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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특별시 무주, ‘건강도시’ 특화 전략을

자연특별시 무주군이 ‘100세 건강도시’ 계획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관련 학계와 언론, 지역주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건강도시로의 발전 방향과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정책세미나를 열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절벽 시대, 지역의 강점을 살린 특성화 전략으로 지역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전문가와 행정, 그리고 주민들이 머리를 맞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여느 지방 소도시처럼 소멸위기를 맞고 있는 무주군은 도시재생의 방향을 ‘100세 건강도시’로 정했다. 사실 무주군처럼 ‘건강도시’를 선언한 지자체가 적지 않다. 무주군이 가입한 ‘대한민국 건강도시협의회’의 정회원 도시만 해도 현재 103곳에 이른다. 이 중 무주는 건강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자연환경과 먹거리(로컬푸드) 등의 여건에서 다른 도시보다 탁월하다. 세계보건기구 건강도시연맹으로부터 건강도시 정회원 인증을 받았고, 건강도시 기본계획도 수립해 차근차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무주군이 ‘전국에서 100세 이상 초고령 인구 비중(2022년 기준)이 가장 높은 도시’로 꼽혀 건강도시 정책에 탄력을 받고 있다. 하지만 관련 통계자료를 엄격히 따지면 무주를 100세 이상 초고령 인구가 가장 많은 전국 최고의 장수촌으로 보기는 어렵다. 통계는 인구 10만명당 100세 이상 인구 비율을 조사한 것이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지역 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한 탓에, 즉 분모가 다른 지역보다 훨씬 작아서 그 비율이 1위를 차지한 것이라면 조사 결과를 내세우기보다는 소멸위기 극복을 위한 지역공동체 활성화 방안부터 찾아야 한다. 무주는 도시의 정체성 확립, 그리고 지역 위기 극복을 위한 대안으로 ‘청정 건강도시’를 전면에 내세웠다. ‘100세 시대, 질병 없이 건강하게 오래 살기’는 모든 사람의 바람이다. 시대적 요구에 맞춰 100세 건강도시를 선언한 만큼 경제‧관광, 문화예술‧보건‧일자리 정책‧교육 등 군정 전반에 걸쳐 지역 특성을 반영한 차별화된 건강도시 발전 전략과 세부계획을 추진해야 한다. 그래서 자연특별시 무주군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건강도시, 건강한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 앞다퉈 찾아오는 활력도시로 우뚝 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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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10.20 18:38

IB교육은 하나의 맞춤형 브랜치(branch)로 도입되어야 한다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는 스위스의 국제 교육재단(IBO)에 의해 만들어진 교육 프로그램으로, 우리나라는 제주와 대구에서 운영의 본보기를 보였다. 철저한 관리와 인증 시스템을 가동하는 IB교육은 독서와 에세이를 두 축으로 하면서, 학생 주도의 분석, 탐구, 응용, 토론 등으로 진행된다. 자발적 성장을 돕는 이 교육 요소들은 과거 이념 정책이었던 혁신교육, 2015 이후의 개정교육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아 오늘날의 궁극적인 교육 지향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래서 IB교육 도입이 설령 정책적 이슈의 일면이 있다 하더라도 우수하고 방향성 있는 교육 모델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다른 곳에서 최적화된 교육 모델을 상이한 조건 안에 도입하거나 적용할 때는 반드시 수용적 측면의 여건과 가치를 점검해야 한다. 우리 것으로 재탄생되는 수정 모델을 감안해야 하고, 어떤 학생에게는 오직 실험에만 머물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도입 지점의 제반 여건을 충분히 분석한 학교-학생-교사 중심의 적용만이 성공을 담보한다. 교육 특성에 부합하는 학생이 그 대상이 되어야 하고, 수업설계 역량을 발휘할 교사가 한 몫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IB교육이 그 자체로 상위 학습 모델은 아니다. 다만 각 단계마다 적용 가능한 수준의 기본 학력이 요구되기에 대상 학생들에게는 기초를 넘어선 학력 수준이 선결되어야 한다. 그런 이유로 IB교육은 학교 단위로 도입해 모든 학생에게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위험이 있다. 단계를 소화하기 어려운 학생들에게까지 적용하는 것에는 일면 그들의 교육적 희생을 방관하는 안일함이 있다. 제주의 IB교육 도입이 굳이 표선 지역을 대상으로 했던 것, 대구의 도심에서 학교 단위가 아닌 학급 운영으로 IB교육을 시도한 것은, 그만큼 적용의 제반 조건을 심도 있게 고민한 것이었다고 본다. 이미 경험한 지역의 결과 보고서는 마땅히 우리 지역에 맞는 IB교육 도입 방법을 고민할 수 있는 중요한 바탕이 된다. 중도 이탈 또는 만족도가 낮은 학생, 적용 자체를 부정하는 교사, 학교 운영상의 갈등과 고민 등을 그 이유와 해결책 차원에서 반드시 챙겨봐야 한다. 고민의 방향은 정책의 이슈화가 아니라 소수라도 교육적 수혜를 탁월하게 받아갈 학생이 중심이어야 한다. 관심학교, 준비학교, 인증학교로 가는 단계에서 교육적 효용이 증대되면서 그 적용 학생이 점차 늘어날 수 있는 시스템을 긴 과정으로 담아야 한다. 이슈적 정책으로 성급한 학교 모델링을 시도한다면 과도한 예산 감당과 함께 운영이 주객전도로 빠질 수도 있다. 상당한 수준의 정점에서 IB교육을 소화할 DP 과정은, 원론적으로는 대입 지원이 가능하다지만 절박한 우리의 입시 현실에서는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되기에 우리의 IB교육을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집중 적용하도록 만들고 있다. 하지만, 어느 단계든 IB교육을 철저하게 하나의 브랜치로 적용해 간다면, 소수의 맞춤형교육은 점진적인 성공을 보장할 것이고, 양적, 질적인 교육적 효용의 확산도 기대함직하다. 결국, IB교육을 비롯한 맞춤형교육의 다양한 브랜치가 각각 적절한 학생을 중심으로 진지하게 적용되는 것은 그 자체가 미래교육의 큰 축이 될 것이다. 학교교육이 하나의 교육 모델로 전체 학생을 일률적으로 통괄할 수 없는 것, 그것이 바로 미래 교육이고 미래학교이기 때문이다. /송영주(<고등학교 교육을 말하다> 저자∙전 군산동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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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0.20 18:38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예비군은 필요하다

