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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혹서기, 건설현장 근로자 안전관리에 만전을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일 중대사고가 거듭 발생한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면허취소를 포함한 징계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하면서 건설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대통령의 이번 지시는 산업 현장 안전문화 확립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건설업과 제조업 전반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다. 건설단체들이 건설현장 중대재해 근절을 위한 전담팀(TF)을 발족하고, 대책에 몰두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전북특별자치도회에서도 6일 ‘건설현장 중대재해 근절을 위한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정부의 정책 방향을 공유하고 지역 건설업계의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건설현장에서 ‘안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건설산업은 ‘산업재해 다발’ 업종으로 인식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안전사고의 위험성에 더 많이 노출돼 있고, 이곳에서 발생한 사고는 대부분 심각한 인명피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높은 수준의 경각심이 요구된다. 특히 건설현장은 노동환경이 외부에 노출돼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절기상 입추(7일)가 지났지만 땡볕더위의 기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혹서기, 폭염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건설현장 근로자들이 걱정이다. 보통 건설현장 주변에는 가림막이 설치돼 있어 바람이 잘 통하지 않고, 각종 작업 과정에서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근로자들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기상청 발표 수치보다 훨씬 높다. 올여름에도 야외에서 일하던 작업자가 온열질환으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물론 현장에서 온열질환 예방 기본수칙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40도에 육박하는 극한의 폭염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국토교통부에서도 산하기관과 전국 지자체, 건설사 등에 극심한 폭염 시간대 작업중지와 휴게시설 설치, 보냉장구 지급 등 폭염 대비 안전관리 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라고 주문했다. 무엇보다 현장에서의 실천이 중요하다. 건설현장의 근로자들이 더 이상 폭염에 쓰러지는 일이 없도록 일선 현장에서 안전한 작업환경 조성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와 건설사들이 대책을 내놓으며 안전문화 정착에 고삐를 죄겠다고 했지만 사고는 되풀이되고 있다. 철저한 대책과 함께 안전수칙 실천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노동 현장에서 근로자의 안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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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8.07 18:22

[청춘예찬] 만화로 나와 고향을 다시 쓰기

우리 집 다락방 구석에는 사진 앨범이 여럿 있다. 80년대 사진부터 최근의 사진까지 있으니까, 추억을 나쁘지 않게 모아둔 편이라고 생각한다. 오래된 사진을 보게 될 때면 꼭 사진 속의 나와 현재의 내가 여기에 동시에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떤 사진에서는 감정의 파도가 일어날 때도 있다. 하지만 ‘당시의 나’로서 느꼈던 감정이 현재의 내가 느끼는 감정을 넘어서는 일은 거의 없는걸 보면, 나도 조금은 어른이 되기는 했나 보다. 선우훈 작가의 <나의 살던 고향은>은 도트 그래픽을 이용하여 쿼터뷰의 고정된 각도로 그려졌다. 이러한 연출은 고전 게임이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연상케 함으로써 독자에게 레트로의 향수를 자아내기도 한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또 다른 특징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인물이 만화 시작부터 끝까지 거의 동일한 크기를 유지한다는 점이다. 만화에서는 인물의 크기가 원근에 구애받지 않고 등장인물이 감각하는 자의식의 크기와 비례하게 그려지는 연출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그렇다면 인물이 만화 내내 같은 크기로 그려진다는 것은 등장 인물에게 거리를 두고, 필요 이상의 동일시와 감정이입을 유발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칸과 말풍선으로는 과거를 구현하고, ‘말배너’라고 불리는 별도의 요소를 이용해 현재 관점에서 과거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의 살던 고향>은 이처럼 의도적으로 과거와 현재에 거리를 부여한다. 그럼으로써 누군가가 스스로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빠지기 쉬운 자기 연민, 감정 과잉과 같은 함정을 피한다. 그렇다. <나의 살던 고향은>은 선우훈 작가의 자전적인 만화다. 자전적인 만화로서, 이야기는 작가의 어린 시절부터 학창 시절, 대학교, 군대, 그리고 그 이후까지 삶의 궤적을 1인칭 시점에서 충실히 따라간다. 그는 어머니의 재혼을 계기로 초등학생 때 서울에서 정읍으로 이사를 온다. 외갓집이 정읍이었기에 그에게 정읍이 아주 낯선 곳은 아니다. 익숙하지만 새로운 터전에서, 새로운 가족과 새로운 시절이 시작된다. 재혼가정이기에 그와 새로운 가족 구성원과는 성씨가 다르지만 모두 그를 반기며 예뻐한다. 또한 성장 과정에 따라 그는 서울에서 정읍으로 그리고 정읍에서 다시 서울로, 지역을 오간다. 이에 작가는 1화 말미에 이야기한다. “가족이 누구인지는 성씨 같은 걸로 정해지는 게 아닐 것이다.” 이 장면은 마지막 화의 결혼식에서, “우리가 함께 있는 공간에서 겪는 하루하루가 내가 살던 고향이 되어가리라는 것을 나는 알 수 있다.”라는 단언과 함께 결합한다, 그럼으로써 이 만화는 가족과 고향이라는 단어가 가진, 보수적이고 관습적인 성격을 돌아보게 하는 동시에 ‘정상성의 규범’을 온건한 방식으로 흔들어놓는다. <나의 살던 고향은> 이후 선우훈 작가는 《지역의 사생활 99》 시리즈의 정읍 편인 <샘골 이야기>를 발표했다. <샘골 이야기>에서 그가 ‘내가 정읍을 무척 좋아한다는 걸 깨달아서’라고 이야기한 것은 내게는 어쩐지 기쁜 일이었다. 그것은 <나의 살던 고향은>을 통해 가족과 고향을 이야기하는 것이 용기 있는 일이면서도 동시에 행복하기만 한 일은 아니지 않았을까, 하는 지레짐작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정읍을 무척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다니 독자로서는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렇다면 선우훈 작가의 또 다른 정읍 이야기를 기다려봐도 되지 않을까? 괜히 기대를 해본다. 박근형 만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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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8.07 18:21

