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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MOU와 새만금

최근 삼성의 새만금투자 양해각서(MOU) 불이행에 대한 분노가 지역사회 곳곳에서 봇물처럼 터졌다. 필자는 양해각서의 내용을 작년 국정감사에서 적나라하게 공개한 바 있다. 2011년 4월 27일 당시 임채민 국무총리실장과 삼성그룹 김순택 미래전략실장, 김완주 도지사 등이 맺은 양해각서는 이행시기가 2021년인데, 삼성은 이미 2013년 7월에 태양광산업 등을 추진하던 신사업추진단을 해체시킨 상태였다.양해각서 체결이 이듬해 2012년 대선을 앞두고 LH를 빼앗긴 도민들의 민심을 달래기 위한 정치적인 쇼였다는 증거가 확인된 것이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삼성을 원망한다고 한들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에서 기업은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고, 주식회사는 주주들의 이익을 우선할 수밖에 없다.그래서 필자는 삼성에 대해 비판은 하되 누구나 할 수 있는 책임론보다 생산적인 대안을 이야기하고 싶다.예를 들어 자동차의 미래라고 하는 스마트카를 주목해보자. 2년 전 미국 전기자동차 전문기업 테슬러는 모든 전기차 관련 특허기술을 무료로 공개했다. 미국 정부도 전기차 등 스마트카를 미래 전략 산업으로 선정하고, 고속도로 주변에 전기충전소 인프라를 구축하는 한편 구입시 세제혜택을 주고 있다. 국민들은 2만불대 전기차에 대한 폭발적 주문으로 정책에 화답하고 있다. 중국 역시 국가 미래전략산업으로 스마트카를 육성하고 있다. 그럼 우리 정부는 어떤가?현대기아차는 단일그룹으로써 국내자동차 시장점유율 약 75%를 차지하고 있는 독점기업이다. 국내 자동차대수가 5천만대라 가정하고 1대당 가격을 외국보다 100만원 비싸게 팔았다면, 50조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국민들 주머니에서 털어간 셈이다.그렇다면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도 미국이나 중국, 유럽처럼 스마트카 시장을 미래전략산업 차원에서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 가솔린, 디젤 전문 현대기아차 독점 그룹을 보호만 할 것이 아니라 삼성, LG 등 IT 관련 기업들이 스마트카 시장에 아무런 진입장벽 없이 진출 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서 자동차산업을 경쟁생태계로 바꿔주면 국민들 주머니도 안 털리고 국가미래경쟁력도 강화 될 것이다.삼성 역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미 정점에 도달한 스마트폰 시장 이후의 신수종 사업을 찾으려고 고심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바일컴퓨팅을 응용한 스마트카 시장은 매력이 있을 것 같다. 특히 과거에 삼성은 자동차산업에 뛰어들었던 경험이 있고, 자동차는 여전히 현대가(家)와 라이벌인 삼성가(家의) 숙원이기도 하다.또한 모바일 컴퓨팅 분야에서 삼성의 경쟁자인 애플이나 구글 등도 스마트카에 진출을 하고 있다. 이렇듯 스마트카는 삼성가 안팎의 요구와 맞아떨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더구나 삼성은 스마트카 사업 진출을 위한 포석으로 전장사업팀을 신설했다. 군산에 입주해 있는 GM 자동차공장이 철수한다고 속앓이만 할게 아니라 차라리 삼성그룹에게 새만금, 군산 지역에 세계적인 스마트카 생산기지를 건설하도록 유도하면 그 미래는 어떨까 상상해본다.그런 차원에서 새만금투자 양해각서 불이행을 성토만 하기보다는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제안한다면 삼성도 진짜 투자를 검토해볼 수 있지 않을까. 투자유치는 강요가 아니라 설득의 기술이 필요하다. 아울러 이명박-박근혜 새누리당 정부가 약속한대로 새만금을 조속히 물에서 땅으로 바꾸고, 새만금공항, 항만, 동서남북도로구축 등 기본 인프라를 만들어 내는 것도 급선무다.△이상직 전 국회의원은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했고, 이스타항공 창업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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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7.11 23:02

전북·경북 손잡고 대한민국 허리경제권 만들자

전북과 경북은 소백산맥을 도계로 하는 이웃사촌이다. 무주와 김천을 잇는 나제통문이 상징하듯 오랜 기간 교류의 역사를 이어온 친구이기도 하다. 하지만 양도가 공식적인 자매결연도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지난 1998년 김대중 정부 시절 지역갈등을 해소하고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열어가자는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양도는 자매결연을 체결하였고, 이어 경주시와 익산시를 비롯한 10개 시군과 45개 직능사회단체 간에도 자매결연이 맺어져 지역화합의 물꼬를 트는 다양한 교류 협력사업을 추진하였다. 당시 필자는 경북도의 담당과장으로서 실무적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였는데 지금도 생각나는 일화가 하나 있다.전북하면 어딜 가나 풍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맛과 소리의 고장 아닌가! 반면에 대구경북에는 그에 견줄만한 맛깔스러운 음식 문화가 없으니 혹 손님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을까 하는 것이 고민 아닌 고민이었다.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는 도지사의 지시가 내려졌고 덕분에 호남의 제법 이름난 식당들을 직접 돌아보는 호사를 누리게 되었다. 식당별 메뉴와 가격, 서비스를 자세히 기록하고 사진도 찍어 대구의 몇몇 식당에 부탁했더니 다들 그 가격대로는 도저히 그런 상차림을 할 수 없다고 손사래를 치는 바람에 사정을 했던 기억이 난다.지역고유의 음식 문화 전통이 하루아침에 바뀔 리 만무겠지만 양도 간 자매결연이 대구경북의 음식 질과 서비스를 개선하는 계기가 되었다면 지나친 주장일까? 사실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양 지역의 음식(특히 한정식)을 비교해 보면 별반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평준화된 느낌이니 말이다.아무튼 그 후로 양 지역의 예술단체들이 상호 방문 공연을 하는 등 정서적 교감을 이루기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다. 특히 익산예술단이 뮤지컬로 창작해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무대에 올린, 만년애화-서동요는 지금도 큰 울림으로 남아있다. 이 밖에도 농업경영인, 여성단체, 새마을, 바르게살기 등 민간단체 회원들 사이에 교류가 확산되어 지금까지 남다른 우정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지역의 공동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협력사업에는 큰 진전이 없어 아쉬움이 컸는데 최근 양 도지사가 동서교통망 확충을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다시 합의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사실 전북과 경북은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이 이웃하고 있으면서도 멀리 대전이나 경남으로 돌아가야 해 물리적 거리감이 컸다.양도는 우선 새만금과 포항을 잇는 동서고속도로 중 미개통 구간인 무주~대구간 86km와 동서횡단철도 전주~김천간 108km가 조기에 건설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기로 하였다. 이 교통망이 건설되면 서해안 경제권과 환동해 경제권이 바로 연결되어 대한민국 경제의 활로를 여는 대동맥이 될 것이다. 물자와 사람의 왕래가 잦아지면서 해묵은 심리적 거리감도 해소되어 지역화합에도 기여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당장은 경제성이 부족하다고 중앙정부에서 난색을 보이겠지만 단순히 특정 지역의 이익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절실한 과제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축구도 허리(링크)가 튼튼해야 강팀이 될 수 있듯이 나라경제도 마찬가지다. 전북과 경북은 대한민국의 허리 경제권이 아닌가. 양 지역 정치, 행정가들이 모처럼 손을 맞잡고 함께 이루어야 할 좋은 일이 생겼다.△주낙영 원장은 경북도 행정부지사와 행정자치부 제도정책관, 지방분권기획단장, 주뉴욕 부총영사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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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7.04 23:02

