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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의 힘

▲ 이기선 전북도 자원봉사센터장 수고했어요 평창!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 (IOC) 위원장은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 유창한 한국어로 이번 대회를 준비한 한국인들에게 덕담을 건넸다. 그는 또 자원봉사자 여러분 헌신에 감사합니다라고 한국어로 또박또박 인사를 건네 폐막식 참가자들로부터 큰 함성과 박수를 받았다 눈과 얼음의 축제인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는 역대 올림픽 사상 최다인 92개국 2900여명의 선수가 참가했으며 특히 남북한 선수들이 한반도기를 들고 함께 입장하는 모습은 평화올림픽의 상징이었다. 동계올림픽이 진행되는 동안에 여러 종목에 걸쳐 많은 화젯거리가 등장했고 조명을 받는 선수와 감독, 팀과 국가가 연일 소개되었다. 그중에서도 이번 올림픽에서 특별히 주목을 받은 사람들은 자원봉사자들이었다. 그들의 모습이 바흐위원장의 눈에만 띄었던 것은 아닌 모양이다. 경기장을 찾은 세계 각국의 관중과 언론들도 하나같이 이들의 보석과 같은 활동에 찬사를 보냈다.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를 온 몸으로 맞으며 주차안내를 하거나 외국어 재능을 발휘해 타국의 손님들을 도와주는 사람들, 경기장 안내에서부터 운영지원, 경기진행, 미디어, 기술, 의무, 의전 등 대회 기간 내내 언제 어디서나 자원봉사자들의 열정을 담은 뜀박질은 계속되고 있었다. 이들이 입은 회색바탕에 붉은 무늬의 유니폼은 하얀 설원을 배경으로 더욱 도드라져 보였으며 그들의 밝은 미소는 그것을 지켜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물론 처음부터 원활하고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었다. 대회 초반 일부 자원봉사자들이 매니저와 갈등을 빚는가 하면 근무지를 이탈하는 등 본연의 임무를 다 하지 못하여 대회운영에 차질이 발생한 사례도 있었다. 또 자원봉사자에 대한 식사와 숙박, 수송 등에서 부당한 대우가 문제가 되어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과거와 새삼 달라진 자원봉사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 초창기 자원봉사자들에게는 의무만 강조되었고 권리 주장은 사치에 불과한 것으로 여겨져 주장하지도 불평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자발적 참여 과정도 그렇지만 부당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제재를 받을 일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는 자원봉사자들의 성숙된 모습이 새로운 힘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자원봉사의 힘! 이제 전북에서 더 완벽하게 보여줄 차례다. 그동안 전북의 47만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은 우리지역에서 열린 각종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조력자로서, 사회복지를 비롯한 지역사회의 크고 작은 일들을 해결해 주는 숨은 해결사로서 역할을 다하여왔다. 이를 통해 힘을 축척해 왔다. 그 힘을 바탕으로 앞으로 전북에서 펼쳐질 국 내외 행사들, 올림픽에 버금가는 외국인 4만여 명과 우리 국민 1만여 명 등 5만여 명의 참가가 예상되는 2023세계잼버리대회 등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설렘과 기다림으로 이어지는 기대치를 성공적으로 완성해 내기 위해서는 자발적이고 무보수를 원칙으로 하는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를 높이는 한편,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도 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여기에 도민들의 관심과 응원이 함께 한다면 자원봉사자들은 우리 지역에서 있을 각종행사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조력자로서, 공동체의 행복을 만들어 나가는 주역으로 최선을 다하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단체나 지역에서의 행복은 혼자서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고 가꾸어 나가야 한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이들의 힘찬 날갯짓에 박수를 보내는 것을 넘어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줄 것을 제안해 본다. 이것들이 완성될 때 전북을 찾는 모든 이들로부터 고마워요 전북의 자원봉사자 여러분! 이라는 말이 메아리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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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3.04 20:19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Me Too

▲ 노현정 (사)전북여성단체연합 정책실장 성폭력 피해자분들께 결코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얘기해주고 싶어서 나왔습니다. 제가 그것을 깨닫는데 8년이 걸렸습니다 한 TV 매체에 나와 인터뷰를 한 서지현 검사는 끝인사로 이렇게 이야기했다. 8년이란 긴 시간을 혼자서 견디며 깨달았다는 그녀의 말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하지만 여성들은 여성에게 일어나는 다양한 폭력에 대해 피해자를 탓하는 견고한 사회 분위기 때문에 당연한 상식을 깨달을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시간 침묵과 고통 속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 서지현 검사의 증언으로 온 오프라인의 #Me Too 운동이 더욱 확산되었고, 전국의 여성단체들은 동시다발 기자회견으로 지지와 연대의 목소리를 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사건 은폐의혹에 대해 아직 사실 여부를 알 수 없지만, 사실이라면 가장 그렇지 않을 것 같은 검찰 내에서도 성희롱이 만연하고 2차 피해가 두려워 참고 견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어디에도 가장 그렇지 않을 것 같은 공간은 없다. 단지 성폭력, 성추행 등을 조사하고, 처벌해야 하는 검찰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보여준 것뿐이다. 지난 30여 년 간 한국사회 내 성폭력 피해자들의 말하기는 끊임없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얼굴을 가리거나 혹은 드러내는 행동은 피해자를 비난하는 사회에 주체가 되고자 선택한 방식 중 하나이다. 하여튼 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공론화하는 것은 살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며 동시에 자신의 이야기에 누군가 함께 해줄 것이라는 믿음과 그 사회와 구성원들에 대한 신뢰에 기반 한 것이기도 하다. 물론 이러한 행동은 법과 제도, 인식에서 많은 변화를 가져 왔지만 오히려 숨죽이거나, 감추거나, 떠나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검찰 내 성폭력 사건을 시작으로 사회 각 영역에서 성폭력 사건이 공론화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 부쩍 여성들의 증언이 담긴 메일과 전화가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러한 여성들의 증언과는 반대로 도내 공무원 사회의 직장 내 성희롱 성추행 등 여성인권사안의 끊임없는 발생은 참으로 한심하기만 하다. 적극적인 해결의지를 갖고 피해자를 보호하고 대책을 세워야 할 지자체가 훈계라는 솜방망이 처벌로 가해자를 승진시키는 등 범죄를 동조하고 묵인해주고 있다. 오늘 만난 한 여성은 자신의 상처를 헤집고 본인을 포함한 가족들의 신상까지 털릴 각오를 하며 용기의 눈물을 닦았다. 언제까지 여성들은 2차 피해까지 감내하며 Me too를 외쳐야 하는 걸까. 현재 인터넷과 뉴스를 달구는 사건들은 저기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여기 이 곳 내 주위에 가깝게 존재하고 있다. 분명 모두를 대신해 용기를 낸 여성들의 계속되는 말하기는 기존의 잘못된 젠더질서를 흔드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연일 실시간 검색 1위를 차지했던 연극계 미투에 대해 성폭력에 대처하기 위한 자성적 움직임이 보인다. 연극인들 스스로 성폭력 반대 연극인 행동을 꾸려 그동안 연극계 내 성폭력 및 위계적인 문화에 대해 반성하고 공동체를 변화시키기 위해 힘을 모아내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이제라도 우리 모두의 진정한 성찰과 변화를 위해 각자가 있는 곳에서부터 스스로의 가해 자성을 돌아보고, 성폭력을 묵과해온 사회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논의를 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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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2.25 18:58

평화올림픽으로 북핵 문제 해결되길

전 뉴욕타임스지 칼럼니스트이자 세계적인 국제문제 평론가인 토머스 프리드먼 기자가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라는 책을 펴냈다. 그는 중동 특파원으로 근무하는 동안 보고 느낀 점과 일본 도요타자동차 공장을 방문했던 방문기를 비교적 진솔하게 담았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갈등문제를 비롯한 종교분쟁, 자살폭탄 테러 그리고 난민들이 탈출할 때 겪었던 아픔 등을 생생하게 기록했다.연속된 갈등 고리가 이어지면서 지금도 화약고가 돼 버린 중동에 비해 일본이 급속한 산업국가로 발전해 가는 모습을 목격했다. 노사 간 화합과 평화를 통해 세계 최고급 승용차인 렉서스를 생산하는 모습을 봤다. 그는 1992년 도요타자동차공장을 방문한 것이 너무 인상적이었다고 적었다. 이 공장에서 66명이 310개의 로봇을 활용해 하루 300대의 최고급 렉서스 승용차를 생산하는 공정을 살폈다. 그 당시 렉서스는 최고급 승용차다. 일부만 관리업무에 종사하고 대부분 로봇이 자동화시스템에 의해 생산하고 자재운반까지도 로봇이 척척 해결했다.특히 접착 로봇이 자동차 앞 유리를 붙이는 것은 신기에 가까웠다. 로봇팔이 유리창 주변을 돌아가며 뜨거운 액체고무를 접착시키는 데 한치의 오차도 없이 거의 완벽하게 해냈다. 고무를 다 접착시킨 로봇의 손가락 끝에는 항상 조그마한 고무방울이 달랑 매달렸는데 한차례 작업이 끝날 때마다 로봇 팔이 큰 원을 그리며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가는 쇠줄을 스쳐 지나가게 해서 깔끔하게 마무리지었다.일본은 산업평화를 통해 국가발전을 도모해 간다. 이 평화가 인간에게 행복을 안겨주는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우리는 평창올림픽을 통해 전 인류에게 평화와 자유 그리고 경제로 행복을 주어야 한다. 북한 인권운동가 지성호 씨 이야기가 지금 와서 새롭게 각인된다. 그는 13세 때부터 먹을 것을 찾아 장마당에서 음식을 구걸하며 떠돌이 생활을 했던 청소년이었다. 그날도 너무나 배가 고파 화물열차에서 석탄을 훔쳐 암시장에 내다 팔았다. 그러나 가는 열차에서 뛰어내리지 못하고 매달려 있다 사고를 당해 왼쪽 팔과 다리를 잃었다. 이후 목발을 짚고 장마당에서 구걸생활을 하다가 보위부에 끌려가 심한 고문을 받았다. 2006년 지성호 씨는 목발을 짚고 어머니 여동생 남동생과 함께 국경을 넘었다.가장 늦게 탈북을 시도한 아버지는 두만강을 건너다 붙잡힌 뒤 고문을 받다 숨졌다. 지성호 씨는 이후 한쪽 발과 목발에 의지해 중국 라오스 미얀마를 거쳐 1만㎞의 긴 여정 끝에 태국에 도착했다. 이후 한국 땅을 밟은 뒤 의수와 의족을 지원받아 새 삶을 살고 있다.문재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 기간 동안 남과 북은 하나라고 강조했다. 한반도에 평화가 이뤄지도록 평화 대통령이 되길 바라며 올림픽을 통해 긴장 관계에 있는 남북문제를 운전석에 앉아 해결할 지도력과 기회를 잡기 바란다. 김여정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으로 특사 역할을 수행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고 청와대에서 오찬을 하면서 친서를 직접 전달했다. 참으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이것이 세계는 하나요 평화를 상징하는 올림픽 정신인 것이다. 문 대통령은 김여정 특사로부터 북한에 방문해 달라는 방북 요청을 받았다. 천재일우(千載一遇)다. 북한은 이번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고 세계인에게 보였던 평화와 통합의 정신을 살려 문 대통령이 방북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이제 북한은 변해야 한다. 비핵화를 통해 남북이 평화의 여건을 조성, 하나하나 문제를 풀어가면서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세계화에 합류해야 한다. 이제 군사 대국에서 경제 대국으로 바뀌어 인민들에게 인권과 고소득이 보장되는 일자리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래서 굶주림으로부터 하루빨리 해방시켜야 한다. 개혁 개방을 통해 기술개발과 산업혁명을 이루어내고 6자회담을 통한 비핵화를 반드시 가져와야 한다. 남북한이 평화협정을 통해 상호 체제를 인정하면서 한민족이 공동으로 번영하고 평화를 이뤄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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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2.19 23:02