제4차 산업혁명은 로봇공학, 가상현실(VR), 드론, 인공지능(AI)과 같은 혁신적인 기술이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현재와 미래를 의미한다. 이로 인하여 긍정적인 전망은 기술이 진보되어 인류 전체 삶의 질을 높일 것이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상대로 선전포고 없이 대규모 침공 공격을 감행하며 시작된 하마스-이스라엘 전쟁과 2022년 양국 간의 전면적으로 번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렇게 전쟁의 장기화에 따라 러시아,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모두 예비군이 동원됨에 따라 그 어느 때보다 예비군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정부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에 대비하여 충무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충무훈련은 전시대비계획의 실효성 검증과 시행절차를 숙달하기 위하여 실제 훈련 위주로 실시하는 지역단위 종합훈련이다. 이에 전북특별자치도에서는 충무훈련을 2024.10.28.(월) ~ 2024.11.1.(금)까지 실시할 예정으로 군사작전 지원을 하기 위한 지정된 병력과 기술인력, 물자동원 등을 실제 동원하여 임무와 역량을 점검한다. 병무청에서는 충무훈련을 통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적기에 적정 충원을 보장할 수 있도록 병력동원 집행을 비롯한 전시 임무 수행 절차 숙달에 전념하고 있다. 또한, 군사작전을 지원하는 부처로서 국가동원령이 선포되면 평시 업무를 중단하고 병력동원 집행에 총력을 기울인다. 그래서 다양한 적의 공격에 대비하여 신속·정확한 병력동원 준비 태세를 확립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병력동원에는 우발 상황의 발생으로 추가적인 동원소요가 필요한 긴급동원과 계획된 정상동원이 있다. 긴급동원은 소집일 4일 전까지 지방병무청에 소요를 제기하면 지방병무청장은 소집일 1일 전까지 소집통지서를 교부하며, 정상동원은 사전 계획에 따라 평시 임무가 고지된 병력자원 대상으로 실시 하는 계획동원이다. 그래서 예비군은 병무청의 병력동원 계획에 따라 정해진 시간 안에 소집부대로 입영을 해야 한다. 급격한 출산율 저하로 인해 군(軍)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초저출산 시대에 병력동원 대신 드론과 전투로봇 등 첨단장비들이 그 역할을 대체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첨단장비를 조종하는 것은 병력이 동원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들을 상호 연결할 네트워크 관리와 조작·보완 등을 위해 오히려 더 많은 인력이 투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공지능(AI), 네트워크 전쟁, 자동화, 무인화 등 이런 Key Word에 익숙해지다 보면 미래 군대에는 인간이 필요 없는 시대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을 활용하여 국방력과 예비전력 강화를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병력이 매우 중요하다. 아인슈타인은 “컴퓨터는 믿을 수 없이 빠르고, 정확하며, 멍청하다. 사람은 매우 느리고, 부정확하며, 뛰어나다. 둘이 힘을 합치면 상상할 수 없는 힘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달해도 사람이 더 잘할 수 있는 일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4차 산업시대에도 병력동원 준비태세 강화를 위해 무엇보다 역량을 갖춘 예비군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병무청에서는 국가 비상사태 대비에 필요한 병력동원 소요 충원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김성준 전북지방병무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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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0.20 18:38

인구 소멸 위기, 보편적 복지정책으로 해답 찾는다.

순창군이 정책 기조로 삼고 있는‘보편적 복지정책’에서 인구 소멸 위기의 해답을 찾아가고 있다. 도내 14개 시군의 인구 현황를 보면 지난 2023년 12월 말 대비 올해 9월 기준으로 인구가 늘어난 곳은 순창군과 완주군, 두 곳뿐이다. 순창군에는 산업단지나 대기업 생산공장, 대규모 공공기관 등이 있지 않다. 그럼 인구가 늘어난 이유가 어디 있길래, 인구 소멸의 위기 속에서도 어떻게 인구를 늘린 것일까. 지난 2021년 인구감소율 전국 1위라는 불명예를 기록했던 순창군이 어떻게 인구를 늘릴 수 있었는지. 순창만의 특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서 그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이 같은 이유에 대해 순창군은 아동행복수당, 대학생 생활지원금 지급, 청년종자통장 지원사업, 농민기본소득 확대, 노인일자리 확대 등‘보편적 복지정책’추진이 직·간접적으로 효과를 발휘해 인구가 증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024년 9월 30일 기준 순창군 인구는 2만6803명으로 민선 8기가 출범한 2022년 8월 2만6743명과 비교하면 60명이 늘어난 수치다. 2021년 인구감소율 전국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던 순창군 입장에서는 매우 고무적인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순창군은 민선 8기 취임 이후 특정 계층이나 조건에 상관없이 모든 주민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보편적 복지정책’을 핵심 정책 기조로 삼고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아동행복수당’은 지난해 9월부터 순창군에 주민등록을 둔 2세부터 6세의 전체 아동에게 1명당 매월 10만 원을, 7세부터 17세 아동의 경우 두 자녀 이상, 다문화 가구, 중위소득 80%(3인가구 월 377만원) 이하 가구 중 한 가지 조건만 충족해도 매월 1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내년 1월부터는 1세~17세까지 조건 없이 모든 아동에게 매월 10만 원을, 1세∼7세 아동 중 두 자녀 이상 가구 등 특정 조건 충족 시 1인당 매월 20만 원으로 확대 지급할 예정이다. ‘대학생 생활지원금’ 또한 주목할 만하다. 순창 관내 초·중·고등학교 출신 대학생들에게 1인당 학기별 200만 원, 연간 400만 원, 4년간 총 1,600만 원이라는 파격적인 금액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667명에게 총 12억 5000만 원을 지급했다. 청년층을 위한‘청년종자통장 지원사업’도 빼놓을 수 없다. 순창군은 도시와 농촌 간의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해 청년근로자들이 월 15만 원을 납입하면 행정에서 30만 원을 지원해 2년 만기 시 1080만 원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게 했다. 지난해 370명이었던 신청자가 올해는 1282명으로 급증해 청년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외에도 농민들에게 올해 160만 원, 임기 내 연간 200만 원을 지원하는 농민기본소득과 노인 일자리를 3000개까지 늘리는 정책 등 다양한 보편적 복지정책을 펼치고 있다. 과거에는 이런 복지정책들이 단순한 포퓰리즘으로 치부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심각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직면한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에게 이제 보편적 복지정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순창군의 사례는 보편적 복지정책이 단순한 선심성 정책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존립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당장의 인구 유출을 막고 새로운 인구 유입을 유도하는 데 있어 보편적 복지정책의 효과는 분명해 보인다. 이는 단순히 복지 차원을 넘어 지역의 존립과 발전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이다. 인구 소멸 위기의 해법으로 보편적 복지정책이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시기가 하루빨리 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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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0.20 18:38

