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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을 경계한다

한국의 정치는 표이다. 표를 얻어 정권을 쥔다. 표를 얻으려면 민심을 얻어야 한다. 그러기에 모든 정치인은 표를 얻기 위해 포퓰리즘에 젖어든다.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혜택을 주는 정책은 재정적 부담이 커지면서 점점 더 가중되는 압박에 시달린다. 오늘의 포퓰리즘이 갖는 문제는 복지 혜택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문화, 예술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찾아가는 미술관 역시 그 하나이다. 예술적 환경이 열악한 곳을 찾아가서 제대로 된 전시를 열어주는 행사, 취지도 내용도 나무랄 데 없다. 그러나 이런 행사도 일방적이라면 곤란하다. 매년 신청만 하면 무료로 찾아가서 열어주는 행사는 김빠진 느낌을 준다. 그 혜택을 받는 사람도 감동을 받지 못한다. 주는 쪽도 받는 쪽도 이미 의례화 되어버린 거래, 간절한 바람도 보람도 점점 사라져 간다. 사회 저변층의 문화 욕구가 일차원적인 것으로 단정하면 착각이다. 베풀 듯 주는 혜택은 아무런 감동이 따르지 않는다. 권력은 총구로부터 나온다고 했던 마오쩌뚱은 평생 황제처럼 살았다. 농업정책에 실패하고 정치적 위기에 처했을 때에 그는 홍위병을 동원해서 정적들을 무참히 짓밟았다. 그가 축출했던 덩샤오핑이 복권하여 경제적 번영을 주도했던 것도 아니러니 하다. 계속해서 가난한 평등만을 구가하고 지냈던들 오늘날의 경제적 번영을 도출해 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많은 모순과 불평등 속에서도 중국의 경제는 팽창하고 있다. 표를 얻기 위해 무조건적 혜택을 베푸는 것보다 감동을 주는 방향으로 방향을 바꿀 때가 된 것 같다. 마음을 얻을 수 있어야 표는 부풀려져서 다가온다. 유권자들의 수준 역시 높아져서 웬만한 선심에는 감동을 느낄 수 없다. 문화, 예술 행사 만해도 질적인 고양과 방향성 등이 중요 해진다. 늘 볼 수 있는 그림을 또 한 번 봤다고 감동이 있을 수 없다. 다소 비용을 치르더라도 보고 싶었던 그림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중요하다. 그것은 유권자들에게 예술의 중요성과 국제적 의미에서의 방향성을 제대로 인식시켜 주는 것, 예술의 진정한 가치를 실감시킬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될 수 있다. 내일의 희망이 있다면 오늘 굶는 것을 참을 수 있다. 내일이 불안하면 오늘 먹는 것이 두려워진다. 표는 숫자가 아니라 마음이다. 진정으로 표심을 읽는 사람이 권력을 쥔다. 설사 선거에서 지더라도 표심에 깊게 다가가는 정치인을 보고 싶다. 온갖 계책과 자본으로 준비된 식상한 접근보다는 다소 무모해 보이더라도 정직하게 유권자들 가슴 속에 깊은 울림을 던질 줄 아는 정치인을 보고 싶다. 과거처럼 민주화 투쟁의 명분도 없어진 시대에 이분법적인 편 가르기도 먹히지 않는다. 감옥을 다녀온 투쟁 경력이 표로 연결되지도 않는다. 철저하게 표심 깊숙이 파고들어야 한다. 걸핏하면 ‘국민을 위해…’를 되 뇌이던 정치인들은 퇴출당할 것이다. 사실 국민을 위한다는 정치인 치고 국민을 위하는 사람별로 본 일이 없다. 표는 마음이다. 권력은 마음으로부터 나온다. 마음 깊숙한 곳으로부터 지지를 얻는 자가 승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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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6.08 23:02

20대 총선과 정치관용, 그리고 언론

언론에 보도되는 뉴스나 TV드라마의 핵심은 갈등이다. 갈등 없는 뉴스는 상상하기 어렵고, 막장 드라마처럼 갈등이 극에 달해야만 시청률이 높아진다. 매일같이 언론에 보도되는 뉴스를 보라. 여당과 야당의 갈등, 청와대와 국회의 갈등,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 친노와 비노의 갈등 등 정치 갈등을 비롯하여 노사 간, 지역 간, 세대간, 종교간, 남녀 간 등 크고 작은 수많은 갈등들이 언론의 단골메뉴가 되고 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우리 사회는 각 집단과 계층에서 서로 다른 요구들이 분출하면서 갈등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특히 정치적으로 좌우 이념의 양극화, 경제적 빈부 격차, 지역과 계층 간 갈등과 분쟁이 원만히 해결되지 못하면서 우리 사회가 부담해야할 비용이 기하급수로 늘어나고 있다. 갈등은 상대방의 가치나 의견이 나와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은 똘레랑스, 즉 관용(tolerance)의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다. 관용이란 쉽게 말해 개인이 싫어하거나 반대하는 집단에 대해 참으려는 의지라고 할 수 있다. 관용은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해 시민들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 소양으로서 건강한 민주주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하겠다. 똘레랑스란 단어를 우리나라에 널리 퍼뜨린 홍세화씨는 “한국 사회가 정이 흐르는 사회라면 프랑스 사회는 똘레랑스가 흐르는 사회”라고 하면서 자신이 프랑스에서 직접 경험한 사례를 소개한 바 있다. 편도 1차선 도로를 달리던 시내버스가 정류장도 아닌 곳에 멈추더니 한참동안 서있더란다. 그래서 밖을 내다보니 어느 집 앞에서 승용차가 시내버스를 막아놓고 사람들이 송별인사를 하고 있었단다. 그런데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데도 차도 위에 있는 사람들은 포옹을 하는 등 여유를 부렸고, 시내버스에 타고 있는 운전사, 손님들도 짜증부리지 않고 한참을 기다려주더란다. 만약 이런 일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다면 어땠을까? 툭하면 여성들을 비하하고, 호남인들을 홍어라고 조롱하며, 진보인사들을 공격하는 일베회원들이 얼마 전 세월호 유가족들이 단식투쟁하던 현장 바로 옆에서 폭식 퍼포먼스를 하는 걸 보고서 국민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슬픔에 동정하지는 못할망정 슬픔을 능멸하는 태도는 관용의 문제를 넘어선 인간성 문제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하여튼 이 장면은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갈등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를 확인시켜주는 좋은 증거물이라 하겠다. 상대방과 나의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를 존중해주는 것은 결국은 자신이 존중받기 위한 선제적인 행위인 것이다. 또한 고통 받고 있는 사람에 대한 관용은 내가 언젠가 그 입장에 처하게 될 때 내가 부릴 수 있는 자유와 권리로 되돌아오게 된다. 20대 국회의원 총선이 채 1년도 남지 않았다. 이제 곧 여야 간, 그리고 진보와 보수 집단 간, 지역 간에 생사를 건 갈등과 싸움이 시작될 것이다. 선진국 문턱에 서있지만 아직도 후진국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정치 분야에서 먼저 관용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적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해주고, 자유롭고 평등한 토론이 보장되어야 하며 아울러 상호 존중과 대화 예절이 갖춰져야 한다. 언론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언론이 특정 정파의 보호자 역할에 매몰되어 국민들을 편 가르고 정치 갈등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 내년 총선에서는 더 이상 언론이 선수로 뛰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고 어디까지나 공정한 심판관, 조정자, 그리고 관용 확산자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한다. 과연 내년에는 상대방을 존중해주는 정치관용이 넘쳐나는 수준 높은 선거판을 기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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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6.01 23:02

