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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노믹스

윤충원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코로나19가 온 지구촌을 뒤흔들고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코로나19와 비슷한 전염병이 팬더믹(세계적 대유행) 상태로 몰아넣은 사태는 인류역사상 처음이 아니라 이전에도 매 세기마다 끊임없이 발생하였다. 그 중에서도 14세기 흑사병(페스트)은 수년 또는 수개월 만에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인구의 3분의 1이나 되는 목숨을 빼앗아 갔다니 실로 가공할만하다. 작금의 코로나19의 팬더믹사태 역시 지구촌의 경제?사회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대블랙홀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심지어 코로나19 확산 이전과 이후의 경제상황이 격변하다보니 코로노믹스(Corona와 Economics의 합성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감염자가 이미 3천만 명에 육박했고, 사망자도 60만 명에 달하며, 하루 감염자가 25만 명씩 증가하고 있다. 마치 제3차대전이 발발한 경우처럼 피해가 막대하다. 다른 점은 총성과 폭염이 치솟지 않는 것뿐이다. 근래 코로나19가 거침없이 확산되자 각국의 사람과 물자의 이동을 엄격히 제한하는 조치들을 지속적으로 취하고 있다.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사회 전체 분위기가 크게 위축되고 인종차별 등으로 위화감마저 고조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각국의 경제악화는 기록적이다. IMF(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올해 대부분의 선진국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5% 가까이 역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도 마이너스 2%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타국에 비하여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유독 높기 때문에 세계 각국이 사람과 물자의 이동을 제한하게 되면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이미 여행업과 호텔업, 요식업을 포함한 다수의 자영업 등 주로 대면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여러 서비스분야에서는 아예 문을 닫거나 대폭 구조조정 하는 바람에 이미 수십만의 새로운 실업들을 발생시키고 있다. 그 결과 경제?사회의 양극화 또는 빈익빈부익부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으니 걱정이 많다. 이와 같이 코로나19 국면을 겪으면서 비록 때늦은 국면전환용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정부는 최근 한국판 신뉴딜정책이라는 슬로건 하에 향후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그 핵심내용은 디지털화, 그린화, 사회안전망 강화이다. 정부는 이들 프로젝트에 2025년까지 160조원을 투입해 19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동시에 비대면 경제사회패턴 변화에 대비해 산업구조를 더욱 고도화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자체들은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가. 최근 전북도 당국이나 전주시 등 지자체들 역시 TF팀을 서둘러 구성하여 나름대로의 발전정책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지자체들이 명심해야할 바는 제발 중앙정부가 돈을 푼다고 해서 너도나도 중앙정부의 정책을 그저 베껴서 추진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주민들은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지자체들이 늘어놓는 앵무새 스타일의 미사여구에 신물이 나있다. 이제는 지자체가 그야말로 특성 있고 혁신적인 정책을 발굴하여 적극적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지역은 앞으로도 타 시도의 정치적 파워에 밀려 구호만 외치다가 닭 쫒던 강아지 신세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과거 수십 년 동안 당해왔듯이 말이다. △윤충원 교수는 전북대학교 상과대학 학장 및 경영대학원 원장, 한국무역학회 회장, 한국무역통상학회 회장, Kotra 사외이사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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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0.07.27 16:29

4차산업혁명 시대, 교육거버넌스와 교육목표

최영규 도의원 4차 산업혁명이 초래할 변화는 그 속도와 규모 면에서 상상을 초월한다. 4차 산업혁명은 생산 시스템뿐만 아니라 경영, 직업의 생멸, 인간의 수명, 일하는 방식, 소통방식, 삶의 방식 전반에 걸쳐 전례 없는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중이다. 특히, 교육에 미칠 영향은 너무나 광범위하다. 즉, 직업의 생멸주기, 지식과 정보의 생명주기 단축으로 인해 평생학습능력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학습능력을 키우는 교육이 중요해지고 전통적인 학제의 유연한 운영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또, 지식과 정보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전통적으로 핵심 지식을 교과서에 담아 교사가 전달하는 시대는 막을 내리고 핵심원리와 핵심개념 중심의 학습을 지향하고,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과의 역할 분담에서 로봇이 담당하기 어려운 감성지능과 정의적 역량의 중요성이 더 커짐에 따라 협업 능력과 상호관계능력을 키울 필요성 증대되고 있다. 이는 현재의 획일적 입시중심 교육의 폐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입전형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기술과 직업세계의 변화가 전례 없이 빨라지기 때문에 직업세계가 요구하는 기술과 역량, 그리고, 중등교육과 고등교육 간의 불일치가 심해져 지식의 활용, 역량교육을 강화할 필요성이 증대돼 고교와 직업세계와의 연계가 강화해야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와 관련해, 획일적이고 표준화된 교육과정 운영의 폐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자동화로 인한 직업의 감소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3D 프린팅, 적응학습기술 등의 시대적 변화로 전통적 학교교육의 필요성이 감소되고, 배움과 삶 그리고, 일이 통합되는 학교로 운영해야 할 것이다. 맥락이 있는 교육과 개별화 교육, 온오프통합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공동체의 삶을 사회적정치적경제적으로 더 평등하게 만들기 위해 불평등의 원인과 결과 그리고, 가능한 해결책을 탐색하는 교육으로 학습자 중심교육과 교사의 역할이 변화해야 할 것이다. 체험중심 교육 강화로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설계하는 학교와 학급 즉, 학교와 학교 안 대안적 프로그램 운영이 절실하고 또, 통합교육과 포용적 교육의 중요성 증가로 급변하는 사회에 대응하는 역량을 키워주는 개별화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운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라북도교육청과 전라북도는 미래사회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시킬 것인가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협심해 새로운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최근 전 세계 주요 나라들은 교육과정 상의 목표를 새로 정립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교육과정의 목표를 새로 정립하고는 있지만, 가짓수만 나열했을 뿐 이런 새로운 교육목표가 이뤄질 수 있는 방향성 제시 등의 여건을 만들어 가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결국, 지속가능한 미래사회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교육목표를 제시하기 위해서는 지역 속에서 상생할 수 있는 기관들끼리 협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이는 도내 모든 아동의 고유한 잠재력을 끌어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를 위해 의미 있게 살아가는 방법과 더 살기 좋은 미래전북을 만들어 가는 법 그리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환경의 이해와 실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방법 등을 위하여 많은 사회관계자들이 브레인스토밍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육의 목적을 다양한 각도에서 말하고 있지만, 딱 한 마디로 정리한다면 모든 개인의 타고난 잠재력을 발굴해 최대한 키워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영규 전라북도의회 의원(익산4선거구)

