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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장 직을 마치며

▲ 한완수 전북도의회 부의장 2년 동안의 부의장 임기를 마치고 다시 평의원으로 돌아가게 됐다. 돌이켜보면 진실로 감사하고 영광스러운 경험이었다. 겸양의 미덕을 과시하려는 게 아니다. 지면을 빌어서 지켜봐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우문(愚問)인줄 알면서 자문해봤다. 부의장직을 수행하는 데 있어 많은 분의 믿음에 보답했는가. 우문에 현답(賢答)이라고 했는데 마땅한 답을 찾지 못했다. 자리의 무게를 느끼면서 주어진 소명에 충실했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는 도리밖에 없다. 그래도 후회가 없다면 거짓일 것이다. 의장단의 일원으로서 안정적인 가교역할을 하고, 도의회 운영이 마치 펄펄 뛰는 활어처럼 역동적인 모습으로 일관할 수 있도록 좀 더 힘써야 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2년이다. 부의장이 아니더라도 평의원으로서도 해야 할 일은 차고 넘친다. 일차적으로는 도의회에서 내가 대표하는 임실군민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일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이제는 부의장 임기도 끝났으니 주민들과의 밀착 소통에도 더 큰 탄력이 붙을 것 같다. 도의회 차원의 쇄신과 분발에도 힘을 보태고 싶다. 지금 지방의회는 제도적인 도약을 코앞에 두고 있다. 지방의회 위상을 강화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입법예고 중에 있고 큰 변수가 없는 한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개정안에는 지방의회의 책임성 강화방안과 함께 도의회 의장의 사무처 직원 임면권과 정책지원 인력운영을 명문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권한을 부여하는 동시에 책임성도 높여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반영된 개정안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아직 확정단계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개정안 시행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의정활동을 하면서 집행부와 지방의회의 비대칭적인 권한 구조를 실감한 적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별 의원의 책임성이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방의회의 위상과 권한을 높이기 위한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차원의 조치 없이 개별 의원들의 분발만을 요구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잘못된 설계도는 그대로 둔 채 건축자재만 좋은 제품으로 채운다고 해서 우수한 건축물이 나오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후반기 도의회를 이끌어갈 신임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앞서 말한 구조적 또는 제도적인 문제는 핑계거리가 될 수 없다. 그만큼 도의회를 평가하는 기준은 높아질 것이고 요구되는 책임성과 윤리의식도 한 층 강화될 것이다. 새롭게 태어나려는 도의회 차원의 준비된 자세가 필요한 때이다. 나 역시 비록 평의원이지만 신임 의장단을 맡아주신 동료 의원님들을 중심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도의회가 될 수 있도록 손을 보탤 것이다. 다른 동료 의원님들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응원도 좋고 채찍질도 좋으니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린다. /한완수 전북도의회 부의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0.06.24 16:53

'찬밥 신세' 향토기업 위기 파격적 지원책 내놓길

토종기업, 향토기업은 지역에 연고를 갖고 오랜 시간 투자 또는 자체 기술로 승부 하면서 지역경제에 이바지하는 기업을 이르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기업 여건 상 본사를 서울에 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기업들은 지역의 관심과 지원을 받는 정서가 강하다. 그런데 전북의 향토기업들이 사라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쌍방울그룹이다. 1954년 익산에서 의류사업을 시작해 전북을 대표하는 향토기업으로 성장했지만 리조트사업과 전북 연고의 프로야구단 운영, 1997년 무주전주 동계 유니버시아드 후원 등 무리한 투자로 자금난이 초래됐고 결국 IMF 위기가 닥치면서 무너지고 말았다. 최근에는 자본을 앞세운 외지 대형업체들의 공략이 노골화되면서 지역에 기반을 둔 토목 주택건설업체들도 위기에 처해 있다. 기술력이 뛰어난 장수기업들도 맥을 못추고 있다. 전북도와 상공업계는 향토기업의 현황조차 파악치 못하고 있다.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향토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야는 뻔하다. 자급조달과 인력수급, 판로개척 등이다. 특히 규모가 적은 향토기업들의 실태는 심각하다. 자금조달, 인력수급이 원활치 않으면 곧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는 하소연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런데도 도내 자치단체들은 외지기업 유치에만 신경 쓰고 있다. 인구,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는 이유로 보조금과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뚜렷한 성과도 없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먹튀사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북도와 군산시가 200억 원이나 되는 시민세금을 군산조선소에 보조금으로 주었지만 수주물량이 소진되자 공장 문을 닫고 만 것이다. 향토기업 역차별 논란이 이는 것은 당연하다. 외지기업 지원, 향토기업 찬밥신세 비판이 그것이다.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마저 잃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 지금이 딱 그런 국면에 처해 있다. 더 늦지 않도록 전북도 등 자치단체는 사대주의 근성을 버리고, 향토기업 실태를 조사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수원 인천 광주 등 자치단체들이 향토기업을 살리기 위해 경영자금지원과 금융이자 절감 등 특단의 대책을 실행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 볼 일이다. 지역에 기반한 우수한 향토기업들이 튼튼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보다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놓길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0.06.24 16:53

잊혀지는 6·25 전쟁

24일 서울공항을 통해 북한에서 발굴된 625 전쟁 국군 전사자 유해 147구가 미국을 거쳐 한국으로 돌아왔다. 지난 1990~1994년 북한 개천시와 운산군 장진호 일대에서 발굴된 유해는 1차 북미정상회담 뒤 2018년에 미국으로 송환됐고 2차례 한미 공동감식을 거쳐 국군 전사자로 판정돼 고향 땅을 밟게 됐다. 앞서 북한에서 발굴돼 송환된 국군 전사자 유해는 92구로 이번에 돌아온 147구를 포함하면 총 239구의 유해가 봉환됐다. 앞으로 DNA 검사 등을 거쳐 전사자 신원 확인과 함께 유가족을 찾아 주는 게 우리의 몫이다. 한국전쟁 때 미수습된 전사실종자 수는 13만5000여 명에 달하지만 현재까지 발굴 수습된 유해는 1만여 구에 불과하다. 휴전된 지 67년째를 맞았지만 아직도 유해발굴 작업은 더디기만 하다. 625 전쟁 전사실종자 수는 국군이 13만7899명, 경찰 1만215명, 유엔군 4만670명에 달한다. 북한군과 중공군 사망자 수는 52만 명에 이른다. 625 전쟁으로 인한 민간인 희생은 더 크다. 남한 지역 민간인 사망자는 24만4663명에 달하고 양민 학살로 숨진 사람도 12만8936명이나 된다. 북한 지역 민간인 사망실종자 수는 117만8000여 명에 달한다. 25일로 625 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됐지만 아직도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을 체결한 상태로 지속하면서 세계 전쟁사에 유례가 없는 최장기 전쟁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북 핵무기 개발과 미사일 발사, 연평도 포격 등 국지적 도발과 군비경쟁을 통해 총성 없는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24일 한 중앙 일간지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다소 충격적이었다. 625 전쟁이 일어난 해를 묻는 질문에 1950년이라고 정확하게 응답한 사람이 64.3%에 불과했다. 20대는 45.6%, 30대는 50.9%만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젊은 세대일수록 625 전쟁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에선 한국전쟁은 잊혀진 전쟁(The Forgotten War)이라고 부른다. 3만7000여 명에 달하는 미군이 희생했지만 국민들이 전쟁의 참상과 피해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게 붙여졌다. 그렇지만 625 전쟁의 참화를 직접 겪은 우리 국민마저 한국전쟁을 잊어서는 결코 안 된다. 동족상잔의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625 전쟁의 교훈을 다시금 되새겨야 할 때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0.06.24 16:53

