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news
꽃잎 위에 앉은 모시나비 한 마리 예쁜 브로치 같다 엄마 가슴에 달아드리면 엄마는 향내 나는 한 송이 꽃 꽃 꽃이 되겠지 ====================================== ◆ 나비브로치를 달면 엄마는 한 송이 꽃이 된다는 시인의 발상이 참 싱그럽다. <황금빛 내 인생> 드라마를 보다가 암에 걸린 아버지가 기타를 사들고 들어오신 장면에서 울컥했다. 연장이나 막걸리가 잘 어울릴 듯한 아버지의 신상에는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는 기타였다. 기타 안에는 아버지의 젊은 꿈과 낭만이 초라하게 구겨진 채 박제되어 있었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와 아버지는 지금 젊다. 아직은 시들지 않는 한 송이 꽃이다. <김제김영>
양지바른 양지동 동구 밖 양편 갓길에 도열한 근위병 그만그만한 잎 떨어진 소나무 서릿발 눈보라 칼바람 시달려도 언제나 푸른 꿈 감추고 살아 목청 돋아 시 한수 읊으련만 등 올라타고 목 휘감아 재갈 물리고 눈 가리고 귀 틀어막는 삶의 칡넝쿨 제 멋대로 만세 부르며 깃발 흔든다 목 졸려 선 채로 삭정이 될 수 없어 용기 내어 쳐다만 보는 강남의 빌딩 손 내미는 사람 없어 칡넝쿨 짊어진 채 장승처럼 기다리는 양재동 지게꾼 ============================= △ 가난한 사람이 오히려 다른 사람을 더 적극적으로 돕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일면 씁쓸하기도 하나, 어떤 상황을 직접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이해를 받기가 쉽지도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한다. 강남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부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기서 늙어 가는 지게꾼의 삶이 우리를 마음 아프게 한다. 칡넝쿨이라는 현실적인 제약은 지게꾼의 눈을 감기고 귀를 틀어막는다. 추운 겨울에도 아랫목에 발 한 번 디뎌보지 못한 채 선 채로 삭정이가 되어가는 우리 이웃들. -김제김영
새가 운다 밤이슬 내리는 자리에 으슥이는 바람 널려 올 때 새가 노을 타고 운다 새가 운다 늘어뜨린 세월의 끝자락 매달리면서 물이랑 술렁대는 소리와 같이 새가 울어 댄다 댓잎 스산한 언덕배기에 새떼들이 몰려와 밤으로 가는 길목에서 새가 운다 ============================== ▲그리움이 치밀어오를 때 들려오는 새의 울음소리는 슬프디슬프다. 세월의 끝자락에서 울어대는 새는 마치 절벽을 바라보는 시인의 절규 같을 것이다. 새는 짝을 찾는 구애의 사랑 노래일 터인데, 화자는 언덕배기 댓잎처럼 스산한가 보다. 외롭다고 말하지 않아도 쓸쓸한 소리가 난다. 밤으로 가는 길목에서 누군가를 달래주고 싶은 새떼들. 새는 우는 소리에서 겹겹 쌓여 온 시간의 기억을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 - 이소애 시인
