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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다가 긴 장대로 별을 톡톡 건드리면 밤송이처럼 별이 툭툭 떨어진다 도시로 간 별들은 가로등이 되고 가까이 걸어 둔 별들은 반딧불이 되고 미처 줍지 못한 별은 도깨비불이 되었다 500원어치 깨를 사서 하늘에 흩뿌리고 사나흘을 기다리면 새싹이 돋아난단다 하늘에서 박힌 깨알들은 주렁주렁 별들을 매달아 놓고 가을에 이천 원어치만 되판단다 그래도 이문이 남는다고 참으로 귀하다고 한다 △시인은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에서 15년을 살았다고 한다. 뼛속으로 파고드는 추위를 경험했으며 실컷 고독을 체험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평상에 누워서 본 별들은 마치 하늘에 흩뿌린 깨알 같다고 한다. 그 깨알을 장대로 건드리면 밤송이처럼 떨어지며 가로등과 반딧불이와 도깨비불이 된다고 한다. 얼마나 주판알을 튕겼는지 깨알 같은 별을 돈으로 환산해보는 화자의 경제적인 눈매가 경이롭다. /이소애 시인
모악령 허리 둘러 골골 모아 흐른 물결 삼천내 이루었다 꽃창포 노란 꽃잎 구름 되어 일렁일 때 어린 갈숲 새로 핀다 대백로 해오라기 치오르는 고기 반겨 꿀 먹은 듯 서있고 세월 가는 소리 조올 졸 시름도 냇물에 띄워 맑은 아침 맞으리라 △세월과 냇물은 거슬러 되돌아올 수 없다. 삼천은 물고기를 꼬나보고 있는 해오라기의 한쪽 발을 감고 돈다. 빛바랜 찔레꽃잎을 훔쳐보다가, 어설픈 해당화는 다홍 치맛자락에 훔쳐 모은 햇살에 정(情)을 풀어놓고 있다. 노란 꽃창포는 천년 전주의 단오 풍경을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낙들이 빨래를 하며 수다를 떨던 이야기를 기억하는 듯 냇물은 소리를 안으로 품고 흐른다. 쉼 없이 오늘과 내일을 이어가고 있다. 시름 대여섯 필 둥둥 떠내려간다. /이소애 시인
남고산성을 따라가면 돌들이 엉켜있다 남남이듯 제멋대로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큰놈은 작은놈을 으스러지게 껴안고 작은놈은 큰놈을 악착스럽게 떠받치고 있다 눈비에 오래 시달리면서 기쁘고 좋은 일만 있었을까 그 중에 몇 놈은 시큰둥하게 비껴 설만도 한데 저리 결기 넘치는 한몸이 되었을까 성첩의 어느 돌 하나 따로 노는 놈이 없다 서로 꽉 껴안아 더 단단해진 성첩에서 마음 모아 눈 부릅뜬 민초들을 본다. △ 서로를 꽉 껴안은 성첩의 돌을 눈 부릅뜬 민초로 의인화시키다니요. 남고산성을 오르면서 성첩은 보았으나 큰놈이 작은놈을 으스러지게 껴안고 있을 민초들은 보지 못했습니다. 역시 시인은 사물과 일체감을 갖고 시인이 사물이 되어 세상을 바라보는군요. 그렇지요, 공동체에서 따로 노는 놈은 왕따를 당하거나 축구공처럼 허공으로 날려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러기에 이 순간에도 굽실거려야 살아남는 요령을 터득하는 겁니다. 자유롭지 못한 결박당한 몸으로 하루를 버티며 살지요. /이소애 시인
