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6-02-03 21:50 (Tue)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전북칼럼

물관리 일원화로 수질·수량·생태계 통합 관리해야

물은 모든 것의 근원이다. 문명도 강에서 태동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물을 잘 다스리는 자가 천하를 손에 쥐었다. 산업문명으로 인구 증가, 농업기술 발전, 목축업의 확대 등 물 소비량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물 관리와 공급 체계는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되었다. 예산도 커지고 담당 부처도 여럿이다. 수질 및 생태, 먹는 물 관리는 환경부가, 이수와 치수, 댐의 수량관리는 국토교통부, 하천 재해는 행정안전부가, 발전용 댐은 산업통상자원부, 농업용수 관리는 농림부가 맡는다. 이러다 보니 부처 이기주의와 중복 업무로 인해 수량, 수질, 수생태계 관리의 효율성이 떨어졌다. 예산 낭비는 말할 것도 없다. 한국정책학회는 환경부국토부의 물 관리 일원화로 향후 30년 간 15조 7000억원의 경제적 기대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4대강 사업은 물 관리 정책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국토부는 아무 쓸모없는 보와 준설에 22조원을 쏟아 부었다. 가뭄을 해소하지 못 했고 홍수를 막지 못 했다. 환경부는 규제 기관으로 견제 역할을 전혀 못 했다. 그 결과는 녹조라떼와 큰빗이끼벌레의 출현이었다. 여전히 강물을 막아 상수원수를 공급 받는 상황에서 누가 수돗물을 마실 것인가?지난 봄 가뭄이 심했다. 논밭이 타들어가고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냈다. 농촌공사는 금강 물을 김제권 저수지에 공급해서 급한 불은 껐다. 하굿둑을 자신들이 관리하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물그릇이 커서 여유가 있고, 만경강 유지용수로 공급하는 용담댐의 물은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없다. 물이용 권한이 수자원공사에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전체 담수 자원의 절반을 차지하는 농업용 저수지는 다른 용도로 쓸 수 없다.우리나라 전체 이용가능 수자원량은 연간 760억㎥이다. 총 이용량은 생활공업농업용수를 합해 372억㎥이다. 다 쓰고도 절반 넘게 남는다. 지속적 수자원 개발로 공급능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댐은 이제 그만 졸업시켜도 된다. 확보된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으로 충분하다.하천관리도 마찬가지다. 현재 진행 중인 전주천과 삼천의 하천정비 사업은 같은 수계 인접하천임에도 추진하는 부처가 다르다. 전주천은 치수와 이수를 중심에 둔 국토부의 지방하천정비사업이고 삼천은 수달과 반딧불이를 복원하는 환경부의 생태하천사업이다. 이렇다보니 생태 복원 사업은 삼천에만 집중되고 있다. 수달은 전주천과 삼천을 자유롭게 오가는데 말이다.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이 없는 것도 문제다. 새만금 같은 담수호의 수질관리 예산이나 권한은 모두 중앙부처에 있다. 지방상수원은 폐쇄되고 광역상수도가 크게 늘어났다. 예산이 국가 광역상수도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광역상수도망은 가뭄과 같은 재해나 사고위험에 취약하다. 실제로 청양, 보령 등 충남 서북부 광역상수도 공급지역은 가뭄에 제한급수를 하는 등 물 부족을 겪었다. 중앙부처의 물 관리 기능을 통합하되 기능과 재원은 지방으로 이전해서 자치단체의 물 관리 능력을 키워야 한다.이 같은 이유로 환경단체들은 국가 물 관리를 일원화하는 물관리기본법 제정과 유역단위의 물 통합 관리를 주장해 왔다. 지난 대선에서도 여야 4당이 공약으로 넣는 등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청이다. 지금까지는 국토부가 수자원 개발과 공급 위주로 물 관리를 주도해왔지만 수질, 수량, 생태계의 통합 관리는 환경부가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 OECD 35개 회원국 중 영국프랑스독일 등 23개국에서 환경부서가 물 관리 업무를 담당한다. 그런데 여야 3당으로 구성된 물관리일원화협의체에서 자유한국당이 어깃장을 놓고 있다. 겉으로는 개발과 규제를 일원화할 경우의 문제를 내세웠지만 내게는 4대강 사업에 대한 진상조사를 중단하라는 말로 들린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7.11.27 23:02

공룡들의 틈 속에서 살아가는 힘

어린이 방송이나 동화책에 나오는 공룡들의 싸움은 인기있는 프로그램이다.사실 공룡 하면 이 지구상에서 1억만년 전에 나타났던 생태계였다. 뼈나 화석을 통해 과학적 증거가 되고 거기에 가설이나 신화 같은 이야기가 덧붙여지면서 공룡이 전해지고 있다. 공룡은 육식과 초식 공룡이 있었다고 한다. 주라기시대 포식자 육식공룡 알로사우르스는 무서운 이빨과 발톱을 가진 최강의 공룡이었다. 백악기시대 육식공룡 카로노타우르스는 빠르고 꼬리가 예리하고 뒷다리가 강하여 뒷발차기가 주무기였다. 이 두 공룡을 최강의 공룡으로 꼽는다. 이들 공룡의 무게만도 1톤에서 5톤이 나가는데 그 육중한 무게로 두 공룡이 싸운다면 누가 이길 것인가. 아마 세기의 대결이 되고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이다.한반도를 중심으로 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 간 힘의 대결로 긴장감이 높아졌다. 검은고양이 같은 김정은은 미국을 향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마구 쏘아대고 6차 핵실험까지 하며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미국을 놀려댄다. 미국에서 볼 때 나의 친구 귀여운 고양이가 아니라 악마와 같은 검은고양이가 돼 버렸다. 세계를 긴장시키며 군사적 대결로까지 치닫게 하고 있다. 최근 우리 동해에서 미 3개 핵항모전단이 북한의 핵도발 억제를 위해 한미 합동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핵 항공모함인 니미츠호, 로널드 레이건함, 루즈벨트호가 동시에 훈련에 참가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미군의 전략자산들이 속속 한국으로 집결, 한미 군사동맹의 굳건함을 대내외에 과시하였다.이번 한미 군사훈련은 북한 정권에 압박을 가해 비핵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목적이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한국중국을 차례로 방문, 외교 안보 동맹 강화를 다시한번 확인시켰다. 그러나 그가 남기고 간 속내는 마뜩지 않다. 어렵게 국회를 통과해서 한미 FTA가 시행된 지 6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미국이 통상 마찰을 거론하며 재협상을 추진하자는 것은 약소국을 깔보는 행태밖에 안 된다. 그가 내세운 아메리카 퍼스트 즉 미국 우선주의라고 하지만 석연찮은 대목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번 한국 국빈방문을 통해 그는 한국으로 하여금 핵추진 잠수함 등 전략무기를 구입토록 하는 성과를 올렸다. 세계 최강 미국 대통령이 남북 긴장관계를 최고조로 끌어올려 무기판매라는 현실적 이득을 취한 것이 안보상술로밖에 이해가 가질 않는다.그간 사드문제로 중국한테도 많은 압박을 받아왔다. 중국의 일방적인 횡포에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컸다. 지금 13억 중국은 무서운 공룡으로 변했다. 거기에 중국을 이끌어 가는 시진핑 주석은 19기 공산당 전체회의에서 2기 최고지도부로 새정치국 상무위원 7명, 정치국원 25명을 자기 사람으로 구성했다. 뎡샤오핑이 도입한 후계자 지정(격대지정)도 안 할 정도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구축했다. 그간 후계구도를 미리 정해 권력승계를 투명하고 안정적으로 이어가는 전통도 깨뜨렸다. 이제 시진핑은 권력의 대황제나 다름없는 천하의 무적 공룡이 되었다. 그의 말 한 마디로 거대한 중국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알리바바는 지난 11월 11일 광군제 할인 행사 날 하루에 28조원을 팔았다. 올해 9회째 광군제 할인 행사에서 지난해보다 매출이 39.3%나 증가했다. 이는 13억의 중국 시장 규모가 거대하다는 것을 다시금 입증했고 중국경제가 날로 발전해 간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현 상황에서 우리 민족이 미국과 중국의 대공룡들 틈에서 살아남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술에서 앞서가야 한다. 4차산업 과학기술 인공지능 컴퓨터 공학 제품 등을 통해 국가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도 이스라엘과 같은 전략을 세워야 한다. 안보와 외교역량을 강화하고 원천기술을 우리가 보유하면서 세계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동남아 10개국 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와 한중 정상회담, 한국과 필리핀 정상회담, 한베트남 정상회담에서 사람을 중심으로 한 아세안 평화 공동체인 신남방정책을 제안했다. 또 아세안과 2020년까지 교역수준을 2000억불 규모로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포부도 밝혔다. 우리가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공시킨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전 국민이 힘을 합쳐 나간다면 분명 새로운 미래 세계에 이바지하는 평화국가로 성장해 갈 것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7.11.20 23:02