교육의 목적은

어느 나라나 경제, 교육이 최대의 관심사인 이유는 두 가지 모두 국가의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교육은 미숙한 사람들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개인마다 잠재하고 있는 능력을 찾아내어 삶을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매사를 세월에 타이밍을 맞춰가는 농부의 느긋한 마음으로 여유를 가질 때, 그 삶은 더없이 넉넉해질 것이다.서두르지 않는 삶의 방식을 가르치는 독일인들은 매일 산책을 즐기면서 내면세계를 들여다보고 남들과 비교하는 삶을 익혀간다고 한다. 교육방법 또한 특이해서 자연과 인생을 결부시켜 생각하면서 행동하게 하는 교육을 시킨다. 수업은 자유롭게 토론하여 자기의견을 상대와 비교해서 옳고 그름을 구분하도록 하고, 모든 시험은 서술형이며, 시간개념과 협상하는 방법을 익혀 신뢰를 얻게 하고, 최우선의 가치는 바로 인간이라는 개념을 철저하게 가르친다.우선 전북지역의 교육현실을 들여다본다. 최근 5년간(2012~2016년) 5000여 명의 도내 고등학생들이 자퇴, 퇴학, 제적 등의 이유로 학업을 중단한 통계가 국회 노웅래 의원에게 보고되었다. 그 사유로는 학교부적응, 학교폭력과 학칙위반, 질병, 해외출국 등으로 학교를 떠나갔다고 한다. 인생의 황금기에 배움을 중단하고 갈 곳을 찾아 헤매는 불행한 현실이 주는 교훈은 획일적인 교육과정에서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학교를 벗어난 그들이 찾는 곳은 과연 어디일까? 만약 이 고장 출신 바둑신동 돌부처 이창호에게 공부만을 강요했더라면 그는 지금쯤 어디에 서 있을까? 기성세대들은 자녀들의 의견은 전혀 듣지도 묻지도 않은 채로 목적지를 설정해놓고 그곳에 오르기만을 강요해왔었다.1960년 가을 녘, 한국에 온 미국의 여류소설가 펄-벅(1892~1973- 大地로 1938년 노벨문학상 수상 ) 여사를 당시 조선일보 이규태 기자가 동행했다. 경주지방을 여행하던 중 차창 밖으로 보이는 시골집 감나무에 여남은 개 달려있는 감(?)을 보고서 저기 남아 있는 감들은 따기가 힘들어서 그대로 남아 있는 거냐?고 물었다. 까치밥이라 해서 겨울새들을 위해 남겨 둔 것.이라고 설명하자, 펄-벅은 바로 그거예요. 제가 한국에서 보고자 한 것은 고적이나 왕릉이 아니었어요. 이 모습을 본 것만으로 나는 한국에 매우 잘 왔다고 생각합니다.이런 서정적인 감정으로 이웃들을 배려할 줄 알았던 따뜻한 배달민족이었건만, 21세기를 살고 있는 지금의 한국인들은 어쩌다가 이렇게 각박한 삶을 이어가고 있을까?예로부터 눈물과 사랑과 인간미가 없는 무정한 사람이거나, 사람답지 않은 무례한 사람하고는 교제도 하지 말라고 했다. 사고방식이 합리적이 못하거나, 이해심이 없는 비인격자인 무식한 사람, 자신의 앞가림도 못하는 무능한 사람, 안하무인격으로 자기보다 못하다고 무시하거나 남의 흉만 찾아내려고 하는 무도(無道)한 사람과는 친구로 삼지 말라고 했다. 소중한 인연을 아끼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느끼기 위함이다.프랑스의 시인 아벨 보나르는 이상적인 우정의 첫째 덕목을 좋은 성품을 지닌 사람, 즉 때로는 모르는 척 속아주고, 모자란 척 져 주고, 따뜻하게 관용해주는 사람이라고 했다. 교육의 목적은 인간이 인간다운 원만한 성품을 길러내도록 가르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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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2.12 23:02

여유시간이 만들어주는 행복한 삶

추억 속 과거로 시곗바늘을 돌려보았다. 책가방을 둘러메고 찾아간 전매청 담배 생산공장에서 본 직원들의 손놀림이 신기해 보였다. 한 손에는 담뱃갑을 쥐고 반대 손으로는 20개의 궐련을 정확히 집어 포장해내는 능숙한 솜씨는 일하는 시간을 몇 배로 단축하고 있었다.다음 찾아간 은행에서는 돈 보따리를 쌓아놓고 한 뭉치의 돈을 꺼내어 부챗살처럼 돈을 펴서 세는 행원들의 모습과 주판알을 정신없이 튕기다 때로는 암산으로 엄청난 숫자를 계산해 내는 천재들이 있었다.농촌에서는 일손이 부족하여 코흘리개 어린 초등학생들까지 노력 봉사에 동원되어 모심기와 벼 베기를 하는 모습을 농번기에는 어디서나 볼 수 있었다.다시금 시곗바늘을 현재로 돌려놓았다. 전매청 생산라인에서 볼 수 있었던 숙련공의 모습과 빠르게 돈을 세고 암산을 하는 은행원, 모내기를 위해 동원된 초등학생들의 모습은 우리 곁에서 자취를 감췄다. 시대의 흐름을 따라 만들어진 기계, 전산, 자동화가 일하는 시간을 빼앗아 적게는 서너 배에서 수천 배 이상을 단축시켜 버렸기 때문이다.시간은 상상 이상으로 압축되어 그만큼 남아있어야 하는데도 여전히 사람들은 더 바쁘다. 왜 그럴까? 더 많은 것을 얻어 내기 위해 남은 시간을 아니 그 이상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그것이 돈이든 재능이든 더 얻어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믿음이 만들어낸 산물이다.문명의 이기로 태어난 기계나 전산 자동화가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면서 우리는 자기계발이라는 이름으로 공동체 대신 자기 자신과 가족만을 위한 시간을 쓰게 되었고 그 결과 공동체 중심에서 차츰 멀어지게 되었다.천금 같은 시간과 경제적인 여유가 쌓여도 자신의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는 삶이란 얼마나 우울하고 고독한가. 자기 자신만을 만족시킬 뿐, 주변의 이웃에게는 아무런 울림도 주지 못하는 시간과 여유에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그렇다고 지금에 와서 기계와 전산 등에게 넘겨진 노동을 굳이 인간이 다시 가져올 필요는 없다. 그로 인해 얻어지는 편리함과 여유로운 시간을 소중하게 쓰려고 한다면 개인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다시 공동체의 마당으로 돌아 가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어쩌면 공동체의 마당에는 우리가 잊고 살았던 행복한 삶의 가치와 시간의 소중함을 일깨워 줄 무엇인가가 선물처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시간의 압축으로 인하여 얻을 수 있었던 돈과 재능 그리고 권력 등은 영원할 수가 없다. 시간의 흐름 속에 이 또한 서서히 그 자취를 감추고 말 것이다. 그래서 그 소중한 시간을 무엇을 위해 써야하는가에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누구에게나 하루 24시간이 똑같이 주어진다. 그것은 과거나 현재나 똑 같다. 시간의 압축을 통하여 얻어진 돈과 재능 등을 어떻게 써야 가장 값있게 쓸 수 있을까? 우리 주변에는 배고픔에서 벗어나고픈 사람, 배움의 양식이 더 필요한 사람, 더불어서 함께 하고픈 외로운 사람 등 돈과 재능 등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필자는 나만이 아닌 이것들을 필요로 하는 이웃과 공동체를 위해 나누고 봉사하는 일에 투자하는 것이 자신을 위해 최대의 행복을 만들어 내는 지혜라는 생각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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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2.05 23:02

