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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개발청 개청 2년, 새로운 도약 준비

오는 9월 12일이면, 새만금개발청이 개청 2주년을 맞는다.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개발사업을 총괄하는 중앙행정기관으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뛴 값진 시간이었다. 여느 신설기관이 그렇듯, 새만금개발청 역시 개청 초기에 조직과 업무를 정비하는데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고, 가시적인 성과 창출에 대한 부담도 컸지만 계획했던 사업들이 충실히 진행되었고, 기대했던 성과들도 거둘 수 있었다.지난 2년간 새만금개발청은 사업 추진기반을 다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우선, 2014년 7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새만금 한중 경협단지 조성이 의제로 선정되면서 사업추진의 동력을 확보했으며, 금년 6월에는 한중 FTA 산업단지 추진지역으로 단독 지정되어 양국 간 경제협력의 선도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새만금산업단지에는 일본의 도레이와 벨기에의 솔베이 등 해외기업들을 비롯해, 국내기업 OCISE, ECS 등이 공장을 착공했으며, 금년 8월에는 핵심 기반시설인 동서통합도로 착공으로 내부개발을 가속화하는 전기를 마련했다.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일반 국민들은 새만금이 개발되고 있음을 실감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사업의 특성상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 매립과 부지 조성공사가 필요함에 따라 광범위한 투자를 신속히 이끌어내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특히 최근 EU, 중국 경제의 불안,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도 국내외 기업들의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이렇듯 새만금은 대내외적으로 쉽지 않은 여건에 직면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원발생의 염려가 없는 광활한 토지와 저렴한 지가, 중국과 가까운 최적의 입지 등 타 지역에 비해 월등한 강점을 보유하고 있어 미래 국가자산으로서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새만금을 국가자산으로서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투자자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업여건을 향상시켜 나가야 한다. 따라서 새만금개발청은 사업시행자의 부담을 줄이고 접근성 제고를 위해 도로철도항만 등 핵심 인프라를 조기에 건설하는데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또한 기업들이 활발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최소화하고, 금융현금임대용지 등 맞춤형 인센티브를 마련하는 한편, 한중 경협단지와 한중 FTA 산단 지정을 주춧돌 삼아 적극적인 세일에 나설 것이다.아울러 새만금개발청이 개청했지만 일부 업무가 여전히 다른 정부 부처 등에 남아 있는 등 행정적으로 비효율적인 부분을 개선할 여지도 있다. 또한 새만금호의 수질유지 문제, 행정구역을 둘러싼 갈등은 앞으로 새만금개발청이 관계기관과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이다.새만금개발청은 지난 2년 동안 착실히 쌓아올린 내부개발의 초석위에 비바람에도 끄떡없는 튼튼한 기둥을 올리고, 풍성한 열매를 기약하며 뿌려놓은 투자유치의 씨앗들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앞으로 더욱 부지런을 떨 생각이다.일각에서는 사업이 너무 더디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으나, 필자는 우리 세대가 아닌 후손에게 물려 줄 소중한 미래자산이라는 생각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일관성 있게 사업을 추진해 나갈 것이다.지금까지 새만금개발청에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주신 전북도민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새만금이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이끄는 동북아 랜드마크로 도약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시길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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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9.07 23:02

풀벌레가 잘 살아야 우리도 잘 살 수 있다

현대인의 특징 중의 하나는 바쁘다는 것이다.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 아이에서부터 80이 넘은 노인에 이르기까지 나름대로 다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산업화와 기계문명의 발달로 어느 정도 물질적 풍요를 누리게 되자 늘 하는 직업이나 직장의 일 이외에도 교육, 운동, 여행, 취미활동, 그룹 활동 등 하는 일이 늘었기 때문이다.나도 많은 사람들처럼 바쁘게 살고 있다. 나에게 맡겨진 일, 내가 해야 할 일들에 붙잡혀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렇게 바빠하는 나를 보고 마누라는 좋아한다. 활기가 있어 보이고 건강에도 좋기 때문이란다.이렇게 바쁘게 살다 보니 나와 직접 관련이 없는 주위의 일에는 무관심 또는 무신경한 것이 사실이다.그러나 그런 주위의 일이란 사실은 내 환경이다. 알다시피 환경이란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을 말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늘 환경과 알게 모르게 관련을 맺으면서 살고 있기도 한다.바쁘다는 핑계로 환경에 무관심한 것은 어쩌면 큰 과오이며 실책일 수 있다. 우리는 환경을 떠나서는 존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환경이라 하면 우리는 매연, 공장폐수, 녹지의 사막화, 생태계 파괴, 기후변화 등 큰 이슈를 떠올리기 일쑤다. 물론 이런 문제들은 전 지구인의 큰 과제로 등장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게 큰 것 이외에 아주 작은 섬세한 것들에게도 우리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天下大事必作於細(천하의 큰일은 반드시 작은 일에서 시작된다:노자)라 하지 않던가. 이왕 환경이란 말이 나왔으니 조금 더 말을 이어가자면 우리가 하찮다고 생각하기 쉬운 이름 모를 풀이나 작은 벌레에게 우리는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들이 잘살아야 우리도 잘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계단을 오르다가 문득 시멘트 틈새에 피어난 풀 한 포기를 본다. 질경이다. 딱딱한 틈새에 겨우 뿌리를 내리고 영양실조의 작은 잎 몇 장을 허공에 피워 올리고 있다. 때로는 우악스러운 구둣발에 차이거나 밟히기도 했고 뜨거운 열기에 몸이 데쳐지기도 했을 것이다. 그렇게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그 풀은 신비롭게도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생명의 힘은 이렇게 강인하다. 불만과 불평도 많을 테지만 아무 말 없이 우주로부터 건너온 생명의 한 토막을 감당하며 버티고 있다. 그 끈질긴 의지와 노력이 눈물겹다. 생명이란 이렇게 소중하고 감격스러운 것이다.사마귀는 교미가 끝나면 수컷이 암컷의 먹이가 되어 몸을 바친다고 한다. 암컷의 몸속에서 자라고 있는 새끼에게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해서란다. 그래서 사마귀종의 생명성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이다. 수컷 사마귀도 더 살고 싶은 욕심이 왜 없겠는가. 그러나 자신의 희생이 후손을 번식시키는데 필요함을 알기 때문이리라. 영원을 지향하는 사마귀의 생명의지가 또한 감동적이다.나는 이것을 질경이와 사마귀의 생명철학이라고 말하고 싶다. 철학은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모든 생명이 있는 존재들은 제 나름의 철학이 있다.우리가 미물이라고 무관심한 것, 무시하고 폄하하는 것들도 큰 틀에서 보면 생태계의 당당한 구성원이다. 그리고 이 구성원의 존재 의미는 우열의 구분이 없다. 생태계의 어느 한 부분이 파괴되면 모든 생태계에 교란이 일어나고 궁극에는 전체 구성원의 멸망이 초래될 수 있다. 풀과 벌레가 잘 살아야 우리도 잘살 수 있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작은 것, 미물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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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8.31 23:02

청년실업에 대한 근본적 접근

청년실업률이 10%를 넘었다. 수십 군데 지원서를 내고 자기소개서 작성과 면접을 위한 특별 수업을 받고 애를 써도 번번이 입사시험에서 낙방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다.총실업률도 문제지만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청년실업이다. 우리나라의 청년실업률(10.2%)은 최선진국 일본(6.3%), 독일(6.9%)보다도 높은 수준으로 청년실업률이 총실업률(3.9%)의 2.5배에 이르는 것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일면임에 틀림없다.청년실업의 문제가 근래 더 악화된데는 경기 부진과 산업경쟁력의 약화에도 기인하지만 그 외에도 우리나라에 특유한 요인들이 있다. 첫째는 청년 창업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정책도 지금까지는 주로 취업에 초점을 맞춰온 결과 청년들에 적합한 창업(과잉상태인 일반자영업이 아니라)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미흡한 실정이다. 또 하나는 더 근본적인 문제로서 우리사회의 가치관과 교육제도에서 비롯된다. 우리사회에 뿌리 박혀있는 학력인플레와 간판 위주의 학벌의식이 과도한 대학진학률로 나타나 인력 수요-공급간의 두가지 미스매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첫째는 학생의 전공과 사회의 수요간 미스매치이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대졸자의 전공불일치 비율은 50.3%에 달하고 특히 이들의 하향취업률은 30.1%나 된다. 다른 하나는 젊은이들의 눈높이와 기업의 수요간 미스매치이다. 수 많은 대졸자들의 취업을 향한 눈길은 공직, 공기업, 대기업에만 머무르는 경향이 있다. 임금수준, 근무여건, 사회적 인식 등을 이유로 무조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한 청년실업의 문제는 해결할 길이 없다.구직난의 다른 한편에서 중소기업의 인력부족률은 생산직 3.3%, 사무직 0.93%로 구인난이 심각하다. 청년들이 비어있는 중소기업 일자리를 메워주기만 해도 구직난과 구인난이 동시에 해결된다는 얘기다.청년실업의 치유에는 대증요법 보다는 근본적 처방이 필요하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과 창조경제를 통한 청년창업의 활성화와 함께 임금피크제, 상생고용제도등 기업의 신규채용을 확대하는 제도정비가 시급하다. 고용개혁을 통한 노동의 유연성 제고는 청년실업해결의 중요한 해법이기에 노사정의 대 화합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대기업 스스로의 일자리 창출과 신규채용노력이 선행되어야하는데 다행히 최근 삼성, LG, SK, 현대차,한화, 롯데 등 그룹들이 앞 다퉈 대규모 채용계획을 발표하고 있어 젊은 구직자들에게는 가뭄의 단비가 아닐 수 없다. 한편, 청년층의 인식변화도 매우 중요하다. 대기업의 좋은 근무조건과 화려한 브랜드의 유혹을 무시하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미래 중소기업의 경영자가 되기 위한 수련과정으로서 건실하고 유망한 중소기업에 취업하여 일인다역의 경영수업을 쌓는 것의 매력을 청년들에게 일깨워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는 청년들이 해외 취업, 해외 진출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외국기업 또는 국내 대기업의 현지법인 등과 국내 대학들 간 학사-취업 연계 강화를 위한 지원시책을 개발해야 한다.근본적으로는 전공불일치를 개선하기 위해 대학(특히 4년제 대학)의 학과를 사회의 수요에 부응시켜 나가고, 전문대학은 국가직무표준(NCS)에 기반을 둔 학사체제를 조속히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 정부는 중고교-전문대-일반대를 아우르는 학제 전반을 재검토하여 학력인플레를 시정하고 참다운 실용교육이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앞으로 교육정책은 미래 국가 산업인력구조와 더 긴밀히 연계, 개편되어야 할 것이다.△한영수 총장은 통상산업부 통상협력국장, 생활산업국장, 한국무역협회 전무이사, 한국전자거래진흥원장,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경기과기대 총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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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8.24 23:02