시험대에 선 도내 국회의원

도민들은 21대 의원을 지낸 6명을 지난 4.11 총선 때 다시 여의도로 보내줬다. 지난 21대 때를 가장 약체라고 평가하고 그 보강책으로 정동영 이춘석의원과 전문성이 확보된 이성윤 박희승의원으로 전북정치권을 꾸려줬다. 5선 1명 4선 1명 3선 3명 재선 3명 초선 2명으로 꾸려진 라인업은 외견상 봤을 때는 큰 일을 해낼 수 있는 드림팀처럼 보였다. 거의가 친명계인데다 당 살림을 관장하는 3선의 김윤덕의원이 사무총장까지 맡게 돼 원팀으로 결속만 잘 하면 기대이상의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전북은 지난해 잼버리 대회 때문에 정부와 여당인 국힘측으로부터 각종 수모를 당하면서 급기야 국가예산 삭감이란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광역도중 유일하게 전북만 국가예산이 삭감돼 사상 처음으로 2024년도 예산을 마이너스로 편성했다. 심지어 새만금관련예산은 정부예산안에서 78%를 삭감,사실상 사업을 하지말라는식의 예산안이 편성돼 도민들의 자존심을 뒤흔들어 놓았다. 이 같은 돌발상황이 발생하자 애향운동본부를 중심으로 모처럼만에 출향인사들까지 합세해 5백만 범도민들의 분노의 함성이 여의도 하늘에 울려퍼졌다. 당시 전북정치권에 똑똑한 의원이 한명이라도 있었으면 이 같은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와 국힘쪽에서 전북정치권을 같잖케 여겼기 때문에 예산삭감이란 굴욕스런 상황을 만들었다. 불과 1년전이라서 지금도 도민들의 뇌리에 치욕스런 장면이 생생하게 기억되고 있다. 문제는 감사원에서 잼버리 감사를 했기 때문에 잘잘못을 따지면 될 것을 마치 전북도가 모든 것을 잘못한 것처럼 뒤집어 씌워 예산삭감으로 책임을 물은 건 잘못된 판단이다. 도민들은 그 당시 분노가 끓어올라 현역들을 전원 교체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지만 예산이 복원되면서 미웠던 감정이 수그러들었다. 그 때 현역의원 6명이 의정활동을 잘해서 다시 뽑아준게 아니라 미워도 다시한번이란 노래 제목처럼 더 잘하라는 뜻으로 기회를 준 것이다. 익산에서 연속 3선했다가 21대 때 낙선의 쓴잔을 마시고 권토중래한 이춘석의원이 송곳질문과 대책을 박상우 국토부장관 한테 따져 묻는 바람에 도민들이 모처럼만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다. 특히 정부가 예산을 편성할때 전북한테 엄청난 차별과 불이익을 안겨줬다고 지적, 그 대책으로 대광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바야흐로 야당의원의 시간인 국감철이 돌아왔다. 이 기회를 잘 활용해서 국감스타의원이 되면 정치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국가예산확보도 용이할 수 있다. 그간 김관영지사가 전방위로 국가예산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도내 출신 10명의 국회의원 협조 없이는 지난해 9조보다 1조 늘어난 10조 확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박지원 의원이 지휘하는 광주 전남도 의원처럼 일사분란하게 원팀으로 움직여야 가능성이 보인다. 공정과 상식을 국정철학으로 내세운 윤석열정권이 특검정국에 발목 잡혀 국정운영을 제대로 못하지만 전북은 지역불균형 해소차원에서 목표를 꼭 달성해야 한다. 5선의 정동영의원이 그 중심에 서야 하는데 모두가 각개약진해 불안하고 걱정스럽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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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4.10.20 18:37

[새 아침을 여는 시] 배롱나무 전설-고순복

여든 할머니처럼 구부러져 있는 내 고향 8월이면 뽀얗게 분 바르고 피어나는 간지럼 나무꽃 연분홍 흐드러진 사연 구슬프다 간밤에 떨군 꽃잎마다 다홍치마 손질하고 있다 꽃등 밝히고 떠나간 것들 그리워서 대쪽 같은 우리 사랑 쳐다보고 있을지 몰라서 사랑 그 꽃, 석 달 열흘 밝혔다 누군가는 아주 차갑게 누군가는 아주 뜨겁게 피고 지는 일상에서 나는 누굴 기다리며 이 밤 꽃등 들고 있는가 어디서 왔는지 조용히 앉아 산기를 겪고 있는 그림 하나 후련하게 만나지 못한 당신과 나의 후렴구처럼 다가온다 △ 간지럼나무꽃은 배롱나무꽃이다. 시적 화자의 고향에 피는 배롱나무꽃은 “떠나간 것들 그리워서” “대쪽 같은 우리 사랑 쳐다보고 있을지 몰라서” “여든 할머니처럼 구부러”진 몸뚱이에 “뽀얗게 분 바르고” 꽃 피워낸다. “석 달 열흘” 피어나는 저 꽃을 백일홍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백일’이라는 말은 ‘끝없다’라는 말, ‘백일’이라는 말은 ‘영원하다’라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당신과 나의 후렴구”라는 말은 몇 절을 불러도 다시 돌아오는 곡조다. “배롱나무 전설”은 그래서 끝없고 영원한 기다림의 노래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제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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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0.20 17:54

병력동원 소집대상자는 어떻게 결정되나요?

병력동원소집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부대편성이나 군 작전수요를 위하여 국가가 예비역, 군사교육을 마친 보충역과 법률에 의하여 보충역에 편입된 사람 중 병역동원소집대상자로 지정된 사람에 대하여 현역 복무 외의 군 복무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말합니다. 장교, 준사관, 부사관의 복무를 마친 예비역은 군인사법에 의한 현역 계급의 연령 정년까지, 현역·상근예비역의 복무를 마친 예비역 병과 사회복무요원, 전문연구요원 등 보충역은 복무를 마친 다음 날부터 8년이 되는 날이 속하는 해의 12월 31일까지 예비군에 편성되어 병력동원 소집대상자가 됩니다. 병력동원지정은 병력동원 소집대상자 중에서 군 소요를 충원할 수 있도록 최근 전역(간부 1~6년차, 병 1~4년차)한 예비군 적격자(계급, 병과, 군사특기)를 우선 동원 지정함으로써 소집부대 전투력을 최대한 확보함과 동시에 유사시 신속한 동원을 위하여 소집부대로부터 근거리 거주자를 동원지정합니다. 다만, 군 소요와 지역별 인원 분포의 불균형으로 인하여 적격자가 없는 경우에는 유사 또는 비적소특기자가 지정될 수 있으며, 지역을 확산하여 동원지정합니다. 지방병무청장은 병력동원운용계획서에 의한 계급, 병과 및 군사특기 등 입영부대의 소집 소요를 감안하여 지역단위로 전산프로그램에 의하여 병력동원소집대상자를 지정합니다. 그리고 동원지정 된 사람 중 신상변동 사항이 발생한 경우에는 동원지정을 해제하고 동원지정이 안된 사람 중에서 계급, 병과 및 군사특기가 맞는 사람으로 대체 지정합니다. 병력동원소집 대상자로 지정된 사람은 평시에「병력동원소집통지서」를 상용앱, e-mail, 등기우편 등으로 교부받게 되며, 신문·텔레비전 또는 라디오 등 공고를 통해 동원령이 선포되면 통지서에 기재된 일시 및 장소로 입영하여야 합니다. 전북지방병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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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0.17 17:44

남원 경찰학교 유치에 담긴 '균형 발전'

