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1-04 17:07 (Tue)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오목대] 호랑이굴 속에 들어갈 김 지사

완주 전주통합이 요즘 폭염처럼 뜨거운 감자가 됐다. 지명의 이름과 뜻이 같고 역사문화적 배경이 같은 두 지역의 통합 문제가 실타래처럼 헝클어져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두 지역은 현재와 미래가치가 충돌해 쉽사리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4번째로 통합을 추진하는 찬반양측은 마주 보고 달려오는 기관차 마냥 충돌 일보직전까지 가고 있다. 얼핏보면 쉽게 결론이 날 것 같으면서도 시간이 갈수록 꼬이는 것은 양측의 이해관계가 너무 판이하기 때문이다. 완주군민들은 통합에 전혀 아쉬울 게 없어 반대하고 있다. 인구도 전주에서 전입해오면서 10만을 넘겼고 사회간접시설이 잘 발달되어 미분양이 없을 정도로 공단 분양이 잘돼 다시 공단을 조성해야 할 상황이다. 재정상태가 좋아 지난 설 때 전 군민에 30만원씩 나눠주고도 돈이 남아 공단조성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여유까지 부린다. 반면 전주는 주택조합을 통해 재건축을 하지만 아파트분양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아 서민들의 내집마련 기회가 어려워졌다. 서신동 감나무골 평당 분양가가 1500만원을 상회하면서 곧 분양에 들어갈 전주 최고 노른자위 땅인 대한방직터분양가는 2500∼3000만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이처럼 전주의 아파트 값이 치솟자 젊은층들은 완주 삼봉지구나 용진 군청사 주변 아파트로 이주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지금 완주군민들은 복지혜택을 제대로 누리면서 살기 때문에 부러울 게 없다면서 빚더미에 처한 전주와 굳이 손해를 감수하면서 통합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내년 지선을 앞두고 유희태군수와 지방의원 전체가 목숨 걸고 반대해 군민들의 반대 기류가 강해졌다. 여론주도층이 워낙 강하게 반대하는 바람에 찬성하고 싶어도 제 목소리를 못낼 정도다. 그러나 혁신도시나 삼봉지구 전주와 인접한 용진 신리 이서등은 찬성하는 주민들이 만만치 않다는 것. 아무튼 전주시민은 대다수가 통합에 찬성하는 편이지만 완주군민은 김관영지사와의 대화를 무산시킬 정도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면서 반대한다. 도청소재지인 전주는 63만 인구가 줄면서 전국적인 위상이 20위권으로 밀려났고 도시공원 일몰제로 시가 빚을 내서 공원부지를 사들여 총부채가 6천억으로 늘었고 연간 이자만도 190억원대에 이를 정도로 재정형편이 안좋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범기 시장이 덕진공원의 소나무를 벌목하는 등 개발위주로 시정을 펼쳐 당초 본인이 선거 때 공약했던 예산 폭탄을 터뜨리기는 커녕 되려 빚폭탄을 맞고 있다. 새만금사업 말고 뚜렷한 성장동력이 없는 전북도도 완주 전주를 통합해서 시너지효과를 내는 방법이 좋기 때문에 김 지사가 삼봉지구로 이사 가서 완주군민과 허심탄회하게 대화, 설득작업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2036년 하계올림픽 국내후보지 선정과 개인 역량으로 2차전지특구로 지정받은 김 지사가 완전을 통합해서 재선 가도를 달리겠다는 것이다. 지금껏 아쉬울 것 없는 완주군민한테 전주정치권이 통합시장 통합의장은 완주출신이 하도록 천명해야 그나마 설득력이 생길 수 있다. 완전은 순망치한 관계라서 유불리로만 따질게 아니라 상호의존적 관계를 살펴야 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5.07.13 18:35

[열린광장] ‘1덩이에 500만원 수박’… 돈 버는 농업·농촌, 고창이 앞장

며칠째 이어지는 폭염에 사람도 농작물도 지쳐갑니다. 초복이 일주일이나 남았건만, 올여름 더위는 유난히 일찍 찾아왔습니다. 더위는 늘 약자에게 먼저 다가옵니다. 고창군은 지역 어르신들이 무더위에 지치지 않도록 611개 경로당의 냉방기기를 점검하고, 거리 곳곳에 생수(양심)냉장고를 설치해 누구나 시원한 물 한 잔 마실 수 있도록 했습니다. 얼굴이 벌겋게 익은 어르신, 땀 흘리던 아이가 냉수 한 모금에 웃음을 지을 때, 군수로서 가장 보람된 순간이었습니다. 농업인들의 갈증을 풀어준 일도 있습니다. 작년, 고창 수박의 지리적표시제 등록이 마침내 결실을 맺었고, 올해는 그 수박이 본격 출하됐습니다. 지난 5월 31일,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서 열린 ‘명품 수박 경진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수박은 1덩이에 무려 500만원이라는 경이로운 가격에 낙찰됐습니다. 고창 수박의 명성이 전국에 울려 퍼진 순간이었습니다. 고창군은 명품 수박을 5만원 정가제로 판매했고, 한 달 만에 5천덩이를 전량 완판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이 전략은 전체 고창 수박의 도매 시세를 10% 이상 끌어올려 농가의 소득 증대에 실질적인 기여를 했고, 고창군은 이번 시즌에만 약 80억 원 규모의 경제효과를 거둔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과거, 저가 수박이 고창산으로 둔갑해 유통되며 농민들이 겪었던 설움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고창군은 수박에 이어 땅콩, 멜론, 보리 등 다양한 농특산물에도 지리적표시제 등록을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농산물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농민의 자존을 지키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농촌 일손 부족 문제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습니다. 현재 고창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2,600여 명, 하반기 추가 인원을 포함하면 올해 총 3,200명에 이를 전망입니다. 이는 전국 최대 수준이며, 고창읍을 제외한 1개 면 전체 인구에 해당하는 숫자입니다. 고창군은 전국 최초로 외국인 계절근로자 기숙사를 마련하고, 전담 관리센터를 운영해 고용주와 근로자 간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무단 이탈률은 1%대로 줄고, 불법 브로커 개입도 원천 차단되었습니다. 고창은 가을배추·무 최대 산지로서의 위상도 공고히 다지고 있습니다. ‘사시사철 김치산업화 단지’가 농식품부 공모에 선정되어 총 320억 원을 투입, 저온저장고와 절임 가공시설 조성사업이 한창입니다. 여기에 전북특별자치도 농생명산업지구로 최종 선정되며 50억 원의 추가 예산도 확보했습니다. 한때 수확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었던 복분자도 재배가 늘며 ‘복분자 명가’의 자존심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멜론, 미니수박, 바나나, 애플망고 같은 열대작물도 적극 육성 중이며, 친환경 쌀 확대, 풍천장어 해외수출 확대를 통해 농업의 실질소득 향상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제 ‘돈 버는 농업, 돈 버는 농촌’은 고창에서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고창군은 군민의 갈증을 해소하고, 지속가능한 농업과 농촌의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무더운 여름, 명품 고창수박 한 덩이와 시원한 복분자 주스 한 잔으로 건강한 여름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5.07.13 18:35

