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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종묘, 인류 전체의 공통자산-일부 시민들 만 누리는 정원이 될 수 없어

요즘 종묘를 둘러싼 개발과 보존이냐?를 두고 양측 주장이 뜨겁다. 한 쪽은 세계유산의 지위를 위태롭게 만드는 무분별한 개발이라 주장하고, 다른 쪽은 건물 높이가 세계유산에 그늘을 만들지 않으니 상관없다고 한다. 급기야 국가유산청은 세계유산지구로 지정하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유네스코가 우리나라의 국가유산인 종묘를 세계유산으로 지정한 것은 그 나라의 정치·예술·건축기술을 총망라하여 인류 전체의 공통자산으로서 인정하고 보존과 전승 의지를 공식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우리는 도시를 볼 때 그 문화가 다르면 공간지각도 달라진다. 세계 어디를 가던지 천편일률적인 고층빌딩과 오랜 역사가 만들어 낸 문화적 소산과는 보는 이들에게 확연히 다르게 인식된다. AI혁명 속에 전 세계는 더욱 빠르게 움직이고 발전한다. 변화하는 도시 속에서 과거에 존재했던 것과 새롭게 들어설 도시 구성요소 간의 위계를 정하는 것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무엇에 가치를 두고 있는가를 명확히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전쟁 중에도 상대 나라의 문화유적을 파괴하려는 과오는 역사 속에서 단 한번도 정당화되지 못했다. 인류가 과거의 경관을 복원하거나 과거로부터 현재까지의 경관을 유지하려는 것은 그 문화현상과 지역과의 결합, 그에 따른 도시의 발전단계 및 지역간 차이의 위치를 정립하고 앞으로의 조화로운 발전 방향을 세우기 위한 중요한 작업임에 틀림없다. 유구한 역사 속에서 선조들이 일군 문화는 오늘날 진정한 호혜와 인간 평등의 상징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문화적 상징성 속에 내재된 문화주권은 한 국가와 민족의 자존심이라고도 할 수 있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문화는 인류의 보편성과 평화의 상징으로 일부 사회계층만의 소유물이 될 수 없고 또 그렇게 되서도 안된다. 세계유산은 그런 의미에서 인류 모두의 것이고 미래세대도 이를 향유할 권리가 있다. 오늘의 종묘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보존과 개발의 상충 문제만이 아닐 수 있다. 우리 국가와 민족을 대표할 자존심과 편익과 경제성이 위계를 정하는 과정을 두고 다투고 있는 것이다. 종묘는 도시 속에 영역을 가진 하나의 물리적 건축물만이 아니다. 이는 종묘의 입지단계에서부터 고려된 공간의 특성과 그 속에 내재된 의미를 모두 포함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재개발에 의한 초고층 건물은 주변 건물보다 규모가 매우 커서 주변건물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위압적 경관을 형성하게 된다. 건물 주변에 고층건물이 올라감으로써 종묘 같은 세계유산은 상대적으로 작고 볼품없게 느껴진다. 더욱이 전통공간에 인접한 이질적 요소는 국가유산의 질적 수준을 떨어뜨리고 있다. 단순히 건물이 높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조화성의 허용한계를 초과하면 본래의 위계를 손상시킨다는 것에 있다. 이 위계에는 한 나라의 문화 예술 민족정신의 가치가 반영된다. 쉽게 말해 주변의 초고층 건물은 누가 보더라도 종묘보다 위계상 두드러지게 되는 것이다. 종묘는 역대 왕과 왕후들의 신주를 보관하고 제례를 봉행하는 신성한 곳이자 우리 민족의 정기가 서려있는 중요한 공간이다. 종묘의 성스러운 분위기가 깨져서는 안된다. 가장 성스러운 공간의 남쪽에 142m 빌딩이 들어서면 종묘가 그 건물을 향해 제사지내는 모양새로 오인되기 쉽다. 충과 효의 정신을 간직한 문화적 이미지를 왜 편의와 경제성으로 도전하려 하는가? 아니면 초고층건물에서 내려다 볼 일부 계층만을 위한 전망좋은 정원으로 만들려고 하는가? 이 선택은 우리가 결정할 권리가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의무는 후손들을 위해서 세계유산인 종묘를 온전히 지켜주면 되는 것이 아닐까? 신현실 우석대 국제교류원장·국가유산청 자연유산위원

  • 오피니언
  • 기고
  • 2025.11.19 17:35

[오목대] 경복궁과 권력의 사적 오용

궁궐은 본디 ‘왕과 왕실 가족, 그리고 그들의 생활을 돌보는 사람들이 사는 집’이다. 하지만 그 의미는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선다. 궁궐은 왕조의 정치와 행정, 의례와 일상이 집약된 국가의 중심 무대이자, 건축과 조경, 의례 체계가 결합해 권위와 질서를 구현한 복합문화유산이다. 그러니 오늘 우리가 마주하는 궁궐은 단순한 건물군이 아니라, 국가의 흥망과 갈등, 번영과 쇠퇴가 켜켜이 쌓인 역사적 무대인 셈이다. 그중에서도 경복궁은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한양으로 천도하며 가장 먼저 세운 궁궐이다. 태조는 1395년 경복궁을 지어 이곳에서 정무를 보고 대신들과 논의를 거듭하며 새로운 국가 방향과 정책을 세웠다. ‘왕조 일상 자체가 곧 정치’였던 시대, 경복궁은 그 체제를 상징하는 최고 권위의 공간이자 조선의 국정 운영이 실질적으로 구현되던 장소였다. 그러나 경복궁은 왕조의 화려했던 영광만을 담고 있지 않다. 임진왜란으로 전소된 뒤 270여 년 동안 방치되었고, 대원군의 중건으로 복원되었으나 일제 강점기에 다시 훼손되는 수난을 겪었다. 다행히 경복궁은 수십 년에 걸친 복원 작업 끝에 오늘의 모습을 되찾았다. 경복궁이 단순한 유적이 아니라, 흔들리고 회복해온 역사를 증언하는 살아 있는 역사 공간인 이유다. 굴곡진 역사를 딛고 선 경복궁은 더 이상 ‘여러 궁궐 중 하나’가 아니다. 국가의 흥망과 회복, 정치와 문화, 일상과 의례가 응축된 한국사의 중심 공간이다. 경복궁이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건희 씨의 잦은 출입이 알려지면서다. 궁궐은 ‘국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지만, 그 공공성은 엄정한 기준과 원칙 위에서 지켜져야 한다. 공공의 공간인 궁궐이 사적 활용의 통로를 열게 되면, 궁궐의 역사성과 상징성은 손상되고 만다. 김 씨의 빈번한 출입과 뒷이야기는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공개되지 않고 절차도 거치지 않은 김 씨의 잦은 경복궁 방문은 어처구니없고 이해하기 어렵다. 절차나 목적이 투명하지 않으니 온갖 추측이 난무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경복궁은 권력을 상징하는 공간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늘의 권력이 사적 이익이나 편의를 위해 점유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역사적 상징성이 클수록, 그 공간은 더 공정하고 투명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오늘의 경복궁 논란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권력의 상징이자 공공의 자산인 공간을 사적 이익으로 훼손하는 순간, 그곳에 담긴 역사적 무게와 국민의 신뢰는 함께 무너진다. 경복궁을 지키는 일은 단순한 복원이나 관리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공공성과 역사적 책임을 얼마나 존중하는지를 시험하는 중요한 지표이자 국격을 지키는 일이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5.11.18 18:26