▲ 전병윤화선(畵仙)이 바다에 화제(畵題)로 쓴 고군산열도 그 자리엔 두인을 찍고 선유도엔 낙관을 찍었다 동해가 출렁이자 화선과 시선(詩仙)이 함께 모여 바닷물에 붓을 찍어 휘두르자 섬들의 이야기가 살아 오르고 고군산군도의 역사가 푸르러 지더라 열도 위에 기러기 떼 떠오르자 어촌은 모두 선유도(仙遊島)가 되어 무녀도(巫女島)는 춤추고 장자도는 뱃노래를 불러주네 억년 바다에 질긴 세월 뿌린 영혼들 화선으로 환생 했던가, 짠 모래 언덕에 해당화로 피고지고 유인도 무인도를 한 화폭에 담았네. △ 전병윤 시인은 진안문인협회 초대회장과 전북문인협회 부회장, 전북시인협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청소년문화진흥위원과 전북문인협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비가 내린다 오랫동안 하릴없는 사람처럼 바라만보다가 빗속에 남겨둔 것들을 만진다 저만치 비껴서있는, 시간은 언제나 밀쳐왔다 밀려가고 풀지 못한 과제들처럼 슬픔과도 해후한다 슬픔을 빗속에 여러 번 헹구어 빛 좋은 날 포플러 가지위에 걸어두고 웃음을 와르르 쏟아내고 싶다 웃음의 뿌리는 슬픔이기도 한 것이므로 이제 내 가슴 속에서만 비가 내린다 △슬픔을 빗속에 헹구어 포플러 가지 위에 걸어두고 웃음을 쏟아내고 싶다는 화자에게 내 웃음을 전하고 싶다. 웃음의 뿌리가 슬픔이라고 했던가. 풀지 못한 과제들이 궁금하다. 욕심 보따리에 쟁여놓은 시간들이 아닐까? 나의 오후 세 시. 생각만 하여도 온몸에 전율이 엄습해오는 시간이다. 오후 세 시엔 시상에 젖어 시 작업을 하는 시간이다. 이 시간은 마음이 경건해지고 생각이 맑아 청정한 우물에서 낱말을 두레박으로 건져 올리는 시간이어서 화자를 초대하고 싶다. /이소애 시인
아프다는 이유만으로 당신을 멀리 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삭신이 쑤시며 온몸에 신열이 생기어 숨도 못 쉬고 금방 죽을 것만 같습니다. 그래도 하나님이나 부처님을 찾지 않고 혼미해지는 정신 속에서도 당신의 이름을 부름은 아직 사랑이 남아 있음이오 당신만이 치유할 수 있는 열병을 앓고 있음이기 때문입니다. △누구에게나 절대적으로 필요한 게 있다. 어떤 때는 그게 사람이기도 하고 물건이기도 하다. 그러나 물질적인 것이 아니고, 생의 결핍이나 삶의 허기와 맞닥뜨린 사람은 절실하게 신을 찾는다. 시인은 지금 열병을 앓고 있다. 어떤 절대자도 시인의 병을 치유해줄 수 없다. 금방 숨이 끊어질 듯 아픈 시인은 오직 ‘당신’만을 찾는다. 절절한 연애시로 읽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시의 ‘당신’이라는 자리에 ‘시’를 넣어 읽어보면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진다. /김제 김영 시인
▲ 이운룡자고나면 시간과 하루는 느릿느릿 가는데 세월은 빨리빨리 간다. 응, 그래! 늙으면 시간과 하루는 느릿느릿 간다. 그러나 세월은 참 빨리빨리도 간다. 어느덧 한평생 뜨고 진 하루 하루해가 서산마루에 걸터앉았다. △이운룡 시인은 1964~69년 ‘현대문학’에 세차례 시 추천을 완료하고 ‘월간문학’에 문학평론이 당선됐다. 전북문인협회 회장, 중부대 교수, 전북문학관 관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현대시인협회, 한국문인협회 고문을 맡고 있다. 저서로 <이운룡 시전집>, <직관 통찰의 시와 미> 등 28권이 있다.
