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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의무입니다.

돌봄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건강 여부를 막론하고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고 증진하거나 건강의 회복을 돕는 행위이며, 관심을 가지고 보살핀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돌봄의 개념에는 건강, 생활유지, 회복, 돕는 행위, 보살핌 등이 주요 개념으로 등장하면서, 돌봄은 여전히 사람들이 살아가는 속에서 돕고 보살피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최근에는 돌봄에 대한 해석이 돕는 행위나 보살핌을 넘어서 전 사회구성원이 함께 고민해야하는 돌봄의무론, 돌봄선언까지 확장된 개념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니엘 잉스터가 주장한 돌봄의무론은 사람들이 사회에서 생존, 발달, 기능할 수 있도록, 생물학적으로 긴요한 필요를 충족하고 기초 역량을 발달·유지하며, 불필요하거나 원하지 않는 고통과 고충을 피하거나 완화하도록 돕기 위해 우리가 이들에게 직접적으로 하는 모든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돌봄은 단순한 보살핌에서부터 사회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해 나가도록 지원하고 기초 역량을 가르치는 부분까지 매우 광범위하게 해석하고 있다. 이는 돌봄이 인간과 도덕과 정의에 대한 납득된 모든 논지의 핵심(heart)에 있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타인을 돌봐야 하는 의무를 받아들여야 하며 그러한 의무를 기반으로 더욱 깊이 있는 성찰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돌봄사각지대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영국의 돌봄 단체 더케어 켈렉티브가 주장한 돌봄선언은 상호의존의 정치학을 기반으로 돌봄의 문제를 풀어나가야 함을 말하며, ‘돌봄선언’ 저자들은 서로에게 무관심해지도록 신자유주의 질서 체제에 강요되어 왔고, 그 결과 친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마저도 돌보지 않아도 된다고 부추김을 당하면서, 가장 친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돌볼 수 있는 역량마저 위축되었음을 지적한다. 또한 저자들은 한나 아렌트의 잘 알려진 용어를 빌려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행하는 무관심이 구조적 수준의 ‘평범함’에 젖어들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런 과정에서 ‘돌봄’은 사회적 역량이자, 복지와 번영하는 사람에 필요한 모든 것을 보살피는 사회적 활동이다. 무엇보다도 돌봄을 중심에 놓는다는 것은 우리의 상호의존성을 인지하고 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는 돌봄을 돕는 행위와 도와주는 행위에만 머무르고 있다. 돌봄은 돌봄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 정도로 인식하여 돌봄정책이 사람들 사이에서 깊은 성장을 하기에는 많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 필자가 최근에 등장한 돌봄의무론과 돌봄선언의 개념을 소개하는 이유는 우리의 돌봄은 단순히 개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이며 타인에 대한 측은한 관심의 정도가 아님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우리 안에 돌봄은 여전히 개인적인 문제에서 출발하지만, 타인에 대한 관심을 넘어서, 상호성을 가지고 함께 살아가기 위한 기초이고 사회적 기술훈련이며, 의무를 기반으로 하는 활동으로까지 광범위하게 이해했으면 한다. 또한, 초고령화 시대를 목전에 둔 우리 사회가 돌봄이 사라진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적어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돌봄 없는 세상에서 배제된 채로 살아가지 않고 서로가 서로의 부족함을 잘 받아들이면서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길 바라고, 돌봄을 통한 사람들 간의 연결이 확대되어 함께 누리는 행복한 돌봄사회로 나아가길 희망한다. /서양열 전북특별자치도사회서비스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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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6.11 16:56

발칙한 상상 6 - 이민 사회를 준비하라

합계출산율이 0.7명 이하다. 어른 세 명이 아이 한 명을 낳아 기른다는 의미다. 어떤 학자는 백 년이 안 되어 지도상에서 한국인에 의한 한국은 없어질 거라 경고한다. 한국 여성들의 출산 파업이 장기화되고 젊은 남성들이 동조 파업에 나서니 당분간 좋아질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 수백조 원을 수십 년간 쏟아부어도 소용없다. 젊은 세대들이 죽자고 아이를 낳아 키우지 않으니 경제 전반에 걸쳐 우하향 추세가 한층 빨라져 경제가 무너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앞으로 잠재성장률이 바닥을 뚫고 지하실로 접어들 일만 남았다. 시간이 없다.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세계 최강국 미국은 이민자들이 만든 나라다. 아직도 진입장벽이 높지만 이민에 의해 활력을 얻는 사회다. 늙어가는 유럽도 마찬가지다. 인종과 종교의 다양성, 사고의 다양성을 기반으로 한 사회는 끊임없이 갈등하고 융합하는 가운데 통합의 길을 향한다. 노동시장과 종교, 인종 갈등이 산발적으로 일어나지만 이는 성장하기 위해 치르는 피할 수 없는 성장통이다. 이 거대한 여정은 시끄럽지만 한 국가의 발전 동력이 된다. 이제 한국은 피할 수 없이 멸망이냐 유지냐 둘 중 하나만 있고 제3의 길은 없다. 어쩔 수 없다면 개방적인 이민 정책를 수용하는 데 있어 경제와 문화 등에서 한국의 위상이 최고에 이른 지금이 최적기다. 시든 과일을 비싼 값에 사갈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성숙한 이민 사회를 선제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길을 가기 위한 우리의 준비는 어떠한가? 한국이 다문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면서 각종 갈등과 마찰이 예상된다. 이민자가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적응・자립하는데 필수적인 언어 교육, 직업 훈련, 문화 교육 등의 기본소양을 함양할 수 있도록 사회통합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그 효과가 미미하다. 편견과 차별이 존재하고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있는 한국 사회의 원주민들은 규범적으로 외국인을 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구체적인 관계 맥락에서는 관계를 맺고 싶어하지 않는다. 또한 현재 한국의 이민정책은 이주노동자에게는 배제지향의 정책프레임이 작동하고 여성 결혼이민자에게는 동화지향의 정책프레임이 작동하여 모순을 드러낸다. 이런 조건에서 성공적인 다문화 사회를 위해선 무엇보다도 타문화에 대한 존중이 우선이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 제안으로는 ‘차별금지법’ 제정, 그리고 이민 관련 전담 기구인 ‘이민청’ 설립을 통해 다문화 사회의 토대를 쌓는 것 등이 거론된다. 노동시장의 요구와 이민정책을 연계해야 하며, 이민자들의 법적 보호와 인권 존중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이민자와 현지 주민간 상호 이해를 촉진하는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이 필요하다. 이민자들이 돈 벌어 본국에 송금이나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야말로 우리 사회에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발전에 기여하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이슬람 사원 건축을 반대한다고 노골적으로 길을 막고 돼지고기 파티나 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걱정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긴 시간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한 이민정책의 변화를 꾀해왔다. 이제는 우리도 한국의 특정 상황과 요구를 고려하여 전향적인 이민정책을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 시간은 별로 남아 있지 않은 것 같다. /문상붕 도서출판 파자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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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6.04 15:51

우리 농업 지키기, 소비자의 연대가 필요하다.

“농사지어서는 먹고 살 수가 없으니까” 필자의 지인 중에 농사 기술이 매우 뛰어난 청년이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경운기 운전을 했다는 이 청년은 농기계를 잘 다루고, 농작물에 대한 지식도 풍부하다. 부모님이 농지를 승계받을 수도 있고, 무엇보다 농사짓는 행위를 매우 좋아한다. 농사는 이런 친구가 지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만큼 농사라는 직업이 잘 어울리는 청년이다. 그런데 이 청년은 현재 다른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아무리 계산을 해봐도 농사를 지어서는 먹고 살 수 없다는 게 그의 답변이다. 지난 24일 통계청이 배포한 ‘2023년 농가 및 어가 경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농가소득은 5000만8000원으로 전년보다 467만5000원(10.1%) 증가했다고 한다. 언뜻 보면, 농가소득이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농가소득이란 농가에서 1년간 벌어들인 모든 소득으로, 농사만으로 얻는 ‘농업소득’뿐 아니라 겸업·이자 수입 등을 통한 ‘농외소득’, 직불금·기초연금 등 보조금에 의한 ‘이전소득’, 경조금 등 비정기적으로 발생하는 ‘비경상소득’이 포함된다. 실제로 전년도 농가 소득 중 농업소득은 1114만3000원에 불과했다. 더 큰 문제는 농가 부채는 더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농가 평균 부채는 4158만1000원으로 전년 대비 655만9000원(18.7%)이나 상승했다. 결과적으로 농가 자산은 6억 804만3000원으로 전년 대비 842만4000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민은 삼중고를 겪는다고 한다. 첫 번째 고통은 생산의 어려움이다. 기후 위기로 농업 생산의 불확실성이 높아져서 베테랑 농사꾼도 안정적인 품목과 생산량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두 번째 고통은 생산비 증가이다. 전 세계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농업 생산에 필요한 농자재값도 지속적으로 올라 농산물 생산 비용이 크게 증가했다. 세 번째 고통은 농산물 가격 불안이다. 복잡한 유통 단계로 농산물 가격의 불확실성이 높아졌고, 농가의 수취 가격이 매우 낮아졌다. 이런 환경 탓에 아무리 뛰어난 농사꾼도 버텨내기가 쉽지 않은 형국이다. 농업은 국민의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가장 근간이 되는 산업으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하는 일이다. 그런데 농민의 숫자는 점점 줄어 전체 인구의 5%에도 미치지 못하고, 곡물 자급률은 20% 이하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제 농업은 농민 만의 문제가 아닌 국민 모두의 문제로 인식하고,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연대로 농업을 지키는 실천 운동의 하나가 ‘로컬푸드’ 이다. 로컬푸드란 지역에서 생산된 먹거리가 장거리 수송과 다단계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 지역에서 소비됨을 의미한다. 로컬푸드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를 회복함으로써 기존 농산물 유통 구조의 폐해 극복하고자 하는 실천의 시작이다. 생산자에게는 정당한 몫을, 소비자에게는 안전한 먹거리를 공정한 가격에 제공하는 것이 로컬푸드의 핵심 가치이다. 로컬푸드를 자주 이용하는 지인은 본인이 10년째 로컬푸드 단골이라면서 자랑스럽게 자신의 소비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러한 실천을 자랑스러워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농업을 지켜내는 연대가 튼튼해지길 바란다. 농민이 농사지으며 안정된 삶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우리의 먹거리 미래도 보장받을 수 있다. /이효진 (사)세상을바꾸는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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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28 17:16