[사설]지방선거 과열과 혼탁, 민심왜곡 우려된다

6·3 지방선거를 6개월 남짓 앞두고 조기 과열로 인한 혼탁 선거가 우려된다. 물밑 사전 선거운동이 기승을 부리고 있고 유언비어와 흑색선전이 난무해 자칫 민심이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각 정당은 공천 일정과 심사기준을 가능한 빨리 확정하고 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 등은 전방위적 단속에 나섰으면 한다.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권리당원 모집 경쟁이 한바탕 훑고 지나갔으며 선거 사무실 개소와 출판기념회 등이 심심치 않게 열리고 있다. 또 후보의 면모나 정책을 알리는 동영상과 각종 문자 폭탄이 카톡과 메시지를 어지럽히는 상황이다. 선거 캠프 구성을 둘러싸고 설왕설래가 잦고 어느 단체장이 하위 20%에 들었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마타도어와 비방이 그럴듯하게 퍼지고 있다. 특히 전북 등 호남권은 민주당의 텃밭이어서 당내 경선이 곧 본선과 다름없다. 따라서 권리당원 모집 등 경선 준비가 치열하다. 지난 9월 진행된 민주당 권리당원 신규 모집에서 전북의 경우 35만 장, 광주·전남은 30만 장이 접수돼 과열 양상을 보였다. 이들 당원 가입원서 65만 장은 지난해 당대표 보궐선거 기준 호남권 권리당원 수가 36만5000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호남 전체 권리당원 수의 2배에 달한다. 이는 입지자들이 조직표 확보에 나선 결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17일 “6·3 지방선거에서 열린 공천 시스템으로 공천혁명을 이룩하겠다”며 ‘국회의원과 대의원, 권리당원 등 모두 1인 1표제’를 내놓고 19∼20일 당원들에게 온라인 투표를 실시키로 했다. 또한 이번 선거에서 일방적인 컷오프를 없애고 권리당원 투표 100%로 예비 경선을 실시하며 본경선에 진출하면 권리당원 50%, 국민여론조사 50%를 반영키로 했다. 하지만 아직 공천 일정과 심사기준은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들 단체장과 지방의원 말고도 공천이 불필요한 교육감 선거도 일찍부터 과열되고 있다. 전북지역의 경우 서거석 교육감이 지난 6월 중도 하차하면서 이미 선거운동이 시작되었다. 후보 7명이 나서 사무실 개소식과 출판기념회를 갖는가 하면 도내 곳곳에 플래카드로 도배하고 있다. 이처럼 조기 과열과 유언비어, 흑색선전이 난무하면서 선거에 피로감과 염증을 호소하는 도민들도 늘고 있다. 지방선거가 선거꾼들의 잔치가 아닌 진정으로 지역발전을 견인하는 인물을 뽑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11.18 18:24

[사설] 전주보훈병원 설립, 유공자에 대한 도리다

당정은 지난 13일 보훈병원이 없는 지역에 준보훈병원을 지정해 국가유공자와 유족들의 의료지원을 확대하자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은 이번 당정 협의에서 준보훈병원 지정을 위해 국가유공자법 등 8개법 통과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보훈병원은 현재 서울, 부산 등 6개 대도시에만 있는데 이로 인해 강원, 제주도에 거주하는 국가유공자와 유족들은 보훈병원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결국 당정은 보훈병원이 없는 지역의 국립대병원이나 지방의료원 한곳을 ‘준보훈병원’으로 지정해 보훈병원과 유사한 수준의 의료지원을 제공하자는데 공감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보훈병원이 없는 제주도와 강원도는 준보훈병원을 위한 내년 예산과 사업 계획 수립이 이뤄지고 있으나 전주시나 전북은 아직 확실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당연히 전주 보훈병원이 설립돼야 하지만, 만일 이게 어렵다면 강원이나 제주처럼 준보훈병원이라도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 지역사회에서 간헐적으로 이런 요구가 분출됐으나 자치단체나 지역정치권이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지 않았나 싶다.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당정이 이런 방침을 정한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대한민국이 오늘날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독립과 호국, 민주 영역에서 헌신한 숱한 이들의 땀과 희생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동안 정부는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고 구두선처럼 되뇌었지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는 미흡했던게 사실이다. 그동안 보훈대상자 전문병원인 보훈병원을 전주에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은 계속 제기됐으나 흐지부지되던 상황에서 이번에 당정이 뭔가 새로운 조치를 취한다고 하니 그 결과가 기대된다. 전북에는 보훈대상자를 위한 보훈병원이 없기에 도내 보훈대상자들이 광주까지 이동해 진료받는 불편을 겪어왔다. 전북에는 전주 5549명 등 3만여 명의 보훈대상자가 거주하고 있다. 대부분 고령인데다 생활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종합병원 수준의 의료 서비스가 필요하지만, 위탁병원으로 지정된 종합병원은 1곳뿐이다. 결론은 국가유공자 전문병원인 보훈병원이 전북지역에 설립돼야 한다. 당장 어렵다면 준보훈병원이라도 선정해야 한다. 만일 지역에 보훈병원이 있다면 보훈대상자들은 일반 병원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필요성은 차고 넘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11.18 18:24

