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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 지나간 자리에노란 병아리 주둥이 만큼싹이 나오더니뻐꾸기 소리에 깜짝 놀라 한 뼘 크고까치 소리에 뜀뛰듯 또 한 뼘 자란다구름 보고 훌쩍 한 뼘 크고익어간 산 빛이 좋아 또 한 뼘 자란다밤하늘 별을 세면서 한 뼘아침 이슬 반짝이자 또 한 뼘식욕이 왕성한 들짐승도 아닌 것이기차를 타고 먼 나라 여행이라도 하는 줄 안다이윽고 호박 넝쿨은 온 언덕을 덮더니들깨 밭까지 내려와 허리를 칭칭 감으며이젠 하늘마저 덮을 듯 기세가 등등하다샛노란 호박꽃 활짝 웃음 짓듯내 알량한 신앙도 그렇게 자랄 수 있다면얼마나 좋을까△여름 내내 밭두렁을 타고 무성하게 벋어나가는 호박 넝쿨을 보고 있다. 푸른 숨소리가 귓전에 닿아 기세 좋게 벋는 호박 넝쿨을 바라보는 것이 무섭기까지 하다. 햇볕과 바람, 세상 모든 것이 여름 내내 호박 넝쿨을 키운다. 뻐꾸기, 까치, 구름, 산, 별, 그리고 아침 이슬까지 모두 호박 넝쿨을 키우는데 골몰하고 있다. 드디어 넝쿨손이 하늘에 닿았다. 삶의 부기를 다스리는 달짝지근한 성품이 완성되었다. 김제 김영·시인
억양이 틀어지고 특이하게 변하는촌스러운 방언 눈물 나게 정겹다얼씨구, 맞장구치는전라도 사투리허벌나게 와버리랑께느그들 그러코롬 싸가지가 없어 어따 쓰것냐니기미, 시방 모라코라어따 껄떡대지 마소△교수님께서 지역 방언에 관한 논문 쓰시는 곁에서 내 토종 사투리를 그대로 발음하는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김제를 벗어나 본 적이 없고 게다가 나는 사투리를 징허게 많이 썼기 때문이다. 삐얄기, 소시랑 호맹이, 달챙이, 멀크락, 교수님이 풀어서 물으시고 나는 단어로 대답하는 시간이었다. 지금도 전라도 사투리를 모아 놓은 폴더가 내 컴퓨터 안에 떡 버티고 있다. 전라도 서부지역 사투리는 조선 전기 국어(고어)와도 많이 닿아있다. 덕분에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그냥 척척 해석되곤 했다. 야 시얌에 두름박질허는 박적 깨져 버렸다잉 살살 썼는디 히마대기 하나 없이 짜개져버렸네잉. 시인의 말처럼 촌스럽지만 눈물 나게 정겹다. ·김제 김영(시인)
태양이 지상의 커튼을 젖히며붉은 장미뚝뚝옥정호 휘도는 길목국사봉 계단에 놓인걸음걸음정지된 시간 너머로몇 겁 인연인가붕어섬은 시방물비늘이 낮별로 떼지어무도회 폴카 연습 중하늘바라기 푸른 숲엔들숨 날숨 콩닥콩닥합궁 채비중이다△덩굴장미가 붉은 태양을 업고 지상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 옥정호 바람을 휘돌며 오솔길에 이르면 철조망 담장 위로 고개를 내민 장미의 유혹에 발길을 멈춘다. 초여름의 유혹은 팔뚝을 걷어 올린 옷으로부터 매력을 느낀다. 뚫어지게 보아야 붕어섬으로 보인다. 물비늘이 낮별로 떼 지어 무도회를 하는가? 덩굴장미의 얼굴이 붉은 이유를 알겠다. 이소애 (시인)
바람 일지 않게스란치마 끄는 소리로그러나 여물게 굴러 떨어지는잎새에 흘러소년의 반짝이는 이꽃잎에 앉아소녀의 부끄러움산천을 씻는 빗물 방울방울산도 들도 초록 세상한 마리 새로 날아서 올라구름도 초록으로 물들이고 싶은△스란치마를 입은 여인의 자태를 생각한다. 대청마루에서 들리는 스란치마 끝자락 소리를 떠올려 본다. 조심스러우면서도 영글게 세상으로 굴러떨어지는 비가 초록이다. 초록 잎에 몸을 내려놓으니 초록빛이고 산천이 초록이니 초록 비리라. 비는 옛날 옛적 소년과 소녀를 떠올리는 부끄러움에 젖게 한다. 싱싱하고 탱글탱글한 빗방울을 새의 날개에 적셔 보고 싶은 화자. 구름에 스며들고 싶은 그리움 때문일까. 이소애 시인