[금요칼럼] 여름의 복판에서 바다를 노래하다

요즘 부쩍 자주 어린 시절이 꿈에 비친다. 내가 나이든 탓일까, 혹은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자 하는 본능 탓일까. 이런 꿈을 자주 꾸는 까닭을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꿈은 아무 의미 맥락도 없이 뒤죽박죽이다. 꿈에서 깨어나면 이미 새벽이 와 있다. 내륙에서 보낸 어린 시절은 불행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았다. 나는 아무도 없는 텅 빈 시골 학교 운동장에서 혼자 땅따먹기나 하며 권태를 견뎠다. 나는 농업 기반으로 살림을 꾸리는 내륙인의 농담과 수수께끼, 그들만의 습속과 도덕관념을 체화하며 성장한다. 바다 근처에서 살았더라면 좋았을 거라고 꿈을 품었지만 나는 내륙에서 나고 자랐다. 그건 내가 선택할 수 없는 실존의 불가피한 조건이었다. 질풍노도였던 사춘기에는 바다를 동경했다. 바다, 나로부터 멀리 있는 바다는 미지의 그 무엇이고, 결핍의 대상이었다. 바다를 실물로 처음 영접한 건 17세때다. 그 여름 태풍이 몰아치던 동해안의 포구인 죽변항 앞 바다를 보았다. 방파제에서 본 바다는 집채만한 파도로 세상을 뒤집을 듯한 태세로 포효하며 사납게 일렁거렸다. 그것은 무서운 바다였다. 태풍이 지나간 뒤 고요한 바다를 바라보며 놀랐다. 나는 일망무제의 고요를 품고 있는 바다의 표변에 몸서리를 쳤다. 저 바다, 저 무서운 바다, 저 변화무쌍한 바다! 배들을 난파시키고, 숱한 항해자들을 집어 삼키고도 어린애처럼 순진한 얼굴로 떠 있는 바다! 바다는 잠잠하거나 사납게 일렁이지만 약탈자가 아니다. 바다는 악하지도 선하지도 않다. 바다는 스스로 그러함으로 인류에게 교역과 소통의 길을 열어주며 많은 기회를 베풀었다. 그 바다를 윽박지르고 도발한 것은 늘 탐욕스런 인간들이었다. 무엇보다도 바다는 상상력의 보고다. 바다는 모든 좋은 걸 무상으로 주었다. 나는 바다에서 분노와 열정을, 좌초의 쓰라림과 회생의 기쁨을, 우정과 사랑을 배웠다. 내륙인으로 성장했지만 나는 바다에서 인생의 덕목을 배웠다고 생각한다. 인생의 중요한 계기 때마다 나는 바다에서 숙고하고 결단하는 지혜를 얻었다. 그리고 바다에 관한 많은 시를 써냈다. 바다는 내게 삶 자체다. 우리는 저마다 실존의 바다에 닻을 내린 채로 삶을 꾸린다. 바다에서의 나날은 예측하기 어렵다. 여러 가지 이유로 바다가 변화무쌍한 탓이다. 허만 멜빌의 ‘모비 딕’은 거대한 흰 고래를 쫓는 에이허브라는 사내의 이야기지만 동시에 바다에 관한 매혹적인 서사시다. ‘물줄기다! 고래가 물을 뿜고 있다! 는 덮인 산처럼 하얀 혹이다!’. 분노에 눈이 먼 에이허브는 일곱 곳의 바다를 누비며 흰 고래를 쫓는데, 흰 고래는 바다 그 자체를 상징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저마다의 바다에서 하얀 고래를 쫓는다. 하얀 고래는 우리 꿈과 사랑이고, 우리 그토록 열망한 성공이자 명망이며, 삶의 보람과 고귀함의 집약체일 테다. 어쩌면 그건 우리를 유혹한 신기루였는지도 모른다. 에이허브 선장이 쫓던 흰 고래는 궁극의 추구이자 의미의 표상이다. 살아보니, 흰 고래가 없었다면 에이허브의 삶은 무의미로 전락한다. 살아보니, 사람의 가슴마다 흰 고래가 살아 있다. 그것은 일종의 성배다. 그 성배를 찾으려고 우리는 평생을 실존의 바다에서 헤맨다. 나는 무슨 흰 고래를 좇았던가? 살아보니, 알겠다. 예측이 불가능하고 길들일 수 없다는 점에서 흰 고래는 인생의 모험 그 자체인 것을! 평생 내륙인이었지만 스무 살 때 ‘바다사냥’이란 장시를 써서 내놓은 자로 감히 바다의 발명자라는 자부심을 품었다. 휘트먼에게 풀잎이 있고 보들레르에게 파리가 있었다면 나에겐 바다가 있었다. 지금 바다는 플라스틱 쓰레기 등으로 오염되고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는 중이다. 인류가 일으킨 재앙의 피해자들은 고스란히 바다 생물들의 몫이다. 영원을 품은 저 바다, 뭇 생명의 태초를 품은 저 바다. 늘 새롭게 변화하며 숨 쉬는 저 바다가 살아야만 인간도 살 수 있다. 나는 폴 발레리처럼 노래한다, 저기 바다가 있다, 살아봐야겠다! 장석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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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8.07 18:21

[세무상담] AI세무조사에 대한 우리의 준비

“가족간 송금도 세금폭탄 맞는다”, “8월부터 AI로 모든 계좌 감시시작”이라는 소문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어떤 영상에는 8월부터 가족에게 50만원만 보내도 증여세가 부과된다는 자극적인 문구까지 등장하여 납세자들이 걱정이 많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우려에 국세청은 새 시스템 도입은 없으며 일부 탈세 의심사례를 자동 분석하는 용도로만 사용하고 있다고 해명하였습니다. 사실 국세청은 이미 2023년부터 법인사업자를 대상으로 AI기반 세무조사를 시행하고 있었는데, 이번 2025년 8월부터 그 대상을 개인사업자로 확대하는 것에 불과 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개인들이 우려하는 탈세 의심사례가 어떤 경우가 있을지 몇가지 사례를 설명을 들어 보며 미리 가족간 자금이체시 유의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먼저, 가족간에 고의적으로 계좌를 나누어 송금해 증여세 한도를 피하려는 시도를 조심해야 합니다. 이를 대비하여 계좌 이체시 차용증을 미리 작성해놓는 것도 좋은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또한 본인의 소득을 넘는 소비형태가 이루어지게 된다면 AI는 이상 징후를 파악할 것입니다. 누군가의 증여로 인하여 소비가 이루어진 것으로 의심하여 조사대상으로 삼을 것입니다. 생활비라는 명목으로 자녀에게 매월 고액을 송금하면서 자녀는 수입 전액을 저축하는 방식 또 대상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생활비 명목에 의한 입금은 그에 비례하여 지출이 되어야 맞지만 저축의 수단이 된다면 증여로 볼 것이기에 이 또한 조심해야 합니다. AI가 특정 패턴을 포착했다고 무조건 세무조사 대상으로 삼지는 않습니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고도화되더라도 세무조사는 인력소요가 많은 만큼 모든 개인에게 무차별적으로 조사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낮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소개한 사례정도는 미리 유의 하셔서 차용증이나 미리 증여신고 등을 하여 혹시 모를 조사에 대비해 놓는게 좋을 것입니다. 세무회계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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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8.07 18:21