[이경재의 세상보기] 전북 국회의원 할 일 제대로 하고 있는가

“전북발전의 호기를 맞았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이재명 정부 들어 전북 출신 인사들이 내각과 대통령실에 대거 포진하고 민주당 내 위상이 강화되면서 도민 기대감이 컸다. 새 정부 출범 6개월이 지난 지금 이런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한가. 이런 물음을 던지는 건 쾌속 질주해야 할 전북의 주요 현안들이 제동 걸리고 패싱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 정치의 영역이다. 새만금신공항 건설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그런데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10일 ‘무분별한 지방공항 건설은 문제’라며 제동을 걸었다. 수석비서관 회의 발언이라 부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냥 넘길 수 없는 중요한 언급에도 전북 국회의원들은 침묵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전남 무안공항이 있는데 새만금신공항은 왜 만드느냐”는 식의 발언을 했을 때도 반박하는 전북 국회의원이 한명도 없었다. 항공서비스가 있느냐 여부는 지역발전과 도민 교통향유권의 중요한 요소다. 도민이익과 지역발전에 앞장 서겠다고 다짐한 국회의원 아닌가. 왜 침묵하는가. 2036하계올림픽은 매머드급 스포츠 이벤트다. 전북이 서울을 제치고 국내 후보지로 결정된 것은 역대급 성과였다. 최종 후보지 결정 때까지는 보완할 건 보완하고 인적 네트워킹과 도민역량을 강화하면서 유치활동을 역동적으로 펴 나아가야 한다. 그런데 지난 6월23일 기관단체장과 도민 등 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에서 열린 ‘2036 하계올림픽 범도민유치추진위 출범식’에는 전북 국회의원이 한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도민 응집력의 공간에 초청된 국회의원이 보이지 않으니 ‘전북 국회의원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비판이 이는 건 당연하다. 완주-전주통합 6자 간담회가 열린 건 9월25일이다. 주민투표 여부를 놓고 답보상태가 계속되자 김관영지사, 안호영 이성윤 국회의원, 우범기 전주시장, 유희태 완주군수 등 6명이 “찬성이든 반대든 수용하겠다”며 윤호중 행안부 장관에게 투표일을 위임했다. 두달이 지나도록 묵묵부답이다. 전북 현안이 패싱 당하고 있는 데도 똑부러지게 비판하는 국회의원 한명 없다. 이른바 전북 3대 현안에 대한 정치권의 접근 행태와 조정 역량은 매우 실망스럽다. 향후 굵직한 현안 결정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전북과 남원의 숙원인 제2중앙경찰학교 유치를 놓고는 남원과 충남 아산이 경쟁하고 있다. 아산은 강훈식 이재명 대통령실 비서실장의 3선 지역구다. 충남도지사 출마설도 있다. ‘서남대 의대 정원은 전북 몫’이라고 교육부가 확약한 것이 2018년의 일이다. 이달중 발표하겠다던 제2중앙경찰학교 입지는 무슨 영문인지 내년으로 넘겨졌고 남원 공공의대 설립은 부지까지 마련해 놓고도 7년째 공중에 떠 있다. 이것이 전북의 현실이다. 왜 이런 현상이 왜 벌어지는가. 국회의원의 역량 부족이라기 보다는 전북이 민주당 일당 독식의 경쟁 무풍지대이기 때문이라는 게 정확할 것이다. 국회의원 두세명만 다른 정당이 차지하고 있어도 이렇듯 안일하게 대응하지 못한다. 국회의원은 주민들의 선택을 받은 정치 리더다. 주민 관심사안, 지역발전과 도민이익이 침해 받고 불이익이 닥칠 때에는 악악거려야 마땅하다. 경우에 따라선 끌로 파고 정으로 쪼아야 지역이 무시받지 않는다. 국회의원 자신의 유불리를 연동시켜 선택적 행태를 보인다면 리더라고 할 수 없다. 이재명 정부 들어 ‘패싱 당하는 전북’, 소리 나지 않는 ‘용각산 국회의원’이 전북을 상징하는 오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5.11.18 18:23

[새벽메아리] 텅 빈 목욕탕이 우리에게 묻는 것

농촌 지역을 방문하면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이나 ‘정주여건 개선 사업’의 일환으로 지어진 공공시설을 쉽게 볼 수 있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 면단위 커뮤니티센터, 다목적체육관 등 외관은 번듯한데 정작 수개월이 지나면 이용자가 적어 운영을 축소하거나 문을 닫는 경우도 있다. 특히 ‘작은 목욕탕’ 사업은 이러한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 지역의 성공 사례가 알려지면, 그 고유한 배경이나 특수성은 고려되지 않은 채 유사한 하드웨어가 전국적으로 복제되는 경향이 있다. 이 과정에서 정작 그 시설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은 생략되기 쉽다. ‘작은 목욕탕’은 건축가 고(故) 정기용의 무주 프로젝트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면사무소 설계를 의뢰받았을 때, 관습적인 기능 배치를 따르지 않았다. 대신 그는 주민, 특히 어르신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들의 실질적인 필요를 파악하는 데 집중했다. “평생 논밭일로 허리가 굽었는데, 죽기 전에 뜨신 물에 몸 한번 편히 담그는 게 소원”이라는 목소리가 나온 것은 그 과정에서였다. 이 지점이 바로 ‘공공건축’의 본질이다. 공공건축은 예산을 투입해 구조물을 완성하는 토목 사업과 구별된다. 그것은 그 공간을 사용할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과 필요에 응답하는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인 것이다. 정기용 건축가는 행정의 요구나 건축가의 이상적인 욕심이 아니라, ‘그 땅’의 어르신들의 목소리와 이야기에 집중했다. 그래서 무주의 목욕탕은 단순한 위생 시설이 아니라, 서로의 건강을 확인하고 안부를 묻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었다. 면사무소에 목욕탕을 붙인다는 것은 당시로선 획기적인 것이었다. 허나 이 또한 25년 전의 일이다. 이후 많은 지역에서 이 사례를 벤치마킹할 때, 이 핵심적인 ‘과정’은 생략되고 ‘목욕탕’이라는 ‘결과물’만 넘어왔다. 주민들의 실제 필요를 진단하는 과정 없이 ‘옆 동네도 있으니 우리도’라는 논리가 작동했다. 그 결과 기존 사랑방 기능과 중복되거나, 운영 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없이 지어져 이용률이 저조해지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결국 ‘정신’은 증발하고 ‘껍데기’만 복제하다 보니 이런 상황에 이른 것은 아닐까. ‘유니버셜 디자인’ 개념도 마찬가지다. 이를 단순히 장애인 경사로나 손잡이 같은 법적 기준의 기술적 충족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유니버셜 디자인의 핵심은 ‘보편성’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획일화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것은 그 공간을 사용할 다양한 스펙트럼의 사용자, 그중에서도 가장 도움이 필요한 자의 구체적인 조건과 필요를 디자인의 출발점으로 삼는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유니버셜 디자인은 획일적인 모듈이 아니라, 그 지역의 고유한 맥락 속에서 가장 세심하게 맞춤화된 형태로 나타나야 한다. 꼭 필요한 시설인지 가려내야 하고, 짓기로 결정되었다면 지역의 내재적 필요와 삶의 원리와 조응하는 방향으로 디자인되어야 한다. 외부에서 주입된 표준화된 모델이 아니라, 그 지역의 고유한 맥락과 주민들의 실제 삶 속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공공건축은 짓기 전에, 먼저 ‘듣는’ 과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수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공공시설들이 왜 그곳에 있어야 하는지, 그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먼저 찾아야 할 때다. 전민정 부안군문화재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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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18 18:22

