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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고향을 품은 마음, 서울에서 꽃피우다

청출어람(靑出於藍). 쪽에서 나왔지만 쪽보다 더 푸르다는 이 말이, 내게는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고향에서 받은 사랑과 가르침이 서울이라는 낯선 땅에서 더 깊고 푸르게 빛을 발하게 되었다는 뜻으로. 1991년 봄, 전북대학교 졸업식장에서 학사모를 던지며 나는 다짐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작지만 단단한 꿈. 그 마음 하나로 스물네 살의 내가 고향을 떠나 서울행 버스에 올랐을 때, 창밖 풍경은 낯설었고 마음엔 설렘과 막막함이 함께했다. 서울에서의 첫 보금자리는 신림동 고시원이었다. 창문 하나로 들어오는 햇살도 고마웠던 그 좁은 방에서 책과 씨름하며 보낸 시간이 어느덧 6년. 밤늦게 공부하다가 문득 고향 생각이 나면 눈물이 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가장 큰 위로는 어머니의 전화였다. "언제까지 공부만 할 거냐", "그만하고 취직해라"는 말을 할만도 했지만, 어머니는 한 번도 그런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몸은 괜찮니?", "밥은 잘 챙겨 먹고 있니?" 언제나 안부를 물으시고 "네가 원하는 길이니 괜찮다"며 묵묵히 응원해주셨다. 그 따뜻한 말씀이 힘든 순간마다 내게 큰 힘이 되었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며 만난 수험생들과의 우정도 큰 힘이 되었다. 서로 다른 고향에서 왔지만, 같은 꿈을 향해 나아가는 동행이었다. 함께 밤을 새워가며 공부하고, 서로를 격려하며 버텨낸 그 시간들이 지금 생각해도 소중하다. 1997년 초겨울, 서른 살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고향에 소식을 전하자 어머니는 말없이 눈물만 흘리셨다. 그 눈물 속에 담긴 자랑스러움과 안도감을 나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사법연수원 2년을 거쳐, 2000년 서른셋에 변호사가 되었다. 처음 맡은 사건, 처음 마주한 의뢰인, 처음 선 법정.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고향에서 배운 정성과 진심만은 잊지 않으려 애썼다. 특히 여성 의뢰인을 만나면 더 다정히 손을 내밀고 싶었다. 그들의 아픔과 고민을 진심으로 들어주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가려 노력했다. 26년간의 법조 생활 속엔 아픔도, 감사도 있었다. 그 모든 순간이 나를 조금씩 더 따뜻한 법조인으로 만들었다. 이제는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이라는 큰 역할까지 맡게 되었다. 어릴 적 고향에서 품었던 꿈보다 훨씬 더 큰 자리를 마주하며 깨닫는다. 고향에서 받은 순한 마음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것을. 사실 한 번도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던 내가 책 출간을 앞두고 있다. 2010년부터 13년간 법원 파산관재인으로 활동하며 2,400여 명의 채무자를 만난 사연이 모티브가 되었다. 제목은 '두 번째 기회를 위한 변론'이다. 사법시험을 앞두고 있을 때만큼이나 설레고 두렵다. 이 책에서 나는 내가 걸어온 길과 더불어, 고향에서 받은 순한 마음이 서울에서 어떻게 꽃을 피웠는지 담아내려 노력했다.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싶었다. 고향을 떠나는 것이 두렵더라도, 그곳에서 받은 사랑과 가르침을 마음에 품고 있다면 어디서든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다고. 나는 여전히 전북의 딸이다. 스물네 살에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살아온 지 33년이 되었지만, 마음속 중심은 늘 고향을 향해 있다. 고향의 마음을 품고 서울에서 피워낸 꽃 한 송이. 그 향기가 누군가의 삶에 닿기를 바라며 오늘도 새로운 도전을 이어간다. △왕미양 회장은 제29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대한변호사협회 제49대 사무총장, 언론중재위원회 위원을 맡았으며, 법무법인 시니어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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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7.16 19:11

[기고] 전북이 고려인 정책의 선두주자가 되어야 한다

고려인이란 러시아 사할린과 연해주 지역과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과거 소련 지역에 거주하는 한민족을 말한다. 지난 19세기 무렵 먹을 것을 찾아 만주 지방으로 이전한 조선인들이 그대로 정착한 것을 기원으로 하여 현재 약 50만명에 달한다. 우리에게는 ‘조선인 강제 이주’ 사건으로 잘 알려진 것처럼, 대부분 이념 갈등으로 인한 비극을 가슴에 품은 채 낯선 이방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과거 이들에 대한 정책은 민족적 과업으로서 아픔을 청산하기 위한 방향으로 전개되었다면, 최근 전혀 새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가 단위의 인구 정책이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자 재외동포 유입이 새로운 해법으로 떠올랐고, 상대적으로 인구 규모가 큰 고려인은 자연스럽게 최우선 섭외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 재외동포청은 ‘또 하나의 가족’인 고려인 동포 보듬기에 나서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고려인 대상 한국 이해 과정 운영, 권익 신장 사업, 무국적 고려인 실태조사 등을 신규사업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지방의 경우 기존 외국인지원센터의 업무 중 고려인 관련 사업을 추가하거나 별도의 재외동포지원센터를 신설하는 추세이고, 충북의 경우 청주시 일대에 조성된 중앙아시아 타운을 중심으로 고려인 특별지구를 지정해 눈길을 끈다. 이와 달리 전북은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어 우려가 크다. 지난 2021년 전북은 고려인 주민 지원 조례를 제정하여 고려인 주민 실태조사, 주민자치 모임 지원, 주민통합지원센터 설치 등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그러나 조례 제정 이후 약 4년이 흐른 현재까지 관련된 직접 사업으로는 고려인 거주 지역에 전통문화품을 제공하는 ‘전북 문화 이해 증진’ 뿐이다. 사업비 규모도 4천만원 선에 불과하다. 현재 전북은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인구 감소 속도가 가장 빠른 지역이다. 따라서 최근 고려인 정책과 관련된 변화에 위기감을 갖고, 더욱 기민하게 반응해야 할 것이다. 일단 정책의 규모 면에서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고려인 후손들에게 있어 대한민국은 반드시 귀향해야 하는 그리운 고향이 아닐 수도 있다. 그렇기에 한국행을 결정하더라도 고려인 유입을 위해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 지역을 정착지로 선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최소한 다른 지역의 추세에 발맞추는 한편, 전북만의 경쟁력 있는 정책을 고심해야 한다. 또한 고려인 유입에 대한 분명한 비전이 있어야 한다. 고려인의 특성에 대한 이해 없이 기존의 인구 정책 논리를 되풀이하면 실패할 공산이 크다. 이들의 방문이 그저 인구 감소 방지책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고, 지역사회와 충분히 융화할 수 있는 청사진이 필요하다. 올해로 2년차에 돌입한 전북특별자치도는 주민 체감도 향상과 획기적 변화를 위해 ‘도전경성’의 자세로 매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를 위한 세부 과제로 외국인 및 이민 정책의 개선을 강조했다. 사실상 방치 상태와 다름없는 고려인 정책을 전면 개선할 수 있는 적기다. 특히 특별자치도 특례 입법을 통해 다양한 규제 개선의 길도 열려 있으니, 다양한 가능성을 만들어갈 수 있다. 기존 정책에 대한 면밀한 진단과 개선을 통해 새로운 토대를 만들고, 전북의 강점을 적극 활용하여 고려인 정책의 선두주자가 되길 바란다. 전북특별자치도의회 기획행정위원회 최형열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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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7.16 19:11

