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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중 아시아를 생각한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아시아를 다시 생각한다. 베이징에서 만났던 리셴팅 선생의 미소. 그는 중국 현대미술의 상징적 존재이지만 수 년 간에 걸친 만남과 친교로 두 말 없이 국제 세미나 참석 요청을 수락했다. 우리가 말하려는 것은 과거의 아시아가 아니라 현대의 아시아이고 지금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하여 무엇이든 기탄없이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나는 주장했다. 우리는 작가로서, 기획자 또는 평론가로서 정부 관료나 기업체 간부와 다르게 개인으로서 예술가로서 무엇이든 말하고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아시아현대미술전과 국제세미나를 하는 이유이다…라고. 모두들 이러한 제의에 동의 했고 그 중요성을 공감했다. 쳉두에서 만난 중국 현대미술 1세대의 중요 작가 조우춘야는 녹색 개를 그려서 사회적 폭력성을 고발하기도 했지만 복숭아 꽃이 만발한 과원 아래 남녀의 열정적 사랑을 주제로 그림을 그렸다. 그는 나의 방문을 환영하고 블루 루프 미술관 작가들을 소개했고 작가 및 전시 교류를 주선해줬다. 홍콩에서 만난 콕망호는 공항에서부터 환영의 의미로 특유의 개구리 안경, 개구리 서예 등을 몸에 걸치게 하고 사진을 찍었다. 그는 개구리 왕이라는 의미의 프로그 킹으로 불린다. 1992년 뉴욕의 거리에서 만났던 그는 즉흥적으로 나의 백 팩에 야쿠르트 빈 병을 매달고 사인을 하는 등 즉흥적인 일들을 좋아 했다. 그는 즐겨 ‘인생이 예술이고, 예술은 곧 인생이다.’라는 말을 쓴다. 반면 방콕에서 발견한 바산이라는 화가는 병원에 입원한 상태로 자신의 스튜디오를 공개했는데 현직 총리의 쿠데타 권력을 야유하는 그림이 있었다. 나는 이렇게 다른 예술적 모순을 모두 수용하고 싶다. 그것이 소통의 단초이고 원칙이다. 이로부터 아시아의 모든 문제가 전북에서 노출되고 평가되며 가치를 생산하게 될 것이다. 타이베이 관두미술관장을 만났을 때 나는 레지던시 작가 교류를 제안했다. 그는 일단 한명의 작가를 받아 들이겠다고 말했다. 전북도립미술관이 창작 공간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에 그는 향후 5년 간 작가 교류를 위한 협정을 맺자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문서로 협약을 맺었다. 이제 작가 한 명을 올해 안에 타이베이로 보낸다. 내년에 창작 공간이 만들어지면 같은 조건으로 타이베이 작가를 한명 받아 들인다. 그 수는 점점 증가할 것이다. 타이베이 레지던시 빌리지 우다큰 관장과도 같은 협의를 했다. 대화 중 기분이 좋아진 그는 내년 초 3달간 공간을 제공해주겠다고 말했다. 그 뜻은 3달 동안 전북 작가 1~2명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의 현대미술을 전북으로 불러 들이고 전북의 작가를 아시아로 보내자는 의지로 시작된 아시아현대미술전 개막이 올해 9월로 다가오고 있다. 아시아는 빠르게 역동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홍콩은 아트 바젤이 들어선 이후 이미 세계 제일의 아트 마켓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금 아시아를 화두로 중심적 역할을 하지 않으면 향후 20~30년 간 전북의 미술은 설 자리가 없다. 적극적으로 소통의 길을 열 때 전북의 미술은 아시아에서 의미 있는 존재로 바뀌게 될 것이며 이는 전북 문화의 중요한 출구로서 작용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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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4.13 23:02

이순신 장군의 사생활 엿보기

오는 4월 28일은 ‘충무공 이순신 탄신일’이다. 충무공은 지금으로부터 470년 전인 1545년 음력 3월 8일 새벽 1시 서울 건천동에서 출생했다. 충무공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난중일기이다. 난중일기는 7년 동안의 임진왜란을 꼼꼼히 기록하였는데, 모두 7책 205장으로 된 그 양이 제법 방대한 일기이다. 본래 충무공의 일기는 그 이름이 없었으나 정조 때 ‘이충무공전서’를 편찬하면서 당시의 편찬자가 편의상 ‘난중일기’란 이름을 붙인 것이다.난중일기를 읽어보면 충무공의 충(忠)과 효(孝)가 얼마나 높고 깊은지를 잘 알 수 있다. 난리 통에도 고향 아산에 있는 어머니의 안부를 애타게 기다리고 수시로 사람을 보내어 안녕을 확인하고 안도하는 대목이 숱하게 나온다. 그런데 하필이면 충무공이 백의종군하던 시절인 1597년 4월 어머니가 82세의 나이로 숨을 거두자 충무공의 슬픔은 극에 달한다. “종 순화(順化)가 배에서 와서 어머님의 부고를 전한다. 뛰쳐나가 뛰며 슬퍼하니 하늘의 해조차 캄캄하다… 가슴이 미어지는 슬픔이야 이루 다 어찌 적으랴…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나는 맥이 다 빠진데다가 남쪽 길이 또한 급박하니, 부르짖으며 울었다. 다만 어서 죽기를 기다릴 따름이다.” 이처럼 어머니에 대한 효심은 지극한 반면에 부인을 걱정하는 대목은 겨우 두세 번에 불과할 정도로 부인에 대해서는 매우 무심한 편이었는데, 그 이유를 알 길이 없다. 전쟁준비와 공무에 관한 대목은 제쳐놓고 난중일기에 나오는 충무공의 사생활을 잠깐 엿보기로 하자. 많은 영웅호걸들이 그랬듯이 충무공 역시 술을 좋아했다. 술을 자주, 그리고 많이 마셨는데, 때로는 공무시간과 관계없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술을 마셨다. 동료를 송별하거나 특별한 날에는 아침부터 종일 술을 마시기도 하였다. “아침 광주 목사가 와서 식사를 같이 하는데, 먼저 술이 시작되어 밥을 먹지 않은 채 취해버렸다. 광주 목사의 별실에 들어가 종일 술에 취했다.”(1596년 9월 19일). 공은 꿈을 자주 꾸었는데, 꿈을 꾸고 나면 반드시 스스로 해몽을 하고, 점괘를 뽑아 길흉을 점치곤 하였다. 이 또한 전쟁 중의 스트레스 때문이 아니었겠는가? 충무공은 취미가 다양하였는데, 거의 매일 활을 쏘았으며, 가끔 거문고와 가야금을 타기도 하였다. 바둑과 장기도 두었는데, 본인이 두기 보다는 사람들을 불러 두게 하고 훈수하거나 구경하는 것을 더 즐기는 편이었다. 그런데 불행히도 충무공은 적어도 네 가지 병을 달고 살았다. 가장 심한 병은 위장병이었다. 수시로 토사곽란을 일으키고, 자주 신음을 내면서 몸이 아파 공무를 보지 못한 적이 잦았다. “이날 밤 속이 답답하여 자지 못하고 밤중까지 앉았다 누웠다 하다가 밤이 깊어서야 잠들었다”(1596년, 7월 24일). 또한 불면증에 시달렸으며, 다한증(多汗症)으로 심하게 고생하였다. 잠자리에 땀을 너무 많이 흘려 자다가 젖은 옷을 갈아입는 경우가 허다하였는데, 때로는 이불을 모두 적실 정도로 거의 매일 같이 자면서 땀을 흘린 것을 낱낱이 기록하였다. 그리고 지금으로 말하면 지루성 피부염인 머리 가려움증으로도 고생하였는데, 심할 경우는 여종을 시켜 긁도록 하였다는 기록이 자주 나온다. 충무공은 건강도 좋지 않았고, 막내아들이 전쟁에서 순직하는 등 개인적으로는 참으로 불행하였다고 본다. 그럼에도 개인적 역경을 이겨내고 나라를 구한 충무공의 나라 사랑과 공직자로서의 절제와 책임감에 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그러나 오늘도 빠지지 않고 언론에 등장하는 정치인과 공직자들의 일탈과 무책임, 무능력에는 그저 한숨만 터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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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4.06 23:02

