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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한다는 것

송태규 원광중 교장 어제 컴퓨터 자료를 정리하는데 눈에 익은 글이 빼꼼히 고개를 내밀었다. 찬찬히 읽다 보니 지난해 일이 떠올랐다.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당시 코로나19라는 뾰족한 통증에 상하지 않은 곳이 한 군데도 없었다. 학교라고 아픔을 피해갈 도리가 없었다. 학생이 없는 개학을 상상하지도 못했으니 말이다. 주인공이 빠진 영화처럼 선생님도 갈피를 잡지 못했다. 학생 얼굴을 못 본 지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을 넘겼다. 직원회의를 앞두고 선생님들께 메신저를 통해 글 한 편을 보냈다. 우리는 여태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에서 기우뚱거리고 있다. 이럴수록 지혜를 모으고 서로 배려하자는 그런 내용이었다. 이 글을 읽은 선생님이 답을 보냈다. 모든 국가의 유기적인 시스템이 마비되고 붕괴하면서 허둥대지 않는 나라가 없습니다. 이런 판국에 학교 현장의 혼선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교장 선생님의 고민을 담은 진솔한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함께 힘을 모아 나아가자고 읽었습니다. 단번에 공감해서 읽자마자 교장 선생님도 힘내시라고 얼른 몇 줄 보냅니다. 때로 교장은 학교 안에 떠 있는 고도(孤島)에서 산다. 이따금 의견이 분분한 사안은 교장이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교장은 책임질 뿐 불평해서는 안 된다. 답장을 읽는 짧은 순간 눈시울이 노을처럼 벌겠다. 외롭지 않았다. 고마웠다. 이 글을 출력해서 직원회의 시간에 읽었다. 회의를 마치고 선생님이 교장실을 찾았다. 세상에! 제가 쓴 글을 읽으실 줄 상상도 못 했어요. 첫 마디 듣는 순간 얼마나 민망하고 당황스럽던지. 누가 물어보지도 않겠지만 행여 알까 부끄러워 나 아닌 듯, 아무렇지도 않은 듯 표정 관리하느라 혼났어요. 그가 멋쩍게 웃었다. 난 그저 공감하며 고개만 끄덕였다. 그 자리에서 선생님이 들려준 이야기이다. 소설가 이외수 씨는 대상과 하나 되는 가슴으로 글을 쓰고 싶다라면서 세상에서 제일 매운 고추는 마른 고추도, 빻은 고추도, 파란 고추도, 빨간 고추도 아니다. 눈에 들어간 고추다라고. 눈에 들어간 고추라니. 순간 그 아리고 매운 감각이 그대로 느낌으로 전해왔다. 대상과 내가 하나 되면서 나도 모르게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오 헨리의 단편소설 『강도와 신경통』에는 신경통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도둑질을 하는 강도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날 그가 들어간 집에서 주인이 신경통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도둑질은 안 하고, 밤새 주인과 마주 앉아 신경통 치료 이야기만 하다가 새벽에 그 집을 나온다. 이 또한 공감의 문제이다. 서로 고통과 약점을 나눌 때 강도는 어느새 강도가 아니었다. 공감하면 도둑놈도 친구로 변한다는 이야기다.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제레미 리프킨은 『공감의 시대』에서 말했다. 21세기에 최고의 강자는 공감의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세상을 사는 데 공감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자질임을 강조하고 있다. 알고 보면 그만큼 일상에서 공감 능력을 내면화하기가 어렵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따금 교장실에 찾아와 마음의 상처를 하소연하는 선생님이 있다. 내 한마디에 위로와 희망이라는 새순을 키우고 싶은 것이다. 선생님의 입장으로 다가가 건네는 내 추임새가 그의 마음에 구구절절하게 닿는 것, 이것이 소통이고 공감이다.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상식적인 사람이고,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어나갈 능력 있는 사람이란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송태규 원광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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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2.23 17:33

코로나의 역설, 지금이 도전할 기회다

우범기 전라북도 정무부지사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핫하게 떠오르는 기업이 있다. 바이오시밀러(복제약)와 코로나19 토종치료제를 개발한 셀트리온이다. 셀트리온은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을 일으키며 K-바이오산업을 이끌고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창업자는 자본금 5000만원으로 연매출 2조원대의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을 만들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기업의 성공비결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연구개발(R&D)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혁신이라고 한다. 기업하시는 분들에게 투자를 하려거든 지금이 기회라고 말하고 싶다. 그 투자처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연구개발 분야에 과감한 투자를 하라고 조언한다. 그렇다고 위험한 장사가 많이 남는다는 말처럼 투기를 하라는 말이 아니다.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혁신에 과감한 투자를 당부하고 싶다. 한 가지 더 연구개발 방법에 대하여 팁을 드린다면 기업이 현재 기획하고 준비하는 주력아이템에 100% 몰입하지 말고 엉뚱한 아이템에 30% 정도를 투자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 이는 지난 1997년 IMF때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 2번의 실패를 체험한 기업에서 얻은 교훈이기도 하다. 즉, 지속가능한 기업경영을 위해서 경기흐름을 잘 파악하고 미래를 준비하는데 역량을 분산할 것을 주문하는 말이다. 연구개발은 기초연구와 응용화연구로 구분된다. 기초연구는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원천연구 분야가 중심이 되고 응용화 연구는 기초연구의 성과를 기반으로 특정한 산업분야에 제품화까지 진행하는 연구분야다. 지역산업에 있어서 연구개발은 후자인 응용화 연구개발이 주를 이룬다. TRL(기술성숙도) 9단계 중 산업원천 기술개발 단계인 2단계부터가 응용화 연구개발이라고 하지만 대개의 경우는 5단계인 시작품 단계부터를 통상 응용화 연구개발 분야라고 한다. 우리나라 기업 중 창업을 해서 성장하는 과정 중 5년차 생존율은 30% 정도라고 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창업 후 3~7년 차에 죽음의 계곡인 데스벨리를 겪게 된다. 이 기간에 창업한 기업 중 거의 70%의 기업들이 사라진다.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갖고 창업한 기업들이 데스벨리를 극복하고 성장, 도약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등 과감한 투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가 된다. 지방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지역사회에서 아직까지 연구개발에 대한 인식이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일부 기업에서는 우선 당장의 이익에 급급해 성과가 나지 않고 장시간 소요되는 연구개발 분야에 대한 투자에 인색하고, 연구개발 지원비를 눈먼 돈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 지원의 주체가 되는 정부나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연구개발 사업은 공모를 통해 대상기업을 선정하고, 사업이 완료되면 3년간 추적조사를 통해 사업화가 성공해야 한다며 성과를 강요한다. 연구개발 성공률이 3~40%에 불과한 점을 고려한다면 무리한 요구다. 기업이 성공하려면 동일한 아이템으로 연구개발을 추진해 두 개의 기업이 망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말처럼 연구개발에 대해 조급함을 갖지 말고 지속적이고 일관된 투자가 있어야 한다. 기업과 정부, 지자체가 연구개발을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같은 마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범기 전라북도 정무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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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2.22 20:13