남원이 유치전에 뛰어든 제2중앙경찰학교는 영호남 상생 발전의 축이다. 여기에는 지역 균형 발전의 절실한 의미도 함께 담겨 있다. 하지만 그간 공 들였던 공공의대 유치를 둘러싸고 소모전을 겪은 터라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시민들 움직임이 조직화되는 가운데 영호남 6곳 시도 지사가 공동성명을 통해 지지 의사를 밝힌 뒤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소멸 위기에 직면한 안타까운 지역 현실의 탈출구로 경찰학교 유치를 정조준 한 것이다. 1차 관문을 통과한 3곳의 후보지 중 남원 운봉은 입지 조건이 뛰어나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2 공공의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주도적이고 응집력있는 추진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음달 초 최종 선정을 앞두고 가장 큰 변수는 입지 경쟁력을 꼽고 있다. 운봉의 경우 기획재정부 소유의 유휴지인데 반해 충남 아산시와 예산군은 국유지 비율이 절반을 밑돌아 수백억원의 추가 비용이 예상된다. 운봉은 이런 점에서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에 부합하고 신규 사업 예산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경찰청 입장에서도 최적의 조건이다. 남원시도 이 점에 주목하고 우선적으로 별도의 행위제한 없이 신속 개발이 가능한 부지를 물색해 왔다. 그러면서 전국 교육생들의 교통 편의와 접근성에도 차별화를 꾀했다. 남원은 KTX와 SRT의 고속 철도 접근이 쉽고, 88 고속도로와 완주 순천 고속도로가 접해 있어 교통 요충지로 꼽힌다.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은 수도권 편중 해소를 뛰어 넘어 지역 균형 발전에 초점이 맞춰 있다. 현재 충주에 있는 본교의 기능 분산을 포석에 두고 신설되는 제2중앙경찰학교도 이런 기조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경쟁 후보지 충남 아산에 경찰대, 경찰인재개발원이 들어서 있는 데다 같은 충청권에 중앙경찰학교까지 몰려 있어 가급적이면 충청 이남 분산 배치가 설득력을 더해주고 있다. 영호남 6곳 시도지사도 이런 지방 균형발전 기조에 공감을 표시하고 남원이 그 취지에 부합된다며 찬성 의사를 밝힌 것이다. 지금도 산업 교통 인프라가 풍부한 수도권 쏠림 현상이 뚜렷한 상황에서 균형 발전 의미는 더욱 가슴에 와닿는다. 남원은 지난 2018년 폐교한 서남대의 후폭풍이 지역 사회 전체를 집어삼켰다. 하루아침에 학생 교직원 1000명 이상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면서 주민들은 멘붕에 빠지고 경제는 활기를 잃고 침체를 거듭해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 같은 최악의 상황에서 공공의대 유치를 놓고 정부와 정치권의 희망 고문이 6년간 이어지면서 깊은 좌절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연간 5천명을 교육하는 경찰학교 유치도 결국 주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심어 주고 지역 발전의 모멘텀을 함께 만들어 가자는 취지다. 덧붙이면, 과거 남원의 영광을 되찾자는 일종의 재도약 선언인 셈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4.10.17 17:44

문학은 죽었는가

가을이 되자 곳곳에서 축제가 벌어지고 사람들은 단풍 맞이에 여념이 없다. 말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책을 읽는 사람은 별로 없다. 왜 그럴까? 현대 사회 특징인 빠른 삶의 속도는 독서 시간과 독서의 즐거움을 빼앗아 갔다. 바쁜 일상과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책을 손에 들 여유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디지털 콘텐츠의 부상이다. 인터넷과 핸드폰의 발달로 영화, 드라마,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가 사람들의 여가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런 콘텐츠는 즉각적인 만족감을 주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선호한다. 예를 들면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보다 핸드폰을 보는 사람이 더 많은 현상은 취향의 변화가 아니라, 정보 소비 방식의 변화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 또한 전자책이 대중화되어가는 추세는 종이책을 멀리하게 만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독서 문화의 쇠퇴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독서는 집중력과 시간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현대인들은 빠르게 소모하는 정보를 선호하는데도 이유가 있다. 이는 좋은 독서 습관 형성을 방해한다. 가을이라는 계절적 요소는 독서를 장려할 수 있는 기회지만,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과 디지털 콘텐츠의 영향으로 책을 읽기보다는 레저 또는 여행으로 내모는 현실이 되었다. 이는 출판 시장을 얼어붙게 하고 골목 책방을 줄줄이 도산시키는 직격탄이기도 하다. 소설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에 선정되었다. 대한민국의 자랑이자 문학계의 낭보다. 한림원은 “한강의 작품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123년 노벨문학상 역사에서 아시아 여성이 받은 이 상은 세계 문학에 한 획을 그은 것이다. 그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우리에게 문학이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일깨워 준다. 현대 사회에서 '문학은 죽었다'는 말을 쉽게 하지만 그의 작품은 독자들에게 깊이 있는 성찰과 감동을 주는 문학의 힘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예를 들면 그의 소설 '채식주의자'는 인간 본성과 사회의 규범에 대해 고찰하게 만든다. 이처럼 깊이 있는 주제를 다루는 문학 작품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독자들에게 새로운 관점과 깨달음을 제공한다. 또한, 문학상 수상 소식은 많은 작가에게 긍정적인 영감을 주는 동시에 문학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했다. 요즘 대두되는 ‘문학은 죽었는가?’ 이 질문은 현대 사회의 빠른 변화와 디지털 시대의 도래로 자주 회자한다. 많은 이들이 문학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사라져가는 예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닌가 추측한다. 영미 문학의 고전인 조지 오웰의 '1984'는 오늘날의 사회에 여전히 큰 영향을 미친다. 소설은 전체주의와 감시 사회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어, 현대의 다양한 문제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이는 문학이 단지 과거의 산물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와 미래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디지털 시대에는 전자책과 오디오북 그리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독서가 일반화되고 있다. 이를 통해 많은 사람이 문학 작품에 다양하게 접근한다. 특히 인터넷을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문학 작품은 독서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문학은 죽지 않고 여전히 살아서 우리의 삶과 사회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이제 고사해 가던 문학이 회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 찬스는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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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0.17 15:57

하루의 보람과 평화는 어떻게 오는가?