1987·여성·전북

영화관은 빈자리 없이 꽉 찼다. 박종철의 죽음이 나오는 장면부터 시작된 뒷자리 여성의 울음소리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까지 멈추지 않았다. 낯익은 노래구절이 대학시절의 추억을 소환했지만, 이 노래를 부를 때 마다 내 자신과 선배들에게 질문했던 답답한 기억들도 함께 떠올랐다.그 날이 오면, 내 형제 그리운 얼굴들, 그 아픈 추억도 아아, 짧았던 내 젊음도 헛된 꿈이 아니었으리, 노래 가사처럼 연희의 질문처럼 이렇게 한다고 세상이 바뀌기나 하는지, 그날이 정말 오는지 하고 말이다. 영화를 보고나서야 이 노래를 잘 알건 알지 못한 건 상관없이 우리 모두는 같고도 다른 질문과 대답을 삼키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이 영화는 그 시대를 관통했던 이들과 먹고 살기 바빴던 모두에게 국가권력에 의한 안타까운 죽음의 실상과 더디더라도 여럿이 함께 할 때만이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던 것 같다.그러나 역사의 고비 마다 먼저 나서서 투쟁해 온 여성들을 들러리로 취급하거나 삭제해온 현실이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이 영화에서 조차 여성의 존재를 지우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실제 박종철의 죽음이 국민적 저항운동으로 확산되지는 못했을 때 살 떨리는 남영동 대공 분실 앞 가두시위를 벌인 사람들이 여성들이었고, 교도소에 있던 이부영의 쪽지가 명동성당에 전달되는 데 목숨을 건 여성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그나마 영화 속 연희는 다른 남자 주인공들처럼 그 당시 여성을 고증한 인물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이름과 질문을 가진 주도적인 여성으로 극의 흐름을 이끌고 있다. 1987년 6월 서울의 한 복판에서 우리가 사는 이 지역으로 시선을 돌려 보자.전북은 10만 여명이 모여 민주헌법쟁취, 독재타도를 외쳤다고 한다.하지만 실제 참여한 많은 여성들의 이름은 전해지지 않고, 여성들의 모습은 삭제되고, 여성들의 이야기는 제대로 기록되지 못했다. 그나마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자료에 대열의 절반 이상이 여성들이었다는 기록을 찾아 볼 수 있을 뿐이다.그렇다면 영화의 마지막 장면 버스 위로 올라가 자신의 목소리로 민주주의를 외쳤던 그 많던 연희들은 이후 무엇을 하였을까?전주 시내 한 복판 대열에 함께 했던 여성들 중 일부는 12월 16일 대통령 선거를 위해 공동대책위를 꾸리고 공정선거 투쟁과 후보 단일화 운동을 준비하였다.비록 야당분열과 노태우 당선으로 여성유권자 공동대책위 투쟁은 실패했지만 여성들은 거기서 낙담하지 않았다.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를 변혁하기 위해 진보적 여성운동의 방향을 갖고 1988년 2월 28일 전북민주여성연합을 창립하여 올해로 30년을 맞이한다.87년 이후 여성운동은 국가와 사회 전반에 민주화를 요구하며 싸워왔고 여성차별과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몸부림 쳐왔다. 여성인권을 보호하는 법제도가 만들어져 그때 보다는 나아진 사회 속에 살고 있다.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 성 평등은 요원하기만 하다. 영화가 보여 주듯 언젠가 그 날이 온다는 건 그냥 그저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성 평등한 민주주의를 위해 이젠 누군가의 고통과 희생이 아닌 공감과 실천으로 그런다고 세상이 달라지냐는 질문에 끊임없이 희망의 대답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올해 30년, 그 때의 그 여성들의 희생과 용기로 만들어진 여성연합이 여전히 존재하는 이유다.△노현정 실장은 전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 (사)전북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을 역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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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1.29 23:02

민족의 단합된 힘과 평화의 올림픽

한국이 낳은 마라톤 영웅 손기정 선수가 1936년 8월9일 제11회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레이스에서 2시간 29분 19초 2로 세계신기록을 수립하면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당시 우리 주권이 포기되고 일장기를 달고 뛰어야 했던 손기정선수가 여기서 뛰지 않으면 조선인이라는 강인한 정신을 보여 줄 수 없었기에 그는 마지막까지 투혼을 발휘해 세계 신기록을 작성했다.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태어나 손기정은 고향에서 소년 시절을 보냈다. 학비와 용돈을 벌기 위해 노점상도 하고 우동집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했다. 집과 학교가 2km나 떨어져 어린 시절부터 매일 달려서 학교에 다녔다고 한다. 소년 손기정은 유난히도 달리기를 좋아해서 운동선수가 되는 것에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어머님은 운동보다 공부로 성공하기를 바랐고 그래서 아들이 달리기를 못 하도록 잘 벗겨지는 여자아이 고무신을 신겨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도 손기정은 고무신에 새끼줄을 묶어서 달렸고 새끼줄에 발목이 쓸려서 피가 나도 아랑곳하지 않고 달렸다. 이런 손기정의 재능을 눈여겨본 담임교사 이일성씨가 손기정에게 육상선수를 권유했고 보통학교 5학년 때부터 육상선수로 활약했다.그 결과 일제식민지 치하에서 마라톤 영웅으로 세계를 제패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1947년 해방 후 첫 해외 원정인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 서윤복 남승용 두 선수를 이끌고 서윤복 선수를 우승케 해 막 일제 압정에서 풀려난 우리 민족에게 또 하나의 기쁨과 자부심 그리고 자신감을 안겨주었다. 그 이후 손기정은 올림픽 아시안 게임 선수단 단장 부단장 총감독으로 참가해 조국의 명예를 세계만방에 드높였다. 2011년 대한체육회는 그를 초대 대한민국 스포츠영웅으로 선정, 그간의 공로를 높이 치켜세웠다. 손기정 선수가 연습할 때 바짓가랑이에 모래를 넣기도 하고 등에는 돌을 매달고 장거리를 연습했다고 한다. 이러한 피나는 연습을 통해 일제강점기에 조선인의 그 강인한 정신을 세계만방에 알렸고 독립정신을 고취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올림픽은 이념 사상 종교 분쟁과 갈등을 넘어 민족을 하나로 뭉치게 하면서 단합된 힘을 보여주는 평화의 상징이다. 하면 된다는 민족의 자존심을 과시했고 또 세계를 달려 일등국민이 된다는 민족정신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지금도 달려야 한다. 손기정 선수가 우승을 하기 위해 바짓가랑이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등에 돌 주머니를 매달고 세계를 향해 달리고 뛰었던 것처럼 힘차게 내달려야 한다. 대한민국은 작지만 큰 나라로 세계 최고의 국가를 만들기 위해 모든 국민들이 힘있게 달려야 한다.우리는 우승하지 않고 밀리면 국제 사회에서 살아가기가 힘들다. 중국 일본 미국 등 강대국들 사이에 끼어 있는 샌드위치처럼 조여 가는 압박 속에서 우리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해 최강의 국가로 달려가야 한다. 이제 평창 올림픽이 2월 9일 개막된다. 평창은 세번 도전 끝에 지난 2011년 7월 6일 제123차 IOC총회에서 어렵게 올림픽을 유치했다. 평창올림픽은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열리는 지구촌 축제인 만큼 우리가 모두 하나된 열정으로 전 세계인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 한국의 국제위상을 높여나가는 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올림픽은 지구촌 평화를 상징하는 축제이다. 그동안 북핵위협으로 남북이 고도로 긴장하면서 군사적 충돌까지도 갈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이제 우리는 평창올림픽을 통해 남북직통 전화가 개통되고 고위급 회담이 열리고 남북한이 단일팀을 이뤄 공동입장을 하면서 우리는 한민족임을 보여줄 기회를 마련했다. 남북대화를 통해서 쉬운 것부터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면서 남북한 신뢰를 바탕으로 비핵화까지 가야 한다. 평화는 대화를 통해 상호간 신뢰를 구축할 때 만들어진다. 북한도 지금처럼 절호의 좋은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북한도 비핵화를 통해서 세계인들에게 독재자의 권력에서 벗어나 평화의 올리브를 선택해야 한다. 북한도 이제 봉쇄되고 고립된 상태에서 살아갈 수 없다.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고 한반도에 평화를 통해 세계화로 잘사는 국가로 뻗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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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1.22 23:02