진안과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선생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오랫동안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총 12권으로 완성된 국내 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는 ‘평양의 날은 개었습니다’ 와 ‘다시 금강을 예찬하다’라는 북한 문화유산 답사기도 포함되어 있다. 최근에는 일본, 중국 편까지 출간되었고 인기는 여전하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우리 문화유산을 대중화하는 데 크게 이바지하였고 유홍준 선생은 아주 막강한 문화 권력을 쥐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책이 되었다. 국민은 답사 지침서가 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들고 우리나라 곳곳의 문화유산을 찾아 열광했다. 당시 답사 열풍은 가히 강력한 태풍급이었다. 그런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산은 강을 넘지 못하고> 두 권째를 읽으면서 무척 속이 상했다. 정확하게는 자존심이 상했다. ‘옛길과 옛 마을에 서린 끝 모를 얘기들’ 편에 실린 글 때문이었다. 완주, 진안지역 사람들이 읽게 되면 누구라도 속이 상할 것이다. 유홍준 선생은 수많은 지역을 답사하면서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설명하여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그런데 완주, 진안지역을 지나면서는 유독 좋지 못한 기억만 되뇌고 무진장을 지나갔다. 유홍준 선생은 함양·산청을 답사하는 길에 완주군 소양면 화심을 지나면서 ‘가든’이 즐비하다면서 비웃었고, 무진장을 지나면서는 더욱 넋두리가 심해진다. 모래재는 사뭇 길이 험하다 하면서 사고가 잦다느니, 두 번의 답사 실패를 무진장에 눈이 많이 내린 데에서 그 연유를 찾고 있다. 다른 계절에 올 생각을 하지 않고 오직 ‘무진장’이란 말을 사용하기 위해 별일을 다 끌어들인다. 지금은 4차선 국도와 고속도로가 뚫려 전혀 다른 길로 진안을 오가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경치가 좋은 모래재를 이용하면서 낭만과 추억에 잠기곤 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내용 중 가장 압권인 부분은 아주 어두웠던 시절의 캄캄한 시골 동네 이야기라며, 1972년 11월 유신헌법 찬반투표에서 무진장 지역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투표율을 보여 주었다고 소개하는, 그 대목은 이렇다. “내가 잊지 못할 무진장의 또 다른 추억은 1972년 11월 유신헌법 찬반 국민투표 때 일이다.…… 무진장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투표율을 보여 주었는데, 투표율은 자그마치 103%였다. 무진장 쏟아져 나온 것이다. 그 캄캄했던 시절의 캄캄한 시골 동네 얘기가 이제는 캄캄한 옛이야기로 전설이 되어서 들려온다.”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2> 18쪽. ‘무진장’이란 단어를 사용하기 위하여 순박하게 살아가는 무진장 사람을 조롱하고 있다고 느끼게 한다. 참으로 자존심 상하는 글이 아닐 수 없다. 이미 수백만 독자가 이 대목을 읽었을 터인데, 그 독자들이 전북 무진장 지역을 어떻게 생각할까 끔찍하다. 캄캄했던 시절이라 하지만, 무진장 지역은 순진함을 넘어서 미개한 사람처럼 느껴지는 대목이다. 기회가 된다면 유홍준 선생과 출판사에 개정판을 낼 때 새롭게 기술할 것을 제안한다. 반드시 개정되기를 바란다. 무진장(무주, 진안, 장수)으로 묶어진 선거구는 유신헌법 찬반 투표가 아닌 당시 국회의원 선거구다. 그리고 진안군 최신 자료를 종합화한 <진안군 향토 문화 백과사전>에 의하면, 1972년 11월 21일 선거에서 진안군은 투표인 수 4만4306명, 투표수 4만 1408명 투표율 93.5%라 기록하고 있다. /이상훈 (진안문화원 부원장, 전라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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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21 18:08

노(老)-노(老)학대의 시대, 우리의 역할은 무엇인가?

보건복지부는 2020년부터 노인학대 예방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노인학대 예방은 대국민 인식개선에서 출발하여 가정 내 학대 예방과 시설 내 학대 예방을 의미하며, 이 정책은 노인학대 조기 발견을 위한 신고 앱과 신속 대응을 위한 신고 의무자 직군 확대 등 노인학대 발굴 체계를 다양화시켰다. 이와 동시에 AI 모니터링 기반 비대면 사후관리 사업을 확대했으며 ICT 모니터링 기기를 활용하여 상시적인 안전 확보를 주도하였다. 또한 노인복지법 개정에 따른 학대 행위자 대응 체계 강화를 위한 교육 및 상담으로 재학대 비율이 전국적으로 7%가 감소하는 등 의미 있는 성과를 보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노인학대 신고는 5년간(2018~2022년) 매년 평균 8.14%씩 증가하는 추세이며, 우리 전북특별자치도 또한 10.32%로 전국 평균에 비해 2.18%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이 중 가정에서 발생한 학대 사례가 10년간 평균 87%에 이른다. 그동안 노인학대 예방 대책에 대하여 현장이나 학계에서 여러 대안을 제시하고 보건복지부는 정책적 대안을 내놓고 있지만 노인학대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에는 학대 행위자 또한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노인보호전문기관이 설치된 이래 17년간 학대 행위자 1순위가 아들이었으나 2021년부터 아들에서 배우자로 전환되고 있다. 여러 요인이 있겠으나 평수 수명의 증가로 인해 부양 의존도가 높은 고령인구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더해 자녀들의 부양에 대한 인식의 부재와 함께 노(老)부부만 살아가는 세월이 갈수록 길어진다는 것을 핵심적인 원인으로 보고 있다. 학대 행위자의 변화는 노인이 노인을 부양해야 함으로써 발생하는 심리·사회적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는 가운데 배우자에 의한 학대 즉, 노(老)-노(老) 학대가 현실화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우리도(道) 또한 2022년부터 학대 행위자 1순위가 아들에서 배우자로 바뀌면서 노인이 노인을 학대하는 상황을 전국 추세와 맞물려 가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절실히 필요해 보인다. 노(老)-노(老) 학대를 노인만의 문제나 폭력의 범주 내에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사회적 고립과도 맞닿아 있음을 새롭게 인식하면서, 사회적 고립 예방을 위한 사회적 지지체계와 자원의 활용을 연계하는 것이 노인의 안전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노인학대 발생을 예방할 수 있는 기본적 접근이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전·후기 노인에 대한 지역사회의 돌봄 강화와 다기관 협력과 연대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제는 “노인을 보호한다.” 정도로는 노인학대와 노(老)-노(老)학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 노(老)-노(老) 학대에 있어서 행위자를 가해자라고 말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피해자일 수 있는 노인을 생애적 관점에서 보다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하는 등에 대한 적극적인 대안 마련이 모색되어야 한다. 더불어 노인이, 지역사회에서 보통의 일상을 지킬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힘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우리 기성세대가 그분들의 학대 상황에 대한 “슬픔과 온전한 바라봄”이 있어야만 노인이 노인을 학대하는 문제가 다소나마 해결되지 않을까 고민해 본다. 의존적 인간에게 함께 돌봄은 단순한 시혜가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필수 불가결한 선택임을 꼭, 기억했으면 한다. /서양열 전북특별자치도사회서비스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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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07 15:49

