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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코로나 새롭게 변화하자

윤방섭 전주상공회의소 회장 지난 9월 우리나라 수출실적이 무역 역사상 월 최고 수출액을 기록할 정도로 국가경제에 긍정적인 시그널이 나오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여기에 국가적으로 백신접종률이 예상치에 도달한 만큼 일상과 경제회복을 위해 위드코로나로 전환한다는 정부의 발표도 있었다. 2년 전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출몰은 우리 사회에 커다란 고통과 변화를 가져왔다. 자치단체와 의료계는 전염병 확산과 치료의 한복판에서 사투를 벌여왔고, 온 국민은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 국가의 방역수칙 준수를 위해 생업을 포기할 만큼 희생을 감수해왔다. 메르스, 사스 등 우리가 겪어왔던 전염병과 차원이 달랐던 코로나19는 전 세계적으로 큰 고통을 안겨줬고, 우리의 생활패턴을 완벽하게 바꿨으며, 그 영향력은 일상을 넘어 산업계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무엇보다 언택트 시대의 개막과 친환경, 스마트 산업으로의 가속화를 불러왔다. 커다란 위기는 이전과는 다른 세상을 불러온다는 말이 있지만 코로나19가 우리 삶의 패턴을 반강제적으로 갑작스럽게 변화시킬 것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위기를 대하는 자세는 사람 사는 일도 그렇고 기업경영도 제각각일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더 큰 성장을 이루는 쪽이 있는 반면, 움크리며 안주하는 방식도 분명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상의에서 도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경영환경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조사에 의하면 응답기업 절반 이상은 코로나 여파로 인해 올 초 계획했던 목표실적을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나타나면서 우리지역 기업들이 느끼는 최근 경영환경은 여전히 어려운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코로나19가 우리사회는 물론 기업환경에도 큰 변화를 주고 있는 가운데, 도내 중소기업들은 코로나19 발생 이후에도 전과 비교해 기업활동 및 근무환경의 변화가 없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경우 80% 이상이 변화를 맞고 있다는 결과와 큰 차이를 보였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어려운 시기에 기업경영에 큰 변화 없이 지나고 있다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겠지만, 우리가 이미 사회경제적으로 큰 변화를 맞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우려스러운 마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자금력과 정보가 풍부한 대기업의 경우 온라인 거래와 비대면 유통채널 확대, 제조공정 디지털 혁신기술 도입, 친환경을 비롯한 ESG경영, 재택근무제 및 비대면 회의 등의 경영환경변화를 꾀하며 어려움을 극복하고 경쟁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여건이 어려운 영세 중소기업의 상황은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위드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면 움츠렸던 일상과 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코로나 이전의 생활로 다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 치 앞을 헤아리기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자금과 정보부족 등으로 급격한 경제환경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는 기업들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지원책 마련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나아가 우리 기업들이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산업구조 개편 등 향후 우리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제시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새로운 경제 구조의 패러다임 전환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고 환경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하면 뒤처지기 마련이듯, 이번 코로나 사태를 교훈 삼아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기술개발, 인재양성, 조직관리, 마케팅 등 기업경영 전반에 목표와 계획을 명확하게 세우고 생존전략을 마련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윤방섭 전주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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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0.24 16:47

국민연금이 성장해야 전북이 성장한다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세계 3대 연기금의 하나인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2015년 6월에 공단 본부가 전주로 이전 하였다. 2017년 2월에는 기금운용본부까지 이전하면서 국민연금공단은 본격적인 전주 시대를 개막하였다. 전라북도는 국민연금공단의 전주 이전을 계기로 전북 금융도시 비전을 키워 왔으며, 지난해 7월 정부 합동 공공기관 선도 혁신도시 활성화 방안의 10대 협업과제 중 하나로 자산운용 중심 금융도시 조성 과제가 선정되면서 그 행보는 속도감이 붙는 모습이다. 그동안 공단도 지역의 희망과 정부 정책에 발맞추고자 다양한 영역에서 전북 금융도시 조성을 지원해 왔다. 국민연금 수탁은행의 전주사무소 개소는 전북이 금융도시로서의 모습을 갖춰가는 데 일조하고 있다. 2019년에는 SK증권과 우리은행, 무궁화신탁, 현대자산운용 그리고 세계 12위 외국계 수탁은행인 SSBT와 BNY Mellon이 전주사무소를 개소하였고, 2021년 8월까지 하나 펀드 서비스, 신한은행, 그리고 하나은행까지 총 9개 금융기관 사무소가 전주에 개설되었다. 국내외 주요 금융기관의 전주사무소 개소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다양한 정보와 고도화된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는 기회일 뿐만이 아니라, 외환주식채권대체 자산 등 분야별 금융기관을 전북지역으로 모을 수 있는 기폭제이기도 하다. 공단은 지역인재 육성을 위한 노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0년부터 전북대학교 대학원 석박사과정인 연금 관리 학과와 학부 전공 과정을 신설운영하고 있으며, 금년에는 금융 실무자가 직접 참여하는 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하였다. 5월부터는 전북대에서 기금운용본부 직원이 직접 강사로 참여해 국민연금 기금운용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특강도 실시하였으며, 지역에 이전한 글로벌 금융기관인 BNY Mellon과 협업하여 2차례에 걸쳐 지역 대학생 48명을 대상으로 금융특강을 실시하고 취업 관련 프로그램도 운영하였다. 공단 기금운용직 채용 과정에도 역대 최초로 주임 운용역 채용 시 투자 실무 경력요건을 폐지하는 등 채용 절차를 개선하여 지역인재의 등용 기회를 확대했다. 지난 9월 30일에는 전주 라한 호텔에서 전라북도와 공동으로 「2021 전북 국제금융컨퍼런스」를 개최하여 지역의 금융도시로서의 이미지 제고에 기여했다. 이번 행사는 기금투자와 직접적으로 연계되는 주제를 가지고 국내외 23개 금융회사 주요 임원들이 전주에 모인 최초의 금융행사였으며, 지역특화 비즈니스 모델을 검토하고 전북 금융산업 발전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는 점에서 기존 컨퍼런스와는 차별화된 행사라 할 수 있다. 현재 공단은 금융기관 집적과 금융 인재 육성을 양대 축으로 전북의 금융도시 조성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AI빅데이터모바일 등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한 투자와 리스크관리 시스템을 전면 업그레이드 하는 등 금융 인프라 확충 노력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기금운용본부를 중심으로 한 금융 클러스터 구축은 안정적인 기금운용에도 도움이 될 뿐만이 아니라 전북혁신도시가 세계 금융허브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국민연금의 성장이 전북의 성장이며, 국가 균형 발전의 실천이다. 앞으로도 공단은 지역사회가 추진하는 금융도시 비전 실현에 협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금융도시가 하루빨리 전라북도에 자리매김하여 공공기관과 지역이 상생 발전하는 모범 사례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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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0.17 16:39

디지털농업기술, 이 땅에 미래를 심다

김두호 농촌진흥청 차장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나흘 동안 진행된 2021농업기술박람회가 높은 관심 속에 막을 내렸다. 농업기술박람회는 농업기술개발 성과를 공유하고, 농업농촌의 성장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는 대한민국 최고의 농업기술 대축전이다. 지난해부터는 온라인으로 개최돼 농촌진흥청의 연구 성과를 영상과 가상현실로 만날 수 있다. 올해 온라인을 통해 27만여 명이 방문(누리집)했고, 참여객 10명 중 8.5명이 만족할 정도로 좋은 평가를 얻었다. 온라인 박람회 첫 해인 지난해보다 방문자는 2배 가까이 늘었고, 청장년층 세대의 참여율이 눈에 띄게 높았다. 농업농촌의 가치와 미래 비전에 대한 국민들의 궁금증을 풀어내며 공감과 참여를 이끌어 낸 덕분이다. 무엇보다 가상전시관과 라이브방송, 온라인 체험프로그램 등 다양한 시도와 소통으로 농업인, 국민들과 함께 농업농촌의 가치를 공유해 뜻깊었다. 디지털 농업기술, 이 땅에 미래를 심다라는 주제에 걸맞게 꾸며진 5개 가상전시관은 둘러보는 재미와 알아가는 유익함을 동시에 만족시켰다. 디지털농업기술관, 청년농업관, 식량안보기술관, 현장맞춤기술관, K-농업기술관 등 5개 주제관을 마련해 농업농촌의 현주소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했다. 박람회 기간 동안 실시간으로 진행된 라이브방송에서는 최신 농업기술을 방문객 눈높이에서 알기 쉽게 풀어냈다. 디지털 농업데이터를 활용해 농업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개발된 다양한 디지털농업기술이 한 곳에서 소개되어 눈길을 끌었다. 어엿한 농업인으로 자리 잡은 청년농업인을 초청해 농업에 입문한 계기와 정착하기까지의 스토리를 듣는 기회를 만들어 어려운 상황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또 다른 청년농업인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비대면으로 치러졌지만, 도전 농업골든벨, 릴스 챌린지, 농업생명과학체험 등 다채로운 부대행사가 농업기술박람회의 참여 열기를 더했다. 아쉽게도 농업기술박람회 참여를 놓친 분들은 농촌진흥청 누리집 사이버농업과학관, 농사로에 접속해 언제든지 다시보기 할 수 있다. 농업인, 국민들의 열띤 호응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아쉬움은 남는다. 온라인으로 진행하다보니 농업인들을 직접 만나 어려움을 듣고 해결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부족했다. 내년에는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돼 온라인뿐만 아니라 박람회장 현장에서 보다 많은 관람객과 호흡하기를 기대해 본다. 2021 농업기술박람회는 코로나19가 가속화한 디지털화의 흐름이 우리 농업에 기회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경험과 감각에 의존하던 농업인의 농사기술이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계량화, 객관화되고 있다. 개인의 노하우에 따라 이루어지던 의사결정과 농작업이 지능화, 자동화로 변모하고 있다. 올해 농업기술박람회는 농업의 디지털 혁신이 농업의 한계를 극복케 하는 핵심 동력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증명했다. 아울러 농업기술의 눈부신 도약을 기약했다. /김두호 농촌진흥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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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9.22 16:27