세월호 남문 농성장을 생각한다

점심시간에 함께 일하는 동료와 식사를 하러 얼마 전에 눈여겨 본 식당에 갔다. 식당은 북적댔지만 다행히 자리가 났고 우리는 앉아서 습관적으로 식당 안의 TV를 쳐다봤다. TV 화면에 비쳐진 것은 가라앉고 있는 배였다. 그 순간은 그저 사고라고 생각했다. 해경이 출동했고 이미 탈출한 사람들이 있기에 다른 대부분의 승객도 탈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사고인 줄 알았다. 그러나 무능한 국가는 사고를 국가에 의한 살해로 바꿔놓았다.지난 11월 5일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300일이 되는 날이었다.그리고 남문 광장에 위치한 전주 세월호 농성장은 1170일을 맞이했다. 이 날 세월호 남문 농성장을 지키고 있는 시민들은 세월호특별법 개정안의 법안 통과를 위한 거리서명받기 활동을 했다. 지금 세월호 농성장이 있는 곳은 서울의 광화문을 제외하고는 전주가 유일하다.그래서 세월호 남문 농성장은 그 자체로 예외적인 역사이다. 세월호 남문 농성장을 지키고 있는 시민들 중 참사의 희생자들과 직접적인 인연이 있는 이들은 아무도 없다. 그럼에도 이들은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남문 광장의 한쪽을 차지하고 불을 끄지 않은 채 서명을 받고, 리본과 스티커를 나눠주고 있다.뿐만 아니라 몇 명이 나오는지에 관계없이 매주 수요일 밤에는 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에게 세월호 참사는 결코 시민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면 안되는 일이며, 세월호 참사의 진실은 반드시 규명되어야 할 일이다. 시간은 때로 무심하다. 세월호 참사는 어느덧 몇 년 전의 과거가 되었고, 많은 이들에게 그것은 이제 기억이 되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점차 흐릿해져간다.그래서 사실의 측면에서 볼 때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들은 아직도 세월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냐며 질문을 한다.이러한 상황에서 세월호 남문 농성장은 현재진행형으로서의 세월호 참사를 시민들에게 반복해서 확인해주고 있다. 안산도 아닌 전주에서 참사 당사자들과 직접적인 관계도 없는 이들이 3년이 지나도록 세월호 참사를 반복해서 확인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나는 그 의미를 세월호 남문 농성장이 피해자들의 고통을 나누는 공간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데서 찾고 싶다. 고통을 나눈다는 것은 공감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공감한다는 것은 무엇인가?내가 비록 당사자는 아니지만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에 나도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것을 인정하는 순간부터 고통은 나의 경험이 되며, 이제 나도 고통을 이겨내야 하는 존재가 된다.그때부터 피해자와 나는 고통을 함께 이겨내야 하는 동행인이 된다.그런데 세월호 남문 농성장은 이 동행을 확장시킨다. 전주 시민 뿐 아니라 관광을 온 경주 시민이 전주에 와서 연대의 현수막을 건다. 부산에서 온 학생이 세월호 남문 농성장에서 서명을 하고 간다.용인에서 온 가족은 세월호 리본을 가방에 달고 스티커를 차에 붙이고 간다. 이처럼 확장된 동행은 피해자들을 지지하는 힘이 될 터이니 결국 세월호 남문 농성장은 고통의 나눔을 통해서 그것을 이겨내는 힘을 만드는 공간인 셈이다.11월 23일이면 세월호특별법 개정안이 상정된다고 한다. 이번 국회에서 개정안이 처리되면 세월호 문제는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을 향한 중요한 변곡점을 맞이할 것이다. 그 변곡점을 앞두고 전주에 세월호 농성장이 아직도 있음을 시민들이 생각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몇 자 적어봤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7.11.13 23:02

내가 만약 시장이라면

나는 포항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부터 서울에서 있었으니, 전북인은 아니다. 하지만 전주로 내려와 결혼하고 20년간 직장생활을 하였으니, 절반쯤은 전북인이라고 할 수 있다. 외지인의 시각에서 본 전주는 낙후 그 자체였다.전주의 관문인 전주역은 물론이고, 고속버스와 시외버스 터미널은 시설도 낡고 초라할 뿐만 아니라 교통편도 몇 편 없어서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1시간 이상을 가야 하루에 한두 편 제주 가는 군산공항이 있을 뿐이다.고향인 포항이나 부산을 갈 때는 두세 번 고속도로를 바꾸거나 기차 편을 갈아타야 했다. 전주로 손님을 초대할 때는 더욱 난감하였다. 대규모 학회손님들은 변변한 호텔조차 없어서 모텔 촌에 재우는 촌극도 벌어졌다.20년이 지난 지금도 전주는 별반 변한 것이 없다. KTX 고속열차가 들어섰지만, 아직도 차편이 부족하고, 백제로와 팔달로는 마중 길로 인해 출퇴근 시간의 교통체증이 더욱심해졌다.고속터미널이 리모델링을 하였지만, 아직도 옹색하고 시외버스터미널은 시골 정거장 수준이다. 컨벤션 센터와 복합쇼핑몰이 들어온다던 전주종합경기장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이다. 천만 관광객이 전주의 낙후된 도시 인프라를 보면서 천년문화도시와 문화생태도시의 감동을 받을 것 같지는 않다.전주역 마중 길과 전주 종합경기장의 시민공원화를 통해 문화생태도시로 거듭나려는 전주시의 아이디어 자체는 훌륭하다.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밭인 지역 상권을 보호하려는 노력 또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도시 인프라가 구축된 광주, 부산, 서울의 이야기이다. 문화생태에 앞서서 시민들이 도시적인 교통과 문화시설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만일 시장이라면 하는 상상을 해본다.우선 나는 통합창원시처럼 전주, 완주, 익산을 합쳐 광역도시로 규모를 키우고 광역전주시 삼례구에 거점 KTX역을 조성할 것이다.세 지역을 순환하는 도시외곽순환도로를 만들고 전주천과 삼천을 서울의 한강변도로처럼 조성할 것이다. 민간투자방식으로 전주 종합경기장에 대형 컨벤션센터와 복합쇼핑몰, 고속버스와 시외버스 종합터미널을 지을 것이다. 백화점과 KTX역 그리고 고속버스 터미널이 합쳐진 동대구 복합환승센터처럼 말이다.어차피 전주의 재원으로 시민공원을 조성할 것이면, 그 돈으로 지역 상권을 보호하고 덕진 공원을 재개발해도 가능할 것이다.물론 나는 도지사나 시장이 아닌 시민일 뿐이다. 하지만 현대화된 도심환경 속에서 서울과 부산을 편하게 오가고, 포스코와 대형 아웃렛몰이 있어서 대전과 여주까지 운전해야 하는 수고로움을 덜었으면 한다. 내일의 생존을 걱정하는 중소상인의 어려움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가족들과 주말에 영화보고 쇼핑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민적 권리를 누리고 싶다. 더 이상 제주 가는 비행기를 타기위해 광주와 청주까지 가지 않았으면 한다.과거 문헌을 찾다 일제 식민지 시절 전화선이 인천서울선 다음으로 서울에서 전주를 경유하여 부산으로 연결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하지만 전주의 양반네들이 철도개통을 거부하여 우리 같은 후손들이 산업사회에 뒤처지고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한번쯤 문화생태도시의 신념을 접어두고, 시민들의 의견에도 진지하게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 특히, 아시아 문화중심도시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광주에 이어 전주도 아시아 문화 심장터로 모방하지 않았으면 한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7.11.06 23:02

탈핵 없이 에너지 전환 없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가 막을 내렸다. 공사는 재개하되 원전은 축소하라는 시민참여단의 결정을 존중한다. 소수 전문가의 독점을 넘어 실질적인 시민참여와 민주주의의 진일보라는 긍정적 평가가 우세하다. 그러나 제대로 된 공론화가 아니었기에 아쉬움도 우려도 크다.받을 것인가, 말 것인가? 탈핵 진영의 고민이 깊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데다 6월19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원전 중심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탈원전 시대로의 전환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공론화 카드를 꺼냈다. 당연히 찬반 양측 모두로부터 환영 받지 못했다. 원전 축소 자체를 거부하는 보수언론과 야당의 공세도 드셌다. 탈핵 정책의 문제점이라며 일방적인 주장을 쏟아냈다.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 중단 으로 공론화 주제를 좁힌 것도 시민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친 원전 진영에서는 안전기준을 강화한 원전으로 노후원전을 대체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일단 이기고 보자는 심산이었으리라.이런 상황에서 신고리 공론화에 참여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매우 컸다. 자칫 소(신고리 5,6호기 중단)도 잃고 외양간(탈원전 정책)도 잃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그럼에도 탈핵 진영은 무거운 책임감으로 공론화 절차에 참여했다. 사회적 논의와 학습을 통해 탈 원전 사회의 모습을 국민과 함께 그려보자는 판단에서였다. 촛불 권력을 위임 받은 문 대통령의 탈핵 정책에 힘을 보태려 했다.하지만 출발부터 좋지 않았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혔다. 우군이라 믿었던 정부와 민주당은 기계적인 중립을 앞세워 움직이지 않았다. 공론화 위원회도 여러 번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실수와 잘못을 했다. 공론화의 설계, 절차와 제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 꼼꼼하게 짚어야 한다.사용 후 핵연료 처분 공론화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위원회는 지난 8월에 실시한 여론 조사에 근거해 신고리 건설 재개 36.6%, 건설 중단 27.6%, 판단 유보 35.8% 비율대로 시민참여단을 구성했다. 그런데 당시 공사 중단을 두고 주요 여론조사는 찬반 의견이 오차 범위 내 박빙이었다. 그럼에도 9%나 차이가 나는 여론조사 하나만 놓고 찬반을 배치했다.연령대 별 비율도 생각해 볼 문제다. 앞으로도 60년 이상 위험과 불안을 안고 살 10대 청소년의 권리는 시민참여단에서 배제 당했다. 그런데 미래지향 보다는 보수적인 경향성이 있는 60대 이상은 인구 비율대로 가장 많은 109명이 배정되었다. 자연스레 건설 재개 주장도 78%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가상이지만 20대, 30대, 50대 의견이 정반대로 바뀐다 해도, 60대 이상의 의견이 그대로라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이런 방식이라면 통일 안보, 복지확대 등 정치적인 사안과 밀접한 공론화는 60대의 의견 분포대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무엇보다도 안타까운 것은 원전의 전기를 공급하는 송전탑 아래에서 고통 받아온 밀양 할매들의 통곡과 원전 주변 주민들의 배신감 이다. 이들 중 상당수가 탈핵을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대통령을 두 번에 걸쳐 지지했다. 그런데 결과를 수용한다는 대통령의 입장발표에 이들에 대한 사과 한마디가 없었다. 대통령은 에너지전환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탈핵 없이 에너지전환 은 없다. 탈핵 선언한 정부에서 원전 5개가 늘어난다. 또 다음 정부로 짐을 떠넘길 것인가. 시민참여단 설문조사에서 건설 중단 비율이 높았던 40대와 호남의 지지자들은 대통령의 대답을 더 듣고 싶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7.10.30 23:02