총장 선거의 그림자

전북대교수 40명이 지난 9일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총장선거 개입혐의로 벌금 800만원을 선고받은 교수재판과 관련해 강한 유감 표명을 했다. 이들은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이 사건을 기획주도한 것으로 추정되는 핵심 인물들에 대한 실체적 진실이 규명되지 못했다면서국립대학 총장선거에서 외부세력을 교묘하게 활용해 특정후보를 당선시키고자 했던 피고인들의 추악한 행태에 솜방망이 처벌이 아닐 수 없다며 불쾌한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이들이 지지했던 전임 총장은 지난 선거에서 이 사건이 불거지면서 아쉽게 분루를 삼켰다. 이날 성명은 그 때의 억울함과 참담함이 짙게 배어 있어 주목을 끌었다. 성명과는 별개로 그간 항간에 떠도는 선거 후유증이 아직도 곳곳에 잠재돼 있음을 확인하곤 했다. 작년 2월 취임한 김동원 총장이 탕평 내각을 구상하면서 선거에 같이 출마했거나 다른 계파 교수를 영입했는데도 약효는 크게 없었던 모양이다. 총장취임 이후에도 수면아래 똬리를 틀고 있는 패거리 문화가 학내 분란만 부추긴다는 사실을 인식했을 뿐이다.벌금 교수를 둘러싼 징계수위를 놓고 교수사회 전반으로 여파가 확산되지 않을까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 무렵 2018년 10월. 경찰관의 선거개입 의혹과 고소고발 등으로 선거가 끝났는데도 인사검증이 늦어지면서 총장 공석사태는 길어졌다. 100여일 넘는 진통 끝에 새 총장이 취임했음에도 교수들의 비위일탈행위가 잇따르면서 대학은 지탄의 대상이 됐다. 급기야 작년 7월 김 총장이 보직교수와 함께 머리 숙여 도민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김 총장 흔들기는 그 후에도 일부 구성원들 사이에서 멈추지 않았다. 사석에선 아예 대놓고 전남출신 총장이라고 지역감정을 겨냥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에 휩싸이면서 김 총장의 리더십에 대한 돌직구 발언도 쏟아졌다.이왕 총장이 된 마당에 출마당시 프리젠테이션에서 보여준 미래 청사진을 뚝심있게 밀어붙이라자기색깔 특유의 리더십으로 대학 구성원의 에너지를 한데 모으라보직교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다라는 응원 메시지와 함께 안타까운 심정을 그대로 전달했다. 올해 초 국민권익위가 발표한2019년 부패방지 시책평가에서 전북대는 전년보다 2등급 하락한 최하위 5등급으로 평가됐다. 지난해 교수들의 잇단 비위 등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도 청렴도 하락과 부패방지 노력이 부실했다는 지적이다. 대학은 지금 코로나의 녹록치 않은 여건에서 이런 문제를 스스로 극복하지 않으면 도약할 수 없다. 지난 주에도 제자 장학금을 가로채고 학생들에게 개인무용단 출연을 강요한 혐의로 50대 여교수가 징역형을 구형받았다. 의대생 성폭력 사건과 함께 부끄러운 민낯이 계속 드러남에 따라 대학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않은 데도 계속 편 가르기만 할 것인가.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0.06.23 20:29

성차별, 인종차별 그리고 노인차별

조상진 객원논설위원 요즘 미국이 난리다. 코로나 19로 엉망인데다 인종갈등까지 겹쳤다. 또 백악관 참모였던 볼턴이 트럼프 대통령의 뒷덜미에 비수를 꽂았다. 세계 1등 국가라기에 부끄러운 얼굴이다. 이 중 인종갈등은 고질적이다. 지난달 25일 상징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46)가 경찰의 무릎에 목이 짓눌려 사망한 것이다. 8분46초 동안 숨을 쉴 수 없어요(I cant breathe)를 16번이나 애원했다. 명백한 인종차별로,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을 휩쓸고 있다. 2012년에는 10대 흑인이 백인 자경단원의 총에 맞아 살해되었다. 이때 항의 구호가 유명한 흑인 목숨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MLB)였다. 미국은 유색인종, 특히 흑인에겐 참 나쁜 나라다. 돈도, 집도, 법도 흑인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백인과 흑인간 소득 격차는 두 배가 넘고 흑인 집단거주지는 유해폐기물로 넘쳐난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흑인이 높고 불심검문도 흑인이 더 자주 받는다. 그런데 이런 인종차별은 비단 미국만 그런 게 아니다. 이번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되자 영국, 캐나다,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동양인을 멸시하는 차별행위가 곳곳에서 벌어졌다. 인종차별 보다 더 오래된 게 성차별이다. 꽤 오랫동안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성은 아동과 함께 남성의 예속물이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으나 우리의 경우 아직도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독박육아에서부터 채용차별, 임금격차, 승진차별, 성범죄에 이르기까지 세계기준에 한참 멀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2019 유리천장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 중 최하위다. 교육, 경제활동 참여, 임금, 관리직 진출, 임원승진, 의회 진출, 유급 육아휴직 등을 토대로 산출했을 때 100점 만점에 20점 남짓이다. 회원국 평균 60점에 크게 미달했다. 특히 임금은 여성이 남성의 65.4%에 머물고, 여성 관리자 비율은 12.5% 수준이다. 하지만 성범죄분야는 2018년 미투(#Me Too)운동으로 혁명적 계기를 맞았다. 오거돈 부산시장 등 정치예술분야 유명인들에게 대거 철퇴가 가해졌다. 성인지 감수성과 관련, 지난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는 인상적이다. 이용호 의원(남원임실순창)이 여성 위원장에게 갈수록 아름다워져서라고 외모를 칭찬했다 경고를 받은 것이다. 이들 성차별(Sexism), 인종차별(Racism)과 함께 3대 차별이 연령차별(Ageism)이다. 1968년 버틀러(Butler)가 명명한 연령차별, 즉 노인차별은 그러나 두 차별에 비해 그늘에 가려진 편이다. 나이를 근거로 항의시위 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현장에서 노인에 대한 차별은 비일비재하다. 노인 일자리의 경우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하다 쉽게 잘리는 경우가 대다수다. 집에서 놀 사람을 불러서 일 시켜주면 용돈도 벌고 좋으니 감지덕지하라는 편견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싶다. 연령차별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이 정년문제다. 연금지급과 세대갈등이 걸려 있어, 쉬운 문제는 아니나 결국 철폐해야 할 차별이다. 미국은 1986년, 영국은 2010년에 정년제를 폐지했다. 일본은 65세 정년을 70세로 늘리려 한다. 차별은 사회적 불평등을 조장하는 보이지 않는 폭력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고 공동체를 파괴한다. 그 중 연령차별은 모두에게 해당되는 문제다. 이 세상에 나이가 줄어드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늙는다. 오늘의 청년이 내일의 노인이 아니던가. /조상진 객원논설위원