새만금 융합도시를 구축하라

2년 전 대한민국의 미래도시 새만금특구지정을 간절히 바랬던 기고를 다시 한 번 소환한다. 대한민국 각 시도의 인구분포도를 보면 전체적인 인구감소의 영향을 떠나서 갈수록 농어촌은 소멸의 길로 접어들었고 소도시는 그야말로 정지된 상태로 급변하게 변하고 있는 것을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 인구의 소멸은 그 지역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분야를 상실하게 만든다. 수 년 전부터 이와 같은 현상을 대비하기 위하여 타 시도의 단체장들은 중소도시의 통합에 앞장서고 그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래서 원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유입된 사람들의 정착을 위하여 외부 인사를 초정하여 귀촌자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전달하고 있다. 필자 역시 금년에도 강원도 춘천까지 달려가 귀농과 귀촌한 사람들의 정착을 위한 생활법률 강의를 한바 있다. 이는 지역 인구증가를 위한 몸부림이라고 할 것이다. 결을 같이하여 주변지역통합으로 걸 맞는 대단위 사업을 구상하고 시행하여 인구의 유입을 위한 통합의 모델은 어느 모로 보나 손해날 일은 없다고 본다. 우선 수 년 전부터 입줄에 오르내리고 있는 전주·완주 통합이 어찌보면 필연이기도 한데 무엇이 그렇게 문제인지 한 치의 양보 없는 속칭 이름깨나 알려진 사람들의 일그러진 사고는 망부석처럼 단단하여 어지간해도 영 깨어날 줄 모르는 현실이 답답하기 그지없다. 한편으로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이 독자적 시로 승격하자는 모임을 결성하여 언론 등에 표명하는 것을 보면 나름대로 이유는 있어 보인다. 완주는 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의 도시행정가들의 지역 발전 연구 결과는 토막토막 나누어진 시·군의 경계선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국토의 일부가 변경된 역사까지 이루어 놓은 새만금은 전북도가 아닌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융합지역으로 변할 수 밖에 없는 지역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동북아의 허브가 되고 환황해권의 미래적 벨트를 구축할 수 있는 천혜의 땅이 엉 뚱한 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군산과 김제 그리고 부안의 관할권 분쟁이다. 당연히 이유 없는 무덤은 없다. 분명히 각 지역에서의 관할권 주장은 이유가 있기에 중앙정부 역시 판가름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꼭 새만금을 어느 한 지역에서 관할을 하여야 하는지 그래야만 되는 건지 묻고 싶다. 전국 각 지역이 활발하게 통합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통합하여 실패한 지역은 하나도 없다. 통합하여 지역이름 때문에 잠시 주춤했던 곳이 마산·창원·진해다. 통합 특례시명을 마산시로 할 것인지 창원시로 할 것인지에 대하여 논쟁이 있었으나 결국 창원시로 한지가 10년을 넘기고 있고 인구가 2025년말에는 100만을 넘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소모적 논쟁을 멈추고 군산·김제·부안 역시 서둘러 통합하라. 세 지역이 새만금을 품에 안고 세계로 웅비하라. 이 지역이 하나가 되었을 때 각자 갖고 있는 잠재적 능력과 새만금의 무궁한 터전은 잠재워진 지역갈등을 넘어 상상을 초월하는 핵융합적 효과로 직결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초가삼간이 수용할 능력과 저택이 수용할 능력 그리고 거대한 빌딩이 수용할 한계점은 분명히 다른 것이다. 대한민국 지방자치제가 들어선지도 30년이 넘는 현재는 지방의원들의 역할이 든든하게 정착되어 주민과의 소통이 완벽하리 만치 밀착관계가 형성되었다. 군산·김제·부안 정부기관과 지역의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함께한다면 통합의 도시는 가시권에 들어올 것으로 확신한다. 전북특별자치도의 도민이 아닌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새만금특례시인 융합도시가 새로운 이름으로 빨리 탄생하여 대한민국의 미래 거점 도시로 태어나기를 촉구한다. 이형구 새만금사업범도민지원위원회상임본부장·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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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5.11.18 18:19

[딱따구리] 책상보다 논두렁이 먼저였다

부안 농정을 취재하다 보면 늘 같은 장면이 반복된다. 누렇게 익은 벼 사이로 장경준 과장이 나타나는 것이다. 회의실보다는 들판과 창고, 검사장에 더 자주 서는 공무원이다. 농민들은 “오기만 하면 금방 방향이 잡힌다”고 말한다. 공공비축미 매입이 시작되면 그는 논두렁에서 검사장, 건조장, 양곡창고까지 꼼꼼히 살핀다. 2~3주 가까이 현장을 지키며 각 단계의 변수를 직접 확인한다. “쌀 산업은 타이밍 싸움입니다.” 흙냄새가 배어 있는 말이지만, 현장에서만 나올 수 있는 통찰이다. 그는 단순 물량을 넘어 구조개편 신호로 사안을 읽는다. 부안밀 제빵학교를 통해 생산과 가공, 관광을 잇는 플랫폼 실험도 진행 중이다. 전국 밀 생산의 9%를 차지하는 부안의 강점을 산업화하려는 시도다. 농업인 복지에도 속도를 냈다. 올해부터 농민수당을 ‘농업인 단위’로 확대해 1만 2213명이 직접 지급받고, 청년·귀농인의 정착 요건을 2년에서 1년으로 낮췄다. 여성농업인을 위한 생생카드와 편의장비, 건강검진 지원도 그의 “불편을 먼저 듣겠다”는 원칙에서 나온 변화다. 부안 쌀 브랜드 ‘천년의 솜씨’는 GAP·생산이력제·단백질 검사 등 엄격한 품질관리로 7년 연속 국가브랜드 대상, 25년 명품브랜드 대상을 받았다. 온라인과 대형마트 판로 확대까지 더해 농가 소득 기반을 탄탄히 했다. 스마트팜 지원도 현장 행정 중심이다. 올해 10여 농가에 자동환경제어·센서·단열 개선을 지원하고, 도입 농가 교육·사후관리·컨설팅을 하나로 묶은 것도 “기술은 사람이 이해해야 돌아간다”는 판단에서다. 모든 정책의 중심에는 한 원칙이 있다. 책상이 아니라 현장이 먼저라는 것. 그는 말 그대로 ‘걸어 다니는 정책가’다. 부안=홍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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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경선
  • 2025.11.18 17:05

[사설] 새만금 개발 공공매립 아니면 방법이 없다

내달 발표 예정인 새만금종합개발계획(MP)에 공공 매립 방식이 반영되지 않으면 지지부진한 지금의 상황이 개선될 여지는 거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따라서 새만금개발공사·농어촌공사·LH 등 공공기관을 통한 ‘공공 매립·공공 조성’ 전환이 불가피해 보인다. 공공기관에서 우선 부지를 만들고 난 뒤에 민간은 완성된 용지를 분양받아 호텔이 됐든, 리조트가 됐든 조성하는 게 현실적인 방안이기 때문이다. 사실 획기적인 개발을 위해서는 대기업을 주축으로 한 거대자본의 참여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그런데 새만금사업 처럼 주변 인프라가 아직 확충되지 않은 상황에서 뛰어들 기업은 없다. 민자의 특성상 경제적 이득이 있으면 지구 끝까지라도 찾아가지만 손익 계산이 맞지 않을 경우 단 한푼도 투자하지 않는게 너무나도 당연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새만금 사업의 경우 현 상황을 감안할때 민간파트에서 초기 매립 리스크를 감당하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따라서 이대로 방치할 것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민자 중심 개발에서 공공주도로의 전환은 불가피한 해법이다. 새만금 일대는 개발은 차치하고 매립조차 아직 갈 길이 멀다. 새만금 관광레저용지(3권역·37.6㎢)의 경우 잼버리 부지를 제외하면 대부분 매립 단계에서 중단돼 있다. 전체 37.6㎢ 가운데 매립이 완료된 곳은 15.1㎢(40.2%)에 불과하다. 쉽게말해 관광레저용지의 60%가량이 아직 바다나 갯벌 상태라는 얘기다. 매립이 마무리 된 곳도 도로·상하수도·전기 등 기반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부터 두 차례 진행된 R7·R8 민간사업자 공모가 모두 유찰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두 구역은 2000~3000억 원대의 초기 투자가 필요한데 매립하는 것부터 민간이 떠안는 현 상황에서는 사업성이 없다는 얘기다. 결국 ‘공공 매립·공공 조성’ 전환 말고는 해법이 없다. 새만금 수변도시는 향후 개발 과정에서 확실하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만일 수변도시를 민간주도 매립으로만 맡겨놨으면 지금 어떤 상황이겠는가. 자족형 스마트 수변도시 조성은 민간주도에서 공공주도 매립으로 전환하는 최초의 사업이었는데 개발이 가시화 하지 않는가. 공공매립 방식 MP 변경의 필요성을 잘 설명해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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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11.17 18:45