골드러시가 이어질 기회의 땅 새만금

미국은 세계 최대의 곡물 생산국이다. 세계의 명줄을 쥐고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이 만약 곡물을 수출하지 않는다면 가축부터 시작해서 인간에 이르기까지 기아로 고통 받을 수 있다. 세계 최강국이라는 이면에는 곡물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자리잡고 있다.곡물은 먼나먼 고향 이야기와 같다. 개척의 시대를 거쳐 보릿고개를 넘기고 풍요의 땅으로 간다. 미국도 프런티어 정신을 바탕 삼아 서부개척 시대를 열어갔다. 로키산맥에 걸쳐 있는 대서부는 아직도 발길이 미치지 않는 대평원과 사막 그리고 원시의 모습이 남아있다. 이곳은 예전에는 황야로 거친 땅이었다. 나무나 물도 없는 건조한 사막에는 우박과 눈 그리고 세찬 바람을 타고 몰려오는 모래바람뿐이었다. 하지만 이 척박한 사막을 옥토로 개발한 것은 오직 인간들의 강인한 정신력과 개척정신에 기인했다.골드러시 바람을 타고 서부로 서부로 몰려들면서 서부개척 시대가 열렸다. 광부들의 대행진이 이뤄졌다. 수많은 이민 행렬이 이어지면서 기회의 땅으로 변해갔다. 캘리포니아에서 약 10년 동안 천문학적인 금이 채굴되었다. 돈이 넘쳐나면서 호화찬란한 밤거리가 만들어졌다. 서부 곳곳에서 금광이 발견돼 금을 채굴함으로 해서 미국이 자원국가로서 발전해 가는 기틀을 마련했다. 서부 텍사스에서부터 시작해서 캐나다에 이르는 대평원에 소 방목이 이뤄졌다. 스페인 사람들한테 방목 기술을 배운 미국인들은 서부 초원에서 부푼 꿈에 젖어 소를 길렀다.1870년 말부터 10년 동안 서부대평원을 거대한 농경지로 바꾸었다. 대평원을 기계화 영농을 통해 곡창지대로 만들었다. 기계화를 통해 수확량을 늘리고 품질향상을 도모해 갔다. 우리 전북도 김제 벽골제를 중심으로 일찍부터 농경문화가 발전했다. 호남 곡창지대가 우리나라 농업 발달사의 신기원을 이룸과 동시에 산업발달의 출발점이 되었다고 본다. 하지만 그간 전북의 산업화가 미진했던 이유도 수출입 항구가 없었던 탓이 크다. 이제 새만금 신항만 개발을 통해 대형 콘테이너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자유무역 수출 전진기지로 할용할 수 있게 되어야 한다. 또 국가 미래 전략산업인 탄소섬유 무인드론과 인공지능을 육성하는 국가산업단지로 발전시켜야 한다. 새만금은 타지역보다 토지를 저렴하게 공급해서 기업을 유치해야 한다.이제 새만금이 2023년 세계잼버리대회 유치로 세계인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또 투자 환경이 변해간다.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새만금에 투자하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투자 의지가 살아나고 있다. 보성산업은 신시도에 야미용지를 7개 지구로 특성화시켜 개발할 계획이라고 한다. 새만금은 앞으로 관광레저 산업단지를 비롯 대단위 농경지와 미래 먹거리가 될 탄소섬유 등이 유치돼 전북의 위상 강화는 물론 우리나라 산업계 전체를 컨트롤할 수 있는 타워가 될 것이다. 이곳이 미국 서부개척 시대의 골드러시 바람처럼 세계인들의 행렬이 이어질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새만금과 동서내륙를 잇는 지리산권을 관광허브로 개발해 나간다면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남원시가 지리산 친환경 전기궤도열차 시험사업개발을 정부에 요청해 놓고 있다. 그동안 공청회가 열리면서 강력하게 개발 필요성이 제기된 만큼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국비지원을 통해 이 사업을 상용화해서 또 하나의 관광산업으로 발전해 가도록 육성해야 한다. 전주한옥마을이 관광객 천만명 시대를 열어 놓은 만큼 새만금과 지리산 춘향문화권을 연결하는 관광권이 조성된다면 전북은 분명 기회의 땅으로 발전해 갈 것이다. 골드러시가 미국 서부개척시대를 활짝 열어 놓은 것처럼 새만금이 본격적으로 개발되면 전북발전은 물론 환황해권의 중심지로 크게 도약할 것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7.10.23 23:02

경제민주주의와 사회적경제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i can speak가 I can speak로 바뀌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고, 나는 이 오프닝이 영화의 주제 의식에 대한 상징이라고 생각했다.그것은 소문자 i는 주어(subject)가 될 수 없고 대문자 I만이 주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나는 오프닝의 소문자 i에서 대문자 I로의 전환은 주인공 옥분이 어느 시점에서 주체(subject)로 서게 됨을 상징한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보면 옥분은 말(영어)을 하려고 노력한다.그리고 어느 시점에서 일본군 성노예로서의 고통스러운 과거를 드러내고 클라이맥스에 이르면 영어로 자신을 증언한다. 옥분은 증언이라는 말하는 행위를 통해서 자신이 한 주체로서 당당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말한다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주체임을 증명하기 때문이다.역으로 말하지 못한다는 것은 억압을 받는다는 것이며, 비주체적임을 의미한다. 그래서 우리는 늘 말할 자유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말할 자유, 그것의 다른 이름은 민주주의이다.우리는 언젠가부터 경제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고 그것의 실현을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로 여기고 있다. 이를 말과 결부시킨다면 경제민주주의는 곧 경제의 작동 과정에서 말을 억압당해왔던 이들이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만 진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그러면 경제의 작동 과정에서 말을 억압당해왔던 이들은 누구인가? 바로 일을 하는 사람이다. 잘 알고 있듯이 사회는 일을 하는 사람이 있어 돌아갈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역사는 언젠가부터 전문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했으며 전문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은 주로 역사 속에서 낮은 사회적 위치를 점해왔다.이는 전문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이 경제의 작동에서 말을 억압당해온 존재임 의미한다. 동의어는 아니지만 전문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을 일단 노동자라 칭하자. 결국 경제민주주의는 노동자가 말할 수 있는 존재가 될 때 실현되는 것이다. 노동자가 말할 수 있는 존재가 된다는 기업에 종속된 존재가 아닌 기업의 주체가 됨을 말한다.정치학자 로버트 달은 이런 기업을 자치기업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면서 경제민주주의는 자치기업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역설한다.달이 자치기업을 경제민주주의 실현체로 본 것은 자치기업이 기업의 시민이라 할 노동자들에 의해 통제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실은 이러한 주장은 달 이전에 짧게 잡아도 18세기 후반부터 하나의 이상으로 제기된 것이다.그리고 그것은 이상에 머무르지 않고 19세기부터 본격적으로 경제적 실체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노동자에 의해 통제되는 기업, 생산자에 의해 통제되는 기업, 좀 더 범위를 넓힌다면 소비자나 지역사회의 이해관계자에 의해 통제되는 기업들이 그것이다.바로 요즘 우리 사회도 점차 익숙해지고 있는 사회적경제 기업들이다. 이런 기업들은 기업도 사회의 구성 부분이므로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하며, 그럴 때만이 기업에서 생산하는 재화와 서비스가 사회에 올바로 분배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결국 경제민주주의는 이런 기업들의 확산 없이는 미흡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전라북도는 조례도 제정했고 기본계획 수립 연구 용역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궁금한 마음에 두서없이 적어봤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7.10.16 23:02