메가경제권의 중심, 익산 발전을 위한 7 Bridge 전략

최정호 전 국토교통부 차관 요즘 나의 화두는 이로운 땅 익산(益山)이 어떻게 하면 우리 모두의 꿈을 이룰 더 큰 익산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이다. 32년간 국토교통부에서 국가의 국토 도시정책, 건설교통산업, 교통 인프라 구축 등에 관여하면서 내가 나고 자란 땅 익산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왔다. 젊은 시절은 누구나 그렇듯 맡은 일에 몰두하느라 주변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지만, 나이가 들면서 나를 키워준 땅 익산에 대한 고마움과 애착이 점점 커졌다. 그러던 차에 전라북도 정무부지사로 일자리 창출과 기업 유치, 창업과 신산업육성, 소상공인 지원 등 전라북도의 경제를 살리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지역 거점 도시로서 익산이 가진 장점과 잠재력을 더욱 잘 알게 되었다. 최근 익산의 상황은 매우 어렵다. 익산이 사람이 모이는 도시,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도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도시, 경제가 선순환하면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도시가 되려면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말이다. 익산은 자랑할만한 사회경제적, 문화적, 역사적 자산이 무척 많다. 자랑스러운 익산시민과 양한방 의료시설을 겸비한 종합대학, 최첨단 모빌리티 도시 구현이 가능한 교통의 요충지 익산역이 있다. 또한, 많은 백제의 문화유산과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국가 식품 클러스터가 있다. 익산이 보유한 풍부한 유무형의 자산과 성장 잠재력은 익산을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는 역동적인 도시로 발전시켜 나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핵심은 어떻게 현실화시킬 것인가이다. 익산 발전을 위한 7 Bridge 전략을 제안하고자 한다. 익산은 전라북도, 충청남북도 등 주변 영향권을 아우르는 메가 경제권의 중심도시로 육성해야 살길이 보인다. 새만금 등과 연계한 국제 관광 도시로, 마한 백제 문화유산을 계승 발전시켜 역사문화 도시로, 스마트 농업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농업 생산성과 부가가치를 높이는 스마트 농업 도시로, 신성장 산업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을 유치하여 기존의 산업과 융합하는 신성장 산업 도시로, 종합대학을 중심으로 산학연 공동 연구와 기술개발을 통해 혁신벤처 캠퍼스타운으로, 주변 도시의 교통 인프라와 연계한 첨단교통 허브 도시로, 종합병원과 함께 의료혜택 확대와 요양 시설 확충을 통해 의료복지 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 이렇듯 7개 영역으로 특화하여 익산이 성장할 때 일자리가 창출되고 인구가 유입되고 젊은이들이 정착하는 경제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익산시와 종합대학, 주변 도시 인프라와의 연계를 위한 연결의 다리, 익산의 전통 산업과 신성장 산업의 융합, 스마트 농업과 국가 식품 클러스터의 시너지 창출, 문화유산의 보전과 발전을 위한 통합과 확장의 다리, 익산의 과거와 현재, 미래 세대를 아우르는 소통의 다리가 필요하다. 지금 익산시가 당면한 문제들을 뛰어넘어 풍요롭게 사는 익산, 사람이 모여드는 익산, 모두가 함께 발전하는 익산이 되기 위해서 우리가 모두 협력하고 단합하고 소통해야 한다. 나는 이로운 땅 익산(益山)이 발전하면 익산시민과 전라북도,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그 이름이 지닌 뜻대로 더 이로움을 주는 땅이 될 것을 굳게 믿는다. /최정호 전 국토교통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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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9.12 16:52

기업하기 좋은 지역으로 거듭나야

윤방섭 전주상공회의소 회장 기업은 지역사회를 지탱하는 뿌리이자 성장동력이다. 도시에서 기업이 하나 사라지면 인구 감소와 인재 유출, 소비 침체 등 지역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기업을 성장시키는 노력과 함께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자치단체마다 사활을 걸다시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전북의 총사업체 수는 15만 천여개가 넘는다. 2011년에 12만 8000여개, 2016년에는 14만 7000개였던 것과 비교할 때 많은 성장을 이루었다. 그런데 그 속내를 들여다 보면 아쉬운 점이 몇 가지 있다. 먼저, 본사의 소재지 기준으로 한국거래소에 등록된 전국 2500여개의 상장법인 중 전북지역의 상장법인 수는 27개사로 전국 대비 1.1%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986개사, 경기 681개사, 충남 95개사, 경남 91개사, 인천 85개사와 비교할 때 전북에 본사를 두고 있는 상장법인의 비중이 너무 낮다. 물론 기업공개와 그 숫자만으로 기업의 가치와 지역의 경쟁력을 평가할 수는 없지만, 기업상장은 기업의 자금 조달을 용이하게 하고 철저한 검증을 통해 진행되는 만큼 사업전망이 유망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기업의 상장여부는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고 타지역에 알리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등 여러 가지 장점이 수반된다. 특히, 지난 2007년 코스피가 2000선을 넘어선 이후 13년만인 올해 3000선을 돌파하고 코스닥이 20년만에 1000선을 돌파하는 등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음을 감안해 볼 때 우리 지역에 본사를 둔 상장기업이 적은 것은 매우 아쉬운 상황이다. 또 한가지 주목할 것은 2020년 매출액 기준 1000대 기업 중 전북에 본사를 둔 기업은 총 12개사에 불과하고, 1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린 기업은 단 하나도 없어 우리 지역의 낙후된 경제현실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 매출액 1000대 기업의 시도별 분포 현황을 살펴보면, 서울(514개)과 인천(38개), 경기(177개) 등 수도권이 729개사로 72.9%를 차지하고 있고, 부산경남울산(93개), 대구경북(47개) 등 영남권에 140개사(14.0%)로 대부분이 몰려 있다. 이와 같은 불균형은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산업 인프라가 부족한 우리 전북은 경제의 주축이 될 청년 1만여명이 해마다 일자리를 찾아 지역을 떠나고 있다. 아이들 울음소리가 점차 줄어들고, 청년들이 떠나다 보니 지역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정부는 지방 소멸을 막고, 지역의 고른 발전을 위하여 지방 SOC 인프라 구축, 지방소재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규제개선 등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한 전향적 자세가 절실히 요구된다. 아울러 전라북도와 시군 자치단체들도 기업지원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지자체 조례로 해결할 수 있는 규제는 없는지, 기업 활동에 불편한 점은 없는지 세심하게 살피고 지원해야 한다. 기업들도 코로나 19와 경기침체로 어렵다고 움츠리고만 있기보다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기술개발과 투자를 지속적이고 과감하게 펼쳐 나가야 한다. 지금 우리 앞에 닥친 어려움은 예상치 못한 변화와 고통을 주고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도 열려 있기 때문이다. 우리 도민들도 지역기업에 대한 아낌없는 사랑과 함께 지역 산품 애용 등 기업지원을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 나가야 할 것이다. 지역사회 전체가 기업의 든든한 후원자가 될 때 기업하기 좋은 지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으며, 그것이 곧 전북의 발전으로 가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윤방섭 전주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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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9.05 16:39