  • 오피니언
  • 기고
  • 2020.06.23 16:49

한 지역 판화작가의 쓸쓸한 유작전

차정식 한일장신대 교수 지난 5월 6일부터 6월 7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에서 10년 전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한 뛰어난 판화작가의 유작전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지용출로 예술계에서는 희귀하게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구매하고 유족이 기부한 일부 작품을 포함해 도합 67점의 작품이 선보였다. 지용출 작가는 1980-90년대 서울에서 활동하면서 민중미술의 시대적 추세에 동참하며 판화를 통해 불의한 현실과 싸우는 사람들의 굵은 심줄과 평생을 가난하게 살아온 변두리 민중의 깊은 주름을 칼끝으로 새겨 시대정신에 올곧게 부응했다. 이후 전북 지역에 정착하면서 그는 21세기에도 여전히 고풍스럽게 남아 있는 전주 일대와 주변 지역의 스러져 가는 전통의 흔적과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버려진 아름다움을 그 음양의 판화에 담기 시작했다. 치열한 역사의 상흔을 다독이며 나뭇가지를 스치는 바람소리를 아로새길 만큼 그의 시선은 섬세해졌고, 일상의 현장에 아무렇지도 않게 널브러진 가녀린 생명들의 신음소리에 눈뜰 만큼 그의 영혼은 풍성해졌던 것이다. 이렇게 그의 판화 속에서 이 땅의 역사와 일상이 만났고 전통과 생명이 알차게 어우러졌다. 전시회 첫날 김용택 시인이 지용출 작가의 대표작인 바람소리에 감동받아 그 작품을 자택 대청 문 앞에 걸어둔 사연을 전하며 말했다. 나무는 정면도 없고 경계도 없다고. 굳이 이 지역의 땅에 정착하여 겸손하게 농사를 배워 짓고 그 정직한 소출을 기대하며 한없이 기뻐한 그에게 꼭 맞는 자유로운 바람의 영감이 그 시인의 말에 압축돼 있지 않나 싶었다. 그렇다. 그는 그 나무를 닮아 바람과 시원하게 만나고 싶었고 오염된 이 땅의 아픔을 감싸며 그 원초적인 생명의 신음소리와 그 너머로 싹터 오르는 희망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었던 게다. 살아생전 그를 아끼고 사랑했던 지인들과 SNS의 소개로 익명의 관객들이 호기심에 끌려 지난 한 달간 이 전시회를 찾아주었지만 코로나19 사태의 파동 때문인지 전시장은 자주 조용하고 한적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판화작가의 10주기 유작전이었고 애호가들의 자발적인 모금을 통한 작품 구매와 기부로 이루어진 선례가 드문 전시였지만 취재기자 한 사람 발걸음하지 않아 다소 쓸쓸해 보였다. 나는 이전에도 몇 차례 그의 전시회를 찾았지만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고 그의 작품들만이 그의 발자취를 추적할 수 있는 유일한 현장이었다. 언젠가 짤츠부르크 답사 중 그 유명한 미라벨 정원 한 복판에 위치한 작은 갤러리에서 렘브란트의 풍성한 에칭화 전시회를 보고 감탄한 적이 있다. 동판에 선 하나를 파면서 가한 그 손가락의 힘과 순간적인 영감이 만들어낸 작지만 섬세한 그 이미지들의 기억이 아련하다. 지용출 작가는 주로 나무판에 파고 새기며 작업하면서 얼마나 긴장하고 또 얼마나 간절했을지... 그 모든 시들어가는 생명들의 이름을 불러내 온 몸의 안간힘으로 재현한 그 판화 위의 땀방울에 경의를 표한다. 이렇듯, 불후의 예술가는 생전에 불우했던 망각의 그늘에서 말이 없지만 그가 남긴 작품의 힘으로 내내 소리 없이 담대하게 아우성친다. /차정식 한일장신대 교수

  • 오피니언
  • 기고
  • 2020.06.23 16:49

청년층 탈전북 막기 위해 기업 유치 서둘러라

20대 청년층이 일자리를 찾아 전북을 떠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가뜩이나 경기가 얼어붙은 데다 고용시장은 아예 문 닫을 정도로 최악의 구직난을 겪고 있다. 외환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게 현장의 일치된 목소리다. 이같은 청년층의脫 전북은 지역경제는 물론 사회문화 전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구나 청년층은 고용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직장인은 실직 위기에 놓이거나 퇴사할 경우 고용유지 지원금이나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지만, 이들에게는 이런 혜택도 남의 일이나 마찬가지다. 전국적으로 지난 달 청년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8만명 넘게 줄었고, 청년 실업률은 10%를 넘어서는 등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22일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북지역을 빠져나간 인구는 12만 7000명이다. 이중 20대가 9만 7000명으로 가장 많다. 경제적인 여건 악화에 따른 신규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못하자 단순한 구직활동을 위해 수도권으로 떠나는 것이다. 청년층이 느끼는 체감 실업률은 생각보단 훨씬 높다. 유례없는 고용대란 속에 구직활동을 포기한 20대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20대 실업률은 지난달 기준으로 10.3%로, 5월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018년(10.6%)에 이어 두 번째다. 취업기회 조차 갖지 못한 청년층에 대한 사회 안전망도 고려해볼만 하다. 정부 대책이 일자리를 잃거나 실직위기에 놓인 직장인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이들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아쉬운 건 사실이다. 정부가 궁여지책으로 디지털중심 10만개 이상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면서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청년층 취업의 근본 대책은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경제상황은 불가피한 측면이 많지만 당장 정부가 내놓은 청년 구직활동지원금 같은 대책은 반짝효과가 있다. 벼랑 끝에 내몰린 이들에게 한시적이라도 숨돌릴 여유는 줘야 한다. 자치단체와 정부는 무엇보다 청년취업에 절박한 인식을 갖고 후속대책을 서두르기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0.06.23 16:44