사랑 실천하고 고향 돌아간 백의천사처럼

1916년 2월 24일 조선 총독부령 제7호가 공포되면서 소록도 자혜의원이 설립, 본격적인 한센인 병원이 운영되었다. 지금은 의료 기술발전과 생활환경 개선으로 환자들의 완치율이 높아 환자가 줄어드는 추세다. 일제 강점기 때는 한센인들을 강제로 구금시키거나 강제노역 그리고 강제로 단종수술을 실시하는 등 인권유린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심지어 살인 압박에 시달렸고 인간으로서 대우를 받지 못한 채 영원히 격리돼서 살아야만 했다.감금실에 수용된 한센병 환자가 출소할 때는 검사실로 끌려가 정관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이 단종수술은 1927년 3월 일본 생리학회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런 암흑 같은 시절에 소록도 국립병원에 기쁜 소식이 날아들었다. 백의의 천사인 마리안과 마거릿은 당시 28세, 27세 나이로 갓 간호학교를 졸업, 한국 소록도에 파견할 간호사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응모했던 것. 이들은 오스트리아 가톨릭수녀회 소속으로 처음 소록도 땅을 밟았다.이들은 도착하자마자 팔을 걷어붙이고 우리 사회가 편견을 갖고 배척한 환자들을 장갑도 끼지 않고 상처부위를 날마다 치료해 나갔다. 이들의 당돌한 행동을 말리기도 했으나 워낙 의지가 강해 꺾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40년 간이나 청춘을 불사르며 사랑으로 환자를 돌보는 데만 전념했다. 자신의 인생 전부를 이 곳에 바쳤다.이제 40년이란 긴 세월이 흘러 70세의 할머니가 된 이들은 이 곳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편지 한장 달랑 남겨 놓고 홀연히 자신의 고국인 오스트리아로 떠났다. 고향에서 소록도로 올 때만 해도 하얀 백조처럼 청아했지만 40년 간을 환자들과 함께 지내다 보니 어느덧 황혼으로 접어들었다. 그들의 삶의 궤적은 자기 희생과 헌신 그 자체였다.이들의 헌신적인 사랑이 알려지면서 우리 사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국경을 뛰어넘은 벽안의 사랑이 생명의 꽃으로 환하게 피어났다고 찬사와 격려가 이어졌다.마리안과 마거릿 수녀는 모든 걸 남을 위해 내어주고 이제 할머니가 되어 빈손으로 고향을 찾았다. 인생을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고 읊조렸지만 그들은 맘속의 부자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갔다.우선 오스트리아 정부가 그들의 사랑에 감동, 헌신적인 봉사와 희생적인 삶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여 그들의 고귀한 사랑을 그려줬다. 이들이 주인공인 영화가 오스트리아 현지에서 상영되자 모든 이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또 오스트리아는 이들에게 정부 훈장을, 우리 정부도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했다. 이번 추석 명절을 계기로 해서 두 수녀가 걸어온 따뜻한 인간적인 발자취를 다시 한번 되새겨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들 두 수녀들처럼 남을 위해 사랑을 베풀고 헌신적인 삶은 살지 못해도 최소한 부모님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해 갔으면 한다.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은 자식 걱정 때문에 근심이 많다. 자식들 잘 되는 일이라면 그 무엇이라도 아끼지 않는 부모님의 맘을 헤아려 봤으면 한다.수구초심(首丘初心)이란 말이 있다. 여우는 죽을 때 머리를 자기가 살던 굴로 향한다고 했다. 고향을 그리워한다는 말이다. 결국 두 수녀가 헌신적인 봉사를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가 인생을 정리하듯 우리도 어머니 품과 같은 고향을 자주 찾아봐야 할 것 같다. 이번 긴 추석연휴 기간 고향의 정취에 물씬 빠져 그간 지친 심신을 달래보는 것도 좋을 성싶다. 부모에 대한 효도는 작은 실천에서 출발한다. 노후에 부모님이 쓸쓸함을 느끼지 않도록 자주 찾아보는 게 효의 작은 실천일 수 있다. 부모가 자식들에게 준 사랑은 하해와 같아 그 무엇과 비할 수 없다. 무한정한 사랑을 받고 자라온 자식들이 긴 추석연휴 동안 부모님의 은혜를 되새겨봤으면 좋겠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7.09.25 23:02

노영기업이 답이다

처음 들었다. 노영방송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은. 그 출처는 얼마 전 MBC 김장겸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되자 정기국회를 보이콧했던 자유한국당이다. 기사에 의하면 자유한국당이 정기국회를 보이콧한 이유는 정부가 공영방송을 노영방송으로 만들어 정권의 나팔수로 만들려 한다는 것이고 그래서 이를 지켜보다가는 나라가 망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노영방송은 노영(勞營), 그러니까 노동자가 소유하고 경영하는 방송국이었던 것이다. 나는 아무리 곱씹어 봐도 논리적으로 연결이 되지 않는 이 무지한 논리체계에 웃음이 나왔다. 평소 자유한국당이 국민의 분노를 촉발시키는데 유능하다고는 생각했으나 이렇게 웃음을 주는데도 유능할지는 몰랐다.보통 노동자들이 소유하고 경영하는 기업들은 노동자협동조합이나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으로 불린다. 표현을 통일해서 노동자소유기업이라고 하자. 이런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대략 1830년대이다.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세계적으로 노동자소유기업이 가장 활성화된 나라들로 꼽힌다. 스페인의 몬드라곤협동조합은 성공적인 운영 사례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성지이다.노동자소유기업들이 참여하는 CICOPA(Con-federation Internationale des Cooperatives de Production et Artisanales)라는 국제조직도 있는데, 여기에는 2015년 현재 세계 38개국에서 43개의 회원 조직이 가입되어 있으며, 각 회원 조직에 가입되어 있는 조직은 6만5000여개에 이른다. 이 CICOPA는 한국의 농협이나 수협, 신협 등 우리에게 친숙한 조직들이 가입한 국제협동조합연맹의 부문 조직이다.크게 활성화되지는 않았지만 한국에서도 노동자소유기업들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일단 협동조합기본법에 근거해서 직원협동조합이라는 명칭으로 제도화되어 있으며, 노동자들에게 기업의 소유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종업원지주제의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 1968년이다. 심지어 최근 한국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노동자소유기업인 한국택시협동조합 이사장은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국회의원을 지냈던 박계동이다.한 마디로 노동자소유기업은 이미 존재하는 실체이자 짧지 않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기업의 한 형태이다. 노동자소유기업이 이렇게 세계 곳곳에, 그리고 우리 주변에 있을 수 있었던 것은 노동자소유기업이 지니는 강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해외의 연구들은 노동자소유기업이 같은 상황에 놓여 있는 일반 기업보다 더 나은 수준의 노동 환경과 더 지속적인 고용을 보장하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경영의 투명성도 노동자소유기업의 강점으로 꼽힌다. 기업의 대표를 선출하는 권한이 노동자들에게 있으며, 노동자들이 소유하는 기업이니 기업에 대한 노동자들의 책임감도 더 크다.자, 이제 방송국이 노동자소유기업일 경우를 생각해보자. 노동자들이 소유하고 있으니 국가가 인사에 개입할 통로가 차단된다. 또한 소유주로서 노동자들이 경영을 통제하니 방송국의 운영에 대해 정권의 입김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경영이 투명하게 이뤄지니 부정과 부패의 가능성도 희박하다. 무엇보다 정권의 눈치를 볼 여지가 없으니 여론의 공유자이자 권력의 감시자라는 언론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제대로 된 방송국이 되는 것이다.어떤가? 방송국이 정권의 나팔수가 되지 않게 하려면 노영방송이 답이 아닌가? 자유한국당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 오피니언
  • 기고
  • 2017.09.18 23:02

전주의 관광 품격

여름휴가기간에 강원도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서울에서 근무할 때 자주 갔던 강릉과 남이섬은 예전의 모습과는 엄청나게 달라졌다. 바가지요금과 불친절만이 기억나던 강릉은 깨끗한 동해바다와 어울린 오죽헌, 경포대 그리고 카페거리로 단장하였다. 여유 있고, 조용히 머물면서 오랫동안 잔잔하게 기억나는 장소였다. 서울지역 대학생들의 MT장소로 난장판이었던 남이섬의 변화는 충격 그 자체였다. 배로 10분 남짓한 거리이지만, 다리로 연결하지 않고 배나 와이어로 도달하는 방법은 재미있는 아이디어였다. 배는 북한강변의 정취를, 와이어는 액션과 모험을 즐길 수 있었다. 남이섬을 나미나라 공화국으로 독립시켜 비자를 발급하고, 섬 전체를 문화ㆍ예술ㆍ환경 공화국으로 만들었다. 타조 등 야생동물을 사람과 어울리게 하여 즐거움을 선사하면서 다양한 겨울연가 캐릭터를 격조있게 판매하였다. 인위적인 동물원과 특색 없는 싸구려 관광 상품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었다. 유럽 여행 중에 인상 깊었던 오스트리아의 할슈타트 못지않았다. 강릉과 남이섬을 보면서 문득 베네딕트 앤더슨이 민족을 상상의 공동체라고 하였던 생각이 난다. 민족이나 관광지는 원래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라, 특정 시기의 특정 사람들이 만들어나가는 것이기도 하다는 것이다.강원도 휴가여행은 내가 사는 전주를 관광지로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전주하면 비빔밥 정도밖에 생각나는 것이 없다가, 한옥마을이 전국적 관광지로 떠오른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꼬치구이와 중국집 같은 정체불명의 음식점과 역사문화적 깊이가 없다는 비판은 번지수를 잘못 찾은 지적이다. 관광지는 품격있는 사람들만이 오는 곳이 아니다. 중고생들의 수학여행과 노인들의 효도관광 등 다양하다. 이들에게 맞는 볼거리가 있고, 먹거리가 있으면 역사적 정체성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문제는 대중적인 관광지와 더불어 품격과 향기가 있는 관광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음식점의 종류보다는 개수와 음식의 질을 유지하여 난개발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글로벌 시대에 한옥마을이라고 하여 한정식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1년에 천만이 한옥마을을 찾으면서 전주시는 전주역 마중 길을 조성하여 논란이 되었다. 교통이 조금 불편하더라도, 사람과 자연 그리고 문화 우선의 도시를 고려하고, 전주역으로 찾아오는 외지인들에게 전주의 인상을 좋게 하자는 것이 명분이다. 필자의 생각으로 이는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다. 도시의 외곽순환도로가 제대로 없는 전주에서 백제대로와 기린로는 전주를 관통하는 핵심도로이다. 교통이 조금이 아니라 아주 많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행사 때를 제외하고는 마중 길에 사람과 자연 그리고 문화는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마중 길 발상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하필이면 전주의 핵심도로에 조성해야만 하는가. 제발 관광지 개발에 관이 손을 대지 않았으면 좋겠다. 남이섬과 강릉은 디자이너와 커피 장인의 오랜 노력의 결과이다. 피렌체의 두오모 대성당은 돔 만드는 기술을 기다려 200여년의 세월이 걸렸다. 안목과 예산이 부족하면 개발하기 보다는 현 상태를 유지하면서 후대를 기다렸으면 한다. 이번 기회에 롯데 백화점 맞은편에 있는 정체불명의 흉물스러운 우주정거장 조형물을 철거하였으면 한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7.09.11 23:02