‘공간혁신’으로 국민을 더 행복하게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김용진 창의와 열정이 넘치는 효율적인 조직, 직원이 즐겁게 일하고 고객도 행복하게 만드는 조직은 모든 조직의 꿈이다. 과거에는 조직 구성원의 의식과 행동 변화에 초점을 둬서 품질고객성과관리, 6시그마, 지식경영 등 최신 혁신기법을 도입하거나 성공한 기업들의 경영기법을 벤치마킹하는 것에만 치중하였다. 그러다 보니 조직 내에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거나 제자리를 맴도는 경우가 허다했다. 조직 혁신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려면 제도변화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조직 구성원의 일이나 업무에 대한 가치관과 일하는 방식, 문화가 함께 바뀌어야 한다. 성공적인 혁신을 위한 혁신기법의 하나로 공간혁신이 주목받고 있다. 아무리 창의와 협업을 강조한다고 하더라도 정작 직원이 생활하고 일하는 여건이 그대로라면 한계가 있다. 칸막이로 둘러싸인 폐쇄적이고 획일적인 사무실에서는 창의적인 사고가 나올 수 없으며 협업이 싹틀 리가 만무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페이스북 본사는 부서를 나누는 벽이 없다. CEO의 방도 따로 없고 임원용 엘리베이터도 없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통이 활발해지고, 어디서든 회의가 이루어진다. 뻥 뚫린 업무 공간이 생각의 장벽마저 자유로이 오갈 수 있게 한 것이다. 혁신이 문화로 승화되고 생태계로 자리 잡게 하려면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젖어 들 수 있도록 일하는 공간과 환경을 바꿔야 한다. 벽과 칸막이를 허물고 사무실이 유연하게 활용될 때 진정한 창의와 소통, 협업이 가능해진다. 칸막이를 허물어 생긴 여유 공간을 새로운 수요에 맞춰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언제나 소통할 수 있는 협업 공간이 확대되고, 독서와 토론이 가능한 휴게실을 비롯해 업무에 지친 직원들의 머리를 식혀주는 어매니티(Amenity) 공간까지 많은 것들을 생각할 수 있다. 물론 단순한 공간의 재배치가 아니라 최신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업무 시스템 재구축 작업도 필수적이다. 과거 필자가 CEO로 잠시 몸담았던 한국동서발전에서도 공간혁신을 통해 일하는 방식과 함께 조직문화 변화를 추구한 바 았다. 고정된 장소에서 일하는 방식에서 탈피해 IT 기술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스마트오피스를 활용해 부서 및 개인 칸막이를 제거해 고정 좌석제 대신 어느 자리에서든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유연 좌석제를 운영하였다. 내 자리가 없다 보니 개방공유소통협업을 위한 문화가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필자가 현재 CEO로 재직하고 있는 국민연금공단 본부도 지난 4월 글로벌 기금관 준공 이후 현재까지 협업과 소통이 원활한 열린 공간 만들기에 한창이다. 코로나 19로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의 증가, 시공간 제약이 없는 근무 형태 확산 등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간 재배치 작업은 단순한 장소의 이전이 아닌, 공간혁신을 실현하는 중요한 기회이다. 공간혁신을 위한 노력은 더 이상 비용이 아닌 회사의 생산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여주는 투자로 인식되어야 한다. 국민연금의 공간혁신 노력이 직원들의 창의성 발휘와 협업을 촉진 시키고, 부서 및 직원 간의 소통과 협업이 조직문화로 자연스럽게 젖어 들어 궁극적으로 국민 행복을 더 높이는 것으로 귀결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김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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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8.29 16:45

전주의 인물명 도로, 정여립로 이야기

김우영(전주교육대학교 총장) 최근 각 도시에는 인물명 도로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전주에도 충경공 이정란의 충경로를 포함해서 견훤로, 정언신로, 권삼득로 그리고 정여립로가 있다. 이외에 작은 도로에도 인물명 도로들이 있다. 대체로 그 지역에 연고가 있으면서 지역을 대표하는 인물이 도로명 인물로 선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도로명 인물로 선정된 사람 중에서 이정란과 정언신, 정여립의 관계가 눈에 띈다. 정여립이 역사적 재평가를 통해 대표 인물로 선정된 것 역시 흥미롭다. 정여립은 조선의 선조 시대에 24세의 나이에 문과에 급제하였고, 37세에 예조좌랑, 38세에 홍문관 수찬(정5품)에 이르렀다. 이때까지 이이, 성혼의 총애를 받으며 서인의 주축 인물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당파를 서인에서 동인으로 바꾸고, 동인의 영수인 이발, 정언신 등의 편에 섬으로써, 선조의 미움을 받게 되자, 관직을 버리고 낙향하였다. 그는 고향인 완주군 상관면 신리 월암 마을에 은거하였다고 한다. 그가 이 지역에서 관직에 뜻을 버리고 은거하면서, 귀천을 따지지 않고, 기인, 모사들과 두루 교류하고, 무술을 연마한 것은, 대동사상을 지향하는 대동계의 조직과 활동에 투영되어 있다. 진안의 죽도에 그의 서당을 열고, 매달 시회와 활쏘기 대회를 개최하면서, 아마도 왕조시대에서는 용인되기 어려운 급진적인 사상적 활동을 하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의 천하는 공공의 물건(天下公物)이며, 누구를 섬긴들 임금이 아니랴(何事非君)라는 사상이 이를 보여준다. 그러나 그의 활동에 대한 고변으로 역모의 주모자로 몰려 처형되고, 임진왜란 3년 전에 시작되어 전란 직전까지 이어진, 서인에 의한 동인의 숙청으로 이해되는 기축옥사의 빌미가 되었다는 것은 애석한 일이다. 기축옥사에서는 확실한 증거도 없이, 동인 또는 정여립과 교류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옥사에서 사망한 사람들이 1000여명에 이르렀다. 그의 복권은 기축옥사가 조작되었다는 동인들의 지속적인 문제제기와 대동사상과 천하공물론, 하사비군론 등 그의 사상가로서의 위치에 대한 평가에 기인한다. 단재 신채호는 그를 대동사상과 공화주의를 선구적으로 주장한 혁명적인 사상가로 평가한다. 대동계원들의 무술연마는 당시 빈번했던 왜적의 침입에 대응하기 위한 자구적인 훈련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임진왜란 4년 전 전남 여수의 손죽도와 근처 지역이 왜군에게 점령되었을 때, 전주부윤 남언경의 요청으로 정여립과 대동계원들이 함께 참전하였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그는 자신을 변호할 기회가 없었다. 논란이 있지만 그가 한 시대의 풍운아라는 것은 인정할 만하다. 정여립과 이종 관계인, 이정란은 정여립과 젊은 시절부터 관직에 있을 때까지 사이가 좋지 않았고, 그런 연유로 인척 여럿이 기축옥사에 연루되었지만, 이를 피할 수 있었다. 정언신은 구촌 간으로 당시 우의정으로 정여립과의 관계를 부정하였지만, 종친 어른으로서 정여립과 나눈 서찰이 발각되어 파직되고 유배를 당하여, 유배지에서 생을 마감하였다. 정여립이 지역 사회에 미친 여파가 너무나 크지만, 한 시대의 혁명적 사상가로서 자리 매김 되어 기려지는 것은 역사의 한 흐름인 것 같다. 정여립로는 전주 중심부에서 김제 금구로 가는 길목, 박물관 부근에서 혁신도시로 이어지는 도로이다. 금구로 가는 길은 정여립의 처가이자 그의 별장이 있던 곳으로 가는 길이다. 월암 마을에서 죽도로 가는 길과 함께 그의 체취가 짙게 느껴지는 길이다. /김우영(전주교육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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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8.22 16:28

전북, 대한민국의 미래위해 새만금그린산단 지원 절실

강임준 군산시장 최근 무더위, 갑작스러운 폭우 등 이상기온과 함께 부각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안정적인 기후다. 독일의 경제학자이자 세계경제 포럼의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은 제4차 산업혁명 더 넥스트를 통해 안정적인 기후를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의 경제, 사회적체계가 제로 탄소배출을 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최악의 사태를 대비하는 것이 각 나라의 과제로 남겨졌으며 우리나라도 파리 협약에 맞춰 2050 탄소 중립을 발표한 바 있다. 이와 발맞춘 군산시의 새만금이 에너지 신산업의 중심지로 부각되고 있다. 육상태양광, 수상태양과, 해상풍력, 그린수소 생산클러스터, 스마트 국가 산업단지 등 에너지 신산업의 핵심 사업들이 총집결해 활발하게 진행 중이며 최근 성과물이 속속 가시화되고 있어 한층 주목을 받고 있다. 새만금 그린산단의 성공여부가 우리나라 미래 에너지의 성공과 맞물려 있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며 절실한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새만금 스마트그린산단에는 에너지 신산업과 관련된 대기업과 다양한 중견, 중소기업들이 새만금에 사업 거점을 구축키로 하면서 지역경제에도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새만금은 그린에너지, 스마트 그린산단, 데이터센터,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등 한국판 뉴딜의 대표 과제들이 계획돼 있거나 현재 진행 중이다. 대규모 재생에너지 단지가 산업단지와 도시 인근에 위치해 그린뉴딜 선도사업의 최적지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한 새만금에는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 산업 육성을 위해 RE100기반의 스마트 그린산단과 디지털, 그린에너지 등의 신산업 생태계가 조성된다. 정부는 오는 2022년 3월까지 새만금 국가산단 5, 6공구를 산업입지법에 따른 스마트 그린 국가시범산단으로 지정되도록 추진한다. 국내 최초 직접거래방식의 RE100 전력구매계약 선도사업을 추진해 2022년까지 300MW급의 태양광 단지와 새만금 스마트그린산단을 직접 연계하는 기반이 마련된다. 수요기업에는 재생에너지를 직접공급하고 수요기업이 한전이 아닌 발전사업자로부터 재생에너지를 직접구매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전기사업법이 개정(2021. 4월 개정)되면서 도입된 것으로, 기업과 발전사업자 간의 직접 계약을 통해 고정된 가격으로 전력을 수급 받을 수 있다. REC 구매, 자가발전 등 다른 재생에너지 공급 방식 대비 효율적인 비용으로 안정적 수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K-RE100 인증방식의 확대를 통해 국내 글로벌 기업의 대외 경쟁력 제고와 재생에너지 보급목표 달성 및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국내 최초로 새만금 스마트 그린산단(RE100) 국가시범산업단지 조성을 위해서는 현재 부족한 새만금 재생에너지 전력 계통망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군산 내 전력계통망은 산업단지 공급용으로 구축되어 여유 용량이 부족하다. 새만금 인근 변전소는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군산 새만금 산업단지의 대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의 순조로운 확대 추진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사업계획을 先(선) 반영한 전력계통망 확충이 필요한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전은 전기사업 허가 후 전력계통 시설 보강을 검토하고 있어 속도감 있는 그린뉴딜 사업 추진에 주요 리스크로 적용될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한전은 새만금 내 안정적인 송배전 인프라의 선제적 구축 등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을 선 반영한 계통연계 시설 보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우리 군산만의 문제가 아닌 전라북도, 아니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새만금 스마트그린산단의 성공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군산시의 새만금 스마트 그린산단은 우리 시민과 전북도민의 염원 속에 속도감있는 추진으로 반드시 성공 시켜야하는 과제이자 숙원사업이라 할 수 있다. 새만금의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전 국민과 함께 꾸는 군산의 희망 가득한 꿈이 반드시 실현되기를 갈망하며 군산의 밝은 미래를 상상해 본다. /강임준 군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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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8.12 16:31