이제 결실을 맺어야 한다

올해 들어 전라북도에 잇따른 낭보가 전해지고 있다. 지난 5월 10일 러시아 첼랴빈스크에서의 2017년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무주유치를 시작으로 7월 4일 익산백제역사유적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지난 7월 13일에는 오랜 숙원이었던 전북연구개발특구 유치, 그리고 7월 24일에는 새만금특별법 개정안 국회통과까지 정말 도민과 상공인들에게 기쁜 소식들이 아닐 수 없다. 기업경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정부정책이다. 이러한 정부정책이 우리 지역에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 인근 광주광역시가 2011년 연구개발특구로 지정되면서 매년 20% 이상 기업유치가 늘고, 고용이 크게 증가한 사례를 봐도 정부정책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이러한 정책의 결실을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은 이제 우리의 몫이 되었다. 사실 우리 전라북도의 현실은 너무 암울하다. 제조업의 산업경쟁력은 전국 3% 수준에 불과하고, 1인당 GRDP도 전국 평균의 83.4%에 불과하다. 실물경기의 바로미터인 건설업은 또 어떠한가. 전북 주택건설업계의 어려움은 제대로 된 1군업체 하나 없는 상황에서 주인없는 전라북도 건설시장을 타지역 업체들이 점령한지 이미 오래다. 특히 광주전남소재 업체들은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서부신시가지와 혁신도시, 만성지구와 효천지구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상전벽해라고 했던가. 이웃 광주와 청주는 불과 10여년 사이 우리 전주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발전하고 있다. 광주는 이미 전주의 2배를 넘어섰고, 청주도 전주를 추월한 지 한참 오래 되었다. 이제 정말 이웃을 부러워하고 한탄만 할 수는 없다. 우리 전북이 나아갈 방향을 분명히 하고 하나하나 결실을 맺어가야 한다.우선, 2017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무주유치를 계기로 전라북도 동부권의 개발을 가속화시켜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중부권에서 무주만큼 천혜의 관광자원을 가진 지역이 어디에 있는가. 무주리조트, 세계태권도원 등과 연계하여 동부권의 개발전략을 수립하고 4계절 관광상품을 개발해 나가야 한다.전북연구개발특구는 전북 산업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올 수 있는 획기적인 일이다. 경쟁력 있는 국내외 기업들이 연구특구에 둥지를 틀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하고 기업환경 개선과 인프라 구축 등 다양한 유인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사실 연구개발특구가 없는 관계로 이웃 대전으로 본사를 이전하는 기업들이 상당수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이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터전은 마련된 셈이다.새만금특별법 개정안 국회 통과는 그 자체로 많은 상징성을 갖고 있다. 우선 특별법 개정으로 정부가 새만금 개발에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고, 예산확보의 명분과 타당성도 그 만큼 커질 수 있게 되었다. 특별법 제정을 계기로 이전보다 새만금 내부개발이 획기적이고 탄력적으로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정부를 설득하고 명분과 정책을 개발해 나가야 하는 것은 역시 우리 도민들의 몫이다.마지막으로 도민의 의식에 대해서 논하고자 한다. 예로부터 우리 전북은 선비의 고장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선비라는 의미는 실리보다는 대의명분을 중요시하는 좋은 말이다. 그러나 자칫 이러한 부분들이 덜 개방적이고 유연하지 못하다라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노사관계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산업은 취약한 데 이런 저런 이유로 노사간 갈등이 커지면 기업유치는 물론이고 관광산업까지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지금은 적극적이고 진취적 기업가 정신과 우리고장 상품은 우리가 애용하고 키워나가는 애향정신, 지역발전에는 노사는 물론이고 정치권, 언론, 학계, 산업계가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도민의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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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8.17 23:02

새만금 내부개발 전환점 '동서통합도로 착공'

새만금은 국내적으로는 서울, 부산, 인천공항과 자동차로 3시간 거리에 있으며 국제적으로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거대시장과 인접해 있고 중국 연안 경제특구와 최단거리에 위치하고 있다.또한 우리나라 정부가 새만금개발청을 설립하여 국책사업으로서 개발하고 있으며, 바다를 매립하는 개발방식으로 지역주민과의 이해관계 충돌도 적다는 장점이 있다.이런 이점들을 바탕으로 최근 새만금은 한중 FTA 산업단지로 선정되는 등 동북아시아의 매력적인 투자지역으로서의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그런데 정작 새만금을 다녀간 많은 사람들은 아니 정확히 새만금 방조제를 다녀간 사람들은 물밖에 없는 이곳에서 무엇을 한단 말인가? 라는 의문을 가진다.물론 현재 산업단지와 농업용지 등 새만금 사업지역 가장자리에 위치하고 있는 일부 내부지역의 개발은 진행되고 있다.그러나 새만금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국제협력도시 구역 등은 노출된 땅이 있지만 대부분 수면상태로 남아 외부에서 접근이 쉽지 않다.따라서 내부지역의 개발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도로를 건설하여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다시 말해, 우리나라의 새로운 땅 새만금은 도로망이 확충되지 않고는 내부개발은 물론 인적물적 교류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현재 새만금 지역의 간선도로 계획을 보면 남북방향으로 3개의 노선, 동서방향으로 3개의 노선으로 구성되어 있다.이중 새만금지역의 경계에 있는 동서1축, 동서3축 및 남북1축은 구축되어 있지만 새만금 내부 중앙을 동서방향, 남북방향으로 가로지르는 동서2축(동서통합도로)과 남북2축 등은 아직 만들어져 있지 않다.이러한 필수 기반시설 중 지난 728 동서통합도로 기공식을 통해 시작된 동서2축도로 건설은 새만금 내부개발 본격화를 위한 전환점의 의미를 가진다.이 도로가 완공되면 용지 내로 접근이 가능해짐은 물론 용지조성 공사 시 공사용 자재 운반이 쉬워져 조성비용도 절감되는 등 투자환경은 크게 개선된다.또한 새만금~포항을 연결하는 고속도로의 시발점으로서 동서간의 화합과 교류 및 상생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아울러 새만금 내부지역의 이동을 원활하게 해주고 신항만을 통해 대중국 교류 등을 위한 창구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는데 향후 동해의 포항은 물론 내륙지역의 구미 등도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과의 교류를 위한 서해의 관문을 갖게 되는 것이다.머지않아 수면상태인 새만금 지역에 동서통합도로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드넓은 새만금 호수 위에는 배가 아닌 자동차가 달릴 것이다.동서통합도로 기공식에 참석한 황교안 국무총리께서 앞으로 새만금을 글로벌 자유무역의 중심지로 발전시켜 나갈 것을 강조한 바와 같이, 대한민국의 지도를 새롭게 바꿀 새 땅 새만금이 동서통합도로 건설로 희망찬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고대 동서양을 이어준 실크로드처럼 새만금에서는 동서통합도로가 그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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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8.10 23:02