램지어 교수와 역사 교육

삽화=권휘원 화백 코로나19 장기화로 가뜩이나 우울한 요즘 미국 하버드대의 친일파 교수 한 명이 한국 사회에 공분을 주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는 매춘부라는 황당한 주장이 담긴 논문을 학술지에 보낸 존 마크 램지어 교수다. 그는 태평양전쟁의 성매매 계약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위안부는 매춘부로 강제성이 없는 자발적인 성 노동이라고 강변했다. 램지어 교수는 일본에서 10대를 보냈고, 30대에는 일본에서 유학하며 일본법과 기업을 연구한 친일파 학자다. 전범국가와 침략국가의 과거를 반성하기 보다 역사 왜곡에 몰두해온 일본을 공부한 셈이다. 일본은 자신들의 어두운 과거를 감추기 위해 세계 곳곳에 친일 인사를 심는데 막대한 돈과 시간을 쏟아왔다. 미국 의회에는 일본에 우호적인 의원 모임인 재팬 코커스 회원이 상하원 의원 121명에 달한다. 반면 코리아 코커스 회원은 80명 정도다. 램지어 교수의 하버드대 공식 직함은 미쓰비시 일본 법학 교수다. 일본의 대표적 전범기업인 미쓰비시가 하버드대에 200억원이 넘는 돈을 지원하면서 만든 자리다. 램지어 교수는 1998년부터 23년째 미쓰비시 일본 법학 교수로 활동 중이다. 이번 위안부 왜곡뿐 아니라 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 일본 자경단의 조선인 학살도 부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정부는 해외에 일본 문화를 알린 공로로 2018년 그에게 욱일중수장을 수여했다고 한다. 일본 정부의 훈장인 욱일장 6가지 중 3번째 서열이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아픈 상처에 비수를 들이대며 역사를 왜곡한 램지어 교수에 대해 온 국민이 공분하고 있다. 일본의 범죄 행위에 대한 역사교육 확대 목소리도 높다. 400여년 전 임진왜란 당시에도 왜군의 만행은 위안부 만행과 다르지 않았다. 왜군에게 젓가슴을 유린당했다며 자신의 젓가슴을 칼로 도려내고 자결한 조선 여성들의 기록이 임진왜란사에 담겨있다. 최근 도내 대학의 일부 역사학자를 중심으로 전북지역의 임진왜란사 정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전북에는 임진왜란의 결정적 전투인 웅치이치전투를 비롯해 많은 의병전투 현장이 있지만 일부 지역 전투를 제외하고 종합적인 연구와 자료 정리가 미비해 임진왜란 당시 전북지역 관군 및 의병 활동에 대한 체계적인 역사교육 기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정유재란 시기 연구는 공백 상태로 일부 의병은 진위 논란까지 빚어지고 있다고 한다. 전북과 달리 타 지역에서는 1990년대 이후 임진왜란 당시의 의병 연구 등이 활발하게 진행돼왔다. 경북에서는 경북의병사(1990년), 대구지역 임진란사(2017년), 경북지역 임진란사(2018년) 등이, 전남에서는 호남지방임진왜란사료집(1990년) 등이 발간돼 왔다. 전북에서도 체계적인 임진왜란사 정리 및 고증을 통해 일본의 침략을 막아낸 소중한 역사를 기억하고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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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인석
  • 2021.02.22 17:27

새만금 신공항, 허울뿐인 국제공항 안되게

우여곡절 끝에 2019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 받은 새만금 신공항 건설사업이 적정성 검토를 거쳐 기본계획 수립 용역이 진행중이다. 공항의 위치 및 면적 등 시설 규모와 총 사업비 등의 밑그림은 확정됐다. 2024년 착공해 2028년 완공한다는 계획 아래 내년부터 기본 및 실시설계가 시작된다. 공항 건설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면서 현재 드러난 공항의 규모나 시설 등이 국제공항 규모로는 터무니 없이 작아 자칫 허울뿐인 국제공항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활주로와 주차장 규모가 현재 이용하는 군산공항 보다 축소되는 방향으로 검토 되면서 숙원 해결을 기대하는 도민들로서는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새만금 신공항의 규모는 고작 2500m 길이의 활주로 1본과 항공기 4대의 계류시설등 최소화로 검토되고 있다. 활주로는 현 군산공항의 2745m나 무안 국제공항의 2800m 에도 미치지 못한다. 계류시설도 48대(일반 4 소형 44)의 무안공항에 비해 턱도 없이 작아 글로벌시대에 대비해야 할 공항의 인프라로서는 너무 빈약한 규모가 아닐 수 없다. 무안의 경우 이같은 규모에도 2023년 까지 활주로를 3160m로 연장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새만금 공항의 위상은 더욱 초라해질 수 밖에 없다. 새만금 신공항은 이처럼 짧은 활주로로 인해 운항이 가능한 기종(機種)은 C급(항속거리 최대 6850㎞, 좌석 수 124190명)만 이용 가능하도록 검토되고 있어 증가하는 항공수요를 충족하기에 역부족일 것으로 예상된다. 주차시설도 미흡하기는 마찬가지여서 새만금의 경우 주차면적은 276대로 무안 1871대, 청주공항의 4138대와 비교하기 조차 부끄러울 정도다. 최근 새만금 개발에 친환경 미래산업이 추가되면서 국제공항의 잠재력 극대화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실제 SK컨소시엄과 GS 등 대기업이 새만금에 주목하면서 공항 필요성과 가치가 커지고 있다.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최소 D급(항속거리 7500 9000㎞, 좌석 수 240292명) 이상 항공기가 운항할 수 있도록 확장 건설돼야 한다. 국토부는 추후 수요에 따라 확장 가능성을 검토한다고 하지만 그래서는 안된다. 명실상부한 국제공항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부터 규모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 전북도를 비롯 정치권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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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1.02.22 17:27

친일 잔재 학교 교가 교체작업 서둘러라

친일 작곡가나 작사가가 만든 교가가 여전히 학교 현장에서 불리고 있는 현실이 매우 개탄스럽다. 이태 전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음악 교사들로 구성된 전북중등음악연구회에서 친일 작가가 만든 전북지역 초중고교 교가를 찾아낸 결과, 모두 25개 학교에서 친일 교가를 사용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 시도별로는 세 번째로 많았다.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김성태와 이홍렬이 작곡한 교가를 사용 중인 학교가 각각 8곳으로 가장 많았고 김동진 6곳, 현제명 2곳, 김기수 1곳 등이다. 이들이 작곡한 교가 외에도 일제 군국주의식 음악이나 일본 엔카 풍의 교가도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전북도교육청에서 친일 교가 교체작업 지원에 나섰지만 3년째 터덕거리고 있다. 지난 2019년 교체 대상 학교 25곳 중 10개 학교만 교가를 바꾼 이후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처럼 친일 교가 교체가 더딘 이유는 동문 등 학교 구성원이 반대하는 곳이 많았다. 특히 학교 역사가 깊은 곳일수록 동창회의 반대가 거센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중고교가 같은 사학재단의 경우 동일 교가를 사용함에 따라 교체가 어려운 곳도 있었다. 여기에 지난해에는 친일 교가 교체 지원을 위한 전북도교육청 예산이 도의회 예산 심의과정에서 전액 삭감되면서 진행되지 못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우리의 다음 세대를 키우는 학교 현장에서 아직도 친일 잔재가 청산되지 못하는 현실은 부끄럽기 짝이 없다. 친일 교가 하나 바꾸지 못하고 어떻게 대한민국의 독립과 광복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희생하신 선열들을 대할 수 있을까. 민족정기를 바로잡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바로 세우는 일에는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나서야 한다. 특히 다음 세대들에게 올바른 민족의식과 역사관을 심어주는 학교 현장에서는 학교 구성원들이 먼저 앞장서야 한다. 친일 작곡가와 작사가가 만든 전북도민의 노래와 전주 시민의 노래는 이미 바꾸었다. 앞서 대학에서도 친일 작가가 제작한 교가를 바꾼 곳도 있다. 전라북도는 지난해 광복 75주년을 맞아 친일 잔재 청산을 위해 친일파와 친일 잔재물 전수조사 용역을 실시했고 후속작업에 들어간다. 학교 현장에서도 친일 부역자의 교가 교체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1.02.22 17:27