당신을 사랑하는 이 가슴망울진 채 평생피워낼 수 없다면이대로 돌이 되어그대 몸 다하던 날석관石棺으로 깎여향기어린 마디마디이승의 파편들을감싸고나 살으리.△애절한 사랑이 담긴 시다. 화자에 몰입하고 보니 마치 사춘기 시절 가슴 아픈 상처가 되살아나는 듯하다. 수수만년 머리가 하얗도록 꽃피우지 못한 그늘진 사랑을 품고 살다니요. 얼마나 한이 맺혀 그대의 석관으로 거듭나서 이승의 파편들을 감싸고 싶다니요. 허리통증도 아픈 사랑을 공유하는 표징인가요. 사랑하지 않으면 시인이 될 수 없는 건가요. 시인은 우주의 모든 사물을 사랑할 때 시가 분출한다지요. 이소애 시인
손때 맵기로 동네 소문 난 핏대양반어느 여름날 점심,보리밥에 찬물 말아 왈칵왈칵 먹는데울퉁불퉁 인상 궂은 청양고추생된장에 푹 찍어 먹었겠다.약찬 풋고추가 깨나 매웠던지입 호호불어 대며 손부채 부치다가물 한 대접 들이킨다.아이 매워 아 참 고놈, 눈물이 다 핑 도네겸상 밥 먹던 중3 아들아버지, 매운가요?아무리 매워도 아버지 손때 맛만 하겠어요.△마치 어렸을 적 평상에 앉아서 먹던 보리밥이 생각난다. 찬물에 말아 마른 굴비 쭉쭉 찢어 먹던 그 맛. 어머니가 장독에서 퍼온 생된장에 청양고추를 찍어 먹어 보아야 여름을 체험한다. 매운맛에 손부채를 부치다가 물 한 대접 들이키기를 수차례 하다 보면 여름이 갔다. 아하, 아버지 손때 맛이 맵던가요? 아무리 매워도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그 맛을 보여 줄 아버지가 계셨으면 좋겠다. 이소애 시인
먼 여행에서 지쳐 돌아온살들이푸른 이랑마다 피리소리처럼그리움을 심으며 쓰러진다바다는 몇 억년을 태어나고, 노래하고다만 한 소절만을 닮기 위해우리는 매달리고 떨어지다가이윽고 캄캄한 나락에서웃음의 뼈가 된다바다는 그 넓은 용량으로도나의 빈 잔 하나를 채울 수 없어마지막 결심인 양 늘 할딱인다그러나 바다는 나의 힘이요 밧줄이다그대여 바닷가에서 죽어있는 갈매기를 본 일이 있느뇨?무덤이 없는 바닷가에서수많은 무덤들이바다를 보며 그리움으로 쓰러져 푸른 재가 된다.△푸른 재가 넘실거리는 바다에 간다. 잿빛 수도복을 차려입은 갈매기가 개펄에서 와불이 되어 있었다. 피리 소리처럼 가슴을 파고들던 갈매기의 마지막 일갈! 나는 빈 잔을 들고 오늘도 바다를 향해 걷는다. 김제 김영 시인
볼 수 없는 울음이 널 그릴 수 없어메아리로 말할 때마다 보고 싶었지만어둠에서 비벼야만 하나가 되는 암수의 은밀한 촉각처럼간지럽다, 스멀거리듯 바람 일렁이게 하는 진정 그리움이었는지깊은 살 속 파고 들어가 멍한 울림, 소리가 되었는지외로움인지 잘 모르겠다고 어설프게는 울지 마라마디마디 의미 흘려가며 산 속 한 귀퉁이 그저 잘 살고 있는너의 안부가 궁금하지만△ 울음은 손에 잡히지 않는다. 울음은 그리움이다. 세상의 모든 외로움은 다 살을 저미고 뼈를 우려낸다. 울려거든 어설프게는 울지 마라. 누군가는 네 울음소리의 마디마디에 담긴 의미를 헤아리며 지난 시간에 머무르고 있다. 그래서 이 봄이 환장할 지경이다. 김제 김영 시인