휴가, 어디로 갈까

바야흐로 휴가철이다. 휴가라면 여행이 떠오른다. 직장에서 사업장에서 일에 시달리며 피로 해진 몸과 맘을 재충전하고 새 힘을 얻어 생활의 의욕을 돋워 줄 수 있는 효과적 방법의 하나가 여행이기 때문이다.그동안 바깥출입이나 모임 집회 행사 등을 억제케 했던 메르스사태도 진정 국면에 들어가면서 휴가철과 맞물려 많은 사람들이 여행의 유혹을 느끼고 있는 게 사실이다.여행은 우선 나를 억압하면서 한없이 되풀이 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 할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이다. 그리고 여행은 이 외에도 많은 기쁨을 준다.사마천은 소년시절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여행을 했다한다. 그는 여행을 경물(景物)을 구경하는데만 있는 게 아니라 천하의 대관(大觀)을 보아 얻어 자신의 기(氣)를 조장 하는데 있다고 했다.하기야 어떤 이는 세상을 한 권의 책이라고 말 하지 않았던가. 이 말대로라면 여행이란 세상이라고 하는 거대한 책을 읽는 일이라고 할 것이다. 어느 사업가는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고 했는데 이 말을 패러디 한다면 세상은 넓고 읽을 것은 많다고 해야 할 일이다. 세상 이라고 하는 재미있는 책, 아름다운 이야기를 읽음으로써 우리는 견문을 넓히고 경험을 쌓고 경륜을 높인다는 매우 생색나는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해마다 휴가철이 되면 외국으로 나가는 여행객들로 공항이 붐빈다고 한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리라. 여행객이 많다는 것은 우리 국민 전체의 교양 수준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에서 환영할 일이다.여행은 그 여행지에 대해서 깊이 알아가는 일이다. 말로만 듣던 곳의 현장을 밟아 보고 그곳의 풍물, 환경, 역사, 문화 등을 알게 되는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그 곳에 관심과 사랑을 갖게 되는 일이다.이와 같이 여행은 사랑이라고 하는 등식을 전제로 한다면 나는 국내여행을 먼저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내 나라 내 것을 먼저 알고 내 국토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먼저 함양해야 한다는 생각이다.혹자는 이렇게 말 하리라 이 좁은 국토에 뭐 그리 볼 것이 있느냐고, 그러나 그것은 우리의 땅을 지리적 공간만으로 보고 하는 말이다.이 땅이 품고 있는 수많은 역사적 유물이나 유산, 백두대간과 그 사이사이의 벌판,강줄기, 수천의 섬, 등이 빚어놓은 아름다운 경관 그리고 주민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이나 이들이 만들어내는 설화, 민담, 시, 노래,그림, 춤 등 문화적 공간으로 척도하면 결코 좁은 땅이라 말 할 수 없다.우리가 좀 더 깊은 관심을 가지고 관찰한다면 우리 국토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보물들을 얼마든지 만나고 감상 할 수 있으리라. 어떤이는 전 국토가 박물관이라고 말했다.나는 국내여행을 하면서 늘 이 말에 공감 하고 있다.사람들은 글자 있는 책은 읽을 줄 알아도 글자 없는 책은 읽을 줄 모르고 줄 있는 거문고는 탈 줄 알아도 줄 없는 거문고는 탈 줄 모른다고 홍자성은 한탄했다.세상은 글자 없는 책이요 자연계의 음향은 줄 없는 거문고 소리다. 우리는 여행을 통해 이 거대한 책을 읽고 오묘한 거문고를 탈 수 있어야 한다.그리고 먼저 우리 국토의 책과 거문고를 먼저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세계로 나가는 일은 그 다음에 해야 할 일이다. 우리국토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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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8.03 23:02

결국 산업경쟁력이 답이다

중진국의 함정을 경고하는 넛 크래커개념이 대두된 지도 20년에 이른다. 그것은 신흥강국 중국과 선진산업강국 일본 사이에 처한 한국에게 보내는 시의적절한 조기 경고이기도 했다. 20년이 흐른 지금 과연 우리는 넛 크래커 상황을 극복했는가?IMF 경제위기 이후 경제 전반이 글로벌화,선진화의 방향으로 진일보하였다. 세계무역 중 한국의 점유율은 20년전(1995) 세계 12위에서 금년 초에는 6위로 뛰어 올랐다. 수출의 질적 고도화도 진전을 보여 금년에 중화학 비중은 66.6%, IT제품의 비중은 24.8%에 달했다. 또한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정착되어 외환보유고가 나날이 쌓이고 있다.이러한 밝은 면의 이면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가 우리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양극화(수출/내수, 대기업/중소기업, 계층간 소득격차)의 심화, 청년실업의 문제, 저성장기조의 고착화, 금융산업의 낙후와 선진형 기업지배구조의 미정착 등 많은 경제사회적 난제가 얽혀 있다. 특히 잘 나가던 수출마저도 금년 들어 6월말 기준으로 5.1% 감소했다. 수출의 효자상품인 승용차, 자동차부품, 석유제품, 선박 등이 감소세로 돌아섰고,최대시장 중국에 대한 수출이 2014년 -0.4, 2015년 상반기 -2.1%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우리의 미래를 어둡게하는 저성장기조의 주범은 산업경쟁력의 약화다. 소득도,일자리도,대한민국의 미래도 산업경쟁력에 달려있는데 근래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한국의 입지가 불안하다. 한국이 일부 부품.소재, 반도체, 조선 등에서 일본을 추격(catch-up)하여 대일 무역 적자는 줄어들고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경쟁력이 아직 취약하여 대일 수출은 답보상태에 있다. 반면에 대 중국 수출 및 무역흑자는 감소하고 있다. 중국의 기술력이 크게 향상되어 기껏해야 2-3년의 시차로 우리를 바짝 쫓아오고 있고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엔저를 바탕으로 산업경쟁력을 회복시키고 있으니 잘못하면 우리나라가 낀 호두가 아니라 땅에 떨어진 호두알 신세가 될까 걱정스럽다.언제인가부터 산업경쟁력의 중요성은 다른 이슈들에 가려 국가의 중심 어젠다에서 밀리고 있다.이는 또한 산업정책을 구시대의 낡은 정책 정도로 착각하는 일부 그릇된 풍조와도 무관치 않다. 외채, 재정적자, 과잉복지로 그렉시트의 늪에 빠진 그리스의 근본문제는 무엇 보다 산업경쟁력에 기반을 둔 국가 비전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리스인들에게 한 마디 하고 싶다.바보야,문제는 경쟁력이야!라고. 그러나 그리스의 어두운 모습을 보면서 일부 국내의 산업정책무용론자들과 복지지상론자들에게 묻고 싶다. 우리는 18년전 IMF 경제위기의 늪에서 잘 빠져나왔다고 미소지으며 그리스 사태를 남의일로 바라볼 수 있겠는가?헤지펀드의 공격을 받는 삼성 등 기업그룹들은 급한 상황이 닥쳐서 경영전략을 홍보하고 애국심에 호소할 것이 아니라 평소에 떳떳한 기업지배구조(순환출자의 고리를 끊는 등)를 유지하여 경쟁력을 키우고 미래 먹거리를 준비해야 한다. 기업그룹들이 과연 미래 먹거리를 비장해 두고 있는지,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가 아닌 진정한 선도자(first mover)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는지 궁금하다.△한영수 총장은 산업자원부 감사관, 한국무역협회 전무이사, 한국전자거래진흥원 원장,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경기과학기술대 총장 등을 역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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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7.27 23:02

일·학습병행제로 청년실업 해소를

요즘 세상 변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빛의 속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정말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특히 사회상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하는 신조어는 웬만한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다. 그중 청년실업과 관련하여 ‘88만원세대’, ‘이태백(20대 대부분이 백수)’, 최근에는 청백전(청년백수 전성시대)라는 신조어가 생겼다고 한다.그중 가장 마음 아픈 것은 ‘삼포세대’라는 말이다. 많은 청년들이 혈기왕성하게 큰 뜻을 품고 세계를 무대로 종횡무진 누벼도 시원찮을 판에, ‘삼포(연애, 결혼, 출산포기)라니 이 얼마나 가슴아픈 얘기인가.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 2월 청년실업률은 11.1%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높은 청년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정작 중소기업은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겨우 인력을 채용한다 해도 중도에 회사를 떠나는 높은 이직률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론 청년 일자리 부족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OECD국가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심각한 것은, 갈수록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청년들에게 열려있는 문은 그나마 상대적으로 임금구조나 복지여건이 열악한 중소기업들이다. 미스매치로 취업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기업은 기업대로 인력난에 허덕이고 청년 일자리 부족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청년들의 일자리 부족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물론 그동안 정부, 지자체에서도 청년실업과 인력미스매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다양한 정책과 지원제도를 통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그중에서도 최근 눈여겨 볼 만한 제도가 바로 NCS(국가직무능력표준)기반의 ‘일·학습병행제도’이다. ‘일·학습병행제’는 독일·스위스식 도제(徒弟 : 어려서부터 스승에게서 직업에 필요한 지식이나 기능을 배우는 것)제도를 한국의 고용환경에 맞게 설계한 시스템으로 하루 일과 중 일정시간은 현장에서 일하면서 기업내 현장교수로부터 실무를 배우고 일정시간은 자체적으로 또는 외부 교육기관에서 이론을 배우는 방식이다. 일·학습병행제의 교육훈련프로그램은 참여기업의 특성과 직무분석 결과를 반영해 기업별, 훈련과정별로 맞춤형으로 개발되므로 훈련수료 후 바로 현장에서 직무수행이 가능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현장 교육제도와 인사시스템이 미비한 중소기업입장에서는 일·학습병행제가 인력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스템인 것이다. 일·학습병행제에 참여하는 기업에는 신입직원 및 재직자, 기업현장교사, HRD담당자에게 일정금액의 비용이 지원되고 또한 훈련시간 편성에 따라 현장훈련(OJT)과 현장외 훈련(Off-JT)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2015년 현재 전국 2737개의 기업이 일·학습병행제를 활용하고 있으며, 우리 전라북도에서도 102개 기업에서 160여 명의 학습근로자가 기업 핵심 인재로 성장해 가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이 일·학습병행제 운영 우수사례로 완주에 소재한 다산기공을 방문하여 정부의 정책과 필요성을 강조해 지역기업들의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청년들은 학벌 경쟁, 불필요한 스펙 쌓기에서 벗어나고, 기업들은 직원들의 직무능력을 향상시켜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나가는 일·학습병행제가 지금의 청년실업을 해결할 수 있는 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일터는 최고의 교과서이자 학교라고 했다. 일·학습병행제가 메르스 여파로 침체된 전라북도 경제에 새로운 꿈과 희망이 넘치기를 기대해 본다.△이선홍 회장은 국제라이온스 355 E지구 부총재, 재전 남원향후회 회장, 대한건설협회 전북도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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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7.20 23:02

