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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남의 일구일언] 또다시 막힌 전북의 하늘길

하늘길이 또 막혔다. 약 40년 동안 굼벵이 걸음 해온 새만금 개발이 다시 멈추게 되었다. 전북 땅이 아니라 다른 시도 땅이었다면 벌써 끝났을 새만금 사업은 도민들에게 기쁨보다는 아픔을 더 많이 주었다. 역대 정권들은 새만금을 가지고 전북도민들을 무던히도 이용해 먹었다. 선거철만 되면 장밋빛 새만금개발 공약을 내세우다 선거가 끝나면 몰라라 했던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새만금 이외에는 마땅한 미래성장동력 카드를 갖지 못한 전북으로서는 울며 겨자 새만금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새만금이 볼모가 되어, 다른 시도와 경쟁이 붙은 개발 사업들을 포기해 가면서까지 애지중지 지켜온 새만금이다. 그래도 2017년 문재인 정부 들어 새만금 개발이 본격화되었다. 새만금개발청 이전, 새만금개발공사 설립, 동서 도로 개통, 공항 건설 확정 등 처음으로 개발에 속도가 붙었다. 해마다 1조 원 이상의 국가 예산이 투입되었다. 특히 2019년 1월 새만금 공항의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는 엄청난 쾌거였다. 사실 전북도민에게 공항 건설은 간절한 숙원사업이었다. 대지 매입과 건설사 선정까지 마쳤던 김제 공항 건설이 2008년에 갑자기 중단되어 전북도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었다. 잘 나가는 듯했던 새만금 개발이 2023년 잼 보리 파행에 대한 보복으로 윤석열이 새만금 예산의 78%를 삭감하는 등 진통을 겪기도 했다. 공항 건설 착수를 얼마 앞둔 지난 11일 서울행정법원이 새만금 공항 기본계획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또 한 번 날벼락이다. 재판부는 조류 충돌 위험성, 갯벌과 철새 서식지 환경파괴, 경제성 부족 등의 이유를 들었다. 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환경단체는 다음 날인 12일에 새만금 관련 사업을 모두 중단하라는 내용의 집행정지를 서울행정법원에 신청했다. 만약 집행정지 신청마저 인용된다면 판결이 최종 선고될 때까지 새만금 공항의 모든 행정과 개발행위가 멈추게 된다. 공항 건설 반대 측은 새만금 공항은 조류 충돌 횟수가 무려 45.92회로 다른 공항에 비해 수십 배 또는 수백 배에 달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통계는 매우 과장되었다고 본다. 새만금 공항 부지는 아직 미개발지이기 때문에 새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다. 또한 불과 1.3km밖에 안 떨어져 있는 군산공항의 연간 조류 충돌 횟수가 0.04회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법원의 판단을 수긍하기 어렵다. 재판부는 경제적 타당성 이유도 들었다. 그러나 새만금 공항 건설은 경제성이 부족함에도 행정부가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추진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서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면서까지 추진하는 국가사업이다. 과연 사법부가 행정부의 정책을 판단할 권한을 가졌는지 사법권의 한계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사법권은 무한 권한이 아니다. 행정부와 입법부 고도의 정치 판단이나 정책 입안 등에 사법부가 권한을 함부로 남용해서는 안 된다. 공항 건설이 무산되면 새만금은 속 빈 강정이 된다. 그저 광활한 간척지에 불과하다. 2036 하계올림픽은 물론이고, 기업과 관광객 유치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이런 사태가 일어나도록 안이하게 대응한 전북도청에 책임이 크다. 지청구를 들어도 싸다. 전북의 유일한 미래성장동력인 새만금이 꺼져서는 안 된다. 정관계, 사회단체, 도민들이 한마음이 되어 비장한 각오로 이번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아직도 보존되어있는 김제 공항 부지도 대안 카드로 검토해보자. 권혁남 전북대 명예교수

  • 오피니언
  • 기고
  • 2025.09.23 18:25

[오목대] 낙죽장 이신입 명장, 그 이후

우리의 전통 공예는 대부분 숙련된 기법으로 가치를 품는다. 낙죽(烙竹)도 그중 하나다. 낙죽은 불에 달군 인두(烙鐵)를 사용해 대나무의 겉면을 태워 글씨와 그림, 문양 등을 새기는 전통 공예 기법이다. 합죽선이나 참빗, 붓대 같은 소품과 문방구 등 대나무를 재료로 한 공예품에 다양하게 활용되어 그 가치와 아름다움을 높이지만, 그중에서도 낙죽 기법으로 품격과 완결성을 제대로 갖추게 되는 것은 합죽선이다. 기법으로만 보면 낙죽은 대나무에 문양을 새기는 단순한 과정이다. 그러나 대나무의 단단한 마디까지 품어 다양한 문양을 새기는 작업은 그리 간단치 않다. 손에 의한 공예 기능이 대부분 그렇지만 낙죽은 특히 오랜 경험과 반복된 훈련 과정을 거쳐야만 숙련된 기능을 얻을 수 있다. 낙죽 장인들이 많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낙죽장은 1969년 국가중요무형문화재(국가무형유산)로 지정됐다. 역사는 짧지 않으나 그동안 지정된 기능보유자는 세 명뿐이다. 그중 두 명은 해제되어 현재 국가 차원의 보유자는 한 명이다. 다행히 전북에서도 지난 2013년 낙죽장 종목이 지방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보유자는 이신입 명장이다. 그는 합죽선으로 전주 부채의 명맥을 이었던 선자장 고 이기동 명장의 아들이다. 덕분에 어린 시절 자연스럽게 부채 만드는 기능을 익혔으나 아버지는 아들에게 선자장 맥을 잇게 하는 대신 낙죽을 배우라고 권했다. 스무 살 무렵부터 낙죽 기법을 배워 익힌 그가 아버지의 뒤를 잇는 선자장 이수자이면서도 낙죽 기능보유자로 지정되어 50년 가까운 합죽선의 역사를 지켜오게 된 배경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낙죽에 쓰이는 인두는 전기인두로 변화했다. 편의성을 높인 셈이다. 그러나 그는 현대적 방식에 마음을 주지 않고 오직 화로에 숯불을 피우고 달궈진 인두로 문양을 새기는 전통 방식을 고집해왔다. 자신만의 기법으로 낙죽의 세계를 넓혔던 이신입 명장이 지난 9월 초 세상을 떠났다. 지병으로 고통을 받으면서도 대중의 관심을 저버리지 않았던 그는 자신을 찾는 낙죽 실연 요청에도 가장 성실하게 응했던 장인이다. 그만큼 낙죽 기법의 대중화를 향한 그의 바람은 컸다. 고된 삶에도 전통을 지키기 위해 분투했던 장인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있다. 그들이 떠난 후 전통 공예의 명맥은 잘 이어지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돌아보니 환경이 녹록지 않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젊은 세대의 진입은 적고 기능보유자들을 지원하는 제도적 한계는 크다. 후계자는 있으나 기능보유자 지정이 늦춰져 단절될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한국문화에 세계가 환호하고 있지만, 여전히 보존과 전승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전통문화의 현실. 안타깝다./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5.09.23 17:23