전북의 꿈이 익어가고 있다

격변의 해가 저물고 새롭게 열린 2018년은 사회변혁의 바람이 힘차게 불어올 것이라고 예측해 본다. 무술(戊戌)년의 대문이 열린 지도 벌써 2주가 지나갔다. 떠오르는 태양은 올해도 다를 바 없건만 인위적으로 정해놓은 틀에서 사람들은 시간을 돌리면서 웃고 울면서 다시 치열한 삶을 이어갈 것이다.올해는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8로 매듭짓는 황금개띠의 해다. 그들은 베이징 올림픽도 2008년 8월 8일 8시 8분에 시작했을 정도로 8이라는 숫자에 푹 빠져 있다. 시간은 누군가에게는 아름다운 추억을 안기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슬픔과 상처를 주면서 무심히 흘러가는 시계를 지켜보는 현대인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혼돈의 시대를 살아간다. 특히 청춘들의 꿈과 정서가 세상의 거친 찬바람을 맞아가면서 아름다운 젊음을 펼쳐보기도 전에 현실에 적응해야만 하는 각박한 삶의 전쟁터에서 자신을 위한 파수꾼이 되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꿈에 그리던 3만 불 시대가 열린다고 한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돌파한 지 24년, 2만 달러를 넘어선 지는 12년 만에 3만 달러 시대의 원년을 맞이하는 셈이다. 모두들 활짝 웃어야 하는데도 그리 밝지 않은 까닭은 젊은이들의 고용사정이 암울한 데서 기인한 우려 때문일 것이다. 행복의 개념은 아날로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나,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는 젊은 세대나 사회의 본질과 삶의 기본을 이루는 맥락은 고금을 관통하고 있는 것 같다. 젊음은 모두를 걸고 하고 싶은 일을 능력에 맞게 선택해야 한다. 리바이벌이 없는 한 편의 드라마를 가슴 벅찬 성공작으로 만들어가야 되지 않겠는가?185만여 명이 살고 있는 전북은 고려 현종(8대) 때 강남도(江南道-지금의 전라북도)와 해양도(海陽道-지금의 전라남도)를 합쳐 전라주도(全羅州道)라고 정도한 지 올해로 천년이 되는 해다. 산물이 풍요로웠던 전라도는 곡창지대로 예우를 받았던 17개 광역단체 중 가장 오래 된 지역이었으나, 1차 산업시대가 저물어가면서 전북은 소외와 낙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열악한 지역 인프라가 더욱 의욕을 상실시키는 데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이다.2017년도는 전북으로서는 최고의 해가 아니었나싶다. 촛불혁명으로 이루어진 정권교체는 전북의 인재들이 여당과 정부각료 및 청와대에서 전북발전을 위해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유래가 없었던 예산의 수혜와 제반의 여건들이 그동안 소외받고 억울해했던 전북도민들에게 희망을 가져다주었다. 언제까지나 열악한 환경만 주물럭거리면서 앉아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단체나 개인에게나 시대의 흐름에 적응해야만 목적하는 바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최선을 다한 노력과 땀의 결과는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고 했다.전북은 송하진 도지사를 비롯한 관계자들과 도민들의 열정으로 염원했던 세계잼버리대회(2023년 개최 예정)가 유치되었고, 새만금 국제공항건설의 희망과 탄소산업 활성화 등 해묵은 숙원사업들이 하나하나 진행되어가고 있지 않은가. 2018년은 전북도민들의 꿈이 영글어가는 희망의 해다. 부푼 가슴에 숙원의 꽃이 아름답게 피어나리라고 굳게 믿는 것은 여러 여건들이 상승곡선을 그려가고 있기 때문이리라. 전북의 친구가 되겠다던 통치자의 공약을 실현시키려는 의지가 전북에 쏠려 있음을 도민들은 깊이 신뢰하고 있다.△ 김형중 사무국장은 벽성대학교 교수, 전북여고 교장, 원광보건대 교수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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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1.15 23:02

보탬(+)과 나눔(÷)의 가치 (↑)

낙숫물이 바위를 뚫고 그 작은 빗방울이 모여 강을 이루고 바다를 만든다.작은 촛불이 모여 세상을 바꾸었다. 처음 떨어지는 빗방울, 처음 밝혀진 촛불은 그저 나약하고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그것이 모여 바다를 만들어 내고, 국민이 원하는 나라를 만들어 냈다. 보탬이 준 효과다.지난해 11월 20일 전북도청 다목적광장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은 0도에서 출발해 100도를 향해 올라가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이 온도탑이 언제나 다 오를 수 있을까 조바심으로 지켜봤지만 코흘리개 어린이의 저금통이 부서지고 독지가들의 기부가 이어지면서 온도탑은 정상을 향해 점점 타오르고 있다. 이 온도탑이 완성되는 날, 우리 주변에서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누군가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일에 쓰여 질 것이다. 이는 곧 작은 것이 결코 작은 것이 아니며 작은 것은 큰 것의 시작이었음을 웅변하여 주고 있다.전주시 노송동에는 얼굴 없는 기부천사가 있다. 17년째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도 밝히지 않은 채 불우한 이웃을 위해 써 달라는 쪽지 한 장을 남기고 사라지는 기부천사의 모습은 모든 이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그는 나눔의 가치를 알고 있을 것이기에 우리는 그를 통해 이웃과의 나눔이 더욱 고귀한 가치임을 깨닫게 된다.태안 앞바다를 시커멓게 뒤덮었던 기름때는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에 의해서 제거되었다. 누구랄 것 없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이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태안 앞 바다에서 해수욕을 즐길 수 있고 싱싱한 회를 맛볼 수 있게 되었다. 나눔과 보탬이 준 결과다.얼마 전 충북 제천시의 화재현장에서 위급한 상황에 사다리차를 끌고 나타나 3명의 귀한 생명을 구한 의인 이양섭씨의 이야기가 화제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가장 값지게 사용한 나눔의 대표적 사례다. 이러한 일들은 우리 주변에서 가끔 이어지고 있고 이런 선행 사실을 접하면 나도 할 수 있어라고 하지만 실천에는 사실상 망설여지기 일쑤다. 이를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렇게 해야겠다고 생각만 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부뚜막의 소금을 집어넣지 않고 음식의 간이 맞기를 바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우리 전북에도 노인복지시설을 비롯해 아동시설, 불우시설 등 보탬과 나눔이 필요한 곳이 산재되어 있다. 보탬과 나눔은 필요한 이웃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그것을 행한 사람에게는 기쁨과 행복을 준다. 어쩌면 받는 자가 느끼는 기쁨보다 베푸는 자의 기쁨이 더 클 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들이 공존하면서 행복한 공동체가 형성된다.필요할 때 서로 힘을 합하는 것이 보탬이고 가지고 있는 것을 내놓는 것은 나눔이다. 보탬과 나눔은 늘 우리 곁에 존재하며 필요로 하고 있다. 나눔은 많이 가진 자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것이 나눔이다. 보탬도 나눔과 마찬가지다.자기 잇속을 다 챙기고 나면 나눔과 보탬은 실천할 수 없다, 많고 적음에 연연할 필요 없이 마음을 다 하고 정성을 다 할 때만이 가능한 것이다. 보탬과 나눔은 남이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기쁜 마음으로 참여할 때 그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한다. 전주 노송동의 얼굴 없는 천사나 제천 화재현장의 이양섭씨와 같은 의인들처럼 나눔과 보탬의 가치를 알고 실천하는 도민들이 많아질 때 행복한 전라북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믿기에 그 바람을 새해 벽두에 희망으로 담아본다.△이기선 센터장은 전북도 자치안전국장, 전주시 완산구청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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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1.08 23:02

희망의 바람은 지역에서 불었다

노후석탄화력발전소 가동중단, 예방적 살처분 거부, 새만금발 미세먼지, GMO 작물개발 중단 등 그래도 훈훈한 세밑이다. 눈 내리는 밤, 흰 당나귀를 그리워하는 여유도 있다. 거리에서 촛불 들고 종종거리며 박근혜 탄핵 엽서 보내기 캠페인을 마치고 우국지정에 소주잔을 들던 지난겨울과는 비교가 안된다.결국 국민은 촛불의 힘으로 대통령을 파면하고 이른 장미 대선을 치르고 문재인 정부를 세웠다.출발은 순조로 왔다. 낡고 고장이 잦은 원전을 폐쇄하고, 국립공원을 좀 먹는 케이블카라는 암 덩어리를 도려내고, 미세먼지로 숨 막히는 하늘을 맑게 하고, 먹는 물을 위협하고 강을 망친 4대강의 재자연화를 위한 첫걸음을 내딛을 것이라는 국민들의 기대도 컸다.문 대통령은 먼저 안전한 대한민국에 방점을 찍었다. 시민사회 출신을 환경부 장관과 차관으로 임명했다. 고리1호기를 영구 폐쇄하고 탈 원전 로드맵을 발표했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30년 넘은 낡은 화력발전소를 가동 중단시켰다.세월호와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발생원인, 수습과정, 후속조치 등 사실관계와 책임소재 규명을 위한 사회적참사특별법도 제정했다.하지만 문 대통령은 백마를 타고 온 초인은 아니었다. 생태민주사회로 가는 길은 험난하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재개 결정, 문화재청의 설악산오색케이블카 조건부 승인, 사드 추가배치로 볼 때 어쩌면 개발 민주주의에 그칠 공산이 크다.살충제 달걀이나 생리대발암물질 검출 사건을 대응하는 정부의 태도나 방식은 여전히 허술했고, 책임전가도 여전했다. 1조1000억을 들여 무안 공항을 경유 KTX노선 혈세 낭비, 제주도의 환경사회적 수용 능력은 고려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2공항 등 개발 적폐도 이어지고 있다.그래도 우리는 이미 희망을 보았고, 그것을 현실로 만드는 기적을 일으키지 않았는가?희망의 바람은 지역에서 불었다. 달걀 출하 중단으로 1억원에 이르는 경제적 피해와 소송중이라는 이유로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받으면서도 조류독감 예방적 살처분을 거부한 참사랑동물복지농장이 지역을 달군 환경뉴스로 주목받았다.농장주는 살처분 취소 소송도 하고 SNS에 호소하고 동물환경단체와 힘을 모아 5000마리의 닭을 살렸다. 전국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방역의 실효성이 없고 생명경시 풍조만 확산시키는 싹쓸이 살처분의 문제점을 공론화 했다.찬반 논란이 뜨거웠던 유전자변형(GMO) 작물개발도 큰 전환점을 맞았다. 농촌진흥청의 상업적인 유전자변형작물(GMO) 연구 생산 중단 발표도 화제가 되었다.농진청과 반GMO전북도민행동은 GM작물 생산 중단과 개발사업단 해체 등을 담은 협약을 체결했다. GMO 정책 결정과정의 시민 참여라는 측면에서 성공적인 협치 사례로 꼽혔다.전주동물원의 늑대사도 화제가 되었다. 철창과 콘크리트 사육시설 대신 나무와 자연석은 물론 생태적 습성을 고려한 굴까지 갖춰진 늑대의 숲에 둥지를 틀었다.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미세먼지 농도가 전국 최고 수준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 했다. 새만금 미세먼지 논란도 가세했다. 전주시 팔복동 폐기물고형연료 발전시설 추진에 시민들이 크게 반발한 것도 대기 환경악화에 대한 우려다.뉴스 후에도 일상은 계속된다. 참사랑동물복지농장은 또다시 예방적 살처분을 하라는 명령서를 받을 수 있다. GMO식품 완전표시제 등 제도 개선은 아직도 길이 멀다. 쓰레기연료 소각시설도 행정심판, 행정소송이 동시에 진행 중이다.미세먼지도 여전하다. 전주 생태동물원은 국가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난개발에는 미래가 없다. 문대통령의 말이다. 내년에 좀 더 행복한 환경뉴스가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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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2.25 23:02

