길을 걸어왔다. 상대적으로 자본이 부족한 중·소상인들은 당연히 힘들 수밖에 없다. 그나마 정부에서 소상공인들을 위한 지원금이 있었기에 조금이나마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코로나19 상황이 완화되면서 그동안 중·소상공인들에게 정부가 지원했던 코로나 금융정책 지원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 중·소상인들은 매달 돌아오는 대출금 상환과 높은 금리 이자 압박에 경제절벽으로 추락할 지경이다. 또한 물가상승과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구인난을 겪으면서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 목전에 닥쳐왔다. 2023년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개막에서 105개국 주요 기업 CEO가 발표한 자료가 관심을 끌고 있다. “올해는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비관적인 전망으로 역성장할 것이다”라고 발표했다. 결론적으로 경제가 더 어려워진다는 말이다. 따라서 작금의 경제 위기 속에 생존전략의 각오로 전라북도는 시대의 흐름에 변화하는 혁신적인 동력산업을 찾아야 한다. 각종 부분 산업영역에서 중요한 전문 인재 육성과 영입 등을 통한 적극적인 인프라 자원 확충에 집중해야 한다. 최근 전라북도 산하 15개 연구기관(공기업 1, 출연기관 14)의 실태를 보면 공통적인 문제점이 보인다. 우선 출연기관 근무자의 근무환경과 대우가 열악하여 능력 있는 인재 대부분이 대도시로 빠져나가고 있다. 전라북도 산하 연구기관에서 전문분야 박사급 연구원을 영입하려 해도 근무환경과 실질적인 연봉의 차이로 대도시에서 전북으로 오기를 주저하는 현실이다. 우리 전북은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지 않도록 인재를 육성하여 이탈을 막고 과감한 전문 인재 영입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실적으로 실천 가능한 경영체계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민선 8기 전라북도에서 낙후되고 차별화된 신성장 동력 산업을 육성하려면 공기업·출연기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실질적인 경영효율화 및 변화와 혁신을 통해 스스로 경쟁력 제고에 힘쓰고 공공 서비스의 질을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내년부터 전라북도는 제주, 세종, 강원도에 이어 4번째 특별자치단체가 된다. 특별법이 시행되면 독자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기 때문에 새만금특별법과 함께 전라북도 성장 동력의 희망이 만들어지고 경제 활성화에 큰 기대를 하게 되었다. 다만 모든 과정은 행정으로만 만들어 가는 게 아니라 민·관·산·학이 융합적인 거버넌스를 통한 현장에서 산업별 소통과 정보를 나누고 이해하며 대처해 나가야 한다. 최근 들어 전라북도에 각 산업별 민간 협회들이 유기적인 협의회 체제로 뭉치고 있다. 결국은 서로의 이익 관계를 떠나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공통이라는 인식으로 위기의 상황을 대처해 나가는 돌파구를 만들어 가야 한다. 이제는 서로가 변화와 혁신적인 인식전환으로 협력과 선택, 집중을 통해 전북 경제 위기를 극복의 지름길로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장영훈 전북마이스발전협의회 회장 △장영훈 회장은 현재 전북대학교 객원교수, ㈔지역관광문화발전협의회 이사, ㈔한국관광경영학회 이사, ㈔한국융복합진흥원 전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3.01.30 18:17

‘대회 성공의 열쇠’ 숨은 일꾼 ‘자원봉사자’