신(新)로마가도, 인프라 확충이 답이다

최정호 전 국토교통부 차관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17세기 프랑스 고전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시인 라퐁텐이 한 말이다. 우리는 모든 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길은 무엇인가? 소통이다. 의식주는 인간 생존의 기본적인 필수조건이다. 이것만으로 과연 우리가 편안하게 잘 살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행(行)이 추가되어야 온전하고 활발한 우리의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이 가능하다. 즉 의식주행이 지금 우리가 필요한 것이다. 행은 이동한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통한다는 것이다. 사람과 물류, 정보가 거미줄같이 잘 연결되어 오고 간다는 것이다. 로마가도는 기원전 312년에 만든 아피아가도(Via Appia)를 포함하는 8만km에 달하는 신문명의 보급로였다. 로마를 시작해 유럽, 아시아에 연결되는 이 연결망이 있었기에 로마제국이 가능했다. 이 도로들은 최대한 직선으로 만들었다. 산이 있으면 뚫어서 길을 낸다는 봉산개도(逢山開道)이다. 당시 다른 나라보다 문명적으로 후발주자였던 로마는 이 길을 통해 그리스문화 등을 받아들이면서 서구 문명의 중심지로 부상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신로마가도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첫째는 무엇보다도 빠른 이동이 가능해야 한다. 고속도로, 고속철도, 항공망이 갖춰져야 한다. 물론 간선도로와 연결되는 실핏줄 지선 교통망 역시 필요하다. 둘째는 사람뿐만 아니라 물류가 원활해야 한다. 로마가도는 빠른 군사적 이동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가도를 통해 물자가 오고 갔다. 로마 가도는 로마인의 실용주의가 반영된 최고의 걸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염전지 역과 로마를 연결하는 살라리아(Via Salaria)가도가 건설되었다. 실학자 연암 박지원(1737~1805) 선생은 중국을 다녀와서 이렇게 설파했다. 당시 중국경제가 우리보다 앞선 이유는 당시의 교통수단인 수레가 다닐 수 있는 도로가 있어서 물자의 유통이 쉬웠던 점이라고. 대영제국도 해상교통의 발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물류가 없이는 우리의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이 제약을 받게 된다. 셋째는 개방성이다. 기원전 3세기, 지구의 동쪽과 서쪽에서 대규모 토목사업을 시작했다. 동쪽은 만리장성, 서쪽은 로마 가도가 바로 그것이다. 만리장성을 쌓을 것인가? 로마가도를 만들 것인가? 하나는 수성이고 다른 하나는 공격이다. 지키기만 하고 문을 닫아 놓으면 한마디로 망한다. 로마가도는 외세의 침략 통로가 될 수도 있지만, 진취적인 생각으로 본다면 우리가 뻗어나갈 수 있는 황금로가 될 수 있다. 넷째는 사통팔달이다. 말같이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우리는 만들어야 한다, 우리 고향이 발전하기 위한 핵심 방법 중의 하나가 이것이다. 빠르게 그리고 쉽게 오갈 수 있을 때 사람도 모이고 기업도 들어오게 된다. 대학도 살고 일자리도 늘어날 수 있다. 우리 고향은 그런 점에서 많은 이점을 갖고 있지만 이대로는 한참 부족하다. 남북방향 중심인 철도망도 확충해야 하지만 단절된 동서축을 봉산개도해야 한다. 철도역사도 대대적인 확충과 기능 전환이 필요하다. 도로망 역시 마찬가지이다. 서부내륙고속도로도 완공 시기를 당겨야 한다. 새만금 공항과도 항공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도심 항공 서비스(UAM)가 우리에게도 멀지 않은 날 제공될 것이다. 이를 통해 전북의 중심이자 대한민국의 핵심 거점, 세계를 연결하는 교통망으로 거듭나야 한다. 마음만 먹으면 로마인들도 만리장성을 쌓을 수 있었고, 중국인들도 로마가도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 모두 한마음으로 신로마가도를 만들어 떠나는 도시를 모이는 도시로 만들어 보자. /최정호 전 국토교통부 차관 △최정호 전 차관은 1958년에 익산에서 태어났다. 행정고시(28회)를 거쳐, 국토교통부 차관, 전라북도 정무부지사, 국립항공박물관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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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8.08 16:23

모두가 함께하는 선진국

윤방섭 전주상공회의소 회장 지난 7월 2일에는 국가적으로 경사스러운 일이 있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대한민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 그룹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했다. 이 기구가 설립된 1964년 이후 개도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지위를 변경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라고 한다. 한편, 지난 7월 하순 바킷 듀센바예프 주한 카자흐스탄 대사가 전주상공회의소를 방문했다. 듀센바예프 대사는 카자흐스탄은 풍부한 지하자원을 바탕으로 중앙아시아의 가장 큰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고 소개하며, 한국의 첨단 기술과 제조업체를 비롯한 많은 기업들의 카자흐스탄 진출을 요청했다. 특히, 카자흐스탄의 넓은 영토에 전북도의 농생명 관련 기업의 투자를 위해 전북도와 상공회의소와의 교류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영토 크기로 경제발전을 가늠할 수는 없지만 세계에서 9번째로 크고 크롬, 우라늄, 원유, 가스 등 지하자원이 풍부한 여건을 갖춘 나라가, 변변한 지하자원도 없이 세계에서 107위의 영토를 가진 작은 나라의 기술과 경제협력을 원하는 시대가 되었으니 그야말로 격세지감이 아닐수 없다. 우리 전라북도로 눈을 돌려봐도 지난 1948년 기준 도내 사업체수는 360여개사였으나, 2019년말 기준으로는 사업체가 15만3000여개로 집계된 것과 비교할 때 약 400배나 불어나는 등 우리 전라북도 역시 상당한 발전을 이뤄냈다. 현대자동차와 LS엠트론, KCC, 효성과 같은 굴지의 기업 유치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물론 전북도의 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업그레이드 시켰으며, 또한 국민연금공단, 농촌진흥청 등 혁신도시의 안정적인 정착을 통해서 신도시가 생겨나는 등 지역경제 발전에 큰 기반을 다져나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지역의 전국대비 비중은 여전히 열악한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역내총생산, 1인당 GRDP, 재정자립도 수준은 전국 하위 수준을 나타내고 있으며, 갈수록 인구도 줄어드는 상황이다. 지역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할 뿐 아니라 기회도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지자체는 어떻게든 침체된 현 상황의 반전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전환점을 찾고자 동분서주하고 있으나, 지역균형발전을 외면하고 경제성만을 강조하는 정부 방침으로 인해 지역경제 발전을 담보하는 인프라 구축과 같은 대형 사업들은 갈수록 타 지역에 뒤처지고 있다. 최근 제5차 국가철도망구축사업이 그러하며,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새만금국제공항, 신항만 사업도 그렇다. 현재의 경제성은 낮더라도 방죽을 만들어 놓으면 물고기들이 몰려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대한민국이 앞으로 선진국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낙후된 지역의 발전을 더욱 배려해야 한다. 굳이 헌법 123조 2항의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지역경제의 육성에 관한 국가의 의무가 명시된 것을 들지 않더라도 지역과 수도권의 균형있는 발전은 국가의 책무다. 나라만 부자고 국민이 가난한 선진국은 의미 없다.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선진국의 일원이라는 자부심을 가질수 있도록 정부의 수도권을 비롯한 광역경제권 위주의 발전정책은 지양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반도체, 조선, 화학 등의 산업이 언제까지나 선진국의 지위를 대표하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산업의 99%를 차지하고 있는 지역의 중소기업들에게도 선진국의 일원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게 해야 한다. 그러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는 게 지난날 비참하고 혹독한 시련을 겪으며, 대한민국을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게 밑거름을 만들어 준 국민들의 희생에 대한 보답일 것이다. /윤방섭 전주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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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8.01 16:44