[오목대] 전북 도지사들의 인생 후반전

인생은 전반전 못지않게 후반전이 중요하다. 은퇴 후 인생 2막을 후회없이 보내야 한다는 말이다. 초고령 시대를 맞아 더욱 그렇다. 요즘 장례식장에 가보면 100세를 넘기고 돌아가신 분들이 흔하다. 이제 본업에서 퇴직한 후 30∼40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가 관심사다. 퇴직 후 활동이 더욱 빛나는 인물은 누굴까. 아마 미국의 39대 대통령 지미 카터(James Earl Carter, Jr 1924∼2024)가 아닐까 싶다. 그는 지난해 말 100세까지 장수하다 서거했다. 재임 중 실적만 보면 미국 역사상 가장 인기없는 대통령이었다. 국내 경제정책의 실패와 외교분야에서 심각한 위기를 초래했다. 그러나 그는 퇴임 후가 더 화려하다. 세계 곳곳을 돌며 평화의 메신저 역할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또 사랑의 집짓기 운동(해비타트) 등 왕성한 자원봉사 활동을 벌였다. 가장 '성공한 노년'을 보낸 셈이다. 이를 전북지역으로 좁혀보면 어떨까. 전북의 수장(首長)을 지낸 도지사의 경우를 보자. 1948년 정부수립 이후 전북 도지사를 역임한 인물은 현 김관영 지사를 포함해 31명이다. 이들 중 28대 조남조 지사까지는 관선시대였다. 그리고 1995년 첫 민선지사로 유종근 지사가 당선되었다. 이후 강현욱, 김완주, 송하진 지사가 바톤을 이었다. 이들이 어떤 노후를 보내고 있는가가 궁금했다. 그런 생각이 든 것은 지난 2일 전주 완산구청 뒤 전북역사문화교육원에서 열린 송하진 지사(73)의 강연을 듣고서다. 그 전까지 도지사를 지낸 분들은 대개 전북을 떠나 생활하다 작고한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송 지사는 지역에 거주하며 재능기부를 통해 활동적 노년(Active Senior)을 보내는 중이다. 이날 송 지사는 ‘서예의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로 1시간 30분 동안 특유의 입담과 유머로 열강을 펼쳤다. 9월부터는 후백제시민대학 학장을 맡아 봉사하기로 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지낼까. 유종근 지사(81)는 퇴직 후 영어(囹圄)의 몸이 되었다 풀려나 2016년에 국회의원 선거(전주시 갑)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했다. 지금은 경기도 양평에 있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교회에서 목사인 부인과 함께 지내고 있다. 민선과 관선 지사를 지낸 강현욱 지사(88)는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장과 조선대 관선이사장, 군산고 개교 100주년 기념사업회장으로 활동했다. 올해 6월에는 전주시내 한 음식점에서 가까운 분들이 모여 미수(米壽)잔치를 차려주었다. 김완주 지사(79)는 (사)천년전주사랑모임 이사장을 맡았다 지금은 병원에서 투병 중이다. 이들은 한때 정치무대에서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인생 후반전은 건강과 관계, 재능여부에 따라 각각 다른 모습이다. (조상진 논설고문)

  • 오피니언
  • 조상진
  • 2025.08.07 16:44

[기고] 기업 관련 법안, 사회적 합의가 우선이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자동차, 스마트폰과 인터넷, 대중교통, 식탁 위 식재료까지 그 이면에는 수많은 기업의 생산, 유통, 서비스 활동이 존재한다. 비록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기업은 국민의 일상을 지탱하고 국가 경제를 움직이는 핵심축이다. 그러나 지금 기업들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국내외 경제 여건은 그야말로 험난하다. 장기화된 경기침체에 더해 미국의 관세 인상 압박과 보호무역주의의 심화, 미·중 갈등, 고금리·고물가 등 복합적 위기가 겹치며 기업의 경영 환경은 한계상황에 몰리고 있다. 여기에 기업경영과 깊은 연관이 있는 노동, 세제, 상법 등 주요 제도의 급격한 변화까지 더해지면서 기업들은 사면초가의 위기 속에 직면해 있다. 이미 시행 중인 중대재해처벌법, 주 52시간제 등으로 기업들은 상당한 행정적, 재정적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최근 국회에서 추진 중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 법인세 인상 논의는 기업 경영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지금이 코로나19 시기보다 더 힘들다’는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이는 단순한 하소연이 아니다. 투자와 고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며 경제의 활력도 약화되고 있고 산업 생태계 전반의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제도 개선의 취지와 방향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속도와 방식은 보다 신중해야 한다. 입법이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 없이 빠르게 추진된다면 기업의 예측 가능성과 지속 가능성을 저해하고 시장 전체의 불안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산업계의 수용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은 오히려 일자리를 줄이고 성장 동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지역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더욱 심각하다. 변화에 대응할 여력과 인프라가 부족한 중소기업은 지역 일자리의 핵심 공급자이자 산업 생태계의 뿌리를 이루고 있다. 제도 설계 초기부터 중소기업의 현실적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는다면 정책의 실효성은 떨어지고, 지역 경제의 기반까지 흔들릴 수 있다. 세제 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법인세와 같은 세율 변화는 단순한 재정 확보 수단이 아니라 국가의 투자 유인과 기업 활동의 동력을 좌우하는 중대한 정책 수단이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지금, 각국이 세제 혜택을 통해 투자 유치에 나서는 현실을 감안하면 우리의 법인세 인상은 국내 기업뿐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로도 이어질 수 있다. 기업은 단순히 이윤만을 추구하는 존재가 아니다. 일자리 창출, 인재 양성, 환경 보호, 지역 상생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며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에 기여하고 있다. 이 같은 역할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경영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금 기업에게 필요한 것은 정책당국의 일방적인 추진이 아닌 균형 잡힌 시각이다.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는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따라서 급격한 정책변화보다는 정부와 국회, 노동계와 경영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오늘의 결정이 내일의 경제를 좌우한다. ‘살려달라’는 기업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고, 우리 모두가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보다 깊이 있는 논의와 합리적인 선택을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 /김정태 전주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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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8.06 18:20

[사설] 차명 주식거래 논란 이춘석, 의원직 사퇴하라

민주당 이춘석 의원(익산갑)이 국회 본회의 도중 타인 명의로 주식거래를 한 정황이 언론에 포착되면서 정치권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공직자 윤리는 물론 금융실명법 위반과 이해충돌 논란 등 다양한 법적·윤리적 쟁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 의원이 법치주의를 수호해야 할 국회 법사위원장이라는 점에서 책임이 더 무겁다. 이 의원이 법사위원장직을 내려놓고 민주당을 탈당했지만 여기서 유야무야될 사안이 아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 의원을 당에서 제명 조치하겠다고 했다. 또 이재명 대통령은 이 의원의 주식 차명거래 의혹과 관련해 엄정한 수사를 지시했다. 당정에서 확실히 선을 그은 것으로 사안의 중대성을 엿볼 수 있다. 국민의힘은 이 의원을 즉시 국회 윤리특위에 회부하고 형사고발하겠다고 했다. 경찰도 이 의원을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제 막 닻을 올린 민주당 지도부에 대형 악재가 터졌다. 전북 정치권도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지역사회의 충격도 크다. 익산에서 4선 고지에 오른 지역의 대표적인 중진의원으로, 이재명 정부 출범 후 국회 법사위원장과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장을 맡아 전북의 정치적 위상을 높였다. 또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대광법)’ 개정안 통과 등 굵직한 지역 현안들을 앞장서 해결해 오면서 전북도민의 기대도 컸다.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이 의원은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정치적·법적·윤리적 책임을 져야 한다. 국회 법사위원장직 사퇴와 민주당 탈당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는 ‘신임 당 지도부와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것으로 민주당에 대한 책임일 뿐이다. 순서가 바뀌었다. 국민의 대표를 자임해온 만큼 먼저 책무를 맡겨준 유권자, 국민 앞에 사죄하고 책임을 지는 게 순리다. 국민을 대표해 국정을 논해야 할 국회 본회의장에서 주식계좌를 들여다보며 자신의 재산증식에 몰두한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 게다가 실정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까지 받고 있다. 사실상 국민의 대표 자격을 상실했다. 이제 개인적인 미련을 버려야 한다. 하루빨리 국회의원직을 사퇴해 정치권에서 퇴장하는 게 국민과 그동안 성원을 보내준 전북도민에게 마지막 도리를 다하는 길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8.06 18:13