브렉시트와 남북관계

아직은 생각할 겨를이 없을 것이다. 세계가 요동을 치고 있는데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가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이라니, 조금 성급한 감이 있긴 하다. 그럼에도 곧 부딪히게 될 현안이어서 미리 한 번쯤 짚고 갔으면 한다.원래 EU는 국제정치학의 통합이론 중 이른바 기능주의(Functionalism)이론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기능주의란 게 뭔가. 국가 또는 지역 간에 통합하려면 골치 아픈 정치적, 이념적 분야는 잠시 미뤄두고, 쉽고 비정치적인(기능적인) 분야부터 다뤄나가자는 이론이다. 예를 들면 기후질병환경우편교통통상 같은 분야에서 교류, 협력함으로써 신뢰를 쌓고, 이를 토대로 정치적 통합까지 가는 게 현실적으로 바람직하다는 얘기다.EU가 그랬다. 1950년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로 출범해 1958년 유럽경제공동체(EEC), 1967년 유럽공동체(EC)를 거쳐 1993년 정치적 통합까지 이룬 지금의 EU로 탄생한 것이다.그 과정에서 통합이 속도를 내면 기능주의도 덩달아 각광을 받았고 반대로 지지부진하면 관심이 시들해지곤 했다. 이론과 현실이 이렇게 함께 움직인 것도 드문 일이었다. 기능주의는 정치학자 데이비드 미트라니(영국 1888년~1975년)가 창시자 격인데 지금도 그 적합성을 인정받고 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우리 사회부터가 남북문제에 관한 한 큰 줄기는 기능주의다. 진보든 보수든 쉬운 문제부터 풀어 신뢰를 쌓은 후 통일로 가자는 데 이견이 없다.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의원 때(2007년 4월) 내놓은 평화정착경제통일정치통일의 3단계 통일론도 전형적인 기능주의다. 박 대통령은 아예 EU를 모델로 삼았다는 얘기까지 들었다.그런 EU가 브렉시트로 직격탄을 맞았고, 몇몇 회원국들의 추가 탈퇴 위험에 노출돼 있다면 EU의 이론적 근간이 돼온 기능주의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비정치적인 분야에서 아무리 교류 협력을 늘려도 큰 틀-예컨대 세계화 속-에서 생성된 개별국가의 좌절과 분노를 이겨내지 못하면 의미가 없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EU를 EU답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 60년의 세월이 브렉시트 한 방에 훅하고 날아 가버린다면, 그 과정에서 콘크리트처럼 굳게 형성됐다고 믿었던 상호의존성(interdependence)도 사라지고 통합의 상대가 졸지에 반목과 적대의 상대가 되어버린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앞으로 이런 물음들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이어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물론 그렇다고 기능주의의 본질까지 훼손되지는 않을 것이다. (기능주의도 정치적인 것들의 중요성을 고려하는 신(新)기능주의로 더 정교해진 지 오래다)남북관계도 마찬가지다. 북한에 대한 묻지마 식의 지원이나 어떤 경우에도 대화는 지속되어야 한다고 믿는 대화 우선론자도 같은 물음에 직면할 수 있다. 그들의 순수성에도 불구하고 대북 정책으로써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대화를 하더라도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대화해야 한다. 감당할 수 없는 대화를 하게 되면 종국에는 남북 어느 한 쪽, 또는 양쪽이 브렉시트처럼 기존의 협의체제를 박차고 나올 수 있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한지가 엊그제여서, 대화 재개가 북핵 용인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농후한 게 현실이다.대화를 하더라도 경중(輕重)과 완급(緩急)을 가려가면서 해야 한다. 브렉시트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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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6.27 23:02

루이스 전환점과 성숙의 전북대

루이스 전환점(Lewisian turning point)이란 말이 있다. 개발도상국이 경제발전 초기 단계에서는 빠른 성장세를 보이다가 임금 상승 등으로 생산비용이 높아지게 되면 성장이 장기간 둔화정체되는 현상을 일컫는다.이와 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주변 신흥국에 비해 가격 경쟁력은 떨어지고, 선진국에 비해 기술력과 품질이 뒤처지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때문에 산업구조의 획기적인 변화를 통해 탈출구를 마련해야 한다.우리나라의 경우엔 1988년 이후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값싼 노동력 중심의 제조업에서 반도체 등 기술 경쟁력을 갖춘 산업으로 변화를 꾀하며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처럼 똑같은 위기일지라도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하느냐에 따라 국가나 조직, 개인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그러면 현재 전북대는 어떨까. 최근 10년간 전북대는 괄목할만한 성장을 해왔다. 대학 구성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힘입어 교수 연구 논문 수는 인문계 이공계 할 것 없이 2~3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연구비 총액과 교수 1인당 연구비 규모 역시 국립대 1~2위를 다툴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뿐만 아니라 교육부 주요 재정지원 사업을 모두 유치하고, 잘 가르치는 대학의 위상을 확고히 하는 등 교육 부문에서도 전국 대학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 결과 40위권 밖으로 밀려났던 대학의 위상은 전국 종합대학 10위권으로 상승했다. 아시아대학평가나 세계 대학평가에서도 전국 종합대학 Top10에 근접했다.그러나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Top10을 넘어 Top5, 세계적인 대학으로 나아가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있다. 연구 논문의 수가 더 이상 증가하지 못하고 정체되기 시작했으며, 세계 최상위권 논문의 비율도 주춤하고 있다.전북대에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해 보인다. 그래서 내년 개교 70주년을 앞두고 전북대는 성장을 넘어 성숙의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성장은 정체가 있지만 성숙엔 한계가 없다. 성장이 수치 중심적이라면 성숙은 가치에 방점을 둔다.사람이나 동물, 식물도 일정 기간 성장의 시기를 거치면 성숙 모드로 접어든다. 사람의 경우 태어나서 20대까지를 성장기로 본다면 그 이후엔 생각의 깊이나 이해의 폭이 더 깊어지고 넓어지는 성숙기를 거친다. 사과도 일정 크기 이상으로 자라면 풍부한 맛과 향을 내기 위해 성숙의 시간을 갖는다.성장이 한 그루 한 그루의 나무만을 보는 것이라면 성숙은 숲의 조화를 보는 것이다. 성장의 시대엔 각각의 나무가 얼마나 자랐는지가 중요한 데 반해 성숙의 시대엔 크고 작은 나무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건강한 생태계를 이루는 모습에 주목하는 것이다.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전북대는 현재 끊임없는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공간혁신을 통해 대학 내, 그리고 대학과 지역사회 간 존재하는 수많은 칸막이와 벽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캠퍼스 둘레길을 조성하여 지역민과 공유하고 있고, 캠퍼스텃밭과 같은 소통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대학과 지역사회가 하나 되도록 하고 있다. 시키는 일만 잘 해내는 모범생을 넘어 스스로 일을 찾아 해결해내는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모험생을 양성하고 있으며, 더불어 숲이 되는 연구 생태계를 조성하여 이공계와 인문학이 상생할 수 있는 토대를 다지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전북대가 지속가능한 성장, 곧 성숙의 대학으로 나아가는 길이며, 지역 발전의 동력이 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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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6.20 23:02

옛 속담 되새겨보기

마지막 전북칼럼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속담들을 되새겨본다. 우리가 가장 많이 듣는 속담은 아마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아닐까 싶다. 필자가 대학에서 신입생을 가르칠 때 재수해서 입학한 학생들에게 재수하는 동안 가장 많이 들은 충고를 물으면 답은 역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맞는 말이다. 처음 실패의 원인을 잘 분석해서 한해 동안 보완한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을 테니까. 필자도 재수해서 대학에 입학한 사람이니까 공감이 간다.이 대목에서 필자는 학생들에게 이 속담 뒤에는 원래 성공은 실패의 아버지가 있었는데 급해서 빼먹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농담 삼아 들려준다.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 미만이던 1962년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작해서 1995년에는 1만 달러 고지를 넘어설 정도로 성공했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칭송까지 들었건만 3년이 채 안 된 1997년 말 외환위기를 맞게 되었다.여기서 필자는 신입생들에게 성공에 취하는 순간 실패의 씨앗이 싹튼다는 점을 강조한다. 성공할수록 겸허한 자세를 잃지 않는 것, 우리가 꼭 새겨야 할 교훈이다.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이 있다. 시작을 망설이거나 두려워하는 사람에게 용기를 북돋워 주는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세상이 많이 복잡해져서 무작정 시작해서는 일을 그르치기에 십상이다. 무슨 일이든 처음부터 철저하게 준비해야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영어 표현은 이를 잘 나타내고 있다. Well begun is half done.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 잡아먹는다는 속담도 있다. 이 또한 예전에는 잘 통하던 속담이다. 하지만 요즈음엔 부지런한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머리를 써서 지혜로운 전략을 마련하는 스마트함이 더 중요하다. 필자가 한때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동아시아 정치경제라는 과목을 아침 9시에 시작하는 1교시에 강의한 적이 있다. 대학생들은 보통 늦게 자기 때문에 첫 시간 수업을 듣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필자는 학생들의 부지런함을 칭찬해준 다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스마트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해주곤 했다. 대학을 다니는 목적은 스마트한 사람이 되기 위한 것이라고 부연하면서.손자병법에 원교근공책이 나온다. 춘추전국시대의 병법으로 먼 나라와 친교를 맺고 가까운 나라를 공략하는 계책을 말한다. 신라가 당나라와 손잡고 고구려를 무너뜨린 것도 원교근공책의 일례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춘추전국시대가 아닌 지금은 이웃나라와 경쟁도 하지만 협력과 교역을 통해 공동 번영을 꾀해야 할 때다. 오늘날 청소년들은 고교 내신성적을 반영하는 대학입시 제도로 인해 고등학교에서 협력보다 경쟁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교육을 받으며 자라고 있는 사실이 안타깝다.논어에 섭공이라는 사람이 공자에게 정치의 근본을 묻는 대목이 나온다. 자고 나면 백성들이 자꾸 줄어드는데 어떻게 해야 합니까? 공자의 답은 간단하다. 근자열원자래(近者悅遠者來). 자기 백성을 기쁘게 하는 정치를 하면 먼 나라 백성이 찾아오게 마련이라는 말씀이다. 지방자치시대인 지금은 시장, 군수도 선거로 뽑는다. 시민을 기쁘게 하고 기업하기 좋은 행정을 하는 것이 사람도 기업도 끌어들이는 상책이 아닐까? 우리 모두 먼 데 신경 쓰기에 앞서 내 가족, 내 주변 사람부터 기쁘게 하는 삶을 살도록 노력하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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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6.13 23:02

바보야, 문제는 반기문이 아니야!

