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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틈에 왔을까 왕눈이 저 사내, 백주대낮 십구 층 난간에 매달려 삼복에 등물 친 알몸 닳도록 훑는다 여기가 어디라고 겁도 없이 올라와 주먹만 한 눈망울 위아래로 굴린다 화들짝 나도 모르게 젖가슴을 가린다 능청스런 저 눈길 왠지 낯설지 않다 제풀에 뜨겁게 익어가던 고추잠자리 유유히 자리를 뜬다 나도 따라, 붉다 =============================================================== △페이소스가 강렬하다. 유유히 자리를 뜨는 고추잠자리의 파장이 가슴을 휘도는 정감을 느끼게 한다. 등물 친 알몸으로 난간에 매달릴 힘이 없으면 잠자리가 아니리. 방황하는 마음에 이정표처럼 허공에 그린 날갯짓은 차라리 붉다, 붉지. 겁도 없이 화들짝 나도 모르게 부끄러움을 갖게 하는 고추잠자리의 능청스러운 눈망울이 그립다. 바지랑대에 앉아서 날 놀리던 어린 시절의 고추잠자리도 붉었다. /이소애 시인
빤히 올려다보면 계수나무 한 가지 툭 부러져있고 나를 슬그머니 들어올릴 것 같은 이 하나 빠지지 않은 둥근 달이 뜬다 창호지에 본을 떠서 창문에 오래도록 걸어두려 했는데 우물이 먼저 와서 제 집에 들여놓았다 아뿔싸, 달은 하난데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오고 있다 △너무 많은 것을 배우느라 너무 많은 것들을 잃어버렸다. 위성을 배우느라 달을 잃어버렸고, 로봇 탐사선을 배우느라 방아 찧는 토기도 잃어버렸다. 자연스럽게 달 속의 계수나무도 잃어버렸다. 오래도록 창문에 걸어두고 싶은 달은 우물에 빼앗겨버렸다. 사람들이 달을 구경하려고 우르르 우물가로 몰려드는데, 저 인파에 끼여 옥신각신 자리다툼을 할 생각이 없는 나는 에라, 모르겠다 허공으로 눈길을 돌린다. 거기 둥근 달이 환하다. 저런, 우물 속의 달은 허상이었구나. /김제 김영 시인
강변의 산책길 자벌레 한 마리가 무릎을 꿇고 두 팔꿈치를 땅에 댄 다음 머리가 땅에 닿도록 절을 하며 오체투지하고 있다 힘들 것 같아 꽃가지로 일으켜 풀잎에 올려놓으니 몸을 동그랗게 말고서 나를 노려본다 △ ‘감 놔라 배 놔라 둥글어 간다 깎아 놔라’ 이렇게 간섭하는 사람은 그래도 인간적이다. ‘다 너를 생각해서 그렇다’ ‘내가 너에게 어떻게 했는데 그럴 수가 있냐’ ‘조직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말로 남의 생에 함부로 간섭하고 훈수 두는 사람들이 읽어야 할 시다. ‘자벌레 한 마리가 동그랗게 몸을 말고서’ 내게 하는 말 ‘함부로 내 인생에 간섭하지 마라. 꽃가지라고 우기며 함부로 내밀지 마라, 내게는 꽃가지가 아니라 막대기로 보인다. 그대가 내미는 꽃가지가 흉기로조차 보일 때도 있다.’ 가슴 한편이 서늘하다. 오늘 하루라도 판단·분별 버리고, 어설픈 배려심 버리고 묵언해야겠다. /김제 김영 시인
가도 가도 저 끝이 보이지 않는 인생길 무엇이 그리 바빠 가쁜 숨 몰아쉬며 앞으로 그리 서둘러 앞으로만 가는가 인생길 가는 동안 여유롭게 가야할 길 쉬었다 가더라도 늦지 않은 우리의 길 가던 길 잠시 멈추고 돌아보며 가세나 △한 해가 또 반 너머 가버렸다. 이루고자 하는 일들이 많았을수록 허망함도 크다. 비 오시는 날, 바람 좋은 날은 비와 바람을 핑계 삼아 앞으로만 가려고 했던 마음을 잠시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벌써 올 상반기도 너무 바쁘게 살지 않았는가?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얼마나 가졌는가? 이웃의 안부는 챙기며 살았는가? 마른 대궁이었던 국화는 저만큼의 잎을 가지고도 가을꽃을 피울 수 있겠는가? 오늘 하루쯤은 찬찬히 톺아보아야 할 것 아닌가? /김제 김영 시인