[사설] 전북도,‘국립현대미술관 분관’ 유치전략 절실

국립현대미술관(MMCA) 분관 유치경쟁이 지방자치단체 간 치열해지고 있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은 수도권 내 서울관·덕수궁관·과천관 3곳과 중부권의 청주관 1곳을 운영 중이다. 또 대전관과 진주관‧대구관 등의 설립을 추진 중인데 호남권은 한 곳도 없다.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유치 경쟁은 2025년 초 정부가 지역문화 균형발전을 위해 국립문화기관 지역 분관 확대와 법인 설립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본격화했다. 또한 최근 권역 구분 없이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을 예고한 가운데 연말에는 분관 유치에 대한 정부 기준이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용역 지침에서 정부가 권역별로 나눠서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을 선정하기보다는 미술관 유료 관람객 수, 지역의 유치 의지, 미술관 운영계획 및 후원기업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지역에 투자하겠다는 원칙이 천명되었다. 이는 단순한 ‘지역 간 형평성’ 논리로는 유치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북을 비롯해 광주광역시와 경기 고양, 전남 여수, 강원 원주 지역에서 분관 유치를 선언했다. 특히, 2023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유치에 공들여 온 광주광역시는 실제 미술관 터 확보 등 준비 단계를 거쳐 광주비엔날레, 미디어아트 유네스코 창의도시 등 지역 특색을 살린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건립을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따라서 국립현대미술관 호남 분관 유치에 뛰어든 전북도의 적극적인 대응이 절실히 요구된다. 특히, 지역 간 형평성보다는 재정 여건, 실행 주체의 준비 정도에 따라 유치의 당락이 바뀌는 만큼, 전북도가 정부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치밀한 전략 마련이 요구된다. 다행히, 전북도도 국립현대미술관 건립의 필요성과 입지 분석 등을 담은 전북관 설립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8월 중 마무리 해 문체부 추진 상황에 발맞춘다고 하니 ‘국립현대 미술관 전북분관’ 모델을 잘 개발해 유치 당위성과 경쟁력을 확보하길 바란다. 특히, 중요한 것은 전북만의 특화된 전략인데 ‘전통 소리와 현대 그림’으로 완성된 ‘K-컬처 본향, 전북‘이란 논리와 현실성을 잘 부각한 전략 마련을 요청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8.06 18:13

[의정단상] 디지털 주권, ‘지도 전쟁’

1944년 6월 6일,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상륙작전이 개시되었다. 프랑스 노르망디에 상륙한 연합국은 나치가 점령 중인 프랑스를 해방하고 유럽 해방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나치는 패전하고, 제2차 세계대전은 연합국의 승리로 끝났다. 이 사건은 D-DAY로도 불리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이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엔 흥미로운 일화가 하나 있다. 타이어 회사인 미쉐린에서 발행하는 여행안내 책자 ‘미쉐린 가이드’가 상륙작전 전반에 전략적으로 사용된 것이다. 프랑스를 점령한 나치군은 도로 표지판 등을 파괴해 연합군의 진군을 방해하였다. 곤란함을 겪고 있던 연합군은 1939년 판 프랑스 미쉐린 가이드를 단위별로 복사해 지도를 만들었고, 이를 활용해 상륙 경로, 보급 계획, 중장비 진입로 등 정보 자산으로 활용하며 작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여행안내를 위해 만들어진 지도가 세계의 역사를 바꾼 것이다. 2025년 대한민국은 지금 ‘지도 전쟁’ 중이다. 정부는 1966년부터 1조 원이 넘는 세금을 투입해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축적했다. 수시로 바뀌는 지형지물을 반영하기 위해 매년 800억 원 안팎의 재원도 쏟아붓고 있다. 그 결과로 실제 50m 거리를 지도상 1cm로 축소한 수준인 축척 1:5,000 이상 고정밀 지도를 구축했다.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수준의 고정밀 지도이다. 그런데, 최근 구글과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이 고정밀 지도 해외 반출을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 구글은 2007년, 2011년, 2016년에도 공식‧비공식적으로 반출을 요청했으나, 정부는 국가 안보 및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불허하였다. 급기야 이 문제는 최근 한미 통상협상의 의제로까지 부상했었다. 다행히 7월 31일 관세 협상이 극적 타결되며 고정밀 지도 반출 문제는 일단 협상 테이블에서 빠졌다. 그러나 향후 한·미 정상회담 등에서 재논의가 전망되고 있다. 7월 29일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고정밀 지도 반출은 철저히 국가와 국민의 이익 중심으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우려를 전달했다. 고정밀 지도는 단순한 지리정보가 아닌 국가 전략 자산이기 때문이다. 2021년 이란은 위성 지도로 이스라엘 군사시설을 타격했고, 2022년 러시아도 구글 지도를 활용해 우크라이나 전략 목표를 정밀 분석했다. 중국·이스라엘 등 다수 국가가 고정밀 지도 반출을 엄격히 제한하거나 전면 금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가 산업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고정밀 지도는 자율주행·드론·스마트시티·AI 산업의 필수 인프라다. 연 매출 11조 원, 7만 4천 명 고용을 창출하는 국내 공간정보 산업은 배달·내비게이션·차량 공유 등 신산업의 토대다. 데이터를 해외에 넘기면 기술 주도권은 물론 재투자 동력까지 약화될 수 있다. 공공 데이터 기반 대응체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국내 지도 플랫폼은 코로나19 당시 마스크 재고와 백신 정보를 실시간 제공했고, 오송 지하차도 참사 직후 침수 지역과 교통 통제 정보를 즉시 공유했다. 이 시스템이 외국 기업 의존 체제로 전환된다면, 국가 위기 대응력과 데이터 주권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지도 전쟁’을 결코 가볍게 여기면 안 된다. AI 시대는 곧 데이터 주권의 시대며, 우리나라는 자체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한 몇 안 되는 국가다. 지도 반출 결정은 외국 기업의 요구나 단기적 이익이 아닌, 대한민국의 국가적 이익과 미래를 최우선으로 신중히 판단되어야 한다. 정부 관계자들이 안보와 산업 발전, 통상 문제 등 복합적 요소들을 신중히 고려하여, 현명하고도 단호한 결정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한다. 신영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군산김제부안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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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8.06 18:12