발칙한 상상 5 - 분노하라구

시인 김수영은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오십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 년한테 욕을 하고/옹졸하게 욕을 하고 ”<하략> 하마스의 도발을 명분 삼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에 대한 학살이 도를 넘었다. 인종청소 수준의 무차별 학살로 이미 34.000여 명이 죽었다. 그중에는 수만 명의 어린이와 여성이 포함되어 있다. 이스라엘의 이런 만행 뒷배에는 미국이 있다. 무차별 학살에 대해 입으로는 비난하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원조는 여전히 수조 원에 이르고 있다. 지배층 상당수가 유대인이어서인지 미국은 팔레스타인의 유엔 활동과 유엔 안전보장이사국들의 각종 합리적인 휴전결의안을 거부권을 통해 철저히 막고 있다. 그런 미국이 세계 인권에 대해 감 놔라 배 놔라 한다. 어불성설의 극치다. 원칙대로라면 핵 개발과 팔레스타인 탄압과 같은 그간 행위에 대해서 이스라엘은 유엔의 제재를 수백 번 받고도 남는다. 그럼에도 이제까지 이스라엘이 유엔의 제재를 받았다는 사실은 들어본 기억이 없다. 다행인 것은 미국 청년 대학생들이 이에 거칠게 항의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이스라엘은 시리아에 있는 이란 영사관을 폭격하는 바람에 상호 보복으로 중동 전체를 전쟁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이에 국제유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물가는 내려올 줄 모른다. 그 덕분에 우리 국민은 영문도 모른 채 고환율과 고물가로 고통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의 외교적 입장은 여전히 애매모호하다. 메이저 언론도 마찬가지다. 조국 일가의 표창장 위조에 대해서는 수개월 동안 지치지도 않고 떠들더니 정작 국민의 삶을 그늘지게 한 이스라엘의 행태에 대해서는 양으로 보나 질로 보나 꿀 먹은 벙어리다. 왜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해서는 그토록 관대한지 모르겠다. 소위 진보단체나 입 바른 대학생들도 공정, 동물권, 여성 인권 등에 대해서는 그토록 목소리 높이면서 정작 이스라엘의 학살에 대해서는 역시 큰 반응이 없다. 우리는 이스라엘의 학살에 동조하는가? 힘없는 팔레스타인은 죽어도 좋다는 말인가? 입장을 바꿔, 조선 사람이 일제에 의해 남의 일이라고 무관심 속에 무참히 학살당해도 좋단 말인가? 판다 한 마리 중국에 보내는 것 가지고 떠들썩한 방송국들이나 울고불고하는 사람들이 팔레스타인 어린이의 시체를 보고 울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없다. 봉쇄로 굶어 죽는다고 호소하는 가자 여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단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국내로 돌아보면, 일부 의사 집단의 태업이 3개월이 넘어가고 있다. 사람의 생명을 볼모로 한 집단행동에 대해 사람들은 속으로 부글부글 끓지만 행동으로 나서지는 않는다.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화물자동차 파업에는 그토록 강하게 린치를 가하던 정부와 언론이 정작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의사의 집단행동에는 미적지근하다.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면모를 보여준다. 자는 일정해야 자로서 기능을 한다. 잣대의 눈금이 오락가락하면 그건 자가 아니다. 고무줄은 자가 절대 될 수 없다. 침묵은 죄다. 우리의 침묵은 그들에게 면죄부를 준다. 이제는 분노해야 한다. 분노하지 않으면 그들은 우리를 개돼지로 취급할 것이다. 분노는 힘이고 거대한 파도다. 파도가 쳐야 바다가 살고 만 생명이 산다. 우리는 대체 어떤 일이어야만 분개하는가? /문상붕 도서출판 파자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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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30 15:09

농촌에 사는 소외의 극복... 공동체 기반 경제·사회서비스 활성화가 해법

“채소 사려면 두시간... 농촌 식품 사막화가 우려된다.” 최근 한 뉴스에서 다루어진 농촌 마을의 현실이다. 이 마을의 유일한 가게에서 파는 먹거리는 라면과 과자, 조미료 정도가 전부이다. 손님이 적어 유통기간이 짧은 우유나 채소는 아예 판매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고령의 주민들이 채소를 사려면 10km 이상 떨어진 다른 지역 마트에 가야 하는데, 버스를 타고 2시간 가까이 가야 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식품 사막화 현상이 우리 농촌 곳곳에 발생하고 있다. 비단 먹거리 구매뿐만이 아니다. 각종 생활서비스도 부족해 지고 있다. 2022년 한국농촌연구원에서는 '인구감소 농촌 지역의 기초 생활서비스 확충 방안'보고서에서 인구감소에 따른 농촌 면(面) 지역 생활서비스 임계 인구를 조사했다. 임계 인구는 612개 인구감소 면 지역에서 2010년~2020년간 폐업한 기초생활 시설들을 추출하고 시설별로 폐업 시점 인구 중위값으로 산출한 값이다. 이 결과에 따르면, 병원은 3,205명 약국은 2,604명 식당은 1,882명 목욕탕은 1,743명이 임계인구이다. 인구 천명이 무너지는 면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인구 부족으로 최소한의 일상 생활서비스 조차 부족해지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사회서비스 문제도 마찬가지다. 2019년 보건복지부에서 발행한 노인돌봄시설 현황에 따르면 지역별 노인 하루 생활 반경(2km) 내 최소 1개의 돌봄 시설이 위치할 확률 평균을 조사했다. 재가노인복지시설이 존재할 확률은 일반시·자치구가 94.3%지만, 군 지역은 17.33%에 불과했다. 장기요양 기관도 일반시·자치구가 99.2%로 거의 100%에 근접하지만, 군 지역은 60.7%에 불과했다. 장애인의 서비스 이용 현황도 양상은 비슷하다. 2013년 전국 성인 발달장애인 복지서비스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도시 지역의 발달 장애인의 주간보호, 활동 지원 등의 서비스 이용률이 32.8%에 달했지만, 농어촌 지역은 18.7%로 절반에 불과했다. 이처럼 농촌 지역은 생활서비스와 사회서비스가 충분히 제공되지 못하여 삶의 질이 떨어지고, 이는 또 탈농촌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시장 논리에 의해 소외된 농촌 지역의 삶의 질을 회복하는 방법을 어떻게 찾아야 할까? 전남 영광군에 지역 어르신을 두루 살피는 여민동락 공동체가 있다. 여민동락 공동체는 사람, 지역사회, 자연이 조화로운 자주와 공생의 농촌공동체를 지향하며, 2007년부터 영광군 묘량면에 터를 잡았다. 2011년 지역에 마지막 남은 가게가 폐업한 것을 계기로 마을기업 동락점빵을 만들었다. 농촌 주민들에게 생필품 공급하기 위해 42개 자연마을을 찾아가는 이동 점빵 차량을 운영하고 있다. 동락점빵은 생필품을 공급하는데 그치지 않고, 매주 어르신들의 안부와 건강을 살피는 일을 하고, 지역 내 복지 서비스가 필요한 곳에 연결되도록 한다. 주거 환경을 살펴 집수리 사업과 연계하기도, 식생활을 살펴 반찬나눔 사업으로 연계하기도 한다. 먹거리, 생활서비스, 복지, 주거 등을 넘나들며 종합적으로 주민을 살피고 있다. 농촌에는 전문적이고 세분화된 서비스 제공이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공동체 방식의 통합적 서비스 제공이 적절하며, 이것을 수행할 수 있는 조직은 지역사회에 기반한 공동체이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농촌의 공동체 기반 경제·사회 서비스를 촉진하기 위한, '농촌 경제·사회 서비스 활성화 지원센터'가 전라북도에서 착공식을 가졌다. 센터는 농촌의 부족한 경제·사회 서비스 보완을 위해 지원 계획을 수립하고, 기부금 등 재원 확보, 서비스 제공 주체 육성 등을 수행하는 전국 단위 지원 기관이다. 농촌 현장의 욕구가 간절한 상황에서 센터가 설립되는 만큼, 현장을 든든히 지원하는 기관으로 발돋움 하기를 기대한다. /이효진 (사)세상을바꾸는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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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23 15:23

미처 몰랐던 제비에 관하여

요사이 우리나라 어디서든 제비를 관찰할 수 있다. 그만큼 많은 제비가 우리 주변에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제비는 제비집에서 일상생활을 하지 않는다. 제비에게 제비집은 알이 부화하고 새끼를 키우는 자궁과 같은 곳이다. 새에게 있어 둥지는 그래서 매우 소중한 장소가 된다. 제비집 아래 쌓인 똥은 부모 제비의 것이 아니라, 새끼 제비가 크면서 본능적으로 집 밖으로 똥을 싸게 되어 쌓인 것이다. 새끼 제비가 커서 집 밖으로 나서면 그때부터 제비집은 빈집이 된다. 7∼8월경이면 소재지나 마을에서 제비를 볼 수 없다. 제비는 남녘으로 떠난 것이 아니라 풀숲에서 잠을 잔다. 그곳을 잠자리 터(보금자리 터) 한다. 한 달가량 지속되는 잠은 남녘으로 떠나기 전 힘을 비축하기 위한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 제비가 남녘으로 떠날 무렵 제주도에 잠시 머물다 가는데 10만 마리 정도가 모인다고 한다. 제비는 새끼를 키워 함께 남녘으로 떠난다.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 겨울을 보내고 다시 찾아온다. 음력으로 삼월 삼짇날 무렵에 어김없이 찾아온다. 제비는 귀소(歸巢) 본능이 있어 자신의 둥지로 다시 찾아오는데, 사람이 살지 않은 집에는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고 한다. 제비가 둥지를 틀 때는 아무렇게나 하지 않는다고 한다. 제비가 집을 짓기 전에 부부 제비 중 한 마리가 날아와서 집의 처마가 마음에 든다 싶으면 처마 밑에 표시를 한 후 같이 둥지를 짓기 시작한다고 한다. 이때 집주인의 성품도 관찰하는데 인상이 좋지 않으면 다른 집에 둥지를 짓는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제비는 이렇게 만든 기존 집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해서 집을 보수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집을 증·개축하여 새끼를 키울 보금자리를 만든다. 심지어는 기존 집을 방치하고 집 가까이에 새롭게 짓기도 한다. 특히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에 제비집을 짓는다. 제비는 절대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에 집을 짓지 않는다. 제비는 인간과 아주 가까운 조류다. 우리나라에 제비와 관련된 속담이 무척 많은데, 하나같이 긍정적인 내용이다. 그리고 다른 조류와 달리 인가(人家)에 둥지를 틀고 살아간다.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보호해 줄 것으로 믿는 것 같다. 마치 흥부전에서 새끼 제비가 둥지에서 떨어지자 흥부가 보호해 준 것처럼 말이다. 실제 주민에게서 떨어진 새끼 제비를 둥지에 넣어 주었다는 이야기는 쉽게 들을 수 있다. 사람이 사는 주변에 둥지를 틀면 고양이, 뱀, 구렁이 등으로부터 보호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제비에 대한 인식이 매우 좋아 보호해 주면 복을 받는다는 인식이 깊게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흥부전은 이러한 사실에 상상력을 가미하여 구성한 작품이다. 요사이 농산어촌뿐만 아니라 도시 변두리까지도 제비가 찾아온다. 우리 곁을 떠나 한동안 보이지 않았던 이유는 과다한 농약사용, 도시화, 산업화로 인한 주변 환경 악화에 있다. 그런데 다시 제비가 찾아오는 이유는 제비가 살만한 곳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예전에는 지나칠 정도로 논에 농약을 많이 했으나 요즘 벼농사는 거의 농약을 하지 않은 정도가 되었다. 이렇게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땅이 비옥해지고 주변 환경이 청정해졌기에 제비가 찾아오는 것 같다. 이중환은 『택리지』 복거총론에서 살만한 주거 입지의 조건을 지리(地理), 생리(生利), 인심(人心), 산수(山水)의 네 가지로 제시하였다. 제비가 찾아오는 것은 복거총론에서 제시한 4가지 요소를 갖춘 곳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이상훈 (진안문화원 부원장, 전라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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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16 18:07