▲ 전근표세상이 어두우면 하늘은 해와 달과 별들을 가득히 이끌고 오지 더 어두워 봐 별들은 더욱 초롱초롱 빛나지 하늘이 제대로 머리 위에 뜨면 지상은 비로소 길이 열리고 숲들은 일렁이기 시작하며 호수들도 수면 위를 아름다운 음표로 반짝거리지 사람 산다는 게 별거야 시시때때로 번져오는 하늘의 말씀을 귀담아 듣고 지상에 사무치며 흐르는 바람결에 몸을 맡기는 거야 세상이 어두울수록 우리들 눈빛을 더욱 반짝거리는 거야 △전근표 시인은 2008년 한국시로 등단해 한국시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 한국문인협회 진안지부 6대 회장을 역임했다. 시집 <사랑합니다! 아버지> 등이 있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에게 “안녕”이라고 한꺼번에 인사하지 마 하나하나 눈빛을 맞추며 정겨운 마음으로 “안녕”이라고 빛나는 별 하나 마다 인사를 나눠. 모두가 똑같은 별이 아니니까… △선거를 앞두고 은연 중에 선거운동이 시작되었다. 여기저기서 이름을 알리느라 바쁜 후보들이 읽어보아야 할 작품이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이 모두 똑같은 별이 아니다. 많고 많은 유권자가 다 똑같은 유권자가 아니다. 어떤 모임의 우두머리나 자칭 힘센 사람들을 동원하지 마시라. 스스로 오피니언 리더라고 생각하지 마시라. 세상의 모든 유권자는 각자 다 다르다. 이름도 다르고, 얼굴도 다르고, 취미도 다르다. 하나하나 눈을 맞추며 정성을 다해 안부를 물으시라. 그래야 그들이 그들 고유의 색으로 반짝인다. 그래야 우리 사는 세상이 아름답다. /김제 김영 시인
술 향기 쫓아 질척이는 길 밤을 낮 삼아 낮을 안주삼아 끈적이던 불나방 기나긴 타오르는 몸부림 사방 트인 음습한 골짜기 지나 뼈 속 깊이 통풍으로 들어앉아 짓궂은 흐린 날엔 바람난 골수 구멍 숭덩숭덩 지나 낮은 저음 휘파람 소리로 욱신욱신 육자배기로 이리저리 뒤척이는 몸 연신 잠 이루지 못하고 빨판 거머리로 달라붙은 술의 기운 애먼 푸른 핏줄 깊숙이 낚아 맨입으로 나갈 수 없다며 갈팡질팡 튀는 음정 갈지자 권주가로 흥정한다. △술이 무엇일까? 물속에 들어있는 불이다. 불을 보고 덤비는 불나방도 있겠고, 타오르는 골짜기도 있겠다. 핏줄을 타고 흐르는 뜨거운 불이 빨판 거머리처럼 몸을 들쑤시고 다닌다. 이 불을 뼛속 깊이 들어 앉혀 놓으면 흐린 날엔 뼈 피리가 육자배기 가락을 쏟아낸다. 오늘 음정이 튀고 걸음이 비틀거려도 향기를 좇아 다시 권주가를 부른다. 술을 사랑하는 세상의 모든 시인이여 건필하시라. <김제 김영 시인>
내 친구 서진이가 돌아왔다 큰 도시로 이사를 갔는데 다시 왔다 왜 왔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참 좋았다 모정에선 이러쿵 저러쿵 궁금해 하지만 나는 상관없다 우리가 축구를 하는데 서진이는 골키퍼였다 이젠 걱정이 없다 서진이가 골키퍼를 할 수 있으니까 △어른들이 뭐라 하시든 상관없다. 나는 서진이가 좋다. 서진이가 없는 동안에 나는 외로웠다. 골키퍼 없는 축구경기는 아무 의미가 없다. 서진이 없는 축구는 아무 재미가 없다. 서진이가 없는 동안은 밥맛도 없었을 것이다. 친구를 대하는 순수한 마음이 좋다. 어른들이 이러쿵저러쿵하시는 말은 실은 어른들의 호기심 정도일 것이고, 우리들은 그저 친구가 돌아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좋다. 어른이 되어서도 이런 맑은 마음을 키우는 시인이 참 부럽다. <김영 시인>
사람 만날 일이 뚝 끊긴다 수다도 없어지고 땀 흘릴 일도 없어져 꽃이 피어도 햇빛이 반짝여도 그저 그렇다 기쁨도 슬픔도 다녀가지 않아 우울한 나날 오직, 밥 생각만 한다 자장면 설렁탕 김치찌개 쌀밥 파전 찰떡 사랑을 끊으면 사랑에 갇히고 밥을 끊으면 밥에 갇힌다 △짧은 시가 참 재밌다. 단숨에 읽고 나면 내 이야기를 옮겨 놓은 것 같다. 단식을 경험했을 때 마음의 변화를 현미경으로 본 듯하다. 몸맵시를 생각하면 어떠한 유혹에도 넘어가지 말아야 하는 일. 그러나 밥을 끊으면 밥에 갇힌다는 화자와 공감한다. ‘사랑을 끊으면 사랑에 갇히고’라는 행에서 내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사랑을 끊으면 괴롭다, 슬프다, 아프다 등 형용사를 피한 ‘갇히다’라는 동사가 나를 사로잡는다. <이소애 시인>
자! 우리 이제부터 시작이다 허리띠 졸라매고 보릿고개 넘던 혈육 칼날에 허리 잘리우고 눈물로 가슴 아파 온지 얼마 투쟁은 발전위한 싸움이던가 이제 용서하리라 남북이 잘못했다 고백하자 감싸안고 무릎 맞대어보라 눈부신 사명 보이지 않는가 상봉의 눈물 뜨겁게 적시어보자 시간 없다 눈물 흘릴 시간… 축제를 열자! 어서! 패자도 없고 승자만 있으리니 꽃을 피우자! 통일을 위해 한라와 백두에 무지개 다리를 놓자! △전근표 시인은 2008년 월간 한국시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 진안지부 제6대 회장을 역임했으며, <사랑합니다! 아버지> 등 다수의 시집을 냈다. 한국시 문학대상을 받기도 했다.