[타향에서] 출산율 반등의 실마리, 프랑스 가족수당에서 배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5명에 머물렀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50년 후 인구 3천만 명의 대한민국을 상상하기도 싫다. 정책당국이 수년째 저출산 해법을 놓고 씨름 중이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이재명 정부는 아동수당 확대 등 가족친화적 과세제도 도입을 추진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가 보여주는 경험은 값진 참고서가 될 수 있다. 프랑스는 한때 출산율이 1.6명까지 떨어졌지만, 2000년대 이후 2.0명 전후로 회복시킨 대표적 국가다. 그 중심에는 다자녀 가정을 실질적으로 우대하는 가족수당 제도가 있다. 프랑스 가족수당 제도는 소득과 관계없이 자녀 수에 따라 매월 현금급여를 지급한다. 두 자녀 가정엔 약 140유로(약 22만원), 세 자녀 이상부터는 금액이 급격히 증가하는데, 세 자녀 가정은 약 320유로(약 51만원) 이상을 받는다. 네 자녀 이상 가정에는 추가 보너스와 주거수당, 교통비 감면 등 다양한 부수혜택도 제공된다. 또한 소득세 과세표준 산정시 자녀 수를 고려하는 ‘가족단위 소득분할제도(Quotient familial)’를 병행하여 세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도 크다. 자녀를 많이 낳을수록 현금지원과 세금감면이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다. 프랑스의 가족수당은 단순한 출산장려금이 아니다. 육아와 생활 전반의 비용을 장기적으로 보전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지속적이고 예측가능한 혜택을 원하는 젊은 부부들의 신뢰를 얻었고, 결과적으로 출산율 반등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특히 소득이 높으면 일부 감액되긴 하지만, 중산층 이상의 가정이 혜택을 체감할 수 있어 제도의 수용성과 실효성이 높다. 우리나라도 아동수당과 출산장려금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자녀 수 증가에 따른 차등 우대가 약하거나 단기 일회성 지원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다자녀일수록 양육비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현실을 감안하면, 현행 제도는 충분한 유인책이 되지 못한다. 프랑스처럼 현금급여와 세제가 함께 작동하고 자녀 수에 따라 혜택이 크게 증가하는 구조, 모든 계층이 혜택을 체감할 수 있는 보편적 설계는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출산율 반등은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가족친화적 사회시스템으로의 전환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정부는 프랑스식 가족수당 제도의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연간 수십조 원의 소요예산 확보를 위한 대대적인 세출구조의 조정과 조세지출의 재설계가 요구된다. 둘째, 현금지원과 세제혜택의 연동 설계가 필요하다. 소득수준에 따른 차등 지원은 불가피하겠지만, 일정 소득이상 중산층이 혜택을 누리지 못하면 제도의 효과성과 수용성이 낮아질 수 있다. 셋째, 다자녀 가정에 실질적 편익이 돌아가는 구조가 핵심이다. 예컨대, 우리나라처럼 자녀 수에 따른 정액의 세액공제보다는 프랑스처럼 과세표준 자체를 자녀 수에 따라 나누는 방식이 실질 세부담을 낮추는데 더 효과적이다. “아이를 낳는 순간부터 국가가 함께 키워준다”는 믿음을 줄 수 있을 때, 비로소 출산율은 반등할 수 있다. 프랑스는 출생부터 육아, 교육, 주거에 이르기까지 그렇게 했다. 우리도 이제는 사회보장제도와 세제의 정교한 재설계를 통해 ‘함께 키우는 사회’로 나아갈 때다. 김명준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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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8.06 18:12

[오목대] 불붙은 전북교육감 선거

쿠릴타이는 칸의 명령에 의해 개최됐던 최고 의사 결정 기관이자 회의다. 우리에겐 몽골이 익숙하지만 사실은 흉노, 선비, 거란 등도 쿠릴타이가 있었다. 특이한 것은 몽골에 복속된 시기의 고려왕들도 부마(황제의 사위) 자격으로 참석했다는 거다. 주요 기관이나 단체 등은 명칭이나 형식만 다를뿐 대부분 쿠릴타이를 가지고 있다. 전북대의 경우 총장과 학장, 부총장과 처장 등 35명으로 구성된 대학 내 최고 의사기구인 학무회의라는게 있다. 내년말로 예정된 전북대 총장 선거를 앞두고 몇몇 후보가 자천타천 거론되고 있는데 학교 안팎에서는 학무회의 멤버 여부가 주요 관심사가 되고 있다고 한다. 예를들면 백승우 전 농생명대 학장, 송양호 전 법전원장, 윤영상 전 기획처장, 조재영 전 산단장 등이 바로 학무회의 경험을 지닌 차기 총장 후보군들이다. 전북대 총장 선거보다도 요즘 지역정가의 화두는 내년 6월 3일로 예정된 교육감 선거다. 서거석 전 교육감이 낙마하면서 선거전은 확 불이 붙었다. 이남호 전북연구원장은 이달말 원장직에서 사직하고 9월초부터 본격적인 교육감 선거 채비에 나설 예정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전주시 금암동 종합경기장 사거리 주변 건물에는 유력한 교육감 후보들이 사무실을 마련, 앞으로는 거의 매일 경쟁자를 마주치면서 선거전을 치러야 할 상황이다. 이남호 전북연구원장, 노병섭 새길을여는참교육포럼 대표, 천호성 전주교대 교수 등이 바로 이 주변에 사무실을 마련했다고 한다. 김윤태 우석대 부총장도 9월말 출판기념회를 신호로 본격적인 출마 채비에 나설 것이라는 후문이며, 황호진 전 부교육감, 유성동 좋은교육시민연대 대표 등의 출마설도 나돌고 있다. 교육감 선거의 이슈를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돌리기 위해 각 후보들은 민심얻기에 나섰다. 한쪽에선 “일선 교사들이 아닌 대학교수들이 교육감을 해야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는가 하면, 다른 편에선 “김승환 시즌2가 과연 전북교육을 위한 해법이냐”고 반문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 교육감 선거전에서도 “큰 조직의 경영이나 관리를 성공적으로 해본 CEO로서의 경험도 없이 전북교육을 이끌어가는 것은 문제가 많다”며 소위 ‘쿠릴타이’ 참석 경력을 중시하는 목소리도 높다. 또다른 이들은 “새정부 출범과 더불어 이재명 대통령과 코드를 맞출 수 있는 친분있는 인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아닌게 아니라, 과거 교육부나 중앙정부와 시종 대립각을 세우면서 결과적으로 전북교육에 부담을 줬던 경험은 아직도 생생하다. 교육관련 단체 등은 유정기 전북교육감 권한대행에 대해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유정기 권한대행을 향해 쏟아내고 있는 이러저런 요구는 결국, 내년 교육감 선거전을 향한 정치적 메시지나 이해관계가 저변에 깔려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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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8.06 18:11

​[김종표의 모눈노트] 통합 익산시 30년, 학교에 붙잡힌 ‘이리’