[기고] '윤덕수'의 수구초심(首丘初心)과 ‘5광(光)’ 뱃놀이

“나는 전북 출신이 아니니 앞으로 절대 나를 찾아오지 마시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YS 정권 당시, 유종근 전북도지사가 예산 지원 등 협조를 구하려 전북 출신으로 유일했던 상공부 한덕수 국장을 찾았다가 들었던 답이다. 그런 한덕수 국장은 이듬해 특허청장에 내정됐는데 기자들이 출신지를 '전북'으로 쓰자 해당 언론사에 일일이 연락해 자신의 본적이 '서울'이라고 뜯어고쳤다. 이후 한 청장은 이듬해인 1998년 3월, 통상교섭본부장으로 발탁되었는데 이번엔 또다시 각 언론사에 팩스를 보냈다. “전주가 고향이며, 초등학교 일부도 전주에서 다닌 전북 출신”이라고⋯. 때는 DJ 정권 출범 초기였다. 이상은 언론인 출신으로 춘추관장을 거쳤던 전북 출신 원로 김기만 선생의 회고다. 이밖에도 한덕수 씨와 관련된 분통터지는 기행은 한둘이 아니지만, 전북도민들에겐 특히 어금니를 깨물 수 밖에 없는 각인이 있다. 감사를 통해서도 밝혀진 잼버리 폭망의 책임을 정부가 아닌, 전북으로 돌리는 것도 모자라 “예산 대폭 삭감은 ‘빅픽처’를 그리기 위한 것”이라며 전북의 숙원사업인 새만금에 칼질을 서슴지 않았던 그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어쩌랴, 아쉽게도 그가 그리려던 새만금의 큰 그림은 볼 수 없을 것 같으니⋯. 각설하고 이제 ‘시계(視界)’의 드론을 과거가 아닌 현 시점에서 전북 상공에 띄워보자. 이재명 정권이 들어서면서 전북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지난주 김윤덕 국토부 장관 후보자까지 화룡점정을 그어 장관 4명에, 국회 예결위원장과 법사위원장까지 전북 출신으로 채워졌다. 다소 격 떨어지는 표현이지만, 고스톱판에서 ‘5광(光)’에 ‘쌍피’까지 손에 쥔 격으로 그야말로 ‘화양연화(花樣年華)’에 다름아니다. “전북특별자치도와 도내 14개 시·군, 전북 국회의원, 광역·기초 의원들은 지난 정부에선 전북 발전이 더딘 원인으로 ‘정부 탓’, ‘국민의힘 탓’을 할 수 있었지만, 이재명 대통령 재임 시기에는 그 명분이 부족해졌다.” 6월 29일자 전북일보 기사다. 백 번 지당한 말이다. 그리고 필자는 이제 ‘명분이 부족해 진 것’이 아니라 아예 ‘명분이 없다’고 본다. 다시 한덕수로 돌아가 보자. 전주 출신으로 초등학교를 다니다 서울로 이사한 뒤 세계 최고의 명문대학을 졸업하고서 50년 넘는 공직생활 동안 진영을 넘나들며 ‘행정의 달인’으로 평가받았던 그 잘 나가던 덕수 씨가, 왜 고향을 고향이라 말하지 못하는 홍길동이 됐을까? 또 대통령을 꿈꾸다 상황이 절박해지자 짠하게시리 “저도 호남사람입니다”라고 목청을 높였을까? 마지막을 내다본 수구초심(首丘初心)이었을까? 이제 고스톱이라는 정치판에서 ‘5광(光)’을 손에 쥔 의원님들과 도지사를 비롯한 지자체장들이 그에 대한 답을 써가야 한다. 더 이상 제2, 제 3의 한덕수가 나오지 않도록, 어디가서도 당당히 전북 출신임을 밝힐 수 있도록 ‘광(光)’ 하나하나가 빛나는 존재감을 증명해 보일 때다. 그런데 ‘5광(光)’을 쥐고서도 점수를 못낸다? 그땐 어떤 또다른 멸칭이 따라붙을지 상상에 맡길밖에. 자, 글을 맺는다. 전술한 바와 같이 과거를 아무리 뒤져봐도 전북에서 지금 이 정권처럼 물이 좋았을 때가 없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 도민들도 뱃놀이 한 번 가보자!노는 물들어 왔을 때 저어야 한다. 그것도 아주 부지런히... “지국총지국총어사와~돛 달아라, 전북특별자치도!”하면서. /이균형 전북 CBS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5.07.13 18:14

[딱따구리] 찬물 끼얹자 앞 유리 '쩍' 갈라진 고급 외제차

연일 폭염이다. 유명 수입산 고급 외제차의 앞 유리가 찬물을 끼얹자 ‘쩍’ 하고 갈라졌다. 황당하다며 논란이 일고 있다. 소비자 사이에선 “이게 바로 수입차 품질의 진짜 민낯 아니냐”는 불만까지 터져 나온다. 사건은 지난 7일 진안읍에서 발생했다. 유통업체를 운영하는 박 모 대표는 한낮의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 장시간 주차해 뒀던 독일산 고급 승용차량에 수돗물을 끼얹었다. 출장을 위해 열을 식히고자 해서다. 그런데 믿지 못할 일이 일어났다. 수돗물이 닿는 순간, 앞 유리 중앙부분에서 세로 방향으로 금이 갔다. 앞 유리는 두 쪽으로 나뉘었다. 당황한 박 대표는 고객센터에 찾아가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무상 교체를 호소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보증 기간이 지나 무상교체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차량 출고 3년 미만, 또는 주행거리 10만km 미만 차량이어야 무상 수리 대상이라는데,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에 박 대표는 “수돗물만 뿌렸을 뿐인데 유리가 깨진 건 명백한 제품 하자”라며 맞섰다. 고온과 냉수가 충돌할 가능성은 예상할 수 있지만, 이 정도면 안전설계가 부실한 것이고, 보증기간이 무슨 소용 있느냐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세차할 때 찬물을 뿌리는 게 일반적인데 이런 수준의 내구성이라면 소비자 입장에선 세차 시 항상 불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랫동안 다양한 브랜드의 차량을 운행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지금이라도 하자 설계를 인정하고 무상 수리를 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급 외제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자 기대치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명품차의 품질 논란은 고급 이미지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누구나 다 아는 명성 있는 브랜드라면 더욱 그렇다. 엄격한 품질관리와 정성 어린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보증기간을 수학공식처럼 대입할 할 일이 아닌 듯하다. 명품차라면 서비스까지 명품이어야 한다.

  • 오피니언
  • 국승호
  • 2025.07.13 15:13

[사설] 김제시, ‘개미마을’ 생활환경 개선에 힘써야

김제 성덕면 개미마을 주민들이 강제이주 50년 만에 자신들이 피땀 흘려 일군 땅의 소유권을 인정받았다. 김제시가 그동안 공유재산으로 돼 있던 개미마을 주민 17명의 주택부지와 농경지를 해당 주민에게 매각하는 절차를 최근 마무리했다. 주민들이 반세기의 한을 마침내 풀게 된 것이다. 김제 개미마을 주민들은 지난 1976년 산림청의 화전 정리사업 때 인근 금산면 금동마을에서 이주 보상도 받지 못한 채 강제이주당해 당시 공동묘지였던 지역을 일궈 집을 짓고 농지를 조성해 경작해 왔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곳이 공유지인 탓에 소유권을 인정받지 못한 채 불안한 삶을 이어가야 했다. ‘애초에 살던 금동마을은 100년 이상 된 삶터로 화전민이 아닌데도 지자체가 잘못 고시하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화전민으로 몰려 쫓겨났다’며 지난해 주민들이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유지 무상양여 등을 요구하는 민원을 내면서 그들의 억울한 사연이 세상에 알려졌다. 그리고 국민권익위원회가 공동묘지였던 시유지를 주민들이 주택부지와 농지로 개량해 생활해온 점을 감안해 해당 공유지를 감정평가액에서 30% 감액한 가격에 매각하라는 조정안을 제시하고, 김제시가 이를 수용하면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반세기 전의 일이지만 당시 법률에 정해진 보상절차도 없이 강제이주를 당하면서 주민들의 기본권이 심각하게 침해됐다. 그런데도 여태껏 사과나 적절한 보상은 없었다. 그나마 이제라도 김제시가 그들의 생활터전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해주면서 주민들의 한을 풀어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반세기 동안이나 자신들이 일군 땅의 소유권조차 갖지 못한 채 열악한 생활여건에서 버텨온 주민들이다. 오랜 세월 억울함도 쌓였겠지만, 공동묘지였던 곳을 개간했으니 주변 생활환경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제라도 정부와 지자체에서 그들의 삶의 질 향상, 생활환경 개선에 신경을 써야 한다. 김제시는 정부가 주관하는 ‘농어촌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 등을 통해 개미마을 생활환경 개선사업을 역점 추진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김제시가 ‘관계기관과 협력해 경로당 건립 등 주민 민원을 해결하는데 노력하겠다’고 했다. 오랜 세월 외면당하면서 깊은 한이 쌓인 마을이다. 이제 지자체가 그곳 주민들의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여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7.10 18:53