“우리는 일함으로 생계를 유지하지만 나눔으로 인생을 만들어간다” 윈스턴 처칠의 말처럼 국가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해 헌신하는 ‘봉사’는 우리의 마음을 언제나 따듯하게 만든다. 봉사는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누구나 할 수 없는 어려운 일이다. 무언가 하고 싶다는 마음을 행동으로 실천하기가 여간 어렵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우리는 바쁜 일상 속에서 자신의 삶에 온전히 치우쳐 지내기 마련이다. 나 아닌 다른 이를 돌아보지 못하는 것이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2023 전북 아시아·태평양 마스터스대회에 참가하는 전 세계의 선수단의 손과 발이 되어줄 자원봉사 모집이 작년 7월부터 시작되었다. 대회 준비 과정 속에 화려한 개막식과 폐막식은 해당 지역이 가진 문화 자산을 모두에게 내보이는 주최 측의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자원봉사 활동은 곧 그 대회에 성공을 가늠하는 중요한 열쇠다. 특히 2023 전북 아시아·태평양 마스터스대회는 국내외 다양한 전 세계 스포츠인들이 참가하는 국제행사인 만큼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은 우리 대회에 첫인상을 결정 짓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1988년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열린 전 세계 최대 규모의 종합 스포츠 축제 서울올림픽은 역대 최대규모의 축제 이자 ‘코리아’라는 나라를 전 세계에 각인시킨 지구촌 최대의 축제였다. 그 화려한 축제를 빛내던 선수들 뒤에는 또 다른 숨겨진 메달리스트들이 있었다. 자원봉사자 모집 소식에 항공료 부담과 장기간 합숙이라는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까지 지원자들의 참가 문의가 쇄도했다고 한다. 그 결과 1988년 서울 올림픽은 전체 선수단의 절반이 넘는 58%에 이르는 2만7천221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참가했다. 이러한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활동 덕분에 역대 올림픽 중 국제·정치적 측면에서 가장 부정적인 이슈가 많았던 대회이면서도 대회 운영과 참가 규모 등 모든 면에서 역대 올림픽 중 가장 성공적인 대회로 기록될 수 있었다. 나 하나 꽃피어/풀밭이 달라지겠냐고/말하지 말아라/네가 꽃피고 나도 꽃피면/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냐고도/말하지 말아라/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결국 온 산이 활활/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2019년 10월 우리 대회를 유치한 뒤 매일 자기전 읊곤 하는 조동화 선생의 ‘나 하나 꽃이 되어’라는 시이다. 이 시를 읽고 있으면 1988년 서울 올림픽, 2002년 월드컵,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속에서 ‘나 하나’의 작은 가치를 ‘꽃’처럼 화사하게 빛냈던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모습이 떠오른다. 2023 전북 아태마스터스 대회는 코로나19로 1년이라는 대회 개최 연기와 예산조정 등 준비 과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이 대회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우리 대회에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대회 시작부터 끝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땀 흘리는 우리 대회의 숨은 일꾼 자원봉사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라북도에서 처음 개최되는 생활체육인의 국제종합체육대회 2023 전북 아시아·태평양 마스터스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는 조직위원회의 노력 외에 국민들의 관심과 응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회 성공의 열쇠가 될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꼭 성공적인 대회를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문종선 전북아태마스터스대회 조직위 대외협력본부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3.01.30 18:17

고향 가는 길

고대 트로이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 오디세우스의 고향 가는 길은 전쟁보다 더 험난한 여정이었다. 그리스 신화의 영웅이자 이타카의 왕인 오디세우스는 그 유명한 ‘트로이의 목마’ 작전으로 그리스 연합군에게 승리를 안겼다. 하지만 그의 귀향길은 순탄치 않았다. 바다의 신인 포세이돈의 아들 폴리페모스의 눈을 멀게 한 탓에 포세이돈의 노여움을 샀기 때문이다. 그는 귀향길에 무려 10년이나 바다에서 표류하며 온갖 시련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가족이 기다리는 고향으로 가고자 하는 그의 강한 의지는 신(神)도 막지 못했다. 전쟁 영웅 오디세우스는 숱한 고난을 헤치고 10년의 전쟁, 10년의 표류를 거쳐 마침내 고향 땅을 밟을 수 있었다. 고대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가 지은 대서사시 ‘오디세이아’의 내용이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 후 처음 맞은 올 설 명절 역과 터미널에는 고향을 찾는 귀성객들로 북적였다. 또 명절 연휴 막바지에는 가족과 함께 명절을 쇠고 다시 삶터로 향하는 귀경 행렬이 이어졌다. 그야말로 민족 대이동이다. 오디세우스가 전쟁보다 험난했던 고향으로 가는 가시밭길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고향에서 자신을 철썩같이 믿고 기다린 아내와 아들 등 가족이 있었기 때문이다. 해마다 이어지는 우리의 명절 귀향 행렬도 물론 그곳에 사랑하는 가족과 친지가 있어서다. 지금보다 교통 여건이 열악했던 시기, 명절 고향 가는 길은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귀성전쟁’이란 표현이 어색하지 않았다. 그런데 치열한 전쟁을 치르면서까지 찾아가던 그 고향 땅이 텅 비어가고 있다. 고령의 부모님은 세상을 떠나고 형제와 친구들은 정든 땅을 등지고 있다. 부모형제·친구들이 두 팔 벌려 반겨주던 그리운 그 땅이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내가 떠난 것처럼’ 남아 있던 사람들도 떠나면서 우리네 농어촌은 떠나는 땅, 소멸위기 지역으로 전락했다. 몇 년 후면 명절 귀성 행렬을 찾아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 농촌공동체가 속속 붕괴되고, 산업화시대가 만들어 놓은 ‘시골 부모·도시 자녀’ 구도도 빠르게 깨지고 있다. 또 비혼주의자와 1인가구가 늘면서 가족의 형태와 의미도 달라지고 있다. 평소 마음속에 묻어두다 일년에 한두 번 찾아갔던 고향마을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사라진지 이미 오래다. 머지 않아 추억 가득한 그리운 내 고향이 인적 없는 유령마을로 변할지도 모른다. 실제 몇 년 전만 해도 명절이면 농어촌 마을 입구에 귀향객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이 여기저기 나붙었고, 동창회와 마을 체육대회 등 귀향객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행사가 열렸지만 모두 옛일이 됐다. 고향에 남아 귀향객들을 반기고 이벤트를 열어줄 사람이 이제는 없다. 고향에 가는 대신 올부터 본격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기부금으로 고향마을의 생존을 기원해야 할 판이다. 서글픈 일이지만 이대로라면 명절 귀향 행렬이 사라질 날도 머지 않았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3.01.30 15:53