푸른 잎 속마다촉촉이 솟는 동백립스틱어머니거울 속 젊은 입술이 보여요하얀 눈가루 창가에 내릴 때콕내게만 찍어주며소녀의 입술을 주던 동백립스틱멍울멍울애타게 달고서당신의 생애는 한 번도그린 적 없는 동백립스틱올해도슬피 붉은 웃음 포갠 채투둑또 지고 있나요언제나 봄날을 눈앞에 펴 놓고△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립스틱 한 번 바르지 않았던 어머니, 자식들의 봄날을 마련하기 위해 평생을 바쳤던 어머니, 겨울 끝나가고 봄볕 들어 삶의 아랫목이 따뜻해질 일만 남았는데 허무하게 져버린 어머니, 봄 오기 전에 뚝뚝 떨어지면서도 자식들은 꽃길만 걷게 하고 싶은 어머니. 동백꽃 안에 들어있는 립스틱, 웃음도 슬픈 동백꽃. 김제 김영 시인
꽃의 심장나무의 이두박근물의 살강의 뼈바다의 푸른 기왓장광활한 구름 천막△봄비 다녀가신 뒤, 만화방창 호시절이 돌아왔습니다. 우리 마음도 호시절이길 간절히 바랍니다.물의 살이고 강의 뼈인 빗방울은 어디로 가서 또 무엇이 되었을까요? 꽃의 심장에 깃들고 나무의 근육을 키우지요. 바다의 푸른 기왓장도 낱낱의 빗방울이 서로 손잡은 것이고, 광활한 구름 천막도 여린 빗방울이 어깨 겯고 모인 것이지요. 빗방울인 우리가 해낸 거지요? -김제 김영 시인
산그늘 다소곳이 안은 보리암울지 못하고 가는 사람들 있을까봐사그락 사그락 발소리 따라 비가 온다빗소리에 돌아눕는 싸리 꽃들이누군가가 흘리고 간 연정을 탐하듯마음과 침묵으로 합장 하고억겁에 짓눌린 눈꺼풀이 땅바닥으로 깔릴 즈음부처님 울안에 걸어둔 연등내 소원 행여 들킬세라바쁜 걸음 재촉해본다.△보리암은 경남 남해군 상주면 상주리 금산 남쪽 봉우리에 있는 절이다. 석가탄신일을 기해서 절에 걸어둔 연등을 바라보노라면 마치 내가 연꽃의 분신 같은 착각이 든다. 연등에 새겨진 이름들을 읽으면서 나도 손바닥에 이름을 써본다. 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 억겁에 짓눌린 눈꺼풀을 감았다 떴다 껌벅거리며 어디서엔가 방황하고 있을 그 사람을 위해서 기도해본다. 산그늘이 비에 젖는다. 이소애 시인
‘ㄱ’자 같은 부부가 횡단보도를 건너간다구순을 바라보는 동안손을 꼭 잡고서로를 염려하면서급할수록 천천히 세상을 건너왔다파란불을 바라보는부부의 얼굴에는언제나 안도의 빛이 어렸다세월의 저편과 이편을 이어주는횡단보도에발자국을 찍으면늙은 부부의 등 뒤로 깔린 노을이 붉다-횡단보도를 건너는 노부부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노을이 깔린 횡단보도는 급할수록 천천히 건너야 안전하다. 살아 온 생도 그러했으리라. 부부의 등 뒤로 부부의 손이 황홀하게 아름답다. 파란불을 바라보며 걸어가는 부부의 손은 얼마나 따뜻할까. 그 따스한 생의 훈훈한 온기가 내게로 와 닿는다. 부부는 서로를 배려하는 것이 사랑이다. 서로를 의지하며 걸어가는 횡단보도가 노부부를 지켜 줄 것이다. 이소애 시인
엉망진창 눈감 땡감으로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었어.춘삼월 긴긴 해,배고파 우는 어린것들,풀죽 쑤어 먹여 살리던어머니 휘파람 같은한숨 꽃이 피었네요,자줏빛 찡한 모성애,전답 팔아 집 나간 큰자식소식 없어 야속해도마디마디 울음 생키며겉으로 웃는 꽃눈물 없이 볼 수 없는우리들 엄니의 꽃동진강가 거산 들녘에암팡지게 널브러져 피네.- 자운영은 어머니의 한숨이 녹아든 꽃이다. 풀죽으로 하루를 사는 어머니의 배고픔을 알고 있는 꽃이다. 울음을 생키는 꽃이어서 동진강가 들녘은 금방 휘파람 소리가 꽃이랑에서 들린다는 화자의 슬픔을 공감하고 싶다. 암팡지게 널브러져 핀 꽃에서 화자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자식의 생명을 위해 헌신하는 어머니의 생을 떠올린다. 엄니의 꽃이 피는 동진강은 해마다 봄이 되면 자운영 꽃빛으로 스며들거다. ·이소애 시인