해와 달이 화들짝 놀라 밤낮이 뒤바뀔 詩, 마음이 고플 때 햇빛 달빛 모셔올 詩 세상 가득 담고 싶다. ======================================= ▲ 화들짝 피어난 이팝나무 꽃을 보고 책상 서랍에서 기억을 꺼내어 본다. 단발머리 소녀적 꿈은 고봉으로 담은 하얀 밥그릇에 고깃국을 배불리 먹어보는 것. 수수 십 년이 흘러간 엊그제, 이팝나무 꽃그늘에서 나의 꿈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았다. 무릎을 치면서 서영숙 시인의 <꿈>을 떠올렸다. 밤낮이 뒤바뀔 詩를 쓰는 일이다. 부자가 되는 꿈이 아닌 소박하고 가난한, 그러나 평온한 시를 써서 햇빛 달빛 모셔올 詩 대여섯 편만 가지고 있어도 남부러울 것 없겠다. 외로울 때 나를 위로해 줄 시를 창고에 가득가득 채우는 꿈을 모셔와야겠다. -이소애 시인
빈 하늘을 쟁기질한다 고랑을 치고 두렁을 만들고 햇살을 찰랑찰랑 심는다 구슬비 물방울도 조롱조롱 매단다 하늘의 바늘귀를 꿰어 허공을 꿰맨다 아침마다 이슬 모아 은빛 줄을 닦고 먼 데서 파닥이는 작은 떨림에 긴장하는 기쁨 촘촘한 한살이가 기다림이다, 때로는 폭풍에 찢긴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하며 수없이 많은 발걸음 소리 거미줄에 얹히는 나날 알곡을 기다리는 기나긴 시간들 단풍잎도 익어가는 가을 마당귀에서 하늘 보면 곤혹한 밤을 털며 떠오르는 별무리. -------------------------------------------------- ▲ 햇살을 찰랑찰랑 심는다에서 찰랑찰랑을 소리 내어 읽는 동안 도랑물에서 햇살이 넘실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거미줄에 매단 구슬비 물방울이 쟁기질하는 빈 하늘에 반짝거리면 별이다. 거미의 농사는 외로운 시인의 마음을 훔쳐가는 걸까. 거미줄의 떨림은 화자의 가슴에서 울려 퍼지는 진동이다. 폭풍에 찢긴 가슴을 쓸어내린다고 별 무리가 알아주랴. 그래도 거미는 허공에 농사를 짓는 삶을 터득했을 터. -이소애 시인
고향 떠난 사람에겐 산록의 푸르름도 아픔이다 눈을 감으면 가득하고 눈을 뜨면 모두가 고향 어릴 적 걷던 오솔길도 보리피리 불던 언덕배기도 지금은 없어진 눈 감아야 보이는 것들 아득히 깊어지는 어둠 속으로 아픔만 남기고 사라진 눈 감아야 보이는 어릴 적 걷던 그 길 ▲고향이란 낱말만 들어도 짜릿짜릿한 전율이 온몸을 휘돈다. 탱자나무 울타리가 있고, 그리움을 손톱에 물들이는 봉선화 꽃과, 저녁이면 환하게 얼굴을 내미는 분꽃. 그 푸르름에 젖어 들면 집 앞 시냇물 소리가 들려왔다. 오솔길과 언덕배기 고갯길도 아픔으로 다가오는 그 길이 사무치도록 그립다. 나이가 들면 새록새록 고향이 활동사진처럼 가물거린다. 차라리 눈을 감아야 환하게 보인다. 냉이꽃 봄까치꽃 꽃망울 터질 때마다 시인은 시를 꽃피우고 있을 것이다. -이소애 시인
슬픔을 등에 지고 가지마라 아픔을 가슴에 안고 가지마라 슬픔과 아픔을 지니고 산다는 것은 봄이 와도 잎 피지 않는 나뭇가지처럼 어둠으로 응고된 암담한 시간과 마주하는 것 봉인된 내일의 비밀 희망의 씨앗까지도 블랙홀 속으로 몰아넣는 것 신이 때때로 슬픔을 주는 것은 서늘하게 자신을 살펴 생을 진실하게 되살려 보라는 뜻이지 슬픔을 담아 두는 그릇이 되라는 말이 아니다. 놓아주어라 슬픔도 아픔도 민들레 홀씨 되어 날아가도록 ============================ ▲담장 아래 납작 엎드린 민들레 꽃이 봄을 불렀다. 갓 피어난 꽃은 땅을 바짝 부둥켜안고 있었다. 소리 없이 웃는 모습에서 가난한 노인의 주름살이 물결친다. 추운 겨울을 견디며 살아남은 생명력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본다. 6월, 그 꽃이 솜사탕 같은 깃털을 머리에 이고 있다. 슬픔의 무게에 허리가 짓눌려서 바람을 타고 허공을 누비는가 보다. 민들레 홀씨는 아픔을 지니고 사는 어느 시인의 집 담장 아래 정착할지도 모른다. -이소애 시인