우리 안에 있는 노인에 대한 혐오를 거둬야 한다.

노인 인구 천만 명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노인 인구 천만 명 시대에 우리는 노인과 노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노인이 되는 것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필연적이며, 잘 늙어간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잘 받아들이고 있을까? 그렇지 않으면 우리 안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로 자리 잡고 있을까? 최근에 발생한 노인과 관련한 한 가지 사건과 두 가지 영화 속 노인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노인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첫 번째 사건은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문제이다. 그동안 노인에게 제공하던 지하철 무임승차를 폐지하자고 모 당의 대표가 제안했다. 노인이 지하철을 많이 타기 때문에 지하철이 장기 적자에 시달린다는 이유이다. 과연 그럴까? 평소 오랜 세월을 어르신들과 보내온 나로서는 어르신들에게 이동권의 문제는 그리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두 번째는 ‘플랜75’라는 일본 영화의 이야기다. 플랜75는 인구의 절반이 노인이 된 가까운 일본의 미래를 담고 있다. 인구 절반이 노인인 일본에서 청년층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일본 정부는 75세 이상 국민의 죽음을 적극 지원하는 정책 ‘플랜75’를 발표한다. ‘국가가 국민에게 죽음을 권한다.’라는 영화적 상상력은 단순히 영화적 상상력만이 아니라 우리의 현실 안으로 준비 없이 다가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본다. 세 번째는 황야라는 영화 이야기다. 지진으로 완전히 폐허가 된 세상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죽고 죽어가는 정글과 같은 삶을 살아간다. 생존이 최고의 선이 돼버린 “파괴 된 사람 숲” 안에서 제일 먼저 제거 대상이 되는 사람은 병들고 쓸모없는 노인이다. 세 가지 상황 모두 노인은 낭비이고, 쓸모 없어져서 정부가 적절한 방식으로 지원해 주면 되고, 적당한 시간이 되면 사라져야 할 대상으로 표현되고 있다. 심지어 플랜75라는 영화에서는 청년들의 삶을 방해하는 우리 공동체 안에서 훼방꾼으로 묘사하고 있다. 안타까운 상황이다. 우리 안에서 노인은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 혐오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피부에 와 닿을 정도로 확산하고 있다. 노실버존, 노인네, 틀딱충, 할매미, 연금충 등과 같은 노인에 대한 극단적인 단어들이 늘어가고 있다. 왜, 노인 혐오는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을까? 국가인권위원회 노인인권 종합보고서는 경제적 부양 부담과 세대 간의 갈등을 노인혐오 촉발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노인인권종합보고서는 청장년층의 80% 이상이 노인과 청장년 간 대화가 통하지 않고, 노인과 청장년 간 갈등이 심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결국, 노인에 대한 혐오을 부추기는 핵심적인 원인이 세대간의 갈등, 부양 부담으로 인한 경제적 문제를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결국, 노인 혐오는 우리가 살아온 세상에서 우리가 만들어 온 결과물이다. 그런 의미에서 노인혐오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시민사회 내에서의 성숙한 정책대안 마련을 시작해야 한다. 모두가 늙어가는 사회에서 노인이 혐오의 대상이 아니라 한 사회를 이끌어온 선배 시민으로서 존중받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대안과 실천, 노인과 노화에 대한 이해 교육, 베이비부머 시대의 등장과 더불어 세대공감 형 노인문화 등의 확산이 노인 혐오를 줄이는 시작이 될 수 있다. 노인 혐오가 늘어가는 사회는 모두가 불행한 사회임을 우리 모두가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서양열 전북특별자치도사회서비스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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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02 17:32

발칙한 상상 4 - 전주교육대학교를 제2한예종으로

지방소멸 가속화로 전라북도는 최악의 위기에 접어들고 있다. 젊은이들은 떠나고, 남아 있는 중장년은 타시도에 비해 자산이 적어 성장동력이 없다. 지금이라도 당장 공공부문에서 흘러 나오는 예산이 없다면 전북의 경제는 파산할 것이다. 무진장의 경우는 공공영역에 의존하는 비율이 70%를 넘고, 전주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크게 다르지 않다. 한때 조선팔도에서 5대 도시에 들었던 전주가 이처럼 쪼그라든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 하나가 정치계와 관의 구태의연한 행태에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정과 관 모두가 조직 유지에만 신경 쓴 나머지 혁신적인 정책 개발이나 수행 의지가 없다. 전주하면 떠오르는 것이 겨우 한옥마을 하나이다. 최근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사용하라 했더니 지자체 모두가 비슷한 용도의 건물만 지어대니 오히려 나중엔 유지관리에 돈 먹는 하마가 될 가능성이 크다. 상상력이 없는 정과 관의 머리 속에는 따라하기, 베끼기에만 몰두해 반짝 효과만 낼 뿐 시설은 그대로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가르칠 학생이 없다. 신생아가 읍면에서는 1년에 한두 명 태어난다. 학령인구수는 갈수록 줄어 10년 전만 해도 년 50만 명 정도였던 신생아 수가 몇 년간 20만 명 초반대를 기록하니 20만 명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10년 전만 해도 교대 입학하면 거의 다 교사로 임용되었기에 높은 인기로 고등학교 상위 5% 이내 학생만 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교대도 저출산 때문에 문 닫을 일만 남아 있다. 가르칠 학생이 없는데 교사 수요가 지금 같겠는가? 이 기회에 전주 교대는 전북대 사범대와 통폐합을 해서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그 교대 부지는 새로운 학교로 거듭나야 한다. 그 길은 제2한국종합예술학교 설립이다. 최근 한국은 문화적 역량이 세계에 빛나 K-Cultuer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미용, 음악, 드라마, 음식 가릴 것 없이 약진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할 인재들이 필요한데 이때 대규모 종합예술학교 설립으로 통섭적이고 융합적인 교육과정 운영과 영역간 활발한 상호 교류를 통해 창의적인 젊은 예술인들을 대거 기르는 것이다. 유입된 창의적이고 멋진 젊은 예술가들이 캠퍼스와 전주 시내 거리를 누비고 다닐 때 전주는 더 젊어지고 활기차게 될 것이다. 마침 전주는 완판본과 판소리 문화의 정수를 지닌 전통의 도시다. 예술 감수성이 높은 도시이자 외부인에 대한 텃세가 없는 도시다. 맛과 멋의 전주는 교대 부근에 서학예술마을 공동체와 한옥마을, 한벽당, 국립무형유산원, 평화의 전당 등 많은 공연시설과 크고 작은 전시공간, 그리고 풍부한 인적 인프라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이 좋은 자원들이 따로 놀고 있어 시너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예술학교 학생과 교직원, 그리고 지역 예술인들이 함께 한다면 전주는 한국의 애든버러가 될 것이고, 한국의 뉴욕이 될 것이다. 이 얼마나 멋진 전주인가? 학교가 없어지는 것은 추억과 역사가 사라지는 슬픈 일이다. 동문과 재학생 모두 상실감이 클 것이다. 그러나 차츰차츰 소멸되느니 더 크고 새로운 학교로 거듭나는 것이 대승적이다. 전주와 젊은이들의 미래를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다만 걱정되는 교직원들의 고용인데 이는 교양과정 운영과 전북대 통합 등으로 안정되는 길 또한 크게 열려 있다. 차분히 생각해볼 일이다. /문상붕 도서출판 파자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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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26 19:07