지금, 여행 트렌드는 생태관광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재미있는 일이라도 배가 불러야 흥이 난다는 말로 배가 고파서는 아무 일도 도모할 수 없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 속담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면, 우리 선조들은 배를 채운 후에 할 수 있는 가장 재미난 일로 명승지로 대변되는 금강산의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서 풍류를 즐기는 일을 꼽았다는 것이다. 옛사람들에게 넉넉하지 못한 살림살이와 식량기근으로 ‘삼시세끼’ 끼니를 잇는 것이 가장 큰 걱정거리였다면, 여유로운 생활과 풍족한 먹거리가 있는 요즘 사람들에게 새로운 고민거리는 무엇일까?바로 ‘금강산 구경’에 비유되는 ‘관광(여행)’즉, 여가 활용이 아닐까?최근 발표된 2013년 국민여행실태조사 결과(2014년 한국관광문화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만15세 이상의 국민 중 약 86.5%가 국내 여행을 해본 경험이 있으며, 약 46.85%가 여행의 목적을 여가·휴가로 꼽고 있다.이 조사에서 알 수 있듯 요즘 사람들에게 관광(여행)은 단순히 여가생활 영위의 수단만이 아니라 삶의 질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관광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국민소득의 증대와 주5일 근무제 정착으로 기존의 눈으로 보는 관람형 관광에서 레저, 문화, 자연생태체험을 아우르는 체험형 관광으로 변하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 관광의 화두는 단연 ‘생태관광’이다. 국제생태관광협회의 정의에 따르면 ‘생태관광이란 잘 보전된 자연지역에서 여행지의 자연과 문화를 체험하되, 주민의 복지를 증진(편익분배) 시키고, 환경보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책임있게 행동하는 여행’을 말한다. 즉, 지역사회 측면에서는 자연자원의 보전과 지역경제 발전을 동시에 이룰 수 있고, 지역의 리더를 주축으로 지역주민의 참여와 이해를 이끌어낼 수 있으며, 수요자 측면에서는 지역사회에 편익을 제공하고, 자연환경 보전에 일익을 담당하는 교육적 효과가 있어 지역사회와 수요자 모두 상생할 수 있는 형태의 관광이라 할 수 있다. 생태관광지로 이름난 순천만, 관매도 명품마을, 제주도 선흘리 등을 보더라도 각각 추구하는 생태관광의 모습은 달라도 환경보전과 지역의 발전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조화롭게 달성해가고 있다. 얼마 전 우리지역에서도 즐거운 소식이 하나 있었다. 작년 12월 고창 운곡습지와 고인돌공원 일원이 국가 지정 생태관광지로 공표된 것이다.생태관광의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역공동체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데, 고창 생태관광지역은 운곡습지 주변의 마을 주민들이 사랑과 애정을 통해 환경을 보존하고 있고, 자발적 봉사와 기부 참여로 공동체 문화를 형성해 가고 있다. 생태적으로 바람직한 지역 만들기, 이는 깨끗한 자연환경을 지키고 가꾸는 것에서 나아가 지역 주민 스스로 역할과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침체된 지역의 분위기를 탈바꿈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관광이 즐겁고, 지역이 풍요롭고, 환경이 살아 숨 쉬는 지속가능한 관광. 이것이 바로 생태관광이기 때문이다.이제 우리지역도 생태관광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서 지역의 모든 역량을 결집하고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새만금지방환경청에서는 국가지정 생태관광지를 중점 육성을 지원하고, 도내 다른 지역에도 성공사례를 확산시키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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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3.30 23:02

'김영란법' 시행, 그 이후

하루 벌어 하루 먹어야 하는 가장 노릇을 하다 보니 병든 부모님 약값조차 대기 어려운 ‘김영란’이라는 청년이 있었다. 어느 날 키다리 아저씨가 이 청년 앞에 나타나서 매달 100만원씩 후원해줄 테니 일용 노동일을 조금 줄이고 공부를 해서 공무원 시험을 쳐보라고 권유했다. 2016년 10월 청년이 9급 공무원시험에 합격해 임용된 뒤, 첫 월급을 타기 전에 키다리 아저씨는 또 100만원을 보내줬고, 그 돈은 부모님 약값으로 쓰였다.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인 일명 ‘김영란법’이 이달 초 국회를 통과했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관련 법률을 처음 제안한 지 4년, 정부 법안이 국회로 넘어간 지 17개월 만의 일이다.이번 법안은 그동안 제정된 관련 법 가운데 가장 강력한 수준의 부패방지법이다. 현행법이 공직자의 금품 수수 혐의에 대해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을 모두 입증해야만 처벌할 수 있었다면, 새 법안은 특정인에게 한 번에 100만원, 연간 300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은 공직자는 그 명목이 무엇이든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을 따지지 않고 바로 형사 처벌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동거 여부를 불문하고 직계혈족이나 형제자매에 대해 신고의무를 부과한 것도 과거에 없던 규정이다.일각에서는 국회의원과 같은 선출직 공직자들이 적용대상에서 제외된 점 등 몇 가지 논거를 들어 ‘부패방지’라는 애초의 법 취지를 퇴색시켰다고 비판하지만, 반대로 사립학교 교원이나 언론인을 적용대상에 포함하고 있고, 공직자가 배우자의 금품 수수사실을 신고하도록 한 조항 등이 위헌 요소를 갖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어느 편에 서있는 비판이건 간에 매우 지엽적인 부분을 가지고 논란을 주고받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법철학적으로 가장 기본이 되는 중요한 핵심적 문제를 아무도 지적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 동안 잊고 있었던 법조인의 입장에서, 또한 한때 입법부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한 마디 거들지 않을 수가 없다. 사람이 지켜야 할 형사규범 중에는 ‘법’이라는 규범도 있지만 ‘도덕’이라는 규범도 있다. 법규범이란 도덕규범을 위반하는 행위 중에서 위반 시에 국가권력으로 반드시 처벌할 필요가 있는 중대한 규범위반 행위만 골라서 정해놓은 것이다. 그래서 법학 교과서에는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고 가르친다. 더 쉬운 말로 다시 표현한다면,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행위가 아니라면 법으로도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같다.이제 막 공무원이 되어 100만원을 받은 ‘김영란’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악법도 법이니 청년 ‘김영란’에 대해서 ‘김영란법’을 적용해서 처벌하고 파면시킬 것인가? 아마도 선뜻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일반인의 도덕 감정이 그것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청년 ‘김영란’은 이미 발효된 ‘김영란법’에 따라서 ‘도덕적으로는 비난하기 어렵지만 실정법을 어긴 죄’로 형사 처분되고 파면될 것이다.이런 실정법을 ‘위헌인 법률’이라고 한다. 위헌인 법률은 결국 법도 아니다. 이대로 법이 시행된다면 누군가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교왕과직(矯枉過直)이라 했다. 잘못을 바로잡으려다 지나쳐 오히려 일을 그르친다는 말이다. 명분만큼 중요한 것이 원칙이다. ‘김영란법’ 때문에 ‘법의 정신’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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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3.23 23:02

다 줄터이니 다 가져라!

개인전으로 파리를 다녀온 제자가 선물로 주머니칼을 사 왔다. 낯선 그 물건에 대해 이유를 물었더니, 개혁에 대한 마음을 잊지 말라는 뜻으로 몇 개 사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고 한다. 그 칼은 곧 사무실 서랍에 들어갔지만 이따금 꺼내어 날카로운 칼날을 만지작거릴 때가 있다. 개혁은 깨어 있을 때 가능한 것이고, 기존의 틀을 부수는 것이며, 이권과 관련된 각종의 고리를 끊을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일은 어찌할 수 없는 끈으로 얽매어 있다. 단칼에 자르기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이유와 끈끈한 관계망…. 하긴 잘라낸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기에 잘라낼 부분과 살려낼 부분을 구분하여 잘해야 한다. 배가 고파본 사람은 음식의 가치를 알고 삶의 허무함을 느끼는 사람은 예술의 가치를 느낀다. 죽을 때 순간적으로 일생을 회고하게 된다는데 수십 년 일생이 눈 한번 깜박이는 순간이라고들 하지 않나. 찰나에 오고 가는 것임을 안다면 좀 허무를 느끼게 된다고나 할까? 나이가 들면 시간이 느리게 간다고들 한다. 두뇌가 느슨해진 탓도 있고, 욕심도 더 부릴 수 없어서이기도 할 것이다. 먹고 싶은 것도 없고 갖고 싶은 것도 없다면 무슨 재미로 살 것인가? 인생은 욕망의 뚜껑을 열면서부터 시작이다. 저마다 가슴 속에 있는 욕망이라는 저돌적이고 무지하며 일방적인 짐승을 타보지 못한 사람은 제대로 살아봤다고 할 수 없다. 또 욕망이라는 짐승에 끌려다니다가 진흙탕에 처박힌 자신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는 사람은 아직 자신의 초상을 제대로 봤다고 할 수 없다. 두려우면서도 뚜껑을 열지 않을 수 없는 것이 그것이다. 그것이 생의 무모함, 덧 없슴, 찰나적 쾌락, 소유의 갈등이다. 마음대로 껍데기를 벗어 던질 수 있다면 얼마나 홀가분하겠는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욕망이 가치를 창출한다. 남들보다 더 좋은 것을 갖고 싶은 욕구가 소비를 자극한다. 남들보다 더 많이, 더 훌륭한 것을 갖고 과시하고 싶은 욕구가 물신이다. 시시각각 광고는 물질적 욕구를 자극한다. 인생은 지루하기 때문에 새로운 상품으로 상쾌하게 소비하고 즐겨라! 즐길 수만 있다면 얼마를 소비해도 좋으니 즐겨라! 이와 반대도 있다. 욕구를 비우고, 절제하고, 욕망이라는 이름의 짐승을 멀리하고 수도사처럼 사는 것. 그러나 일반인이 수도사처럼 사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 질투도 안하고 비교도 하지 않는 청정심을 지키기가 또 얼마나 어려운가? 그렇다고 짐승처럼 살다가 수도사처럼 살기도 하는 이중생활은 더더욱 힘들다. 그리고 목숨이 붙어있는 한 사람은 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다 줄 터이니 다 가져라. 나는 언제부터인가 혼잣말처럼 이 말을 즐겨 되뇌인다. 다 줄 터이니 더 귀찮게 하지 말고 다 가져가고 너의 주린 배를 채우고 멋지게 살아봐라. 기왕 죽을 바엔 호랑이 등에 타기로 했다. 다 줄 터이니 실컷 달려나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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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3.16 23:02