학교에만 남았다. 강산이 세 번씩이나 바뀌면서 모두 잊혀지고 사라졌는데 유독 학교에서만 고집스럽게 붙잡고 있다. 익산의 옛 지명인 ‘이리(裡里)’ 이야기다. 전주·완주 통합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2025년, 이웃 도시 익산은 시·군 통합 30주년을 맞았다. 1995년 이리시와 익산군이 통합해 도·농 복합도시로 새출발했다. 당시 통합도시의 이름은 별 논란 없이 ‘익산(益山)’으로 정해졌다. 익산이라는 지명이 훨씬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졌고, 익산군 주민의 민심을 회유하기 위한 측면도 있었다. 또 이리가 예로부터 사악한 존재로 여겨져 온 야생동물 늑대의 다른 이름이고, 이리역 폭발사고로 인해 부정적 이미지가 각인된 점도 ‘이리를 버리고 익산을 선택’한 이유다. 통합 직후 각 기관 및 단체, 그리고 공공시설의 명칭에 사용된 지명이 이리에서 익산으로 일제히 바뀌었고, 여기저기서 쓰인 고유명사 이리가 익산으로 속속 대체됐다. 그렇게 이리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 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학교가 떠나는 이리를 붙잡았다.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지역 대표성을 담기 위해 지명을 그대로 옮겨 교명으로 정한 이리초·이리중·이리고가 그렇다. 이들 학교는 그렇다 쳐도 지금 옛 이리시 지역 대다수의 학교명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이리모현초·이리북일초·이리영등중·이리남성여고 등이다. 통합 전 시 지역 학교는 대부분 교명에 지명인 ‘이리’를 덧붙였다. 반면 옛 익산군 지역의 농촌학교는 익산중·익산고를 빼고는 교명에 지명 익산이 포함된 곳이 없다. 그래서 시·군 통합 이후 시 지역 학교에서 교명에 접두사처럼 일괄적으로 붙은 옛 지명 ‘이리’를 아예 빼버리거나 익산으로 바꿔도 문제될 게 없었다. 그런데 한 곳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더 이해하기 힘든 교명도 있다. 1995년 통합 익산시 출범 이후에 문을 연 이리백제초등학교(2000년 개교)와 이리마한초(2000년)·이리부천초(1997년)·이리영등초등학교(1997년 개교)는 잊혀지고 있던 지명 ‘이리’를 굳이 되살려내 교명에 붙였다. 신설 학교명에 지명으로 이리 대신 익산이 쓰인 것은 통합 6년째인 2001년, 익산어양초등학교부터다. 이와 별도로 이리여자중학교는 2000년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면서 교명을 익산지원중으로 바꿨다. 교명의 원칙과 일관성을 찾을 수 없다. 도시개발이 한창이던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이 지역에 잇따라 신설된 학교 이름에 이리와 익산이 혼재하면서 시민들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2010년과 2014년, 각각 통합의 역사를 쓴 창원(마산·창원·진해시)과 청주(청주시·청원군)의 사례를 검토해볼 필요성이 있다. 창원시에도 옛 지명 마산·진해를 여전히 교명에 쓰고 있는 학교가 적지 않다. 마산중앙초·마산제일여중·마산용마고·진해남산초·진해용원고 등이다. 하지만 익산과는 많이 다르다. 창원시에는 마산합포구와 마산회원구·진해구 등 옛 지명이 현재의 행정구역명에 그대로 살아 있고, 교명에 옛 지명을 사용하는 학교도 모두 해당 행정구역에 위치하고 있어 이상할 게 전혀 없다. 또 청원군과 통합한 청주시의 경우에는 현 행정구역상 청원구에 위치한 청원초와 청원고 2개 학교만이 교명에 청원이라는 지명을 쓰고 있다. 교명은 학교 구성원과 학부모·동문회 등 지역사회의 합의를 통해 변경할 수 있다. 옛 시 지역과 군 지역 학교를 이름으로 애써 구분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교육당국에서 교명 정비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통합 익산시 출범 30주년을 계기로, 먼저 교육계와 시민사회의 의견을 폭넓게 들어보면 어떨까.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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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5.08.05 17:49

[오목대] '쿠팡'과 24시간 도는 선풍기

2018년에 개봉된 독일 영화 <인 디 아일(In the Aisles)>은 독일의 한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동독 출신인 토마스 슈투버 감독은 노동자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리면서도 통일된 독일의 현재와 변화된 환경에서 그들이 겪는 갈등을 섬세하게 들춰냈다. 감독의 의지와 관계없이 정치적 영화란 혐의(?)를 받는 것도 이 때문인데, 영화가 시작되고 끝날 때까지 관객들을 몰입시키는 것은 또 있다. 야간 노동자들이 일하는 공간, 거대한 상품 더미로 채워진 대형마트에서 펼쳐지는 풍경이다. 영업시간이 끝나면 거대한 물류창고가 되는 대형마트. 한 줌 빛도 새어들지 않는 이 공간에서 노동자들은 요한스트라우스의 왈츠곡으로 일상을 시작한다. 넓지 않은 통로를 지게차가 오가며 싣고 옮겨 내려놓는 물건을 고객들이 가져가기 쉽게 다시 진열하는 일. 지극히 반복적인 노동이 이루어지지만, 잘 구획된 질서 정연한 공간과 요한스트라우스나 브람스의 클래식 음악이 쉼 없이 흘러나오는 이 낯설면서도 아름다운 풍경에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된다. 4년 전 여름, 쿠팡의 덕평물류센터 화재로 물류창고 안 열악한 노동환경이 적나라하게 공개되었을 때 이 영화 <인 디 아일>의 대형마트 속 풍경이 떠올랐다. 쿠팡의 물류창고 시설은 놀라웠다. 축구장 15개 크기라는 거대한 공간, 수백 명이 일한다는 이곳은 사방이 막혀 있지만 더위를 식혀줄 시설은 에어컨 대신 24시간 내내 돌아가는 선풍기가 전부였다. 물건을 하나라도 더 쌓으려고 층과 층 사이에 간이층까지 만들어 놓았던 창고까지 거들어 환경은 최악. 이곳 창고 안 선반마다 놓여 있던 멀티탭에서 시작됐다는 덕평물류센터 화재는 불을 끄는 데만 5일 넘게 걸렸다. 쿠팡 물류센터의 환경은 달라졌을까. 예상과는 전혀 다른 모양이다. 쿠팡의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섰다. ‘제대로 된 휴게 공간 및 에어컨 마련’과 ‘2시간 이내 20분 휴식 보장’이 이들의 요구다. 현실을 들여다보니 더 놀랍다. 에어컨이 설치되지 않은 곳은 여전히 많고 그중에는 창문이 없는 곳도 있다. 이런 환경에서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아침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한다. 주어지는 휴식 시간은 45분 정도의 점심시간 뿐. 견디기 힘든 염천 속 불볕더위와 싸워야 하는 노동자들의 고통이 얼마나 클지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알고 보니 물류센터는 창고로 분류돼 냉방 시설 설치 의무가 없단다. 쿠팡 말고도 다른 물류창고의 환경도 크게 다르지 않은 이유를 이제 알겠다. 택배기사들의 과로사 소식도 이어지고 있지만, 노동환경은 좀체 달라지지 않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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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5.08.05 17:47