독성물질 전성시대

이쯤 되면 독성물질의 전성시대다. 주변이 온통 유해 화학물질 지뢰밭이다. 자칫 잘못 디뎠다간 터지기 마련이다. 가습기 살균제에서 시작된 케미포비아(화학물질에 대한 공포)는 사회전체에 만연해 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집과 일터에서 공포는 엄습한다. 안개 속에 갇힌 것처럼 불안하다. 어디든 피할 수 없다. 몇 가지만 꼽아보자.몸을 좀 풀어보자고 누운 요가 매트, 내분비계 장애가 올 수 있고 신장 독성, 간 독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환경호르몬이 최고 기준치보다 200배 넘게 검출되기도 했다.간밤에 모기와 씨름한 흔적이 보인다. 모기킬러다. 피레스로이드(살충제), 미세분진 형태로 흡입 시에 폐 손상 위험이 있다. 차라리 모기에 물리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의 기저귀를 갈아주다 보니 또 걱정이다. 프랑스에선 뽀송뽀송하게 만들어주는 펄프에서 다이옥신이 나왔다. 접착부분에서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검출됐다. 1~2년 넘게 기저귀를 차야 하는 우리 아이의 몸에 독성물질이 쌓이는 것은 아닐까.나른한 오후, 단골 가게 아메리카노 한잔이 활력소다. 카드 계산하고 받은 영수증을 만지작거리다보니 정신이 퍼뜩 든다. 정자수를 감소시키고 비만의 원인이 되는 비스페놀A가 나온다는데, 자꾸만 고개가 숙여진다. 괜찮을까?후우, 스프레이 방향제가 코끝을 찌른다. 저거 인공 향료가 아닐까? 성분도 문제지만 입자가 너무 작아서 허파꽈리에 쌓이다가 폐를 굳게 한다는데... 그저 문 열어서 환기시키는 것이 상책이다.먹을거리는 화학첨가물로부터 안전할까? 한국식품과학회에 따르면 2인당 년간 권장 섭취량보다 6배나 많은 24.9kg이나 된다. 석탄에서 추출하는 타르계 색소, 지방의 산화를 지연하는 산화방지제, 육가공품의 붉은 빛을 돌게 하는 아질산나트륨, 미생물의 증식을 억제해 부패를 막는 산도조절제, 미백효과를 얻기 위한 표백제, 다른 성분과 만나면 위해성이 커지는 방부제인 안식향나트륨 등 하루에 섭취하는 화학 식품 첨가물의 70~80가지나 된다. 장기간 섭취 시 각종 질환과 암을 유발하는 물질이다. 지금도 몸 안에서 많은 첨가물들이 화학 반응을 일으키고 있을지 모른다.최근 살충제 계란과 독성 생리대 사태가 시사하는 것은 우리가 먹고 쓰는 재료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져 왔는지, 어떤 위해성을 갖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품목이지만 그나마 성분 규제나 정기 검사를 하는 의약외품 인지 이보다 규제가 덜한 공산품인지 꼼꼼하게 따져보고 구입해야 한다.화학물질 전성시대 의 가장 큰 피해자는 어린이 청소년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시기지만 아직 해독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별한 돌봄이 필요한 반곤 층에 그 피해는 가중된다. 우리를 맘 아프게 했던 어린 학생의 깔창 생리대 사건 이후 무상 배포한 전체 생리대의 34%(68,058명분)가 독성 생리대였다.문제가 된 생리대 회사의 주요 영업 전략은 하나 더 끼워주기다. 견본품도 나눠준다. 아내는 릴리안 생리대를 샀다가 더 개당 가격이 더 싼 제품으로 교환했다고 한다. 가격 차이가 안전을 더 지켜주는 것은 아니겠지만 왠지 씁쓸하다.내 아이와 내 몸은 소중하니까 라며 각자도생 하는 것은 실효성도 낮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깊은 산속이나 무인도에서 자급자족 하지 않는다면 불가능하다.아니다. 비와 바람에 실려 온 화학물질은 피할 수 없다. 모두를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 GMO, 화학물질 등 식품 성분 표시제를 강화하자고 목소리 높여야 한다. 화학원료를 사용한 제품의 66%가 영업 비밀이라며 정보 공개하지 않는 것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7.09.04 23:02

서남대 폐교는 절대 안된다

캄보디아 폴포트 크메르루즈 마르크시즘을 신봉하던 무장단체가 1975년 정권을 찬탈하면서 공포와 대학살 사건이 일어났다. 생명을 파리 목숨만도 못여기는 대참사였다. 프놈펜 시민을 무참히 죽였다. 첫번째로 향한 곳이 병원이었다. 수술대에 약병을 개머리판으로 부수고 환자들을 밖으로 내몰았다. 모든 시민들은 소지품을 버리고 집에서 나오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거리는 우왕 좌왕하면서 인산인해를 이뤘다. 군인들은 당에서 지시한 것이라며 만약 불만을 표시하면 즉각 총살 처분했다. 250만 수도 프놈펜은 며칠만에 유령의 도시로 변했다. 1970년 캄보디아 의사가 800명 가운데 760명이 판사가 545명 중 541명이 살해됐다.승려는 8만명 중 500명이 살아남았다. 운동선수, 언론인, 예술가, 지식인, 학생, 일 안하고 손이 매끄럽다는 이유로 모조리 처형했다. 거기에 질병과 기근 재해까지 겹쳐 200만 캄보디아 인구 4분의1을 죽였다. 그들의 생각은 단순했다. 마르크시즘을 신봉하는 노동자 농민으로 돌아가라는 것이었다. 자본주의 물을 먹었다하여 헤아리기 힘들 정도의 엄청난 사람을 죽인 그들에게 진정한 스승이 없었다.학교는 훌륭한 스승을 배출하고 지도자를 양성하면서 우리의 미래를 설계하는 곳이다. 탈무드를 보면 마을을 지키는 것은 군인과 경찰관이 아니라 학교와 가르치는 교사라 했다. 학교는 비영리 사회적 기업이다.특히나 학교를 설립한 이사장은 국가와 사회을 위해 맡은바 사명과 책임을 다해야만 한다.그러나 서남대학교 설립자 이홍하 그는 누구인가. 2012년 학생들의 피같은 등록금 1000억원대를 자기재산처럼 횡령해 구속기소, 대법원 최종 판결에서 징역9년 벌금90억을 선고 받았다. 2013년 1월 교육부 특별감사 결과 횡령액 333억원 임원취임취소 결정을 받았지만 신출귀몰하게 풀려났다. 사학비리 이홍하를 미리 예방하지 못한 교육부의 일차적인 책임이 제일 크고 다음으로 정치권과 법이 공범이나 다름 없다.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설립한 서남대는 동서를 연결한 지리산권의 중심지인 남원시에 위치해 있다.그러나 그 취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제는 사학비리의 총체적인 온상으로 폐교라는 최악의 순간에 직면해 있다. 서남대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무엇보다 관리감독을 부실하게 한 교육부 책임이 크다. 그동안 정상화를 위해 땡볕 폭염속에서도 이환주시장을 중심으로 남원시민 종교계 정치권 시민단체 등이 힘을 모아 대규모 결의대회도 개최했다. 하지만 희망이 안보일 정도로 산 넘어 산이다.교육부가 최근 정상화 계획서를 불수용하면서 폐교 쪽으로 가는 것 아닌가 했는데 다행히 정상화 계획을 보완, 다시 한번 기회를 줬다. 이미 서남대는 교수들 인건비 187억을 지불하지 못하면서 대학이 총체적인 비리와 경영 부실로 모든 게 멈춰섰다. 교육부가 사학비리로 횡령한 구재단 이사회를 다시 끌어들여 서울시립대 삼육대 정상화 계획서에 협상파트너로 권한을 준것은 도둑을 또 한번 봐주는 꼴이 된 것이다. 교육부는 이제 구재단을 배제하고 현 임시이사회를 중심으로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서남대가 폐교되면 49명의 정원인 의대를 순천대로 또는 목포대로 배정할 것이란 이야기가 그럴싸하게 떠돌고 있는데 이점에 대해서도 교육부가 확실한 답을 내려야 한다. 만약 서남대가 폐교되고 의대가 타 지역으로 간다면 이는 중대한 지역차별이고 남원시민을 무시한 중대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다시 한번 교육부는 정상화 계획서를 받아들여 서남대를 폐교시키는 행위 만큼은 막아주길 바란다. 그래야 남원시민들이 긍지를 갖고 춘향이의 도시 남원을 더 발전시켜 나갈 수 있게 될 것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7.08.28 23:02