푸른 꿈을 꾸는 사람 뜨거운 땀의 길로 가라 붉은 꿈을 찾을 수 있다 땀으로 빚은 자기의 극복을 보라 오성의 금빛이, 컬링의 영미가 봅슬레이 용사들의 백분의 일 초가 열다섯 개의 별들이 모두 그렇다 눈과 얼음의 길 위에서 하얀 분노의 질주를 보았다 청춘의 열기에 녹아나는 얼음판 그 위에서 피어나는 꽃을 보았다 얼어붙은 남북의 길 위에도 성화를 앞세워야 한다 마니산에서 채화하여 마이산을 돌아서 서울에서 평양까지 모든 십자가엔 불을 밝히고 산사엔 향불을 피워놓고 우리 서로 손잡고 뛰어보자 평화의 성화를 앞세우고 뜨거운 땀과 눈물을 뿌리자 칠천만이 함께 같은 꿈을 꾸자 분홍빛 평화의 꽃을 피우자. △전병윤 시인은 진안문협 초대회장으로 전북문협부회장·전북시인협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문협 청소년진흥위원, 전북문예회원, 온글문학회원, 두리문학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원고지다불 켜진 창마다언어가 사는,불 꺼진 창마다언어가 숨는소설이다시다△짧은 시 속에 고층아파트 숲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숲속에 살면서도 숲을 보지 못하고 콘크리트 벽에 새긴 아파트 이름과 동을 표시하는 숫자만 읽곤 했었다. 그 속에서 살고 있을 사람은, 아니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고 있을지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가끔 새벽에 나보다 먼저 불이 켜진 아파트를 보면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일 거라고 내 자신에게 응답했었다. 이 시를 읽으면서 고층아파트 창문을 바라보니 네모난 창문이 원고지 같았다. 그런데 그 속에 언어가 살다니요. 놀랍습니다. 불 꺼진 창은 시를 쓰고 소설을 쓰는 행동하는 언어가 숨어 있다니요. <시인 이소애>
해가 뜨면일제히 고개를 드는해바라기내 온몸의해바라기는너를 향해 있다눈부신 노을을 남기고산을 넘어간 너 때문에잠들지 못하고내내너만 향해 있다.해가 뜨면너를 향해 다시 고개를 드는나는 해바라기△ ‘너’라고 부르는 강렬한 소리가 창문을 깬다. 쫘악 금이 간다. 눈부신 노을을 남기고 떠난 너, 온몸이 너를 향해 있어 잠들지 못하고 울부짖는 해바라기, 태양이 떠오르면 저절로 고개를 들고야 마는 연약한 해바라기를 불러본다. 온몸이 너를 향해 있음은 나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는 일. 온통 그리움으로 화자는 하루를 사는 걸까. 혹여 화자를 잊고 산을 넘어간다 할지라도 먼발치에서 빛의 부스러기를 맞이할 슬픔이 보이는 시다. 나는 너의 해바라기이니까. <이소애 시인>
눈빛조차 짜다내장 다 빼낸 뱃속을 소금으로 봉한 채통증을 발라먹고 있다시장 모퉁이물 간 바다 한 자락,갯비린내 풀풀 날리는 햇살 쫓느라물 한 바가지 끼얹자몸을 절였던 바다가 허공 가득 풀린다간을 쳐도 스미지 않는 몸,한 때, 꼬리지느러미로 검푸른 바다 휘감았던 그가더는 상할 것도 없는 짜디짠 고집그 힘으로좌판에 누워 온종일 시장바닥 헤엄치고 있다.△참 맛깔스러운 시다. 좌판에 누워 시장바닥 헤엄치고 있을 간고등어가 나의 마음을 끌고 갔으니 나를 흔들어 놓은 시다. 짭조름한 간고등어는 연탄불에 굽고 있을 어머니 손 냄새에서도 났다. 그 냄새는 어린 시절 햇볕 잘 드는 마루에서 귓밥 제거 할 때, 어머니 몸빼바지에 배 있어 사르르 졸음 속에서 검푸른 바다를 상상하게 하였다. 월급날 신문지에 돌돌 말아 들고 오시는 아버지의 축 늘어진 어깨가 눈에 선하다. 온종일 통증을 발라먹고 산 부모님을 생각나게 하는 시다. 이소애 시인