나도 반기문을 조금은 아는 축에 속한다. 90년, 그가 외무부 본부에서 핵심보직인 미주 국장을 할 때는 출입기자였고, 92년~95년 주미대사관의 정무공사를 할 때는 워싱턴특파원이었다. 당시 한국일보 특파원이 지금 새누리당 원내대표 정진석 의원이다.북핵문제로 한반도에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던 시기였다.북한은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했고, 이에 맞서 클린턴 행정부는 평양 영변의 원자로에 대한 국지타격(surgical strike)을 검토했다. 미국의 CNN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생중계하겠다고 중계팀을 서울에 보내놓고 있었다. 일촉즉발의 상황은 94년 10월 북미 간에 제네바 기본합의가 체결되면서 해소됐다. 당시 반기문은 한국 측 실무총책이었다.우리는 그의 냉정함과 침착함에 놀랄 때가 많았다. 수습과정에서 자신도 모종의 역할을 했음이 분명한데도 내색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객관적인 분석가의 입장을 유지하려고 애를 썼다. 절제된 브리핑부터가 그랬다. 아무리 긴박해도 말이나 표정에 흔들림이 없었다. 그렇다고 임기응변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가지도 않았다.그 때나 그 후에나, 그에 대한 나의 평가는 다르지 않다. 머리가 좋고 치밀하며, 매사 최선을 다하는 성실하고 유능한 외교관의 전형이 반기문이다. 물론 나와 다른 시각도 있다. 최근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깊이가 얕고 아둔한 역대 최악의 총장이라고 혹평했다. 그러나 내 가 보기엔 서구 우월주의의 편견과 질시가 다분히 깔려있는 평가다.반기문이 뜨자 새누리당 사람들은 대체로 표정이 밝다. 어떤 계파는 하늘에서 굵은 동아줄이라도 내려온 듯한 분위기라고 한다. 소란스럽긴 야당도 마찬가지다. 여기저기서 배신감을 토로하고 깎아내린다. 유엔사무총장으로 추천하고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 한 번 찾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미련을 버린 것 같지도 않다. 한 친노 인사조차도 내게 반 총장을 데려올 수 있으면 데려와야 한다고 말했다.반기문 열풍이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 예단하기 어렵다. 성공이든 실패든 한국정치에 주는 임팩트는 작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의 도전이 우리 정치에 통렬한 자성(自省)의 계기로 작용했으면 한다. 여야 모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어찌해서 한국사회의 보수 주류를 자처하는 집권 여당이 마땅한 대권주자 한 사람이 없어서 그에게 목을 매게 됐을까. 60년 정통야당을 자랑하는 더민주당은 또 뭐가 두려워서 벌써 신경이 곤두섰는가.누가 한국정치를 이렇게 허약하게 만들었을까. 반기문이 보다 더 한 사람이라도 그렇지, 어떻게 아웃사이더(국외자) 한 사람이 하루아침에 정치판을 이토록 쉽게 흔들어버릴 수 있을까. 반기문을 놓고 목청을 높일수록 제 손으로 한국정치의 존재 이유를 부인하는 꼴인데도 계면쩍어하는 사람 하나 못 봤다. 줏대도 없고 인물도 없는 진짜 불임(不姙)의 정치판이다.여기서 조금만 더 나가면 여야가 반기문을 놓고 기꺼이 쟁탈전이라도 벌일 태세다. 누가 아는가, 뺏긴 쪽에서 다음번엔 우리라며 이참에 계약서라도 한 장 써놓자고 덤빌지. 한국정치의 후진성과 승자독식의 권력구조 앞에서 죽기 아니면 살기 식으로 치러지는 대선 탓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 참담하다.겨우 이런 꼴이나 보여주려고 밤잠 안자고 그 욕을 먹어가면서까지 정치했는가. 그런 당을 지지한 유권자들은 또 뭐가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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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5.30 23:02

융합·모험 인재가 세상 이끈다

융합은 대학에서도 이미 대세다. 과거 제조업 중심 시대에는 시키는 일만 잘해내는 사람이면 충분했지만, 이제는 전공 분야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까지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융합형 인재를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융합형 인재란 단순히 여러 지식을 가지고 있는 인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만의 새로운 방법으로 일하는 인재를 의미한다.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주변 사람과 소통하고 협력하는 인재가 융합형 인재다.전북대도 이런 인재를 키우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레지덴셜 칼리지(Residential college)와 오프캠퍼스(Off Campus), 그리고 소통 프로그램이다.레지덴셜 칼리지는 생활관을 단순한 하숙집 개념에서 전인전일교육의 장으로 바꾸는 것으로 영국의 캠브리지, 미국의 하버드와 예일 등 세계 유수 명문대학이 시행하고 있다.학생들은 한 학기 이상 생활관에 입주하여 공동체 정신과 리더십, 문제해결 능력, 협업과 이해의 정신을 배운다.오프캠퍼스는 타 문화 이해력과 글로벌 마인드를 함양할 수 있는 제도다. 학생들이 다른 나라나 지역에서 일정 기간 머물며 수업을 듣고 현지 문화까지 배울 수 있는 프런티어 프로그램이다.학생들은 총장을 비롯한 구성원은 물론 지역시민과도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매주 토요일 총장에게 데이트를 신청해 대학생활에서 느낀 점이나 건의사항을 자유롭게 제안할 수 있고, 캠퍼스 둘레길을 걸으며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교직원, 지역시민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도록 캠퍼스 텃밭을 운영해 지역민과 공감의 시간을 갖고 있다.학생들은 이러한 소통의 장에 자연스럽게 참여함으로써 스스로 소통능력을 키우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인드를 함양하고 있다.이와 함께 전북대는 모범생을 넘어 모험생을 키우는 대학이라는 모토로 학생들에게 도전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장학제도와 학생 포상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모험정신을 발휘한 학생들에게 모험인재상을 수여하는 등 학생들이 자신이 세운 목표를 향해 도전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그 결과 지난해 여름 이우찬 학생은 자전거 한 대로 미국 대륙 6000km 횡단에 나서 성공했으며, 신지휴 학생은 뚜르 드 프랑스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프로 사이클 경주 코스를 완주하기도 했다. 올핸 국제개발협력 사례를 찾아 나선 공경진, 김민아, 조세희, 조혜령 학생 등 여대생 4명이 자신들의 경험담을 책으로 엮어내기도 했고, 총선 기간 투표 참여 캠페인을 전개한 김유섭, 이형로 학생은 방송 프로그램의 주인공으로 집중 조명을 받기도 했다.전북대가 이런 인재를 키우는 이유는 모범생 그 이상의 융합모험인재가 우리 사회를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모범생은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며 살지만 모험생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모범생이 시키는 일만 잘 해내는 인재라면, 모험생은 일을 스스로 찾아 해결하는 인재다.코이라는 비단잉어는 어항에 넣어 두면 7~8㎝밖에 자라지 못하지만, 큰 강에서는 무려 1m 이상 큰다고 한다. 자기가 숨 쉬고 활동하는 세상의 크기에 따라 힘없는 피라미도 되고 세상을 누비는 대어도 되는 것이다.과연 우리는 우리 지역의 인재를 어항속의 코이로 키울 것인가, 아니면 큰 강물을 유유히 헤엄치는 코이로 키울 것인가. 작은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원대한 목표를 향해 거침없이 도전하는 융합모험인재 양성에 힘을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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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5.23 23:02

'좋은 형-아우 맺어주기' 프로젝트

금년 1월 필자는 동문들에게 등 떠밀려 광주고등학교 총동문회장을 맡게 되었다. 대학 때 서울로 진학한 후 초중고등학교 동기회장도 맡은 적이 없는 필자로서 총동문회장을 맡게 되어 우선 동문회 회칙을 살펴보았다.어느 동문회 회칙이나 대동소이하겠지만 회원 상호 간의 친목 도모와 모교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동문회의 목적으로 명기하고 있다. 신임 회장으로서 무슨 일을 해야 모교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까 고심하다가 고등학교 시절 필자의 추억을 되살려 멘토-멘티 프로젝트를 생각하게 되었다.갓 졸업한 대학생 선배와 고등학교 재학생 후배를 멘토와 멘티로 맺어주는 사랑의 가교 프로젝트다. 졸업생과 재학생을 1대 1로 연결한 이번 프로젝트의 다른 이름은 좋은 형-아우 맺어주기다. 형과 아우처럼 학업진로이성 교제 등 각종 고민을 함께 나누고 격려하자는 취지다.필자는 어머니의 뜻에 따라 고향인 전북 고창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후 1967년 3월 전남 광주시(당시)에 소재한 광주고등학교에 진학했다. 한국전쟁 중에 첫 아이로 태어난 필자는 한 살 때 아버지가 군인으로 전사하시는 바람에 홀어머니 슬하에서 외동아들로 자랐다. 당시 대부분의 친구들에게는 형, 누나, 또는 동생이 있었지만 필자만 유독 외톨이로 자랐다. 중학교 시절만 해도 함께 진학한 초등학교 친구라도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는데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보니 친구 한 명 없는 섬 같은 곳에 보내진 느낌이었다.게다가 고등학교와 붙어 있는 소위 동계 중학교 출신 동급생들의 텃세나 괄시도 만만치 않아서 1학년 때는 덩치 큰 친구들한테 맞은 쓰라린 경험도 있다.그럴 때면 필자는 이들로부터 보호받을 수고 있고, 학업과 진로에 관한 고민, 심지어 이성 교제에 관한 상담을 할 수 있는 형이 있으면 참 좋겠다는 바람을 갖게 되었다.회장 취임 후 동문회 명부를 살펴보다가 필자의 입학 동기 가운데 졸업하지 못한 준회원이 25명이나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어려운 가정형편이나 학교 폭력 등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학업을 포기한 것이리라.당시 길잡이가 되어줄 선배가 있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아울러 거의 한 자녀만 낳는 요즘 가정의 고등학생들도 당시 필자처럼 그런 선배를 갖고 싶어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이렇게 해서 모교 측과 상의해 좋은 형-아우 맺어주기 프로젝트를 가동키로 한 것이다. 무엇보다 신경을 쓴 부분은 멘티의 고민에 맞는 멘토를 연결해주는 일이었다. 교사를 꿈꾸는 후배에겐 사범대 선배와 화가가 희망인 후배에겐 미대 선배와, 치과의사가 되고 싶은 후배에겐 치대 선배와 맺어주는 식으로 연결했다.여기에 사회에 진출한 선배를 대학생 멘토와 고등학생 멘티의 시니어 멘토로 맺어주어 이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장학금을 후원하고 정신적인 후견인 역할도 맡도록 했다.대학생 멘토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필자는 가수 리아킴의 위대한 약속이라는 노래를 들려주었다. 가사 중에 위급한 순간에 내 편이 있다는 건 내겐 마음의 위안이고라는 부분이 나오는데 이것이 바로 대학생 멘토가 고등학생 멘티에게 해주었으면 하는 역할이라는 점을 설명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맹자는 군자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로 천하의 영재를 교육하는 일을 들었다.필자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겐 90점짜리 영재를 95점짜리로 가르치는 일도 즐거움이지만 60점 미만의 학생을 잘 키워 자기 몫을 제대로 하게 만드는 일 또한 충분히 보람 있는 일이라고 믿는다. 가정과 학교에만 맡길 수 없는 청소년 교육을 동문회가 함께 하는 운동이 전국적으로 널리 확산되기를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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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5.16 23:02