[사설] 풍수해보험 폭염피해도 보장해야

요즘 폭염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비교적 폭염 안전지대로 꼽혔던 전북에서도 이젠 40도에 가까운 폭염이 나타나는게 드문일이 아니다. 열대야까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개인이나 정부 모두 비상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선 농업현장,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물론, 노인이나 취약계층 등이 일사병이나 열사병으로 고통받고 있다. 계속된 폭염에 사람뿐 아니라 가축들도 폐사가 늘어나는 등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는게 분명하다. 전북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첫 신고가 접수된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9일까지 집계된 누적 폐사 가축은 8만7144마리에 달한다. 닭이 8만1101마리로 가장 많았고 오리(4094마리), 돼지(1949마리) 등이다. 특히 최근들어 전북 전역에 폭염 경보가 내려지면서 가축 폐사가 급증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북의 가축 폐사 숫자는 전국에서 가장 많다. 전국적인 피해 규모(37만9475두)의 23.0%나 된다. 그런데 사소한 것 같아도 정부가 자연재난에 대비해 운영하고 있는 풍수해보험에 폭염 피해가 포함되지 않아 이에대한 치유방안이 필요해보인다. 이상기후가 상시화 하면서 재난에 대한 예측과 대비가 어려워진만큼 폭염 등 자연재난에 대한 대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적 과제다. 재난안전기본법에 명시된 자연재난은 태풍, 홍수, 호우, 강풍, 풍랑, 해일, 대설, 한파, 낙뢰, 가뭄, 폭염, 지진, 황사 등 자연현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폭염, 한파, 낙뢰 등 자연재난에 대한 피해보상 보험은 국가단위 재난보험에는 없는 실정이다. 폭염이 전국가적인 과제로 등장한 상황에서 이젠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때가 됐다. 지난 8일 현재 전국 500여개 응급실을 찾은 온열질환자는 총 238명에 달했다. 질병관리청이 지난 5월15일 온열질환 감시체계를 가동한 이후 누적 온열질환자는 전국에서 1228명이나 된다. 최근 5년간 전북 온열질환자는 2020년 80명, 2021년 96명, 2022년 123명, 2023년 208명 2024년 227명으로 해마다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배추, 고추, 사과 등 기온에 민감한 농산물의 피해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제 폭염은 엄연히 재난이다. 사람뿐 아니라 농작물 피해 상황을 정확히 집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풍수해보험에 폭염을 보장할 때다. 정부의 적극적이면서도 전향적 대응을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7.10 18:52

[오목대] 도의원 늘면 전북이 잘 사나?

전북지역 국회의원과 도의회가 광역의원 정수를 늘리기 위해 나섰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도의원 수를 현행 40명에서 45명 가량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19일 국회에서 ‘시·도의원 정수 산정방식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가졌다. 여기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도당위원장을 비롯해 이춘석, 김윤덕, 한병도, 신영대, 윤준병, 이성윤, 박희승 등 도내 지역구 국회의원 8명과 전북자치도의회 문승우 의장 등이 참여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지방분권 강화와 늘어나는 행정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한 광역의원 정수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전북이 강원보다 인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광역의원 수는 적다”면서 “공직선거법 제 22조 ①항 인구가 5만명 미만인 지역구시·도의원 정수를 최소 1명에서 2명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될 경우 군산과 익산, 부안을 중심으로 3∼4명의 도의원이 늘어나고 비례대표도 4명에서 5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러한 도의원 늘리기가 타당할까. 적어도 현 시점에서 도의원의 역할을 고려할 때 이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그동안 도의원들의 행태다. 현재의 지방의회는 1991년 출범했다. 34년 동안 지자체와 서로 견제와 균형을 통해 풀뿌리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했다. 하지만 여전히 법적·제도적 한계와 함께 지방의원의 자질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막말과 갑질, 행패, 외유성 해외연수, 인사 및 공사 등 각종 이권 개입 등으로 물의를 빚는 경우가 많았다. 전북도의회도 최근 2년간 음주운전과 갑질행위, 부정청탁 등으로 4명이 윤리특위에 회부되었다. 박모 의원의 경우 지난 5월 ‘30억원대의 사업강요 의혹’으로 민주당으로부터 제명처분을 받았다. 브로커 수준이다. 국민권익위가 지난해 말 발표한 종합청렴도도 4등급이다. 인천을 제외하고 꼴찌의 부패상태를 보인 것이다. 둘째, 도의원이 사실상 국회의원의 수족이나 하수인(?)이라는 점이다. 정당공천제의 폐해로 지난 선거에서 도의회는 40명의 도의원 중 26명(비례대표 포함)이 무투표 당선되었다. 무려 65%에 이른다.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구조다. 도의원을 포함한 지방의원은 의정활동보다 국회의원 행사에 쫒아 다니고 총선때 선거운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 평소 마일리지를 쌓지 않으면 눈밖에 나기 십상이다. 전북과 같은 일당독재에서 특히 그렇다. 결국 이러한 폐해는 지역정치의 획일화와 정치 무관심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도민 대다수는 도의원이 누구인지 모른다. 이런데도 도의원을 늘려야 할까. 주인인 도민들에게 물어는 봤나? (조상진 논설고문)