혁신도시의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한국전기안전공사가 전북혁신도시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 지도 내달이면 첫 돌을 맞는다. 창립 이후 40년에 이르는 서울시대를 마감하고 명실공히 전북 혁신시대의 본격적인 발걸음을 내딛게 되는 셈이다. 혁신도시 조성 사업은 알려져있다시피,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지역 균형 발전 사업이다.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통해 정부와 자치단체, 산·학·연이 함께 상생의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지역에 새로운 성장거점을 일구어내고자 하는 것이다. 지난 2003년 정부가 수도권 과밀 해소와 국가균형발전을 목적으로 공공기관 지방이전 추진 방침을 처음 발표한 이후, 2007년 ‘혁신도시특별법’이 제정되면서 모두 151개에 이르는 기관들을 비수도권 지역 10곳으로 옮긴다는 계획을 확정 지었다. 정부는 또한 이 같은 혁신도시 이전 사업이 마무리되면 수도권에서 10만 명의 인구가 지방으로 이동해 약 13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연간 9조원 대에 이르는 생산 유발효과를 거두어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전기안전공사의 기대와 여망도 그러하다. 정체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중장기적으로 이곳 전북을 대한민국 전기안전 R&D 산업의 중심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도내 대학이나 각급 기관과 협력하여 혁신도시 인근에 실증단지를 조성하고, 무선충전 운송시스템, 전력설비 진단기술 등을 공동 개발하기 위한 ‘전기안전기술 클러스터 단지’ 구축 사업도 추진 중에 있다. 공사 보유 특허기술을 도내 기업에 우선 이전하겠다는 약속도 지역 산업계와의 동반성장을 도모하고자 하는 일이다. 지역 인재 확보를 위한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실제로 공사는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올해 실시한 신입사원 공채에서도 전체 채용인원의 18%를 지역인재들로 뽑았다. 이전 당시, 전북도와의 협약에서 밝힌 ‘지역인재 채용목표제 15%’ 약속을 잊지 않았다. 얼마 전 본사에 개설한 통합 콜센터도 상담요원 전원이 지역민들이다. 이달 말에는 도내 중소기업인을 대상으로 구매상담회를 열고 지역 상공인들의 판로 개척을 적극 도와나갈 방침이다. 지역으로서는 일자리와 개발을 통해 경제의 활력을 도모하고, 이전 기관의 입장에서도 비용절감과 지역민의 신뢰라는 큰 자산을 얻을 기회를 갖는 셈이다. 그러나 혁신도시의 성공을 향한 이 같은 길이 마냥 넓고 평탄한 것만은 아니다. 불확실한 내일, 불투명한 전망에 대한 염려 탓이다. 도시 발전을 위한 기반 시설은 여전히 부족하고, 기관 이전에 따른 시너지 효과도 애초의 기대치를 밑돈다. 혁신도시와 구도심, 수도권을 연결하는 대중교통이나 시외버스 노선은 드물고, 병원이나 약국, 이발소와 같은 생활편의 시설은 가는 길이 멀다. 갓 지어낸 건물들은 높은 임대료 탓에 입주를 권하는 현수막만 요란하다. 낯선 교육환경과 해만 지면 적막강산으로 변하는 도시 풍경도 이전기관 직원들이 가족과 함께 내려와 살기를 망설이는 이유다. 살기 좋아야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모여야 도시가 제 모습을 갖기 마련이다. 혁신도시의 성공 여부는 결국 내려와 살아갈 삶의 환경이 얼마만큼 충분히 가꾸어져 있느냐에 달렸다. 혁신도시 생활이 당사자에게 기회가 되고 행복이 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부단한 관심과 성원이 필요한 이유다. 이전 기관 역시, 자치단체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지역민들에게 ‘함께 상생해야 할 이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할 일이다. “애초부터 있는 길이란 없다. 지나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중국이 자랑하는 작가 루쉰(魯迅)의 말이다. 혁신도시는 그렇게 ‘함께’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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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5.18 23:02

경찰관의 명품 김치

경찰관 한 명이 미술관을 방문했다. 신문 칼럼을 보고 만나고 싶었다는 이유로 40km를 넘게 달려왔다. 우리는 인간적인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는 어릴 적부터 어머니에게 음식 솜씨를 익혀 김치를 잘 담근다는 말을 했다. 내가 먹어본 김치 중에서 어머니가 담가 주신 김치처럼 시원함을 느끼게 해준 게 없었다는 말에 그는 웃으면서 자신의 김치를 맛보게 해주고 싶다고 했다. 그날 밤 늦게 누군가 벨을 눌렀다. 누구시냐는 물음에 ‘관장님’을 찾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3개의 작은 김치 통을 들고 서 있었다. 잠깐 들어오시라는 권유에도 곧장 가겠다는 그를 근처 카페로 안내해 차를 마셨다. 그는 문화 예술에 대한 동경을 품고 있었다. 어쩌면 많은 문화 예술인들이 지금쯤 버렸을 꿈을 그는 아무런 의심 없이 가슴 가득 품고 있었다.청두(成都)에서 만났던 펑정지에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주연이 되어 미술관을 방문했다. 청두 화실에서의 그는 손에 쿠바산 시가를 들고 있었고 손님용 소파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꽃문양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성공한 예술가답지 않게 먼발치로 본 그의 레드 카펫을 밟는 모습은 좀 쑥스럽고 어색한 표정이었다. 미술관에서 나는 그를 청두에서 봤을 때보다 전주에서 더 국제적인 예술가처럼 보인다고 놀렸다. 그는 그의 그림이 프린트된 핸드폰 덮개를 선물했다. 나는 ‘1980년대와 한국미술 도록’ 1권 그리고 나의 평론집을 선물했다. 그는 미술관 전시로 다시 전주를 오고 싶어 한다. 그러나 나는 끝내 대답을 미뤘다. 그러나 오늘 밤 그가 출연하는 ‘펑정지에는 펑정지에다’라는 영화를 먼저 볼 생각이다. 일요일 밤, 인터넷 바둑을 한 판 두던 중 누군가의 벨이 울렸다. 다시 ‘관장님’ 찾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였다. 그는 더 커 보이는 김치 통 하나를 들고 서 있엇다. 이번에는 집안으로 모시고 이야기를 나눴다. 나이와 직급을 떠나 친구처럼 대하는 게 좋아서 다시 왔다고 한다. 나는 불교 선배와 지리산 반야봉에서 천왕봉까지 2박 3일 등반하고 싶은 꿈을 이야기했고 그는 비염으로 고생하다가 직지사 근처의 한의사에게 치료받은 얘기를 했다. 나는 낮에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김남규 의원과 나란히 앉아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그분은 그날 이미 4개째 영화를 보고 있더라는 얘기를 해줬다. 그리고 그 영화(인 더 크로스 윈드)는 나의 가슴을 너무 먹먹하게 했다. 그는 소양의 한 스님을 같이 만나고 싶다고 했다. 다 꿈 같은 얘기다. 현실이 꿈 같고 꿈이 현실 같기도 하다. 어느 날 나는 아내와 함께 직지사 근처의 한의사를 찾게 될 것이다. 아내의 소원대로 발효 소금 하나를 사서 차에 싣고 돌아올 것이다. 어느 날 나는 그와 함께 소양의 한 스님을 방문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있을 꿈을 나는 그로 인해 꾸게 된다. 그는 나의 친구이다. 경찰관이라는, 김치도 잘 담그고, 중국집에서 독한 고량주를 마시길 좋아한다는 그는 어느 날 다시 벨을 누르고 웃으면서 그 자리에 서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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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5.11 23:02

정치인 거짓말 탐지기

흔히들 이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없는 세 가지는 일기예보, 통계, 그리고 여자의 마음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들은 정치인의 말에 비하면 족탈불급이라 하겠다. 성완종 스캔들에서 보여준 이완구 전 총리의 끝없는 거짓말은 이러한 믿음을 확신시키기에 충분하였다. 이 전 총리는 총리 인준 청문회 과정에서도 금방 들통 날 거짓말들을 해대더니,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된 직 후에 “가까운 사이가 아니다”고 했지만 1년 동안 23번이나 만났고 217차례의 전화통화 기록이 밝혀지는 등 입만 뻥긋하면 거짓말을 한 셈이 되고 말았다.우리나라 정치인들은 거짓말을 너무 잘한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4대 거짓말을 아는가? 아마도 그것은 “단 한 푼도 받지 않았다” “기억이 안 난다” “그게 사실이라면 직과 목숨을 걸겠다.” “다시는 정치를 하지 않겠다.” 등일 것이다. 정치인의 거짓말은 국민들의 정치혐오와 정치불신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지만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하는 거짓말이 선거결과에 중대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예를 들어 지난 2012년 대통령선거 막바지에 국가기밀로 되어있는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의 일부를 발췌하여 여당이 터뜨린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포기발언, 그리고 국정원의 선거 불개입 등은 선거가 끝난 후에서야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지만 이미 기차가 떠난 뒤였다. 때로는 의도하지 않았거나 실수로 인한 거짓말, 아니면 말고 하는 식의 발언이 선거결과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당 후보가 “우리 집권당은 지난 5년 동안 2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였고, 5.7%포인트의 경제성장을 이뤘다”고 말한다면 그 통계수치의 진실을 확인할 길이 없는 국민들은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까지 정치인들의 거짓말을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정치인의 말이 과연 진실인지 거짓인지, 아니면 과장된 말인지를 확인하거나 검증해야하지 않을까? 그래서 미국에서 2008년부터 정치인의 말이 과연 사실인지 아닌지를 검증하는 시스템이 작동되기 시작하였다. 이게 바로 사실검증(fact-checking) 저널리즘이다. 현재 수십 개의 팩트체커(Fact Checkers)가 운영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3대 팩트체커는 〈탬파베이 타임스〉의 〈폴리티팩트〉(www.poli tifact.com),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운영하는 〈팩트체크〉(www.fact check.org)와 〈워싱턴포스트〉의 팩트체커 블로그 등이다. ‘팩트체킹’(사실검증)이란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선출직 공직자와 각 분야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여론주도층 인사들의 발언을 심층 분석하여 그 발언의 옳고 그름을 검증하는 것이다. 팩트체킹의 대상이 되는 인사들의 발언은 언론보도, 대중연설문, 홈페이지 글, SNS 계정 글, 광고물 등에 표현된 뉴스가치를 담은 모든 발언이 해당되고 있다. 〈폴리티팩트〉는 소위 ‘진실측정기(Truth-O-Meter)’를 가동하고 있는데, 이게 매우 흥미롭다. 정치인 말의 진실성을 6단계로 판정하는데, 그것은 진실(TRUE)-거의 진실(MOSTLY TRUE)-절반의 진실(HALF TRUE)-거의 거짓(MOSTLY FALSE)-거짓(FALSE)-새빨간 거짓말(PANTS ON FIRE) 등이다. 실제로 어제 〈폴리티팩트〉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지난 4월 힐러리 클린턴이 아이오와주에서 “나의 조부모들은 모두가 다른 나라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다”라고 한 발언의 진실 검증 결과가 공개되었다. 사실검증결과 8명의 조부모 중에서 적어도 3명은 미국 땅에서 태어난 것으로 밝혀져 이 발언은 “거짓”(false)으로 판명 났다고 공시하였다. 또한 〈폴리티팩트〉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오바미터(Obameter)’인데,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선거 캠페인을 하면서 약속한 모든 사항들을 항목별로 열거하고 각 공약들이 얼마만큼 실행됐는지를 따져 거기에 대해 점수를 매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시민단체 등이 중심이 되어 대통령은 물론이고 국회의원, 교육감, 도지사, 시장 군수 등의 발언이 사실인지를 검증하는 시스템을 작동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선출직 정치인들의 공약 이행 점수는 물론이고 발언 하나 하나의 진실성 검증결과를 인터넷을 통해 공시한다면 정치인들의 언행이 보다 진실해 질 것이며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도 높아지지 않을까 싶다.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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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5.04 23:02