‘오마카세’ 열풍과 ‘빈자의 식탁’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오마카세’ 열풍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오마카세는 일본어로 ‘맡긴다’는 뜻으로, 손님이 메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주방장이 그날의 재료를 보고 적절한 요리를 알아서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 값비싼 코스 요리로 알려지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상에서 ‘인증’이 유행하고 있는 것이다. 메뉴도 한식과 중식까지 다양해지고, 1인 30만원의 코스도 예약이 꽉 찰 만큼 여전히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반편, 한쪽에서는 ‘빈자의 식탁’이 이슈가 되고 있다. 국내 한 신문사에서 2021년 연재했던 ‘빈자의 식탁 : ’선진국‘ 한국의 저소득층은 무엇을 먹고 사나’는 잔잔한 울림을 만들어 냈다. 매일 라면만 올라오거나, 일주일 중 사흘을 소면에 설탕만 뿌린 ‘설탕 국수’를 먹은 사람도 있었다. 이 기획에서는 건강에 좋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먹고 싶은 음식이 아니어도 어쩔 수 없이 주어진 음식을 먹는 사람들에 주목했다. 경제 성장에 따라 줄었지만, 경제적인 양극화 심화로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충분히 먹지 못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 포럼의 발표에 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5.4%는 먹고 싶어도 경제력 등 여러 이유로 해당 식품을 구매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2023 FAO 한국협회에서 배포한 세계식량통계연감에 따르면 2021년 전 세계건강한 식단 비용 추정치는 구매력 평가(PPP) 환율 기준 하루에 1인당 3.66 달러로 2020년 대비 4.3% 상승했다. 2020~2021년에 북미·유럽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건강한 식단 비용이 5% 이상 상승했는데, 이는 식량 인플레이션이 심화에 따른 것이다. 2021년 전 세계 인구의 42% 인 31억명 이상의 사람들이 건강한 식단을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제력으로 인한 식품 구매력 감소는 영양섭취 부족으로 이어졌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표하는 한국의 인권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70세 이상 노인의 영양섭취 부족자 비율이 19.9%에 달했다. 전년도인 2019년 18.9% 보다 1% 증가했으며, 2015년 10.2%에 비하면 무려 17.5에 비하면 9.7%나 증가한 것이다. 소득수준별로 살펴보면 소득수준 ‘하’의 영양섭취부족자 비율은 18.9% 이다. 이는 지난해와 돌일하나 5년 전인 2015년 14.7%에 비하면 4.2% 증가한 수치 이다. 경제가 성장하고 있지만, 취약 계층의 먹거리 질과 영양상태는 더 나빠진 것이다. 우리는 취약 계층의 건강 및 인권 증진을 위해 ‘먹거리 돌봄’에 주목해야 한다. 먹거리 돌봄은 시혜·자선적 차원의 선별적 식품 제공이 아닌 보편적인 인권 차원의 먹거리 보장으로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지역 농업과 지역 사회 연계를 모색해야 한다. 지역 단위로 먹거리 돌봄 시스템을 위한 협력적 거버넌스가 확대되어야 한다. 특히 공공의 관점에서 먹거리를 바라보고, 지역과 농업 그리고 사람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범적으로 추진했던 대학생 1천원의 아침밥 사업, 농식품 바우처 사업,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 지원 사업 등이 그 맥락에서 지속되고 확대되기를 바란다. 누구나 안정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먹는 지역, 전북특별자치도를 꿈꾼다. /이효진 (사)세상을바꾸는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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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19 15:35

기후 위기 속 마을숲

올해 2월에 매화며 산수유 그리고 개나리, 꽃잔디꽃을 볼 수 있는 것은 이제 특별하지 않다. 기후변화는 기후 위기를 말한다. 기후 위기는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다. 일기 예보에 의하면 3, 4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40~50% 이상일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당연히 올여름 도시의 폭염 기간은 무척 길 것이란 것은 쉽게 예견할 수 있다. 요즘 기후 위기 속에서 도시공간에서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마을숲이 언급되고 있다. 마을숲은 아직도 생소하다. 도심을 떠나면 쉽게 접할 수 있지만, 관심을 가져야 만날 수 있다. 요사이 생태 분야에서 많은 관심 분야 중 하나가 마을숲이다. 마을숲은 우리나라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경관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마을공동체 삶의 표출로 마을 사람 공동으로 조성, 소유, 보호된 숲을 말한다. 그리고 마을숲은 역사적, 문화적, 생태적으로 다양한 요소가 결합한 문화유산이다. 또한 마을숲은 마을의 역사, 문화, 토속 신앙 등을 바탕으로 마을 사람들의 실생활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마을숲에 대한 연구는 조경학을 필두로 풍수학, 야생화, 조류학, 곤충학, 생태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는 종합 과학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마을숲을 조성하게 이유는 마을에 터를 잡고 살아오면서 마을이 불안하거나 화재와 수해가 발생할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책으로 마을숲이 조성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런데 요사이에는 마을숲의 생태적 기능에 주목하고 있다. 둥구나무에서 가장 쉽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는 나뭇잎의 상태를 보고 풍흉을 예언한다는 것이다. 흔히 나무의 잎이 푸르고 넓게 피면 그해 풍년이 들고 반대로 잎의 모양이 좋지 않으면 흉년이 들고 나무를 보고 풍흉을 점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야기에 대한 해석은 그해 땅의 수분 관계로 이해되고 있다. 마을숲에 담긴 가장 생태적인 기능으로 방풍과 온도 및 습도조절 효과다. 골바람이 많은 산간 지역에서는 마을숲으로 수구막이를 많이 한 이유가 방풍에 있다. 그래서 마을숲은 마을 전체를 감싸는 형식으로 사람뿐만 아니라 가축, 안들의 경작물을 보호했다. 진안군 하초 마을숲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마을숲으로 산림문화자원으로 지정 보존하고 있다. 하초 마을숲 연구에 따르면 바람 감소(바람 갈무리) 효과와 습도와 온도조절 기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마을숲 조성 배경에는 홍수와 같은 재해를 방지하는 기능이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마을숲은 물의 원천적 공급처로서 인식된다. 그래서 저수지를 판 다음 둑을 쌓고 안정시키기 위해 나무를 심었다. 마을숲은 생물 다양성 증진과 그에 따른 생태계 서비스 효과도 있다. 마을숲은 생물 다양성이 보전된 보고이다. 마을숲은 마을 역사와 함께하며 현대사의 굴곡진 역사를 지켜보았다. 마을숲은 마을이 형성될 무렵에 조성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새마을운동 무렵에 마을숲이 수난을 당했다. 그런데도 나머지 나무가 자라 오늘날 마을숲을 이루어 놓았다. 마을숲은 마을 사람들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전통적으로 마을숲은 마을 사람들이 공동체를 이루는 장소이기도 하다. 특히 마을숲은 오늘날 생태적으로 미래의 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오늘날 인간의 생존에 크게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탄소), 대기오염(미세먼지) 등에 대안으로 준비된 생태자원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농산어촌에 조성된 마을숲의 다양한 기능이 이제 그 범위를 도시공간까지 넓혀 생태적 삶을 누리게 할 대안으로 마을숲이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고 믿는다. /이상훈 진안문화원 부원장·전라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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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12 15:16

마을과 동네 중심의 지역사회돌봄 체계 마련되어야

2019년 보건복지부는 지역사회통합돌봄 정책 추진을 발표했다. 지역사회통합돌봄정책은 자신이 살던 곳에서 더 오랫동안 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지역 친화 돌봄정책을 의미한다. 2019년 발표한 정책은 상당히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왔다. 전주에서 추진한 통합돌봄 정책은 지역사회내에서 어르신들이 살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한 것과 보건의료 안전망, 촘촘한 주거지원망, 전국 최초 통합돌봄서포터스단 운영 등의 매우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다. 5년이 흐른 지금 살던 곳에서 오래 살도록 하겠다는 정책은 각 지자체별로 대거 확산 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는 의료모델 중심의 통합돌봄 사업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나름의 성과를 내고 있다. 다만, 더 나은 방식으로 지역사회 통합돌봄체계가 확대될 방안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어려움과 한계에 머무르고 있다. 지금 보다 더 나은 지역사회 돌봄체계를 만들기 위해서 가장 핵심은 지역사회 안에서의 서로가 함께 살아가는 지지체계를 확대하는 것이며, 그 대표적인 체계는 지역사회이며, 지역사회를 구성하는 중심축은 마을과 동네이다. 우리는 마을과 동네 안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을 배우고, 사람들에게 의지하고, 사람 사이의 무너짐도 배웠다. 그러나 지금, 우리 안에 마을과 동네가 사라지면서 우리가 느끼는 골목 안에서의 공동체의 감정도 사라져버렸고, 마을과 동네 안에서의 사람살이와 사람 살이 간에 돌봄은 더이상 찾아볼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안에 마을과 동네가 새로운 방식으로 복원되길 제안한다. 마을과 동네의 복원은 지역사회복지와 지역사회 지지망 구축의 새로운 출발이 될 것이다. 마을과 동네를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삶의 기본 단위로 옮겨 마을과 동네 골목 중심으로 재편하는 “골목 돌봄”을 구성해 나가야 한다. 수천억을 투자했음에도 마을이나 동네는 쉽게 살아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듯이 마을과 동네를 살린다는 것은 허무맹랑한 이야기 일수도 있다. 그래도 마을에서 함께 살기, 동네에서 같이 살기, 마을과 동네에서의 사람들간의 상호 연결 등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특별히, 돌봄이 중심인 사회에서는 마을에서 함께 돌보고, 함께 살아가는 것은 우리 삶의 전부일수도 있다. 꼭, 기억해야 한다. 지역사회 안에서의 핵심은 연결의 촉진이다. 아파트안에 누가 살아가는지를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아는 것 자체, 알려고 하는 것 자체가 서로에게 불편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철저히 개인적인 생활에 익숙하게 훈련되어 온 우리의 삶은 더욱더 개인화를 부추기고 있다. 이런 개인주의의 질주를 멈추기 위해서는 우리들 스스로가 잠시 멈춰서 마을과 골목을 다시 마주해야 한다. 우리 서로를 위해서 함께 할 시간을 우리들 스스로 내어 놓아야 한다. 마을과 동네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그 만큼 교육받고 훈련 받아야 하고, 서로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삶의 과정속에서 가능하다고 우리가 함께 인지해야 한다. 그래야, 마을과 동네의 골목이 제대로 살아날 수 있다. 마을 골목에서 위로 받고 응원받던 시절에 “골목 돌봄”이 오래된 추억으로만 머무르지 않고 현시대에 맞게 재 생산되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에게 지금보다 더 나은 행복 미래가 찾아올 것이다. /서양열 전북특별자치도사회서비스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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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05 18:27

발칙한 상상 3. 의대 정원을 왜 늘려?