장석주 시인 우리가 삶에서 구하는 것은 기적이 아니라 일상의 작은 평온이나 고요의 한 조각일지도 모른다. 당신은 아침 일찍 동네 빵집에 들러 갓 구운 빵을 사고, 단골 카페에서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으며, 오후엔 상수리나무 숲속을 거닐며 보낸다. 우리 인생은 아무 일없이 지나가는 밋밋한 하루들이 쌓여 이루어진다. 분명한 건 하루의 보람과 평화는 공짜로 얻은 게 아니라는 점이다. 그건 내적 열망과 엄청난 에너지를 품지 않고는 가질 수 없다. 우리의 심심한 일상은 얼마나 쉽게 부서지고 무너지는가! 그걸 잊고 살다가 소중한 것들이 잃어버린 다음에야 우리는 화들짝 깨닫는다. 우리가 살아낸 보통의 하루들이 얼마나 큰 축복이고 기적인가를! 2022년 8월12일 열한시 십오분 전, 사방이 화창한 금요일 오전이다. 그 시각 뉴욕시의 한 원형극장 무대에 올랐던 유명한 작가가 피습을 당한다. ‘악마의 시’로 알려진 일흔다섯 살의 작가 살만 루슈디가 그 피해자다. 그를 표적 삼은 가해자는 무슬림 극단주의자들 중 하나로 스물넷 된 청년이다. 어디선가 느닷없이 튀어나와 노작가의 목과 눈을 칼로 찔렀지만 이 흉측한 ‘영웅’의 역겨운 의도는 실패로 돌아간다. 루슈디는 열다섯 군데나 자상을 입고 눈 한쪽을 잃었다. 과연 가해자는 알았을까? 그가 휘두른 칼이 루슈디의 목을 관통했을 때 단박에 한 사람의 자유를 앗아갔으며, 일상과 평화를 산산조각 냈다는 것을. 루슈디는 죽음과 대면한 상태로 외상병원으로 호송 되어 칼에 깊이 베이고 찢긴 데를 금속봉합기로 고정한 채 수술을 받는다. 최고의 의사들이 맡은 외과수술은 잘 끝나고, 그는 고통 속에서 재활 훈련을 받으며 혼자 샤워를 하고 걷는 법을 배운다. 이제 그는 경찰과 보안회사 인력의 철저한 경호 아래 예전의 일상을 되찾고 보통의 삶을 회복하는 중이다. 괴한이 루슈디를 공격한 도구는 칼이다. 칼은 여러 용도로 쓰인다. 주방에서 그것은 조리 도구지만 누군가를 찌를 때는 무기가 된다. 하지만 칼은 도덕적으로 나쁘거나 좋은 게 아니다. 칼은 도덕적으로 완벽한 중립인데, 그걸 손에 쥔 자의 의도에 따라 그 도덕적 평판이 나빠지거나 좋아지는 것이다. 작가에겐 언어가 칼이다. 루슈디는 제 피습 과정의 전말을 담은 ‘나이프’라는 책을 펴내는데, 거기에서 ‘언어도 칼이었다. 언어는 세상을 베어 세상의 의미를, 그 내적 작동 방식과 비밀과 진실을 드러낼 수 있었다. 언어는 하나의 현실에서 다른 현실로 베어 들어갈 수 있었다’라고 쓴다. 따지고보면 인류는 태초 이래 폭력에 날 것으로 드러낸 채로 생존을 이어왔다. 인류 역사는 폭력에 얽힌 고약한 서사로 얼룩져 있다는 측면에서 폭력은 역사의 상수이다. 그것은 개인 간 다툼에서 빚어진 소규모 폭행들, 즉 교제 살인, 조리돌림, ‘학폭’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서의 유대인 학살, 일본 군대가 저지른 중국 난징 시민 도륙, 크메르루주가 벌인 자국민 150만 학살, 1980년 5월 항쟁 시민 학살까지 그 범주는 아주 넓다. 이 세상 어디에나 이 끔찍한 것이 편재한다는 사실은 우리의 삶이 이것과의 투쟁에서 쟁취되는 것임을 뜻한다. 루슈디의 피습 사건이 일러주는 것은 폭력이 우리 일상의 어둡고 추악한 일부로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증오와 악의에 의해 추동된 폭력은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고, 꿈과 행복을 일그러뜨린다. 폭력은 피해자의 몸에 위해를 입히고 인간 존엄을 부수며, 평생 잊을 수 없는 훼손의 흔적을 남긴다. 우리는 이미 일어난 폭력과 미구에 일어날 폭력 사이에 있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 폭력은 우리 삶에 음침한 그림자를 드리운 채 호시탐탐 공격할 기회를 엿본다. 우리가 멀쩡한 신체로 먹고 웃으며 기도하고 산다는 건 지구에서 날마다 벌어지는 광기어린 폭력의 사육제에서 살아남았다는 뜻이다. 어떤 폭력도 용인되지 않아야 하며, 그것에 도덕적 정당성을 허락해서도 안 된다. 그것은 인류 공동체가 힘을 합쳐 싸워야 할 대상이다. 우리 생명과 존엄, 가족의 안위, 사회의 질서와 도덕적 가치를 지켜내려면 우리는 폭력, 광기와 증오, 일체의 차별에 맞서야 한다. 우리 곁을 떠도는 이 유령이 방심한 틈을 노려 우리와 가족을 공격하고, 일상의 안녕과 평화를 깨부술 것이기 때문이다. 장석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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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0.17 15:09

전시장의 뒤편

김나은 여성주의 문화 기획사·우만컴퍼니 대표 “무슨 일을 하세요?”라고 물어오면 대답을 고르기가 어려운 때가 있었다. 간단하게 말하면 ‘문화 기획’을 한다고 할 수 있지만 ‘기획자’라는 게 어딘가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느껴졌다. 지금에야 “지역에서 문화 기획하며 출판사 운영하고 있습니다.”라고 매끈하게 소개를 하지만 한때는 그랬다. 기획자라는 게 어딘가 사기꾼 같은 면모가 있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종이에 담긴 계획과 청사진을 실현해 내는 과정을 거치는데, 그건 때로 계획보다 월등히 좋을 수도 있고, 계획된 바에 미치진 못했으나 그 나름의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무엇이 되었든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과정임은 분명하다. 과업을 맡긴 사람은 기획자를 전적으로 믿고 맡기기에 신뢰의 무게를 견디며 자신의 맡은 임무를 해내는 것이 기획자인데, 이런 업을 하다 보면 매끈한 전시나 행사장에 가서 뒷면을 상상하게 된다. 그곳은 우스갯소리로 “전시 기획의 정수는 막노동이다.”라고 하는 말의 현장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을 사람들을 위한 몇 가지 체크리스트가 있다. -이른 아침에 집결하는가? Y -목장갑에 익숙하고, 공구와 크레인을 능히 쓰는가? Y -점심엔 국밥, 저녁 설치 완료 후에는 고기를 먹는가? Y -현장이라고 부르는가? Y -작업이 끝나면 어딘가 피가 나거나 멍이 들어있는가? Y -공기를 마치기 위해 주야 없이 작업하는가? Y -가족보다 화물차 기사님을 더 자주 만나는가? Y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의 노동력에 기대는가? Y 완벽하게 잘려 시공된 시트와 디자인과 작품 그리고 유려한 동선을 자랑하는 행사장의 뒤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있다. 이건 비단 하나의 공간을 넘어서 여러 사람의 손길이 닿아 완성되는 책이나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글은 글을 쓴 사람과 닮았다. 종이에 기계적으로 인쇄된 자간과 행간일 뿐이지만, 그 사람만이 해석할 수 있는 문장과 사용되는 단어와 조사의 흐름 안에서 글을 쓴 사람의 모습이 떠오른다. 어느 잡지에서 촬영한 인터뷰 사진에서 드러난 뼈가 도드라진 발이라던가, 자신이 대중 앞에 서는 게 서툴다며 유창한 강연 대신 인쇄해 온 글을 읽던 모습이라던가, 머리를 넘기는 습관 때문에 헤집어져 있던 머리카락이라던가. 그럴 때면 글자들을 만져본다. 어떤 입체감도 느껴지지 않는 종이 속에서 글을 쓰는 모습을 읽어본다. 영화를 볼 때도 카메라에 담긴 화면을 바라보면서 카메라 뒤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로케이션의 순간부터 촬영에 들어갔을 때의 모습 그리고 편집실에서의 뒷모습 같은 것. 영화를 보면서 촬영장에서 무전기를 통해 이야기하고 모니터 룸에서 스태프들에게 둘러싸여 촬영본을 확인하는 감독과 배우의 모습을 떠올려보는 건 영화를 이해하거나 비평하는 데 도움 되진 않지만, 영화가 살아있다는 느낌은 든다. 생동감 있는 손길과 호흡이 섞여 만들어낸 자식같이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여러 사람이 만들어 낸 행사나 전시 또는 작품을 보면 작고 큰 희로애락 속에서 헤엄치는 사람의 인생사에서 가장 매끈한 것만 모아 담아놓은 것 같다. 자신이 이야기하고 싶은 걸 위해 며칠, 몇 달을 전전긍긍하며 보기 좋은 만듦새로 담아내는 시간, 염원, 바람, 열정... 비물질적인 것이 물질적인 것에 담겨 전해지는 걸 상상해 보면서 결국 영원히 내가 사기꾼 같다는 기분을 떨쳐내지는 못하면서도 계속해서 ‘기획’을 하는 건 결국 어떤 아름다움의 이면에 매료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김나은 여성주의 문화 기획사·우만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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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0.17 15:07