앞시암의 미학

이병초(시인, 웅지세무대 교수) 소통이라는 말이 갈수록 낯설다. 더불어 살자는 뜻으로 읽히는 소통 옆에 각자도생이라는 말이 따라붙기 때문일 것이다. 나라에 대흉년이 들었거나 전쟁 등으로 모두의 삶이 절박할 때 이를 극복하자는 데서 유래된 각자도생이 어째서 저만 잘 먹고 잘 살겠다는 신고립주의적 탐욕을 빗댄 말로 둔갑해버렸는지. 인간성 회복이 목적일 소통의 뜻을 곰곰이 짚어볼 때면 문득 앞시암이 떠오르곤 했다. 샘을 시암이라고 불렀던 전주시 팔복동 3가 유제리. 일명 버드랑죽이었던 동네 초입에 앞시암이 있었다. 너비는 세 발 가옷을 웃돌았고 깊이는 그보다 더 깊어 보였는데 머리엔 양철지붕을 했다. 두레박이 필요 없는 샘, 왕돌을 테처럼 둘렀던 샘가를 시멘트로 동그랗게 단장했는데 높이가 바닥에서 두어 뼘도 안 되었다. 바가지를 박적이라고도 했으므로, 박적으로 물을 막 퍼먹을 수 있으므로 앞시암을 박적시암이라고도 불렀다. 사람들은 샘 바닥에 염소 대갈통만 한 물구멍이 있어서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철철 넘쳐난다고 믿었다. 정말로 사시사철 물이 철철철 넘쳤다. 울안에 샘을 판 집들도 이 물을 자주 길어먹었고 무더위가 진을 치는 한여름 밤이면 청년들이 몰래 물을 끼얹었다. 아줌마들은 여기서 빨래도 했다. 바가지로 물을 막 퍼서 쓸 수 있고 때도 잘 빠졌으니 조선 천지에 이보다 더 좋은 공동빨래터는 없을 것이었다. 계절을 가리지 않고 밤이면 청년들 입담이 낮에는 빨래방망이질 소리가 그치지 않았으므로 앞시암은 동네의 눈이었고 귀였고 입이었다. 살쾡이에 간 빼먹힌 씨암탉을 찾아내어 생기다 만 알까지 정히 갈무리하던 곳. 논밭 일에 지친 어른들이 하루 일을 내려놓고 얼굴을 씻던 곳. 누구네 집에 초상이 나면 물지게가 부산했다. 고인을 모신 꽃상여가 노제를 끝내고 마지막 인사를 고했다. 정원 대보름이면 샘 주위를 돌며 풍장을 치던 곳. 물맛 좋기로 소문나서 택시기사들도 척척 알아들었고 우체부 아저씨가 자전거 받쳐 놓고 목을 축이던 곳. 앞시암은 사람을 차별하지 않았다. 어른이든 아이든 엿장수든 머슴이든 자신을 찾는 이에게 물을 주었고 사람들은 앞시암에서 정다웠다. 소통이란 말이 안 쓰였어도 서로를 아끼고 존중했다. 그러나 1985년, 포클레인을 앞세운 중장비들이 앞산을 파헤쳐버렸고 동네가 까뭉개지기 시작했다. 토지개발공사에 팔렸다던가, 전주시 제2공단에 싸잡혔다던가. 나눔과 베풂의 산실인 앞시암도 콘크리트에 묻혔다. 황방산 꼭대기에서 바라보니 유제리는 흔적도 없다. 누구네 집터인지 누구네 전답인지도 모르고 공장이 즐비할 뿐이다. 경제 성장이 뭔지 개발이 뭔지 나는 잘 모른다. 사람들이 살던 동네를 무덤 속같이 파헤친 뒤 거기에 공장을 들여놓은 행위가 자본과 문명의 몫인지 죄악인지를 따져볼 능력이 내게는 없다. 앞시암이 궁금하다. 그러나 오죽잖은 건물들을 눈알 빠지게 둘러봐도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앞시암은 있을 것이다. 땅속 제자리에서 맑은 물, 솟아나는 물, 온도가 일정한 물로 유제리 사람들의 기억을 철철철 넘치게 하리라. 이름도 빛깔도 없이 살아온 분들의 노고가 이 땅의 앞시암이었음을 깨쳐 주리라. 경제학을 이재학(理財學)으로 패대기친 각자도생을 거절함은 물론- 의(義)를 따르는 척하다가도 결국 제 잇속에 동료들을 이용해먹는, 자본가의 이윤창출에 소용될 가짜 소통의 친자식들을 앞시암은 철철철 지우고 있으리라. /이병초(시인, 웅지세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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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2.22 17:27

[최영호의 변호사처럼 생각하기] 지급명령에 대하여

의뢰인은 3년 전에 3000만원을 빌려주면 한 달 안에 갚겠다는 친구의 말을 믿고 빌려줬는데, 아직 그 돈을 받지 못하였다. 의뢰인은 3,000만원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왔다. 친구의 말을 믿고 돈을 빌려주었는데, 받으면 다행이지만, 못 받으면 어떻게 받아야 할지 막막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잘 타일러서 돈을 받아야겠지만, 연락조차 받지 않거나, 오히려 화를 내는 경우도 있다. 그 과정이 지나고 나서야 변호사를 찾아오기 마련이다. 내 돈을 받기 위해 법적 구제를 받는다는 건, 법원의 힘을 빌린다는 것이다. 법원의 힘을 빌린다는 것은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한 집행권원을 확보하는 것이고, 집행권원은 채무자의 재산을 채권자가 가져올 수 있는 것으로 채권을 압류하거나 부동산을 경매할 수 있는 힘을 의미한다. 즉, 의뢰인은 법원으로부터 집행권원을 확보해 돈을 빌려준 채무자로부터 돈을 돌려받아야 한다. 집행권원을 확보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인데 민사소송을 거치거나 독촉절차인 지급명령을 신청하는 방법이 있다. 개인적으로 채무자가 안 주는 사유로 채무자가 돈을 갚았다거나, 채무 금액에 다툼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소송을 하자고 하지만, 돈을 빌려주고, 돈을 안 갚았다는 것이 확실하다면 지급명령으로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지급명령은 서류만으로 진행되고, 비용도 더 적고, 훨씬 신속하다. 다만 채무자가 지급명령을 송달받은 후 2주 이내에 이의를 신청하면 통상의 민사소송 절차가 진행된다. 다만 채무자도 소송에서 뻔히 돈을 줘야 됨에도 이의신청 후 민사소송 절차로 가게 되면 비용이 더 들게 된다. 의뢰인의 우선 돈을 빌려줬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친구에게 돈을 빌려줄 때는 차용증을 쓰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계좌이체로 돈을 줬다면 돈을 빌려줬다는 사실이 비교적 간명하게 입증할 수 있을 것이다. 의뢰인의 경우 이체 내역 등을 첨부해 지급명령을 통해 빌린 돈을 받을 수 있는 절차를 밟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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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2.22 17:05