오늘의 ‘인내’가 내일의 ‘행복’으로 이어지길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필자가 근무하는 국민연금공단 전주본부 1층에는 금강산 만물상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오랜 풍파 속에 다듬어져 나름 만물의 형체를 갖춘 신비로움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점심시간 잠깐의 여유를 즐기기에 그만이다. 숨 가쁜 일상에서 잠깐의 멈춤 시도는 복잡한 머릿속의 생각을 정리하고, 흐트러진 일상을 조율(調律)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모두가 강제로 멈추어야 하는 현실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코로나 확진자가 지난 7월 7일 1,212명을 시작으로 연일 네자릿수의 확진자를 기록하며 4차 대유행이 전국적으로 본격화되고 있다. 전라북도도 7월 20일 기준 누적 확진자 수가 2,557명으로 비수도권 중에서는 비교적 적은 편이긴 하나, 최근 들어 신규 확진자가 연일 나오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규 확진자의 70% 이상이 수도권에서 발생하자,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 이후 처음으로 수도권 4단계 조치가 시행되었다. 하지만, 여름휴가 시즌의 도래와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풍선효과까지 전국 피서지를 중심으로 확산세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국민 노후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은 현재 코로나 19 상황을 조기에 종식하려는 정부 정책에 부응하고자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작년 2월 해외입국자 모니터링 지원을 시작으로 중앙사고수습본부, 국립검역소, 생활치료센터 등에 400여 명의 인력을 파견하여 코로나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일상으로 안전하게 복귀할 수 있게 지원해 왔다. 또한, 코로나로 입원격리 중인 근로자에게 유급휴가를 제공한 사업주를 대상으로 「유급휴가 비용」을 지원하는 업무도 작년 3월 정부로부터 수탁하여 현재까지 총 8만 1천여 건, 933억 원을 지급하였고, 최근에는 「코로나 백신 접종 예약」 유선 상담업무까지 수행하며 대한민국의 코로나 예방에 일조하고 있다. 국민연금 제도권 안에서의 코로나 극복 노력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공단은 코로나 19 사유로 소득이 감소한 국민연금 사업장 및 지역가입자의 연금보험료 부담을 완화하고자 한시적으로 납부예외 신청을 확대적용하고 있으며, 관광고용영화업 등 14개 특별 고용지원 업종에 대해서는 연체금 징수 예외 조치도 함께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코로나 방역을 위한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4월에는「코로나 19 대응 유공」 대통령 표창을 받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코로나 기부행위나 착한 임대인의 임대료 인하 등의 상생의 가치 실천이 이어지기도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유흥업소의 심야 불법영업 기사처럼 일상의 어려움을 참지 못해 신뢰를 무시하고 규칙을 어기는 모습을 볼 때면 측은지심(惻隱之心)에 앞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분노와 실망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2021년 여름은 엄격한 룰(rule) 속에서 무더위를 탈출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이다. 예년 이맘때면 모두가 여름휴가 준비로 설레는 시간을 보내고 있을 텐데, 요즈음처럼 코로나 19가 원망스럽게 느껴진 적도 없는 것 같다. 방역 피로감으로 모두가 힘든 지금이지만, 이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함께라는 가치를 꾸준히 실천하려는 마음가짐이다. 코로나 극복을 위한 오늘의 인내가 내일의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대한민국 파이팅, 전라북도 파이팅 하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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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7.25 16:31

전주의 사고(四固)사찰과 사천왕 이야기

김우영(전주교육대학교 총장) 우리가 살고 있는 전주는 신라 9주의 한 주로 개편된 1300여년 전 이전부터 지역의 행정 중심이자, 사람이 몰리는, 살기 좋은 곳으로 평가되어 왔다. 특히 후백제의 견훤이 도읍으로 전주를 선택함으로써, 전주의 지정학적 위치에 대한 여러 가지 설화들이 풍부하게 되었다. 견훤은 무진주(지금의 광주)에서 웅거하였지만, 전주를 순행하면서 전주 지역 주민의 호응과 역사적 연원, 지세에 흡족해 하여, 도읍으로 정한 것으로 보인다. 후백제의 도읍지로서의 전주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 중의 하나는 전주의 동서남북 네 방위를 수호하는 사신산(四神山) 이야기 일 것이다. 사신산은 도교의 사령 신앙에 기초한 것이다. 신선을 호위하는 네 가지 신령한 동물이 있다. 이러한 네 가지 신령한 동물인 기린, 용, 봉황, 거북의 영이 깃든 산을 사신산이라 한다. 전주는 네 방위에 있는 이러한 사신산이 수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사신산 이야기에 덧붙여 전해지는 것은 전주의 네 방위를 수호하는 네 사찰이 견훤의 도읍 시기에 건립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이를 사고(四固)사찰이라 하는데, 동고사, 서고사, 남고사, 북고사(지금의 진북사)를 말한다. 각 절들의 연원을 살펴보면, 서고사는 견훤의 시기에 건립되었다고 전해지지만, 동고사, 남고사. 북고사는 이전 시기에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름에서 보듯, 사고사찰이 전주의 네 방위를 수호하는 비보사찰의 성격을 가진 것은 확실해 보인다. 견훤의 시기에는 이 사고사찰의 주위에 각 지역을 방비하는 동고진, 서고진, 남고진, 북고진이 설치되어 있었다고 전해지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그러나 사고사찰의 위치가 전주의 방어상 중요한 위치인 것을 보면 어떤 성책이나 보루가 있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대체로 이러한 성책이나 보루를 유지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인력이 필요하고, 이를 주로 절의 승려나 비속들이 담당해 왔던 전통에서 보면 그렇다. 사고사찰의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이는 불교의 사천왕 신앙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당나라가 군사를 일으켜 신라를 침공하려 하자, 문무왕이 신하에게 비책을 물으니, 명랑법사가 낭산 아래 사천왕사를 짓고 도량을 열면 막을 수 있다고 말하였다고 한다. 당나라가 서해로 바로 출병하므로, 시일이 촉박하여 절을 임시로 가설한 후 비법을 실시하자, 당나라 군사들은 바다에서 풍랑을 만나 괴멸되었다고 한다. 사천왕사가 완성된 후, 다시 당나라 5만의 군사가 출병하였으나 사천왕사의 비법으로 몰살되었다고 한다. 사천왕의 보호를 받아 적병을 물리친다는 의미에서 신라와 고려시대에 사천왕 도량이 많이 지어졌다. 불교에서의 사천왕은 수미산에 있는 불국토를 수호하는 호법신이다. 동쪽의 지국(持國)천왕, 서쪽의 광목(廣目)천왕, 남쪽의 증장(增長)천왕, 북쪽의 다문(多聞)천왕을 말한다. 불국토를 형상화하고 있는 절의 가람 배치에서 보면, 절에 들어가기 전에 맨 먼저 접하게 되는 곳이 천왕문인데, 천왕문의 안쪽 양면에 네 방위를 수호하는 사천왕이 배치되어 있다. 사천왕이 호법신으로서 불국토를 수호한다는 불교적 관점에서, 사천왕사를 설립하여 호법신에 의존하여 적병을 물리치고자 하는 신앙이 신라시대에 널리 인정되고 있었다고 한다면, 사고사찰은 군사적 관점만이 아니라, 이러한 불교 신앙적 관점에서 이해해 볼 수 있다. /김우영(전주교육대학교 총장) △김우영 총장은 전북지역대학교총장협의회 회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이사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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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7.18 16:22

모향회귀(母鄕回歸), 연어의 꿈 시즌 2

최정호 국립항공박물관 관장 연어는 태어난 강, 고향으로 다시 돌아온다. 미동의 파도에도 몸을 가눌 수 없는 6cm 정도였던 몸뚱이로 3~5년 동안의 험난한 여정을 거쳐 다시 모천으로 돌아올 때면 80cm 정도의 성어가 된다. 연어가 회귀하는 데에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는 생각이다. 우선은 돌아오는 목적지에 내 생명의 원초적 기운과 어머니의 영혼이 남아있어야 한다. 내 어머니는 생전에 이 아들을 낳았던 고향 익산을 지켜오시다 몇 해 전 눈을 감으셨다.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그리고 성장을 위해 고향을 잠시 떠나 있었지만, 보이지 않는 탯줄로 이어진 고향이 나를 더 질기고 강하게 만들었다. 연어 역시 태어난 강을 떠나서도 한시도 그곳을 잊지 않고, 모진 풍랑의 바다에서 고향으로 돌아갈 날만을 고대하고 있었을 것이다. 연어는 약육강식의 바다에서 지혜를 터득하고 힘을 키워서 살아남아야 한다. 중앙정부에서 공무원으로 국토교통부 차관에 이르기까지 30여 년간 철도, 도로, 항공 등 인프라와 도시와 지역, 산업발전을 위한 노하우를 쌓을 수 있었다. 그러다 고향에서 기회를 주어 정무부지사로서 지방행정도 직접 경험할 수가 있었다. 중앙과 지방정부에서 근무하는 동안 직접 부딪히며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 왔다. 연어는 3000개 정도나 되는 알을 낳는다고 한다. 연어가 그러하듯 나의 어머니가 그랬듯 다음 세대를 이을 새 생명을 품고 있어야 한다. 단순히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 알들이 고향 곳곳에 뿌려져 발전을 위한 황금알이 되어야 한다. 세포 분열하듯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퀀텀 점프를 할 수 있는 밀알이 되어야 한다. 연어알이 부화하고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번 달 초에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중앙시장과 매일시장 등 시내 곳곳이 침수되어 극심한 피해를 보았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가장 안전해야 할 곳은 우리 시민의 생업 터전이다. 기후변화로 많은 것이 바뀌고 있다. 과거의 강우 통계를 바탕으로 건설된 현재의 인프라로는 대응이 안 된다. 도시 인프라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아울러 우리 고향은 살고 싶은 곳, 가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 투자하고 싶은 곳을 만들어야 한다. 연어가 친구까지 데리고 돌아올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 갈수록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 다른 도시, 다른 지역보다 더 나은 점을 발굴해야 경쟁우위에 있을 수 있다. 타지에서 생활하면서 나는 고향의 어르신과 선후배들을 비롯한 많은 인연으로부터 과분하게 큰 사랑을 받아왔다. 생각해보면 스치는 바람까지 감사해야 할 대상들이다. 나의 첫 번째 연어는 정무부지사였다. 고향발전을 위한 진정성을 갖고 열정적으로 일을 했기에 보람도 컸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일자리 창출과 기업 유치. 새만금 공항 등 인프라확충 등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가 있어서 행복했다. 산을 만나면 길을 내면 된다는 봉산개도(逢山開道)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자성어이고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삶의 방식이다. 내 육신과 정신의 고향 익산은 또 어떠한가? 유구한 역사와 문화, 황토 내음 나는 산들강과 좋은 사람들이 늘 한결같이 살아가고 있는 정겨운 곳이다. 이제 나는 조금 더 성숙해진 두 번째 연어를 꿈꾸고 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내 고향 시민, 미래세대와 함께 말이다. /최정호 국립항공박물관 관장 △최정호 관장은 행정고시(28회)를 거쳐, 국토교통부 차관, 전라북도 정무부지사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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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7.11 16:54