국토정보공사(LX), 측량정보가 줄줄 샌다

한국국토정보공사(LX) 직원들이 측량정보를 무단 유출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고 있다. 가뜩이나 적자에 허덕이는데다 정부의 경영평가에서도 2년 연속 D등급을 받아, 획기적인 경영혁신이 요구된다. 지적측량과 공간정보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공기업인 LX는 전통적으로 지적측량이 핵심업무였다. 지적측량은 각 필지의 경계 또는 좌표와 면적을 정하는 것으로, 땅의 가치 기준을 제시하는 기본 정보다. 고객이 측량을 의뢰한 뒤 정해진 수수료를 납부하면, LX는 상담을 통해 계획서를 제출하고 현지측량에 나선다. 이후 측량결과부를 토대로 관할 지적소관청에 등기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한다. 그런데 이 측량정보를 직원들이 무단으로 빼내 돈을 받고 사설업체에 제공하거나 자신이 관여하는 업체에서 활용하다 적발되는 경우가 잇달고 있다. 이러한 행위는 16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LX의 한 지사장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1년 4개월간 측량정보시스템 '랜디고'에 대한 고급 접근 권한을 이용해 측량정보를 외부로 유출해 친형과 배우자가 공동 대표로 있는 지적측량업체에 전달한 혐의로 파면 조치됐다. 또 전현직 팀장들도 측량정보를 유출하다 적발됐다. 현직 팀장은 143건의 측량 파일을 개인 웹메일을 통해 유출한 혐의로 파면됐고, 전직 팀장은 245건의 측량정보를 외부 업체에 유출한 혐의로 고발 조치됐다. 특히 전직 팀장은 퇴직 후에도 사무실에 무단으로 침입해 추가로 6건의 측량파일을 유출하는 등의 범행을 저질렀다. 국감장에서 의원들은 "측량정보 무단 유출 사건이 연달아 터지는 것을 보면 단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LX 내부의 오래 전부터 곪아왔던 문제들이 이제야 터진 것"이라면서 “정보 유출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LX는 사업수익 악화로 2022년 -164억원, 2023년 –716억원, 올해 –1200억원 등 3년 연속 적자행진이 예상된다. 또한 지난해 공공기관 평가에서 2년 연속 D등급을 받는 등 통제 불가능한 수준의 위기에 놓여 있다는 자체 진단이다. 이들 적자는 결국 국민세금으로 메꾸는 수밖에 없다. 2013년 전주·완주혁신도시로 이전한 LX가 환골탈태를 통해 건실한 공기업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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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0.17 12:44

국가 재정부담 지방에 떠넘겨선 안된다

정부의 세수예측 실패가 고스란히 지방재정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국세가 재추계 되면서 지방재정의 안정성은 물론, 지속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해의 경우 정부는 7조1천억원의 보통교부세와 10조1천억원의 보통교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결국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들은 지방채를 발생하고, 교육청은 자체 기금으로 부족한 재원을 충당하는 고육지책을 썼다. 국세가 줄면 지방교부세와 각 교부금 역시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조정해야 하나 중앙정부는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자치단체에 자구책을 요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는 국가의 부담을 고스란히 지방에 떠넘기는 것을 의미한다. 경기 위축, 세수 예측 실패 등이 원인이기는 하지만 정부가 미지급한 교부세와 교부금을 즉시 지급하는게 이 상황에서는 그나마 해법이 될 수 있다. 올해도 국세 수입이 예상보다 약 29조6천억원이나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지방교부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감액도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 세수 재추계 결과 올해 전북에 내려올 정부 교부액이 6700억 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방재정 운용에 비상이 걸렸음은 물론이다. 국세감소로 인해 2024년도 전국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에 교부될 보통교부세는 당초 59조 8000억 원 대비 4조 1000억 원이 줄어들 전망이다. 전북에 국한하면 도 757억 원, 시군은 3200억 원이 감액될 전망이며, 교육청에 지급되는 보통교부금 감액 규모(2757억원)를 감안하면 전북자치도 본청, 도교육청, 각 시군을 합한 액수는 무려 6734억 원이나 된다. 중앙정부에서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사업규모 축소는 물론, 연도내 집행 불가사업 삭감은 불가피한 조치다. 각종 행사성 사업 규모를 줄이고 경상경비 또한 최대 20%까지 일괄 삭감한 바 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지방채 1130억 원 발행하고 재정안정화 기금과 지역개발기금에서 1122억 원을 가져다 썼다. 도교육청은 1580억 원의 기금에서 부족분을 보충한 바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는 중앙, 지방 할것 없이 마른 수건도 한번 더 짜는 자세로 긴축재정을 운용해야 하지만, 가뜩이나 재정자립도가 낮아 신음하고 있는 전북같은 지역이 고스란히 그 부담을 떠안는 불합리한 일이 반복돼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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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10.17 11:32