화학물질 안전관리제도와 사고 예방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화학물질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더 이상 떼어내 생각할 수 없는 물질이 되었다. 우리의 의식주를 이루는 대다수의 기기나 물품들이 화학제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화학제품 사용이 증가하고 제품생산을 위해 화학물질을 보관·운반 또는 가공처리 하는 과정에서 화재·폭발 및 누출사고 등으로 많은 인명피해와 재산손실을 초래하는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화학사고 예방과 대응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일반적으로 유해화학물질에 의한 화학재난은 화학물질의 제조나 보관, 운반 등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며 이들 유해물질이 가지는 인화성, 폭발성, 독성으로 인하여 사고발생시 국민건강과 환경에 심각한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화학물질에 대한 대표적인 안전관리제도로는 2015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이 있다. 화평법에 의해 종전 유해화학물질관리법상의 유해성 심사제도가 등록제도로 바뀌면서 화학물질 취급자가 화학물질의 유해성에 대한 정보를 환경부에 제출하게 하여 화학물질이 일정한 독성 기준을 초과하면 유독물질 등으로 지정하여 안전하게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하였다. 또한 유해물질 함유제품으로 인한 국민건강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안전·표시기준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화관법은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설치자가 화학사고 발생으로 사업장 주변 지역 사람이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평가하도록 하여 주민들에게 미칠 수 있는 위해를 예측하여 영향을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였다. 이와 더불어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설치·관리기준을 시설별로 구체화하고 전문기관의 검사를 통해 취급현장의 안전확보 기반을 마련하였다.화학재난을 줄이기 위해서는 유통과정에서 화학물질 유출을 예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하여 평상시 화학물질에 대한 안전관리제도와 함께 누출사고에 대한 정보망 구축과 지역별, 물질별, 사고 규모별 대응 시나리오에 의한 체계적인 사고예방 훈련을 지속적으로 실시하여야 한다. 또한 대응방법을 개발하고 사고 발생 시 누출된 잔류 유해물질이 환경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조사와 후속조치 등 유관기관과의 정보교환과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환경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대응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새만금지방환경청은 이러한 추세에 발맞추어 화학물질관리과를 화학안전관리단으로 승격시키고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지역기업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한편, 2014년 1월 환경부, 국민안전처,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및 지자체 등 5개 부처가 참여한 정부 3.0 협업조직으로 출범한 익산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를 중심으로 화학사고에 대한 예방, 대비, 대응 및 복구기능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화학물질 현장분석차량을 도입하고 인력을 보강하는 등 화학재난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이처럼 새만금지방환경청은 화학물질 안전관리제도의 보완 뿐 아니라 재난예방에 대한 조직 및 체제를 더욱 발전시켜 전북도민의 건강, 환경보전은 물론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을 약속드리며 아울러 화학재난예방에 대한 도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협조를 당부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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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4.27 23:02

기억하고 지키는 것, 안전혁신의 시작

어느새 한 해를 건넜다. 부끄럽고 참담한 나날은 멀고도 길었다. 지켜주지 못한 것에 대한 살아있는 자의 마음은 취객처럼 흔들렸다. 우리에게 지난 1년은 ‘세월호’가 안긴 질문과 과제에 대한 참회의 답변을 마련키 위해 안간힘을 쓴 시간들이었다. 총체적인 진단이 이어지면서 국가 개조 수준의 처방들이 쏟아졌다. 해경이 해체되고, 안전행정부의 ‘안전’영역이 국민안전처라는 새로운 컨트롤타워에 맡겨졌다. 지난달 30일, 정부가 발표한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은 그와 같은 진단과 처방을 아우른 국가 재난대응 전략의 종합판이었다. 정부 17개 유관 부처와 기관이 함께 마련한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에는 크게 △재난안전 컨트롤기능 확립 △재난현장 대응역량 강화 △생활 속 안전문화 확산 △재난예방 인프라확충 △분야별 안전관리 추진 등 5대 추진전략과 100대 세부과제가 담겼다.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약 30조원을 현장 안전 확보와 사전예방 및 점검시스템 구축, 안전교육 강화 등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종래보다 진전된 방안이라는 설명이 잇따랐다. 이곳저곳 산재되어 있던 재난 관리 업무가 국민안전처로 수렴되면서 통합적이고 효율적인 재난관리 체계를 운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그 첫째다. 자연재난 위주의 보상체계를 화재나 붕괴, 폭발 등 각종 사고와 테러를 아우른 사회재난으로 확대한 것과, 모든 재난 상황에 대응해 누구에게나 적용 가능한 ‘재난관리 표준체계’, 이른바 ‘올인원(All-in-One) 매뉴얼’을 마련했다는 점도 과거보다 나은 차이다. 이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재난사태 선포권을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주어 현장의 판단을 존중하고 책임을 강화하도록 한 것 또한 옳은 방향이라는 것이 일반의 평가다. 특히 이번 마스터플랜의 내용 속에는 국민 생활안전과 직결된 전기, 가스 등 에너지 시설에 대한 선제적 방어 계획도 포함되어 있어, 관련 업무를 이끌어나갈 필자의 관심과 기대는 더욱 크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세월호를 비롯한 많은 재난 사고들이 단지 인력이나 장비가 부족해서, 시스템이나 매뉴얼이 없어서 일어난 일이 아니다. 지난해 판교 환풍구 붕괴사고나, 120명 이상 사상자를 낸 의정부 아파트 화재, 그리고 얼마 전 있었던 강화도 캠핑장 화재사고에 이르기까지, 국민안전처 출범 이후에도 대규모 재난안전 사고는 끊이질 않았다. 대부분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일어난 인재(人災)였다. 안전의 기본은 ‘잊지 않고 기억하며 지키는 것’이다. 예방이든, 대응이든 머리가 아닌 몸이 스스로 알 수 있을 때까지 끊임없이 익히는 것보다 확실한 안전대책은 없다. 재난대응 매뉴얼이 아무리 완벽하다해도 이를 체험하고 기억해 올바르게 지키지 못한다면 이는 물젖은 휴지뭉치와 다르지 않다. 안전에 있어 시스템이나 제도보다 중요시 여겨야 할 것이 예방을 위한 교육이고, 대응을 위한 훈련이 되어야 하는 까닭이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했다. 4월의 한가운데, 봄이 다시 왔지만 우리네 마음은 아직도 깊은 겨울이다. 삼백네 송이의 저문 꽃잎들과 미처 오르지 못한 아홉 영혼들이 진도 앞바다를 떠돈다. 안전혁신은 살아있는 자들의 과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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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4.20 23:02

비행 중 아시아를 생각한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아시아를 다시 생각한다. 베이징에서 만났던 리셴팅 선생의 미소. 그는 중국 현대미술의 상징적 존재이지만 수 년 간에 걸친 만남과 친교로 두 말 없이 국제 세미나 참석 요청을 수락했다. 우리가 말하려는 것은 과거의 아시아가 아니라 현대의 아시아이고 지금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하여 무엇이든 기탄없이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나는 주장했다. 우리는 작가로서, 기획자 또는 평론가로서 정부 관료나 기업체 간부와 다르게 개인으로서 예술가로서 무엇이든 말하고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아시아현대미술전과 국제세미나를 하는 이유이다…라고. 모두들 이러한 제의에 동의 했고 그 중요성을 공감했다. 쳉두에서 만난 중국 현대미술 1세대의 중요 작가 조우춘야는 녹색 개를 그려서 사회적 폭력성을 고발하기도 했지만 복숭아 꽃이 만발한 과원 아래 남녀의 열정적 사랑을 주제로 그림을 그렸다. 그는 나의 방문을 환영하고 블루 루프 미술관 작가들을 소개했고 작가 및 전시 교류를 주선해줬다. 홍콩에서 만난 콕망호는 공항에서부터 환영의 의미로 특유의 개구리 안경, 개구리 서예 등을 몸에 걸치게 하고 사진을 찍었다. 그는 개구리 왕이라는 의미의 프로그 킹으로 불린다. 1992년 뉴욕의 거리에서 만났던 그는 즉흥적으로 나의 백 팩에 야쿠르트 빈 병을 매달고 사인을 하는 등 즉흥적인 일들을 좋아 했다. 그는 즐겨 ‘인생이 예술이고, 예술은 곧 인생이다.’라는 말을 쓴다. 반면 방콕에서 발견한 바산이라는 화가는 병원에 입원한 상태로 자신의 스튜디오를 공개했는데 현직 총리의 쿠데타 권력을 야유하는 그림이 있었다. 나는 이렇게 다른 예술적 모순을 모두 수용하고 싶다. 그것이 소통의 단초이고 원칙이다. 이로부터 아시아의 모든 문제가 전북에서 노출되고 평가되며 가치를 생산하게 될 것이다. 타이베이 관두미술관장을 만났을 때 나는 레지던시 작가 교류를 제안했다. 그는 일단 한명의 작가를 받아 들이겠다고 말했다. 전북도립미술관이 창작 공간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에 그는 향후 5년 간 작가 교류를 위한 협정을 맺자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문서로 협약을 맺었다. 이제 작가 한 명을 올해 안에 타이베이로 보낸다. 내년에 창작 공간이 만들어지면 같은 조건으로 타이베이 작가를 한명 받아 들인다. 그 수는 점점 증가할 것이다. 타이베이 레지던시 빌리지 우다큰 관장과도 같은 협의를 했다. 대화 중 기분이 좋아진 그는 내년 초 3달간 공간을 제공해주겠다고 말했다. 그 뜻은 3달 동안 전북 작가 1~2명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의 현대미술을 전북으로 불러 들이고 전북의 작가를 아시아로 보내자는 의지로 시작된 아시아현대미술전 개막이 올해 9월로 다가오고 있다. 아시아는 빠르게 역동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홍콩은 아트 바젤이 들어선 이후 이미 세계 제일의 아트 마켓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금 아시아를 화두로 중심적 역할을 하지 않으면 향후 20~30년 간 전북의 미술은 설 자리가 없다. 적극적으로 소통의 길을 열 때 전북의 미술은 아시아에서 의미 있는 존재로 바뀌게 될 것이며 이는 전북 문화의 중요한 출구로서 작용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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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4.13 23:02