정의가 살아 숨쉬는 세상이 되어야

고대 그리스 철학자였던 디오게네스는 무소유 노숙자 생활로 유명하다. 그러나 당시 디오게네스는 그리스 페르시아 인도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한 알렉산더 대왕 앞에서도 자기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당당히 말하는 철학자로 명성이 높았다. 알렉산더대왕이 그리스 정복 후 다른 학자들과는 달리 자신에게 따로 인사를 오지 않는 괴짜 철학자 디오게네스를 직접 찾아갔다. 그때 디오게네스는 통속에서 잠을 자고 얼었던 살을 녹이며 햇볕을 쬐고 있었다. 대제국의 왕이 직접 찾아 왔음에도 꿈쩍도 하지 않고 반갑게 맞이하지도 않는 디오게네스 때문에 대왕은 기분이 몹시 언짢았다. 다음은 알렉산더 대왕과 디오게네스가 한 일부 대화 내용이다.난 대왕 알렉산더 대왕이다 /난 개같이 사는 디오게네스요 /그대 내가 두렵지도 않은가! /디오게네스 당신은 선한 자요 /알렉산더 그렇다 /디오게네스 /그리 선한 자를 왜 두려워해야 하오?알렉산더 /그대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지 들어 줄 수 있으니 말해보라디오게네스 /그저 햇빛이나 가리지 말고 옆으로 비켜서주면 좋겠소.대제국의 왕 앞에서 이런 당당한 태도를 보인 디오게네스를 보고 도량이 넓은 대왕이기에 권력 앞에 굴하지 않는 철학자 디오게네스를 더 존경하게 되었다고 한다.또 유명한 일화가 있다. 디오게네스는 대낮에 등불을 켜고 들고 다녔다고 한다. 누가 왜 대낮에 등불을 들고 다니냐고 물었다. 나는 사람을 찾고 있소. 정직한 사람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는 사람은 많이 살지만 사회를 발전시키고 헌신과 희생으로 국민에게 행복을 주는 지도자는 적다. 지금 우리는 진실한 일꾼은 찾아야한다. 나라다운 나라, 사람중심의 자유와 행복을 가지고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2017년은 우리나라가 대격변을 이뤘던 정유년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으로 탄핵 당하고 국정이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그래서 대통령선거가 약7개월 앞당겨 실시됐다.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41.08%의 지지로 제19대 대통령이 되었다. 직선제 도입 이후 최고로 높은 지지를 받았다. 우리 국민은 진정한 지도자를 탄생시킨 것이다. 문 대통령은 나라다운 나라, 사람 중심의 국민이 주권을 가진 행복한 나라를 건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동안 소외당하고 살아왔던 국민들은 많은 기대와 봉사와 희생 그리고 진정한 지도자로 칭송받은 대통령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탕평인사를 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지역차별과 측근인사로 국정을 망쳤다. 그로인해 국정농단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해 대통령이 탄핵 당하고 구속까지 이르렀다.문재인 정부 들어 장 차관 인사가 지역안배 차원에서 잘 이뤄지는 바람에 우리 전북 인사들이 자주 언론에 등장했다. 또 2018년도 전라북도 국가예산만 보아도 알 수 있다. 2017년도 예산보다 3150억이 증가한 총6조 5685억으로 역대최대 규모다.지난 보수정권에서 부당하게 차별 받았던 사업들이 다시 부활되었던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앞으로 지역 차별없이 국가예산이 반영된다는 가능성이 열렸다.2018년 무술년 새해가 오기도 전에 이 같은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우리는 더욱더 기대감 속에서 희망을 가지고 새해를 맞이해야 한다. 무술년은 황금 개띠이다.개는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는 동물이다. 도둑을 잘 지키고 침범하는 짐승들을 막아준다. 새해에는 우리나라도 많이 변해야 한다. 우리사회 정치인들이 국민들에게 헌신과 희생을 다하는 지도자로 바뀌어야 한다. 나라를 위해 충신들이 득세하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진돗개처럼 도둑을 잘 잡아내는 것처럼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 과거에 닫혀 있던 국정원 특수 활동비까지 냄새나는 지갑을 샅샅이 뒤져서 밝혀내야 한다.새해에는 황금 개처럼 국민들에게 청렴하고 정의가 살아있고 헌신과 희생하는 충신들이 대접받는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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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2.18 23:02

사회적경제 정책, 육성 아닌 패러다임 전환을 지향해야

결정적 국면이라는 용어가 있다. 이 용어는 예상치 못한 외적 사건 혹은 우연적인 변화의 시기를 지칭한다. 결정적 국면은 우연하게 발생하지만 이 때 만들어진 게임의 규칙은 이후를 지속적으로 규정하게 된다. 그래서 결정적 국면은 제도의 형성이나 사회 변동에 대한 설명에서 중요하게 사용되는 용어이다.만약 한국의 사회적경제 역사에서 결정적 국면을 말해야 한다면 1990년대 후반의 외환위기 시절이 해당한다. 그것은 이 시기 들어서 사회적경제가 담론과 정책으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며, 이 때 이후 몇 년 간 형성된 작동 방식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작동하기 때문이다.당시 실업은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이슈 중 하나였고 그래서 일자리 창출은 전 사회적 과제이기도 했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응으로 공적 재원을 투입한 한시적인 일자리 창출 사업을 운영한다. 이 때 시민사회 일각에서 제안한 것이 기왕에 공적 재원을 투입한 일자리가 사회적으로 유용한 일자리여야 하고 시민사회 조직들이 운영하는 것이었다. 사회적경제는 이러한 시민사회의 문제 제기 속에서 담론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정부는 이 아이디어를 정부 정책으로 다시 가공한다.이렇게 해서 하나의 경로가 만들어지고 사회적경제의 조직화는 이 경로에 대한 의존에서 재생산된다. 이를 경로의존성이라고 한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두고 제도를 만들고 재정을 투입한다. 시민사회 조직들은 이에 호응해서 사업단을 만들고 창업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기업들은 사회적경제기업이라 규정된다. 자활기업,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각종 협동조합들이 그것이다. 그러면서 사회적경제는 또 다른 성장 동력과 일자리 창출 정책으로 호명되곤 한다.문재인 정부는 지난 10월에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사회적경제를 성장의 새로운 동력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발표한 일자리정책 5개년 로드맵에 의하면, 사회적경제는 일자리 창출의 새로운 보고이기 때문에 집중 육성할 계획이란다. 정부의 이와 같은 태도에 대해 사회적경제 현장 일각에서는 큰 기대를 갖고 있기도 하다.아마 정부가 제시한 로드맵이 제대로 실현된다면 사회적경제는 시장의 측면에서 크게 확장될 것이고, 그 자체로도 우리 사회의 긍정적 변화일 것이다.그러나 나는 이러한 정부의 접근이 아쉽다. 사회적경제를 성장의 측면에서 접근하며,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두고 육성을 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정부의 접근에는 사회적경제가 지니는 규범이라 할 수 있는 연대와 협동의 가치, 일전의 칼럼(8월 21일자)에서 이야기한 환대의 경제가 어떻게 마련되고 작동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답이 없기 때문이다.그런 의미에서 문재인 정부의 사회적경제 정책은 그 이전 정부들과 별 차별성이 없으며, 결국 고착된 한국의 사회적경제 재생산 경로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다시 확인된다고 할 수 있다.사회적경제는 특정한 기업들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생활세계의 문제이며 시장에 의해 식민화된 우리의 일상을 이윤이 아닌 호혜적인 관계를 실현하는 경제 활동을 통해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그러니 사회적경제를 제대로 구현하고 싶으면 패러다임으로 접근해야 한다. 육성 정책이 아니라 사회적경제 관점의 정책 패러다임 구성을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이 빠진 채 특정한 분야를 육성하는 정책으로 접근하는 경로는 또 하나의 시장을 만드는 것에 그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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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2.11 23:02