지금껏 누구의 가슴이 저렇듯 뜨거웠을까 태워도 태워도 남겨진 불덩이 출렁이는 붉은 하늘빛 가슴 뛰게 하는 황홀함 오늘을 마지막처럼 살다 물 주름 사이로 숨는 너 내 눈빛 거두게 하고 열정의 발자국 남기고 사라지는 낙조여! △낙조와 만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감탄하게 된다. 낙조가 거느린 하늘이 웅장해서 감탄하고 낙조의 표정이 장엄해서 감탄한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저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가질 때까지 그가 겪어온 바람과 구름을 헤아린 마음도 함께 있다. 열심히 살아왔을 열정에 대한 박수와 존경도 함께 있다. 인생 황혼기에 접어들어 단 한 사람에게도 감탄 받지 못하는 사람은 젊은 시간을 열정 없이 흘려보낸 것이 틀림없다. 김제 김영 시인
▲ 전근표해 저문 서쪽 하늘에 황금빛 실눈썹 하나 어둠 찾아 선잠 깬 아기천사 눈망울 일레라 지친 몸 나를 불러 방긋 방긋 윙크를 한다 “고마워”, “감사해” 이쁜 네마음 깊은 어둠 열 밤 지나면 둥두렷 네 앞가슴엔 계수나무 옥토끼 혹시나 내 생에 바람 불고 구름 가리면 못다 핀 내 푸른 꿈 너라도 그려주렴 그때 다시 나와함께 하늘에 노세나
평상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다가 긴 장대로 별을 톡톡 건드리면 밤송이처럼 별이 툭툭 떨어진다 도시로 간 별들은 가로등이 되고 가까이 걸어 둔 별들은 반딧불이 되고 미처 줍지 못한 별은 도깨비불이 되었다 500원어치 깨를 사서 하늘에 흩뿌리고 사나흘을 기다리면 새싹이 돋아난단다 하늘에서 박힌 깨알들은 주렁주렁 별들을 매달아 놓고 가을에 이천 원어치만 되판단다 그래도 이문이 남는다고 참으로 귀하다고 한다 △시인은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에서 15년을 살았다고 한다. 뼛속으로 파고드는 추위를 경험했으며 실컷 고독을 체험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평상에 누워서 본 별들은 마치 하늘에 흩뿌린 깨알 같다고 한다. 그 깨알을 장대로 건드리면 밤송이처럼 떨어지며 가로등과 반딧불이와 도깨비불이 된다고 한다. 얼마나 주판알을 튕겼는지 깨알 같은 별을 돈으로 환산해보는 화자의 경제적인 눈매가 경이롭다. /이소애 시인
모악령 허리 둘러 골골 모아 흐른 물결 삼천내 이루었다 꽃창포 노란 꽃잎 구름 되어 일렁일 때 어린 갈숲 새로 핀다 대백로 해오라기 치오르는 고기 반겨 꿀 먹은 듯 서있고 세월 가는 소리 조올 졸 시름도 냇물에 띄워 맑은 아침 맞으리라 △세월과 냇물은 거슬러 되돌아올 수 없다. 삼천은 물고기를 꼬나보고 있는 해오라기의 한쪽 발을 감고 돈다. 빛바랜 찔레꽃잎을 훔쳐보다가, 어설픈 해당화는 다홍 치맛자락에 훔쳐 모은 햇살에 정(情)을 풀어놓고 있다. 노란 꽃창포는 천년 전주의 단오 풍경을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낙들이 빨래를 하며 수다를 떨던 이야기를 기억하는 듯 냇물은 소리를 안으로 품고 흐른다. 쉼 없이 오늘과 내일을 이어가고 있다. 시름 대여섯 필 둥둥 떠내려간다. /이소애 시인
남고산성을 따라가면 돌들이 엉켜있다 남남이듯 제멋대로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큰놈은 작은놈을 으스러지게 껴안고 작은놈은 큰놈을 악착스럽게 떠받치고 있다 눈비에 오래 시달리면서 기쁘고 좋은 일만 있었을까 그 중에 몇 놈은 시큰둥하게 비껴 설만도 한데 저리 결기 넘치는 한몸이 되었을까 성첩의 어느 돌 하나 따로 노는 놈이 없다 서로 꽉 껴안아 더 단단해진 성첩에서 마음 모아 눈 부릅뜬 민초들을 본다. △ 서로를 꽉 껴안은 성첩의 돌을 눈 부릅뜬 민초로 의인화시키다니요. 남고산성을 오르면서 성첩은 보았으나 큰놈이 작은놈을 으스러지게 껴안고 있을 민초들은 보지 못했습니다. 역시 시인은 사물과 일체감을 갖고 시인이 사물이 되어 세상을 바라보는군요. 그렇지요, 공동체에서 따로 노는 놈은 왕따를 당하거나 축구공처럼 허공으로 날려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러기에 이 순간에도 굽실거려야 살아남는 요령을 터득하는 겁니다. 자유롭지 못한 결박당한 몸으로 하루를 버티며 살지요. /이소애 시인