의사들이 파업을 한다 하고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이 집단행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만민이 평등하다는 법 위에 선 자들이다. 의사 판사 검사 모두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해 발광이다. 우리나라 카르텔의 최정점에 있는 그들은 모두 치외법권에 있는 것 같다. 그림도 그려주고 동영상도 만들어 주는 창작 AI시대에 문제은행을 달달 외워 국시 통과하면 연봉 수억 원이 보장되는 의사가 과연 언제까지 무풍지대일까?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해 갈수록 늘어나는 적자로 건강보험재정과 국가재정이 곧 고갈될텐데 연봉 수억 원에 차와 집과 별장을 준다 해도 지방에는 내려오지 않겠다는 저 의사들에게 과연 뭘 더 기대하겠다고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는 것인가? 의사 수를 늘려 희소성을 없애겠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걸 걱정해 의사들이 반발하는 것도 이해한다. 그러나 1분 진료받는 환자들은 끝까지 호구인가? 넉넉 잡아 3분이라 해도 겨우 30초나 환자를 쳐다보고 이야기할까 나머지는 컴퓨터 모니터만 보는데 과연 그 모니터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아마 피와 오줌 분석과 같은 임상 결과와 영상판독 결과, 그리고 질병에 맞게 세팅이 된 처방전이 들어 있을 것이다. 모니터는 데이터이다. 데이터의 질과 양과 분석은 의사보다 AI가 뛰어나다. 이미 2018년 IBM에서 만든 왓슨이라는 영상진단 AI에 베테랑 영상의학과 의사가 완패당한 바 있다. 또한 고령자들 병은 당뇨 고혈압 등 대체로 비슷해 재진부터는 AI에 맡겨도 상관없다. 의지만 있다면 오히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연결해 자동 처방하면 누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여러 개 질병으로 인해 약 사이 부작용 없이 최선의 선택지를 제공하고 각 개인 질병 추이를 계산해 맞춤형 치료와 예방 솔루션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의사보다 간호사가 더 필요한 커뮤니티케어 정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거동이 불편해 병원에 오가기 힘든 노인이 많아지면 각 가정을 방문해 계호하는 가정방문 간호사가 더 필요하다. 그러기에 미래 한국 사회의 지속성과 국가재정을 위해 현 정권에 의해 거부권이 행사된 간호사법이 간호사의 역할을 더 보장하는 방향으로 재개정 되어야 한다, 아울러 이미 코로나 시기에 확대되었고 시행에 별 문제가 없었던 원격 비대면 진료가 확대되어야 한다. 이 정책이 대한 의사단체의 반대로 거기에 투자한 기업들이 망하고 있다. 과문하지만 AI 발전 속도를 감안할 때 수술처럼 손을 쓰는 의사와 연구하는 의사를 제외하고는 법과 제도가 보장하지 않는 한, 의사는 잉여자원이 될 것이다. 의사라고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나지 말란 법이 어디 있는가? 생산재라기보다는 소비재로서 의료계에 우리나라 최고의 인재들이 몰리는 것은 국가경쟁력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SKY 이공계를 자퇴하고 의대를 진학하려는 N수생의 행렬을 막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울하다. 초등학교 때부터 의대 진학을 준비하는 비정상적인 산업구조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 의대 정원을 동결하면서 AI진료를 확대하고 간호사 역할을 늘리면 일타 삼피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아 참, 전교 1등짜리 의사들이 레이저로 점이나 빼고 보톡스나 주사하는 게 폼이 나나? 타투처럼 그 정도는 간호사나 에술가들에게 넘겨도 좋지 않나? 이미 많은 사람들이 눈썹 문신을 병원 밖에서 하고 있다. 20~30등도 먹고 좀 살자. /문상붕 도서출판 파자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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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27 15:21

청소년 아침 결식 개선 시범사업, 먹거리 통합돌봄의 마중물

“밥 안 먹고 학교가면, 큰 일 난다.” 어렸을 적 필자의 엄마는 학교갈 때 무조건 아침밥을 먹어야 한다고 가르치셨다. 그래서 당연히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에게도 아침밥을 꼭 먹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의 친구 중에는 아침밥을 먹고 오지 않는 친구도 꽤 있다고 한다. 한참 성장하고 공부를 해야 할 나이에 아침을 먹지 않는다고 하니, 괜히 마음이 쓰인다. 국민건강영양조사(1998~2018)에서 우리나라 전체 청소년의 아침 식사 결식률은 1998년 약 17.9%에서 2008년에는 약 27.0%, 2018년 약 37.4%로 지난 20년 사이에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2022년 교육부와 질병 관리청에서 조사한 ‘학생 건강’ 및 ‘청소년 건강 행태 조사’에 따르면 아침 식사 결식률은 39.0%로 나타났다. 식사 결식 이유로는 아침 식사 결식 이유로는 ‘시간이 없어서(35.1%)가 가장 많았고, ’식욕이 없어서(21.4%)가 뒤를 이었다. 전북교육청은 올해부터 도내 중학교 대상 ‘아침 결식 개선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위 조사에서 도내 초·중·고 학생 44.3%가 아침밥을 먹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전국 1위의 결식률을 보인 것에 대한 대책으로 보인다. 시범적으로 15개 학교를 대상으로 올해 3월부터 운영 계획이다. 아침 결식 시범사업 지원 대상은 교직원 간의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친 도내 중학교 중 희망교 신청 학생이며, 학생 1인당 1일 3000원씩 연간 총 190일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아이들의 결식률을 낮추기 위한 노력으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우려가 되는 것은 현장의 준비 상황과 예산의 부족이다. 아침 식사 제공을 위하여 조리원 근무를 확대하기 어려우며, 예산도 건강한 한 끼를 제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학생들에게 건강한 한 끼 식사가 아닌, 간편 가공식품이 제공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전북 익산에는 사회적협동조합 청년식당이 있다. 애초 학교 밖 돌봄에서 출발했지만 최근 방 중 초등돌봄 도시락공급에 이어 인근 대학교 천원의 아침밥 공급으로 먹거리 돌봄 영역을 확장 중이다. 가능한 한 지역산 식재료를 쓰고, 인스턴트에 의존 않는 직접조리로 밥상안전과 질을 높이며, 일자리를 창출하는 1석 3조의 사회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 청소년 아침 결식 사례를 포함해 생애주기별 먹거리 돌봄 수요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학생 천원의 아침밥이 그러하고, 총선 국면에서 급부상 중인 주 5일 경로당 무료급식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공공성에 기반한 양질의 먹거리 서비스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새로운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그 방식은 청년식당 사례에서 보듯이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옳다. 단순한 현금지원 방식을 벗어나 밥상 질을 높이고, 지역 농업 연결망을 강화하며, 그 결과가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시스템을 먹거리 제 주체가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통해 현실화해야 한다. 한편, 먹거리 돌봄은 시군 단위 또는 읍면 단위에서 통합적으로 접근하고 추진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아동, 학생, 청년, 여성, 노인, 장애인, 취약계층 등 먹거리 돌봄을 수행할 핵심주체와 네트워크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그 대안으로 공공형‧통합형 먹거리돌봄센터 모델이 떠오르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가 모델 구축의 선구자가 되길 기대한다. /이효진 (사)세상을바꾸는밥상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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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20 17:17