  • 오피니언
  • 기고
  • 2020.07.27 16:29

전북도민의 하늘길 막혀서는 안된다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이 무산된 가운데 대한항공마저 군산제주 노선의 운항 중단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전북도민들의 우려감이 높다. 만약 대한항공이 오는 10월 말부터 군산제주 노선 운항을 중단하게 되면 전북의 하늘길이 끊기면서 항공 오지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군산제주 항공 노선은 저가항공사에는 흑자 노선이었지만 대한항공은 계속 적자를 기록해 옴에 따라 오래전부터 운항 중단을 검토해왔던 게 사실이다. 여기에 올 2월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사실상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면서 대한항공의 손실이 커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항공은 여름과 겨울 등 계절적 특성을 고려한 운항 스케줄 변경계획에 군산~제주 노선은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군산공항 관계자도 대한항공이 군산에서 발을 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해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했다. 군산~제주 노선은 그동안 이스타항공 2편, 대한항공 1편 등 하루 총 3편이 운항하면서 전북도민의 하늘길을 열어왔다. 하지만 이스타항공의 매각 무산에 이어 대한항공까지 운항을 중단할 경우 전북도민의 하늘길은 완전히 막히게 된다. 지난 1992년 문을 연 군산공항은 한때 서울과 제주 하루 각 3회, 부산 하루 1회 등 총 7차례씩 항공기가 뜨고 내렸었다. 그러나 적자를 이유로 노선 감축과 폐지가 수시로 이뤄지다가 현재는 군산~제주만 하루 3회씩 운항하고 있다. 결국 전북도민의 항공 편익은 무시당한 채 항공사의 입맛에 따라 항공 노선이 감축폐지되어왔다. 군산제주 노선마저 운항이 중단되면 전북은 또다시 항공 오지로 전락하게 되고 전북도민들의 불편은 물론 지역발전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군산의 항공 노선이 사라지면 전북도민은 광주공항이나 무안청주공항 등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또한 지역 항공이 없게 되면 투자 유치에도 어려움을 겪게 돼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커진다. 게다가 전북권 항공노선 중단 시 항공수요 감소로 인해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정부와 전라북도는 공익차원에서 전북도민의 하늘길이 유지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0.07.27 16:24

학교폭력 징계, 피해학생 입장서 처리 마땅

얼마 전 논란을 일으킨 중학생 음란사진 전송한 것과 관련 가해자와 피해자를 같은 학교에서 생활하도록 조치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판단이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일선 교육지원청의 학교폭력심의위원회(학폭위) 결정이 피해자의 입장을 충분히 수용하지 못한 점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향후 위원회 전문성 강화 등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도교육청 교육행정심판위원회(행심위)는 전주시내 중학교 남학생이 여자 동급생 두 명에게 음란물 사진 전송 사건을 심의한 결과 기존 결정을 뒤집고 가해 학생에게 더 무거운 전학처분을 내렸다. 행심위는전주교육청 학폭위가 내린 정학처분 조치는 사안의 중대성을 미흡하게 판단한 부분이 인정된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당초 피해자 부모가 학폭위의 결정에 반발해 청와대 청원까지 올리는 등 후유증이 만만치 않았다. 더욱이 이들 부모는 사건 직후 학교 측에 가해 학생과 분리가 필요하다며 전학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죽하면 일선 교사와 전교조 전북지부도 학폭위의 정학처분 결정에 강력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일부선뒷북늑장결정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미 학폭위 결정을 둘러싼 언론의 잇따른 문제 제기에 이어 지난 9일 법원이 이 사건 가해학생에게 보호관찰 1년을 선고하고, 수강 명령 40시간과 피해자 접근금지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행심위의 이번 결정은 불가피한 조치라며버스 떠난 뒤 손 흔드는격이다. 행심위는 또 지난 4월 전주 평화동 놀이터에서 발생한 학생 기절놀이 사건도 당초 처분보다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했다. 13명의 학생들이 집단폭행을 가해 기절까지 시킨 충격적인 상황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학생은 전학조치를 시키는 한편 가담정도 따라 학생의 정학 기간을 늘리는 등의 단호한 결정을 내렸다. 학교 폭력도 다른 사건과 마찬가지로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가 관건이다. 더군다나 감수성이 예민한 10대 학생의 끔찍한 경험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번 행심위 결정을 계기로 피해자 입장에서 후속 조치가 논의될 수 있도록 인식 전환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0.07.27 16:24

천정부지 치솟는 금값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주말인 2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금값은 전날 보다 온스(금의 경우 1트로이온스는 31.1035g=8.294돈)당 0.4%, 7.5달러 오른 1897.50달러 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2011년 8월 유럽 재정위기 당시 세워진 온스 당 1891.90달러의 종전 최고치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올해들어 상승한 가격 폭만도 이미 25%에 달한다. 국내 금시장 역시 최고치를 갈아 치우고 있다. 24일 한국 금거래소(KRX) 금 시장에서 1㎏ 짜리 현물의 1g당 가격은 전 거래일 보다 1.94% 오른 7만3940원에 거래되며 역대 최고가격을 넘어섰다. 이를 통상 통용되는 1돈(3.75g)기준 반지로 계산하면 27만7275원에 달해 실제 소비자들이 살 때는 30만원 넘게 지불해야 한다. 예전 돌잔치 선물하면 단연 금반지였다. 이젠 더 이상 부담없이 주고 받을 수 있는 선물이 아니게 됐다. 국제 금값이 이처럼 폭등세를 보이는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 수요 증가가 주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여기에 각국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 돈 풀기에 나서면서 늘어난 유동성과 달러 약세 현상및 저금리도 금값 오름세를 일으킨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영사관 폐쇄로 빚어진 갈등 고조도 안전자산인 금 수요를 부추긴 돌발 사태로 보고 있다. 과거 금값이 오를 때는 반지나 열쇠거북이 같은 장신구기념품 같은 형태로 금을 보유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디자인이나 의미 보다는 중량순도를 따지는 추세다. 새로운 금테크 방법은 밀레니얼 세대가 이끌고 있다. 증권시장에 익숙한 젊은 층들이 금을 투자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환금성이 좋은 99.99%의 골드바를 구매하는가 하면 금 적금에 들기도 한다. 골드뱅킹과 펀드도 여전히 선호하는 방법이다. 금값 형성의 또 다른 변수는 전 세계 매장 총량이다. 한국 금거래소가 지난해 공개한 전 세계 금 보유 총량은 17만8000톤인데, 매장량 총계는 7만7000톤에 불과하다. 매년 채굴되는 금 총량이 25003000톤 가량 추산되는데, 이를 단순 계산할 경우 전 세계 금 채굴가능 연한은 앞으로 2530년 가량이다. 금은 다른 자원과 달리 생산을 늘리려는 의지가 있어도 원활한 공급이 불가능한 공급 제한성을 지니고 있다. 금화가 나오기 전부터 화폐로도 사용돼 현재까지 화폐가치의 기준이 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금값이 온스 당 3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속에 각국이 경쟁적으로 돈을 풀면서 빚어지고 있는 금값 상승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 오피니언
  • 박인환
  • 2020.07.27 16:24