[사설] 청년정책의 핵심은 양질의 일자리다

전북자치도가 20일 청년의 날을 맞아 ‘2025 청년정책 시행계획’을 본격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또 전주시가 주최한 전주미래도시포럼이 ‘청년미래랩 인구위기 시대의 다양성과 공존-청년이 머무는 글로벌 도시를 위하여’라는 주제로 개최되었다. 해마다 청년인구가 급감하고 있는 전북과 전주시로서는 시기 적절하고 중요한 화두를 다루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과 포럼이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정책이나 토론이 아니라 떠나는 청년을 붙잡아 둘 구체적인 양질의 일자리 마련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19일 발표한 ‘국내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전북 청년인구(18~39세)는 해마다 평균 8000여 명씩 순유출됐다. 연도별로 보면 2021년 8606명, 2022년 9069명, 2023년 7741명에 이어 지난해 8478명으로 유출 추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청년층 이탈과 저출생·고령화가 맞물리면서 전주시를 제외한 도내 13개 시·군은 소멸위험 지역으로, 익산을 포함한 6곳은 소멸위험진입, 진안군 등 7곳은 소멸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 이러한 청년인구 유출 문제 해결과 지역정착 기반 마련을 위해 전북자치도는 올해 안에 청년 일자리 9000개 창출, 행복주택 600호 공급, 기업 맞춤형 전문인력 1200명 양성, 전북형 청년수당 3000명 지급 등을 목표로 제시했다. 가장 중요한 청년 일자리의 경우 청년 직무인턴 확대,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지원사업, 창업중심대학 사업화 지원, 청년농업인 지원 등을 핵심과제로 꼽았다. 이같은 정책은 전북도의 전북청년허브센터, 전주시의 인구청년정책국을 중심으로 시행하는데 성과로 존재감을 보였으면 한다. 청년정책은 일자리와 교육, 주거, 금융, 문화, 복지 등 다양한 요소가 충족되어야 가능하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일자리는 기업 유치가 지름길이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아무리 인센티브를 줘도 수도권 아래로 내려오는 기업은 드물다. 청년창업도 마찬가지다. 청년창업도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비수도권의 경우 카페, 음식점 등 대부분 부가가치가 낮은 업종이다. 결국 일자리 절벽을 돌파할 대책 마련이 급선무다. 전방위적으로 기업유치에 나서는 한편 지자체와 대학, 도내 기업이 머리를 맞대는 수밖에 없다. 청년이 떠나는 사회는 희망이 없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9.22 18:47

[사설] 군산조선소 신조와 특수목적선 단지 필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다시 문을 연지 3년이 돼 가지만 여전히 부분 가동에 그치고 있다. 지난 2022년 군산조선소는 5년 만에 재가동을 시작했으나 겨우 선박 블록을 제작해 울산조선소로 보내는 부분 가동에 그치고 있다. 결국 군산조선소를 살리려면 특수목적선 생산이나, 선박 정비보수 기지화 말고는 뾰족한 해법이 없다. 소위 K-조선업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부활하면서 날개를 펴고 있으나 전북에 국한하면 조선업은 계륵같은 존재다. 군산조선소는 지난 2017년 7월 가동이 중단된 이후 5년 만인 2022년 10월 일부 재가동을 시작했으나 지금까지 하청 블록 조립공장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2022년 10월부터 고용지원, 인력 양성 지원을 비롯한 해상운송 물류비 등 5개 사업에 국비 43억 원, 지방비 385억 원을 지원했으나 아직도 희망 고문만 계속되는 실정이다. 결국 조선업 본연의 경쟁력인 신조 분야 이외에는 해법이 없다. 신조는 단순 정비와 달리 숙련 인력 및 협력사 고용 확대, 기술 경쟁력 강화까지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만일 전북도와 군산시가 군산항 7부두에 추진 중인 특수목적선 단지 조성이 탄력을 받는다면 ‘투트랙 전략’은 확실한 해법이 될 수 있다. MRO를 보완 수단으로 삼되, 본격적인 지역경제 회생의 동력은 신조에서 찾는 것이다. MRO 시장은 단기적으로 추진하되 결국 신조 물량 확보와 특수선 단지 조성이 병행돼야만 미래가 있다. 지역사회에서는 군산조선소 가동을 확대, 지역 경제 활성화와 고용 창출 등에 기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한미 조선업 협력 가동 프로그램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에 발맞춰 미 해군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전진기지나 국내 선박 신조 등에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요즘 커지고 있다. 지난해까지 단순 작업인 컨테이너선 블록 위주로 생산했으나 올해들어 고부가가치 LNG선 블록과 LPG선 탱크 등으로 생산을 다변화하고 있는 군산항. 하지만 갈 길은 결국 신조와 특수목적선 단지라고 할 수 있다. 어렵게 다시 문을 연 군산조선소가 지역 경제와 상생하는 방향으로 안정적인 운영을 해나가길 거듭 강력히 촉구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9.22 18:47