기업하기 좋은 전북 만들기

지난 주 전북도에 의미 있는 회의가 있었다. 도와 14개 시군이 머리를 맞댄 기업하기 좋은 전북만들기 협업회의가 그것이다. 대한상의가 지수화한 전국규제지도를 분석하여 시군별 기업 규제환경을 파악하고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다. 이날 회의에서는 먼저 찾아가는 현장기동반 운영, 기업애로사항 관리카드화 등 기업애로해소시스템을 구축하고 자치단체장이 주도하여 친기업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등 규제혁신의 현장 정착을 지원키로 했다.이 같은 노력의 결실인지 전북은 올 1분기 437억 원의 투자를 유치해 산업통상지원부의 지방투자촉진보조금 72억 원을 확보했으며 유치기업이 전국서 가장 많았다. 이는 지난해 178억 원의 보조금을 받아 전국 지자체 중 1위를 차지한 것의 연장선상으로 한 언론은 기업이 몰리는 전라북도의 재발견이라고 평가했다. 지방투자촉진보조금은 지자체가 유치한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제도로 지자체가 얼마나 기업 유치를 잘했나를 알려주는 척도로 활용된다. 언론은 전북에 기업이 몰리는 이유로 수도권 규제와 땅값 등 비용부담이 비교적 적고 무엇보다도 도지사를 비롯해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기업에 구애한 덕분이라고 분석했다.기업 유치는 유입된 자본이 산업 생산력을 증가시키고 고용창출을 통해 부가가치 제고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선순환의 구조를 만들게 한다. 기업 유치를 통해 창출된 부가가치는 소득 증대 뿐 아니라 이익이 재투자되어 고정자본 형성에 기여하고 생산가능 곡선을 확장시켜 경제성장의 잠재력을 확대하는 효과도 가져 온다. 또 자산적 가치가 있는 기술을 체화시키는 기술이전 효과는 다른 기업에도 파급효과를 미치며 하청업체들에게 기술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기술력 향상은 물론 R&D활동이나 기술인력 양성에도 긍정적 효과를 보탠다.널리 회자되는 사례지만 기업 유치를 통해 경제 성장을 이룬 웨일즈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노텔, 에어웨이즈, 포드, 보쉬, 토요타, 소니 등 세계적 기업과 첨단 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 영국을 재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웨일즈는 정부와 비정부조직까지 참여하여 역할을 분담하고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하였으며 지역 내 자원과 인프라, 인력을 기업이 원하는 방향으로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고 기업이 정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리를 전개했다.미국 버지니아 리치먼드시 역시 쇠퇴하는 지역산업을 활성화시키고 생명공학, 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유치하여 도시 면모를 일신한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전략적 제휴를 형성하고 공동으로 책임과 권리를 행사하며 원활한 정보공유를 통한 파트너십 운영이 성공 비결이었다. 국내 여러 도시들도 단순한 생산 공간의 제공보다는 투자기업이 지역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업환경과 함께 삶의 질을 높이는 생활환경을 만들어 나서고 있다.최근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움직임 등 지역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 전북이 기업 유치에 앞서가는 것은 높이 평가해도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기존의 획일적인 세제 혜택과 입지지원정책만으로는 기업 투자 동기를 유발할 수 없다. 기업하기 좋은 전북만들기 회의대로 투자유치 프로그램을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하고 기업이 투자하고자하는 목적과 전략을 철저히 분석하여 이에 맞는 다양한 전략을 수립해 앞서가는 전북 위상을 지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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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5.09 23:02

정세균과 정동영

413 총선의 최대 수혜자는 전북사람들이다. 누구를 혼내줬다거나, 어떤 당에 표를 몰아줘 정치지형을 바꿨다거나 하는 차원에서가 아니다. 정세균과 정동영이라는 호남의 걸출한 두 정치인의 존재감과 가능성을 확인한 선거였다는 점에서 그렇다.누가 뭐래도 이 두 사람은 한국정치의 소중한 자산이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 고민깨나 했다. 누구 이름을 먼저 써야하나. 다선(多選) 순이라면 6선의 정세균이지만 정동영(4선)은 2007년 집권여당의 대선후보였지 않은가, 두 사람 다 잘 아는 나로서는 곤혹스러웠다.정동영에 대해서는 애증이 엇갈린다. 총선 전엔 그의 낙향 출마에 대해 언짢아하는 사람들도 많았던 게 사실이다. 힐난도 했다. 대선후보까지 해놓고 이제와서 고작 후배들의 앞길이나 막는 거냐.고.그러나 미국의 전설적 하원의장 토마스 오닐(1912-1977)은 모든 정치는 지역적(All politics is local)이라고 했다. 지역과 정치인의 관계는 물과 고기와의 관계와 같다는 얘기다. 정동영이 권토중래를 도모한다면 그 곳은 고향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그는 의원선거에서 세 번 낙선했는데 모두 서울에서였다. 그를 다시 외지로 내몰 만큼 우리들은 완벽한가?전북이 취해야 할 건 그가 좌절 끝에 얻었을 그 무엇이다. 이미 두 번의 당 대표와 한 차례 장관(통일부)을 지낸 그가 민심의 바닥에서 건져 올렸을 지혜와 비전, 용기를 한국정치를 위해서 쓰도록 하면 될 일이다. 그는 본디 영민하고 열정적인 사람이다. 지금 거론되는 대권주자 중 그만한 대중흡인력을 가진 사람은 없다. 단언한다.정세균은 합리적이고 온건하다. 여야를 떠나 누구나 좋아하고 신뢰한다. 야권에선 DJ와 친노를 함께 끌어안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사람으로 꼽힌다. 의정활동도 뛰어나다. 그 또한 세 차례 당대표와 한 차례 장관(산자부)을 지냈다.그의 저력은 종로에서 여당의 잠룡 오세훈을 꺾고 재선에 성공한 데서도 드러난다. 강단도 있고 기업의 임원 출신답게 실물경제에도 밝다. 2011년에 벌써 대권을 염두에 두고 국민시대라는 싱크탱크를 만들 만큼 권력의지도 강하다.정세균은 요즘 대권 당권 국회의장, 셋을 놓고 고민 중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론 그가 어떤 자리에 연연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한국정치에서 국회의장이라는 자리는 은퇴로 가는 자동코스다. 그에겐 아직 해야 할 일이 더 많아 보인다.나는 전주 삼천동의 한 막걸리집에서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정세균과 정동영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은 정녕 없는 걸까. 둘 사이에 대해선 나는 잘 모른다. 오랜 정치적 맞수여서 이런저런 경쟁을 하다보면 소원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대선 앞에선 서로 윈-윈 할 길을 찾아보려는 노력쯤은 해야 할 것 아닌가. 고향사람들의 어떤 열망을 생각한다면 말이다.대선에서 호남이 독자적으로 정권을 창출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게 솔직하다. 지금 떠오르는 인물들도 하나 같이 저쪽이다. 그렇다면 결국 연대, 연합의 형태로 맞설 수밖에 없다. 아마 우리는 곧 지역과 지역, 인물과 인물 간의 현란한 합종연횡의 수 싸움을 보게 될 것이다.그 현장에 정세균과 정동영이 있다. 두 사람이 손을 잡고 판을 흔들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그렇게 안 되더라도 괜찮다. 전북의 두 준재(俊才)가 펼쳐 보일 한 수 한 수를 보는 것만으로도 전북사람들은 행복할 것이다. 광주 전남이 고향인 나는 그게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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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5.02 23:02