전북 지역언론의 슬픈 현실

“전북 지역 언론은 다 죽었다.” “기자다운 기자가 없다.”얼마 전 지역인사 몇 사람과의 식사 도중에 나온 말들이다. 글로 다 옮기기 어려운 험한 말들이 마구 쏟아졌다. 대화가 깊어갈수록 우리 지역 언론에 대한 이들의 불만과 불신은 구체적이고 신랄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내세운 사례는 도민은행인 전북은행의 차별인사에 대한 지역언론의 태도였다. 지난해 전북은행이 광주은행을 인수하면서 오랫동안 아래 동네에 피해의식을 가졌던 도민들에게 모처럼 만에 자긍심을 심어주었다. 그러나 전북은행장과 감사, 그리고 2명의 부행장 중 1명이 외지 인물들로 채워지는 바람에 1969년 설립 이래 최초의 전북은행 출신 은행장 탄생을 잔뜩 기대했던 전북은행 직원들과 도민들에게 큰 실망을 주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에 은행 측은 전북은행 임원이 광주은행 부행장으로 입성한 것을 크게 부각시켰지만 실상은 이 인물 역시 정통 전북은행 출신이 아니라 몇 년 전 외부에서 영입된 인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광주은행을 인수하였지만 계열사는 물론이고 당은행에서 조차 전북은행 출신들이 철저히 찬밥이 되는 바람에 전북은행 직원들은 큰 불만과 함께 사기가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응당 지적하고 비판해야 될 도내 언론들이 일제히 꿀 먹은 벙어리 마냥 입을 다문 것이 매우 실망스럽고 괘씸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도내 언론들이 눈을 감아버린 것은 광고비와 행사 협찬비를 고리로 한 은행 측과 언론사 간의 이해관계, 그리고 은행 측과 출입기자단의 긴밀한 유착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오비이락인지는 모르겠지만 실제로 전북 민언련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중순 경 전북은행 출입기자 13명이 연수를 핑계로 3박 4일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으며, 예년과 마찬가지로 올해에도 해외연수 계획까지 잡혀있다고 한다. 전북 민언련의 도내 언론의 전북은행 보도 분석에 따르면 대부분 기사가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낀 홍보성 기사이고, 비판기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게 이해 가는 대목이다. 사실 전북은행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우리 전북지역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무려 13개나 되는 일간신문의 난립으로 인해 지역신문들이 재정적으로 열악하기 때문이다. 독자 구독료에는 아예 신경을 쓰지 않은 채 오직 관공서와 기업들로부터 광고비, 협찬비 등을 뜯어내지 않으면 존립 자체가 어려운 일부 영세 신문사들에 감시와 비판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들 영세 신문사들이 시장의 물을 흐려놓는 바람에 전북일보와 같은 건전한 신문은 물론이고 지역방송사들마저 진흙탕 싸움판으로 내몰리고 있다. 우리 지역신문시장이 이 지경까지 이른 데에는 자치단체장들의 책임이 크다. 일부 지역신문들에 대한 주민들의 분노가 천장을 찌르고 있는 이 시점에서 각 자치단체들은 지역신문의 선택과 집중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 일정 자격조건을 갖춘 건전한 신문만을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나머지 신문에 대해서는 지원은 물론이고 신문구독 마저 끊어 시장에서 도태시켜야 한다. 그런데도 자치단체장들이 말을 듣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전북 민언련과 같은 시민단체와 주민들이 나서서 자치단체장들에게 선택과 집중 정책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이의 실천을 감시하여 선거에서 표로 심판할 수밖에 없다. 일찍이 플라톤은 국민이 정치를 외면하면 가장 저질스런 정치인들에게 지배당하게 되는 벌을 받는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지금 같이 우리 도민들이 질 낮은 언론으로부터 피해 보고 있는 것은 그동안 지역 언론을 외면한 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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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3.09 23:02

지속가능한 개발과 환경영향평가

전북지역은 지리산국립공원을 비롯한 4개의 국립공원이 소재하고 국가보호 습지 등 우수한 환경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생태환경의 보고인 반면 산업경제 기반은 타 지역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미약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따라서 환경을 잘 보존하면서 빠른 시일 안에 산업기반시설을 확충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환경영향평가제도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큰 행정계획이나 개발 사업을 시행함에 있어 미리 환경에 대한 영향을 검토하고 저감방안을 마련하여 친환경적으로 개발 사업을 추진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다.1984년도에 제도가 시행되었고 1993년도에는 환경영향평가법이 단일법으로 제정되어 시행될 정도로 환경보전 차원에서 비중이 큰 업무라고 할 수 있다.환경은 한번 훼손되면 다시는 복원할 수 없거나 회복하는데 많은 비용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때문에 사전예방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이를 위한 가장 훌륭한 도구가 환경영향평가 제도가 아닐까 한다.개발사업과 관련하여 환경영향평가가 중요한 사례를 우리 주위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간단한 예를 들면 익산산업단지 인근지역은 상가, 아파트가 밀집되어 있고 계속 개발이 확산되고 있으나 공장에서 나오는 악취 등으로 인해 주민들이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이에 따라 주민들은 행정기관에 지속적으로 악취저감 대책을 촉구하는 민원을 제기하고 있으나 근원적인 대책 마련이 어려운 상태이고 입주기업은 나름대로 나중에 들어선 아파트 등에서 제기하는 민원으로 생산 활동에 차질을 빚게 되어 억울함을 호소한다. 이러한 문제는 산업단지의 입지나 도시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환경문제를 사전에 면밀하게 검토하여 저감대책을 강구했다면 겪지 않아도 될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현실적으로 환경영향평가 제도도 많은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환경영향평가는 미래의 불확실한 상황을 예측하여 저감방안을 찾는 것인 만큼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 할 수 없다. 또 조사 시기의 불일치, 조사 횟수 부족 등으로 인하여 나중에 중요한 생물자원이 발견되는 사례도 있다.또한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신뢰성에 대한 논란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 제도가 개발과 보전의 조화를 추구하는 만큼 사안에 따라 개발 또는 보전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리게 된다. 이 경우 환경단체 등에서는 환경영향평가를 개발의 면죄부라고 질책하고 원안대로 개발을 추진하지 못하는 사업자는 과도한 규제이고 불필요한 비용의 낭비라고 비판한다. 환경부 차원에서도 이 문제에 대하여 고민하고 개선방안을 찾고 있지만 업무의 특성상 일정 부분은 계속 안고 가야 할 문제로 보인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영향평가는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한다. 환경영향평가 제도는 사전예방 측면에서 개발과 보전을 조화시킬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제도라는 점은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환경영향평가는 단순히 개발사업의 입지가 적합한지 아닌지 만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개발로 인한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하고 자연친화적인 개발을 유도한다. 또한 이 제도가 있음으로 인하여 개발사업자들이 환경을 고려한 계획을 수립하도록 유도하여 국토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능하게 한다.새만금지방환경청은 이 제도를 더욱 발전시켜 지역의 환경보전은 물론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본 제도가 더욱 발전될 수 있도록 도민의 관심과 협조를 당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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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3.02 23:02

옛 풍속에서 구하는 행복한 상념

민족의 큰 명절 설이 지났다. 얼마 후면 다시 정월대보름이다. 풍요롭게 차오른 둥근 달처럼 설을 맞는 세간의 풍경은 언제나 들뜬 설레임으로 가득하다. 1년에 한 차례, 설 명절이 가져다주는 반가운 선물이다. 어느 지역, 어느 나라에서건 한 해의 시작을 의미 있게 여기지 않는 경우가 없지만, 그중에서도 우리네 설은 그 풍속에 깃든 의미와 재미가 더욱 각별하다.설은 절기상으로 정월 초하루를 일컫지만, 선조들의 실생활에선 새해 전날부터 대보름까지를 아울렀다. 섣달그믐, 가족과 친지들이 한 자리에 모여 ‘묵은세배’를 나누던 풍습이 대표적인 예다. 설날 아침이면, 색동옷 설빔을 차려 입고 마을 어른들을 찾아 인사드리며 허리춤 깊숙이 복주머니를 채우던 기억도 새롭다. 두어 고개 넘어야 가닿을 먼 곳 친지들 안방까지 기웃거리다 보면 정월 보름까지 세배 다니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 요즘에야 지폐로 세뱃돈을 주고받지만, 그때만 해도 동전 몇 개 쥐어주시던 어른들이 많았다. 그마저 여의치 않은 이들은 아이들 고사리 손을 보듬으며 허허로운 웃음으로 텅 빈 호주머니를 대신하는 경우도 흔했다.새해 첫날이 집안 식구들 간의 작은 잔치였다면, 정월대보름은 마을주민 모두가 함께 어우러지는 한바탕 축제였다. 풍물패가 동네를 돌며 지신밟기를 하는 동안, 마당에 둘러앉은 어른들은 가마니 위에 윷을 던져 놀았다. 늦겨울 얼음 인 논밭 위에선 아이들이 팽이를 돌리고, 밤나무 아래에선 꽃다운 처녀들이 널을 뛰며 동네 청년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휘영청 보름달 밝은 밤이면 뒷동산에 올라 달집을 태우고 쥐불놀이를 하며 달맞이 소원을 빌었다. 모두가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풍습들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전래의 풍경도 어느새 박제화 되고 잊혀진 추억이 되고 있다. 명절 연휴, 흩어져 살던 가족과 친지들이 모처럼 한 자리에 둘러앉지만, 차례상을 물리면 이내 데면데면해진 얼굴들이 된다. 세뱃돈을 거둔 아이들은 다시 손에 쥔 스마트폰에 고개를 묻는다. 해외로 향하는 공항 국제선 인파는 이즈음이 가장 붐빈다는 소식도 들린다. 핵가족화를 넘어선 탈(脫)가족 시대가 자아내는 풍경이다. 지난 설에도 많은 이들과 새해 인사를 주고받았다. 달라진 풍속만큼이나 마음을 전하는 수단도 많이 변모했다. 세배와 연하장을 대신한 자리에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이메일과 SNS가 들어앉았다. 쉽고 빠르게, 더 많은 이웃들에게 안부를 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와 같은 편리가 진정 우리의 마음마저 풍요롭게 해준 것일까? 빛과 같이 오고간 문자들 속에 과연 얼마만큼의 진심이 담겨져 있을까? 소통을 돕는 문명의 이기가 오히려 사람과 사람 사이 마음의 거리를 더욱 멀어지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그 공허한 심사마저 감추기가 어렵다. 잃어버린 우리의 지난 풍속을 새삼 되새기는 것은 빛바랜 추억에 대한 아쉬움 때문만은 아니다. 그 풍요로운 풍속의 속살에 깊이 배어 있는 선조들의 얼과 정이 그리워서다. 번거롭고 더딘 일이지만, 한 자 한 자 꾹꾹 펜으로 눌러쓴 종이 연하장이 더 반갑다. 객쩍어 보여도 얼굴 마주하며 나누는 인사가 더 정감 있고 살갑다. 정월 초하루를 보내며 다시 한 번 가슴에 담게 되는 상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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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2.23 23:02