이순신 장군의 사생활 엿보기

오는 4월 28일은 ‘충무공 이순신 탄신일’이다. 충무공은 지금으로부터 470년 전인 1545년 음력 3월 8일 새벽 1시 서울 건천동에서 출생했다. 충무공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난중일기이다. 난중일기는 7년 동안의 임진왜란을 꼼꼼히 기록하였는데, 모두 7책 205장으로 된 그 양이 제법 방대한 일기이다. 본래 충무공의 일기는 그 이름이 없었으나 정조 때 ‘이충무공전서’를 편찬하면서 당시의 편찬자가 편의상 ‘난중일기’란 이름을 붙인 것이다.난중일기를 읽어보면 충무공의 충(忠)과 효(孝)가 얼마나 높고 깊은지를 잘 알 수 있다. 난리 통에도 고향 아산에 있는 어머니의 안부를 애타게 기다리고 수시로 사람을 보내어 안녕을 확인하고 안도하는 대목이 숱하게 나온다. 그런데 하필이면 충무공이 백의종군하던 시절인 1597년 4월 어머니가 82세의 나이로 숨을 거두자 충무공의 슬픔은 극에 달한다. “종 순화(順化)가 배에서 와서 어머님의 부고를 전한다. 뛰쳐나가 뛰며 슬퍼하니 하늘의 해조차 캄캄하다… 가슴이 미어지는 슬픔이야 이루 다 어찌 적으랴…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나는 맥이 다 빠진데다가 남쪽 길이 또한 급박하니, 부르짖으며 울었다. 다만 어서 죽기를 기다릴 따름이다.” 이처럼 어머니에 대한 효심은 지극한 반면에 부인을 걱정하는 대목은 겨우 두세 번에 불과할 정도로 부인에 대해서는 매우 무심한 편이었는데, 그 이유를 알 길이 없다. 전쟁준비와 공무에 관한 대목은 제쳐놓고 난중일기에 나오는 충무공의 사생활을 잠깐 엿보기로 하자. 많은 영웅호걸들이 그랬듯이 충무공 역시 술을 좋아했다. 술을 자주, 그리고 많이 마셨는데, 때로는 공무시간과 관계없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술을 마셨다. 동료를 송별하거나 특별한 날에는 아침부터 종일 술을 마시기도 하였다. “아침 광주 목사가 와서 식사를 같이 하는데, 먼저 술이 시작되어 밥을 먹지 않은 채 취해버렸다. 광주 목사의 별실에 들어가 종일 술에 취했다.”(1596년 9월 19일). 공은 꿈을 자주 꾸었는데, 꿈을 꾸고 나면 반드시 스스로 해몽을 하고, 점괘를 뽑아 길흉을 점치곤 하였다. 이 또한 전쟁 중의 스트레스 때문이 아니었겠는가? 충무공은 취미가 다양하였는데, 거의 매일 활을 쏘았으며, 가끔 거문고와 가야금을 타기도 하였다. 바둑과 장기도 두었는데, 본인이 두기 보다는 사람들을 불러 두게 하고 훈수하거나 구경하는 것을 더 즐기는 편이었다. 그런데 불행히도 충무공은 적어도 네 가지 병을 달고 살았다. 가장 심한 병은 위장병이었다. 수시로 토사곽란을 일으키고, 자주 신음을 내면서 몸이 아파 공무를 보지 못한 적이 잦았다. “이날 밤 속이 답답하여 자지 못하고 밤중까지 앉았다 누웠다 하다가 밤이 깊어서야 잠들었다”(1596년, 7월 24일). 또한 불면증에 시달렸으며, 다한증(多汗症)으로 심하게 고생하였다. 잠자리에 땀을 너무 많이 흘려 자다가 젖은 옷을 갈아입는 경우가 허다하였는데, 때로는 이불을 모두 적실 정도로 거의 매일 같이 자면서 땀을 흘린 것을 낱낱이 기록하였다. 그리고 지금으로 말하면 지루성 피부염인 머리 가려움증으로도 고생하였는데, 심할 경우는 여종을 시켜 긁도록 하였다는 기록이 자주 나온다. 충무공은 건강도 좋지 않았고, 막내아들이 전쟁에서 순직하는 등 개인적으로는 참으로 불행하였다고 본다. 그럼에도 개인적 역경을 이겨내고 나라를 구한 충무공의 나라 사랑과 공직자로서의 절제와 책임감에 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그러나 오늘도 빠지지 않고 언론에 등장하는 정치인과 공직자들의 일탈과 무책임, 무능력에는 그저 한숨만 터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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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4.06 23:02

지금, 여행 트렌드는 생태관광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재미있는 일이라도 배가 불러야 흥이 난다는 말로 배가 고파서는 아무 일도 도모할 수 없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 속담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면, 우리 선조들은 배를 채운 후에 할 수 있는 가장 재미난 일로 명승지로 대변되는 금강산의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서 풍류를 즐기는 일을 꼽았다는 것이다. 옛사람들에게 넉넉하지 못한 살림살이와 식량기근으로 ‘삼시세끼’ 끼니를 잇는 것이 가장 큰 걱정거리였다면, 여유로운 생활과 풍족한 먹거리가 있는 요즘 사람들에게 새로운 고민거리는 무엇일까?바로 ‘금강산 구경’에 비유되는 ‘관광(여행)’즉, 여가 활용이 아닐까?최근 발표된 2013년 국민여행실태조사 결과(2014년 한국관광문화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만15세 이상의 국민 중 약 86.5%가 국내 여행을 해본 경험이 있으며, 약 46.85%가 여행의 목적을 여가·휴가로 꼽고 있다.이 조사에서 알 수 있듯 요즘 사람들에게 관광(여행)은 단순히 여가생활 영위의 수단만이 아니라 삶의 질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관광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국민소득의 증대와 주5일 근무제 정착으로 기존의 눈으로 보는 관람형 관광에서 레저, 문화, 자연생태체험을 아우르는 체험형 관광으로 변하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 관광의 화두는 단연 ‘생태관광’이다. 국제생태관광협회의 정의에 따르면 ‘생태관광이란 잘 보전된 자연지역에서 여행지의 자연과 문화를 체험하되, 주민의 복지를 증진(편익분배) 시키고, 환경보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책임있게 행동하는 여행’을 말한다. 즉, 지역사회 측면에서는 자연자원의 보전과 지역경제 발전을 동시에 이룰 수 있고, 지역의 리더를 주축으로 지역주민의 참여와 이해를 이끌어낼 수 있으며, 수요자 측면에서는 지역사회에 편익을 제공하고, 자연환경 보전에 일익을 담당하는 교육적 효과가 있어 지역사회와 수요자 모두 상생할 수 있는 형태의 관광이라 할 수 있다. 생태관광지로 이름난 순천만, 관매도 명품마을, 제주도 선흘리 등을 보더라도 각각 추구하는 생태관광의 모습은 달라도 환경보전과 지역의 발전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조화롭게 달성해가고 있다. 얼마 전 우리지역에서도 즐거운 소식이 하나 있었다. 작년 12월 고창 운곡습지와 고인돌공원 일원이 국가 지정 생태관광지로 공표된 것이다.생태관광의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역공동체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데, 고창 생태관광지역은 운곡습지 주변의 마을 주민들이 사랑과 애정을 통해 환경을 보존하고 있고, 자발적 봉사와 기부 참여로 공동체 문화를 형성해 가고 있다. 생태적으로 바람직한 지역 만들기, 이는 깨끗한 자연환경을 지키고 가꾸는 것에서 나아가 지역 주민 스스로 역할과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침체된 지역의 분위기를 탈바꿈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관광이 즐겁고, 지역이 풍요롭고, 환경이 살아 숨 쉬는 지속가능한 관광. 이것이 바로 생태관광이기 때문이다.이제 우리지역도 생태관광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서 지역의 모든 역량을 결집하고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새만금지방환경청에서는 국가지정 생태관광지를 중점 육성을 지원하고, 도내 다른 지역에도 성공사례를 확산시키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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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3.30 23:02