[사설] 전라선 예매전쟁 언제까지 해야 하나

전라선 고속철도 증편 운행이 시급히 요구된다. 호남지역 주민들의 이동권 보장은 물론 지역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 강화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오송∼평택 구간 복복선화 조기 완공을 통한 병목 해소와 호남선 증편, KTX 산천 대신 좌석 수가 많은 열차 투입 등도 함께 추진되었으면 한다. 전주권 주민들이 서울 등으로 가는 고속철도를 이용하려면 예매 전쟁을 치러야 한다. 주말에는 표 구하기가 더 어렵다. 이처럼 고속철도 표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것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현저하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14일 전주시가 주최한 ‘지역 균형발전과 교통정책 비전–전주역 고속철도 증편 방향과 과제’ 정책토론회는 증편 운행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날 전주시정연구원 김관용 연구위원은 전라선이 지속적인 여객 수요 증가에도 운행 횟수가 부족하고 전주권 교통 수단분담률에서 철도 분담률이 낮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KTX와 SRT의 고속철도 운행 횟수를 보면 전라선은 46회(KTX 42회, SRT 4회), 호남선은 92회(KTX 52회, SRT 40회), 경부선은 216회(KTX 136회, SRT 80회)로 지역별 편차가 크다. 또 2023년 기준 전주시 수단분담률은 승용차 88.8%, 버스 10.9%, 철도 0.3% 등이다. 이에 비해 타 대도시권 철도 수단분담률은 수도권 18.5%, 부산·울산권 7.6%, 대구·광역권 7.0% 등으로 전주권에 비해 월등히 높다. 고속철도가 장거리 교통수단의 대세인 만큼 도로 중심의 전주권 교통체계를 시급히 철도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문제는 이 같은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서는 향후 발표될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전주권이 ‘대도시권 광역교통관리에 관한 특별법’에서 배제됐으나 법 개정으로 이제는 가능해졌다. 또 한국교통대 김현 교수는 “전라선 운행 편수가 현저히 적어 전주~서울, 전주~용산, 전주~광명 등 수도권 구간의 예약 실패가 집중되고 있다”며 피크시간대인 주말과 평일 오후(2시~7시) 추가 열차 투입과 좌석 증편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전주시와 전북자치도, 정치권이 지역주민들의 불편을 덜어주는데 앞장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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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11.17 18:45

[오목대] 구걸하는 지자체, 생색내는 단체장

이제는 여의도다. 봄부터 중앙부처를 들락거렸던 지자체장들의 발걸음이 일제히 국회로 향하고 있다. 내년도 국가예산안이 중앙부처를 떠나 국회 심의단계로 옮겨지면서다. 전국의 광역·기초단체장들이 예산 칼자루를 쥐고 있는 국회 예결위원들을 만나기 위해 줄을 선다. 각 지자체에서는 단체장의 상경활동을 나열하며 홍보에 열을 올린다. 단체장이 지역발전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모습을 주민들에게 알리겠다는 것이다. ‘국가예산 발품행정, 총력전’으로 포장된다. 이 같은 예산활동 과정을 그들은 ‘건의’, ‘설득’, ‘요구’, ‘호소’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구걸’에 가깝다. 예산을 편성하는 중앙부처나 그 예산안을 심의하는 국회 입장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예산철이면 전국의 광역·기초 지자체장들이 날마다 찾아와 문 앞에 줄을 서니 일일이 다 만나줄 수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거창한 명분을 내세워 간부들과 함께 서울로 간 단체장들이 장·차관이나 국회의원 대신 실무 사무관과 의원 보좌관을 붙잡고, 준비해간 자료를 들이밀면서 사정을 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순례행렬처럼 찾아와 읍소하는 단체장들을 맞아 ‘갑’의 위치를 누리는 중앙부처 공무원이나 국회의원들은 이런 상황이 귀찮을지 몰라도 싫지는 않을 것이다. 지역발전을 명분으로 한 지자체장들의 ‘상경 러시’는 이제 연례행사로 굳어졌다. 그리고 연말이면 단체장들은 어김없이 ‘국비 따오기’의 성과를 내놓으며, 떠들썩하게 로비능력을 자랑한다. 행여 이런 러시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무능한 단체장’, ‘일 안하는 단체장’으로 찍힐 게 분명하다. 중앙정부의 각종 공모사업에도 사활을 걸어야 한다. 중앙정부가 예산을 미끼로 지방정부를 통제하려 하니, 치열한 공모경쟁에 내던져진 지자체는 종속적 위치를 자처할 수밖에 없다. 취약한 지방재정과 중앙정부 중심의 권한구조, 중앙정부의 공모사업 중심 예산 배분, 그리고 선출직 지자체장의 ‘단기 성과’ 위주 행정이 만들어낸 지방자치의 현실이다. 그렇게 지자체는 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했고, 지방정부는 스스로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고 추진할 능력을 잃었다. 정부와 국회에만 매달리는 것도 아니다. 기업 앞에서도 슈퍼 을이 되어야 한다. 투자유치를 위해 보조금과 부지 제공 등의 다양한 혜택을 제시하며 현란한 구애의 춤을 춘다. 며칠 전 고창에서 열린 삼성전자 물류센터 착공식에는 도지사와 군수를 비롯해 지역 국회의원과 정치인, 기관·사회단체장들이 대거 참석해 마치 대규모 최첨단 산업시설을 유치한 것처럼 의미를 부풀렸다. 또 공모를 통해 추진된 제2중앙경찰학교 유치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는 전북특별자치도와 남원시의 모습에서도 지자체의 서글픈 현실을 엿볼 수 있다. ‘얼마나 받아왔느냐’가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열쇠가 되고, 지자체장의 자랑거리이자 임무가 되는 현재의 구도에서 지방의 품격, 진정한 지방자치는 기대할 수 없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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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5.11.17 18:44