[오목대] K푸드의 메카 전북의 매운맛

중국 남쪽지역 3성인 쓰촨성, 후난성, 구이저우성은 매운 음식으로 유명하다. 오죽하면 “쓰촨 사람은 매운 걸 겁내지 않고, 후난 사람은 매운 것 따위는 두렵지 않으며, 구이저우 사람은 맵지 않을까봐 두려워한다” 는 말이 있을까. 매운맛은 양날의 칼이다. 어떤 이는 매운 음식이라면 사족을 못쓰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은 매운 것이라고 하면 질겁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농심 신라면은 매운맛으로 시장을 석권한 경우다. 국내 라면 시장에서 1991년 이래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신라면의 신은 '매울 신(辛)'자를 쓰고 있는데 한편으론 농심 신춘호 회장의 성을 동시에 의미하는 중의적인 글자라고 한다. 사람들이 어떤 음식의 매운 정도를 말할 때 신라면을 기준으로 더 매운지, 덜 매운지 비교하는 경우도 있다.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K푸드 열풍'의 한복판에 신라면이 있고, 이밖에도 매운맛으로 포장한 한국음식이 전 지구촌에서 사랑받고 있다. 대한민국 고유의 맛에 푸드 테크를 접목한 식품이 아시아는 물론, 유럽, 북미 등 세계 각국 가정의 식탁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만두는 미국 일반소비자(B2C) 만두 시장에서 40%를 웃도는 점유율을 보이고 있고,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으로 한국의 매운맛을 해외에 전파하며 지난해만 1조3000억원 이상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가히 놀라운 일이다. 사실 매운맛의 대표격인 고추가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은 임진왜란때여서 빨간색 김치가 일상화 한 것은 불과 400년 남짓하다. 매운맛은 단맛, 신맛, 짠맛, 쓴맛, 감칠맛과 더불어 6번째 기본 맛이라고 한다. 고추(캡사이신), 후추(피페린), 산초(산쇼올), 생강(진저론) 등이 매운맛의 대표격인데 단연 고추가 첫손에 꼽힌다. 사람들은 이제 순창하면 첫 손에 고추장을 떠올릴만큼 맛의 메카인 전북의 매운맛을 높게 평가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5일 전북바이오융합산업진흥원은 농생명·식품·바이오 분야 기관·기업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1회 바이오지식포럼 '문샷(Moonshot)'을 개최했다.특이한 것은 이번 포럼에서 '매운맛의 과학적 이해와 글로벌 표준화 가능성'을 중심 주제로 토론이 진행돼 비상한 관삼을 끌었다. 한식 세계화를 위한 매운맛의 표준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주장도 나왔고, 뇌과학적 관점에서 매운맛에 대한 글로벌 소비자의 반응도 다뤄졌다고 한다. 앞으로 전북의 매운맛이 글로벌 식품산업의 중심축으로 우뚝서는게 허황된 일이 아니다. 전북을 일컬어 맛과 멋의 고장이라고 한다. K푸드가 전세계를 석권하고 있는 지금 전북은 매운맛 하나만 잘 살려도 기존의 이미지나 관념을 완전히 깨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그게 바로 1969년 미국의 달착륙 프로젝트인 아폴로계획인 '문샷(Moonshot)'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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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5.07.16 16:55

[사설] 물놀이 안전수칙 한번 더 생각할 때다

무더운 여름철 물놀이 사고는 대부분 하천이나 계곡 등에서 부주의로 인해 발생한다. 각자 안전 수칙을 한번 더 생각하고 철저히 지키는 것 말고는 해법이 없다는 얘기다. 지난 9일 오후 6시 19분 충남 금산군 제원면 금강 상류 인근에서 물놀이하던 20대 4명이 물에 빠져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사고 현장은 수심이 깊을 뿐만 아니라 평소 사망 사고가 잦았던 곳이다. 당연히 이곳은 물놀이 위험구역으로 정해졌고, 행정기관 등에서는 수영을 하지 않도록 강력하게 막아왔다. 하지만 작은 방심이 이처럼 엄청난 재앙을 불러왔다. 사고 장소 인근에는 수영 금지를 알리는 팻말과 현수막 등이 곳곳에 있었으나 이를 무시한 것이 화근이 됐음은 물론이다. 여름철 물놀이 사고는 대부분 하천이나 계곡 등에서 부주의 등으로 발생한다는 점이 재확인된 것이다. 행정안전부 재난연감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 동안 전국적으로 물놀이 사고 117건이 발생해 122명이 숨졌다. 하천이 37건(31.6%)으로 가장 많았고 계곡 36건(30.7%), 해수욕장 30건(25.6%), 갯벌·해변 등 바닷가 9건(7.7%), 기타 5건(4.3%) 순이었다. 발생 원인은 안전 부주의와 수영 미숙이 각각 40건(34.2%)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수심이 급격히 변하는 하천이나 계곡 등은 수영 실력이 뛰어난 사람도 뜻밖의 위험에 처할 수 있다. 하물며 기본적인 수영조차 못하는 이들은 말할것도 없다. 기본적인 안전 수칙 준수가 생사를 가른다는 얘기다. 전북특별자치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최근 2년간(2023~2024년) 도내 여름철(6~8월) 익수 환자는 2023년 35명, 2024년 33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계곡 익수 환자는 2023년 6명, 2024년은 5명이며 올해도 장수와 완주에서 2명이 발생했는데 모두 숨졌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13일 오후 완주군 동상면 인근 계곡에서 가족과 물놀이를 하던 A(8)군이 물에 빠져 숨졌다. 안타까운 일이다. 어린이는 반드시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특히 보호자는 아이들이 반드시 시야에 있어야 한다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으나 이를 지키느냐 아니냐에 따라 결과는 천양지차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월과 8월, 각자 물놀이 안전수칙의 중요성을 한번 더 생각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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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7.15 18:43