빠른 경제회복 위해 건설산업 활성화에 유기적 공조 필요

김태경 전문건설협회 전북도회장 최근 코로나19 위기로 사회경제적으로 극심한 혼란과 어려움이 야기된 가운데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경제활성화가 시급하다는 이야기가 도처에서 나오고 있다. 이에, 경제발전의 견인차이자 원동력인 건설산업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건설산업은 타 산업에 비해 사회경제적으로 파급효과가 매우 큰 산업이다. 건설산업이 활성화되면 즉각적으로 고용 및 수익창출이 이뤄지고 그로인한 소비증대 등 곧바로 긍정적인 경제효과로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며 나아가 국가경제에도 생기를 불어넣게 된다. 이를 인지한 지자체는 각종 지역건설 관련 조례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울산시는 2016년부터 하도급 전담TF팀을 구성해서 꾸준히 활동을 이어온 결과 지역건설업체 하도급 비율 향상을 통해 고용 창출을 이뤄냈고, 2019년 인천시는 지역 하도급 비율을 60%에서 70%로 상향하기도 했다. 우리 지역 또한 전라북도와 전주시에서 각각 하도급 전담부서를 운영하여, 도내 업체의 입찰참가 기회부여 및 하도급공사 참여 확대로 지역업체 수주율을 향상시켰으며 이로 인해 지난해 기성실적 총액이 전년대비 5.3% 증가하여 역대 최고인 2조 5천억원 달성을 이뤄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 2006년 부산시가 최초로 제정한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촉진 조례는 초기에는 실태조사 수준에 불과했으나, 현재에 와서는 건설산업 활성화계획, 건설공사의 분할발주, 지역건설사업자의 참여 확대, 지역 건설노동자생산자재 및 장비 등을 우선 사용토록 하는 등 지역경제에 고무적인 효과를 보이고 있다. 하도급업체 보호 조례는 2011년 광주시가 하도급 대금의 직접 지급을 주요 내용으로 최초로 제정했으며, 인천시는 하도급업체 보호를 위해 하도급계약의 적정성 심사,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 권장 등을 규정하고 있고, 나아가 건설산업 관련 협회 및 지역건설사업자와 협력해 각종 부조리 근절과 부실시공을 방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경기도는 한발 더 나아가 체불임금 방지 및 하도급업체 보호 조례를 제정해 노동임대계약서 작성, 대금지급확인시스템 및 전자카드제 적용, 노무비 지급 전용통장의 개설 등을 통해 임금을 보호하고 있고, 관계 법규의 준수 및 입찰 제한을 통해 하도급업체를 보호하고 있다. 전라북도와 전주시 또한하도급업체 보호에 관한 조례로 수급인하수급인이 수평적 관계에서 상생 발전할 수 있도록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여 하도급 업체를 보호하고 있고, 하도급 대금 직불제를 적극 권장하고 대금의 지급 확인 등 하도급 업체 보호에 힘쓰고 있으며,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촉진 조례를 통하여 지역노동자의 우선 고용 및 지역 자재와 장비 사용을 우선하고 있다. 특히, 전라북도는 지역건설업체의 하도급 비율을 60%이상으로 적극 권장하여 지역건설경기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빠르고 강한 경제회복을 위해서 지자체와 지역 건설산업이 책임감을 느끼고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정부는 지자체, 건설사업자, 전문가와 함께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지역건설산업은 앞장서며, 지자체는 조례로 뒷받침하는 것이다. 이런 유기적인 공조가 오늘의 경제를 회복하고 내일의 경제정책을 완성하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태경 전문건설협회 전북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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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2.22 17:05

'학폭투 논란'과 검찰·사법개혁

박지원 변호사 미투(Me, too)에 이어 학폭투(학교폭력, too)의 시대가 오는가 싶다. 트롯 경연대회 출연자가 학폭 가해자로 밝혀져 방송에서 하차하더니, 쌍둥이 스타 배구선수들은 무기한 출전정지로도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아 영구퇴출을 요구하는 국민청원까지 만들어졌다. 이외에도 최근 한 달 사이 폭력 관련 이슈가 많았다. 당 대표가 같은 당 국회의원을 추행하여 제명되기도 했고, 법무부장관 청문회에서는 후보자의 학창시절 패싸움이 도마 위에 올랐다. 볼썽사나운 사건들이지만 일련의 사태에서 분명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바로 우리 사회에서 사적 폭력에 대한 관용도가 점점 낮아진다는 점이다. 예전처럼 애들은 싸우면서 크는 것이라는 여론이 우세했다면 방송 하차라는 단호한 결정이 내려질 이유가 없다. 30여 년 전 쌍둥이 배구선수의 모친이 속했던 배구팀 선수들은 피멍든 허벅지가 신문에 실렸지만, 경위서 제출과 감독 교체로 사건은 유야무야되었다. 과거 민주화운동권 내부 성폭력은 대의와 조직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은폐되기 일쑤였다. 정치인이 자서전을 내면서 어린 시절 패싸움을 기록했다면 불우한 환경을 극복한 비행청소년의 아름다운 인간승리라거나 인간적인 면모 등 긍정적인 모습으로 독자에게 인식되기를 기대했으리라. 단기간에 이처럼 사적 폭력에 대한 사람들의 관용도가 낮아진 까닭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변화의 기저에서 우리 사회가 점차 평화와 안정, 그리고 법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에 주목하고 싶다. 그리고 이는 권력의 정당성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지는 현상과 동전의 앞뒷면 관계이므로 최근의 검찰사법개혁 요구와도 맞닿아있다. 폭력성은 인간에 내재되어 있다. 다만 문명사회는 필요에 따라 권력을 통해 폭력의 발현을 억압하기도 하고, 또는 이를 정당화시켜 권력과 결합하거나 조직화한다. 가령 군사독재 정권은 안보 위협을 이유로 자신의 폭력을 정당화했고, 마찬가지로 민주화운동은 독재 타도를 외쳤기에 화염병을 던져도 인정받았다. 그러나 아무리 정당한 폭력도 실제로 행사되면 구성원의 폭력 민감도를 낮추고 관용도를 높인다. 쉽게 말해 폭력은 전염된다. 가령 안보 위협을 이유로 군대 규율을 강화하면 가혹행위 등 부조리한 군기문화가 생기고, 공산국가에 맞서 스포츠로 국위 선양의 성과를 내려면 체육인은 맞으면서 운동을 하게 된다. 이처럼 실제 행사되는 폭력 앞에 가해자와 피해자, 목격자와 방관자 모두 폭력에 둔감해지며, 이는 다시 각자의 일상 속에서 주취폭력, 가정폭력이나 체벌처럼, 또는 이를 경험한 자녀의 학교폭력처럼 세대를 따라 전이되어 내려가면서 폭력에 관대한 사회가 만들어진다. 반대로 폭력을 수단으로 저항할 대상이 줄어 더 이상 폭력이 용인되지 않는 사회, 정당한 공적 권위가 사적 폭력을 제어하여 현실에서 폭력이 발현되지 않는 사회는 곧 법치주의가 뿌리내려 평화와 안정을 구가하는 사회다. 이 때 구성원들은 더 이상 사적 폭력을 관용할 필요 없이 이를 제어하는 공적 권력의 정당성만 신경 쓰면 족하다. 이번 학폭투 사태를 보면서 검찰과 법원에 대한 개혁 요구가 함께 떠오르는 이유다. 사적 폭력을 용인하지 않는 사회에서는 사람을 강제로 조사하고 잡아 가두는 공적 폭력을 행사하는 기관의 공정성이 한층 강하게 요구됨이 당연하다. 폭력이 만연하던 시절에는 법원, 검찰이 인권의 보루였을지 모르나, 이제는 그 폭력성에 시민들이 위협을 느낄 만큼 우리 사회가 진보한 것이다. /박지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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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2.21 17:29