내가 만약 시장이라면 2

일전에 썼던 <내가 만약 시장이라면> 칼럼에 대해 <전주를 전주답게>라는 반론이 있었다. 시장과 가까운 사이라면서, 시장의 모든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전주역 마중 길과 전주경기장의 시민 공원화에는 찬동한다는 알 듯 모를 듯한 반론을 읽고 응대해주는 것이 예의이다 싶었다.기왕이면 시장님이 시청으로 초대하여 차 한잔하면서 반대 생각에 귀를 기울이거나, 전임시장과는 다른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는 깊은 고민을 이야기해주면 더욱더 좋았을 것이다. 반론은 시장의 문화생태도시 전략이 지역상권의 표를 의식한 행위가 아니라는 것이다.하지만, 시장과 국회의원 그리고 대통령 같은 이들은 국민들의 표를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들은 지역 중소상인들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인들이 선거 때마다 재래시장에서 서민 흉내 내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또한 반론에서는 서울 같은 전주보다는, 전주를 전주답게를 주장하였다. 필자도 서울 같은 전주 보다는 전주 같은 전주를 원한다. 다만, 문화생태도시와 아시아 문화 심장 터로 포장하면서, 낙후된 전주를 방치하지 않았으면 한다. 서울이 싫다고 하니, 비슷한 규모의 천안 및 청주와 비교해보자.시골 정거장처럼 낙후된 시외버스터미널, 리모델링 했지만, 여전히 옹색하기 그지없는 고속버스터미널과 전주역이 우리의 현주소이다.비행기를 타려면 군산이나 광주 그도 아니면 청주까지 가야 한다. 반면, 천안과 청주는 고속버스와 시외버스 그리고 백화점이 결합된 첨단 신식건물의 종합버스터미널을 갖추고 있다.서울로 가는 교통 요지인 천안의 KTX역은 말할 것도 없고, 청주 또한 오송역과 청주공항이 활성화되어 있다.천안과 청주에는 신세계, 현대백화점과 고급 아웃렛몰이 즐비한 반면, 전주에는 롯데 백화점 한곳과 마트만이 존재할 뿐이다. 사람 우선의 문화생태도시에도 최소한의 교통 인프라와 편의시설은 있어야 한다.말이 나온 김에 전주종합경기장 개발에 대해 재론하고자 한다. 전임시장이 민간사업자와 컨벤션센터, 호텔과 대형쇼핑몰을 짓기로 한 계약을 백지화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세간의 이야기대로 리더들의 갈등 때문은 아닐 것으로 믿는다. 시민들의 혈세를 들이지 않고, 30년 후에 돌려받기로 한 것이 무엇이 문제인가. 국비지원까지 반납하면서 막대한 시민혈세를 들여 시민공원을 조성하는 이유는 명분으로는 문화생태도시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지역상권의 반대 때문일 것이다.전주에는 덕진 공원이 있고, 수달과 백로가 뛰노는 청정하천도 존재하여 문화생태도시로 부족함이 없다. 차라리 시민공원을 조성하려는 시민의 혈세를 지역영세상인을 지원하는 것에 사용하였으면 한다.한발 양보하여 문화생태도시 전략도 이해하겠다. 불편하지만, 전주역 마중길은 더 이상 확대하지 않았으면 한다.또다시 시민혈세를 들여 마중길을 부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굳이 전주종합경기장을 시민공원화 하겠다면, 내년의 시장선거 후에 공론화위원회를 통하여 결정하였으면 한다.문재인 정부의 신고리 공론화 위원회는 시민들이 숙의를 통하여 정책 결정하는 모범을 보여 주었다. 전주시는 시장뿐만 아니라 평범한 전주 시민들이 인간답게 살아야 하는 공간이다. 조급한 결정이나 정책 전환보다는 명확한 청사진과 시민들의 합의를 이룰 때까지 정책 결정을 미루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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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2.04 23:02

물관리 일원화로 수질·수량·생태계 통합 관리해야

물은 모든 것의 근원이다. 문명도 강에서 태동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물을 잘 다스리는 자가 천하를 손에 쥐었다. 산업문명으로 인구 증가, 농업기술 발전, 목축업의 확대 등 물 소비량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물 관리와 공급 체계는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되었다. 예산도 커지고 담당 부처도 여럿이다. 수질 및 생태, 먹는 물 관리는 환경부가, 이수와 치수, 댐의 수량관리는 국토교통부, 하천 재해는 행정안전부가, 발전용 댐은 산업통상자원부, 농업용수 관리는 농림부가 맡는다. 이러다 보니 부처 이기주의와 중복 업무로 인해 수량, 수질, 수생태계 관리의 효율성이 떨어졌다. 예산 낭비는 말할 것도 없다. 한국정책학회는 환경부국토부의 물 관리 일원화로 향후 30년 간 15조 7000억원의 경제적 기대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4대강 사업은 물 관리 정책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국토부는 아무 쓸모없는 보와 준설에 22조원을 쏟아 부었다. 가뭄을 해소하지 못 했고 홍수를 막지 못 했다. 환경부는 규제 기관으로 견제 역할을 전혀 못 했다. 그 결과는 녹조라떼와 큰빗이끼벌레의 출현이었다. 여전히 강물을 막아 상수원수를 공급 받는 상황에서 누가 수돗물을 마실 것인가?지난 봄 가뭄이 심했다. 논밭이 타들어가고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냈다. 농촌공사는 금강 물을 김제권 저수지에 공급해서 급한 불은 껐다. 하굿둑을 자신들이 관리하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물그릇이 커서 여유가 있고, 만경강 유지용수로 공급하는 용담댐의 물은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없다. 물이용 권한이 수자원공사에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전체 담수 자원의 절반을 차지하는 농업용 저수지는 다른 용도로 쓸 수 없다.우리나라 전체 이용가능 수자원량은 연간 760억㎥이다. 총 이용량은 생활공업농업용수를 합해 372억㎥이다. 다 쓰고도 절반 넘게 남는다. 지속적 수자원 개발로 공급능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댐은 이제 그만 졸업시켜도 된다. 확보된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으로 충분하다.하천관리도 마찬가지다. 현재 진행 중인 전주천과 삼천의 하천정비 사업은 같은 수계 인접하천임에도 추진하는 부처가 다르다. 전주천은 치수와 이수를 중심에 둔 국토부의 지방하천정비사업이고 삼천은 수달과 반딧불이를 복원하는 환경부의 생태하천사업이다. 이렇다보니 생태 복원 사업은 삼천에만 집중되고 있다. 수달은 전주천과 삼천을 자유롭게 오가는데 말이다.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이 없는 것도 문제다. 새만금 같은 담수호의 수질관리 예산이나 권한은 모두 중앙부처에 있다. 지방상수원은 폐쇄되고 광역상수도가 크게 늘어났다. 예산이 국가 광역상수도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광역상수도망은 가뭄과 같은 재해나 사고위험에 취약하다. 실제로 청양, 보령 등 충남 서북부 광역상수도 공급지역은 가뭄에 제한급수를 하는 등 물 부족을 겪었다. 중앙부처의 물 관리 기능을 통합하되 기능과 재원은 지방으로 이전해서 자치단체의 물 관리 능력을 키워야 한다.이 같은 이유로 환경단체들은 국가 물 관리를 일원화하는 물관리기본법 제정과 유역단위의 물 통합 관리를 주장해 왔다. 지난 대선에서도 여야 4당이 공약으로 넣는 등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청이다. 지금까지는 국토부가 수자원 개발과 공급 위주로 물 관리를 주도해왔지만 수질, 수량, 생태계의 통합 관리는 환경부가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 OECD 35개 회원국 중 영국프랑스독일 등 23개국에서 환경부서가 물 관리 업무를 담당한다. 그런데 여야 3당으로 구성된 물관리일원화협의체에서 자유한국당이 어깃장을 놓고 있다. 겉으로는 개발과 규제를 일원화할 경우의 문제를 내세웠지만 내게는 4대강 사업에 대한 진상조사를 중단하라는 말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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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1.27 23:02

공룡들의 틈 속에서 살아가는 힘

어린이 방송이나 동화책에 나오는 공룡들의 싸움은 인기있는 프로그램이다.사실 공룡 하면 이 지구상에서 1억만년 전에 나타났던 생태계였다. 뼈나 화석을 통해 과학적 증거가 되고 거기에 가설이나 신화 같은 이야기가 덧붙여지면서 공룡이 전해지고 있다. 공룡은 육식과 초식 공룡이 있었다고 한다. 주라기시대 포식자 육식공룡 알로사우르스는 무서운 이빨과 발톱을 가진 최강의 공룡이었다. 백악기시대 육식공룡 카로노타우르스는 빠르고 꼬리가 예리하고 뒷다리가 강하여 뒷발차기가 주무기였다. 이 두 공룡을 최강의 공룡으로 꼽는다. 이들 공룡의 무게만도 1톤에서 5톤이 나가는데 그 육중한 무게로 두 공룡이 싸운다면 누가 이길 것인가. 아마 세기의 대결이 되고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이다.한반도를 중심으로 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 간 힘의 대결로 긴장감이 높아졌다. 검은고양이 같은 김정은은 미국을 향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마구 쏘아대고 6차 핵실험까지 하며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미국을 놀려댄다. 미국에서 볼 때 나의 친구 귀여운 고양이가 아니라 악마와 같은 검은고양이가 돼 버렸다. 세계를 긴장시키며 군사적 대결로까지 치닫게 하고 있다. 최근 우리 동해에서 미 3개 핵항모전단이 북한의 핵도발 억제를 위해 한미 합동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핵 항공모함인 니미츠호, 로널드 레이건함, 루즈벨트호가 동시에 훈련에 참가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미군의 전략자산들이 속속 한국으로 집결, 한미 군사동맹의 굳건함을 대내외에 과시하였다.이번 한미 군사훈련은 북한 정권에 압박을 가해 비핵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목적이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한국중국을 차례로 방문, 외교 안보 동맹 강화를 다시한번 확인시켰다. 그러나 그가 남기고 간 속내는 마뜩지 않다. 어렵게 국회를 통과해서 한미 FTA가 시행된 지 6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미국이 통상 마찰을 거론하며 재협상을 추진하자는 것은 약소국을 깔보는 행태밖에 안 된다. 그가 내세운 아메리카 퍼스트 즉 미국 우선주의라고 하지만 석연찮은 대목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번 한국 국빈방문을 통해 그는 한국으로 하여금 핵추진 잠수함 등 전략무기를 구입토록 하는 성과를 올렸다. 세계 최강 미국 대통령이 남북 긴장관계를 최고조로 끌어올려 무기판매라는 현실적 이득을 취한 것이 안보상술로밖에 이해가 가질 않는다.그간 사드문제로 중국한테도 많은 압박을 받아왔다. 중국의 일방적인 횡포에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컸다. 지금 13억 중국은 무서운 공룡으로 변했다. 거기에 중국을 이끌어 가는 시진핑 주석은 19기 공산당 전체회의에서 2기 최고지도부로 새정치국 상무위원 7명, 정치국원 25명을 자기 사람으로 구성했다. 뎡샤오핑이 도입한 후계자 지정(격대지정)도 안 할 정도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구축했다. 그간 후계구도를 미리 정해 권력승계를 투명하고 안정적으로 이어가는 전통도 깨뜨렸다. 이제 시진핑은 권력의 대황제나 다름없는 천하의 무적 공룡이 되었다. 그의 말 한 마디로 거대한 중국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알리바바는 지난 11월 11일 광군제 할인 행사 날 하루에 28조원을 팔았다. 올해 9회째 광군제 할인 행사에서 지난해보다 매출이 39.3%나 증가했다. 이는 13억의 중국 시장 규모가 거대하다는 것을 다시금 입증했고 중국경제가 날로 발전해 간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현 상황에서 우리 민족이 미국과 중국의 대공룡들 틈에서 살아남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술에서 앞서가야 한다. 4차산업 과학기술 인공지능 컴퓨터 공학 제품 등을 통해 국가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도 이스라엘과 같은 전략을 세워야 한다. 안보와 외교역량을 강화하고 원천기술을 우리가 보유하면서 세계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동남아 10개국 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와 한중 정상회담, 한국과 필리핀 정상회담, 한베트남 정상회담에서 사람을 중심으로 한 아세안 평화 공동체인 신남방정책을 제안했다. 또 아세안과 2020년까지 교역수준을 2000억불 규모로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포부도 밝혔다. 우리가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공시킨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전 국민이 힘을 합쳐 나간다면 분명 새로운 미래 세계에 이바지하는 평화국가로 성장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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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1.20 23:02