코로나19 극복 간담, 지역 현안 반영이 관건

이낙연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의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의 전국순회 마지막 일정인 호남권 간담회가 지난 22일 전주에서 개최됐다. 코로나19 관련 지역 상황을 파악하고, 지원대책 등을 모색하기 위한 간담회에는 호남권 광역 단체장과 국회의원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취지에 맞게 코로나 관련 지역 문제가 우선 거론됐다. 송하진 전북지사는 국립 공공보건의료대학법 제정과 남원 공공의대 설립 필요성을 역설했다. 코로나19 사태 발생이후 공공 의료인력의 부족으로 방역 및 치료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다. 송지사는 공공의대 설립을 당 차원의 1호 법안으로 처리해 달라고 강력 요청했다. 아울러 익산에 위치한 전북대 인수공통전염병 연구소를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 감염병연구소로 전환하는데 힘써달라고 제안했다. 본란에서도 누차 강조했지만 인수공통전염병 연구소는 국내 최고의 연구시설과 장비 등을 갖추고 있어 최단 시간내 감염병연구소로 설립 활용이 가능하다. 전북도의 건의에 이의원은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다. 공식적으로 입장을 표명한 만큼 기대를 걸기에 충분하다. 다만 이 자리에서 전남 정치권이 제기한 전남지역 국립의대 신설과 겹치지 않을까 우려되는데, 남원 공공의대는 서남대 폐교로 발생한 의대 정원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차원이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전북도는 이어 지역현안인 전주 제3금융중심지 지정, 군산 조선소 재가동, 탄소산업 진흥원지정, 새만금의 그린뉴딜 활용 방안 등을 건의했다. 그러나 이의원은 금융중심지와 조선소 문제에는 미온적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총리시절 부터 11차례나 전북을 방문해 지역내 현안을 잘 파악하고 있을 이의원에 기대를 걸고 있는 도민들을 실망시키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의원은 간담회 건의사항 등을 청취만 하는 선에서 그쳐서는 안된다. 정부 결정에 적극 반영 실천되도록 정치력을 발휘해주기 바란다. 앞으로 차기 당대표와 대권후보 도전으로 정치일정 행보가 바쁘겠지만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호남 전체를 아우르려는 이의원의 그랜드 플랜에 전북의 현안들이 비중있는 위치를 점하기를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0.06.23 16:44

오유지족(吾唯知足)의 교훈

김형중 전 전북여고 교장 나는 가끔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 뒤에서 흉을 보는 사람들, 시샘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면서 왜 그랬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내가 그리 잘 못 살았었나? 아니면 하는 짓들이 미워서였을까. 어찌했든 그들이 그렇게 말하는 데는 상당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하루에도 수차례에 걸쳐 거울 앞에서 웃어 보이기도 하고 옷매무새를 고쳐도 보고, 이런저런 표정을 바꿔가며 만족할 때까지 자신을 속이려든다. 거울을 보며 더 나은 모습을 보이려는 것도 결국은 사람들과의 관계정립을 잘해보려는 의도일 것이다. 우리는 날마다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삶을 이어가는데 스쳐가는 사람까지 헤아린다면 엄청난 숫자일 것이나, 그들 중에서도 연결고리의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에게만 관심을 갖는다. 아름다운 진실은 마음가짐을 바꾸면 자기를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인간은 평생 끊임없는 내면의 갈등과 크고 작은 선택을 해야만 한다. 언어사용의 선택, 사랑의 선택, 직업의 선택, 친구의 선택, 가치관의 선택 등 헤아릴 수 없을 지로(支路)의 순간들, 이 모든 것들은 이성적 사회적 제약과 심리적인 순간의 갈등에서 일어난다. 후회와 더불어 자신의 선택과 행동은 도덕과 사회적 기준에 맞춰 평가를 받는다. 사회생활에서는 소위 규정이라고 하는 도덕이나 규칙 등이 상식의 선을 강제 받아야하지만 우리내부에서 꿈틀대는 욕망과 쾌락, 질투와 미움이 저 깊은 곳에 도사리고 있어 이것들을 합리적인 이성으로 억제하기는 매우 복잡한 틈바구니에서 삶이 지속된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오직 자신에 대해 만족하라.는 의미의 오유지족(吾唯知足)은 즉 작은 것으로 만족할 줄도 알아야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뜻이다. 지극히 평범한 것들조차도 실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알량한 자존심과 나와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일상의 무관심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이다. 사람들은 무의식중에 다른 사람과 비교할 때 자기에게 유리한 기준만을 적용하고 있음을 의식하지 못한다. 나이가 든 만큼, 지식과 지혜가 쌓인 만큼, 살아 온 세월만큼의 경륜으로 냉정하게 객관적인 잣대로 자신을 가늠해야만 품격을 높여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영국의 기업인 리처드 브랜슨의 성공을 위한 열 가지 중에 내 생각을 믿어라. 자신의 계획과 생각을 스스로 믿고 자랑스러워하지 않는다면 누가 그렇게 해주겠나라고 했는데 이 조언을 잘못 해석하다보면 이기주의자가 되어 사람들에게 따돌림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존재로서의 자기가 자기를 믿지 못하거나 버렸을 때, 자괴감과 고립의 함정이 작용할 수도 있다. 지난 1월 20일경부터 오랜 시간 동안 피로에 지친 정신력과 움츠러든 경제가 우리들을 괴롭게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의 의미는 고립이 아닌 군중 속에서의 세상을 더 깊고 더 넓게 바라보는 자기성찰이 가능한 고독을 회복하는 시간이 아닐까 한다.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낄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면서 우리는 누군가에게 의존해 살고 있음을 의식하자. 혼란을 불러온 팬데믹으로 인해 주위환경의 갑작스런 변화는 추억과 질서의 소중함을 알게 해주면서 익숙했던 생활문화가 우리들 곁에서 멀어져가고 있다. 생각과 삶의 틀이 어쩔 수 없이 변화해가는 현실에서 아이러니는 필연의 가면(假面)이 되어버린 상황을 이해해가며 펼쳐진 자신의 생활에서 만족을 느껴보자. /김형중 전 전북여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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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23 16:44