전북 판소리, 더 높은 비상을 꿈꾸려면

김문성 국악평론가 부산의 한 방송사 간부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판소리 명창 이화중선(李花中仙. 1898~1944)에 대해 인터뷰하고 싶다고 했다. 이화중선 특집 방송을 준비중이라고 했다. 인터뷰 내내 의문이 들었다. 왜 부산에서? 그것도 춤이 아니라 판소리를? 자신을 이화중선 매니아로 소개한 간부는 전북이 부럽다고 했다. 전북을 한 번 씩 다녀갈 때면 판소리 싹을 틔우는 지난한 작업에 좋은 기를 얻어가는 기분이라고 했다. 전북하면 판소리를 으레 연상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전북은 타지역과 달리 민관 모두 판소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유별나다. 그래서인지 특정 유파가 득세를 보이는 서울이나 광주, 전남, 영남 지역과 달리 전북에서는 정정열제, 만정제, 동초제에 보성소리와 동편소리까지 다양한 판소리가 공존하며 성장하고 있다. 판소리 지방문화재 보유자 수도 타지역을 압도한다. 하지만 내실면에서 빛좋은 개살구라는 비아냥성 평가가 의외로 많았다. 적어도 올해 초까지는 말이다. 그 근거로 몇몇 전문가들은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보유자 즉 인간문화재 숫자를 들었다. 초대 인간문화재 김소희, 김여란 명창 이후 강도근, 오정숙 명창을 제외하면 전남, 광주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특히 근 십 여 년 동안 전북 출신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안숙선 명창조차도 판소리가 아닌 가야금병창 인간문화재로 되어 있으니, 그러한 비아냥에 이렇다 할 반론을 내기가 어려웠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문화재청이 남원 출신 이난초 명창과 전주에서 뿌리내린 김영자 명창을 각각 흥보가와 심청가 인간문화재로 인정하면서 이러한 비판은 수그러들게 되었다. 순차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수궁가, 적벽가에서 추가 보유자가 나올 것이라는 희망도 갖게 된다. 물론 판소리를 단순히 인간문화재 숫자의 많고 적음으로 평가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하다. 소리꾼이 맘 편하게 소리할 수 있는 환경의 조성, 판소리 향유 층의 존재, 이것이 판소리를 평가하고 이해하는 바로미터여야 한다. 또한 최근 미스트롯 출신 송가인을 통해 증명되었듯, 스타성을 가진 인재의 배출이 중요하다. 더하여 판소리 역사를 제대로 알리는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도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타지역을 압도하는 공연 인프라, 공연장을 꽉꽉 메우며 추임새를 맞추는 열성적인 팬들 그리고 관의 지속적인 후원은 전북 지역이 왜 판소리에서 강세를 보이는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척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실력있는 인재 배출을 위한 환경은 매우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한때 세 개의 국악과를 보유하였던 전북지역 대학 중 현재는 전북대만이 국악과를 운영하고 있다. 예고 출신 우수한 국악 인재들이 타지역으로 유출되고 있는 것이다. 판소리 역사를 알리는 일은 어떠한가? 이화중선은 미안한 말이지만 송가인과는 급이 다른 대스타였다. 그래서 전설이라는 평가가 붙는다. 이화중선이 있었기에 김소희-안숙선으로 이어지는 전북 판소리의 중흥이 가능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화중선의 삶에는 가정법과 추측이 난무하다. 이화중선이 살다간 오수 구시장 내에는 그 흔한 표지석 하나 없다. 전북이 명실상부한 판소리 성지가 되기 위해서는, 제2, 제3의 이화중선, 이난초, 김영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시 신발끈을 동여맨다는 심정으로 배출부터 관리까지 시스템 전반을 재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김문성 평론가는 이북5도 문화재위원, 충남도 문화재전문위원, 예경 평가위원 등을 지냈다.

  •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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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7.27 16:24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중증건선, 가까운 피부과전문의에게 정기적으로 진료·치료 받아야

남현민 전주 대자인병원 중증 건선치료 전문센터 피부과전문의센터장 회사원 신 모씨(27세)는 작년부터 필자의 진료실을 방문해 중증 건선을 치료받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심해진 건선 증상때문에 심각한 우울증이 동반됐고, 이로 인해 알콜중독으로 이어지게 돼 결국 중증으로 발전됐다. 신씨는 온 몸을 뒤덮은 병변을 꽁꽁 싸매고 다녔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은 거의 불가능했다. 이에 연고나 광선치료 등 여러가지 건선 치료법을 시도해보았지만 나아지지 않자, 신씨는 역시나 불치병이구나, 서울 큰 병원에 가도 소용없겠지라고 지레 겁을 먹고 치료를 포기해왔다. 그러던 가운데 우연히 들른 필자의 병원에서 생물학제제 치료를 시작하게 됐고, 단 3번의 치료제 투여만으로 피부가 깨끗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됐다. 건선으로 인한 우울증으로 여간 웃지 않던 신씨는 요즘 필자의 진료실을 찾을 때마다 처음부터 동네 병원을 찾아 생물학제제 치료를 받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라고 말하며 활짝 웃곤 한다. 건선은 신체 면역체계 이상에 의해 발병하는 만성 염증성 질환으로 평생 악화와 호전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질환이다. 활발하게 사회경제적 활동을 해야할 시기라 할 수 있는30대 이전에 처음으로 발병되는 경우가 많아 대다수의 환자들이 건선 병변으로 인한 고통은 물론, 사회적 고립, 우울증 등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함께 가지고 산다. 더욱이 건선은 올바른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중증으로 진행되어 심혈관계 질환, 건선성 관절염, 당뇨 등 여러가지 동반질환 발생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그러나 건선을 조기에 올바른 치료법으로 꾸준하게 관리한다면 증상 재발을 늦추고, 깨끗한 피부를 되찾는 것이 가능하다. 건선 증상의 중증도 및 환자 상황에 따라 다양한 치료법이 시행되어 왔으나 현재로서는 안전하게 치료 효과가 오래 유지되면서, 의료진과 환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치료제는 단연 생물학제제라 할 수 있다. 특히 구셀쿠맙과 같은 치료제는 건선 유발 요인으로 추정되는 인터루킨-23을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물론, 2달에 한 번 투여하는 것으로 빠르게 증상을 호전시키고, 투여를 중단하더라도 오랜 기간 치료 효과가 유지된다. 또한 최근 5년 이상의 임상 연구를 통해 장기적 안전성과 치료 효과가 입증됐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앞선 김씨의 사례처럼 생물학제제로 치료하는 많은 건선 환자들이 부작용 없이 빠른 증상 완화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필자가 진료를 하다 보면 많은 환자들이 건선을 치료하려면 자신의 일상을 포기하고 먼 거리의 큰 병원을 가야하기 때문에 치료 시간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 오해하곤 한다. 특히 학교, 회사 등의 사회생활로 투여 주기와 병원 방문에 대한 부담이 커 생물학제제 치료를 망설이는 환자들이 아직도 많다. 그러나 건선 치료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치료가 중단되지 않도록 하는 환자의 꾸준한 노력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굳이 먼 걸음을 하지 않고 자신의 생활 동선과 가까운 병원에서 안전하고 효과적인 생물학제제 치료를 통해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 많은 건선 환자들이 망설이지 않고 병원을 찾아 본인의 현재 상태와 올바른 치료 방법을 의료진과 충분히 논의한 후 효과적인 치료제를 사용하여 삶의 질을 높이고 만족할 수 있는 치료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남현민 전주 대자인병원 중증 건선치료 전문센터 피부과전문의센터장

  •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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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7.26 16:26