[사설] 노을대교, 당초대로 4차선으로 건설하라

전북 고창과 부안은 노을 명소로 유명한 곳이다. 서해의 낙조를 보기 위해 찾는 사람들이 많다. 이 두 곳을 해상으로 연결하는 도로가 노을대교다. 이 다리는 고창군 해리면 동호리와 부안군 변산면 도청리를 연결하며 길이는 8.86㎞에 이른다. 완공 땐 70㎞를 우회해야 했던 이동 거리가 7.5㎞로 줄어든다. 기존 1시간 넘게 걸리던 운행시간도 10분으로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간은 단순히 노을 명소라는 의미만 있지 않다. 이 다리는 대한민국 해안관광도로인 KR777 위에 건설된다. KR777은 경기, 충남, 전북, 전남을 잇는 서해안 관광도로인 국도 77호선과 동해안 관광도로인 7호선을 연결한 것이다. 한반도 바다 전체를 여행할 수 있는 통합해안도로인 셈이다. 그런데 이 구간이 유일하게 단절구간으로 남아 있다. 문제는 또 있다. 당초 이 구간은 왕복 4차선으로 건설될 예정이었으나 왕복 2차선으로 축소되었다. 일일 교통량과 사업효과가 미흡하다는 의견에 따라 조정된 것이다. 하지만 해당 노선은 정읍에서 부안으로 이어지는 30번 국도와 정읍~고창을 잇는 22번국도의 4차선 구간이 만나는 곳이다. 만일 2차선으로 교량이 건설될 경우 병목현상을 피할 수 없다. 또 안전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이 구간은 당초대로 4차선으로 착공하는 게 옳다. 보령해저터널이나 부산과 거제를 잇는 거가대교 또한 4차선이 아닌가. 뿐만 아니라 이 구간은 서해안 및 새만금권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도 4차선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새만금 신항, 새만금 공항,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의 물류교통 및 관광산업 등이 활성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을대교는 지난 2022년 턴키방식으로 발주돼 시공사 선정에 나섰으나 4차례 유찰됐다. 원인은 인건비와 자재비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공사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현대, 대림 등 해상교량 건설실적이 좋은 대기업은 수익성이 없어 아예 입찰에 참여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기재부는 3870억원이었던 사업비를 4254억원으로 늘렸다. 그러나 인건비와 자재비 상승, 그리고 4차선 시공 등을 감안할 때 사업비는 증액되어야 마땅하다. 이재명 정부는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사업에 속도를 냈으면 한다. 그래서 선셋비치 관광과 지역경제를 함께 살리는 명품 다리로 만들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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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7.15 18:43

[오목대] '반구천 암각화'의 공공연한 비밀

우리나라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또 하나 늘었다. 지난 7월 12일, 세계유산위원회가 울주군 대곡천 일대에 분포한 ‘반구천 암각화’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결정했다. 한국의 열 일곱 번째 세계문화유산이다. 선사시대 유적인 ‘반구천 암각화’는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 등 두 곳의 암각화를 통칭한다. 이중 먼저 발견된 것은 천전리 암각화지만, 우리에게는 반구대 암각화가 더 친숙하다. 1970년 12월, 문명대 교수가 이끄는 동국대 박물관 조사단은 울산 울주군 일대의 불교 유적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선사시대 암각화를 처음 발견했다. 국보 147호로 지정된 울주 천전리 암각화다. 1년 뒤, 문 교수팀은 또 다른 암각화가 새겨져 있다는 반구대 답사에 나섰다. 울산의 젖줄인 태화강 상류 반구대 서쪽 기슭의 암벽. 호랑이 멧돼지 표범 여우 등 육지 동물과 새끼를 업은 고래를 비롯한 다양한 해양 동물, 고래를 포획하는 사람들과 제의를 지내는 그림이 펼쳐졌다. 바위에 새겨진 그림은 자그마치 300여 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반구대 암각화는 국보 285호로 지정됐다. 추정하기로는 7천여 년 전, 신석기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반구대 암각화는 세계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걸작으로 꼽힌다. 사실 반구천 암각화의 등재는 예정되어 있었다. 이미 2010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올라 있었기 때문이다. 등재까지 꼬박 15년이 걸린 셈이다. 반구대 암각화처럼 잠정목록에 오르고도 정식 등재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례는 거의 없다. 그 배경에는 공공연한 비밀(?)이 있다. 반구천 암각화는 오래전부터 훼손 위기에 놓여있다. 장마철이면 반구천 일대 바위가 물에 잠기기 때문이다. 물속에 놓인 암각화가 온존할 리 없다. 이러한 상황은 1965년 대곡천 하류에 사연댐이 완공되면서 더 악화됐다. 노출과 침수를 반복하면서 암각화 훼손이 급속히 진행되자 보존대책이 부상했으나 자치단체의 식수 문제 해결과 맞물려 번번이 갈등과 논란을 빚었다. 그 시간만도 20년이 넘는다. 반구천 암각화는 이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유산이 됐지만, 과제가 많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등재의 기쁨도 잠시, 암각화가 물에 잠기는 것을 막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이 제기되고 있다. 반구천 암각화가 처한 현실은 그만큼 절박하다. 그도 그럴것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등재가 끝이 아니다. 가치가 훼손되면 ‘위험에 처한 유산’으로 등급이 조정되고 그마저도 해결되지 않으면 등재가 취소된다. 돌아보면 세계유산 등재를 준비하는 문화유산이 적지 않다. 탁월한 가치 못지않게 갖추어야 할 중요한 조건이 분명해졌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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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5.07.15 18:43

[조상진의 열린 생각] 초록정원이 주는 힐링의 기쁨

6∼7월 정원(garden)에는 수국이 여왕이다. 농악대 고깔모자에 달린 복슬복슬한 꽃처럼 소담하면서도 화려하다. 산수국, 목수국, 원예수국, 아나벨수국(미국수국), 떡갈잎수국 등 종류도 다양하고 색깔도 흰색, 하늘색, 자주색, 빨간색 등 갖가지다. 지난 두어달 동안 수국을 보면서 눈호강을 실컷했다. 10여 년 동안 텃밭농사를 짓다 우연히 정원에 눈을 돌린 덕분이다. 흔히 1인당 국민총소득(GNI) 수준별 생활환경 변화를 보면 2만 달러 시대는 여가문화의 화두가 텃밭이라고 한다. 그러다 3만 달러 시대가 되면 정원 가꾸기로 넘어간다. 현재 우리나라가 딱 그 수준이다. 처음 정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전주시보건소 마음치유센터에서 실시하는 ‘치유정원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다. 1주일에 한 번씩 전주 한옥마을과 월드컵경기장 일대 전주정원산업박람회장, 건지산 단풍나무길, 완산공원 꽃동산을 찾았다. 평소 건성으로 보았던 꽃과 나무들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어 전주정원문화센터에서 실시하는 여러 프로그램을 쫒아다녔다. 정원에 좋은 풀꽃과 나무에 대한 강의를 듣고 정원탐방에 나섰다. 하동의 몰랑뜰정원(경남 민간정원 32호), 구례의 운조루와 쌍산재(전남 민간정원 5호),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 완주 구이의 별따는 마을, 김제의 늘숲, 서울 국제정원박람회 등이다. 그 사이 집사람과 임실 옥정호 붕어섬 생태공원과 고흥 쑥섬(전남 민간정원 1호)도 방문했다. 전주 삼천동의 꿈꾸는 마당은 장마철 폭우로 연기돼 아쉬웠다. 그중 붕어섬은 작약과 꽃양귀비가 지천으로 피었고, 늘숲은 버드나무길과 잘 가꾸어진 잔디가 일품이었다. 쌍산재는 소쇄원과 같은 한옥 중심의 전통정원이, 전주 수목원과 쑥섬은 그윽하면서도 환상적인 수국밭이 인상적이었다. 올해 10회째를 맞은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 정원의 미래를 보여줬다. 기후위기와 미래 식량자원을 상징하는 개구리밥 정원을 비롯해 나뭇가지와 나뭇잎을 쌓아 올려 자연스럽게 부패시키는 독일작가가 조성한 거대한 둥지모양의 네스팅(Nesting) 등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9개였던 기업정원은 올해 20개로 늘어났다. 이들 기업이 총 55억원을 기부해 정원을 조성했다고 한다. 산림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전남 순천만과 울산 태화강 등 국가정원 2곳과 지방정원 14개 등 180여개가 있고 등록되지 않은 민간정원을 포함하면 2000곳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정원박람회도 새로운 관광모델로 부상하면서 올해 전국 21곳에서 열리고 있다. 전북에는 정읍구절초정원 등 3개의 지방정원과 여러 민간정원이 있다. 그리고 새만금 국가정원과 국립새만금수목원이 추진 중이다. 이들이 제대로 조성된다면 대박을 터트리고 있는 순천만정원 못지 않을텐데 터덕거리는 상태다. 가장 아쉬운 것은 2013년 전주시와 정치권, 시민모임이 시도했던 덕진일대 전통정원 조성사업이다. 덕진공원을 비롯해 건지산, 조경단, 오송제, 동물원, 소리문화의 전당, 체련공원, 마을 등 108만 평을 연계해 자연생태학적인 전통정원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중국의 이화원과 일본의 겐로쿠엔을 넘어서는 아시아 3대 정원으로 건립한다는 비전도 밝혔다. 하지만 이 사업은 세금만 낭비하고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완성되었다면 지금쯤 전국적인 명소로 발돋움했을 것이다. 빅토르 위고는 “꽃은 중간에서 지구와 천국 사이를 연결하는 음악”이라고 했다. 또 국립수목원이 2022년 펴낸 ‘우리가 몰랐던 정원의 숨은 가치’ 보고서에는 “일주일에 한번만 정원을 바라봐도 스트레스가 60% 감소한다”고 나와 있다. 공공정원에 좀더 관심을 기울였으면 싶다.