세월호 남문 농성장을 생각한다

점심시간에 함께 일하는 동료와 식사를 하러 얼마 전에 눈여겨 본 식당에 갔다. 식당은 북적댔지만 다행히 자리가 났고 우리는 앉아서 습관적으로 식당 안의 TV를 쳐다봤다. TV 화면에 비쳐진 것은 가라앉고 있는 배였다. 그 순간은 그저 사고라고 생각했다. 해경이 출동했고 이미 탈출한 사람들이 있기에 다른 대부분의 승객도 탈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사고인 줄 알았다. 그러나 무능한 국가는 사고를 국가에 의한 살해로 바꿔놓았다.지난 11월 5일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300일이 되는 날이었다.그리고 남문 광장에 위치한 전주 세월호 농성장은 1170일을 맞이했다. 이 날 세월호 남문 농성장을 지키고 있는 시민들은 세월호특별법 개정안의 법안 통과를 위한 거리서명받기 활동을 했다. 지금 세월호 농성장이 있는 곳은 서울의 광화문을 제외하고는 전주가 유일하다.그래서 세월호 남문 농성장은 그 자체로 예외적인 역사이다. 세월호 남문 농성장을 지키고 있는 시민들 중 참사의 희생자들과 직접적인 인연이 있는 이들은 아무도 없다. 그럼에도 이들은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남문 광장의 한쪽을 차지하고 불을 끄지 않은 채 서명을 받고, 리본과 스티커를 나눠주고 있다.뿐만 아니라 몇 명이 나오는지에 관계없이 매주 수요일 밤에는 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에게 세월호 참사는 결코 시민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면 안되는 일이며, 세월호 참사의 진실은 반드시 규명되어야 할 일이다. 시간은 때로 무심하다. 세월호 참사는 어느덧 몇 년 전의 과거가 되었고, 많은 이들에게 그것은 이제 기억이 되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점차 흐릿해져간다.그래서 사실의 측면에서 볼 때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들은 아직도 세월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냐며 질문을 한다.이러한 상황에서 세월호 남문 농성장은 현재진행형으로서의 세월호 참사를 시민들에게 반복해서 확인해주고 있다. 안산도 아닌 전주에서 참사 당사자들과 직접적인 관계도 없는 이들이 3년이 지나도록 세월호 참사를 반복해서 확인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나는 그 의미를 세월호 남문 농성장이 피해자들의 고통을 나누는 공간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데서 찾고 싶다. 고통을 나눈다는 것은 공감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공감한다는 것은 무엇인가?내가 비록 당사자는 아니지만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에 나도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것을 인정하는 순간부터 고통은 나의 경험이 되며, 이제 나도 고통을 이겨내야 하는 존재가 된다.그때부터 피해자와 나는 고통을 함께 이겨내야 하는 동행인이 된다.그런데 세월호 남문 농성장은 이 동행을 확장시킨다. 전주 시민 뿐 아니라 관광을 온 경주 시민이 전주에 와서 연대의 현수막을 건다. 부산에서 온 학생이 세월호 남문 농성장에서 서명을 하고 간다.용인에서 온 가족은 세월호 리본을 가방에 달고 스티커를 차에 붙이고 간다. 이처럼 확장된 동행은 피해자들을 지지하는 힘이 될 터이니 결국 세월호 남문 농성장은 고통의 나눔을 통해서 그것을 이겨내는 힘을 만드는 공간인 셈이다.11월 23일이면 세월호특별법 개정안이 상정된다고 한다. 이번 국회에서 개정안이 처리되면 세월호 문제는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을 향한 중요한 변곡점을 맞이할 것이다. 그 변곡점을 앞두고 전주에 세월호 농성장이 아직도 있음을 시민들이 생각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몇 자 적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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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1.13 23:02

내가 만약 시장이라면

나는 포항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부터 서울에서 있었으니, 전북인은 아니다. 하지만 전주로 내려와 결혼하고 20년간 직장생활을 하였으니, 절반쯤은 전북인이라고 할 수 있다. 외지인의 시각에서 본 전주는 낙후 그 자체였다.전주의 관문인 전주역은 물론이고, 고속버스와 시외버스 터미널은 시설도 낡고 초라할 뿐만 아니라 교통편도 몇 편 없어서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1시간 이상을 가야 하루에 한두 편 제주 가는 군산공항이 있을 뿐이다.고향인 포항이나 부산을 갈 때는 두세 번 고속도로를 바꾸거나 기차 편을 갈아타야 했다. 전주로 손님을 초대할 때는 더욱 난감하였다. 대규모 학회손님들은 변변한 호텔조차 없어서 모텔 촌에 재우는 촌극도 벌어졌다.20년이 지난 지금도 전주는 별반 변한 것이 없다. KTX 고속열차가 들어섰지만, 아직도 차편이 부족하고, 백제로와 팔달로는 마중 길로 인해 출퇴근 시간의 교통체증이 더욱심해졌다.고속터미널이 리모델링을 하였지만, 아직도 옹색하고 시외버스터미널은 시골 정거장 수준이다. 컨벤션 센터와 복합쇼핑몰이 들어온다던 전주종합경기장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이다. 천만 관광객이 전주의 낙후된 도시 인프라를 보면서 천년문화도시와 문화생태도시의 감동을 받을 것 같지는 않다.전주역 마중 길과 전주 종합경기장의 시민공원화를 통해 문화생태도시로 거듭나려는 전주시의 아이디어 자체는 훌륭하다.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밭인 지역 상권을 보호하려는 노력 또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도시 인프라가 구축된 광주, 부산, 서울의 이야기이다. 문화생태에 앞서서 시민들이 도시적인 교통과 문화시설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만일 시장이라면 하는 상상을 해본다.우선 나는 통합창원시처럼 전주, 완주, 익산을 합쳐 광역도시로 규모를 키우고 광역전주시 삼례구에 거점 KTX역을 조성할 것이다.세 지역을 순환하는 도시외곽순환도로를 만들고 전주천과 삼천을 서울의 한강변도로처럼 조성할 것이다. 민간투자방식으로 전주 종합경기장에 대형 컨벤션센터와 복합쇼핑몰, 고속버스와 시외버스 종합터미널을 지을 것이다. 백화점과 KTX역 그리고 고속버스 터미널이 합쳐진 동대구 복합환승센터처럼 말이다.어차피 전주의 재원으로 시민공원을 조성할 것이면, 그 돈으로 지역 상권을 보호하고 덕진 공원을 재개발해도 가능할 것이다.물론 나는 도지사나 시장이 아닌 시민일 뿐이다. 하지만 현대화된 도심환경 속에서 서울과 부산을 편하게 오가고, 포스코와 대형 아웃렛몰이 있어서 대전과 여주까지 운전해야 하는 수고로움을 덜었으면 한다. 내일의 생존을 걱정하는 중소상인의 어려움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가족들과 주말에 영화보고 쇼핑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민적 권리를 누리고 싶다. 더 이상 제주 가는 비행기를 타기위해 광주와 청주까지 가지 않았으면 한다.과거 문헌을 찾다 일제 식민지 시절 전화선이 인천서울선 다음으로 서울에서 전주를 경유하여 부산으로 연결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하지만 전주의 양반네들이 철도개통을 거부하여 우리 같은 후손들이 산업사회에 뒤처지고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한번쯤 문화생태도시의 신념을 접어두고, 시민들의 의견에도 진지하게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 특히, 아시아 문화중심도시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광주에 이어 전주도 아시아 문화 심장터로 모방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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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1.06 23:02