새만금사업 성공을 위한 초석 '특별법 개정'

초심불망 마부작침(初心不忘 磨斧作針). 초심을 잊지 않고,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의 이 말은, 필자가 새만금 사업을 이끌어 나감에 있어 항시 가슴 속에 되새기는 말이다. 부단한 노력과 불굴의 의지만이 불가능을 실현가능으로 바꾸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2013년 9월 중앙행정기관으로 첫 발을 뗀 새만금개발청은 국책사업으로서 위상을 확립하고, 조속한 내부개발과 투자유치기반 마련을 위해 매진해 왔다.그러나 국가적으로 격상된 새만금 사업의 위상과 달리 경제자유구역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제도적 기반, 개별 부처로 분산되어 있는 권한 분산 등은 사업 추진에 보이지 않는 걸림돌이 되어 왔다.물론, 법 제도의 특성상 정형화된 제도와 지역 간의 형평성을 제쳐두고 새만금만을 위한 특례를 마련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그러나 새만금은 매립을 전제로 하는 사업의 특수성과 쉽지 않은 사업 여건으로 인해 일반 개발법령의 적용으로는 타 개발지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새만금개발청은 새만금만의 차별화된 경쟁력 제고와 수요자 맞춤형 제도 개선을 위해 작년부터 새만금특별법 개정 작업에 매달려 왔다.또한, 지역 국회의원, 전북도 등 지자체에서도 더 나은 새만금사업 여건을 위한 새만금특별법 개정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그리고 마침내 이러한 노력들이 임시국회에서 다수의 새만금특별법 개정안이 상임위원회를 통과함으로써 가시적인 결실을 앞두고 있다.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개정안은 외국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자치단체를 거치지 않고 새만금개발청에서 직접 지원토록 하고, 국내기업도 일정 요건을 갖춘 경우 지원대상에 포함시키는 한편, 공유수면 관리권한의 이관, 총괄사업관리자의 지정 등 기존 새만금사업 추진과정에서 발생된 제도적 문제점을 보완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그 외에도 사업시행자 지정요건 완화, 투자기업에 대한 조세감면, 사업자에 부여된 각종 고용의무 및 근로규제 완화, 민간사업자의 잔여매립지 취득 시 매수가격 인하, 개발실시계획 승인 시 요구되는 협의 및 심의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수요자 중심으로 제도를 개편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뿐만 아니라, 6월 국토교통부주관 하에 각 부처 및 지자체가 참여하는 새만금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가 구성되었고, 새만금개발청이 주도해 전북도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법률전문가 및 연구원 등이 참여한 새만금특별법 개정을 위한 상시 TF가 운영되는 가운데 매회 눈여겨 볼만한 개선안 등이 제출되고 있어 앞으로의 상황은 더욱 고무적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만금 사업이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 그러나 새만금에 세워질 금빛 도시를 떠올리면 앞으로 겪어야 할 성장통을 결코 마다할 이유가 없다.새만금개발청은 개청 이후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간혹 너무 더딘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있지만, 대규모 개발의 성격상 개발이 완료되고 사업이 성공하기까지 장기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만큼, 초심불망 마부작침의 마음으로 서두르지 않고 일관성 있게 사업을 추진해 나갈 것이다.모쪼록, 새만금이 국내외 유수의 기업들이 앞 다투어 투자하고 싶어 하는 동북아 경제중심지로 우뚝 서는 그날까지 전북도민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이병국 청장은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28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광운대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새만금사업추진기획단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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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7.13 23:02

다시 피어난 한 송이의 국화꽃

지난 6월 30일은 미당 서정주 시인이 탄생한지 꼭 100년이 되는 날이었다. 연초부터 기념행사들이 이어지면서 미당의 100세 생일을 하루 앞둔 29일 저녁 특별한 시(詩)잔치가 마련됐다. 『미당 서정주 전집』 (전 5권)출판기념회가 서울 필동 동국대 본관 중강당에서 열렸다. 미당이 별세한 뒤 처음으로 나온 950편 정본 시전집으로, 전 20권 규모로 기획한 첫 결과물이다. 출판사는 내년 상반기까지 시는 물론 자서전, 산문, 시론, 방랑기, 옛이야기, 소설, 희곡, 번역, 전기 등 미당의 저서를 총 망라한 전집들을 순차적으로 내놓을 계획이라고 한다. 그의 생애는 굴곡과 명암이 엇갈리고 있지만 미당 만큼 모국어를 정제하고 광을 낸 이가 또 있을까? 그의 시는 우리 시대 한국어의 위대하고 오묘한 성취로 인정받는다. 요즘 한 작가의 표절시비가 문단을 시끄럽게 한 바 있다. 그러나 우리 문단의 표절시비는 어느 한사람에 그치지 않았다. 문예지에 등단작품, 신춘문예 당선작품에서부터 중진문인들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범위하게 표절 문제가 불거지곤 했는데 그러나 그때마다 쉬쉬하며 유야무야 넘어가곤 했다.우리 문학 교육에도 문제는 있다. 문학을 가르치고 문인을 길러내야 할 일부의 대학, 평생교육원, 문화센터, 기성문인들의 사숙 등에서 속성으로 문학기술을 가르쳐 문단에 내보내는 일이 많이 있어왔다. 이런 곳에서 공부하는 이들은 문학공부보다 등단이 목표다. 진정한 문인은 만나기 힘들고 문학기술자가 넘치는 우리 문단의 이런 풍토 속에서 표절시비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가운데 치러진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의 시잔치는 우리 문단의 큰 자랑이며 위로가 되기에 충분했다. 축사로 나선 이어령 선생은 미당 생전에 육성으로 시를 들었던 기억, 미당이 직접 작성한 육필시선을 첫 출간했던 영광, 미당의 고희연 때 강연을 했던 경험과 함께 이날 축사를 맡게 된 점이 모두 자랑거리라고 했다. 사실 미당과 같은 시기에 태어나 그분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문학도인 나에게는 엄청난 행운이고 영광이었다. 남현동 2층 사랑방에서 홍신선, 정의홍 등과 함께 앉아 미당이 주시는 청주를 받아 마시며 시를 이야기하고 문학을 말 하던 기억은 내 개인에게 있어서 빛나는 역사요 교훈이다. ‘난 말야 대통령은 바빠서 못하겠고 한가한 부통령이나 하라면 하겠네 하하하...“유유자적과 여유가 멋있었던 분.“시는 말야 그냥 가슴이 아니라 저 아래 창자에서 우러나와 가슴과 머리를 거쳐야 하네”시에 대한 치열함으로 뜨거웠던 분.그리고 술상을 물리고 돌아갈 때 대문까지 따라 나와 “시인 나가신다” 하며 격려와 사랑을 베풀어 주시던 분.선생의 시와 말씀 속에 담겨있는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지혜는 우리 겨레의 자랑거리요, 보물이 아닐 수 없다. 백건우 윤정희 커플의 피아노 연주와 시낭송을 비롯해 시인, 배우, 낭송가 등의 시낭송이 어우러진 격조 높은 행사는 참석한 이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고 간행위원들이 미당의 옛 모습이 담긴 대형 스크린 앞에서 시전집을 헌정하고 절을 올리는 모습은 아름다운 풍경으로 지워지지 않는 그림이 되었다.△문효치 이사장은 1966년 서울신문·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이사장, 주성대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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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7.06 23:02