▲ 전병윤화선(畵仙)이 바다에 화제(畵題)로 쓴 고군산열도 그 자리엔 두인을 찍고 선유도엔 낙관을 찍었다 동해가 출렁이자 화선과 시선(詩仙)이 함께 모여 바닷물에 붓을 찍어 휘두르자 섬들의 이야기가 살아 오르고 고군산군도의 역사가 푸르러 지더라 열도 위에 기러기 떼 떠오르자 어촌은 모두 선유도(仙遊島)가 되어 무녀도(巫女島)는 춤추고 장자도는 뱃노래를 불러주네 억년 바다에 질긴 세월 뿌린 영혼들 화선으로 환생 했던가, 짠 모래 언덕에 해당화로 피고지고 유인도 무인도를 한 화폭에 담았네. △ 전병윤 시인은 진안문인협회 초대회장과 전북문인협회 부회장, 전북시인협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청소년문화진흥위원과 전북문인협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비가 내린다 오랫동안 하릴없는 사람처럼 바라만보다가 빗속에 남겨둔 것들을 만진다 저만치 비껴서있는, 시간은 언제나 밀쳐왔다 밀려가고 풀지 못한 과제들처럼 슬픔과도 해후한다 슬픔을 빗속에 여러 번 헹구어 빛 좋은 날 포플러 가지위에 걸어두고 웃음을 와르르 쏟아내고 싶다 웃음의 뿌리는 슬픔이기도 한 것이므로 이제 내 가슴 속에서만 비가 내린다 △슬픔을 빗속에 헹구어 포플러 가지 위에 걸어두고 웃음을 쏟아내고 싶다는 화자에게 내 웃음을 전하고 싶다. 웃음의 뿌리가 슬픔이라고 했던가. 풀지 못한 과제들이 궁금하다. 욕심 보따리에 쟁여놓은 시간들이 아닐까? 나의 오후 세 시. 생각만 하여도 온몸에 전율이 엄습해오는 시간이다. 오후 세 시엔 시상에 젖어 시 작업을 하는 시간이다. 이 시간은 마음이 경건해지고 생각이 맑아 청정한 우물에서 낱말을 두레박으로 건져 올리는 시간이어서 화자를 초대하고 싶다. /이소애 시인
아프다는 이유만으로 당신을 멀리 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삭신이 쑤시며 온몸에 신열이 생기어 숨도 못 쉬고 금방 죽을 것만 같습니다. 그래도 하나님이나 부처님을 찾지 않고 혼미해지는 정신 속에서도 당신의 이름을 부름은 아직 사랑이 남아 있음이오 당신만이 치유할 수 있는 열병을 앓고 있음이기 때문입니다. △누구에게나 절대적으로 필요한 게 있다. 어떤 때는 그게 사람이기도 하고 물건이기도 하다. 그러나 물질적인 것이 아니고, 생의 결핍이나 삶의 허기와 맞닥뜨린 사람은 절실하게 신을 찾는다. 시인은 지금 열병을 앓고 있다. 어떤 절대자도 시인의 병을 치유해줄 수 없다. 금방 숨이 끊어질 듯 아픈 시인은 오직 ‘당신’만을 찾는다. 절절한 연애시로 읽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시의 ‘당신’이라는 자리에 ‘시’를 넣어 읽어보면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진다. /김제 김영 시인
▲ 이운룡자고나면 시간과 하루는 느릿느릿 가는데 세월은 빨리빨리 간다. 응, 그래! 늙으면 시간과 하루는 느릿느릿 간다. 그러나 세월은 참 빨리빨리도 간다. 어느덧 한평생 뜨고 진 하루 하루해가 서산마루에 걸터앉았다. △이운룡 시인은 1964~69년 ‘현대문학’에 세차례 시 추천을 완료하고 ‘월간문학’에 문학평론이 당선됐다. 전북문인협회 회장, 중부대 교수, 전북문학관 관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현대시인협회, 한국문인협회 고문을 맡고 있다. 저서로 <이운룡 시전집>, <직관 통찰의 시와 미> 등 28권이 있다.