  • 오피니언
  • 조상진
  • 2025.07.15 18:42

[새벽메아리] 폭염 대책이 민생이고, 기후 위기에 대한 실천은 생존이다

질병관리청은 폭염에 의한 온열질환을 기후변화에 따른 질병으로 관리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5월 20일에서 7월 10일까지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1,429명이고 사망자는 9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온열질환자는 495명, 사망자 3명이었다. 전북은 7월 10일까지 온열질환자 82명에 사망자 1명으로 전체 온열질환자의 6% 수준으로 인구 대비 발생률이 높은 편이다. 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도 폭염에 인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2일 레오 14세 교황은 “기후 위기의 원인이 인간이고 기후 위기로 가장 먼저 고통받는 이들이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라며 환경 정의를 위해 행동으로 실천할 것을 촉구했다. 폭염 대책은 무엇보다도 시급한 민생 문제다. 매일 재난 문자가 오고 정부와 지자체도 연일 폭염 대책을 내놓는다. 정부는 14일부터 체감온도 33도 폭염에는 2시간마다 20분 이상 의무적으로 휴식하도록 보장하는 법을 시행했다. 그나마 다행이지만 폭염 의무휴식제는 50인 미만의 농업은 적용되지 않으며 택배, 배달 노동자 등 특수고용노동자에게도 적용되지 않는다. 코로나19 재난 시에도 발생한 사각지대가 폭염 재난에도 발생하는 것이다. 제대로 시행되는지 점검도 문제다. 최근 건설 현장에서 일하다 온열질환으로 숨진 베트남 청년은 한국 노동자에게 적용된 단축 근무를 적용받지 못했다. 농축수산업, 건설업, 제조업 등은 이주노동자들이 특히 많으므로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 이렇게 사각지대가 많은 바에야 그리스와 이탈리아 주요 도시처럼 한낮 온도가 일정 정도를 넘어서면 야외 노동을 금지하는 강제 휴무제를 시행해도 좋겠다. 물론 강제 시행에 따라 휴무하는 사업주와 노동자에 대한 휴업 보상은 있어야 할 것이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7월 하순부터 8월 하순까지 폭염 재난 기간으로 선포하고 야외 노동에 노출된 노동자 보호를 위해 강제 휴무제를 도입하면 좋겠다. 그러나 현상에 대한 조치로는 부족하다. 레오 14세 교황의 호소처럼 개인과 사회가 환경 정의를 위해 실천해야 한다. 진통제만 먹으면 아픔을 잊을 수 있지만, 병이 깊어진다. 기후 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근본적 대책 마련은 뒷전이 되어버린다. 심지어 정책이 거꾸로 가기도 한다. 7월 1일 도시공원 일몰제로 전주시 도시공원 60%가 사라질 위기이다. 대한방직 부지와 종합경기장 개발로 전주는 여전히 개발 열풍이다. 전주시 인구는 줄고 있는데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계속 지어진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폭염에도 나무를 베고 숲을 파괴하면서 도로에 찬물만 뿌리는 꼴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남원 실상사의 도법 스님은 “부족할 때의 방법으로 남을 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라고 했다. 인류학자 유발 하라리는 “굶주려 죽는 사람보다 많이 먹어 비만과 성인병으로 죽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이” 현대 사회의 특징이라 했다. 부족해서 온 생존 위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세상은 개발과 성장이 아니라 회복과 멈춤이 필요한데 여전히 사회는 더 많이 소비하고, 더 빨리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남을 때는 생산을 줄이고 나누는 것이 해법이다. 잘 살기 위해 하는 다이어트가 전 사회적으로 필요하다. 또 줄인 만큼 나누면 된다. 인류에게 이것은 윤리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이제 생존의 문제다. 폭염 대책은 민생이지만 기후 위기에 대한 실천은 생존이다. △유기만 정책국장은 새만금상시해수유통운동본부 사무국장, 전북유니온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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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7.15 18:41