박대통령 평가의 양극화

박근혜 대통령의 무능과 불통, 독선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하늘을 찔러도 박대통령 지지도는 콘크리트처럼 견고하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여파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지지도는 50%대를 유지하였다. 지난 연말에 터진 정윤회와 십상시 파동 때도 박대통령은 30~40%대의 지지도를 거뜬히 지켜냈다. 여기까지는 그렇다고 치자.그야말로 대통령과 정부의 무능, 무개념, 무대책의 극치를 민낯으로 보여준 메르스 사태는 국가 경제는 말할 것도 없고, 국가 신인도 마저 크게 떨어뜨리고 말았다. 이런 국가 비상사태를 불러일으켰음에도 박대통령은 국민에 대한 사과는 커녕 오히려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발동하고 여당의 원내대표에 대한 사적 감정을 담은 폭탄발언을 터뜨리기 까지 하였다. 그런데도 며칠 전 발표된 갤럽 여론조사에서 박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33%로 오히려 전주(29%) 보다 4%포인트가 상승하여 또다시 30%대를 회복하였다. 역대 대통령들의 최저 지지율을 보면 김영삼 대통령이 7%, 이명박 17.0%, 노무현 19.6%,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이 26%를 기록했다.만약 지금 대통령이 박대통령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의 지지도는 잘해야 10%대를 유지하고 있을 것이다. 분명 박대통령은 어떤 일이 있어도 흔들리지 않는 강철 같은 지지층을 갖고 있다. 그러면 박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은 누구인가? 며칠 전 발표된 갤럽조사의 계층별 분석을 살펴보자. 전체적으로 33%의 지지율에 모든 지역에서 긍정보다는 부정적 평가가 더 높았는데, 특히 호남(72%), 서울(62%), 인천/경기(61%)에서 높았다. 반면에 오직 대구경북에서 긍정적 평가(47%)가 부정적 평가(45%)보다 더 높았다. 그런데 연령별 박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다. 30대 연령층과 19~29세 연령층에서의 부정적 평가는 각각 82%, 74%로 매우 높은 것과는 대조적으로 60대 이상의 고연령층에서는 긍정적 평가가 64%로 높았다. 직업별로는 학생(78%)과 화이트칼라(77%)의 부정적 평가가 매우 높은 것과는 반대로 농어임업 종사자들은 69%, 그리고 무직/은퇴/기타직은 46%의 긍정적 평가를 하였다. 결국 박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는 지역적으로는 TK, 연령으로는 60대 이상의 고연령층, 직업으로는 농어임업, 무직/은퇴/기타직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여기서 주목할 점은 박대통령에 대한 콘크리트 지지층이 있듯이 정반대의 확고한 거부층이 존재한다는 점인데, 특히 연령대별로 양극화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젊은 층은 박대통령을 극도로 싫어하는 반면에 60대 이상 노인층에서의 박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종교와 같이 거의 맹목적 수준이다. 유권자 비율은 19세~39세 까지가 37%, 50대 이상 연령층은 41%로 50대 이상 연령층이 4%포인트가 더 많다. 그러나 투표율에 있어서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데, 지난 2012년 대선에서의 연령대별 투표율은 20대 65%, 30대 72%, 40대 78%, 50대 90%, 60대 이상 79%였다. 결국 젊은층은 보수정권을 말로만 비판했지 이들을 심판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 투표장에 가는 것을 꺼려했기 때문에 자신들이 싫어하는 세력에 의해 또다시 통치 받게 된 것이다. 특정 계층이 투표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투표를 적극적으로 하는 또 다른 계층에 의해 자신의 미래와 운명이 결정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흔한 말로 내 인생 아무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청년실업,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포기) 문제를 말로만 비판하는 젊은이들을 투표장에 끌어들이기 위해 호주처럼 투표하지 않는 사람에게 벌금이라도 물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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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6.29 23:02

수질오염총량제로 새만금을 지키자

70∼8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대부분의 도시주변 하천이 생활하수, 산업폐수 등으로 인한 수질오염으로 몸살을 앓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수질개선을 위하여 유역별 하수처리 체계를 구축하고 오염하천에 대한 생태복원 사업추진 등 체계적·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온 결과 이제는 도시주변 하천에서도 낚시를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생기를 회복해 가고 있다. 새만금 지역에는 만경강·동진강이 흐르고 광활한 호남평야에 풍부한 수자원을 공급할 수 있어 이 지역을 우리나라 최대의 곡창지대로 자리매김 하였다.그러나 이 지역 하천들은 길이가 짧고 주변에 대단위 농경지와 축산 농가가 밀집해 있고 과다하게 뿌려지는 비료, 농약, 축산분뇨 등 비점오염원이 많아 구조적으로 수질관리에 취약점을 안고 있다.수질오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경부에서는 중장기 물관리계획을 수립해 하수처리장 등 환경기초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충하는 한편, 2005년부터 오염원 관리를 시설별 농도규제 방식에서 유역 내 모든 오염원을 통합하여 총량으로 관리하는 ‘수질오염총량제’ 방식으로 전환한 바 있다.수질오염총량제는 지자체 또는 일정한 범위를 정한 유역에서 목표수질을 정한 뒤, 이를 달성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하천이 수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오염물질의 배출총량을 할당하여 관리하는 제도이다. 이 경우 지자체가 할당받은 오염물질 배출량을 초과하면 해당 지역 내에서 개발이 제한되지만, 반대로 배출량을 줄여 수질을 개선하게 되면 그만큼 더 많이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선진화된 수질관리정책이다.전주시 등 7개 자자체가 위치하고 있는 새만금유역에서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대표적인 수질오염지표인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을 대상으로 1단계 수질오염총량제를 추진하였고, 2011년부터 2015년까지는 부영양화지표인 총인(T-P)을 대상물질로 추가하고 점오염원과 비점오염원으로 구분하여 2단계 총량관리 계획을 추진 중에 있다.전북지역은 일부 지자체가 목표수질이 초과되어 개발사업에 제한을 받은 적이 있었지만, 2013년을 기준으로 제도시행 이전인 2006년보다 연평균 BOD 농도가 만경강은 5.3㎎/L에서 4.8㎎/L로 동진강은 3.0㎎/L에서 2.3㎎/L개선되는 성과가 있었다. 1·2단계 수질오염총량제 시행으로 공장, 하수처리장 등 점오염원의 배출량은 절반 정도로 감소한 반면, 비점오염원은 크게 증가하여 전체 BOD 배출부하량의 3분의 2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앞으로 비점오염원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서는 새만금 수질을 ‘좋은 물’ 수준(BOD 3.0mg/L이하)으로 개선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따라서 앞으로 새만금유역의 수질개선대책은 비점오염관리대책에 더 많은 비중을 두어야 한다. 비점오염관리대책을 추진하려면 많은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기술적인 한계 등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시행되는 3단계 수질오염총량제에서는 저영향개발기법(LID)을 적극 도입하고, 비점오염 저감시설을 대폭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대책수립이 필요하다.수질오염총량제는 지역개발의 발목을 잡는 단순한 규제정책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지역발전과 새만금의 미래를 위해 꼭 시행되어야 할 중요한 환경정책이므로 새만금유역 수질오염총량제가 성공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도민 모두의 이해와 협조를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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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6.22 23:02

음악회가 가져다준 선물

전북혁신도시 이전 1주년을 기념해 한국전기안전공사가 마련한 ‘새울림음악회’가 지난 4일, 지역주민 3500여 명이 함께한 가운데 성황리에 끝났다. ‘온고을’ 전주에 새 둥지를 마련하고 순조롭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시민들과 각 기관의 후원에 보답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얼마나 찾아줄까?’ 행사일이 다가올수록 마음이 분주해졌다. 도심에서 벗어난 장소인 데다, 규모로 보아도 전례가 없던 터였다. 때 마침 불어온 ‘메르스’ 확산 바람은 무대를 준비하는 공사 직원들의 가슴에 찬물을 끼얹었다. ‘과연 될까’ 하는 설렘은 어느새, ‘해도 될까’ 하는 걱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행사 전날 밤, 관계 부서장과 임원들을 모아놓고 대책회의까지 가졌다. 의견은 절반으로 갈리었다. 필자의 결단만이 남았다. ‘시민과의 약속이 우선이냐, 예방이 우선이냐’. 결코 쉽게 결정 내리기 어려운 문제였다. 도내 농업인 지원을 위한 직거래 장터도 행사 날 함께 문을 열 예정이었다. 음악회 취소로 인해 빚어질 손실은 정작 큰 문제가 아니었다. 부담만을 생각했다면, 행사를 접는 것이 순리였다.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지역 내외의 여론을 살폈다. 필자는 시민들과의 약속을 택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한 염려는 철저한 안전조치로 예방할 수 있는 일이었다. 오히려 예고 없는 행사 취소가 주민의 오해와 불안감만을 부추길 수 있었다. 직원들의 역량과 시민의식을 더욱 믿었다. 행사 시간이 다가오며 시민들의 발걸음이 하나둘 이어졌다. 어린 아이들서부터, 지팡이를 짚은 어르신과 중년 부부, 그리고 손 맞잡은 젊은 연인들까지 남녀노소가 삼삼오오 무대 앞에 자리를 잡았다. 입구 안내부스에 마련해놓은 손 세정제 주위에는 시민들이 차례를 지어 손을 내밀었다. 누구라 할 것 없이 서로를 믿고 배려하는 마음이었다. 무대 위 조명이 켜지기도 전에 객석은 만원이었다. 뒤늦게 들어온 시민들은 행사장 잔디 위에 자리를 펴고 앉았다. 예상을 넘어선 성황이었다. 준비된 공연이 시작되고 다양한 장르의 가수들이 무대 위에 올랐다. 장쾌하게 울리는 음악 속에서 필자의 가슴도 함께 뛰었다. 객석의 반응은 어떨지, 앉은 자리는 불편이 없을지, 행여 사고라도 생기지나 않을지, 무대 아래 앉은 행사 주최자의 마음은 시종 두근거렸다. 저무는 해와 함께 걱정은 이내 사그라졌다. 쉼 없이 이어지는 갈채와 환호 속에 공연은 계획했던 시간을 훌쩍 넘겼다. 무대 위에 너울거리던 신명나는 선율들은 조명등에 비친 관객의 긴 그림자처럼 오래 남았다. 음악회를 마련한 필자의 감회는 깊었다.하지만, 음악회의 성황보다 더 감격스러웠던 것은 시민들의 성숙한 문화의식이었다. 나만의 편의보다는 모두를 위한 행사 요원들의 안내를 존중하고, 인기를 떠나 무대 위에서 혼을 다해 노래 부르는 무명가수들에게는 아낌없는 갈채를 보내주었다. 흔한 취객 하나 없던 행사장 안팎은 관객들이 물러난 뒤에도 청결한 모습 그대로였다. 괜한 염려였다. 또한 느꼈다. 시민들 모두가 소소한 일상에서 펼쳐지는 작은 공연에 목말라 하고 있구나, 집 가까운 곳에서 가족과 함께 이웃과 더불어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많이도 그리웠구나, 하는 것을 말이다. 음악이 아름다운 것은 높은 음과 낮은 음이 서로 하모니를 이뤄 어우러지기 때문이라 했다. 음악회와 같은 문화 행사가 잦아질수록 함께 마음을 나누고 희망을 얘기하는 이웃들은 늘어날 것이다. 한국전기안전공사가 마련한 이번 음악회가 혁신도시와 전북도가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며 화합하도록 이끄는 가교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지면을 빌려, 함께 해주신 시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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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6.15 23:02