[오목대] 수몰 60년, 섬진강댐과 계화도

추석이 낼모레다.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해마다 풍년이다. 올해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안정적인 농업용수 공급체계가 큰 몫을 했다. 한반도 최대 곡창 호남평야의 수원(水源)은 섬진강댐이다. 현대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숱한 우여곡절 끝에 건설된 이 댐이 올해 준공 60주년을 맞았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이를 기념해 9월 한 달 다양한 행사를 연다. 댐 주변 주민들과 함께 과거 댐 건설로 삶의 터전을 잃은 수몰민들을 기억하고, 댐의 역사와 의미를 되새기자는 취지다. 섬진강댐 수몰민의 애환을 들춰내자면 부안 계화도를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 최초의 다목적댐인 섬진강댐과 이 댐이 만들어놓은 옥정호(玉井湖), 그리고 20세기 중반 국내 최대 간척사업(1963~1978년)으로 기록된 부안 계화도. 내륙 산간지대 다목적댐과 서해안 간척지 사이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까? 정부가 섬진강댐 건설로 삶터를 잃게 된 임실 운암·강진면, 정읍 산내면 일대 수몰민 2786세대의 이주·정착과 식량 증산을 목적으로 조성한 땅이 바로 계화도 간척지구다. 이 대규모 간척지에 필요한 농업용수는 섬진강댐에서 끌어왔다. 유역변경식 발전소인 정읍 칠보수력발전소에서 방류한 옥정호의 물을 길이 67km의 동진강도수로를 통해 부안 청호저수지로 흘려보내 농업용수로 사용한 것이다. 계화간척지를 국내 최고 품질을 자랑한 ‘계화미’의 산지로 탈바꿈시킨 농민들이 바로 섬진강댐 수몰민이다. 그렇다고 수몰민들이 순조롭게 계화도에 정착한 것은 아니다. 계화도 이주단지 조성사업이 늦어지면서 갈 곳을 잃은 수몰민 중 상당수는 고향을 물속에 넣은 대가로 받은 ‘계화도 이주증서’를 헐값에 처분하고, 경기도 등 곳곳으로 흩어졌다. 그 중 일부는 계획과 달리 물이 차오르지 않은 임실 운암면 옥정호 인접 마을에 재정착했다. 하지만 이들은 수십년 후 추진된 ‘섬진강댐 재개발사업(2007~2018년)’으로 댐의 물그릇이 커지면서 다시 삶터를 옮겨야 했다. 그야말로 통한의 이주사다. 새만금사업으로 계화도는 간척지 속의 간척지로 전락했다. 이주 역사와 주민 애환은 새만금 논란에 묻혀 빛을 잃었다. 쌀이 남아도는 시대, 간척지의 위상도 찾을 길이 없다. 게다가 수몰의 아픔을 함께 겪은 임실과 정읍은 옥정호 수질을 놓고 분쟁을 거듭하고 있다. 옥정호를 식수원으로 사용하고 있는 정읍과 옥정호 개발사업에 나선 임실의 입장차가 뚜렷하다.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섬진강댐의 위상이 많이 달라졌다. 주변 지자체들 간에는 분쟁의 대상, 지난 2020년 여름 발생한 대규모 수해의 원인을 ‘댐 관리 부실’로 지목한 댐 하류 주민들에게는 경계의 대상이 됐다. 우리나라 근현대 농경사와 댐 건설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한국 최초의 다목적댐, 섬진강댐의 현 상황이 안타깝다. 준공 60주년을 맞아 수자원 개발의 역사를 돌아보고, 댐의 역할과 주변 지역 상생 방안을 다시 고민해야 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5.09.22 18:46

[경제칼럼] 전북자치도의 미래!! 피지컬 AI로 설계하라

디지털 기술이 세계를 직접 움직이는 시대가 도래했다. 단순히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텍스트를 생성하는 AI를 넘어, 센서와 로봇을 통해 현실 공간에서 행동하는 ‘피지컬 AI(즉, 몸을 가진 AI)’가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핵심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NVIDIA의 CEO 젠슨 황도 이를 "AI의 다음 물결"이라고 말한바 있다. 이 거대한 물결 속에서 전북특별자치도는 대한민국의 피지컬 AI 중심지로 도약하기 위한 발걸음을 힘차게 내딛고 있다. 피지컬 AI는 인간의 눈과 손, 뇌의 기능을 디지털화한 기술이다.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인식하고 주행 경로를 판단하며, 로봇이 물건을 집거나 조립하는 모든 과정이 피지컬 AI의 영역이다. 이는 농생명바이오산업, 제조업 및 물류, 헬스케어, 도시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동화와 효율화를 이끌며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전북자치도는 이러한 흐름을 지역 혁신의 기회로 삼고 있다. 김관영 도지사는 피지컬 AI를 “전북의 미래를 여는 전환점”이라 선언하며, 정부의 추경을 통해 229억 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이를 기반으로 2030년까지 총 2조 원 규모의 2단계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1단계에서는 SW 플랫폼 기반 생태계를 조성하고, 모빌리티·푸드테크·물류 분야에서 공동 연구를 진행한다. 2단계에서는 로봇 스타트업 캠퍼스와 통합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산업화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이러한 전략의 중심에는 전북대학교가 있다. 피지컬 AI 실증사업의 주관기관으로 선정된 전북대는 단순한 참여를 넘어, 기술 설계부터 실행까지 전 과정을 주도하고 있다. 본 캠퍼스에 1,000평 규모의 산업용 로봇 실증 공간을 마련하고, 완주 이서캠퍼스 부지에 5만5천 평 규모의 전용 캠퍼스 조성을 추진 중이다. 전북대는 특히 ‘협업지능 피지컬 AI’ 모델을 통해 공장 전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고, 제조 현장의 혁신을 이끌겠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 현대차, 네이버,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등과 공동 연구소를 집적화하고, 카이스트·성균관대와 연계한 융합형 인재 양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 캡스톤디자인, 학점 교류, 실습 중심 교육과정 등은 미래 산업을 이끌 인재를 키우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물론 피지컬 AI의 확산에는 기술적·사회적·윤리적 과제가 뒤따른다. 막대한 연산 자원과 고품질 학습 데이터, 예측 불가능한 물리 환경에서의 안정성 확보는 기술적 난제다. 자율 시스템의 사고 발생 시 법적 책임 소재, 인간 생명과 관련된 윤리 기준, 자동화로 인한 노동시장 변화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법·제도 정비, 안전성 검증 강화, 시민 참여형 거버넌스, 전문 인력 양성 등 다층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지역 기반 생태계 구축을 통해 중소기업도 기술 혁신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기술 격차로 인한 사회적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문제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피지컬 AI는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사회 전체의 구조를 바꾸는 거대한 흐름이다. 전북자치도 그리고 전북대학교, 원광대학교 등 지역의 대학이 연합하여 기술 실증, 인재 양성, 산업화를 유기적으로 연결한다면, 대한민국 생성형 AI를 넘어선 물리적 인공지능 시대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전북의 도전은 이제 막 시작됐고, 피지컬 AI로 그 미래는 움직일 것이다. 백승우 전북대학교 농경제유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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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22 18:46