한국 풍수학을 정립한 최창조 선생님

지난달 31일, 한 시대를 풍미했던 풍수학자 최창조(1950~2024)는 한 줌의 재로 영면에 들어갔다. 향년 74세. 평소 지론대로 화장하고 소박한 묘역에 안장되었다. 필자와의 인연은 1984년 대학 지도교수 만남으로 시작되었다. 인연은 40년 동안 끈끈하게 지속되었다. 그해 <한국의 풍수 사상> 출간은 한국 풍수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한국의 전통 지리 사상인 풍수가 학문 반열에 오르고 한국 풍수 1세대를 알리는 저서였다. <한국의 풍수 사상>에서 명당 개념은 ‘산과 물이 조화를 이룬 자연에 적덕한 사람들의 영원한 거소(居所), 이것이 풍수적 이상의 땅, 길지’라고 언급하였다. 그해 완주지역 연화도수, 장군대좌, 노서하전 등 소위 형국론 답사는 풍수에 관한 관심을 가지게 하였다. 이후 <좋은 땅이란 어디를 말함인가>에서는 수많은 지역 답사 자료를 사진과 곁들여 풍수를 이해하는 대중서로 많은 독자를 확보하게 되었다. 서울대 교수직을 내던지고 1990년대 이후 강단이 아닌 현장에서 풍수학의 성과로 기념비적인 <한국의 풍수지리> <땅의 논리, 인간의 논리> <땅의 눈물, 땅의 희망> <북한 유적 문화 답사기> <한국의 자생 1, 2> 등이 출간된다. 한국식 풍수를 ‘자생풍수’라 정의하고 명당 개념도 새롭게 정의한다. 자생풍수는 ‘치유의 지리학’이자 ‘인간의 지리학’이라 정의한다. 강단에 머물렀으면 결코 발견하지 못했을, 한반도 구석구석에 발걸음이 닿지 않았다면 찾아내지 못할 풍수의 핵심이다. 현재도 ‘자생풍수’는 풍수학의 정립을 넘어서 한국식 풍수를 설명하는 중요개념으로 학계에서 논의되고 있다. <도시 풍수> <최창조의 새로운 풍수 이론> 등에 이르러서는 풍수의 파격이 등장한다. 좋은 땅이란 없다는 것이다. 명당은 찾아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만들어야 할 대상이라고 언급한다. 도시에서도 좋은 땅을 찾을 수 있는데 아주 간단하다. 마음의 평정을 얻을 수 있는 곳이라 단정한다. 자생풍수의 개념 정립은 <사람의 지리학>에서 정리가 된다. 주관성(마음이 중요하다), 비보성(고침의 지리학), 정치성(새로운 세상, 개벽 지향), 현재성(지금, 이곳에서 적응하라), 불명성(비논리의 논리, 논리 뛰어넘기), 편의성(이상보다 현실에 충실하라), 개연성(그럴듯하게 보인다), 적응성(모든 삶의 분야와 연결된다), 자애성(내가 중심이다), 상보성(인간도 주인이고, 자연도 주인이다) 등이 그것이다. <한국 풍수 인물사>(2013)에서 선생의 명당 개념은 간단하게 정리된다. ‘사람을 평온하게 감싸 줄 수 있는 어머니 품속 같은 곳’ 그리고 마지막 저서 <한국 자생풍수의 기원, 도선>(2016)에서 풍수 여정을 마무리하고 있다. 저자는 일러두기에서 ‘풍수 공부의 최종 목적은 도선의 자생풍수를 더듬는 것입니다. 따라서 1978년 대한지리학회와 서울대 지리학과 논문집에서 발표한 논문 이래 지금까지 해온 작업은 이 책을 위한 과정이었습니다.’에서 밝힌 바와 같이 자생풍수를 이루려는 풍수학의 40여 년 여정은 2024년에 마무리되었다. 자생풍수를 내세우듯 선생의 품성은 인간적 너무나 인간적인 사람이었다. 한국 풍수 대가는 한 줌의 재로 그토록 사랑했던 부모님 근처에서 묻혔다. 바로 그곳이 명당일 것이다. 스승은 제자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었다. 풍수학의 정립은 이제 한국 풍수 2세대의 몫이 되었다. 이제 풍수는 생태환경 등 미래 학문으로 지평을 넓힐 준비를 하고 있다. 그래, 명당은 마음속에 있다. /이상훈 진안문화원 부원장·전라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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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13 16:35

'돌봄사회위원회' 구성으로 돌봄 기반을 조성을 확대하자!

돌봄은 전 생애에 걸쳐서 반드시 경험하게 되는 과정이며, 돌봄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2012년 개봉한 ‘늑대소년’이라는 영화를 기억할 것이다. 늑대에게 길러지면서 늑대화 되어 버린 인간의 모습을 통해서 환경 속에 길들여지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어떤 환경 속에서 어떻게 성장하는가에 따라서 인간이 되기도 하고, 늑대 인간화 되기도 한다. 우리의 삶도 그러하다. 태어날 때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어떤 돌봄을 받고 살아오는가에 따라서 각 개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어떤 돌봄은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신창원과 표창원 사례에서도 만날 수 있다. 우리는 어떤 돌봄을 받고 살아왔는가? 우리는 우리의 돌봄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철학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답하기 어렵고, 여전히 우리의 돌봄은 철저하게 개인의 문제로 접근하는 과거에 머무르고 있다. 우리가 더 나은 돌봄 체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돌봄 문제 자체가 전 사회적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하고, 좋은 돌봄 기반 중심의 돌봄 철학을 정립하여 함께 사는 돌봄 체계를 확대 재구성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인적 책임에 머무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시대의 상황과 미래의 삶에 부합한 철학적 기반과 지속 가능한 좋은 돌봄 정책을 마련할 수 있는 기본적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공식적인 논의의 틀-돌봄사회위원회(가칭)-이 만들어지길 제안한다. 필자가 제안하는 '돌봄사회위원회'는 돌봄을 국가, 국민, 지역사회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돌봄 문화의 토대를 형성하기 위한 출발이고, 돌봄을 모두의 문제로 전환하여 돌봄 중심 사회의 과정을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첫 시작이 될 것이다. 현재, 정부 부처의 돌봄 정책은 부서별로 흩어져 있어서 통합적인 파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특히 일부 지역의 돌봄 정책과 특별한 영역의 돌봄 정책은 매우 미비하다. 이에, 돌봄 정책의 종합적 발전 방향을 마련할 수 있는 '돌봄사회위원회'를 국가와 지방 모두에 시급히 설치하고, 기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제한적으로 논의 되는 돌봄 문제에 대해서 체계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틀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또한, '돌봄사회위원회'는 돌봄교육과 돌봄실천 활동, 지역별 돌봄 특화 정책 마련으로 좋은 돌봄 정책 마련을 잘 준비해 나가는 기반을 제공해야 하며, 돌봄 중심 사회로의 대전환을 준비하는 중심 기구로서 역할을 해 나가야 한다. 국가 차원의 돌봄 문제, 지역별 돌봄 문제의 특성을 파악하고, 국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와 지역별 과제를 발굴하면서 오래된 과거를 잘 계승하고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할 지속 가능한 틀로 역할 해야 한다. 더불어, 좋은 돌봄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좋은 돌봄 철학을 잘 정립해야 하기 위한 토대 또한 다져 나가야 한다. 현재, 우리 사회의 돌봄은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흩어져 있고, 돌봄 정책도 부처 간에 산만하게 흩어져 있다. 이에, 흩어져 있는 돌봄 사업을 잘 정비하고, 좋은 돌봄을 위한 철학적 기반을 국가 차원의 담론과 지역 차원의 담론, 지역사회 담론, 개인적인 실천 담론으로 정리해서 좋은 돌봄을 위한 철학적 기반을 먼저 다져 나가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좋은 돌봄을 위한 본질에 다가설 수 있고, 돌봄을 통해서 함께 살아가는 가치를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서양열 전북특별자치도사회서비스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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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06 17:47

발칙한 상상 2.   채소공항을 아시나요?

‘채소공항’, 일본에서 도쿄 같은 대도시에 채소를 시들지 않고 신선한 상태로 배송을 하기 위해 농촌에 건설한 공항들로 경제성이 없어서 비행기 대신 파리만 날아다녔다는 공항이다. 채소공항은 경제학에서 흔히 비효율적인 정부 사업의 예시로 인용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15개의 공항 중 10개가 적자로 운영하면서 이미 돈 먹는 하마로 전락되었다. 양양국제공항은 2002 월드컵을 핑계로 건설되었는데 지금까지 누적 적자액이 1000억이 넘고 무안공항은 그 액수가 더 큰 형편이다. 채소공항의 비극은 건설카르텔(건설족)이 원인인데 정부와 건설업체가 공공사업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고, 언론과 학계와 시민단체가 이에 협력하거나 방조하는 구조이다. 일본의 예를 보면 건설업자에게 후원을 받으면서 공항건설이 지역발전이라고 생색내는 정치인, 막대한 건설비로 이득을 보는 건설업자, 건설업자에게 광고를 수주하는 언론인, 조직확대 기회로 삼는 지방정부 공무원, 대학을 중심으로 타당성 조사 등 허위용역 발주로 돈 버는 학계, 공갈로 기생하는 시민단체 등이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시작된다. 이처럼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관계의 건설족이 장구 치고 북 치면서 주민들을 현혹해 여론을 조성하여 대규모 토목공사를 일으킨다. 나중에 적자가 나든 흑자가 나든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일단 준공비에 이름이 오르고 나면 영세불망의 치적이 된다. 그러나 그 부패사슬은 온전히 세금을 탕진하고 국가발전을 가로막는다. 교통량도 거의 없는 섬과 섬 사이에 대규모 다리를 건설하는 등 일본은 70년대부터 채소공항으로 대표되는 과잉 토목 인프라 건설에 돈을 쏟아부은 결과, 잃어버린 30년을 넘어 지금까지도 극심한 ‘일본병’을 앓고 있다. 산업 경쟁력을 키우지 않고 헛돈을 쓴 결과 한때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데도 좀처럼 회생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AI로 지칭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임에도 쉽게 표를 얻으려 아직도 삽질로 경기나 부양하려는 정부와 정치인들을 본다. 대표적으로 지난 정권의 4대강 사업도 그러한데 그런 경향이 건설 인프라부터 문화영역까지 이어져 과잉투자 혹은 중복투자로 재정이 낭비된다. 이는 미래 먹거리인 신기술 개발과 혁신에도 방해가 되며 심지어는 하나뿐인 지구 환경을 파괴하기도 한다. 정확한 타당성 분석이 없이 주먹구구식 장밋빛 청사진만으로 천문학적인 사업을 진행한 결과, 치명적인 파산사태에 이른 강원도의 알펜시아와 레고랜드 사태를 우리는 보고 있다. 우리나라 지방에 있는 10개의 적자 공항들 대부분은 경제성보다는 정치 논리에 의해 만들어져 탑승객 수와 항공기 운항 편수가 매우 적다. 명색이 국제공항인데 국제선은 대부분 다 문을 닫았고 국내선은 제주도 라인만 겨우 몇 편 살아있는 형편이다. 내륙노선은 이미 KTX와 경쟁에서 밀려나 사실상 김해공항을 제외하고 개점휴업상태이다. 일단 공항은 안전을 위해 매우 복잡한 탑승 수속과 보안 검색, 보안구역 지정 운영 등에 있어 시간과 비용 면에서 KTX와 경쟁할 수 없다. 사정이 그러한데도 채소공항 같은 것을 또 건설하자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가? 그들에게 쿠팡의 로켓배송 시스템을 견학하게 하는 게 어떨까? 아니면 그들을 20세기에 로켓배송 시키는 게 어떨까? /문상붕 도서출판 파자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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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30 16:20

막내가 70세⋯농민이 사라진다면?