그해 여름! 곰티재 옛길과 실록길

이미영 전북지역교육연구소 대표 녹음이 무성한 여름이면 걷고 싶은 길이 있다. 더구나 올해처럼 힘들고 답답한 시절엔 자녀와 함께 호젓한 이 길을 걸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바로 완주 소양면 신촌리에서 진안 부귀면 세동리로 넘어가는 곰티재 옛길과 내장사 금선계곡 용굴로 가는 조선왕조 실록길이다. 두 길은 1592년, 그해 여름에 있었던 전라도민의 이야기가 살아 있는 길이다. 곰티재 옛길은 일제 강점기인 1910년대 건설된 신작로로 1970년대 모래재 구간이 건설되기 전까지 전주에서 진안으로 넘어가던 주요 교통로였다. 427m인 곰티재를 오르는 옛길은 고개를 굽이굽이 돌아서 걷는 거리가 5.2Km가 되니 경사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7월의 곰티재 옛길을 도란도란 얘기하며 걷노라면 길가에 핀 하늘나리, 산딸기, 쐐기풀이 미소 짓고 만덕산 울창한 숲이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그러나 고갯길 중간까지 높이 100m가 넘는 익산~포항 간 고속도로가 지나며 시야를 막는 것은 옥에 티다. 고개 마루에 도착하면 진안 부귀면의 경계가 보이고 조금 더 오르면 웅치전적비가 있다. 임진왜란 3대 대첩에 버금가는 웅치전투는 1592년 음력 7월 8일에 곰티재 일대에서 벌어졌던 전투이다. 우리 관군과 의병은 웅치전투에서 수천 명이 전사하며 패했으나, 이튿날 다시 지금의 소양과 금상동, 신정동 일대에서 벌어진 안덕원 전투에서 승리해 곡창지대이자 전라감영이 있는 전주성을 지켜냈다. 당시 왜군은 조선군의 용맹함에 감탄해 조선군의 시체를 묻고 조선의 충성스럽고 의로운 행위에 조의를 표한다는 뜻의 조조선국충간의담(弔朝鮮國忠肝義膽)이라는 푯말을 세웠다고 한다. 늦었지만 최근 당시 조선군 무덤 터 등 웅치전적지를 발굴했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또 하나의 길은 여름철 짙푸른 내장산 숲을 느끼며 걸을 수 있는 조선왕조 실록길이다. 실록길은 내장사에서 금선계곡을 따라 약 1.5Km 정도 완만한 길을 걷다가 마지막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깍아지른 절벽에 있는 목적지인 용굴이 나온다. 용굴은 길이 8m, 높이는 2~2.5m로 제법 크다. 실록길은 조금만 걸어도 산 안에 숨겨진 것이 많다는 내장산 이름처럼 숲 속으로 깊숙이 들어간 느낌이 든다. 1592년 음력 6월, 왜군이 전주로 침략해 온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경기전 참봉 오희길은 태인의 선비 손홍록을 찾아가 전주사고에 보관되어 있던 조선왕조실록과 경기전에 있는 태조어진을 옮기는데 도와줄 것을 간청했다고 한다. 유생 손홍록은 학문을 같이 했던 안의와 함께 수십 명의 사람과 말을 끌고 전주로 달려가 실록과 어진을 싣고 일주일 넘게 걸려 내장산 깊숙한 곳 용굴암까지 옮긴다. 이후 실록을 조정에 인계할 때까지 13개월여에 걸쳐 실록을 지킨 이는 안의, 손홍록과 더불어 자발적으로 나선 이름 없는 민초들이었다고 전해진다. 임진왜란으로 춘추관, 성주, 충주사고에 보관되어 있던 실록은 불타버렸지만 전라도 선비와 민중이 지켜낸 전주사고의 조선왕조실록만 유일하게 남아서 역사를 전하고 국보와 세계기록문화유산이 되었으니 전북도민으로서 자랑스러운 일이다. 곰티재 옛길과 조선왕조 실록길! 그해 여름, 왜군들의 침략에 맞서서 치열하게 싸웠던 전라도민의 피땀 어린 길이다. 2020년 여름, 전라도 정신이 오롯이 녹아있는 두 길을 걷다보면 힘과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미영 대표는 (사)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 이사장을 지냈으며 현재 전북농촌지역교육네트워크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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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0.07.26 16:26

우리의 선택지는 결코 두 개가 아니다

송원 배우다컴퍼니 대표 많은 매체들이 한사람의 상처에 관해 쉴 새 없이 이야기한다. 단독과 오보 사이를 달리며 누가 더 자극적인 언어를 뽑아내는지 겨루는 경주마 같은 언론이 그러했고 공감과 연대는 사라진 채 분노와 의심, 억측에 휩싸여 피해자라는 과녁을 조준한 화살 같은 SNS가 그러했다. 보고 있자면 턱 하고 숨이 막힌다. 2년 전 피해사실을 고백하던 그날의 기억이 소용돌이치며 가슴이 먹먹하고 뜨겁다. 여전히 의연하지 못한 나의 존재를 사유하며 혹 세상 어딘가 나와 비슷한 존재가 있다면 잔인하고 아픈 칠월을 잘 견뎌주었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것을 해보는 것이 살아있음을 감각하는 일이라고 말해도 괜찮을까. 이 지면을 빌어서. 나는 2018년 2월 공개 기자회견을 통해 극단대표의 성추행사실을 고발한 미투 생존자이다. 그 당시 얼굴을 공개한 피해자라는 이유로 용기, 진정성, 이슈 등 다양한 말들이 쏟아져 나오며 이목이 집중되었다. 그러나 내가 얼굴을 공개한 이유는 신뢰를 얻기 위함이 아니었다. 가해행위자로 지목한 대표가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법적처벌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고 또 다른 피해자가 있을 확률이 높아 공론화가 필요했다. 또한 나는 직장이 아닌 개인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었고 사업장의 수익은 생계를 꾸리는 데 충분했다. 또 평소 대화를 많이 하는 분위기 속에서 가족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의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고 미투를 적극 지지했다. 다시는 연극을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적어도 미투로 인해 내 생계와 일상이 위협받지는 않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결코 모든 피해자의 상황이 나와 같지는 않다. 또한 피해자가 만인 앞에 자신을 드러내서 그 많은 상황들을 견뎌야할 하등의 이유도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타인의 상처에 훈수를 두며 쉽고 간편하게 피해자를 궁지로 몰아넣는다. 싫습니다. 못합니다를 하지 않은 이유를 몹시 궁금해 하면서도 그 요구가 충분히 받아들여질 수 있는 근무 환경이었는지에 대해서는 궁금해 하지 않는다.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저의에 대해서는 온갖 억측을 하지만 얼굴을 드러낸 이후 완전히 달라진 일상 속 고통을 감당할 피해자의 남은 삶이 어떤 것일지는 짐작하려 하지 않는다.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으면서 마치 그의 삶에 어떤 지분이라도 있는 듯 믿을만한 증거를 운운하며 끝내는 한 죽음과 한 상처를 연관 짓고 책임을 묻고야 만다. 피해자가 나와 같은 직장인이고 노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며 사회적 일원으로 인정받아 안전하고 즐겁고 일하고 싶은 욕망을 가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왜 떠올리지 못할까? 무엇이 우리의 상상력을 이토록 무력하게 만들었을까? 자 이제 내가 속한 공동체를 떠올려 보자. 공동체 일원 모두에게 싫습니다. 못합니다를 말할 자격이 주어지는가? 그 말을 한 어떤 사람도 결코 불이익이 없는가? 그리고 당신은 그 말을 단지 하나의 의견으로 쿨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인가? 피해자를 의심하고 비난하는 방식으로는 그 어떤 것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피해사실에는 우리가 바꿔야할 많은 구조적 문제가 숨어있고 우리는 분명히 그것을 찾아낼 수 있다. 누구도 거절에 거창한 용기가 필요 없게 되는 날, 우리 모두는 분명 조금 더 성숙해져 있을 것이다. /송원 배우다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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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0.07.26 16:22