[문화마주보기] K팝 데몬 헌터스가 쏘아올린 공 –하이브리드의 힘

왼쪽엔 ‘밥’, 오른쪽에는 ‘국’, 소파는 앉는게 아닌 기대는 가구, 2025년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애니메이션 K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는 이제 단순한 흥행을 넘어 전 세계인들이 한국으로 몰려와 먹거리부터 우리의 전통문화을 체험하고 스크린 속 세계를 현실로 재현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팬들은 케데헌 속 주인공이 오르던 계단을 따라 걷고, 남산타워 아래에서 인증샷을 남긴다. 요즘 미국과 유럽 학교 교실은 헌트릭스와 사자보이즈 포스터로 가득하고, 초등학생들은 OST 가사를 칠판에 적으며 한국어 발음을 따라한다. 교실, 도서관, 심지어 학교 복도까지 ‘케데헌 월드’로 변해 가는 지금, 한국 문화는 더 이상 수출품이 아니라 전 세계 아이들의 성장 과정 속에 스며드는 생활문화가 되어, 학교와 교육부 차원에서 K팝과 한국 문화가 가져올 영향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논의할 정도다. 이들이 두려워 하는것은 영화 한 편의 성공보다, 특정 나라의 문화가 자국 청소년들의 문화적 가치관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케데헌의 성공 배경이 된 핵심 요소가 무엇일까? 그것은 문화다양성을 적극 활용한 하이브리드(Hybrid) 전략이다. 주인공은 악령과 인간의 혼종으로, 조선시대 사인검과 무속 신칼을 사용하며, 레이저검으로 탄생시켰다. 사자보이즈는 갓을 쓰면서 전통복식과 함께 소다팝을 부르고, 까치와 호랑이는 민화 호작도의 상징성을 보여주면서, 전 세계 어린이들이 좋아할만한 캐릭터로 귀엽게 변모시켰다. 또한 OST 중 GOLDEN은 후렴부분에서 3옥타브가 넘나드는 고음으로 시원한 전율(Chills)을 보여주는 반면 사자보이즈는 저음으로 긴 여운(Reverberations)과 힘있는 군무를 남기며 감정을 교차시켰다. 그리고 관객들은 전통과 현대, 빛과 어둠, 선과 악을 통해 세상이 가지고 있는 양면성을 마주하면서, 현실의 모순과 희망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이입이 성공요소로 판단된다. 하지만 남자주인공 진우가 연주한 악기는 한국 고유의 향비파(5현)가 아닌 당비파(4현)였다. 이는 단순한 자료 오류로 인한 착오와 문화 다양성을 의도한 상징일 수도 있겠지만, 한국 전통을 대표하는 장면에서 향비파를 보여주지 못한 점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향비파로 교체가 되어 시즌2에 등장한다면 단순한 오류 수정을 넘어 우리의 전통문화를 다시 살리는 의미 있는 시도가 될 것이다. 케데헌이 쏘아올린 메시지는 공연예술계에서도 적극 반영해야한다. 특히 우리전통은 이제 단순 복원을 넘어서 영상과 사운드등 첨단 무대기술을 적극 활용 및 결합하고, 판소리로 다양한 노래를 재해석해보는 시도 역시 필요할 것이다. 또한, 관객이 전율과 여운을 함께 느끼도록 감정 곡선을 재설계하고, 합창과 온라인 챌린지로 참여를 이끌어, 전주한옥마을과 부안영상테마파크가 전통문화 콘텐츠의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게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 전북특별자치도가 그 다음 공을 쏘아 올려, K-컬처의 미래를 확장시키는 새로운 장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김수일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공연기획실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5.09.22 18:46

[기고] 놀아줘야 하는 육아가 아닌, 일상을 함께하는 육아!

첫 아이를 품에 안았을 때, 육아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습니다. '잘 키우고 싶다',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도 충분할 거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것이 기쁘면서도, 지친 몸으로 퇴근한 후 다시 ‘육아’라는 제2의 업무에 돌입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하루 종일 기다렸다는 듯 “아빠!” 하고 달려오는 4살 아들의 눈빛을 외면할 수 없어,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동네 놀이터를 전전하기도 하고, 문화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와 ‘무엇을 하고 놀아야 할까’라는 고민은 늘 저를 따라다녔습니다.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중요한 건 알지만, 항상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저에게 전환점이 찾아온 건 ‘100인의 아빠단’에 참여하면서부터였습니다. 보건복지부와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주관하는 이 프로그램은 아빠들의 육아 참여를 응원하고 돕는 활동으로, 지인의 추천을 받아 처음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 안에서 만난 많은 아빠들은 놀랍게도 육아에 대해 열정과 진심을 가진 분들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저도 ‘나도 멋진 아빠가 되고 싶다’는 열정이 다시 살아났습니다. 그리고 그 열정은 어느새 제 일상에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활동은 ‘우리 동네 탐험: 아빠랑 지도 그리기’였습니다. 아이와 함께 달력 뒷장을 찢어 지도 한 장을 그렸습니다. 아파트, 놀이터, 편의점, 초등학교… 아이의 기억을 더듬으며 하나하나 그려나간 그 지도는 단순한 그림을 넘어 아이와 저만의 ‘보물 지도’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그 지도를 들고 동네를 다시 걸으며 이야기를 나눴고, 아이는 환하게 웃으며 “아빠! 여기 학교야!” 하고 지도와 실제 장소를 번갈아 보며 자랑스럽게 말했습니다. 그 순간, ‘아이와 어떻게 놀아줘야 하지?’라는 고민은 ‘아, 이렇게 함께 하면 되는구나!’라는 깨달음으로 바뀌었습니다. 육아는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함께 보내는 ‘일상’이라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로는 굳이 멀리 나가지 않아도, 특별한 계획이 없어도, 일상 속에서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 그 자체가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밥을 함께 먹고, 길을 걸으며 대화를 나누고, 동네를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좋았습니다. 부모라면 누구나 아이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그러나 ‘완벽한 육아’를 향한 강박은 오히려 나를 지치게 하고, 아이와의 시간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완벽한 육아가 아니라, 사랑이 담긴 ‘함께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낍니다. 육아는 결국 함께 나누는 삶입니다. 아이가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그 순간부터, 아빠와 함께한 일상 하나하나가 아이의 추억이 됩니다. 그리고 그 기억 속에서 아이는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배웁니다. 육아에 고민이 많으신 아버님들에게 조심스레 말해봅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일상 속에서, 당신은 이미 훌륭한 아빠입니다. 특별히 놀아주지 않아도, 사랑을 담아 말을 건네고, 시간을 함께 나눈다면 아이는 그 누구보다 따뜻한 기억을 품고 자라날 것입니다. 안다운 인구보건복지협회 전북지회 전북 100인의 아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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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22 18:46

[사설] ‘전주권 광역교통망’ 시동, 국가계획 반영부터

교통 오지 전북이 교통혁신을 위한 청사진을 그렸다. 전북특별자치도와 지역 정치권이 역량을 모아 이뤄낸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대광법)’ 개정에 따른 후속조치다. 지난 4월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한 이 법률은 부칙에 따라 오는 10월 23일부터 시행된다. 지역사회의 오랜 숙원인 ‘전주권 광역교통망 확충’을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했던 법률적 토대를 마침내 마련했다. 전북 교통혁신의 첫 단추를 꿴 것이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앞으로 풀어가야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교통 오지 전북의 교통혁신은 이제부터다. 다음달 관련 법률이 시행된다고 해서 곧바로 전북 교통에 획기적인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국가계획 반영과 예산 확보, 사업 시행 등 지난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세월이 또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 어렵게 국가계획에 반영되더라도 이런 저런 이유로 사업이 제때 추진되지 못하고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가운데 전북특별자치도가 전주권 광역교통망 구축에 시동을 걸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최근 ‘전주권 광역교통 시행계획안’을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에 제출했다. 계획안에는 전주를 중심으로 완주·김제·익산·군산을 잇는 광역도로와 광역철도 등 15개 핵심 사업이 포함됐다. 이 같은 사업 계획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토교통부가 내년 상반기 중 확정할 예정인 ‘제5차 대도시권 광역교통 시행계획(2026~2030년)’에 담겨야 한다. 또 국가계획에 반영되더라도 총사업비 1000억 원 이상의 대규모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야 한다.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일찌감치 사업 추진 논리와 근거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어쨌든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개정 대광법은 전북 교통혁신의 신호탄이다. 전북권 지자체와 정치권이 다시 한번 긴밀한 공조체계를 구축해 광역교통망 확충을 위한 후속절차에 속도를 내야 한다. 지역의 오랜 숙원사업에 이제 막 시동을 걸었다. 법률 개정 성과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지자체와 정치권이 다시 한번 역량을 총결집해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우선 대규모 국비 지원을 이끌어낼 전주권 광역교통망의 밑그림을 국가계획에 반영시키는 일이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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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21 18:49