사람 냄새 나는 세상

삽화=권휘원 화백 세상살기가 나아지기보다는 더 어려워졌다. 코로나19로 팬데믹을 가져온 탓만이 아니다. 사람 살아가는데 근본과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무너져 버렸기 때문이다. 생후 2주밖에 안 된 피붙이를 20대 철없는 부모가 죽여 놓은 막가는 세상이 되었다.30대가 자신의 얼굴을 쳐다봤다는 이유로 60대를 힐킥(무릎으로 가격)으로 무자비하게 폭행한 장면이 고스란히 화면에 나왔다. 예측하기도 쉽지 않은 무서운 세상이다. 하굣길에 고교생들이 시내버스 승강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면서 담배 피우는 모습을 목격해도 그 누구 하나 제지하지 않고 그냥 지나치기 일쑤다. 예전에는 나무라고 타일렀지만, 지금은 어른이랍시고 꾸짖고 주의를 줬다가는 개망신 당하기에 십상이다. 자식이나 손자뻘 같아서 하지 말라고 말했다가는 바로 당신이 뭐길래 우리한테 이런 식으로 말하느냐면서 눈을 부라리고 욕지거리를 하면서 달려들 것이다. 시내버스나 전철에서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했던 미풍양속은 기대할 게 못된다. 어린아이를 업었거나 무거운 짐을 들고 있어도 나하고는 상관 없는 일이라며 미동도 하지 않고 눈길도 안 준다. 테스형. 왜 세상이 이렇게 험악하게 돌아가나요. 세상이 편리해진 만큼 도덕과 윤리가 사라진 게 원인인 것 같다. 먹고 사는 직장도 다를 바 없다. 땡전 뉴스라는 말이 80년 5공 때 널리 회자된 것처럼 요즘에는 정각 8시나 9시에 출근하고 5시나 6시에땡하면 칼퇴근한다. 그 이후에는 휴대폰도 닿지 않아 연락하는 사람이 마치 정신 나간 웃기는 사람이 돼 버렸다.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니고 기계처럼 움직이는 살풍경만 펼쳐진다. 스마트폰이 편리함을 가져다줬지만, 그 반대로 개인주의와 물질주의만 만연시켰다. 세대 차라고 말하기보다는 20, 30대들은 마치 딴나라에서 온 사람 같다. 기성세대들과 말과 행동이 다르다. 식생활 패턴도 차이가 엄청나다. 부모가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한 예기도 귀담아 듣지 않고 괜한 잔소리로 여겨버린다. 밥상머리 교육이 멀어진 만큼 부모와 자식 간 정도 그만큼 멀어졌다. 부모를 학대하고 패륜을 저지른 끔찍한 범죄만 늘어난다. 캥거루족이 늘면서 온실 속의 화초마냥 젊은층의 자립 의지가 약해 부모들만 늙어서까지 뼛골 빠진다. 가정 학교 사회가 기계식으로 움직이다 보니까 인성교육이 안됐다. 운동선수들은 성적 지상주의에 매몰되다 보니까 설령 학교폭력을 저질렀어도 묻히고 파묻혔다. 그게 이제서야 SNS를 통해 까발려 지면서 난리법석을 떨고 있다. 지금부터는 잘못한 일은 무작정 남 탓으로만 책임을 돌릴 게 아니라 천주교 신자들처럼내 탓이요라고 했으면 한다. 법학자 옐리네크가법은 도덕의 최소한 이라고 말한 것처럼 도덕적 가치를 존중하며 살아야 한다. 법의 공정성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로 위기를 맞았지만 그래도 법이 사회적 안정을 지킨다. 코로나로 고통 받으며 불확실한 세상 속에 살아도 새해에는 사람 냄새 풍기는 세상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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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1.02.21 17:29

군산 풍림파마텍 백신 주사기 생산 성공 쾌거

군산 자유무역지역내에 본사를 둔 의료기기 제조 중소기업 ㈜풍림파마텍이 국내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 시작되면서 백신 공급이 충분하지 못한 상황에서 최소 잔여형 주사기, LDS, Low Dead Space) 생산에 성공하면서 미국 식품의약국 (FDA) 승인까지 받는 쾌거를 이룩했기 때문이다. 풍림파마텍이 만든 LDS 백신 주사기는 약물을 투여할 때 주사기에 남아 버려지는 잔량이 84 마이크로리터(㎕)이상 남는 일반 주사기와 달리 4㎕ 정도만 남는게 특징이다. 일반 주사기로 백신 1병을 5차례 투여할 수 있는데 비해 풍림파마텍의 주사기는 6차례 투여할 수 있게 만들었다. 백신을 20% 추가 증산하는 효과가 있는 셈이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K―방역의 국제적 위상을 다시 한번 드높인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지난 주 문재인 대통령도 군산의 이 업체를 방문, 진단 키트에 이어 K― 방역의 우수성을 또 한번 보여준 쾌거라고 생산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정부의 전 방위적인 상생협력이 우수한 제품의 개발과 양산을 이끌었다며 민관 협력의 상생모델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일본이 최근 이 주사기를 확보하지 못해 공급 계약된 화이자 백신 1200만병 분을 폐기한데서 풍림파마텍의 주사기 생산 성공 의미가 더욱 두드러진다. 풍림파마텍이 이처럼 혁신적인 성과를 거두기 까지는 정부가 스마트 공장 도입을 통해 행재정적 지원을 해준데 이어, 삼성전자가 금형기술 제공 등 개발 초기부터 FDA 승인까지 전 방위적으로 뒷받침을 해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국익을 위한 대승적 차원의 대기업 책임의식이 돋보인다. 풍림파마텍은 3월 부터는 한달에 3000만개의 LDS 주사기를 양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 현재 전 세계 20여개 국가에서 2억6000만개 이상의 공급 요청을 받고 있다. 품질 우수성을 전 세계가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산업구조가 열악한 전북으로서는 풍림파마텍과 같은 경쟁력을 갖춘 강소기업의 육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번 사례가 웅변해 준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그리고 정부간 협력이 상생의 뉴모델로 자리잡도록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전북도를 비롯 정치권 등이 더욱 관심을 갖고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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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1.02.21 17:29

해빙기 안전사고 철저히 대비해야

해빙기가 다가오면서 안전사고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해빙기엔 일교차가 커 땅 속의 물이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면서 지반이 약해진다. 절개지나 급경사지, 건설현장의 안전사고가 해빙기에 많이 발생하는 이유다. 해빙기 안전사고는 연례행사처럼 발생하기 때문에 시설물 점검을 통해 예방에 만전을 기하는 게 최선책이다. 특히 위험성이 높은 급경사지가 도내 1254곳에 이르는 것으로 전북도는 파악했다. 지역별로는 장수가 188곳으로 가장 많고, 순창 168, 임실 166, 남원 92, 군산과 익산 각각 87, 정읍 79, 무주 71, 진안 68, 전주 63, 부안 53, 고창 46곳 등이다. 이들 급경사지에 대한 재해위험도를 평가한 결과 재해 위험성이 있는 CDE등급이 절반 가까운 563곳이다. 그 중 148곳이 붕괴위험지역으로 지정됐다. 그럼에도 붕괴위험 지역에 대한 정비작업은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 같다. 전북도는 올 붕괴위험지역 18곳만 정비할 계획이란다. 내년 52곳에 대한 정비계획을 갖고 있으나 예산 뒷받침이 되지 않을 경우 계획에 그칠 것이다. 급경사 위험지역은 정비 없이는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에서 두고 볼 일이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붕괴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점에서 적기 정비가 필요하다. 자치단체가 파악한 급경사지도 문제지만, 건설현장도 해빙기에 안전사고 위험이 높다. 주변 지반이 약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 겨울철 공사를 못해 공기를 단축시키려고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지난겨울 눈이 많이 내려 염화칼슘 살포 등으로 도로에 생긴 포트 홀에 따른 사고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해빙기 안전사고는 낙석으로 인한 인명피해와 함께 건물붕괴 등의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당장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안심할 문제가 아니다. 붕괴위험지역에 대해 사전 정비가 최선이겠으나 주변의 위험시설에 대한 개인의 관심과 주의도 필요하다. 집 주변의 절개지나 경사지에서 흙이나 돌이 흘러내릴 위험은 없는지, 공사장 주변의 도로나 건축물 등에 균열이 생기거나 땅이 꺼지는 등의 이상 징후가 없는지 살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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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1.02.21 17:29