새만금 국제공항은 전북의 미래요 희망이다

윤방섭 전주상의 회장 신록이 짙어져가는 지난 6월 21일, 타는 목마름을 안고 전북 도내 209개 단체가 뭉쳤다. 전북 발전을 담보하고 새만금 내부 개발의 핵심이 될 국제공항 건설 사업에 대한 환경단체의 반대 목소리에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새만금 국제공항은 50년 항공 오지의 서러움을 떨치고 새만금과 전북이 동북아 물류허브의 꿈을 꾸게 해 준 사업이다. 공항 건설에 대한 전북 도민의 간절한 염원은 드디어 지난 2019년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사업으로 선정되었고, 정부는 새만금 국제공항 건립을 조속히 추진하여 국가 균형과 지역 발전을 실현할 것을 약속하였다. 부푼 기대를 안고 기다려 온 2년, 전북 도민들은 실망과 분노에 휩싸였다. 정부는 우리의 간절한 바람과 달리 너무 느슨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속도감 있는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약속은 공약(空約), 빈 약속이 되어가고 있다. 그래도 시기적인 상황은 이해할 수 있다. 최근 전북 도내 일부 환경단체의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 백지화 주장에 비하면 말이다. 공항 백지화를 주장하는 환경단체는 갯벌이 훼손되고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환경 보전의 필요성, 갯벌의 멸종 위기종과 희귀 생물 보호 모두 중요하다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새만금의 환경 문제는 지난 2001년 환경시민 단체의 매립면허 취소 소송에 대해 2006년 대법원에서 매립면허는 적법하다고 판결하여 새만금 사업을 둘러싼 환경 문제에 대한 논란은 마무리된 바 있다. 반면, 부산 등 영남권으로 눈을 돌려 보면 그 곳에는 환경이나 희귀 생물 보호 등의 문제가 없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영남권의 경우 신공항 유치를 위해 정치권과 도민, 시민 모두가 하나되어 정말로 전쟁과 같은 유치전을 펼친 것을 대한민국 국민이면 모두 알고 있다. 이렇듯 하나된 마음은 특별법 제정으로 이어져 공항 건설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유독 우리만 일부 목소리에 소모적인 논쟁으로 대형 사업들이 줄줄이 발목을 잡히는 건지 공항 건설을 반대하시는 분들에게 묻고 싶은 심정이다. 특히 우리 전북은 경제의 주축이 될 청년 1만여명이 매년 일자리를 찾아 지역을 떠나고 있다. 아이들 울음소리는 줄고, 청년이 떠나다 보니 지역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에서 환경 보전만을 부르짖는 것이 합리적인 주장인지 묻고 싶다. 지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다. 도로와 항만, 철도, 공항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요소가 갖춰지면 기업이 찾아 오고 일자리가 늘어나며 새로운 도시가 생성될 수 있다. 이미 이러한 인프라를 구축한 수도권과 영남권의 지속적인 편중 발전은 당연한 일이다. 동북아 물류 중심지를 표방하고 있는 새만금에 있어 공항이 없는 물류 거점은 상상할 수 없다. 또 기업 유치와 국제 행사 유치를 위해서도 공항은 없어서는 안될 사회 간접 자본시설이다. 어리석은 일을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김제공항은 공사계약까지 마치고도 무산되고 말았으며, 그 이후 우리는 20년이 넘는 세월을 기다려 왔다. 다시 한번 똑같은 실수가 되풀이 된다면 만년 낙후 지역이라는 오명에 대해 후손에게 뭐라 답할 것인가. 스웨덴의 경제학자 덕 하마쉴드는 올라가야 할 길은 끝이 없고, 그리고 갑자기 아무것도 당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이때가 바로 당신이 멈춰서는 안될 때 라고 말한 바 있다. 새만금 사업과 그 성공의 열쇠인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을 위해 도민 모두가 지금은 멈춰서는 안될 때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윤방섭 전주상의 회장 △윤방섭 회장은 전라북도상공회의소협의회 회장과 대한건설협회 전라북도회 제27대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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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7.04 17:04

휴전선보다 긴 항만국경

홍성준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2001년 9월 11일 미국의 상징도시인 뉴욕에서 항공기 납치에 의한 테러가 발생하였고, 우리는 그것을 9.11테러라 부르고 있다. 전 세계인이 TV앞에 앉아 생생하게 테러 현장을 목격하고, 테러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나, 내 가족과 이웃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사건이었다. 그 동안 과격 이슬람 무장단체(ISIS) 등 테러집단은 서방국가 공공시설 등에 대한 테러를 자행해왔으며, 러시아 여객기, 파리 도심의 공연장식당 및 축구장, 벨기에와 터키의 국제공항, 방글라데시 외국인 공관지역, 프랑스 니스 관광지 등에서 총기와 폭탄을 이용한 무차별 테러로 수많은 인명 피해와 막대한 재산상 손실을 입힌 바 있다. 항만에서 선박이나 항만시설에 대한 테러가 발생한다면 얼마나 많은 피해가 발생할까? 2020년 레바논의 베이루트항 폭발사고로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수출입화물의 운송이 마비되었으며, 올 3월에 발생한 대형 컨테이너선의 좌초로 수에즈운하가 마비되어 하루 10조원에 달하는 운영 손실과 세계 해상운송까지 마비되는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만일 우리 항만에서 이러한 사건이 발생했다면 우리가 짊어져야할 피해와 고통은 추산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1876년 부산항이 개항된 이후 우리나라에는 31개 무역항이 운영되고 있으며, 무역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과, 세계 10대 무역 강국으로 성장한 우리나라가 수출입 화물의 99%를 항만을 통한 해상운송에 의존하고 있는 점을 생각해보면, 테러로부터 항만을 보호하는 항만보안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국가의 핵심기반시설인 항만을 테러 등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관련 법령을 정비하고, 첨단 보안시설장비 도입과 보안인력 증대 등 지속적인 항만보안 강화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CIQ기관 및 항만 관계기관 등을 중심으로 주기적인 대테러합동훈련을 실시하는 등 테러 및 항만보안사고 대응능력 숙달을 위해 관계기관이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최근 항만을 통해 이루어지는 밀수, 밀입국 등의 보안사고가 현저히 감소하고 있는 추세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이용자들의 항만보안에 대한 인식개선이다. 경제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항만은 하루에도 수천명의 사람과 차량 및 화물의 출입이 이루어지고 있어 보안에 취약하며, 이용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솔선하여 출입절차 등 항만보안규정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우리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항만보안의 강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1899년 우리나라 최초로 외세가 아닌, 자발적으로 개항한 군산항은 자주성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군산항이 서해안시대에 수출입화물의 중추적 관문으로서 전북지역의 경제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결실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이용자 모두가 주인의식을 갖고 보안규정을 준수하고, 나아가 나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항만보안과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갖는 것이 절실하다. 흔히들 국경하면 155마일(248km) 휴전선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나라 무역항 울타리의 총 길이는 278km로 휴전선 보다 길며, 8천명 이상의 보안인력들이 24시간 지키고 있다. 오늘도 음지에서 묵묵히 항만국경을 지키고 계신 분들의 노고에 감사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홍성준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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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20 17:40