정치인의 말

이완구 총리 내정자가 기자들과의 식사 중에 뱉은 거침없는 상식 이하의 말 때문에 큰 곤욕을 치렀다. 그렇지 않아도 비리 백화점으로 지탄받던 터에 식사 중 발언내용이 알려지면서 총리 부적격 판단을 받고 말았다. 이렇게 사적인 자리에서는 거친 말을 쏟아내도 공적 발언에서는 매우 신중한 것이 정치인들이다. 어떨 때는 신중하다 못해 너무 에두르고 두루뭉술하게 말하기 때문에 도대체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가늠할 수가 없다. 사후에 책임질 말을 아끼다 보니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정치인의 말이 과연 그 일을 하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무슨 숨은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그게 바로 정치 언어이고, 정치인 화술의 문법이다. 정치인 화술 문법의 제1조는 “말은 화려하게 하되 나중에 책임질 말을 삼가라”이다. 대표적인 게 정치인들의 사과발언이다. 우리같은 일반인들은 ‘잘못했다’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을 쉽게 한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잘못했다, 죄송하다는 말은 안하고 ‘유감이다’는 지극히 정치적인 말로 끝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유감이라는 말도 부담스러워 일왕 아키히토는 1990년 5월 일본을 방문한 노태우 당시 대통령에게 한일 과거사에 대해 사과의 뜻으로 “통석(痛惜)의 염(念)을 금할 수 없다”고 하였다. ‘통석의 염’이란 ‘애석하고 안타깝다’는 뜻인데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이 아니어서 사과의 진정성을 놓고서 큰 논란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옛말에 “사람을 이롭게 하는 말은 그 따뜻함이 솜과 같고 사람을 상하게 하는 말은 그 날카로움이 가시와 같으므로 한마디 말은 천금과도 같다”(利人之言 煖如綿絮, 傷人之語 利如荊棘, 一言半句 重値千金)고 하였다. 또한 정치학자인 최상룡 명예교수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치의 자원은 돈, 칼 그리고 말이다. 현대사회에서 돈과 칼은 시스템으로 해결되지만 말은 그렇지 않다. 정치가 바로 언어다”고 하였다.그렇다. 정치에서 언어와 수사학은 매우 중요하다.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표현하고 수식하느냐에 따라 대중들의 반응은 크게 달라진다. 미국 공화당의 ‘언어세공사’ ‘언어의 흑마술사’로 불렸던 프랭크 룬츠가 만든 정치 언어들인 “온정적 보수주의”, “삶의 문화”, “기회 장학금” 등의 정치적 반향은 매우 컸다. 특히 “지구 온난화” 대신에 “기후 변화”란 용어를 사용토록 함으로써 지구온난화의 책임이 공화당에 있는 것처럼 인식되었던 프레임으로부터 벗어나는데 성공하였다. 우리나라 역시 보수정권이나 대기업들은 “지구 온난화”란 말보다는 “기후변화”란 말을 더 선호하고 있다. 미국정부는 이라크 전쟁에서도 정치적 언어들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였는데, 미군은 “적의 위치가 ‘스마트 폭탄’에 의해 ‘외과적 정확성’(surgical precision)으로 제거되었다”는 식으로 발표하였다. 미군의 오폭에 의해 사망한 무고한 이라크 시민들의 희생에 대해서는 ‘부수적 손실’(collateral damage), ‘우호적 발포’(friendly fire)란 언어를 사용하여 미군의 실수에 대한 공중의 분노를 축소시키려 하였다. 공자는 논어에서 “말 잘하고 얼굴을 잘 꾸미는 사람 중에 어진 사람이 드물다”고 하였다. 말 잘하고 잘 생긴 정치인이 판을 치는 오늘날 영상정치시대에 대한 경종처럼 들린다. 결국 공자 말씀은 말과 진리는 같지 않으며, 말 잘 하는 것이 결코 정치인의 덕목이 아니라는 점을 우리 같은 범인들에게 던져주는 가르침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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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2.16 23:02

'전북청년 2015' 시동

공간 논의를 위해 ‘전북청년 2015’ 작가 4명이 도립미술관에 왔다. 앞으로 전북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작가들이다. 6월에는 이들을 위한 전시가 열린다. 먼저 이들에게 어떤 공간을 원하는지 물었다. 그리고 한 칸씩 배분해 주었다. 또 어떤 작품을 어떻게 걸건 상관치 않겠다고 말했다. 이들 공간은 각자의 것이니 기량껏 준비해서 마음대로 걸라고 했다. 작품 준비를 위한 재료비는 각 200만원씩 지원키로 했다. 미술관이 줄 수 있는 최대의 것을 주고 간섭하지 않으며 작가들 마음껏 준비해서 최고의 작품성을 보여 달라는 주문이었다. 그 결과에 따라 최고의 작가는 아시아현대미술전에도 참여시키고 앞으로 구축될 레지던시 공간 입주에 우선권을 주겠다고 말했다. 이 약속들은 실천될 것이다. 작가들은 긴장과 침묵을 지키다가 돌아갔다. 앞으로 5개월여 남은 ‘전북청년 2015’전의 경쟁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사실 작가 한 사람이 전시실 한 칸을 채운다는 일은 꽤 벅찬 일이다. 그들도 나도 알고 있다. 78대4의 어려운 관문을 뚫고 온 작가 4명을 경쟁시키며 최고의 기량을 보여 달라니, 주마가편의 힘든 요구이다. 그러나 전북미술이 달라지기 위해서는 이들부터 크게 달라져야 한다. 주변의 칭찬과 기대에 만족해서는 희망이 없다. 물론 결과에 따라서는 4명 모두 희생될 수도 있다. 그러나 1명이라도 기대할 만한 결과를 낳으면 미술관은 최대한 이 작가를 키울 것이다. 아름다워야 할 예술 무대에서 왜 그리 살벌한 경쟁을 유도하느냐는 반문이 오기도 한다. 예술계에서 아름다운 평화는 깨졌다. 예술은 이제 아름답기 위해서가 아니라 예술답기 위하여 고통을 겪고 삶의 바닥으로 나가야 한다. 예술처럼 보이기 위해 아름다워져야 하는게 아니고 예술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야 한다. 아직 작가들은 5개월 후 어떤 작품이 구축될지 자신도 모른다. 미술관은 작가를 믿고 미술관을 통째 열어 주었다. 이제 미술관 전시실은 각각 작가들 것이 되었다. 어떤 작품을 어떻게 걸지, 새로운 작품으로 가득 채울지 또는 텅 비우게 될지 무엇으로 예술을 말할지 모두 작가들 몫이 되었다. 작품과 그 설치까지 작가들에게 맡기는 방식으로 2015 청년 전시는 진행될 것이다. 최대한 작가들에 대한 설명을 간략화 하여 관객들은 순전히 그 작품으로 작가들을 평가하게 될 것이다. 작가들은 작품으로 말을 하는 존재들이다. 작품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지 않으면 그 작가는 관객으로부터 멀어진다. 그 어떤 의미란 작가도 관객도 아직 알 수 없는 새로운 가치, 이 시대 우리의 삶 가운데 각인시켜야 할 그 무엇이다. 그러므로 아름다움이란 더 이상 미술을 규정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어느 날 무기직 여직원이 상설관 청년전에 걸린 이주리 작가의 작품이 좋아서 자주 보러 간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예술에 문외한인 그 직원도 치열한 작업을 알아보고 있었다. 사실 이주리의 작품도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남과 여의 신체가 뒤얽혀 덩어리를 이루고 있는 장면에서 삶의 어쩔 수 없는 고리, 사는 동안 빠져나올 수 없는 숙명 같은 것을 느끼지 않았을까? 나는 그 무엇을 예술이라고 설명하지 않는다. 예술은 설명 이전에 더 큰 무엇으로 전달되지 않으면 안되는 모순을 갖고 있다. 마치 우리들 삶이 그런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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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2.09 23:02