[기고] 말은 금이요, 침묵은 낙오 패배다

말의 구술문화는 내면을 드러내는 소통의 미학으로, 민주주의 태동의 아테네 최고의 덕목이 “수사학”이리고 아리스토텔레스(기원전 4세기)는 말했다. 특히 대중을 말로 이해 설득 잘하는 학식 자가 영웅이라고까지 했다. 김대중 대통령이나 이재명 대통령이 그 증명이 아닐까 싶다. 4차 산업 시대는 말, 의사소통이 인간이 아닌 컴퓨터의 AI 가 문제를 풀어주고 상황을 해석 답해주는 시대이다. 포털과 SNS의 카톡, 틱톡 등에 언어 영상 음악을 이용하여 서로 의사소통하는 시대로 한국은 카톡 하나의 이용자가 무려 4천7백만 명 국민 91%가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인류의 언어는 직립보행으로 발달했는데 양손이 자유로워 복잡한 도구 이용과 가족 집단에 필요로 신체언어(보디랭귀지) 소리와 함께 의사소통하는 구술문화가 시작된 것이다. 말이 “인간의 원초 자본”이 된 것이다. 문자의 발명과 말하는 소통으로 급속한 인구 증가와 눈부신 문명사회가 열렸다. 영상, 빛과 소리 등 디지털 AI 융합 언어는 더 신속 유용 편익한 큐피드 양자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말 의사소통은 사랑의 기초이며, 천냥빛도 갚을 수 있고, 나의 정신과 몸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아파트 군집 사회에 필수윤활제로, 위안과 희망과 용기를 주고 받을수 있다. 또한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의 노력은 성공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말 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1945년 해방 직후 남한 인구 1천6백만 명의 문맹률은 90%였다. 그로부터 60년이 지나서 오늘날 문맹률은 0%에 가깝다. 우수한 한글과 적령기 공교육을 잘 따라준 국민성에 구술과 문자 문화는 가난을 떨치고 세계 10위권의 무역 강국을 이룬 것이다. 일제강점기 36년간 일어의 강제교육, 학도병 강제징집, 전쟁물자 공출 등에 불만과 비협조자를 고문과 불이익을 많이 가했다. 6, 25 동족상잔의 전쟁 때는 밤에는 적군 (빨치산)이 동내에 내려와 쌀, 닭 등 먹을 것과 금품을 강탈 해갔다, 군인 경찰은 주간에 와, 적들이 다녀간 정황을 실토하라며 심하게 다루었다. 피아간 다녀간 말(정보)을 했다면 반대편에 뭇매와 죽음의 살벌함의 고통은, 8,15 해방과, 최덕신 준장의 화랑 사단의 견벽청야(堅壁淸野) 회문산 소개 작전으로 끝이 났다. (1955.7.1.) 밤낮 적과 우군에게 추궁당하며 죽도록 두들겨 맞을망정 입 다물고 있으면 끌려가지 않고 목숨은 부지하였다. “과묵하여 사윗감 좋다.” 의 인식의 관습과 수천 년 삿갓배미 다랑이 논 밭에서 홀로 땀 흘려 일하는 풍습의 농경문화는 말과 토론에 뒤져서 인물난과 서투른 비즈니스로 이어져 오늘날 낙후 전북의 원인으로 평가들 한다. 초과학 융합의 날아다니는 자율 모빌리티 시대, 자기 PR 시대다. 말(글)하면 금이 되고 침묵하면 낙오 패배이다. 내가 먼저 인사 말하며 대화를 시작 해 보자, 선진국 GDP 4만 불 진입과 더 발전은, 올챙이 꼬리 자존심부터 버리고 내가 먼저 “안녕하세요. 오늘 날씨 참 좋군요”. 인사말부터 하고 인연을 살려보자. 우리보다 몇배 앞선 서구인이 자존심 버리고 초면인 사람에게도 하와유('How are you?') 먼저 웃으며 인사말을 건넬까요? 만나 기쁘고, 좋은 “인연 기회”를 살리자는 선진 문화 인사 말이다. 전북의 새만금 통합시도 완주 전주 통합의 꽉 막힌 길도 말, 신뢰의 대화 소통으로 시작해야 한다. 농도의 티를 벗고 먼저 말하며 인사하는 습관 즉 “인간의 원초 자본 말, 금” 좋은 이용을 생활화로 새만금과 함께 우뚝선 글로벌 전북으로 후손에 넘겨주자. 김일호 전북미래발전추진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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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7.15 18:39

[사설] 4장관 2위원장 시대, 성과로 답하라

전북이 모처럼 활황세다. 윤석열 정부에서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대회 파행으로 ‘의붓 자식’ 취급을 받더니 이재명 정부 들어 다시 숨통이 트이게 되었다. 집권 여부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는 게 옳으냐 여부를 떠나, 전북 발전의 호기를 맞은 것은 틀림없는 듯하다. 14일부터 시작된 국회 인사청문회 결과를 봐야겠지만 중대하고도 명백한 사유가 없는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 안규백 국방부 장관, 조현 외교부 장관의 임명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뒤늦게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오른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사무총장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과 함께 도내 지역구 출신인 이춘석 의원과 한병도 의원도 각각 국회의 핵심 포스트인 법사위원장과 예결위원장을 맡았다. 항상 변방에 머물며 행정부와 집권여당의 심기를 살펴야했던데 비해 책임있는 자리에서 국정을 주도하게 된 것이다. 이제 전북출신 4명의 장관들과 국회 2명의 위원장들은 진짜 실력을 보여줄 때가 되었다.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뒷걸음친 외교, 국방, 통일분야에서 국가의 위상을 되찾고 국제사회에서 국익 실현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또한 이재명 정부는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에서 실패한 부동산 정책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집값 안정에 최선을 다했으면 한다. 4명의 장관들은 국정 전반에 대한 이해와 본인의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격을 높이고 국리민복을 실천하는데 한 치의 소홀함도 있어선 안될 것이다. 또한 국회 이 위원장과 한 위원장은 원만한 위원회 운영을 통해 국회가 극한대치 보다는 협치의 장이 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이처럼 국정에 전념하면서 지역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주길 기대한다. 전북은 그동안 지역불균형 성장론과 수도권 일극체제, 정권 차원의 홀대로 인해 인구가 급격히 줄고 산업이 피폐해지는 불이익과 소외를 겪어야 했다. 새만금사업 등 현안마다 발목이 잡혀 천형(天刑)의 땅으로 변해버렸다. 여기에 3중의 차별까지 겹쳤다. 이제 4장관 2위원장을 비롯한 전북정치권은 정부여당이나 다른 당 탓을 할 수 없는 입장이 되었다. 낙후를 벗기 위해 인사와 예산, 각종 정부사업 등에서 실력으로 입증해 보여주어야 한다. 정정당당히 성과로 답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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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7.14 18:38

[사설] 새만금에 반드시 RE100 산단 조성을

정부가 해상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한 전기를 100% 사용하는 ‘RE100 국가산업단지’를 구축하고 입주 기업에는 파격적 전기료 할인 혜택을 부여하는 특별법 제정을 추진키로 했다. 에너지 대전환 이라고 하는 국제적인 흐름에 대응하는 한편,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방안의 일환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새만금에 반드시 ‘RE100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해야 한다. 정부는 올해안으로 ‘RE100 산업단지 및 에너지신도시조성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RE100 산단을 조성하는 것은 에너지 수급 구조와 향후 대한민국 산업 지도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의미가 있다. 서남권 해안같이 해상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력원과 가까운 곳에 산단을 조성하고, 이곳에 입주한 기업은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사용하도록 해 재생에너지 수요 공급 미스매치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거다. 결국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에 첨단 기업을 유치하고,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를 제대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RE100 국가산단에는 원칙적으로 ‘규제 제로(0)’가 적용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산업지도 재편은 새만금을 가지고 있는 전북으로서는 천재일우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어려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어쨋든 전북발전에 일대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용 전력을 재생에너지로만 조달하는 이번 프로젝트에 사활을 걸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미 민주당 이춘석 의원(익산갑), 진성준 의원(서울 강서을) 등 정치권이 전북 미래 발전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고, 권익현 부안군수는 ‘RE100 산단’ 유치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사실 전북의 성장동력은 새만금을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 단지에서 첫발을 뗄 수 있다. 만일 RE100 산단이 새만금에 조성된다면 전주권 등 도시지역은 AI 메카로, 새만금 일대는 재생에너지 단지로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지역발전에 대한 도민들의 기대가 한떳 부풀고 있는 만큼 무슨 수를 써서든 RE100 산단은 반드시 새만금에 유치해야 하며 이제 전북 정치권이 이러한 요구에 구체적이면서도 확실하게 화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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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7.14 18:37