  • 오피니언
  • 조상진
  • 2025.07.10 18:52

[청춘예찬] 전주를 사랑하기 위한 ‘가이드’ 만화

10년간의 타향살이를 마치고 전주에 돌아온 건 2019년이다. 그간 전주에 자주 다녀가지 않았다. 주변에는 나와 비슷하게 이런저런 연유로 전주를 떠났다가 오랜만에 돌아온 청년들이 있었다. 우리는 전주에 대해 ‘잘 모른다’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잘 모르게 되었다’라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아직 기억하는 것들뿐인데, 기억한다고 해서 그것을 다 알거나 사랑하는 것은 아니므로 고향에 대한 나의 감정은 상당히 애매하고 복잡했다. 나는 <외계인 투어>에 실린 정세원 작가의 소개말에 포스트잇을 꼭꼭 붙여두었다. “가끔 전주를 미워한다. 하지만 그것도 전주에서 20년을 지냈기에 가능한 일이다.” 군산에 근거지를 둔, 독립만화 전문 출판사 삐약삐약북스의 ≪지역의 사생활 99≫ 시리즈는 지역의 이야기를 담는 만화 프로젝트다. 전북은 군산·전주·정읍 편이 나왔다. 그중 <외계인 투어>는 전주 편의 제목이다. <외계인 투어>의 주인공에게 전주란 전 연인과의 추억으로 가득한 곳이다. 전주가 고향이라고 해도 거의 집돌이로 살았기에 아는 곳이 별로 없다. 심지어 이제는 타지에서 살고 있다는 점에서, 주인공은 ‘외계인’으로 상징되는 외지인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갑자기 외계인들의 전주 투어에 가이드로 동행해야 한다니, 당혹스럽다. 사실, 그에게는 외계인의 가이드가 되는 것보다 전주를 소개해야 한다는 것이 더 곤란한 일이다. 애써 외계인들을 데리고 전주의 명소와 맛집을 돌아다녀 보지만, 어딜 가도 헤어진 연인과의 추억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그는 줄곧 ‘이제 여기 안 산다(그래서 모른다)’, ‘기억 안 난다’, ‘전주가 싫다’라고 주장한다. “나 사실 걔가 아니라 이곳을 사랑했었나?”라고 관계와 장소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하면서까지 전 연인에 대한 감정을 부정해 보지만, 그의 이런저런 노력은 실패로 끝난다. 기억은 공간·사람·시간과 딱 달라붙어 있어, 하나를 만나면 다른 것들이 마음속에서 줄줄이 재생되기 마련 아닌가. <외계인 투어>는 지역과 ‘나’의 관계를 서사화할 수 있는 실마리에 대해 말한다. 전주에 오랫동안 살았지만 다른 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긴 사람이나 나처럼 오랜만에 귀향한 사람에게 <외계인 투어>는 전주를 ‘옛 연인’ 같은 존재로 서사화하도록 돕는다. 다사다난했던 성장기를 보낸 고향과 미우면서도 행복한 순간도 많이 공유했던 전 연인은 어렵지 않게 동일시된다. 서사화와 명명이 가능해지면 우리는 대상과 거리를 두고 좀 더 명료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 거리를 바탕으로 기억과 경험을 해석할 수 있게 되면, 무언가를 이해하고, 용서하고, 다시 사랑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이렇게, 전주를 서사화한다는 것은 나의 지난 시간을 해석하고 보듬는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주를 사랑하는 일은 나를 다시 사랑하는 일로 이어지는 셈이다. 요컨대, 나는 <외계인 투어>로 뒤늦게 전주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나는 전주를 욕할지라도 외지인이 욕하는 소리는 싫은 것을 보면 제법 잘 배우고 있는 것 같다. 가끔은 전주를 미워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전주를 버리지 못하겠거든, 이 만화를 읽어보기를 권한다. 순간, 전주가 말을 걸어올 것이다. △박근형 평론가는 2017 디지털만화규장각 신인만화평론 공모전, 2024 대한민국만화평론공모전 수상을 계기로 만화에 대한 글을 써오고 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5.07.10 18:52

[금요칼럼] 여름과 후무사 자두와 연애

무슨 자문회의를 하러 서울에 나갔다 마치고 돌아온다. 나는 서울에 나갔다가 폭염에 화들짝 놀란다. 올여름 일사광은 비명이 나올 만큼 뜨겁다. 공중이 하얀 화염에 정령된 듯한 이 폭염은 열탕 지옥이다. 공중에서 새가 폭염에 기절해서 갑자기 추락할 수도 있겠다. 건설 현장에 나갔던 외국인 노동자와 땡볕에서 밭일을 하던 노인이 온열병으로 목숨을 잃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전해졌다. 어쩌다 한반도가 열탕에 갇히게 되었을까? 내 스물 살의 여름도 더웠다. 여름이니 더운 게 당연하고 여겼다. 하지만 그 시절의 더위는 올여름 같이 사납지는 않았다. 가정교사인 나는 여름 오후 4시에 폭염에 갇힌 거리를 지나 가여중생의 집으로 간다. 아이는 수학과 영어 공부는 싫어하지만 피아노를 잘 진다. 아이는 나 들으라고 피아노 연습곡을 치는데 검은 머릿결에서 햇빛이 빛난다. 월말에는 아이의 아버지에게 월급을 받는다. 그는 염전의 사장이고 나이가 많다. 딸은 늦둥이인 셈이다. 그는 월급을 주며 늦둥이 딸이 공부를 열심히 하느냐고 묻는다. 나는 그렇다고 애매하게 대답한다. 서창에 해가 기운 뒤 버스정류장에서 퇴근하는 애인의 기다린다. 애인은 저녁 7시쯤에 도착한다. 우리는 칼국수를 먹은 뒤 어깨를 나란히 한 채 플라타너스 가로수 아래를 걷는다. 나는 애인에게 줄 선물로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월광’이라는 음반을 사러 음반가게를 간다. 또 다른 날엔 애인과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 영화는 알랭 드롱이 나오는 ‘태양은 가득히’다. 푸른 바다에서 요트를 운전하는 알랭 드롱이 너무 잘 생겨서 질투가 날 지경이다. 애인은 비가 오면 반바지를 입고 빨간 장화를 신었다. 애인은 사랑스럽고 귀여웠다. 우리는 영화를 본 뒤 칼국수를 먹고 돌아와 집으로 돌아간다. 스무 살에 시작한 우리의 연애는 스물한 살에 끝났다. 왜 헤어졌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더위에 늘어진 플라타너스의 잎들과 먼지가 떠다니는 버스정류장 일대의 여름 저녁 풍경은 선명하게 떠오른다. 여름 저녁 7시에 더는 버스정류장에서 나가지 않게 되면서 내 여름은 시시해졌다. 나는 여름비와 붉은 배롱나무 꽃을, 제주 협재 바다를, 후무사 자두와 복숭아를 사랑한다. 여름비는 온수 같이 따뜻하다. 빨간 장화를 신은 애인은 내 앞에서 환하게 웃는다. 그 웃음으로 내 마음과 세상의 명도는 얼마쯤은 더 높아졌을 테다. 길바닥에 도랑을 이룬 빗물을 보며, 그 웃음을 만져볼 수 없구나, 생각하니 쓸쓸해진다. 장마가 끝나면 여름의 파란하늘에는 흰구름이 뭉개뭉개 피어오른다. 나는 샐러드를 씹어 먹는 어린 사자처럼 기분이 좋아져 시립도서관을 간다. 참고열람실에 구석 자리에서 양자역학에 관한 책을 읽는다. 비 그친 여름밤에 맹꽁이들이 운다. 축축한 공기가 떠다니는 여름밤에 후무사 자두를 먹는다. 후무사 자두는 달고 시다. 그 달고 신 것을 먹고 달고 신 맛이 나는 시를 쓴다. 스무 살에 후무사 자두 세 개를 먹고 쓴 시에서는 후무사 자두향이 난다. 손에 묻은 후무사 자두향 냄새를 맡을 때 내 기분의 고도는 낮아진다. 언젠가 후무사 자두를 먹을 수 없겠지. 두꺼운 절망이 얇게 펴지면 우울로 변한다. 맹꽁이들이 맹렬하게 울어대는 여름밤에 나는 조금 우울하다. 여름은 아스팔트의 아스콘을 끈적이도록 만드는 태양의 계절, 비온 뒤 맹꽁이가 맹렬하게 울어대는 계절, 달고 신 후무사 자두를 먹고 달고 신 맛이 나는 시를 쓰던 계절, 흰구름 아래서 사자가 샐러드를 아삭아삭 씹어 먹는 계절, 스무 살의 청년들이 도서관 복도에서 서성이는 계절이다. 수많은 여름들이 지나갔다. 숱한 이들이 내게로 왔다가 떠나갔다. 나는 그 여름들의 과거이자 미래다. 나는 폭염을 견디면서도 여전히 여름을 사랑하지만 이제 여름이 마냥 즐겁다고 말하지는 못한다. 여름의 기대, 여름의 소슬한 꿈은 물거품처럼 꺼졌다. 그렇건만 새로운 여름이 돌아올 때마다 첫 연애의 기억과 함께 죽었던 연애세포가 오롯하게 살아난다. 여름에 만나서 여름에 헤어진 애인은 어디선가 이 폭염을 견디며 잘 살고 있겠지, 하고 생각한다. 장석주 시인