음식물처리기 품질 불만 관련 소비자 피해 높아

코로나19로 가정 내 음식조리가 증가하면서, 음식물쓰레기 악취, 세균번식 등으로 배출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가정 내 음식물처리기: 음식물건조기, 분쇄기, 액상분해기 등)의 사용이 늘어나고 있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음식물처리기는 주방용 오물분쇄기로, 하수도법과 환경부고시에 근거하여 인증을 받아야하는 제품이다. 환경부는 주방용 오물분쇄기의 경우, 음식물찌꺼기의 20% 미만을 하수도로 배출하고 2차처리기에 모인, 나머지 80%는 소비자가 회수하여 종량제봉투에 담아 버려야하며, 임의로 조작할 수 없는 일체형 제품만 주방용 오물분쇄기 인증 및 「전기용품안전관리법」 제 3조에 근거한 안전인증(KC)을 2가지 모두 의무 취득한 경우 일반가정에서 판매와 사용이 허용되고 있다. 한국상하수도협회에 따르면 주방용 오물분쇄기 판매추이가 2018년 7753건에서 2019년 4만9342건으로 2018년 대비 6배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홈쇼핑 방송과 온라인 판매점에서 음식물 찌꺼기를 전량 배출해도 되는 것처럼 안내하는 광고에 대해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환경부는 지난해 9월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 11개 홈쇼핑 채널, 온라인 쇼핑몰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불법 주방용 오물분쇄기 관련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이처럼 음식물처리기는 TV 홈쇼핑, 인터넷쇼핑몰, 방문판매 등을 통해 렌탈계약이나 제품 구입을 한 후 소비자피해가 발생되고 있는 가운데, 전북 소비자정보센터 2017년부터 2020년 4월 17일까지 총 56건 소비자상담 접수건 중에 품질 불만 18건(32.1%), 계약해제?해지 및 위약금 불만 16건(28.6%), A/S불만 12건(21.4%), 계약불이행 10건(17.9%) 순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는 주방용 오물분쇄기의 경우 구입 전, 관련 인증을 취득한 제품인지 확인한다. 한국물기술인증원이 운영하는 주방용음식물분쇄기정보시스템에서 제품인증여부 확인이 가능하며, 제품의 인증번호표시와 KC인증 마크 2가지 인증을 받은 제품만 합법적인 제품이다. 주방용 오물분쇄기 사용 시 분쇄기에 넣은 음식물 찌꺼기의 80%는 반드시 소비자가 회수해 배출해야한다. 음식물 찌꺼기를 소비자가 전혀 회수하지 않고, 100% 배출되는 제품은 불법(명령을 위반)제품일 수 있으니 주의한다. 제품의 렌탈비용과 구입비용을 따져본 후 가전제품의 특성상, 설치 후 변심으로 인한 반품은 어렵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음식물 처리기와 관련된 소비자 피해 발생시 전북소비자정보센터(282-9898)로 중재 및 피해구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전북소비자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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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22 18:14

갈팡질팡 사업 추진, 전주시 다시 도마위

전주시의 갈팡질팡 행정이 또다시 입방아에 올랐다. 행정절차를 모두 마치고 착공을 눈앞에 둔 상태에서 뜬금없이 그 자리에 다른 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하는 게 전주시정의 현주소다. 하물며 견제감시기관인 시의회까지 이미 승인을 마친 상황인데도 한마디 협의없이 결정을 뒤집어 거센 비난이 일고 있다. 3년 이상 공들인전주 김치가공유통 종합센터건립사업 무산위기가 대표적이다. 지난 2017년 농식품부의 지역전략식품산업육성사업 공모에 선정돼 사업이 추진됐지만 시는 3년간 마땅한 부지를 찾지 못해 국비반납의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시의회와 협의해 작년 초 전주 항공대대 인근인 남정동으로 부지를 최종 확정했다. 첫삽 뜰날 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데 느닷없이 시가 시청 제2청사 건립안을 발표하면서 사업부지를 옮겨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당초 이 일대 부지는 항공대대 이전에 따른 발전방안의 하나로 추진했던 송천동 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이 무산되면서 꼬이게 됐다. 그러자 이번에는 시가 대체방안으로 조촌동 일대 제2청사 건립안을 들고 나왔지만 이마저도 강력한 반발에 부닥쳤다. 시민 공론화 과정이나 시의회와의 사전 협의 절차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속사정이야 있겠지만 제2청사 건립은 시의회 심의와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이러한 사정을 모를리 없는 전주시가 알고도 절차를 무시했다면 이는 시의회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간주해 지탄받아 마땅하다. 전주시청사 신축이전 문제만 해도 그렇다. 김승수 시장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를 언급하면서내적으로 대안을 가지고 있다며 추진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시는 신축이전 대신 청사인근 현대해상 건물을 매입해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강한 반발 때문에 접어야 했다. 이처럼 시장이 직접 청사 신축이전을 천명해놓고도 조령모개식 행정으로 일관성을 잃은 데 대해 비판이 쏟아졌다. 시는 최근에 다시 신축이전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어떤 사업이든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시민들 의견수렴이나 통과 절차인 시의회 공론화 과정도 물론이다. 물 흐르듯이 예측가능하고 원활한 전주시의 사업추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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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0.06.22 17:28

코로나19 확진 경계심 늦춰선 안된다

전북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닷새 만에 3명이 잇따라 발생한 사례는 처음이다. 지난 1월 말 국내에서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이후 전북에선 2월 말과 3월 말에 3명씩 확진자가 잇따라 나왔지만 모두 대구지역 거주자이거나 국외 입국자들이었다. 하지만 이번 3명의 확진자는 전주 서부신시가지 방문판매업체를 찾은 대전지역 확진자에 의해 전파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코로나 청정지역으로 통하던 전북이 대전발 n차 감염에 따른 지역사회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알려졌듯이 코로나바이러스의 전파력은 매우 강하다. 대구 신천지교회를 통한 국내 코로나 대유행 사태나 서울 이태원클럽발 집단 감염 확산 등을 통해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 위력이 확인됐다. 이번 전주지역 고교생과 광주 거주 대학생 확진자도 대전거주 확진자와 음식점에서 잠깐 접촉했을 뿐인 데도 코로나19에 감염됐고 같은 대학 친구에게도 전파됐다. 고교생의 경우 음식점에서 대전 확진자와 4m 정도 떨어진 공간에 5분 정도 함께 있었지만 감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전북 방역당국에선 3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함에 따라 확산 방지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일단 생활속 방역체제는 유지하지만 집단 감염 우려가 높은 인구집합 시설에 대해선 사회적 거리두기 체제로 방역 단계를 격상시킬 방침이다. 밀폐와 밀집, 밀접 정도가 높은 주점과 노래연습장 PC방 예식장 장례식장 종교시설 방문판매업체 대형학원 등 19개 업종이 해당된다. 관건은 시민 의식이다. 이번 대전발 n차 감염도 대전 방문판매업체 확진자가 전주 방문 사실을 숨긴 데다 감염된 대학생도 친구와 밀접 접촉을 해 2차 감염이 일어났다. 현재 생활속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있지만 긴장감이 풀어지면서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 거리두기 등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주점과 음식점 노래연습장 등에선 생활속 방역지침이 무색할 정도다. 코로나19에 대한 경계심을 절대 늦춰선 안 된다. 코로나19 사태가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날씨가 더워지지만 우리 모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생활속 방역지침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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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0.06.22 17:28