[오목대] ‘뉴 노멀’시대의 여름

어색했던 ‘군산 홍어’가 금세 익숙해졌다. 오랜 세월 홍어의 본고장으로 불렸던 전남 흑산도를 제치고 군산이 대세가 됐다. 수년 전부터 홍어 어획량이 크게 늘면서 군산의 맛집지도가 달라졌다. 그러더니 지금은 제철을 맞아 어판장에 쏟아져 나온 ‘서해 오징어’가 화제다. 사실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다. 동해의 대표 어종이었던 오징어가 서해로 몰려온 것은 꽤 오래된 일이다. 20여년 전부터 서해 오징어 어획량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10여년 전부터는 동해안에서 오징어잡이 어선과 활어차가 달려오면서 본격적인 ‘서해 오징어 시대’를 알렸다. 그렇게 서해 태안반도 주변이 오징어의 황금어장으로 새롭게 자리잡았다. 대신 동해에는 난류성 어종인 참치와 방어가 떼로 몰려든다.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상승으로 해양 생태계에 큰 변화가 생기면서 일상이 된 현상이다. 이런 기후변화는 지구촌에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변화를 넘어 위기의 시대다. 예년에 없던 극단적인 기상 현상은 여름철에 자주 발생한다. 이제는 40도에 육박하는 폭염과 시간당 100mm에 가까운 폭우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야말로 ‘극한(極限)’의 여름 기후다. 극한은 궁극의 한계점을 의미한다. 하지만 지금 극한으로 이름 붙인 기현상이 지구촌 기후변화의 마지막 단계라고 확언하기 어렵다. 이런 상태라면 ‘극한’의 기준을 훌쩍 넘어서고, 그 빈도가 높아지면서 다시 새로운 용어를 찾아서 붙여야 하는 기록적인 폭우·폭염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기후만 변했을까? 비정상적이고 극히 예외적이었던 현상이나 상태가 어느 순간 새로운 표준이 되는 ‘뉴 노멀(New Normal) 시대’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리 사회는 많은 것이 변화했다. 재택근무와 전자상거래·비대면 소통 활성화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지금 그때 달라진 새로운 생활방식이 일상이 됐다. 언제부턴가 갑자기 바뀌어버린 새로운 기준, 새로운 질서에 군말 없이 따라야 하는 시대다. 과거의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야만 버텨낼 수 있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폭염을 피해 들어간 카페에서 시원한 음료를 마시기 위해서는 우선 키오스크부터 능숙하게 조작해야 하지 않는가. 이제는 일상이 된 여름철 극한의 기후도 결국은 우리가 적응하고 이겨내야 하는 일이다. 변화는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고 한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렇지도 않다. 조금씩 조금씩 오랜 조짐이 있었지만 무심코 지나치다가 어느 날 비로소 그 존재와 상태를 인식하는 것은 아닐까? 군산 홍어, 태안 오징어처럼…. 지금도 우리 삶의 어느 한쪽에서 익숙한 것들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다 말겠지’라며 흘려버리지 말고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어떨까. 이런 작은 변화가 머지않은 어느 날 새로운 기준, 새로운 일상이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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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5.07.14 18:37

[문화마주보기] 고천문(告天文)

정치 현실과 경제 안팎이 어서 안정되기를 원하는 시절에, 세상이 휘황찬란하게 변했을지라도 가진 자 중심의 패러다임은 여전한 이 무더운 시절에, 하늘님 쇤네가 아뢰나이다. 6·25전쟁 발발한 직후 전주형무소에 수감 중이던 사람들이 여기 황방산에서 떼죽임당했나이다. 골령골에서 거창에서 금정굴에서 노근리에서의 학살과 똑같이 한국인 수백 명이 아군의 총에 사살당했나이다. 경상대학교 교수 신경득은 『조선 종군실화로 본 민간인 학살』(2002.6. 살림터)에서 “6월 27일부터 7월 20일경까지 전주형무소 인근 공동묘지와 솔개재, 황방산 부근에서 학살했고, 남원으로 후퇴하기 직전 유치장에 구금된 예비검속자에 대한 무차별 학살이 이뤄졌다.”라고 밝혔사옵니다. 이 참상을 최초로 보도한 ‘민주조선’(1950. 8. 21)은 전주에서 학살당한 사람이 4, 500명이나 된다고 적었나이다. 만물을 살피시는 하늘님 학살 주범은 경찰과 헌병과 방첩대로 알려졌사옵니다. 그러나 이들에게 학살당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황방산에 몇백 명이 더 묻혀 있는지도 알 길이 없나이다. 전주시에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네 차례, 황방산 유해 200여 구를 발굴했지만, 끝내 신원을 밝힐 수 없었나이다. 하지만 이분들은 못된 세력의 밑씻개 노릇을 거절한 사람들로 이해되옵니다. 군경이 남원으로 후퇴하면서 기록을 불태워버렸다지만, 당시 전주형무소에 수감 중이던- 미군정 및 이승만 세력과 싸우다 빨치산이 된 분들, 제주4•3항쟁과 여순항쟁에 참여했던 분들, 보도연맹과 관계된 분들이 학살당했다는 증언이 쏟아졌기 때문이나이다. 2003년 『말지』 5월호에 황방산의 떼죽음이 알려진 뒤 전국에서 수많은 유족이 여기를 찾았사옵니다. 학살의 진실을 알고자 ‘전주형무소유족회’와 ‘진실화해위원회, ‘4•3희생자유족회’ 등이 활동 중이옵니다. 그러나 황방산은 말이 없나이다. 양민들이 가장 많이 희생당했을 거라고 추정되는 효자동 황방산 자락. 여기에 건물들을 지으려고 땅을 팠을 때 드러났다는 엄청난 유골들- 70년이 넘도록 캄캄하게 버려졌던 유골들을 햇살 바른 곳에 모시고 진혼제를 올리기는커녕 누군가 한곳에 몽땅 암장해버리고 그 장소조차 가르쳐 주지 않는다고 하니, 손이 뒤로 묶여 죽어간 분들의 넋에 기대어, 하늘님 쇤네가 아뢰나이다. 강대국들의 잇속에 말려 분단을 당한 한국, 여기서 시작된 불행은 한민족이 한민족에 수십만 명 참살당하는 저주로 치달았다고 명백히 밝히소서. 자신들 뜻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부모를 죽인 정권, 그 독재정권의 민주 시민으로 살라고 삶을 강요당했던 후손들의 세월도 맑게 펴주시고- 평등 세상을 못 보고 구천을 떠도는 혼령들의 진실을 만천하에 펼치소서. 대한국민의 본래이신 하늘님! 모두가 피해자라는 허망한 말속에 황방산의 떼죽음을 다시 암장하려는 세력을 꾸짖듯 연일 뙤약볕이 따가웠나이다. 자본과 문명의 노예가 된 빈약한 지식을 내치듯 소주 한잔 올리오니 여기서 참살당한 분들의 숨결까지 마디마디 흠향하소서. 황방산뿐만이 아니라 이 땅 곳곳에서 학살의 진실을 캐는 역사로부터 한국의 미래가 비롯된다는 진리를 확인케 하소서. △이병초 시인은 전북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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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7.14 18:36