사색·소통·힐링의 캠퍼스 둘레길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빼곡한 일정 때문에 교수시절 즐겨하던 일도 지금은 큰 맘 먹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 대학 학술림인 건지산을 산책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예전 같으면 연구나 강의준비를 하다가도 생수 한 병 들고 나서면 되는 일이었는데, 지금은 좀처럼 시간 내기가 힘들다. 건지산 산책을 낙으로 여겨왔던 나로서는 여간 아쉬운 일이 아니다.서양의 유명한 사상가나 철학자 혹은 과학자들도 산책하며 사색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그 길에서 수많은 문제들을 풀어냈고, 그것이 근현대 철학과 과학의 근간이 되기도 했다.그래서 역사와 전통이 있는 서구 대학 주변엔 이름난 산책로가 많이 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 철학자의 길 이 대표적이다. 하이델베르크 산책길로도 잘 알려진 이 길은 실제로 괴테, 헤겔, 하이데거 등 당대 유명한 철학자들이 이 길을 거닐며 사색에 잠겼던 곳으로 유명하다. 뉴턴과 아인슈타인 같은 수많은 과학자들도 산책과 사색을 통해 위대한 발견과 이론을 정립할 수 있었다.이들에게 이런 사색의 시간이 없었더라면 인류는 지금과 같은 문명을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주장에 나는 적극 공감한다. 세상을 바꾼 위대한 생각들은 실험실과 연구실 그리고 강의실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런 산책길에서도 만들어진다.그런 면에서 우리 대학이 가지고 있는 전북대 캠퍼스 둘레길은 그 어느 대학도 가지지 못한 소중한 자산이다. 대학 정문 옆에 조성된 힐링숲을 시작으로 삼성문화회관으로 이어지는 들꽃뜰, 옛 정문을 거쳐 박물관과 덕진공원, 건지산의 혼불문학공원과 단풍나무숲길, 그리고 오송제와 동물원, 건지산 정상에서 숲속도서관과 조경단 또다시 대학으로 이어지는 이 길은 전북대가 지역민들과 공유하고 있는 자유로운 사색의 공간이자 지식 창조의 소통 공간이다.전북대는 이 길을 세계에서 가장 걷고 싶은 캠퍼스 둘레길로 만들기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학생들에게 소통과 화합, 사색과 힐링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캠퍼스 둘레길 인증제를 도입, 10㎞코스를 완주했다는 인증을 받아야만 졸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현대사회는 나만 잘났다고 생각하는 독불장군이 아니라 동료 선후배와 자유롭게 소통하고 협력하며 융합하는 인재를 원하기 때문이다. 또한 매주 수요일을 워크토크데이로 정해 구성원이 건지산을 걸으며 소통한다. 이는 대학 내 존재하는 수많은 벽을 허무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또 둘레길 출발지인 정문을 한옥형으로 지어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정문 겸 큰사람교육개발원으로 활용하고, 덕진공원 옆 학군단 부지엔 200억 원을 들여 한국적인 캠퍼스의 랜드마크가 될 한옥형 국제컨벤션센터를 지을 계획이다. 캠퍼스와 건지산을 아치형 다리로 연결해 친환경적으로 이어주고, 건지산 곳곳에 숲속 강의실을 만들어 수업을 진행하며, 숲속 작은 음악회나 쉼터를 만들어 지역민과 공유한다는 계획도 완성단계에 있다.조만간 이 사업들이 마무리되면 전북대 캠퍼스 둘레길은 한옥마을 같은 지역을 대표하는 새로운 브랜드가 될 것이다. 나는 이 길이 전북대 구성원과 지역민의 길이 되길 희망한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끊임없이 소통이 이루어지고 지역과 세상을 변화시킬 창조적 아이디어들이 솟아나길 기대한다.그렇게 되면 머지않아 세계를 놀라게 할 위대한 철학자나 대한민국 최초의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전북대 캠퍼스 둘레길에서 나올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 희망을 갖고 이번 주말엔 캠퍼스 둘레길을 꼭 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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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4.25 23:02

우리 농촌의 미래, 6차 산업

지난 4월 9일과 10일 1박 2일로 필자는 새만금 현장과 고창에 다녀왔다. 전북 출신 지인들과 함께 다녀온 이번 여행에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6차 산업에 새롭게 눈을 뜨게 된 점이다. 학창 시절을 돌이켜보면 1차 산업은 농업, 2차 산업은 광공업, 3차 산업은 서비스업이라고 배우던 추억이 생각날 것이다.그런데 뜬금없이 웬 6차 산업이냐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시리라 생각한다. 당연한 질문이다. 6차 산업이란 4차 산업, 5차 산업 다음에 오는 산업이 아니라 1차, 2차, 3차 산업이 함께 어우러지는 산업을 의미하는 새로운 용어이기 때문이다.다시 말해서, 6차 산업은 1차산업인 농축산물 생산과 농촌이 가지고 있는 유형, 무형의 자산에다가 2차 산업인 식품개발, 생산, 제조, 가공 등의 제조업, 그리고 3차 산업인 유통, 판매, 관광, 체험, 축제, 교육 등을 모두 융합하여 농촌의 소득을 높이는 방식을 뜻하는 말이다.적지 않은 독자에게 상하우유는 낯익은 상표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 상표가 고창군 상하면에서 따온 명칭임을 아는 분은 많지 않다. 특히, 수도권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더욱 그렇다. 그곳 상하에 6차 산업의 모델이 만들어지고 있다. 상하농원 현장을 방문한 우리 일행은 놀라움으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세간에 지명조차 거의 알려지지 않은 오지 상하에 우리 농촌의 미래 발전 모델인 6차 산업의 모범 사례가 만들어지고 있는 현장을 본 우리는 전북 출신 출향인으로서 경이로운 기쁨을 느꼈다.상하목장은 전 행정구역이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될 만큼 청정지역인 고창에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서 목장을 천직이라 여기는 목장주들에 의해 유기농법으로 생산된 우유를 수집하여 가공하고 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농축산업만으로 농촌에 사는 농민이 충분한 소득을 올리기에는 한계가 있다.이들이 생산한 제품을 빵, 치즈, 잼 등으로 2차 가공까지 할 수 있다면 소득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되겠지요. 거기에 더해서 유통, 판매까지 직접 할 수 있다면 더 도움이 되겠지요. 한 걸음 더 나아가 체험 관광, 아동 교육, 축제로까지 이어진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이런 생각으로 빵공방, 햄공방, 과일공방, 잼공방, 발효공방, 체험 교실, 농원식당, 농원상회(farmers market) 등을 망라해서 만든 6차 산업의 사례가 상하농원이다.우리 일행이 방문한 날 아직 정식 개장도 하지 않은 상하농원에서 체험 교육을 받고 있는 많은 학생을 만났다. 평소에 우유를 마시고, 빵에 잼을 바르거나 치즈를 얹어 먹으면서도 어떤 과정을 거쳐 생산되는지 막막하던 학생들이 설명을 들으며 눈이 초롱초롱해지는 모습을 보았다. 빵을 만들기 위한 밀가루를 직접 반죽하며 재미 있어 하는 모습도 눈에 선하다.이를 보며 6차 산업이야말로 우리 농촌의 멋진 미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귀경길에는 청보리밭 축제로 유명한 학원농장에 들려 관광농업의 현장을 확인하는 즐거움도 있었다. 보리 수확으로 농업소득을 얻고(1차), 이를 가공해서 보리빵과 국수를 만들고(2차), 관광객을 통해 관광수입을 얻는(3차) 융복합 6차 산업의 또 하나의 현장을 보는 좋은 기회였다.우리 일행은 상하농원과 학원농장의 업무 협조를 다짐하는 기념사진 촬영에 증인이 되는 것을 끝으로 뿌듯한 가슴을 안고 귀경길에 올랐다.귀경길 차안에서 어떻게 하면 이를 새만금에 접목할 수 있을까 내내 고심하며 올라왔다. 아무쪼록 우리농촌의 미래가 될 6차 산업이 전북에서 꽃 피워 전국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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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4.18 23:02