만원의 행복

이강만 한화에스테이트 대표 얼마 전 일이다. 가족이 함께한 휴일 점심에 마땅히 먹고 싶은 음식도 없고 해서 가볍게 라면이나 끓여 먹자고 의견이 모아졌다. 흔히 있을 수 있는, 누가 라면을 끓일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없었다. 아내보다 라면을 더 맛있게 조리하는 법을 아는 아들이 있고, 그가 이를 즐겨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정작 라면이 집 안에 하나도 없었다. 편한 복장으로 집 안에서 휴식을 취하는 휴일에는 직선거리 100m 안팎의 마트 가는 일도 꽤 귀찮은 일이다. 한동안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가 마침내 무던함이 적은 아내가 말을 꺼낸다. 아들, 라면 좀 사와. 라면은 내가 끓일게 평소 같으면 두말없이 현관문을 나설 둘째 아들에게서 뜻밖의 반응이 나온다. 내가 라면 사오는 사람이야? 꼬리 억양을 세게 올린 대답이다. 아니, 반항 섞인 반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계속 침묵하다가는 폭탄 돌리기 희생양이 될 것을 잘 아는 필자가 드디어 나섰다. 라면 사오면 내가 만원 줄게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내의 표정이 바뀐다. 아들, 됐다. 내가 사올게 거의 동시에 아들은 엄마 앞을 가로막는다. 그리고는 똑 같은 대사를 아까와는 전혀 달리 꼬리 억양을 내리며 내가 라면 사오는 사람이야~~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해맑은 미소를 보이면서. 만원의 위력을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자칫 심부름을 두고 얼굴을 붉힐 상황에서 만원으로 인해 평화롭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바뀐 것이다. 만원이 가져다 준 소소한 행복이다. 2000년대 초에 시작하여 꽤 오랜 기간 꾸준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잔잔한 재미를 주었던 만원의 행복이라는 예능프로그램이 있었다. 스타급 연예인들이 출연하여 만원으로 일주일 버텨내는 과정을 보여준 것인데 나름 신선한 기획이었다. 흔히들 연예인은 사치스럽다는 인식이 강한 시절이라 연예인들의 조금은 망가진(?) 모습을 보는 것이 인기의 비결이었을지도 모른다. 일반인들의 편견을 깨보겠다는 기획 의도에 부응하듯 출연진들은 자신들의 삶 가운데 알뜰하고 진솔한 모습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최대한 노력을 했었고, 그 결과 5년 가까이 장수한 프로그램이 된 것이다. 물론 억지스러운 면이 없지는 않았다. 더군다나 예능프로그램 속성상 일정 부분 연출된 것이라 100% 실제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만원으로 하루 버티기도 벅찰 텐데 일주일을 버틴다는 것이 가능하냐는 논란은 그때도 있었고, 현재 물가로 따져보건대 편법이 동원되지 않는 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말이다. 이러한 논란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만원이라는 환전 가치가 우리에게 어떠한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이다. 필자는 매월 적게는 2~7만원씩, 그리고 좀 큰 금액을 각각 다양한 곳에 기부하고 있다. 통장에서 해당 금액이 빠져나갈 때마다 아깝다는 생각보다는 그 금액이 누군가의 행복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로 설렌다. 실제로 그것이 쓰인 곳에서의 행복을 함께 나누기도 한다.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던 봉사 나눔의 미생이야기모임이 그렇다. 그동안 친목 모임처럼 운영되어 왔는데 어제 주무관청에서 설립을 허가함에 따라 정식 사단법인으로 출발하게 되었다. 법인은 이제 소수의 고액 기부자가 아닌, 월 5천원 또는 만원을 후원하는 다수의 후원자 그리고 재능 기부자의 봉사로 운영될 예정이다. 사단법인 설립 소식으로 필자의 지인들이 긴장할 필요는 없다. 만원 한 장이면 일주일, 아니 한 달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곧 알게 될 것이니 말이다. 그러고 보면 종영된 지 15년이 더 지난 그 프로그램을 소환하고 이를 곰곰이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진 것이 우연은 아닌 것 같다./ 이강만 한화에스테이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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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16 17:04

고정관념의 내면화

채병숙 우석대학교 약학과 교수 일상에서 만족과 기쁨 그리고 참자유를 느끼는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자기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기긍정감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사회에 의해서 형성되어 온 고정관념을 내면화 하여 자기부정을 키워간다면, 행복 대신 고통 속에 머무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고정관념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집단의 사람들에 대한 단순하고 지나치게 일반화된 생각들이라고 한다. 고정관념은 외모나 인종 등은 물론, 성공과 실패, 우월감과 열등감, 선과 악, 좋은 것과 나쁜 것, 옳고 그름, 그리고 풍요로움과 결핍 등 다양한 가치관에도 존재한다. 고정관념은 가정 환경, 사회문화, 교육, 관습, 종교, 매스컴 그리고 다양한 사회적 경험 등 사회적 관계를 통해 의도적 비의도적으로 형성되어 왔다. 또한 고정관념은 일반적으로 긍정적이기 보다는 부정적 측면으로 더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당연한 진리처럼 흔들리지 않는 신념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다양한 관점에 대한 유연성 상실과 그에 따른 강직한 행동의 특성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고정관념은,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는 가운데, 내면화가 일어나서 심리적, 정신적으로 마음속에 깊이 자리잡게 된다. 고정관념의 부정적 내면화가 자기자신을 향해 끊임없이 강화될 때 자기긍정성은 약화되고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힘의 지배를 받을 수 있다. 우리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분별하는 고정관념을 내면화 시킬 때 욕망과 고통이 유발되며, 선과 악에 적용되는 엄격한 잣대와 관련된 고정관념의 내면화로 인하여 지나친 교만이나 죄의식에 빠질 수 있다. 화 또는 두려움과 같은 불쾌한 감정을 억제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내면화 하면 결국 화병과 두려움에 의한 두려움의 악순환을 낳기도 한다. 따라서 고정관념의 부정적 내면화를 내려놓고 새롭고 다양한 관점에 대하여 이해도를 높여나가는 노력이 중요하다. 자연은 끊임없는 변화 속에서 음과 양이 운영되나 우열을 논하지 않고 다만 그 본성에 충실할 뿐이다. 선과 악이 없고, 좋고 나쁨도 없으며, 결핍이나 한계 그리고 고통에 대한 어떠한 고정관념도 적용시키지 않는다. 다만 다양한 모습과 색깔로 각자의 본연의 성질을 충분히 드러내면서 존재 그 자체로 전체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또한 자연의 질서를 강조했던 노자의 도덕경에서 말하는 선악은 인성에는 선도 없고 악도 없으며, 인간에 의해서 표현된 선이 있기에 그 대상인 악이라고 했을 뿐 악은 선이 아닌 것이다 라고 해석되고 있다. 불교에서는 인간의 고통을 유발하는 좋고 나쁜 것에 대한 분별심을 경계하라고 강조한다. 심리학에서는 오히려 감정을 억누르는 감정저항으로 인하여 부정적 감정에너지가 증폭되고 그로 인하여 건강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불쾌한 감정일지라도 억압하지 말고 표출되는 감정을 바라보며 알아차리라고 말한다. 또한 의학적으로는 병적인 감정 억제는 정신건강에 좋지 못하며 암과도 높은 상관성을 지닌다고 알려져 있다. 고정관념이 전혀 진리에 부합하지 못하고 비합리적일지라도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상식과 신념이 되어버려서 과연 옳은가라고 의문을 갖는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다양한 관점의 유연성과 이해도를 높이고, 고정관념의 부정적 내면화로 인하여 나의 성장이 저해되고 자기긍정성이 약화되고 있지는 않는가에 대한 자기성찰은 행복을 향한 커다란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채병숙 우석대 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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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13 17:19

청렴, 그 이상의 청렴

서거석 국가 아동정책조정위원전 전북대 총장 최근 일부 LH직원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땅 투기한 정황이 드러나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여기에 개발 정보를 취급하는 지방 공무원들의 부동산 투기까지 드러나면서 공직자들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공익을 위해 일해야 할 사람들이 그 정보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했다면 이는 엄연한 범법 행위이다. 이번 사건을 접하면서 공직자의 자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언젠가 가족의 장례식 때 수의(壽衣)에는 주머니가 없어 저승 갈 때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나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학창시절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지만 자립하면서부터 재물을 탐하기보다는 삶의 가치를 중시하여 교수직을 성직처럼 여겼다. 총장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국립대 총장은 청와대로부터 엄격한 인사(도덕성)검증을 거친다. 그 검증을 통과하지 못해 대통령의 임명을 받지 못한 경우도 많다. 교수, 직원 등 내부 구성원들이 선출한 총장을 그렇게 혹독하게 검증을 해야 하는가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학의 조직문화는 원래 상명하복의 수직적인 것이 아니라 수평적이다. 그런 문화 속에서 거대한 대학 조직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총장의 도덕성이 가장 우선시 돼야 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나는 대학 총장 8년간 공적인 것의 사유화를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공적인 일의 연장선에서 사비를 쓰는 일이 잦았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다. 예컨대 총장 자리에 있기 때문에 국회를 비롯하여 중앙부처, 지자체 등 유관기관 관계자의 애경사를 챙겨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주말이나 평일 저녁 9시 이후에는 업무추진 카드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대외적 활동이 많으면 많을수록 개인카드 사용과 지출이 늘어났다. 지금 돌아보면 가족에게 한없이 미안하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구성원들의 지지로 막중한 총장직을 맡게 됐으니, 그 큰 대학 조직을 능동적으로 움직여 발전시키려면 그런 희생은 감수할 수밖에. 나는 오랜 세월 학생들에게 공정과 정의가 무엇인지를 가르쳤다. 그런 내가 부정한 일을 생각하는 건 스스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설사 백보를 양보하여 부정한 마음을 먹었다고 해도 국립대는 조직 생리상 총장이 이권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다. 행정직원의 경우, 5급 사무관 이상의 공무원을 승진시킬 수 있는 권한은 교육부에서 행사하므로 총장으로부터 자유롭다. 또한 교수의 경우에도 인사문제가 전적으로 학과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더더욱 총장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 실제로 나는 총장 재임시 대학 내의 각종 공사나 물품 구매에 직간접으로 단 한 번도 관여한 적이 없다. 전적으로 실무부서 책임하에 업무를 처리하도록 했다. 따라서 국립대 총장은 조직을 장악하고 통솔할 수 있는 실질적 힘이 전혀 없는 명예직이나 다름없다. 자유로운 대학 문화에서 총장을 위해 충성한다는 개념 자체가 성립할 수 없고, 총장이 권위를 내세울 수 있는 여지도 없다. 오로지 총장 자신의 희생과 헌신으로 소통하고 설득하는 것이 공동체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청렴은 모든 공직자의 기본이다. 청렴하지 않으면 조직은 병든다. LH직원이나 공무원들의 땅 투기는 공익을 침해한 정도를 넘어 사실상 그 조직을 무너뜨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특히 고위직공무원에 대한 청렴 의무는 더욱 엄격해야 한다. 왜 전쟁에서 지휘관이 선봉에 서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이제 미담의 소재가 아니라, 고위공직자가 지켜야 할 덕목의 하나이다. 이를 밖으로 드러낼 필요도 없다. 의무이기 때문이다. /서거석 국가 아동정책조정위원전 전북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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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06 17:06