포퓰리즘을 경계한다

한국의 정치는 표이다. 표를 얻어 정권을 쥔다. 표를 얻으려면 민심을 얻어야 한다. 그러기에 모든 정치인은 표를 얻기 위해 포퓰리즘에 젖어든다.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혜택을 주는 정책은 재정적 부담이 커지면서 점점 더 가중되는 압박에 시달린다. 오늘의 포퓰리즘이 갖는 문제는 복지 혜택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문화, 예술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찾아가는 미술관 역시 그 하나이다. 예술적 환경이 열악한 곳을 찾아가서 제대로 된 전시를 열어주는 행사, 취지도 내용도 나무랄 데 없다. 그러나 이런 행사도 일방적이라면 곤란하다. 매년 신청만 하면 무료로 찾아가서 열어주는 행사는 김빠진 느낌을 준다. 그 혜택을 받는 사람도 감동을 받지 못한다. 주는 쪽도 받는 쪽도 이미 의례화 되어버린 거래, 간절한 바람도 보람도 점점 사라져 간다. 사회 저변층의 문화 욕구가 일차원적인 것으로 단정하면 착각이다. 베풀 듯 주는 혜택은 아무런 감동이 따르지 않는다. 권력은 총구로부터 나온다고 했던 마오쩌뚱은 평생 황제처럼 살았다. 농업정책에 실패하고 정치적 위기에 처했을 때에 그는 홍위병을 동원해서 정적들을 무참히 짓밟았다. 그가 축출했던 덩샤오핑이 복권하여 경제적 번영을 주도했던 것도 아니러니 하다. 계속해서 가난한 평등만을 구가하고 지냈던들 오늘날의 경제적 번영을 도출해 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많은 모순과 불평등 속에서도 중국의 경제는 팽창하고 있다. 표를 얻기 위해 무조건적 혜택을 베푸는 것보다 감동을 주는 방향으로 방향을 바꿀 때가 된 것 같다. 마음을 얻을 수 있어야 표는 부풀려져서 다가온다. 유권자들의 수준 역시 높아져서 웬만한 선심에는 감동을 느낄 수 없다. 문화, 예술 행사 만해도 질적인 고양과 방향성 등이 중요 해진다. 늘 볼 수 있는 그림을 또 한 번 봤다고 감동이 있을 수 없다. 다소 비용을 치르더라도 보고 싶었던 그림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중요하다. 그것은 유권자들에게 예술의 중요성과 국제적 의미에서의 방향성을 제대로 인식시켜 주는 것, 예술의 진정한 가치를 실감시킬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될 수 있다. 내일의 희망이 있다면 오늘 굶는 것을 참을 수 있다. 내일이 불안하면 오늘 먹는 것이 두려워진다. 표는 숫자가 아니라 마음이다. 진정으로 표심을 읽는 사람이 권력을 쥔다. 설사 선거에서 지더라도 표심에 깊게 다가가는 정치인을 보고 싶다. 온갖 계책과 자본으로 준비된 식상한 접근보다는 다소 무모해 보이더라도 정직하게 유권자들 가슴 속에 깊은 울림을 던질 줄 아는 정치인을 보고 싶다. 과거처럼 민주화 투쟁의 명분도 없어진 시대에 이분법적인 편 가르기도 먹히지 않는다. 감옥을 다녀온 투쟁 경력이 표로 연결되지도 않는다. 철저하게 표심 깊숙이 파고들어야 한다. 걸핏하면 ‘국민을 위해…’를 되 뇌이던 정치인들은 퇴출당할 것이다. 사실 국민을 위한다는 정치인 치고 국민을 위하는 사람별로 본 일이 없다. 표는 마음이다. 권력은 마음으로부터 나온다. 마음 깊숙한 곳으로부터 지지를 얻는 자가 승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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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6.08 23:02

20대 총선과 정치관용, 그리고 언론

언론에 보도되는 뉴스나 TV드라마의 핵심은 갈등이다. 갈등 없는 뉴스는 상상하기 어렵고, 막장 드라마처럼 갈등이 극에 달해야만 시청률이 높아진다. 매일같이 언론에 보도되는 뉴스를 보라. 여당과 야당의 갈등, 청와대와 국회의 갈등,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 친노와 비노의 갈등 등 정치 갈등을 비롯하여 노사 간, 지역 간, 세대간, 종교간, 남녀 간 등 크고 작은 수많은 갈등들이 언론의 단골메뉴가 되고 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우리 사회는 각 집단과 계층에서 서로 다른 요구들이 분출하면서 갈등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특히 정치적으로 좌우 이념의 양극화, 경제적 빈부 격차, 지역과 계층 간 갈등과 분쟁이 원만히 해결되지 못하면서 우리 사회가 부담해야할 비용이 기하급수로 늘어나고 있다. 갈등은 상대방의 가치나 의견이 나와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은 똘레랑스, 즉 관용(tolerance)의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다. 관용이란 쉽게 말해 개인이 싫어하거나 반대하는 집단에 대해 참으려는 의지라고 할 수 있다. 관용은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해 시민들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 소양으로서 건강한 민주주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하겠다. 똘레랑스란 단어를 우리나라에 널리 퍼뜨린 홍세화씨는 “한국 사회가 정이 흐르는 사회라면 프랑스 사회는 똘레랑스가 흐르는 사회”라고 하면서 자신이 프랑스에서 직접 경험한 사례를 소개한 바 있다. 편도 1차선 도로를 달리던 시내버스가 정류장도 아닌 곳에 멈추더니 한참동안 서있더란다. 그래서 밖을 내다보니 어느 집 앞에서 승용차가 시내버스를 막아놓고 사람들이 송별인사를 하고 있었단다. 그런데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데도 차도 위에 있는 사람들은 포옹을 하는 등 여유를 부렸고, 시내버스에 타고 있는 운전사, 손님들도 짜증부리지 않고 한참을 기다려주더란다. 만약 이런 일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다면 어땠을까? 툭하면 여성들을 비하하고, 호남인들을 홍어라고 조롱하며, 진보인사들을 공격하는 일베회원들이 얼마 전 세월호 유가족들이 단식투쟁하던 현장 바로 옆에서 폭식 퍼포먼스를 하는 걸 보고서 국민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슬픔에 동정하지는 못할망정 슬픔을 능멸하는 태도는 관용의 문제를 넘어선 인간성 문제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하여튼 이 장면은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갈등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를 확인시켜주는 좋은 증거물이라 하겠다. 상대방과 나의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를 존중해주는 것은 결국은 자신이 존중받기 위한 선제적인 행위인 것이다. 또한 고통 받고 있는 사람에 대한 관용은 내가 언젠가 그 입장에 처하게 될 때 내가 부릴 수 있는 자유와 권리로 되돌아오게 된다. 20대 국회의원 총선이 채 1년도 남지 않았다. 이제 곧 여야 간, 그리고 진보와 보수 집단 간, 지역 간에 생사를 건 갈등과 싸움이 시작될 것이다. 선진국 문턱에 서있지만 아직도 후진국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정치 분야에서 먼저 관용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적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해주고, 자유롭고 평등한 토론이 보장되어야 하며 아울러 상호 존중과 대화 예절이 갖춰져야 한다. 언론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언론이 특정 정파의 보호자 역할에 매몰되어 국민들을 편 가르고 정치 갈등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 내년 총선에서는 더 이상 언론이 선수로 뛰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고 어디까지나 공정한 심판관, 조정자, 그리고 관용 확산자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한다. 과연 내년에는 상대방을 존중해주는 정치관용이 넘쳐나는 수준 높은 선거판을 기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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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6.01 23:02