[사설] ‘고준위 방폐장 시행령’ 강행 말고 보완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 시행령을 놓고 자치단체와 주민 반발이 크다. 공론화 절차가 생략됐고 주민 참여권을 침해했을 뿐만 아니라 ‘주변지역 범위’ 와 ‘재정지원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산자부가 마련한 시행령은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시설 설치’ ‘2060년까지 처분장 운영’ ‘주변지역 범위는 발전소 반경 5km’ 등을 규정한 것 등이 주요 골격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용량이 포화상태에 달해 고민이다. 산자부가 서둘러 시행령을 제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시행령에 담긴 ‘공론과정 생략’ ‘주변지역 범위’ ‘재정지원 형평성’ 등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우선 공론 절차다. 원자력발전 연료로 사용된 사용후핵연료는 대부분 열과 방사능의 준위가 높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로 분류된다. 때문에 주민이나 자치단체로서는 민감한 사안이 아닐 수 없고 주민 공청회 같은 공론 절차를 밟아야 마땅하다. 이 절차가 생략됐다면 민주적 정당성이 담보됐다고 보기 어렵다. 또 하나는 보상과 지원의 근거가 될 원전 발전소 주변지역 범위다. 시행령이 규정한 ‘원전 반경 5km’는 주변지역 범위로선 너무 좁다. 5km 밖 주민들도 위험을 체감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정부가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을 반경 30km로 확대해 놓고도 주민 지원 범위를 5km로 좁혀 규정한 것은 자기모순이다. 국제 기준에 맞춰 30km로 확대해야 옳다. 원전 인근 지역 주민에 대한 재정지원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지방재정법 개정으로 지역자원시설세 일부가 배분됐지만, 부안·고창·삼척·양산·유성 등 5개 자치단체는 여전히 제외돼 있다. 원전 소재지와 똑같은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지원 받지 못한다면 박탈감이 심화되고 저항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시설은 안전성을 위협하는 혐오시설이다. 심리적 희생이 수반되기 때문에 파격적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게 당연하다. 공론절차가 생략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특별법 시행령이 강행돼선 안된다. 산자부는 원전 주변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해 보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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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21 18:49

[전북칼럼] 나는 어떤 언어를 쓰는가

얼마 전 편의점에 갔을 때의 일이다. 젊은 알바생에게 물건 가격을 묻자 그가 답변했다. “000원이세요.” 선어말어미 ‘시’의 용법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이건 듣기에 이상한 말이다. 이 경우 선어말어미 ‘시’로 인해 높여지는 대상은 ‘상품’이다. 그 ‘상품’이 말하는 사람보다 상위자이므로 편의점 알바생보다 상위자인 셈이다. 어찌 상품이 사람보다 상위자일 수 있는가. 그래서 “000원이세요가 아니라 000원입니다.”라고 오지랖 넓게 알바생의 말을 교정해주었다. 그랬더니 그가 말했다. “저희 사장님이 그렇게 말하라고 하세요.”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사장은 가게의 상품을 사람보다 높이 여기는 사람이다. 오염된 말의 용례는 또 있다. “지금부터 선수 입장이 있겠습니다.” 선수 입장이 어떻게 있다는 말인가. ‘있다’라는 말은 바위가 있다든지 나무가 있다든지 할 때 사용되어야 한다. ‘선수 입장’은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다. “좋은 하루 되세요.”라는 말도 일상적으로 쓰인다. 하루가 어떻게 된다는 말인가. 콩이 메주가 된다거나 어떤 일이 엉망이 된다거나 할 때 ‘된다’라고 하면 된다. ‘좋은 하루’라는 말도 우리에게는 원래 없는 ‘Good day’를 직역한 말이다. 이런 걸 보면 분명해진다. 이 모든 언어 사용은 서구의 용법을 들여와 우리말에 적용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었던가? ‘오렌지’를 ‘아린쥐’라고 해야 한다던 그 사람. 미국물 좀 먹었다는 식자의 꼴사나운 작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런 언어 사용은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쉽게 고칠 수 있다. 우리말의 이해를 바탕으로 약간의 긴장감 속에서 습관을 들이면 금세 입에 붙게 마련이다. 그러나 서구 유학을 다녀와서 고등교육 현장에 붙박여버린 엘리트들은 정말 두통거리다. 그들은 우리말을 사용하되 논리 전개는 저 그리스에서 시작된 문법을 따른다. 서구의 논리학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저들이 참이냐 거짓이냐의 문제에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참과 거짓이 아니라 논리 전개가 모순되느냐 아니냐를 신경 쓸 따름이다. 아무리 거짓을 쏟아내도 논리 전개에 모순이 없으면 그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는 인간의 언어로 모든 세계를 설명할 수 있다는 서구적 근대의식으로 이어진다. 그들에게 ‘불립문자(不立文字)’ 같은 것은 미신으로 취급되어 배척된다. 그들의 언어만 문제인 것은 아니다. 서구를 인류의 롤 모델로 여기는 자들은 그것을 전파하는 데 여념이 없다. 그리하여 오늘의 ‘공화제’나 ‘민주주의’ 혹은 ‘대의제’ 등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들은 프랑스 혁명을 말하고 독일의 법철학을 언급하고 미국의 실용주의를 신줏단지로 여긴다. 그러면서도 동학농민혁명 과정에서 나타난 집강소나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공동체 같은 것은 언급하지 않는다. 오직 서구만을 외친다. 명색이 작가인 나 또한 서구의 언어를 사용하는 건 아닌지, 어느덧 서구인의 뇌를 나 자신으로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저쪽의 언어로 저쪽의 논리 구성을 따라 저쪽 세계관만을 열심히 설파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저 서구의 모더니즘 미학을 끊임없이 동경하면서 따라가지 못해 안달이 난 것은 아닌가. 그들의 눈으로 미술품을 보고 그 귀로 음악을 듣고 그 판단으로 세계를 이해하는 것은 아닐까. 나는 대체 누구인가. 정말이지 모골이 송연하다. 이광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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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21 18:48