[문화마주보기]로컬, 영화제, 영화, 그림책, 사람이 만난다

들녘은 가을걷이가 마무리되어 간다. 가을 내내 이어진 축제들도 사람들 이목을 끄느라 요란시끌을 가라앉히고 차분해지고 있다. 그 가을 행사 가운데 색다른 영화제에 주목한다. 지난 11월 14~15일 순창에서 열린 제2회 순창어린이청소년영화제다. ‘지구를 쉬게 해주세요’라는 주제로 열린 영화제는 순창지역 여섯 개 초등학교에서 지구와 인류의 모습을 생각하며 만든 영화가 상영되었다. ‘내 친구가 타임머신을 타고 사라진 날(유등초)’, ‘이상한 나라의 숨바꼭질(풍산초)’. ‘케이팝 지구 어벤저스(옥천초)’, ‘내 친구 플라스틱 좀비(동산초)’ 여섯 개의 영화는, 친구들이 앞으로 살아갈 지구와 어떻게 관계 맺어야 하는지 고민을, 스스로에게 이웃 어른들에게 슬쩍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제는 ‘우리영화만들자협동조합(우영자)’이 지역 안팎 영화 친구들과 함께 품 모아 여는 작은 영화제이다. 2019년 순창으로 이주한 여균동 감독과 김영연 대표가 중심이 되어 지역 어린이 청소년들과 차근차근 영화를 만들어 온 과정의 매듭이기도 하다. 이번 영화제 폐막작으로는 올해 순창청소년영화캠프를 통해 만들어진 작품 <같이 걷는 중>이 상영되었고, 마지막 일정은 <초등학교 영화캠프 현실과 대안>이라는 주제로 열린 시네포럼이었다. 여균동 감독이 순창으로 내려와 이듬해 책마을해리와 만났다. 어린이청소년들과 2012년부터 출판캠프를 통해 책을 만들어오던 책마을해리는, 우리 지역에서 영화로 함께하려는 시도가 반갑고 고마웠다. 몇 년 사이 그의 <우영자>와 책마을해리는 보름 동안 영화학교를 열어, 청소년 영화 <그해 여름>을 함께 만들기도 했다. 청소년영화캠프를 통해 청소년들이 영화와 스스럼없이 어울린 과정을 담은 단행본 《씨네틴즈, 영화로 이야기해요》도 품 보태 출간했다. 오디션부터 상영회까지 영화캠프의 모든 과정을 담고, 친구들의 고민이 잔뜩 담긴 시나리오도 몇 편, 시나리오 작가부터 촬영, 음향, 조명, 편집 감독 들의 인터뷰도 담았다. 영화제작자로서 역할을 하려면 어떤 준비를 하면 되는지, 청소년들에게 진로 길잡이 역할도 하는 책으로다. 재작년부터는 책마을해리와 그림책 출간 프로젝트를 함께 이어오고 있다. ‘시나리오 그림책’ 시리즈로 영화와 그림책을 사랑하는 독자와 만나고 있다. 시나리오 작업이 어려운 초중등 친구들에게, 등장인물은 많고, 지문은 적고 대사는 많은 장면 장면을 영화의 장면으로 확장할 수 있게 안내하는 그림책이다. 이제까지 《비밀의 정원》, 《초록눈 호랑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에 이어, 최근 《그녀의 꿈은 밀라노에 가는 거였다》가 출간되었다. 여균동 감독이 누군가와 그려내고 싶은 영화, 어린이와 청소년에서 실버 세대로, 경계에 선 이주민들로, 청년으로, 삶의 한 구비를 건너가는 중년 세대로 확장하고 있다. 시나리오 그림책도 그 확장을 차근차근 담아내고 있다. 영화를 마치고 올해 가을걷이 끝낸 헛헛한 마음의 여균동 감독이 이 시나리오 그림책을 가지고 지역의 독자와 만난다. 영화와 견줘 이야기 나누는 그림책이니, 영화를 사랑하는 독자들에게도 반가운 일이다. 오래전부터 밀라노 여행을 꿈꾸며 설레는 주인공의 일상을 나누며 우리를 설레게 하는 어떤 존재를 잃은, 꿈을 잃은 우리에게 그 사그라든 불씨를 다시 피워내게 하는 자리가 되어줄 것이다. 11월 29일 토요일 늦은 2시, 일곱 책방이 나란나란 자리한 고창서점마을에서다. 이대건 고창 책마을 해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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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17 18:43

[경제칼럼] 지속가능한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효율적 예산지원 가이드라인 체계 구축 필요

2025년도를 마무리하는 한다는 것은 한 해의 결과를 순차적으로 보고하고 2026년도 및 미래 경제를 예측하며 정부 및 지방정부의 예산지원을 계획하는 시기이고, 향후 융통성 있는 효율적인 예산지원 계획에 따라 미래의 국가 및 지역의 경제 및 산업 발전의 구도가 달라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예산 계획은 각 부처 및 지방정부의 큰 구도를 계획하고 세부적으로 담당자가 계획하게 되는데, 문제는 업무 유동성 구조상 사업의 연속성이 배제되고, 정기적 시기에 인사이동을 통해 담당자가 바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담당자의 유동성 구조로 인해 예산 계획의 지속성이 연계되지 않거나, 일시적 사회 트렌드에 포커스를 두어 예산이 지원되어 예산지원의 효과가 단발성으로 끝나게 되는 경우가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농수산업 분야의 예산지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1차 생산 및 가공 분야는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반면 2, 3차 산업면에서는 일회성 및 한시적으로 진행되거나 비체계적인 구조로 이루어져 농수산업경영인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 부분이 있음이 연구 결과로 분석된 바 있다. 본 필자가 13여년 동안 농수산업경영인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에 하나가 농수산업경영인에게 지원되는 예산 및 교육지원이 소셜미디어콘텐츠 활용방법, 라이브 커머스 등 트렌드에 맞춰 교육지원이 이루어지다 보니 정작 실용화하는 부분에서는 활용할 수 없어 혼란을 겪고 있다는 의견이다. 이는 효율적인 예산 및 교육지원을 위해서는 역량 및 수준이 충분한 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는 중요성을 인식하게 해준다. 예를 들어 체계적인 제품 및 브랜드도 없는 농업경영인들이 소셜미디어콘텐츠 활용방법, 라이브커머스 등의 홍보 및 마케팅 관련 교육을 받는다면 갑자기 예산을 지원할 수도 없으며, 만일 예산을 받는다 하더라도 제품, 브랜드, 패키지 디자인 등이 없으면 이를 진행할 수 없다. 제품 및 디자인이 없는데 홍보, 마케팅, 유통을 할 수 있는가? 당연히 없다. 이는 역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제품 개발이 가장 최우선이며 디자인의 단계를 거쳐 체계적인 판매 및 유통할 수 있는 제품이 완성되고 난 후 홍보 및 마케팅이 진행되어야 하는 과정이다. 농수산업의 경제 및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한시적 및 트렌드에 치우친 예산계획 및 지원보다 체계적인 구조의 예산계획 및 지원이 필요하며 다음 담당자가 업무를 인수인계받아 순차적이고 지속적으로 지원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이러한 체계적인 예산계획 및 지원에 대한 가이드라인 체계가 각 지자체에 마련된다면 예산이 정확한 분야에 지원되어 예산손실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AI, 4차산업이라는 키워드로 인해 예산지원이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R&D예산이 급격히 줄어들어 국가 산업 발전의 속도가 늦춰지고 불균형 현상이 발생하였으나 현재 서서히 회복화 되고 있는 시점이고, 이런 시점에서 농수산업 분야에도 R&D 예산의 비율을 높인다면 인구소멸지역, 지역불균형 등의 현상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각 지방정부의 예산계획이 지속적으로 균형적으로 잘 이루어져야 지역균형도 실현화 시킬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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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17 18:43