생일 꽃을 사고 보니 집에 갈 일이 걱정이다 보는 이도 없는데 혼자 붉어 집에 오니 여인이 꽃잎에 녹아 뜨거운 이슬로 떨어진다 쉰 네 송이 장미 건화는 벽에 매달려 붉은 향을 토하고 생화는 가슴에 안겨 촉촉한 눈빛을 뿌린다 이 시를 읽는 동안 아름다운 그림들이 차례로 떠오른다. 장미 한 다발을 수줍게 들고 가는 중년 남자의 그림과 꽃다발을 받아들고 한없이 행복한 아내의 그림, (그리고 시간이 지났으리라) 향기로운 드라이플라워가 벽에 걸려있는 그림과 남자와 아내가 가꾸는 단란한 가정의 그림이 있다. 비오는 수요일에는 빨간 장미를 사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라는 말은 80년대에 한창 유행하던 다섯 손가락의 노래에서 시작된 말이다. 굳이 어느 날을 기다릴 필요가 있겠는가? 오늘은 퇴근길에 길가 화원에 곱게 핀 꽃이 있거든 주저 말고 하나 사야겠다. 꽃이 있는 저녁이 무척이나 향기롭겠다. / 김제 김영 시인
마음 속에 소나무 한그루 키우고 싶다 비바람이 몰아쳐도 흔들리지 않는 하늘이 무너져도 부러지지 않는 그런 소나무 한그루 마음 속에 키우고 싶다 죽어가는 것들을 다시 사랑할 수 있다면 마음 속에 해바라기 한그루 키우고 싶다 세파에 시달려도 색 바라지 않는 동파에 휩쓸려도 마른 잎 떨구지 않는 그런 해바라기 한그루 마음 속에 키우고 싶다 가진 것을 버려도 가진 것을 버린 것을 버려도 가진 것을 버린 것을 버린 것을 또 버려도 가진 것을 버린 것을 무한히 버리고 또 다시 버려도 아직 죽음의 끝에 이르지 않았기에 마음 속에 뜨거운 사람 한 명 키우고 싶다 세상이 아무리 거칠어도 사람을 놓지 않는 인간에 아무리 시달려도 사랑을 접지 않는 그런 뜨거운 사람 한 명 가슴 속에 키우고 싶다 * 이문근 시인은 지난 2004년 <표현>과 2009년 <시선>으로 등단했다. 전북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로 있다. 시집 <봄이 오는 까닭>, <메타-엑스> 등을 펴냈다.
갈바람이 스쳐가는 밤하늘에서 당신의 별이 두 눈을 깜빡인다. 광활한 하늘은 별들이 숨 쉬는 땅 지구 한 모퉁이에서 그리움의 눈길을 보내나니 홀로 창가에 나와 있는 나는 이름 없는 풀꽃 한 송이 마음의 쪽문을 열어 당신의 가슴에 담으면 이 밤 꿈길조차 환할 것이다 닿을 수 없는 멀고 먼 하늘과 땅 사이가 사랑의 슬픔인줄 알게 되나니 별아 이승에서 받지 않는 사랑이라면 저 세상에서라도 너의 희디흰 손 잡아보자 ============================================== 무슨 사랑이 이리도 멀고 애잔한가? 지구 귀퉁이 창가에서 작은 풀꽃 하나가 광활한 하늘의 별에게 띄우는 연애편지다. 닿을 수 없는 먼 사랑에 대한 슬픔이다. 이 사랑 너무 지독하여 이승에서 못 이룰 것 같은 시인은 저승에 가서라도 희디흰 손을 잡아보자고 간구하고 있다. 이 시를 읽는 동안 하늘에 떠 있는 별이든, 먼저 떠난 영혼이든, 아님 지극히 사랑하는 이 세상의 어떤 것이든 - 그것이 문학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 사랑을 향한 진실한 노래는 누가 부르든지, 언제 부르든지 핍진하다는 진리하나 떠오른다. <김제김영>