여객선 안전은 어떻게 지켜지나

홍성준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코로나 대유행으로 연말연시와 설 연휴에도 가족 모임마저 취소되고 외부 활동마저 제한되면서 언제나 이런 암울한 상황이 끝날 수 있을지 막연하지만 코로나가 종식된다면 국민들 모두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마음껏 해외로 떠나긴 어렵지만, 여객선을 타고 섬에라도 가고 싶은 여행자의 망설임을 털어내기 위해 여객선 안전관리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선박의 안전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감항성이다. 감항성은 선박이 통상의 위험을 견디고 안전한 항해를 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된다. 이러한 감항성이 중요한 이유는 선박은 해상에서 침몰, 충돌과 같은 해상고유의 위험에 직면한다는 것과 육상과 달리 항해 중에는 외부와 고립되어 구조 등 사후 조치에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선박의 안전관리는 감항성 유지에 중점을 두고 이행되는데 선박 건조단계에서 설계도면 승인, 건조검사를 거쳐 선박검사증서 교부 및 이후 매년 중간검사를 통해 검사효력이 유지되는 선박검사 제도를 통해 선체감항성이 확보되도록 하고 있다. 화물을 안전하게 적재하고 고박(단단히 묶음)하여 항해중 화물의 특성에 맞게 적절한 방법으로 관리함으로서 화물의 감항성을 확보할 수 있는데, 여객이 운송을 요청하는 모든 화물을 선박에 적재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적재대상화물 및 적재방법을 선박검사대행기관으로부터 미리 승인받은 화물에 한정해서 적재할 수 있다. 해양안전심판원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안에서 발생하는 해양사고의 원인 중 80% 이상이 인적과실에 의한 사고이다. 인적감항성이 상기 두 요소보다 더욱 강조되는 이유이다. 인적감항성은 선원의 자격 및 훈련, 선박 운항체계 및 안전감독으로 나뉜다. 선원은 관련 해기사면허를 소지하고, 선박의 종류에 따른 훈련을 이수한 후 건강검진을 받아야 승선이 가능하며, 최소승무정원에 맞게 배치되어야 비로소 인적감항성의 최소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 선장의 부적절한 대응으로 인해 많은 인명사상으로 이어진 세월호 사고와 같은 대규모 해양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 여객선 선장은 취항항로의 표지, 조류, 비상상황 대응능력 등에 대한 숙지여부를 심사받는 적성심사를 통과해야만 한다. 선박의 운항체계는 선사의 운항관리규정을 중심으로 선사, 운항관리센터 및 정부의 역할이 구분된다. 선박의 안전관리책임자는 선원의 배치, 선박의 정비, 기상 악화 시 선박의 운항 여부 등을 결정하고 운항관리자는 여객선의 입출항 관리 및 안전점검을 수행하며, 선박이 운항관리규정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지 매일 점검하고, 선박이 항해하는 전 구간을 모니터링하여 선박의 안전을 확인하고 있다. 해사안전감독관은 여객선사 및 여객선이 정부가 승인한 운항관리규정에 따라 여객선을 안전하게 운영 및 운항되는지 여부를 지도감독하고, 여객선 출항시마다 운항관리자가 관련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운항관리업무를 수행하는지 여부를 지도감독하여 이중으로 여객선의 안전을 확인하고 있다. 기나긴 겨울 한파가 물러가고, 코로나 감염병이 조속히 극복되어 저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자유로운 여행을 떠나 지친 심신을 달래고, 여객선에 몸을 싣고 바다 넘어 봄 꽃 가득한 섬에서 마음껏 힐링 할 수 있는 날이 봄날의 햇살보다 더 빨리 다가오길 희망해 본다. /홍성준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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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2.21 17:29

수입차 물동량을 잡아라!

안봉호 선임기자 PDI(Pre-Delivery Inspection)란 차량 인도전 검사다. 수입차를 배에서 내려 전시장 혹은 고객에 인도하기 전까지 검사및 관리를 의미한다. 즉 검사뿐아니라 하역 통관 보관 수리 세차 출고 운송이 포함된 물류서비스를 두루 아우른다. 이런 업무를 하는 곳이 PDI센터다. PDI센터는 북유럽 등으로부터 국내 항구까지 오랜 운송 기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수입차의 흠결을 검사를 통해 찾아 해결하고 국내 운행에 적합하도록 정비하는 역할을 한다. PDI 센터의 작업은 세차 검차 정비 교환 광택 등의 과정을 거친다. 최종 점검을 마치고 PDI센터를 나서면서 수입차는 화물에서 상품으로 거듭난다. 그래서 수입차는 PDI에서 완성된다는 말이 있다. 외제차의 대부분이 수입되는 평택항에서는 BENZ, BMW, AUDI 등 차종별로 수입대행사들이 PDI센터를 항구밖에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현재 수입차는 증가추세에 있다. 지난해만해도 2019년보다 13.5%가 많은 27만4000여대에 이르고 있다. 수입대행사들은 수요에 대비, 물량확보차원에서 대량으로 수입하고 있다. 때문에 PDI센터및 야적장이 부족, 보조센터를 물색하거나 비싼 부지를 별도로 임대해 수입차를 장기간 장치해 놓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항구밖에서 PDI센터를 설치 운영하다보니 하역하역 검사부두 통관항구 반출캐리어 하차 검사PDI입고 검사PDI 작업및 출고대기 출고 등 고객에게 인도될 때까지 복잡한 순서가 이어진다. 또한 PDI가 끝나더라도 거리상 전국에 있는 고객까지 당일 인도되지 않기도 한다. 이런 상황속에서 수입차 물동량을 확보, 군산항 활성화 방안의 하나로 항내 PDI센터 구축 운영이 힘을 얻고 있다. 이 방안이 실현되면 항구 반출과 캐리어 하차 검사가 생략,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군산항이 서해안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어 PDI후 전국에 산재한 고객에게 당일 인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군산항은 수입차의 PDI센터가 입지하기에 최적의 항만이다. 이 센터가 운영될 경우 수입차 물량을 유치하고 환적차량 물동량을 유인할 수 있어 침체된 군산항의 경기에 활기를 불어 넣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간 6만대를 PDI센터에서 처리하면 관련 일자리 창출은 물론 하역사 대리점,검수 등 유관업체와 항만근로자의 소득 증대가 기대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군산항내 PDI센터 구축 운영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얼마 전만 해도 군산항은 자동차수출로 활기를 띠었다. 2007년에는 수출물량이 32만대를 넘어섰다. 2010년에는 연 409척의 자동차 운반선이 군산항을 드나들었다. 그러나 국내외 여건악화로 지난해 자동차 수출은 2007년의 15.6%인 4만8349대에 불과했고, 입출항한 자동차 선박은 2010년의 18.3%인 75척에 그쳤다. 현재 군산항의 경기는 곤두박질해 있는 상태다. 이런 상태를 지켜만 볼 것인가. 전북도와 해수청, 군산시 등 유관기관이 나서 전국에서 최초로 항만내 PDI센터가 구축돼 운영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는 게 어떨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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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봉호
  • 2021.02.21 17:29

전라감영과 ‘포크의 일기’

전주는 조선시대, 지방행정의 최고 책임자인 관찰사가 거처하는 감영이 있던 도시다. 당시 각 도마다 감영이 설치됐지만 상황과 환경에 따라 다른 도시로 이전하기도 해 전주처럼 지속적으로 감영이 존재했던 도시는 몇 되지 않는다. 지난해 지금의 호남과 제주를 아우르는 전라도 전역을 통치했던 전라감영이 복원되면서 전주의 역사성이 주목 받고 있다. 천년 시간을 거슬러 찾아온 역사 건축물의 위용과 장소의 역사성이 갖는 의미와 가치 덕분일터다. 사실 복원된 전라감영은 외형적으로도 완전복원이 아니다. 아직은 전라감영의 동편 부지에 있던 선화당을 비롯한 4개 건물과 부속건축물이 전부인데 그 일부를 복원하는데도 어려움이 컸다. 관련 자료가 미흡해 고증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복원에는 여러 사료가 동원됐다. 그중 가장 늦게 등장한 자료가 있다. 관찰사의 집무공간인 선화당 내부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두 점의 사진, 관찰사와 육방 권속이 함께 찍은 기념사진과 네 명의 기생이 춤을 추는 사진이다. 누가 언제 찍은 것인지 출처가 불분명한 이 사진의 주인이 밝혀진 것은 건물 복원이 거의 마무리되어가던 즈음이다. 조지 클레이튼 포크. 1884년 5월, 조선 주재 미국 공사관 해군 무관으로 부임한 외교관이다. 그는 정보수집을 위해 조선의 각 지역을 직접 답사하며 조사하고 기록을 남겼다. 이 사진 말고도 더 많은 사진과 보고 느낀 일기 형식의 기록이 남아 있다는 사실, 그리고 2007년 그의 조사 일기가 책으로도 간행되었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선교사의 아들로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한국역사에 관심이 깊었던 사무엘 홀리 교수가 펴낸 <조지 클레이튼 포크의 1884년 조선 여행 일기>다. 당연히 관련 사료에 목말라 있던 연구자들에게 <포크의 일기>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그중에서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인 연구자가 있다. 관련 자료를 추적해 포크의 기록이 미국 위스콘신 밀위키 대학에 소장된 과정을 알아낸 우석대 조법종 교수다. 공개된 포크의 사진을 면밀히 관찰해 당시의 사진기법(유리원판)까지 재현해낸 그가 최근 사무엘 교수의 책을 번역해 출간했다. 1884년 11월 1일 서울을 떠나 12월 14일 미국공사관에 복귀하기까지를 기록한 일기다. 11월 10일부터 12일까지의 기록은 전주에 머물며 전라감사와 나눈 대화와 자신이 살핀(?) 전라감영의 풍경과 인상이다. 섬세한 관찰 기록으로 만나는 전라감영은 더 흥미롭다. 기록이 주는 힘일 터. 번역자의 노고에 새삼 감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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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1.02.18 17:18