응답하라! 새만금 세계잼버리

2023 세계 잼버리 대회의 새만금 유치를 위한 5000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증 릴레이가 확산되고 있다.김춘진 의원(국회 스카우트의원연맹 회장)이 보다 많은 국민들의 관심과 성원이 필요하다며 시작한 응답하라! 2023 세계잼버리 인증릴레이는 세계스카우트연맹 명예총재인 정의화 국회의장이 첫 참가자로 나와 스카우트 정신이 광활한 바다 위 새로운 문명을 여는 새만금에서 꽃 필 수 있길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유튜브에 남겼고 김춘진의원과 강은희 여성가족부장관, 이어 송하진 전북지사가 아프리카에서 한복차림으로 판소리 공연을 펼치며 새만금이야말로 스카우트들의 젊음, 도전, 개척정신과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라고 강조하면서 확산되고 있다. 전북연구원도 지난달 연구원 뜰과 새만금, 한옥마을에서 새만금 잼버리 유치기원 SNS 인증릴레이를 잇달아 진행했다.새만금은 세계잼버리 유치에 폴란드 그단스크 보다 늦게 뛰어들었지만 세계 청소년들이 호연지기를 품기에는 가장 적합한 곳이라는 평가다. 미래 희망의 땅인 새만금은 산과 바다, 갯벌과 광야를 모두 갖추고 있으며 주변 지역은 과거와 현재, 미래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이에 비해 그단스크는 현재 밀밭으로 사용하는 곳으로 잼버리를 위해 1년 임대를 계획하고 있어 향후 활용도를 담보하지 못하며 주변 환경도 산악활동과 갯벌체험을 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SNS 인증릴레이가 우리의 관심을 얻은 것은 요즈음처럼 선거 열기가 뜨거운 2012년 411총선 때이다. 유명 연예인들이 앞장서 투표 인증샷을 올리면서 투표 열기를 끌어 올렸고 일부 연예인은 투표율이 70%를 넘으면 무반주 댄스를 추겠다는 등 이색 공약까지 내걸고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당시 조사에서 투표 인증샷을 보고 투표에 참여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는 답변이 절반 넘은 것을 봐도 SNS 인증 릴레이의 위력을 실감하게 했다.비단 SNS 인증 릴레이 뿐 아니라 아이스버킷 챌린지도 큰 관심을 끌었다. 2014년 6월 30일 미국 NBC 골프채널에서 진행자들이 얼음물을 뒤집어쓰고 각기 지목한 단체에 기부한 일로 시작되었다고 알려진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루게릭병 환자를 위한 기부방식으로 진행되면서 확산됐다. 당시 아이스버킷 챌린지에는 빌 게이츠, 조지 부시, 마크 조크버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유명인물이 참여했고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정치인과 연예인이 동참하면서 사회적 이슈가 됐다.아이스버킷 챌린지나 SNS 인증 릴레이 등은 과거 구전에 의존하여 왔던 것을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함께 캠페인에 다른 기술을 접목하여 시간적 공간적 제약 없이 정보를 전달하고자 하는 시도로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등 재미 요소를 차용해 기부와 참여를 독려하고 다음 사람을 직접 지목함으로써 사회적 압력을 주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기 충분하다.늦었지만 정부로부터 국제행사로 승인받은 새만금 세계잼버리는 이제 중앙정부와 재외공관, 기업들의 협조를 받으며 유치활동을 펼칠 수 있게 됐다. 새만금 잼버리 인증 릴레이도 해외공관과 기업 해외 조직을 통해 전 세계로 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서울서 시작된 새만금 잼버리 SNS 인증 릴레이 열기가 아프리카 가나에서 송하진 지사를 거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다시 지구촌으로 전파되어 전 세계를 한 바퀴 돌면서 내년 아제르바이잔까지 이어져 새만금에서 청소년의 축제가 열리는 커다란 결실로 돌아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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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4.11 23:02

전북일보 '몸통언론'으로 거듭나라

2002년 1월 미국의 유력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는 보스턴 교구의 사제들이 십수 년 간 성당에서 일하는 많은 아이들을 성추행했다고 폭로했다. 충격적인 보도였다. 연루된 사제만 90여명에 달했다.세계는 경악했다. 교구의 추기경이 사임하고 교황청까지 수습에 나섰지만 같은 일이 독일 영국 등 16개국에서도 벌어졌음이 속속 드러났다.이 희대의 특종은 보스턴 글로브의 탐사보도팀의 작품이었다. 스포트라이트라는 이름의 특별취재팀이 1년여에 걸쳐 증거를 찾고 피해자들을 설득해 얻어낸 기자정신의 개가였다. 다들 종교, 더욱이 가톨릭을 건든다니, 그게 가능이나 하겠어?라는 반응을 보였고 외부압력도 거셌지만 이겨냈다. 팀은 그해 퓰리처상(공공부문)을 받았고 취재보도과정은 스포트라이트라는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져 올해(2월 29일) 아카데미 작품상과 각본상을 받았다.잘 만든 영화였다. 국내에도 팬이 많은 마크 러팔로(헐크), 마이클 키튼(버드맨) 등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고 스토리를 과장 없이 담담하게 끌고 가면서도 잠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게 하는 솜씨도 뛰어났다. 탐사보도의 전형을 보여준 콘텐츠는 말 할 것도 없었다. 한때 언론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부러웠고 또 부끄러웠다.한 영화평론가는 블로그 후기에 정의? 사명감? 언론의 역할?, 한국에선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이야기들이라고 한국 언론을 겨냥했다. 지나친 폄훼다. 좋은 영화 한 편에 우리 언론이 애꿎게 덤터기를 쓴 셈이다.그럼에도 왜 이런 조소(嘲笑)가 나오는지 자성(自省)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비슷한 시기에 상영된 한국영화 내부자들에선 권언(勸言)유착이 한국 언론의 전부인 것처럼 그려지지 않았는가.이 지독한 불신은 어디서 오는 걸까. 언론학자 수만큼이나 이유가 많겠지만 크게 보면 언론의 정파성 때문이다. 독립된 언론이기를 포기하고 특정 정파(진영)의 일원이기를 자처한 탓이다. 정파의 이익에 봉사하다보니 다른 정파의 신문이 보도한 건 믿지 않는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몰아가거나, 기사 뒤에는 무슨 음모가 있겠지 하는 식으로 매도까지 한다.언론이 언론을 불신하는데 독자나 시청자가 언론을 신뢰할 리 없다. 오죽하면 한국에는 두 가지의 진실이 있는데, 하나는 보수언론이 믿는 진실이고 다른 하나는 진보언론이 믿는 진실이다는 말이 나왔을까. 이런 진영의 벽을 허물지 않고서는 한국 언론에 미래는 없다. 스포트라이트 같은 기사가 터져도 절반의 특종, 절반의 진실로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겨레 선임기자 성한용도 관훈저널 2015년 겨울호에서 진영언론의 폐해를 통렬히 지적했다)원로 언론학자 김민환(71고려대 명예교수)은 일찍이 한국 언론을 향해 몸통언론을 지향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흔히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고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몸통이다. 한쪽으로 쏠리는 걸 막고 균형을 잡아준다. 김민환은 좌우를 포용하는 몸통의 눈으로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리고 불편부당(不偏不黨)을 실천하는 언론이 돼주기를 소망했던 것이다.전북일보가 오늘로 지령 2만호를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 더욱이 눈도 높고 생각도 깊은 인문지향(人文之鄕)의 땅에서 60여 성상, 정론지의 위상을 지켜온 것은 대단한 성취다. 그 자긍심과 사명감을 딛고 몸통언론으로 거듭나 한국 언론의 중심에 우뚝 서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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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4.04 23:02

소통·융합 일구는 전북대 캠퍼스 텃밭

시민텃밭, 희망텃밭, 나눔텃밭, 힐링텃밭 등 이름만큼이나 다양한 텃밭들이 인기다.지자체나 공공기관 등이 운영하는 공공형 텃밭은 분양 전쟁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텃밭과 주말농장에서 직접 채소를 기르는 도시농부 인구가 200만 명을 넘었다는 예측도 있다. 이 정도면 대한민국이 텃밭에 푹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현대인들이 텃밭에 주목하는 이유야 여러 가지 있겠지만 텃밭에는 다른 여가활동에서 느낄 수 없는 뭔가 색다른 행복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텃밭은 온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최고의 놀이터이자,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켜주는 힐링의 공간이다. 텃밭은 또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고 체득할 수 있는 학습의 공간이며, 어릴 적 향수를 자극하는 추억의 공간이기도 하다.전북대에도 텃밭이 있다. 농생대 옆 실습장 부지 일부를 텃밭으로 일궈 교수, 학생, 직원 등 대학 가족은 물론 지역민을 대상으로 1인당 13㎡(약 4평)씩 분양한다. 지난해 반응이 좋아 텃밭의 넓이를 120면 가량으로 늘렸는데, 신청자 마감 결과 올 경쟁률이 더 높아졌다고 한다.그런데 전북대 캠퍼스 텃밭은 여느 텃밭과는 좀 다른 점이 있다. 지역민의 경우 선착순 또는 무작위 추첨방식을 취하는 것과는 달리 대학 구성원의 경우 직업별, 전공별 안배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전자공학부 학생 옆에는 철학과 교수에게, 학생 아래쪽과 위쪽에는 취업지원과 직원과 지역민에게 텃밭을 분양하는 방식이다.이러다 보니 전북대 캠퍼스 텃밭에는 분야가 다른 여러 전공의 교수들과 학생들, 평소 만나기 어려웠던 행정직원, 그리고 지역에서 다양한 일을 하고 있는 지역민들이 골고루 섞여 있다. 언제라도 텃밭에 나가면 교수와 학생, 직원, 지역민이 대화를 나누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대학본부는 텃밭을 분양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총장을 비롯한 대학 본부 보직교수와 텃밭 분양자 가족 모두가 함께하는 씨뿌리기 행사, 중간 수확 품평회와 삼겹살 파티, 어린이 체험교육, 가을걷이 행사 등을 열어 대학과 지역민이 통(通)하는 시간을 자주 갖는다.전북대 캠퍼스 텃밭이 소통의 공간이자 협업과 융합의 공간인 셈이다. 이 공간에서 이공계 학생은 인문계 교수와 소통하며 인문학 소양을 쌓을 수도 있고, 진로에 대한 고민도 나누며 지역민과의 소통을 통해 지역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수 있다.또한 대학 구성원들은 지역민과의 소통을 통해 우리 지역의 현안이 무엇이고, 지역사회를 위해 대학이 무엇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나는 이런 소통을 통해 대학 구성원 간 벽을 허물고 전공 간 이해의 폭도 넓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런 소통이 대학 구성원과 지역민, 그리고 지역대학과 지역사회를 이어줌으로써 대학과 지역이 상생 발전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생겨나고,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으며, 그것이 곧 지역과 국가 발전의 에너지로 승화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그런 면에서 전북대 캠퍼스 텃밭에서는 상추, 토마토, 당근과 같은 채소만이 자라는 것이 아니다. 텃밭을 가꾸는 가족들의 행복이 자라고, 우리 지역을 진정으로 아끼고 이해하는 인재가 자라고 있으며, 동시에 대학과 지역을 발전시킬 건강하고 혁신적인 생각들과 우리나라를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드는 희망이 함께 자라고 있다. 사람 냄새 나는 공간, 네 평짜리 전북대 캠퍼스 작은 텃밭이 특별하고 소중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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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3.28 23:02