만경강에 흐르는 물소리도 잠이 들고 꿈꾸는 비비정에 님의 자취 간 곳 없네 강 건너 모래사장 님 떠난 나루터에 무심한 조각배만 홀로 남았소 =========================== -요즈음 시골은 어디건 한적하다 못해 쓸쓸하기까지 하다. 예전의 흥성거리던 골목도 없고, 밥 먹으라 부르던 정겨운 소리도 없다. 굴뚝의 저녁연기도 없고, 아이 울음소리도 없다. 초저녁이면 벌써 어둠이 다 점령해버려 밤이 길고 길다. 강물 소리도 잠이 들었다. 어릴 적 멱을 감고 빨래를 하던 강물이 아니다. 강물 몇 줄기는 공장을 따라 도시의 어둑신한 구석 어딘가로 스며들었고. 또 몇 몇 줄기는 긴 잠에 들었다. 같이 꿈꾸고 웃던 비비정은 아직도 여전한데 모래사장 나루터에 조각배 한 척만 남아있다.<김제김영>
저 멀리 서 있는 것을 이제는 잘 보질 못 한다 눈을 감고 뜨고 몇 번 해야 어렴풋이 보이는 형상 안경 탓이 아니야 살아온 인생이 어둑해졌어 이승의 굽이굽이가 험난했던 거야 내가 나에게 가물거릴 때 세상은 온통 뿌연 안개 속 본다는 것은 내가 그에게 다가간다는 뜻 안경을 바꾸듯 내 안의 망막을 바꿔 끼자 그리하여 멀리 있는 그대들이 내 이웃으로 다가와 코끝에 시큰하게 서리거나 맺혀 오도록 =========================== -내 안의 망막을 갈아 끼우고 그대에게 다가간다는 말, 그대가 다가오면 코끝이 시큰해질 거라는 말, 참 좋다. 살아온 인생이 어둑해져 내가 나에게 가물거릴 때는 내 안의 망막을 닦아내야겠다.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고 새로운 마음으로 이웃을 대해야겠다. 매 순간이 감사로 여울지게 해야겠다.<김제김영>
꽃부터 솎아야 한다고들 해서 가지가지 온통 하얀 사과꽃 앞에 섰는데 어떤 꽃을 솎아야 할지 잘 모르겠다 수정된 꽃인지 아닌지 도무지 알 수 없어서 너 통하였느냐 물어보려는 참인데 벌 한 마리 꽃에 스미어 미동도 않는다 꽃이 손가락 끝을 세워 벌의 어딘가를 긁어대는지 사알살 긁고 긁힐수록 살은 파들거리며 머릿속의 무거운 것들이 시원하게 긁혀 나오는 수상한 쾌감을 맛보는 건지 발소리 죽이고 어서 빠져나가야겠다 싶은데 어라, 사과나무에 실눈 뜬 새싹들 숨이 몽글몽글해졌다 ------------------------------------------ ◆ 이 시를 읽는 동안 저절로 웃음이 함박꽃이다. 눈앞에 사과꽃이 활짝 피어있는 향기가 나를 유혹하는 것 같다. 미동도 않는 벌 한 마리처럼 양팔을 벌려 꽃 속으로 파묻히고 싶다. 인공으로 수정을 한다는 요즈음 벌의 날갯짓은 귀한 손님으로 맞이해야 한다. 수상한 쾌감을 맛보는 벌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발소리를 죽여야 한다니 참 재밌다. 오랜만에 웃어보는 오후였다. 사과나무에 초록빛 새싹이 얼굴을 내밀어야 봄날이 온다. -이소애 시인
짧은 대화마저 접고 묵묵히 눈빛만 마주치는 건 좋아한다는 것 그 눈빛마저 꼭 감고 상대의 가슴팍에 가서 죽고 싶은 건 사랑한다는 것 백목련은 이 순간에도 홀로 익혀온 정을 바라보는 이를 위해 하얀 묵음黙音으로 펼치고 있으니 이는 티 없이 맑은 지고지순한 사랑의 독백. --------------------------------------- ● 사랑의 희나리가 꺼지지 않고 지고지순한 백목련에 남아 있나보다. 아련한 보고픔이 꽃잎에 생각으로 스며있다. 생각을 어휘로 세상에 내놓는 시인에게 하얀 묵언黙言은 곧 사랑의 전율일 게다. 추위를 몸으로 감고 홀로 우뚝 선 목련은 한 편의 사랑 시를 엮기위해서 봄 햇살을 가슴에 품고 있다. 바라만 보아도 따뜻한 정을 주고 싶은 헌신적인 사랑의 독백이 가물가물 들려온다.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을 목련꽃잎에 새기고 싶은 어느 봄날이다. -이소애 시인