  • 오피니언
  • 기고
  • 2025.07.10 18:52

[세무상담] 분양권도 주택수에 포함됩니다

납세자들이 주택을 매도 하기 전에 본인이 1주택만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여 비과세 인줄 알고 세금신고를 하였는데, 판단을 잘 못하여 추징된 사례들이 여러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로 분양권을 주택으로 보지 않고 주택 수를 결정하여 비과세 신고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파트 분양권은 실체가 없는 주택이지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로써 2021년 1월부터 취득한 분양권은 주택 수에 포함되어 양도세 계산시 주의하여야 합니다. 얼마 전에 상담한 사례를 소개해드릴까 하는데 분양권의 존재를 모르고 아파트를 양도하고 추징된 사례입니다. 의뢰인은 22년도에 주택을 취득하면서 6개월 뒤에 지방에 있는 아파트 분양권을 취득을 했습니다. 그러고 2년이 지난 뒤에 이사를 가야해서 주택을 팔았는데, 2년 이상 보유하고 그 외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게 없어서 당연히 비과세인 줄 알고 세금이 없다고 판단하여 신고도 안했습니다. 하지만 세무서에서 의뢰인이 지방에 분양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파악하고 2주택으로써 세금이 있으니 신고하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의뢰인의 사실관계를 보아 일시적 2주택 비과세 요건을 살필 수가 있었는데, 주택을 취득하고 1년 이내에 분양권을 취득하여 일시적 2주택 비과세 요건으로 판단이 어려웠습니다. 또한 불가피하게 2주택자가 된 경우에는 거주요건만 충족하면 2주택도 비과세에 해당할 수가 있었지만 가족의 질병 및 출퇴근 , 자녀의 취학 등으로 인하여 불가피하게 이사를 한 것도 해당이 되지않아 비과세 적용이 안되었고, 본래 납부해야할 세금에 무신고 가산세까지 적용하여 세금을 추징당한 사례입니다. 본인의 판단으로 주택 양도시 1세대 1주택 비과세에 해당할 것으로 보아 세금신고까지 안해서 이런 피해가 있었지만 만약 전문가에게 주택을 양도하기전에 미리 상담을 했다면 미리 분양권을 매매 또는 증여를 하고 기존 주택을 양도하여 1주택 비과세를 적용받았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세무회계사무소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5.07.10 18:51

[금요수필] “나, 꽃으로 태어났어”

한여름이다. 유치원 언덕 작은 둔덕 위에는 형형색색의 꽃들이 만발해 있고, 그 곁에는 아이들의 영롱한 웃음소리가 고운 빛에 화려함을 더하고 있다. 그 아름다운 풍경 옆에, 새까맣게 그을리고 기미 낀 내 얼굴이 겹쳐지며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최근 한 매체에서 유명 여배우가 매일 아침 호텔 조식 뷔페를 즐긴다는 기사를 보았다. 이유 모를 우울감이 마음 한켠을 서서히 짓누르고 있었다. 나 역시 한때는 열심히 공부했고, 무엇이든 최선을 다해 살아왔지만, 어느새 내 일상은 거울조차 피하고 싶어지는 얼굴과 피로한 다리로 채워지고 있었다. 오늘은 아이들이 텃밭 활동으로 수확한 상추와 고추를 가정으로 보내기 위해, 하나하나 비닐봉투에 담기 시작했다. 어제 내린 비 덕분인지 상추에는 우렁이가 여러 마리 붙어 있었고, 그것들이 무릎 위로 툭툭 떨어질 때마다 나는 깜짝 놀라 소스라쳤다. 우렁이와의 한바탕 전쟁이 끝난 뒤, 아이들 교실로 작물을 배달했다. 아이들은 텃밭을 시작하며 어떤 작물을 심을지, 텃밭 이름은 무엇으로 할지 여러 차례 토의하고 투표하며 각자의 목소리를 냈다. 그 기억을 되새기며, 아이들은 빵빵하게 묶은 비닐봉투 위에 온갖 그림을 그려 넣었다. 호준이는 오늘 저녁 삼겹살을 기대하며, 귀여운 돼지 그림과 함께 오겹살을 정성껏 그려 넣었다. 우리 유치원 텃밭은 토질이 좋지 않아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지 않으면 금세 시들기 일쑤다. 그래서 봄부터 가을까지는 1박 이상의 모임이나 여행도 꿈꾸기 어렵다. 유치원에서는 꽃도 꽃이지만, 상추도 꽃이고, 아이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관찰하면 잡초조차 꽃이 된다. 바쁜 하루를 마치고 열린도서관을 지나던 중, 무심코 밀쳐진 동화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잠시 숨을 고를 겸 펼쳐본 책은 ‘엠마 줄리아니의 『나, 꽃으로 태어났어』였다.’ “따스한 햇살을 받고 알록달록 꽃들과 어우러지면 더욱 아름답게 빛나지요. 난 사람들을 가깝게 이어주고 사랑을 전해주기도 해요. 난 가녀리고 연약하지만, 세상을 아름답게 이겨냅니다.” 한 송이의 여린 꽃이 인내와 헌신으로 세상을 돕고 나누며, 기쁨과 감사로 삶을 노래하는 이야기가 잔잔한 울림을 주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상추나 토끼풀 같은 존재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꽃들인 아이들과 어우러져 매일 아름다운 하루를 가꾸기 위해 애쓰는 내 삶은, 그 동화책 속 꽃과 다르지 않다. 언젠가부터 교육은 점점 사라지고, 서비스만 요구되는 시대가 되었다. 아이들은 체질이 저마다 달라 모기 한 방에도 벌겋게 부어오르는 일이 다반사다. 오늘도 등원 차량이 안전하게 도착하는지, 점심을 먹은 아이들 중 혹시 체한 아이는 없는지, 또 변비가 심한 아이들이 사용하는 작은 변기는 왜 그렇게 자주 막혀 물이 역류하는지, 매일이 버라이어티하다. 체험활동을 위해 이동하는 버스에서 느끼는 압박감도 이젠 일상이 되었다. 그동안 ‘꽃으로 태어났지만 토끼풀 같은 삶을 살아간다’며 종종 씁쓸함이 앞섰다. 그러나 동화책 한 권이 내 마음속 얼음을, 봄날 눈 녹듯이 부드럽게 녹여주었다. 꽃이 대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너가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나는 사람을 키운다. 고단한 하루 끝, 아이들의 웃음이 나를 다시 피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꽃으로 살아간다. △안장자 수필가는 영남대학교 교육학박사와 영남이공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대한문학 동시부분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군산하랑유치원 원장으로 재직중이며 군산시 아동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5.07.10 11:25

[사설] 지방의회 해외연수비 부풀리기 엄정 수사를

지방의회의 부적절한 해외연수가 논란이 된지 오래다. 외유성 연수에 의원들의 음주 추태, 그리고 연수비용 부풀리기 비리까지 불거져 나오면서 여론의 뭇매를 숱하게 맞았다. 그런데 지방자치 부활 30년이 지난 지금도 달라진 게 없다. 최근에는 고창군의회의 국외연수 비용이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고창군의회 의원과 사무국 직원 등 10여명이 지난 2023년 일본 국외연수를 다녀오면서 4200만원을 지출했고, 이 과정에서 사무국 직원과 여행사 대표가 경비를 부풀려 책정했다는 것이다. 고창군의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전국 243개 지방의회를 대상으로 2022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의 ‘국외 출장 실태조사’를 벌여, 항공료를 과다 청구하는 등의 수법으로 연수 비용을 부풀린 400여건의 사례를 적발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해외 선진지의 각종 시책을 벤치마킹하기 위한 국외연수는 의정활동의 전문성 향상과 공공외교의 기회를 제공하는 중요한 의정활동이다. 의원들은 ‘현지에서 선진사례를 배우고, 지역에 필요한 정책 아이디어를 얻어 지방의회의 정책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라며 해외연수의 목적과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하지만 이는 명분에 불과했다. 그동안 의원들 스스로가 해외연수의 진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를 충분히 보여줬다. 당연히 주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민심을 외면한 채 혈세만 낭비하는 지방의회의 외유성 해외연수 관행을 이제는 확 바꿔야 한다. 지방의회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해외연수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잘못된 관행은 좀처럼 고쳐지지 않았다. 의원들이 연수 목적에 집중하지 않으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게다가 해외연수의 필요성 자체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많은 나라가 한국을 배우기 위해 몰려오고 있고, 해외에 나가지 않더라도 선진지의 상세한 정보를 안방에서 들여다보고 소통할 수 있는 시대다. 굳이 혈세를 들여 너도나도 무작정 먼 나라에까지 가서 배워와야만 하는지 의문이다. 지방의회 뿐만이 아니다. ‘해외로 나가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식의 국외연수, 여행사만 배불려주는 각 기관·단체의 관행성 국외연수는 이제 지양해야 한다. 우선 이번에 국민권익위 실태조사에서 적발된 지방의회 해외연수비 부풀리기 의혹부터 철저하게 수사해서 엄중 처벌해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7.09 19:39