'김영란법' 시행, 그 이후

하루 벌어 하루 먹어야 하는 가장 노릇을 하다 보니 병든 부모님 약값조차 대기 어려운 ‘김영란’이라는 청년이 있었다. 어느 날 키다리 아저씨가 이 청년 앞에 나타나서 매달 100만원씩 후원해줄 테니 일용 노동일을 조금 줄이고 공부를 해서 공무원 시험을 쳐보라고 권유했다. 2016년 10월 청년이 9급 공무원시험에 합격해 임용된 뒤, 첫 월급을 타기 전에 키다리 아저씨는 또 100만원을 보내줬고, 그 돈은 부모님 약값으로 쓰였다.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인 일명 ‘김영란법’이 이달 초 국회를 통과했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관련 법률을 처음 제안한 지 4년, 정부 법안이 국회로 넘어간 지 17개월 만의 일이다.이번 법안은 그동안 제정된 관련 법 가운데 가장 강력한 수준의 부패방지법이다. 현행법이 공직자의 금품 수수 혐의에 대해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을 모두 입증해야만 처벌할 수 있었다면, 새 법안은 특정인에게 한 번에 100만원, 연간 300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은 공직자는 그 명목이 무엇이든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을 따지지 않고 바로 형사 처벌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동거 여부를 불문하고 직계혈족이나 형제자매에 대해 신고의무를 부과한 것도 과거에 없던 규정이다.일각에서는 국회의원과 같은 선출직 공직자들이 적용대상에서 제외된 점 등 몇 가지 논거를 들어 ‘부패방지’라는 애초의 법 취지를 퇴색시켰다고 비판하지만, 반대로 사립학교 교원이나 언론인을 적용대상에 포함하고 있고, 공직자가 배우자의 금품 수수사실을 신고하도록 한 조항 등이 위헌 요소를 갖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어느 편에 서있는 비판이건 간에 매우 지엽적인 부분을 가지고 논란을 주고받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법철학적으로 가장 기본이 되는 중요한 핵심적 문제를 아무도 지적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 동안 잊고 있었던 법조인의 입장에서, 또한 한때 입법부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한 마디 거들지 않을 수가 없다. 사람이 지켜야 할 형사규범 중에는 ‘법’이라는 규범도 있지만 ‘도덕’이라는 규범도 있다. 법규범이란 도덕규범을 위반하는 행위 중에서 위반 시에 국가권력으로 반드시 처벌할 필요가 있는 중대한 규범위반 행위만 골라서 정해놓은 것이다. 그래서 법학 교과서에는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고 가르친다. 더 쉬운 말로 다시 표현한다면,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행위가 아니라면 법으로도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같다.이제 막 공무원이 되어 100만원을 받은 ‘김영란’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악법도 법이니 청년 ‘김영란’에 대해서 ‘김영란법’을 적용해서 처벌하고 파면시킬 것인가? 아마도 선뜻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일반인의 도덕 감정이 그것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청년 ‘김영란’은 이미 발효된 ‘김영란법’에 따라서 ‘도덕적으로는 비난하기 어렵지만 실정법을 어긴 죄’로 형사 처분되고 파면될 것이다.이런 실정법을 ‘위헌인 법률’이라고 한다. 위헌인 법률은 결국 법도 아니다. 이대로 법이 시행된다면 누군가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교왕과직(矯枉過直)이라 했다. 잘못을 바로잡으려다 지나쳐 오히려 일을 그르친다는 말이다. 명분만큼 중요한 것이 원칙이다. ‘김영란법’ 때문에 ‘법의 정신’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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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3.23 23:02

다 줄터이니 다 가져라!

개인전으로 파리를 다녀온 제자가 선물로 주머니칼을 사 왔다. 낯선 그 물건에 대해 이유를 물었더니, 개혁에 대한 마음을 잊지 말라는 뜻으로 몇 개 사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고 한다. 그 칼은 곧 사무실 서랍에 들어갔지만 이따금 꺼내어 날카로운 칼날을 만지작거릴 때가 있다. 개혁은 깨어 있을 때 가능한 것이고, 기존의 틀을 부수는 것이며, 이권과 관련된 각종의 고리를 끊을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일은 어찌할 수 없는 끈으로 얽매어 있다. 단칼에 자르기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이유와 끈끈한 관계망…. 하긴 잘라낸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기에 잘라낼 부분과 살려낼 부분을 구분하여 잘해야 한다. 배가 고파본 사람은 음식의 가치를 알고 삶의 허무함을 느끼는 사람은 예술의 가치를 느낀다. 죽을 때 순간적으로 일생을 회고하게 된다는데 수십 년 일생이 눈 한번 깜박이는 순간이라고들 하지 않나. 찰나에 오고 가는 것임을 안다면 좀 허무를 느끼게 된다고나 할까? 나이가 들면 시간이 느리게 간다고들 한다. 두뇌가 느슨해진 탓도 있고, 욕심도 더 부릴 수 없어서이기도 할 것이다. 먹고 싶은 것도 없고 갖고 싶은 것도 없다면 무슨 재미로 살 것인가? 인생은 욕망의 뚜껑을 열면서부터 시작이다. 저마다 가슴 속에 있는 욕망이라는 저돌적이고 무지하며 일방적인 짐승을 타보지 못한 사람은 제대로 살아봤다고 할 수 없다. 또 욕망이라는 짐승에 끌려다니다가 진흙탕에 처박힌 자신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는 사람은 아직 자신의 초상을 제대로 봤다고 할 수 없다. 두려우면서도 뚜껑을 열지 않을 수 없는 것이 그것이다. 그것이 생의 무모함, 덧 없슴, 찰나적 쾌락, 소유의 갈등이다. 마음대로 껍데기를 벗어 던질 수 있다면 얼마나 홀가분하겠는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욕망이 가치를 창출한다. 남들보다 더 좋은 것을 갖고 싶은 욕구가 소비를 자극한다. 남들보다 더 많이, 더 훌륭한 것을 갖고 과시하고 싶은 욕구가 물신이다. 시시각각 광고는 물질적 욕구를 자극한다. 인생은 지루하기 때문에 새로운 상품으로 상쾌하게 소비하고 즐겨라! 즐길 수만 있다면 얼마를 소비해도 좋으니 즐겨라! 이와 반대도 있다. 욕구를 비우고, 절제하고, 욕망이라는 이름의 짐승을 멀리하고 수도사처럼 사는 것. 그러나 일반인이 수도사처럼 사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 질투도 안하고 비교도 하지 않는 청정심을 지키기가 또 얼마나 어려운가? 그렇다고 짐승처럼 살다가 수도사처럼 살기도 하는 이중생활은 더더욱 힘들다. 그리고 목숨이 붙어있는 한 사람은 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다 줄 터이니 다 가져라. 나는 언제부터인가 혼잣말처럼 이 말을 즐겨 되뇌인다. 다 줄 터이니 더 귀찮게 하지 말고 다 가져가고 너의 주린 배를 채우고 멋지게 살아봐라. 기왕 죽을 바엔 호랑이 등에 타기로 했다. 다 줄 터이니 실컷 달려나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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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3.16 23:02

전북 지역언론의 슬픈 현실

“전북 지역 언론은 다 죽었다.” “기자다운 기자가 없다.”얼마 전 지역인사 몇 사람과의 식사 도중에 나온 말들이다. 글로 다 옮기기 어려운 험한 말들이 마구 쏟아졌다. 대화가 깊어갈수록 우리 지역 언론에 대한 이들의 불만과 불신은 구체적이고 신랄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내세운 사례는 도민은행인 전북은행의 차별인사에 대한 지역언론의 태도였다. 지난해 전북은행이 광주은행을 인수하면서 오랫동안 아래 동네에 피해의식을 가졌던 도민들에게 모처럼 만에 자긍심을 심어주었다. 그러나 전북은행장과 감사, 그리고 2명의 부행장 중 1명이 외지 인물들로 채워지는 바람에 1969년 설립 이래 최초의 전북은행 출신 은행장 탄생을 잔뜩 기대했던 전북은행 직원들과 도민들에게 큰 실망을 주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에 은행 측은 전북은행 임원이 광주은행 부행장으로 입성한 것을 크게 부각시켰지만 실상은 이 인물 역시 정통 전북은행 출신이 아니라 몇 년 전 외부에서 영입된 인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광주은행을 인수하였지만 계열사는 물론이고 당은행에서 조차 전북은행 출신들이 철저히 찬밥이 되는 바람에 전북은행 직원들은 큰 불만과 함께 사기가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응당 지적하고 비판해야 될 도내 언론들이 일제히 꿀 먹은 벙어리 마냥 입을 다문 것이 매우 실망스럽고 괘씸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도내 언론들이 눈을 감아버린 것은 광고비와 행사 협찬비를 고리로 한 은행 측과 언론사 간의 이해관계, 그리고 은행 측과 출입기자단의 긴밀한 유착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오비이락인지는 모르겠지만 실제로 전북 민언련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중순 경 전북은행 출입기자 13명이 연수를 핑계로 3박 4일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으며, 예년과 마찬가지로 올해에도 해외연수 계획까지 잡혀있다고 한다. 전북 민언련의 도내 언론의 전북은행 보도 분석에 따르면 대부분 기사가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낀 홍보성 기사이고, 비판기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게 이해 가는 대목이다. 사실 전북은행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우리 전북지역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무려 13개나 되는 일간신문의 난립으로 인해 지역신문들이 재정적으로 열악하기 때문이다. 독자 구독료에는 아예 신경을 쓰지 않은 채 오직 관공서와 기업들로부터 광고비, 협찬비 등을 뜯어내지 않으면 존립 자체가 어려운 일부 영세 신문사들에 감시와 비판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들 영세 신문사들이 시장의 물을 흐려놓는 바람에 전북일보와 같은 건전한 신문은 물론이고 지역방송사들마저 진흙탕 싸움판으로 내몰리고 있다. 우리 지역신문시장이 이 지경까지 이른 데에는 자치단체장들의 책임이 크다. 일부 지역신문들에 대한 주민들의 분노가 천장을 찌르고 있는 이 시점에서 각 자치단체들은 지역신문의 선택과 집중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 일정 자격조건을 갖춘 건전한 신문만을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나머지 신문에 대해서는 지원은 물론이고 신문구독 마저 끊어 시장에서 도태시켜야 한다. 그런데도 자치단체장들이 말을 듣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전북 민언련과 같은 시민단체와 주민들이 나서서 자치단체장들에게 선택과 집중 정책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이의 실천을 감시하여 선거에서 표로 심판할 수밖에 없다. 일찍이 플라톤은 국민이 정치를 외면하면 가장 저질스런 정치인들에게 지배당하게 되는 벌을 받는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지금 같이 우리 도민들이 질 낮은 언론으로부터 피해 보고 있는 것은 그동안 지역 언론을 외면한 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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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3.09 23:02