사회적경제는 환대의 경제이다

만섭과 독일인 기자 피터는 계엄군에 의해 봉쇄된 광주를 간다. 가능하지 않을 것 같은 미션. 그러나 이들은 무사히 광주에 들어간다. 낯선 곳이다. 그 곳에서 그들은 이방인이다.그런데 낯선 곳의 주민들은 그들을 따뜻하게 맞이한다. 이방인은 특정 공간에서 비동질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긴장과 서스펜스의 촉매제로서 유효하다. 그런 탓에 영화나 소설에서 종종 경계의 대상이 되거나 공포를 경험하는 이들로 묘사되곤 한다. 그런데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이방인들은 환대의 대상이다.사회적경제라는 용어가 공론장에 처음 등장을 한 2000년 즈음에 사회적경제는 실업과 빈곤을 화두로 씨름을 하던 일부 조직들을 제외한 일반 시민들에게는 어려운 용어였다. 그랬던 사회적경제가 이제는 쉽게 접할 수 있는 용어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관련한 행사도 빈번하고 각종 제도와 지원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반갑다.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 우려도 존재한다. 그것은 사회적경제가 무엇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주로 정부의 정책을 중심으로 전개되기 때문이다. 자원의 동원 능력에서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정부의 정책이 우리가 사회적경제라고 부르는 범주의 작동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사회철학자 이마무라 히토시는 사회적경제를 환대의 경제라고 규정한다. 환대는 이방인인 만섭과 피터가 낯선 광주에 받은 대접, 바로 그것이다.특히 주목할 것은 만섭이다. 뚜렷한 목적을 지녔던 피터와 달리 갑자기 낯선 곳에 던져진 만섭은 철저한 이방인이다.그런 그가 계엄군의 학살과 시민들의 저항을 목도함과 동시에 시민들의 환대를 경험하면서 시민들과 하나가 되고 변화해간 것이다.그렇다. 환대는 변화를 만든다. 환대는 지난 칼럼(7월 24일자)에서 이야기한 먼저 주는 것이기도 하다. 누구에게? 동질적인 집단이 아닌 이방인, 즉 이질적인 집단에게다. 경계의 대상이곤 하는 이방인을 환대한다면 이방인과의 관계는 우호적이 될 것이다. 동질적인 집단이 아닌 이질적인 집단과 공감할 수 있는 우호적인 관계야말로 오늘날 필요로 하는 진정한 관계이다. 공감하는 우호적인 관계가 쌓일수록 사회적 유대가 튼튼해지기 때문이다.사적 이익을 우선시 하는 근대 사회는 원자화된 개인을 만들어내면서 등장했고, 원자화된 개인을 우선시하는 사회가 자리를 잡으면서 세상의 기준은 사적 이익이 되었다.사회적 유대가 튼튼해진다는 것은 이러한 현실의 대척점이 확산된다는 것을 말한다. 이마무라 히토시의 주장을 수용한다면 사회적경제가 사회적경제인 이유는 사회적 유대를 만들어내는 시도이기 때문이 된다. 답은 여기에 있다. 사회적경제가 중요하다면 그것은 사회적 유대를 만들기 때문이다.이것을 다른 말로 한다면 사회적인 것(the social)의 회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인 것은 서로 다른 이들이 공감하고 돌봐주면서 의무와 책임으로 서로를 엮는 관계이다. 실제로 사회적경제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러한 관계를 조합을 결성해서 만들어가는 활동 속에서 탄생했고 그것이 확장해가면서 성장했음을 보여준다.그러니 사회적경제를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나와 다른 이들에 대해 공감하고 다른 이들을 돌봐줄 수 있는 관계를 시민들이 어떻게 함께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정부의 정책은 그것을 보조하는 것이어야 하고.

  • 오피니언
  • 기고
  • 2017.08.21 23:02

당신들의 '사드' 유감

북한과 미국이 연일 거친 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실험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에서 수천 명이 죽어도 상관없다,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북한이 괌 포위사격 예고로 대응하면서 미국은 전쟁의 공포감에 휩싸였다.진주만 기습 외에 단 한 번도 외국의 침략을 받지 않았던 미국으로서는 당혹스럽고, 초강대국으로서의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다.외교 및 안보 협상은 상대방의 패를 정확하게 읽어야 한다. 북한과 미국의 강공전은 대화와 평화협정으로 가기 이전의 블러핑(속임수에 허세부리기) 이다. 쌍방이 핵을 보유한 상태에서 선제공격은 공멸을 의미한다. 90년대 고난의 행군시절을 겪으면서 4%의 경제 성장을 한 북한에게 유엔안보리의 무역제재는 별다른 위협이 되지 못한다. 북한은 핵무장과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을 통하여 자국의 안보를 보장받으려 한다. 미국 또한 군사적 긴장감을 통하여 한국과 일본에게 안보 비용을 부담시키고 군사무기를 판매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최근 한반도의 안보 위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모한 강공책에 기인한 바가 크다. 한국은 세계에서 미군주둔비용을 가장 많이 부담(간접지원 포함하여 70%)하고, 미국무기를 가장 많이 구매하고(2006년 이후 36조 360억원), 세계 최첨단의 평택미군기지(450만평 9조원)를 무상으로 제공하였다. 한발 더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주둔비용을 인상하고, 사드비용을 부담하고 한미 FTA를 다시 하자고 한다. 무엇보다 미국본토만 안전하면 한반도에서 수천 명이 죽어도 상관없다는 발언은 동맹국이 맞는지 의심스럽다.문제는 촛불혁명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이다. 이명박근혜 정부가 대북교류를 전면중단하고 개성공단마저 폐쇄하여 북한에 쓸 수 있는 카드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통하여 외교 입지를 마련하고자 하였던 노력이 무시당하였다. 우리의 빅브라더인 미국의 안보 압력은 물론이고, 해외교역의 32%를 차지하는 중국의 경제 압력도 현실적으로 무시하기 힘들다. 한국은 아예 그림자 취급하고 미국만 상대하는 북한 또한 감당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문재인 정부는 미국과 국내 보수 세력을 의식한 사드추가 배치라는 강공책을 들고 나와 중국으로부터 다시 멀어지게 되었다.당초 문재인 정부를 반기면서 한중수교 25주년을 공동으로 기획하였던 중국은 별도로 개최하겠다고 통보하였다. 성주 군민들은 물론이고, 사드반대를 주장하였던 상당수 국민들도 문재인 정부를 의심하고 있다. 미국의 힘이 세다고 하여, 북한이 우리의 대화제의에 응하지 않는다고 환경영향평가와 국민들의 동의를 얻지 않은 사드추가배치가 정당화 되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것은 촛불혁명을 성공시킨 우리의 국민들이다. 힘이 없을수록 강대국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고, 북한에게도 지속적으로 대화를 제의하여 무너뜨린 신뢰를 회복하여야 한다.임진왜란 때 우리를 도와주었다는 것을 명분으로 새로운 강자인 후금을 무시하고 명나라에 기대어 병자호란과 삼전도의 치욕을 겪었던 과거 역사를 되풀이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에게 미국은 중요한 동맹이지만, 중국 또한 우리를 먹여 살리는 가까운 이웃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7.08.14 23:02

대형 재난사고 징후들, 사회적인 위험으로 인식 필요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반드시 작은 사고들과 잦은 징후가 발생한다는 하인리히의 법칙이 있다. 1920년대 미국 보험회사에 다니던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는 5000여 건의 산업재해를 분석한 결과 일련의 반복되는 패턴을 발견했다.아주 큰 사고 1건이 터지기 전, 작은 사고가 29회 발생하고, 같은 원인에서 발생하는 고장이나 사소한 징후들이 300회 나타난다는 것이다. 1993년 서해 훼리호 침몰 사고,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그리고 2014년 세월호 참사를 떠올려 보라. 규정 초과 화물탑재 및 옥상 설비, 고장난 구명정의 합격 판정, 무리한 출항, 수명연장 등 사고는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한 것이 아니었다.지난 달, 전남 영광과 군산에서 한여름 폭염에도 으스스해지는 일이 발생했다.걱정이 앞서는 것은 우리 전북과도 인접해있는 영광 한빛원자력발전소다. 북한이 폭격을 해도 안전하다는 핵발전소 콘크리트 방호벽에 구멍이 난 것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원자로의 최종 보호시설인 방호벽은 1.2m의 두께로 콘크리트를 가득 채워야 한다. 하지만, 한빛 4호기의 방호벽은 상부 돔과 하부 경계지점 안쪽 57곳의 콘크리트가 비어 있었다.또한 방사선 유출을 막을 격납건물철판의 두께가 부식으로 얇아져 있었다. 이렇게 한빛원전에서 일어난 고장이나 사고 발생 건수가 이미 150여 회를 넘었다. 얼마 전에는 원전 설비에 짝퉁 부품을 몰래 쓰다 걸려 한수원 사장까지 구속이 된 일도 있었다. 이정도면 원전 안전 체계에 큰 구멍이 뚫린 것이고 한수원의 관리 시스템에 녹이 슨 것이다.OCI 군산공장에서는 2년 새 세 번째 같은 화학물질 누출 사고가 발생했다. 6월 24일 배관 균열로 또다시 사염화규소가 유출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같은 사고가 반복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사고를 감추려 했다는 것이다. 이 공장은 2015년 6월 배관 밸브 균열로 사염화규소 혼합물 108㎏이 유출되어 공장 작업자 및 주민 등 16명이 입원치료를 받았다. 농작물과 가로수, 차량 피해도 발생했다. 당시에도 화학사고 신고 골든타임을 넘겨 피해를 키웠다. 최근 환경부가 화학사고 예방과 피해 최소화를 위해 늑장 신고 세 번이면 허가를 취소하겠다는 삼진아웃제를 도입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조사 결과와 달리 단순 조작 실수나 경미한 사고가 아닐 수 있다. 노후한 배관 설비의 안전성과 공정상에 하자가 있을 수 있다. 전면적인 조사와 진단을 통해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주민들과 환경단체 등 외부 감시자의 역할은 사고 예방이나 위해 소통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공장 내 화학물질 취급 정보, 사고 발생 시 영향권, 주민 안전대피 등 지역사회 알릴 의무가 있는 사항은 더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한다.영광핵발전소나 OCI 군산공장에서 되풀이 되는 사고와 고장은 대형 사고의 전조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뒤집어 보면 재난 수준의 사고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신호이기도 하다.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 공론조사로 찬반 여론이 뜨겁다. 같은 시기 원전 원천 기술을 갖고 있는 미국은 원전 옆 단층이 발견 되어 지진 안전 논란이 일자 사용 연한 이내에 조기 폐쇄를 결정했다. 공정률이 38%에 이르는 건설 중인 원전 2기도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평가되자 가차 없이 포기한다. 중단해서 얻는 이익이 크다는 것이다. 다 외부자들이 결정했다. 원전은 안전할 때 끄고, 화학사고는 안전할 때 예방해야 한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7.08.07 23:02