“엄마가 70 먹을 때 까지는 김치 담가줄게.” 임실군에서 농사를 지으시는 친정엄마가 나에게 했던 약속이다. 자식 중의 한 명은 가까이 살기를 바랐던 엄마는 전북에만 살아준다면 쌀과 김치는 책임지겠다고 약속하셨다. 덕분에 우리 아이들은 할아버지가 농사지은 쌀과 할머니가 담가주신 김치를 먹고 자라고 있다. 그런데 친정엄마가 올해 어느덧 일흔이 되셨다. 엄마의 일흔을 아주 막연하게 먼 훗날의 이야기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덧 성큼 현실로 다가와 버렸다. 농촌으로 시집을 오셨던 친정엄마는 일평생 마을의 막내로 사셨다. 농촌 마을에 더는 사람이 들어오지 않았던 탓에 마을에서의 막내 역할을 평생 벗어나지 못하셨다. 그런데 마을의 막내가 이제 70세가 되었으니, 앞으로 10년쯤 지나면 내 고향이 유지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농림어업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12월 1일 기준 농가 인구는 216만6000명으로 전년 대비 4만9000명 각각 감소했다. 20년 전인 2002년 208만1,900가구, 522만2900명에 비해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통계청에서는 고령에 따른 농업 포기, 전업(轉業) 등으로 전년 대비 농가는 8000 가구(-0.8%), 농가 인구는 5만 명(-2.3%)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고령 인구 비율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은 49.8%로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우리나라 전체 고령 인구 비율인 18%에 비해 농촌은 2.7배가량 많았다. 경지 규모로 보면 1.0ha 미만 농가가 75만 1000 가구로 전체 농가의 73.5%를 차지했다. 3.0ha, 이상 농가는 7만 4000 가구로 전체 농가의 7.2%에 불과했다. 농민은 왜 사라졌을까? 농산물 개방에 맞선 규모화 일변도의 경쟁력 강화정책이 70%가 넘는 가족 소농을 재촌 탈농으로 내몰았다. 농촌은 학교와 병·의원이 사라지고 목욕탕과 예식장, 식당과 슈퍼마켓조차도 문을 닫고 있다. 버스마저도 줄어들어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편의시설에 대한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졌다. 생활편의시설이 줄어들고, 일상 생활환경이 나빠지자 사람이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농민이 사라진다면? 캐나다 벤쿠버에는 농민이 20명밖에 남아 있지 않다. 이마저도 규모화된 수출농으로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먹을 수 없게 되자,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받게 되었다. 뒤늦게 벤쿠버 푸드 전략을 수립하고, 로컬푸드 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우리는 이를 반면교사 삼아 아직 농민이 남아 있을 때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경기도의 농어민 기회소득을 주목할 만하다. 농어촌 고령화에 따른 청년 및 귀농어민들의 농어업 활동,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유지하는 환경농업인들의 가치를 인정하기 위해, 청년농업인, 귀농어민, 환경농어업인 1만7700여명에게 월 15만원을 지역 화폐로 지급한다. 또한, 전북특별자치도의 광역먹거리 선순환 시스템 구축도 주목할 만 하다. 1 시∙군 1 공공급식센터 설치를 통해 시∙군 및 광역단위 먹거리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고, 그 과정을 통해서 가족·소농을 재생산하는 계획이다. 도올 김용옥 선생은 농민을 국토를 지키는 공무원이라 칭하며, 농업·농촌은 국가의 근간이라 말했다. 지역으로서의 농촌, 임시방편적 대증요법으로는 지속가능성을 얻을 수 없다. 일자리와 소득, 삶의 질이 보장될 때 비로소 농촌에 사람이 온다. 근본적인 대책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때다. /이효진 (사)세상을바꾸는밥상 대표이사 △이효진 대표는 완주소셜굿즈센터 센터장·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 경영기획실장을 역임했으며 사회적협동조합 완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이사·사단법인 한국사회적농업협회 이사·재단법인 완주먹거리통합지원센터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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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23 18:01

진안다움

‘-다움’이란 가치, 정체성, 특징 등을 담아내고 있는 용어이다. ‘인간다움’ ‘나다움’ ‘우리다움’ ‘아름다움’ 등 ‘다움’을 붙이면 그 의미가 명확해진다. 가치를 이야기할 수 있고 정체성과 특징을 결정지어 준다. 흔히 이야기하는 ‘인간다움’은 사람으로서 갖춰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자질이나 덕목을 일컫는다고 한다. 최근 어느 철학자는 인간다움에 대하여 공감, 이성, 자유가 공존할 때 인간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연하자면 “인간다움이란 공감을 연료로 하고 이성을 엔진으로 하여금 자율적인 공동체적인 규범을 구성해 공존하는 성품”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농촌다움’ ‘도시다움’ 등 공간적 의미도 그 특징과 정체성을 분명하게 해준다. ‘농촌다움’은 오래된 전통과 마을공동체를 떠올리게 한다. ‘도시다움’은 세련되고 현대화된 문화를 생각하게 한다. 진안고원에 자리 잡고 있고, 마이산이 있는 진안군의 ‘진안다움’은 무엇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까? 필자는 생태자연과 마을공동체, 정여립 선생의 대동사상을 담아내는 것 이라 생각한다. 한국 풍수사상을 학문적으로 체계를 이룬 풍수학자 최창조는 용담댐이 완공되기 전 진안군 일대를 답사하면서 진안군을 ‘자연사 박물관’이라 불려도 될 정도로 자연 생태가 잘 보존된 지역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마치 오래된 미래 같은 곳이 ‘진안’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무산되기는 했지만 최창조 풍수학자를 진안에서 거주하면서 집필과 강연할 수 있는 인문학 장소를 기획하기도 했었다. 이는 진안군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진안군을 한국 풍수의 메카로 만들고자 하는 생각이었다. 최근 진안군은 ‘진안고원’을 널리 홍보하고 있는데 이는 요즘 같은 기후변화 와 관련하여 적절하고 잘 어울리는 브랜딩이라 생각한다. 마이산 역시 놓칠 수 없는 진안군의 보물이다. 진안군은 잘 몰라도 마이산은 대한민국 국민이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는 대표적인 이미지 중 하나가 되었다. 여기에 진안군 70여개 마을에 분포한 ‘마을숲’이 미래 기후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진안의 생태자원으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다. 여기에 진안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마을공동체의 모습은 진안다움을 더해 준다. 세계시민교육의 주요 격언인 우분투(ubuntu)는 “네가 있어 내가 있다” (I am Because you are)는 의미는 진안군 마을공동체 정신과 통한다. 진안군은 예로부터 마을에서 당산제를 비롯하여 공동체 행사가 곳곳에서 이루어졌다. 또한 마을마다 송계, 서당계, 장학계 등 소중한 기록이 남겨진 공동체 연구의 보고이다. 특히 최근 배수호 교수(성균관대)의 진안 중평 공동체 연구의 기본 자료인 진안군 중평마을의 산림계 정관과 산림계 수계기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진안군의 마을공동체는 이미 국제적으로 공인된 자산이 된 것이다. 현재도 진안군 마을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마을 공동체 사업은 단언하건데 진안다움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진수이다. 진안다움의 가치를 찾을 수 있는 핵심은 진안 정신이다. 진안 정신은 지역과 관련된 수많은 역사적 인물이 있지만 정여립 선생의 ‘대동 정신’을 이야기 할 수 있다. 천반산 주변에 그의 수많은 전설은 진안군민 면면에 스며들어 있다. 그의 대동사상은 진안군민의 품격을 높여주는 역할을 해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부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푸른 용의 해 병진년 진안만의 가치를 만드는 ‘진안다움’을 이루는 원년이 되길 소망한다. /이상훈 진안문화원 부원장·전라고 교사 △이상훈 부원장은 현재 전라고등학교 역사 선생님으로서 학교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 그리고 진안문화원의 부원장으로서 지역문화와 농촌교육에 대한 연구와 글쓰기를 하고 있다. 저서 『이상훈의 마을숲 이야기』『진안 가슴으로 담다』『우리마을』『진안의 마을신앙』『진안의 마을 유래』『진안지역 돌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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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1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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