[기고] 남원의 내일, 시민의 현명한 선택에 달려 있다

다가오는 2026년 6월 3일, 전라북도지사와 교육감, 남원시장, 그리고 시·도의원을 선출하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시행된다. 이번 선거는 단순히 지도자를 뽑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남원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선택의 시간이다. 그러나 시민들 마음속에는 기대보다 실망이 더 크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도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않는 공직자, ‘시위소찬(尸位素餐)’형 인사들 때문이다. 시위소찬이란 아무런 능력과 공로 없이 자리를 지키며 녹만 받아먹는다는 뜻이다. 지도자의 자리는 명예가 아니라 무거운 책임의 자리다. 백성을 위해 일하지 않는 공직자는 지역 발전과 주민행복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요즘 거리마다 수없이 걸린 선거 현수막에는 화려한 직함과 얼굴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그 중 상당수는 실질적 활동이 거의 없는 ‘명예직’에 불과하다. 이름 뿐인 회장, 부위원장, 자문위원 등은 마치 큰일을 한 양 포장하지만, 이는 시민을 기만하는 행위다. 중요한 것은 화려한 명함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무엇을 이루었는가, 얼마나 진정성을 보여주었는가이다. 시민들은 ‘말 잘하는 사람’보다 ‘실천하는 사람’을 원한다. 남원과 같은 인구소멸 위기지역에서는 다음과 같은 덕목을 갖춘 리더가 필요하다. 첫째, 소통과 경청의 리더십이다. 다양한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고, 갈등을 조정하며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시민을 지배가 아닌 협력의 동반자로 대하며, 작은 민원에도 진심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갈등 해결과 통합의 리더십은 행동으로 입증되어야 한다. 둘째, 청렴과 공정성이다. 뇌물이나 특혜와 단호히 선을 긋고, 투명하고 공정한 행정으로 신뢰를 얻어야 한다. 이해관계에 치우치지 않고 공익을 우선하며, 공공사업 예산 집행의 투명성 강화, 주민 참여 예산제 확대 등 실제 정책으로 이어져야 한다. 청렴은 단순한 도덕적 구호가 아니라, 지역 사회의 신뢰와 직결되는 핵심 역량이다. 셋째, 지역 맞춤형 정책 기획 능력과 전문성이다. 남원의 인적·물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정책·교육·법령·예산 등 다양한 분야를 이해하며 실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인구 감소, 청년 유출, 고령화 등 지역 현실을 정확히 진단하고, 장기적으로 실행 가능한 정책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IB교육의 도입, 서남대부지활용, 중앙정부와 연계한 예산확보 등 지역 특화 프로젝트를 실현할 역량이 필요하다. 농산물 유통·마케팅 디지털화, 지역 특산물 브랜드화를 통해 남원시민의 소득증대로도 연결되어야 한다. 넷째, 미래 비전 제시 능력이다. 급변하는 AI 시대와 인구 감소에 대응해 청년과 지역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발전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청년 유입 및 정착 계획, 지역 산업 구조 재편, 디지털 기반 관광·농업·문화 산업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 남원은 고령 인구 비율의 급증으로 원격의료·돌봄 서비스 확대, 치매·독거노인 모니터링 시스템, 고령층 체류 환경 개선 등 어르신 친화 정책도 포함되어야 한다. 다섯째, 겸손과 봉사정신이다. 공직은 권력이 아니라 봉사의 자리이다. 회의와 말잔치로 시간을 보내는 리더가 아니라,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며 주민과 함께 성장하는 실천형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후보자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위의 덕목을 얼마나 실천해 왔는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시민을 위해 진정성을 보였는지, 실제 변화를 만들어냈는지를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 무능한 자가 공직을 차지하면 백성은 고달프다. 남원발전의 열쇠는 바로 시민의 손에 쥐어져 있다. 현명한 선택으로 시위소찬이 아닌 진정한 리더를 세워 지방소멸을 극복하고 남원발전을 이루도록 하자. 김대규 남원발전연구소 부소장·남원미래연합의원 이사장·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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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17 18:43

[법률 이야기] 아랫집 누수피해 방치하면 재물손괴죄 처벌

내담자는 “아랫집으로부터 누수가 있으니 보수해 달라는 요청이 수차례 있었고,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도 아래층 누수가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 누수확인을 위하여 출입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을 수차례 받았지만, 그 사람들을 도저히 믿을 수 없어 누수탐지는 물론 보수공사 또한 거부했더니 아랫집에서 나를 재물손괴죄로 고소했다고 한다. 내가 잘 몰라서 거부를 한 건데 재물손괴죄가 되는 거냐?”고 화를 내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내담자가 거주하는 위층에서 발생한 누수로 아래층에서 피해가 발생한 사실을 알고도 이를 방관한 채 수리를 해주지 않아 피해가 계속된다면 재물손괴죄가 성립할 수 있다(대법원 2015. 11. 12. 선고 2015도680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특히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의 입주자 등은 관리주체가 건물을 점검하거나 수리하기 위하여 공동주택 등에 출입하고자 하는 경우 이에 협조할 의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점유, 관리 하에 있는 위험원으로부터 공동주택의 안전을 확보하고 위험의 발생을 방지하는 등 공동주거생활의 안녕을 위하여 자신의 책임 영역 내에 있는 제반 시설을 선량하게 보전, 유지하여야 할 법령상 의무가 있어 더욱 그렇다(공동주택관리법 제3조 제3항, 같은 법 제18조 제1항, 이 사건 아파트 관리규약 제13조 제1항 제5호, 6호). 그런데 내담자는 주거지에 누수가 있는 것 같다는 아래층 거주자 및 관리사무소 직원이 수차례 누수 피해 사실을 알리고 협조를 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비협조적인 태도로 거부하여 결국 아래층의 누수 피해가 지속되게 하여 생활 건강 및 공동주택의 구조적 안전성까지 위협하게 되었으니, 재물손괴죄로 처벌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장기간 누수 확인 및 수리를 거부한 위층 거주자가 아래층 거주자로부터 고소를 당해 벌금 500만 원에 처해진 사건도 있었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18. 4. 20. 선고 2017고정2214 판결). 그러니 혹시 모를 아랫집 누수 피해 보상을 대비하기 위해 일상배상책임보험을 가입하고, 만약 누수 피해가 발생했다면 원인을 철저히 규명한 후 수리와 배상에 신속히 응하길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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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17 18:42