김정은, 광복절에 '핵포기 선언' 하라

민주주의란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하며 자유가 보장되고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정치제도이다. 국민이 나라의 주인으로 주권재민을 말한다. 그러나 독재정권은 그렇지 않다. 국민의 인권은 철저하게 무시한채 오직 독재자만을 위해 모든 게 존재한다.고려 18대 국왕 의종(1146~1170년) 재위 시절에는 경제적으로 융성시대를 맞아 태평성대를 구가했다. 의종은 풍류남아로 놀기를 좋아하는 귀공자였다. 때문에 인종과 임왕후는 후일 의종이 될 태자의 사람됨이 너무 경박하여 걱정을 많이 했다. 선왕의 제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의종의 방탕한 생활은 가시지 않고 걱정거리만 늘어갔다.왕의 유흥은 점점 심해져 정자나 누각도 한곳에만 짓지 않고 이곳 저곳 다니다가 경치가 아름다운 곳을 발견하면 백성들의 괴로움은 생각지도 않고 그곳에 누각을 세웠다. 그 규모가 커 연못을 팔 때는 수많은 인부들을 동원하여 식사도 제공하지 않은채 부역만 시켰다. 백성들의 고충은 염두에 두지 않고 유흥환락장소를 만드는데만 급급하다보니까 자연히 정사는 썩을데로 썩어 민심이 날로 흉흉해졌다.4월 11일은 의종의 탄생일이다. 이 날을 하천절이라 정하고서 만춘정에 행차하여 왕의 탄생을 축하하는 갖가지 행사와 기생들의 가무까지 곁들여 환락의 극치를 이뤘다. 호위하는 군사들은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간신들의 술주정까지 받게 되니 불평불만만 쌓여갔다. 문신과 무신들의 계급사회 병폐가 심했던 나머지 결국 무신들이 거사를 일으켜 의종은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이처럼 독재정치는 모든 권력을 독재자 한사람이 갖고 백성을 다스리기 때문에 항상 종말이 불행하게 끝난다. 백성들의 인권이나 고통은 생각지도 않고 오직 자기 한사람의 방탕과 타락한 생활만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게 왕의 것이고 독재자의 것이다.북한도 주체사상을 통해 김일성 일가의 3대 세습정치가 이어졌다. 내부적으로 반대파를 숙청하면서 1인 독제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각종 명분을 쌓아가고 있다. 지금 북한은 전 세계적으로 드물게 핵무기와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데만 집중하고 있다.미사일 핵실험을 끝날 때마다 김정은이 관계자들을 포옹하면서 영웅대접을 해주고 있다. 이런 사이 주민들은 억압과 극도의 빈곤속에서 굶주린 나머지 북한을 탈출하고 있다. 목숨을 건 가족이 중국을 통하거나 휴전선 그리고 어선을 타고 남한으로 탈출한다. 탈북민들은 북한의 독재권력을 피해 자유대한의 품으로 속속 안긴다.지난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05주년 태양절을 맞아 전 세계가 긴장하면서 지켜보았다. 그 이유는 북한 풍계리에서 6차 핵실험 증거가 사전에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미 트럼프 대통령은 항공모함 칼빈슨호를 한반도에 출격시켜 만약 6차 핵실험을 실시할 경우 선제 타격하겠다고 공언해왔었다. 사실 미국은 초긴장 상태에서 고도화된 군사훈련을 한반도에서 전개해 무사히 그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북한은 어느때 6차 핵실험을 할것인지 예측 불허의 상황이다. 핵무기는 한순간의 오판으로 수십 수백만의 귀중한 생명과 목숨을 앗아간다. 문재인 대통령이 719일 남북 군사회담을 제의했다. 그간 문 대통령이 한반도에서 비핵화를 위해 선두주자로 나서겠다고 누누이 강조해왔다. 이제 815 광복절도 얼마 남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제의한 남북군사회담에 북한은 조건없이 성의있게 나서야 한다. 북한 김정은은 이번 광복절을 기해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포기하고 평화체체로 나가겠다고 국내외에 선언해야 한다. 북한은 고립된 국가에서 정상적인 국가로 나가야 한다. 국민들에게 행복을 안겨 주도록 경제 사회적으로 변화와 개혁개방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앞으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우리 민족이 함께 평화를 누려 나가도록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그게 김정은이 북한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7.07.31 23:02

호혜성과 사회적 유대

퉁쳐. 됐지? 그날 내 고등학교 동창이 올린 페이스북의 글은 이렇게 끝났다. 내용인즉 오랜만에 동창의 지인이 전화를 해서 사무실 개소식에 오지 않아 서운하다고 하자 동창 역시 그 지인에게 너 역시 그동안 내 일에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으니 마찬가지 아니냐며 타박한 것이었다. 준만큼 받는 것인데, 너도 주지 않았으니 나도 주지 않았다는 것이 그의 논리였다. 나는 슬며시 웃다 댓글을 달았다. 상호성의 법칙이구먼.상호성은 영어로 reciprocity이다. 그런데 reciprocity를 의미하는 다른 용어가 있으니 사회적경제 현장에서 주로 사용하는 호혜성이다. 보통 상호성이라고 하면 앞의 경우처럼 그저 주는 만큼 받고 받는 만큼 주는 대칭적인 관계가 떠오른다. 그런데 호혜성이라고 하면 뭔가 다른 좀 더 긍정적인 느낌을 준다. 물론 호혜성에는 긍정적인 의미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것은 호혜성 중 일부에게만 해당된다.호혜성에는 크게 세 가지가 존재한다. 부정적 호혜성, 대칭적 호혜성, 일반적 호혜성이 그것이다. 부정적 호혜성은 자기의 이해관계를 먼저 고려하는 것이며, 대칭적 호혜성은 자신과 상대방을 동등하게 고려한다. 앞에서 말했던 주는 만큼 받고 받은 만큼 주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일반적 호혜성은 나보다 상대방을 더 중요시한다. 그런데 호혜성이 주고받음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호혜성을 이야기할 때 보상의 즉각성도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부정적 호혜성은 자신의 이해관계를 먼저 고려하기 때문에 즉각적이지만 대칭적 호혜성조차도 주는 만큼 받는 것이기 때문에 준 다음에 받을 때까지의 기간이 너무 길면 관계가 위험해질 수 있다. 반면에 일반적 호혜성은 준 다음에 받을 때까지의 기간도 정해지지 않고 준만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도 없다. 인류학자 말리노프스키가 소개한 쿨라교역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서태평양 지역에 위치한 트리브리앤드 제도에서 이뤄지는 쿨라교역은 제도 내의 한 섬의 원주민들이 다른 섬의 원주민들에게 귀중품을 주는 것으로 마치 원(圓)처럼 순환적으로 진행된다. 이 순환은 무려 10년까지도 걸리는데 선물을 받은 이들은 그것을 갖지 않고 다른 이에게 주어버린다.쿨라교역은 주고받음의 관계가 나의 이해에 초점을 두고 진행되는 것이 아니며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목적임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렇듯 주는 것에 초점을 두는 방식의 주고받음이 쌓여서 우호적인 관계가 형성된다. 만약 이러한 주고받음이 어디에선가 중단될 때, 즉 주는데 받지 않거나 받고나서 주지 않으면 관계는 종결될 것이다. 반면에 주고받음이 계속 될 때 그 관계는 더욱 돈독해질 것이다. 게다가 주고, 받고, 받고나서 다시 준다는 것은 관계가 수평적임을 말한다. 관계가 수평적이라는 것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처럼 존중과 배려의 관계가 쌓여간다면 그것을 사회적 유대의 구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오늘날 많은 이들은 주기보다 받고 싶어 한다. 그리고 누군가보다 더 많이 받을 때 마치 좀 더 특별한 존재인 양 생각한다. 그러나 주지 않으면서 받으려고만 하면 관계가 제대로 작동할 리가 없다. 이것이 일반화된다면 그것은 사회가 파괴되어 감을 의미한다. 그러니 우리가 호혜성을 중요시하고 그것에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일반적 호혜성의 형성, 즉 사회적 유대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정원 사회적경제 현장 연구자△김정원 연구자는 자활정책연구소장과 한국협동사회경제연대회의 정책위원을 지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7.07.24 23:02

'촛불' 이후의 대학

대학에서 근무한지 20년 정도 되었으니, 절반 정도를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보낸 셈이다. 대학으로 옮기면서 월급이 절반으로 줄었지만, 마음껏 자유를 누렸다. 연구하고 싶은 주제를 선택하고, 나름대로 소신 있는 교육을 하였던 것 같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게 자율성을 박탈당하면서, 뒤늦게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다.가장 먼저 실감한 것은 총학장 직선제의 폐지였다. 학장은 교수보다는 총장의 눈치를, 총장은 교육부와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게 되었다. 총장과 학장 앞에서 당당하였던 교수들의 모습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이다. 청와대가 총장후보자의 순위를 바꾸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후보를 임명하지 않기도 하였다.직선제를 주장하던 부산대 교수님이 투신자살하였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심한 자괴감과 함께 직선제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총학장직선제의 폐지 명분은 선거를 둘러싼 교수들의 패거리문화 근절과 교육 질 제고였다. 교수들이 교육은 하지 않고 떡고물에만 몰두한다는 것이다.이는 일부 부작용을 이유로 대통령과 국회의원 직선제를 간선제로 돌리자는 것과 다름없다.성과연봉제 역시 교육을 도외시하고 교수를 논문기계로 만들었다. 국가와 기업이 요구하는 논문을 블록 찍듯이 양산하고, 평가에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 학생교육을 소홀하게 되었다.학생들의 형식적인 강의평가는 열심히 가르치는 깐깐한 교수에게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하였다. 몇 년간 심혈을 기울인 저서 한편이 논문 한편보다 못한 취급을 받았다. 무엇보다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은 각종 증빙서류를 제출하여 성과가 입증되어야 성과연봉이 지급된다는 사실이다. 교육과 연구를 하는 교수인지, 행정직원인지 구분조차 힘들었다. 대학, 특히 지역대학의 추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돈을 미끼로 한 교육부의 획일적인 정원감축이었다.이로 인해 일부 대학들은 월급 삭감, 학과통폐합 그리고 정원감축이라는 불량의 낙인을 받았다. 특히 전북지역대학은 전국 최고인 11%의 정원을 감축 당하였다. 지역에 활기를 불러일으키는 20대 청년들을 전북지역에서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뜻이다.이명박박근혜 정권의 9년 동안 대학은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419 혁명 때 이승만 대통령 하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교수단 데모 같은 비판적 지식인의 역할은 사라진지 이미 오래이다. 학생들도 대학을 학벌 수단과 취업 학원 정도로 여기고 있다. 누구 말처럼 이러려고 대학교수가 되었나하는 자괴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그동안 교육부는 사실상 교육통제부에 불과하였다. 관료와 시장의 단기적 안목에 의한 연구업적과 교육평가가 대학의 잣대가 되어서는 안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당당하게 인생을 설계하는 학생과 일생을 바쳐 만든 교수의 저술 한권이 국가 백년지대계의 기초이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개혁 논의가 한창이다.하지만 걱정스러운 것은 교육부 관료, 일부 사립재단과 총학장 등 기성권력의 방해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이들이 서울과 지역대학, 국립과 사립대학의 이분법적 갈등 프레임을 통하여 개혁을 방해하고 있다.촛불 이후에도 대통령만 바뀌었을 뿐, 교육계의 적폐는 그대로 남아있다. 나만을 생각하는 소시민적 이기주의가 대학과 대한민국을 헬 조선으로 만들었다. 촛불혁명에서 광화문으로 나갔던 그날의 마음가짐을 되새기고자 한다.△정용준 교수는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선임연구원을 지냈으며, TU미디어 IB스포츠 평가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7.07.17 23:02