지속가능한 개발과 환경영향평가

전북지역은 지리산국립공원을 비롯한 4개의 국립공원이 소재하고 국가보호 습지 등 우수한 환경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생태환경의 보고인 반면 산업경제 기반은 타 지역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미약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따라서 환경을 잘 보존하면서 빠른 시일 안에 산업기반시설을 확충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환경영향평가제도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큰 행정계획이나 개발 사업을 시행함에 있어 미리 환경에 대한 영향을 검토하고 저감방안을 마련하여 친환경적으로 개발 사업을 추진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다.1984년도에 제도가 시행되었고 1993년도에는 환경영향평가법이 단일법으로 제정되어 시행될 정도로 환경보전 차원에서 비중이 큰 업무라고 할 수 있다.환경은 한번 훼손되면 다시는 복원할 수 없거나 회복하는데 많은 비용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때문에 사전예방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이를 위한 가장 훌륭한 도구가 환경영향평가 제도가 아닐까 한다.개발사업과 관련하여 환경영향평가가 중요한 사례를 우리 주위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간단한 예를 들면 익산산업단지 인근지역은 상가, 아파트가 밀집되어 있고 계속 개발이 확산되고 있으나 공장에서 나오는 악취 등으로 인해 주민들이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이에 따라 주민들은 행정기관에 지속적으로 악취저감 대책을 촉구하는 민원을 제기하고 있으나 근원적인 대책 마련이 어려운 상태이고 입주기업은 나름대로 나중에 들어선 아파트 등에서 제기하는 민원으로 생산 활동에 차질을 빚게 되어 억울함을 호소한다. 이러한 문제는 산업단지의 입지나 도시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환경문제를 사전에 면밀하게 검토하여 저감대책을 강구했다면 겪지 않아도 될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현실적으로 환경영향평가 제도도 많은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환경영향평가는 미래의 불확실한 상황을 예측하여 저감방안을 찾는 것인 만큼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 할 수 없다. 또 조사 시기의 불일치, 조사 횟수 부족 등으로 인하여 나중에 중요한 생물자원이 발견되는 사례도 있다.또한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신뢰성에 대한 논란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 제도가 개발과 보전의 조화를 추구하는 만큼 사안에 따라 개발 또는 보전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리게 된다. 이 경우 환경단체 등에서는 환경영향평가를 개발의 면죄부라고 질책하고 원안대로 개발을 추진하지 못하는 사업자는 과도한 규제이고 불필요한 비용의 낭비라고 비판한다. 환경부 차원에서도 이 문제에 대하여 고민하고 개선방안을 찾고 있지만 업무의 특성상 일정 부분은 계속 안고 가야 할 문제로 보인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영향평가는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한다. 환경영향평가 제도는 사전예방 측면에서 개발과 보전을 조화시킬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제도라는 점은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환경영향평가는 단순히 개발사업의 입지가 적합한지 아닌지 만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개발로 인한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하고 자연친화적인 개발을 유도한다. 또한 이 제도가 있음으로 인하여 개발사업자들이 환경을 고려한 계획을 수립하도록 유도하여 국토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능하게 한다.새만금지방환경청은 이 제도를 더욱 발전시켜 지역의 환경보전은 물론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본 제도가 더욱 발전될 수 있도록 도민의 관심과 협조를 당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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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3.02 23:02

옛 풍속에서 구하는 행복한 상념

민족의 큰 명절 설이 지났다. 얼마 후면 다시 정월대보름이다. 풍요롭게 차오른 둥근 달처럼 설을 맞는 세간의 풍경은 언제나 들뜬 설레임으로 가득하다. 1년에 한 차례, 설 명절이 가져다주는 반가운 선물이다. 어느 지역, 어느 나라에서건 한 해의 시작을 의미 있게 여기지 않는 경우가 없지만, 그중에서도 우리네 설은 그 풍속에 깃든 의미와 재미가 더욱 각별하다.설은 절기상으로 정월 초하루를 일컫지만, 선조들의 실생활에선 새해 전날부터 대보름까지를 아울렀다. 섣달그믐, 가족과 친지들이 한 자리에 모여 ‘묵은세배’를 나누던 풍습이 대표적인 예다. 설날 아침이면, 색동옷 설빔을 차려 입고 마을 어른들을 찾아 인사드리며 허리춤 깊숙이 복주머니를 채우던 기억도 새롭다. 두어 고개 넘어야 가닿을 먼 곳 친지들 안방까지 기웃거리다 보면 정월 보름까지 세배 다니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 요즘에야 지폐로 세뱃돈을 주고받지만, 그때만 해도 동전 몇 개 쥐어주시던 어른들이 많았다. 그마저 여의치 않은 이들은 아이들 고사리 손을 보듬으며 허허로운 웃음으로 텅 빈 호주머니를 대신하는 경우도 흔했다.새해 첫날이 집안 식구들 간의 작은 잔치였다면, 정월대보름은 마을주민 모두가 함께 어우러지는 한바탕 축제였다. 풍물패가 동네를 돌며 지신밟기를 하는 동안, 마당에 둘러앉은 어른들은 가마니 위에 윷을 던져 놀았다. 늦겨울 얼음 인 논밭 위에선 아이들이 팽이를 돌리고, 밤나무 아래에선 꽃다운 처녀들이 널을 뛰며 동네 청년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휘영청 보름달 밝은 밤이면 뒷동산에 올라 달집을 태우고 쥐불놀이를 하며 달맞이 소원을 빌었다. 모두가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풍습들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전래의 풍경도 어느새 박제화 되고 잊혀진 추억이 되고 있다. 명절 연휴, 흩어져 살던 가족과 친지들이 모처럼 한 자리에 둘러앉지만, 차례상을 물리면 이내 데면데면해진 얼굴들이 된다. 세뱃돈을 거둔 아이들은 다시 손에 쥔 스마트폰에 고개를 묻는다. 해외로 향하는 공항 국제선 인파는 이즈음이 가장 붐빈다는 소식도 들린다. 핵가족화를 넘어선 탈(脫)가족 시대가 자아내는 풍경이다. 지난 설에도 많은 이들과 새해 인사를 주고받았다. 달라진 풍속만큼이나 마음을 전하는 수단도 많이 변모했다. 세배와 연하장을 대신한 자리에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이메일과 SNS가 들어앉았다. 쉽고 빠르게, 더 많은 이웃들에게 안부를 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와 같은 편리가 진정 우리의 마음마저 풍요롭게 해준 것일까? 빛과 같이 오고간 문자들 속에 과연 얼마만큼의 진심이 담겨져 있을까? 소통을 돕는 문명의 이기가 오히려 사람과 사람 사이 마음의 거리를 더욱 멀어지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그 공허한 심사마저 감추기가 어렵다. 잃어버린 우리의 지난 풍속을 새삼 되새기는 것은 빛바랜 추억에 대한 아쉬움 때문만은 아니다. 그 풍요로운 풍속의 속살에 깊이 배어 있는 선조들의 얼과 정이 그리워서다. 번거롭고 더딘 일이지만, 한 자 한 자 꾹꾹 펜으로 눌러쓴 종이 연하장이 더 반갑다. 객쩍어 보여도 얼굴 마주하며 나누는 인사가 더 정감 있고 살갑다. 정월 초하루를 보내며 다시 한 번 가슴에 담게 되는 상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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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2.23 23:02