[경제칼럼] 일상의 회복력, 다시 협동조합으로

UN은 2012년에 이어 2025년을 두 번째 ‘세계 협동조합의 해’로 지정했다. 재지정 배경에는 협동조합조합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역할 수행과 사회·경제적 발전에 기여 하는 협동조합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한다는 의지가 있었다. 우리나라는 2012년 UN이 정한 첫 번째 ‘세계 협동조합의 해’에 협동조합 기본법이 제정·시행되었다. 기본법에서는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 증진과 활동 장려를 위해 7월 첫째 토요일을 ‘협동조합의 날’로 지정하고, 그 전 1주 동안을 ‘협동조합 주간’으로 지정하여 최근 다양한 기념행사들이 개최되었다. 우리나라는 2012년부터 현재까지 27,906개의 (사회적)협동조합 또는 (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가 설립되어 양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전북에는 1,989개 협동조합이 설립되었다. 단시간내 양적 성장 배경에는 시민들에게 내재했던 사회적 요구가 경제활동으로 전환된 시기였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전북은 협동조합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민·관 모두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 시기 협동조합이 영리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하이브리드한 성격 때문에 협동조합 제도와 실제 운영이 매끄럽지 않기도 했지만, 열정이 대단했다. 이 기간 설립된 협동조합은 ‘농협’과 같이 개별법으로 정한 기존 8개 조직과는 별도로 우리 생활 가까이에서 크고 작은 동종·이종 단위의 결합이었다. 이들은 협동적으로 사업행위를 영위함으로써 규모화와 비용 절감이 가능해져 경쟁력을 강화하거나 조합원 권익 향상, 지역사회 공헌, 사회서비스 제공,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 등을 촉진하였다. 일부 협동조합들은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었고, 정책사업과 연계를 통해 활동력을 높인 곳들이 있다. 그러나 협동조합은 아직도 다수가 영세하고, 서구에 비하면 역사가 아직 짧다. 지난 정부 3년은 그간 협동조합을 비롯한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 노력 자체가 부정되는 암흑기를 겪었다. 전 정부 출범 이후, 협동조합 주관부처인 기재부에서는 과를 통·폐합하고, 관련 부처 사회적경제 예산은 대거 삭감되었다. 다행히 새정부 국정기획위는 지속 가능 성장 방안 모색을 위해 ‘사회적경제 TF’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조승래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1일 “양극화 해소와 지역경제 활성화, 고용 창출 등 사회적 목표 달성을 위해 사회적경제 모델을 적극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기간 표류했던 사회적경제 관련 법률 제·개정 및 제도 정비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2025년 협동조합은 질적인 성장 2.0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는 입법 행위를 통해 제도를 정비하고 다시 생태계를 복원해야 한다. 운영 주체들은 신뢰와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와 시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고, 기존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새로운 문제들이 발생한다. 협동조합과 같은 대안적 경제활동 방식은 이에 알맞은 처방이 될 수 있다. 산업기반이 취약한 전북은 새정부 사회적경제 강화 기조에 기민해야 한다. 협동조합은 저성장 기조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지역을 잇고, 사람 중심 경제를 실현’하는 도구로서 가치가 있다. 우리는 양극화 해소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일자리, 교육, 주거, 복지, 돌봄, 문화, 에너지 분야 등에서 성과를 확인한 바 있다. 협동조합 경제활동은 지역 내에서 다시 선순환의 결실이 될 수 있다. 이제 다시 협동조합이다. △배현표 사무처장은 주거복지 분야 사회적경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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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7.14 18:36

[기고] ESG의 블록화 현상: 지속가능성의 분열과 기업의 전략적 대응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한때 글로벌 자본시장과 기업 전략의 통합된 기준으로 자리매김했지만, 2025년 현재 그 지형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지정학적 갈등과 기후위기의 정치화, 그리고 각국의 산업보호 전략 속에서 ESG는 더 이상 단일한 글로벌 표준이 아닌, 국가별·블록별 해석과 규제가 병존하는 ‘ESG의 블록화(Blockification of ESG)’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유럽연합은 CSRD(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SFDR(지속가능 금융 공시규제) 등 강력한 규제를 통해 ESG를 윤리 기반의 규범으로 제도화하는 반면, 미국은 IRA(인플레이션감축법) 중심의 보조금 정책과 트럼프 대통령의 ESG 규제 완화 기조가 공존하며, 주 정부 차원의 ESG 규제가 기업의 전략을 복잡하게 만든다. 중국은 ESG를 산업 안보와 국가 통제의 도구로 정의하며, 국유기업 중심의 공급망을 ESG 체계로 흡수하고 있다. 이처럼 동일한 ESG의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각국의 정치·경제·사회적 맥락에 따라 상이한 해석과 정책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은 더 이상 단일화된 ESG 보고서나 글로벌 표준만으로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확보할 수 없게 되었다. 유럽 투자자에게는 CSRD와 GRI(글로벌 보고 이니셔티브)를, 미국 투자자에게는 ISSB(국제 지속가능성 기준 위원회)와 SASB(지속가능성 회계 기준 위원회)를, 중국 사업장에는 지방정부의 ESG 기준을 각각 충족시켜야 하는 다층 공시 대응 시스템이 필요해졌다. 동시에, 공급망 전반의 인권·환경 실사 및 지역별 탄소 규제 차이를 관리하는 공급망 ESG 통합 관리가 필수 과제로 부상했다. ESG가 단순히 ‘보고의 문제’가 아니라, 블록별로 요구되는 역량과 데이터 관리의 문제가 된 것이다. 더 나아가 투자자의 ESG 기대치도 지역마다 달라진다. 유럽 투자자는 기업의 인권 보호와 기후위기 대응 성과를 우선시하지만, 미국 투자자는 ESG가 기업 가치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중시한다. 이에 따라 투자유치 전략의 지역 분산화가 불가피해졌고, 기업은 이해관계자별 맞춤형 ESG 커뮤니케이션을 설계해야 한다. 결국 ESG의 블록화는 단순한 규제의 분열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을 평가하는 새로운 좌표가 되었다. 기업은 복수의 공시 기준과 지역별 리스크 관리, 그리고 ESG 전략의 현지화까지 병행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하나의 ESG’가 아닌, 다극화된 ESG 질서 속에서 진정성과 실행력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전략적 유연성의 문제가 되었다. 이처럼 ESG 블록화 시대에 기업은 복수의 규제와 이해관계자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다층적이고 지역화된 전략을 갖춰야 한다.첫째, GRI, ISSB, CSRD 등 복수의 국제 기준을 병행해 기업의 ESG 공시를 강화하고, 지역별 이해관계자와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둘째, 각국의 정치·사회적 맥락과 공급망 리스크를 반영해, 블록별로 특화된 공급망 ESG 실사·검증 체계를 통합적으로 구축해야 한다.셋째, ESG 전략 자체를 단일화된 글로벌 모델이 아닌, 지역별로 차별화된 전략으로 재구성함으로써 기업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 이제 ESG는 윤리적 명분이 아니라, 복수의 질서 속에서 ‘신뢰’와 ‘지속가능성’을 증명해야 하는 전략적 시험대이다. ESG의 블록화는 위기이자 기회이며, 기업은 이 복합적 질서를 균형 있게 해석하고 대응할 때만이 다가올 글로벌 지속가능성 경쟁에서 중심에 설 수 있을 것이다. 지용승 우석대 경영학부 교수·ESG국가정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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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7.14 18:36