입당과 탈당 반복, 동원·대납 당원 선거 언제까지 할 것인가

김영기 참여자치연대 부패방지시민센터 대표 벌써부터 민주당 텃밭인 전북은 대통령 선거.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당원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동원. 유령. 대납 당원의 악몽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모 단체장 부인은 보자기로 싼 당원가입서를 한 아름 들고 와서 도당에 풀어놓았다는 소리도 들린다. 민주당 공천이 당선인 전북은 민주당 공천을 받기 위한 경선 후보 자격이 지역 일군으로서 능력, 도덕성, 적합성 등은 실종되고 동원한 당원 수에 비례하게 되었다. 당원을 많이 모집한 후보가 권리당원 투표에서의 우세와 더불어 이중 응답 등을 토대로 여론에서도 앞설 수 있다는 것이 거의 정설로 굳어져 모든 입지자들은 출마 결심과 동시에 당원 모집에 나설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특히 올해는 대선과 당대표, 지방선거가 맞물려 일찍부터 당원 모집이 가열되고 포럼 등 대선 후보자의 지역본부를 자처하는 다양한 모임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역 국회의원과 지방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후보들을 중심으로 이낙연과 이재명 캠프에 일찍이 줄을 대고 지역에서 활동력을 높여 가고 있고 지역 출신인 정세균 총리 진영도 서서히 캠프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민주당은 당헌. 당규에 따라 권리당원 모집이 월 1000원,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경선 시점을 기준으로 볼 때 올해 후보를 선출하는 대선 후보와 내년 4월이 예상되는 지선 후보들이 결합되어 앞 다투어 당원 모집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권리 당원 모집을 하려면 암암리에 불법과 탈법 선거에 발을 들여놓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지역에서 잔뼈가 굵은 후보라 할지라도 중간 모집책을 두고 당원을 모집해야 하기 때문에 거의 1년 이상을 활동하는 이들에게 유무형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또한 모집책들이 당원을 모집하는 과정에서도 경비가 들고 모든 이가 스스로 당비를 낸다고 볼 수 없기에 대납 당원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전국적으로 능력이 검증된 인사라 할지라도 출마하려면 거의 선거 1년 이상 전부터 해야 하는 당원 모집에 대한 엄두가 나지 않고 시작부터 불법과 탈법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쉬이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된다. 여기에서 기존 기득권으로 유경험자들인 그들만의 리그가 형성된다. 후보자는 교도소 담장 위에서 서커스를 하는 것처럼 아슬아슬한 상황에 처해 아차 하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철퇴를 맞거나 요행히 운이 좋아 벗어나도 경선 과정에 도움을 준 유력 인사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대가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 선거브로커들에게 둘러싸여 그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밖에 없게 된다. 정치 경험이 거의 없는 신인은 당원 모집의 벽에 막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조급한 마음에 브로커에게 큰돈을 지불하고도 당원을 제대로 모집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반대로 약속된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 갈등을 유발하여 이후 자폭단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는 등 출발부터 불법과 탈법 선거의 진흙탕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되고 당선되더라도 이들 이익을 대변하게 되어 선명성을 잃게 되는 것이다. 오랜 지방자치 선거와 더불어 광역에서 기초에 이르기까지 수직 계열화되고 선거 때만 되면 메뚜기처럼 활동하는 이들은 이미 각종 기관이나 이익단체를 장악하고 공동의 이익이라는 강력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이해와 이익을 추구하는 카르텔을 형성했다. 이러한 왜곡된 구조의 타파 없이 누가 선출된들 그 밥의 그 나물이며 그들을 떠받치며 단물을 빨아먹는 구조는 바뀌지 않게 되는 것이다. 선거를 투표가 아니라 자격이 있는 성인 중에서 추첨으로 뽑아도 지금보다는 나은 다양한 전북 정치와 전북의 모습을 그릴 수 있을 것이라는 상상이 신념이 되고 있는 요즈음이다. /김영기 참여자치연대 부패방지시민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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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1.02.18 17:18

너는 나처럼 살지 말아라

옛날 사진들은 크기가 아주 작아서 확대경을 가지고 밝은 곳에서 비춰 보아야 겨우 분별할 수가 있다. 나의 유년 시절의 사진을 보면 운동회 날에 어머니가 달리기를 하는 사진이 있는데 한복에 다가 고무신을 신고 맨 뒤에서 뒤뚱뒤뚱 달리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고 왠지 목이 메게도 한다. 어렸을 적 이야기라서 기억마저 희미하지만, 어머니는 한복을 만들어 딸들에게 입히셨는지 묵은 사진첩에는 온통 한복을 입고 있는 모습뿐이었다. 내가 어머니와 떨어져 서울에서 학교 다닐 무렵 어머니는 한 달이면 어김없이 상경하시어 내가 지내는 모습도 보시고 이곳저곳을 함께 다니곤 했는데 어머니가 가장 좋아했던 곳은 동대문 시장이었다. 장날처럼 사람이 많아 구경거리도 좋다는 이유였다. 나는 어머니가 서울에 계시는 동안은 강의가 끝나면 고장 집으로 달려와야 했다. 어머니는 서울에 오시면 빠르면 사나흘, 때로는 일주일은 족히 계시다 가시곤 했다. 그 기간에 외출은 생각지도 못하고 어머니와 함께 보내야 했는데 나는 이유 없이 짜증을 부리기도 하고 집으로 내려가시길 은근히 기다리곤 하였다. 그런 딸 마음도 모른 채 어머니는 미도파백화점에 구경을 가서 분홍색이 잘 어울린다며 예쁜 옷을 사주시는 것이었다. 그리고 옷을 입은 딸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시곤 했다. 오랜 세월이 흘러 생각해보니 왜 나는 어머니의 옷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까, 하는 회한이 밀려온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부끄럽고 가슴이 터질 듯 아프기만 하다. 다음 날, 어머니와 창경원에 벚꽃 구경을 갔는데 일요일이라서 사람들이 붐볐고 날씨마저 몹시 무더웠다. 어머니는 갈증이 나셨는지 사이다 두 병을 사오라고 하셨다. 그 시절 나는 친구들과 생맥주를 자주 마셨던 터라 사이다 두 병 값이면 맥주 한 병 값하고 같으니 맥주를 마시자고 했다. 그러자 한심한 듯 나를 쳐다보시던 어머니의 그 슬픈 눈빛을 잊지 않고 있다. 어머니가 내려가시는 날이면 어머니는 고쟁이에서 꺼낸 돈을 쥐어주시며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사 먹으라는 당부도 하신다. 섭섭한 생각은 잠시뿐, 나는 새장 속에서 튕겨 나온 새처럼 훨휠 날개를 폈다. 이런 철없는 생활은 내가 서울에 머무는 동안 계속 되었는데 어머니는 내가 주는 눈치도 모르고 그저 보따리 속에 자식 먹일 것만 챙겨 오시곤 하셨다. 어머니는 늘 그러셨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속담처럼 집안에 크고 작은 일들이 언짢게 일어나면 언제나 자기 탓이라고 가슴을 쓸어안고 사셨던 우리 어머니. 내가 어머니가 되고 딸을 출가시키고 난 지금에서야 어머니의 가슴이 보이는 너무도 철이 더디 든 딸이 되어버렸다. 한때는 어머니처럼 살지 않으려고 멋도 부려 보았지만 나 또한 어머니를 닮 서인지 맵시도 나지 않아 아예 편하게 지내편이 익숙하다. 외출이라도 하는 날이면 멋 좀 부리라며 핀잔이던 남편도 이젠 포기했는지 무덤덤하다. 새삼스레 어머니가 더욱더 보고 싶고 그리워진다. 어머니가 살아 계셨으면 이런 내 모습을 보고 뭐라고 말씀하셨을까? 너는 나처럼 살지 말고 멋도 부리고 예쁘게 하고 다녀라. 라고 내 손을 잡으며 말씀하셨을 것이다. 내가 우리 딸들에게 하는 이야기처럼. △ 박지연은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 월간잡지 기자, 교사로 퇴직하여 우석대평생교육원에서 문예창작강의를 했다. 전북여류문학회장 역임. 풍남문학상, 전라시조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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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1.02.18 17:18