[사설]전주 종광대 토성 ‘국가 사적’ 승격 힘 모아야

후백제 유적이 대거 출토돼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전주 종광대 토성을 국가 사적(史蹟)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주 종광대 2구역에서는 지난해 후백제 때 축조된 130m 길이의 토성과 기와 등이 발견되면서 재개발 사업이 중단됐고, 올 6월에는 전북특별자치도 문화유산(기념물)으로 공식 지정됐다. 후백제 시대 전주의 북쪽을 방어하기 위해 쌓은 성벽으로, 당시 도성(都城)의 일부였던 종광대 토성의 역사적 가치는 매우 크다. 이미 여러 문헌에서도 그 존재와 역할이 확인됐다. 문헌에만 존재하던 ‘견훤의 고토성’이 발굴로 확인되면서, 후백제의 왕도 방어체계가 실존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후백제 성곽유적으로서 희소성이 높고, 토성인데도 통일신라시대 석성(石城) 축조기술을 응용했다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도 높다. 후백제의 도읍지로서 지역의 역사와 고대 도시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에도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종광대 토성은 늦게나마 전북특별자치도 기념물로 지정돼,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 유적이 지닌 역사적·학술적 의미를 감안하면 도 지정 문화유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후백제 도읍지 전주의 실체를 증명해주는 유적이자, 한반도 중세사 연구의 빈틈을 채워주는 귀중한 역사자료다. 이제는 국가 사적 승격 방안을 찾아야 할 때다. 지난 13일 전주시와 후백제학회가 개최한 학술대회에서도 국가 사적 지정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후백제 유적 가운데 보존상태가 가장 뛰어난 종광대 토성은 향후 정밀 발굴과 복원 연구를 통해 국가 단위의 학술적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주의 도시 정체성 측면에서도 이 유적의 의미는 특별하다. 오늘날 전주는 조선왕조의 뿌리로 널리 알려져 있으나, 그보다 앞서 후백제의 도읍지였다. 종광대 토성은 전통도시 전주가 고대와 중세를 아우르는 역사적 중심지였음을 상징하는 유적이다. 이 상징성을 제대로 복원하는 일은 지자체만의 역량으로는 어렵다. 사적 지정을 통해 국가 차원의 보존·정비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대규모 발굴과 복원, 사적지 조성, 후백제 왕도 연구 등 장기적 국가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지난 2022년 ‘임진왜란 웅치전적지’ 국가 사적 승격 때 보여줬던 것처럼 지역사회의 역량을 다시 결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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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11.16 18:29

[사설] 늘어나는 귀향세대 경제활동 기회 제공을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선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초고령 사회는 노동시장과 은퇴 이후의 삶의 구조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전북에 50대 이상 귀향세대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청년 이탈 인구가 한해 8000여명에 이르는 상황이라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국회미래연구원의 ‘인구감소지역의 새로운 기회 요인 탐색 : 중장년층 유입과 발전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 간(2020~2024년) 1000가구가 넘는 중장년층(50~64세)이 전북에 유입됐다. 김제 345가구, 정읍 226가구, 부안 184가구 등이다. 은퇴 후의 중장년 귀향 세대들이다. 그런데 귀향세대들이 경제활동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다. 지역 산업과 일자리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비생산적이다. 특히 일 욕구가 강한 귀향세대들에게 경제활동의 기회가 제공되지 않을 경우 이들의 순유입도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 해법으로 전남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신안은 주민 협동조합을 통해 태양광·풍력수익을 ‘햇빛연금’으로 배분하며 분기 195만원을 지급한다. 영암은 귀농·귀촌인의 주택 수리비를 최대 3500만원 지원하고 ‘한 달 살아보기’를 운영한다. 진도는 귀농임대주택과 창업자금 지원을 통해 귀향세대를 지역 소득구조에 편입시키고 있다. 에너지·관광· 산업 등과 결합해 인구수 반등의 동력으로 삼은 결과, 전국 89개 인구감소지역 중 최근 5년 간 인구가 증가한 10곳에 영암·신안·진도 등 3곳이 포함됐다. 지역인구 감소시대에 의미가 크다. 전북은 국회미래연의 지적처럼 귀향세대가 지역 산업과 일자리를 다시 돌게 하는 ‘세대 순환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귀향의 종착지’가 아닌 ‘순환의 출발지’로 전환해야 한다. 그럴 때 현재와 같은 비효율, 비생산적인 귀향세대의 정착이 생산적인 귀향으로 바뀔 것이다. 초고령 사회 인구유입를 진전시킬 전북의 새로운 과제다. 귀향세대들의 자본·기술·경험을 지역산업과 연결해 새로운 경제 축으로 뿌리 내릴 수 있도록 전북자치도와 시군이 각별히 관심을 갖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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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11.16 18:29

[전북칼럼] 왕궁, 회복을 향한 여정

호남고속도로 익산 나들목과 삼례 나들목 사이를 지나 본 운전자라면, 차 안으로 스며드는 참기 힘든 가축분뇨 냄새를 잊기 어려울 것이다. 지역 주민들은 잘 알고 있듯, 그 원인은 익산 왕궁면 일대 축사에서 퍼져 나온 악취였다. 왕궁 지역은 1948년 이후 한센인들이 조성한 대규모 축산단지로 지역경제의 일부를 담당해 왔지만, 동시에 우리 지역 환경문제의 진원지로 인식되었다. 축사에서 시작된 악취는 주민들의 창문을 닫게 했고, 외부인의 발길이 끊긴 고립된 공간을 만들었다. 수백 곳의 축사에서 흘러나온 가축분뇨는 익산천과 만경강으로 유입되고, 그 물은 결국 새만금호로 흘러가 새만금 수질 악화시키는 만큼,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었다. 이에, 정부는 지역사회와 함께「왕궁 정착농원 환경개선 종합대책(2010년 7월)」을 수립하고 현업 및 휴·폐업 축사를 본격적으로 매입하여 악취 및 수질오염원을 줄이고, 하천 정비 등 환경정화 사업을 펼쳐왔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11년부터 국비 총 1,636억원을 투입하여, 총 599,432㎡의 현업 축사 323곳을 매입(매입률: 98.3%)하고, 매입부지에 나무를 심고 주교제와 익산천 생태하천 복원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하류 하천인 익산천의 수질은 2010년 대비 BOD 기준 ‘Ⅵ등급’에서 ‘Ⅰb등급’으로 개선되었고, 악취 수준도 ‘극심한 악취’에서 ‘냄새를 인지할 수 있는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과거 축분으로 가득찼던 주교제는 이제 연꽃이 피고 수달이 사는 공간으로 변화했다. 하지만 산발적으로 철거된 축사에 식재를 하는 방법들으로는 왕궁 지역의 자연 회복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이제는 왕궁 지역의 공간 전체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생태계 기능 복원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했다. 이에,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3년 5월, 왕궁 축사 매입지와 인근 사유지를 포함한 왕궁 축산단지를 ‘자연환경 복원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하며 회복 의지를 담은 복원 계획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전북지방환경청도 전북자치도, 익산시와 발을 맞춰 왕궁 지역의 생태환경 조사를 실시하고, 생태 복원을 위한 기본구상 수립과 로드맵 마련에 힘을 모았다. 이러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 지난달 31일, 왕궁 지역의 자연환경 복원사업이 기획재정부의 재정사업평가위원회 심의를 통과해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으로 선정되었다. 사업면적 182만㎡, 2027년부터 2033년까지 총 2,437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다면, 왕궁의 회복 여정은 한층 더 강한 속도로 추진될 것이다. 전북지방환경청은 관계기관과 함께 예비타당성조사 수행기관(한국개발연구원 또는 조세재정연구원)에 왕궁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한 정책적, 균형발전적 필요성을 적극 설명하여, 본 사업이 순조롭게 추진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어제, 왕궁 지역은 대규모 축산단지 운영으로 자연과 사람에게 불편함을 주는 지역이었다면, 오늘, 우리는 축산 단지를 매입하고 자연환경 복원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였다. 그리고 내일은 자연환경 복원사업을 추진하여 지역에 회복의 공간을 제공하고자 한다. 환경의 사각지대에서 생태의 중심지로 바뀌는 그 길목에 지역사회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때이다. 전북지방환경청도 자연환경 복원사업을 단순히 시행하는 행정기관을 넘어 왕궁 지역의 ‘회복의 동반자’로 함께 걷고자 한다. 김호은 전북지방환경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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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16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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