인간과 담배 그리고 지구와 온실가스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이라는 말이 있다. 호랑이가 우리나라에서도 심심찮게 출몰하던 옛날 옛적 상상속의 이야기라는 의미도 있지만, 담배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17C 무렵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남녀노소가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였다고 하여, 호랑이도 담배를 필만큼 담배가 기호품으로 널리 보급되던 시절을 비유하기도 한다.하지만 담배의 유해한 성분은 폐암발병 증가 등 인간의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쳤고, 정부는 담뱃값 인상, 금연구역의 확대 등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금연정책을 펼치고 있다.온실가스 문제도 담배와 같은 행보를 걷고 있지 않나 싶다. 산업혁명 이후 온실가스 배출량 급증으로 지구촌은 온난화와 기후변화라는 중병(重病)을 얻어 세계 도처에서 극심한 홍수와 가뭄, 생태계 파괴, 식량감소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도 1960년대 이후 경제개발 위주의 정책을 펼치면서, 굴뚝에서 연기가 나면 나라와 가정에 부가 축적되는 신호로 여, 반색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결과 단기간에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루어냈지만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7위라는 멍에를 썼다. 국제사회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등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온실가스 문제를 방치할 경우 인류의 생존마저 위협받는 지구적인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는 인식하에 이의 감축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2009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20년의 배출 전망치(BAU) 대비 30% 감축)를 확정한 이후 성공적인 목표달성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전개 중이다.올해부터 시행중인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는 국가 배출량 중 3분의 2를 차지하는 발전·산업 부문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에 대해 비용은 최소하면서 효과적으로 감축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정책이라 할 수 있다.「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는 정부가 기업들에게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 허용량을 부여하고, 기업들은 허용량 범위내에서 생산활동을하고 온실가스 감축에 노력하되, 남거나 부족한 배출권은 국가거래소를 통해 기업간 거래를 허용하는 제도이다.또한 온실가스 개선사업에 투자하여 감축한 양만큼 배출권으로 상쇄가 가능하므로, 저탄소 기술개발 및 관련산업 육성은 물론 새로운 사업기회 마련으로 일자리 창출까지 기대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17%를 차지하는 수송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친환경차 보급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하이브리드자동차(CO2 배출량이 97g/km 이하인 중소형 하이브리드 차)구매보조금 지원사업이 새로 시행된다. 또한 자동차 CO2 배출량에 따라 보조금-중립-부담금으로 나누어 구매자에게 차등적으로 적용되는 저탄소차협력금제도는 국내산업계의 부담 등을 고려하여 2021년으로 조정되어 시행할 계획이다.그리고 위와 같은 국가차원의 정책 못지않게 성공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일상생활에서 국민 개개인의 실천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대중교통 이용하기, 가전제품 사용 후 플러그 뽑기, 겨울철 내복 입기, 자원 재활용 등 ‘온실가스 1인 1톤 줄이기’는 한명이 실천하면 티끌에 그치지만 전국민이 실천하면 국가목표 감축량의 19% 감축이라는 태산을 이루어 낼 수 있다. 이처럼 국가, 기업, 국민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노력한다면 우리나라가 온실가스로 인한 전 지구적 위기에 슬기롭게 대응한 모범적인 국가로 국제사회로부터 호평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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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2.02 23:02

객지에서의 한 끼, 음식에 담겨진 추억

조금은 엉뚱한 상상력이 발동했다. 연말 회사 간부들과의 송년회 자리에서다. “혼자들 지내면 식사는 제때 챙기시나요?” 객지 생활의 어려움을 주고받던 와중이었다. 어색한 웃음들 사이로, 어디선가 “요리 솜씨만 늘었습니다.”란 답변이 돌아왔다. “그럼, 서로 그 솜씨 좀 나누어 볼까요?” 혁신도시로 내려와 처음 맞는 새해, 여전히 익숙함보다는 낯선 것들이 더 많은 나날이다. 비단 본사와 함께 거처를 옮겨온 경우가 아니더라도 회사 업무의 특성상 원거리 출장자와 지방 근무자가 많아 직원들이 먹고 자는 문제가 항상 마음이 쓰이던 터였다. 무언가 활력과 공감을 불러 모을 만한 계기가 필요했다. 더욱이 이곳은 ‘맛의 고장’ 전주가 아니던가. 음식을 주제로 한 특별한 이벤트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직원들 가운데 평소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숨은 식객(食客)을 찾아 나섰다. 객지 생활의 애환과 삶의 이모저모를 ‘한 끼 음식’을 통해 살피고자 했다. 음식에 담긴 사연만큼 뜨겁고 진한 것이 또 있을까 싶었다. 누구라 할 것 없이 모두가 다 가난했던 시절,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말이 회자되던 때가 있었다. 목구멍에 넘길 것이 없어지는 게 사람 가두는 포도청보다 더 무서운 형벌로 여겨졌었다. 가난보다 더한 배고픔의 상처. 밥은 곧 눈물이고 간절함이었다. 필자에게도 그 아픈 기억의 음식이 있다. 바로 호박죽과 찐 고구마다. 요즘은 찹쌀 새알심을 넣고 끓인 호박죽을 별미에다 건강식으로 즐기는 이들이 많지만, 퉁퉁 불은 쌀 몇 알갱이만 겨우 담긴 누런 죽을 날마다 주식으로 삼아야 했던 유년의 기억 속엔 그보다 더 쓰디쓴 약이 따로 없었다. 실제로 어느 날인가엔 속에서 받지 않는 죽을 억지로 삼키려다 가족이 둘러앉은 밥상머리에서 ‘욱’하고 도로 내뱉은 적도 있었다. 겨우내 한퇴기 남짓한 텃밭에서 거둔 고구마는 또 어떤가. 보리 몇 줌 넣어 지은 고구마밥은 밥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밥풀 묻은 고구마’라 불러야 옳았다. 쌀밥은 그야말로 언감생심. 귀한 손님이 찾아올 때만 내놓는, 집안의 마지막 체면이었다. 그것을 모르지 않을 손님은 밥그릇을 다 비우지 않고 일부러 남겨두어 주인집 아이들이 먹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러면 다시 “찬이 변변치 않아도 물 말아서라도 다 드시라” 권하는 것이 가난한 주인이 갖추어야 할, 남은 예의였다. 모두가 한 끼 밥에 가슴 쓸어내리던 시절의 얘기들이다. 어려웠던 옛날을 기억하자는 게 아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하며, 젊은 세대를 향해 객쩍은 가르침을 주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음식에 담긴 저마다의 이야기들을 말해 보자는 것이다. 음식 속에 과거와 현재를 잇는 길이 있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놓는 다리가 있다. ‘한 상에 앉아 음식을 먹는’ 겸상(兼床)의 의미는 공유협생(共有協生)과도 통한다. 식구(食口)라는 한자어도 실은 ‘밥을 같이 나누어 먹는다.’란 뜻에서 비롯된 말이 아니던가. 기왕이면 직접 만들어본 음식 이야기라면 더 좋겠다. 찌개에 담을 두부와 부침 두부를 자를 때의 미묘한 차이를 아는지, 뜨거운 물에 산 낙지를 데치는 순간의 오싹한 긴장감을 느껴본 적이 있는지, 살아가면서 내 입에 들어갈 음식 하나 만들어본 경험이 없는 삶이란 얼마나 각박하고 쓸쓸할까. 음식은 기억이고 관계다. 밥상 위에 차려진 음식은 그보다 더 풍성한 이야기들을 낳는다. 음식 속에 나의 지난날, 우리의 삶이 담겨 있다. 변하는 것은 세월이고 사람일 뿐이다. △이상권 사장은 제18대 국회의원, 새누리당 인천광역시당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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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1.26 23:02