탈핵 없이 에너지 전환 없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가 막을 내렸다. 공사는 재개하되 원전은 축소하라는 시민참여단의 결정을 존중한다. 소수 전문가의 독점을 넘어 실질적인 시민참여와 민주주의의 진일보라는 긍정적 평가가 우세하다. 그러나 제대로 된 공론화가 아니었기에 아쉬움도 우려도 크다.받을 것인가, 말 것인가? 탈핵 진영의 고민이 깊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데다 6월19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원전 중심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탈원전 시대로의 전환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공론화 카드를 꺼냈다. 당연히 찬반 양측 모두로부터 환영 받지 못했다. 원전 축소 자체를 거부하는 보수언론과 야당의 공세도 드셌다. 탈핵 정책의 문제점이라며 일방적인 주장을 쏟아냈다.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 중단 으로 공론화 주제를 좁힌 것도 시민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친 원전 진영에서는 안전기준을 강화한 원전으로 노후원전을 대체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일단 이기고 보자는 심산이었으리라.이런 상황에서 신고리 공론화에 참여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매우 컸다. 자칫 소(신고리 5,6호기 중단)도 잃고 외양간(탈원전 정책)도 잃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그럼에도 탈핵 진영은 무거운 책임감으로 공론화 절차에 참여했다. 사회적 논의와 학습을 통해 탈 원전 사회의 모습을 국민과 함께 그려보자는 판단에서였다. 촛불 권력을 위임 받은 문 대통령의 탈핵 정책에 힘을 보태려 했다.하지만 출발부터 좋지 않았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혔다. 우군이라 믿었던 정부와 민주당은 기계적인 중립을 앞세워 움직이지 않았다. 공론화 위원회도 여러 번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실수와 잘못을 했다. 공론화의 설계, 절차와 제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 꼼꼼하게 짚어야 한다.사용 후 핵연료 처분 공론화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위원회는 지난 8월에 실시한 여론 조사에 근거해 신고리 건설 재개 36.6%, 건설 중단 27.6%, 판단 유보 35.8% 비율대로 시민참여단을 구성했다. 그런데 당시 공사 중단을 두고 주요 여론조사는 찬반 의견이 오차 범위 내 박빙이었다. 그럼에도 9%나 차이가 나는 여론조사 하나만 놓고 찬반을 배치했다.연령대 별 비율도 생각해 볼 문제다. 앞으로도 60년 이상 위험과 불안을 안고 살 10대 청소년의 권리는 시민참여단에서 배제 당했다. 그런데 미래지향 보다는 보수적인 경향성이 있는 60대 이상은 인구 비율대로 가장 많은 109명이 배정되었다. 자연스레 건설 재개 주장도 78%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가상이지만 20대, 30대, 50대 의견이 정반대로 바뀐다 해도, 60대 이상의 의견이 그대로라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이런 방식이라면 통일 안보, 복지확대 등 정치적인 사안과 밀접한 공론화는 60대의 의견 분포대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무엇보다도 안타까운 것은 원전의 전기를 공급하는 송전탑 아래에서 고통 받아온 밀양 할매들의 통곡과 원전 주변 주민들의 배신감 이다. 이들 중 상당수가 탈핵을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대통령을 두 번에 걸쳐 지지했다. 그런데 결과를 수용한다는 대통령의 입장발표에 이들에 대한 사과 한마디가 없었다. 대통령은 에너지전환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탈핵 없이 에너지전환 은 없다. 탈핵 선언한 정부에서 원전 5개가 늘어난다. 또 다음 정부로 짐을 떠넘길 것인가. 시민참여단 설문조사에서 건설 중단 비율이 높았던 40대와 호남의 지지자들은 대통령의 대답을 더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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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0.30 23:02

골드러시가 이어질 기회의 땅 새만금

미국은 세계 최대의 곡물 생산국이다. 세계의 명줄을 쥐고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이 만약 곡물을 수출하지 않는다면 가축부터 시작해서 인간에 이르기까지 기아로 고통 받을 수 있다. 세계 최강국이라는 이면에는 곡물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자리잡고 있다.곡물은 먼나먼 고향 이야기와 같다. 개척의 시대를 거쳐 보릿고개를 넘기고 풍요의 땅으로 간다. 미국도 프런티어 정신을 바탕 삼아 서부개척 시대를 열어갔다. 로키산맥에 걸쳐 있는 대서부는 아직도 발길이 미치지 않는 대평원과 사막 그리고 원시의 모습이 남아있다. 이곳은 예전에는 황야로 거친 땅이었다. 나무나 물도 없는 건조한 사막에는 우박과 눈 그리고 세찬 바람을 타고 몰려오는 모래바람뿐이었다. 하지만 이 척박한 사막을 옥토로 개발한 것은 오직 인간들의 강인한 정신력과 개척정신에 기인했다.골드러시 바람을 타고 서부로 서부로 몰려들면서 서부개척 시대가 열렸다. 광부들의 대행진이 이뤄졌다. 수많은 이민 행렬이 이어지면서 기회의 땅으로 변해갔다. 캘리포니아에서 약 10년 동안 천문학적인 금이 채굴되었다. 돈이 넘쳐나면서 호화찬란한 밤거리가 만들어졌다. 서부 곳곳에서 금광이 발견돼 금을 채굴함으로 해서 미국이 자원국가로서 발전해 가는 기틀을 마련했다. 서부 텍사스에서부터 시작해서 캐나다에 이르는 대평원에 소 방목이 이뤄졌다. 스페인 사람들한테 방목 기술을 배운 미국인들은 서부 초원에서 부푼 꿈에 젖어 소를 길렀다.1870년 말부터 10년 동안 서부대평원을 거대한 농경지로 바꾸었다. 대평원을 기계화 영농을 통해 곡창지대로 만들었다. 기계화를 통해 수확량을 늘리고 품질향상을 도모해 갔다. 우리 전북도 김제 벽골제를 중심으로 일찍부터 농경문화가 발전했다. 호남 곡창지대가 우리나라 농업 발달사의 신기원을 이룸과 동시에 산업발달의 출발점이 되었다고 본다. 하지만 그간 전북의 산업화가 미진했던 이유도 수출입 항구가 없었던 탓이 크다. 이제 새만금 신항만 개발을 통해 대형 콘테이너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자유무역 수출 전진기지로 할용할 수 있게 되어야 한다. 또 국가 미래 전략산업인 탄소섬유 무인드론과 인공지능을 육성하는 국가산업단지로 발전시켜야 한다. 새만금은 타지역보다 토지를 저렴하게 공급해서 기업을 유치해야 한다.이제 새만금이 2023년 세계잼버리대회 유치로 세계인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또 투자 환경이 변해간다.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새만금에 투자하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투자 의지가 살아나고 있다. 보성산업은 신시도에 야미용지를 7개 지구로 특성화시켜 개발할 계획이라고 한다. 새만금은 앞으로 관광레저 산업단지를 비롯 대단위 농경지와 미래 먹거리가 될 탄소섬유 등이 유치돼 전북의 위상 강화는 물론 우리나라 산업계 전체를 컨트롤할 수 있는 타워가 될 것이다. 이곳이 미국 서부개척 시대의 골드러시 바람처럼 세계인들의 행렬이 이어질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새만금과 동서내륙를 잇는 지리산권을 관광허브로 개발해 나간다면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남원시가 지리산 친환경 전기궤도열차 시험사업개발을 정부에 요청해 놓고 있다. 그동안 공청회가 열리면서 강력하게 개발 필요성이 제기된 만큼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국비지원을 통해 이 사업을 상용화해서 또 하나의 관광산업으로 발전해 가도록 육성해야 한다. 전주한옥마을이 관광객 천만명 시대를 열어 놓은 만큼 새만금과 지리산 춘향문화권을 연결하는 관광권이 조성된다면 전북은 분명 기회의 땅으로 발전해 갈 것이다. 골드러시가 미국 서부개척시대를 활짝 열어 놓은 것처럼 새만금이 본격적으로 개발되면 전북발전은 물론 환황해권의 중심지로 크게 도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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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0.23 23:02

경제민주주의와 사회적경제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i can speak가 I can speak로 바뀌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고, 나는 이 오프닝이 영화의 주제 의식에 대한 상징이라고 생각했다.그것은 소문자 i는 주어(subject)가 될 수 없고 대문자 I만이 주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나는 오프닝의 소문자 i에서 대문자 I로의 전환은 주인공 옥분이 어느 시점에서 주체(subject)로 서게 됨을 상징한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보면 옥분은 말(영어)을 하려고 노력한다.그리고 어느 시점에서 일본군 성노예로서의 고통스러운 과거를 드러내고 클라이맥스에 이르면 영어로 자신을 증언한다. 옥분은 증언이라는 말하는 행위를 통해서 자신이 한 주체로서 당당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말한다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주체임을 증명하기 때문이다.역으로 말하지 못한다는 것은 억압을 받는다는 것이며, 비주체적임을 의미한다. 그래서 우리는 늘 말할 자유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말할 자유, 그것의 다른 이름은 민주주의이다.우리는 언젠가부터 경제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고 그것의 실현을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로 여기고 있다. 이를 말과 결부시킨다면 경제민주주의는 곧 경제의 작동 과정에서 말을 억압당해왔던 이들이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만 진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그러면 경제의 작동 과정에서 말을 억압당해왔던 이들은 누구인가? 바로 일을 하는 사람이다. 잘 알고 있듯이 사회는 일을 하는 사람이 있어 돌아갈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역사는 언젠가부터 전문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했으며 전문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은 주로 역사 속에서 낮은 사회적 위치를 점해왔다.이는 전문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이 경제의 작동에서 말을 억압당해온 존재임 의미한다. 동의어는 아니지만 전문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을 일단 노동자라 칭하자. 결국 경제민주주의는 노동자가 말할 수 있는 존재가 될 때 실현되는 것이다. 노동자가 말할 수 있는 존재가 된다는 기업에 종속된 존재가 아닌 기업의 주체가 됨을 말한다.정치학자 로버트 달은 이런 기업을 자치기업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면서 경제민주주의는 자치기업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역설한다.달이 자치기업을 경제민주주의 실현체로 본 것은 자치기업이 기업의 시민이라 할 노동자들에 의해 통제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실은 이러한 주장은 달 이전에 짧게 잡아도 18세기 후반부터 하나의 이상으로 제기된 것이다.그리고 그것은 이상에 머무르지 않고 19세기부터 본격적으로 경제적 실체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노동자에 의해 통제되는 기업, 생산자에 의해 통제되는 기업, 좀 더 범위를 넓힌다면 소비자나 지역사회의 이해관계자에 의해 통제되는 기업들이 그것이다.바로 요즘 우리 사회도 점차 익숙해지고 있는 사회적경제 기업들이다. 이런 기업들은 기업도 사회의 구성 부분이므로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하며, 그럴 때만이 기업에서 생산하는 재화와 서비스가 사회에 올바로 분배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결국 경제민주주의는 이런 기업들의 확산 없이는 미흡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전라북도는 조례도 제정했고 기본계획 수립 연구 용역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궁금한 마음에 두서없이 적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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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0.16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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