특별지방행정기관 전북 이관, 손익 잘 따져라

지방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을 앞두고 국토부는 올 상반기 중 공공기관 2차 이전 기본계획을 마련, 이르면 연말부터 이전을 시작한다. 전북도는 일단 3월말까지 관련 용역을 마무리하고 이미 혁신도시로 이전을 완료한 공공기관과의 구체적인 사업연계 가능성 등 시너지효과와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잘 따져서 공공기관을 최종 선별할 방침이다. 전국 10개 혁신도시 중 전북혁신도시가 비교적 활성화한 것은 많은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입지적 여건, 부가가치 창출 측면에서 비교적 선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2차 공공기관 이전은 단순히 그것만 볼 게 아니라 요즘 최대 화두로 등장한 전북특별자치도와의 상관관계도 잘 살펴야 한다. 특히 특별지방행정기관 업무이관을 앞두고 실용적이면서도 정확한 판단이 매우 중요해졌다. 우선 급한대로 특행기관이라도 몇 곳 받는게 좋은거 같아도 자칫하면 국가업무 수행을 위해'국가의 지방사무소' 역할을 하는 기관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꿀도 못먹고 벌만 쏘일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 역량 확대라는 긍정적 효과가 있는 반면, 한편에선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재정에 짐만 더 얹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다. 행안부는 자치단체 기능과 유사·중첩되는 특행기관의 자치단체 이관을 추진하는데 중소기업, 고용, 환경 분야가 우선 이관 대상이다. 지난해 말 기준 24개 부처에 걸쳐 무려 5095개 특행기관을 운영중이다. 지방환경청, 지방국토관리청, 지방국세청, 지방병무청 등이 특행기관인데 덥석 받아선 안된다.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 2006년 출범과 함께 제주지방국토관리청, 제주지방해양수산청, 광주지방노동청제주지청, 제주지방노동위원회, 제주보훈지청, 제주지방중소기업청, 제주환경출장소 등 7개 특행기관의 인력, 예산, 사무 등이 이관됐는데 운영비와 사업비는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의 제주특별자치도 계정을 통해 지원받고 있으나 해마다 국비 지원은 줄고, 지방비 부담이 늘고 있다. 결국 특행기관의 기능과 사무를 국가로 환원하는 방안까지 거론중이다. 이런 실정을 감안, 강원특별자치도 역시 특행기관 이관에 신중한 자세다. 동해지방해양수산청 등 특행기관의 핵심 권한을 우선 이양 받는 대신 기관은 나중에 받는 쪽으로 법률 개정안을 만들고 있다. 전북으로선 타산지석을 삼을만하다. 우선 목마른 상황이지만 천재일우의 기회를 성급한 판단으로 그르치지 않도록 천천히 서둘러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1.30 11:25