각성은 버려질 때에 빛난다

알람이 나를 깨웠다. 아침 6시 50분. 해가 바뀐 뒤로는 아침마다 새해다. 눈이 많이 왔던 날 일본에서 오기로 한 하정웅 선생이 궁금해서 전화를 했다. 무사히 도착했느냐는 물음에 ‘전주는 참 아름답습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교통이 마비될 정도의 전주 풍경이 그의 눈에는 아름답게 비쳤던 것이다. 나중 만났을 때에 그는 웃으면서 ‘내가 살던 아키타는 하룻저녁에 3~40㎝가 내립니다. 며칠 쌓여보세요. 사람 키를 넘고 지붕을 덮습니다.’라고 말했다. 역시 그의 눈에는 전주가 참 아름답게 비쳤다.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한 청년작가의 개인전 오프닝에서 축사를 하게 되었다. 그 작가는 40대 중반이 되도록 혼자 작업만을 위해서 살아왔다. 그래서 작품도 좋고 많은 사람들이 그를 최고의 작가로 꼽았다. 그러나 나는 반대로 그를 지탄했다. ‘…작품에서 아직 수틴이나 베이컨의 냄새가 가시지 않았고, 푸줏간 고기를 그렸다고 고기 냄새가 나야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푸줏간 고기가 다른 이야기를 할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나는 아직 만족할 수 없습니다. 작가는 포스트모더니즘이 뭘 말하는지 감각적으로라도 익힐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작품에서 작가의 말이 가슴에 와 닿기 시작하면 국제적으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데 왜 적당히 여기에서 머물려는 것입니까?’ 잔칫날 분위기에 맞지 않는 말이었지만, 이 말을 벼르고 있었다. 우리는 주변의 울타리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이것을 뛰어 넘는 것부터 아름답다고 생각해야 한다. 알람이 나를 깨웠다. 아침마다 나는 깨어나야 한다. 70이 다 되어가는 불교 선배는 토요일 저녁이면 어김없이 우리 집 근처의 술집으로 나를 불러낸다. 화제는 해안스님, 강원도 오현 회주, 등산, 한정식집, 여자, 경허와 돈오돈수, 전립선 이야기 등 다양하지만, 귀결점은 늘 깨달음에 대한 것이었다. 그는 오랫동안 한의사를 해 와서 신기한 약도 많이 만들었다. 술 먹고 속이 좋다는 그의 처방약을 먹었지만 술에 약한 나는 집에 와서 모두 토해내기도 했다. 모두 토해내기! 토해내고 좀 진통을 겪지만, 쓸모없는 것을 모두 토해낸 다음엔 개운해진다. 깨달음은 술 마시며 즐겁게 한담을 할 때에나, 속이 쓰려서 괴로울 때에나, 다 토해내고 좀 개운해지는 과정에도 늘 있었다. 아침에 해가 뜰 때에 붉게 물드는 하늘처럼, 그것은 신비롭고 아름다웠다.아침마다, 헛되지 않기 위하여, 오늘 하루를 제대로 소진하다 보면 또 한해가 가겠지…. 매일 깨어나고 매일 죽는 일의 반복, 살아 있기에 죽을 때까지 사람답게 살기 위하여 몸부림을 친다. 아침마다 제대로 죽기 위하여 산다. 나에게 주어진 일들을 겁내지 않고 대응할 수 있는 용기를 죽는 일에서 배운다. 그래서 적당히 하는 법들을 익혔지만, 적당히 할 수 있는 일들을 적당히 하지 않는다. 가능하면 최대한 능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나에게는 중용이다. 적당히 기계처럼 일하는 것을 거부한다. 아슬 하지만 최대한으로, 모자라지만 속이지 않고 진실로 대응하는 것, 그것이 중용이다. 잘 할 수 있는 것을 적당히, 남들의 눈높이에 맞추고 마는 것은 무능력이다. 미워해야 할 것과 사랑해야 할 것을 구분해야 한다. 그것이 지성이다. 오늘 아침 이 모든 것을 생각하고 곧 쓰레기통에 버리자. 각성은 버려질 때에 빛난다.△장석원 관장은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홍콩 베니스비엔날레 참여작가 선발 심사위원, 중국예술연구원 객원교수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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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1.19 23:02

대통령 기자회견

취임 3년 차를 맞는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 오전에 기자회견을 가진다. 모두들 회견 내용에 지대한 관심을 두고 있지만 회견 자체만으로도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박근혜 대통령에게 평생 따라다니는 꼬리표는 불통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박 대통령은 2013년 2월 취임 후 지금까지 기자회견을 단 4차례 밖에 하지 않았는데, 그 중 3차례는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대국민 담화였다. 따라서 기자들과의 질의와 답변이 오고 가는 말 그대로의 기자회견은 지난해 1월 6일 신년 기자회견 딱 한 번뿐인 셈이다.이마저도 질문이 사전에 제출되고 여기에 맞게끔 답변이 준비되어 그저 원고만을 줄줄 읽는 맥 빠진 회견이 되고 말았다. 박 대통령이 취임 2년 동안 진짜다운 기자회견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게 그저 놀라울 뿐이다. 지난 한 해 내내 온 국민들을 몹시도 슬프게 만든 세월호 사건이나 국기를 크게 흔들었던 정윤회 씨 문건 파동 때도 박 대통령은 국민들과 진솔하게 대화하기를 거부하였다.외국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의 사례를 돌아보더라도 박 대통령의 국민들과의 불통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미국 대통령 중 기자회견을 가장 많이 한 사람은 루즈벨트 대통령으로서 재임 12년 동안 무려 881번의 기자회견을 했는데, 이는 일 년에 72.7회, 한 달에 6.1회 꼴이다. 케네디는 일 년에 평균 22.9회, 아들 부시는 26.3회, 클린턴은 24.1회, 그리고 오바마 현 대통령은 20.7회를 하였다, 기자회견을 가장 적게 한 대통령은 레이건으로 일 년에 약 6번 정도의 기자회견을 가졌다.이제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을 보자.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1년 만에 첫 번째 기자회견을 가졌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18일 만에,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한 달 반 만에 첫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리고 취임 이후 첫해에만 노 대통령은 10번, 이 대통령은 3번의 기자회견을 한 것을 돌아보면 박 대통령의 소통 기피는 전무후무한 일이다.사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기자회견을 좋아하는 대통령은 없다. 모두 기자회견을 꺼려한다.그 이유는 간단하다. 기자 회견장에서는 대통령이 의제나 메시지를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TV로 생중계되는 기자회견은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이 자주 일어난다. 시간과 장소, 그리고 기조발언은 통제할 수 있지만, 문제는 예상치 못한 적대적 질문을 받을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또한 미리 준비하지 못한 문제나 이슈가 튀어나오고 이에 대한 답변을 요구받아 까딱하면 온 국민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큰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그래서 역대 대통령들은 골치 아픈 기자회견보다는 자신이 의제나 메시지를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정치이벤트를 벌이거나, 입맛에 맞는 언론사만을 골라 선별적으로 인터뷰하고, 아니면 특정 언론사에 정보를 흘리는 방식을 즐겨 사용해왔다. 국민들은 대통령과의 진솔한 소통을 간절히 원한다. 대통령과 국민을 이어주는 유일한 소통수단은 기자회견이다.그럼에도 곤혹스럽거나 비판적인 질문을 두려워해서 대통령이 국민들의 소통 열망을 짓밟아서는 안 된다. 새해에는 박 대통령이 장관이나 비서관과 대면보고와 대화를 더 많이 갖고, 기자회견은 물론이고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있었던 국민들과의 대화도 자주 가졌으면 싶다. 박 대통령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통일 대박 보다 소통 대박 노력이 더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이며, 대통령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라고 본다.△권혁남 교수는 한국언론학회장, 전북대 사회과학대학장을 역임하고 현재 전북선거방송토론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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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1.12 23:02

생태환경용지는 새만금의 미래

새만금에 가면 방조제 외에 딱히 가볼데가 없어!새만금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간혹 들리는 말이다. 연간 600만명에 이르는 방문객들이 새만금을 방문하지만 바다사이로 난 방조제를 차를 타고 잠시 지나치는 정도로만 새만금을 이해하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예전에 새만금은 만경강과 동진강에 이르는 하구 생태계의 보고로써,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하여 많은 이동철새들,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 등이 터전을 이루어 살던 곳이었고,육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배출한 오염물질을 정화하던 하구 습지 생태계의 보물창고와도 같은 곳이었다.그러나 방조제가 완공된 후 해수유통량의 조절에 따른 노출지의 증가로 생물서식지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각종 개발에 따른 오염원 유입 및 정체수역 등으로 인해 새만금은 수질오염에 취약한 구조를 가지게 되었다.이에 환경부에서는 새만금 개발계획단계에서부터 참여하여 새만금 생태계 재창출 및 수질오염 저감을 위해 새만금내에 생태환경용지를 조성하기로 하였고, 그 결과 2015년부터 새만금에 생태환경용지를 조성할 수 있게 된 것은 환경친화적인 새만금 개발에 있어 하나의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 판단된다.사실 개발측면에서 본다면 크게 경제성이 없는 것처럼 보여 지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생태환경용지가 현재 새만금 종합개발계획 용지조성사업 중 선도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이는 우선 놀라울 만큼 성숙된 우리 국민의 생태환경 의식을 반영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기획재정부에서 수행한 생태환경용지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새만금의 생태환경용지 필요성에 공감하는 국민이 85%에 이른다는 것은 국민들이 생태환경의 가치를 매우 높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다음으로 새만금의 어떠한 개발도 방조제로 조성된 새만금 호내의 망망대해처럼 보이는 친수 공간의 건강성과 지속성을 등한시 하고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절박감이다.마지막으로 새만금에서 각 용지별로 추진되는 종합개발 계획사업의 모든 개발 방향이 생태환경용지의 계획처럼 지속가능한 발전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함을 의미한다.방조제 축조 이후 조성된 새만금호의 수질이 청정하게 관리되지 못할 경우 생명체가 사라지고 수질이 오염된 새만금에 그 누구도 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어느 산업단지도 그러한 환경에서는 번창할 수 없을 것이다.반대로 청정 새만금이야 말로 새만금다운 최고의 관광자원이요, 국제적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살고 싶어하는 곳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새만금 생태환경용지는 바로 이러한 새만금의 자연을 종합적으로 향상시키고자 하는 사업이다.새만금에 조성되는 전체 생태환경용지 50.21km 중 2015년에 추진하는 1단계 사업은 새만금 호내 부안군 일원에 0.81km(81ha) 규모로, 2020년까지 약 700억원을 투자하여 새만금의 생태복원, 수질정화, 생태체험?교육 등을 목적으로 조성된다.새만금지방환경청에서는 새만금을 방문하는 모든 국민들이 새만금 방조제 외에도 새만금의 동식물, 깨끗한 물환경 등 새만금의 대자연을 접할 수 있는 생태환경용지를 조성함으로써 새만금의 또 하나의 자랑거리를 만들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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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1.05 23:02