'될 대로 되라' 아닌 '긍정적 삶의 자세'

1956년 영화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The Man Who Knew Too Much)에서 주인공 여배우 도리스 데이(Doris Day)가 부른 노래 케세라세라(Que sera, sera)는 아카데미 영화 주제가상을 받았습니다. 이 영화가 한국에 들어왔을 때 한 일간 신문의 독자가 그 뜻을 물었고 그에 대한 답변이 될 대로 되라는 다소 염세적인 뉘앙스로 나갔다.스페인어 케세라세라가 들어간 영어 노래가 우리말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될 대로 되라로 잘못 전달되었다. 하지만 원래 뜻에 가깝게 옮겨보면, 무엇이 되어야 할 것은 결국 그렇게 되게 마련이다.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다시 말하면 케세라세라는 자포자기 식의 될 대로 되라가 아니라, 우리 삶에서 때로 원치 않는 일이 생기거나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닥칠 때, 그것을 자기 인생에서 절대자의 계획표 안에 들어있는 그분의 뜻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이라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아직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2월과 3월은 졸업과 입학 시즌이다. 고등학교 총동문회장과 대학의 석좌교수를 맡고 있는 필자는 졸업식이나 입학식 축사를 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학 졸업식 축사는 좀 나은 편이지만 환갑도 훨씬 넘긴 제가 15세 정도의 고등학교 신입생 눈높이에 맞춰 축사를 한다는 것은 여간 고역이 아니다.지난 2월 말에는 총동문회장을 맡고 있는 고등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특강을 하게 되었다. 학생들이 필자의 강의에 흥미를 갖게 하려면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갈까 고민하다가 조금은 진솔하게 제가 살아온 이야기를 풀어 내고 다음에는 케세라세라 노래를 가르치기로 마음먹었다.먼저 전라남도가 아닌 전라북도 고창군 시골 마을 출신인 필자가 어떻게 광주로 고등학교 진학을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인연으로 49년 후배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초청받게 되었는지 에피소드 중심으로 풀어 나갔다.그리고 학생들의 주의가 산만해질 무렵 케세라세라로 이어갔습니다. 노래하기 전에 요즘 젊은이들에겐 생소하지만 우리 세대에게는 귀에 익숙한 노래 케세라세라에 얽힌 사연을 먼저 들려주었다.1922년 출생인 도리스 데이는 애초 발레리나 지망생이었지만 1937년에 발을 다쳐서 더 이상 춤을 출 수 없게 되었다. 절망에 빠진 그녀는 어머니에게 푸념하며 물었다. 이제 발레리나 꿈을 접어야 하는 나는 커서 무엇이 될까? 엄마의 답은 간단했다. 케세라세라. 네가 무엇이 될는지 미래는 알 수 없지만 네가 되어야 할 것은 결국 되게 마련이다. 그러니 낙담하지 말아라.고등학교 신입생들에게 향후 3년 동안 어찌 순탄한 일만 있겠는가? 어려운 일이 닥치더라도 미래에 대한 꿈을 안고 자신만의 주특기를 찾도록 노력하라는 요지로 특강을 했다.도리스 데이가 발레리나로 성장했다면 어떻게 되었을는지는 아무도 모른다.하지만 교통사고로 발을 다쳐서 진로를 바꾼 이후 아카데미 영화 주제가상을 타고 백만 장 이상 레코드가 팔리는 대 스타가 되었다. 중학교 영어 수준이면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 케세라세라의 가사는 이렇다.내가 작은 소녀일 때 어머니한테 물었어요. 아름다워질 수 있을까요? 부자가 될 수 있을까요? 그러자 어머니는 대답했어요. 케세라세라.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이란다. 무엇이 되어야 할 것은 결국 그렇게 되게 마련이란다. 연인에게 물어도 같은 대답을 하고, 엄마가 된 지금은 나도 아들한테 같은 똑같은 대답을 들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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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3.21 23:02

'관광자유이용권'을 아시나요

여러분은 고향의 속살을 보았나요. 우리 고향 전북은 전주 한옥마을, 군산 근대문화유산, 익산 유네스코 지정 백제유적 등 특화된 관광자원이 많고 고창 운곡습지와 청보리밭, 부안 변산반도와 갯벌, 진안 마이산, 정읍 내장산 등 녹색관광 자원이 즐비하다.또 새만금 등 개발 가능한 토지 자원은 물론 판소리, 농악, 음식 등 역사인문 자원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다. 우리 산하 어느 한 곳도 놓치기 아까운 볼거리다. 이 아름답고 풍성한 자원들을 알차고 편리하게 구경하고 느낄 수 없을까. 또 외지의 지인들에게 고향 산천을 더욱 편안히 주유토록 하고 싶은 것은 고향에 대한 자부심이 아닐까 한다.그러나 전북을 찾는 관광객들은 이틀 사흘 머물기보다는 관심 있는 한두 곳을 둘러보고 당일로 이동하는 경유형 관광객이 많다. 2013년 관광객 실태조사를 봐도 도내 두 곳 이상을 방문하는 관광객은 전주를 기점으로 군산, 임실, 남원으로 이동하거나 군산~새만금~부안을 주로 방문하나 이는 고작 19.9%에 지나지 않으며 80.1%는 한 곳만을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토탈관광을 5대 핵심과제로 제시한 민선 6기는 14개 시군에 시군별 1대표 관광지와 1생태 관광지를 선정해 대대적인 정비와 이를 하나로 묶기 위한 관광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 각 시군의 관광자원과 숙박시설, 음식점, 기념품점 등을 효율적으로 연계시키고 하나의 브랜드 상품으로 개발함으로써 관광객 증가는 물론 체류시간을 연장하는 패스라인을 공고히 한다는 것이다.관광패스라인(travel passline)은 지역의 관광자원과 시설을 교통과 금융결재 기능으로 엮어 관광객이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온오프라인 시스템으로 관광객 증가와 분산을 통해 관광객의 만족도를 높이고 머무는 시간을 연장하며 소비를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전북도는 이를 위해 한 장의 카드로 교통과 관광자원, 숙박, 음식, 카페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전북관광자유이용권을 지난해 10월 발매, 전주와 완주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 하고 있다. 카드를 구입하면 두 지역 관광지 10곳을 무료입장할 수 있고 공영주차장 13곳에 2시간씩 무료 주차하며 음식점 등 가맹점 70곳에서 특별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획기적인 발상이다.관광자유이용권은 국내 광역지자체로는 실질적으로 처음 시도되고 있지만 외국에는 활발히 운용되고 있는 사례들이 많다. 일본의 간사이 스루패스는 패스 한 장으로 일본 오사카, 고베, 교토, 나라, 와카야마 등 간사이 전지역의 교통을 이용하고 350곳의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오사카 주유패스는 오사카의 전철과 버스 등 교통수단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교통 패스로 28개 관광시설 무료입장과 13개 시설의 할인 등 혜택이 주어지는데 구매하는 관광객이 한국인이 1위, 대만인이 2위라 하니 시사하는 바가 크다.아직은 생소한 관광자유이용권이 널리 활용되고 정착되기 위해서는 관광객의 형태와 이동 경로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효율적인 패스라인을 만들고 관련 주민과 업체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며 무엇보다 대중교통을 통한 관광객의 원활한 이동이 답보돼야 한다. 그러나 오는 8월 전면 시행에 앞서 더욱 중요한 것은 도민 관심이다. 한곳 더, 하루 더, 한번 더 전북을 더욱 편안히 여행하고 인상 깊은 곳으로 기억할 수 있도록 도민 참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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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3.14 23:02