[사설] 해결의 물꼬 튼 '전주역세권 개발사업'

장기간 답보 상태에 빠져있던 전주역세권 개발사업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전주역세권 개발사업은 전주역 뒤편 우아동, 호성동 일대 106㎡ 부지에 임대 5558세대, 분양 2130세대, 단독 146세대 등 모두 7834세대 규모의 주거단지를 조성하는 내용이다. 이 사업은 국토교통부가 2018년 12월 전주역세권을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공급촉진지구로 지정하며 시작됐다. 그러나 민선 7기 전주시의 반대로 중단됐었다. 또한 2021년 LH 직원 땅 투기 사태까지 겹치며 부침을 겪었다. 그나마 민선 8기 전주시는 LH와의 협의를 재개했으나 교통 개선 대책을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며 표류했다. 이 같은 답보상태를 푼 것은 정동영 국회의원(전주시병)의 중재였다. 이를 통해 전주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교통 개선 대책에 합의하면서 교착상태에 빠졌던 역세권 사업이 본격적으로 가동케 되었다. 즉, 전주시와 LH는 초포다리로 2차로→4차로 확장(1.8㎞), 전진로 4→6차로 확장(0.6㎞), 동부대로변 진입로 2차로→4차로 확장(2곳 0.4㎞)을 LH가 전액 부담하는 데 합의했다. 또 동부대로 지하차도 개설에 대한 LH의 분담 비율도 27%에서 40%까지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향후LH는 합의된 지구계획 보완 신청을 국토교통부에 낼 계획이다. 지구계획 신청부터 승인까지는 통상 1년이 소요된다. 절차대로 지구계획 승인이 완료될 경우 2027년부터 토지 보상 절차가 시작되고 이후 LH는 2028년 착공, 2034년 준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7월 8일 전주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전주 우아1동 주민센터에서 전주역세권 개발사업 주민설명회를 열고 사업 추진 상황과 향후 계획 등을 공유했다. 주민설명회 참석 주민들의 요구는 전주역세권 개발사업을 속도감 있게, 책임감 있게 추진하라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 해결사역을 한 정동영 의원은 "전주역세권 개발사업은 전주의 미래 10년, 100년을 결정할 중요한 성장 축으로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앞장서서 챙기겠다"고 말했다. 이같이 지역의 막힌 물꼬를 터서 미래의 지역역량을 배가하는 국회의원을 비롯한 지역 정치인들의 역할과 성과를 다시금 기대하게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7.09 19:39

[오목대] 시군통합과 내년 지방선거

요즘 지역 정치권의 최대 화두는 단연 8월 2일로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다. 정청래, 박찬대 의원이 2파전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전북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겉바속촉(겉으론 태연한것 같아도 속내는 제법 열기가 뜨겁다)이다. 당 대표 선거전은 대의원 투표 15%, 권리당원 투표 55%, 국민 여론조사 30%로 결정되기에 소위 당심이 결정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 그런데 지난 6·3 대선후보 선출 때 호남 권리당원은 무려 37만명으로 전체 권리당원의 35%를 점하고 있기에 전북을 비롯한 호남지역 당심이 중요하다. 심심해서 호남에 오는게 아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나 정치권 분위기 등을 종합하면 정청래 의원이 당심에서 앞서는 반면, 박찬대 의원이 현역의원을 더 많이 잡고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권력의 냄새를 맡는데 도가 튼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들은 저마다 살 길을 찾아 나섰다. 특히 중앙당에서 직접 부딪쳐야 하는 국회의원들은 각자 소신이나 인연에 따라서 특정 후보군을 지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결국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가장 중요하게 작동됨은 두말할나위가 없다. 현재 전북에서는 이원택, 이성윤 의원 등이 확실하게 정청래 후보쪽에 섰고, 김윤덕, 안호영 의원 등은 박찬대 후보쪽에 바짝 다가섰다는 후문이다. 나머지 의원들은 대체로 정 후보쪽이 많기는 하지만 일부는 중립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한다. 중앙당 전당대회는 지역 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이 볼때 먼 얘기인듯해도 사실은 순망치한의 원리가 작동됨은 물론이다. 누가 당 대표가 되는가에 따라 지역위원장의 입지가 달라지고 이는 곧 내년 6월 3일 지방선거 때 뜻밖의 나비효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전북지사 선거전을 보자. 출마가 확실한 김관영 현 지사와 김윤덕 당 사무총장, 안호영 국회 환노위원장은 당 대표 선거 결과에 따라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될 수밖에 없다. 한편에선 이원택 도당위원장의 출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는데 이는 ‘지사 컷오프 설’이 현실화 할 경우를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도 있다. 3년전 송하진 당시 지사가 컷오프 됐으나 최종 후보는 안호영, 김윤덕 의원이 아닌 전직 의원이던 김관영 현 지사쪽으로 돌아간 바 있다. ‘컷오프 설’ 의 발설 근원지는 알 수 없으나 현실화 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보이는데도 잦아들만하면 한번씩 떠오르는 이슈다. 그런데 또 하나의 변수는 내년 지방선거때 전주완주 통합 문제가 중대한 하나의 변수가 될 것이란 점이다. 김관영 지사는 어떤 형태로든 이 부분을 매듭짓고 올림픽 유치와 연결지으려고 하는 반면, 안호영 의원은 완주지역 민심을 이유로 사실상 반대하는 입장이다. 김윤덕 의원은 통합 문제에 대해 강한 톤으로 확실한 입장을 피력하지는 않고있다. 지역에 국한된 문제로 보였던 시군통합 이슈가 민주당 전당대회를 계기로 핵심의제로 등장하고 있고 이는 결국 내년 6˙3 지선에 상당한 변수가 될 개연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5.07.09 19:38