농업과 함께 키워가는 전북의 미래

유례없이 눈이 많이 내리는 12월이다. 첫눈이 소담스럽게 쌓이더니 제법 많은 눈이 연일 쏟아졌다. 문득 창밖을 바라보며 지난 시간을 되짚으니 많은 생각이 스친다. 무더운 여름, 농촌진흥청은 반백 년의 역사를 끌어안고 전북혁신도시 농생명연구단지로 옮겨왔다. 열심히 뛰었지만 한 해를 마무리 할 때가 되니 또 다른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새 둥지인 전북은 우리나라 최대 곡창지대인 호남평야를 품고 있는 대표적인 쌀 주산지다. 벼농사는 전북의 농업 소득원 중 절반을 차지할 만큼 매우 중요한 산업이며, 앞으로 계속 발전시켜나가야 할 미래 핵심 산업이다. 전북의 쌀 산업은 ‘전국 고품질 브랜드 쌀 평가’에서 해마다 3개∼5개의 브랜드가 선정될 정도로 뛰어난 품질을 자랑한다. 그러나 정작 시장에서는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 하는 실정이다. 경기 쌀에 비해 20kg짜리 한 포대의 가격이 5000원∼7000원 가량 낮게 유통되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이런 가운데 새해부터는 우리 농업계에도 큰 지각변동이 일어난다. 지난 1995년 이래 20년간 유예해 온 쌀 관세화가 끝나기 때문이다.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할 물량이 40만 9000톤으로, 국내 쌀 수요의 9% 수준이다. 새로운 수요 창출을 통한 소비 확산이 중요한 과제로 남는다. 이에 정부는 쌀 부정유통 방지 대책과 공공비축제의 안정적 운영, 쌀 가공산업 확대 등의 정책을 세워 대응에 나섰고, 농촌진흥청 역시 최고품질 품종 개발과 수입쌀 혼합 유통 방지 대책, 생산비 절감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다소 위협적인 현실이지만 탈출구는 있다. 먼저, 전북 쌀 산업의 큰 특징이자 장점은 ‘들녘별 단지화’가 비교적 잘 돼 있다는 점이다. 이를 활용해 맞춤형 이모작 단지를 육성하면 생산·가공·유통 일원화로 생산비는 낮추고 경쟁력은 높여 품질 향상과 소득 증가를 꾀할 수 있다. 또한, 평야지에는 고품질 쌀과 맥류, 가공용 쌀과 소득 작물 등 이모작 특화단지를 키우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또 다른 특징은 ‘신동진’ 벼 단일 품종의 재배율이 42%로 월등히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기상재해, 돌발병해충의 피해 위험도 함께 커진다. 최근 일부 지역에서 늘고 있는 돌발병해충과 이상기상에 따른 저온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우량 품종의 확대 보급이 필요한 상황이다.천재적인 군략가인 제갈량은 오히려 정치가로서 더 많은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 그가 촉의 내정을 맡으면서 가장 힘을 쏟은 분야가 바로 농업이다. 남만의 계속된 침입이 식량 부족에서 기인했음을 꿰뚫고 정벌 후에는 철제 농기구를 보급해 생산력을 키웠다. 또, 북벌 중에는 군량이 부족해 퇴각하는 일이 많았는데, 이는 군대가 굶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나라의 식량을 지키는 힘은 농업인의 손에 달려 있다. ‘농업은 천하지대본’이라는 말이 그저 과거에 그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제 농촌은 농사짓던 터전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도시의 팽창과 가속화된 산업화로 사람들이 점점 지쳐가면서, 건강과 여유를 동경하게 됐다. 그렇게 다시 농업이 주목받고 있다. 그 중심에 농촌진흥청이, 그리고 전북이 함께 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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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2.29 23:02

공감 능력 기를 수 있는 교육

언제부턴가 우리는 ‘공감’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게 되었다. 우리사회의 공감능력이 약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공감은 인간생존의 기초이고, 인간과 인간을 이어주는 다리이다. 공감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상상해 보라. 우리 사회는 SF영화에서나 보던 감정이 사라진 무자비한 고도물질사회가 되거나, 점차 퇴보해가다 원시사회로 회귀하게 될 것이다.사람은 혼자서 살 수 없지만, 공감 없이 더불어 산다는 것은 더욱 불가능하다. 사회적 지능은 다른 사람, 다른 존재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능력이고, 다른 말로 서로 공감한다는 것이다.헬렌 켈러 이야기 중에 아주 유명한 일화가 있다. 두 살 때 귀와 눈이 멀게 된 헬렌은 어느 날 우물가에서 인생을 바꾸어 놓을 만큼 새롭고도 감동적인 경험을 하게 되는데, 그녀의 스승인 셜리번은 그때의 경험을 한 편지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우리는 펌프로 갔다. 나는 펌프질을 하며 헬렌에게 컵을 아래쪽에 대게 했다. 찬물을 길어 컵을 채웠을 때, 헬렌이 내민 손바닥에 water라는 글자를 썼다. 손바닥 위로 떨어져 흐르는 물의 차가운 느낌과 직접 연관된 물이라는 단어가 아이를 놀라게 한 모양이다. 아이는 컵을 내려놓고 뿌리박힌 듯 우뚝 서 있었다. 아이는 물이라는 단어를 여러 번 반복해서 썼다. 그리고는 웅크리고 앉아 땅을 만지작거리며 이름이 무엇인지 물었다. 이어 펌프와 울타리에 대해서 물었다. 다음에는 몸을 돌려 내 이름을 물었다.”살아있는 체험과 공감이 가지는 확장력에 대해 이 보다 더 좋은 예시는 없을 것이다. 요즘 창조경제를 짊어질 창조적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이와 함께 창의와 혁신이 대학교육에 있어서도 최고덕목이 되었다. 필자가 생각하는 창조적 인재란 실용성과 유용성을 목적으로 하는 모든 행위에 문화를 접목시킬 줄 아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문화란 무엇인가. 예술, 문학, 정치, 법, 경제 등 사람이 만든 것은 무엇이든 문화가 된다. 문화를 창조하고 문화를 소비하는 모든 행위가 소통이고 공감이다. 공감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삼라만상 모든 존재 사이에서 이루어진다. 불우한 이웃에 대한 사랑은 불우한 삶에 대한 공감을 전제로 하고, 위대한 예술에 대한 사랑은 근원적 삶에 대한 공감에서 비롯되며, 자연에 대한 각성은 존재에 대한 공감에서 비롯된다. 헬렌 켈러가 우물가에서 경험했던 것 같은 존재에 대한 낯설고도 강렬한 공감의 순간은 한 사람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변곡점이 된다. 현 교육 시스템에는 이런 요소가 부족하다. 우리 사회에 잠재된 공감능력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나를 둘러싼 세계와 나와의 관계에 대해 숙고할 수 있는 공감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사회를 더욱 정교하고 우아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히 교양을 쌓고 상식을 늘이는 인문교육이 아니라, 여러 부문에 걸친 융합적인 교육과정을 통해 타자와 협력하는 법을 배우고 상생할 줄 아는 공감능력을 기르는 확장된 인문교육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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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2.22 23:02

줄줄이 새어나가는 에너지를 주시하며

여산재(餘山齋)의 새벽, 별이 유난히도 밝게 반짝였다. 오늘도 일상대로 새벽에 일어나 씻고 메일부터 검색 했다. 아래층 다실로 내려가 침향을 피우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선 음악을 들으며 어제 치른 금혼(金婚)을 겸한 수필집 <새벽, 그 살구빛 하늘을 열며> 출판기념 행사를 돌이켜 봤다. 어려운 걸음을 해주신 김병일 전 기획예산처장관, 이강근 주임교수 최복규 수석부장판사, 송하진 지사, 박성일 군수를 비롯한 귀한 문학인 선배, 동료들 그리고 후배들, 각계 기관장의 심심한 축하의 뜻을 반추해보는 시간이었다. 산속이라 6시가 되었는데도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는다. 어둠을 가르며 가로등을 따라 대아저수지 방향으로 나갔다. 300년 지난 느티나무 밑에서 1163호 대형 버스를 만났다. 모래내 시장을 경유하여 학동마을까지 들어오는 시내버스다. 헌데 승객이 한 분도 안보였다. 다시 5분쯤을 걸었을까. 학동종점을 찍고 돌아 나오는 시내버스를 만났다. 여전히 승객은 기사 혼자였다. 이른 새벽부터 돈 들여 기름을 낭비하는 일이 내심 안타갑기 작이 없었다. 집집마다 실내온도를 낮추고 한 등 전기 끄기 운동을 하고 있는 요즈음이다. 상가에서도 문을 닫고 냉난방하기요, 기업체들은 예산절감의 일환으로 사무실도 서늘하고 넓은 공장안은 더욱 차갑다. 승용차들까지 카풀제를 실시하고 있는 마당인데 승객이 하나도 없이 빈차로 산골오지 마을까지 버스가 운행을 하는 것은 누가 뭐래도 어불성설이다. 기름 한 방울 캐내지 못하는 대한민국이다. 한해 석유 수입량이 8억 배럴인 바, 석유수입국으로 세계에서 4위를 마크한 실정이다. 정부와 경제계, 시민단체들은 ‘에너지 절약실천 국민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에너지 절약형 기풍을 사회적으로 확산키 위함이다.석유는 우리 일상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필요불가결한 물질이다. 발전소를 비롯한 산업체, 자동차와 선박, 의류 생활 도구까지 어느 한 가지 석유가 없이는 이룰 수가 없다. 그런데 향후 40년을 이대로 더 캐내면 지구상에 석유매장량이 고갈된다는 학계의 보고다. ‘세계의 유가를 뒤흔든 셰일가스 혁명’, 요즘 미국에서 뽑아내는 셰일 가스는 고운 진흙이 쌓여 만들어진 퇴적암(셰일) 속을 수직으로 구멍을 뚫어가다가 다시 관을 수평으로 굴삭을 하여 물과 모래, 화학 약품을 혼합하여 고압으로 뿜어 셰일을 부순 뒤 어렵게 가스오일을 추출해낸다. 그러니 자연히 셰일가스 가격이 높을 수 밖에다. 요즘의 유가안정은 셰일가스가 카버해주기 때문에 가능하다. 석유수출국 기구(OPEC)가 참다못해 미국 셰일에너지 회사들을 고사시키기 위해 ‘가격전쟁’에 돌입했다. 대형 고속버스가 전주와 서울, 각 지방에서도 서울을 향해 운행하고 또 지방간에도 수없이 사람을 태우고 다닌다. 그런데 승객은 몇 분 없이 거의가 텅 비다시피 오가는 버스들이 많다. 버스는 ‘풀제로 운영’하면 안 될까를 생각해 본다. 운수회사마다 각각 회사명을 달고 운행하지만 순서에 맞춰 대기하고 있다. 만석이 되면 출발하는 시스템을 적용하여 시간을 기다리지 말고, 만석이 이루어지면 이내 출발할 수 있다면 현재의 운행버스 3~40%만 운행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늦었지만 전주시와 완주군이 전주·완주간의 시내버스 요금을 단일화하고 지간선제 노선개편을 시행하고 협약을 하게 된 것을 환영한다. 시·군 지방정부가 버스회사에 지원하는 보조금을 시골이나 산골마을의 버스를 이용해야하는 주민들에게 지원해주고 마을자치제로 운영하도록 제도화하면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되리라고 생각한다. 승용차거나 승합차로 승객 수에 적정하게 운행하여 큰 도로까지 주민의 편리를 도모해주는 방법을 취하면 어떨까? 이런저런 나름의 궁리가 퍽도 만만(漫漫)한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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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2.15 23:02