도심 속 맹꽁이와 헌법 개정

긴 가뭄으로 속이 타는 것은 농부만이 아니었다. 농부 못지않게 간절하게 비를 기다려 왔다. 바로 멸종위기종이자 환경 변화에 취약한 맹꽁이다. 이들의 합창 소리는 긴 가뭄의 끝을 알리는 축포 소리다. 그들이 전주 도심 한복판에서 떼로 울어댔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둘러싸인 그 좁은 공간에서 어떻게 생명을 이어올 수 있었을까?2008년 전북환경연합이 전주시 삼천동 거마공원에 만든 작은 습지는 맹꽁이의 짝짓기 성지가 되었다. 이곳을 찾은 양서류 전문가는 도심에서 이렇게 많은 맹꽁이를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고 말했다. 눈으로 확인한 것과 울음소리로 추정해볼 때 200여 마리는 족히 넘는 것 같다. 몸을 있는 힘껏 부풀리고 울음 주머니가 터져라 울어대며 구애하는 수컷들. 하지만 수컷을 고르는 건 암컷이었다. 막상 수컷들은 암컷에게 잘 보이려다보니 물위에서 뒤뚱대기 일쑤였다. 마치 드라마에서 허세 부리다가 실속을 못 차리는 남성 캐릭터 같아 웃음이 난다.올해는 짝짓기 후 산란 과정까지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암컷 위에 올라탄 수컷이 앞발로 배를 누르며 물속으로 머리를 들어가면 암컷이 두 다리 사이로 수면위에 참깨를 뿌리 듯 알을 낳는다. 잠시 후면 알들은 올록볼록 비닐 포장재처럼 물 위에 펼쳐진다. 그 모양이 편대를 이룬 비행접시 같다.그리고 하루 반 정도 지나면 올챙이가 되고 다시 2주에서 3주 사이에 뒷다리가 나오고 앞다리가 생긴다. 그렇게 대략 한 달이면 다 자란다. 다른 개구리보다 산란기도 늦고 걸음도 느린 맹꽁이, 성장 속도만큼은 전광석화다. 참 빨랐지 맹꽁이다 장마철에 물이 고인 웅덩이나 습지가 다 마르기 전에 얼른 자라야하기 때문이다.맹꽁이놀이터가 자리를 잡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애초 습지를 계획했던 곳은 별다른 용도가 없는 사유지였다.그런데 땅 주인은 맹꽁이 습지 조성 계획을 듣자마자 그곳을 메워버렸다. 야박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강제할 방법도 없었다.다행이 인접한 공원부지에 물이 고이는 습한 곳이 있었다. 전화위복이다 싶어 고인이 된 심재한 박사의 자문을 받아 대체 서식지를 만들었다. 30평 남짓한 습지에 금세 물이 차올랐다. 이제 맹꽁이만 오면 되겠다 싶었는데, 몇 년이 지나도 소식이 없었다. 설상가상, 습지까지 말라버렸다. 맹꽁이는 없고 쓰레기만 쌓여간다는 비난도 들어야했다. 어처구니없게도 습지의 수원은 새는 수돗물이었다. 공원으로 연결된 수도관의 누수를 잡고 나니 물길이 끊긴 것이다. 이를 어찌할 것인가?전기를 써 지하수를 퍼 올리는 것은 생태적으로 온당치 않다 싶어서 도서관에 빗물 저금통을 설치했다.그렇게 3년 정도 지나자 맹꽁이들이 몰려왔다. 뿌듯함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한편으로 원서식지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맹꽁이는 행동반경이 100~300m 정도에 불과하다. 그래서 서식지 주변에 택지나 도로 등 개발 사업이 벌어지거나 물이 오염될 경우 다른 곳으로 피하지 못한다. 장마철이면 흔히 들을 수 있던 맹꽁이 소리가 사라진 이유다.따라서 맹꽁이가 울어 대고 짝짓기를 하는 곳은 수백 년, 수천 년 동안 대를 이어 살아 온 곳일 것이다. 어쩌면 거마공원의 진정한 주인은 맹꽁이일 수 있다.헌법 개정을 위한 공론화가 시작되었다. 인간가치 중심적 헌법질서를 넘어 맹꽁이의 생존과 생명의 권리를 인정하는 생태민주주의 헌법이야 말로 촛불이 꿈꾸는 세상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7.07.10 23:02

굳건한 한미동맹이 자유대한을 지킨다

625 전쟁 당시 서울이 함락된 이후 대구 부산으로 이어지는 낙동강 전선이 최후의 보루가 되었다.절체절명의 순간 UN이 한국참전을 결의하자 미2사단이 제일먼저 선발대로 와서 대한민국을 수호하려고 싸웠다. 미 2사단은 워커 중장을 비롯 무려 7094명이라는 장병들이 자유대한을 지키려다 이역만리에서 전사했다.실종된 186명은 지금도 그 유해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도대체 누구를 위해 귀중한 목숨을 바쳤을까. 그것은 자유대한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미2사단은 52년동안 한국에 주둔하면서 한국안보에 헌신해왔다. 내년에 새로운 평택 이전을 앞두고 자치단체에서 우정과 송별의 위문공연을 할려고 했다고 한다.그러나 뜻하지 않게 기념콘서트가 파행을 빚고 말았다. 그것은 반미단체들이 행사취지를 왜곡한 나머지 시위를 벌이면서 악성 댓글 공격으로 무산시켰기 때문이다. 피를 흘려가며 지켜준 혈맹의 나라를 이런식으로 대하는 것이 맞는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이제는 보수와 진보의 이념논쟁을 넘어 다양한 주장과 목소리가 나오는 피플파워시대를 맞았다. 인권을 가장 우선시 하는 주권재민시대가 활짝열렸다. 촛불집회로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이후 625 전쟁 67주년을 맞이했다. 자유는 그저 얻어지는 게 아니다. 수 많은 사람들이 나라를 위해 충성했고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는 지유수호를 위해 귀중한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들을 잠시도 잊어선 안된다.한미동맹은 혈맹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협력자 내지는 동반자 관계로 발전해 가야 한다. 굳건한 안보를 통해 북한에 비핵화를 이뤄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625 동족상잔이 벌어진지 어언 67년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도 한반도는 전쟁의 위협속에 놓여 있다. 이 같은 상황속에서 한미 양국은 동등한 주권국가로서 세계평화를 위해 동반자로서 협력해 가야 한다.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트럼프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게 됐다. 이번 정상회담은 그 의미가 막중하다. 한반도 비핵화, 미국 우선주의 교역문제와 통상마찰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통상마찰은 당사자끼리 해결하면 된다. 그러나 북한의 비핵화는 그간 미국 정부의 정책이 실패했다고 본다. 미국도 정권이 바꿔질 때마다 북한한테 대응하는 정책이 오락가락해 결국 북한한테 핵개발 할 수 있는 여유를 주었다는 것. 지금 북한은 돌이킬 수 없는 핵강국으로 가고 있다. 그들은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간 미국은 항공모함 칼빈슨호와 전략핵폭격기를 동원하여 미국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줬다.하지만 북한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핵개발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중에 있다. 중국러시아일본도 신무기 개발 등 군비경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은 탈냉전구도를 접고 평화시대를 선포해야 한다. 1961년 케네디 대통령이 쿠바 침공을 강행토록 허가했다. 쿠바에서 미국으로 망명한 사람들로 구성한 1500명의 특공대가 카스트로 정권을 축출하기 위해 기습공격을 펼쳤다.그러나 특공대는 순식간에 거의다 섬멸됐고 예상했던 반 카스트로 인민봉기도 일어나지 않았다.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설치했다는 정보를 얻어낸 케네디는 소련한테 철수를 요청했으나 충돌은 불가피했다. 하지만 협상과 진통 끝에 미국이 터키에 있는 기지를 철수하고 소련은 그 대가로 쿠바기지를 철수하겠다는 협상이 마침내 이뤄졌다.결국 타협의 분위기가 조성돼 1963년 핵실험금지조약이 체결됐다.이처럼 한미 두 정상이 만남을 통해 북한핵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한반도 평화유지를 선포하기 바란다. 또 6자정상회담까지 이어지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 북한도 한반도 평화의 동반자로 거듭나도록 한미 정상이 화전양면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 625전쟁 67주년을 맞아 더욱 한미관계를 돈독히 해서 다시는 비극적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7.07.03 23:02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