위기의 청년몰

오랜 세월동안 다양한 형태의 끈질긴 생명력으로 서민들 애환이 담긴 삶의 터전이 되어 주던 전통시장이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 등의 등장으로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달라진 유통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데서 빚어진 현상이다. 현재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난제인 청년취업 문제를 침체상태인 전통시장과 결합시키기 위해 찾아 낸 상생의 대안이 청년몰 사업이다. 시장내 유휴공간을 활용해 청년 창업자들을 위한 기반시설 및 공용공간을 조성한 뒤 창업의지가 있는 청년들을 입주시켜 취업난을 덜어주고, 동시에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청년 실업률이 10%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자리 창출에 대한 가능성을 전통시장에서 찾으려는 발상은 신선했다. 청년몰의 원조는 전주 남부시장이다.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문전성시 프로젝트에 선정돼 사업에 착수해 다음해 11가게가 오픈한 것이 국내 청년몰 1호다. 시장 남쪽 전주천변 2층 옥상에 10여명의 청년들이 독특한 아이디어로 공방과 카페, 놀이방, 음식점 등을 열고 새로운 청년문화를 창조해 나갔다. 남부시장 청년몰은 도보로 510분 거리에 위치한 한옥마을에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고, 때 마침 시작된 야시장과도 겹쳐 젊은층들이 전통시장을 찾기 시작하면서 성공적인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이 곳이 뜨면서 전국 각 지자체마다 앞다퉈 벤치마킹에 나서기도 했다. 남부시장의 성공을 지켜 본 중소벤처기업부는 2016년부터 청년몰 사업을 전국적으로 확대했다. 지난해 까지 전국 27개 시장에 청년몰이 조성돼 입주점포는 489개로 집계되고 있다. 청년몰 한 곳당 최대 15억원을 지원했다. 도내서도 전주 신중앙과 서부시장을 비롯 군산, 완주 삼례, 진안, 김제 등이 청년몰 사업에 참여했다. 전통시장 활성화와 청년 창업을 동시에 지원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청년몰 사업이 최근 위기에 부닥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전국적으로 휴폐업 상태인 점포가 절반 가까이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찾는 발길이 급격하게 줄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도 있겠지만 전주 남부시장도 매출액의 급격한 감소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니 다른 청년몰의 사정은 불문가지다. 대부분의 청년몰은 접근성과 자금사정 등이 열악한 약점을 안고 출발한다. 경험이 부족한 청년들이 단지 용기와 열정만 가지고 위기를 헤쳐나가기에는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하고, 청년몰만이 지니고 있는 강점을 살리려는 청년들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정부와 지자체도 지원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과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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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인환
  • 2020.06.22 17:28

농업소득 감소가 영농의욕 상실로 이어질까 두려워

이승형 삼농연구소 대표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농가경제조사결과에 따르면, 2019년 우리나라 농가의 평균소득은 4118만원으로 전년대비 2.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가소득 종류별로는 농업외소득의 비중이 42.1%, 이전소득 비중이 27.3%, 농업소득의 비중이 24.9%, 비경상소득이 5.7% 수준으로 구성되어 있다. 급료수입 등이 주류를 이루는 사업외소득 및 겸업소득으로 이루어지는 농업외소득은 전년에 비해 2.2%, 공적보조금 및 사적보조금이 주류를 이루는 이전소득은 전년 대비 13.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순수한 농업활동을 통해 확보하는 농업소득은 1026만원으로 전년 대비 20.6% 감소하였다. 이러한 농업소득의 감소는 전년대비 3.7% 감소한 농업총수입(3444만원)과 전년 대비 5.9%가 상승한 농업경영비(2418만원)로 인한 것이다. 농업총수입은 농작물 수입과 축산수입으로 구성되는데, 농작물수입은 과수, 채소, 미곡, 화훼 등의 수입이 줄어 전년대비 5.7% 감소하였고, 축산수입은 대동물(한육우 등), 축산물(계란, 우유 등) 등의 수입이 늘어 전년대비 4.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업경영비는 재료비(사료비, 비료비 등), 노무비, 경비(임차료, 광열비 등) 모두 증가하고 있다. 농업소득의 감소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장기에 걸친 변화 추세다. 1994년에 처음으로 1000만원을 넘어선 농업소득(1033만원)은 이후 증감을 반복하다 2018년 최고치(1292만원)를 기록하였지만, 2019년 1026만원으로 다시 하락하였다. 25년 동안 농업소득은 1000만원~1300만원 사이에서 정체되어 있는 것이다. 그 동안의 농업기술 발전과 시설현대화를 통한 농업생산성을 감안하면 농업소득의 정체는 향후 영농의욕의 상실로 이어져 한국농업의 존립을 위협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청장 김경규)은 15일 전국 농촌지역에 거주하는 4000가구를 대상으로 경제활동 및 문화여가 여건부문에 대해 조사한 2019 농업인 등에 대한 복지실태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농촌주민 2명 중 1명은 본인이 행복한 편이라고 느끼고 있으며, 삶에 대한 행복감 점수는 평균 60.3점이었다. 삶에 대한 행복감 점수는 연령대가 낮을수록 높게 나타났지만, 농업소득을 중심으로 한 경제적인 불안정이 지속될 때 향후에도 행복감 점수가 높게 나타날 것인가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지난 15일 호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호남제주 농림어업 현황 및 분석에 따르면, 농업인구 수는 20만4124명인 데 반해, 65세 이상 농업인은 9만8050명(48.0%)으로 농업인구 2명당 1명은 65세 이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10년 후의 전북 농업인력은 반토막날 것으로 전망됨과 동시에 전북농업을 이끌어갈 신규 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밝지 않은 편이다. 이제는 농산물의 국내 수요에 적극 대응하여 자급률을 높이고, 토지와 노동력, 자본재 등 보유자원을 충분히 활용하여 농업인의 농업소득을 높이는 대안적 농정수립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자신의 농사짓는 수고로움으로 가족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며, 피폐해진 농업농촌을 그나마 붙들고 있는 농업인이 생존을 위협받지 않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전국민의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이승형 삼농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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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22 16:41