[열린광장] 수소특화단지, 완주의 미래를 여는 열쇠-유희태 완주군수

현대자동차는 상용차 생산기지인 전주공장이 가동을 일시 중단(셧다운)까지 고려하며 친환경 상용차 생산을 위해 생산라인을 재배치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 회사들이 정해진 경로를 운행하는 트럭과 버스 등 상용차에 자율주행 등 미래차 기술을 접목하며 주도권 경쟁에 들어갔으며, 특히 저가 전기버스를 앞세운 중국 업체들의 존재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대차 전주공장은 연간 생산량이 4만 대 수준으로 생산능력(10만 대) 대비 공장 가동률이 40%에 그치고 있어, 현대차는 이번 생산라인 재배치를 통해 친환경 상용차의 생산 비중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급변하는 산업 패러다임 속에서 미래를 선도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일은 도시의 성패를 가른다. 한때 자동차 산업의 중심이었던 디트로이트가 미래 모빌리티 산업으로 다시 도약한 것처럼, 오랜 시간 자동차 및 기계산업의 메카였던 완주군은 '수소'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선택했고, 이제는 지역기업들의 미래 대응을 위한 노력에 발맞춰 수소특화단지 지정을 통해 화답해야 할 시점이다. 수소특화단지는 정부가 수소경제 이행을 가속화하기 위해 수소산업 관련 기업·기술·인력을 한데 모아 집적화하고, 지역 산업과 연계해 시너지를 창출하도록 설계된 국가 전략사업이다. 지정된 지역에는 각종 규제 특례와 재정 지원이 집중되고, 수소 생산·저장·운송·활용 전 과정을 아우르는 산업 생태계가 조성되며,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특화단지를 통해 수소산업의 자립성과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동시에 꾀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전북특별자치도는 수소특화단지 지정에 가장 적합한 장소다. 완주군을 중심으로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을 비롯한 수소저장용기·수소엔진·연료전지 기업이 집적화 되어 있으며, 수소용품검사인증센터, 수소차 폐연료전지 인증센터, 상용차 내구성 검증센터 등 수소 전주기 지원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수소특화단지 지정 시 ‘즉시 사업화가 가능한 지역’인 셈이다. 수소특화단지가 지정되면 수소법에 근거해 전북도와 완주군이 함께 추진하는 수소산업의 집적화와 육성을 위한 핵심 거점이 될 것이다. 완주군은 이미 전북도와 함께 기본구상 용역을 마치고, 현대자동차 등 16개 기관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협력 체계도 구축했다. 이달 현장평가에 이어 10월 초 발표평가를 거쳐 수소경제위원회에서 최종 선정될 예정에 있어 그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산·학·관·연의 협력과 지역 정치권의 합치된 노력이 절실하다. 수소 산업은 단순히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넘어, 깨끗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통해 우리 아이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물려줄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길이다. 수소특화단지 지정으로 수소산업의 전주기 생태계가 구축되고, 기업들이 찾아올 수 있는 수소특화국가산업단지가 완성되면, 수소거래소 설립과 같은 국가 전략사업 유치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나아가 현재 추진중인 피지컬 AI 사업을 통해 미래모빌리티 분야 제조혁신이 함께 추진된다면, 전북특별자치도와 완주군은 명실상부한 수소모빌리티 산업의 글로벌 허브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완주군의 미래를 여는 열쇠가 바로 수소특화단지 지정에 있는 셈이다. 유희태 완주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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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21 18:48

[기고] 위기가 기회다

"대한민국의 현재 최대과제는 지속 성장하는 것이고 그 토대는 균형발전이다.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 수도권 집중이 일어나면 수도권은 미어터지고, 지방은 소멸해가는 문제가 생겨 대한민국의 지속성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지난 9월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국무회의 모두 발언이다. 맞는 말이다. 이는 지난 2021년 경기도지사 시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지원 발언의 수정일 수 있다. 있는 데가 달라지면 풍경도 달라지는 지는 법이다. 대한민국은 전국토의 12%에 불과한 지역에 전체 인구의 절반이 살고 1000대 기업 90%가 몰려있는 수도권 공화국이다. 이는 지방소멸의 원인이자 결과다. 그렇다고 수도권 주민이 잘사는 것도 아니다. 삶의 만족도가 전국 평균 이하다. 겉으론 풍족하나 속은 빈 사회다. 그도 그럴 것이 태반이 강남거지다. 현금 유동성이 없어 밥값은 시골쥐 몫이다. 수도권 몰락은 대한민국 몰락을 자초하는 자살행위가 아닐 수 없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은 설상가상이다. SK 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도합, 500여 조원이 투자되는 용인 산업단지는 1140만 평방미터로 여의도 4배, 축구장 1600개 규모다. 고용인원은 직접 고용만 11만명이고 협력사와 생태계를 포함하면 30만 명 이상을 전망한다. 이재명 대통령 말대로 수도권은 미어터지고 10만 정읍시와 30만 익산시는 유령도시가 될 터이다. 대한망국으로 돌격하는 용인 부대를 이대로 용인해도 되는걸까? 기후위기로 인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인류 생존의 문제다.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운명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재생에너지로만 제품을 만들겠다는 RE100 선언은 생존 전략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작동하려면 16기가와트 이상의 전력이 필요하다. 1기와트는 원전 한개 용량이니 원전 16개 필요하다. 이는 대한민국 전체 전력의 1/6을 차지한다. 수도권 재생에너지 공급을 위해 전북특별자치도 14시군에 송전선로가 지나간다. 정읍은 8개 선로가 모이는 송전선로 터미널이다. 수도권과 대기업을 살리자고 전국토가 유린되고 전북특별자치도가 초토화될 터다. 미친 짓이다. 정부는 지난 9월16일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라는 국가비전 아래 5대 국정목표, 23대 추진전략, 123대 과제를 제시했다. 전자는 내란종식으로 민주주의를 지키자는 것이다. 후자는 지역균형발전을 통한 골고루 잘사는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러자면 수도권 수렁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 첫 단추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의 재고가 아닐 수 없다. 지산지소에 답이 있다. 지역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지역에서 소비한다는 에너지 선진국의 분산에너지 정책이다. 얼마전 이원택 국회의원은 '재생에너지 지역 우선 공급' 조항을 신설한 전기사업법을 개정 발의했다. 죽어가는 지역을 살리려는 인공호흡법이다. 2023년 6월 제정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시행으로 내년부터 차등요금제가 실시된다. 생산지에서 멀어질수록 가격이 비싸다. 차등을 많이 주면 삼성전자는 오지 말래도 새만금 RE100 산단으로 오지 않을 수 없다.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돈은 돈으로 움직이는 법이다. 지산지소는 관습헌법의 수도권 공화국에서 탈피, 지방을 살려 대한민국 좌초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줄 천우신조다. 또한, 송전선로 최소화로 고향산천의 아름다움을 미래세대에 물려줄수 있어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초고압 송전선로대책 특별위원장 염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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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21 18:46