못 사는 전북이 청렴도마저 낙제점이라니

전북지역 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이 청렴도 평가에서 대부분 낙제점을 받았다. 이는 국민권익위원회가 26일 발표한 '2022년도 공공기관 종합청렴도 평가' 결과에서 드러났다. 가뜩이나 인구도 줄고 경제력도 취약한 동네에서 청렴도마저 밑바닥이라니 씁쓸하기 이를 데 없다. 자치단체를 비롯한 공공기관은 뼈를 깎는 반성과 함께 청렴도를 높이기 위한 분발이 촉구된다 이번에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종합청렴도 평가는 지난 1년간 15개 유형, 총 569개 기관을 대상으로 했으며 기존의 청렴도 측정과 부패방지 시책평가를 통합해 올해 처음 적용했다. 평가는 5개 등급으로 나누는데 청렴체감도 60%와 청렴노력도 40%를 가중 평균한 후, 부패실태 감점 및 신뢰도 저해행위 감점을 반영했다. 도내 지자체의 평가 결과는 크게 실망스럽다. 광역자치단체에서 전북도는 3등급을 받았다. 기초자치단체 시 부문에서는 익산시가 3등급이고 전주시를 포함한 군산시, 김제시, 남원시, 정읍시는 4등급이다. 기초자치단체 군 부문에서는 부안군만 2등급일 뿐 고창군∙무주군∙순창군∙임실군∙장수군∙진안군이 3등급을 받았으며 완주군은 4등급으로 가장 낮았다. 이와 함께 새만금개발청과 전북대병원은 3등급, 전북대와 전북도교육청은 4등급을 받아 도내 대부분의 공공기관이 하위권에 머물렀다. 다만 농촌진흥청과 국민연금공단, 전북경찰청, 전북개발공사가 2등급을 받아 겨우 체면치레를 했다. 공공기관의 청렴도는 그 지역이나 기관의 경쟁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청렴한 기관일수록 일도 잘하고 서비스도 좋다. 반면 부정부패와 갑질이 만연한 기관일수록 일의 능률도 떨어지고 기강도 느슨하다. 이들 공공기관의 청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기관장이나 고위직의 관심과 리더십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듯 기관장의 솔선수범과 의지가 중요하다. 여기에 감사 기능의 적절한 활용과 칼날 같은 상벌문화 등 제도적 뒷받침이 따라야 한다. 계속된 인구유출과 전국 최하위 경제를 벗고 성공하는 전북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기업유치와 혁신도 중요하지만 근저에 청렴한 풍토가 안착되어야 한다. 그래야 주민들이 공공기관을 신뢰할 수 있다. 기관장의 단호한 자정 의지와 함께 지역민들 협조해야 한다. 다음 평가에선 ‘1등급 청렴 전북’으로 우뚝 섰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1.29 18:12

‘교통안전 도시’ 만들기, 시민의식 개선부터

전북도민의 교통안전 의식 수준이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나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2022년 교통문화지수 실태조사’ 결과, 전북지역 14개 시·군 대다수가 전국 하위권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국토교통부가 이번에도 교통문화지수 우수 지자체와 교통문화 개선 우수 지자체를 각각 선정해서 발표했지만 전북지역은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 교통문화지수 실태조사는 국토교통부가 한국교통안전공단에 의뢰해 매해 전국 229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조사다. 평가는 각 지역 주민들의 운전행태, 보행행태, 교통안전 등 3개 영역 18개 지표를 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번 조사 결과 전체적인 교통문화지수는 전년보다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 국민의 교통안전 의식 수준이 향상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반해 특정 지역의 교통문화지수가 낮다는 것은 해당 지역 주민들의 교통안전 의식 수준이 낮고, 그만큼 그 지역에서 교통사고 위험성이 높다는 의미다. 주민 모두가 안심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행복도시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바로 ‘안전’이다.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교통안전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민의 교통안전 의식이 중요하다. 선진 교통정책을 도입해 시행한다 하더라고 결국 시민들이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운전자와 보행자들이 일상생활에서 교통안전 수칙을 꾸준히 실천한다면 선진 교통문화 정착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전북 각 시‧군의 교통문화지수가 해마다 전국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만큼 지자체의 정책적인 대응과 노력도 요구된다. 우선 교통문화지수 취약 항목에 대해 원인을 집중 분석해서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역 실정에 맞는 교통안전 정책을 수립하고, 보다 안전한 교통환경 조성에도 노력해야 한다. 도시 곳곳에 교통안전 시설물과 공영주차장을 확대 설치하는 등 교통환경을 개선한다면 도시의 교통문화지수도 높아질 것이다. 아울러 ‘시민 교통안전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시민 교통안전 의식 개선과 실천을 유도하는 일도 중요하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1.29 18:11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