반환점 돈 11대 도의회, 도민 환호 속 피날레 기대하며

▲ 국주영은 전북도의회 행정자치위원장 흔히 마라톤에는 인생이 담겼다고들 한다. 42.195km의 거리를 고통을 인내하고 자신과 싸움에서 포기하지 않으며 끝내 결승점에 도달하는 과정이 인생을 닮아서 일 것이다. 4년 임기 지방의원의 삶 또한, 마라톤과 같다고 생각한다. 의회에서 도정을 견제감시하고 새로운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집행부를 상대로 투쟁하는 한편, 틈틈이 지역구를 찾아 소통하면서 민원해결사로도 나서야 하는 등 몸이 10개라도 부족한 하루의 연속이다. 최근 지방의회를 둘러싼 여러 논란에 많은 도민께서 실망이 크신 줄로 알고 있다. 지방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질책과 꾸중을 맘속 깊이 새기며 반면교사의 기회로 삼고자 한다. 한편으로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으로서 지방의회의 역할과 중요성이 폄하되고 무엇보다 도민께서 지방의회를 외면하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 지방의회가 부활한 지 30여 년이 흘렀고, 자치분권이 확대되며 지방정부의 기능이 강화되는 만큼 지방자치의 한 축인 지방의회의 역할 역시 날로 중요해지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의원으로서도 어려움이 많다. 막상 도민의 선택을 받아 도의원이 되어도 제대로 된 교육기관 및 제도화된 시스템이 부재해, 의정활동의 ABC를 선배의원의 구전이나 실전을 통해 습득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11대 도의회가 반환점을 도는 지금이 지방의회의 자정과 역량 강화를 위한 논의를 펼치기에 적기가 아닐까 생각하며, 시민사회와 함께 방안을 모색할 것을 제안한다. 2006년 전주시의원으로 처음 당선될 때를 떠올려 본다. 막상 당선이 되고 보니 덜컥 겁부터 났었다. 의정활동에 대한 준비는 부족했고 모든 상황은 낯설어, 어색하고 어려운 것 투성이었다. 남성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지방정치판에 새파란 여성의 진출은 동료의원들에도 환영받지 못할 때가 많았다. 아버지뻘 되는 집행부 간부공무원을 상대하고 행정사무감사, 예결산 심의 및 조례안을 준비할 때면 하늘에 달을 보며 퇴근하는 것이 일상다반사였다. 이렇듯 수많은 어려움과 편견에 맞서 매일 도전하며 살아온 정치인의 삶이 올해로 15년째다. 돌아보면 모든 것이 추억이고 의원으로서의 깊이와 무게를 더하는데 자양분이 됐다. 시의원을 거쳐 도의원이 되고 11대 도의회 전반기에는 여성 최초로 행정자치위원장을 맡아 도정 핵심인 기획인사자치행정대외협력소방안전 등의 업무를 살핀 것도 모두 그 시절의 노력과 공부에서 비롯된 것이라 믿는다. 전라북도의회가 잃어버린 신뢰와 믿음을 되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도민께서 지역의 대표로 뽑아주시고 활약할 무대를 만들어주신 이유를 다시 한번 돌이켜 봐야 한다. 일 잘해서 살기 좋은 전라북도를 만들고 지방자치 발전에 힘을 보태라는 명을 잊지 말고 작은 것에서부터 바꿔나가는 노력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본 의원은 하반기에는 행정자치위원장직을 내려놓고 평의원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지역구 활동에 보다 중점을 두고 도민들과 소통하는 의정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또한, 도민과 적극 소통하는 의회, 도민을 위해 일하는 의회, 신뢰받는 의회로 거듭나는데도 역할을 다하겠다. 11대 도의회가 끝나는 날, 도민의 환호와 갈채를 받으며 끝맺음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국주영은 도의회 행정자치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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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22 16:41

‘위안부’ 운동의 미래

박문칠 다큐멘터리 '보드랍게' 감독우석대 교수 지난해부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다큐멘터리를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내가 그들의 삶을 피상적으로만 이해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사실 위안부 피해자라는 이름으로 묶기에는 그들의 삶의 궤적과 개성은 너무나 다르고 다양하다. 하나로 묶을 수 없는 삶들을 우리는 피해자로 불러내고 있다. 그때부터 한 분 한 분의 사연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 경산 출신의 김순악이라는 분의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유곽과 기지촌 색시장사를 전전하며 힘겨운 삶을 이어왔다. 전쟁 당시의 삶도 끔찍했지만, 귀국한 이후의 삶이야말로 또 다른 전쟁이었다. 이들의 해방 이후 삶을 들여다볼수록 우리 사회가 이들의 중장년 시절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순수한 소녀 시절에 대한 재현도 많고, 인권운동가로 거듭난 이후의 삶에 대한 찬가도 많지만 이들이 살아남기 위해 악전고투해야 했던 30~50대 시절에 대해서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 자연스럽게 이 시절의 이야기. 그러니까 편견과 차별에 부딪히며 침묵을 강요당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포함해 생애 전반을 그려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다큐멘터리로 그 삶을 재현하는 건 간단치 않았다. 일단, 2010년에 이미 돌아가셨기 때문에 만나서 촬영을 할 수가 없었다. 현존하지 않는 주인공을 찍는 것. 이 과제는 어쩌면 우리 모두 앞에 놓여진 숙제이다. 곧 있으면 당사자들 모두 돌아가시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도 조만간 당사자 없는 운동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그녀들의 이야기를 먼 옛날의 안타까운 일로 유폐시키지 않고, 어떻게 지금 우리의 현재와 마주치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영화 역시 이들의 삶을 스크린 위에 어떻게 보여줘야 하는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직접 촬영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김순악 선생님을 만날 수 있다고 해서 그녀의 삶을 온전히 전할 수 있을까? 그녀의 삶을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김순악 선생님이 입버릇처럼 하시던 말씀이 있다. 내 속은 아무도 모른다카이. 어떠한 말이나 이미지로도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 존재한다는 것을 당신은 알고 계셨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작품은 온전한 재현이나 온전한 이해가 불가능하다는 걸 인정한 가운데서 출발해야만 했다. 그리고 자로 잰 듯한 정확한 재현보다는 다양한 재현에 방점을 찍기로 했다. 생전에 김순악을 만나본 활동가, 만난 적은 없지만 그녀의 증언집을 읽어본 사람. 저마다 서로 다른 모습의 김순악을 가슴에 품고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영화를 보는 관객 역시도 저마다의 김순악을 머릿속으로 그려보기를 원했다. 그러다보면 궁극적으로는 우리 곁에 없는 그분과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망이 있었다. 우리 사회는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의 삶에 대해 아직 모르는 게 많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피해 생존자, 다양한 과거와의 대화는 지속되어야 한다. 과거의 고통을 마주하며 오늘의 우리 삶이 달라질 수 있고, 달라져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영화와 예술은 이런 대화를 가능케 하는 좋은 매개체이다. 당사자 없는 운동을 준비해야 하는 지금, 주인공 없는 영화를 관람하며 이 대화에 동참해보면 어떨까? /박문칠 다큐멘터리 '보드랍게' 감독우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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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22 16:39