[사설] 양자기술 첫 수주, 산업생태계 전환 계기로

전북대 컨소시엄이 미래산업의 핵심기술인 양자기술 국가사업을 처음으로 수주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주관하는 '2025년 수요기반 양자기술 실증 및 컨설팅' 공모에 선정된 것이다. 지난 7월 전북자치도 컨소시엄이 피지컬 AI 핵심기술 실증(PoC)사업 예산을 확보한데 이은 쾌거로 전북의 산업생태계를 첨단으로 전환하는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사업은 올해부터 2026년까지 2년간 국비 14억5000만원, 지방비 4억4000만원, 민간 9100만원 등 총 28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사업 주관은 전북대 반도체과학기술학과 교수팀이 맡고 한솔케미칼이 기술 상용화를, 전북테크노파크가 지역 내 수요기업 연계와 확산을 담당하는 산·학·연 협력 모델이다. 실증 대상 기술은 ‘양자점 기반 압전 하베스터’로, 진동·열·광 등 미세한 에너지를 수집해 전력으로 전환하는 차세대 에너지 기술이다. 기존 하베스터보다 효율이 높고 고온·고습·전자파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게 특징이다. 이를 통해 유지보수가 필요 없는 자가발전 IoT 센서를 구현하고, 스마트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실증 기술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스마트팜, 스마트공장, 스마트시티 등 지역 산업 전반에도 적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통해 양자기술의 지역 확산과 산업 전환 기반을 마련하고 향후 피지컬 AI 모빌리티 산업과 융합해 AI-양자산업 테스트베드 선도지역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초기 양자기술 인프라는 수도권과 대전에 집중돼 있다. 그 뒤를 부산 등이 뒤쫒고 있다. 이번에 전북과 같이 선정된 부산의 경우 최근 3년간 양자기술 분야의 과제 공모에서 5건이 선정돼 국비 158억원을 확보했다. 그리고 이번에 양자 자기장 센서를 이용한 배터리 결함 진단 실증 등 3가지 분야에서 국비 16억5000만원을 포함해 24억5000만원의 사업비를 확보했다. 전북은 후발주자인 만큼 전북자치도와 대학, 산업계가 협력해 지역산업과 연계할 수 있는 분야의 국가사업 공모에 계속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나아가 양자컴퓨터, 양자센서, 양자통신 등으로도 눈을 돌렸으면 한다. 이번 국가사업 공모 선정을 계기로 전북의 낙후된 산업체계에 새로운 혁신 바람이 일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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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8.05 16:24

[사설] 충전소 부족 수소차 이용자 너무 불편하다

상대적으로 비싸더라도 사람들은 친환경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많다. 저렴한 연료비와 환경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각종 구매 보조금을 지원하거나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것도 바로 친환경자동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수소차는 전기차보다도 열악한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보조금은 부족하고 가까운 곳에 있는 충전소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 수소차 누적 보급대수는 올 상반기 기준 4만여대에 달하고 있고, 연말까지 5만대 돌파가 가능할 전망이다. 그런데 수소차의 결정적 애로는 바로 부족한 충전시설이다. 전국적으로 수소차 충전소는 227곳에 불과하다. 대략 시군구별로 겨우 하나 정도 있는 정도다. 전기차 충전소가 9만729곳인 것과 비교하면 인프라 구축 정도가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결국 소비자들이 친환경차, 그중에서도 수소차 구매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충전소 등 인프라 부족이다. 최근 군산시에서 발생한 사례는 대표적이다. 군산시의 유일한 수소충전소가 지난 7월 말부터 시설물 정비를 이유로 8월 5일까지 운영을 중단하면서 수소차 운전자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부안·익산까지 가야만 했다. 군산시에서 유일하게 수소차를 충전할 수 있는 시설이 불과 며칠 문을 닫았음에도 시민들의 불편이 크게 발생한 것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소비자들은 부안이나 익산 등지로 왕복 80km 거리를 가야만 겨우 충전할 수 있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더욱이 대체 충전소가 전무한 상황속에서 사전에 공지나 비상책 마련이 없었다며 분통을 터뜨리는 시민도 있다. 충전소 정비를 위한 불가피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고객 입장에서 볼땐 가뜩이나 찌는듯한 더위에 왕짜증이 날만도 하다. 결국 해결책은 지금처럼 충전소가 단 한 곳에 불과한 상황을 방치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최소한 복수의 충전소를 갖추는 한편, 보다 세심한 운영 전략이 필요하다는 거다. 흔히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한다. 만일 사전에 충분히 공지만 됐어도 고객들의 불만은 훨씬 줄어들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군산시 당국과 해당 충전소의 세심한 배려가 아쉬운 대목이다. 비단 군산뿐 아니라 타 시군에서도 얼마든지 유사 사례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일단유사시에 대비한 해법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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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8.05 16:24

[새벽메아리] 지방엔 돈도 없고 가오도 없나

엊그제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ㆍ수도권보다 지방에 더 많은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다시금 밝혔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전국 시ㆍ도지사 간담회 자리였다. 이 대통령은 “수도권보다 지방에 더 인센티브를 지급하면 더 많은 지원의 효율성, 균형을 조금이라도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을 이번 정책으로 나름 실현해봤다”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이번 정책은 알다시피 ‘민생회복 소비쿠폰’이다. 비수도권 주민에겐 3만 원을, 농어촌 인구감소지역 주민에겐 5만 원을 더 주기로 했다. 앞으로 국가 정책이나 예산 배분에서 이런 원칙을 강화해나가겠다는 뜻도 밝혔다. 불리한 이들에게 더 많은 힘을 실어주는 이른바 ‘어퍼머티브 액션’(적극적 우대조치)이다. 서울ㆍ수도권보다 여러모로 불리한 여건에 놓인 우리들에겐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쓸 돈이 많아지는 만큼 앞으로 그 돈을 어떻게 잘 쓸 것인지도 더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더불어 지금까지 어떻게 써왔는지도. 가령, 2022년 문재인 정부는 앞으로 10년 동안 해마다 1조 원에 달하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마련해 지방자치단체에 나눠주겠다고 했다.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정부 기금을 나눠주겠다던 전에 없던 이 대담한 사업이 어느덧 올해로 4년째를 맞았다. 여러 평가들이 있지만, ‘또 건물 짓는 데만 쓴다’거나, ‘어디에 써야 할지 몰라 쌓여만 간다’거나, ‘문화ㆍ관광 분야에만 쓰다 보니 주민에게 돌아가는 몫이 적다’는 등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건 ‘지방 재량으로 써야 하는데 그러질 못해 ‘공모사업’으로 변질돼 버렸다’는 나라살림연구소의 지적이다. 지역의 제법 규모 있는 공모사업들은 대개 서울의 덩치 큰 업체들 차지가 된 지 벌써 오래다. 지자체 담당자들이 보기에 몸집에서 밀리는 지역 업체들은 아무래도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서울 업체가 지역 업체나 사람들을 끼고 같이 들어오는 일도 있지만 대부분은 들러리만 서다 끝나고 만다. 그나마 지역에 도움이 되는 결과로만 이어진다면야 굳이 시비 걸 일도 아니지만, 지역도 모르고 딱히 애정도 있을 리 없는 서울 업체들이 짧은 시간 지역을 깊이 이해하고 지역에 어울리는 해법을 내올 순 없다. 최근 전주시와 군산시가 이름 짜한 서울의 ㄱ업체와 ㄷ업체에 잇따라 뒤통수를 맞아 논란이 일지 않았던가. 정말 그런 정도의 일을 할 만한 지역의 기획자와 업체들이 없었을까. 공들여 찾아보기나 했는지 궁금하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다시피 한 지방 중소도시와 농산어촌에 다시금 활기를 불어넣으려면 물론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오랜 시간 애정을 가지고 그 일에 매달릴 의지와 역량을 갖춘 사람들이다. 당장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고 서울만 쳐다봐서야 지역에 정말 필요한 지역 일꾼은 절대 길러질 수 없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은 퇴임 뒤인 지난 5월, 후원자인 김장하 선생을 만난 자리에서 “지금 이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지역이 소외되고 있다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 문제조차도 서울 사람들이 논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우리 지역을 살리는 일을 서울 사람들에게 맡기는 것도 우스꽝스럽긴 마찬가지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고 큰소리치던 누군가의 패기가 아쉽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돈보다 가오다. 우리 스스로 우리 길을 헤쳐갈 수 있다는 자신감 말이다. 윤찬영 북카페 기찻길옆골목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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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8.05 16:23

