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언어’
 김영자 김제시의회 의장 19세기의 위대한 언어사상가이자 언어철학자인 훔볼트는 언어의 본질적 성향에 대해 매우 사려 깊게 통찰했던 인물이었다.
그는 언어는 에르곤이 아니라 에네르기아라는 표현을 사용하였으며,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에는 그 사람의 생각과 철학, 끊임없이 새롭게 작용하는 정신활동의 총체가 담겨있다고 보았다.
우리가 흔히 언어의 품격을 이야기하는 것에는 우리가 인식하였든, 인식하지 못하였든 간에 훔볼트의 언어관에 암묵적으로 어느 정도 동의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가 공식석상에서나 일상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언어에는 그 사람의 평소 생각과 철학, 가치관이 담겨 있으며,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언어가 오히려 그 사람의 내면의 생각을 보다 진솔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한국사회를 달구고 있는 한 정치인의 언어에 대해서 우려를 금할 수 없게 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하였다.
일반 시민들의 역사인식도 매우 중요할 지인데, 국민의 대표를 꿈꾸는 정치인에게서 나온 언어라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다 할 것이며, 그 내용이 반민주적, 반헌법적 철학과 가치관이 은연중에 표현된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우려된다 할 것이다.
헌법상 모든 국민은 자유로운 의사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며, 특히 공적정치적 관심사에 대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헌법상의 권리로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표현의 자유도 일정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우리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수호유지하는 테두리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전두환은 우리나라의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군사반란을 통해 민주주의를 유린하였으며, 헌법상 저항권을 행사한 민주시민을 총과 칼, 그리고 탱크를 동원하여 무자비하게 살해한 용서받지 못할 역사의 죄인이다.
더욱이 그는 아직도 지난날 본인의 과오에 대해서 진심 어린 반성과 사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는 언론과 민주시민을 향해 적반하장의 큰 소리를 치는 최소한의 인간의 도리와 양심을 망각한 인물이다.
그의 재임기간 이루어 낸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과 발전은 독재정권의 억압과 탄압속에서 이름 없는 국민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이루어낸 것이지, 독재자 전두환의 공이 절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와 창의가 번영하고, 한류가 전세계로 뻗어나가는 자랑스러운 21세기에 국내 유력 정치인의 입에서 그의 이름이 다시 거론되는 것 자체가 안타깝고 애통할 따름이다.
독일 사회에서 히틀러라는 이름은 거의 금기에 가깝다. 히틀러 시대에 사용했던 단어, 구호, 상징물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고, 우리에게까지 익숙한 나치 문양, 나치 친위대를 의미하는 글자의
사용도 제한적이다.
개인의 표현의 자유가 철저히 보장된 독일이지만, 나치와 히틀러에 관련된 표현들은 법과 문화를 통해서 강력한 규제를 받고 있다.
독일에서 나치와 히틀러에 대한 금기와 시민들의 민감한 반응은 과거사에 대한 엄격한 반성과 철저한 교육, 그리고 사회 전반적으로 작동하는 자정 매커니즘 덕분이라고 볼 수 있다.
독일에서 주류 정치인이 공개석상에서 히틀러를 언급하고 찬양하는 경우 그의 정치 생명은 사실상 끝이 나기에 그런 일은 있을 수도 없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최근 유력 정치인의 철학과 역사의식의 빈곤에서 빚어진 망언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반응과 태도는 어떠한가.깨어있는 시민만이 잘못된 정치인의 언어와 생각을 바로잡을 수 있고, 한국 사회의 공동체를 올바르게 유지할 수 있다. 이것이 정치인의 언어에 깨어있는 시민들이 보다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김영자 김제시의회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