혁신도시의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한국전기안전공사가 전북혁신도시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 지도 내달이면 첫 돌을 맞는다. 창립 이후 40년에 이르는 서울시대를 마감하고 명실공히 전북 혁신시대의 본격적인 발걸음을 내딛게 되는 셈이다. 혁신도시 조성 사업은 알려져있다시피,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지역 균형 발전 사업이다.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통해 정부와 자치단체, 산·학·연이 함께 상생의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지역에 새로운 성장거점을 일구어내고자 하는 것이다. 지난 2003년 정부가 수도권 과밀 해소와 국가균형발전을 목적으로 공공기관 지방이전 추진 방침을 처음 발표한 이후, 2007년 ‘혁신도시특별법’이 제정되면서 모두 151개에 이르는 기관들을 비수도권 지역 10곳으로 옮긴다는 계획을 확정 지었다. 정부는 또한 이 같은 혁신도시 이전 사업이 마무리되면 수도권에서 10만 명의 인구가 지방으로 이동해 약 13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연간 9조원 대에 이르는 생산 유발효과를 거두어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전기안전공사의 기대와 여망도 그러하다. 정체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중장기적으로 이곳 전북을 대한민국 전기안전 R&D 산업의 중심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도내 대학이나 각급 기관과 협력하여 혁신도시 인근에 실증단지를 조성하고, 무선충전 운송시스템, 전력설비 진단기술 등을 공동 개발하기 위한 ‘전기안전기술 클러스터 단지’ 구축 사업도 추진 중에 있다. 공사 보유 특허기술을 도내 기업에 우선 이전하겠다는 약속도 지역 산업계와의 동반성장을 도모하고자 하는 일이다. 지역 인재 확보를 위한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실제로 공사는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올해 실시한 신입사원 공채에서도 전체 채용인원의 18%를 지역인재들로 뽑았다. 이전 당시, 전북도와의 협약에서 밝힌 ‘지역인재 채용목표제 15%’ 약속을 잊지 않았다. 얼마 전 본사에 개설한 통합 콜센터도 상담요원 전원이 지역민들이다. 이달 말에는 도내 중소기업인을 대상으로 구매상담회를 열고 지역 상공인들의 판로 개척을 적극 도와나갈 방침이다. 지역으로서는 일자리와 개발을 통해 경제의 활력을 도모하고, 이전 기관의 입장에서도 비용절감과 지역민의 신뢰라는 큰 자산을 얻을 기회를 갖는 셈이다. 그러나 혁신도시의 성공을 향한 이 같은 길이 마냥 넓고 평탄한 것만은 아니다. 불확실한 내일, 불투명한 전망에 대한 염려 탓이다. 도시 발전을 위한 기반 시설은 여전히 부족하고, 기관 이전에 따른 시너지 효과도 애초의 기대치를 밑돈다. 혁신도시와 구도심, 수도권을 연결하는 대중교통이나 시외버스 노선은 드물고, 병원이나 약국, 이발소와 같은 생활편의 시설은 가는 길이 멀다. 갓 지어낸 건물들은 높은 임대료 탓에 입주를 권하는 현수막만 요란하다. 낯선 교육환경과 해만 지면 적막강산으로 변하는 도시 풍경도 이전기관 직원들이 가족과 함께 내려와 살기를 망설이는 이유다. 살기 좋아야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모여야 도시가 제 모습을 갖기 마련이다. 혁신도시의 성공 여부는 결국 내려와 살아갈 삶의 환경이 얼마만큼 충분히 가꾸어져 있느냐에 달렸다. 혁신도시 생활이 당사자에게 기회가 되고 행복이 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부단한 관심과 성원이 필요한 이유다. 이전 기관 역시, 자치단체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지역민들에게 ‘함께 상생해야 할 이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할 일이다. “애초부터 있는 길이란 없다. 지나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중국이 자랑하는 작가 루쉰(魯迅)의 말이다. 혁신도시는 그렇게 ‘함께’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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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5.18 23:02

경찰관의 명품 김치

경찰관 한 명이 미술관을 방문했다. 신문 칼럼을 보고 만나고 싶었다는 이유로 40km를 넘게 달려왔다. 우리는 인간적인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는 어릴 적부터 어머니에게 음식 솜씨를 익혀 김치를 잘 담근다는 말을 했다. 내가 먹어본 김치 중에서 어머니가 담가 주신 김치처럼 시원함을 느끼게 해준 게 없었다는 말에 그는 웃으면서 자신의 김치를 맛보게 해주고 싶다고 했다. 그날 밤 늦게 누군가 벨을 눌렀다. 누구시냐는 물음에 ‘관장님’을 찾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3개의 작은 김치 통을 들고 서 있었다. 잠깐 들어오시라는 권유에도 곧장 가겠다는 그를 근처 카페로 안내해 차를 마셨다. 그는 문화 예술에 대한 동경을 품고 있었다. 어쩌면 많은 문화 예술인들이 지금쯤 버렸을 꿈을 그는 아무런 의심 없이 가슴 가득 품고 있었다.청두(成都)에서 만났던 펑정지에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주연이 되어 미술관을 방문했다. 청두 화실에서의 그는 손에 쿠바산 시가를 들고 있었고 손님용 소파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꽃문양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성공한 예술가답지 않게 먼발치로 본 그의 레드 카펫을 밟는 모습은 좀 쑥스럽고 어색한 표정이었다. 미술관에서 나는 그를 청두에서 봤을 때보다 전주에서 더 국제적인 예술가처럼 보인다고 놀렸다. 그는 그의 그림이 프린트된 핸드폰 덮개를 선물했다. 나는 ‘1980년대와 한국미술 도록’ 1권 그리고 나의 평론집을 선물했다. 그는 미술관 전시로 다시 전주를 오고 싶어 한다. 그러나 나는 끝내 대답을 미뤘다. 그러나 오늘 밤 그가 출연하는 ‘펑정지에는 펑정지에다’라는 영화를 먼저 볼 생각이다. 일요일 밤, 인터넷 바둑을 한 판 두던 중 누군가의 벨이 울렸다. 다시 ‘관장님’ 찾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였다. 그는 더 커 보이는 김치 통 하나를 들고 서 있엇다. 이번에는 집안으로 모시고 이야기를 나눴다. 나이와 직급을 떠나 친구처럼 대하는 게 좋아서 다시 왔다고 한다. 나는 불교 선배와 지리산 반야봉에서 천왕봉까지 2박 3일 등반하고 싶은 꿈을 이야기했고 그는 비염으로 고생하다가 직지사 근처의 한의사에게 치료받은 얘기를 했다. 나는 낮에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김남규 의원과 나란히 앉아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그분은 그날 이미 4개째 영화를 보고 있더라는 얘기를 해줬다. 그리고 그 영화(인 더 크로스 윈드)는 나의 가슴을 너무 먹먹하게 했다. 그는 소양의 한 스님을 같이 만나고 싶다고 했다. 다 꿈 같은 얘기다. 현실이 꿈 같고 꿈이 현실 같기도 하다. 어느 날 나는 아내와 함께 직지사 근처의 한의사를 찾게 될 것이다. 아내의 소원대로 발효 소금 하나를 사서 차에 싣고 돌아올 것이다. 어느 날 나는 그와 함께 소양의 한 스님을 방문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있을 꿈을 나는 그로 인해 꾸게 된다. 그는 나의 친구이다. 경찰관이라는, 김치도 잘 담그고, 중국집에서 독한 고량주를 마시길 좋아한다는 그는 어느 날 다시 벨을 누르고 웃으면서 그 자리에 서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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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5.11 23:02