[기고] 이재명 대통령님께

서기 1945년 8월 15일 대한민국은 일제로부터 해방을 맞이하였습니다. 지금으로부터 80년 전으로 금년이 광복 80 주년인지라 아득한 역사를 되집어 봅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는 19세기 후반부터 찬란하고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배달민족의 영광이 주변 오랑캐들의 만욕에 휘둘리어 풍전등화 같은 일상이었고 더욱이 서기 1592년 왜란으로 수 백만의 백성이 불귀의 혼이 되어 나라가 풍지박살이 난 통탄의 역사를 가슴에 묻고 그래도 그들을 용서하여 서기 1607년부터 서기 1811년까지 204년 동안이나 조선통신사를 보내 무지몽매한 그들을 사람답게 만들어 놓는 홍익인간 사상의 숭고한 민족정신을 펼쳤던 민족입니다. 1945년 해방은 세계제2차대전의 결과였습니다. 우리 민족은 패전국인 일본에 의하여 수 십년 동안 이유없이 재산을 빼앗기고 사람이 징집 당하였으며 살아있는 목숨이 생체실험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세계사에서 전쟁이나 싸움이 끝나면 반듯이 치루어야할 절차가 있습니다. 바로 전후처리입니다. 그 전후처리의 피해보상에 대한민국은 안중에도 없었던 당시의 국제정세가 아직도 우리를 울분스럽게합니다. 홍콩이나 오가사와라 군도 등이 기억하고 있는 전후처리 역사입니다. 일본은 서기 1882년 임오군란 때 피해를 보았다고 하여 55만엔, 서기 1884년 갑신정변의 피해 보상으로 10만엔, 청일전쟁의 승자로서 패전국 청으로부터 4억엔을 전후처리 보상비로 착취하여간 나라입니다. 최근 언론 보도에서 일본은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까지 독도가 그들의 땅이라고 교육자료를 배포하였다고 합니다. 변하지 않는 군국주의 근성입니다. 서기 1420년 세종대왕은 공식적으로 대마도를 우리 땅으로 복속하고 국가의 통치를 받도록 하였습니다. 대마도 태수에게 관직과 관인을 주어 위엄으로 다스렸고, 대마도 백성들의 생계를 위하여 피나는 보살핌이 있었다는 기록은 차고도 넘쳐있습니다. 일국이 흥하였다가 망하는 세월보다 긴 무려 448년 간을 이렇게 우리의 땅으로 관리하였고 대마도 백성을 보살폈습니다. 일본은 서기 1868년 군국주의 발상으로 우리땅 대마도를 강탈하였습니다. 그리고 똑같은 방법으로 10년 후인 1878년 독립국가로서 평온한 류큐국을 강탈하였는데 오늘날 오키나와가 바로 류큐국입니다. 서기 1950년 불행한 역사를 또 다시 겪어야 했던 우리의 아픔으로 일본은 제2차대전의 패전국이었음에도 전후 복구는 물론 세계적 경제대국이 되어 현재도 우리에겐 위협적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교육을 하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서기 2024년 12월 3일 순간 잃을 뻔한 나라를 온국민들이 냉기서린 아스팔트 위에서 죽음을 각오한 몸부림으로 나라를 건져냈으며 그 간절함으로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을 탐생시켰습니다.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우리는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있는 오늘입니다. 어떤 것이 진짜 대한민국인지 알 수는 없으나 먼저 살맛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주시고 대대로 이어져온 홍익인간 정신이 100년이 아닌 1000년까지 이어질수 있는 터전을 구축하시어 온 국민이 존경하는 대통령으로 기억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이형구 (사)한국생활법률문화연구원 이사장·시인·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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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8.05 16:23

[사설] 완주·전주 통합, 정부가 결단할 때다

완주·전주 행정통합을 둘러싸고 찬성측과 반대측 간의 홍보전이 치열하다. 9월로 예상되는 주민투표를 앞두고 서로 주민들의 의사를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의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김관영 지사가 완주·전주 행정통합을 위한 정부의 결단을 요청에 주목된다. 행정안전부 장관의 주민투표 권고와 통합 인센티브 확대, 특례시 지정 추진 등 전폭적 지원을 건의한 것이다. 우리 지역 일을 도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중앙정부에 도와 달라고 요청하는 게 좋은 모양새는 아니나, 법적 절차와 촉박한 일정상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는 한시바삐 주민투표 날짜를 확정해 주기 바란다. 나아가 통합의 선도사례가 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으면 한다. 그동안 물밑에서 진행돼 오던 완주·전주 행정통합 홍보활동이 8월 들어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완주·전주 역사복원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찬성단체들은 지난 1일 완주군 용진읍에서 홍보단 발대식을 갖고 본격적인 대면활동에 나섰다. 여기에는 13개 읍면 주민, 청년 등 350여명이 동참하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 완주군 13개 읍·면을 돌며 완주군민에게 완주·전주 통합 필요성, 105개 상생발전방안을 적극 알릴 예정이다. 반면 완주군의회에 이어 완주군도 지난달 31일부터 본격적인 통합 반대운동에 들어갔다. 13개 읍면 주민설명회를 통해 예산확보의 허구성 등 통합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이러한 찬반 홍보활동이 본격화되면서 정부가 결단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내년 6월에 통합 지방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적어도 9월 중에는 주민투표를 통해 통합여부가 결정되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피할 수 없는 지방소멸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생존전략으로 행정통합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첫 사례로 완주·전주 통합이 꼽힌다. 실제로 전주시는 7월 기준으로 인구 63만 명이 붕괴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제 정부 차원의 확답이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행정안전부는 주민투표일을 최대한 빨리 확정토록 하고 전북자치도가 요청한 각종 인센티브를 긍정적으로 검토해 주길 바란다. 주민투표일의 확정은 찬성이든 반대든 지역주민들의 의사 확인을 통해 그동안의 분열과 갈등을 매듭짓는 분수령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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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8.04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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