▲ 전근표세상이 어두우면 하늘은 해와 달과 별들을 가득히 이끌고 오지 더 어두워 봐 별들은 더욱 초롱초롱 빛나지 하늘이 제대로 머리 위에 뜨면 지상은 비로소 길이 열리고 숲들은 일렁이기 시작하며 호수들도 수면 위를 아름다운 음표로 반짝거리지 사람 산다는 게 별거야 시시때때로 번져오는 하늘의 말씀을 귀담아 듣고 지상에 사무치며 흐르는 바람결에 몸을 맡기는 거야 세상이 어두울수록 우리들 눈빛을 더욱 반짝거리는 거야 △전근표 시인은 2008년 한국시로 등단해 한국시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 한국문인협회 진안지부 6대 회장을 역임했다. 시집 <사랑합니다! 아버지> 등이 있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에게 “안녕”이라고 한꺼번에 인사하지 마 하나하나 눈빛을 맞추며 정겨운 마음으로 “안녕”이라고 빛나는 별 하나 마다 인사를 나눠. 모두가 똑같은 별이 아니니까… △선거를 앞두고 은연 중에 선거운동이 시작되었다. 여기저기서 이름을 알리느라 바쁜 후보들이 읽어보아야 할 작품이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이 모두 똑같은 별이 아니다. 많고 많은 유권자가 다 똑같은 유권자가 아니다. 어떤 모임의 우두머리나 자칭 힘센 사람들을 동원하지 마시라. 스스로 오피니언 리더라고 생각하지 마시라. 세상의 모든 유권자는 각자 다 다르다. 이름도 다르고, 얼굴도 다르고, 취미도 다르다. 하나하나 눈을 맞추며 정성을 다해 안부를 물으시라. 그래야 그들이 그들 고유의 색으로 반짝인다. 그래야 우리 사는 세상이 아름답다. /김제 김영 시인
술 향기 쫓아 질척이는 길 밤을 낮 삼아 낮을 안주삼아 끈적이던 불나방 기나긴 타오르는 몸부림 사방 트인 음습한 골짜기 지나 뼈 속 깊이 통풍으로 들어앉아 짓궂은 흐린 날엔 바람난 골수 구멍 숭덩숭덩 지나 낮은 저음 휘파람 소리로 욱신욱신 육자배기로 이리저리 뒤척이는 몸 연신 잠 이루지 못하고 빨판 거머리로 달라붙은 술의 기운 애먼 푸른 핏줄 깊숙이 낚아 맨입으로 나갈 수 없다며 갈팡질팡 튀는 음정 갈지자 권주가로 흥정한다. △술이 무엇일까? 물속에 들어있는 불이다. 불을 보고 덤비는 불나방도 있겠고, 타오르는 골짜기도 있겠다. 핏줄을 타고 흐르는 뜨거운 불이 빨판 거머리처럼 몸을 들쑤시고 다닌다. 이 불을 뼛속 깊이 들어 앉혀 놓으면 흐린 날엔 뼈 피리가 육자배기 가락을 쏟아낸다. 오늘 음정이 튀고 걸음이 비틀거려도 향기를 좇아 다시 권주가를 부른다. 술을 사랑하는 세상의 모든 시인이여 건필하시라. <김제 김영 시인>
내 친구 서진이가 돌아왔다 큰 도시로 이사를 갔는데 다시 왔다 왜 왔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참 좋았다 모정에선 이러쿵 저러쿵 궁금해 하지만 나는 상관없다 우리가 축구를 하는데 서진이는 골키퍼였다 이젠 걱정이 없다 서진이가 골키퍼를 할 수 있으니까 △어른들이 뭐라 하시든 상관없다. 나는 서진이가 좋다. 서진이가 없는 동안에 나는 외로웠다. 골키퍼 없는 축구경기는 아무 의미가 없다. 서진이 없는 축구는 아무 재미가 없다. 서진이가 없는 동안은 밥맛도 없었을 것이다. 친구를 대하는 순수한 마음이 좋다. 어른들이 이러쿵저러쿵하시는 말은 실은 어른들의 호기심 정도일 것이고, 우리들은 그저 친구가 돌아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좋다. 어른이 되어서도 이런 맑은 마음을 키우는 시인이 참 부럽다. <김영 시인>