대한민국 수소경제를 선도할 새만금의 도전

양충모 새만금개발청장 수소의 시대가 오고 있다. 최근 전 세계는 팬데믹, 기후변화 등을 거치면서 친환경 에너지 전환의 모델로 수소를 지목하고 있다. 세계 에너지 시장을 선도하는 미국과 유럽, 중국, 일본 등에서는 수소를 미래 국가 경제의 기반으로 삼으며 수소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 주요 기업들도 수소 상용차와 수소 저장탱크, 수소트램, 수소 항공기 개발 등 수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맥킨지 등 글로벌 컨설팅회사는 2050년 미래 수소 시장의 규모를 약 2,000조원 이상으로 평가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2050 탄소 중립의 핵심으로 수소 에너지원을 우선순위에 두고, 수소 모빌리티와 수소 생산유통 인프라, 핵심 기술 개발 등 수소경제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또한, SK현대차 등 기업들도 2030년까지 43조원 규모의 수소경제 투자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수소경제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범국가적 민관협력이 이뤄지는 추세다. 수소경제는 수소 연료전지나 모빌리티 산업의 구축을 넘어서 궁극적으로 수소가 삶의 모든 분야에 걸쳐 에너지원으로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미래 경제 시스템을 말한다. 정부도 수소경제에 진입하기 위한 노력으로 수소시범도시를 구축할 계획이며, 그 가능성을 크게 주목해 왔던 곳 중의 한 곳이 새만금이다. 새만금에서는 수소 중에서 특히 그린 수소에 집중하고 있다. 타 지역에서 추진하고 있는 부생 수소나 추출 수소는 화석연료에 기반하고 있어 이산화탄소 발생이 불가피하지만, 그린 수소는 탄소배출이 없어 가장 친환경적인 에너지로 꼽힌다. 그러나 다른 수소에 비해 생산비용 등 경제성이 부족하고 수소의 생산과 저장, 운송에 따르는 기술 개발은 물론, 이를 지원할 인프라를 갖춰야 하는 어려움이 산적해 있다. 새만금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그린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최적지이면서, 현재 백지상태인 도시계획을 처음부터 그린 수소를 접목해 그려나가기에 매우 적합한 곳이기도 하다. 먼저, 새만금 내 복합개발용지에 그린 수소를 생산하고 유통활용하는 도시와 산단의 선도모델을 구현할 계획이다. 그린 수소 등 친환경에너지가 도시 전체에서 활용되는 그린 수소복합단지를 조성함으로써 수소가 생산부터 최종 소비에 이르기까지 전주기를 실현하는 탄소 중립도시를 건설하고자 한다. 또한, 수소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국가종합실증단지와 그린 수소 생산클러스터를 새만금 산업단지에 구축하여 수소 기술의 고도화와 수소 생산기업을 집적화시켜 나갈 계획이다. 여기에는 연 1.4만 톤 규모의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설비와 기업 집적단지, 통합지원센터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아울러 현대차, LG전자 등 민간기업과 함께 그린 수소의 기술력과 경제성 검증 등을 도출하는 그린 수소 사업화 공동연구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수소는 세계 경제와 산업 구조를 혁신적으로 재편할 것이다. 현재 주요 선진국은 수소경제를 선점하기 위해 전략적인 움직임을 펼치고 있는 만큼 수소 생산과 공급에 대한 각축전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다만, 그린 수소를 구현해 내기가 쉽지 않은 만큼 큰 밑그림을 그리고 더욱 치밀한 전략을 세워나감으로써 새만금을 그린 수소의 거점도시이자, 대한민국 수소경제의 상징적인 도시로 만들어 나가겠다. 경제활동과 시민 생활이 그린 수소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수소 도시가 새만금에 만들어지면,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이 예고한 혁명적인 수소 에너지가 실현되는 가장 이상적인 도시가 될 것이다. 새만금은 미래 시대의 비전에 발맞춰 새롭게 디자인해 나갈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 끊임없는 혁신과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새만금에 기업들과 도민 여러분의 많은 응원과 동참을 부탁드린다. / 양충모 새만금개발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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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31 18:11

광역시 없는 전북, 불이익 대책 있는가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마스다 히로야의 저서 지방소멸은 30년 안에 일본 자치단체의 절반(896곳)이 소멸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마스다 히로야는 이와테현 지사를 3선 역임한 관료 출신 정치인이다. 한국고용정보원도 우리나라 228개 시군구 중 소멸위험지역이 105곳에 이른다고 지난해 발표했다. 전체의 46%에 이르는 수치다. 지방소멸의 원인은 저출산, 고령화에다 수도권 인구유출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일본 모두 공통 현상이다. 이런 흐름을 막을 대책은 무엇인가. 전문가들은 지방소멸을 막을 대안으로 지방 거점도시 육성을 꼽는다.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산업, 교육, 의료, 복지시스템을 만들어 주민수요를 지역 내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거점도시가 수도권 집중을 막을 방어선 기능을 하고, 수도권에 진출했더라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이른바 인구 댐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지난 연말 정부는 수도권 블랙홀에 맞서 지방소멸을 막고 균형발전을 꾀할 3+2+3권역별 메가시티 전략을 내놓았다. 수도권 동남권(부산울산경남) 충청권(충남충북세종)의 그랜드 메가시티, 대구경북광주전남의 행정통합형 메가시티, 전북강원제주의 강소권 메가시티가 그것이다. 이 전략은 광역시를 축으로 한 권역설정이 포인트다. 전북처럼 광역시가 없는 곳은 불이익을 받게 되고 불균형도 심화될 것이다. 국가예산, 공모사업, 예비타당성조사 등 정책과 자원배분이 광역권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최근 전북 패싱으로 논란이 된 대도시권 광역교통망 계획도 그런 사례다. 국토교통부는 2030년까지 127조원을 투자하게 되는데 그 대상이 수도권, 부산울산권, 대구권, 광주권, 대전권 등 모두 광역시 위주다. 전북, 충북, 강원은 국물도 없다. 세수 역시 차별적이다. 광역시가 없는 전북은 광역시가 있는 권역별 예산의 2분의 1밖에 안된다. 광주나 울산은 1인당 세수가 600만원인데 비해 광역시 없는 권역 거점도시의 그것은 평균 300만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반면 교통, 쓰레기, 복지, 환경 등 행정수요는 폭발적이다. 차제에 특례시 제도도 개혁돼야 맞다. 지난해 12월9일 국회 통과된 특례시 기준이 인구 100만명 이상 대도시로 설정된 것은 광역자치단체의 의사를 반영한, 다분히 정치적인 결정이다. 미국과 일본도 인구 50만명 이상을 대도시권으로 분류하고 있거니와 생활인구, 유동인구, 정치경제 중심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해야 옳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 획일적인 기준 때문에 도청 소재지이면서 생활인구가 100만명에 육박하는 전주시가 특례시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광역시도 없거니와 특례시마저 배제된 전북은 지방소멸을 막고 수도권에 대응할 대도시 육성 전략에서 실패했다. 전주완주 통합 불발도 그 연장선에 있다. 학계의 지적은 통렬하다. 중앙정부의 일괄 특례 부여방식을 탈피, 상향식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하동현 전북대 행정학과 교수) 지역의 정치 행정 경제 거점도시는 균형발전 차원에서 고려하는 것이 대도시 정책방향의 중요한 요소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서정섭 박사) 문제는 광역시가 없거나 거점도시 기능이 미약한 전북 같은 지역은 고립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국가균형발전위와 국토연구원은 수도권 중심의 국토공간 구조에 대응할 초광역 전략을 지방정부에 권유하고 있지만 전북으로선 돌파구 찾기가 쉽지 않다. 고육지책으로 독자권역을 추진한다지만 옹색하다. 균형발전은 선택이 아닌 지방 생존권의 문제다. 거점도시 규모가 미약하거나 광역시가 없는 지역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북의 정치권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 문제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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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2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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