사나흘 봄바람은 병실 흰 벽에 수채화를 그렸다가로등 그림자에 흔들리는 건벚꽃의 연분홍 유혹이다봄향기 유리창 틈새로 가득했으나한꺼번에 갓 피어난 꽃은손목터널의 고통을 끼고 기억으로 달린다생각이 휘모는 굴곡의 여울엔 통증을 감고 지나가는꾸깃꾸깃 접어둔 용서할 문장들손목으로 지워갈 때 아픔이 사라지는 것가슴 모서리를 휘돌고 가는 참회는벚꽃 입술에 스며든 너그러운 마음으로지독한 그이를 다독일 때다△모든 병은 내 마음으로부터 싹이 튼다. 아니 가슴 깊이 쟁여놓은 미움으로부터 진행된다. 손목터널증후군도 누군가가 연분홍 벚꽃 필 무렵 아픔을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해마다 봄바람이 불면 신들린 사람처럼 고통의 트라우마가 생성될지도 모른다. 치유법은 단 한 가지. 미움을 사랑으로 다독일 때다. 참회하는 순간 고통도 사라 질 거다. 시인 이소애
오십 년 전에가시가 목에 걸렸다지난 날 나를 따라다니던긴 그림자오랜 세월 그 가시아무도 뽑을 수 없었다하나님이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셨다오늘 평생 목에 걸린 그 가시를 하나 뽑았다벚꽃이 하얗게 피어나던2013년 4월 14일내 나이 예순 일곱에대입검정고시에 합격했다서산의 붉은 노을이꽃다발 들고나에게 걸어오고 있다△수목원에서 조각자나무를 본 적이 있다. 커다랗고 굵은 가시가 얼마나 아플까 생각하다가, 이 나무는 왜 가시를 달고 사는가 생각하다가, 대체 이 나무는 꽃은 필 줄 아는가 생각하다가. 꽃 피면 반드시 와서 꼭 안아주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 후 여러 번 수목원에 가서 다시 보았지만, 아직도 그 조각자나무가 꽃 피는 때를 맞추지 못하고 매년 다음 해로 미루었다. 올해도 꼭 조각자나무에 꽃 피면 안아줘야지 생각하다가 이 시를 읽었다. 긴 그림자를 달고 다니던 날들, 마음에 아픈 가시를 이렇게 승화시키다니 참 훌륭하다. 배우는 때를 놓친 것은 아팠지만 후회할 일은 아니다. 단지 깨달음이 늦을까 마음이 급해지는 것이다. ‘장하십니다’ 노을이 온통 시인을 위해 응원한다. 김제 김영·시인
새해 정월 첫날포근하다.華山에 올라산마루 능선을 따라 걷는다.산길 양 옆으로촘촘히 자란개나리 마른 가지를 보며혹시나서둘러 핀꽃은 없는지여기저기 살핀다.억새를 쓰다듬는한 무더기 바람이개나리꽃일랑봄에나 찾으라고넌지시내게 속삭이고는삼천천을 향해 내려간다.나도 얼빠졌지.아직 한겨울에개나리꽃 피었더라면남은 추위에저 어찌 떨며 지내라고…- 마른 가지에서 꽃을 찾는 게 시인이다. 겨울 한 가운데서 봄을 준비하는 게 시인이다. 남들 눈에는 얼빠진 사람처럼 보여도 끝까지 진실을 찾아내는 사람들이 진짜 시인이다. 이 시를 읽기 직전까지, 참 공교롭게도 ‘4·16 단원고 약전’을 읽고 있었다. 내 의지 밖에서 줄줄 흐르는 눈물도 부끄러운 시간이었다. ‘세월호의 진실규명’에서 눈을 거두지 않은 사람들을 존경한다. 마른 가지에서 꽃이 피어나듯 삭아가는 세월호에서 진실이 피어나리라. 김제김영·시인