고수와 하수

우리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고수(高手)라고 하고, 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하수(下手)라고 한다. 그러면 고수와 하수의 차이가 뭘까? 아마 가장 큰 차이는 통찰력의 차이일 것이다. 축구에서 하수는 공만 따라다닌다. 그러면 공 한 번 차보기 어렵다. 그러나 고수는 공이 어디로 올지 예측하고 미리 가 있다가 공을 잡는다. 바둑에서도 고수는 하수보다 미리 몇 수를 더 내다보고 바둑을 둔다. 기업운영에서도 하수는 남들이 성공한 분야를 뒤 따라다닌다. 그러나 고수는 유망한 분야를 예측하고 미리 그곳에 투자한다.그렇다면 인생에서는 어떨까? 어떤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 무리하다가 어려운 병에 걸린다. 그래서 이제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 돈을 다 날린다. 결국, 오랜 시간 고생하고도 남는 것은 상한 몸뿐이다. 어떤 사람은 눈앞의 이익을 위해 불법을 행하다가 법의 심판을 받는다. 왜 이렇게 되는가? 몸을 무리하게 쓰면 건강을 잃게 된다는 통찰력이 없고, 법을 어기면 심판을 받게 된다는 통찰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정말 이런 것을 몰라서 하수가 될까? 몸을 무리하게 쓰면 건강을 잃는다는 것을 모를까? 아니다. 안다. 하지만 그 순간에는 그 생각을 못 하는 것이다. 왜 생각하지 못할까? 욕심 때문이다. 욕심은 통찰력을 잃게 만든다.오래전 미국에서 미시시피 강을 건너오던 배가 갑자기 파선되었다. 강가에서 멀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급히 강으로 뛰어들었다. 그런데 한 사람이 배가 물에 잠길 때까지 배에 머물러 있었다. 강가의 사람들은 빨리 물에 뛰어들라고 소리쳤다. 그 사람은 배가 침몰하기 직전에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다시 떠오르지 않았다. 나중에 그 사람의 시신을 건져보니 그는 허리의 전대에 황금을 잔뜩 넣고 있었다. 금광에서 온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 사람은 몸에 그렇게 무거운 것을 지니고 있으면 물 위로 뜰 수 없다는 것을 몰랐을까? 그런 것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다만 그 순간 황금에 대한 욕심 때문에 그 사실을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고수와 하수는 기술에도 차이가 있지만, 더 중요한 차이는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판단할 줄 아는 통찰력의 차이이다. 보통 통찰력은 훈련과 경험을 통해 발전한다. 그래서 많이 공부하고, 훈련하고, 연구하고, 경험한 사람이 고수가 된다. 하지만 아무리 고수라도 욕심에 사로잡히면 순식간에 통찰력을 잃고 하수가 된다.어떻게 하면 욕심에 빠져 하수가 되는 것을 피할 수 있을까? 하수의 길은 쉽고 고수의 길은 어렵다는 것을 기억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세상에 손쉽게 고수가 될 수 있는 분야가 어디 있는가? 고수의 길은 모두 험난하다. 많은 노력과 시간을 바친 사람이 고수가 된다. 쉽게 고수가 되려고 하는 것 자체가 통찰력 없는 하수의 모습이다.나쁜 식재료를 사용하여 손쉽게 돈을 벌려고 하면 하수이다. 망하거나 감옥에 간다. 인기영합주의로 손쉽게 당선되려고 하면 하수가 된다. 국민의 버림을 받거나 만고의 역적이 된다. 부정행위로 손쉽게 좋은 성적을 얻으려고 하면 하수가 된다. 실력 있는 사람이 되지 못하고 결국 쇠퇴한다. 당장 수익이 높지 않아도 꾸준히 좋은 식재료를 사용하는 요식업자,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바른 원칙을 지키는 정치인, 밤을 새우며 꾸준히 공부하는 학생, 이런 사람만이 진정으로 세상에 유익을 끼치고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고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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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2.08 23:02

편견을 깨면 농촌의 내일이 보인다

한겨울 산천어 축제가 열리는 강원도 화천에는 산천어가 없고, 간고등어로 유명한 안동은 바다가 없는 내륙지역이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축제이기도 한 산천어 축제는 청정 지역에만 사는 산천어를 매개로 화천을 맑고 깨끗한 지역의 대명사로 만들었다. 또, 장거리 이동 중 변질을 막기 위해 소금을 친 고등어는 맛을 차별화함으로써 이젠 전 세계로 수출하는 상품이 됐다.조금 달리 생각하는 것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된다. 수능을 앞두고 ‘떨어지는’ 것에 민감한 학생과 부모들은 낙지와 죽을 멀리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거꾸로 이 둘을 조합한 ‘불낙죽(不落粥)’이 합격 상품으로 거듭났다. ‘떨어지지 않는 죽’이라는 의미를 더했기 때문이다. 완전히 새로운 것만 세상의 관심을 받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것을 바라보는 시각을 약간만 달리해도 많은 것이 바뀐다.“땅에서 무언가가 ‘톡’ 튀어나오는 것을 보는 순간이 가장 아름다웠다.”귀농한 미국의 프로풋볼(NFL) 선수 제이슨 브라운의 말이다. 실력 있는 센터로 손꼽히던 그는 2009년 405억 원의 계약을 포기하고 경기장을 떠났다. 농사를 지어 굶주리는 고향 사람들을 돕겠다는 이유에서다. 얼마 전 뉴스에 등장한 그는 유니폼 대신 작업복 차림으로 트랙터를 몰고 있었다. 이웃과 단체에 나눠주기 위해 농사를 짓는 그의 얼굴은 행복 그 자체였다.물론, 이 훈훈한 소식에 감동보다 먼저 ‘엄청난 계약금’을 포기했다는 데 놀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농사짓는 일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 지 의문을 가졌을 수도 있다.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인생을 걷기로 한 그의 용기가 그래서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어느 날, 자녀가 농사를 짓겠다는 선전포고를 한다면 부모는 가장 먼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 고개부터 갸우뚱할 것이다. 농업과 농촌의 중요성에 대해 머리로는 끄덕이지만 가슴으로는 갈등하는 것이 현실이다. 기성세대인 부모에게 농사는 ‘사계절 몸으로 힘들게 땅을 일궈 소득을 내는 일’,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노동’이라는 인식이 깔렸기 때문일 것이다. 첨단 기술의 발전으로 농업도 기계화, 현대화, 규모화의 길을 따르면서 몸이 고단한 농업은 옛이야기가 됐다.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 귀농, 귀촌하는 인구도 해마다 늘고 있다. 또, 농사를 지으면 도시에 사는 것보다 소득이 낮을 것이라는 고정관념 역시 깨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2013)에 따르면 연간 억대 소득을 올리는 농업인이 2만 명을 넘어섰고, 이들은 주로 시설채소나 특용작물 재배로 스마트 농업을 실현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농촌을 위한 희망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농촌은 달라지고 있고 농업은 더 많이 나아지고 있다. 농사지을 사람, 짓지 못할 사람이 정해진 건 아니다. 소중한 농업을 지키고 미래 산업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편견을 깰 젊은이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열정, 용기가 필요하다. 힘든 일, 돈 못 버는 일이라는 스스로의 ‘유리천장’부터 깨야 한다. 아직 가지 않은 길에 먼저 발자국을 남기려는 젊은이들의 도전 정신은 우리나라의 성장 동력이다. 농업 강국 실현은 이들의 손에 매여 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농업이라는 밭에 꿈을 뿌리고 희망을 거둔다. 그 중심에 전북이 설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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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2.0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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