도덕률에서 황금률로 머무를 때까지

전주에 있는 병원에 가려고 광주 사무실을 나서서 차를 운전하여 동광주 IC를 빠져나와 광주-대구 고속도로에 진입하였다. 주말과 주일에는 누님과 매형, 조카들까지 나서서 병문안과 돌봄을 해드리고, 나는 주중에 병원에 들러 살펴드리지만, 병원을 나설 때에는 간호사와 돌보는 분들에게 부탁드리고 오는 게 가슴이 많이 아팠다. 병원에 입원하실 때만 해도 막연하나마 좀 지나면 퇴원하실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어서 광주에서 전주에 있는 병원을 오가는 일정이 힘들지 않았다. 병상에서 누워 계시다가 너무 늦으면 안되니 이제 돌아가라고 말씀하시는데 일어설 수가 없어 앉아 있다가 자정 넘어 일어나 고속도로로 들어서는 날이 많아지던 중, 봄을 지나 한여름, 늦가을, 겨울로 접어들었다. 나는 인간적 힘겨움을 잠재우려고 동양 고전 서적, 성리학자들의 마음 학문에 관한 고전, 근대 서양철학자들의 이성과 정신론, 도덕신앙론, 신학론을 다시 펼쳐 들고 깊이 파고 들었다. 그러면서도, 나 자신을 있게 하신 분에 대한 마음의 원리인 효, 그 이치를 깨닫게 인도하는 스스로 있는 자라고 말씀하신 분에 대한 사유와 묵상을 할 틈이 없이 광주에서 전주에 있는 병원까지 다녔던 것 같다. 걱정하는 가족들과 친구들의 눈과 마음을 가볍게 해주려고 담대하게 말하고 행동하였지만 나 스스로는 사별을 예감한 혼돈의 시간이었다. 여러 병원을 알아보고 병원을 옮기는 데 애써준 누님 내외분과 아내, 병환의 치료를 위해 귀한 약재를 달인 물을 건네주고, 병원까지 차로 태워다 주며, 병원에 와서 휠체어를 밀어주기까지 한 친구들의 손길 가운데, 나는 다시 광주에서 서울로 떠나야 했다. 서울로 올라와 집에서 사무실을 오가다가 늦은 겨울 아침 출근 길에 1년 후배와 같이 지하철 안에서 아내로부터 다급한 전화를 받고 정신없이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달려가 그날 천국으로 보내드렸다. 다음 해 여름 청주로 다시 옮긴 후 사무실에서 일하고 퇴근하면 숙소에서 신학 서적을 정독하며 지내던 어느 날 이른 아침 동편 하늘에 아침 빛과 구름이 맞물려 열린 구름사이로 빛이 내려오는 현상을 보고 감탄을 하였다. 그 현상을 보면서 광주와 전주에 있는 병원을 오갈 때 새벽녘 고속도로 굽은 구역에서 운전하는 차 앞으로 달려오는 게 고라니가 아니라 암벽이었던 장면을 보여준 날이 떠올라 기도를 드리며 긴 묵상을 하였다. 내가 보았다고 한 장면이나 현상이 하나의 환상일 수도 있지만, 내게는 그 동안 지내왔던 고된 시간들에 대한 스스로 있는 자라고 말씀하신 분의 응축된 가르침이라는 것을 지득하게 되었다. 또한, 내가 마음 깊이 간직하고 잡고 있던 도덕률이 서적에 적혀있는 문자가 아니라 실천으로 현시되어야 하는 삶의 원리이자 정언명령이라는 사실을 되새겨보았다. 자신을 가해하는 부친과 아우들을 관용과 포용으로 아우르는 순 황제, 육신을 다하여 부모를 봉양하는 수사제 태자, 갈대밭에 있는 배에 올라예상된 희생을 감수하는 공자 급과 수, 리디아 크로이소스와 결전을 앞둔 아브라다타스에게 맹세하는 판테아의 언행들, 이는 인간들이 이뤄낸 삶의 원리들이었다. 그러한 삶의 원리들을 실천하는 가운데 예수 그리스도의 산상수훈에 들어있는 황금률이 자리잡게 되고, 사랑과 겸손이 뒤따른다는 것을 체감하게 되었다. 수년 전 서울, 광주에서 전주에 있는 병원을 오가는 고속도로와 길에서 나 보다 먼저 내미는 손길들을 감사하게 받았고, 어머님을 천국으로 보내드린 후 더 깊이 깨달으며 감사기도를 드리고 있다. 이제 서울과 광주에서 전주에 있는 병원을 오가던 그 길을 나 자신의 순례길이라고 내 마음과 영혼속에 새겨놓고, 그 새김을 하나하나 실천하리라 묵상해 본다. 김석우 LKB&PARTNERS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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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0.16 18:35

위원장 없는 새만금위원회

대한민국 국책사업 중 예산 규모나 향후 경제적 파급효과 등을 감안할때 가장 굵직한 것을 든다면 단연 국토 서부권의 새만금사업과 동부권의 부산 가덕도신공항이 꼽힌다. 그런데 새만금사업은 제대로 추진이 되는 것도 아니고, 중단된 것도 아닌 애매한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 그런데 요즘 새만금사업의 가장 핵심적인 의사결정 기구인 새만금위원회의 운영실태를 보면 가관이다. 민간위원장이 무려 8개월째 공석 상태다. 새만금위원회는 새만금사업의 효율적인 개발, 관리 및 환경보전 등 중요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2009년에 설치된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위원장은 국무총리와 민간위원장이 공동으로 맡게 되는데 총리는 행정부를 총괄하는 입장인지라 민간위원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전임 박영기 위원장이 지난 2월말 임기가 끝났기에 후임자를 진작 임명했어야 하나 어느 누구하나 챙기는 사람이 없기에 공백상태가 장기화 하고있다. 올 초까지만 해도 이승우 전 정무부지사가 새만금위원장 후보군으로 유력하게 물망에 올랐으나, 김대기 비서실장이 물러나면서 없던 일이 돼버렸다. 이후 지역정가에서는 김홍국 하림회장의 이름이 거론됐으나 대기업 총수가 사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새만금위원장을 맡는 것은 어색하다는 판단으로 인해 없던 일이 됐다는 후문이다. 그리고 지금은 어느 누구도 새만금위원장을 챙기는 사람이 없는 상태라고 한다. 자칫하면 이런 상황이 올해는 물론, 내년 초까지 계속될 소지가 커 보인다. 역대 전북지사를 지냈던 강현욱, 조남조씨를 비롯해 관료 출신인 이연택, 오종남씨, 학계 출신인 소순열, 박영기씨 등이 위원장을 맡았으나 지금같은 위원장 장기 공백 사태는 없었다. 공동위원장인 총리가 있다고 하지만 총리는 회의 참가조차 어려워 당연히 중대한 의사결정을 할 수 없기에 주요 안건은 전체 위원회에 상정해서 논의할 수 조차 없는 구조다. 새만금위원회는 새만금사업 관련 중요 의사결정 사항을 심의하고 기본구상, 기본계획 등을 심의 의결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새만금 내부개발 기본구상 및 종합실천계획안은 물론, 새만금 종합개발계획(MP) 수립 추진상황 등도 당연히 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의결하고 그 기조하에서 새만금개발청이나 개발공사는 실행을 하는 시스템이다. 하나를 보면 열가지를 알 수 있는 법이다. 국정감사에 이어 진행될 내년도 예산안 심의에서 새만금 관련 예산이 얼마나 확보될지가 도민들의 초미 관심사다.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위원장이 8개월째 공석인 사태, 이게 바로 오늘날 단군이래 최대 국책사업이라는 새만금사업의 현주소다. 당장 새만금위원장을 새 인물로 임명해서 공백 사태를 치유하는게 지금 대통령실이 할 일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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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4.10.16 14:44

전주실내체육관 철거 계획 서둘러야

전주실내체육관을 놓고 지역사회에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신축 이전 사업이 본격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기존 체육관 철거가 지연되고 있어서다. ‘전주실내체육관 신축 이전’ 계획에 따른 새 시설은 이미 착공했다. 지난 6월 전주 여의동 월드컵경기장 인근 복합스포츠타운에서 착공식을 연 새 체육관은 지하 1층~지상 3층에 연면적 1만4225㎡, 수용 인원 6000명 규모로 오는 2026년 준공될 예정이다. 전북대 부지에 위치한 기존 실내체육관은 1973년 지어져 반세기를 넘긴 낡은 시설물이다. 체육관 신축 논의는 꽤나 오래됐다. 시설 노후화에 따른 불편과 안전 문제가 꾸준히 불거졌기 때문이다. KCC 농구단의 활약으로 지역에 농구 열기가 뜨거웠을 때 시설 문제가 크게 부각되면서 전주시에 숙제를 안겼다. KCC 농구단이 전주를 떠난 것도 결국은 너무나 낡은 경기장 시설 때문이다. 전주시에서 2010년께 실내체육관 신축 이전 계획을 추진했지만 막대한 예산 문제 등으로 흐지부지됐다. 이후 현 체육관 리모델링 계획을 세우기도 했지만 곧바로 철회하고 다시 신축으로 방향을 정했다. 리모델링으로는 심하게 낙후된 경기장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런데 최근 몇몇 전주시의원들이 체육관 철거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역사적 상징성을 지닌 만큼 철거가 아닌 리모델링을 통해 시민을 위한 체육시설로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또 시설 철거 이후 부지 활용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렇게 체육관 철거가 지연되면서 전북대는 ‘캠퍼스 혁신파크 조성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전북대가 정부 공모에 선정돼 야심차게 추진하는 이 사업 부지에 전주실내체육관이 포함돼 있어 체육관 철거 문제가 사업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전주시는 체육관 철거 일정과 함께 철거 후 부지활용 계획 등을 전북대와 협의한 후 시민 공청회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를 확정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존 전주실내체육관 건물이 시민의 추억이 담긴 건축자산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 안전이다. 기존 시설물을 박제화할 계획이 아니고 시민 체육시설로 활용할 계획이라면 당연히 안전성이 담보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 위험요소가 있다면 철거를 늦출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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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10.16 13:38