정치인의 말

이완구 총리 내정자가 기자들과의 식사 중에 뱉은 거침없는 상식 이하의 말 때문에 큰 곤욕을 치렀다. 그렇지 않아도 비리 백화점으로 지탄받던 터에 식사 중 발언내용이 알려지면서 총리 부적격 판단을 받고 말았다. 이렇게 사적인 자리에서는 거친 말을 쏟아내도 공적 발언에서는 매우 신중한 것이 정치인들이다. 어떨 때는 신중하다 못해 너무 에두르고 두루뭉술하게 말하기 때문에 도대체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가늠할 수가 없다. 사후에 책임질 말을 아끼다 보니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정치인의 말이 과연 그 일을 하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무슨 숨은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그게 바로 정치 언어이고, 정치인 화술의 문법이다. 정치인 화술 문법의 제1조는 “말은 화려하게 하되 나중에 책임질 말을 삼가라”이다. 대표적인 게 정치인들의 사과발언이다. 우리같은 일반인들은 ‘잘못했다’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을 쉽게 한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잘못했다, 죄송하다는 말은 안하고 ‘유감이다’는 지극히 정치적인 말로 끝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유감이라는 말도 부담스러워 일왕 아키히토는 1990년 5월 일본을 방문한 노태우 당시 대통령에게 한일 과거사에 대해 사과의 뜻으로 “통석(痛惜)의 염(念)을 금할 수 없다”고 하였다. ‘통석의 염’이란 ‘애석하고 안타깝다’는 뜻인데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이 아니어서 사과의 진정성을 놓고서 큰 논란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옛말에 “사람을 이롭게 하는 말은 그 따뜻함이 솜과 같고 사람을 상하게 하는 말은 그 날카로움이 가시와 같으므로 한마디 말은 천금과도 같다”(利人之言 煖如綿絮, 傷人之語 利如荊棘, 一言半句 重値千金)고 하였다. 또한 정치학자인 최상룡 명예교수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치의 자원은 돈, 칼 그리고 말이다. 현대사회에서 돈과 칼은 시스템으로 해결되지만 말은 그렇지 않다. 정치가 바로 언어다”고 하였다.그렇다. 정치에서 언어와 수사학은 매우 중요하다.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표현하고 수식하느냐에 따라 대중들의 반응은 크게 달라진다. 미국 공화당의 ‘언어세공사’ ‘언어의 흑마술사’로 불렸던 프랭크 룬츠가 만든 정치 언어들인 “온정적 보수주의”, “삶의 문화”, “기회 장학금” 등의 정치적 반향은 매우 컸다. 특히 “지구 온난화” 대신에 “기후 변화”란 용어를 사용토록 함으로써 지구온난화의 책임이 공화당에 있는 것처럼 인식되었던 프레임으로부터 벗어나는데 성공하였다. 우리나라 역시 보수정권이나 대기업들은 “지구 온난화”란 말보다는 “기후변화”란 말을 더 선호하고 있다. 미국정부는 이라크 전쟁에서도 정치적 언어들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였는데, 미군은 “적의 위치가 ‘스마트 폭탄’에 의해 ‘외과적 정확성’(surgical precision)으로 제거되었다”는 식으로 발표하였다. 미군의 오폭에 의해 사망한 무고한 이라크 시민들의 희생에 대해서는 ‘부수적 손실’(collateral damage), ‘우호적 발포’(friendly fire)란 언어를 사용하여 미군의 실수에 대한 공중의 분노를 축소시키려 하였다. 공자는 논어에서 “말 잘하고 얼굴을 잘 꾸미는 사람 중에 어진 사람이 드물다”고 하였다. 말 잘하고 잘 생긴 정치인이 판을 치는 오늘날 영상정치시대에 대한 경종처럼 들린다. 결국 공자 말씀은 말과 진리는 같지 않으며, 말 잘 하는 것이 결코 정치인의 덕목이 아니라는 점을 우리 같은 범인들에게 던져주는 가르침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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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2.16 23:02

'전북청년 2015' 시동

공간 논의를 위해 ‘전북청년 2015’ 작가 4명이 도립미술관에 왔다. 앞으로 전북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작가들이다. 6월에는 이들을 위한 전시가 열린다. 먼저 이들에게 어떤 공간을 원하는지 물었다. 그리고 한 칸씩 배분해 주었다. 또 어떤 작품을 어떻게 걸건 상관치 않겠다고 말했다. 이들 공간은 각자의 것이니 기량껏 준비해서 마음대로 걸라고 했다. 작품 준비를 위한 재료비는 각 200만원씩 지원키로 했다. 미술관이 줄 수 있는 최대의 것을 주고 간섭하지 않으며 작가들 마음껏 준비해서 최고의 작품성을 보여 달라는 주문이었다. 그 결과에 따라 최고의 작가는 아시아현대미술전에도 참여시키고 앞으로 구축될 레지던시 공간 입주에 우선권을 주겠다고 말했다. 이 약속들은 실천될 것이다. 작가들은 긴장과 침묵을 지키다가 돌아갔다. 앞으로 5개월여 남은 ‘전북청년 2015’전의 경쟁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사실 작가 한 사람이 전시실 한 칸을 채운다는 일은 꽤 벅찬 일이다. 그들도 나도 알고 있다. 78대4의 어려운 관문을 뚫고 온 작가 4명을 경쟁시키며 최고의 기량을 보여 달라니, 주마가편의 힘든 요구이다. 그러나 전북미술이 달라지기 위해서는 이들부터 크게 달라져야 한다. 주변의 칭찬과 기대에 만족해서는 희망이 없다. 물론 결과에 따라서는 4명 모두 희생될 수도 있다. 그러나 1명이라도 기대할 만한 결과를 낳으면 미술관은 최대한 이 작가를 키울 것이다. 아름다워야 할 예술 무대에서 왜 그리 살벌한 경쟁을 유도하느냐는 반문이 오기도 한다. 예술계에서 아름다운 평화는 깨졌다. 예술은 이제 아름답기 위해서가 아니라 예술답기 위하여 고통을 겪고 삶의 바닥으로 나가야 한다. 예술처럼 보이기 위해 아름다워져야 하는게 아니고 예술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야 한다. 아직 작가들은 5개월 후 어떤 작품이 구축될지 자신도 모른다. 미술관은 작가를 믿고 미술관을 통째 열어 주었다. 이제 미술관 전시실은 각각 작가들 것이 되었다. 어떤 작품을 어떻게 걸지, 새로운 작품으로 가득 채울지 또는 텅 비우게 될지 무엇으로 예술을 말할지 모두 작가들 몫이 되었다. 작품과 그 설치까지 작가들에게 맡기는 방식으로 2015 청년 전시는 진행될 것이다. 최대한 작가들에 대한 설명을 간략화 하여 관객들은 순전히 그 작품으로 작가들을 평가하게 될 것이다. 작가들은 작품으로 말을 하는 존재들이다. 작품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지 않으면 그 작가는 관객으로부터 멀어진다. 그 어떤 의미란 작가도 관객도 아직 알 수 없는 새로운 가치, 이 시대 우리의 삶 가운데 각인시켜야 할 그 무엇이다. 그러므로 아름다움이란 더 이상 미술을 규정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어느 날 무기직 여직원이 상설관 청년전에 걸린 이주리 작가의 작품이 좋아서 자주 보러 간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예술에 문외한인 그 직원도 치열한 작업을 알아보고 있었다. 사실 이주리의 작품도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남과 여의 신체가 뒤얽혀 덩어리를 이루고 있는 장면에서 삶의 어쩔 수 없는 고리, 사는 동안 빠져나올 수 없는 숙명 같은 것을 느끼지 않았을까? 나는 그 무엇을 예술이라고 설명하지 않는다. 예술은 설명 이전에 더 큰 무엇으로 전달되지 않으면 안되는 모순을 갖고 있다. 마치 우리들 삶이 그런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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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2.09 23:02

인간과 담배 그리고 지구와 온실가스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이라는 말이 있다. 호랑이가 우리나라에서도 심심찮게 출몰하던 옛날 옛적 상상속의 이야기라는 의미도 있지만, 담배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17C 무렵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남녀노소가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였다고 하여, 호랑이도 담배를 필만큼 담배가 기호품으로 널리 보급되던 시절을 비유하기도 한다.하지만 담배의 유해한 성분은 폐암발병 증가 등 인간의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쳤고, 정부는 담뱃값 인상, 금연구역의 확대 등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금연정책을 펼치고 있다.온실가스 문제도 담배와 같은 행보를 걷고 있지 않나 싶다. 산업혁명 이후 온실가스 배출량 급증으로 지구촌은 온난화와 기후변화라는 중병(重病)을 얻어 세계 도처에서 극심한 홍수와 가뭄, 생태계 파괴, 식량감소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도 1960년대 이후 경제개발 위주의 정책을 펼치면서, 굴뚝에서 연기가 나면 나라와 가정에 부가 축적되는 신호로 여, 반색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결과 단기간에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루어냈지만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7위라는 멍에를 썼다. 국제사회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등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온실가스 문제를 방치할 경우 인류의 생존마저 위협받는 지구적인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는 인식하에 이의 감축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2009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20년의 배출 전망치(BAU) 대비 30% 감축)를 확정한 이후 성공적인 목표달성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전개 중이다.올해부터 시행중인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는 국가 배출량 중 3분의 2를 차지하는 발전·산업 부문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에 대해 비용은 최소하면서 효과적으로 감축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정책이라 할 수 있다.「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는 정부가 기업들에게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 허용량을 부여하고, 기업들은 허용량 범위내에서 생산활동을하고 온실가스 감축에 노력하되, 남거나 부족한 배출권은 국가거래소를 통해 기업간 거래를 허용하는 제도이다.또한 온실가스 개선사업에 투자하여 감축한 양만큼 배출권으로 상쇄가 가능하므로, 저탄소 기술개발 및 관련산업 육성은 물론 새로운 사업기회 마련으로 일자리 창출까지 기대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17%를 차지하는 수송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친환경차 보급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하이브리드자동차(CO2 배출량이 97g/km 이하인 중소형 하이브리드 차)구매보조금 지원사업이 새로 시행된다. 또한 자동차 CO2 배출량에 따라 보조금-중립-부담금으로 나누어 구매자에게 차등적으로 적용되는 저탄소차협력금제도는 국내산업계의 부담 등을 고려하여 2021년으로 조정되어 시행할 계획이다.그리고 위와 같은 국가차원의 정책 못지않게 성공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일상생활에서 국민 개개인의 실천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대중교통 이용하기, 가전제품 사용 후 플러그 뽑기, 겨울철 내복 입기, 자원 재활용 등 ‘온실가스 1인 1톤 줄이기’는 한명이 실천하면 티끌에 그치지만 전국민이 실천하면 국가목표 감축량의 19% 감축이라는 태산을 이루어 낼 수 있다. 이처럼 국가, 기업, 국민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노력한다면 우리나라가 온실가스로 인한 전 지구적 위기에 슬기롭게 대응한 모범적인 국가로 국제사회로부터 호평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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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2.02 23:02