사람 만날 일이 뚝 끊긴다 수다도 없어지고 땀 흘릴 일도 없어져 꽃이 피어도 햇빛이 반짝여도 그저 그렇다 기쁨도 슬픔도 다녀가지 않아 우울한 나날 오직, 밥 생각만 한다 자장면 설렁탕 김치찌개 쌀밥 파전 찰떡 사랑을 끊으면 사랑에 갇히고 밥을 끊으면 밥에 갇힌다 △짧은 시가 참 재밌다. 단숨에 읽고 나면 내 이야기를 옮겨 놓은 것 같다. 단식을 경험했을 때 마음의 변화를 현미경으로 본 듯하다. 몸맵시를 생각하면 어떠한 유혹에도 넘어가지 말아야 하는 일. 그러나 밥을 끊으면 밥에 갇힌다는 화자와 공감한다. ‘사랑을 끊으면 사랑에 갇히고’라는 행에서 내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사랑을 끊으면 괴롭다, 슬프다, 아프다 등 형용사를 피한 ‘갇히다’라는 동사가 나를 사로잡는다. <이소애 시인>
자! 우리 이제부터 시작이다 허리띠 졸라매고 보릿고개 넘던 혈육 칼날에 허리 잘리우고 눈물로 가슴 아파 온지 얼마 투쟁은 발전위한 싸움이던가 이제 용서하리라 남북이 잘못했다 고백하자 감싸안고 무릎 맞대어보라 눈부신 사명 보이지 않는가 상봉의 눈물 뜨겁게 적시어보자 시간 없다 눈물 흘릴 시간… 축제를 열자! 어서! 패자도 없고 승자만 있으리니 꽃을 피우자! 통일을 위해 한라와 백두에 무지개 다리를 놓자! △전근표 시인은 2008년 월간 한국시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 진안지부 제6대 회장을 역임했으며, <사랑합니다! 아버지> 등 다수의 시집을 냈다. 한국시 문학대상을 받기도 했다.
푸른 꿈을 꾸는 사람 뜨거운 땀의 길로 가라 붉은 꿈을 찾을 수 있다 땀으로 빚은 자기의 극복을 보라 오성의 금빛이, 컬링의 영미가 봅슬레이 용사들의 백분의 일 초가 열다섯 개의 별들이 모두 그렇다 눈과 얼음의 길 위에서 하얀 분노의 질주를 보았다 청춘의 열기에 녹아나는 얼음판 그 위에서 피어나는 꽃을 보았다 얼어붙은 남북의 길 위에도 성화를 앞세워야 한다 마니산에서 채화하여 마이산을 돌아서 서울에서 평양까지 모든 십자가엔 불을 밝히고 산사엔 향불을 피워놓고 우리 서로 손잡고 뛰어보자 평화의 성화를 앞세우고 뜨거운 땀과 눈물을 뿌리자 칠천만이 함께 같은 꿈을 꾸자 분홍빛 평화의 꽃을 피우자. △전병윤 시인은 진안문협 초대회장으로 전북문협부회장·전북시인협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문협 청소년진흥위원, 전북문예회원, 온글문학회원, 두리문학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관광 전주, 경주에서 배워라
태풍의 눈 ‘통합 전주시장’
남원 모노레일 500억 참사, 시민은 분노한다
완주‧전주 통합, 특례시 지정으로 완성해야
지방선거 앞 공무원 정치적 중립 원칙 지켜야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공직 후보자, 아는 만큼 참모습이 보인다
김온 : 다섯 줄
대선 패배의 반성과 교훈
“위기의 파도 앞에서 우리는 같은 배를 탔다”