서리가 내렸음에도 국화가 아직 피었다는 것 이른 추위가 찾아왔음에도 온기를 나눌 사람이 있다는 것 촛불이 바람에 꺼지지 않고 번질 수 있다는 것 닫힌 철벽에 꽃을 붙일 수 있는 여유 두드려서 네 마음의 공감을 기대하는 것 기울어진 디케의 저울이 흔들거려 빈 소리로 일제히 허공에 뿌려져도 꽃가루로 떨어질 거라고 믿지 않는 것 그럼에도 이렇게 빛을 밝히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이거밖에 없는 내가 끝까지 남을 나의 주인임을 알고 있다는 것 ▲ 서리가 내렸음에도 국화가 피지 않는다면 꽃이라 불러주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는 일이 생의 목적이다. 시간의 끄트머리에서 엄습해오는 외로움과, 소외감에서 벗어나려면 나와의 대화에서 응답을 해야 한다. 온기를 나눌 사람이 손 닿을 곳에 있는 사실만으로도 나에게 위로를 해주어야 한다. 매일 신발을 신을 수 있어 신발에게 절을 하는 위로. 서리 내리는 가을은 국화꽃을 볼 수 있는 기다림의 위로. 철벽에 꽃이 핀다는 생각이 시를 불러내는 위로였다. -이소애 시인
동구 밖 느티나무 아래 버려진 안마의자가 있다 무너져 내린 어깻죽지 녹슨 다리에 닳고 닳은 관절, 문드러진 속 소소리바람에도 겨워한다 제 팔다리 주무르며 허물어져 간다 황사가 늘어놓는 푸념 너머 바람결에 들려오는 부음, 습관처럼 딴전을 피운다 귀를 후빈다 소식 끊긴 지 십 년 넘은 막둥이라도 기다리는 걸까, 아직은 갈 수 없다는 듯, 손사래 친다 자드락 자드락 헐거워진 뱃구레 틈새로 민들레 한 송이 피워 올렸다 고장 나 버려진 안마의자인 듯 파파 할멈, 동구 밖 느티나무 아래 주저앉아 있다 ========================================== ▲ 소소리바람에도 겨워하는 버려진 안마의자의 틈새에서 피어난 민들레꽃은 희망이다. 십 년 넘게 소식 끊긴 막둥이에게서 기쁜 소식이 올 것이다. 어둔 귀를 후비지 않아도 동구 밖에서 달려 올 막둥이의 환한 웃음을 맞이하는 봄이 되리라. 낡아가는 안마의자의 삐걱거리는 아픔에서 용케 피워 올린 용기에 감탄한다. 겨울을 지나온 강한 의지 보다는 피워 올린 꽃을 본 시인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소애 시인
호수 가득 피어낸 꽃등 새벽 미명에 운동하러 나온 노인 꽃잎 하나 떼어 지팡이 되어주고 공원에 세 들어 사는 비둘기 배고파 우루루 내려오면 꽃잎 두어 장 던져준다 녹조로 길 잃은 물오리새끼 쉬었다 가라고 보듬어 주다가 구경나온 사람들의 땀을 닦아주다가 연신 눌러대는 카메라 앞에 손을 흔들며 또르르 잎사귀에 땀방울 굴린다 땡볕이 칠월의 끝을 지나고 숭숭 구멍 뚫린 꽃 대궁 속에 맺어놓은 마음 하나 ================================== ● 연꽃의 마음이 어머니 마음이다. 연꽃의 생이 어머니 생이다. 진흙탕 속에서 애면글면 피워낸 꽃을 이웃노인에게 지팡이로 선뜻 내어주고 남의 집에 세 들어 사는 비둘기에게 뚝 떼어 건네준다. 물오리새끼를 보듬고 사람들을 안아준다. 그러느라 줄기에 구멍이 숭숭 뚫리는 줄도 모른다. 찬바람 불면 뼈마디가 시리다는 어머니 생각난다. -김제김영