제2경찰학교, 남원 유치에 힘을 모으자

제2중앙경찰학교 유치 경쟁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극심한 정치 논리가 득세하는가 하면 지역간의 감정적인 경쟁 양상마저 띠고 있다. 하지만 전북자치도와 남원시는 국토균형발전과 접근성, 경제성, 역사성 및 탁월한 자연환경 등 논리적으로 접근해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한다. 경찰청은 올들어 충북 충주시에 위치한 중앙경찰학교의 기능을 분산하기 위해 수용인원 연 5000명 규모의 제2중앙경찰학교 설립 방침을 세우고 후보지 공모에 들어갔다. 전국적으로 47개 기초자치단체가 응모했으며 부지심사를 거쳐 지난달 전북 남원시와 충남 아산시, 예산군 등 3곳을 1차 후보지로 선정했다. 경찰청은 이번 달에 부지실사와 프리젠테이션 발표를 갖고 11월초에 최종 부지를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자치도를 비롯한 영호남광역단체장 6명은 지난달 30일 ‘제2중앙경찰학교 호남지역 유치를 위한 공동성명서’를 발표해 남원 유치를 지지했다. 이들은 영남·호남 상생 발전과 교류 활성화, 교통여건 개선,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남원이 적지라는 입장이다. 그러자 김태흠 충남지사가 발끈했다. 지난 14일 ‘제2중앙경찰학교 충남 설립을 위한 충청권 공동건의문’을 주도하면서 “만약 정치적 논리가 작용한다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그러나 정작 김 지사는 지난 8월에 ‘누구라고 밝히기 어려운 최고 결정권자’에게 전화해서 유치를 청탁한 사실이 국정감사에서 밝혀졌다. 정치 논리 배제를 말하면서 뒤로는 정치적 해결을 시도한 셈이다. 이러한 기 싸움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자제해야 마땅하다. 부지 선정문제는 경찰청 자체의 판단에 맡기는게 옳다. 경찰청은 부지선정 기준을 정하면서 지역을 비수도권으로 제한했다. 국가현안인 국토균형발전과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자는 취지다. 그렇다면 적지는 남원이 될 수밖에 없다. 경찰학교는 이미 충청권에 있고 제2경찰학교 후보지 2곳도 같은 충청권이다. 지금 충청권은 수충권(首忠圈)이라 해서 이미 수도권이나 다름 없는 지역이다. 반면 남원은 수도권에서 떨어져 있고, 100% 유휴국공유지여서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에도 부합한다. 지리산을 끼고 있는 자연환경과 황산대첩의 전승지요 한국전쟁 당시 빨찌산 격전지로 역사성도 갖추고 있다. 경찰청은 정치 논리를 떠나 냉정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할 것으로 믿는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10.16 12:44

가을의 선물,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가을은 자연의 선물이다. 햇살이 눈 부시고 바람이 좋다. 이토록 아름다운 계절을 선사하려고 지난여름 그토록 더웠나 보다.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한상대회) 개막을 앞둔 전북대학교 캠퍼스는 젊음의 활기로 물씬하다. “드디어 다음 주에 그날이 시작됩니다.” 기업전시관과 시군 홍보부스가 조성된 대운동장 대형텐트 옆, 소운동장은 축제가 개봉박두한 국제대회로 들떠있었다.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는 10월 22일부터 10월 24일까지 전북대학교를 중심으로 전주시 일원에서 열린다. 2002년부터 시작된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는 매년 세계 각지의 재외동포 경제인들과 국내 기업인들이 참여하는 국제행사다. 60여 개 나라, 3천여 명의 기업인이 수출과 무역 정보를 교환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한민족 경제영토를 넓히는 국제 비즈니스의 장(場)이다 변변한 컨벤션센터 하나 없는 전북특별자치도에서 국내외 동포 기업인들의 잔치인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가 열린다는 것은 기적이다. 김관영 지사의 발상 전환과 이상덕 재외동포청장을 비롯한 국내외 동포 경제인들의 고국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고귀한 애국심의 발로다. 전북대학교는 그 대전환 발상지이자 개최지다. 이번 전북특별자치도에서 열리는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개최를 보고 지난 제33회 파리올림픽이 떠오르는 것은 비단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파리올림픽의 가장 큰 성과는 대형 올림픽 콤플렉스 대신에 파리를 대표하는 명소를 경기장으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표팀이 5개의 금메달을 땄던 양궁 경기는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안치된 앵발리드 광장에서 펼쳐졌고 승마 경기는 베르사유 궁전 정원에서 실시되었다. 압권은 에펠탑 앞의 비치발리볼 경기장으로 주연(비치발리볼 선수)보다 조연(에펠탑)이 빛나는 장면이었다. 기존 시설과 임시시설을 활용한 파리올림픽은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를 창출해 대형 국제행사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그런 측면에서 미래를 꿈꾸는 청년들의 아지트, 전북대학교 일원에서 치러지는 제22차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는 제2의 파리올림픽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전북특별자치도는 대한민국 그 어느 곳과 견줄 수 없는 자연과 문화 그리고 역사의 집적소다. 1960년대부터 밀어닥친 공업화의 물결에서도 전북은 푸른 강산과 황금빛 농경지를 보유・보존해왔다. 후백제의 왕도와 조선왕조의 발상지로 한옥마을을 비롯한 전북 14개 시군은 가는 곳마다 전통문화 보유지이자 유적지다. 파리에서 자유・평등・박애의 프랑스 혁명이 발생했다면 정읍을 비롯한 전북특별자치도는 ‘사람이 곧 하늘이다.’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한 동학농민혁명의 발상지다. 세계한인비즈니스는 이런 전북특별자치도의 브랜드가치를 알리고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또한 새만금 잼버리대회 파행 책임 전가로 예산삭감의 수모를 겪어야 했던 도민의 상흔을 치유하고 윤석열 정부의 후안무치를 만천하에 재확인할 수 있는 천우신조다. 도민의 자존감을 높이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전환점이 될 대형 국제대회의 성패 요인은 유형의 공간이기보다는 '온정'이라는 전북자치도 특유의 무형 자산이다. 손님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눈길과 웃음은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가 전북특별자치도에 주는 가을의 선물이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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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0.15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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