성범죄자 발 붙이지 못하도록 모두가 감시를

미투운동이 재작년 들불처럼 번질 때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피해자들이 주위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묵살 당했다는 점이다. 공식 루트를 통해 정상적인 피해신고를 해도 가해자 처벌은커녕 오히려 피해자를 둘러싼2차 가해만 쏟아졌다. 어쩔수 없이 명예와 사생활 등 본인의 모든 것을 희생할 각오로 사회를 향해 가해자의 파렴치한 행위를 고발하고 단죄를 호소하는 것이다. 특히 공무원 사회는 이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문제 제기를 할 경우 조직 생리상 더 큰 피해를 입는다는 두려움 때문에미투를 꺼린다. 이런 점을 극복하고 개선하기 위해서는 외부 기관을 통한 엄정 조사와 구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임실군청 40대 여자공무원의 죽음도 결국은 공무원 사회침묵 문화가 극단으로 내몰았다는 여론이다. 과거 자신에게 지울 수 없는 성폭력 트라우마를 안겨준 가해자를 한 부서에서 상사로 모셔야 하는 그의 참담한 처지와 심경을 주변 지인들에게 토로했다. 관련 담당자에게도 피해사실을 털어 놓고 극단적인 상황을 해소해 달라고 읍소했다. 이와 더불어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도 같은 맥락이다. 피해자는 4년 넘게 서울시 관계자들에게 고충을 호소했지만 묵살 당했다. 인사 담당자를 비롯해 비서관 등 무려 20명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23일 전북도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최근까지 소속 산하기관 공무원의 성희롱 고충 신고는 1건이 고작이다. 실제 이 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괜한 오해와 불이익을 우려, 신고를 포기한다는 것. 아울러 여성가족부 2018년 성희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직원 2040명 중 3년간 한 번이라도 피해를 당한 사람은 8.1%이며 이중 공공기관 소속은 16.6%다. 특히 피해자가 참고 그냥 넘어가는 이유로문제 제기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따가운 시선과 인사고과 악영향 때문에 등이 81.6%나 된다. 성 범죄는 한 인간의 영혼과 삶 자체를 망가 뜨리는 범죄 행위다. 우리 주변 이런 몹쓸 짓을 하는 범죄자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모두가 감시자가 돼야 한다. 무엇보다 2차 가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생활을 존중해주는 것도 피해자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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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0.07.26 16:22

청년 고용률 20%대 추락, 특단의 대책 세워야

전북지역 청년 고용률이 날개 없는 추락을 하고 있다. 전북지역 15~29세 고용률이 지난 2018년 33.2%에서 지난해 31.7%로 떨어진 데 이어 올 2분기 들어서 29.0%까지 하락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청년 고용률 20%대는 전북이 유일하다. 지역 여건이 비슷한 전남도 청년 고용률은 38.4%로, 전북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높다. 도세가 열악한 강원도 40.7%를 기록했다. 전북지역 청년 10명 중 3명도 지역에서 취업을 못 하다 보니 탈전북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매년 8000~9000명에 달하는 20대 청년층이 전북을 등지고 있다. 전북을 떠나는 인구 10명 중 7명이 20대 청년층이다. 지난 10년 새 청년층 유출인구 수는 8만여 명이 넘는다. 이들이 전북을 떠나는 이유는 취업과 교육 때문이다. 일자리를 찾아서, 취업의 기회를 잡기 위한 교육을 위해 탈전북 사태가 심화하고 있다. 청년층이 전북을 떠나면서 시군은 소멸위기에 처했다. 젊은 층이 없다 보니 지역의 성장잠재력이 떨어지고 저출산이 심각해지면서 인구는 급감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자치단체마다 청년 유출을 막으려고 여러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한 실정이다. 전라북도와 14개 시군이 청년 조례와 청년 정책을 세우고 각종 프로그램과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떠나가는 청년들의 발길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안정적인 양질의 일자리가 필요한 데도 자치단체의 지원책은 거의 놀이문화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청년 정책이나 지원사업으로는 안 된다. 자치단체마다 청년 창업을 지원한다며 재래시장이나 전통시장 등 곳곳에 청년몰을 세웠다. 하지만 사업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부족하고 사회 경험이 없는 청년들이 참여하다 보니 대부분 험지로 내몰리고 말았다. 전라북도에선 청년들이 지역에서 자립하고 정착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고 여건에 맞는 청년 일자리를 제공한다지만 청년들의 욕구와 눈높이와는 거리가 있다. 유망한 기업을 적극 유치하고 장래성 있는 신산업을 집중 육성해서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또한 청년 취업 문제는 자치단체의 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 차원에서 청년 일자리 창출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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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0.07.26 16:22

정치인 출신 선호

그간 선출직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서 왜 저런 사람을 뽑아줬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선출될 당시는 하늘에 있는 별이라도 따다줄 것처럼 의욕이 기세등등했지만 임기가 끝나면 해놓은 게 별 게 없었다. 마치 공직근무 경험이 많아야 단체장으로서 일을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현행 제도하에서 단체장이 지방자치단체를 잘 이끌고 업적을 남기려면 중앙과의 소통을 잘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각 분야별로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 그룹과 소통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인적네트워크가 종횡으로 연결된 사람이 역량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4차산업혁명시대인 지금도 지역에서 적당히 애 경사나 잘 챙기고 스킨십을 잘 하면 표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돼 있다. 평소 죽어라고 장례식장을 돌며 조문하고 결혼식장을 빠짐없이 나돌면 그게 쌓여 덕이 되기 때문이다. 시대가 흘러가도 선출직은 여전히 동냥벼슬이다. 좋은 대학 나오고 좋은 직장 다녔어도 표 모으려면 그 지역에서 생사고락을 함께 해야 인정한다. 그렇지 않으면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간혹 예외가 있지만 그것도 언저리에서는 밑밥을 던저 놓았기에 가능한 것이다. 21대 총선이 끝나면서 관심의 무게추가 지방선거로 옮겨갔다. 도내서는 지사 교육감 전주시장 선거가 가장 관심이다. 다음으론 시장 군수선거다. 그러나 지금 지역정서로 볼때 민주당 아니면 단체장이나 지방의원 되기가 어려워 보인다. 남임순에서 무소속으로 이용호 국회의원이 당선되었지만 여전히 민주당이 강세여서 민주당 공천 아니면 어려울 것 같다. 원구성을 놓고 김제시의회나 정읍시의회가 보인 일련의 행태를 보면 절대로 민주당 후보를 찍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선거가 닥치면 관성적으로 민주당 후보를 찍는다. 전국동시선거라서 지역정서에 의존하게 돼 있다. 그게 문제다. 그래도 거의 선수들이 민주당 후보를 겨냥하며 표밭을 누빈다. 민주당이 176석을 지닌 거대공룡정당이 된 이후에도 불협화음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전북은 철옹성이다. 국민의당 민평당으로 재선 한 정헌율 익산시장이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기려 했지만 불허한 이유를 보면 민주당 지지도가 견고하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공직자로서 성공드라마를 일궈낸 유기상 고창군수도 민평당 유성엽국회의원의 도움으로 당선되었지만 유 의원이 낙선하면서 지지기반이 흔들린다. 무소속인 심민 임실군수의 3선 출마여부도 관심사다. 다음으로 농협조합장 출신인 황인홍 무주군수도 무소속이어서 다음이 주목된다. 8월 29일 민주당 전당대회 선거결과와 대선후보에 따라 단체장 후보가 요동칠 수 있다. 그간 주민들이 연고주의 선거를 해오면서 단체장은 관료 출신이 하는 게 나을 것으로 여겨왔지만 의식이 많이 바뀐 것 같다. 지금은 정치인 출신이 국가예산과 지역숙원사업을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 이들을 더 선호한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0.07.26 16:22