[오목대] 싸구려 여론조사

소슬바람이 불어오면 가을이 온 것을 알 수 있듯 각 가정이나 개인 휴대폰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벨이 울리면 지방선거가 다가온 것을 안다. 한국 여론조사는 언제부턴가 만능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후보까지도 여론조사로 뽑기 때문에 여론조사가 일상의 주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과학의 이름으로 포장된 여론조사는 무속인들이 점치는 것과 달리 데이터에 의존하므로 신뢰도를 중시한다. 이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표본수, 조사기법, 문항, 표본오차 등을 객관적으로 만들어야 함에도 꼭 그런식으로 여론조사를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자연히 주문자 입맛대로 결과를 도출하려고 하다보니까 기본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여론조사를 실시,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공표해 혹세무민한다는 비판이다. 최근 이름도 없는 매체들이 제대로 된 여론조사를 하지 않고 마구 특정인을 띄워주려고 일방적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게재해 여론을 왜곡시키고 있다. 심지어 조사기관과 사전에 짜고 조사일자 등을 알려줘 지지자들로 하여금 답변토록 유도하는 등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는 여론조사가 판치고 있다. 주문자 생산방식(OEM)처럼 조사의뢰자의 구미에 당기게끔 설계해서 그 결과물을 일방적으로 내놓아 신뢰도 저하로 유권자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일부 정치인들은 비용을 적게 들이려고 자신이 직접 ARS 방식으로 문항을 기계음에 담아 샘플수를 적게해서 마구 돌려 여론조사의 근본 취지를 왜곡시키고 있다. 특히 조사결과를 놓고 1등 위주로 경마식 보도를 하는 바람에 유권자들이 식상해 한다. 선관위에서 원칙적으로 여론조사를 할 때 기본수칙을 제대로 지키도록 계도하지만 제대로 안된 경우가 있다. 사실 여론이란 것은 그 시점에서 다수의 생각을 수치화해서 그 경향을 알아 보는 것인데 마치 절대적인 것으로 착각케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인지도와 지지도는 분명하게 개념이 다른데도 그것을 같은 개념으로 확대해서 발표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그 같은 이유는 유권자들이 숫자화 해서 발표하는 것을 믿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유권자의 머릿속에 여론조사를 어느 정도 신뢰하기 때문에 아니면 말고식으로 홍보라도 하겠다는 식이다. 아무튼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판치는 세상에서 너나 할 것없이 여론조사를 맹신하면서 하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무척이나 혼란스러워 한다. 그간 선거 때마다 홍보 업체들이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 돈만 주면 여론조사부터 맞춤형 선거운동까지 해주겠다고 꼬드기는 바람에 여론조사가 더 불신을 산다. 사실 질문항목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편차가 나는 것인데 가장 맨 앞에다가 홍보할 요량으로 자신의 이름을 올려 놓고 그 뻔한 결과를 유권자에게 믿도록 하는 게 여론왜곡이어서 지탄받아야 마땅하다. 매체난립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싸구려 여론조사를 여과없이 유포시키는 것은 정보의 왜곡을 가져오므로 제재를 가해야 한다. 가짜뉴스 때문에 옥석구분이 안되면 선거는 결국 망치게 된다. 유권자들도 여론조사라 해서 여과없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내용을 잘 살펴봐야 할 때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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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5.09.21 18:46

[병무상담] 병적증명서를 발급받으려고 하는데 생년월일이나 성명이 달라 기록 정정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병적증명서 발급을 위해선 대상자의 생년월일과 성명을 알아야 하나, 1968년 주민등록제도가 도입되기 이전에 작성된 군 기록의 경우 현재의 주민등록시스템상 생년월일과 성명이 다른 경우가 다소 발생합니다. 특히, 1920년 ~ 1930년대생의 경우 불일치자가 많으며, 이러한 분들의 병적증명서 발급을 위해서는 먼저 발급 대상자의 군번을 아셔야 합니다. 다만, 군번을 모르실 때에는 국가 또는 참전용사(6.25., 월남)유공자로 국가보훈처에 이미 등록되었을 경우 관할지방보훈(지)청에 본인 또는 가족이 요청하면 확인이 가능하며, 주민센터에 구(舊)원장(구 주민등록표)으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또한, 국민신문고 또는 각 군 본부 누리집에 접속하여 군번 확인 민원 신청을 하시는 경우에 확인 대상자의 군입대 당시 본적, 주소, 성명, 생년월일 및 군 복무 당시 부대, 복무기간 등 가족이 알고 있는 사항을 모두 기재(준비)하신 후 신청하시면 각 군 본부에서 대상자의 군번을 확인 후 답변드리고 있습니다. 각 군 본부 등을 통해 돌아가신 분의 군번을 확인하시면 병무청 민원실 또는 가까운 주민센터에서 제적등본(발급 대상자와 신청자의 생년월일 및 관계 확인이 가능한 것) 및 기타 관련서류(육군본부 회신 공문, 구 원장, 국가유공자증 등)를 첨부하여 병적기록 정정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병무청에서는 병적기록 정정 신청 하신 분이 제시한 군번으로 본적 및 성명, 생년월일, 가족관계 등을 병무청 자료와 주민등록시스템상 자료(제적등본, 가족관계증명서 등)와 비교하여 성명, 생년월일 등 잘못된 병적기록을 정정한 후 병적증명서를 2주일 이내에 발급하고 있습니다. 다만, 발급 대상자의 군 복무 관련 자료가 미비하여 병무청에서 각 군 본부로 병적자료를 요청할 경우에는 처리 기간이 다소 연장될 수 있습니다. 전북지방병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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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19 09:13

[사설] 반도체 대기업 RE100 실현, 새만금이 적지다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업의 자발적 약속인 ‘RE100’은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준이다. 탄소중립 사회 실현을 위한 RE100 캠페인에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참여하면서 국내 기업들도 속속 동참하고 있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오는 2050년까지 태양광과 풍력·수력·지열 등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자발적 캠페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전반적인 산업환경과 상대적으로 비싼 재생에너지 비용 등으로 인해 RE100 실현이 다른 나라에 비해 불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전북특별자치도의회가 삼성과 SK 등 국내 대표 반도체 대기업에 새만금 투자를 촉구하며, 새만금을 세계 최초 ‘RE100 반도체 허브’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국내 반도체 대기업들이 RE100을 달성해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새만금 투자가 가장 확실한 대안이라는 것이다. 전북특별자치도의회가 직접적으로 새만금 투자를 촉구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50년 달성을 목표로 지난 2022년과 2020년 각각 RE100에 가입했다. 실제 새만금은 기업의 RE100 실현에 최적지다. 도의회의 설명처럼 새만금은 태양광 3GW, 해상풍력 4GW 등 7GW 규모의 재생에너지 기반을 갖춰 나가고 있고, 향후 수소에너지, 에너지저장장치(ESS)와의 결합으로 RE100 달성이 가능하다. 게다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새만금 RE100 국가산단 조성’을 전북 공약으로 내놓았다. 지역의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입주기업의 RE100 달성을 지원하는 신개념 산업단지인 RE100 국가산단을 새만금에 조성하겠다는 약속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이달 초 새만금 현장을 방문해 ‘새만금을 재생에너지의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재명 정부는 균형발전과 탄소중립을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새만금에 RE100 국가산단을 조성하고 여기에 국내 반도체 대기업들이 투자한다면 이 같은 과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21세기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지속가능성 확보, 그리고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해당 기업의 과감한 결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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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9.19 07:14