농민 공익수당 법제화해 정부가 지원해야

농민 공익수당 지급에 나서고 있는 전국 광역자치단체 마다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재난지원금과 방역비용 등 돈 쓸 곳이 많아졌는데 농민수당마저 온전히 자치단체 재정으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농민들은 가구당 지원이 아닌 농민 개인별 지원과 수당 인상을 요구하고 있어 자치단체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농민수당은 농업의 공익적 기능 보전과 증진을 통해 지속 가능한 농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취지에서 도입되고 있다. 농민은 농업을 통해 식량생산, 환경보전, 홍수조절 등 공익적 역할을 수행하고 도시민은 안전하고 안정적인 먹거리와 쾌적한 자연환경을 제공받는다는 점에서 농업을 통해 농민과 도시민이 상생한다고 할 수 있다. 농민수당은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쇠퇴하고 있는 농촌을 어느 정도 지탱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자치단체의 재정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다. 현재 농민수당은 경기도를 제외한 전국 9개 광역도(道)가 도입했다. 전북과 충남, 전남은 지난해부터 농민수당 지급을 시작했고, 나머지 도는 올해와 내년에 지급을 시작할 예정이다. 전북과 전남은 농가당 월 5만씩 연간 60만원, 충남은 가구당 연간 8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전북도의 경우 농민수당 지급에 매년 도비와 시군비 등 700억원 가량이 투입되는데, 농민단체는 농가당 지급이 아니라 농어민 개개인별로 월 10만원씩 연간 120만원을 지원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농민단체 측 요구대로 농민수당을 확대할 경우 지원금 규모가 급증해 자치단체의 자체 예산만으로는 지원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33개 농민시민단체가 참여해 지난해 2월 출범한 농민기본소득전국운동본부는 농민기본소득의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고 국회에는 현재 농민수당과 관련한 5건의 법률안이 발의돼 있다. 대부분 농민수당으로 월 10만원 이상을 지원하되, 중앙 정부가 비용의 일부(40~90%)를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정치권과 정부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하는 만큼 자치단체의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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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1.02.18 17:18

쓰레기 분리수거의 날에 생각한 것들

장석주 시인 화요일은 쓰레기 분리수거하는 날이다. 재활용할 종이, 박스, 비닐, 유리병, 플라스틱, 스티로폼 등을 분리해서 내놓는다. 여러 가구에서 나온 생활 쓰레기가 작은 동산을 이룬 것을 볼 때마다 가느다란 죄책감을 느낀다. 우리가 이용하던 신선식품 배송 업체는 식품을 제각기 다른 박스에 담아 배송한다. 박스를 줄여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을 했으나 시정되지 않아 배송업체를 바꾸었다. 새 배송업체는 주문 식품을 한 재활용 비닐박스에 넣어 배송하고 다음 배송 때 수거해간다. 따로 버릴 박스가 없으니 그만큼 분리수거의 필요를 덜어주는 것이다. 지구 인구가 늘면서 쓰레기의 배출량도 늘어난다. 자연을 가공하는 문명화 과정에서 쓰레기 발생은 피할 수 없다. 인간의 손에서 설계와 제작을 거쳐 나온 물건은 본디 쓰임을 다하고 폐기될 때 쓰레기로 돌아간다. 쓰레기란 인간의 관점에서 효용 가치가 다한 자연이다. 인간이 생산과 창조 활동을 하는 곳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생산의 이면에 가려진 비밀이고, 그 처리는 인간이 풀어야 할 영구적 난제 중 하나다. 산업 쓰레기와 생활 쓰레기가 지구의 생태학적 균형을 깨트린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다. 쓰레기가 꼭 나쁘기만 한 것일까? 누군가에겐 쓰레기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중요한 자원이다. 쓰레기는 그 용도를 미처 찾지 못한 물건일지도 모른다. 쓰레기는 매혹과 혐오라는 양면성을 다 갖고 있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쓰레기가 되는 삶들에서 쓰레기는 모든 창조의 산파인 동시에 지극히 가공할 만한 장애물이다.라고 말한다. 지구 인구가 10억 명이 되는데 20만년이 필요했지만, 70억 명이 되는데 불과 200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지구에 생육하고 번성한 인류는 자연생태계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서 과부하로 인한 여러 부작용을 낳는다. 지구 자원을 제 마음대로 퍼 쓰는 인류의 번성은 지구 생태계에는 미증유의 재앙일 테다. 인류는 육류와 동물성 제품을 얻으려고 680억 마리의 가축을 사육한다. 가축 사육에 어마어마한 곡물을 쓰고, 울창한 숲을 목초지로 바꾸며, 인간이 쓰는 담수 3분의 1을 쏟아 붓는다. 축산업이 전 지구적으로 온실가스의 18퍼센트를 발생시킨다. 이산화탄소, 메탄, 이산화질소로 이루어진 온실가스는 기후재난의 주요 원인이다. 지구는 지난 세기보다 더 자주 기상 이변을 겪는다. 초강력 태풍이 오고, 해수면은 상승하며, 잦은 가뭄과 물 부족 사태가 빚어지고, 대기와 해양은 각종 쓰레기로 뒤덮여 간다. 사하라 사막에 난데없는 폭설이 내리고, 페루 바닷가는 죽은 정어리 떼로 뒤덮이며, 히말라야 산맥의 빙하가 강으로 떨어져 나와 홍수를 일으켜 인근의 수력발전소 댐을 붕괴시키고 마을을 휩쓰는 것도 기후변화의 영향이다. 기후재난은 지구 생태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지고 있다는 전조 증상이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우리가 날씨다에서 기후변화는 재깍거리는 시한폭탄이다.라고 경고한다. 우리 안에 퍼진 무관심 편향이 기후재난이라는 시한폭탄이 재깍거리는 시작점이다. 오늘 태어난 아기에게 지구라는 초록별에 온 걸 축하한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지금 인류는 미래 세대에게 생태적 빚을 지고 있다. 우리가 누리는 맑은 물과 울창한 숲, 깨끗한 대지와 공기 들은 미래 세대가 누릴 것을 빌려 쓰는 셈이다. 쓰레기는 소각되거나 땅에 묻혀 썩는다. 하지만 잉여의 쓰레기는 늘 골칫덩이다. 바다로 흘러든 플라스틱 쓰레기는 대양에서 섬을 이루고 떠돈다. 전 세계가 한 목소리로 탄소발자국을 줄이자고 한다. 그것을 줄이는 확실한 방법은 인류가 지구에서 사라지는 것이지만 그럴 수는 없다. 인간 사회는 상호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일종의 초유기체, 즉 하나의 덩어리다. 한 사람의 문제는 모두의 문제이고, 모두의 문제는 결국 한 사람의 문제다. 인류가 현재 수준의 쓰레기를 지속적으로 배출한다면 지구는 곧 쓰레기로 뒤덮일 테다. 이 문제의 해결책은 우리에게 달렸다. 우리 각자가 생태적 각성과 더불어 쓰레기를 덜 배출하는 윤리적 실천에 나서야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장석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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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2.1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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