도심 작은 학교의 위기, 그리고 지역공동체

김종표 편집국 부국장 지구촌을 엄습한 코로나19는 우리 일상의 많은 것을 되돌아보고 또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게 한다. 학교도 그렇다. 전국의 초중고교가 99일만에 등교수업을 시작했지만, 최근 곳곳에서 다시 중단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새삼 학교의 역할을 되돌아보게 한다. 학사일정과 학생 건강 문제 등을 놓고 각 학교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닐 터다. 하지만 코로나19와 상관없이 당장 학교의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곳이 있다. 바로 전주 원도심지역의 작은 학교들이다. 한동안 잠잠했던 학교 통폐합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불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이른바 학교 총량제가 발단이다. 교육부는 지난 2016년 적정규모 학교 육성 계획을 내놓으면서 시도교육청이 학교 신설을 신청할 경우, 신설 대체 이전과 소규모 학교 통폐합 등 학교 재배치 계획과 연계하겠다고 밝혔다. 학생 수 감소 추세가 계속되는 만큼 택지개발지구에 학교를 신설하려면 옛 도심이나 외곽의 작은 학교를 이전재배치 형식으로 사실상 통폐합하도록 해 학교 수 증가를 막겠다는 방침이다. 전주 에코시티와 만성지구 학교 신설이 급했던 전북교육청은 신설 학교 개교 전까지 이 같은 학교 총량제를 이행하겠다는 조건부로 교육부 승인을 얻어 택지개발지구에 학교를 설립했다. 작은 학교 활성화 정책을 유지해 온 전북교육청은 당시 대선을 앞두고 정권이 바뀌면 이 같은 교육부 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것 같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문재인 정부에서도 정책은 바뀌지 않았고, 당장 전주 에코시티에 초중학교를 추가로 세워야 하는 전북교육청은 작은 학교 통폐합의 압박을 정면으로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학교는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의 필수 공간이다. 지역 소멸이 꼭 농어촌만의 문제는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역점 추진하고 있는 정책 중 하나를 꼽는다면 단연 공약이기도 한도시재생 뉴딜사업이다. 쇠락한 구도심을 재건축재개발하는 과거의 도시개발 사업과 달리 지역의 기존 모습을 유지하면서 낙후한 도심 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거주자가 중심이 된 주거복지를 통해 지역공동체를 회복, 도시의 활력을 찾고 사회통합까지 이뤄내겠다는 취지다. 공동체 도시를 지향하는 전주시도 도시재생 사업에 어느 곳 못지않게 공력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목표로 옛 도심을 대상으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면서 정작 경제논리를 앞세워 이 지역의 작은 학교를 없앤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게 뻔하다. 학교가 없는 곳에 젊은 세대가 눌러살 수 없는 노릇이다. 도시재생 사업을 명목으로 거액을 쏟아부어도 외관상의 생동감은 그려낼 수 있을지언정 지역공동체 회복이라는 궁극의 결과물을 얻어낼 수는 없다. 그럴듯한 구호와 포장으로 끝나는 도시재생이라면 과거의 재개발 정책과 다를 게 없을 것이다. 게다가 이는 온 마을이 나서 지역공동체를 복원하려는 원도심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정책이다. 또 전북교육청이 지역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조례까지 제정하면서 역점 추진하고 있는 원도심 작은 학교 활성화, 그리고 전주시의 마을공동체 활성화 시책과도 배치된다. 원도심이나 도시 외곽의 작은 학교가 없어진다면 해당 지역 공동체 붕괴현상을 부추겨 도시 불균형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 지속적인 학생 수 하향곡선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일면 적정 규모 학교 육성 정책이 필요할 수 있지만 이는 학생 수를 기준으로 한 획일적 판단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 복원 등 해당 지역의 실정에 맞게 추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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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0.06.21 16:15

일본의 작은마을 가미야마로부터 배우자

김동영 전북학연구센터 센터장 시냇물에 발을 담그고 바위에 앉아 무릎 위 노트북으로 도쿄본사와 화상회의를 하는 프로그래머의 영상이 2011년 NHK에 소개되면서 가미야마라는 작은마을이 전국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도쿄에서 600km나 떨어진 인구 약5300명의 시골마을에 2008년부터 8년간 웹디자이너, 컴퓨터 그래픽 엔지니어, 예술가, 요리사 등 창의적 직업의 청년들을 중심으로 91세대 161명이 넘게 이주했다. 해발 1000미터에 위치한 산간 마을에 어떻게 IT관련 혁신기업이 16개 넘게 이주한 것일까. 변화는 가미야마출생의 오오미나미씨가 도쿄를 거쳐 미국 스탠퍼드대학 대학원 유학을 마치고 건설업인 가업을 잇기 위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면서부터 시작됐다. 1990년 오오미나미씨는 1927년 미국 펜실베니아에서 우호친선을 위해 가미야마초등학교에 보낸 인형에 대한 답례로 인형귀향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가미아먀 국제교류협회를 만들게 된다. 1993년엔 도쿠시마현에서 외국어를 가르칠 외국인 청년 지도교사 연수프로그램을 유치했다. 1999년엔 예술가들이 일정기간 마을에 머무르면서 작품활동을 하는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유명한 예술가가 아닌 마을주민과 함께 할 수 있는 예술가를 원했다. 처음 4명이던 예술가는 2015년 163명까지 늘어났다. 15년 이상 외국교사와 예술가들이 머물었던 홈스테이가 수백가구에 이르면서 가미야마는 자연스럽게 개방적으로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지역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러한 성공적 경험을 바탕으로 2004년 오오미나미씨는 동료들과 함께 마을의 변화를 도모하는 그린밸리라는 NPO를 만들게 된다. 2008년 그린밸리는 가미야마로 이주할 청년을 모집하는 이주지원사업을 시작한다. 이들은 그동안 마을이 청년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다는식의 홍보가 아닌 우리마을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는 지를 중심으로 청년을 역지명하는 역발상을 시도했다. 일감을 가진 사람, 청년 이주를 우선한다는 방침을 가지고 마을에 일이 없으니 창업이 가능한 사람을 이주시키자는 취지였다. 이주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그린밸리가 운영하는 가미야마 주쿠에 참여해야 한다. 현재 6개월간의 가미야마 주쿠에 참여한 청년 중 40%가 지역에 남아 활동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2010년 가미야마 1호 IT벤처기업의 위성사무실 유치다. 도쿄에 본사가 있는 클라우드기반 명함관리업체인 이 기업은 위성사무실을 둘 곳을 찾고 있었다.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가미야마에 온 사장은 다양성과 개방성을 추구하는 마을에 끌리게 된다. 마침 도시의 삶에 지친 유능한 엔지니어 한명이 퇴사를 원하고 있어 그에게 가미야마 랩상주직원으로 추천하게 된다. 그는 현재 자전거로 출근하고 텃밭에서 채소를 기르고, 매일아침 아이들과 산책을 하면서 실시간 영상으로 업무를 본다. 이제는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업무방식을 추구하는 원격업무가 가능한 IT관련 기업과 직원들이 가미야마에 위성사무실을 두기를 원하고 있다. 시골의 작은마을 가미야마가 누구나 꿈꾸는 일과 삶의 균형이 실현되는 곳을 만들고 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가미야마는 지역의 생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푸드허브 프로젝트, 지역임업과 건설업이 함께하는 공동주택프로젝트, 지역의 리더를 키우는 농업학교 등 지역문제해결에 창의적인 인재를 결합시키고 있다. 지역에 있지만 세계를 향하고 지역의 작은 것들을 연결해 혁신을 만드는 최첨단 과소화 마을을 전북에도 만들어 보자. /김동영 전북학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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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2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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