입으로 토해놓은 辯(변)을 씻을 방법이 있을까내장의 비밀한 나눔과 착취를 거친 便(변)은 어떤지외출하는 변은 서로 같은데하나는 무형이고 하나는 유형이네체면을 위한 가식의 그림자 속에냄새나는 辨(변)과 便(변)은서로가 너무 가여웠다삶이 계속되는 한 인생의 구역질을 맑은 하늘에 쏟으며흙으로 돌아갈 여생의 평화를 기원한다저 便(변)의 근원은 입구의 辯(변)을 우러러보다가끔 저주를 퍼부어대며 진한 향기를 바친다△살아있는 것들의 토사물 중에서 이로운 것은 꿀밖에 없다는 말을 문단 말석에 앉아 들은 적 있다. 그때는 그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화음과 칭찬의 말도 이로운 것인데 왜 꿀밖에 없다고 하시는 걸까?시간 좀 지나니 얼핏 이해가 간다. 아름다운 화음도 누군가에게는 소음이 될 수 있고, 칭찬의 말도 상대적인 것이어서 마냥 이롭지만은 않은 듯하다. 설마 꿀이라고 다 이롭기만 할까? 오늘 하루라도 辯(변)을 토하지 말아야겠다. 모처럼 하늘이 맑지 않은가?<김제 김영 시인>
부모 곁을 처음 떠나기숙사에서 대학 다닐 때 보내온내 아버지 엽서 한 장첫째, 남 쉴 때 공부하고둘째, 남 잘 때 공부하고셋째, 남 공부할 때 공부하라. 고내 자식들 상경하여 학교 다닐 적에내가 보낸 엽서 한 장남 쉴 때 함께 쉬고남 잘 때 같이 자고남 공부할 때 그냥 공부 좀 하고 건강하면 된다. 고우리 아이들과 나보통으로 잘 살고 있다.△보통으로 산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남 쉴 때 공부하고 남 잘 때 공부한 이유가 어찌 자식 당대의 성공을 위해 부탁하신 말씀이시겠는가? 아버지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여 차곡차곡 내공이 쌓이면, 이젠 남 잘 때 같이 자고, 남 쉴 때 같이 쉬면서 보통으로 살 수 있는 내공이 생기는 것이다. 그 시절 어른들이 견뎌내신 실패의 경험이 축적된 유전자의 힘으로 후손들은 이제야 보통사람의 삶을 누리는 것이다. <김제 김영 시인>
아프리카 별들은 죽어 바다에서 다시 태어난다물보라처럼 솟아오르는 것은 하늘의 영혼동그란 똥 덩어리 하나면 평생을 먹을 수 있는쇠똥구리가 제 몸보다 큰 먹이를 지고서 간다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물구나무서기를 한 채길을 재촉하지만 끝내 모래밭에 갇히고 말았다시지프스처럼 모래 언덕을 오르다 미끄러지고다시 일어서 굴려도 보는데 먹이는 그새 말라버렸다먹이를 짊어지고 있을 때에는 앞을 볼 수 없었던 그는먹이를 버렸을 때 비로소 하늘을 올려다볼 수도사막을 바로 걸을 수도 있게 되었다별들은 바다에 떨어져 새로 태어나고쇠똥구리는 편안한 잠을 청하였다△아프리카의 밤은 온천지가 다 별 밭이다. 낮 동안 하늘을 우러러본 모든 것들이 바다에서 다시 태어나기 때문이다. 주린 배를 밤새 달래는 아이의 눈동자도, 그런 아이를 우두커니 지켜볼 수밖에 없는 유칼립투스 이파리도, 그걸 밤새 채록하는 시인의 눈도 모두 모두 별로 태어나기 때문이다. 목적지를 목전에 두고 끝내 굴러떨어진 쇠똥구리가, 최소한의 먹이조차 말라 비틀어져 버린 쇠똥구리가, 사막을 건너간다. 갈증이 비구름 쪽으로 길을 잡는다. 밤하늘의 별들이 왜 그렇게 그렁거리는지 아프리카는 안다. <김제 김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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