[의정단상] 결국, 원 위치로

윤석열에 대한 구속심사가 끝났다. 지난 3월, 법원이 ‘날 단위’가 아닌 ‘시간 단위’로 구속기간을 계산하는 기상천외한 결정으로 석방한 지 넉 달 만이다. 이번에 조은석 특별검사가 청구한 66쪽 분량의 영장은 내란·비상계엄 모의, 외환법 위반 등 기존 검찰이 손대지 못한 영역까지 담았다. 이번 구속영장 심사는 단지 한 사람의 법적 신분을 넘어서, 그간 반복돼온 기형적 관행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 가늠하는 시험대였다. 첫째, 검찰이 조직적으로 동원돼 전직 대통령의 신병을 보호하던 시대가 끝날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였다. 당시 검찰은 즉시항고조차 접고 ‘윤석열 구출 작전’에 매달렸으나, 특검은 더 이상 그의 사조직이 아니다. 둘째, 사법시스템의 허점이 바로잡힐 수 있을지의 문제였다. 법원의 수십 년 관행이 윤석열 앞에서만 ‘날’에서 ‘시간’으로 뒤집혔고, 분 단위로 쪼개 석방을 강행한 희귀한 법리가 다시 원칙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주목받았다. 이 한가운데서 윤석열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9년 전 박근혜 국정농단 특검 당시 그는 100명 규모 수사팀을 이끌며 현직 대통령과 핵심 측근을 단호히 파헤쳤다. 9년 뒤, 피의자 윤석열은 공수처 체포영장 집행을 경호처로 5시간 막고, 출석 요구를 수차례 묵살하며 체포적부심·재판관 기피·변론기일 변경 등 온갖 ‘법꾸라지’ 전술로 시간을 끌었다. 만약 박근혜가 이렇게 버텼다면 당시의 윤석열 특검팀장은 뭐라 했을까. 역사는 권력을 절제하지 못해 몰락한 인물을 기록한다. 17세기 잉글랜드 정치가이자 군인이던 크롬웰은 왕정을 무너뜨리고 “국민의 자유”를 내세워 호국경이 됐으나, 점차 자신의 권력 강화를 위해 탄압과 독재의 길을 걸었다. 반대파를 숙청하고, 의회마저 무력으로 해산하며 자신이 만든 칼날로 주변을 베었다. 결국 그의 시신은 부관참시 되었다. 자신이 휘두른 칼이 죽은 뒤에도 돌아온 셈이다. 윤석열도 비슷한 궤적을 밟았다. 윤석열은 공정과 법치를 내세워 대통령이 됐지만, 검찰권을 사유화해 정적을 탄압하고 정권을 사유화하다 끝내 내란 혐의 피의자가 됐다. ‘법 앞의 평등’을 외치며 대통령에 올랐지만, 반대 세력을 적폐로 몰고 검찰을 권력의 방패로 쓰다 스스로 수사 대상이 됐다. 이제 특검 수사, 탄핵 심판, 구속영장 심사까지 그가 내세웠던 법과 정의의 잣대가 거꾸로 그를 겨눈다. 그에게 남은 마지막 선택지는 검사 시절 내세운 원칙을 피의자인 자신에게도 적용하는 일이다. 과거 검사 윤석열의 결기를 기억한다면, 조사에 성실히 응하고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여야 한다. 나아가 윤석열의 재구속 여부는 개인의 흥망에 머물지 않는다.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권력을 사유화한 행태가 민주주의 체제 아래서 어떻게 단죄받는지를 확인하는 역사적 시험대다. 동시에 오랜 세월 대한민국을 좀먹어 온 '검찰의 정치', 즉 권력과 검찰이 결탁해 법치를 왜곡하고 정의를 뒤틀어온 구조적 병폐를 근본부터 끊어내는 개혁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검찰 공화국의 종언, 사법정의 회복, 민주주의 재건이라는 더 큰 전환을 향한 첫 걸음이어야 한다. △신영대 의원은 제22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으며, 제21대 국회에서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회운영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신영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군산김제부안갑

  • 오피니언
  • 기고
  • 2025.07.09 19:38

[타향에서] 세금 안 걷히는 이유, 경기 탓만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세입예산 대비 걷지 못한 세금은 2023년과 2024년 두 해 동안 무려 87조 원에 달했다. 최근 10조 3천억 원의 세입을 감액하는 2차 추경예산이 편성되는 등 금년에도 세수 결손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세금이 걷히지 않는 이유로 흔히 경기침체 등 경기순환 요인을 지목한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순한 경기 사이클의 하강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경제구조의 변화가 세입기반 약화의 주된 원인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첫째는 인구구조의 변화다. 우리나라는 2018년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본격적으로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반면, 고령인구는 빠르게 증가하여 올해부터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인구 축소는 소득세 기반의 약화로 이어지며, 소비 감소를 초래해 부가가치세 세입에도 악영향을 준다. 둘째는 노동시장 구조의 변화다. 디지털 플랫폼 산업이 확대되며 전통적인 정규직 중심의 고용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1인 창작자, 프리랜서, 플랫폼 종사자 등이 늘어나면서, 원천징수를 통한 안정적 조세징수가 어렵다. 이들은 과세인프라 밖에 놓여 있어 과세누락 가능성도 크다. 셋째는 산업구조의 전환이다. 글로벌 경쟁하에서 국내 제조기업이 생산시설과 수익창출 거점을 해외로 이전하여 국내 세입기반이 약화된 반면, 세원 이동성이 낮은 서비스산업의 세수 기여도는 높지 않다. 또한, 기업 가치창출의 원천이 점차 생산설비 등 유형자산에서 데이터, 소프트웨어, 브랜드 등 무형자산으로 이동하고 있어 전통적 과세체계로는 과세에 어려움이 많다. 특히, 구글 등 해외플랫폼 기업들의 경우 국내에서 막대한 매출을 올리면서도 국내사업장이 없다는 이유로 실질적인 법인세 납부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넷째로 부동산 세원의 약화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은 그간 주요 세원으로 기능해 왔지만, 최근 거래량 감소와 보유세 완화 정책 등으로 세수 기여도가 크게 줄었다. 이러한 흐름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경제사회구조 변화의 반영이다. 경기가 회복되면 조세수입도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는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는 디지털 경제시대의 변화된 현실에 맞도록 세입구조 개혁을 통한 중장기적 세입확충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AI 등 전략산업 육성, 아동수당 확대 등 대통령 공약의 충실한 이행 못지않게, 지출구조 조정과 세입구조 개혁을 통한 재정건전성 유지도 긴요하다. 경제사회구조 변화에 따른 사회복지 지출의 증가는 현재 세대에서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혜택이 집중된 윤석열 정부의 감세정책을 시급히 원상복구해야 한다. 또한, 금융투자소득세, 가상자산 과세 등 자산소득 과세의 정상화를 통해 소득유형별 과세형평성을 제고해야 한다. 그리고 디지털/AI 기반 포괄적 소득파악시스템 구축 및 국가간 조세협력을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 OECD 등 국제기구의 권고대로 부가가치세 세수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간접세의 역진성은 저소득층 환급 또는 근로장려금 강화 등을 통해 완화할 수 있다. 국가재정은 국민 삶의 기반이며, 조세 기반이 흔들린다는 것은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는다는 의미다. 이제는 조세정책의 중심축을 ‘순환대응’에서 ‘구조대응’으로 옮겨야 할 때다. △김명준 전 청장은 국세청 조사국장과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서울시립대 겸임교수, 세무사로 활동하고 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5.07.09 19:38