하늘을 보고 살아서 나무의 나이는 둥글다 촘촘한 나이테 안에 하늘을 담을 수 없어 무늬를 그려넣었다 무늬는 나무의 하늘이다 나무가 베풀고 살아온 삶이다 나무는 나이테보다 무늬를 사랑한다 마을 앞 둥구나무 앞을 지나갈 때 내 몸에는 어떤 무늬가 들어있을까 생각한다 나이테보다 자랑스러운 무늬를 생각한다 ============================== ◆ 나무의 나이는 둥글다, 해서 나무 안에는 하늘도 둥글게 담기고 바람도 둥글게 담기고 산새 울음도 둥글게 담긴다. 서운했던 일도, 참을 수 없던 순간도, 마냥 기뻤던 기억도 나무는 제 안에 둥글게 들여놓는다. 둥글다는 것은 처음 자리를 찾아 회복한다는 것, 둥글다는 것은 살아오는 동안의 생채기까지 경륜으로 엮어낸다는 것, 살아가는 동안의 모든 인연들을 어느 하나 놓치지 않고 둥글게 안아준다는 것.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나무처럼 켜켜이 동심원을 가진다는 것. -김제김영
햇살이 눈뜨는 아침부터 밑도 없고 끝도 없는 너를 찾아 걸었다 망초꽃 피는 날엔 슬픔에 젖어 참등나무 여린 꽃이 무시로 피어나면 별처럼 꽃처럼 피어나는 희망에 젖어 비산비야 떠도는 너를 찾아 하염없이 걸었다 무풍의 바람에도 흔들리는 태양 해거름에 쏠리면 서산에 주고 제 피로 호롱에 불 밝히고 너를 찾아 하염없이 걸었다 한 생을 너를 향해 던져 놓은 채. =================== ◇ 꿈이 어디에 있는지는 모른다. 단지 밑도 끝도 없이 걸을 뿐이다. 슬프면 슬픈 대로 기쁘면 기쁜 대로 하염없이 꿈을 향해 걸을 뿐이다. 바람 없는 바람에도 흔들리기 일쑤인 꿈을 찾아 가는 길이 녹록치 않다. 한 생을 오롯하게 꿈을 향해 던져 놓아야 한다. 그래야 겨우 이룰 수 있다. 꿈을 향해 가는 호롱불의 기름이 제 피라니,이 얼마나 준엄한 여정인가. - 김제김영
그냥 통을 받치고 젖을 짜려 하면 별 소득이 없으므로 낙타 주인은 새끼 낙타에게 먼저 젖을 빨게 하다가 새끼 낙타를 떼어내고 마저 젖을 짠다 젖이 돌지 않다가도 새끼가 다가서면 유선에 젖이 돌기 때문이다 젖을 짜는 동안 새끼 낙타를 곁에 세워두는 것도 그 때문이다 새끼를 내려다보는, 어미를 올려다보는 여린 초식동물의 눈망울은 왜 그리 흥그렁 젖어있는지 그저 풀이 자라서 이 사막에 낙타가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안쓰러이 울음 우는 어미 낙타가 있어 새끼 낙타의 젖은 눈망울이 있어 자갈과 모래뿐인 사막에 젖이 돌고 그나마 풀이 자라는 것이다 △가슴이 뭉클하다. 울부짖는 자식을 뒤로하고 출근할 때마다 겪었던 워킹맘의 아픔이 뼈에 사무친다.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새끼를 내려다보는 어미 낙타의 젖은 눈망울처럼 온종일 보내지 않았던가. 먼발치에서 어미를 올려다보는 안쓰럽고 불쌍해 보이는 새끼 낙타의 눈물이 지구를 두 동강 낼 것 같았다. 명절이 다가오면 젖을 먹여 키운 자식들이 더 보고 싶어진다. 자갈과 모래뿐인 사막에 초록빛 생명은 내 마른 몸에서 젖을 돌게 한다. -이소애 시인
관광 전주, 경주에서 배워라
태풍의 눈 ‘통합 전주시장’
남원 모노레일 500억 참사, 시민은 분노한다
완주‧전주 통합, 특례시 지정으로 완성해야
지방선거 앞 공무원 정치적 중립 원칙 지켜야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공직 후보자, 아는 만큼 참모습이 보인다
김온 : 다섯 줄
대선 패배의 반성과 교훈
“위기의 파도 앞에서 우리는 같은 배를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