이 작은 나라의 도전과 용기

1989년 8월 23일,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 라트비아의 리가, 리투니아의 빌뉴스를 잇는 620km 도로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행렬은 이어지면서 600km가 넘는 도로를 채웠다. 200만 명이 넘는 엄청난 숫자였다. 정해진 시간이 되자 이들은 서로 손을 맞잡고 자유!를 외치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소련 통치를 받고 있던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니아 등 이른바 발트 3국 국민들이 독립과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나선 투쟁 현장이었다. 무장투쟁이 아닌 가장 평화적인 방법으로 나섰던 이 도로 위 투쟁을 사람들은 노래혁명으로, 행렬이 이어졌던 이 길을 발트의 길이라 부르게 되었다. 어쨌든 발트 3국은 노래혁명을 벌인지 2년 만인 1991년, 리투아니아를 시작으로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까지 모두 독립했다. 사실 발트 3국의 역사는 파란만장하다. 이민족과 강대국의 지배로 끊임없이 시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세 나라 모두 중세도시의 유산과 독특한 문화로 세계 관광객들을 불러들이는 세계적인 관광지가 됐다. 그중에서도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은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구시가지 전체를 지정할 정도로 중세도시의 모습을 잘 보존하고 있다. 에스토니아가 북유럽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나라로 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래된 도시의 문화유산으로 친숙해진 에스토니아가 이즈음 뜻밖의 주목을 받고 있다. 외국인들이 에스토니아에 와서 1년 동안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하는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 비자 제도를 만들어 운용하는 덕분이다. 코로나 19 사태로 국가마다 경계를 강화하는 이즈음 오히려 해외인재 유치에 나선 에스토니아의 선택은 놀랍다. 그러나 그동안 인구 132만 명의 작은 나라 에스토니아가 일궈온 기반을 들여다보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에스토니아는 일찌감치 IT산업에 국가 경쟁력을 집중해왔다. 그 결과, 언제 어디서든 무료로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었으며, 이미 2002년에 전자신분증을 도입하고 2007년에는 세계최초로 전자투표로 총선을 치렀다. 오래된 도시 탈린이 발트해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릴 정도로 IT산업의 중심지로 각광 받고 있는 묘한 조화(?)도 흥미롭다. 이번에도 에스토니아는 코로나를 앞세워 국경을 폐쇄하는 대신 오히려 빗장을 풀고 나섰다. 늘 시대의 변화를 주목하며 한걸음 앞서가는 이 작은 나라의 도전과 용기는 어디로부터 온 것일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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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0.07.23 18:54

군산항 활성화 근본 대책 마련 시급하다

도내 유일 국가관리 무역항인 군산항이 갈수록 침체를 면하지 못해 항만 활성화를 위한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특히 경쟁 관계인 다른 항만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면서 상대적으로 군산항 침체의 심각성이 부각되고 있다. 인천과 함께 서해안 최대 규모의 시설과 능력을 자랑하던개항 120년의 역사가 무색할 정도이다 군산항 침체의 심각성은 취급 물동량의 감소세에서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군산항 화물처리 실적은 1854만톤(수입 1325만톤, 수출 153만톤, 연안 376만톤)으로 집계됐다. 이 실적은 전년도의 1841만톤에 비해 소폭 올랐지만 가장 많은 물량을 취급했던 8년전인 2011년 실적 1981만톤에 비해서도 떨어진다. 지난해 군산항 물동량은 전국 31개 국가 항만 물동량의 1.1%에 그치는 초라한 실적이다. 군산항 취급 물량의 감소는 대기업인 현대중 군산공장 가동 중단과 한국GM 군산공장 폐쇄에 겹쳐 차량 부품 물동량 까지 크게 줄어든 것이 주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 2007년 32만대를 넘었던 군산항의 자동차 수출은 지난해에는 5만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군산항을 이용하던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의 수출 물량 마저 목포항으로 옮겨 가면서 군산항 침체를 가속시켰다. 이처럼 군산항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사이에 평택, 보령, 목포 등 경쟁 관계에 있는 항만은 비약적인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물론 배후에 자동차 공장등 대규모 제조시설이 있는 영향도 있지만 자자체의 항만 활성화 노력도 항구 발전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지자체 자체적으로 해양항만 발전협의회를 조직하거나, 발전 용역 수립 등을 통해 물동량 증대 전략마련에 나서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에 비해 전북의 경우 항만정책은 주로 국가사업을 보조하는 수준에서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책 전문가도 없고, 연구는 다른 분야에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전북 주요 정책의 우선 순위인농정에 밀려 해양항만정책에 소홀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각 항만의 시설이 확충되면서 물동량 유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전북도와 군산시는 군산항 활성화에 보다 더 관심을 갖고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0.07.23 17:29

2차 공공기관 유치, 정치권은 직을 걸어라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지난 2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수도권 공공기관 100여곳 2차 지방이전에 대한 기본계획을 보고하면서 공공기관의 추가 이전이 본격화됐다. 여당인 민주당도 지난 4월 총선 때 혁신도시 시즌 2정책을 선거 후에 확정짓겠다고 공언했고 최근 수도권의 부동산 광풍을 잠재우기 위한 대안으로 청와대와 국회 등 행정수도 이전 논의가 제기되면서 공공기관의 2차 지방이전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이미 각 시도마다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에 대비해 TF팀을 구성하고 용역 등을 통해 이전대상 기관 및 유치전략 마련에 착수했다. 시도별로 지역경제에 유익이 큰 알짜기관들을 타깃으로 정하고 당위성과 논리개발에 주력 중이다. 여기에 혁신도시가 없는 대전충남도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 최근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공공기관 유치전에 뛰어들어 1차 때보다 유치경쟁이 더 첨예할 전망이다. 전라북도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은 금융중심도시 실현을 위해 국책 금융기관 유치와 함께 농생명에너지분야 등 40여개 기관을 유치대상으로 분류해놓았다. 특히 제3금융중심지로 지정받아 국제적인 금융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국부펀드 운영기관인 한국투자공사(KIC)와 국책은행인 한국산업은행, 농협금융지주 등의 유치가 필수적이다. 그렇지만 지역경제에 파급효과가 큰 알짜 공공기관은 서로 눈독을 들이고 있는 데다 국책 금융기관 유치는 부산에서도 사활을 걸고 나서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제3금융중심지 지정 문제를 다루는 국회 정무위원회에 전북 지역구 의원은 한 사람도 없어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다. 반면 부산은 지역구 의원 2명이 정무위에 참가한 데다 제3금융중심지 저격수로 통하는 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20대에 이어 또다시 정무위로 배정받았다. 전라북도는 1차 공공기관 이전 때 LH 본사를 경남 진주로 빼앗긴 뼈아픈 실책을 범했었다. 200만 도민이 열화같은 응집력을 보여줬는데도 종잇조각에 불과한 삼성의 새만금 투자협약이라는 이명박 정부의 사기극에 속아 LH를 포기하고 말았다. 이번 2차 공공기관 이전에서는 이 같은 우를 되풀이해선 절대 안 된다. 국제적 금융도시 조성은 전북의 미래가 걸린 중차대한 현안인 만큼 지역구 국회의원과 도지사 등 정치권은 직을 걸고 나서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0.07.23 17:29