[기고]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인간관·역사관

독일의 대문호요 작가·시인·과학자·정치가·역사이론가로 세상에 널리 알려진 괴테(Goethe, 1749~1832)는 그의 걸작 ‘젊은 베르테르(Werther)의 슬픔’과 ‘파우스트’(Faust)의 저자로 너무나 유명하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단테(Dante)의 신곡(神曲)에서와 같이(베아트리체) 이미 연인이 있는 여인을 사랑하는 데서 발생한 비극을 말해주는 내용이고, 난해하기로 유명한 ’파우스트’(Faust)는 학식이 풍부한 노학자가 말년에 생(生)에 환멸을 느낀 나머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Mephistopheles)와 계약을 맺어 영혼을 파는 대신에 청춘을 돌려받고 젊은 여인을 소개받아 향락을 만끽하지만 마침내 메피스토펠레스와 함께 지옥에 떨어지고 만다(하지만 단테가 천상에서 베아트리체의 안내를 받듯이 파우스트 또한 지난날의 연인 그레첸(Gretchen)의 도움으로 구원을 받게 됨). 그런데 특이하게도 괴테의 언급 가운데 가장 유명한 말은 역사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한 내용들이다. 즉 역사를 ‘쓰레기통’이라고 한 데서부터 시작해 세계사를 가장 불합리한 것이라고 그리고 잘 쓰여진 역사도 퀴퀴한 냄새를 풍기는 묘혈의 시체와 같은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된 데에는 초기의 낮은 수준의 역사가들과 접촉한 때문이었다. 괴테의 작품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생소하고 어렵긴 하지만 특히 그의 긍정적인 방향에로의 입장전환은 낮과 밤, 계절, 꽃과 열매, 그리고 시기의 변화에서 그 답을 찾았다. 그리고 이 변화는 우리가 즐길 수 있고 즐겨야 할 세속생활의 원동력이라 하였고 ‘자연의 진자운동’(振子運動)을 모든 생물체의 원리라고 보았으며 이로부터 단일성과 다양성, 자연과 문화가 짝을 이룬다고 생각하였다. 이리하여 역사의 상반성이 그의 ‘이원적 역사관’ 속에서 이해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밖에도 그는 파우스트에서 무엇이 세계를 결합시키는가를 인식하려고 노력하였으며 그 해답을 ‘활기에 찬 창조적 인과성’에서 찾게 되었다. 그는 역사주의 입장에서, 자연과 역사 내의 유한한 현상들 속에서 무한한 다양성을 그리고 영원한 변형(Metamorphose) 속에서 신의 창조적 전개로서의 단일체를 파악하였다. 여기서 신을 향한 인간의 정신능력은 절대적인 한계에 부딪치는 것이라고 보았으며, 따라서 자연과 인간의 제 현상은 인간 스스로 인식할 수 없고, 명명할 수 없는 유일자(하느님)에 비추어서 인식할 뿐이라고 하였다. 또한 그는 인간을 스스로 충족될 수 없는 것이라고 보았고, 그리고 이것이 개인과 인류와 역사에서도 동일하다는 입장에서 인간의 근본경험은 항시 다른 모습을 나타내지만 언제나 반복되는 것이며 같은 것의 되풀이가 아닌 항시 ‘새로운 독자적인 모습’을 나타낸다고 하였다. 또한 그의 유럽 역사기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3 가지, 즉 ‘개체성’․‘발전’․‘성공’에 관한 그의 연구는 새로운 전망을 제시했고, 새로운 해결의 기초를 만들어 주었으며 이후의 역사기술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나아가 그는 지나간 시대의 가치․본질․이상을 파악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문제이므로 이미 소멸된 것을 역사가의 가슴으로 느끼는 가운데서 재활시켜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지나간 시대의 이상과 척도로서 당시의 가치관을 평가하는 것은 오늘의 독자들의 감정을 손상시키게 되므로 또한 오늘의 척도로 평가해야 하는 것으로 보았다. 이규하 전북대 명예교수

  • 오피니언
  • 기고
  • 2025.07.09 19:38

[사설] 전북 주도 균형정책, 국정과제로 채택해야

전북자치도가 새정부에 지역전략과제 5건과 지역공약 핵심과제 10건을 건의했다. 이번 건의는 국가 전체의 미래를 좌우할 성장축과 연결돼 있어 정부가 이를 대폭 수용해 국정과제로 채택했으면 한다. 전북자치도와 도내 정치권도 새정부가 이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합심해 전방위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전북자치도는 7일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산하 국가균형성장특별위원회가 주최한 시도 간담회에 참석해 전북의 정책방향 및 지역공약 수용을 건의했다. 이날 열린 국가균형성장특위는 특자도인 전북과 강원, 제주도를 시작으로 8일까지 이틀간 17개 시도와 권역별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는 수도권 집중 해소와 지방주도 정책 전환을 위한 중앙-지방 간 소통 창구 성격으로 마련된 것이다. 전북자치도는 이날 지방도시 연대를 통한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를 비롯해 새만금 글로벌 첨단산업전략기지 조성, 디지털·에너지 산업 거점화 등 5건의 전략과제를 건의했다. 또 지역공약 핵심과제로 신산업 테스트베드 구축을 위한 피지컬AI 기반 혁신 생태계 구축, 첨단융합기술 안티드론 K-방산 육성 기지, 첨단재생의료 특화 전북 바이오 허브 조성 등 10건도 함께 건의했다. 국정기획위에서 지역공약을 담당하는 국가균형성장특위는 시·도별 균형성장 전략과 지역공약 우선 과제에 대한 지자체 의견을 직접 듣고 국정과제 담당 분과와 공유해 100대 국정과제 이행계획 수립에 반영할 예정이다. 분과별로 제안된 국정과제는 현재 120여 건으로 축약됐으며 이를 대통령실과 총리실 협의를 거쳐 최종 100대 국정과제로 확정된다. 전북자치도가 건의한 2036 전주하계올림픽 유치는 실제로 각 나라간 경쟁이 심해 정부가 주도해야 가능한 일이다. 착공한지 34년이 지난 새만금사업 역시 국책사업으로 개발하기 따라 국가 전체를 먹여살릴 미래의 땅이다. 피지컬AI 등 AI 분야 신산업도 새정부가 제시한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다. 이들 하계올림픽과 새만금, AI 등은 전북의 사업이라고 지역에 가두지 말고 국정과제로 채택해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았으면 한다. 이를 계기로 전북이 그동안의 낙후를 털고 미래성장산업을 주도하는 첨단지역으로 거듭났으면 한다. 전북자치도와 정치권은 힘을 모아 새정부가 이를 반영토록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7.08 19:13

[사설] 전북중단협 향후 활동 기대크다

전북의 힘이 약한 것은 볼륨 자체가 작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통합이 아닌 분열돼 있기 때문이다. 하나로 똘똘 뭉쳐서 일단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고 세부적으로 분배를 어떻게 할지는 당사자간 조율과 합의를 거치면 되는데 전북의 각 분야는 분열로 점철돼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작은 목소리가 더 작게 들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경제 문제에 대해 지역 상공인들이 하나된 모습을 보이고 공동선을 찾는데 주력했더라면 위상이 지금과는 전혀 달랐을 것이란 지적도 많다. 이러한 때 지난 7일 도내 중소기업 관련 단체 23곳이 하나의 모임체로 출범식을 가진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 '전북중소기업단체협의회(회장 김병진)'이 바로 그것이다. 약칭 전북중단협에는 중소기업중앙회와 벤처기업협회, 전북소상공인연합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전북지회, 대한전문건설협회 전북도회 등 중소기업 단체 23곳이 회원으로 참여했다. 깊게 들어가면 저마다 추구하는 바가 다르고 이해관계 또한 다를 수 있으나 어쨋든 공통 현안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자는데 공감했기 때문이다. 쉽게말해 지역 중소기업 관련 각종 현안을 종합적으로 조율하고 대변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겠다는 거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이들조차 “워낙 유사한 단체가 많아 뭐가뭔지 모르겠다”며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도 통일된 하나의 조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결성된 중단협이 제대로만 작동된다면 도내 28만 중소기업계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명쾌하고도 강력하게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는 셈이다. 중앙정부, 지방정부 할것없이 직접 소통하고 필요하면 주장하는 바를 관철시킬 수 있는 파워를 갖추게 되는 것이다. 서울이나 광주전남의 경우 이미 오래전부터 전북중단협과 유사한 기구가 적기에 적절한 역할을 해왔기에 이번 전북중단협의 태동은 만시지탄의 감이 있으나 어쨋든 다행스런 일이다. 전북중단협은 특히 2036 전주 하계올림픽은 물론, 새만금 사업, 완주·전주 통합 등 민간한 지역현안에 대해 공동 대응 한다는 점에 대해 서로 공감하고 있기에 잘만하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면서도 한편으론 도민의 두터운 지지를 받을 수도 있다. 김병진 초대회장과 전북중단협이 그저 또하나의 단체로 전락할지 아니면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줄지 여부가 주목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7.08 19:12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