[사설] 쏟아진 주민민원, 듣는 것으로 끝나선 안된다

지난 10일 군산에서 열린 이른바 ‘국민 신문고’ 에서는 전북도민들의 민원과 정책 제안들이 쏟아졌다. 이재명 정부가 국민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찾아가는 모두의 소통 버스’를 운영하면서 이날 군산을 방문한 것이다. 주한미군 군산비행장 탄약고 인근 마을의 이주 대책 요구, 새만금산단 내 공공폐수처리시설 신설, 새만금 신항만 대체 어장 확보, 정읍 폐목재발전소 허가 취소, 중앙분쟁조정위 심의 절차 개선 등 묵직한 사안들이 제기됐다. 군산비행장 인접 주민들은 주한미군 탄약고 공포를 토로했고, 새만금 산단 이차전지 폐수방류는 생태계를 위협한다며 각각 이주대책과 어업 피해대책을 호소했다. 정읍 폐목재발전소 허가와 관련, 환경영향평가·주민 의견수렴 누락·동의서 조작 의혹 등이 있다며 정읍화력발전반대 대책위는 전면 재조사를 요구하고 1만여 명의 서명부를 제출하기도 했다. 강임준 군산시장은 매립지 관할구역 결정 과정에서 '단순 이견'만 제출하면 중앙분쟁조정위 심의 대상이 돼 불필요한 갈등이 반복되고 있는 현실을 거론하고 지방자치법 개정과 중앙분쟁조정위 심의 절차 개선을 제안했다. 민원인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소통버스’를 찾았을 것이다. 단순 민원을 넘어 주민 생존권 및 지역발전 등과 직결된 문제들도 많았다. 의견수렴은 일회성에 그칠 것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계속돼야 한다. 국민소통을 강화하고 현장 목소리를 듣기 위해 ‘찾아가는 모두의 소통 버스’를 운영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그동안 상의하달식 일방통행과 불통 정치에 식상해 한 국민들에게는 갈증 해소 창구기능을 했다. 문제는 제기된 국민 민원과 고충, 정책 제안 등의 타당성을 살펴본 뒤 실행에 옮기는 일이고, 이행 여부와 사유를 민원 당사자나 기관한테 반드시 알려야 한다. 이런 피드백 기능이 생략되면 얄팍한 전시행정 밖에 안된다. 국정기획위와 국민권익위 관계자들이 의견을 청취했기 때문에 사안별로 잘 판단하리라 믿는다. 가능하면 국민눈높이에서 제도적으로 보완할 것은 보완하고 해결 가능한 민원은 신속히 처리해서 민원 당사자 한테 통보하길 바란다. 재삼 강조하지만 ‘듣고 끝나는 소통’이 돼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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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7.13 18:36

[사설] 시내버스 요금 인상 앞서 서비스 개선부터

전북지역 시내버스 요금이 다음 달부터 인상된다. 전북특별자치도가 소비자정책위원회 심의·의결에 따라 다음 달 1일부터 도내 14개 시·군 시내·농어촌버스 요금을 200원씩 인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전주·완주 시내버스 요금은 1500원에서 1700원으로, 익산·군산·정읍·김제는 1600원에서 1800원, 남원은 1550원에서 1750원으로 각각 오른다. 지역 버스업체에서 경영난을 들어 요금 520원 인상을 건의했고, 전북특별자치도의 운임요율 검증 용역과 소비자정책위원회를 통해 200원 인상이 결정된 것이다. 지자체에서는 인건비와 유류비 등 운송원가 인상에 따른 버스업체의 재정 적자 등을 고려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지역 버스업체의 적자가 늘어날수록 지자체가 예산을 통해 지원해야 하는 적자보전금도 커지기 때문에 업계의 요금인상 요구를 외면할 수 없는 구조다. 새 정부가 물가안정·민생회복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며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계획까지 밝힌 가운데, 지자체에서 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서민경제와 직결되는 버스요금 인상을 추진한데 대해 도민들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여기에 전주를 비롯한 전북지역의 시내버스 요금은 다른 지역 도시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비싼 편에 속한다. 지자체가 민생안정 시책에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물론 꼭 필요하다면 요금을 올려야겠지만 민생경제 위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서민의 발’인 버스요금 인상이 그렇게 시급했는지 묻고 싶다. 게다가 전주·완주를 비롯한 전북지역 시내버스는 서비스 문제를 놓고 이용자들의 불만이 매우 높다. 버스 기사의 난폭운전과 폭언, 승차거부 등 서비스 문제를 지적하는 민원이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지적된 고질적 병폐인데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금 시급한 것은 요금 인상이 아니라 서비스 개선이다. 시내버스는 ‘서민의 발’이자 ‘도시의 얼굴’이다. 시내버스 운영에 매년 막대한 혈세를 지원하고 있는 지자체가 시민을 위해 확고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업계와 종사자들의 자정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칼을 빼들어야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다수의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시내버스 서비스 혁신이 요금인상보다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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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7.13 18:36

[전북칼럼] 전북자치도의 차별화된 수소산업 브랜드 정립

그리스어로 데모크라시는 역량과 민중의 합성어로 민주주의를 의미하며 민중이 역량 있는 대표자를 선택하여 통치하게 한다는 의미이다. 시대에 따라 에너지원의 확보를 위하여 국가권력은 적극적으로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였고 이를 통해 자국민의 편리한 생활의 보장을 추구하였다. 에너지 관점에서 인류의 생활양식과 문명발달은 불의 발견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마시대의 갤리선은 노예의 노동력에 의존하였으며 이후 노동 집약적인 산업 보호를 위해 비문명적인 노예제도가 활용되었다. 이와 같은 역사적 교훈을 통해 에너지 문제에서는 통치차원의 정책 결정이 매우 중요하며 에너지 없이는 단 하루도 생활을 할 수 없는 현대 사회에서 주민들은 미래지햘적인 에너지 정책보다는 전기요금과 휘발유 가격에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수소경제는 수소를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수소가 국가경제, 사회전반, 국민생활 등에 근본적 변화를 초래하여, 경제성장과 친환경 에너지의 원천이 되는 경제이며, 미래 경제의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소·연료전지 산업은 수소 생산, 저장, 운송 등 공급 분야와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는 연료전지 발전과 수소모빌리티 제품 및 수소 충전소 구축을 통해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다. ‘고효율 무탄소 수소경제 사회’로의 전환은 기후변화 대응과 국내 에너지 자립도 기여에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대표적인 친환경 산업이다. 특히 수소사회 진입이 가시화된 이 시점에서 지자체장의 수소사회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추진의지가 지자체의 경제발전에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전북자치도는 최근 5년간 수소관련 대형 국책사업 유치에 주도적으로 역할을 수행하여 전주완주 수소시범도시 유치를 시작으로 세계 최초 수소용품 검사지원센터 준공, 완주 수소특화국가산단 조성으로 134개 기업 입주예정과 연료전지 자원순환 재활용 시험센터 유치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전북자치도는 3% 경제규모에도 불구하고 2023년 기준 수소신산업 분야에서 전국 총매출의 10%를 점유하고 있다. 전북자치도는 세계 최초 수소트럭 상용화와 국내 수소버스 생산 지역이며 탄소복합소재를 활용한 대용량 수소 저장용기 산업의 중심지로 수소산업 밸류체인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어 기후변화 대응의 성공적인 추진과 수소산업 육성의 최적지로 인정받고 있다. 따라서 전후방 산업 육성과 이를 통한 수소전문기업 집적화로 지역경제의 활성화가 충분히 가능하다. 전북 성장동력분야인 이차전지산업을 비롯하여 재생에너지, 자동차, 탄소, 조선·해양, 건설·농기계, 드론 분야와 연계한 수소 융복합산업 육성 및 지원정책이 요구된다. 청정수소 및 수소모빌리티 중심으로 전주기 생태계 조성과 지속성 확보를 위한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체게적인 정책을 실행하여 전북자치도는 청정수소와 수소모빌리티의 메카임을 선언해야 할 것이다. △이홍기 교수는 IEC 세계연료전지기술위원회 의장, 한국 수소 및 신에너지학회 회장, 우석대학교 산학협력부총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홍기 우석대학교 산학협력부총장·국제연료전지기술위원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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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7.1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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