[금요수필] 이토록 사람의 향기가 그리운 것은

안홍엽 꽃의 계절이 끝났다. 매화, 산수유, 개나리, 겨울 달빛보다 더 시린 목련꽃, 인동의 시간들을 견뎠던 만큼 봄꽃들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어느 땐 바로 가까이 피어있는 꽃들도 그냥 지나칠 때가 많지만 봄의 꽃들은 그럴 수가 없다 이제 봄꽃의 향연은 끝나고 세상은 여름 꽃으로 단장을 시작했다. 그런데 웬일인가? 코로나의 습격은 축제의 마당을 통곡으로 바꾸어 버렸다. 아름다운 봄꽃 향기가 온 누리에 기득해야 할 계절에 온 세상을 악취로 뒤덮여버렸다. 거기에 축제마당을 종횡으로 헤집고 다닌 사람들의 못된 짓거리들은 꽃의 향기를 뒤덮을 만큼 악취를 풍겨놓았다. 꽃의 향기가 제각각인 것처럼 사람들의 향기도 마찬가지여서 세상을 즐기리라 오해를 했다. 요란한 소리 없이 고요한 향기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가는 봄꽃처럼 사람들도 그렇게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절규했다. 그런데 봄의 축제도 막을 내렸다. 그렇지만 코로나는 인류의 생명뿐만 아니라 사람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끊임없는 위협을 하고 있다. 주연과 배역이 바뀐 정치권은 백성의 아픈 곳, 가려운 곳이 어디인지를 애써 모른 체 하려는 듯 가증스럽다. 승자의 저주는 하늘을 찌르고 패자의 갈등은 날이 새도 마찬가지다. 방법이 없어 민주주의는 선거라는 제도를 아쉽게 채택했다지만 차라리 이럴 바에야 선량한 독재자를 찾는 것이 오히려 이상적이지 않을까 하는 가설까지 생각하게 한다. 명색이 민주주의를 품고 살아 온 사람들이 오죽하면 이런 한탄스러운 푸념을 했을까. 언필칭 우리는 경이롭고도 놀라운 나날들 속에 살아왔다. 진실한 꿈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라는 광고 카피나 사랑스러운 세계를 원하거든 네 적을 포함해 모든 것을 사랑하도록 하라고 권고한 간디의 말을 되새겨본다. 어차피 함께 만들어가에서 진실해 보이고도 싶고 모두를 사랑하고도 싶지만 반복되는 배반의 세월을 어떻게 추스려야 할까? 최인호는 우물 안 개구리는 대해(大海)가 있음을 모른다는 속담도 있지만 용서를 애원하는 자도, 해야 할 자도 진실함도 사랑함도 모두가 사람이 해야 될 일인데 사람들끼리 잘 못 만나 봄꽃 향기도 날려버리고 봄의 축제도 흥이 사라져 버렸다. 우리는 모두 우물 안 개구리다. 그러면서도 모두가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한다. 향기로운 사람들을 만나 그 향기에 포근히 안기고 싶어 한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오순도순 만들어가는 세상이 이상향이다. 이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는 공동 작업이 이루어지는 세상을 좋은 세상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까지 이러한 좋은 사람들을 만나지 못 했다. 어쩌다 우리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되었는지가 참 꿈같고 기적 같다. 석유 값이 물 값 보다 싼 이상한 세상을 살아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아름다운 사람은 꽃 보다 더 진한 향기를 풍긴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그 향내는 가시지를 않는다. 꽃은 향내가 없어도 자태가 아름다우면 아름다운 꽃으로 행세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애써 향내를 버리려 해서 안타깝다. 죽어서 이름을 남기려는 그 이름은 다름 아닌 꽃의 향기와 같은 것이다. 꽃의 향기보다 더 진한 사람의 향기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다. 지난 총선에서 우리는 300명의 대리자를 뽑아 황금빛 뺏지를 달아주었다. 그 뺏지의 뒷면에는 5000만 국민을 사람의 향내에 취하게 하라는 명령이 새겨져 있다. 그 향기를 기대해 본다. △안홍엽 수필가는 전주 mbc 편성국장을 역임했고 <월간문학>으로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 회원이며 전북문화상 수상작가로 산문집 <사랑이 꽃비 되어>, <별과 사랑과 그리움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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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7.23 16:36

경기부양, 어떻게 할 것인가?

끝을 알 수 없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 세계 확산으로 세계경제가 꽁꽁 얼어붙었고,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도 비껴갈 수는 없어 보입니다. 국가도 일반 가계와 마찬가지로 돈을 벌어야 쓸 수가 있는데, 이미 써야 할 돈이 확정된 상태에서 경기가 불황이면 당연히 국가수입도 줄게 되고 국가경제는 엉망이 되겠지요. 국가는 어려워진 국가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재정조달을 실시할 수 있는데 그 수단으로는 채무부담, 통화량증가, 조세수입 등 세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국공채를 발행해서 확대적 재정정책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애초에 경기가 침체되어 민간부문에서 확보하고 있는 자금이, 유동성이 떨어져 돌지 않으므로 정부가 개입하여 국공채를 발행하여 민간자금을 공공부분으로 이전한 후 정부지출을 늘려 총수요를 증가시켜 경기를 부양하는 방식입니다. 둘째로 통화량을 일시적으로 증가시키는 방법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오해하고 있는 것이 조폐공사는 무조건 화폐를 찍어내는 곳으로 알고 있지만, 조폐공사는 훼손된 화폐를 회수해서 새로운 화폐로 교환하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어려워진 국가경제를 극복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회수된 화폐보다 더 많은 화폐를 발행하여 시중의 통화량을 증가시키게 된다면, 하이퍼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을 발생시키게 되므로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국가에서는 절대로 시행해서는 안되는 수단입니다. 셋째로 증세를 통한 조세수입을 늘리는 것입니다. 지난 5월까지 우리나라의 조세수입은 118조2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21조가 감소하여 20% 이상 급감했고, 정부에서는 재정지출 확대를 위해 3차 추경예산을 편성하면서 이미 11조4천억원 규모의 세입경정을 했지만, 세금수입 감소속도로 보면 이 정도의 세입경정으로는 재정누수를 막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무리한 증세정책은 시장의 소비지출을 억제하고 기업의 투자를 축소시켜 오히려 경기가 악화될 가능성이 더 커 보입니다. 반면에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정부의 싱크탱크가 증세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여권 일각에서도 증세를 고민할 때라며 보편적 증세에 불을 지피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무리한 증세정책보다는 정부지출의 효율화, 부처 간 또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유사?중복사업의 정비, 탈루소득 과세 강화, 비과세감면제도의 정비, 세외수입확충 등을 통한 재정건전화로의 전환이 더 요구되는 시점이 아닐까 합니다. /노인환 한국미국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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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7.23 16:35