4차 산업혁명과 전북

지난 1월 23일 끝난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의 화두는 제4차 산업혁명이었다. 증기기관의 1차, 전기와 대량생산의 2차, 전자정보통신의 3차에 이은 4차 혁명의 핵심은 뭘까.한마디로 연결과 융합이다. 인간과 기계가 연결되고 물리적 세계와 사이버 세계가 합쳐지는 세상의 도래다.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은 물론 ICBM에 의한 인공지능(AI)의 개발까지, 삶의 패러다임이 또 한 번 바뀌는 대변혁의 시대가 온다는 얘기다.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Cloud) 빅데이터(Big data) 모바일(Mobile)의 두문자어(頭文字語)인 ICBM을 보면서 격세지감이 든 사람들이 많았을 터다. 필자처럼 미소(美蘇) 냉전기에 태어나고 자란 세대에게 ICBM은 대륙간탄도탄(Inter-Conti nental Ballistic Missile)으로 뇌리에 박혀있다. 19601980년대, 공포의 핵무기 경쟁시대를 상징했던 ICBM 자리에 과학기술의 진보를 상징하는 ICBM이 들어선 셈인데 인류는 그만큼 평화롭고 행복해졌을까.WEF에서도 논의가 분분했던 듯하다. 빌 게이츠는 ICBM에 의해 추동되는 4차 산업혁명이 인간을 더 풍요롭게 만들 것이라고 낙관했지만, WEF 창설자인 클라우스 슈바프은 양극화가 심화돼 중산층이 붕괴되고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과학기술의 발전엔 명암이 뒤따르기 마련이다.4차 산업혁명의 파고 앞에서 설렘과 걱정이 교차하기로는 전북사람들만 할까. 미래의 먹거리로 삼은 탄소산업과 농생명산업은 무탈할 것인가, ICBM과 융합해 부가가치를 최대한 높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기는 한가, 새만금은 또 어떻게 되나, 이왕 늦은 거 후발주자의 이점을 살려서 판을 다시 짜야하는 건 아닌가, 하는 고민들이 많을 것이다.2006년, 환경단체의 반발도 수그러지면서 새만금의 광활한 땅을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지 논의가 일었을 때 당시 건설교통부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나 같으면 골프장을 한 100개 쯤 짓겠다. 사석에서 툭 던진 말이었는데 그 때만 해도 신선했다. 빈 땅만 생기면 농업용지다, 공업용지다, 하며 싸우던 시절에 골프장이라! 하긴 중국 관광객들이 이렇게 몰려올 줄 알았더라면 골프장도 나쁘지 않을 뻔했다.그로부터 10년이 지났다. 그간 농업-비농업 용지의 비율을 3대7로 정했고, 토지개발기본구상과 종합실천계획도 확정했다. 앞으로 더 진전된 새만금 개발안이 나올 것이다. 새만금은 전북사람들에게 종교와도 같은 것이어서 선(線) 하나 허투루 긋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 번쯤은 4차 산업혁명의 큰 흐름 속에서 새만금이나 탄소산업을 다시 보면 어떨까.예컨대 새만금에 자동차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싶다면 미국 포드사의 CEO 마크 필즈가 연초 디트로이트 국제자동차 쇼에서 한 이 말에 주목해야 한다.앞으로 우리는 자동차(cars)를 팔지 않고 이동성(mobility)을 팔 것이다. 바야흐로 우버(Uber)와 무인자동차의 시대, 필즈의 말은 이어진다. 모두들 실리콘밸리가 자동차산업을 집어삼킬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러기 전에 우리가 우리 스스로(자동차산업)를 부숴버릴(바꿀) 것이다 일본 도요타의 경영진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개인용 로봇 부문이 결국 본업인 자동차 부문을 추월하게 될 것 이라고 예견했다. 어떤 산업, 어떤 땅인들 이런 흐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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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3.07 23:02

대학생활, 나만의 스토리를 위하여

바야흐로 입학 시즌이다. 대학 캠퍼스는 이미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다, 환영회다 해서 이미 새 학기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그러나 시선을 돌려 현실을 직시해보면 대학생들의 미래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입학하자마자 취업준비 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 현실, 4년간 어학성적과 같은 스펙을 쌓고 최소한 몇 개의 자격증을 따야만 하는 현실이 그렇다.그렇다고 스펙이 모든 걸 해결해주는 것도 아니다. 아무리 스펙이 좋아도 자기만의 스토리가 없다면 기업이나 사회에서 주목받기 힘들다. 시키는 일만 잘해내는 모범생 그 이상을 넘어 스스로 일을 찾아 능동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소통하고 협력하는 모험생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인생에서 중요하지 않은 때가 없지만, 대학시절은 삶의 방향이 결정되는 시기다. 이 시절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평생이 좌우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신입생들에게는 지금 이 순간이 인생의 첫 단추이자 대학생활의 첫 단추를 꿰어야 하는 시점이기에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그렇다면 남들과 차별화된 대학생활,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청운의 꿈을 안고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프레시맨들에게 인생의 선배로서 몇 가지 제안하고 싶다.먼저, 지금 이 순간 인생의 목표, 즉 꿈을 명확히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 꿈은 인생의 설계도다. 좋은 설계도 없이 훌륭한 집을 지을 수 없듯이 꿈이라는 설계도야말로 인생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둘째,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 혹독한 추위를 이겨낸 나무가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민주화의 선구자인 고 만델라 대통령의 말처럼 우리 삶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결코 넘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것임을 기억하자.셋째, 겸손을 생활화하기 바란다. 나만 잘났다는 독불장군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치열한 경쟁사회일수록 자신을 낮추고 어려운 이웃을 생각할 때 진정한 자신의 가치가 빛날 수 있다. 궁신접수(躬身接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화려한 찻잔이라도 주전자 아래 두어야 만이 비로소 따뜻한 차 한 잔을 담을 수 있다는 뜻으로, 항상 낮은 자세로 겸손과 겸양을 실천할 때 자신의 가치가 더 높아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여럿이 함께하는 삶을 배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거대한 나무라도 한 그루의 나무가 숲을 이룰 수는 없다. 서로 다른 크고 작은 수많은 나무들이 더불어 살아갈 때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아름다운 숲이 이루어지듯 인간 사회도 다름을 인정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공동체가 가능해질 것이다. 대학생활은 고등학교까지와는 전혀 다른 생활이 될 것이다.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설계하고, 개척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하며, 그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 이는 이미 무한경쟁 사회로 발을 들여놓았다는 의미다. 무한 경쟁사회에서의 생존법칙은 경쟁력으로 귀결된다. 경쟁력은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통해 쌓을 수 있다.인간이 하는 여행 중 가장 먼 여행은 머리부터 가슴까지의 여행이라는 말이 있다. 무언가를 생각하기는 쉽지만 생각한 것을 가슴으로, 열정으로 실현하기란 쉽지 않다는 뜻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먼 여행은 가슴에서 발끝까지의 여행이라고 한다. 발은 현장이고, 실천이고, 도전이다. 원대한 목표를 향해 뜨거운 열정을 갖고 항상 실천하고 도전하기 바란다. 그러면 남에겐 없는 나만의 감동적인 스토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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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2.29 23:02

한국여성교육의 뿌리 '볼드윈의 꿈, 스크랜턴의 씨앗'

1883년 9월 미국 오하이오주 라벤나라고 하는 작은 도시에서 미감리교회 해외여선교회 지방회가 열렸습니다. 그 당시 아시아 선교의 주된 관심은 일본과 인도에 있었고 한국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없었습니다.그런데 볼드윈(Lucinda Baldwin)이란 한 나이 지긋한 부인이 거기에 참석한 회원들에게 미지의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볼드윈 여사는 언젠가 한국이 문을 열게 될 때 사용되기를 바란다는 소원을 말하면서 당시로서는 매우 큰 돈인 88달러를 헌금했습니다.볼드윈 여사는 어떻게 해서 한국을 알게 되었을까요? 일본에 살았던 미국인 윌리엄 그리피스는 귀국 후 1882년 은둔의 나라, 한국(Corea, the Hermit Nation)이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볼드윈 여사는 이방 여성의 친구라는 해외여선교지에 실린 한국에 관한 글을 읽고 여성들이 이름도 없고, 한 인격체로서 인정받지도 못하는 그 땅,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미감리교회 해외여선교회는 볼드윈 여사의 뜻에 따라 1885년 2월, 당시 53세의 스크랜턴 여사(1832-1909)를 한국에 선교사로 파송하게 됩니다. 스크랜턴 여사는 한국 여성의 현실을 보고 여성을 교육하면 이 나라를 잘 살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여성 교육을 마음에 두게 됩니다. 한국여성을 보다 나은 한국여성으로 만드는 일에 교육목표를 두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상황에서 여학생 모집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1886년 5월 맞이한 첫 학생은 정부 관리의 첩인 김씨 부인이었습니다. 두 번째 학생은 딸을 한국 땅 밖으로 데려가지 않겠다는 약정서를 써준 후에야 교육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서대문 밖 성벽에 버려진 한 여인을 치료해 주고 그녀의 딸을 세 번째 학생으로 삼았습니다. 오늘날 명문학교가 된 이화학당의 대장정은 이처럼 가난하고 소외받는 사람들로부터 시작되었던 것입니다.이름조차 제대로 없던 한국 여성의 교육을 위해 써달라고 특정헌금을 한 볼드윈 여사의 뜻을 꿈이라고 한다면, 파송된 스크랜턴 선교사는 여성 교육의 불모지인 한국 땅에 여성 교육의 첫 씨앗을 뿌린 셈입니다.다행스럽게도 이 씨앗이 튼실하게 자라 오늘날 이화여자고등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가 되었습니다. 10년째 스크랜턴 선교사를 파송한 미감리교회 해외여선교회 대한유지재단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필자는 이를 볼드윈의 꿈, 스크랜턴의 씨앗 이라고 명명합니다.요즘 모두가 다 나라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어느 식당에 가든 대화를 살짝 들어보면 자기 걱정보다 나라 걱정하는 분이 많습니다.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자기가 뭘 해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겠다는 이야기는 거의 안 들립니다. 하나같이 나라가 어려운 원인을 남에게서 찾고 해결도 남이 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대통령이 잘못해서 그렇고, 도지사나 국회의원이 잘못해서 그렇고, 지도층이 잘못해서 그렇다고 진단합니다. 그러니 다들 걱정은 하는데 문제가 해결될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습니다.외람되지만 필자는 오늘 전북일보 독자들께 조심스럽게 제안합니다. 오늘 이 순간부터 이 나라 번영이라는 꿈의 실현에 동참하는 씨앗을 뿌리는 심정으로 나부터, 나만이라도, 작은 것이라도,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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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2.2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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