햇살이 난을 태우고 있는 날밥숟갈 뉘고누룽지 숭늉 네다섯 모금 드신 어머니어미는 어디 갔냐?“예 밭에 갔습니다.”점심은 먹었냐?“에, 먹었습니다.”미수의 어머니방에서 굶는지 모르고어미는 아비 점심상만 차렸다△이런 황당함이 있나? 감기몸살로 하루 종일 방에서 누워 계시는 어머니를 깜빡 잊었다. 며느리는 지아비 점심상만 차려주고는 다시 밭에 나갔다. TV에 골몰하며 내 밥만 먹던 아들에게 건넌방 어머니 말씀 건네신다. ‘어미 어디 갔니?’(나도 배고프다), ‘점심은 먹었니?’(나도 점심밥 줘라) 어머니의 대화법을 모르는 작가는 막둥이처럼 또박또박 대답한다. 신이 내게 물었을 때 나도 그러했으리라. 김제김영·시인
흑싸리 껍데기라 생각하는 친구 둘이서막걸리집에서돼지껍데기를 배춧잎에 싸서 먹는다난 쫄깃쫄깃한 이 돼지껍데기가 제일 맛나더라고돼지껍데기는 피부미용에도 좋다덩만껍데기가 참 좋은 거구만난 속깡만 좋은 줄 알았는디우리 같은 껍데기 인생도 괜찮은 것 아닌가늘 바람처럼 자유로우니고스톱판에서도 마지막에 심 쓰는 것은 껍데기여그렇지 암 그렇고 말고-껍데기 없는 속깡은 없다. 껍데기는 퇴물이 아니다. 지금 속깡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세상의 모든 껍닥이 없어진 후에는 기꺼이 자신이 세상의 껍닥이 되어야 한다. 추운 겨울 내내 촛불을 들고 있는 이 나라의 국민들을 권력자들은 껍데기인줄 알았을 것이다. 자기들 영광의 들러리쯤으로 알았을 것이다. 껍데기가 모든 생명을 튼실하게 자라게 하는 걸 몰랐을 것이다. 그래서 모든 껍데기가 부드럽지만은 않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 내 삶의 껍데기가 되어준 인연들이 한없이 고맙고 감사하다.( ‘껍닥’과 ‘속깡’은 전라도 토속어임) 김제김영
못다 한 사연 두고잠든 영혼들이 모여서 일까여러 산사람이 쏟고 간눈물을 먹고 자라서 일까청춘에 잠든 아들어미의 애타는 마음이그곳에 스민 때문일까봄인데도 용미리 단풍은유난히 붉다- 눈물을 먹고 자란 나뭇잎은 붉은 가보다. 잠든 영혼들이 눈물을 쏟으면 나무는 핏방울처럼 붉디붉어진다. 생명은 서로 상통하기 때문이리라. 밤마다 별빛이 그리워 슬픈 사연을 쓰고, 지우고, 또 써내려간 詩도 붉다고 했다. 하늘나라 별이 되어버린 자식을 그리워하는 어미의 심장도 단풍 들었겠다. 얼마나 아리고 쓰라린 생일까? 그 단풍을 보러 용미리 추모공원에 간다. 시인 이소애
초록이 뿜어낸 피톤치드를 마시며 측백나무 숲길을 걷고 있다 나무는 그냥 숲인 것으로 만족하듯 나도 무엇이 되고 싶은 욕심은 없다 그러나 이곳에 오면 곧게 뻗은 측백나무 밑에 편안하게 누어있는 와불(臥佛)이고 싶은 마음 과욕일까? 부끄러움 같은 것을 느끼면서 눈감고 비스듬히 누어본다- 일어설 수 있을까? 능선 꼭대기에 모셔져 있는 와불의 미소는 알 듯 모를 듯 들리지 않는 말을 건넨다. 교만하고 목이 뻣뻣한 나는 그 말씀을 알아듣지 못할 뿐이다. 포근하고 온화한 미소에는 나의 이기적인 삶에 채찍질을 한다. 와불 곁에 눈감고 누어보는 화자를 생각한다, 욕심을 버리면 와불이 벌떡 일어날까. 내가 일어설 수 있는 거지요. ·시인 이소애
관광 전주, 경주에서 배워라
태풍의 눈 ‘통합 전주시장’
남원 모노레일 500억 참사, 시민은 분노한다
완주‧전주 통합, 특례시 지정으로 완성해야
지방선거 앞 공무원 정치적 중립 원칙 지켜야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공직 후보자, 아는 만큼 참모습이 보인다
김온 : 다섯 줄
대선 패배의 반성과 교훈
“위기의 파도 앞에서 우리는 같은 배를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