[사설] 시군마다 다른 보훈수당 바로잡아야

국가보훈부는 새 정부 국정과제로 ‘나라를 위한 헌신에 합당한 보상과 예우 실현’ 및 ‘전 세대를 아우르는 보훈 체계 구축’ 2가지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새 정부 보훈정책은 특히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철학에 부합하도록 했으며, 이를 통해 국가유공자의 건강한 삶을 책임지고, 국민통합을 견인하며, 국민 눈높이와 국격에 걸맞은 보훈의 역할을 확대한다는 거다. 나라를 위한 헌신에 합당한 보상과 예우 실현을 위해 합리적 보훈보상체계를 재정립하기로 한 것은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퍽 다행이다. 자치단체간 참전수당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가이드라인 이행 강화 방안을 마련하여 지자체의 자율적 참여를 유도키로 한 것도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국가를 위한 희생과 공헌을 함께 기억함으로써 공동체 정신을 함양하고, 대한민국의 위상을 강화하는데 보훈이 중추적 역할을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아직도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7일 열린 임시회에서 전북도의회 윤정훈 의원(무주)은 “같은 전북 땅에서 살아가는 국가유공자임에도 거주 지역에 따라 예우 수준이 다른 현실은 더 이상 방치하면 안된다"며 통일성을 유지할 것을 촉구했다. 백번 맞는 말이다. 다른 것도 아닌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가 시군의 형편에 따라 좌우된다면 그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얼마되지 않지만 보훈수당은 단순한 금전적 지원이 아니라, 나라를 위해 헌신한 분들의 희생을 존중하는 사회적 보상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현실을 보자. 지역별로 지원액과 대상 범위가 제각각 달라 형평성이 무시되고 있다. 전북의 경우 일선 시군에서는 참전유공자에게 월 8만 원부터 11만 원의 범위에서 보훈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어떤 곳에서는 매달 11만 원을 지급하고 있으나 다른 곳에서는 8만~9만 원에 그치고 있다. 지급 대상도 어떤 지역은 독립유공자 유족까지 포함하는 반면, 다른른 곳에서는 참전유공자 본인만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해법은 전북도 차원의 ‘보훈수당 최소 지급 기준’ 을 마련해서 보훈대상자 범위와 지급 조건의 통일성을 유지하는게 급선무다. 자립도가 떨어지는 시군에 대해서는 별도의 보전장치를 마련해서 앞으로는 시군마다 다른 보훈수당이 지급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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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9.19 07:14

[청춘예찬] 골목문구생활 ③골목에 안부를 묻기

문구점을 열고나니 신기하게도 사람들이 찾아왔다. 골목을 지나다 우연히 들어오는 사람들, 먼저 방문했던 사람들의 소개로 찾아오는 사람들, 근처 식당이나 카페, 서점에 왔다가 들러주는 사람들. 열평 남짓한 작은 곳, 서 있는 자리에서 한 바퀴 빙 돌면 금세 다 둘러볼 작은 상점이다. 찾아온 사람들은 대부분 우리 문구점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시간을 들여 머무는 사람들을 보며 우리는 이 공간이 잠시 들르는 곳일지라도, 한 장면쯤은 마음에 남기고 갈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단지 필요한 물건을 사고 파는 상점이 아니라 골목의 풍경 안에 자연스레 스며드는 곳. 생각 끝에 우리는 ‘띠부띠부 씰’을 만들었다. 일정 금액 이상을 구매한 손님들에게 증정하는 서비스 스티커였지만, 단순한 홍보물은 아니었다. 이 씰에 담긴 건 골목에서 만날 수 있는 작은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고물자 골목에는 작고 조용한 생명들이 함께 산다. 올해로 아홉 살이 된 코리안 숏 헤어 고양이 ‘호랑이’는 맞은편 바느질 공방에 살지만, 일정 시간이 되면 순찰하듯 골목을 거닌다. ‘호랑아’하고 부르면 무심하게 뒤를 돌아보고 다시 제 갈 길을 간다. 골목 끝 강정 맛집 ‘오성제과’에서는 호시탐탐 콩고물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비둘기들이 있다. 특히 명절 시즌이 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더 많은 동료들을 데리고 오는데, 사람도 차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들을 ‘오구구’라 이름 붙였다. 또 오성제과 맞은편 집에는 ‘팡이’가 산다. 오렌지 족 강아지라고 별명을 붙인 ‘팡이’는 두 귀가 늘 밝은 오렌지색으로 물들어 있고 골목 주변을 혼자 배회한다. 작은 덩치에 맞지 않게 지나가는 모든 존재들에게 시비를 걸고, 반가운 마음에 이름을 부르면 심기가 불편한지 더 격하게 짖는다(자기 딴의 반가운 인사일지도…?). 손님들은 이 스티커들을 유쾌하게 받아들였다. 처음엔 단순히 ‘귀엽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사장님, 저 오는 길에 오구구 봤어요!” “우리가 아까 만난 강아지가 팡이인가봐!” “오늘은 호랑이가 안 보이네요” 스티커에 담긴 캐릭터들이 실제 골목에서 발견되고 마주치게 되면서. 골목과 문구점, 손님 사이에 작은 연결이 생긴 것이다. 특히 재미있는 포인트는 ‘오구구’이다. 사실 ‘오구구’는 그냥 가게 앞을 서성이는 비둘기일 뿐이다. 하지만 이름을 붙이고, 표정을 만들고, 캐릭터로 그려낸 순간 그 존재는 개별적인 기억이 된다. 스쳐 지나가던 골목이, 하나의 이야기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그 작은 연결이 너무 재미있고 소중했다. 단지 소비와 판매를 넘어, 이 골목의 정서를 함께 나누고 공감하는 일. 우리가 전주의 일상 자원을 활용해 문구와 소품을 만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언젠가 골목을 지나던 누군가가 스티커 속 ‘오구구’를 떠올리거나, 오렌지색으로 귀를 물들인 다른 강아지를 보며 ‘팡이’를 떠올리거나, 우연히 마주친 길고양이를 보고 스티커를 다시 꺼내볼지도 모른다. 그러한 일화를 떠올리며 자연스레 골목을 찾거나 문구점에 방문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도 문을 열며 생각한다. 누군가 이 골목의 안부를 묻는 일로 하루를 시작하면 좋겠다고. 김채람 문화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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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18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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