정치인 거짓말 탐지기

흔히들 이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없는 세 가지는 일기예보, 통계, 그리고 여자의 마음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들은 정치인의 말에 비하면 족탈불급이라 하겠다. 성완종 스캔들에서 보여준 이완구 전 총리의 끝없는 거짓말은 이러한 믿음을 확신시키기에 충분하였다. 이 전 총리는 총리 인준 청문회 과정에서도 금방 들통 날 거짓말들을 해대더니,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된 직 후에 “가까운 사이가 아니다”고 했지만 1년 동안 23번이나 만났고 217차례의 전화통화 기록이 밝혀지는 등 입만 뻥긋하면 거짓말을 한 셈이 되고 말았다.우리나라 정치인들은 거짓말을 너무 잘한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4대 거짓말을 아는가? 아마도 그것은 “단 한 푼도 받지 않았다” “기억이 안 난다” “그게 사실이라면 직과 목숨을 걸겠다.” “다시는 정치를 하지 않겠다.” 등일 것이다. 정치인의 거짓말은 국민들의 정치혐오와 정치불신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지만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하는 거짓말이 선거결과에 중대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예를 들어 지난 2012년 대통령선거 막바지에 국가기밀로 되어있는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의 일부를 발췌하여 여당이 터뜨린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포기발언, 그리고 국정원의 선거 불개입 등은 선거가 끝난 후에서야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지만 이미 기차가 떠난 뒤였다. 때로는 의도하지 않았거나 실수로 인한 거짓말, 아니면 말고 하는 식의 발언이 선거결과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당 후보가 “우리 집권당은 지난 5년 동안 2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였고, 5.7%포인트의 경제성장을 이뤘다”고 말한다면 그 통계수치의 진실을 확인할 길이 없는 국민들은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까지 정치인들의 거짓말을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정치인의 말이 과연 진실인지 거짓인지, 아니면 과장된 말인지를 확인하거나 검증해야하지 않을까? 그래서 미국에서 2008년부터 정치인의 말이 과연 사실인지 아닌지를 검증하는 시스템이 작동되기 시작하였다. 이게 바로 사실검증(fact-checking) 저널리즘이다. 현재 수십 개의 팩트체커(Fact Checkers)가 운영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3대 팩트체커는 〈탬파베이 타임스〉의 〈폴리티팩트〉(www.poli tifact.com),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운영하는 〈팩트체크〉(www.fact check.org)와 〈워싱턴포스트〉의 팩트체커 블로그 등이다. ‘팩트체킹’(사실검증)이란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선출직 공직자와 각 분야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여론주도층 인사들의 발언을 심층 분석하여 그 발언의 옳고 그름을 검증하는 것이다. 팩트체킹의 대상이 되는 인사들의 발언은 언론보도, 대중연설문, 홈페이지 글, SNS 계정 글, 광고물 등에 표현된 뉴스가치를 담은 모든 발언이 해당되고 있다. 〈폴리티팩트〉는 소위 ‘진실측정기(Truth-O-Meter)’를 가동하고 있는데, 이게 매우 흥미롭다. 정치인 말의 진실성을 6단계로 판정하는데, 그것은 진실(TRUE)-거의 진실(MOSTLY TRUE)-절반의 진실(HALF TRUE)-거의 거짓(MOSTLY FALSE)-거짓(FALSE)-새빨간 거짓말(PANTS ON FIRE) 등이다. 실제로 어제 〈폴리티팩트〉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지난 4월 힐러리 클린턴이 아이오와주에서 “나의 조부모들은 모두가 다른 나라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다”라고 한 발언의 진실 검증 결과가 공개되었다. 사실검증결과 8명의 조부모 중에서 적어도 3명은 미국 땅에서 태어난 것으로 밝혀져 이 발언은 “거짓”(false)으로 판명 났다고 공시하였다. 또한 〈폴리티팩트〉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오바미터(Obameter)’인데,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선거 캠페인을 하면서 약속한 모든 사항들을 항목별로 열거하고 각 공약들이 얼마만큼 실행됐는지를 따져 거기에 대해 점수를 매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시민단체 등이 중심이 되어 대통령은 물론이고 국회의원, 교육감, 도지사, 시장 군수 등의 발언이 사실인지를 검증하는 시스템을 작동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선출직 정치인들의 공약 이행 점수는 물론이고 발언 하나 하나의 진실성 검증결과를 인터넷을 통해 공시한다면 정치인들의 언행이 보다 진실해 질 것이며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도 높아지지 않을까 싶다.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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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5.04 23:02

화학물질 안전관리제도와 사고 예방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화학물질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더 이상 떼어내 생각할 수 없는 물질이 되었다. 우리의 의식주를 이루는 대다수의 기기나 물품들이 화학제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화학제품 사용이 증가하고 제품생산을 위해 화학물질을 보관·운반 또는 가공처리 하는 과정에서 화재·폭발 및 누출사고 등으로 많은 인명피해와 재산손실을 초래하는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화학사고 예방과 대응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일반적으로 유해화학물질에 의한 화학재난은 화학물질의 제조나 보관, 운반 등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며 이들 유해물질이 가지는 인화성, 폭발성, 독성으로 인하여 사고발생시 국민건강과 환경에 심각한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화학물질에 대한 대표적인 안전관리제도로는 2015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이 있다. 화평법에 의해 종전 유해화학물질관리법상의 유해성 심사제도가 등록제도로 바뀌면서 화학물질 취급자가 화학물질의 유해성에 대한 정보를 환경부에 제출하게 하여 화학물질이 일정한 독성 기준을 초과하면 유독물질 등으로 지정하여 안전하게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하였다. 또한 유해물질 함유제품으로 인한 국민건강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안전·표시기준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화관법은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설치자가 화학사고 발생으로 사업장 주변 지역 사람이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평가하도록 하여 주민들에게 미칠 수 있는 위해를 예측하여 영향을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였다. 이와 더불어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설치·관리기준을 시설별로 구체화하고 전문기관의 검사를 통해 취급현장의 안전확보 기반을 마련하였다.화학재난을 줄이기 위해서는 유통과정에서 화학물질 유출을 예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하여 평상시 화학물질에 대한 안전관리제도와 함께 누출사고에 대한 정보망 구축과 지역별, 물질별, 사고 규모별 대응 시나리오에 의한 체계적인 사고예방 훈련을 지속적으로 실시하여야 한다. 또한 대응방법을 개발하고 사고 발생 시 누출된 잔류 유해물질이 환경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조사와 후속조치 등 유관기관과의 정보교환과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환경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대응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새만금지방환경청은 이러한 추세에 발맞추어 화학물질관리과를 화학안전관리단으로 승격시키고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지역기업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한편, 2014년 1월 환경부, 국민안전처,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및 지자체 등 5개 부처가 참여한 정부 3.0 협업조직으로 출범한 익산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를 중심으로 화학사고에 대한 예방, 대비, 대응 및 복구기능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화학물질 현장분석차량을 도입하고 인력을 보강하는 등 화학재난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이처럼 새만금지방환경청은 화학물질 안전관리제도의 보완 뿐 아니라 재난예방에 대한 조직 및 체제를 더욱 발전시켜 전북도민의 건강, 환경보전은 물론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을 약속드리며 아울러 화학재난예방에 대한 도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협조를 당부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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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4.27 23:02

기억하고 지키는 것, 안전혁신의 시작

어느새 한 해를 건넜다. 부끄럽고 참담한 나날은 멀고도 길었다. 지켜주지 못한 것에 대한 살아있는 자의 마음은 취객처럼 흔들렸다. 우리에게 지난 1년은 ‘세월호’가 안긴 질문과 과제에 대한 참회의 답변을 마련키 위해 안간힘을 쓴 시간들이었다. 총체적인 진단이 이어지면서 국가 개조 수준의 처방들이 쏟아졌다. 해경이 해체되고, 안전행정부의 ‘안전’영역이 국민안전처라는 새로운 컨트롤타워에 맡겨졌다. 지난달 30일, 정부가 발표한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은 그와 같은 진단과 처방을 아우른 국가 재난대응 전략의 종합판이었다. 정부 17개 유관 부처와 기관이 함께 마련한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에는 크게 △재난안전 컨트롤기능 확립 △재난현장 대응역량 강화 △생활 속 안전문화 확산 △재난예방 인프라확충 △분야별 안전관리 추진 등 5대 추진전략과 100대 세부과제가 담겼다.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약 30조원을 현장 안전 확보와 사전예방 및 점검시스템 구축, 안전교육 강화 등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종래보다 진전된 방안이라는 설명이 잇따랐다. 이곳저곳 산재되어 있던 재난 관리 업무가 국민안전처로 수렴되면서 통합적이고 효율적인 재난관리 체계를 운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그 첫째다. 자연재난 위주의 보상체계를 화재나 붕괴, 폭발 등 각종 사고와 테러를 아우른 사회재난으로 확대한 것과, 모든 재난 상황에 대응해 누구에게나 적용 가능한 ‘재난관리 표준체계’, 이른바 ‘올인원(All-in-One) 매뉴얼’을 마련했다는 점도 과거보다 나은 차이다. 이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재난사태 선포권을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주어 현장의 판단을 존중하고 책임을 강화하도록 한 것 또한 옳은 방향이라는 것이 일반의 평가다. 특히 이번 마스터플랜의 내용 속에는 국민 생활안전과 직결된 전기, 가스 등 에너지 시설에 대한 선제적 방어 계획도 포함되어 있어, 관련 업무를 이끌어나갈 필자의 관심과 기대는 더욱 크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세월호를 비롯한 많은 재난 사고들이 단지 인력이나 장비가 부족해서, 시스템이나 매뉴얼이 없어서 일어난 일이 아니다. 지난해 판교 환풍구 붕괴사고나, 120명 이상 사상자를 낸 의정부 아파트 화재, 그리고 얼마 전 있었던 강화도 캠핑장 화재사고에 이르기까지, 국민안전처 출범 이후에도 대규모 재난안전 사고는 끊이질 않았다. 대부분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일어난 인재(人災)였다. 안전의 기본은 ‘잊지 않고 기억하며 지키는 것’이다. 예방이든, 대응이든 머리가 아닌 몸이 스스로 알 수 있을 때까지 끊임없이 익히는 것보다 확실한 안전대책은 없다. 재난대응 매뉴얼이 아무리 완벽하다해도 이를 체험하고 기억해 올바르게 지키지 못한다면 이는 물젖은 휴지뭉치와 다르지 않다. 안전에 있어 시스템이나 제도보다 중요시 여겨야 할 것이 예방을 위한 교육이고, 대응을 위한 훈련이 되어야 하는 까닭이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했다. 4월의 한가운데, 봄이 다시 왔지만 우리네 마음은 아직도 깊은 겨울이다. 삼백네 송이의 저문 꽃잎들과 미처 오르지 못한 아홉 영혼들이 진도 앞바다를 떠돈다. 안전혁신은 살아있는 자들의 과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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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4.20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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