객지에서의 한 끼, 음식에 담겨진 추억

조금은 엉뚱한 상상력이 발동했다. 연말 회사 간부들과의 송년회 자리에서다. “혼자들 지내면 식사는 제때 챙기시나요?” 객지 생활의 어려움을 주고받던 와중이었다. 어색한 웃음들 사이로, 어디선가 “요리 솜씨만 늘었습니다.”란 답변이 돌아왔다. “그럼, 서로 그 솜씨 좀 나누어 볼까요?” 혁신도시로 내려와 처음 맞는 새해, 여전히 익숙함보다는 낯선 것들이 더 많은 나날이다. 비단 본사와 함께 거처를 옮겨온 경우가 아니더라도 회사 업무의 특성상 원거리 출장자와 지방 근무자가 많아 직원들이 먹고 자는 문제가 항상 마음이 쓰이던 터였다. 무언가 활력과 공감을 불러 모을 만한 계기가 필요했다. 더욱이 이곳은 ‘맛의 고장’ 전주가 아니던가. 음식을 주제로 한 특별한 이벤트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직원들 가운데 평소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숨은 식객(食客)을 찾아 나섰다. 객지 생활의 애환과 삶의 이모저모를 ‘한 끼 음식’을 통해 살피고자 했다. 음식에 담긴 사연만큼 뜨겁고 진한 것이 또 있을까 싶었다. 누구라 할 것 없이 모두가 다 가난했던 시절,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말이 회자되던 때가 있었다. 목구멍에 넘길 것이 없어지는 게 사람 가두는 포도청보다 더 무서운 형벌로 여겨졌었다. 가난보다 더한 배고픔의 상처. 밥은 곧 눈물이고 간절함이었다. 필자에게도 그 아픈 기억의 음식이 있다. 바로 호박죽과 찐 고구마다. 요즘은 찹쌀 새알심을 넣고 끓인 호박죽을 별미에다 건강식으로 즐기는 이들이 많지만, 퉁퉁 불은 쌀 몇 알갱이만 겨우 담긴 누런 죽을 날마다 주식으로 삼아야 했던 유년의 기억 속엔 그보다 더 쓰디쓴 약이 따로 없었다. 실제로 어느 날인가엔 속에서 받지 않는 죽을 억지로 삼키려다 가족이 둘러앉은 밥상머리에서 ‘욱’하고 도로 내뱉은 적도 있었다. 겨우내 한퇴기 남짓한 텃밭에서 거둔 고구마는 또 어떤가. 보리 몇 줌 넣어 지은 고구마밥은 밥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밥풀 묻은 고구마’라 불러야 옳았다. 쌀밥은 그야말로 언감생심. 귀한 손님이 찾아올 때만 내놓는, 집안의 마지막 체면이었다. 그것을 모르지 않을 손님은 밥그릇을 다 비우지 않고 일부러 남겨두어 주인집 아이들이 먹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러면 다시 “찬이 변변치 않아도 물 말아서라도 다 드시라” 권하는 것이 가난한 주인이 갖추어야 할, 남은 예의였다. 모두가 한 끼 밥에 가슴 쓸어내리던 시절의 얘기들이다. 어려웠던 옛날을 기억하자는 게 아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하며, 젊은 세대를 향해 객쩍은 가르침을 주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음식에 담긴 저마다의 이야기들을 말해 보자는 것이다. 음식 속에 과거와 현재를 잇는 길이 있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놓는 다리가 있다. ‘한 상에 앉아 음식을 먹는’ 겸상(兼床)의 의미는 공유협생(共有協生)과도 통한다. 식구(食口)라는 한자어도 실은 ‘밥을 같이 나누어 먹는다.’란 뜻에서 비롯된 말이 아니던가. 기왕이면 직접 만들어본 음식 이야기라면 더 좋겠다. 찌개에 담을 두부와 부침 두부를 자를 때의 미묘한 차이를 아는지, 뜨거운 물에 산 낙지를 데치는 순간의 오싹한 긴장감을 느껴본 적이 있는지, 살아가면서 내 입에 들어갈 음식 하나 만들어본 경험이 없는 삶이란 얼마나 각박하고 쓸쓸할까. 음식은 기억이고 관계다. 밥상 위에 차려진 음식은 그보다 더 풍성한 이야기들을 낳는다. 음식 속에 나의 지난날, 우리의 삶이 담겨 있다. 변하는 것은 세월이고 사람일 뿐이다. △이상권 사장은 제18대 국회의원, 새누리당 인천광역시당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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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1.26 23:02

각성은 버려질 때에 빛난다

알람이 나를 깨웠다. 아침 6시 50분. 해가 바뀐 뒤로는 아침마다 새해다. 눈이 많이 왔던 날 일본에서 오기로 한 하정웅 선생이 궁금해서 전화를 했다. 무사히 도착했느냐는 물음에 ‘전주는 참 아름답습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교통이 마비될 정도의 전주 풍경이 그의 눈에는 아름답게 비쳤던 것이다. 나중 만났을 때에 그는 웃으면서 ‘내가 살던 아키타는 하룻저녁에 3~40㎝가 내립니다. 며칠 쌓여보세요. 사람 키를 넘고 지붕을 덮습니다.’라고 말했다. 역시 그의 눈에는 전주가 참 아름답게 비쳤다.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한 청년작가의 개인전 오프닝에서 축사를 하게 되었다. 그 작가는 40대 중반이 되도록 혼자 작업만을 위해서 살아왔다. 그래서 작품도 좋고 많은 사람들이 그를 최고의 작가로 꼽았다. 그러나 나는 반대로 그를 지탄했다. ‘…작품에서 아직 수틴이나 베이컨의 냄새가 가시지 않았고, 푸줏간 고기를 그렸다고 고기 냄새가 나야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푸줏간 고기가 다른 이야기를 할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나는 아직 만족할 수 없습니다. 작가는 포스트모더니즘이 뭘 말하는지 감각적으로라도 익힐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작품에서 작가의 말이 가슴에 와 닿기 시작하면 국제적으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데 왜 적당히 여기에서 머물려는 것입니까?’ 잔칫날 분위기에 맞지 않는 말이었지만, 이 말을 벼르고 있었다. 우리는 주변의 울타리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이것을 뛰어 넘는 것부터 아름답다고 생각해야 한다. 알람이 나를 깨웠다. 아침마다 나는 깨어나야 한다. 70이 다 되어가는 불교 선배는 토요일 저녁이면 어김없이 우리 집 근처의 술집으로 나를 불러낸다. 화제는 해안스님, 강원도 오현 회주, 등산, 한정식집, 여자, 경허와 돈오돈수, 전립선 이야기 등 다양하지만, 귀결점은 늘 깨달음에 대한 것이었다. 그는 오랫동안 한의사를 해 와서 신기한 약도 많이 만들었다. 술 먹고 속이 좋다는 그의 처방약을 먹었지만 술에 약한 나는 집에 와서 모두 토해내기도 했다. 모두 토해내기! 토해내고 좀 진통을 겪지만, 쓸모없는 것을 모두 토해낸 다음엔 개운해진다. 깨달음은 술 마시며 즐겁게 한담을 할 때에나, 속이 쓰려서 괴로울 때에나, 다 토해내고 좀 개운해지는 과정에도 늘 있었다. 아침에 해가 뜰 때에 붉게 물드는 하늘처럼, 그것은 신비롭고 아름다웠다.아침마다, 헛되지 않기 위하여, 오늘 하루를 제대로 소진하다 보면 또 한해가 가겠지…. 매일 깨어나고 매일 죽는 일의 반복, 살아 있기에 죽을 때까지 사람답게 살기 위하여 몸부림을 친다. 아침마다 제대로 죽기 위하여 산다. 나에게 주어진 일들을 겁내지 않고 대응할 수 있는 용기를 죽는 일에서 배운다. 그래서 적당히 하는 법들을 익혔지만, 적당히 할 수 있는 일들을 적당히 하지 않는다. 가능하면 최대한 능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나에게는 중용이다. 적당히 기계처럼 일하는 것을 거부한다. 아슬 하지만 최대한으로, 모자라지만 속이지 않고 진실로 대응하는 것, 그것이 중용이다. 잘 할 수 있는 것을 적당히, 남들의 눈높이에 맞추고 마는 것은 무능력이다. 미워해야 할 것과 사랑해야 할 것을 구분해야 한다. 그것이 지성이다. 오늘 아침 이 모든 것을 생각하고 곧 쓰레기통에 버리자. 각성은 버려질 때에 빛난다.△장석원 관장은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홍콩 베니스비엔날레 참여작가 선발 심사위원, 중국예술연구원 객원교수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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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1.1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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