고용승계·하늘길 유지 중심에 놓고 이스타항공 살려내야

김영기 객원논설위원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대표 전북에 본사를 둔 이스타 항공의 합병 문제가 제주항공의 포기 선언으로 물 건너간 상황이다. 제주항공은 이스타 항공 인수를 통해 아시아 최고의 저가 항공사를 꿈꿨으나 코로나 사태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전쟁 중에도 유지되던 하늘 길이 막히며 비행기들이 거의 멈추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전까지 이스타 항공을 비롯하여 순차적으로 설립된 저가 항공사들은 항공 수요의 확대와 더불어 초고속 성장을 해왔다. 저가 항공사가 넘쳐나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합종연횡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스타 항공은 본사를 전북에 유지하고 고용 승계를 조건으로 작년부터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이 진행되어 계약금을 받고 최종 잔금을 받으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가 변수였다. 제주항공은 합병 전제 조건으로 실현 불가능한 조건을 제시하며 이를 명분으로 인수합병을 없던 일로 하려는 꼼수를 부렸다. 최근 공개된 통화 녹취록과 노조의 주장을 보면 제주 항공은 계약금 지급 이후 이미 이스타 항공의 경영과 노선 유지에 영향력을 행사한 징후들이 보이고 있다. 하지만 예상 못한 코로나 사태로 적자 폭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제주항공이 계약위반을 이스타 항공에 떠넘기고 인수합병을 없던 일로 하려는 것이다. 급기야 어제 인수합병 포기 선언을 했다. 결국 인수합병 문제는 정부의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소송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이스타 항공은 국내 저가 항공사 중에서 가장 빚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인수합병이 결렬되어 부도를 맞을 확률이 높아졌다. 2000여 직원이 거리로 나앉게 된 것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애경이 모회사인 제주항공의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재벌의 속성에 대한 몰이해, 국토부를 비롯한 정부의 무능력과 함께 노조도 사태의 본질을 오판하여 공격의 칼날을 내부에 집중하여 제주항공의 무산 선언에 들러리를 서고 이용당하며 실기한 측면도 있다. 이제 이스타 항공은 벼랑 끝에 몰려 해결 방법은 한정적이다. 이스타 항공이 인수합병으로 미뤄진 코로나 재난 극복 지원금을 다른 항공사와 마찬가지로 받아 급한 불을 끄고 자구 노력을 통해 새롭게 출발하는 것이다. 둘째는 정부가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 제주항공과의 인수 합병이 원래대로 이루어지도록 조치하는 것이나 제주항공이 인수 무산을 선언한 최근 행보로 보아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불가능할 것이다. 이도 저도 어려우면 최악의 경우 부도 선언 후 법정 관리를 받는 것이다. 코로나 여파가 아니었다면 운영에 문제가 없던 이스타 항공이기에 현재 수준에서 채권을 동결하고 법정 관리로 고용을 유지하며 자구 노력을 통한 회생 절차를 밟는다면 이후 항공 면허를 원하는 새로운 주인을 맞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강원도는 지역 항공사를 설립할 정도로 항공사는 지역 발전과 밀접하다. 항공사와 공항 없이 험난한 경쟁에서 힘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이스타 항공 직원 2000여 명 중 30% 이상이 전북에 연고를 둔 우리의 아들. 딸이다. 이스타 항공을 지켜내는 것은 단순히 항공사의 문제뿐만 아니라 지역경제에도 큰 연관이 있는 것이다. 그토록 소원하던 국제공항을 몇 년 후에 갖게 되는 전북의 입장에서 지역 항공사와 노선을 지켜내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이제부터라도 전라북도와 지역 정치권이 앞장서서 이스타 항공이 최악의 경우인 공중분해를 막아내고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와 지원을 끌어내며 전북도민의 힘으로 지역 항공사를 지켜내는 것이 장기적으로 지역의 이익이며 하늘 길을 유지하는 길이다. /김영기 객원논설위원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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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7.23 16:33

회복기의 삶

나태주 시인 우리의 삶은 하루하루가 따분하고 지루하다. 그날이 그날 같고 하나도 신나는 일, 즐거운 일이 없다. 그렇지만 말이다. 여기서 한 번 생각을 바꿔 볼 필요가 있다. 자신의 관점과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에머슨이라는 미국 사람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당신이 헛되게 불평하면서 보내는 오늘은 어제 죽은 사람이 그렇게도 살고 싶었던 내일이다. 바로 이것이다. 오늘이라는 시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늘은 어제도 아니고 내일도 아니다. 오직 하나밖에 없는 날이다. 우리 인생에서 가치 있는 날은 오늘뿐이다. 어제는 지나간 오늘이고 내일은 아직 오지 않은 오늘이다. 그렇다면 오늘은 얼마나 놀라운 축복의 날인가! 그래서 나는 오늘은 나의 생애에 남은 날 총량 가운데 오직 하나밖에 없는 새날이고 첫날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또 어떤 사람들인가? 그 오직 하나밖에 없는 새날과 첫날에 있어서 오직 하나밖에 없는 첫사람이고 또 새사람이다. 이런 생각 하나만 바꿔도 세상은 갑자기 눈을 뜨는 세상이 되고 눈부신 세상, 찬란한 세상이 된다. 부디 우리가 사는 세상을 지루한 세상, 짜증나는 세상, 누더기같이 낡은 세상이라고 꾸중하지 말기 바란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당신의 세상만 그런 세상에 살게 되는 것이다. 이쯤에서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 보들레르의 말을 인용해보고 싶다. 보들레르는 시를 이야기하면서 시를 쓰는 시인은 회복기에 이른 환자와 같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회복기란 마치 어린 시절로의 회귀와도 같다. () 아이는 모든 것을 새롭게 본다. 그는 언제나 도취해 있다. 우리가 영감이라고 부르는 것은 다른 어느 것보다도 아이가 형태와 색채를 흡수하는 기쁨과 가장 닮아있다. 우리도 주변에서 가끔 이와 같은 사람들을 만난다. 암에 걸렸다가 나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시라. 그에게 세상은 오직 눈부신 세상이고 새로운 세상이고 아름다운 세상이고 찬란한 세상일 뿐이다. 그에게 있어 무엇 하나 새롭지 않고 감사하지 않은 것이 있겠는가. 그는 조그만 일에도 흥분하는 사람이고 감동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암이란 질병에 걸렸던 것은 분명히 불행이고 악운이고 피하고 싶은 일이지만 그 이후의 날들은 축복의 날들이 될 것이다. 실은 나도 그런 일을 겪은 사람 가운데 하나이다. 2007년의 일이니까 벌써 13년 전의 일이다. 그때 나는 분명히 죽을병에 걸렸었지만 끝내 살아서 병원을 빠져나왔다. 그런 이후 나의 인생은 완전히 바꼈다. 날마다 나는 기쁘고 즐거운 사람이 됐고 사소한 일에도 취한 사람이 됐고 의미를 찾는 사람이 됐다. 보는 것마다 새롭고 신선하고 아름다웠다. 그야말로 그것은 취한 삶이었다. 술을 마시지 않고서도 취하는 날들이었다. 믿지 못하실 것이다. 그냥 그것은 터닝포인트 정도가 아니다. 그것은 완전히 반전의 인생이었다. 비록 몸은 병들고 왜소해졌으며 많은 가능성이 사려져 버렸지만 남아 있는 것들에 대해 충분히 감사하고 좋은 것을 아는 사람이 된 것이다. 겨우 이만큼밖에 남지 않았다고 투정하는 사람에서 아직도 이만큼이나 남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하는 것을 아는 사람이 된 것이다. 진정 인생이 지루하신가? 따분하신가? 아무것에도 희망이 없다고 여겨지시나? 그렇다면 어린아이 같은 마음을 가져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세상만사 살아가는 기대 수준을 조금쯤 낮출 필요가 있다. 조금쯤 부드럽고 다정한 눈길이 준비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는 너무나 외부 지형적이고 타인 지형적이다.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 사태를 지나오면서 우리는 그런 경험을 충분히 했다고 본다. 일상적인 일, 흔한 일들이 소중하게 느껴지고 그립게만 느껴지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우리도 한 사람 한 사람 보들레르식으로 말한다면 회복기의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부디 자기 자신을 해바라기라고만 생각하지 마시고 때로는 채송화라고 여겨보시라. 세상이 대번에 달라져 보일 것이다. 큰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도 채송화는 애당초 키가 작은 꽃이기에 해바라기처럼 넘어지거나 줄기가 부러지는 일이 없을 것이다. /나태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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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7.2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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